8월에 읽은 책 14권 3990쪽 (합계 121권 33361쪽)
121. 후아유 (이향규, 284쪽) / 에세이
다문화 가정을 조사하고 돕는 역할을 하던 사람이 다문화 가정이 되었다. 영국 남자와 결혼해서 영국에서 살았다. 2년 뒤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살아남기 위해. 국가가 달라서 생긴 문화의 차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정작 갈등을 일으킨 건 자신을 이룬 생각, 태도, 행동이 정말 올바른 가치인지 하는 점이었다. 당연하게 받아들인 것들이 편견이라면? 대한민국 국민으로 이 땅에 살면서 보지 못하는 편견, 고정관념이 얼마나 많을까! 사람을 대할 때 익숙해져서 당연하게 여기는 것을 자신이 그대로 당한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
저자는 독특한 경험을 했다. 영국에서 다문화 가정으로 살았다. 비전향 장기수와 인터뷰하고 책을 썼다. 영국에서 북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았다. 자녀를 기르면서 한 생각도 달랐다. 영국에서의 삶을 견디지 못해 우리나라로 돌아왔다가, 남편이 파킨슨 병에 걸리면서 다시 영국으로 돌아갔다. 영국에서의 첫 번째 삶은 한국인으로 자신이 누군지 돌아보게 했고, 다시 영국으로 돌아갔을 때는 생각이 또 달라졌다.
처음 읽었을 때 무엇이 올바른 생각인지 고민하게 해주어서 좋았다. 문장에 줄을 긋고 극찬하며 읽었다. 다시 읽었을 때는 여전히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지만, 다르게 보였다. 저자가 좀 예민하게 받아들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서모임에서 같이 읽거나 토론하기 좋은 책이다.
120. 해리엇 (한윤섭, 152쪽) / 5학년 이상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하려고 읽었다. 같은 작가가 쓴 『서찰을 전하는 아이』에 견주면 내용이 단순하다. 쓰인 낱말도 단순하고 갈등 구조도 단순하다. 동물원에 갇힌 동물이 얼마나 괴로운지를 다윈이 갈라파고스섬에서 가져온 거북이 해리엇을 통해 보여준다. 죽음을 앞둔 거북이가 동물원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은 원숭이를 보호하고, 어린 원숭이가 노인 거북이에게 보답하는 모습이 뭉클하다. 여기에 더해 비글호에서 죽어간 거북이들과 어린 원숭이를 괴롭히던 개코원숭이의 반응이 감동을 더한다.
119. 레미제라블 3(빅토르 위고, 385쪽) / 고전
독서 모임에서 레미제라블 전체를 완독한다. 세 번째 모임에서 3권을 읽었다. 3권은 개인의 사상과 행동, 당시 프랑스의 사상들을 자세하게 소개한다. 사건이나 대화가 적고 사상을 설명하고 묘사하는 내용이 많다. 읽기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부분을 읽으며 프랑스를 사랑하는 위고의 마음이 느껴졌다. 5권까지 읽고 글을 써야 하는데 ‘위고는 작은 것들을 사랑했다.’로 주제가 모아진다.
118. 관조하는 삶(한병철, 156쪽) / 철학
빨리 일을 끝내고 다른 일을 해야 하는 삶이 이어졌다. 방학 때도 배우고 가르치고 공부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내 모습은 생각하지 않았다. 나이가 들면서 속도가 줄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좋아지기 시작했다. 빨리빨리 하면서 이룬 게 많지만, 그만큼 잃었다. 일에 매달리지 않고 지켜보며 기다리는 삶에서 너무 멀어졌다. 내 삶을 돌아보고, 아이들이 쓴 글을 다시 보고, 가만히 앉아 지켜보며 살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그래서 『관조하는 삶』을 읽었다. <무위의 풍경들>과 <장자에게 붙이는 사족>은 괜찮았는데 읽을수록 어려워졌다. 낱말이 낯설었고, 낱말이 뜻하는 해석도 달랐다. 우리나라 저자가 독일어로 쓴 책을 한글로 다시 번역해서 그런지 어색했다. 한병철 작가가 그냥 한글로 썼으면 어땠을까? 천천히 다시 읽어야겠다.
117. 우리 동네 줍기 철학자 (이빛, 139쪽) / 3학년 이상
소중한 물건을 잃어버렸다. 어디에서 잃어버렸는지 몰라 다니는 곳마다 찾아본다. 찾고 싶은 물건은 보이지 않지만, 괜찮은 물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달팽이, 인형, 화분, 종이비행기…… 주우면서 자기만의 철학이 생긴다. 주인이 있는 물건은 갖지 않는다. 어느 정도 가치가 있어서 가져간다. 줍기 철학자가 된 중해에게 일어난 일이 재미나다.
116. 오디세이아 (박문재 옮김, 661쪽) / 고전
영화가 인기를 끌자 『오딧세이』 책을 읽는 사람이 많아졌다. 책을 먼저 읽었다. 두 번 읽어서 대부분 아는 내용이라 이번에는 원문에 가까운 번역으로 읽었다. 역시 고전은 맛깔 난다. 주인공만 살아남는 구성은 싫지만, 인간 영웅 오디세이아는 신분이 낮은 사람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환대의 가치와 의미를 잘 보여준다. 낯선 사람에게 친절하고, 어려움에 처한 이웃에게 손을 내민다. 환대가 없으면 오디세이아의 집이라도 엉망진창이 되고, 환대가 있으면 아무리 위험한 곳이라도 희망이 생긴다.
115. 강물이 멈춘 날 (월리 램, 554쪽) / 소설
직장을 잃었다. 술을 마신다. 많이 마시진 않지만, 자주 마신다. 중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울해져서 약도 마신다. 술과 약을 같이 먹으면 안 되는 줄 알지만, 잘 안 된다. 그러다가 집중력을 잃는다. 쌍둥이 한 명을 태우고, 다른 아이가 개미를 보면서 노느라 타지 않은 걸 모른다. 그리고 후진하다가 아이를 친다. 아이를 죽인 아빠. 중독이 아니라고 부정한다. 죄책감에 시달린다. 아내를 어떻게 볼까? 상담에 나간다.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는 모임(AA)에도 나간다. 재판 결과도 나쁠 것 같지 않다.
그러나 삶은 알 수 없는 곳으로 흘러간다. 재판장이 바뀌고 3년 동안 감옥에 갇힌다. 교도소에서 희망을 갖기 어렵다. 제 자식 죽인 놈이라는 비난을 듣는다. 분노와 죄책감, 우울과 낙심을 오간다. 아내와 전화 통화도 어렵다. 아이를 보고 싶지만, 찾아오지 않는다. 아이를 죽인 아빠를 위해, 쌍둥이 친구를 잃은 아이를 교도소에 데려가는 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교도소에서 지내는 일도 힘들다. 교도관들의 부당한 행위에 화가 난다. 괜히 끼어들지 말라는 말에 이유가 있을 텐데 참기 어렵다. ……
부모와 자녀의 관계, 부부 사이, 용서와 죄책감, 선의와 악의, 분노와 절망…… 다루는 이야기가 참 많다. 앞에서 설명한 내용은 소설의 1/3뿐이다. 고통과 슬픔이 이어지는 가운데 약간의 소망과 위로를 보여주며 회복을 꿈꾸게 한다. 그러다가 다시 고통과 슬픔이 닥쳐온다. 그 고통과 슬픔은 감정을 더 깊은 곳으로 내려가게 한다. 또 다시 소망이 다가오고 갑자기~ 참 좋은 책이다.
114. 끝나지 않은 길 (스콧 펙, 352쪽) / 심리, 상담
내 마음을 알고 싶어 30년 전에 읽은 책이다. 30대에도 ‘마음’을 이해하려고 다시 읽었다. 이번에는 글을 쓰려고 읽었다. 매일성경 원고를 쓰다가 아이들 생각이 났고, 숨바꼭질 책을 다시 쓰고 싶었다. 책 차례를 분노, 외로움, 사랑, 희망, 은혜로 잡았는데 『끝나지 않은 길』 4장 제목인 ‘은총’이 생각나서 읽었다.
책 부제가 <고통에서 자기 완성으로>이다. 젊었을 때는 고통에 집중했는데 이젠 고통과 자기 완성보다 은총이 더 마음에 들어온다. 난 고통을 너무 크게 받아들였고, 자기 완성에 지나치게 몰두했다. 내 삶에는 은혜가 가득했고, 사람은 누구나 은총으로 살아간다.
113.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정재찬, 347쪽) / 시, 문학
정재찬 교수가 밥벌이, 돌봄, 건강, 배움, 사랑, 관계, 소유를 주제로 인생을 말한다. 20대에는 들리지 않았을 테고, 40 전후에는 꽤 좋아했을 것 같다. 50대에 읽으니 ‘그래. 맞아.’ 하며 읽게 된다. 정재찬 교수도 좋고, 소개한 시도 좋다. 저자가 시인이라 묘사를 잘한다. 나는 교사라 설명으로 치닫기 때문에 묘사를 잘한 분을 부러워한다. 특별히 어둠을 묘사한 시가 눈에 들어왔다. 어둠을 이렇게 묘사하다니 놀랍다.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 어떤 날은 상처를 감추거나 눈물 자국은 안 보이려고 온몸에 어둠을 바르고 돌아가기도 했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했던 저녁> : 어둠이 한기처럼 스며들고
112. 도시의 의미 (자크 엘룰, 333쪽) / 기독교
35년 전에 『뒤틀려진 기독교』를 읽고 깜짝 놀랐다. 통찰력에 반해서 『도시의 의미』를 읽고 자크 엘룰이 쓴 책을 모았다. 생각보다 어려웠지만, 배우고 생각할 내용이 참 많았다. 다시 읽으니 꽤 쉬워졌다. 저자는 가인과 니므롯, 놋과 시날에서 도시가 시작된 과정을 설명한다. 소돔과 고모라를 지나 예루살렘까지 도시의 의미가 부정적으로 이어진다. 그렇다고 도시에서 떠나 시골에서 살라고 주장하지도 않는다. 인간이 이룬 것들이 도시 문명으로 표현되며, 도시가 곧 인간의 역사와 성취를 보여준다고 한다. 따라서 새로운 도시가 필요하며 도시들이 구속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통찰력이 뛰어난 책이다.
111. 정치에 오염된 신앙의 언어 (권연경 외, 193쪽) / 기독교
기독교윤리실천운동에서 기획한 강연 내용을 책으로 펴냈다. 학자 6명이 신앙과 윤리, 예언과 선동, 정교분리, 자유와 평등, 국민저항권, 세속과 정치를 주제로 극우의 언어가 어떻게 복음을 왜곡하는지 설명한다. 정치적인 내용을 다루지만, 학문적인 내용이다.
110. 맞아 언니 상담소 2. 위험한 내기 (김혜정, 164쪽) / 5학년 이상
다른 학교 3~6학년 아이들과 1권을 토론했다. 초등학생 네 명이 인터넷 상담소를 시작한 이야기다. 친구들이 올린 고민에 공감하며 해결해주려고 노력했다. 응원을 많이 받은 상담소에 상담소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부정적인 댓글이 올라왔다. 댓글을 쓴 아이에게 친절하게 댓글을 썼더니 자기 고민을 해결하지 않으면 상담소를 폐쇄하라며 도전해왔다. 2권은 맞아 언니 상담소를 하는 네 아이가 괴롭힘당하는 친구를 찾아, 고민을 해결해주어야 한다. 누군지 알아내려고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를 찾는 과정에서 장난하는 친구와 당하는 친구의 마음, 친구 관계에서의 오해와 우정, 이성을 향한 관심, 가족을 대하는 마음이 잘 드러난다. 토론하기 좋은 내용이 많다. 5~6학년과 같이 읽고 수업하면 좋겠다.
109. 소문난 구구만두 (윤정, 95쪽) / 3학년 이상 / 4학년 이상
구구만두 가게에 가짜 리뷰가 올라왔다. 손님이 확 줄어들었다. 마침 근처에 새로운 만두 가게가 생겼다. 경쟁 가게 손님을 빼앗으려고 한 짓일까? 구구만두 가게 아들 하랑이와 친구들이 가짜 리뷰를 올린 사람을 찾아 나선다.
글을 깔끔하게 썼다. 맛집, 경쟁 가게, 리뷰라는 소재에 집중해서 이야기를 끌어간다. 아이들이 좋아할 내용, 같이 나눌 이야기가 많다. 3~4학년과 같이 읽고 수업하면 좋겠다.
108. 복음과 상황 8월호 (175쪽)
내가 쓸 수 없는, 내가 쓰는 방식과 전혀 다르게 쓴 글이다. 꼼꼼하게 읽었다.
7월에 읽은 책 15권 3937쪽 (합계 92권 29371쪽)
107. 유러피언 (올랜도 파이지스, 827쪽) / 인문
방학하고 1주일 내내 읽었다. 좋은 책이 대부분 그렇듯, 처음엔 지루하고 갈수록 흥미롭다. 책은 유럽에서 철도의 개통을 알리며 시작한다. 철도는 도시 사이의 이동 시간을 줄인다. 교통이 발달하면 오가는 사람이 많아지고 물자가 빠르게 이동한다. 프랑스와 주변 국가, 독일을 지나 러시아까지 문화가 확산한다. 한 민족이라는 가치와 정체성이 다른 문화와 섞이면서 민족주의가 희미해진다.
음악가 폴린 비아르도와 문학가 투르게네프는 유럽의 문화를 국제주의로 바꾸었다. 폴린 비아르도는 프랑스 주변 지역에서 오페라 가수로 공연하며 이름을 높였고, 여러 나라 작곡가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투르게네프는 프랑스, 러시아, 스페인, 독일 등의 여러 나라 작품을 서로 번역하며 소개했다. 음악과 문학으로 유럽 여러 나라를 연결했다. 폴린은 음악회를 위해 유럽 여러 곳을 끊임없이 여행했고, 투르게네프는 폴린과 함께 다니며 모든 도시를 자기 집으로 생각했다. 세계 여러 나라 음악가, 작가들과 교류하며 작품을 소개하면서 국제 저작권법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이 책에는 음악가와 문학가들이 자기 작품을 알리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오페라 극장에 줄을 대고, 다른 가수를 비방하며, 술수를 써야 했다. 실력이 좋아도 누군 수를 써서 부유하게 지냈고, 누군 작품이 알려지지 않았다. 작품으로 평가받는 게 아니라 계약서, 시대 흐름, 운이 더 크게 작용했다. 유명인이 누굴 밀어주느냐에 따라 좋은 평가를 받는 사례가 많았다. 이런 분위기에서도 유럽은 서서히 국제화되었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음악가와 소설가의 치부를 알게 되는 게 유쾌하진 않았다.
1900년 전후에 투르게네프가 죽고 폴린도 죽었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유러피언은 다양한 음악과 문학을 즐겼다. 그러나 투르게네프와 폴린이 추구한 국제주의도 위기를 만났다. 크림전쟁으로 유럽 국제주의에 균열이 생겼다. 음악과 책을 즐기는 사람들이 귀족에서 평민으로 옮겨가면서 획일화되었다. 새로운 음악을 듣기보다 잘 알려진 음악 위주로 공연이 이루어졌다. 폴린 비아르도와 투르게네프가 꿈꾼, 계몽사상을 바탕에 둔 문화 공화국 유럽은 1차 대전을 치르면서 민족주의로 돌아갔다. 그럼에도 폴린과 투르게네프가 유러피언으로 부르는 하나의 유럽을 이루도록 했다는 점은 기억할 만하다.
106. 원전으로 읽는 고대 이집트 창세신화 (유성환, 365쪽)
고대 이집트 헤르모폴리스 창세신화, 헬리오폴리스 창세신화, 멤피스 창세신화를 소개했다. 학문적인 내용이라 꽤 딱딱하고 어려웠다. 저자 강의를 듣고 이해가 되었다. 이집트 창세신화는 정리된 이야기가 없고 장례문서에 기록된 내용에서 조각을 모아 이야기로 만들었다. 그래서 실제로 세상이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세상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사람들이 상상한 이야기로 들렸다. 메소포타미아 창세신화 에누마 엘리시와 에리두 창세기가 훨씬 그럴 듯하다. 그러나 둘 다 신이 인간을 도구로 사용하려고 만들었다는 점에서 성경의 가치관과 완전히 다르다.
105. 연민에 관하여 (프랭크 카프리오, 291쪽)
우리나라는 성공, 공정, 비교 우위, 나, 우리 가족을 먼저 생각한다. 프랭크 카프리오 판사는 부모와 친척들에게 존중, 책임, 연민, 공동체를 배웠다. 성공, 공정, 비교 우위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가난하고 어려운 처지에서 산다면 성공해서 좋은 환경으로 바꾸기를 바랄 것 같은데 카프리오 판사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자녀를 그렇게 가르치지 않았다. 이웃과 함께, 이웃을 돌보며 살아가라고 가르쳤다. 어떻게 이런 가치를 먼저 생각하는 건지 궁금해졌다.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고 이야기를 들은 뒤에 결정하는 마음은 어떻게 생길까?
아주 쉬운 책이다. 내용도 비슷한 사례가 되풀이된다. 그러나 읽으면서 마음이 따뜻해진다. 재판 장면이 영상으로 공개되어 유명한 분인데, 책으로 읽어도 좋다.
104. 다시 집으로 가는 길 (파커 팔머, 365쪽)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과정을 소개한다. 특별히 신뢰 서클에서 참된 자아를 탐색하고 평화의 공동체를 이루는 과정을 제시한다. 파커 파머는 영성이 깊은 선생이다. 성공을 위해 달리다가 자신과 이웃, 공동체를 잃은 우리가 자신을 마주하고, 영혼에 주의를 집중하고, 공동체로 살아가야 함을 역설한다. 천천히 읽어야 할 책이다.
→ 우리의 도덕적 무관심의 외적 요인은 우리를 고립시키고 두렵게 만드는 파편화된 대중사회요, 자본의 권리를 인강의 권리보다 앞세우는 경제 시스템이요, 시민들을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만드는 정치 과정이다(77쪽).
→ 본회퍼의 경고는 두 가지 단순한 진리에 근거한다. 우리는 내면에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으나, 내적 삶의 미궁 속에서 헤맬 수도 있다. 우리는 다른 이에게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지만, 무리의 혼동 속에서 헤말 수도 있다. 고로 우리에게는 고독과 공동체가 동시에 필요하다. 우리가 한쪽에서 배우는 것은 다른 쪽에서 배운 것을 견제해 줄 수 있다. 함께 갈 때 고독과 공동체는 들숨과 날숨처럼 우리 삶을 온전하게 만든다(100쪽)
→ 고독은 다른 이와 동떨어진 채 사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독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결코 격리된 채 살지 않는 것을 뜻한다. 고독은 다른 이의 부재가 아니다. 다른 이와 함께 있건 안 있건 자신에게 충실히 존재하는 게 고독이다.(100쪽)
→ 사람들의 영혼을 무방비로 노출시키는 데 초대하면서 어떤 해도 입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면, 응당 그에 따르는 책임을 져야 한다.
103. 소크라테스, 법정에서 진리를 말하다 (김철홍, 111쪽) / 5학년 이상
소크라테스가 재판을 받고 사형 판결을 받아 죽은 이야기를 쉽게 이해하도록 썼다. 대한민국 독서토론대회에서 5~6학년들과 이 책으로 토론했다. 아이들은 소크라테스,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 아테네, 소피스트, 문답법을 잘 몰랐다. 불합리한 법이라도 지켜야 하는지, 다수결로 결정하는 민주주의가 얼마나 따를 만한지,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어야 하는지 토론할 때는 진지해졌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이라 그런지 법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자고 주장했고, 사람들의 미움과 반대를 받더라도 자기 길을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견을 또렷하게 내세우는 모습이 대견하면서도, 처지가 다른 아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부족해서 아쉬웠다.
102. 슬픔의 틈새 (이금이, 451쪽) / 중학생 이상
일제강점기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의 완결판이다.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는 독립운동가 집안과 친일 집안 딸이 자리를 바꾼다.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사진만 보고 하와이에 이민 갔던 1세대 여성 이야기다. 『슬픔의 틈새』는 사할린 탄광에 광부로 이주한 분들 이야기다. 일제강점기에 조선 땅을 떠나 일본, 중국, 러시아 등에서 살아간 분들 이야기를 알게 해주셔서 이금이 작가님께 고마웠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글 부문 최종 후보로 두 번이나 오를 만하다.
101. 희망은 끝내 사라지지 않고 (서정홍, 336쪽) / 산문집
서정홍 농부님이 황매산 자락에서 농사지으며 쓴 산문집이다. 늘 글을 쓰는 분이라 쉽고 편하게 읽히면서 문장이 마음을 붙든다. 도시가 아니라 농촌으로 가자고, 돈벌이가 아니라 생명 살리기에 마음을 쏟자고 하신다. 화학 비료와 비닐을 쓰지 않고 농기계도 거의 쓰지 않는다. 땅이 살리기 위해 편안함을 포기하고 땀을 흘린다. 농부님 생각을 따르는 사람이 하나 둘씩 찾아들어 농촌 공동체를 일구신다. 마음으로 연결되어 찾아오는 분 중에는 한밤중에 퇴비를 갖다주는 분, 돈을 보내는 분, 풀을 뽑고 가시는 분 들이 있다. 학교에서 징계를 받은 학생들과 같이 농사하며 돌보는 일도 하신다.
책 제목에는 농부님의 희망이 담겼다. 노인들만 남은 시골에도 희망은 끝내 사라지지 않는다. 흙이 사람을 살리고 마을을 살린다고 믿기 때문이다.
100. 복음과 상황 (191쪽)
꼼꼼하게 읽는 기독교 월간지다. 나는 개인의 선택, 감정, 삶의 변화에 관심이 많다. 글도 개인의 감정과 선택에 관한 내용을 많이 쓴다. 사회 구조와 변화에도 관심이 많고 관련 책도 많이 읽었지만, 글을 쓰다 보면 개인의 감정과 선택 내용으로 기운다. 그래서 『복음과 상황』을 읽으면 ‘나도 세상에서 함께 사는 그리스도인다운 글을 써야 한다.’는 마음이 커진다. 『복음과 상황』은 내 부족함을 채워준다.
99. 어쩌면 다정한 학교 (정혜영, 270쪽) / 교단 수기
초등 교사가 학교에서 겪은 일을 썼다. 아이를 사랑하고, 아이와 함께 자신도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과 태도, 과정을 썼다. 일상을 꾸준히 쓴 이런 글이 많아지면 좋겠다. 교사의 따뜻한 마음을 교사와 학부모가 같이 읽으면 좋겠다.
98. 내 영혼의 작은 흔들림 (김기석, 213쪽) / 기독교
김기석 목사님이 월마다 15개 정도씩 12개월 기도문을 쓰셨다. 잔잔하고 짧은 글이라 천천히 읽기 좋다.
97. 별똥 소원 상담소 (이인희, 123쪽) / 4학년 이상
책을 읽고 곧바로 작가에게 전화했다.
“형이 쓴 게 맞아요? 편집부에서 고친 글이 아니에요?”
아이들과 지내는 교사, 책을 여러 권 낸 작가다. 그래도 동화 작가는 아니어서 뭔가 어색하거나 어설픈 부분이 있을 거로 생각했다. 아니었다. 문장이 깔끔하고 내용이 잘 이어진다. 특히 아이들 마음과 행동을 잘 묘사했다. 주제도 참 좋다. 스마트폰을 금지하는 게 불가능한 상황에서 금지가 아니라 잘 관리하는 방법을 이야기로 알려준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상상과 도전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며, 친구와 가족 관계를 알맞게 다루었다. 아이를 아는 사람이 쓴, 아이와 학부모를 위한 책이다.
96. 개구쟁이 옥이의 속담 일기 (유순옥, 이인희, 124쪽) / 3학년 이상
6학년 1학기 국어 5단원에 관용표현(관용어, 속담)이 나온다. 아이들이 속담을 좋아하는데 잘 모른다. 속담을 알려주고 어떤 상황에서 사용하는지 말하라고 했더니 재미난 상황에 맞게 이야기한다. 『개구쟁이 옥이의 속담 일기』는 호기심 많은 옥이가 겪은 일을 속담으로 이야기한다. 망태기 아저씨, 도시 화장실에서 변기를 처음 본 이야기처럼 옛날이야기가 대부분이다. 15편의 글 끝에는 간단한 내용 파악 질문이 있다. 가볍고 재미있게 읽을 책이다.
책을 읽으며 ‘나도 쉽게 읽을 가벼운 동화를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잘 쓰는 방법 10가지를 써볼까? 아이 마음을 10가지 정도 골라 행복, 슬픔, 성취, 질투 등으로 쓸까? 예시 글은 수만 편 있는데~’ 하게 만든 책이다.
95. 신화로 읽는 여성성 She (로버트 존슨, 142쪽)
프쉬케와 에로스 신화를 여성성으로 해설한 책이다. 신화는 프쉬케가 아프리디테의 저주를 받고 도움을 받아 도전을 해결하는 이야기다. C. S. 루이스도 프쉬케와 에로스 신화를 좋아해서 『우리가 얼굴을 볼 때까지』를 썼다. 저자가 He에서 남성성에 여성성의 조화를 강조한 것과 달리 이 책에서는 여성성의 가치를 설명했다. He와 마찬가지로 20년 전에 읽었으면 좋아했을 것 같다. 이번에는 ‘그렇구나!’ 하며 읽었다. 선행과 구제에 관한 인도인의 관점(한 번 도와주면 서로 연결되기 때문에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새로웠다.
94. 신화로 읽는 남성성 He (로버트 존슨, 128쪽)
중세 독일 시인이 쓴 파르치팔(파르시팔)은 아서왕 전설에 나오는 성배의 기사 파르치팔 이야기다. 저자는 12세기 서양에서 만들어진 신화를 남성성으로 해석한다. 어리고 순진한 소년이 사춘기를 지나 진정한 남성이 되는 해석이 재미있다. 20대의 나는 이런 이야기를 참 좋아했다. 지금은 ‘신화를 이렇게도 해석하는구나!’ 하며 덤덤하게 읽는다. 남성성에 여성성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며, 외면만으로는 진정한 자신을 이루지 못한다는 해석은 괜찮았다. 나이가 들면서 해석내용 대부분을 겪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리하르트 바그너가 오페라로 작곡했다.
110쪽 / 흔하지는 않지만 타고난 은둔자가 있다. 대단히 내향적인 어린 영혼들은 그들이 가장 필요한 결정적인 순간에 인류에게 봉사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저장한다. 상징적으로 표현해서, 이들은 숲속에 홀로 남아있어야 한다. ~ 현대사회가 이런 사람들에게 해주는 격려나 혜택은 거의 없다. 이들은 대개 외롭고 고독한 삶을 산다. 하지만 본인 스스로나 주변 사람들이 삶의 다음 단계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천재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날이 온다. ~ 부다 자기 내면의 은둔자적 기질에도, 또 주변에 있을 타고난 은둔자들에게도 친절하시길. 자기 자녀가 타고난 은둔자형이라면 자녀에게 적기사의 경험을 강요하지 말고 스스로 숲속의 길을 걷도록 내버려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