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은
쉽사리 잊히지 않는다. 자꾸만 곱씹게 된다.
어차피 곱씹는다면, 글을 쓰면서 되새기려 했다.
글을 쓰면 고통에 의미가 생긴다.
의미가 생긴 기억은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아픔으로 남은 기억을 꺼내 사람들과 나누었다.
펀딩을 시작한 2021년은 교사로 지내면서 가장 힘들었다.
1500만 원을 후원하고도 기쁨보다 우울함이 더 컸다.

2022년에는 자녀를 책으로 기른 이야기를 써서 펀딩했다.
고통스런 기억을 쓸 때는 삶도 고통스러웠는데 아름다운 기억을 꺼내 쓸 때는 삶도 아름다워졌다.
1350만원을 기쁘게 보냈다.

2023년에는 독서토론 질문을 보내는 펀딩을 했다.
책 한 권 질문을 만드는 데 10시간이 걸렸다.
30년 선생 노릇을 하며 지쳤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2024년에는 교실에서 아이들과 지내는 이야기를 보내드렸다.
아이들과 지내는 일상이 이야기가 되었다.
3월에는 힘들게 시작했는데 추억과 아쉬움을 남기고 마무리했다.

올해는 펀딩을 쉰다.
탈북한 아이들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데 자료 수집이 안 됐다.
친환경 농사 일기를 쓰려고 하니 허리에 탈이 났다.
<책벌레가 사랑한 글>, <책벌레가 사랑한 문장>, <책벌레가 고른 책이런 건 어떨까 생각하면서도 그냥 쉬기도 했다.
생각을 줄이고, 가지치기하면서 계절을 따라가려 한다.

202467명이 748만 원을 후원했습니다.
800만 원을 네 곳에 보냈습니다.
제 글을 읽고 후원금을 보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신한열 형제(수사)를 만났다. 떼제 공동체에서 30년 동안 지내며 섬긴 분이다.
 
 
떼제 공동체 역사와 정신을 들은 것도 좋았지만,
“사람 때문에 실망한 적이 있는지, 어떻게 이겨내는지?” 에 답해주시는 게 더 좋았다.

강의 끝나고 <책뜰안애>에 모셨다.

강영안 교수님이 한 달 전에 딴 와인을 드렸더니 와인을 따고 시간이 좀 지나지 않았느냐 물으셨다.
와인 시음, 프랑스에서 와인을 나누는 의미를 알려주셨다.
12시 다 될 때까지 공동체, 책, 사람, 우리나라를 이야기했다.

골뱅이, 케일, 고추, 부추로 아침을 차려드렸다.
식사 기도해달라고 해야 하나 고민하는데 떼제에서 부르는 찬양을 부르셨다.
찬양하고 밥 먹는 거 참 좋았다.

식사 끝나고 같이 청소했다. 난 설거지, 수사님은 청소기
고추도 따달라고 했더니 재미있다며 즐겁게 일하셨다. 가지까지 따고 나서 또 이야기를 나누었다.
떼제에서 했던 사역을 한국에서 하신다는 말씀, 번역비, 강사비 등으로 생활하신다는 말씀,
김대건 신부에 얽힌 이야기, 에릭 수사 이야기…… 아이들 글, 책, 슬픔, 교사들의 마음, 연대……

에릭 수사(1925~2007)가 만든 유리화를 보여주셨다. 둘 중 하나를 고르라 하셨다. 
아내와 딸에게 사진을 보내고 하나 고르라고 했는데 막내가 “그림은 왼쪽, 색채는 오른쪽” 이라고 답을 했다.
막내 말을 전했더니 두 작품 모두 책뜰안애에 걸어놓으라 하셨다.
(에릭 수사는 프랑스, 독일, 스위스, 벨기에, 이탈리아, 알제리, 미국, 캐나다 등지에
많은 그림과 유리화, 십자가와 조소 작품을 남겼다.)
누군가를 생각하며 간직한 작품인데 둘 다 주셨다.

올해 우리 반 아이들과 학부모는 나를 힘들게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자꾸 마음이 어두워지고 힘들었다.
교사들이 힘들어서 ‘집단우울증’ 같은 증상을 보인다고 했더니 국회의사당 앞에서 집회하는 모습을 직접 보았다고 하셨다.집회 모습을 보면서 느낀 마음을 이야기하는데 마음이 힘들었다.

떼제 공동체의 정신을 책으로만 읽었는데
수사님과 이야기하며(주로 들으며) 위로를 받았다.

힘들고 아픈 교사들을 위해 영상으로 한 말씀 해달라고 했더니
당신이 그럴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사양하셨다.

그래서 더 좋았다.
함부로 말하지 않아서.
비록 아픈 사람을 돕는 일이라 할지라도.

 

2015 개정교육과정을 검색하니 이렇게 설명한다.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 창조력 및 바른 인성을 갖추고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고 융합하여 가치를 만들어내는 창의 융합형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한다.>>

창의 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해 초등학교 수학, 사회, 과학 교과서를 국정에서 검정으로 바꾸었다.
국가에서 만든 교과서가 아니라 학교에서 선택한 교과서로 배운다.
2021년과 2022년에 나도 교과서를 선택하기 위해 회의를 했다수학, 사회, 과학 모두 다른 출판사를 선택했다.
교과서를 선택할 때 선생님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다른 학교에서는 대부분 아이스크림 출판사를 선택할 거예요!”

역시나!!
아이스크림 사이트 메인 화면에 자기들 책이 전국에서 1위라는 홍보가 한동안 나왔다.
또한 전국 93% 교사가 아이스크림으로 수업한다고 소개했다.

아이스크림은 초등학교 교사들이 쉽게 수업하도록 돕는 사이트다.
사이트 개설 첫해부터 초등 교사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유료로 전환한 뒤에도 전국 초등교사 97%가 아이스크림 사이트로 수업했다.
도입부터 평가까지 수업자료와 동영상을 제공했다수업을 준비하지 않아도 사이트만 열면 수업이 가능했다.

내가 속한 행복한수업만들기 초등 모임에서 한때 <클릭 수업 NO> 캠페인을 했다.
너도나도 아이스크림 사이트로 수업하기 때문에 그러지 말자고 외쳤다.
우린 마을 수업, 독서 수업, 글쓰기 수업, 가치 수업 등 통합수업을 만들었다.

그때로부터 15년이 흘렀다.
이젠 전국 초등학교 교사 93%가 아이스크림 사이트로 수업한다.
교과서도 아이스크림 출판사 책이다수학 1, 사회 1, 과학 2.
과학은 실험하고 실험관찰에 결과를 쓰기 때문에 인터넷 의존률이 낮다. 그래서 다른 출판사 책을 골랐을 것이다.

내가 살펴본 아이스크림 출판사 책은 교과서만으로는 많이 부족했다.
그러나 아이스크림 출판사 책을 선정해야 아이스크림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으니
아이스크림 출판사 책을 선정했겠지
.

아이스크림 사이트에 검정 교과서로 바뀌는 까닭을 이렇게 썼다.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을 하기 위해서>

전국 93% 학생이 똑같은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똑같은 동영상을 보고, 똑같은 화면으로 공부한다.
사진, 그림, 글씨체, 동영상 모두 똑같은 걸 보게 하면서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을 한다고 설명하다니~”

아이스크림 회사는 교육계의 공룡이다. 수업뿐만 아니라 연수, 교구, 색종이 하나까지 모두 판다.
이 사이트가 커질수록 아이들은 똑같은 과정으로 배울 확률이 커진다.
그런데도 편하기 때문에 93%가 아이스크림 사이트를 이용한다.

난 수업할 때 화면으로 보는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
아이들과 동그랗게 앉아 이야기하고 듣는다. 연극하고, 설명하고, 체험하고, 게임하고, 이야기한다.
아이들이 지금까지 겪지 않았던 방식, 앞으로도 만나기 힘든 방식으로 가르친다.

아이스크림 같은 사이트가 필요하다면 자기 수업을 하면서 가끔 도움을 받아야 한다.
평균으로 따지지 못하는 독특한 특징을 가진 아이들과아이를 바라보는 교육관과 삶의 여정이 다른 교사가
공부할 내용을 함께 이야기하고 나누며 설명하고 듣는 수업이라야 한다.
좋은 교과서를 놔두고 클릭을 위해 특정 출판사 책을 1등으로 만든다면
어떻게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자고 말할 수 있나
?

오래전에 아이스크림 연수원에서 온라인 강의를 만들자는 제의를 받았다.
최근에는 아이스크림 연수원에서 꽤 인기 있는 강사가 온라인 강의를 해보라고 했다.
여기서 강의하면 책도 잘 팔린다고 했다.
내가 전하려는 내용을 누군가 들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에 잠깐 마음이 흔들렸다.
그래도 아이스크림 사이트에 내 강의를 올릴 수는 없다.
수능으로 획일화된 교육 체제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기에~
초등학교 아이들 93%에게 똑같은 걸 보여주며 획일화시키는 일에 참여하기 싫어서다.

내일도 아이들이 학교에 간다.
선생님이 클릭하는 화면을 보며 공부하려고.
선생님들이 자기 수업을 하면 좋겠다

내 수업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나!

서현숙 선생님 강의를 들었다.
진지한 내 스타일의 단점을 알기에
활발하고 재미난 선생님 모습을 부러워했는데~
역시! 이야기에 쏙 빠져들어 귀를 쫑긋!

소년원에서 가르친 아이들 이야기 들으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 1.

2000, 신규 2년차 교사가 도움을 요청했다.
엄마는 안 계시고 아빠는 교도소, 형은 소년원에 간 아이!
선생님은 시장통에 있는 건물 옥탑방에 사는 아이 담임이 되었다.
아이는 아빠와 알고 지내던 건달 같은 사람과 같이 살았다.
아이 아버지가 교도소에서 담임에게 편지를 보내며 협박도 했다.
어느 날 가출한 아이를 오락실에서 겨우 찾았는데 
집에 보내면 또 가출할 것 같아서
하룻밤 재워 줄 사람 찾다가 아무도 없어서 나한테 전화했다.
집에서 아이 목욕시키고 재워주었다.
이 이야기 완전히 잊었는데 3년 전에 선생님이 알려줘서 기억났다.
욕조가 까맣게 되었던 장면이 기억났다.

이야기 2.
몇 년 뒤에 신문에 내 이야기가 났다.
재소자가 편지를 보내며 도움을 요청했다착한 마음으로 도와주었다.
그림에 있는 교도관 확인 도장을 믿고 돈도 좀 보내줬다.
돈 달라고 사기 치는 거라면 교도관이 제재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1년 넘게 편지를 백 통 이상 주고받았는데 어느 순간 소식이 끊겼다.
출소해서 잘 사는지, 미안해서 연락이 없는지~

이야기 3.
최근 2년 동안 소년원 학생들이 쓴 편지를 심사했다.
학생들이 쓴 편지 읽으며 여러 번 울었다.
서현숙 선생님 강의 들으며 그 학생들이 생각났다.
말할 수 없는 사연들이 참 많았다.
아이들 사연을 써먹는다는 느낌이 싫어서감춰두었다.
책뜰안애에서 얼굴 맞대고 앉으면 이야기하려나?

오늘 국어 시간에 인물이 추구하는 가치를 공부하다가
너희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이냐?” 물었다.
행복, 기쁨, 재미, 그리고 돈.
소년원에 간 아이들도 돈 많이 벌고, 재미나게 살고 싶었겠지.

그냥 이런 생각이 났다.

 

책을 아홉 권 출판했습니다.
공동 저자로 참여한 책도 몇 권 됩니다.
이쯤 되면 원고 쓸 때마다 척척 출판이 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20223월과 4월에 받은 거절 메일입니다. (아래)
앞으로도 몇 개 더 받을 겁니다. 출판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책을 출판하고 싶다면 거절을 친구로 삼으세요.
수십 번 거절 메일을 받아야 책이 나온답니다.
~ 거절 메일 받으면 그나마 다행이지요.
한 달이 지나도 소식이 없으면 거절로 알아들으세요.’ 하는 곳도 많아요.

기죽지 마세요.
어느 한 곳은 당신의 가치를 알아볼 거예요.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다면~~~
또 쓰세요. 고쳐 쓰세요.
맛난 거 먹고, 바람 쐬며 마음을 가라앉힌 뒤에 쓴 글을 읽고 또 고치세요.
이거면 됩니다. 충분히 만족할 때까지 계속 쓰세요.

그래도 출판이 안 된다면 글 좀 읽는 분에게 비평해달라 하세요.
저보다 거절 메일 많이 받은 분을 여럿 압니다.
제가 비평해준 분도 꽤 있지요.
한 분은 꽤 이름난 작가가 되었어요.

기죽지 마세요.
쓰는 걸 즐기세요.
세상이 당신의 가치를 알아주지 않을 수도 있어요.
괜찮아요. 괜찮다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또 쓰세요.

<<거절 메일 1 2022. 4. 19.>>

권일한 선생님, 안녕하세요?
000 출판부입니다.
먼저 소중한 원고를 저희에게 보여주셔서, 그리고 오래 기다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일전에 투고해주신 원고의 검토 의견이 정리되어 메일 드립니다.
보내주신 원고를 편집부에서 흥미롭게 읽고 논의해보았습니다만
저희의 출간 방향 및 향후 일정 등을 고려했을 때 출간은 어렵겠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이렇게 짧은 말로 아쉬운 의견을 전하게 되어 대단히 송구스럽습니다.
아쉽지만 원고와 잘 맞는 출판사, 눈 밝은 편집자의 손에서 좋은 책으로 만들어지길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건강히 지내시고 항상 건승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거절 메일 2 2022. 4. 13.>>
안녕하세요. 000 출판사입니다.
이번에 저희 출판사에 출간 의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부에서 검토해 보았는데, 아쉽게도 출판사 여건상 출간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저희 출판사와는 인연이 없지만 다른 출판사에서 좋은 책으로 묶여 나오리라 기대합니다.
가시는 걸음마다 우리 주님 함께하시기를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거절 메일 1 2022. 3. 7.>>
권 일한 선생님께
안녕하세요? 000 출판부입니다.
오래 기다리셨을 텐데 빨리 답변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 동안 보내 주신 원고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의견을 나누어 보았는데,
아무래도 저희 출판사에서는 출간이 어렵겠습니다.
오랫동안 여러 팀과 의견을 교환하고 숙고 끝에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귀한 원고를 보내 주셨는데 긍정적인 답변을 드리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늘 강건하시고 평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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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를 심었다. 한 달 전에 베란다에
오늘 밭에 옮겨 심었다. 파는 옮겨야 잘 자란다. 파는 땅에 깊이 묻어야 한다.
상추는 깊이 묻으면 싹이 안 난다. 바람이 불지 않는 곳에서 싹을 내서 심어야 한다
상추도 한 달 전에 심고 집에서 길러 옮긴다.

쪽파는 그냥 던져놔도 산다.
산마늘을 휙 던져놔도 살지만, 수분이 적으면 빨리 생장을 멈춘다.
산마늘 잎을 가을까지 보려면 낙엽 같은 걸로 흙을 덮어주어야 한다.

오늘 땅콩 싹 내기 위해 작은 통에 한꺼번에 심었다. 땅콩은 평지에 심고, 자랄수록 두둑을 조금씩 높여야 한다.
작두콩, 오이, 오미자는 햇볕을 좋아한다축축한 땅에 심어야 하지만, 줄기는 햇빛 드는 곳으로 기어오른다.

농사를 지으려면 씨앗 보관, 싹 틔우기, 생장 특성 등을 잘 알아야 한다.
보고 배우고, 듣고 배우고, 기르면서 배운다. 실패하면서도 배우지만, 마음이 아프다.

사람을 기르고 가르칠 때도 잘 살피고 돌봐야 한다.
놔둬야 할 때가 있고, 옮겨야 할 때가 있다. 위로해야 할 때가 있고, 못 본 척해야 할 때도 있다.
아이를 무시하고,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는 부모가 나쁜 줄 다 안다.
아이를 지나치게 보호하고 호호 부는 것도 나쁘다는 걸 안다.
정작 아이 부모는 자신의 태도를 잘 모른다. 아이를 이렇게 대하다니, 어떻게 부모가 됐을까?’ 하게 만드는 사람도
자신은 무시하지 않는다고, 과잉보호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다음 주에 감, 자두, 살구, 사과, 단풍나무를 심는다.
4월 말이 되면 생강을 심는다.
때에 맞게 심어야 잘 산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말에는 무게가 있다.
가벼운 말이 있고 무거운 말이 있다.
나는 말에 무게를 싣는다.
내 말이 가볍게 사라지면 실망한다.
가벼운 문장으로 글을 써야지 하면서도 자꾸만 무거워진다.
글이 무거워지면 읽는 사람이 지친다.
내가 쓴 책 대부분 무거운 편이다.
조금 가볍게 책을 썼다면 좋았겠다고 생각한다.
나와 다른 사람이 있다.
가볍게 말하고 가볍게 받아들인다.
상대가 말을 가볍게 하는지 무겁게 하는지 신경쓰지 않는다.
가볍게 하는 말을 가볍게 받는 거야 괜찮다.
그러나 무겁게 하는 말을 가볍게 받으면 마음이 어긋난다.
무게를 담은 말을 자꾸 가볍게 넘기면 무시당한 기분이 된다.
상대가 말을 가볍게 여기는 게 자신을 가볍게 대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저 사람은 도대체 왜 저럴까?” 한다.
마음이 맞지 않는다고 다 나쁜 건 아니다.
좋을 때도 있다.
말에 감정을 푹 실어 무겁게 말하는데도 상대가 화를 내지 않는다.
분노를 담아 짜증스럽게 하는 말을 듣고도 가볍게 넘긴다.
좋은 사람이어서 그러기도 하지만, 말을 가볍게 듣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짜증 내며 말하는데도 화내지 않고 받아주면
“저 사람 괜찮다. 내가 짜증 내는데도 웃다니!” 하게 된다.
말을 무겁게 하는 사람은 말의 무게를 더 감당해야 한다.
자신이 지운 무게다.
상대가 모르는 짐을 지고, 혼자 세상 짐 다 진 것처럼 생각한다.
외롭다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말을 가볍게 하는 사람은 고민 없이 편하게 산다.
그러나 가볍기 때문에 때에 알맞은 말을 하기 어렵다.
사람은 고민이 생길 때 가벼운 사람을 찾지는 않는다.
가볍게 말하는 사람은 가벼운 관계가 한계이고,
무겁게 말하는 사람은 무거운 관계를 누리지 못해서 고민이다.
나는 문장을 사랑한다.
무게를 담은 문장을 좋아한다.
무겁게 말하는 사람이었다.
지금도 무게를 담아 말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가볍게 하는 말이 많아졌다.
경우에 알맞은 말이 은쟁반에 담은 금사과 같다고 성경에 쓰였다.
말의 무게가 때론 가볍고, 때론 무거워야 한다.
둘을 잘 구별하면 좋겠다.
- 다윗 왕이 아들 문제를 방치하다가 고통을 당하는 모습을 묵상하며 쓴 글이다.
며칠 전에 후배가 글쓰기 어떻게 가르치면 되냐고 물었다.
친한 후배여서 편안하게 농담처럼 대답했다.
아이 눈을 바라보며
“얘야, 난 들을 준비가 됐어. 넌 말하고 싶니?
말하고 싶을 때 말해. 난 기다릴 거야! 알았지?”
하면 된다고 말해주었다.
“굳이 비법을 찾는다면 기대하며 기다리는 거야!” 해주었다.
"이렇게 말하면 답답하지?" 했더니 후배가 웃었다.
나를 만나러 책뜰안애에 온 어떤 분이 어제 똑같이 물었다.
“선생님은 글쓰기 어떻게 가르치세요?
선생님은 아이들 마음에 감춰진 이야기를 쓰게 하잖아요. ~ ”
그분 눈을 바라보며 똑같이 대답했다.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고, 아이 눈을 바라보며
얘야, 난 들을 준비가 됐어. 말하고 싶을 때 말해.
내가 들어줄게.” 하면 된다고 알려주었다.
“선생님은 아이 얘기할 때 표정이 달라지네요!” 했다.
내가 당신(처음 만난 여성분) 눈을 바라보며 말했기 때문인가?
아이와 글을 쓰는 내 마음을 전하려면 눈을 봐야 한다.
눈을 보면서 ‘제 마음이 느껴지나요?’ 해야 알려줄 수 있다.
책을 여러 권 썼다.
그러나 책으로는 내 마음을 제대로 알려주기 어렵다.
마음을 전하려 하다가 책 내용이 어렵고, 진지해졌다.
내 마음을 쉽게 전하는 방법이 없을까?
원격연수, 방송출연을 했어야 하나?
뭔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까?
올해 만난 6학년 아이들에게 글쓰기 방법을 두 가지 알려줬다.
첫째는 ‘자세하게 써라!’
“당연하게 쓴 문장을 설명하고, 설명한 문장을 또 설명해라.”
이것보다 더 자주 말한 방법은 ‘머리로 쓰지 마라!’
“눈으로 써라. 직접 ‘본 걸’ 써라.
머리에만 있는 건 네 것이 아니란다.”
아이들은 눈으로 글을 쓰는 게 뭔지 모른다.
쉽게 가르치는 방법을 많이 알면서도
난 여전히 애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고집한다.
나중에 알 거라고, 언젠가 깨달을 거라고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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