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개정교육과정을 검색하니 이렇게 설명한다.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 창조력 및 바른 인성을 갖추고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고 융합하여 가치를 만들어내는 창의 융합형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한다.>>
창의 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해 초등학교 수학, 사회, 과학 교과서를 국정에서 검정으로 바꾸었다.
국가에서 만든 교과서가 아니라 학교에서 선택한 교과서로 배운다.
2021년과 2022년에 나도 교과서를 선택하기 위해 회의를 했다. 수학, 사회, 과학 모두 다른 출판사를 선택했다.
교과서를 선택할 때 선생님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다른 학교에서는 대부분 아이스크림 출판사를 선택할 거예요!”
역시나!!
아이스크림 사이트 메인 화면에 자기들 책이 전국에서 1위라는 홍보가 한동안 나왔다.
또한 전국 93% 교사가 아이스크림으로 수업한다고 소개했다.
아이스크림은 초등학교 교사들이 쉽게 수업하도록 돕는 사이트다.
사이트 개설 첫해부터 초등 교사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유료로 전환한 뒤에도 전국 초등교사 97%가 아이스크림 사이트로 수업했다.
도입부터 평가까지 수업자료와 동영상을 제공했다. 수업을 준비하지 않아도 사이트만 열면 수업이 가능했다.
내가 속한 행복한수업만들기 초등 모임에서 한때 <클릭 수업 NO> 캠페인을 했다.
너도나도 아이스크림 사이트로 수업하기 때문에 그러지 말자고 외쳤다.
우린 마을 수업, 독서 수업, 글쓰기 수업, 가치 수업 등 통합수업을 만들었다.
그때로부터 15년이 흘렀다.
이젠 전국 초등학교 교사 93%가 아이스크림 사이트로 수업한다.
교과서도 아이스크림 출판사 책이다. 수학 1위, 사회 1위, 과학 2위.
과학은 실험하고 실험관찰에 결과를 쓰기 때문에 인터넷 의존률이 낮다. 그래서 다른 출판사 책을 골랐을 것이다.
내가 살펴본 아이스크림 출판사 책은 교과서만으로는 많이 부족했다.
그러나 아이스크림 출판사 책을 선정해야 아이스크림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으니
아이스크림 출판사 책을 선정했겠지.
아이스크림 사이트에 검정 교과서로 바뀌는 까닭을 이렇게 썼다.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을 하기 위해서>
전국 93% 학생이 똑같은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똑같은 동영상을 보고, 똑같은 화면으로 공부한다.
사진, 그림, 글씨체, 동영상 모두 똑같은 걸 보게 하면서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을 한다고 설명하다니~”
아이스크림 회사는 교육계의 공룡이다. 수업뿐만 아니라 연수, 교구, 색종이 하나까지 모두 판다.
이 사이트가 커질수록 아이들은 똑같은 과정으로 배울 확률이 커진다.
그런데도 편하기 때문에 93%가 아이스크림 사이트를 이용한다.
난 수업할 때 화면으로 보는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
아이들과 동그랗게 앉아 이야기하고 듣는다. 연극하고, 설명하고, 체험하고, 게임하고, 이야기한다.
아이들이 지금까지 겪지 않았던 방식, 앞으로도 만나기 힘든 방식으로 가르친다.
아이스크림 같은 사이트가 필요하다면 자기 수업을 하면서 가끔 도움을 받아야 한다.
평균으로 따지지 못하는 독특한 특징을 가진 아이들과, 아이를 바라보는 교육관과 삶의 여정이 다른 교사가
공부할 내용을 함께 이야기하고 나누며 설명하고 듣는 수업이라야 한다.
좋은 교과서를 놔두고 클릭을 위해 특정 출판사 책을 1등으로 만든다면
어떻게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자고 말할 수 있나?
오래전에 아이스크림 연수원에서 온라인 강의를 만들자는 제의를 받았다.
최근에는 아이스크림 연수원에서 꽤 인기 있는 강사가 온라인 강의를 해보라고 했다.
여기서 강의하면 책도 잘 팔린다고 했다.
내가 전하려는 내용을 누군가 들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에 잠깐 마음이 흔들렸다.
그래도 아이스크림 사이트에 내 강의를 올릴 수는 없다.
수능으로 획일화된 교육 체제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기에~
초등학교 아이들 93%에게 똑같은 걸 보여주며 획일화시키는 일에 참여하기 싫어서다.
내일도 아이들이 학교에 간다.
선생님이 클릭하는 화면을 보며 공부하려고.
선생님들이 자기 수업을 하면 좋겠다
내 수업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