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로 살면서 가장 아픈(거친, 막무가내인) 아이들을 만났다.
날마다 싸우고, 욕하고, 폭발했다.
친구와 싸우고, 선생님께 욕하고 덤비고
5학년부터 아래 학년으로 내려가면서 싸우더니
4학년, 3학년 때리고, 1~2학년에게 욕을 해댔다.
폭발 소년 붙들고 울기를 몇 번,
폭발 소녀 붙들고 울기를 몇 번,
아이들과 같이 울기를 몇 번~
아이들에게 필요한 게 호통이 아니라 사랑이라 생각했기에
한 번도 소리치지 않았다.
사건 일으킬 때마다 상담했다. 주로 들어주었다.
감정의 쓰레기통 역할을 하면서
‘내가 왜 이 짓을 할까? 언제까지 해야 할까?’ 생각했고
더는 견디지 못하겠다 싶을 때 방학이 다가왔다.
(페북에서 몇몇 선생님 보면서 정~~~~말 부러웠다.
행복하다는 소식이 아니라 자신만만한 태도가~)
6월, 죽을 것처럼 힘들 때 학교폭력 사안이 접수되었다.
할머니가 폭력 소년을 학교폭력 가해자로 신고했다.
‘안 듣는 할머니’, ‘자기 말만 하는 할머니’라고 소문나서
3월에 가정방문을 갔었다.
이분이 마트를 하는데,
미성년자에게 담배 팔았다는 신고를 받고 찾아간 공무원들을 욕하며
막무가내로 버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내가 찾아가서인지, 아이가 선생님 좋다고 말해서인지
학교폭력 신고해놓고는 ‘손자 잘못은 없는지’ 물어보셨다.
저녁 늦도록 길~게, 길~게 통화한 다음날 학교에 찾아오셨다.
당신 아들이 학교폭력 때문에 인생이 꼬인 이야기를 하며 우셨다.
“손자만은 그렇게 당하게 하지 않게 하겠다.” 하셨는데
한참 말씀하시고는 내 말을 듣고 학교폭력 신고를 철회하셨다.
2학기가 되고 아이들이 조금씩 순해졌다.
지금은 많이 순해져서 나랑 농담 따먹기하며 논다.
2학기에 일어난 싸움은 딱 두 건~ 그나마 말로 잠깐~
11월 초에 문집을 나눠줬는데 며칠 뒤에 문자가 왔다.
할머니가 문집을 읽으셨나 보다.
이후에도 내게 전화할 때마다 ‘감사합니다.’ 하며 인사한다.
‘참지 말고 휘어잡았어야 하나?’ 수없이 생각했는데
‘참기 잘했다. 잘 보듬어주었다.’ 로 바뀌었다.
가스폭발사고 당한 아이들 만났을 때만큼 기억에 남은 한 해다.
이렇게 올해가 지나간다.

12월 31일, 할머니가 전화로 고맙다고 인사했다.
이 맛에 선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