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을 읽기 전에 아는 동생이 쓴 소개글

 곁에.서.를 시켜 놓고, 아직 읽기 전에
(읽기 전이니 독후감이 아니라 독전감이라 해야 하나, 그래도 추천사라 해야 하나.)
  나는 이 책의 '곁에'와 '서' 사이의 온점’.’의 의미를 감히 추측할 수 있다.
나는 지난 2013년 즈음부터 곤혹스런 면역 이상을 앓아 왔다. 고통스러운 그 기간 동안 많은 이들과의 관계가 질병때문에, 질병에서 오는 내 무능력 때문에 끊어졌고, 그 중 몇몇은 먼저 내쪽에서 정리했다. 고통의 기간 동안 사람들에게는 의외로 고통스러워하는 이 "곁에" 그저 함께 "서" 있으며, 함께 아파해줄 능력이 없다는 것을, 그리고 그러한 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나에게는 날카로운 상처로 남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사람은 고통스러워 하는 이 앞에서조차 무의식적으로 능력 있어 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어떤 이의 경험, 또는 많은 이들의 정제된 경험이라 하더라도 한 개별적인 고통 앞에서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럴 때 많은 이들이 하게 되는 흔한 실수는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유사한 해결책을 고통에 처한 개인에게 강요하는 것이다. 이건 이렇게 하면 돼. 이럴 때일 수록 힘을 내야지 임마, 죽을 정도는 아니잖아- 같은. 그러나 그렇게 내 해결과 너의 해결, 내 서사와 너의 서사가 같을 것이라는 지극히 단순한 사고 속에서 고통에 처한 이는 또다시 괴로울 수밖에 없다. 그 단순한 일반화가, 조언이, 또 과장된 마음표현이 받는 이에게는 또다른 폭력, 고통이 되고 마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의 저자 권일한(형님)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내가 그에 대해 아는 지극히 작은 조각은 그 힘든 시간 동안 내 곁에. 그저. 서 있어 준, 내 문제 앞에서 자신의 무능력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준 몇 안 되는 사람이라는 것과, 진실에 관해서 강박에 가까운 무엇이 있다는 것 정도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면 때문에 나는 내 삶에서 가장 힘겨운 기간 동안 그에게 언제나 전화할 수 있었고, 좀 나아진 때에는 찾아가 밥까지 청할 수 있었다. 나에게는 이 두가지만으로 충분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가 또 다른 책. 곁에.서.를 낸다고 했을 때, 그것이 화재사고로 아파했던 아이들의 이야기임을 듣고서 망설임 없이 책을 주문했다. 그는 그저 고통스러워 하는 이의 곁에. 서. 있어 줄 수 있는 사람이고, 생각하는 척, 사랑하는 척 페이지를 낭비할 사람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적어도 글로 아픈 이들에게 또다른 폭력-헛된 조언이나 부푼 거짓 마음-을 전할 이가 아니었기에 나는 안심하고 오랫동안 아파하는 이의 곁에서 함께 서 있었던 그의 이야기를, 깊게 듣고 싶어졌다. 아직 읽지 않았지만 분명 그는 그들 곁에, 그저 서 있었을 것이다. 그 기간 동안 그가 ‘아팠다’고 썼다면 나는 그가 정말 아팠구나 믿을 수 있다. 그의 마음은 글 속에서 그렇게 투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아이들의, 사람들의 마음이 열릴 때까지 그저 서 있어야 했던, 열리고 나서도 그저 자신의 마음을 문지르며 얼얼히 서 있어야 했던 그의 무기력한 마음을, 그러면서도 함께 할 수 있는 용기를 나는 읽고 느끼고 배우고자 한다. 오랫동안 고통으로 아파했지만 나는 아직도 그저 어떤 다른 고통스러운 이들의 곁에. 그저 서. 있는 그 마음을, 시선을 배우지 못했다. 책으로 그런 마음의 길을 함께 하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은, 가까운 일상에서 저자 권일한(형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는 나에게는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아프고 힘겨운 시간을 보낸 이에게, 또는 아프고 힘겨운 이와 함께 있어야 하는 이에게 이 책을 감히 추천드린다. 채 읽기도 전에, 분명 우리 깊은 마음과 함께 해 줄 책이므로

 

2. 출판사 대표님이 쓴 글

2012년 강원도 삼척 도계읍에 있는 산골 작은 교회에서 가스 폭발 사고가 났습니다.
탄광촌 지역의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교회에서 무료로 공부방을 열었다가 가스 누출로 인한 사고를 당한 것입니다.
이 사고로 목사님 부인이 죽고 9명의 아이가 화상을 입었습니다.
그중 5명은 인근에 소재한 소달초등학교 학생들이었습니다.
전교생이 총 14명인 학교에서 다섯 명이 사고를 당한 것이었습니다.
학교는 초상집 분위기로 돌변했습니다.
인근의 주민들은 자식을 소달초등학교에 보내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소달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겠다는 교사도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로지 '예수님의 마음'으로 소달초등학교에 가서 사고를 당한 아이들이 모두 무사히 졸업할 때까지 그들의 '곁에' '서서' 친구가 되어 준 선생님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불쌍한 아이들을 위해 '예수님의 사랑'을 갖고 갔는데, 막상 그곳에서 맞닥뜨린 현실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소달초등학교에서 만난 아이들은 화재 사고 외에도, 여러 종류의 아픔이 있었습니다.
대부분 홀부모와 살고 있었고, 흔히 탄광촌을 가리켜 '막장 인생'이라고 부르듯, 경제적으로 어려워 그곳까지 흘러들어온 집이 많았습니다.
이런 아이들과 하루 종일 친구처럼, 동네 형 혹은 오빠처럼, 부모처럼 붙어 살면서, 그들에게 '곁'을 내어주고, 그들의 '마음'을 얻기까지 적잖은 대가를 지불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상처 입은 아이들이 다른 상처 입은 아이를 위로하는 법을 함께 배웠고, 무사히 고등학교까지 졸업했습니다.
권일한 선생님과 이 책을 쓰기로 처음 약속한 것은 10년 전인 2014년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때, 권 선생님과 소달초등학교에서 만났던 아이들 이야기를 쓰되, 그러나 그 아이들이 모두 성인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 이야기를 풀어보자고, 약속을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두 사람 다 10년 전 약속을 지켰습니다.
 
 
 
 
 

곁에.서.

『책벌레 선생님의 행복한 책 이야기』, 『선생님의 숨바꼭질』 등 아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는 글쓰기와 책 읽기로 많은 사랑을 받은 권일한 선생님이 새로운 책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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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서 | 권일한 - 교보문고

곁에서 | 『책벌레 선생님의 행복한 책 이야기』, 『선생님의 숨바꼭질』 등 아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는 글쓰기와 책 읽기로 많은 사랑을 받은 권일한 선생님이 새로운 책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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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서. - YES24

『책벌레 선생님의 행복한 책 이야기』, 『선생님의 숨바꼭질』 등 아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는 글쓰기와 책 읽기로 많은 사랑을 받은 권일한 선생님이 새로운 책으로 돌아왔다. 저자는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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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 살다>> 북토크를 했어요.

북토크만 100회 이상 하신 옥명호 대표(잉클링즈 출판사)님이 질문을 보내주셨어요.
두 번째 질문과 제 대답입니다.

 

1. 별명이 ‘책벌레’시고 이 별명을 좋아하시는데요. 일반적인 책읽기와 성경 읽기는 어떤 면에서 유사점과 차이점이 있을까요?
  작년에 《소설 읽는 신자에게 생기는 일》이라는 책이 기독출판계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반지의 제왕이나 나니아 연대기에는 마법사나 마녀, 마법의 세계가 등장하니까 기독교인은 읽지 말아야 하지 않나” 하는 분위기도 있거든요. 문학서나 인문교양서 읽기와 성경 읽기가 서로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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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는 신자에게 생기는 일』은 읽어봤습니다. 새롭고 날카로운 분석이 좋았고, 책을 덕목(기본 덕목 4권, 신학적 덕목 3권, 천국의 덕목 5권)이라는 기준으로 소개해서 새로웠습니다. 홍종락 님이 번역하셨죠.

홍종락 번역가가 올해 『악마의 눈이 보여주는 것』을 출간했습니다. 문학책 24권을 소개했습니다. 『악마의 눈이 보여주는 것』에도 나니아 연대기를 소개하지요. 마법사와 마녀, 마법의 세계가 나오니까 나니아 연대기를 읽지 말아야 할까요?

『리어왕』은 질투, 배반, 욕망을 다룹니다. 리어왕과 세 딸 모두 비참하게 죽습니다. 오셀로는 자살하지요. 마법의 세계가 등장하는 걸 기독교인이 읽지 말아야 한다면 『리어왕』과 『오셀로』는 읽지 말아야 합니다. 『햄릿』에는 귀신이 나오니까 안 됩니다. 『죄와 벌』은 살인이 나오고, 루이스가 쓴 『우리가 얼굴을 찾을 때까지』는 그리스 신화로 썼으니 안 됩니다.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는 두목 악마가 졸개 악마에게 쓴 편지니 역시 읽으면 안 됩니다. 『햄릿』을 제외한 책 모두 『악마의 눈이 보여주는 것』에 소개되었습니다. 아, 『악마의 눈이 보여주는 것』이라는 제목 자체가 ‘삐~’ 검열 대상이네요. 악마가 나오잖아요.

 

더 설명하지 않아도 제가 무얼 말씀드리려는지 아시죠? 필립 얀시가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라는 책에서 오염되지 않은 마지막 낱말을 ‘은혜’라고 했습니다. 미국에서는 하나님과 예수님 이름조차 감탄사로 쓰이다 못해 욕으로 쓰일 지경입니다. 어떤 낱말이 쓰였느냐로 판정하면 글쎄요, 읽을 만한 책을 고를 수 있을까요?

물론 나쁜 책이 있습니다. 읽지 말아야 할 책이 있습니다. 그런 책을 특정 낱말이 쓰였는지 여부로 판단하는 건 순진한 생각입니다. 문학서나 인문 교양서는 생각의 폭을 넓게 해줍니다. 저는 문학책을 좋아합니다. 문학책은 인물 사이의 관계를 다룹니다. 어떤 인물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성격과 배경을 가졌기 때문에, 어떻게 행동하는지 보여줍니다.

『소설 읽는 신자에게 생기는 일』에 『위대한 개츠비』가 나옵니다. 1차 대전이 끝나고 유럽이 전쟁의 폐허에서 일어나려고 허덕일 때 미국은 초유의 호황을 누렸습니다. 졸부들이 탄생했죠. 개츠비도 그 중 하나입니다. 몇 년 뒤에 대공황이 찾아올 줄 모르고 흥청망청댔습니다. 1938년에 나온 『분노의 포도』는 졸부의 시대가 끝나고 대공황이 가정을 무너뜨리는 이야기입니다.  출애굽기를 모티브로 합니다. 가난한 소작농들이 66번 도로를 타고 가면서 절망하고 또 절망하는 이야기입니다. 분노의 포도가 무르익어 터질 지경이죠.

문학책은 당시 배경을 알아야 제대로 읽습니다. 배경을 모르고 『위대한 개츠비』를 읽으면 개츠비 같은 남자의 사랑을 받고 싶다고 읽을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 읽어도 됩니다. 다만, 저자의 의도와 상관없는 읽기죠. 마음에 드는 한 부분만 골라서 기억하고 받아들이는 건 성경을 읽을 때도 많이 실수하는 오류입니다. 시작은 미약하나 나중은 창대하리라는 한 구절만 기억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너희는 여호와의 책에서 찾아 읽어보라 이것들 가운데서 빠진 것이 하나도 없고 제 짝이 없는 것이 없으리니 이는 여호와의 입이 이를 명령하셨고 그의 영이 이것들을 모으셨음이라(사 34:16)” 동물이 모두 짝이 있다는 내용을 말씀 짝 찾기로 읽는 겁니다. 신천지에서 사용하는 방식이에요.

 

문학과 성경 모두 배경 이해가 중요합니다. 바울이 로마 교회에 쓴 편지를 뵈뵈가 가지고 갑니다. 뵈뵈는 여러 사람과 바울의 보호자(홈 16:2)가 되었다고 합니다. 보호자는 헬라어로 파트로네스입니다. 파트로네스(후원자, 보호자)와 클리엔테스(고객, 피보호자)는 로마의 문화였지요. 이를 이해하면 뵈뵈가 부유한 귀족이었음을 압니다. 로마에서 편지를 들고 교회를 찾아다니기에 적합한 사람이지요.

바울이 드로아에서 강론하다가 유두고가 떨어져 죽습니다. 로마의 주택은 도무스와 인슐라로 나뉩니다. 바울이 강론한 곳은 인슐라입니다. 주상복합주택 같은 곳입니다. 윗다락은 다락으로 2층이어서 유두고는 3층에서 떨어진 겁니다. 『로마인 이야기』나 『마스터즈 어브 로마』 시리즈를 알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배경, 맥락뿐만이 아닙니다. 성경은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다룹니다. 이를 사람 사이의 관계로 보여줍니다. 관계가 왜 깨질까요? 인간이 교만하고 이기적으로 행동합니다. 하나님의 겸손과 오래 참으심을 이용합니다. 『오만과 편견』이라는 책이 있지요. 오만은 다른 사람이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편견은 자신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우리 모습이지요. 오만과 편견을 읽으면서 말씀을 묵상하는 것과 같은 마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성경을 읽으면 하나님 마음을 더 느낄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너무 성경만 보면 편협하고 꽉 막힌, 종교에 심취한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바리새인처럼 말이죠. 그들은 사람 마음을 읽는 능력이 없어서 문자만 강요했습니다. 책읽기와 성경 읽기는 돌비에 새겨진 규정을 읽는 게 아닙니다. 둘 다 이야기를 읽고 마음을 읽는 겁니다. 문학은 이야기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성경은 사람들 이야기를 통해 하나님의 마음을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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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모르는 분이에요.

검색하다가 우연히 알았어요.

<책벌레 선생님의 행복한 글쓰기> 후기를 써주셨어요.

복붙은 예의가 없다고 생각해요. 링크를 찾아가보세요.

책벌레 선생님의 행복한 글쓰기 (brunch.co.kr)

 <아빠 냄새 책 냄새>라는 제목으로 글을 씁니다.
1부 10장을 다 썼고, 2부를 쓰고 있어요. 
그 중 4장을 나눕니다.

4. 문해력

공부를 잘하려면 문해력이 좋아야 한다고 해요. 문해력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입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글을 이해해야 하죠. 수학도 글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은 다음 계산해야 합니다. 문해력이 부족하면 좋은 성적을 받기 어려워요. 어떻게 하면 문해력이 높아질까요?

체계적으로 노력하기

첫째, 읽은 낱말과 문장, 글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낱말을 알고(어휘력) 문장 뜻을 알면 글을 이해하겠죠. 원어민 영어 교사는 학생을 만나기 전에 한글 자음과 모음을 연결해서 글자를 이루는 원리를 배워요. 영어 파닉스 하듯 한글을 읽습니다. 하지만 읽고도 무슨 뜻인지 몰라요. 읽는 낱말의 뜻을 알려면 공부해야 해요. apple-사과. eat-먹다. heart-마음…… 우리는 자연스럽게 사과, 먹다, 마음이 무엇인지 배워요. 살면서 저절로 낱말을 익히죠.

낱말을 이해하면 낱말을 연결해서 문장을 만듭니다. 그러나 외국인은 저절로 익히지 못하기 때문에 외워요. 우리가 영어를 공부하는 방식이지요. 사과를 먹는다. - I eat apple. 과자를 먹는다. - I eat cookie. 이렇게 해도 장애물을 만납니다. 마음먹는다는 무슨 뜻일까요? I eat heart 로는 해석이 안 됩니다. 외국인이 마음먹는다는 말을 이해할까요? 열심히 외워도 모르는 문장이 많아요. 우리 말이 아니니까요. 그러면 숙어를 외워요. 구문과 문장을 열심히 외웁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죠.

문장을 이해한다고 글을 이해하는 건 아니에요. 글의 흐름을 모르면 글을 이해하기 어렵죠. 문해력은 암기력이 아니에요. 낱말을 알아도 문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마음먹는다같은 문장이 많거든요. 더구나 수능 시험에 나오는 글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문장도 어렵고 글의 흐름은 더 어려워요.

반면, 낱말을 몰라도 문장을 이해할 수 있어요. 모르는 문장이 있어도 글의 맥락을 이해하죠. 첫째가 고등학교 첫 모의고사 끝나고 영어 시험이 어렵다고 했어요. 학교에서 배우는 단어 외엔 외우지 않았거든요. 시험지에 모르는 낱말을 표시했는데 시험지가 화려했어요. 다만 낱말을 모르는데도 글이 무얼 말하는지 알았대요. 친구는 낱말을 대부분 알고 문장을 해석하고도 글이 무얼 말하는지 몰랐다고 해요. 문해력이 낱말-문장-글을 단계적으로 이해하는 체계 안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증거지요.

학원과 학교에서는 낱말-문장-글을 단계적으로 이해하는 방식으로 가르쳐요. 이렇게 하면 체계를 세우기 쉽거든요. 체계를 세우면 상중하로 나누거나 1단계, 2단계……로 가르침을 세분화할 수 있어요. 2단계 3차시를 모르면 2단계 2차시부터 다시 하면 됩니다. 가르치는 사람에게 편리한 방식이에요. 하지만 이 방식으로 이해하려면 공부할 분량이 많아집니다. 3단계 수준에 오르려면 1단계와 2단계를 모두 알아야 하지요.

이렇게 하면 에너지 소모가 큽니다, 효율적이지 않아요. 문해력을 기르기 위해 문제집을 풀고 학원에 가는 방식이 아이들을 힘들게 합니다. 공부할 분량이 너무 많거든요. 그런데도 계속 이렇게 하는 건 비교하기 편해서예요.|
우리 아인 3단계인데, 옆집 누군 벌써 5단계야!”
수준이군요. B반에서 시작하면 되겠어요!”
  이런 방식은 위치 추적은 되지만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과 같아요. 어느 수준인지, 아이보다 잘하는 아이가 몇 명인지 알지만 그 단계에서 벗어나려면 엄청나게 노력해야 해요. 초등학생은 따라갈 가능성이라도 있지만, 고등학생은 공부 분량이 많아서 단계를 뛰어넘기 어려워요.

둘째, 배경지식이 많으면 문해력이 좋아집니다.

아이가 어떤 일을 하기에 앞서 걱정할 때 부모님이 다 마음먹기에 달렸어!”라고 하면 마음먹는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거예요. 이게 배경지식이에요. 비슷한 맥락에서 다 일체유심조야!’ 해도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뜻인지 알아듣지요. 배경지식이 있으면 글을 잘 이해합니다. 그래서 책을 읽으라고 해요. 책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다양한 지식과 정보, 이야기, 낱말을 만납니다. 문장을 이해하는 수준이 높아지죠.

아인슈타인 관련 지문을 읽고 문제를 풀이한다고 해봐요. 아인슈타인을 알면 내용을 이해하기 쉬워요. 물론 아인슈타인을 몰라도 글을 읽으면 아인슈타인이 과학자이며 남다른 주장을 했다는 사실을 압니다. 그래도 배경지식이 많으면 내용을 빨리 이해해요. 앞에서 선행학습을 시키지 않고 관련 책을 읽게 했다고 썼어요. 책으로 먼저 접한 뒤에 배우면 쉽게 이해해요. 그러나 배경지식이 문해력의 전부는 아니에요. 배경지식이 부족해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어요.

제 자녀는 고등학생이 되기 전까지 낱말과 문장을 외우지 않았어요. 책을 읽었기 때문에 우리 낱말과 문장은 잘 이해했지만, 영어는 모르는 낱말이 너무 많았어요. 고등학교 3년 동안 어느 정도는 극복했지만, 학원 다니는 아이들과는 비교가 안 됩니다. 도시 아이들은 학원에서 정말 많이 공부해요. 교과서 외 지문도 많이 배우죠. 문제집 풀이와 학원 공부로 배경지식을 채웁니다. 그래서 잠을 줄여가며 공부해요.

제 아이는 고등학교 수업 끝난 뒤에 평균 2~3시간 공부했어요. 학교에서 야간자율학습으로 1시간 30분 공부하고, 집에 와서 1시간쯤 더 공부했죠. 8시간은 잤어요. 국어, 영어 문제집을 풀지 않았어요. 교과서 외 지문을 다룬 문제집이나 수능 대비용 책도 읽지 않았어요. 독서량이 많지만, 수능이나 모의고사에서 다루는 내용의 1/3도 읽지 않았을 거예요. 특히 근현대 소설은 거의 읽지 않았어요. 근현대 소설이 지문으로 나오면 어렵다고 했어요. 그런데도 고등학교 3년 동안 국어와 영어는 대부분 1등급이었어요.

셋째, 문해력은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입니다.

글은 흐름이 있어요. 똑같은 속도와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아요. 느리게 가다가 빨라지고, 곧게 흐르다가 굽이칩니다. 배경이 되는 문장들이 이어지다가 핵심으로 치달아요. 요약이 문해력 향상에 좋다고 하죠. 글의 흐름에서 중요하지 않은 부분을 빼고 핵심을 골라내는 게 요약이에요. 글의 흐름(맥락)을 이해하면 요약을 잘합니다. 맥락을 이해하면 낱말과 문장을 몰라도 글을 이해하지요.

지난번에 근무한 학교에서 학부모-자녀 독서토론반을 운영했어요. 한 학기에 열 번, 두 시간씩 부모와 자녀가 책을 읽고 함께 토론했어요. 부모가 자녀를 가르치는 처지가 아니라 자녀와 똑같이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책을 읽어도 엄마가 모르는 내용이 있어요. 그런 걸 물을 때마다 엄마가 긴장하는 모습이 보였어요. 지나치게 엄마를 배려하면 토론이 자연스럽게 흘러가지 않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태도로 계속 물었죠.

어느 순간 엄마가 모르는 내용이 나왔어요. 엄마가 답을 몰라 머뭇거리다가 당황해서 곁에 앉은 딸에게 물었어요.
 “넌 알고 있지?”
우리는 딸에게 답을 아느냐고 묻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딸이 예상과 다르게 대답했어요.
 ", 머리에 지우개가 있다는 거요!”
딸은 넌 알고 있지?” 하는 말이 엄마가 왜 대답을 못 하는지 알고 있지?” 라는 뜻인 줄 알아챘어요. 엄마가 무언가 잘 기억나지 않을 때 집에서 지우개 얘기를 했나 봐요. 이 말을 듣고 5학년 남자아이가 왜 엄마 머리에 지우개가 있냐고 물었어요. 아이들이 물어볼 때 저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을 때가 많아요. 스스로 깨닫게 하려고 또 묻죠.
"아가씨, 자녀를 낳지 않은 여성, 아이를 셋 키우는 엄마 중에 누구 머리에 지우개가 있을 확률이 높을까?“
아이 셋 키우는 엄마요.“
왜냐고 물었더니 대답은 하지 않고
,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라고 해요. 그 말을 듣자마자 딸이 엄마에게 말해요.
"엄마, 고마워요!"

이 사례엔 여러 가지 맥락이 있어요. 우선 엄마와 자녀가 가정에서 나눈 대화가 맥락이에요. 가족만이 아는 맥락이에요. “넌 알고 있지?”란 말을 우리는 넌 어떤 내용인지 답을 알지?” 로 이해했는데 딸은 내가 왜 대답을 못 하는지 알지?” 라고 들었어요. 엄마랑 이야기를 자주 했기 때문에 맥락을 읽어냈지요. 이건 배경지식이기도 해요.

머리에 지우개가 있다는 말을 듣고 엄마가 한 말을 이해하는 것도 맥락이에요. 제가 5학년 아이보다 문해력이 뛰어나지요. 그래서 지우개라는 말을 듣고 엄마와 딸의 대화를 이해했어요. 그래서 세 가지 예시를 주고 누구 머리에 지우개가 있을 확률이 높은지 물었어요. 5학년 아이는 무슨 말인지 몰랐어요. 제 질문을 듣고서 무슨 뜻인지 이해했어요. 질문 하나만 듣고 알아챘으니 5학년 아이도 문해력이 좋은 편이에요..

엄마와 딸의 대화를 이해하지 못해서 5학년 아이가 질문했고, 질문에 대답하려고 제가 다시 물었습니다. 질문을 들은 5학년 아이가 무슨 말인지 이해하는 과정에서 딸이 엄마에게 왜 지우개가 생겼는지 이해했어요. 그래서 엄마, 고마워요!”라고 사랑 고백을 했습니다. 잠깐 나눈 이야기에 여러 가지 맥락이 들어있어요.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이 문해력이에요.

자연스럽게 저절로

주말 독서토론반에서 중 2부터 고 2까지 열 명과 염상섭의 <만세전>을 토론했어요. 학생들과 함께 읽으면서 염상섭의 글 솜씨에 감탄했어요. 염상섭은 식민지가 되어버린 나라에서 나라 잃은 사람들이 당하는 무기력한 모습을 곳곳에 펼쳐놓았어요. 감당하지 못하는 현실(일본 강점기)에서 주인공은 아무것도 못 해요. 맞서지도 못하고 동조할 수도 없어서 솟구치는 감정을 교묘하게 덮어버려요.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해 자기합리화하는 모습이 우리 일상에도 자리한다는 걸 이야기했어요.

주말 독서반에서는 책 한 권을 10시간씩 토론했어요. 나만의 주제를 정해 글을 쓸 때까지 토론해요. 토론을 마칠 때 고 2 여학생이 학교에서는 이렇게 배우지 않는다고 푸념해요. 선생님이 문장을 읽고 뜻을 말하면 받아쓰고 외우고 그런대요. 정말 싫다고 화를 냈어요. 우리는 <만세전>을 읽고 실컷 이야기했어요. 3 남학생이 주인공을 까뮈의 <이방인>과 견주어서 까뮈 이야기도 했지요.

2 여학생이 학교에서 배우는 방식과 토론을 비교한 말이 마음에 남아서 시험 삼아 <만세전> 입시 문제를 나눠줬어요. 중학생까지 거의 다 맞췄어요. 토론하면서 글의 흐름을 이해하고 주인공의 상황에 자신을 적용했기 때문이에요. 읽지 않은 작품을 만나도 <만세전>을 읽고 토론하며 이해한 것처럼 분석해서 이해할 거예요. 이렇게 하면 즐겁고, 시험 문제도 잘 맞혀요. 그런데 왜 계속 설명을 불러주고 외우게만 할까요!

낱말-문장을 알아야 하고, 배경지식이 많으면 문해력이 좋아진다고 했어요. 다만 시간과 노력이 정말 많이 필요하지요. 낱말, 배경지식, 맥락 이해를 쉽게 하는 방법이 있어요. 대화와 토론이에요. 자녀와 대화가 참 중요해요. 아이는 본능으로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요. 그래서 끝없이 말하죠. ‘이건 뭐예요? 왜 그래요? 이렇게 했어요. 저렇게 해봐요.’ 하며 문해력을 기르려 하는데 부모가 귀찮다고 혼자 놀라고 해요. 아이가 공부 잘하게 도와주세요하며 대화하자 하는데 부모는 난 네가 공부 잘하는 게 싫어. 그러니 혼자 놀아!’ 하는 거예요.

우리 시대는 부모에게 부담을 많이 지워요. 회사에서 일하고 돌아오면 아이들이 대화를 요구해요. 예전에 아이들은 또래와 마을에서 놀았어요. 동네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많았어요. 지금은 부모가 해줘야 해요. 아이에게 친구가 되어주어야 하고, 형과 누나 역할도 해야 하고, 선생님이 되어 알려주어야 하고, 아빠와 엄마로 사랑해야 해요. 너무 힘들죠. 아이는 가족 외에 만나는 사람이 적은데 부모가 아이와 점점 대화가 줄어들어요.

아이들이 점점 말뜻을 몰라요. 몇 년 전 아이들이 다 알았던 낱말을 지금 아이들은 몰라요. 아이들이 집에서 대화하지 않고 뭔가 다른 걸 했나 봐요. <6. 우린 책으로 놀아요>에서 끝말 이어가기 놀이를 소개했어요. 이때 아이가 모르는 낱말을 넣어요. 대화할 때도 가끔 어려운 낱말을 넣어서 말해요. 아이가 낱말 뜻을 궁금해하면 곧바로 뜻을 말하지 않아요. 유추해서 낱말 뜻을 알 때까지 예를 계속 말해요. 아이는 공부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빠와 이야기하며 논다고 생각하죠.

책으로도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아이가 학교에서 겪은 일을 말하면 책 내용을 연결했어요. 다툼을 말하면 책에 나온 다툼, 역사에서 일어난 전쟁, 인간의 자존심을 함께 이야기하는 거예요. 그럼 아이가 넓게 생각합니다. 대화는 일상에서 계속 배우게 해요. 자녀가 자라면 대화가 줄어듭니다. 부모에게 곁을 내주지 않으려 하지요. 이때는 독서토론이 좋아요. 갑자기 독서 토론하자고 하면 아이도 낯설겠지요. 책 이야기를 꾸준히 하다가 독서토론으로 이어져야 해요.

유아 때는 같은 책을 되풀이해서 읽어달라고 해요. 같은 내용을 계속 읽으며 아이가 마음에 그림을 점점 크게 그린다고 생각하세요. 초등학생은 여러 가지 종류의 책을 많이 읽는 게 좋아요. 지식을 확장하는 거예요. 다만 많이 읽는다고 많이 생각하는 건 아니에요. 사람은 자주 생각하고 고민하는 관점으로 책을 읽어요. 백 권을 읽으면 백 가지 시야를 갖는 게 아니라 한두 가지 관점으로 백 권을 읽어요. 아이는 시야가 좁기 때문에 백 권을 모두 한 가지 관점으로만 읽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토론이 필요해요. 사람마다 살아온 과정이 달라서 책을 다르게 읽어요. 배경지식이 달라서 서로 다르게 해석하는 거죠. 함께 토론하면 배경지식이 다른 사람의 해석을 들어요. 그러면 , 이렇게 읽는구나. 이렇게 보는구나!’ 를 직접 겪어요. 토론은 책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단점을 보완하는 기회를 줍니다. 토론할수록 문해력이 좋아지면서 생각이 넓어져요. 자녀가 혼자서는 생각하지 못한 다른 눈으로 책을 살피게 도와주세요.

책을 많이 읽은 아이도 늘 읽던 대로 봅니다. 저는 편견, 선택, 인간의 본성에 관심이 많아요. 어떤 책을 읽어도 편견, 선택, 인간의 본성이 보입니다. 아이도 자기만의 초점으로 책을 읽어요. 백 권을 똑같은 눈으로 읽으면 재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책을 잘 읽던 아이도 갑자기 책에서 손을 놓지요. 중학생이 되면 한 권을 깊이 읽어야 해요. 다양한 주제를 다룬 책을 한 권씩 요모조모로 뜯어서 읽어야 해요. 다양한 관점으로 책을 읽으면 문해력이 길러져요.

고등학교 국어 시험에는 교과서 외 지문이 많이 나와요. 문학 관련 내용만 나오는 것도 아니에요. 경제, 사회, 역사, 철학, 과학 관련 내용이 골고루 나오죠. 영어에도 낯선 지문이 계속 나와요. 더구나 학력 경쟁이 크기 때문에 수능 문제가 참 어렵습니다. 변별력을 갖추려고 일정 비율의 학생이 틀리도록 출제합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석 가운데 하나를 알아내야 하므로 틀리기 쉬워요. 한 사람의 생각만으로는 답을 찾기 어려워요.

문해력은 글을 이해하는 능력이에요. 글을 이해한다는 건 문장에 스며든 작가의 마음을 이해하는 거예요. 작가가 무엇 때문에 글을 썼는지, 무얼 말하려고 하는지 알면 책을 제대로 읽은 거예요. 저는 작가의 마음을 이해하고, 자신의 삶에 견주어 봅니다. 작가가 우리 사회에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따져요. 이렇게 하려면 다양하게 해석해야 해요. 여러 학생의 해석을 다 들어요. 이런 해석이 있고 저런 해석이 있으니 다양한 해석을 잘 기억하라고 하지 않아도 학생들이 해석하는 능력을 갖춥니다.

학교와 학원에서는 낯선 글을 보면 답을 찾기 어려우므로 수많은 글을 꾸역꾸역 읽으라고 시켜요. 이것보다는 낯선 글을 읽어도 이해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게 나아요. 대화와 토론은 자연스럽게 능력을 길러줍니다. 무엇보다 좋은 방법은 글쓰기예요. 책을 읽으면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담아 글을 써야 해요. 책 내용을 전혀 쓰지 않아도 돼요. 줄거리만 잔뜩 쓰는 독서감상문, 인터넷에서 찾은 내용을 편집하는 독서 논술이 아니라 에세이를 쓰는 거예요. 자기 생각만 쓴다면 에세이만큼 문해력에 도움이 되는 것도 없어요.

진짜 문해력은 자기 자신을 읽는 거예요.

<만세전>에서 주인공 인화는 일본에서 유학하다가 아내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들어요. 조선으로 가다 말고 유학생 친구 을라를 만나죠. 아내가 아프면 곧바로 떠나야 하는데 굳이 을라와 만나 하루를 지체해요. 이 만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토론하다가 second choice라는 말이 나왔어요. 인화는 아내에게 가는 것(First choice, Best choice)을 내팽개치고 을라를 만나요. 문득 학생들이 상처 때문에 second choice를 선택할 상황을 만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얘들아, 너희가 살아가면서 정말 중요한 선택을 할 때 상처 때문에 최선을 버리고 차선(second choice)을 선택할 때가 있어. 어떤 사람과 만나거나 그 사람에게 배우는 게 가장 좋지만,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특히 부모)과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피해버리기 쉬워. 상처 때문에 회피하다가 좋은 사람, 좋은 기회를 놓칠 거야. 상처 때문에 second choice 쪽으로 마음이 기울 때 , 내가 상처 때문에 가장 좋은 선택을 버리는구나!’ 하는 걸 알아야 해.' 라는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책을 읽는 건 등장인물을 이해하는 거예요. 작가가 지금 이 시대에 왜 이렇게 책을 썼는지 아는 거예요. 작가가 펼쳐놓은 내용을 통해 자신을 읽는 거예요. 이게 진짜 문해력입니다.

토론하는 방식으로 수업하면 좋겠다고 말했던 고 2 여학생이 이듬해 졸업하면서 편지를 줬어요.

“~제가 선생님께 배운 가장 소중한 것은 나를 마주하는 방법이었어요. 스스로를 인정한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더라구요. 내 미운 점까지 전부 나라는 걸 이제는 받아들일 수 있어요. 부모님을 보며 난 절대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 했던 모습도 결국에는 전부 나였어요. 처음에는 괴로웠는데 솔직해지고 비워내려 하니까 받아들여지더라구요. ~ ”

학생은 책을 이해하고, 작가의 마음을 이해하고, 자기 자신을 이해하게 되었어요. 부모님이 그렇게 행동하는 까닭도 이해했지요. 문장 사이에 숨겨진 마음, 문장 너머 자기 자신을 읽는 게 진짜 문해력이에요.

#자녀_독서_글쓰기_강의를_들으시려면

https://goodteacher.org/bbs/board.php?bo_table=2022academy_fall&wr_id=12

<1학기를 마치며> 글을 썼다.
아이들 모두 똑같이 쓴 말, 시간이 빨리 갔다.
지난해엔 시계추에 쇳덩어리가 달린 것처럼 느리게 가더니 올해엔 왜 이렇게 빨리 가는지~

1. 착한 장녀가 쓴 글

이상하게도 6학년이 되고 시간이 참 빠르게 흘러간다. 지금까지 중 가장 빠르게 흘러간다. 1학년부터 4학년까지 그냥 매일매일 학교 가기 싫었다. 그런데 전학 온 뒤로 내 성격이 좀 달라진 것 같다. 또 6학년 시작하고 난 뒤 성격이 5학년 때와 좀 더 바뀌었다. 난 더 활발해졌다. 아! **도 좀 바뀐 것 같다. 이상하게도 학교에 있으면 시간이 참 빨리빨리 간다. 그래서 싫다. 난 ‘학교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도 어느 정도 한다.
 
우리가 6학년이니 우리 학교 학생들 중 가장 위다. 그러니 더 좋다. 6학년이라서 싫은 점도 있다. 1년만 지나면 중학생이다. 그래서 싫다. 난 이래서 방학도 싫다. 방학이 오면 학교 못 오고 겨울방학 끝나면 중학생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방학이 싫다. 예전에는 방학이 좋았다. 학교 안 가도 되니까. 하지만 지금은 엄청~! 싫다. 학교 못 가니까.
 
우리 반의 좋은 점은 엄~ 청~ 많다. 우리 반은 다른 반과 달리 글을 쓴다. 그리고 곤충에다 병아리까지 키운다. 실과에서 밭과 관련된 내용이 많아 우리가 식물도 키운다. 완전 ‘꿈의 학교’다. 막 만화에서만 나오는 곳, 바로 여기! 우리 반! 그냥 쭉~~~ 학교에서 계속 지내고 싶다. 계속 6학년만 하고 싶다!!!!!
 
 
 
 
 

2. 나랑 정반대 성향의 여학생
1학기를 마쳐 간다. 정말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6학년이 어떻냐 하면 매우 좋았다.
자연 친화적이고 놀이를 많이 한다. 친구들이랑 잘 놀았던 것 같고 공부도 잘 이해됐던 것 같다.
싫었던 건 없고, 괴로웠던 건 학폭을 안 당해 모르겠고, 즐거웠던 건 ~
(제가 다 알려줘야 하나요? 상상해보세요.)

 

3. 착하고 소심한 남학생
6학년은 이상하게도 시간이 빨리 갔다. 곧 있으면 여름 방학이다. 6학년은 즐거웠다. 재미있게 공부하고 재미있게 노는 게 좋고, 6학년이 빨리 가는 게 아쉽다. 6학년은 괴롭고 안 좋은 줄 알았지만, 생각과 다르게 재미있는 곳이다.
우리 반은 글과 책 읽기를 많이 한다. 나는 책을 싫어했지만, 책이 조금이라도 좋아진 것 같다. ~

4. 시끄러운 긍정왕 남학생
6학년 좋았고, 싫지 않고, 괴롭지도 않았다. 즐거웠고요, 아쉽지 않았어요.
6학년은 즐거운 추억들을 만들어서 기분 좋았다. 다양한 활동을 많이 했다.
삼겹살 파티, 달빛 독서가 좋았다. 선생님은 착하고 성실했다. ~

5. 사랑이 고픈 아이는 글 뒤에 편지를 썼다.
~ “선생님, 이번 1학기도 잘 넘겼으니 2학기 때도 1학기보다 더 재미있게 놀아주세요. 그리고 추억을 더 많이 새겼으면 합니다. 방학 동안 선생님을 보고 싶을 거예요. 방학은 좀 더 길어졌지만 2학기에도 하루하루를 알차게 보내봐요. 다음엔 더욱더 많은 경험을 쌓아봐요. 많이 죄송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콘텐츠들을 제공해주셔서 감사해요. ~

6. 규칙을 잘 지키는 남학생
6학년 때는 1학년 때보다 시간이 빨리 간다. 이유도 있다. 내 생각엔 선생님께서 자세하게 설명해주신다. 설명을 들으면서 지식이 는다. 지식이 늘면서 공부를 하는 게 즐겁다. 시간이 빨리 갈 때가 또 있다. 열심히 독서할 때다. 열심히 집중해서 읽으면 영화를 보듯이 빠져든다. 빠져들면 시간이 빨리 간다. ~

7. 멀리서 볼 때와 달랐던 남학생
6학년이 된 이후 시간이 너무너무 빨리 가서 아쉽다. 왜 6학년은 시간이 빨리 갈까? 5학년 때는 시간이 너무너무 늦게 갔다. 6학년은 시간도 빨리 가고 즐거워서 너무 좋다. ~

8. 시크한 여학생
1학기가 벌써 끝나간다니 시간이 참 너무 빠르다. 6학년이 되고 여러 좋은 점들이 있었다. 일단 현장 학습을 많이 간다. 보통 6학년들만 가는 현장학습은 한 달에 한 번 종도? 많이 가는 편이다. 또 좋은 점은 내 생각일진 몰라도 공부가 재미있다. 뭐라고 설명해야 될 진 모르겠지만, 공식 그 자체가 흥미로워서 재미있게 공부한 것 같다. 그리고 우리 6학년은 6학년들의 텃밭이 있기 때문에 농작물을 기르는 재미도 있었던 것 같다. 우리 반은 닭도 키운다. ~

 

 

 

Ⅰ. 교회에서 일어난 가스폭발사고

머니투데이  2012 년  7 월  21 일 기사

시골 작은 교회에서 가스가 폭발했다. 목사님 부부가 아이들을 위해 무료 공부방을 운영하며 간식을 준비하다가 일어난 사고였다. 교회에서, 아이를 위해 헌신하다가, 가스가 폭발해서 사모님이 돌아가셨다. 하나님께서 무엇을 위해 이 일을 허락하셨을까?

하나님께서 내 등을 떠밀며 소달초에 가라 하셨다. 이미 다른 학교에 발령이 나서 안 가도 되는 학교였다. 아픈 아이들을 돌볼 사람을 찾는다는 말을 듣고 소달초에 가기로 결정했다. 소달초는 교감 없이 교사 두 명이 아이 일곱 명을 가르쳤다. 나와 함께 근무하는 교사는 지난해에 신규교사로 발령받았다. 아이 일곱을 내가 맡은 셈이다.

전교생 일곱 명 중 셋이 화상 환자였다. 화상 입지 않은 아이들도 아팠다. 한 아이는 삼 년 동안 학교에 거의 나오지 않다가 4학년 때 나오기 시작했다. 다른 아이는 아빠에게 받은 상처 때문에 어른, 특히 남자에게 말을 하지 않는 선택적 함구증을 앓았다. 일곱 명 중 다섯은 부모가 이혼해서 엄마가 아이를 떠났다. 여섯 아이 아빠는 광부였다. 아이들 삶이 석탄 갱도 마지막 구간처럼 어두워 보였다. 이곳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교사가 무얼 해야 할까?

부는 소달초에 가게 된 과정, 가스폭발 사고로 화상을 입은 아이들과 마음이 아픈 아이들을 소개한다.

 

1. 교회에서 가스폭발 사고가 나면 하나님을 어떻게 생각할까?

1주일 동안 두 학교로 발령을 받다.

2013년에 동해시에서 삼척시로 근무지를 옮기며 교사로 첫걸음을 시작한 곳에 가겠다고 신청했다. 그런데 이곳에 자리가 없었던 모양이다. 2013210일에 인사 담당 장학사가 신동초등학교로 가달라 했다. 15km 더 멀고 두 학년을 같이 가르쳐야 하지만 괜찮았다. 2013215, 삼척 신동초등학교로 발령이 났다.

그때 예능 프로그램 <12>이 인기가 높았다. 217일에 <12> 출연자들이 신동초등학교 아이들과 운동회 하는 모습이 방송에 나왔다. 스무 명 정도 되는 아이들이 활짝 웃으며 뛰어놀았다. 연예인보다 아이들이 눈에 더 들어왔다. ‘저 아이들과 지내겠구나!’ 생각하며 이름을 외웠다. 아이들 얼굴을 기억하며 새로운 학교를 기대했다.

월요일, 학교에 갔더니 선생님들이 12일 이야기를 했다. 어떤 분은 나를 보면서 “1!”이라고 인사했고, 나는 “2!”이라고 대답했다. 인사하면서 즐거웠다. 누군 귀엽더라, 누군 달리기 잘하더라 하며 아이들 이야기를 했다. 유난히 힘들게 지낸 학교에서 떠나게 되어 기뻤고, 화면으로라도 아이들을 먼저 만나서 참 좋았다.

나흘 뒤 금요일, 교무실에서 일하는데 전화가 왔다. 삼척교육청 인사 담당 장학사였다. 신동초등학교 대신 소달초등학교로 갈 수 있느냐고 물었다. 당황했다. 난 이미 신동초등학교로 발령이 났는데 무슨 일일까? 신동초등학교에 인사하러 가기로 약속까지 했는데 왜 갑자기 다른 학교로 가라 할까? 정말 이상했다. 동시에 번쩍하며 가스 폭발사고가 생각났다.

 

가스 폭발사고

소달초등학교는 탄광 마을에 있다. 탄광이 번창하던 1980년대에는 학생이 많아 3층 건물을 올렸다. 운동장 옆에 2층 건물이 하나 더 있어서 전체 교실이 20칸이다. 탄광이 문을 닫으면서 학생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2012년에는 교사 4명이 아이 14명을 가르쳤다. 한 학년이 2~3명뿐이어서 교사 한 명이 두 학년을 한 교실에서 가르쳤다. 세 명은 담임을 맡았고, 한 명은 교무 업무를 하며 두 과목을 전담으로 가르쳤다. 11교실을 써도 될 만큼 넓은 곳에 아이가 14명뿐이었다.

소달 마을 위쪽에 경동탄광 사원아파트가 있다. 경동아파트에 아이들이 십여 명 있는데, 일부는 7km 떨어진 도계초등학교에 다녔다. 친구 많이 사귀라고 가까운 학교 놔두고 큰 학교에 자녀를 보냈다. 마을에 있는 은총교회에서 방과 후에 아이들을 돌봐주셨다. 목사님과 사모님이 무료로 공부방을 운영하며 아이들 간식을 챙겨주셨다. 경동아파트에 사는 아이 몇 명은 도계초등학교에 갔다가 방과 후에는 교회에 왔다.

교회 바로 뒤편에 빈집이 있었다. 교회에서 집을 사서 형편이 어려운 가정이 쓰게 했다. 그 가정이 가스 온수기를 설치해서 쓰다가 4년 뒤에 이사 갔는데 교회에서는 이 사실을 몰랐다. 목사님이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쳤고 사모님이 간식을 준비했다. 이날 마침 성도들이 점심을 준비하느라 가스레인지를 다 사용했다. 빈집에 가스레인지가 있는 게 생각나서 사모님이 찐빵을 들고 빈집에 가서 가스레인지 불을 켰다. 가스 온수기에서 가스가 누출되었는데 사모님은 가스 온수기가 있는 줄도 몰랐다고 했다. 가스가 폭발하면서 밖에 둔 가스통까지 모두 터지고 말았다.

이 일로 열 명이 화상을 입었다. 사모님과 도계초 5학년 남자아이가 전신 50% 3도 화상을 입었다. 소달초 6학년 남자아이 두 명이 중증 화상을 입었고 다른 여섯 명도 화상을 입었다. 며칠 뒤에 사모님이 돌아가셨다. 작은 도시에서 일어난 큰 사고인데다가 아이가 아홉 명이나 다쳐 학교와 지역 단체에서 오랫동안 모금 운동을 했다.

도계초 교장 선생님이 이외수 작가에게 부탁해서 사고가 알려졌고, 여러 사람이 치료비를 후원했다. 치료비는 채워졌지만, 아이들이 어떻게 견디는지, 학교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는 몰랐다. 소달초등학교는 전교생 14명 중 5명이 아팠으니 학교에서 아무 행사도 못 했을 것이다. 현장학습과 수학여행도 못 가고, 운동회도 못 했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렸겠지만 무거운 분위기를 날려버리지는 못했을 것 같다.

왜 갑자기 소달초로 가라 하는지 장학사에게 물었다. 2012년에 소달초 전교생이 14명이었다. 침울하고 어수선한 분위기로 2012년을 마쳤는데 7명이 졸업했다. 졸업생은 많고 입학생이 없었다. 학부모들은 가스 폭발사고, 화상 환자 이미지가 강한 학교에 아이를 보내지 않으려 했다. 2013년에도 입학대상이 있지만, 학교에 오는 아이가 없었다. 모두 인근 학교로 가버렸다.

3학년 2, 4학년 1, 5학년 2, 6학년 2명이 남았다. 학생이 줄어 교사도 줄었다. 교사 두 명이 다른 학교로 갔고, 교무 선생님과 신규교사만 남았다. 교무 선생님은 존경하는 형이다. 어느 학교에 가든지 가난하고 어렵게 사는 아이 찾아다니며 도와주었다. 집을 고쳐주고 화장실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소달초에서는 이상한 부모가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자, 온갖 쌍욕을 들으면서도 집에 찾아가고 또 찾아가서 3년 만에 아이를 학교로 데려왔다.

가스폭발 사고가 일어난 뒤에 형은 병원을 찾아다니며 아이들을 보살폈다. 후원금을 모으고, 언론을 상대하고, 병원에서 아이들을 돌봤다. 병원에서 아이 곁을 지키다가 며칠 지나서 학교에 일하러 오기를 반복했다. 화상은 금방 낫지 않는다. 학교에 나와도 특별하게 돌봐야 했다. 형이 아이를 돌보며 점점 지쳐갔다.

입학생이 있는데도 입학하지 않는 학교는 내리막을 달리는 눈덩이와 같다. 1년 지나면 4~6학년 5명만 남는다. 이때도 입학생이 없으면 ‘3년 뒤에 학교가 문을 닫는구나!’ 생각해야 한다. 친구가 없고, 1학년 다음에 4학년 2명만 있다면 누가 아이를 보내겠나! 더구나 화상을 입은 아이가 셋이나 있다. 소달초 동문회 임원들도 아이를 모교에 보내지 않았다. 학교 분위기가 어두웠다.

 

아이를 돌보다 지친 선생님이 수술을 받는다.

신규교사일 때 교사 공부 모임에서 형(교무 선생님)을 만났다. 재미있는 수업 아이디어를 많이 가르쳐주셨다. 형은 간이 약하게 타고나서 자주 아팠다. 피곤하면 몸이 견디지 못했다. 그런데 다친 아이들을 돌보며 학교 업무까지 처리하느라 지나치게 일했다. 간이 약하기 때문에 아프면 회복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화상 입은 아이들을 돌보면서 형은 회복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 결국 간 이식을 받아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 몸은 이식한 간을 자기 신체로 인식하지 않는다. 자신의 신체가 아니라 세균이라 판단해서 면역 체계가 이식한 간을 공격한다. 이식한 간이 몸의 일부가 되어야 하는데 면역 체계가 공격하니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면역 억제제를 먹어야 한다. 면역 억제제는 세균과 싸우지 않게 만드는 약이다. 이식한 간뿐만 아니라 몸에 들어오는 모든 세균과 싸우지 못하게 만든다. 결국 면역력이 약해져서 감기에 걸려도 잘 낫지 않는다. 이처럼 위험하기 때문에 건강이 최대한 악화할 때까지 간 이식을 늦춘다고 한다. 약해져서 아파도 자기 간으로 버티는 게 낫기 때문이다.

형은 간 이식 외에는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약해졌다. 기증자를 찾기 위해 가족을 검사했다. 자녀가 적합하지 않았는데 조카가 기증하겠다고 했다. 소달초에는 가스폭발 사고가 나고 학생이 줄어 교사 둘만 남았다. 정규발령이 끝난 뒤에 수술이 결정되어 형이 휴직을 신청했다. 이식수술하고 회복하려면 1년은 쉬어야 했다. 그럼 소달초에 교사 한 명만 남는다. 남는 교사는 지난해에 처음 교사가 된 신규였다.

소달초등학교는 소규모 학교라서 교감이 없다. 20학급, 30학급에서 20~30명 교사가 하는 일을 둘이 모두 해야 했다. 교무 선생님은 교감 업무까지 해야 한다. 보건교사가 없어서 보건 업무도 해야 하고, 전담 교사가 없어서 모든 수업을 담임교사가 해야 했다. 그것도 두 학년을 동시에 가르치는 복식수업을 하면서 해야 한다. 교무부장 곁에는 이제 2년차 교사뿐이다. 교무부장이 2년차 교사 데리고 교감, 교무, 연구, 과학, 생활, 정보, 체육, 환경, 보건, 독서, 학부모…… 끝없이 이어지는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운동회도, 현장학습도, 출장도 모두 두 사람 몫이다. 게다가 화상 치료를 하는 아이가 셋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때에 이식이 결정되었다. 한 달 일찍 이식이 결정되었으면 형은 큰 학교로 자리를 옮겼을 것이다. 그럼 큰 학교 소속이 되어 휴직했을 테고, 큰 학교에는 신규교사나 기간제교사가 오면 된다. 교사 한 명이 빠져도 다른 교사가 많으므로 감당이 된다. 소달초에는 새로운 교사를 보내면 된다. 소달초에 가려는 교사가 없다 해도, 정규 발령인지라 순위가 낮은 사람을 보내면 된다. 그러나 정규 발령이 끝난 뒤에 갑자기 이식이 결정되는 바람에 교무부장 자리가 비었다. 교원 인사 규정에 따르면 신규교사가 소달초에 와야 했다.

규정대로 소달초에 신규교사를 발령내면 1년차 교사와 2년차 교사 둘이 학교를 책임져야 한다. 2년차 교사가 교감, 교무, 연구, 생활, 체육, 독서 업무를 하면서 3학년과 4학년을 가르쳐야 한다. 학교에 처음 근무하는 1년차 교사가 정보, 과학, 환경, 학부모 업무와 기타 업무를 하면서 5학년과 6학년을 동시에 가르쳐야 한다. 보건교사가 없으니 아이가 다치면 선생님이 치료해주어야 한다. 경험이 없는 교사 둘이 이 모든 일을 하면서 가스폭발 사고 후유증으로 아픈 아이들을 어떻게 감당하겠나!

삼척교육지원청에서 경력이 있는 선생님을 소달초에 보내려 했다. 소달초에서 근무할 교사를 찾는 공문을 추가로 삼척 관내 학교에 보냈다. 정규 인사발령이 난 뒤에 한 사람을 찾는 공문을 보내는 경우도 없거니와, 고생이 뻔한 곳에 스스로 올 사람도 없었다. 규모가 있는 학교 교무를 구했다면 누군가 신청했을 것이다. 그러나 신규 2년차 교사와 단둘이 화상 환자를 돌보는 자리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삼척과 동해는 작은 중소도시이다. 특히 교직 사회는 좁아서 서로를 잘 안다. 신동초로 발령 났을 때 여러 사람과 소식을 주고받았다. 신동초등학교 선생님과도 전화로 인사하고 학교에 찾아가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다들 거절한 자리에 가야 할까? 전화를 받자마자 왜 나일까?’ 같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무조건 내가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난해에 소달 마을에서 일어난 일 때문에 하나님께서 나를 이곳으로 보내신다는 마음이 훅 들어왔다.

장학사가 소달초등학교로 갈 수 있느냐며 전화했을 때 가스 폭발사고와 함께 소달초 교무 선생님이 생각났다. 형은 아이들과 교회를 위해 젊은 날을 바쳤다. 아이들을 먹이고 돌보며 사랑했다. 형이 다니는 교회에 아이들이 찾아왔고, 형은 아이들에게 부모가 돼주었다. 형을 아빠처럼 따르던 아이들은 어른이 된 지금도 예수님을 믿는다. 그러나 형은 교회에 다니지 않는다. 형이 예수님을 생각하며 헌신할수록 교회가 형을 부려 먹었다. 형은 목사에게 실망해서 교회를 떠났다.

형에게 가끔 형이 교회를 떠났지만 예수님은 마음에 있겠지?” 하고 물었다. 그럼 형은

교회에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을 버렸는데, 너 때문에 마음이 흔들린다.”고 했다. 교회에서 상처받은 사람에게 교회 가란 말을 자주 하면 반발할 것 같아 몇 년에 한 번씩 가끔 물었다. 그럼 형은 애매하게 웃기만 했다. 목사에게 상처받아 교회를 떠난 형이, 가스폭발 사고를 당한 아이들을 위해 온 힘을 다하다가 간을 이식할 지경에 이르렀다. 형을 대신할 사람을 찾다가 아무도 없어서 나에게 가달라고 한다.

내가 소달초에 가야 할까?’

 

2021년 <곁에.서>라는 제목으로 글을 보내드렸습니다.
얼마나 공개할 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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