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날,『하늘과 땅 식료품점』을 읽었다. 6시간이나 걸렸다. 저녁에는 100분가량 이 책으로 독서 모임을 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 1/10밖에 못 했다. 다음 모임에 『하늘과 땅 식료품점』을 다시 나누기로 했다.
2025년에 추천하는 첫 책입니다. 『하늘과 땅 식료품점』, 읽어보세요. 대부분 좋은 책이 그렇듯이, 1/3까지는 읽기 힘들 거예요. 150쪽을 넘어서면 괜찮아지고, 300쪽 넘으면 흥미진진합니다. 이야깃거리가 아주 많은 책, 우리 삶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 정의롭지 못한 부모는 정의로움에 덫을 놓는 부당한 아이를 기르게 돼.
→ 그들은 이 땅의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이해하거든. 내 것이 아닌 땅에 살면서, 알지 못하는 걸 아는 체하면서, 더 강해 보이려고 이런 저런 규칙을 만들며 살아가는 것은 해로운 일이야. 이 땅은 지배하는 자들의 것이 아니야. 그런 것이 사람들을, 오히려 정직한 사람들을 미치게 만들지. 우리가 어디에서 왔던 우리는 우리 사람들을 지켜야 해.
스바 여왕은 솔로몬이 이룩한 것들을 보고 숨을 쉴 수 없었다(왕상 10:5). 이때 숨은 루아흐(רוּחַ)로 보통 하나님의 영(숨결)을 말한다. 스바 여왕은 지금까지 느끼지 못한 경이로움에 빠졌다. 그러나 예수님은 제국의 여왕을 전율하게 했던 솔로몬의 모든 영광이 꽃 하나보다 못하다고(마 6:29, 눅 12:27) 말씀하셨다. 위대하고 찬란한 대상을 작고 연약한 것에 견주어 가치를 뒤집어버렸다. 광대함을 작은 것과 견주고, 위대한 것을 소박함에 견주어 허망함을 드러내고 생각의 전환을 꾀한다.
『코스모스』가 백만 부 이상 팔린 까닭이 뭘까? 일상에 도움이 되는 실용서가 아니다. 투자를 돕거나 마음을 돌보는 책도 아니다. 합리적이지 않고 위로를 주지도 않는다면, 잠깐의 재미와 호기심을 주는 운세나 사주를 읽는 게 낫지 않을까? 『코스모스』는 과학자를 소개하고 별과 은하를 설명하며 인간의 업적과 한계를 말한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코스모스』에 매료되었을까?
칼 세이건이 <경이>를 표현하기 때문이다. 최고 수준의 과학자가 우주를 보며 느낀 경이를 독자가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코스모스』는 과학 지식을 알려주는 책이다. 칼 세이건은 『코스모스』 안에 경이를 펼쳐놓았다. 유스터스처럼 차가운 태도로 별이 거대한 가스 덩어리라고 말하지 않는다. 세이건이 원자와 전자를 말하지만, 환원주의에 갇히지 않는다. 거대한 가스 덩어리가 모인 은하, 광대한 은하에서 작고 작은 한 부분을 차지하는 우리 인간, 미미한 존재인 인간이 광대한 은하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경이로움을 느끼게 한다.
세이건은 인간의 놀라움과 보잘것없음을 동시에 말한다. 인간은 솔로몬의 영광을 이룬 존재이며 동시에 작은 꽃과 같다. 인간은 우연히 만들어진 세포로 시작해서 우주를 탐사하는 존재가 되었다. 칼과 창을 휘두르며 죽고 죽이던 시대에 막대기 하나로 지구 둘레의 길이를 재다니! 에라토스테네스의 실험 결과, 콜럼버스가 망망대해 너머 육지가 있다고 믿었으니 얼마나 놀라운가! 전기가 없던 시대, 손발로 일하던 시대에 기하학, 물리학, 천문학……의 기초를 놓은 사람이 있었다니 굉장하다. 달에 발을 내딛고,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 연구한다. 수백, 수천 광년 멀리 떨어진 곳에 전파를 쏘아 보내 지구와의 거리, 질량, 대기 상태를 알다니 인간의 지식이 얼마나 대단한가!
인간은 예측불허의 세상에 집을 짓고 문화를 일구었다. 지구를 벗어나 태양계를 탐사하고 우주로 나섰다. 인간이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말하는 데 그쳤다면 『코스모스』의 경이는 오래 가지 못했을 것이다. 인간의 광기가 일으킨 지옥이 얼마나 넓고 깊던가! 그러나 세이건은 지구가 우주에서 창백한 푸른 점에 불과하며 인간이 알아낸 지식이 얼마나 티끌 같은지도 말한다. 인간의 탐사 계획과 실행 과정의 놀라움을 말하면서 우리가 하는 일이 얼마나 사소한지 느끼게 한다. 인간이 찾아낸 별과 별을 품은 우주는 얼마나 놀라운가! 오늘 우리가 고민하는 걸 모두 먼지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혜성, 태양의 변화, 광대한 우주의 ‘알수없음’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가! 솔로몬의 영광 앞에 있는 한 송이 꽃처럼.
세이건은 과학자다. 과학자는 과학의 대상이 되는 것만이 실재한다고 생각한다. 『코스모스』는 과학자가 호기심으로 살핀 우주의 실재다. 우리가 모르는 내용을 밝히고, 칼 세이건의 문장이 더해져서 독자가 경이를 느끼게 한다. 우주를 알면 알수록 더욱 경이를 느낀다는 과학주의에서 바라보는 우주 말이다. 세이건은 우주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주 개발에 쓰일 비용이 국방비에 들어가는 걸 안타까워한다. 지나칠 정도로 말이다.
이종태 목사는 『경이라는 세계』에서 신기한 대상을 찾아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두리번거리는 눈, 그 대상을 파악해서 장악하려는 눈을 호기심이라고 설명한다. 이와 달리 경이는 상대의 신비를 가만히 응시하는 눈이다. 세이건의 눈은 호기심에 가깝다.
『새벽출정호의 항해』에서 유스터스는 섬에서 라만두에게 “우리 세계에서 별은 활활 타고 있는 거대한 가스 덩어리예요.” 하고 말한다. 그러자 라만두는 “얘야, 너희 세계에서도 별은 그런 것이 아니란다. 그것으로 만들어졌을 뿐이지.” 대답한다. 은퇴한 별인 라만두는 별을 재료가 아니라 존재로 말한다. 별은 자기 자신이다. 경이로운 대상이다. 과학 지식으로 별을 분석한 유스터스에게는 모든 것이 과학적 지식의 대상일 뿐이다.
유스터스는 별과 자연에서 경이를 느끼지 못한다. 라만두는 실재할까? 별이 나이가 들어 은퇴하고 나니아의 섬에서 노인으로 살아갈까? 루이스를 좋아하는 나는 은퇴한 별을 만나는 장면에서 경이를 느낀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라만두를 물의 요정 나이아스나 타로 카드에 나오는 점술사로 받아들인다. 세이건은 유스터스 쪽에 가깝다. 이 시대 사람들도 유스터스 쪽에 가깝다. 과학주의 자체를 보여주는 유스터스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과학주의에 빠진 사람이라도 유스터스는 지나쳐 보이니까.
나우엔은 날마다의 삶에는 놀라움이 있다고 했다. 우리 삶에도 경이가 흐른다. 어린아이 눈으로 보면 세상은 얼마나 경이로운가! 아이들은 작은 일에 호들갑을 떤다. 달팽이를 보느라 수업 시간에 늦었다. 소방차가 오면 뛰쳐나간다. 운동장에 내린 서리를 밟으며 뛰어다닌다. 우리 반 아이들은 내가 32000살이라는 말을 믿었다. 경험이 적고 모르는 게 많아서 그럴 수도 있다. 과학적으로 불합리해 보이더라도 경이를 느끼며 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1960년대 미국인들은 ‘what a wonderful world.’에 열광했다. 장미가 꽃 피우는 걸 보고 ‘what a wonderful world.’를 노래했다.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무지개, 지나가는 사람들 얼굴, 인사하는 모습, 아이가 울고 자라는 모습에 경의를 표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것에서 경이를 느끼는 사람이 줄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 책을 좋아하는 것 같다. 잃어버린 경이를 되찾고 싶어서. 광대한 우주 끝 한 점에 불과한 지구에서 살아가는 작고 작은 인물이지만, 경이로운 세계의 한 부분이라고 뿌듯해하며 감격하고 싶은 마음 아닐까?
조지 오웰은 제국주의자가 될 환경에서 살았다. 인도 벵골에서 아편국 하급 관리의 아들로 태어났다. 명문학교 진학을 목표로 내세우고 제국주의자를 양성하는 학교에 다녔다. 당시 영국의 정책에 부합하는 학교였다. 학비도 부족하고 학업에 흥미가 없어져서 인도 제국 경찰관이 되었다. 아버지가 근무했던 버마로 갔다. 영국 경찰 90명이 버마 경찰 1만 명을 관리하는 일로 엄청난 연봉을 받았다. 『동물 농장』이 성공하기까지 그만한 돈을 벌지 못할 정도로 많았다.
그러나 그는 가난한 사람들을 만났다. 버마에서 돌아온 뒤 파리에서 가난하게 살았다. 그때 경험을 『<Down and Out in Paris and London>』에 써서 르포 작가가 되었다. 탄광 노동자들과 지내며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을 썼다. 그리고 결혼 6개월만에 바르셀로나로 갔다. 아내와 함께 스페인 내전에 참전하고는 『카탈로니아 찬가』를 썼다.
제국주의자로 길러진 사람이 어떻게 자유를 위해 싸우게 되었을까? 자란 환경을 보면 오웰은 제국주의자가 될 확률이 높았다. 물론 제국주의 세계에서 살았기 때문에 제국주의를 싫어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스페인 내전에 참전해서 배고픔과 냄새를 견디며 싸울 사람이 얼마나 될까! 같은 대의를 가졌던 사람들이 서로 속이다가 죽이기까지 하는 현실을 겪으며 환멸에 젖지 않을까! 세상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며 ‘더러운 세상!’을 외치지 않을까?
『동물농장』은 오웰이 쓸 법한 책이라 생각한다. 냉소적인 작가가 스탈린과 일당을 돼지에 비유하여 본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 속이 시원할 것이다. 세상 돌아가는 꼴이 보기 싫어서 “이렇게 가다가는 빅 브라더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살 거야!” 하며 『1984』를 쓸 법하다. 『카탈로니아 찬가』는 글쎄다. 스페인 내전을 겪으면서도 어떻게 인간의 품위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을까? 자유를 향한 갈망을 계속 가졌을까? 기대했던 모습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전쟁을 겪으면서도 어떻게 실망하지 않았을까?
두 번째 질문, 오웰은 총을 들고 싸우면서도 어떻게 평상심을 유지했을까? 나는 똥을 싸놓은 참호에서 화를 냈을 것이다. 아무리 같은 편이라도 이건 아니지. 적이 비록 사람이지만, 저격병의 총에 맞으면 슬프거나 화가 치밀거나 해야 한다. 그러나 오웰은 몬손 병원에서 적이었던 강습대원 옆에 누워 같이 담배를 피웠다. 이건 그나마 이해할 수 있다. 오웰은 적 참호를 공격했을 때 적을 쫓아가면서 견갑골을 찌르려 했던 이야기를 재미나게 들려준다. 자기가 죽을 뻔했던 이야기도 낄낄대며 말하는 분위기다. 전투에서 돌아오자마자 죽을 줄도 모르는 상황에서 친구를 찾아 다시 전선에 나간다. 유머를 타고나서 이럴까?
오웰은 사람을 소중하게 여긴다. 사람의 존엄성, 인간이 누려야 할 자유를 위해 다른 나라에 가서도 싸운다. 더럽고 추악한 모습, 속고 속이며 배신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 지저분한 뒷골목 사람들, 형편없는 탄광마을 사람들에게서 존귀와 빛나는 모습을 찾아낸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30년 교사로 지내면서 아이가 귀찮아지고 학교에 가기 싫었던 적이 꽤 많다. 오웰이라면 낄낄대며 다시 시작했을 것이다. 젊었을 때는 진지한 내 태도가 좋았다. 그러나 점점 웃으며 지나가는 여유가 부러워졌다. 오웰이 이런 태도로 살았기 때문일까?
조지 오웰은 버마 경찰로 근무할 때 사형장으로 끌려가는 사형수가 물웅덩이를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인간의 존엄을 느꼈다고 한다. 물웅덩이를 피하는 자연스러운 행동을 보며 ‘저 사람도 인간이구나!’ 느꼈다고 썼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갖기 전에 하나님의 명령을 교육받은 게 내게 영향을 준 것 같기도 하다.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기 전에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고 명령을 받아 살면 계명을 더 앞세울 것 같다. 그나마 사랑하라는 말씀을 배웠으면 다행이다. 하나님이 사랑이시므로 주일을 성수해라, 충성해라, 헌신해라 하는 말을 더 많이 들었다.
그때 우리는 가깝게 지냈다. 어른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았다. 친구들과 친했다. 추억도 많다. 그러나 우리가 들은 말씀은 대부분 목사에게 잘하고, 교회에 잘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우린 무얼 배웠을까? 사랑이 가장 중요한 곳에서 주일 성수, 목사에게 순종, 헌금 같은 걸 강요받으면 웃음을 잃을 것 같다. 사람보다 규정에 더 매인다. 참호에 똥 싸놓고, 전쟁터에서 담배 찾아 헤매는 사람에게 사람도 아니라고 짜증을 낼 것이다. 교회에서도 이렇게 하지 않나!
‘집사가 어떻게 그래?’, ‘그러고도 장로냐?’, ‘꼴에 목사라고는~’
아이를 사랑하려고 했다. 의지로 사랑했다. 그리스도인이기에 힘든 일을 맡았다. 아이 마음을 살폈고 아픈 아이들을 찾아갔다. 그렇다고 내가 정말 아이들을 사랑했을까? 오웰처럼 낄낄대며 아이들 곁에 있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람을 사랑하는 게 뭔지 조금 알 만한 나이가 되자 웃음이 조금씩 많아졌다. 앞으로 더 많이 웃어야 한다. 규정이나 윤리가 아니라 사람이다.
『곁에서』를 읽고 어떤 분이 위인전 같아서 부담스럽다고 했다. 위인전 같다고? 나는 그 일을 그냥 겪었다. 그런 일을 다시 겪어야 한다면 더 잘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고생하는 길이 아니라 내가 가야 할 길이라 생각한다. 박주정 선생님도 같은 마음인 것 같다. 이상 행동을 보이는 아이는 가정에 원인이 있으니 그걸 알아내서 도와주자고……
박주정 선생님은 정말 위인전 같은 삶을 살았다. 밤이고 낮이고, 가정이 없는 사람처럼 학생들을 돌봤다. ‘이제 그만’이 없었다. ‘힘들다. 쉬고 싶다.’ 하는 마음도 보이지 않았다. 또한 아이들을 돌보기만 한 게 아니다. 학교를 떠난 학생을 도와주려고 새로운 학교를 만들었다. 관련 기관을 찾아다니며 새로운 조직과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분이 간 길은 도저히 따라가지 못하겠다. 정말 위인전 읽는 느낌이었다.
학교가 점점 사무적으로 바뀐다. 아이를 좋아해서 아이에게 장난을 치면 생각지도 못한 일로 힘들어질 수 있다. 동료 교사를 도와주거나 도움을 받는 일도 줄어들었다. 우리 반 아이가 아니라고, 내가 할 일이 아니라고, 굳이 이걸 해야 하느냐고…… 이런 말이 많아졌다. 우리 반이건 아니건 아이를 돕고 가르쳐야 하지 않나? 내 일이 아니라고 해도 해야 할 때가 있지 않나? 업무를 최소한으로 하는 게 교사로 살아가는 기준은 아니지 않나?
나는 아이와 장난을 친다. 그래도 부모가 뭐라 하지 않는다. 내가 아이를 사랑하며 잘 가르치려고 노력한다는 걸 안다. 신뢰가 있다. 나는 2학년을 돕는다. 4학년 선생님에게 도움을 청한다. 젊은 교사에게 컴퓨터를 봐달라고 한다. 2년 동안 업무를 도와주었던 총각 선생이다. 교사들 사이에도 신뢰가 있다. 우리는 모두 아이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교사와 학부모, 교사와 교사 사이에 신뢰가 무너질 위기에 처한 지금이야말로 박주정 선생님 같은 분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생 박주정과 707명의 아이들』은 내가 받은 상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지쳤다고, 나이가 들어서 힘들다고 늘어지는 중인데 마음을 다잡게 되었다. 진짜 스승을 만났다. 꼭 읽어보시라고 권한다.
수학을 주제로 토론할 책을 정하려고 여러 책을 읽었습니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은 널리 알려진 데다가 내용도 좋았습니다. 『수학특성화중학교』, 『수학 가게입니다』 시리즈처럼 학생들이 쉽게 읽을 책을 소개할까 고민했습니다. 『시간을 보는 아이 모링』으로 수학자들을 소개할 생각도 했습니다. 수학 관련 책을 읽다가 문득 예전에 읽었던 『점과 선』이 생각났습니다. 부제가 <쉬운 수학으로 로맨스를>입니다. 이 책은 41년 전에 나왔습니다. 『점과 선』을 읽었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점과 선만으로 책을 만들다니요! 게다가 점과 선을 연결한 그림(도형)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41년 전에 출판된 『점과 선』은 2013년에 새로운 출판사에서 재출간했습니다.
그림책 인기가 높습니다. 그림책으로 수업하는 선생님이 많아집니다. 그림책 모임도 늘어납니다. 어른들이 그림책을 읽으며 눈시울을 붉힙니다. 짧아서 읽기 쉬운데 내용이 깊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림책으로 수업하지 않습니다. 그림책을 읽고, 수업하고, 나누는 분이 많아질수록 책벌레는 글이 많은 책을 읽고 수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늘 분량이 어느 정도 있는 책을 아이들과 읽었습니다. 펀딩에 참여한 몇 분이 그림책으로 질문을 만들어달라고 하셨습니다만, ‘그림책을 소개하는 분이 많으니 다른 책을 소개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수학 교과서를 집필한 적이 있는 선생님께 수학 관련 책을 소개받아 읽다가 문득 『점과 선』이 떠오른 겁니다.
『점과 선』을 다시 읽으면서 처음 읽었을 때의 놀라움이 여전히 느껴졌습니다. 이야기에 수학 계산 과정을 넣은 책, 수학자를 자연스럽게 소개하는 책도 좋지만, 도형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책도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점과 선으로 인간관계를 다룬 책이라면 소개해도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점과 선』은 그림책보다 분량이 많지만, 동화책에 견주면 짧습니다. 독서 토론 질문 책으로 그림책을 기다린 분께 아주 작은 선물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2. 『점과 선』 내용
직선은 점을 사랑합니다. 점과 친해지려 합니다. 그러나 점은 직선이 고지식하고 뻣뻣하다며 싫어합니다. 자유분방한 헝클이(마구잡이로 그린 선)를 사랑합니다. 점이 헝클이를 따라 떠나자 선은 실망합니다. 자신이 잘하는 걸 떠올리며 스스로 위로해도 소용없습니다. 점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러자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절망합니다. 그래도 힘을 내서 자신이 무얼 할 수 있는지 알아보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다가 알게 되지요. 선을 꺾어서 각을 만들 수 있다는 걸. 그때부터 선은 아름다운 직선을 그립니다. 규칙을 찾아내어 멋진 선을 만듭니다. 신비하고 재치있고 다양한 선을 그리며 자신감을 회복합니다. 그래도 행복하진 않습니다. 혼자니까요. 그래서 점을 찾아갑니다. 그동안 터득하고 길러온 재주를 보여줍니다. 선이 만든 아름답고 능란하고 기묘한 모습을 보고 점이 마음을 바꿉니다. 점이 쫓아다닌 헝클이의 모습이 품위가 없어 보였거든요. 선의 조화를 보며 무엇이 아름다운지 깨닫습니다.
3. 독서토론 질문
가. 규칙과 자유로움
1. 아래 두 가지 중 더 마음에 드는 표현을 골라보자. 왜 그걸 골랐는지 말해보자.
1) 규칙을 지키는, 정해진 갈을 따라가는, 감정을 조절하는
2)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곳을 찾아가는, 자유롭게 표현하는
2. 성격을 알아보는 도구로 MBTI를 말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여러분의 MBTI를 소개해보자.
3. 1번 질문에서 1)은 T 성향이 높고 J 성향도 있다. 2)는 F 성향이 높고 P 성향도 있다. 여러분이 좋다고 선택한 것과 여러분의 MBTI가 일치하는가?
3-1) 일치하거나 일치하지 않는 까닭을 찾아보자. 왜 일치하거나 일치하지 않을까? (일치한다면 비슷한 유형의 사람에게 끌리는 것이고, 일치하지 않는다면 다른 유형의 사람에게 관심이 크다. 그러나 MBTI는 성향을 간단하게 분석해서 보여주는 도구일 뿐이다. 마음은 더 복잡하게 작용한다.)
4. 여러분은 누가 정해주는 일을 하는 게 좋은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하는 게 좋은가?
5. 규칙과 자유 중에서 무엇이 더 중요할까? (물론 규칙과 자유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러나 토론은 쟁점을 내세워 장단점을 찾아보고 이해하여 협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규칙과 자유 중 한 가지를 골라 주장을 내세우며 상대의 의견을 듣기를 권한다.)
6. 내 인생의 주인은 나다. 동의하나?
나. 점을 좋아하는 직선
1. 또렷한 직선은 점을 좋아한다. 직선이 왜 점을 좋아할까? (직선은 점들이 이어진 선이다. 직선은 한 점에서 시작해서 점으로 끝난다. 그래서 직선은 점에게 “시작이고 끝이요, 모든 것의 중추이며 골자” 라고 고백했다.)
2. 들뜬 점은 왜 또렷한 직선에게 관심이 없었을까? (점은 직선이 막대기처럼 뻣뻣하고 둔하고, 외골수인데다가 감정을 억누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생각이라고는 없는 것 같은 거칠고 단정치 못한 헝클이한테 마음을 빼앗겼다. 헝클이는 자유로워 보였고, 직선은 규칙에 매인 것처럼 보였다.)
3. 헝클이와 또렷한 직선의 차이는 무엇인가? (직선은 한 방향으로 곧게 나아간다. 이게 규칙이다. 직선은 규칙을 따른다. 헝클이는 규칙 없이 마구잡이로 선을 그린다.)
3-1. 직선과 비슷한 특징을 가진 사람은 누구일까? (규칙을 지키는 사람, 모범생, 책임감있고 성실한 사람 등)
3-2. 헝클와 비슷한 특성을 가진 사람은 누구일까? (규칙을 어기거나 규범에서 벗어나는 사람, 자유롭게 행동하는 사람, 나쁜 행동을 하는 사람 등)
4. 여러분은 직선과 비슷한가, 점과 비슷한가? (규칙과 자유가 아닌 다른 기준으로 직선과 점을 구분해서 자신을 설명해도 좋다.)
4-1. 여러분은 자신의 성격이 마음에 드나? 아니면 성격을 바꾸고 싶나?
5. 들뜬 점은 헝클이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쾌활하고 자유롭고 거리끼는 게 없다. 항상 기쁨이 넘쳐흐른다.)
6. 점이 직선의 요청을 거절하자 직선은 자신이 믿음직하고, 갈 길을 알며, 위엄이 있다고 말했다. 동의하나? 점이 말한 것처럼 직선은 융통성이 없고 경직된 것 아닌가?
7. 여러분에겐 어떤 장점이 있나? 점을 닮은 장점인가, 선을 닮은 장점인가?
7-1. 여러분은 장점이 많다고 생각하나, 단점이 더 많다고 생각하나?
8. 사람의 성격은 인간관계에서 드러난다. 한 사람의 성격은 만나는 사람에 따라 좋게 보이기도 하고 나쁘게 보이기도 한다. 성격이 좋다는 건 무슨 뜻일까?
8-1. 외향적인 성격이 좋다거나 내성적인 성격이 좋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다. 거절당하면~
1. 점이 직선의 말을 무시하고 떠나버리자 선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침울해져서 먹지도 않고 자지도 않고 안절부절못했다.)
1-1. 점이 거절했을 때 선이 보인 반응을 어떻게 생각하나?
1-2. 여러분이 선처럼 반응한 적이 있나? 무슨 일 때문에 힘들어했나?
2. 선이 점에게 거절당해서 마르고 울적해지자 친구들은 선에게 점이 어떻다고 했을까? (점을 깎아내렸다. 안 어울린다고, 깊이가 없다고, 점은 다 거기서 거기라고 했다.)
2-1. 거절당해서 좌절하는 선에게 친구들이 보인 반응을 어떻게 생각하나? (이런 위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렇게 위로하는 사람이 많다.)
3. 친구들이 선을 위로하기 위해 해준 말을 듣고 선은 마음을 바꾸었나? (계속 점에게 관심을 가졌다. 친구들이 그런 말을 해도 선의 눈에 점은 완전하게 보였다.)
4. 점은 떠났고, 친구들의 위로는 통하지 않았다. 혼자 남은 선은 무엇을 했을까? (점이 감탄하리라 생각할 만한 자신의 힘찬 모습을 상상했다.)
4-1. 이러한 선의 반응은 자기 합리화일까, 자신감일까?
5. 점이 떠난 뒤에 선은 자신의 힘찬 모습을 상상했다. 『점과 선』에서 그림을 찾아보며 어떤 모습인지 이야기해보자. (높이뛰기 대, 적도, 차선, 화가 그림의 지팡이, 줄다리기 밧줄)
5-1. 앞에서 말한 다섯 가지 선 그림에서 무엇이 느껴지나?
5-2. 선은 점에게 거절당했을 때 자신의 좋은 면, 긍지를 생각했다. 이렇게 하면 거절당한 감정을 이겨낼 수 있을까?
5-3. 여러분은 거절당할 때 어떻게 반응하나? 또한 어떻게 이겨내는지 말해보자.
6. 선이 점에게 거절당한 좌절감을 이겨내려고 자신의 힘찬 모습을 떠올렸다. 그러나 이런 행동이 자신을 속이는 거라고 생각했다. 동의하는가? (동의 : 거절감을 이겨내려고 ‘내가 부족한 게 뭐야?’ 하며 자신을 합리화할 때가 있다. 동의하지 않음 : 좌절하면 자신감을 잃는다. 좌절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의 힘찬 모습을 떠올려야 한다.)
7. 얼마 지나지 않아 선은 자신을 속이는 일에 싫증이 나서 점(헝클이) 말이 옳은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자신의 부족함이 생각났다. 장점을 생각하다가 단점에 빠져들었는데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을까?
(좌절하면 감정이 널뛰기한다. 올라갔다가 내려간다. 올라갈 때는 자신이 괜찮다고 생각하다가 바닥으로 내려가면 스스로 쓸모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
8. 사람에게 거절당하거나 좌절할 때 어떻게 하면 회복(극복)할까? 자신의 장점을 살리려고 노력하는 게 나을까, 단점을 보완하려고 노력하는 게 나을까? (서로 장단점이 있다. 이야기를 나눠보자.)
라. 새로운 방향
1. 선이 실패하면서도 계속 노력해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한다. 무엇일까? (원하는 대로 방향을 바꾸고 선을 구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1-1. 선이 발견한 사실은 선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선은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 끝없이 선을 긋지 않고 선을 꺾어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냈다. 실패를 이기려면 새로운 생각으로 접근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2. 선이 방향을 바꿔 각을 만드는 능력을 갖추면서 “○○란 무질서의 허용이 아니”라고 깨닫는다. ○○은 무엇일까?(자유)
2-1. 자유란 무질서의 허용이 아니라는 말은 무엇을 뜻할까? (무질서하게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 즉 방종은 자유가 아니다. 자유는 정해진 질서 안에서 책임을 지키며 행동해야 한다.)
3. 직선이 방향을 바꾸는 재능으로 만든 선과 점을 이은 선(헝클이)는 어떻게 다를까? (헝클이는 규칙이나 방향성 없이 멋대로 선을 그리고, 직선은 질서에 맞춰 조화롭게 선을 그린다.)
3-1. 직선과 헝클이가 그리는 선은 무엇을 뜻하는가? (무질서가 자유는 아니다. 자유는 질서를 따르면서 나오는 조화로움이다. 직선은 규칙에 따라 각을 만들어 조화를 이루었지만, 헝클이는 멋대로 움직여서 무질서하다.)
4. 직선이 연습해서 만든 도형들은 무엇인가? (삼각형, 사각형, 평행육면체, 사면체 등)
5. 직선이 만든 도형 중에 마음에 드는 게 있다면 소개해보자.
6. 얼마 지나지 않아 선은 타원과 복잡한 곡선을 표현할 줄 알게 되었다. 선은 만족했을까? (아니다. 아무리 성공해도 혼자에게는 의미가 없었다.)
6-1. 이전과 달라진 선은 다시 점을 찾아갔다. 왜 그랬을까? (새로운 재능을 가졌기 때문에 거절을 당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7. 선은 점을 찾아가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눈부시고 재치있게, 신비롭고 다양하게, 학식있고 능란하게, 심오하고 기묘하게, 복합적이고 힘찬 모습을. 선이 보여준 모습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어떤 모습인가?
7-1. 선이 보여준 눈부신 모습, 재치있는 모습, 신비로운 모습, 다양한 모습, 학식있는 모습, 능란한 모습, 심오한 모습, 기묘한 모습, 복합적인 모습, 힘찬 모습은 무엇을 나타낼까? 선이 그린 모습을 보면서 이야기해보자.
8. 여러분이 눈부시고 재치있었던 적, 신비롭고 다양함을 보여준 적, 학식있고 능란하게 행동한 적, 심오하고 기묘하게 반응한 적, 복합적이고 힘찬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다면 소개해보자.
마. 변화
1. 방향을 자유롭게 바꾸며 새롭게 변한 선을 보고 점은 어떻게 반응할까?(점은 선에게 홀딱 반했다.)
2. 점이 직선에게 반하자 헝클이는 어떻게 반응했나?(점의 마음에 들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3. 새롭게 바뀐 선을 본 뒤에 헝클이는 점에게 어떻게 보였나? (엉망이고 점잖지 않고 품위가 없고 예의가 없게 보였다.)
4. 예전에 점은 왜 선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고 헝클이에게 마음을 빼앗겼을까? (선의 가능성을 볼 능력이 없었다. 점은 규칙을 어기는 걸 자유롭다고 생각했고, 헝클이의 무질서가 자유롭다고 느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선택이었다.)
4-1. 점이 선의 가치를 제대로 보는 현상을 ‘개안’이라고 한다. ‘눈이 열리면’ 생각이 바뀌고 판단이 달라진다. 한순간 가치관, 인생관이 바뀌기도 한다. 여러분 주위에 ‘이 사람은 눈이 열려야 해. 생각이 바뀌어야 해!’ 하는 사람이 있나? 왜 그 사람을 개안의 대상으로 선택했나?
5. 예전에 선은 점을 보면서 자유와 기쁨을 느꼈다. 그러나 점의 모습이 이제는 무질서와 게으름에 지나지 않는다고 깨달았다. 이런 변화가 일어난 까닭은 무엇 때문일까? (진정한 자유를 맛보면 엉터리 자유를 알아챈다. 질서가 주는 자유로움을 보았기 때문에 헝클이가 무질서하고 게으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6. 헝클이가 노력하면 품위와 예의, 자유와 조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7. 선을 사랑하다가 헝클이로 마음을 바꾸는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어떤 이야기가 될까?
8. 저자가 『점과 선』 마지막 장에 “벡터, 즉 일정한 방향이 있는 힘이라야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하고 썼다. 벡터는 크기와 방향을 가진 양을 말한다. 무언가를 이루고 싶어 하는 사람의 마음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일정한 방향이 있어야 한다는 저자의 의견에 동의하는가?
9. 『점과 선』을 읽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4. 수학 관련 책
1. 시간을 보는 아이 모링 (김상미, 182쪽) / 중학생 이상 모링은 아빠가 죽은 뒤에 회색 인간이 보인다. 그들은 시간을 옮기는 요정이다. 그들이 보이면서 모링은 이상한 아이 취급을 받으며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다. 학교에 다니지 않고 엄마와 시골로 이사하면서 반고 할아버지를 만난다. 반고 할아버지는 시간을 옮기는 요정이었다. 여기까진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한 기본 장치다. 반고 할아버지는 수학자들의 시간을 옮겼고, 모링 아빠는 수학을 좋아했고, 모링은 어릴 때부터 아빠에게 수학 이야기를 들었다. 이 책은 소설 형식으로 수학자를 소개한다. 재미있다.
2. 수학특성화중학교 (김주희, 이윤원, 221쪽) / 중학생 이상 수학을 주제로 가볍게 쓴 청소년 소설이다. 정해진 소수만 참여하는 수학 캠프에 도전하고, 참가해서 일어나는 일이라 흥미롭다. 중학생들이 좋아할 등장인물(아이돌, 금수저, 썸 타는 사이 등)이 사건을 이끌어가기 때문에 학생들이 재미나게 읽을 것 같다. 수학 내용이 많지는 않다. 가볍게 읽을 책이다.
3. 어서 오세요! 수학 가게입니다(무카이 쇼고, 334쪽) / 중학생 이상 일본 작가는 독특한 소재를 찾아내서 글을 쓴다. 이 책은 수학으로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이야기다. 다섯 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무한을 증명하는 내용, 운동장을 이등분하는 내용, 연애부등식 등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수학으로 증명한다. 재미있다. 수학 싫어하는 중학생은 어떻게 읽을지궁금하다. 2014년부터 3년 연속으로 시리즈 세 권이 출판되었다.
4.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수학 가게입니다 (무카이 쇼고, 354쪽) / 중학생 이상 수학 가게 시리즈 두 번째 책이다. 수학으로 세상을 구하겠다고 다짐하고 수학에 빠져든 소라가 미국으로 갔다. 수학 전문가가 사라진 뒤에 하루카는 혼자 수학을 공부한다. 그리고 수학 가게를 계속 이어간다. 하루카는 수학 천재가 아니어서 혼자 해결하지는 못한다. 친구들과 함께 학교 축제에서 일일 매점을 할지 연극을 할지 수학으로 결정한다. 축제에 쓸 아치를 황금비율로 만든다. 학교에 나오지 않는 친구가 어떻게 하면 학교에 나올지 계산하고 축제에 소라를 등장시킨다. 수학 계산이 나오긴 하지만 흥미를 끄는 요소가 많아 학생들이 재미있게 읽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틀 동안 20쪽 정도 읽다가 멈춘 부분을 찾았다. 책벌레가, 더구나 친한 후배가 쓴 책인데 손에 잡히지 않았다. 우리 반 아이들은 착하고, 선생님들도 참 좋다. 집에서도 평안하다. 그런데도 불안한 일 앞둔 마음으로 지냈다. 왠지 『지켜야 할 세계』를 읽으면서 조마조마해질 것 같았다. 그래서 조금 읽다가 멈추고, 다시 읽다가 멈추었다.
30쪽, 40쪽을 넘어가면서
'작가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궁금했다.
50쪽, 학교 이야기는 진척이 없는데
장례식장으로 넘어간다.
현재 이야기를 과거로 풀어가려나 했는데 그것도 아니다.
‘작가가 무얼 지키고 싶어서’
문장에 감정을 싣지 않았을까?
이야기 흐름에 개입하지 않으려는 듯
무심한 듯한 문장을 간결하게 썼다.
‘작가가 지금까지 쓴 글과 다르다.’ 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2부에 야학 이야기가 나온다.
『지켜야 할 세계』를 읽기 전에
야학에서 가르친 기억이 떠올랐는데 뭐지?
아이들에게 동네 할머니 인터뷰시켰던 기억도 났다. 할머니는 빨래하고 동생 돌보다가 4학년이 돼서 학교에 갔다고 했다.
할머니 고생한 이야기 들으며 아이들도 할머니와 같이 울었다.
윤옥(등장인물)의 엄마가 할머니와 비슷하다.
2부(170쪽)까지 읽고 책을 덮었다. 더 읽을 수 있지만, 생각하고 싶었다.
누웠는데 기도가 나왔다.
‘가자 지구에서 고통받는 팔레스타인을 불쌍히 여겨주세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도와주세요. 이 땅에 평화를 주세요.’
오늘 아침에 3부를 마저 읽었다.
‘아~’
3부에서 현재와 과거가 만난다.
조마조마한 순간을 만날까 봐 책을 읽다가 두 번이나 멈췄는데 3부를 읽으며 마음이 시원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