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기를 마치며> 글을 썼다.
아이들 모두 똑같이 쓴 말, 시간이 빨리 갔다.
지난해엔 시계추에 쇳덩어리가 달린 것처럼 느리게 가더니 올해엔 왜 이렇게 빨리 가는지~

1. 착한 장녀가 쓴 글

이상하게도 6학년이 되고 시간이 참 빠르게 흘러간다. 지금까지 중 가장 빠르게 흘러간다. 1학년부터 4학년까지 그냥 매일매일 학교 가기 싫었다. 그런데 전학 온 뒤로 내 성격이 좀 달라진 것 같다. 또 6학년 시작하고 난 뒤 성격이 5학년 때와 좀 더 바뀌었다. 난 더 활발해졌다. 아! **도 좀 바뀐 것 같다. 이상하게도 학교에 있으면 시간이 참 빨리빨리 간다. 그래서 싫다. 난 ‘학교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도 어느 정도 한다.
 
우리가 6학년이니 우리 학교 학생들 중 가장 위다. 그러니 더 좋다. 6학년이라서 싫은 점도 있다. 1년만 지나면 중학생이다. 그래서 싫다. 난 이래서 방학도 싫다. 방학이 오면 학교 못 오고 겨울방학 끝나면 중학생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방학이 싫다. 예전에는 방학이 좋았다. 학교 안 가도 되니까. 하지만 지금은 엄청~! 싫다. 학교 못 가니까.
 
우리 반의 좋은 점은 엄~ 청~ 많다. 우리 반은 다른 반과 달리 글을 쓴다. 그리고 곤충에다 병아리까지 키운다. 실과에서 밭과 관련된 내용이 많아 우리가 식물도 키운다. 완전 ‘꿈의 학교’다. 막 만화에서만 나오는 곳, 바로 여기! 우리 반! 그냥 쭉~~~ 학교에서 계속 지내고 싶다. 계속 6학년만 하고 싶다!!!!!
 
 
 
 
 

2. 나랑 정반대 성향의 여학생
1학기를 마쳐 간다. 정말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6학년이 어떻냐 하면 매우 좋았다.
자연 친화적이고 놀이를 많이 한다. 친구들이랑 잘 놀았던 것 같고 공부도 잘 이해됐던 것 같다.
싫었던 건 없고, 괴로웠던 건 학폭을 안 당해 모르겠고, 즐거웠던 건 ~
(제가 다 알려줘야 하나요? 상상해보세요.)

 

3. 착하고 소심한 남학생
6학년은 이상하게도 시간이 빨리 갔다. 곧 있으면 여름 방학이다. 6학년은 즐거웠다. 재미있게 공부하고 재미있게 노는 게 좋고, 6학년이 빨리 가는 게 아쉽다. 6학년은 괴롭고 안 좋은 줄 알았지만, 생각과 다르게 재미있는 곳이다.
우리 반은 글과 책 읽기를 많이 한다. 나는 책을 싫어했지만, 책이 조금이라도 좋아진 것 같다. ~

4. 시끄러운 긍정왕 남학생
6학년 좋았고, 싫지 않고, 괴롭지도 않았다. 즐거웠고요, 아쉽지 않았어요.
6학년은 즐거운 추억들을 만들어서 기분 좋았다. 다양한 활동을 많이 했다.
삼겹살 파티, 달빛 독서가 좋았다. 선생님은 착하고 성실했다. ~

5. 사랑이 고픈 아이는 글 뒤에 편지를 썼다.
~ “선생님, 이번 1학기도 잘 넘겼으니 2학기 때도 1학기보다 더 재미있게 놀아주세요. 그리고 추억을 더 많이 새겼으면 합니다. 방학 동안 선생님을 보고 싶을 거예요. 방학은 좀 더 길어졌지만 2학기에도 하루하루를 알차게 보내봐요. 다음엔 더욱더 많은 경험을 쌓아봐요. 많이 죄송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콘텐츠들을 제공해주셔서 감사해요. ~

6. 규칙을 잘 지키는 남학생
6학년 때는 1학년 때보다 시간이 빨리 간다. 이유도 있다. 내 생각엔 선생님께서 자세하게 설명해주신다. 설명을 들으면서 지식이 는다. 지식이 늘면서 공부를 하는 게 즐겁다. 시간이 빨리 갈 때가 또 있다. 열심히 독서할 때다. 열심히 집중해서 읽으면 영화를 보듯이 빠져든다. 빠져들면 시간이 빨리 간다. ~

7. 멀리서 볼 때와 달랐던 남학생
6학년이 된 이후 시간이 너무너무 빨리 가서 아쉽다. 왜 6학년은 시간이 빨리 갈까? 5학년 때는 시간이 너무너무 늦게 갔다. 6학년은 시간도 빨리 가고 즐거워서 너무 좋다. ~

8. 시크한 여학생
1학기가 벌써 끝나간다니 시간이 참 너무 빠르다. 6학년이 되고 여러 좋은 점들이 있었다. 일단 현장 학습을 많이 간다. 보통 6학년들만 가는 현장학습은 한 달에 한 번 종도? 많이 가는 편이다. 또 좋은 점은 내 생각일진 몰라도 공부가 재미있다. 뭐라고 설명해야 될 진 모르겠지만, 공식 그 자체가 흥미로워서 재미있게 공부한 것 같다. 그리고 우리 6학년은 6학년들의 텃밭이 있기 때문에 농작물을 기르는 재미도 있었던 것 같다. 우리 반은 닭도 키운다. ~

 

 

 

2021년

1. 폭발하는 아이들을 만났다. 싸우고 싸우고, 욕하고 욕했다.
  화를 내지 않았다. 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덜덜 떨리기도 했다.
  무력감에 빠지기도 했고, 다 때려치고 휴직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래도 화를 내지 않았다.
  화 내지 않는 게 무슨 큰 일이냐 생각하겠지만, 폭발하는 아이들에게 화 내는 건 소용없다고 생각했다.
  2021년 내내 참고 또 참았다.

2. 참고 참으며 상담했다. 싸우면 상담하고, 욕하면 상담했다.
  우리 반 아이가 5학년을 때리면 5학년을 달랬다. 때린 아이는 또 상담했다.
  4학년을 달랬고, 3학년과 2학년을 달래기도 했다. 
  폭발하는 아이는 학년을 가리지 않고 욕하며 싸웠으니까~
  졸업식을 앞두고 폭발하는 녀석들 사이에서 고생한 아이가 상담 때문에 견뎠다고 했다.
  상담하면서 "이게 다 무슨 소용이 있나!"  했는데 소용이 있었다.

3. 폭발하는 힘을 달래려고 이것저것 많이 해줬다.
  산에 가고, 볼링장에 가고, 해양레일바이크 타고, 자전거 타면서 놀고, 삼겹살 구워먹고~
  살모사 보고는 죽이겠다고 덤벼드는 녀석들 말리고,
  일본 음식, 이슬람 음식, 쿠키, 머핀을 만들고~
  이러면서 1년을 버텼다.

졸업식하는 날, 아이보다 학부모가 더 많이 울었다. 
난 속이 시원했다. 좀 울컥하기도 했다.

 

2020년

1. 비대면수업(우리 학교는 8주) 전부 실시간 쌍방향 수업했다.
대면수업 할 때는 학교 앞 강에 데려가서 물놀이를 했고, 마을 이곳저곳을 찾아가는 현장학습을 세 번 했다.
틈날 때마다 학교 앞산(5~10분 거리), 강가(5분 거리)에 데려갔다.

애들도 내가 자기들 사랑하는 줄 안다.

2. 1학기 세 번, 2학기 세 번 문집을 만들었다. 일기 안 쓰는 아이들 달래고 꼬드기며 만든 문집이다.
(아이들이 이제 글을 쓸 만해지니 헤어져서 아쉽다.)

3. 오늘을 마지막으로 아이들 집에 열한 번 찾아갔다.


다음 주도 비대면 수업이라 주간예고, 학습지와 함께 
미술 준비물로 기성품 만들기를 준비했다.
(9시 딱 되면 수업에 들어오고, 5교시 내내 열심히 참여한 선물!)
그리고 아이스크림 한 통씩 배달했다. (학교 예산으로)
언젠가 수업 시간에 아이스크림 이야기가 나왔는데 
31가지 맛 아이스크림을 한 번도 못 먹은 아이가 있었다.
마지막 가정방문 가는 기념으로 작은 거 한 통씩 나눠주었다.
(아이 기다리면서 사진 찍어봤다.)

2주일 더 수업하고 나면 4년 정든 학교를 떠난다.
나이가 들어서인가, 학교 떠나는 게 점점 힘들어진다.

선생 노릇 할 만해질 때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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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의 글을 사랑했다.


(하긴, 내가 사랑한 글이 얼마나 많았나!)

옆집 할아버지 돌아가시자 고무줄을 때려친 아이다.
(고무줄 하는 거 봐주는 사람이 없어서)

아이가 겨울 방학 때 나한테 편지를 썼다.
(이 편지 찾으려고 몇 번이나 주변을 뒤졌다.)

눈이 온 날, 나 주려고
눈사람 만들어 냉동실에 넣어놓았다고 했다.
(오늘도 편지 찾으려고 편지함 뒤졌는데 못 찾았다.)

 

오늘 아내가 우연히 내 책에서 찾았다며 엽서를 줬다.
(찾던 편지가 아닌 다른 편지다.)
와~ 7년이면 지영이가 고 2학년일 때인데,
내가 지영이에게 무얼 했는지,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아마 이때 지영이 만나서 무언가 한 것 같은데... 어렴풋이...)

내가 무얼 했기에 자기를 기억해줬다고 하는 걸까?

지영이는 오늘 어떤 크리스마스를 기다릴까?

언젠가 퇴직하면 아이들 글 읽으며 그리워하면서 시간 보내겠지.

#여러분_모두_즐거운_성탄_맞으시기를_

 

아래 글을 쓴 아이가 전국대회에서 우수상(상금 30만원)을 받았다.
한 아이는 최우수상(50만원), 또 한 아이는 장려상(10만원)을 받았다.
상금 받은 날, 우리 반 세 아이에게 말했다.
상금에서 1/10은 너희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 줘라다른 사람 도와주는 단체에 보내도 되고, 직접 찾아가 줘도 된다.”

세 아이 부모에게 전화했다. 1/10을 후원하시라고돈만 보내지 말고, 아이와 후원할 곳을 같이 결정하시라고.
그게 상보다 더 나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세 아이 모두 1/10보다 더 후원했다. 아깝다고 말한 아이도 있지만, 이렇게 배워가는 거라 생각한다.

2년 뒤에 아이가 방과후 글쓰기하면서 글을 보여주었다내게는 보여주지만. 엄마에게는 보여주지 않겠다고 했다.
괜찮다. 네 마음 안다. 글로 표현했으니 됐다.” 하며 다독였다.

000

-- 아빠하고 나는 떨어져서 산다. 원래는 아빠하고 같이 살았다고 했다. 하지만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계속 떨어져 사는 기억밖에 나지 않는다. 주말마다 가도 아빠가 회사에 가서 잘 만나지도 못한다. 만나면 실컷 놀아주고 맛있는 음식도 많이 해주시는데 자주 만나지 못한다. 아빠는 우리를 위해 충주까지 가서 일하신다. 나는 이게 싫다. 아빠가 충주에서 지위가 높지만, 그냥 우리랑 같이 살면서 낮은 지위로 같이 쭉~ 있으면 좋겠다.
-- 나는 아빠가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우리하고 같이 있는 게 더 좋다. 아빠가 안 놀아주고 혼나도 아빠하고 같이만 있으면 좋겠다. 언제 엄마가 크게 우신 적이 있다. 우리 때문에 스트레스가 생겨서이다. 우리가
엄마, 괜찮아요?” 라고 물어보면
괜찮아, 괜찮아!” 그러는데 아빠하고 영상통화를 하면서 갑자기 울기 시작하셨다.
-- 엄마를 위로해줄 사람은 아빠밖에 없다. 엄마가 슬픔을 마음에 넣어 두었다가 스트레스 많이 받는 것보다 아빠 위로를 받으면서 우리 가족이 행복하게 사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다.

다시 얼마 뒤에 아이가 엄마에게 글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상 받은 기쁨을 나누며, 도와줄 곳을 찾던 엄마와 아들이 감추어둔 아픔과 외로움을 이야기하며 함께 울었을 거다.
가족이란 기쁨만 아니라 아픔과 외로움도 나누는 사이 아니겠나!

코로나로 힘들지만, 기쁜 성탄절! 기쁜 연말이 다가온다.
제 글을 읽는 분들이 #가족과_화해하고__기뻐하고__함께_하면__좋겠습니다.

 

아이 마음에서 좋은 글을 길어내려면 기대하고 기다려야 한다.

아이 집에 가정방문을 갔었는데, 할아버지가 계신 줄 몰랐다.
아이 마음에 슬픔이 차있는 줄 알았지만, 이런 마음이 있는 줄은 몰랐다.
아이에 대해 모르는 게 많았지만, 난 아이 글을 사랑했다.
2018년 담임을 하면서 12월에 이 글을 만났다.
그 뒤로 가끔 네 글을 보여줘!” 하며 기대하고 기다렸다.

2019년에 할아버지의 침대를 만났고, 올해엔 할머니 호박죽을 만났다.
아이는 해마다 한 번씩, 삼 년 동안 나를 글로 울렸다.
내년에 중학생이 된다. 가끔 연락해서 글 달라고 졸라야겠다.
어쩌면 아이가 작가가 될 수도.
난 작가가 된 아이 글 읽을 때까지 기대하고 기다릴 수 있다.

----------------------------할아버지의 눈
변다인

요즘 난 몹시 바쁘다. 엄마는 일하고 아빠는 내일 베트남에서 오는 외삼촌 데리러 인천공항 간다. 내가 동생들이랑 할아버지까지 다 책임져야 한다. 할아버지는 눈이 잘 안 보이신다. 며칠 전까진 괜찮았다. 그런데 그 뒤로 잘 안 보이신다. 안 보이니까 길을 익히려 자꾸자꾸 나가신다. 나가는 위치도 모르신다. 할아버지가 나가고 스스로 못 들어오신다. 우사(소 외양간) 가셨다가 내가 불러서 겨우 들어오셨다.

할아버지가 하도 안 되니까 내가 창고에 쓰러져 있는 지팡이 하나 들고서 할아버지한테 드렸다. 할아버지는 이제야 좀 덜 불편한 듯 지팡이 짚으면서 겨우 집 안으로 들어오신다. 지팡이 위치랑 신발 위치까지 알아두려고 노력하신다.

할아버지는 길 외우러 또 한 번 나가신다. 별 일 없겠지!’ 하면서 집에 있는데 1분이 넘어도 할아버지가 문 앞에 서있다. 무슨 일인가~ 봤더니 신발이 짝짝이다. 한 짝은 맞는데 한 짝은 작고도 작은 분홍색 내 슬리퍼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이상한 듯 출발하지 않으셨다. 불안한 마음에 할아버지를 따라다녔지만, 할아버지는 걱정하지 말라며, 집 못 찾으면 소리 지른다!’ 하시며 우사로 가셨다. 불안하긴 했지만 집으로 들어왔다. 1분 뒤에 밖에서 다인아~”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할아버지는 집 반대편, 쓰레기 태우는 곳에서 여기가 문이냐?” 하며 계셨다. 나는 아니라고 설명하고 문까지 안내했다.

#아이_글의_저작권을_인정해_주세요.
#자녀나_학생에게_읽어줘도_되지만_딱_거기까지만!!!

이틀 전에 소개한 방과후 글쓰기 반에서 만난 글이다.
설명하는 글을 쓰자고 말하며, 몇 가지 예를 들었다. 그리고 쓰라고 했다. 난 가끔 격려하기만 했다.
12월 7일에 쓰다가 멈추었고, 14일에 마무리했다. (방과후 수업-월요일)
(나는 띄어쓰기만 고쳤다.)

-------------동생 사용 설명서
6학년

안녕하세요. 전국의 남매, 자매가 있어서 불행하신 분들. 동생을 부려먹고 싶은데 말을 듣지 않는다고요? 괜찮아요! 오늘 제가 알려드릴 방법은 동생 녀석들을 아주 쉽게 부려먹을 수 있는 방법이에요. 모든 동생들한테 이 방법이 먹히죠. 다만 초딩이고 사춘기가 오지 않은 동생들에게만 써먹을 수 있다는 게 단점이지만요.

동생 사용설명서 첫 번째, 약간의 거짓말을 더하세요. 예를 들어
“야! 김동생! 물 좀 떠와! 떠오면 내가 00하고 △△ 해줄게.” 이런 식으로요.
이때 가장 중요한 건 ‘△△해줄게!’는 나에게 손해가 없을 만한 것, 00은 엄청난 무언가를 해줄 거라고 하세요. 손해 같다고요? 괜찮아요. 어차피 들어주지 않을 것이니까요. 동생을 더 골려주려면 △△도 주지 마세요. 단점! 엄마나 아빠한테 이를 수 있습니다.

동생 사용설명서 두 번째, 약점을 잡으세요. 동생이 뭘 잘못했다구요? 이르지 말고 증거를 잡으세요. 이 방법이 첫 번째 방법보다 좋아요. 증거를 잡아놓고 “너, 이것 안 해주면 엄마한테 말할 거임!” 이러면서 계속 부려 먹어요. 계속 부려 먹다가 슬슬 말을 안 들을 때쯤 일러바쳐 버리는 거죠. 사소한 잘못도 넘어가지 마세요. 더 크게, 더 거대하게 부풀려서
“넌 엄마한테 100% 혼날 거다!” 이런 식으로 압박을 주면 되니까요. 단점! 유통기한 있음. 3년 6개월 전에 약점 잡아놨는데 깜빡하고 부려 먹지 못함.

세 번째, 월급을 주세요. 네? 아직 학생이라 돈이 없다구요? 괜찮아요. 월급은 돈뿐만이 아니니까요. 동생이 가지고 싶어 하는 게임 아이템을 동생에게 주세요. 네? 너무 손해라구요? 더 많이 부려먹고 더 어려운 심부름을 시키면 되죠. 어느샌가 말을 듣지 않으면 “어? 너 게임 아이템 다시 돌려줘!” 라고 하면
“안돼!” 라며 더 열심히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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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년 전에 담임으로 만났다.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는 아이다.
아이가 한 번 폭발하면 엄마도 무서워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고 했다.
화풀이하러 산에 데려가면 바락바락 소리 지르며 욕하던 아이다.
악을 써가며 소리 지르고 욕해서 친구들이 ‘허걱!’ 하게 만든 아이!

글은 마음을 털어놓게 만든다. 글을 쓰면서 아이가 화를 풀었다.
이젠 크게 화낼 일이 없다고 한다. 동생 머리 꼭대기에 앉아 부려 먹는 경지에 이르렀다.
아이에게 “동생한테 잘해줘야지!” 같은 말은 하지 않았다.
그냥 “그렇구나!” 했다.

동생이 우리반이다. 명랑 쾌활하고 마음을 그대로 내보이는 아이다.
“언니가 괴롭히지?” 하면 “때려주면 돼요!” 하는 아이다. 언니보다 힘이 세서 위축되지 않는다.
언니는 이런 동생을 이기려고 머리를 쓴다. 그게 이 설명문이다.

막내 동생(2학년 남자아이) 글도 보고 싶은데, 우리 반이 아니다.
남매, 자매 관계가 참 오묘하다.

학교에서 월요일마다 방과후 글쓰기 반을 한다. 5학년 4명, 6학년 3명이 온다. 전학생 1명을 빼고 모두 담임으로 가르친 아이들이다. 글도 쓰고, 토론도 하고, 가끔 강가에도 나간다. 12월 14일, 설명하는 글을 써보자고 했다. 6학년 아이가 <사는 법>을 설명했다.

----------- 사는 법

6학년

인생을 사는 방법은 4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 방법은 물 흐르듯 살기이다. 살다 보면 여러 가지 걸림돌이 있을 것이다. 그때 고민하지 않고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생각을 하며 사는 법이다. 어떻게 보면 생각 없이 사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 방법을 쓰면 나타나는 단점은 그 순간만 생각하지 않아 편하지만, 나중에 굉장히 곤란해질 때가 많을 것이다. 이 방법은 딱히 좋아 보이지도 않고 추천하지도 않는다.

두 번째 방법은 뭐든지 신중하게 사는 법이다. 신중하게 사는 방법은 위에 방법과 정반대로 사는 법이다. 그래서 위의 단점이 이 방법의 단점이다. 이 방법의 너무 큰 단점은 자기 주변에 사람이 없어질 것이다. 매순간 진지하고 신중해서 볼 때마다 답답해서 사람들이 떠날 확률이 높다. 하지만 혼자가 되어도 상관없으면 추천한다. 운이 좋으면 사는 방법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 행복하게 살 가능성이 있다. 인간관계를 신경 쓰지 않고 현명한 선택만 잘한다면 최고의 방법 같다.

세 번째 방법은 긍정적으로 밝게 사는 방법이다. 이 방법으로 살아서 가장 큰 단점은 다른 사람이 얕잡아 본다는 게 크다. 하도 밝고 긍정적이다 보니 약간 멍청해 보이기도 해서 더욱 그러는 것 같다. 나는 저렇게 사는 게 부럽기도 하다. 아무 걱정도 없어 보이고 내가 아는 방법 중 가장 행복해 보인다. 물론 속마음에 담아놓고 있을 수도 있지만 사람들이 볼 때만큼은 밝아서 남에게 힘을 주기도 하다.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방법이다. 내가 다시 태어나 살고 싶은 방법이다.

마지막 방법은 부정적이게 사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모든 걸 비판적으로 본다. 그래서 물건 살 때 효율적이게 살 수도 있지만, 그 물건의 단점만 보기 때문에 물건 사기에 힘들다. 어쩌면 두 번째 방법과 비슷한 방법이기도 하다. 모든 걸 부정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한 번 실패를 하면 다시 일어나기 힘들기에 좋지 않다.

(아이에게 한 조언 : 글 마지막에 결론이 있으면 좋겠다.)

아이 겉모습은 아주 시크하다. 대부분의 일을 별 것 아닌 듯 대한다. 그러나 속으로는 혼자 고민한다. 이런 모습을 나는 알지만, 친구들은 모른다. 그래서 이 아이를 무서워한다. 약간 싫어하기도 하지만 내색은 안 한다. 이 아이는 친구들이 자기들을 대하는 태도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쿨하게 반응하면서도 마음에 남는 게 있다.

친구 관계에 고민하지 않고 정말 시크하게, 쿨하게 생각하는 아이는 이런 글을 쓰지 못한다. 아이가 쓰는 글을 잘 읽으면 <진짜 모습, 자기 자신의 본래 모습>이 보인다.

참고로, 나는 신중하게 물 흐르듯 산다. ‘신중하게’를 기본으로 살아왔고, 나이가 들면서 ‘물 흐르듯’이 더해진다. 긍정은 잘 안 되고, 부정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아이_글의_저작권을_인정해_주세요.

#자녀나_학생에게_읽어줘도_되지만_딱_거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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