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방학 동안 책뜰안애에 손님이 왔다.
기윤실 꿈섬 2.0에 참여한 16명이 2박 3일 동안 지냈다.
남교사는 책뜰안애에서 자고, 여교사들은 인근 한옥 민박을 소개해드렸다.
 
『일수의 탄생』으로 책 놀이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찬반 토론이 꽤나 격렬해져서 '이러다 싸우는 건 아니겠지?' 하는 순간도 있었다.
 
둘째날 밤에는 잔디밭에 누워 별을 봤다.
글을 쓴 선생님이 찍은 밤하늘
셋째 날에는 글을 썼다.
책뜰안애를 떠나며 남자 선생님이 이렇게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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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여름캠프 후기, 권일한의 교실을 만나다.
 
권일한의 교실에서, 권일한의 학생으로 3일을 보냈다.
그의 교실 속에서,
보통의 사람 일수를 만나 나의 보통이 좋아졌다.
속 빈 화려함을 가진 일석이를 만나,
서른이 되도록 자신을 찾지 못했던 나의 젊은 날을 위로할 수 있었다.
부모의 기대대로 살지 못한 죄책감에 눌린 일수를 만나며
집에 갈 때마다 무거워졌던 마음의 한 켠을 이해할 수 있었다.
권일한의 교실은 나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그가 책을 보며 하나님의 세계 속에서 자신을 만나듯,
그의 교실에서는 자신을 만나게 되는 모양이다.
사람을 책 속으로 불러들여 자신을 만나게 하는 교실,
이곳이 권일한이 일구고 지켜가는 하나님의 나라가 아닌가 싶다.
사람, 책, 만남.
그리고 그것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선생님.
권일한이 지켜왔고,
우리가 함께 지켜야 할 우리 교실의 모습이다.

다음 방학 때 오실 분들을 기다린다.

2020년에 이어 2021년에도 좋은교사 글쓰기 연수를 했다.
10월부터 1월까지 열 번 동안 만나, 글쓰기를 배우고 직접 글을 썼다.
모르는 분들이 서로 알아가며 마음을 글로 표현했다.
연수하며 쓴 글을 모아 문집을 만들었다.         ---------- 표지----->
마지막 과제인 <연수 후기>를 소개한다.

                               나에게 글쓰기 연수는 어떤 의미를 남겼나?
전북 교사

20222학기 권일한 선생님의 글쓰기 연수를 신청했다. 어릴 때부터 글쓰기란 나에게 잘하고 싶으나, 어떻게 해야 할지 도통 모르겠는 것이었다. 교사가 되고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쳐야 했다. 나도 자신 없는 것을 도대체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어려웠다. 그런 글쓰기 지도에 용기를 가지고 문을 두드려 보기로 했다.

10회 동안 다양한 종류의 글쓰기 지도를 받고 난 후, 나에게 물었다. ‘그래서, 너는 이번 연수로 무엇을 배웠니?’ 대답이 바로 나오지 않았다. 분명 무언가 나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었는데, 그것을 뱉어내기에는 모호했다. 적다가 그만두고, 시도를 계속하다가 제출일이 다가왔다.
이제 어떻게든 써야 한다.”

먼저, 이번 연수를 통해 글쓰기 지도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다. 과제로 제출하기 위해 나부터 글쓰기를 시도해 보았다. 오히려 글쓰기에 대해 배우고 나니 염두에 둘 것이 많아져 글을 쓰기가 더 어려웠다. ‘더구나 이를 가르친다고?, 내가 할 수 있을까?’ 앞으로 시도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글을 쓸수록 나에게 글쓰기가 주는 여운이 진했다. 내 안에 잠깐 머물러 가는 감정과 생각을 놓치지 않고 글로 낚아 뱉어내는 순간, 진한 감동이 있었다. 글을 쓰고 난 후에도 꽤 오래 따뜻함이 마음에 머물렀다. 그 감동을 안고 살아가는 경험이 신선했다. 글쓰기 맛을 경험하고 나니 이를 가르쳐야 할 이유가 명료해졌다. 내가 만나는 아이들도 이 감동을 지니고 살아간다면 삶이 더욱 따뜻할 것 같다.

내가 글쓰기가 어려워서 좌절했던 이유는 글쓰기 지도 목적을 아이들이 쓴 글, 즉 결과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결과보다는 글을 쓰고, 함께 나누는 과정 자체만으로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단 아이들과 함께 써보려고 한다. 그렇게 하나씩 하다 보면 나도 성장하고 아이들도 성장하겠지.

이 밖에도 연수를 들으며 글쓰기교사의 역할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연수를 듣기 전에는 글쓰기를 잘하려면 글을 쓰는 기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글쓰기 지도란 책을 많이 읽어서 배경지식을 얻게 하고, 글을 쓰는 기술을 가르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연수를 들으면서 내가 좋은 글이라고 느낀 글은 넓은 배경지식과 정교한 글쓰기 기술로 쓰인 글이 아니었다. 한 사람의 삶 속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과 생각을 로 울림 있게 전하는 것. 이런 글을 만났을 때, ‘! 좋다.’ 하며 마음이 동하였다.

권일한 선생님은 이런 글을 위해선 교사가 아이들 마음 문을 두드려야 한다고 하셨다. 어쩌면 교사의 역할은 글쓰기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도 모르게 닫힌 마음을 열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닐까? 내가 글쓰기 지도를 어려워했던 이유는 기술을 잘 가르칠 자신이 없어서였다. 그런데 글쓰기와 교사의 역할에 대한 생각이 변하니, 글쓰기 지도를 해보고 싶다.

교사로 발령받아 106개월 교직 생활을 경험하고, 지역을 옮겨 교사 제 2막을 시작하는 나에게 이번 글쓰기 연수는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 연수를 받으면서 앞으로 내가 어떤 마음으로 아이들을 만나야 할지 고민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져야 함을 다짐한다. 나에게 아이들을 맞추려 하지 말고, 그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두드리는 교사가 되고 싶다. ‘이라는 연결 고리로 아이들과 통()하길 시도해봐야겠다.

 

                                                김 선생님을 위한 추천 연수
서울 교사

김 선생님,
글쓰기 연수가 얼마 전에 끝났어요. 연수를 받으며, 종종 선생님과 함께 배우는 상상을 했어요. 좀 더 빨리 연수 소식을 전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집합 연수라는 착각만 하지 않았어도, 분명 선생님은 흔쾌히 배움에 동참했겠지요? 실시간 화상수업으로 진행된 이번 연수는 수업 후 먼 집까지 가야 하는 부담도, 엄마를 기다리다 일곱 살 아들의 목이 늘어날 걱정도 할 필요가 없었는데 말이죠. 3개월간의 글쓰기 수업이 궁금했을 선생님을 위해, 나만 누려 아쉽고 미안했던 호사에 대해 몇 자 적어볼게요.

3년 전, 쓰고 싶은데 쓸 수 없어 갑갑했던 내 눈에 ***문화센터 글쓰기 강좌가 들어왔어요. 강좌명에 홀딱 사로잡혔으면서도, ‘글쓰기를 혼자 배울 엄두가 나지 않았죠. 그때 지나가는 말로 물었는데, 단번에 함께 등록을 해줘서 얼마나 힘이 되었던지요. 첫 과제 나에게 글쓰기란?’이라는 주제로 써낸 선생님의 글은, 또 얼마나 나를 자극하고 감탄케 했던지요. ******에서 뒤처진 동료를 두고 갈 수 없어 혼자 남아 기다려야 했던 30, 점점 조여오는 조난의 공포를 감당하게 했던 건 손바닥만 한 일기장이었다고 했어요. 생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순간에 글쓰기를 선택했던 선생님, 그런 김 선생님에게 이 연수가 딱 어울려요.

글쓰기 수업의 으뜸은 권일한 선생님을 3개월 넘게 만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러면 따님들에게 풍긴다는 아빠 냄새를 우리도 마음껏 맡을 수 있거든요. ‘책 읽고 공부할 마음이 생기게 한다는 아빠 냄새를 말이죠. 독서 관련 연수로 권일한 선생님을 처음 뵈었을 때, 선생님을 특별하게 보이게 했던 것도 바로 이 냄새였을 거예요. 강의를 듣고 있는데, 미치도록 책이 그립게 만들던 냄새였어요. 그 후 권일한 선생님의 수업을 들을 기회를 호시탐탐 노렸으나 검색 능력의 부족 탓인지, 정보력이 꽝인지 통 기회가 오지 않았죠. 세상에나! 그런 제게 동학년 000 선생님은 권일한 선생님을 자석처럼 끌어다 놓으셨어요. ~ 은혜로운 선생님! 그런데 이상도 하지요? 입도 뻥긋 한 적 없었는데 말이죠. 끌어당김의 법칙이 정말로 존재하는 모양이에요.

김 선생님, 이 연수 덕분에 나는 우리 집 서재에서 전국 각지에 계신 선생님들을 만나고 사귈 수 있었어요. 저를 포함하여 9명이 매주 또는 2주에 한 번씩 오붓하게 만났어요. 어색함은 글과 시간을 나누는 사이 사라졌고, 온라인 공간이지만 마주 보면 반가운 인연이 되었지요. 배움의 열정과 글쓰기를 향한 부지런한 사랑을 이분들로부터 배우는 시간이었어요. 물론 나는 그중 가장 게을렀지만요. 선생님과 함께 이분들을 만났다면, 그리고 이분들도 김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면 더없이 좋았겠다 싶어요.

우리가 함께 배웠던 글쓰기 수업과 이번 연수의 가장 큰 차이는 아이들의 유무에요. 다양한 종류의 글쓰기를 배우고 써보았던 ***문화센터 글쓰기 수업은 나로 가득한 시간이었다면, 좋은 교사 글쓰기 연수는 늘 아이들이 그 중심에 있었지요. 나도 몰라 대충 가르쳤던 장르의 글쓰기에 접근하는 요령을 배웠어요. 좋은 글은 형식을 가르치기에 앞서, 쓰고 싶은 마음을 끌어내는 게 중요하다는 것도 새겼구요. 글 속에 담긴 아이 마음을 읽고, 응어리를 글쓰기로 다독이고 풀어줄 수 있음을 믿게 되었어요.

김 선생님, 좋은 교사 글쓰기 연수에 참여할 기회는 1년에 한 번 오나 봐요. 그 기회가 왔을 때, 선생님의 일상이 평안하여 망설임 없이 잡을 수 있길 바랍니다. , 가끔 성경을 들려주시는데 문외한인 저에게도 와닿는 구절이 종종 있었어요. …… 선생님은 종교가 있었던가요……? 그러고 보니, 4년을 만나며 서로의 종교에 대해 아는 바가 없군요. 우리 더 알아가기로 해요. 여러모로! ^^

 

                                                        연수를 마치며
서울 교사

이번 글쓰기 연수에 참여한 건 오로지 권일한 샘께 직접 배우고 싶다였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다. 권샘의 진짜 비결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고, 우리 반 애들도 신나는 글쓰기의 여정에 초대하였으며, 글쓰기를 전혀 하지 않던 나 또한 글쓰기의 매력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재미도 느끼고, 참여한 분들의 생각도 나누면서 글쓰기를 실제적으로 배웠다. 때로는 동료들에 비해 생각이 얕은 내 모습이 드러날까 봐 조마조마하기도 했다.

주어진 과제를 하기 위해 새로운 글쓰기를 학급 아이들과 시도해보면서 조금씩 내 것으로 소화했다. 과제가 모인 문집을 매번 받아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결과물을 안겨줘야 애들도 기쁘고 더 잘 쓰려는 마음이 들겠구나를 직접 경험했다. 반 아이들이 써낸 글을 직접 읽고 타자로 작성하면서 내 마음도 점점 아이들과 가까워졌다. 게다가 반 아이들의 부족해 보이는 글이 점점 좋아졌다. 연수를 통해 아이들의 마음을 여는 비결을 조금은 알게 됐다. 권샘처럼 아이의 처지와 마음을 알아주고 있는 그대로 아이의 삶을 받아주어야 한다.

이제 거대한 양이 된 문집. 하나, 둘 보이는 선생님들의 글에서 위로를 받는다. 글로 자신을 솔직히 드러내 주셔서 글솜씨에 감탄도 연발하면서 샘들과 친해진 듯한 마음이 든다. 글쓰기는 분명 힘들지만, 글을 쓰면서 자신의 아픔이 치유될뿐더러 읽는 이에게도 같은 마음을 줄 수 있다.

연수 내내 잔잔한 강원도 억양으로 즐거움과 깊은 내용을 전해주신 권 선생님께 참 감사드린다. 선생님의 삶을 연수로 녹여 보여주셔서 더욱 감사하다.

 

                                                            <연수후기>
경기 교사

계절이 바뀔 때 느끼는 뒤숭숭함, 학년초와 학년말의 싱숭생숭함과 허전함, 간혹 기분이 착 가라앉을 때 나는 꽃을 사거나, 화려하게 꽃바구니를 만들어 내게 배달을 시켰다. 꽃을 보며 기분 전환을 하는 호사를 누린 것이고, 그 이면에는 나 이 정도의 여유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야.‘ 티내고 싶은 마음도 있었던 듯하다.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는데?”

몇 달 만에 만나는 팀원들이 이 말을 할 때, 사진을 찍어준 후 사진을 보여주며,

봐봐. 확실히 달라졌다니까. 분위기랑 표정이 달라졌어.”

라고 할 땐, 인사치레라고 생각하며 적당히 맞장구를 쳤었다. 이야기를 이어가다가 문득, 요즘 내게 꽃 선물을 안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혼자 왜일까 생각하다가 몇 가지 이유를 찾았고, 그것을 팀원들과 나누었다.

가장 큰 것은 사람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졌다. 사람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니 사람에 대해 실망할 것도, 기대하다가 맘 다치는 일도 적어졌다. ’그럴 수 있어. 당연하지 뭐.‘가 되니, 마음을 다스릴 수 있고, 힘들고 불편한 관계를 억지로 끌고 가려는 욕심도 내려놓게 되어 고민 끝에 모임도 정리를 했다. 이러는 도중 만난 것이 글쓰기 연수를 통해 만난 산둥 수용소였다. 극한 상황에서 적나라하게 자신의 이기적인 본성을 드러내는 사람들을 보며 처음엔 충격이었지만 그럴 수 있고, 그것은 당연함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인생 책이라고 하고, 정말 좋은 책이라고 하는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귀가 팔랑거려 구입하였는데 이제는 이 책을 나도 만나는 사람들에게 이야기 나누고, 책 모임 사람들과 작년 11월 함께 읽고 나누면서 한 번 더 사람에 대해, ’에 대해, ’관계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글쓰기‘.

글쓰기를 많이 시키고, 나름 글을 쓴다고 생각했었는데 주제별로

숙제 글을 쓰면서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글은 사람을 나타낸다. 글을 읽으면 글 속에 숨겨진 그 사람이 보인다.’고 입버릇처럼 말한 나인지라 글 쓰는 것이 정말 어려웠다. 그리고……강의를 들을수록 권일한 선생님께 글을 보인다는 것이 적나라하게 나를 드러내는 것 같아 미룰 수 있는 만큼 미루고, 버틸 만금 버티기도 했다.

이런 글쓰기 작업을 통해 내 생각, 내 삶과 교육의 지향점 등을 돌아보며 군더더기를 덜어내듯 아주 조금이지만 생각 정리도 되었다. 지금도 정리 작업 중이기에 덜어내기가 끝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겠지만, 글쓰기 연수가 그동안 미처 발견하지 못한 를 보게 하고, ’를 좀 더 따뜻하게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으니 여유있게 작업을 이어가려 한다.

책 모임을 위해 요즘 읽고 있는 책 중에서 얻은 황금 문장이 있다.
"인생은 'B' birth'D' death 사이의 'C' choice." (장 폴 사르트르)
멋있다 생각하여 언젠가 써먹기 위해 기억해두었던 문장인데 이 글에서 처음 사용한다.

삶이 선택이라면, ’글쓰기 연수는 나의 탁월한 선택이었고, 이 연수를 통해 나를 긍정적으로 돌아보게 된 것 또한 나의 탁월한 선택이었다. 선택에 탁월한 안목이 있는 나를 칭찬한다. 앞으로 또 수많은 선택에 당면할 것이지만 사려깊게 선택할 것이고,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보다는 감사하며 내 맘을 지키고 나를 지켜갈 것이다.

 

                                                 자기 부인의 시작
부산 교사

글쓰기에 목마름이 있었다. 글쓰기 연수 시작 한 달 전에 *** 프로그램 작은책반을 끝냈던 차였다. 책을 쓰면서 머릿속에 있던 것들을 풀어냈지만, 문장이나 구성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글에 부족함이 느껴졌다. 문장을 매끄럽게 쓰고 싶다,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을 논리정연하게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책을 쓰기 전까지는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썼다. 문장이 매끄럽지 않기도 했고, 뒤죽박죽된 생각들이 논리의 순서와 상관없이 나열되기도 했다. 퇴고하며 글을 다듬을 수 있었지만, 책 쓰기 전까지는 그마저도 잘 하지 않았다. 책을 쓴 이후로, 글을 잘 쓰고 싶었다. 내가 잘 쓰면, 아이들을 가르치는데에도 도움이 될 거 같았다.

연수를 들으며, 글쓰기를 가르치는것이 오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르친다는 말의 늬앙스에 이미 힘의 구조가 느껴진다. 가르치는 사람이 위에 있고, 배우는 사람이 아래에 있다. 통제의 욕구가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모든 가르침이 그렇겠지만, 통제 아래에서는 제대로 배울 수 없다. 형식과 방법은 배울 수 있어도, 마음은 배우지 못한다. 나와 너가 분리되고, 공동체는 사라진다. 나는, 힘의 구조 위에서 군림하며 가르치기에 급급했던 것은 아닐까? 마음이 드러나는 글은 가르침에서 오지 않는 거 같다.

나는 글쓰기 연수에서 무엇을 얻고자 했던 걸까? 솔직히, 아이들의 마음보다 아이들 글 자체에 관심이 많았다. 내면보다 외양에 치중했다. 나는 안전한 상황이 아니면 내 감정을 무시하기에, 아이들의 감정도 쉽게 넘겼다. 감정이 드러나는 게 두려웠다. 아이들의 글에 드러나는 감정을 마주하지 않기 위해서, 글쓰기를 제대로 가르칠 생각을 하지 않았던 건 아닐까? 아이들 글에 드러나는 아이들의 감정을 덮어두고 싶어서, 아이들의 글을 외면했던 건 아닐까?

대학원에서 상담을 공부하며 감정을 폭발적으로(?) 드러냈다. 대학원 졸업 후 후유증이 너무 심했다. 감당하기 힘든 일이 있기도 했고, 상담을 자체적으로 쉬었다. 학급에 상담이 필요한 아이가 있었는데, 외면했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도닥여줄 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감정의 힘을 알아차려서인지, 내 감정이 날뛰는 것을 혼자서는 제어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이성의 힘을 빌렸다. 감정을 이성으로 풀려고 했다.

어떤 선생님은 글쓰기의 자양분이 되는 자신의 슬픔을 사랑한다고 했지만, 나는 내 슬픔이 버겁기만 하다. 시나브로 흘려보내려고 감정일기를 쓰고 있지만, 알아차리지 못하게 흘려보내는 것으로 감당할 수 있는 양인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을 담는 말은 보이는 재주와는 다르다. 말로 꽉 채우지 않고, 사람이 머물 공간을 비워둘 수 있어야 한다. 말 자체가 빛나기보다는 사람을 돋보이게 해야 한다.’(말 그릇, 207-전자책을 소장하고 있어서 종이책으로 쪽수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내가 빛나고 싶어서 말을 잘하고 싶은 걸까, 상대방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말을 잘하고 싶은 걸까?’ 이 생각은 글쓰기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듯하다. ‘내가 빛나고 싶어서 글을 잘 쓰고 싶은 걸까, 아이들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글을 잘 쓰고 싶은 걸까?’ 교사의 영광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질 답이다. 자기 부인은, 아이들의 글을 제대로 마주하면서 시작되는 건지도 모른다.

 

                                                               <연수후기>
전북 교사

어색한 첫 만남으로 시작한 연수. 이미지만으로 다른 이가 좋아하는 책을 찾는 활동, 모둠 이름 만들기, 글 맛보기 활동 등, 책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은 어색함을 기대감으로 바꾸는 데 충분했다. 글감 글쓰기는 무엇을 써야할 지 모르는 아이들에게 너무나 유용한 글쓰기였는데, 다양한 글감을 찾아보고 그 중에 하나를 가지고 글을 쓰니 재미있게 글을 쓸 수 있었다. 1분 글쓰기는 그 1분을 생각하는 것으로도 흥미진진했고, 글을 그렇게 즐거워하며 써본 경험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즐겁고 자세하게 묘사하며 글을 써볼 수 있었다. 줌으로 가능할까 생각하며 활동했던 탐정 글쓰기는 가장 짜릿하게 참가했던 시간이었다. 매시간 선생님 강의는 너무 재미있었고, 배우는 기쁨이 가득했다. 빨리 학교 현장에 다시 돌아가서 아이들과 책놀이를 하고, 글을 쓰는 기쁨을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연수를 받으며 큰아이에게 나를 소개하는 글을 쓰게 하였다. 친구 문제로 괴로워하는 줄은 알았지만, 글에서 아이의 목소리로 너무나 외로웠다는 감정이 전해지니 부모로서 아무것도 못 해주는 상황이 너무 마음이 아프고 미안했다. 그 글을 쓴 이후로 아이는 신기하게 뭔가 마음이 편해졌다는 표현을 썼고, 기적적으로 몇 개월간 쌩까고 지낸 무리의 아이들과 다시 친해지고 다니던 학교를 잘 졸업하였다.

권일한 선생님 글쓰기 연수를 듣기 전 글쓰기에 대한 마음이 어땠을까 찬찬히 생각해 보았다. 교사인 내가 글을 쓰는 능력을 기르고, 아이들에게도 그 능력을 길러주게 하고 싶다가 중요한 목표였다. 그러나 연수가 진행될수록, 내 자녀의 글쓰기를 통한 회복의 모습을 보며 아이들에게 삶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선물 같은 일이 될까 생각하였다. 상담 글쓰기에서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듯이 특별한 노하우가 아닌, 아이들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 그 마음이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 생각하였다. 아이들에게 글을 통해 아픈 마음을 표현할 수 있고, 그 마음을 글과 글을 읽은 내가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아이들에게도 나에게도 힘이 되지 않을까. 그게 함께 살아가는 힘이 아닐까.

 

구글 설문지로 연수 후기를 받았습니다.
16명이 대답해주셨습니다.

1. 독서토론 재밌게 다가옵니다.
2. 독서와 독서토론에 관심은 있었지만 이렇게 실제로 강의 듣고 실습해보는 기회가 없었습니다. 다양한 책놀이, 구체적인 토론 방법과 활용팁을 알 수 있어서 매우 좋았습니다.
3. 읽기 전 활동 놀이로 아이들이 책을 읽고 싶게 하신 것이 인상깊었습니다. 저는 읽어주는 것만 해 봤거든요.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4. 알찬 시간이었습니다. 실천의 무게에 눌리고 있어요.
5. 새로운 책을 알게 되어 아이들과 함께 읽고 이야기토론을 하겠습니다
6. 정말 따뜻하고 나부터가 책을 읽고 생각을 깊이 해봐야 겠다고 생각이 드는 시간이었습니다.
7. 짧은 시간 유익하고 좋았습니다. 이번 워크숍 참석 대상자들을 위한 후속 자리(글쓰기) 과정도 꼭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8. 권일한선생님, 이현주 선생님 다 좋았어요.
9. 많은 경험과 고민에서 나온 귀한 강의 잘 들었습니다.
10. 교과서만 암기해서 교사가 된 저는 제대로 독서를 해본 적이 없었는데 마흔이 되어서야 아동문학을 알게되었습니다. 방법을 몰라 허둥지둥 제 맘대로 수업을 전개했는데 아이들이 책을 온전히 품을 수 있게, 교사의 질문으로 깊은 생각을 불러올 수 있게 실질적인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로부터 난민문제가 이끌려나오는 걸 보며 교사의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 지도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아이들을 온전히 바라보고 책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주는 선한 영향력을 보았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도 느리지만 한 걸음씩 내딛으며 오늘의 배움을 적극 실천해보겠습니다. 그리고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고프다는 자녀들을 어찌 키워야나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권일한 선생님처럼 하나님 안에서 귀하게 쓰임받는 교사가 되길 기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멀리까지 진심으로 저희들을 위해 달려와주신 선생님!! 아낌없이 알려주신 방법들 꼭 기필코 열심히 실천해보겠습니다^^
11. 오늘 못하고 남겨둔.. 권일한선생님 글쓰기수업
12. 아이들의 속이야기를 담은 책 만들기, 아이들과 깊이 있게 이야기나누는 독서토론을 배울수있는 좋은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사님들이 수준 높은 강의 진행 해주셔서 좋았습니다. 강사분 섭외가 어려우시겠지만 실천력과 수준이 높으신 강사로 다음연수가 진행되면 좋겠습니다.
13. 어떤 아이들에게는 얕은 여울같은 독서가 다른 아이들에게는 넘기 어려운 강 같을 수 있다는 말씀이 좋았습니다. 디딤돌을 놔주는 방식도 마음에 남네요. 11억과 메밀전, 작가에게 편지보내기처럼 잔소리없이 은근하게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요. 여러 번 되풀이하고 징검다리 놔주며 아이들이 천천히 건너올 수 있게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요. 좋은 배움 나눠주셔 고맙습니다. 권일한 선생님
14. 제가 책 읽는 법을 배운 느낌이었습니다. 강의를 들을수록 선생님의 깊은 고민과 내공이 느껴졌습니다. 아이들이 좌절하지 않고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실 때마다 얕은 탄성이 나왔습니다.(학교에서 배제되는 아이들이 신경은 쓰였지만 어떻게 할 지 방법은 잘 몰랐기 때문) 선생님의 삶에서 많이 배웁니다. 좋은 선생님 모델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기회가 되면 다음 번에도 와주시면 좋겠습니다.
15. 책을 즐거워할 수 있게 다양한 활동을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야기토론에서 연결되는 질문을 만들고 피드백 받은 활동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주장, 왜냐하면, 예를 들어, 다시 말해로 단계에 맞춰 써보는 수업
16. 나눠주신 강의가 워낙 방대해서 한번에 다 담을수 없지만 유익하고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2020년 11월~2021년 1월까지 월요일마다 150분씩, 열 번 동안 글쓰기 연수했습니다.
10회 연수하며 쓴 글로 문집을 만들었는데, 참여하신 분들이 쓴 후기입니다.
(2021년 11월~2022년 1월까지 10회 연수 중입니다.)

김**

제 핸드폰 바탕화면은 강릉 책뜰안애로 채워져 있어요. 지난해 10, B급 제자들과 12일 여행 가서 찍은 사진이지요. 한 번 가보았을 뿐인데 머물고 싶고, 가끔씩 궁금한 그곳에 형님이 삽니다. 형님이 누구냐고요? 바로 권일한 선생님입니다. 선생님을 처음 만난 건 대학교 2학년 가을이었을 거예요. 선배님하고 이야기 나눴던 장면이 떠오르는데 그때 제가 민트색 과티를 입고 있었어요. 겉옷을 입지 않았네요. 그래서 가을이 아닐까 싶어요. 춘천교대 IVF에서 열어준 선배와의 만남을 통해 형님을 처음 만났습니다.

교대생인 우리에게 교사로 찾아온 선배님은 한참 어른으로 보였어요.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닭 뼈 묻은 이야기, 여러분도 기억하시나요? ‘, 그렇게 역사를 가르칠 수 있는 거야? 하고 놀랐지요. 그리고 또 하나, 아이들과 비빔밥을 먹었다는 이야기가 떠올라요. 커다란 양푼인지, 다라이인지 아이들이 싸 온 도시락을 한데 섞어 비벼 먹는데 선배님이 침을 먼저 퉤, 뱉으니까 애들도 따라 하며 같이 먹었다는 얘기를 해주셨죠. 비위가 좀 상했어요. 더러운 얘기는 오래 기억에 남는 법인가 봐요. 형님은 그런 적 없다고 하실지 몰라요. 요즘 나이 들어 자꾸 깜빡깜빡하신다고 하니, 여러분은 제 말을 들으셔야 할 겁니다.

우윳 빛깔 피부를 빛내던 형님은 강원도 산골 아이들과 같이 놀고, 신나고 멋지게 가르치는 모습으로 후배들 앞에 서셨어요. 과연 나도 그럴 수 있을까? 하는 꿈을 꾸게 해주셨죠. 학교를 같이 다닌 ** 언니한테는 책 선물을 주셨는데 그 책 속표지에 사랑으로 승리해라라고 써주셨다고 들었어요. , 진짜 멋지지 않아요?

졸업한 뒤에 형님을 행복한 수업 만들기(이하 행복수업)’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공교육에서 기독교 세계관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초등기독교사 모임이었어요. 지역마다 모임들이 있었어요. 형님이 그 전체 대표였어요. 함께 모이면 형님은 꼭 성경 이야기와 학교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이름뿐인 대표라고 하셨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정신적 지주를 맡고 계셨어요. 그때는 정신적 지주였는데, 지금은 강릉의 지주가 되셨네요. . 지금은 자연스럽게 흩어진 모임이 되어 아쉽지만, 그저 직장인처럼 학교를 오가던, 그래서 교사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고 싶어 했던 제게 다시금 교사로서 꿈꿀 수 있고, 보람을 느끼게 도와준 행복 수업은 제가 참 사랑한 모임입니다. 이후에도 한 달에 한 번 화상으로 함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을 삼 년 정도 함께 했고, 가끔은 출간을 앞둔 글을 미리 만나는 기회도 얻었어요. 마음으로 배우고 싶어 하면 언제든 기회를 열어주셨던 형님이었어요.

특별한 글쓰기 연수를 여신다고 했을 때 그저 함께하고 싶었어요. 다시 책뜰안애에 갈 기회도 열려있으니 더없이 좋았죠. ... 이건 말하기 좀 부끄럽습니다만 해보지 않은 낯선 연수를 여시는 형님을 돕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 뭐예요. 그 마음은 공연한 오지랖이었음을 지금은 알고 있어요. 형님은 역시 형님! 누가 누굴 돕는답니까~ 그냥 저는 그냥 저로 있어도 됐던 거예요. 이상하게도 형님은 낯선 분들과 만났는데도 상처와 여린 면을 드러내도 안전한 공간을 만드시더라고요. ** 선생님이 지난 연수 때, 소리 없이 눈물을 훔치던 모습이- 떠올라요. ‘마치 선생님의 교실에서 배우는 학생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는 소감을 카톡에 남겨주셨죠.

나는 무엇으로 선생님의 교실에 있었을까요? 속마음을 숨긴 채 치마를 들추고, 고무줄을 끊어버린 개구쟁이였을까요? 하지만 가끔은 내 속 이야기를 마주하기도 했답니다. 가끔은 이 공간은 아둘람 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아픔을 지닌 이들이 다윗에게 찾아왔죠. 그들은 그곳에서 고통의 잔치를 벌였을까요? 이렇게 마무리를 하게 되는 일이 실감나지 않지만, 온전히 내 얘기에 귀 기울여주셨기에 제 얘기를 할 수 있었던 시간, 감사했습니다.

설탕을 넣었나요? 대게는 왜 이렇게 달아요? 책뜰안애에서 식탁을 차리는 형님은 무척 재빨랐어요. 후다다닥, 후다다닥, 바닥에 뭐라도 떨어지면 바로 치우는 부지런함. 살이 찔레야 찔 수 없는 체질. 이른 아침 대게랑 골뱅이 산다고 시장을 향해 나서는 형님은 어떤 몸짓을 하셨을까요. 정성껏 마련해주신 연수도 잘 먹었는데, 바다 선물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냠냠. (2021.02.16.)

대나무숲에서 울음을 쏟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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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어디까지... 솔직하게 쓸까요? 겁이 나서요.”

권일한 선생님이 톡방에 과제를 안내하셨을 때 제가 달았던 답글입니다. 글쓰기 연수를 듣는 내내 저는 마음속 두려움과 싸워야 했습니다. 오랫동안 꾹꾹 눌러두었던 내 이야기들이 감당할 수 없게 쏟아져 나올까 봐 두려웠어요. 아마도 결국 쏟아내게 될 거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더 두려웠겠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습니다. 글쓰기 연수를 2회 정도 들은 뒤에 권일한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며, 제 이야기를 온 마음으로 들어주시는 선생님들을 보며 , 내 얘기를 하게 될 것 같다.’고 느꼈어요.

권일한 선생님이 아이들과 살아낸 이야기를 들으며 어린 시절이 떠올랐어요. 아이들 글을 읽으며 어린 내가 느꼈던 감정의 의미를 담담히 살펴볼 수 있었지요. 선생님이 아이들을 따스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따라가며 제가 선생님 반 아이가 된 것처럼 위로받았습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줘서 고마워요.’라고 눈으로, 몸짓으로 응원해주신 선생님들 덕분에 나를 꺼내놓을 용기를 얻었습니다. ‘, 여기서는 겁내지 않아도 되겠구나.’ 싶었어요.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던 나를 밝은 곳으로 데리고 나와 네 이야기를 해봐.” 해줄 수 있게 됐어요.

글쓰기 지도 방법을 배우는 연수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나답게, 건강하게 잘 사는 법을 배우는 연수에요. 더 멋지게 보이려 애쓰지 않아도 되고, 남들과 같아지려 애쓰지 않아도 되는 공간이고,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그대로 드러내고 따뜻하게 수용 받는 공간이에요. 선생님들이 저만의 대나무숲이 되어 주셨어요. 대나무숲에 앉아 제 이야기를 풀어 놓으며 많이 울었습니다. 글을 쓸 때마다 내가 불쌍해서, 내 가족이 안타까워서 울었습니다. 글 쓰다 힘들어 그만 쓰고도 싶었지요. 하지만 그렇게 실컷 울고 글을 쓰니 시원해졌습니다. 무겁게만 느껴지던 나의 삶이 한결 가벼워진 듯 했지요. 내가 느끼는 것보다 내가 훨씬 많이 행복한 사람이란 걸 깨달았어요.

아이들도 글을 쓰며 이런 걸 느끼겠구나, 조금은 위로받고 힘을 얻겠구나 싶습니다. 저도 이제 아이들의 이야기를 귀하게 여겨주고, 정성껏 들으려 합니다. “나는 너의 이야기가 궁금해. 무엇이든 말해줘. 너는 안전해.”라고 말해줄 거예요. 말이 아닌 눈빛으로, 몸짓으로 그리고 글로. 아이의 마음 살피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이제는 알아요. 내가 만나는 아이 한명 한명의 삶이 특별하고 귀하다는 걸 잊지 않을 겁니다. 권일한 선생님과 다른 선생님들이 저만의 대나무숲이 되어주신 것처럼 저도 아이들의 대나무숲이 되어주고 싶어요. 아이들이 제 품에 안겨 실컷 울고, 화낼 수 있다면. 그리고는 툭툭 털고 일어나 제 삶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는 종교가 없습니다. 제 나름대로의 이유로 종교를 갖지 않으려 애써왔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어떤 큰 힘이 저를 이곳으로 이끈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뭔가 운명처럼요. 선생님 이야기를 더 듣고 싶고, 제 이야기를 더 해드리고 싶습니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내 마음속으로, 선생님들의 마음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 보고 싶어요. 높은 울타리를 치고, 나 자신을 숨기기 바빴던 제가 울타리에 문을 내고, 울타리 너머 사람들 이야기를 궁금해하게 되다니. 모두 선생님들 덕분입니다. 어디까지 나를 꺼내놓을 수 있을까, 어디까지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내 안에 품을 수 있을까. 여전히 걱정되고 불안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한 발 내딛었으니 좀 더 가보려고요. 두 발, 세 발 내딛어 보려고요. 선생님과 함께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선생님, 함께 해주실 거지요?

김00

권일한 선생님 글쓰기 연수에 여러 번 참여했다. 내가 책과 별로 친하지 않았고 아이들 글쓰기 지도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연수를 듣고 나면 왠지 마음이 든든해졌다. 선생님께 배운 내용을 하나씩 아이들에게 적용했다.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그 과정에서 몇몇은 마음을 털어놓았고 몇몇은 생각이 트이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나도 아이들 글을 대하는 태도를 조금씩 갖추다 보니 서서히 자신감이 생겼다.

선생님 연수를 찾는 또 다른 이유는 그곳에선 주변에서 잘 못 듣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선생님이 경험한 일, 선생님이 만난 아이들, 모두가 참여하고 생각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도 방법, 그곳에 모인 분들의 깊이 있는 이야기 말이다. 주변 분위기를 쉽게 뛰어넘지 못하는 나는, 그래서 내면 가까이 다가가는 연수가 좋았다. 연수에 참여하다 보면 내 생각도 정리되고 성장하는 느낌이었다.

이제 글쓰기 연수에 그만 참여해야지, 싶었는데 또 신청했다. 10회 연수라니! 나는 생각하고 글 쓰는 시간이 오래 필요해서 그동안 연수에서는 글을 잘 남기지 못했다. 이번은 진정한 실전편 같았다. 내가 잘 모른다는 사실이 좀 창피했지만 잘 익혀서 아이들에게도 잘 적용해 보리라.

연수 첫날, 자주 하는 자기소개 시간임에도 나는 버벅대며 말했다. 첫 시간이라 긴장해서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내가 말을 혼자 이어가고 누군가 온전히 듣는 자체가 너무 어색했다. 첫 만남에도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잘 요약하고 발표하는 선생님들을 보며 신기했다. 함께 모인 분들의 실체(?)를 알아갈 때마다 대체 이분들은 여기에 왜 왔는가~ 의아했다.

두 번째 시간, 아이들과 시를 나누고 감상한 글을 나눴다. 나는 함묵증 아이 글을 소개했는데 (난 그리 우울한 상태가 아니었음에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내가 함묵증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피상적인 이야기를 떠나 조금이라도 마음에 일치하는 말을 할 때면 울 것만 같아 안 하는 말이 많았다. 달변가가 되고 싶은 건 아니다. 모자란 내 모습이 밝혀지는 것보다 그 후에 돌아올 반응이 걱정되어 스스로 조절하는 게 많았다. 물론 2~3년쯤 전부터 적정선에서 나를 표현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본격적인 과제가 주어졌다. 과제를 할 때마다 스스로 점검했다. 혼자 일기를 쓸 때와 달랐다. 읽는 분들이 있다고 생각하니 글이 어려워졌다. 감정이 너무 넘치나? 노래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소개가 됐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 개인적인 내용은 드러내지 않는 게 좋겠지? 하지만 문집에서 본 선생님들의 글에는 내가 정말 말하고 싶었던 마음이 대신 담겼다. 다른 사람을 비난하면 안 된다, 부정적인 감정은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한다며 꾹꾹 담아놓은 마음을 그냥 확 내지르고 싶었던 말들……

선생님들의 깊은 곳에 있던 슬픔도 보았다. 슬픔이 있긴 하지만 현재의 삶을 일구며 주변 사람에게 안식처가 되어주시는 삶도 보았다. 가슴이 먹먹했다. 이분들은 어떻게 본인의 삶을 견뎌온 것일까? 난 내 안의 부정이 남아있는 것을 안고 있지 못하는 것 같은데, 그냥 살아지는 것일까? 선생님들과 같은 상황에 내가 처한다면 난 못 견딜 것만 같았다.

한편으론 이런 분들이라면 난 더 솔직하게 써도 됐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편견 중 하나가 사람들은 다른 사람 말을 잘 듣지 않는다이다. 다들 여유가 없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없음을 느끼면 어찌나 스산하던지. 그래서 사실과 가벼운 공감 외에 나를 잘 드러내지 않기도 한다. 그런데 줌 화면 너머에 있는 선생님들은 귀를 기울여주셨다. 마음을 나누어주셨다. 연수에 참여하셨던 박** 선생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곳은 대나무숲이었다.

이전 연수는 내 성장시간과 맞물려서 혼자 생각 정리하는 때가 많았다. 스스로 매몰되지 않기 위해 경계했지만 뭔가 돌파되지 않는 팍팍함도 있었다. 물론 지나온 시간은 모두 내게 필요했다. 이제는 혼자 고민하던 것을 뛰어넘어 서로가 서로에게 기울여 받쳐주고 위로하고 함께 이겨내는 공동체가 필요함을 배웠다. 공감과 나눔을 처음 접하는 게 아니다. ‘함께의 중요성을 몰랐던 것도 아니다. 그 가치를 내세우는 곳은 많이 접했지만 할 일에 치여 마음을 분별하지 못하고 얕게 다가갔다. 서로가 완충제 역할을 해줄 준비가 안 되었다. 다들 선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고는 생각하지만 다 같이 서툴렀다.

아이들 글을 대하는 태도를 배우며 궁극적으로 나를 돌아보며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배웠다. 고립되기 쉬운 내가 다시 한번 사람을 기대해도 괜찮다는 마음을 조금씩 열게 되었다. ‘저는 이렇게 모질이입니다. 그래도 괜찮나요?’라고 말하고 싶어지고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주실 것 같은 분들을 만났다. 원리로 배운 공동체의 실사판을 (짧다면 짧은 만남이겠지만) 체험하게 되었다.

마음을 쏟을 수 있는 자리와 분위기, 내 마음을 내어주고 다른 이의 마음을 함께 담아줄 수 있는 분들, 모인 글을 부지런히 엮고 마음으로 들어주시는 분이 계셨기 때문에 가능한 연수였다. 아니, 연수라고 부르기엔 빛깔이 많이 다른 모임이었다. 치유, 힐링, 이런 말 잘 믿지 않았는데 이번 연수 이후로 한결 편해질 것 같다. 일시적인 이완 상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길에 들어설 것 같다. 함께한 선생님들과 권일한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어렵기만 하던 책벌레 샘을 행님으로 모시게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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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여름, 좋은 교사 연수에서 책벌레 샘을 실제로 뵙게 되었다. 여러 권의 책을 쓰신 작가이면서 아이들과 수업한 글쓰기 이야기를 보니 너무 대단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분이었다. 그런데 연수를 들으면서 책벌레 선생님이 나눠주시는 편안한 이야기와 삶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기법을 배우는 수업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역시나 , 이분은 진짜다. 정말 좋은 어른이구나.’라는 생각과 진심을 통한 수업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나도 저런 선생님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닮고 싶다는 마음과 함께.

페이스북을 통해 간간이 소통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교보생명을 통해 큰 상을 받으신 책벌레 샘의 12일 연수와 책뜰안애방문 기회가 있었는데 태풍 때문에 장거리 이동을 포기하고 말았다. 얼마나 아쉽던지. 그런 아쉬움을 다 털어버리지 못한 이유도 있고, 글쓰기는 늘 나의 풀지 못한 숙제 같은 느낌이라서 선생님께 좀 더 배우고 싶어서 이번 연수를 신청했다.

코로나 시국이라 직접 만나지 못하고 화면을 통해 소통했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ZOOM이라는 화상회의는 지역과 시간에 제약을 덜 받는 장점도 있어서 워킹맘에겐 편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다양한 분들을 알게 되어 사실 놀랐다. 모두 초등 교사일 거라 생각했는데 홈스쿨을 실천하시는 분, 작곡을 하시는 분, 동화를 쓰신 분, 놀이책을 쓰신 분들이라니 새로웠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만나는 횟수가 늘어갈수록, 그리고 글을 통해 점점 더 알게 될수록 마음이 물들었다. 어쩌면 다들 이렇게 깊고 마음이 따뜻하신 분들이 모였는지. 종교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사랑이 많으신 분들 같다. 나눔과 배려, 이해와 포용이 몸에 배어있는 분들이다.

우리는 살면서 마음속에 깊은 상처와 사연, 나름의 고민들을 품게 된다. 상처와 고민이 없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걸 글로 쓰고 타인과 공유하는 일은 쉽지 않은데 아프고 힘들었던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놓고 함께 위로받는 공간이 되어 소중하다. 나는 아직 겉도는 이야기, 가벼운 이야기만 하고 깊은 글쓰기는 못 하는 수준이지만 다른 분들의 글을 읽을 때마다 마음이 한없이 충만해진다.

아이들 글쓰기 지도보다 우리의 마음을 치유 받고 글을 쓰는 연수라는 생각이 든다. 문집을 만들어 주신다니 더욱 설렌다. 매주 글 과제가 하나씩 모일 때마다 바로바로 편집해서 메일로 보내주시는 부지런함에 놀랐다. 역시 표현하는 사랑에는 부지런함이 필요하다. 사실 나도 초임 때부터 몇 년간은 학급 문집을 만들었다. 학기 말에 헤어질 때 나눠주기 위해서 만들었다. 때로는 CD로 만들어서 주기도 했다. 그래서 2학기가 끝날 무렵부터 글을 모으고 벼락치기하듯 편집했다. 그냥 이벤트처럼 그렇게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벌레 샘이 일년내내 아이들과 무심한 듯 글을 쓰고 부지런히 모으고 주기적으로 문집으로 엮으시는 걸 보고 느끼는 게 많았다.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꾸준함이 필요하다는 것과 세심한 사랑과 관심으로 글쓰기를 통해 치유가 필요한 아이들을 잘 보듬어주시는 모습이 감동이다.

올해는 아이들과 글쓰기를 많이 해야지. 부지런한 사랑을 실천해야지. 행님처럼 수시로 편집해서 문집으로 만들어야지다짐해 본다. 매주 따듯한 글로 안부를 물으며 보내주시는 이메일도 좋았다. 글이 오가니 마음이 전해지고 카톡방에서 주고받는 농담으로 인해 서로가 가까워졌다. 그 덕분에 어렵기만 하던 대선배 같은 책벌레 샘을 행님으로 부를 수 있는 호사를 누리게 되었다. 든든한 행님이 생겨서 너무 신난다. 함께 하는 언니와 동생들도 너무 좋아서 나도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이 귀한 인연들과 오래오래 마음과 글을 나눌 수 있기를.

“나를 성장시킨 글쓰기 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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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3살 된 저희 아들은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고 지금도 재미있는 책이라면 꽤나 두꺼운 책도 잘 읽어내는 편이에요. 그러나 책 읽은 후 느낀 점, 생각한 것들을 말로 표현하거나 글로 쓰는 것은 어려워해서 어떻게 도와줘야 하나 고민이 많았어요. 독서클럽에서 내준 과제 글쓰기를 할 때마다 몇 줄 쓰고 더 이상 어떻게 써야 할 지 모르겠다고 하는 아들에게 어떤 내용이 들어가면 좋겠다고 이야기 나눠주기도 했었고, 그래도 못 쓰고 있으면 답답해서 글을 고쳐주기도 했었어요. 그것이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저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그런 실수를 저질렀답니다. 저희 아들처럼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자녀들을 도울 방법을 알고 싶어서 이 연수에 참가하게 되었어요.

권일한 선생님의 독서 지도 연수를 들었던 홈스쿨링 선배님이 연수에서 배워온 노하우를 듬뿍 전수해주셔서 홈스쿨 커뮤니티 아이들의 독서 지도에 알차게 사용하는 중이었기에 저도 언젠가 한 번 기회가 되면 권일한 선생님의 연수를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페이스북에 연수 소식이 올라오자마자 기쁘게 신청했어요. 선생님의 책 속에 나와 있는 제자들의 글을 읽다 보면 선생님은 아이들이 글을 잘 쓰게 하는 무슨 마법 가루라도 뿌리시는 것은 아닌지 궁금했어요. 아이들이 자기 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꺼낼 수 있도록 어떻게 마음을 열어주시는지 알고 싶었어요.

연수 내용을 보니 딱 하나 걸리는 것이 있더라고요. 연수를 받는 저도 글을 써야 하는 것이었지요. 글쓰기 안 한 지 너무 오래 되어서 글을 쓸 자신이 없어서 걱정이 되었지요. 저는 글쓰기 지도하는 방법만 배울 줄 알았는데 저도 글을 써야 할 줄은 생각도 못 했던 것이지요. 신변잡기적인 쉬운 글들이야 SNS에 써왔지만 제대로 된 글은 써본 지 오래 되었거든요. ‘어떻게든 되겠지하는 마음으로 연수에 참가했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연수 첫날 선생님들 소개를 보니 무려 책을 쓰신 작가분도 여럿 계시고 책을 정말 사랑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저는 학교 다닐 때도 문학소녀와는 거리가 먼 감수성 제로 학생이었거든요. 이렇게 수준 높은 분들과 함께 연수를 계속 들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어요. 연수가 반복되면서 우려가 점점 현실이 되더군요. 책을 사랑하는 선생님들 틈바구니 속에서 책알못인 저는 입 다물고 얌전히 연수를 들을 수밖에 없었지요. 어쩌면 교직을 떠난 지 오래되어서 이제 저의 정체성은 그냥 아줌마인데 한창 아이들 가르치고 있는 현직 선생님들 사이에서 어떤 괴리감 혹은 내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 같은 것이 느껴져서 불편했는지도 모르겠어요.

사실 마음 편히 연수를 들을 상황은 아니었어요. 남편이 실직한 후 홈스쿨링을 그만두고 학교에 복직해야 하는가를 두고 많이 고민했었어요. 저는 홈스쿨링이 정말 좋았고 언제까지 할지는 정하지 않았지만, 당분간은 더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남편은 제가 복직했으면 좋겠다고 분명히 의사를 표현했지요. 그러나 학교에는 제가 들어갈 자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마음이 많이 힘들었어요. 공립학교와 처우가 다른 사립학교의 현실에 씁쓸했고 젊은 날의 선택이 너무 순진한 선택이었나 하는 바보 같은 생각도 들었어요.

남편은 특유의 꼼꼼함과 책임감으로 자신이 맡은 일을 잘 해냈고 성과도 좋았지만, 상사와의 관계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어요. 권고사직을 당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지요. 실직한 후로 직장 생활에 지쳐서 다시는 회사에 다니고 싶지 않다고 계속 말하곤 했어요. 저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남편이 참 많이 힘들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 편으로는 가장인데 너무 나약한 것이 아닌가 하는 판단이 자꾸만 들어서 남편과 평화롭게 지내는 것이 참 어려웠어요. 여러모로 몸과 마음이 힘든 상황 가운데에서 마음 편히 연수 듣는 것이 가능할까 걱정스럽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 연수가 기다려지는 게 아니겠어요?

한 주 한 주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선생님들을 알아가는 것이 기뻤고 선생님들의 열정 속에서 많이 배우게 되었어요. 좋으신 선생님들 덕분에 대한민국의 공교육의 미래가 밝다는 생각도 했답니다. 부지런하신 권일한 선생님께서 매주 업데이트 해주시는 문집 속 선생님들의 글을 읽으면서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선생님들을 만나서 반가웠고, 비슷한 경험을 가진 분들의 이야기를 마주 대하며 진심으로 공감했어요. 그 마음을 열어 보여주신 선생님들과 더 가까워졌고 마치 우리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끈이 생긴 것 같아서 좋았어요.

마지막 상담 글쓰기는 하이라이트였어요. 서로의 글에 댓글 달아주는 것이 상담 글쓰기인지 그때 알았는데 서로에게 써준 선생님들의 댓글들을 읽으며 눈물이 또르르 나더라고요. 글마다 따뜻한 격려가 살아있고, 진심으로 공감 어린 글을 써주신 선생님들의 글을 읽을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어요.

무엇보다 이 연수를 통해 제가 글을 쓰는 즐거움과 열정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 놀라웠어요. 글 쓰는 것이 부담되어서 연수를 고민했었는데 어느새 글을 열심히 쓰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었지요. 이렇게 된 데에는 권일한 선생님의 격려와 문집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제가 권일한 선생님 반 학생이 되어서 관리 받는 느낌이 들 정도로 선생님께서 칭찬하시고 격려해주셔서 글을 쓸 수 있는 동기와 힘이 생겼던 것 같아요. 며칠 후면 받게 될 따끈따끈한 문집도 정말 기대됩니다. 학창 시절에도 받아보지 못했던 저의 첫 문집이랍니다.

연수를 통해 저는 조금이나마 성장했고 단단해진 것 같아서 감사해요. 글을 쓰면서 차분하게 제 안을 들여다보게 되었고, 휘몰아치듯 저를 붙잡고 있던 생각들을 마주 대하며 그것들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었어요. ‘유진과 유진독후 일기를 쓰면서 그 누구보다 마음이 힘들 남편에게 쉴만한 나무 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졌고, ‘알로하, 나의 엄마들독후일기를 쓰면서 인생의 파도를 당당히 맞설 용기가 생겼고, 나와 함께 파도를 타고 계시는 하나님 때문에 힘이 났어요. 하나님께서 저보고 힘내라고, 내가 함께하니까 괜찮다고 말씀해주시려고 이 연수를 듣게 하신 것 같아요. 글쓰기는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고, 고요히 나와 만나는 시간인 것 같아요. 결국에는 나를 사랑하게 되는 좋은 도구이자, 나에게 힘내라고 외쳐주는 좋은 친구 같아요. 글쓰기의 매력을 알게 되었으니 이제 연수가 끝나더라도 저의 비밀 블로그에 글이 끊이지 않고 올라오길 기대합니다.

이제 알았어요. 아이들이 글 속에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게 하는 마법가루 같은 것은 없다는 것을요. 대신 아이들을 사랑하는 부지런한 선생님이 계시다는 것을요. 아이들의 마음을 얻으려고 노력하시는 선생님의 사랑. 아이들의 작은 생각 하나도 놓치지 않고 공감하고 귀히 여겨주시는 선생님의 부지런한 사랑. 권일한 선생님이 만난 제자들의 귀한 글들은 아이들을 향한 선생님의 사랑의 열매일 테지요. 저는 뿌리지도 않고 열매를 맺으려고 했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제 제 아이들에게 어떻게 씨를 뿌리고 가꾸어 나가야 할지 고민해 봐야겠어요. 부지런하게, 지혜롭게, 사랑으로. 권일한 선생님처럼요. 그리고 우리 모든 선생님처럼요. 선생님들, 감사해요. 선생님들과 함께 배울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만나요. 마지막으로 권일한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은 선생님들의 선생님이네요. :)

사람 박**이 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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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글쓰기 연수 시간은 내게 부여되었던 역할-엄마, 아내, 선생님 등-이 다 벗겨지고 나로 있어도 괜찮은 사치스러운 시간이었다. 내가 내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꼭 필요하지 않은 무엇인가를 위해 돈을 써보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나 말고 남을 위해 시간과 물질은 쓰는 데는 익숙한데, 나를 위해 하는 것은 늘 뒷전이었다. 내가 그렇게 해서 집이 유지되긴 했다만 돌이켜 보면 나에겐 참 야박했던 세월이었다. 마침 책 읽기가 좋아지고 있었고, 내 글쓰기는 늘 갈했다. 배우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이 나를 부추겼다. 그렇게 시작한 연수는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권일한 선생님을 포함하여 같이 수업을 들었던 선생님들 모두 처음 만났다. 온라인이 아니었으면 만나지 못했을 선생님들을 만났다. 몇 번의 수업과 숙제를 하면서 학생이 된 것이 즐거웠다. 애들 글 말고 내 글을 쓰기 시작한 날, 선생님들이 써놓은 속마음을 따라가면서 마음이 일렁였다. 나도 아픈데 저이도 아팠구나. 중간에 한 번 쉬는 날, 커피타임을 하면서 속내를 조금, 아주 조금 보았는데 그 목적 없는 시간이 좋았다. 사람이 참 그리웠었나 보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웃고, 울었다.

선생님들과 쓴 글들은 나를 쥐락펴락했다. 나는 생각과 마음을 꺼냈다. 생각도 정리가 잘 안 되고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일상적인 글쓰기는 괜찮았는데 숙제를 하려니 쉽지 않았다. 생각을 꺼내는 작업을 가지고 잘 쓴다 못 쓴다를 생각할 나이지만, 점점 오롯이 보다는 얼마나 그대로꺼낼지 고민했다. 나를 많이 열고 싶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열기가 두려웠다. 뭔가 일단락된 일을 꺼내는 것이라면 좀 쉬웠을 텐데, 아직 마음을 괴롭히고 있는 문제는 입 밖으로 내는 것이 두려웠다. 나에게는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은 마음과 숨기고 싶은 마음이 함께 있다. 어릴 때는 힘이 들어서 마구 토로했는데, 그런 토로를 달가워하지 않았던 사람들을 몇 명 겪고 나니까 조심스러워졌다. 정돈되지 않은 절규는 반복되면 읽는 사람에게 힘든 것 같다. 그래서 조심했다. 내 글은 아마도 그런 긴장감을 강하게 뿜고 있었으리라.

다른 선생님들의 글을 읽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 나이에 보통 어른이 쓴 글을 읽을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 나 말고 다른 어른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고등학교 때 모둠일기를 쓰고 돌려 읽는 기분이었다. 풍경이 그림처럼 그려져서 좋은 글이 있었다. 나는 이런 글을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좋았다. 사실 내가 어떤 글을 좋아하는지 정확히 몰랐다. 세련되지 않고 솔직한 글, 웃긴 듯 안 웃긴 글, 짧게 내뱉는 듯한 글에 생각이 꾹꾹 눌러 담겨있는 글. 나는 선생님들을 만난 적이 없는데, 딱 읽은 글만큼만 선생님들을 만났다. 온라인 수업을 하고 나서 이렇게 만나고 싶어질 줄이야.

지난번 수업에서 나도 울고 참 여럿이 울었다. 나는 글이 가진 큰 힘을 절감했던 것 같다. 아픔을 끊임없이 토해낼 수 있는 공간과 수단이 있으면 조금 회복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세상에는 아픈 사람들이 너무 많겠구나 하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나도 힘든데 너도 힘들구나. 아 우리는 다 힘이 들구나. 같이 울자.’ 하는 마음이었다. 매달 학부모에게 보내는 글에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진심이지만 동시에 쉽게 나오는 글은 아니다. 나를 다독이고 애써 으쌰으쌰 해서 나오는 글이다. 그런데 종종 나에게도 내가 만나는 모두에게 애쓰지 않고 풀어져 털어놓을 글을 써도 되는 시간이 필요하구나 싶었다.

나는 늘 글쓰기에 목마름이 있었다. 학생으로서 글을 쓸 수 있어서 좋았고, 또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과 글을 몇 편 써보는 것도 좋았다. 나는 어릴 때 누려보지 못한 글 쓰는 기쁨이라서 더더욱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이 좋은 걸 알려줄 수 있을까 이제 당분간 홀로 고민 하겠지. 선생님들은 이제 학기 시작이라 바빠질 텐데, 나는 개학해도 그다지 바뀔 것이 없다. 선생님들이 많이 보고 싶을 것 같다. 다들 함께 이 시간을 있어 주어 고맙다.

문장 사이를 헤맬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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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라고만 하기엔 뭔가 묘한, 이 글쓰기 연수의 마지막 과제는 연수 후기다. ‘가만있자 이 연수가 언제부터였더라?’ 메일함을 열어 발신자(그루터기)로 검색하니 첫 연수 안내는 (11. 15)일자로 와 있다.

안녕하세요. 책벌레 권일한입니다. 이제부터 글쓰기 연수를 시작합니다. 저와 함께 문장 사이를 헤맬 준비가 되셨나요? (그때는 미처 몰랐다. 내가 이렇게 한참 헤매게 될 것이라는 걸.^^;) 제가 아이들과 문집을 만들며 글을 쓰는 과정을 여러분과 해보려 합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분으로 생각하면서, 동시에 여러분이 아이라 생각하겠습니다.

(12.7) 연수 문집이 처음 왔다. , 문집은 그림책 <>에서 선생님이 만들어 주신 금테액자였다. 무려 발행날짜까지 찍혀있는 A5 한글파일은 그 자체가 부담이요 동기유발이었다. 문집이 글 쓰는 상황을 만들었다. 아이들이 이런 느낌으로 글을 쓰겠구나. 정말 아이의 마음이 되어 처음엔 숙제를 못내고, 그 다음엔 마감 날짜를 넘기면서 겨우 꾸역꾸역 한 편씩 글을 써냈다.

성실한 강의 PPT와 쑥스러운 듯 조곤조곤한 설명, 선생님들이 쓰신 글에 감탄을 연발하시는 과한 듯 기분 좋은 리액션과 답장들이 쌓여갔다. 내가 글을 쓰는 까닭, 나를 소개합니다, 시 맛보기, 글감 찾기, 1분 글쓰기, 소개(설명)하는 글, 자유롭게 쓰기, 독서 글쓰기, 상담 글쓰기까지. ZOOM으로 문집으로 단톡으로 만리장성을 쌓아갔던 그간의 여정이 마무리되려 한다.

성경 이야기가 낯설지 않은 이 연수에서, 삶은 글을 매개로 찐하게 나누어졌고, 글쓰기가 그 자체로 치유적인 것임을 경험적으로 알게 되었다. 원래 책읽기와 책사기(?)를 즐기는 분들이 모여서인지 자연스럽게 책 추천 연수추천이 오갔고, 서로의 글과 독서 취향을 보며 동질감도 느꼈다. 대면이 아닌 온라인 연수고 매일 마주치는 동료가 아닌 적당한 거리가 있는 쌤들이어서, 오히려 솔직하게 자기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지나고 보니 아쉬운 것도, 후회스러운 것도 있지만, 그 모든 것을 덮을 만큼의 감사가 남는다. 무엇보다도 그냥 당장 뭔가를 끄적거릴 용기가 생겼다는 것. 한 번에 한 마리씩! (BIRD BY BIRD!) 앞으로도 한참 문장 사이를 헤매게 될 것 같다. 짧지 않은 여정을 함께 해온 쌤들과 훌륭한 길잡이 권일한 쌤(이라 쓰고 형님이라 읽음)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글쓰기가 아니라 삶 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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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연수를 통한 여러 선생님과의 만남은 설렜다. 같은 목적으로 모인 연대감은 어색함을 뛰어넘었다. 진솔한 이야기는 예쁜 빛깔이 되었고 개성 있는 글로 태어났다.

권일한 선생님은 삶이 녹은 글쓰기를 통해 아이 변화를 차분하게 알려주셨다. 글을 함께 쓰면서 아이 마음을 어루만지는 모습이 감동이었다. 우리 모두 학생이 되어 선생님의 수업에 집중했다. 연수를 마치면 매주 해야 했던 글쓰기 과제가 주어졌다. 의무가 아니지만, 선생님의 꼬임에 넘어가서 모두 충실하게 했다. 선생님의 꼬임에 넘어간 이유는 일한 선생님의 피드백과, 매주 엮어 보내주신 문집 때문이다.

문집을 읽으며 연수에 참여하신 선생님을 이해하자, 온라인 연수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끈끈한 관계가 만들어졌다. 연수가 진행되며 대화는 깊어졌고 우리 표정은 밝아졌다. 가족 같은 관계는 글을 육수처럼 더 진해지게 만들었고, 마음의 뚝배기에 담긴 글은 우리를 따뜻하게 했다,

데드라인에 맞춰 쫓겨 쓰기도 했던 글이 내면을 돌아보게 하고 기쁨을 주었다. 몰입을 경험하게 했다. 글을 쓰며 과거의 나를 만날 때는 애잔해졌다. 글쓰기는 과거에 있던 나를 안아주었고, 현재를 성찰하는 통로가 되었다. 힘든 순간을 겪는 아이들을 생각하고 돌아보게 했다.

연수를 통해 만난 선생님이 귀하다. 문집에서 어려운 삶을 더벅더벅 걸어오신 선생님을 볼 때 손을 잡아 주고 싶었다. 글을 통해 연대를 경험하고, 기법보다 삶을 배운 이번 연수는 뜻깊다. 글쓰기가 아니라 삶 쓰기다. 삶 쓰기가 되면 스스로 글을 쓰게 된다. 글쓰기 연수 중 과제가 아니라 순수하게 부모님 삶을 돌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결혼 60주년을 맞이하신 부모님 삶을 글로 썼다. 어머니를 인터뷰하고, 아버지의 삶을 생각했다. 자녀를 위해 살았던 부모님 삶을 적은 글을 가족 앞에서 읽을 때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간단하게 식사하고 글만 나누었을 뿐인데 의미 있는 시간이 만들어졌다.

글쓰기 연수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나는 글을 어떻게 대할까? 지금의 느낌을 유지하며 성찰하며 살고 싶다. 반성하고 감사하는 삶, 나와 타인에게 의미 있는 이야기를 붙잡아 글로 남기고 싶다. 글쓰기 연수의 끝은 새로운 삶 쓰기의 시작이다.

글쓰기 연수를 되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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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책벌레 선생님이 글쓰기 연수를 하시네! 내게도 기회가 왔다!’ 책벌레 선생님은 내 페북에서 인싸다. 2년 전 책을 출판하면서 책벌레 선생님의 빨간펜으로 교정의 호된 싸대기를(뺨이라고 하면 맛이 안 나네요.) 맞았다. 선생님이 기꺼이 밥 한 그릇에 고된 일을 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했지만, 더 연결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연수는 큰 기대보다는 감동의 도가니로 진행될 것 같은 기분 좋은 흥분으로 시작했다.

사실 연수를 선택하는데, 걸림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바로 나 자신! 글쓰기 연수라면 글쓰기에 관심을 가진 똑똑한 샘들이 많이 참여할 텐데, 나의 글발이 견딜 수 있을까? 나는 다시 한번 부끄러움으로 속을 후벼 파내야 되는 건 아닐까? 내 밑천이 금방 드러날 것 같아 연수 신청 후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할까? 말까? 망설였다.

시작할 때 13명의 선생님 중 한 분도 포기 안 하셨단 책벌레 선생님의 말씀에 아 이게 지금이라도 나가려면 나가라는 신호일까?’, ‘나는 이 그룹에 어울리지 않아고민했다. 그러나, 빠져나갈 적절한 타이밍을 찾지 못한 채 연말이 지나가면서, 연수를 어울렁더울렁 시작했다. ‘아뿔싸 좀 괜찮네!’ 책벌레 선생님이 줌을 서툴게 다루시자 마음이 안정됐다. ‘흠 좀 편안하군!’ 너무 완벽하시면, 상대적으로 불완벽한 나는 불편했을 것이다. 첫 모임 후에도 기회를 보긴 했다. 선생님들과 줌으로 만남은 2시간 앉아만 있기 근질거렸다. 그런데도 신기하게, 책벌레 선생님의 완벽한 강의와 어색한 친화력은 모임에 낄 수 있는 빈자리를 내어주었다.

모르는 선생님들과 글쓰기를 전제로 어색한 소그룹 만남은 우리 글쓰기 말고 그냥 이야기 나눠요로 소통의 장이 되었다. 원래 소모임실을 감시하지 않으면 학생들은 이렇게 된다. 우린 멋져 보이는 글쓰기 이력 뒤에, 같은 고민을 하는 교사요, 엄마요, 아내로 동시대를 살아가는 존재임을 발견한 것 같다. 글쓰기 과제는 부족한 만남의 시간을 단번에 깊게 이어주었다. ‘이 선생님도 이렇게 살아오셨구나!’ 질투의 힘으로 사는 내가 비교를 거의 하지 않았다. 삶이 드러난 글을 어찌 비교할 수 있겠는가? 그동안 애쓰며 살아온 이분들의 흔적을 읽을... 사랑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책벌레 선생님의 따뜻한 격려가 한 겹씩 벗을 수 있는 용기를 불어넣었다.

글쓰기 연수는 선생님들과 추운 겨울밤 캠프장에서 모닥불 주위에 앉아 따뜻한 초코라떼로 온기를 마시며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추억이었다. 선생님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은 많지 않았지만, 글을 읽다 보면 마음이 환해진다. 연수를 받기보다 글쓰기 치유 교실에 참여한 것 같다.

선생님들의 글을 읽고 마음이 연결되었다. 글에 댓글을 달다 보니, 나의 삶의 심연에 닿았다.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8살 이후로 멈추어버린 지금은 돌아가신 아빠에 대한 사랑을 길어 올려주었다. 그것은 내 삶을 휘돌리는 감추어진 운전대였다. 아버지의 빈자리로 인한 목마름으로 살아온 것을, 아버지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셨는지를 만지는 시간을 얻었다.

** 선생님의 글이 아버지께로 인도했다. 마음 뻐근한 차오름을 모니터와 자판 사이에서 얻었다. 나는 박씨 후손의 **로 지어졌다. 착하고, 맑고 우아하게 살라고 지어주셨다. 지금 이 글쓰기 치유 교실은 나를 받아들이게 한다. 나를 아버지의 날개 아래서 쉬게 하신다. 내 삶의 이야기도 나눌 만하구나! 함께 듣고 웃고, 울어주는 친구들이 있구나! 주저 없이 글을 쓰고 부끄럽지 않게 보여줄 수 있어서 내가 힘이 좀 생겼다.

책벌레 선생님의 숨겨진 교육과정과 교수 방법을 쪼끔 체득했다.

글쓰기로 아이들의 마음을 열고,
쓸 수 있도록 마구마구 격려해주기!
아이들의 삶 안아주기!

영업비밀을 알았으니
나도 소요산 분점에서 글쓰기 수업 좀 해서
이익을 좀 남겨볼까나!

연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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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일한 선생님을 처음 만난 건 페북을 통해서다. 선생님이 올려놓으신 글을 자주 읽었는데 읽을 때마다 내 감정이 요동쳤다. 글에서 본 선생님의 삶은 공교육 교사임에도 불구하고 대안학교 교사의 삶을 사시는 것 같았다. 그분의 글로 접한 그분의 삶을 보며 도대체 이분은 어떤 분일까?’ 궁금했다.

어느 날 선생님이 전남대에서 연수를 하신다는 글을 보곤 창원에서 광주까지 행을 결심했다. 광주까지 이틀을 왔다 갔다 하며 연수를 들었다. 뭔지 모르게 신선하고 마음이 따뜻했다. 연수를 위해 왕복 6시간을 이동하는 수고를 감내했다. 평상시 나 같으면 그런 모험을 하지 않는다. ‘...어째 그랬을까?’ 지금 생각해도 미스테리이다.^^ 그 이틀간의 시간을 통해 글쓰기에 대한 내 마음이 조금씩 바뀌어지기 시작했다. 글을 잘 쓰는 것보다 아이들의 마음을 다루어야 함을 알게 되었다. 그때 조금씩 내 마음에 씨가 뿌려졌었던 것 같다. 그렇게 뿌려졌던 씨에게는 물이 필요했고, 따사로운 햇살이 필요했으며 농부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했다. 그래야 싹이 나고 열매를 맺을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이번 연수를 5년 전에 들었어야 했다.
학교에서도 포기하고 부모님도 포기한 아이가 우리 학교에 들어왔는데 3년간 그 아이와 씨름하느라 다른 아이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 온 신경이 온통 그 아이에게만 갔다. 행동, , 그 아이의 모든 것. 아침에 학교에 들어와서 집에 갈 때까지 그 녀석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다른 아이에게 영향을 끼치지 못하도록 차단했다. 아이의 입에서는 욕이 끊이지 않았고 행동과 생각은 상상을 초월했다. 아이 때문에 알지 않아도 되는 어둠의 세계를 너무 많이 알아버렸고 형사님들과는 자주 연락도 해야 했다. 그걸 바로 잡아 보겠다고 아이를 매일 다그쳤다. 녀석은 공부는 당연히 못 했다. 검정고시는 치를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수업 시간. 글을 써보라 과제를 내주었는데 제출한 글이 생각보다 좋았다. 그런데 칭찬을 안 했다. 칭찬받으면 교만해져서 지 잘난 체 할까 봐. 아이가 글을 써온 것을 볼 때마다 내심 놀랐다. 너무 잘 써서. 근데 나는 그때마다 문장을 고치라고 다그치고, 맞춤법의 틀림을 지적했다. 칭찬해 주고 싶고, 답글을 남기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말이다.

연수를 받는 몇 달간 내내 그 아이가 떠올랐다. ‘얼마나 학교 오기가 힘들었을까. 하루 종일 받는 그 눈총과 시선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칭찬받지 못해, 인정받지 못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조금만 마음을 알아줄 걸, 그냥 글이 참 좋다구 칭찬해 줄 걸, 왜 있는 그대로 보지 않았을까? 왜 자꾸 고치라고만 했을까...’

그 아이는 내게 해산의 고통 같은 아이다. 녀석이 졸업할 때는 속이 시원했다. 그런데 주체할 수 없는 폭풍 눈물이 쏟아졌다. 지금도 그 아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찡하고 눈물이 난다.

이 연수를 좀 더 일찍 받았더라면... 나는 다른 시선으로 아이를 보았을까? 공감했을까? 아마 그랬을 것 같다. 내가 그때 너무 어린아이였다. 교사는 권위 있게 앞에 서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며 그렇게 했다. 함께 울어주고 마음을 만져 주고 녀석의 글에 공감하고 격려해 주어야 했었다. 이제야 비로소 깨닫게 된다. 그 아이에게 있다고 생각한 교만과 오만이 녀석이 아니라 내 안에 가득했던 것이었음을...

글을 잘 쓰고 못 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나와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 아이들이 글을 쓰고픈 마음을 열 수 있도록 그 길에서 함께 어깨를 내어주고, 울어주고 기뻐해 주어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함을 배우게 되었다.

함께 한 선생님들의 마음결이 참 좋았다. 선생님들이 매주 써내시는 글을 보며 권일한 선생님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뜻하고 인간 냄새가 나서 좋았다. 내면의 깊은 곳에 사랑을 가득 품은 그들이 나를 따뜻하게 했다. 내가 복이 참 많다는 생각을 했다.

연수에 오롯이 집중하고 싶었는데 큰 아이들 저녁 수업이 있는 월요일이라 생각보다 집중을 못했다. 종례하고 챙기느라 중간에 자꾸 끊겨버려 집중이 힘들었다. 그게 제일 아쉽다. 연수받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 요일을 확인 못 한 나의 실수였다. 그래도 마음의 씨앗에 물을 주고 햇볕을 쬐는 시간이었다. 내 안에 조금씩 싹이 움틀거림을 느낀다. 선생님이 내 글에 답글을 달아주시는 걸 읽는 시간이 마냥 설레였다. 초등학교 5학년 내 일기에 담임선생님이 답글 달아주셨던 걸 읽을 때 그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다. 왠지 모르게 내 편이 있는 것 같고 그냥 힘이 되었다. 읽을 때마다 왜 그렇게 눈물이 핑 돌았을까... ... 아쉽다.

이건 무슨 감정일까? 아쉽고 서운하고 시원하고 뭔지 모를 것 같은 이 마음은...
다음 주 월요일이 허전할 것 같다.

후기

***

돌아봄 벌써 후기를 써야 할 시간이라니 아쉽기만 하다. 연수가 끝나는 것이 이렇게 아쉬운 적이 있었던가? 동네 아이들과 시작한 글쓰기 수업을 좀 더 잘 진행해 보고자, 아니 일기 쓰는 것조차 너무 싫어하는 내 아이들 어떻게 하면 글 쓰는 것을 즐겁게 만들어 줄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시작한 연수였다. 아이들 글쓰기 모임은 코로나로 인해 5인 이상 사적인 모임 금지라는 조항이 생기면서 모이지 못하게 되었고, 우리 집 아들 둘과 글 쓰는 시간을 가져보려 애썼건만, 번번이 문제가 생겨서 쉽사리 시작하지 못했다. 덕분에 내가 더 많은 숙제들을 해야 하면서 나를 돌아보고 성찰하는 시간이 되었다. 나의 마음속 동기를 돌아보고, 과거를 돌아보고, 앞으로 올 미래를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즐거움 펜을 움직이는 것이 즐겁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핸드폰에 빼앗긴 나의 시간들을 아주 조금은 되돌려 받는 느낌이다. 늘 마감 시간이 촉박하게 숙제하는 습관은 토요일 저녁 시간과 주일 저녁 시간을 분주하게 만들었지만, 조금이라도 펜을 드는 시간이 즐거웠다.
새로운 선생님들과의 만남이 즐거웠다. 조금씩 나이가 들면서 새로운 사람을 사귀고 새로운 만난 사람들에게 나를 내보이는 일이 어려워져서 적당한 선까지만 나를 드러내고, 적당한 관계를 유지하며 지내왔다. 연수를 통해 글을 쓰면서 나를 조금씩 드러내게 되었다. 선생님들의 솔직하고 담백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글과 이야기를 통해 안전하다고 느꼈던 것 같다. 선생님들의 글을 읽으며 그냥 모이는 친목 모임들보다 친밀함을 느꼈다. 같이 식사 한 번 하지 못했지만, 대게와 한우까지 함께 나누어 먹은 듯한 느낌??!!
글을 읽는 즐거움이 매우 컸다. 자신의 생각을 알맞은 단어로 표현하는 선생님들의 글,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솔직한 글을 읽는 것이 즐거웠다. 더불어 읽어보고 싶은 책들도 한가득이 되었다.

어려움 펜을 드는 것은 즐거움이었으나, 내 생각을 풀어내는 것은 어려웠다. 특히 시 수업은 참 어려웠다. 컨디션이 안 좋아서라는 핑계를 대고 싶다. 무엇인가를 써보라고 하는 권일한 선생님 말에 머릿속이 백지가 되어 아무런 단어도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잘 해야겠다,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 강해서 그런 것 같다. 시 읽는 것은 좋아하는데, 도통 적절한 단어들이 생각나지 않았다. 다른 선생님들의 번뜩이는 글들을 읽으며 그렇게 잘 표현하는 것이 부럽기도 하고 그랬다. 나도 일상 속에서 하나님이 숨어계신 곳을 잘 찾아내고 싶다. 이것도 연습하면 되는 걸까? 시를 쓸 기회가 또 생길까?
아이들과의 글쓰기 모임에서 연수를 통해 배운 것들을 내가 잘 적용할 수 있을까? 이것도 매우 어렵게 느껴진다. 쉽게 생각해서 모임을 시작한 거였는데, 연수를 듣고 나니 아이들 글쓰기 지도는 전문성이 필요한 것 같다. 에이, 나는 국어 선생님도 아니고, 전문가도 아니니깐, 아이들 글을 지도하는 것보다는 글쓰기 모임하는 것을 즐거운 시간으로 만들어 가야겠다. 즐겁고 재미있는 모임으로 만들어 가려면 어찌해야 할지 고민해 봐야겠다.

전문성 나는 글쓰기에 비전문가이다. 초등학교 아이들을 대하는 것도 어렵다. 여기 모인 선생님들은 글 쓰는 것도 초등학교 아이들을 대하는 것도 전문가인 듯하다. 올해 4학년이 되는 큰아들과 2학년이 되는 둘째 아들을 대하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 예전에는 가끔 초등학교 선생님할 것 그랬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보니, 초등학생들 대하는 게 무지 어려워서 초등학교 선생님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중학교 교사하길 잘했다.’ 하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쉽지 않은 일을 기쁨으로, 아이들 안에 있는 보석들을 발견해가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시는 이분들 대단한 분들이다.
나를 돌아본다. 나는 중학생 아이들을 대하는 데 전문성을 지니고 있는가? 그냥 중학생 대하는 것이 조금 편하고 익숙하고 예뻐 보이는 데 이것으로 된 걸까? 내 교과에 대한 것을 기쁨으로 전문성 있게 가르치고 있는가? 더 공부해야 하고, 더 고민해야 한다. 수학을 수학답게 가르친다는 것이 무엇인지 나만의 생각을 정리해야겠다. ! 이것도 글로 적어봐야겠군.

기다림 연수 시간을 기다렸다. 월요일 저녁 시간이 되면 저녁을 준비하는 내 손길이 바빠지고 빨리 밥을 먹고 정리하고 싶은 생각만 들었다. 내심 남편이 아이들을 데리고 할머니 댁에라도 다녀오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선생님들의 글을 실은 문집이 담긴 메일이 기다려졌다. 이번 과제를 통해서는 선생님들의 어떤 마음을 보게 될까. 어떤 글들을 읽게 될까 기다려졌다. 지금은 완성된 문집을 책으로 볼 날을 기다린다. 연수 기록이 오롯이 담긴 문집이 어떤 감동으로 나에게 다가올까 기대하게 된다. 더불어 권일한 쌤이 보내주시는 답메일도 기다려졌다. 글을 차분히 읽어주고, 곰곰이 되짚어 주며 잘한다 잘 살고 있다고 이야기해주시는 따뜻한 메일은 조금 더 나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게 해주었다. 선생님들을 볼 날을 기다려본다. 햇살 좋고 날이 따뜻한 4월에는 강릉에서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대게를 기다린다. 공동구매한, 아니 권일한 선생님의 수고로 먹을 수 있게 된 대게를 간절히 기다린다.

아쉬움 12일 연수를 할 수 없음이 너무 아쉬웠다. 연수를 진행할수록 선생님들과 얼굴 보고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더 커져갔다. 그래서 강릉에서 모이지 못한 것이 더 크게 아쉬웠다. 글쓰기 연수 없이 수다 모임으로 모였던 그 시간이 참 좋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더불어 같이 둘러앉아 맛있는 것 먹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 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은 연수가 없는 월요일이라는 것도 참 아쉽다.

따뜻함 선생님들의 글이, 카톡에서 나누는 대화들이 참 따뜻하다. 아이들의 글을 바라보는 시선이 참 따뜻하다. 이분들에게 배우는 아이들은 그 따뜻함 누리고 살아가겠구나 싶다. 힘든 일에 함께 울어줄 수 있는 분들이구나 싶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참 따뜻한 분들이구나 싶다. 그 따뜻함으로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어 갈 사람들임에 분명하다. 우리 아이들도 학교에서 이렇게 따뜻한 분들을 담임선생님으로 만났으면 좋겠다.

시작 왠지 이 모임, 연수가 끝이 아닐 것 같다. 모임의 이름이 정해지면 새로운 시작이 될 듯하다. 책을 함께 읽는 모임이어도 좋고, 글을 함께 쓰는 모임이어도 좋고, 교육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모임이어도 좋고, 그냥 마음을 나누는 모임이어도 좋은데.... 이 분들과 어떤 형태의 모습으로든 함께 하고 싶은 것은 나만의 욕심일까?

20년의 마지막과 21년의 시작을 글쓰기 연수과 함께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한 해의 마무리와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을 글쓰기 연수와 함께 한 느낌!!! 새해에는 나도 글을 쓰는 일을 시작했으면 한다. 매일 글을 쓰지는 못해도, 기록을 남기고, 생각을 남기는 일을 시작해 보고 싶다. 그 첫걸음을 시작하게 해준 연수였다. 아이들과의 글쓰기도 다시 시작할 것이다.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책도 함께 읽는 모임으로 아이들 모임도 만들어 가고 싶다.

이번 연수를 생각하니 떠오르는 단어들이 너무 많다. 몇 가지 단어에 내 생각을 담아 후기를 적어본다. 좋은 자리를 만들어 주시고, 좋은 만남을 가질 수 있게 해주신 권일한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들, 함께 해서 즐거웠습니다.

글쓰기 연수를 하면서

***

# 신청하기까지

내가 어쩌다 이 연수를 신청했을까? 생각해 보니 나는 늘 글을 잘 쓰고 싶었고, 이왕이면 교사니까 아이들도 글을 잘 쓰게 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런 연수는 잘 없다. 원격연수로는 배우기가 어렵고, 그렇다고 일대일로 첨삭을 받을 만한 용기는 없었다. 그래도 쉽게 오지 않는 경험, 그리고 놓치고 싶지 않을 경험을 하고 싶어서 겁도 없이 이 글쓰기 연수를 신청했다. 그래서 주마다 하던 독서 모임도 요일을 바꿔 달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면서까지.

# 막상 연수에 참여하면서

그런데 신청하고 보니, 아뿔싸! 세상에! 연수에 참여하시는 선생님들이 엄청나다. 호기심이 많고 책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 보니 책 내신 분들이 많다. 그리고 연수 시간에는 말없이 웃으시던 분들이 어찌나 글을 잘 쓰시는지, 연수 끝나고 돌아오는 화요일이면 그렇게 배가 아플 수가 없었다. 샘이 나서.

주마다 과제가 있었는데, 그 과제를 하는 게 처음엔 아이들과 활동하는 것도 있고 하니까 그리 부담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점점 고난이도의 과제들이 주어지면서 내 글쓰기 실력이 오롯이 담긴 글이 담긴 문집을 마주하는 것이 어려웠다. 내 글을 오징어였다. 완전!

물론 학기 말이고 분주한 일상에서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던 것도 있지만, 다른 분들은 나보다 더 바쁘셨다. 지금 돌아보면 일종의 회피였던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다른 사람인 척하면서 연기하면서 글을 쓰기는 더욱 어려웠다. 숙제는 잘 못 했지만, 권일한 선생님 메시지는 나다운 글을 써라는 뜻이 분명했다. 글을 쓰면서도 주저하는 모습, 다른 선생님들과 비교하는 모습, 도망가고 싶은 모습, 돌아보니 이 모든 것도 다 내 모습이었다.

연수 신청하고 결석하는 것도 내가 싫어하는 건데, 결석한 학생도 전화로 보충 수업해주신 것. 과제 독려 문자까지 보내주시다니! 정말 감동적이면서도 찔림은 왕창이었다. 그러던 중에 살짝 내 마음이 담긴 글을 제출했는데, 감동의 댓글 선물을 받으니 울컥했다.

# 싱어게인과 닮은 연수

그 와중에 내가 요즘 유심히 살펴보는 가수가 있는데 바로 싱어게인에 나왔던 이승윤이다. 그 가수가 우승하고 이런 말을 했다.

"제게 되게 많은 마음을 전해주셨고, 예상치도 못할 만큼 많은 마음을 보내주셨고 그게 저에게 닿았습니다. 그 말은 제 노래가 닿았다는 말로 제가 해석을 했기 때문에 매우 감사하고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방송을 보니까 자꾸 멋있는 말 하려고 했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가볍게 감사하다고만 말하겠습니다. 좋은 음악인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 가수가 이렇게 확신을 갖기까지 많은 노력과 좌절이 있었을 것이다. 음악을 잘 모르는 내가 보기에도 경연 처음에는 조금은 주저하는 모습이 언뜻 보였다. 하지만 경연이 진행되면서 더 자신의 진가를 잘 발휘하며 빛나는 그의 모습, 다른 참가자와 함께 즐기는 그의 모습이 멋있게 다가왔다. 그렇게 되기까지 그에게 보여주었던 심사위원들의 진정한 격려와 조언, 그리고 시청자들의 응원도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가 자신만의 노래로 마음을 나눈 자리가 싱어게인이었다면, 나는 글쓰기 연수가 그랬다. 줌으로 만난 연수였지만 권일한 선생님의 진심과 아이들과의 삶이 담긴 강의, 그리고 선생님들의 마음이 담긴 주옥같이 빛나는 글들에서 나는 용기를 얻었다. 나는 나대로 글을 써야겠다는... 소개팅의 첫 만남에서 나를 온전히 드러내도 될까? 하고 주저하는 모습이 아니라 나를 온전히 드러내기 위해 가장 용기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이승윤의 공연처럼 멋진 글을 쓰고 싶었는데... 이번에도 기한을 놓쳤다!

빨강 연필 읽은 소감 말하기

 

- 지난번에 읽었을 때보다 인물들의 행동, 행동 이면에 담긴 감정이 전해진다. 민호가 자신을 이겨내는 과정이 반갑다.

 

-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좋아할 내용만 쓰게 되었다.’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은 행동들을 하고 싶었던 에서 내가 원하는 것,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봅니다.

 

- 오롯이 나에 대해 생각했다. 내 글에는 얼마나 진실이 있는지? 나는 아이들 글을 대할 때 어떤 프레임에 갇혀 좋은 글, 나쁜 글을 판단하고 있지는 않은지? 아이들 책을 읽고 나에 대해 생각하고, 부끄럽고 반성이 되기는 처음이다.

민호가 글쓰기를 하면서 마음 깊이 느끼는 감정을 쏟아내며 자유로운 감정을 느끼는 것에 공감하고 빨강 연필을 불태우는 용기에서 과연 나는 그럴 수 있을까의문이 들었다.

 

- ‘빨강 연필이라는 소재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잘 풀어내고 있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 아이들만이 아닌 어른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고, 일기 쓰기나 독서록 지도에 관한 생각을 다시 하게 해주었습니다.

 

- 사람은 누구에게나 유혹이 있고, 그 유혹으로부터 실수할 수 있다는 것, 실수했을 때 필요한 것은 자기를 믿어주는 사람과 용기라는 것 등을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다.

 

- 부모는 아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자 세상으로 나가는 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부모와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는 아이들은 양치기 소년이다. 혼자서는 너무 외로워서, 양이 아니라 사람이 보고 싶어서,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말을 하게 되는.

 

- 집중하지 못하고 수업 내내 까불어 친구들조차도 한 마디 하게 하는 아이, 별 말을 하지 않았는데 쌍심지를 켜는 아이, 어울리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한 쪽에 쭈그려 있는 아이, 오로지 게임에 빠져 있는 아이, 친구들 사이를 오가며 뒷 담화하고 이간질 하는 아이들이 그런 양치기 소년이 아닐까?

그런 양치기 소년의 외로움을 알아주고, 그의 말을 귀담아 주는 사람이 부모이고 형제라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그렇지 못한 경우라면 그 역할을 누가 해주어야 할까? 아이들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나는 어떤 역할을 하는 선생님이었을까?

 

연수 후기

 

- 더디고 실수하더라도 조금씩 해보겠습니다.

 

-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아이들이 보고 싶어졌습니다. 농촌지역에서 근무하면서 상처 많은 아이들, 그 아이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습니다.

 

- 연수 내내 내가 선생님의 학생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열심히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연수 내내 새로운 사실들과 관점들을 끊임없이 발견했다. 오랜 세월 아이들과 함께 하며 쌓여진 선생님의 내공에 감탄과 존경이 되었다. 그리고 그동안 어줍잖게 아이들에게 독서지도 한다고 꽤 잘난 척 한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아이들은 얼마나 재미없었을까? 글쓰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견디어 준 아이들이 오히려 고마웠다. 앞으로 아이들과 글을 쓰는 시간이 조금은 변할 것 같다. 그리고 끊임없이 고민할 것 같다. 아이들 마음을 읽으며 노력하는 첫걸음이 될 것 같다.

 

-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고, 어른이 되어서도 책을 가까이 하는 사람으로 만들고 싶은 것이 목표인데 내가 좋아하는 책 외에 다양한 수준과 취향에 대해 잘 몰라서 아이들에게 다양하게 권해주지 못했다. 미안한 마음이 든다. 글 읽기를 좋아하지 않는 남자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하면 좋을지, 어떤 책이 좋은지에 대해 많이 배우고 싶어요.

 

- 연수를 받으며 집에서도 국어 교사노릇하던 저를 반성하게 되었어요. 책을 좋아하고 표현하는 것도 좋아하는 아이들인데 저 또한 재규 엄마처럼 더 잘쓰도록 너무 많은 빨강 연필을 들이대진 않았는가 반성하게 되었답니다. 선생님과 더 길게 토론하고 아이들이 글까지 써보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또한 학교에서 수업할 때 글감을 찾게 하는 방법 등에 대한 팁을 얻게 되어 좋습니다.

 

- 독서활동이 없는 책 읽기는 그냥 글자를 읽어 내려가는 행동이었습니다. 독서활동을 하면서 그 내용과 생각, 나의 삶을 함께 놓아보며 힘을 얻었습니다. 즐거운 시간, 단단한 마음을 갖게 해주는 수업이었습니다.

 

- 『빨강 연필을 통해 글쓰기에 대해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책을 읽고, 질문을 만들고, 활동을 디자인하는 선생님의 통찰력이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연수 중에 들려주시는 강원도 아이들의 삶과 글이 참 감동적이었습니다. 다시 독서와 글쓰기 수업을 시작할 힘을 얻고 갑니다.

 

- 갖은 유흥거리가 넘치고 세상이 바빠지면서 가족 간에도 얼굴을 맞대고 밥 한 끼 먹기 어려워지는 세태이다. 가족이 함께 모여야 할 저녁 시간에도 돌봄이나 지역아동센터에 아이를 맡길 수 있게 하는 정책이 환영을 받는다. ‘저녁 시간은 가족과 함께여야 하는데. 이런 속에서 아이들이 점점 더 고민하면서 생각하는 것을 싫어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능력을 잃어가는 것만 같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아이들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도록, 또 가족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하려고 했는데……. 나는 아이가 조금이나마 자신의 마음을 열어놓을 수 있는 선생님인가?

 

 

1. 초등학교 교사

저는 이번 연수가 지금까지 들었던 독서 관련 연수 중에 제일 좋았어요. 기술과 기법이 아닌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 글쓰기를 하는 이유를 저 스스로 깨닫게 해주셨어요.  제 자신이 정리가 되어 확신이 될 때 아이들에게 좋으니 같이 해보자 할 수 있는 거라는 것도요.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스스로 생각하고 찾게 해주셨어요.  온전히 선생님이 살아오신 삶으로요.

표현하지 않으심에도저는 들을 수 있었고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하시고 곁에 계셨는지

시공간을 넘어 흐르고  마음에도 닿아 연결되고 알 수 있었습니다.

짧아서 아쉬웠구요 ~  다음에 있을  글쓰기 연수와  독서연수 때도 뵙고   계속 나오게  앞으로의 책을 통해 항상 지지와 응원 하겠습니다~^^  

 

2. 고등학교 교사

웃음과 감동, 눈물과 콧물이 있었던 연수였습니다. 아이들이 쓴 글을 보면서 진솔하게 자신을 들여다보고 상처와 마주하고 현실을 바라보는 문장들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아이들의 삶이 그 가운데 담겨 있어 그런가 봅니다. 우리 학교 아이들에게도 이제 가짜 글은 그만 쓰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려면 저부터 가짜 글을 버려야겠지요. 많은 도전과 숙제를 안겨준 연수입니다. 선생님의 연수가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면 또 듣고 싶고, 갖게 된 생각대로 살아내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3. 학부모(방송 작가)

우리가 아이가 된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정말 책을 깊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좀더 빨리 이런 시간을 가져 보았다면 책을 대하는 마음도,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 태도도 달랐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아이들이나 독서동아리 회원들과 하면서 어서 적용해 보고 싶은 마음이 커졌습니다.

가장 좋았던 순간은 역시 선생님께서 아이들이 실제 쓴 글을 읽어주시고 그 아이들의 스토리를 들려주실 때였습니다. 그 생생한 이야기, 아이들의 상황, 그 아이들을 품어주시는 선생님 마음이 합쳐지면서 함께 웃고 울었던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우리 학교 현장에 권일한 선생님과 같은 분이 계셔서 안심이 됩니다. 그리고 권일한 선생님으로부터 배우고 싶은 많은 선생님들이 계시다는 것도 참 다행스러웠습니다. 제가 있는 곳에서 저도 역시 좋은 글꽃, 독서동아리 모임의 꽃을 피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들은 연수나 세미나 중 최고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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