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수업 사례를 모았다. 우리 학교에서 한 수업 다른 학교에 가서 한 수업 우리 학교와 다른 학교 아이가 함께한 수업 대안 학교에 가서 한 수업 독서 동아리 수업까지 한 권에 묶었다.
책 첫머리에 쓴 <<들어가는 글>>이다.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하다가 3학년 아이가 소리쳤다.
“이게 제가 원하는 수업이라고요! 이렇게 배우고 싶어요.”
독서가 간접 경험을 하게 한다면, 독서 수업은 간접 경험을 직접 겪게 해준다. 독서 수업은 책 이야기를 내 이야기로 바꾼다. 당연하다고 여긴 것이 사실인지 생각하고, 작은 일에서 행복을 찾고, 글에 자신을 담아내고, 실수를 인정하고… 무엇보다 진짜 자신을 마주한다.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는 곳까지 이끈다. 초등 3학년 때 만나 9년 동안 독서 수업에 참여한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편지를 썼다.
글쓴이 : 이가진 “감사합니다. 선생님 덕분에 마지막 10대도 가치 있게 보낼 수 있었어요. 올 한 해는 정말 많은 일이 있었어요. 이겨내지 못한 일도 있었고 스스로를 확인할 수 있었던 일들도 있었어요. 혼란스러운 시간이었는데 그때마다 선생님과 함께했던 시간을 떠올렸어요. 끊임없이 나를 돌아보고, 당연하다 생각되는 걸 의심하고, 생각을 거듭하고 이해하려 노력했어요. 전부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 거예요.
제가 선생님께 배운 가장 소중한 것은 나를 마주하는 방법이었어요. 스스로를 인정한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더라구요. 내 미운 점까지 전부 나라는 걸 이제는 받아들일 수 있어요. 부모님을 보며 ‘난 절대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 했던 모습도 결국에는 전부 ‘나’였어요. 처음에는 괴로웠는데 솔직해지고 비워 내려 하니까 받아들여지더라구요. 고맙습니다.
언제나 가까이에 선생님이 계신다는 게 큰 위안이었는데 더 이상 그렇지 않아서 아쉬워요. 다시 만날 기회가 온다면 그때는 선생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아직 못해본 이야기들이 많잖아요.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만나 10년 동안 함께 책과 글을 나누면서 배운 것들은, 제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이에요. 제가 고흐를 사랑하는 것도, 사소한 일에서 행복을 찾는 것도, 글 속에 나를 담아내는 방법도, 실수를 인정하고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지 아는 것도 전부 선생님 덕분이에요. 다시 없을 최고의 순간들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곁에 언제나 행복이 있길 바랄게요. 책 속의 세상에서도요.”
아이들이 독서 수업을 기다린다. 책 읽기, 내용 알아보기는 재미있고, 토론은 즐겁게 긴장되며, 글을 쓰면 마음이 시원하다. 친구와 함께 책을 읽으면 즐겁다. 놀이로 내용을 알아보면 책이 더 재미있어진다. 토론하면 마음이 울렁이며 표현하고 싶어진다. 쓰고 싶은 내용이 생긴다. 책에 빠져들어 자기 이야기를 하고, 아픈 마음을 내보인다. 울기도 한다. 꼭꼭 감춰둔 생각을 털어놓고는 다음 수업을 기다린다.
독서 수업, 독서동아리를 하면서 아이들이 치유와 회복, 추억을 누렸다. 즐겁게 생각하고 배우며 자랐다. 책이 양분을 공급하고 열매를 맺게 했다. 소개한 편지가 독서 수업이 어떠했는지 잘 보여준다. 독서 수업이 어떻게 다시 없을 최고의 순간이 되었는지 소개한다.
아이들이 점점 책을 읽지 않는다. 아이들을 꼬드기려고 책놀이를 만들었다. 크게 두 가지다. 1. 책 갖고 놀면서 책과 친해지는 놀이 2. 책을 읽고 내용을 알아보는 놀이 두 가지 내용을 담았다.
이창수 선생님이 읽고 쓴 후기다.
"독서와 글쓰기, 교육은 사람이 우선이다" 저자 권일한 선생님이 행복하게 책놀이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마트폰과의 전쟁을 선포하다!
요즘 온통 애나 어른이나 구분없이 스마트폰에 고개를 파 묵고 지낸다. 지루할 틈이 없다. 가짜 흥미에 빠져 시간을 송두리째 바치며 살고 있다. 길거리에 걸어가면서도 스마트폰에 눈을 떼지 않는다. 자동차가 지나가는데도 무슨 배짱인지 피할 생각도 하지 않는다. 완전 좀비다. 일상의 삶이 그럴진대 학교에 와서는? 별반 차이가 없다. 금단 현상이 보인다. 종이책에 집중하지 못한다. 아예 종이책을 무시하는 행동도 보인다. 책을 모아 둔 도서관은? 유물 전시관처럼 뻔히 쳐다만 본다. 오죽 했으면 2015 개정교육과정에서는 수업 시간에 책 읽으라고 공식적으로 시간을 확보해 주었다. 한 학기에 최소 8~10시간은 꼬박 책 한 권은 읽어야 한다. '한 학기 한 권 읽기'다!
저자는 책을 싫어하는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는다. 원래 책을 싫어하는 아이들은 없다고 본다. 책놀이로 아이들을 꼬드긴다. 대상 도서를 읽지 않아도 된다. 독서퀴즈대회처럼 책 읽은 아이들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암만 뛰어봐도 결과가 뻔한 대회는 하지 않는다. 책을 읽지 않아도 신나게 책과 함께 하는 시간을 보내도록 전략을 짠다. 책 제목에 '소.달.학.교.' 라는 낱말이 들어간 책 찾아오기, 책으로 53cm 높이 만들기, 250쪽 분량의 책 먼저 찾아오기 등 도서관에서 부지런히 움직이기만 하면 누구든지 즐길 수 있는 책놀이부터 시작한다. 책으로 자신을 소개하기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고, 책에 나온 음식을 직접 만들어보는 독서캠프도 진행한다. 도시와 시골 아이들이 함께 모여 책으로 만나고 책으로 친해지는 시간도 갖는다. 무엇보다도 학부모들과도 '문학기행'을 꾸준히 한다. 만나도 싶은 작가의 책을 함께 읽고 그곳을 찾아가는 기행은 모두가 만족하는 특별한 여행이라고 한다. 저자의 수고로움이 교육공동체 모두를 행복하게 만든다.
책에 풍덩 빠져서 책이 삶이 되고, 삶에 책이 묻어난다. 그러면 대화가 자연스럽게 토론이 된다!
저자가 책놀이를 하는 이유는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기 위함이다. 그깟 지식을 좀 더 심어주기 위함이 결코 아니다. 책을 깊게 읽으면 등장 인물의 삶과 내 삶을 비교하게 된다. 등장 인물을 통해 자신을 보게 된다. 등장 인물의 생각에 동의하기도 하지만 따져 보기도 한다. 한 권의 책을 깊게 읽으면서 그 책을 매개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나눈다. 함께 읽은 책이기기 때문에 친구들끼리 얘기가 통한다. 형식적인 주제를 애써 만들어 억지로 토론하지 않아도 된다. 자연스러운 대화가 토론이 된다. 서로의 생각을 들으며 친구들을 좀 더 이해하게 된다. 진행하는 교사도 아이들을 좀 더 알게 된다. 평소에는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던 애들이 스스로 자기 얘기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책놀이가 아이들의 삶을 보게 한다.
『책벌레 선생님의 행복한 책놀이』는 단지, 책놀이 기교를 자랑하는 책이 아니다. 책이 삶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책이다. 아이들도 책을 읽어낼 수 있음을 알려주는 책이다. 독서지도에 관한 다양한 강의들을 들었다할지라도 직접 실천하지 않으면 금방 까먹는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저자의 노하우가 담긴 책을 그저 부러움의 시선으로만 읽는다면 책장을 덮는 순간 끝이다. 잠깐의 감동은 느낄 수 있겠지만 딱 거기까지다. 이 책을 읽는 이유는 실천에 있다. 쉬운 것부터 하나하나 시도해 보면 된다. 교과별로 수업 시간에 활용할 방법도 자세하게 있다. 아이들이 엄청 즐거워하는 독서 행사 방법도 아낌없이 공개 되어 있다. 아이들이 기다리는 독서 캠프 진행 방법도 단계별로 있다. 용기만 내면 된다.『책벌레 선생님의 행복한 책놀이』한 권 쯤은 책상에 항상 놓아두자. 수업 시작 하기 전에 살짝 펴 보고 따라해 보자. 2~3분이면 된다. 그러다보면 좀 더 응용할 능력도 생길거다. 아이들이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다면야 뭘 못할까! 깔깔거리며 책을 이야기하고, 뚫어지게 책을 쳐다보는 아이들의 모습만 봐도 흐뭇하지 않을까?
'어..? 이 책 아니고 다른 책이었는데..' 권일한 선생님의 <학교에서 외계인을 만나다>를 골라놓고 막상 결제는 이 책을 했나 보다. 실수였지만 그래도 같은 저자의 다른 책이니 다행인 건가. 어쩐지 내가 책을 고른 게 아니라 책이 나를 찾아온 느낌이다.
책 표지에 '산골학교 선생님의 교단일기'라는 표현이 선생님들의 학교일지 같아서 교사라는 직업 안에서의 한정된 이야기가 아닐까, 사실 선생님들 특유의 모범 답안 같은 내용이지 않을까 싶었다. 또 아이들 글이 아무리 잘 써봤자 풋내 나는 서툰 글일 거라 미리 짐작했다.
그런데 한 장 한 장 넘어갈수록 책 속에 빠져들어 읽었다. 단지 교사와 학생의 관계로서가 아니라 부모로서 어른으로서 어쩌면 인간 대 인간으로서 우린 서로에게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 아이들의 숨겨진 마음을 찾는 과정을 '숨바꼭질'에 비유한 선생님의 표현 또한 얼마나 적절한가 감탄하게 된다.
아이넷을 키우는 엄마로서 '숨바꼭질'이라는 단어 하나에 모든 게 그려지는 것 같았다. 우리 애들도 숨바꼭질을 좋아한다. 놀이 자체로도 좋아하지만 마음이 상할 때 아이들은 숨는다. 이불 속이든 구석진 어디든 들어가 버린 아이가 숨어서 신호를 보낸다. 숨는 건 화났으니 와서 풀어달라는 뜻이지 찾지 말라는 게 아니다. 그럴 땐 찾아가서 달래주고 안아줘야 풀린다.
모든 아이들이 이런 숨바꼭질을 하고 있고 누군가는 찾아가 마음을 어루만져줘야 한다는 것을 미처 몰랐다. 선생님이 만났던 아이들 하나하나의 이야기에 마음이 아리고 눈물이 났다. 마음의 빗장을 잠그고 꼭꼭 숨어버린 아이들도 실은 누군가의 위로와 사랑을 기다리고 있다. 거칠고 난폭한 아이들, 나쁜 행동이 일종의 신호였고, 단단한 갑옷 속에 상처 입은 연약한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아챘어야 했다. 어른으로서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어만 가는 청소년 문제를 떠올리며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외치기만 하는 어른들처럼 나 역시 모난 아이들을 보면 품어줄 여유가 없었다.
만약 이 책이 아픈 아이들 이야기만 있었다면 마음만 무거웠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글쓰기'를 통해 마음을 표현하고 치유되는 과정을 보며 놀라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 아이들에게 글쓰기는 치유이자 위로였고 서로를 향한 격려였다. 솔직하고 순수한 아이들의 글을 읽으며 나의 마음까지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 개울가로 달려가 개울물 위로 엄마 닮은 자기 얼굴을 본다는 아이, 교실 옆 대나무 숲을 관찰하며 자신의 마음을 죽순에 그대로 투사해 글을 써낸 아이, 그리운, 때론 원망스러운 가족에 대한 솔직한 마음들. 맑은 샘물 같은 글들에 몇 번이나 눈물이 났다.
이 책은 선생님들 뿐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아니 꼭 부모가 아니라도 누군가의 마음을 찾는데 서툰 사람들, 혹은 자기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지 몰라 답답한 사람들도.
오늘 밤은 누군가의 마음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하고픈 그런 날이다.
내가 슬픔을 아는 사람이라서일까, 아이들이 슬픔을 써서 보여준다. 자살하려던 순간, 상처 받은 기억,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이야기를.
꼭꼭 닫아버린 아이 마음에 종이를 내밀고 글을 쓰라 했고 아이들 글을 읽으며 아이 마음을 헤아리려 했다.
-- 글쓰기로 아이 마음을 알아간 이야기다.
완전 책벌레 정현욱 목사님이 경상일보에 낸 책 소개 글
1950년, 하와이의 카우아이 섬은 실업자와 알코올, 마약 중독자들이 팽배한 곳이었다. 불우한 환경은 수많은 사회적 부적응자를 만들어 냈다. 심리학자인 에이미 워너는 '불우한 환경이 범죄자로 만든다'라는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종단 연구를 시작한다. 800여 명의 아이들을 연구하면서 가장 고위험군은 201명을 따로 집중적으로 살핀다. 그 가운데 31%의 정도가 '예외'가 생겼다. 그들은 당연히 범죄자로 전락해야 했지만 학교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좋은 대학에 들어갔으며, 훌륭한 모범시민으로 성장했다. 에이미 워너는 '왜 이런 예외가 발생하는가' 의아해하면서 연구의 방향을 바꾸어, '예외'의 이유를 찾아가기 시작한다. 다양한 환경임에도 유일한 공통점을 발견했다. 그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지지해준 단 한 명의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다. 단 한 명의 지지자만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여 노력하는 삶을 살아가도록 만들어 준 것이다. 그녀는 그것을 ‘회복탄력성’이라 명명했다.
권일한 선생의 새로운 책이 출간되었다. 이번 책은 이전 책들과 사뭇 달랐다. 지금까지의 책이 ‘실용적’ 측면이 강했다면 이번 책은 ‘원리’에 가까운 책이다. 지금까지의 책들은 독서토론과 글쓰기를 진행하면서 체득한 경험을 정리해 놓은 것들에 가깝다. 그러나 이번에 출간한 책은 자기 독백적이며, 독서토론과 글쓰기를 통해 만나고 나누었던 삶의 이야기를 다룬다. <선생님의 숨바꼭질>이란 제목이 의아해 한참을 고민했다. 책 표지에 ‘꼭꼭 숨겨진 아이들 마음을 찾아 나선 산골학교 선생님의 가슴 뭉클한 교단일기’로 적혀 있지만 그것만으로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적당히 거리를 두면 아이들 문제가 보이지 않는다. 그럼 숨바꼭질에 매달리지 않아도 되고 좌절할 일도 없다.”(175-6쪽)
숨바꼭질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아이들의 숨겨진 마음 찾기다. 글쓰기를 하면서 아이들의 마음을 읽고, 삶을 보았다. 강원도 탄광촌이라는 산골 마을 이혼과 죽음, 가난과 폭력이 일상에 스며있는 곳이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아픔을 꼭꼭 숨기고 자신의 상처를 마음 깊이 침전시킨다. 저자는 글쓰기를 통해 그들의 마음을 수면 위로 올려놓는다. ‘직면이 곧 치유다’는 말이 있지 않던가. 글을 통해 발견한 아이들의 생채기를 안고 함께 삶을 나눈다.
책의 절반쯤 읽어 나갔을 때, ‘회복탄력성’이란 단어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실패와 좌절이 불가피한 상황 속에서도 마침내 성공적 삶을 살아간 이들의 한결같은 특징은 자신을 믿고 기다려준 한 사람이 있었다. 권일한 선생은 바로 그 ‘한 사람’이다.
“상처를 입으면 사랑하는 사람 곁으로 가라고 했다. 비난하지 않고 섣불리 충고하지 않으며 아픔을 함께해줄 사람 곁에 가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다시 일어설 힘이 난다. 그런 사람 곁에 있으면 꽁꽁 얼어붙은 마음이 슬며시 녹고 누군가 손을 잡아 주는 것 같다.”(177쪽)
책은 크게 3부로 나누어져 있고, 17개의 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숨바꼭질하는 아이, 어떻게 대할까?’는 눈으로 보이는 아이들의 행동을 보고 ‘하지 마!’라고 말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현대의학의 병폐로 알려진 대증요법(對症療法)은 병의 결과만을 보고 처방한다. 병의 원인과 뿌리를 간과함으로 무리한 약리작용으로 인해 부작용이 속출한다. 아이들의 문제적 행동은 ‘그림자’(21쪽)다. 유능한 교사는 그림자를 보고 판단하지 않고, 아이들의 숨겨진 마음을 찾는 술래가 되는 것이다.
아이들은 언제 자신의 숨겨둔 마음을 보여줄까? 자신을 믿어 줄 때, 자신을 사랑할 때 마음을 연다. ‘하지 마!’는 판단이며, 모욕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부족함을 알지만 그것을 지적당하는 순간 방어한다. ‘해와 구름’이라는 이솝우화의 이야기처럼 판단하고 지적하는 것은 결코 사람을 변화시킬 수 없다. 초보 교사 시절, 권일한 선생은 ‘하지 마!’를 적지 않게 내뱉었다. 아이들의 마음을 열기보다, 오히려 상처를 주고 닫게 만들었다. 아이들의 그릇된 행동을 바로잡아야 한다. 하지만 먼저 ‘무슨 일 있어?’라고 물어야 한다.
2부 ‘아이는 부모에게 숨바꼭질을 배운다’에서는 부모를 통해 학습되는 아이들의 마음을 다룬다. 폭력적인 아버지로 인해 마음이 삐뚤어진 영철이의 이야기는 심장에 통증을 유발한다. 자존감이 낮은 부모는 자신을 함부로 다룬다. 저급한 언어와 폭력적 행동, 게으름과 부도덕한 삶을 살아간다.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그것을 혐오하면서도 학습한다. 부모의 아픔은 고스란히 아이들이 아픔이 된다. 부모는 아이의 잘못을 야단치기 전에 자신을 보아야 한다.
“진짜 용감한 부모는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한다. 아이를 위해 아픔은 참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지만, 아이를 위해 도움을 요청하는 태도야말로 지혜로운 용기이다.”(135쪽)
믿기지 않지만 ‘머릿니’로 인해 곤욕을 치른 이야기는 열약한 교육 현실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머릿니를 옮긴 아이는 어머니가 없었다. 아버지는 아이에게 큰 관심이 없다. 씻지 못한 아이는 이를 달고 다녔고, 아이들에게 옮긴 것이다. ‘이를 잡으려면 집 안 어디에 이가 있는지, 왜 이가 생겼는지 알아야’(175쪽) 한다. 아무리 상담해도 알 수 없던 문제의 원인을 집에 찾아가고 부모님을 만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아이가 처한 환경이 문제를 만든 것이다. 보이는 이만 잡으려고 한다면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를 잡기 위해 아이의 삶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적당한 거리를 두면 아이들 문제는 보이지 않는다’(175쪽)
3부 ‘아픈 아이 마음 찾기’에서는 마음의 병을 안고 살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기고백적 글쓰기를 통해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을 드러낸다. 생채기 가득한 아이들의 마음을 꾸미지 않고 보여준다. 이것이 글쓰기의 힘이 아닐까? 부모의 이혼 때문에 동굴에 사는 아이, 아버지의 욕설과 학대로 인해 주눅이 들어 꽁꽁 숨어버린 아이들이 글로 숨겨진 마음을 표현한다. 아픈 사람은 자신을 감춘다. 아프지 않은 것처럼, 용감한 것처럼, 가난하지 않은 것처럼 자신을 포장한다. 선생은 아이들 마음에 숨겨진 상처를 찾아내야 한다. 그것은 불편한 일이고, 희생과 수고를 요구한다. 저자는 글쓰기를 통해 그것을 끄집어낸다. ‘해와 구름’에 나오는 해처럼 글쓰기는 그들이 발설하도록 만들어 준다.
“감정은 밖에서 밀어 넣기 전에 안에서 터져 나와야 한다. 관계가 먼저이고 기능은 다음이다. 아이를 바라보고, 희망 꽃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아이를 대하면 글이 달라진다.”(221쪽)
솔직한 글에 박수를 보내고, 서로 위로하게 했다. 마음에 감춰둔 아픔을 꺼냈다. 아이들은 견디기 힘든 현실이지만 벗어나기 위해 ‘새가 울듯이 글을 썼다.’(225쪽) 조그마한 흙만 있어도 식물은 자리고 꽃을 피운다. 누군가 자신을 지지해 준다면 아이들은 기꺼이 ‘마음의 빗장’(226쪽)을 연다. 사고로 얼굴을 다친 아이는 하나도 아프지 않은 것처럼 살았다. 그러나 어느 날, 아이는 자신 때문에 아파하는 엄마의 마음을 글로 ‘처음’ 표현하기에 이른다. ‘아이는 사물을 꿰뚫어보는 눈으로 글을’(232쪽) 썼고, ‘사고를 당했지만 사물을 관찰하고 생각하는 능력은 다치지’(228쪽) 않았던 것이다.
이 책은 ‘한 명의 지지자’에 대한 이야기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생존의 뿌리를 내리며 살아가는 아이들을 지지하는 ‘한 명의 지지자’, 권일한 선생의 이야기는 좋은 교사의 본이 무엇인지 알려 준다. 카우아이섬의 아이들은 대부분 ‘불우한 환경은 아이들은 범죄자로 만든다’는 가설을 따라갔다. 그러나 ‘예외’의 아이들이 있었다. 그들의 공통점은 하나, ‘한 명의 지지자’다. 저자는 분명 글쓰기를 통해 자신이 체득하고 배운 것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그러나 내가 읽기로 이 책은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을 역전시키는 멋진 선생님의 뜨거운 희생과 사랑의 이야기다. 책을 다 덮고 나서야 아이들의 마음을 찾는 것은 사랑임을 알았다.
1994년부터 아이들 글을 모았다. 2008년부터 <월간 좋은교사>에 아이 글을 하나씩 소개했다. 아이 글에 대한 내 생각도 짧게 같이 실었다. 5년 넘게 연재한 글을 바탕으로 내가 좋아하는 아이 글을 모았다.
2016년에 1학년 담임이 되었다. 몇 번 1학년 담임을 했고, 34명과 함께 지낸 경험도 있다. 하지만 2016년에 만난 아이들은 외계인 같았다. 집에 돌아오면 외계인 시리즈를 썼다. 아이들을 이해하려고.
- 두 가지 글을 모아 책으로 냈다. - 그림은 제자 두 명이 그렸다.
완전 책벌레 정현욱 목사님이 경상일보에 낸 책 소개 글
저는 외계인이 있다고 믿습니다. 다른 곳에서 증거는 찾기는 힘들지만 제가 좋아하는 책에서는 많이 찾을 수 있습니다. 오래전 지구를 강타한 한 권의 책이 있습니다. 제목은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입니다. 외계인이 있다는 걸 증명하는 책들은 또 있습니다. <어린 왕자는 외계인이었다> <십 대라는 이름의 외계인> <우리 아빠는 외계인> 심지어는 <우리는 모두 외계인이다>라는 책도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아이스크림에도 <엄마는 외계인>이란 게 있습니다. 이 정도면 외계인의 존재는 충분히 증명한 것 같습니다.
외계인들과 살기 위해서는 새로운 언어가 필요합니다. 그들의 언어는 시시각각으로 변하기 때문에 배우기가 여간 힘이 드는 것이 아닙니다. 이젠 통달했다 싶으면 어느새 새로운 은하계에서 외계인들이 날아옵니다. 페르시아 천문학자인 알 수피(Abd al-Rahman al-Sufi)가 처음으로 발견한 안드로메다은하에서 온 종족도 있고, 어떤 종족은 왜소 은하인 대마젤란은하에서 넘어오고, 지구에서 7만 광년 떨어진 궁수자리 은하에서도 옵니다. 그들의 언어는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언어를 들여다보면 그들의 생각과 마음이 언어 속에 들어가 있음을 발견합니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언어가 다를 뿐이지, 지구인들이 겪어온 통증이 같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죠.
오늘 어떤 분의 책을 읽었습니다. 이분은 외계인이 ‘학교’에 있다하네요. 그래서 책의 제목을 <학교에서 외계인을 만나다>로 정했습니다. 이곳에는 그동안 외계인들과 나눈 수많은 사연들이 인간의 언어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책 제목을 보는 순간부터 어떻게 외계인들과 소통할 수 있을까? 외계인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하고 또 궁금했습니다. 외계인들의 내밀한 언어의 세계로 들어가 봅시다.
먼저 학교에서 만난 외계인들은 느낌이 아주 좋습니다. 아니, 느낌을 솔직하게 표현합니다. 전제현이란 외계인은 날씬한 엄마가 누나와 동생이 남긴 밥을 먹느라 삼겹살 배가 됐다고 하네요. 이런 어머님 어쩌나? 최호현 외계인은 보험회사도 가고 마트도 가는 엄마가 ‘여군’ 같다고 하네요. 김소희 외계인은 마음이 참 착한 것 같습니다. 보일러 고치는 수리 기사님에게 자신과 똑같은 나이의 아이가 있는 것을 알고는 이렇게 말하네요.
보일러 아저씨는 참 힘들겠다. / 아직도 보일러 고치니까! / ... / 아저씨 집 아이도 나처럼 아빠를 기다리겠다.
전은희 외계인은 ‘엄마는 자는 척했다고 가짜로 화낸다.’고 하네요. 에구! 아이들이 엄마의 속셈?까지 파악하고 있습니다. 보이는 대로 말하고, 생각하는 대로 써 내려갑니다. 그런데 그들의 마음까지 어찌 맑은지 읽는 저의 마음까지 따뜻합니다.
두 번째 특징은 솔직하게 고백을 잘합니다. 이정영 외계인은 병원에 다녀온 아빠가 자신을 안아주니 ‘빨리 나으세요. 아빠 사랑해요!’ 말하네요. 이해주 외계인은 집에 놀러 온 친구 주혜에게 다음엔 자기 집에 밥 먹으러 오면 설거지 시킨다네요. 주혜 외계인이 읽으면 아마 안 갈 것 같은데...
비평적 시각도 많아요. 김찬묵 외계인은 잘난척하는 똑똑한 사람보다 맛있는? 돼지가 낫다네요. 조성권 외계인은 투표에 대해 한 마디 하네요. 섬뜩합니다. 모두 옮겨 볼게요.
오늘 선거. 엄마, 아빠는 투표하려 간다. 누구를 뽑을지는 모른다. 누가 되는지도 모른다.
자기가 되려고 몸부림친다.
어떤가요? 결국 선거도 자신을 위해서 하는 거니 ‘자기가 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사회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이 어찌나 예리한지 저의 마음을 들킨 것 같아 겁이 납니다. 좀 더 오래 살았다고, 힘이 더 세다고 억지 부리고 우기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탐욕만 가득한 저의 모습을 말입니다.
학교에 있는 외계인들은 참 이상하네요. 그들의 언어는 인간의 은밀한 생각을 포착해내고, 포장된 가식의 행위를 뚫고 들어옵니다. 어쩔 때는 맑은 물과 같다가도 어쩔 때는 거울처럼 있는 가식 없이 보여줍니다. 분명 학교에 있는 외계인들은 아직 어리지만 지구의 어른들보다 훨씬 높은 지능이 높고 세계를 통찰하는 뛰어난 감각을 가진 것이 분명합니다. 이런 외계인들과 사는 선생님은 어떤 분인지 참 궁금합니다. 저는 한 달도 못 버티고 삼십육계 줄행랑칠 것 같은 데 말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시에 덧붙여 놓은 선생님의 설명도 읽어 보았습니다. 일하시는 할아버지를 위해 붕어빵을 사가는 김형규 외계인의 이야기를 이렇게 풀었네요.
“하루에 일곱 번 오가는 버스 기다리면서 붕어빵 식을까 걱정하고, 할아버지에게 따뜻한 붕어빵 드리려고 가슴에 품는다.”(37쪽)
가슴에 품는다. 이 표현이 제가 그런 것처럼 느껴지네요. 할머니를 욕심도 없는 아이라고 표현한 이수연 외계인에게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할머니 자신이 길러낸 자녀들이 할머니가 기른 것들을 먹으며 건강하게 자라는 걸 보는 욕심. 이 욕심 때문에 할머니는 땀 흘리면서도 힘든 줄 모르고 일하신단다.”(41쪽)
그렇죠. 할머니도 욕심이 있답니다. 당신의 자녀들이 잘 자라기를 바라는 욕심이오. 이렇게 1부에서는 학교에서 살아가는 외계인들의 언어를 해독하더니 2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외계인을 알아내고 다루는 방법까지 소개하네요. 햐.. 이 책만 읽으면 지구에 침공한 외계인들을 정복하기는 시간문제인 듯합니다. 미국인들은 독립기념일만 되면 외계인들이 침공한다며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이 책은 선물로 주고 싶네요.
외계인을 알아내는 방법 10가지도 있습니다. 이곳에 보면 지구인처럼 행동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외계인들입니다. 몇 가지 특징을 알려드릴 테니 잘 살펴보십시오. 먼저 외계인은 ‘순간’을 삽니다. 내일이 없습니다. 방금 말하고 잊어버립니다. 건망증이 심하다고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이들은 외계인들입니다. 외계인들은 외계인을 알아봅니다. 그러나 자신이 어느 별에서 왔는지 모릅니다. 지구의 대기로 진입하면서 급작스러운 대기압 때문에 기억을 상실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자신들끼리는 서로가 외계인 것을 금세 알아챕니다. 그리고 서로 비밀을 공유하죠. 정말 특이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이 외계인들은 수렵, 채집 활동을 즐긴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끔 학교를 벗어나 산속을 헤매거나 길 가 밤나무 밑에서 떨어진 밤송이를 줍기도 합니다. 이것은 순전히 자신들이 외계인이 아님을 위장하기 위한 전술전략이 분명합니다. 슈퍼맨도 보세요. 어리바리하고 수줍어합니다. 그런데 슈트를 갈아입으면 천하무적이 되죠. 그런데 왜 하필이면 공중전화기 부스 안에서 갈아입는지 나 원 참! 이젠 대부분이 휴대폰을 사용해서 공중전화 부스는 찾기도 힘든데 말입니다.
책을 읽으면 글과 잘 어울리는 그림이 많습니다. 이 그림은 누가 그렸을까요? 권일한 선생님이 외계인들을 잘 길들여 지구인처럼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젠 자라나서 대학교에 들어가 함께 그림을 그리고 있답니다. 외계인도 지구인처럼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존재로 성장하다니 놀랍네요. 저의 집에도 외계인이 몇 명 살고 있습니다. 이 외계인들은 어느 행성에서 온 지는 몰라도 자꾸 휴대폰으로 십만 광년이 훨씬 넘은 미확인 은하에 메시지를 보내곤 합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외계인들의 언어는 저를 혼란스럽게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었으니 외계인 따위는 걱정도 없습니다. 감정이입하고, 마음을 나누고, 산책도 같이 하면 외계인들이 잘 길들여진다고 합니다. 이런 신기한 책을 읽다니요. 오늘부터 외계인 정복 들어갑니다. 짜잔~ 기대하시라.
2009년부터 방과후 독서토론에 참여한 아이들이 중학생이 됐다. 계속 토론하고 싶다고 해서 주말에 중등 토론반을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어려운 책을 깊이 나누었다. 초등학생일 때부터 대학 자기소개서를 같이 고칠 때까지 만났다.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이 기특해서 토론 과정을 책으로 냈다. 토론한 뒤에 집에서 3시간씩 토론 과정을 기록할 때는 힘들었지만 그 기록 덕분에 이 책이 남았다.
완전 책벌레 정현욱 목사님이 경상일보에 낸 책 소개 글
한 줄 요약 : 다독 + 독서지도사 자격증 외에 더 필요한 것?
지난 여름 독서지도사 2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일 년에 수백 권씩 읽어내는 독서광이지만 아이들에게 독서지도는 도무지 자신이 없다. 아무리 책에 대해 설명을 하고, 가르쳐도 아이들은 멍한 눈으로 바라볼 때 관심이 없다. 그러다 제풀에 지쳐 나가떨어지기를 거듭했다.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 가르쳐도 아이들은 조금도 변화되지 않았다. 궁여지책으로 남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독서지도사 자격증이었다. 한 번만 들어도 되는 동영상을 두 번 세 번씩 반복해 들었다. 그리고 만점에 가까운 성적으로 자격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다시 시작한 독서토론, 이번에는 지난번보다 조금 나았다. 그것이 끝이었다. 아이들은 몇 번 더 웃어주고, 하는 척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닫힌 입을 열기 위해 노력하는 몸부림이 스스로 보기에도 애처로웠다. 그리고 독서 나눔은 그걸로 끝냈다. 난 더 이상 독서지도사로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수강비와 시간을 들인 자격증은 장롱면허가 될 판이었다.
무엇이 문제일까? 왜 되지 않는 것일까? 고민하고 애써 웃으려 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강의 집을 다시 살피고, 독서토론 책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아무리 읽어도 답이 없어 보였다. 독서토론 책들과 강의 노트는 다르지 않았다. 난 스스로 내가 독서지도 능력이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서평가로 활동하는 것으로 내 자리를 지키기로 했다.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독서지도란 이론만으로 불가능하다. 반강제적으로 이루어지는 학교에서는 흉내는 낼 수 있지만 진정한 독서와 토론을 이루어지지 않는다. 강제성도 띠지 않는 가정 독서지도는 어떻겠는가? 탁월한 과외 강사로 있는 어떤 분의 충고는 간단명료했다. ‘스스로 하지 말고 남에게 맡기세요.’였다. 즉 학원에 보내든지 독서지도를 잘하는 외부인에게 과외를 시키라는 것이다.
어느 날, 페이스북 친구로 있는 권일한 선생님의 담벼락에 새로운 글이 올라왔다. <10대를 위한 행복한 독서토론>이란 책이 곧 출간된다는 소식이다. 오랫동안 페이스북을 통해 권일한 선생님의 소식을 들어왔다. 그리고 이전에 이미 출간된 <책벌레 선생님의 행복한 글쓰기>와 <책벌레 선생님의 행복한 책 이야기>를 읽은 터였다. 이 책들은 글쓰기와 책 읽기란 주제를 가지고 있지만 독서와 생각하기, 글쓰기와 토론이 조금씩 버무려진 책들이다. 내심, 독서토론에 대한 부분을 따로 떼어 깊이 있게 다루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참에 이 책의 출간 소식을 듣고 기대감을 가지고 기다렸다. 드디어 출간되고 책이 내 손에 들려지자 이틀 동안 급한 용무 외에는 모든 일을 뒤로 미루고 이 책을 읽어 나갔다. 그리고 내가 왜 실패했고, 실제 독서지도와 토론은 어떻게 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아무리 열정이 많다 해도 요령이 없으면 결코 쉽지 않다. 이 책은 한 마디로 독서토론을 위한 실제 매뉴얼과 같은 책이다. 필자는 이제 이 책을 요약하며 저자가 말하는 독서토론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한다.
모두 6부로 나누었다. 서론에 해당하는 들어가는 글은 반드시 읽어야 한다. '들어가며'는 두 개의 작은 글로 묶었다. 하나는 ‘독서토론을 잘 이끌어 가려면’과 다른 하나는 ‘이렇게 하면 실패한다’이다. 그러니까 이 개의 글은 나중에 이어질 실제적인 글 나눔의 원론과 방향제시라 할만하다. 본 글은 모두 6부로 나누었다. 필자는 이 부분을 두 개로 구분했다. 1부에서 4부까지는 독서토론에 대한 이야기이고, 뒷부분은 5부와 6부인데 논술과 글쓰기를 엮어 넣었다. 자 그럼 가장 중요한 부분인 ‘들어가며’로 가보자. 여기서는 독서토론의 원리를 제공한다. 독서토론을 잘 이끌어 가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가장 중요한 전제가 있다. 해석의 강화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즉 확증편향 이론이 말해주는 것처럼,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에 관심을 갖고 사물이나 사건 등을 획일적으로 보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독서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책을 많이 읽는다고 겸손해 지거나 안목이 넓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기 생각을 강화하기 위해 내용을 마음대로 해석하게’(13쪽) 만드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독서 토론에서 가장 먼저 염두에 두고 생각해야 할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그래서 이 편협된 시각과 좁은 시각을 깨기 위해서는 찬반을 나누어 토론하게 한다. 동전 던지기를 통해 비록 반대의 입장에서 토론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다.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다양한 해석을 갖춘 토론은 오만과 편견, 독선과 아집을 깨뜨린다.”(15쪽)
두 번째는 부스러기 생각을 잡아야 한다. 부스러기는 떨어진 것으로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다루는 부수적인 주제를 일컫는다. 그럼 이게 왜 중요할까? 토론은 말의 향연이다. 메인 요리가 있지만, 메인 요리만으로 밥을 먹으면 맛이 없다. 토론도 마찬가지다. 토론의 여정 속에서 여러 말들이 나온다. 이 말들은 주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보게 하는 양념 역할을 하게 된다.
세 번째,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질문’이다. 필자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무릎을 쳤다. 질문이 중요한지는 다 안다. 그런데 그 질문이 어떤 작용을 하고, 어떤 결과를 도출해 내는지를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저자는 ‘독서토론의 생명은 질문이다.’(19쪽)라고 과감하게 선언한다. 실제로 독서토론이 지겨울 것인지 아니면, 즐겁고 유익할 것인지는 ‘질문’으로 결정된다. 어떤 질문을 던지고, 질문에 답을 어떻게 이끌 것인지를 잘 아는 리더가 좋은 독서토론을 만들어 낸다. 필자도 아이들과의 독서토론에서 가장 큰 오해는 ‘아이들이 스스로 말을 할 줄 알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고 명징하게 발설하는 것이 약하다. 그래서 그들의 생각을 끄집어 내기 위해서는 질문이 필요했던 것이다. 지혜로운 질문은 깊은 우물의 두레박과 같다. 두레박이 있으면 깊은 우물의 냉수를 나의 입속에 쉽게 넣어 준다. 그런 질문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1. 평소보다 천천히 읽어라. 2. 저자의 의도를 생각하라. 3. 창의적이고 열린 질문을 준비하라. 4. 쉬운 내용을 먼저 묻고 복잡하고 난해한 것은 뒤로 가져가라. 5. 토론을 책 이야기와 연결해라. 6. 리더자가 자신감을 가져라.
결국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는 배의 키를 돌리는 것과 같다. 질문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으면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는 말이다. 질문은 각 책마다 다르기 때문에 ‘어떻다’라고 말하기는 모호하지만, 분명한 것은 리더자는 책의 핵심을 꿰고 있어야 하고, 토론을 어느 방향으로 끌고 갈지는 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토론에서 실패하는 이유를 몇 가지 더 들어보자. 먼저는 듣지 않으면 실패한다. 또한 ‘준비되지 않으면 당연히 실패한다.’(33쪽) 즉 리더 해야 할 교사들이 책을 읽지 않고 오는 경우다. 자신이 모르는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리더자인 자신과 참가자인 학생들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지레짐작과 지나친 자신감과 소극적인 마음도 실패의 원인으로 지적한다. 어쩌면 토론은 미묘한 감정과 권위를 사용할 수 있는 종합예술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한 가지, 그러나 너무나 의외였던 것은 바로 글쓰기다. 토론과 글쓰기는 무슨 상관이 있을까? 글은 남기는 것이다. 독서토론을 아무리 잘해도 쓰지 않으면 남지 않고, 남지 않으면 자신이 생각의 변화를 읽지 못한다. 또한 글은 ‘생각을 정리하게 도와준다.’(45쪽)는 점에도 좋다. 토론 때에 말하지 못한 것을 글로 쓰게 되면 다시 생각하게 되고, 더 세밀한 사유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어쩌면 독서토론의 완성은 마지막 생각 정리하는 글쓰기에 있는 지도 모르겠다.
자, 그럼 저자는 자신의 이론들을 어떻게 적용해 나갔는지 몇 곳을 골라 집중적으로 들어가 보자. 원론과 실제는 다를 수 있으니 획일적으로 보지 말고 상황 속에서 어떻게 다루는가를 살펴보자. 먼저 1부 ‘토론으로 새로운 세상을 꿈꾸다’를 들여다보자. 1부에서는 두 권의 책을 다룬다. 한 권은 중학교 2학년들이 ‘인생의 책’으로 뽑은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과 1930년대 흑인 차별이 유난히 심했던 미국의 상황을 담은 <앵무새 죽이기>다. 두 권 모두 어린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이다. 체로키 인디언의 이야기를 다룬 <내 영혼의 따뜻했던 날들>로 들어가 보자. 토론은 모두 4주에 걸쳐 진행된다. 첫 주는 읽고 담아둔 좋은 문장을 서로 나눈다. 둘째 주는 할아버지와 백인의 가치관의 차이를 다룬다. 셋째 주는 할아버지가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우리와 어떻게 다른가를 다룬다. 넷째 주는 할아버지의 교육 방법을 살펴본다. 저자는 마지막 주에서 한국 교육과 비교하며 비판적 시각으로 글로 표현하게 한다.
첫 주, 문장을 나눈다. 그런데 감동적인 문장이 없다는 말에 조금 놀랬다. 그들은 우리 아이들과 조금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었는지 모른다. 한편으로 다행이다. 우리 아이들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저자는 중요한 한 가지 사실을 알려 준다. “마음에 드는 문장이 없다고 한다. 학생들은 문장을 읽을 줄 모른다. 책에서 줄거리만 읽으면 다 읽은 줄 안다. 그러면 문장이 보이지 않는다.”(54쪽) 아이들은 문장을 모른다. 삶의 경륜이 없기 때문이다. 문장은 삶을 꿰뚫고 통찰하는 안목이다. 아이들이 문장에 감동을 받고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저자는 문장을 쓰고 그 중간 괄호를 넣어 찾아 넣기를 한다. 이렇게 하면 책을 자세히 읽도록 돕는다. 그리고 그 문장의 의미를 묻고 다시 설명해 준다. 그 문장의 예를 보여주는 다른 글을 찾게 하고, 문장의 가치를 설명해 준다. 그다음은 자신의 이야기로 선회한다. 그들의 삶 속에서 문장과 비슷한 일이 없는지를 묻는다. 타인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이야기가 된다. 책을 남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이야기로 읽고 자세히 읽으라고 당부한 후 집을 돌로 보낸다. 이렇게 한 주가 마무리된다.
둘째 주, 책을 다시 읽었다. 역시 아이들은 전주보다 좀 더 세세하게 읽는다. 전에는 보지 못한 ‘늑대별’ 이야기를 한참 나누었다. 책에 나오는 ‘늑대별은 할아버지와 작은 나무를 이어주는 끈’(58쪽)의 역할을 한다. 원주민과 백인의 사고방식 차이를 토론했다. 땅에 대한 원주민의 생각을 정리하고, 다시 사냥 방법과 금주법, 교육 방법들을 토론하고 정리한다. 이렇게 함으로 책의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한다. 원주민은 존재방식으로 생각하고, 백인들은 ‘소유 방식으로 산다.’(61쪽) 것도 짚어 준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로 마무리한다.
셋째 주, 사람을 대하는 방식의 차이를 다룬다. 선물을 줄 때,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게 한다.’(65쪽) 즉 넌 소중하다는 가치를 가르치고, 은혜를 공짜를 받지 않고 노력해 얻도록 한다. 가난하지만 할 수 있다는 것, 즉 ‘넌 가치 있는 존재’임을 알려 준다. 필자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마음에 가책을 느꼈다. 난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쳤는가? 게으르다고, 공부 안 한다고 야단만 쳤지 진정한 존재 가치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셋째 주, 선생님과 학생들은 할아버지의 지혜를 배웠다. 그리고 나도 이 책을 읽고 아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넷째 주, 마지막 시간은 글쓰기다. 아이들의 글을 읽으니 마음이 따듯해진다. 권민하라는 중1 여학생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사랑한다는 표현 대신 이해한다고 하신다. 이해하면 서로 사랑하게 되기 때문’(68쪽)으로 썼다. 중2의 이가진 학생은 자신의 학교생활과 할아버지의 교육 방식을 비교하면서 진정한 가르침의 방법을 서술해 나간다. 작은 나무(주인공)에게 할아버지가 병든 소를 사는 것을 내버려 둔 이야기를 꺼내며, 실수도 배움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그렇다. 권위적 지식만이 전부가 아니다. 실수도 공부다.
모든 책을 이렇게 다루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한 권의 책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 것인지를 보여준다. 한 권의 책을 몇 주에 걸쳐 나누는 것도 대단해 보였지만, 리더자인 선생님이 얼마나 준비되느냐에 따라 토론의 깊이가 달라지는 것도 알았다. 선생님이 책을 사랑하면 아이들도 책을 사랑하게 된다. 선생님이 참여자인 아이들을 잘 이해하면 학생들도 즐겁게 동참하게 된다는 것도 느껴진다. 필자가 정말 궁금했던 부분은 5,6부의 글쓰기다. 독서토론과 글쓰기는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일까? 호기심을 가지고 자세히 읽어 나갔다.
논술(論述)은 말 그대로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진술 또는 주장하는 것이다. 가장 궁금했던 것이 중고등학생이 어느 정도의 논술이 가능할까였다. 루이스 스티븐슨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시의 기이한 사례>란 책으로 세 주를 했다. 첫 주는 ‘듣는 게 목표’(255쪽)라고 한다. 내용을 묻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설명해 준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다시 읽어 오도록 요구한다. 쓰기에 전에 내용을 확실히 알았는지, 책 속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주제는 무엇이고,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도 토론한다. 둘째 주는 ‘지킬이 하이드로 변하는 과정과 결과를 나타내는 문장을 골라 인간의 이중성에 초점을 맞춰 토론했다.’(262쪽) 문장 찾기는 논지와 직결된 저자의 생각을 찾는 것이다. 전에 읽었던 책 중에서 비슷한 내용을 골라 참고하는 것도 소개한다. ‘성실’했기 때문에 유대인을 육백만 명을 죽였다는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 아이히만>까지 소개할 정도라면 대단하다 싶다.
지킬 박사 속의 하이드는 보통 사람 속에 잠재된 악의 실체다.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극단적 나눔보다 인간이 가지는 양면성을 살펴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 토론 수업이 고등학생이 아니라 중학생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세 번째 주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책을 쓴 까닭’(267쪽)를 묻는다. 이렇게 하며 자신이 주장하는 한 주제를 논리를 제시하며 한 편의 글로 완성한다. 저자는 독서 감상문과 논술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논술을 논술답게 쓰기까지 오래 걸렸다.’(271쪽)고 말한다. 그만큼 제대로 된 글쓰기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독서토론을 통해 사고(思考) 하는 능력을 키워 둔다면 글쓰기는 서서히 늘게 될 것이다. 독서 감상문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 것이다. 예를 들어 ‘좋다’ ‘나쁘다’ ‘멋지다’ 등의 표현으로 한다. 그에 비해 논술은 사실에 입각해 논리적으로 ‘이다’ ‘틀렸다’라고 논박해야 한다. 저자는 학생들에게 ‘독서 감상문은 지킬 박사, 논술은 하이드 씨가 되어 쓰라고’(271쪽) 했단다.
나가면서
독서토론은 종합예술이 맞다. 창의적 읽기에서, 비판적 안목으로 주장하기, 인도자의 교감 능력 등이 충분하지 않다면 자칫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수고는 충분히 좋은 결과를 가져다준다. 어쩌면 독서토론은 저자가 서두에서 밝힌 것처럼 ‘깊이 읽기’로 보인다. 한 권을 3-4주 동안 토론하고 글까지 써 마무리 하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다. 초등학생들과 시작한 독서 모임이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즐겁게 동참했다. 이 책은 독서모임의 첫 이야기가 아니다. 이 책을 읽기 전 <책벌에 선생님의 행복한 책 이야기>와 초등학교 독서토론을 다룬 <책벌레 선생님의 행복한 독서토론>을 미리 읽는다면 이 책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더 많이 알게 되리라 확신한다. 한 번 읽어 될 일이 아니다. 독서 토론을 지도할 생각이 있다면 서너 번 반복해서 읽는다면 분명 좋은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내가 책을 읽은 건 성경 덕분이다. 성경을 이해하려고 이 책, 저 책 읽다가 책벌레가 되었다. 성경만큼 재미있는 책이 없다. 그런데 사람들이 읽지 않는다. 읽기 힘들고 읽어도 이해가 안 된다고 한다. 성경을 읽는 방법을 다룬 책을 소개했지만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평신도가 이해하는 수준의 책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 처음 원고의 40%가 잘려나가고 이 책이 나왔다. 여전히 사람들은 스스로 성경을 읽지 않는다.
#1. 성경은 맛있다!성경에 대해 흥미를 가져 본 적이 있지 않은가? 그래서 그 맛을 보았을 때는 그 깊이가 너무 깊어서 풍덩 빠져들지 않았던가! 하지만 또한 얕게 첨벙거려도 괜찮지 않은가! 저자는 성경이 얼마나 풍성한지를 일러준다. "성경은 '어린 양이 발목을 적시며 건널 수 있는 시냇물이며, 고래가 평생 헤엄쳐 다닐 수 있는 큰 바다다'"(24쪽) 하지만 이내 사그라든 이유가 무엇인가? 내가 뭘 이렇게 열심히 하나 하는 이유 때문은 아닌가! 그렇게 성경에 대해서 열심을 내다가도 우리는 수그러들기 일쑤이다. 이 책은 우리가 왜 성경을 가볍게 여기게 되었는지부터 다룬다. 그것은 우리가 사탄의 전략대로 성경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저자는 1장에 그 이유를 7가지 들어서 하나하나 이 세대가 왜 성경과 멀어지게 되었는지를 말씀 속에서 유심히 살핀다. 그 이유는 성경은 우리에게 순종과 믿음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성경은 변증이 아니라 순종하는 제자를 요구한다"(37쪽), 또한 "기독교의 절대 진리는 말씀을 읽고 행하는 제자의 삶을 통해 드러난다"(51쪽) 이를 통해 신앙의 정의를 분명하게 해준다. "복음은 하나님께로 가는 유일한 길인 예수 그리스도다. 우리 죄를 담당하신 예수님이 복음이다. 믿음은 인간으로서는 하나님께로 갈 수 없다는 깨달음, 예수님만이 우리를 의롭게 하신다는 고백이다. 영성은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다는 고백을 일상에서 살아 내는 것이다."(40쪽) 그래서 우리는 말씀을 잘 소화해야한다. "씹어 삼켜 소화하는 과정을 묵상이라고 한다. 말씀을 깊이 묵상하면 죄악의 뿌리가 건드려진다. 날마다 성경을 읽고 묵상하면 하나님께 민감해질 것이다."(41쪽) 그렇다. 이 책은 성경을 맛본 사람의 영광스러운(!) 기쁨을 전달해준다.
#2. 이 책은 팁을 주는 책이다.우리가 성경을 다시 찾아오기 위한 팁을 제시해준다. 그것은 큰 흐름을 읽는 것이다. 그 흐름을 한마디로 하면 '언약'임을 두번째 장에서 일러준다. 두번째 장이 하나님이 들려주신 언약이야기이다. 모세오경과 복음서, 역사서와 사도행전, 시가서와 서신서, 선지서와 예언 및 요한계시록 이렇게 네 묶음으로 신약과 구약을 묶어서 풀어낸다. 이 부분이 새롭다. 구약 따로 다 훑고, 신약 따로 훑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는 이야기로, 역사는 역사로 그렇게 엮어낸다. 그래서 구약과 신약을 교차해가면서 풀어낸다. 이를 통해서 성경 전체를 조망하게 해준다. 너무 성경공부하듯이 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사변적인 이야기만 있지 않은 짧지만 굵다.
#3. 성경을 잘 읽는 비법이 있을까?이렇게 저자가 성경을 언약이라는 큰 물줄기로 읽어낼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인지 저자는 3장을 통해서 일러준다. 성경은 이렇게 읽어라는 저자의 조언을 들을 수 있다. "직접 읽고 묵상하라, 성경은 성경으로 풀어라, 자기 관점으로 읽지 마라, 질문하며 읽어라, ... , 하나님의 성품으로 적용하라,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르라" 등 구체적인 지침들을 제시한다. "창세기는 내용에 따라 끊어 읽는 것이 좋지만, 서신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에 읽는 것이 좋다."(135쪽) "아브라함의 이야기는 그의 삶 전체(창12-25장)를 보아야 올바로 이해할 수 있다."(141쪽) 그 뿐 아니라 저자의 인문학적 소양이 성경에 대한 적용에서도 빛을 발한다. "성호 이익은 "자신을 새롭게 하려면 모름지기 훌륭한 스승을 만나야 하고, 스승을 만나려면 모름지기 묻기를 좋아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의 가장 훌륭한 스승은 성령님이다. 성경 말씀을 읽으면서 계속 성령님께 물어야 한다. 하나님은 구하는 자에게 말씀을 들려주신다."(129쪽) "교육 선진국에서는 하나씩 가르친다. '신발 앞코가 보이게 놓기'를 1년 내내 훈련한다. 그 다음 해에는 '줄 바르게 서기'를 훈련한다. ... 나는 10년간 다른 사람을 비판하려는 마음과 싸웠다. ... 다른 사람을 비판하지 않게 되자, 나를 자랑하려는 마음이 덮쳐 왔다. ... 지금도 날마다 눈앞의 적과 치열하게 싸우는 중이다"(143-144쪽). 저자의 솔직한 나눔에 은혜가 깃든다.
#4. 성경은 공동체적이다.개인의 영역에서 적용으로 그치지 않고 저자는 공동체적인 나눔의 귀함 또한 도전한다. 그의 시각이 균형 잡혀 있음을 볼 수 있다. "개인이 깨달은 말씀은 반드시 공동체에서 나누고 검증받아야 한다."(153쪽) 그리고 그는 가정에서의 신앙 교육으로서 말씀의 공동체를 짚고 넘어간다. "가정에서 하는 부모의 신앙교육이 중요하다. 함께 밥을 먹고, 수다를 떨며, 놀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나누라. 자녀에게 무조건 믿으라고 강요하지 말고 기도하며 성경 이야기를 들려주라. 가정이 하나님의 말씀이 살아 역사하는 공동체가 되도록 힘쓰라."(165-166쪽) "하나님 나라는 공동체 안에서 이루어진다.", "믿음의 공동체에서 말씀을 서로 나눠야 건강해진다."(168쪽) , "진정한 권위는 밖이 아니라 안에서부터 흘러나온다."(170쪽), "하나님의 자녀는 홀로 말씀 앞에 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172쪽) 저자의 속이 꽉 찬 말들이 마음을 두드린다. 그런 이후에 부록처럼 서선서 형식, 이야기 형식, 시 형식의 성경 읽기의 방법을 찬찬히 가르쳐준다. 옆집 아저씨 같이, 한편으로 과외 선생님처럼~! 그 애정이 고맙고 감사하다.
#5. 찰지다.성경에 대한 묵상이야기이지만 맛이 있다. 잘 묵혀두었고, 잘 요리해두었다. 제목 <성경을 돌려드립니다> 또한 재미있다. 원래 위치로 바로잡다는 의중이, 성경의 주인이 우리 모두라는, 종교개혁의 정신이 담겨 있다. 성경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식상하지 않으며 지루하지 않다. 번뜩이는 재치와 속깊은 묵상이 보석처럼 박혀있다. 성경의 본래 맛을 맛보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원맛을 돌려주겠다고 한다. 평신도이지만 성경에 대한 맛을 본 깊이를, 또한 어떻게 지속적으로 내것으로 삼을 수 있는지를 도전하고 알려준다. 내공이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