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면서부터 교인, 신자, 성도로 살았다. 교회는 놀이터였고 추억의 공간이었다. 내가 잘 아는 사람들, 나를 아끼는 사람들, 내가 아끼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교회였다. 학교보다 교회가 더 좋았다. 어린 시절의 추억은 대부분 교회가 배경이다. 나는 교회에서 먹고 놀고 자랐다. 교회는 늘 좋고, 목사는 늘 옳고, 나는 계속 교회 품에서 지낼 줄 알았다.

대학생일 때 중고등부 교사를 했다. 그때 교회 내부 문제로 청년부 회장이 목사에게 대들었다. 목사가 청년부 회장을 고소했다. 교회가 둘로 갈라졌다. 돈 문제가 얽히고 비난과 협박이 오가는 모습을 보며 환상이 깨졌다. 그즈음 폴 스티븐스가 쓴 책을 읽었다. 참으로 해방된 평신도, 평신도가 사라진 교회, 21세기를 위한 평신도 신학을 읽고 목사를 의지하지 않는 신앙을 생각했다.

성경 말씀을 붙들고 씨름하며 묵상했다. 20년 동안 중고등부 교사로 지내며 말씀을 나누었다. 내가 고민하며 끙끙댔던 말씀, 몇 시간 지내는 주일날 교회가 아니라 아이들과 지내며 적용하려고 했던 말씀이었다. 학생들과 말씀을 나누는 시간이 좋았다. 그럴수록 목사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예배가 예배로 다가오지 않았다.

5년 전에 제도 교회를 떠났다. 평신도 공부 모임에 참여했다. 같이 책을 읽고 신자가 누구인지, 목회자 없이 교회를 이룰 수 없는 건지, 평신도 교회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함께 나누었다. 송인수 선생님은 책을 꼼꼼하게 읽고 평신도 모임에 온 마음을 쏟았다. 치열하게 사는 분인지라 평신도 교회에 대한 고민도 치열하게 다루었다.

송인수 선생님이 교회와 신자에 관해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 평신도 교회가 온다가 나왔다. 폴 스티븐스 이후에 평신도 신학을 다룬 책을 다시 만났다. 특히 3(부모가 아이 앞에서 성경을 들어야 한다)가 가장 좋았다. 선생님은 교사였다. 입시와 학업 성적 때문에 고민하는 학생들을 위해 학교를 떠났으나 선생님 마음에는 늘 아이(학생)가 있다. 이 책에서도 아이를 교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자라는 모습을 소개한다.

한국 교회가 욕을 많이 먹지만, 끝까지 살아남을 것이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기존 교회와는 다른 교회도 생겨나기를 기대한다. 작은 모임들이 교회됨을 기뻐하며 각 가정마다 교회로 살아가는 때가 올 것이다. 이 책이 그런 날을 기다리는 사람들, 교회를 이루기 위해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방향을 보여주며, 선생이 되리라 생각한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