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제 기억에 남은 <<나눔 추억>>을 소개합니다.

#_번째_학교 - 삼척남초, 3-4-6-5-6학년
도덕 시간에 봉사하는 삶을 배우면서 이웃돕기 모금을 했다.
5학년과 17만 원을, 같은 아이들과 6학년 때 50만 원을 모금했다.
동네 할머니, 소아암 환우, 사할린 할머니 집에 보내드렸다.

사진> 동네 할머니께 쌀과 라면 갖다드렸다. 비가 와서 쌀 포대가 터졌다. 그래도 아이들은 웃었다.

#_번째_학교 - 삼척초, 4-4-6학년
4학년과 도덕 시간에 이웃돕기 모금했다.
어떤 단체에 보냈는데, 금액도 기억나지 않는다(20만원쯤?).

#_번째_학교 - 도계초, 3-3-1학년
태풍 루사와 매미로 아이들이 수해를 입었다.
선생님의 숨바꼭질』 Ⅱ. 1장에 소개했다.

#_번째_학교 - 마읍분교, (1,4)-(1,2)-(4,6)학년 복식
국민편지쓰기 대회 금상, 청소년 문예제전 금상, 최우수상을 받았다.
50만 원, 30만 원 받은 아이에게
“10%는 네 것 아니다. 다른 사람 도와주면 좋겠다.” 했다.
아이들은 5만 원, 3만 원을 기부했다.
선생님의 숨바꼭질내용의 절반이 이 아이들 이야기다.

#다섯_번째_학교 - 정라초, 5학년-전담(연구학교)-전담
대한민국 독서토론/논술대회 초등부 대상과 몇몇 상을 받았다.
아이에게 기부하라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여섯_번째_학교 - 북삼초, 전담(교무부장)-2학년
나눔, 기부 기회를 갖지 못했다.

#일곱_번째_학교 - 소달초, (3,4)-4-(5,6)-(1,2)학년 복식
가스폭발 사고로 화상 입은 아이들 <<곁에.>> 지냈다.
<<곁에.>>라는 펀딩의 주인공들이다.
아이들 이야기를 글로 써서 10달 동안 보내드리고 후원을 받았다.
천만 원은 화상재단에, 오백만 원은 재소자 자녀 돕기 단체에 보냈다.

#여덟_번째_학교 - 미로초, 2-4-3-3학년
청소년문예제전 초등부 최우수상을 2년 연속 받았다.
최우수상, 우수상, 장려상 받은 아이들에게 10% 이상 기부하라고 했다.
아이들이 이곳저곳에 10% 이상 기부했다고 알려주었다.

#아홉_번째_학교 - 삼척남초, 6학년
기부와 관련해서 아무것도 가르치지 못했다.
방학 동안 <<화상 환자 건강보험 적용 요청>> 글을 써서 국민청원했다.
동의 요청 메일을 받은 분 중에 한 작가가 30만 원을 보내주셨다.
10년 동안 화상 치료를 위해 수십 번 수술한 아이에게 50만 원 보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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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손을 잡고 함께 나누었던 일이 <이야기>로 남았다.
이런 이야기가 아이들의 삶을 조금 더 따뜻하게 하리라 믿는다.

나누면 따뜻해집니다.
따뜻한 세상을 바란다면, 함께 나누어요.

이번에는 제가 자녀를 기른 이야기를 나눕니다.
<<아빠 냄새 책 냄새>> 펀딩에 참여해주세요.
3~12월까지 저는 글을 보내드리고, 여러분은 후원금을 보내는 펀딩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세요.

https://forms.gle/ADLvhtUWZsAUY23y5

 

아빠 냄새. 책 냄새. 신청 안내

안녕하세요. 저는 책을 아홉 권 쓴 아빠,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책을 읽고, 책으로 수업하고, 책으로 강의하는 책벌레입니다. <곁에.서>라는 이름으로 펀딩해서 한림화상재단(1000만원)과 세움(500

docs.google.com

 

근덕초등학교에 소속된 분교가 셋이었다.
마읍분교 전교생이 5명, 노곡분교 5명, 동막분교 14명이다.
마읍분교는 이쪽 산에, 노곡분교는 저쪽 산에,
동막분교는 가운데 바닷가에 있다.
화요일마다 동막분교에 모여 아이들과 글을 썼다.
마읍 아이들은 내가, 노곡 아이들은 노곡분교 선생님이 데려왔다.
나는 왕복 24km, 노곡 선생님은 왕복 26km 강원도 산길을 운전했다.
(내 계획을 듣고 허락해주신 교장 선생님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첫날, 아이들이 쓴 자기 소개글을 읽으며 늘 하던 방식을 던져버렸다.
아이들에겐 마음을 만지는 자기고백이 필요했다.

이때 <상담 글쓰기>를 시작했고
대부분 내용을 <<선생님의 숨바꼭질>>에 실었다.

4학년 여학생이 아래 1문단 내용으로 자기소개 글을 썼다.
아이 이야기를 조금씩 들으며 엄마에게 편지를 써보자고 했다.
내용은 모두 아이가 썼으며 문단 순서는 내가 고쳐주었다.

하늘에 계신 엄마께!

하늘에 계신 엄마,

오늘처럼 더운 날에는 눈부신 해를 보면 자꾸 엄마 생각이 나요. 엄마는 저를 이 세상에 살아가도록 낳아주시고 일찍 돌아가셔서 저는 엄마한테 한 번도 효도해 드리지 못했어요. 자꾸 효도 얘기를 하든가 효도 생각을 하면 엄마께 효도를 못해드려서 마음에 걸려요. 다섯 살 때라도 엄마한테 한 번만이라도 효도해 드렸으면 엄마가 일찍 돌아가신 거 후회 안 할텐데…… 너무 어릴 때 돌아가셔서 그런지 기억나는 일도 얼마 없어요. 내가 태어날 때 아빠를 닮아 이마가 클까봐 엄마가 걱정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리고 엄마처럼 뚱뚱할까봐 맨날 기도했다고 했죠! 지금은 그 기도 덕분에 안 뚱뚱하고 날씬해요. 정말 잊혀지지 않는 게 하나 있어요. 3살 때 공원에 갔는데 엄마가 화장실 간다고 나를 할머니한테 맡기고 갔는데 나는 날 버리고 가는 줄 알고 엄마를 쫓아가다가 넘어져 이마를 다쳤어요. 그 흉터가 아직도 내 이마에 남아있어요. 그래서 앞머리를 만들어 흉터를 가렸어요. 가끔 흉터를 만지면 조금 파여서 느낌이 이상해서 내 이마가 싫을 때도 있어요. 엄마가 돌아가셔서 헤어질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할머니가 그러시는데 저는 엄마가 돌아가셨는데도 몰랐는지 울지도 않고 엄마묘만 바라봤대요. 이제 조금 철이 들어 엄마에게 편지를 쓰려고 해도 보내드릴 주소가 없어요.

그렇지만 엄마는 제가 항상 마음 아픈 일, 슬픈 일, 속상한 일 있을 때 제 꿈에 나타나서 절 즐겁게 해주셔서 조금은 위로가 돼요. 정말 고맙고 엄마가 제 곁에 있는 기분이었어요. 또 가끔씩 슬픈 일, 속상한 일, 마음 아픈 일 없을 때도 제 꿈에 나타나서 눈물 흘리며 자꾸 미안하다고 하셨잖아요. 그런 날은 그 꿈 때문에 엄마 생각이 나서 우울하고 쓸쓸해요. 그러니깐 제 꿈에서 눈물 흘리며 미안하다고 하지 마세요. 그리고 엄마가 일부러 자살해서 죽은 것도 아닌데 왜 자꾸 일찍 죽어서 미안하다고 하세요? 엄마는 아빠 때문에 돌아가셨잖아요. 그리고 저한테 미안하다고 안 하셔도 되요. 엄마 대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절 잘 보살펴 주고 잘 키워주고 계세요. 그러니 엄마는 걱정 말고 제 꿈에서 울지 마세요. 그냥 제가 슬프고 우울하고 마음 아파 속상할 때 나타나서 즐겁게 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고마워요. 저는 아무 것도 못해 드렸는데 엄마는 절 즐겁게 해주시고…… 엄마가 하늘에 계셔서 지금은 아무 것도 못해 드리지만 엄마가 꿈에서 말한 것처럼 엄마 대신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효도 많이 해드릴게요.

제가 7살 때 유치원에서 어버이날 축제 같은 걸 해서 할머니가 오셨댔어요. 할머니나 엄마가 우리를 도와주는 게임을 했는데요. 그때 할머니가 30분도 있지 않고 바빠서 집에 갔어요. 그때 엄마가 있었으면 끝까지 다른 아이들처럼 마칠 수 있었을텐데 하고 생각했어요. 울음이 나오려는 걸 참고 다른 할머니와 엄마를 우리 할머니랑 엄마라고 생각하고 어버이날 게임을 하고 그랬어요. 다른 할머니, 엄마들을 우리 할머니, 엄마라고 생각하니 왠지 기분이 좋고 마음이 편해진 느낌이었어요. 저 이렇게 울지 않고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6살에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동막으로 이사를 와서 지금은 잘 지내고 있어요. 이사올 때는 나는 한 것이 없는데 왠지 피곤했어요. 엄마가 없어서 그랬나봐요. 아빠는 어디 갔는지 가버렸는데 올해 3월에 나한테 전화를 했어요. 아빠! 하고 말하면서 받아보니 무슨 여자가 받았어요. 그때 새엄마가 생겼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나는 괜찮지만 엄마가 하늘에서 보고 있다면 어떨까 생각하니 엄마가 슬펐을 것 같아요. 엄마가 아빠 때문에 슬퍼하는 거 생각하니 화가 나요. 아빠도 그렇고 새엄마도 그렇고…… 아빠한테 새엄마가 생겨도 꿋꿋하게 잘 지낼게요. 그리고 엄마! 하늘에서 건강하게 사세요. 저랑 있을 때처럼 아프지 마시고요. 안녕히 계세요.

엄마가 보고싶은 딸 00 올림.


서울에서 열린 시상식에 마읍, 노곡, 동막 분교 아이들을 모두 데려갔다.
황금찬 시인께서 사인을 해주시고 사진도 같이 찍어주셨다.
고향 강원도에서 온 아이들이라며 책 많이 읽고 글쓰기 열심히 하라고 하셨다.
아이들과 서울 구경하고 돌아왔다.

초등부 금상 상금이 50만원이었다. 아이에게 말했다.

"10%는 네 것 아니다. 다른 사람 돕는데 쓰자."

아이는 5만원을 기부했다.

2007년에 있었던 일이다.

학교에서 외계인을 만나다에 나오는 외계인들이 곧 졸업한다.
오늘 소달초등학교에 아이들을 만나러 갔다. (난 방학)
외계인 둘이 소리 지르며 맞아주었다.
졸업생 외계인이 <외계인 이야기> 읽었다며 반긴다.
키만 컸지, 말투와 행동이 1학년 때 그대로다.

아이들이 산에 가자고 조른다.
감나무 밭 지나, 성황당(곁에서.에 나오는 그 성황당) 지나
언덕을 오르고, 낙엽을 밟으며 숲을 걸었다.

아이들 데리고 다니던 길에 풀이 많이 자랐다.
외계인이 그런다.
그때 선생님이 낫으로 풀 베면서 갔었는데~”
선생님이 고사리 꺾어서 한 명씩 돌아가며 줬는데~”
“00 오빠가 여기서 똥 밟았잖아요!”
쉴 새 없이 떠들어댄다.

함께 간 저학년 동생이 부른다.
선생님, 여기 똥 있어요. 개똥인가?”
아니야, 이건 멧돼지 똥이야. 똥에 털도 보이고 씨앗이 있잖아.”
이건 감 씨고, 꼬얌 씨도 있네~” 하며 마른 똥을 들었다.
애들이 더럽지 않냐 하는데~ 똥에 있는 털 보여주니 조용해진다.

멧돼지 똥 ( 멧돼지는 싼 곳에 또 싸요 .&nbsp; 그래서 양이 많아요 .)

선생님, 여기 구멍이 있어요. 뱀 구멍인가요?”
구멍에 손을 집어넣고 갑자기 으악~”하며 소리를 질렀다.
애들이 호들갑 떨면서 괜찮아요? 손 어때요?” 한다.

산꼭대기까지 가자느니, 열매를 따달라느니 하며 좋아한다.
만개 열매를 하나씩 따주었다. 사랑의 열매처럼 생겨 아이들이 좋아한다.

3학년 동생이 피가 조금 났는데 외계인이 또 묻는다.
선생님, 피 멈추게 하는 풀 있잖아요? 그거 뭐더라?”
질경이 바르면 낫지!”
질경이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독풀로 옮겨갔다.
하도 독풀을 외치기에 괴불주머니 찾아서 이거 둑풀이다!” 해줬다.
입이 아주 귀에 걸렸다.

오랜만에 아이들과 걸으니 참 좋다.
소달초에 교사 자리가 있었으면 내가 외계인들 졸업시킬 텐데~
그러면 <폭발하는 아이들>을 만나지 않았을 텐데~
이것도 다 하나님 뜻인가 보다.

아이들과 소리 지르며 헤어졌다.
, 1년 동안 집까지 태워준 아이(멧돼지, 오소리, 가재, 개구리 먹은 아이)
코로나 접종하러 가서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산골 사는 외계인 집까지 태워주려고 했는데 좀 아쉽다.

졸업식 날에 약속이 있어 오늘 찾아갔는데~
언젠가 한 번 산골 사는 외계인 집에 찾아가봐야겠다.’

#나를_찾아오는_분들과
#이야기가_담긴_곳을_걷고_싶다

 
지금도 졸업식에서 송사와 답사 하는 학교가 있을까?
송사와 답사가 마음에 전혀 와닿지 않았다.
송사와 답사 확 없애고 졸업생 학급에 들어가 글을 썼다.
아이들이 선생님께 쓴 글에서 문장을 모아 편지 한 편을 만들었다.
담임 선생님께는 아이들에게 편지를 써서 읽어달라고 했다.
졸업식 할 때 아이가 먼저 읽고, 선생님이 이어서 편지를 읽었다.
2011년부터 했는데, 할 때마다 선생님과 아이가 울었다.
가스폭발 사고로 화상 입은 아이 졸업할 때 나도 참 많이 울었다.
올해 6학년 담임이라, 다시 내 차례가 왔다.
지난주에 아이들에게 편지 써달라고 했고,
아이들이 쓴 문장을 골라 편지 한 편을 만들었다.
편지의 90%는 아이가 쓴 문장이고, 10%는 내가 덧붙였다.
졸업식(다음 주 화요일)에서 아이가 읽을 내용이다.
안녕하세요.
우리 반 친구들이 선생님께 쓴 편지에서 문장을 가려내어 한 편의 글로 만들었습니다. 친구들이 함께 쓴 편지를 읽어드리겠습니다.
선생님, 3월부터 같이 지내, 지금은 1월입니다. 약 10개월 정도 되는 시간을 보냈는데 제가 봐도 좀~ 힘들었을 거 같아요. 죄송합니다. 날마다 미친 짓 해서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저희의 미친 짓을 190일 동안이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가르치랴, 선생님 멘탈 잡으시랴, 이리저리 치이느라 힘드셨지요? 예의 없는 저희를 가르치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동안 감사한 게 많아요. 일단 상담! 선생님이 상담해주시면 너무 좋았어요. 선생님이랑 상담하면 아무에게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할 수 있었어요. 애들이 착하긴 한데 너무 시끄러워서 학교 나오기 싫을 때가 있었어요. 하지만 선생님이 있으셔서 나올 만했어요. 다른 애들은 모르겠지만 상담하면 선생님이 내 마음을 이해해주는 느낌이라 눈물이~ 예~
다음은 글쓰기. 3월, 저는 글을 잘 쓰지 못하고 잘 알지도 못했는데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그래서 글을 조금 잘하게 되었습니다. 글을 쓰면 애들에게 이야기하지 못했던 걸 적을 수 있거든요. 또 제가 6학년에 읽은 책이 1학년부터 5학년까지 읽은 책보다 훨씬 더 많아요. 제가 도서관에 이렇게 많이 간 건 6학년이 처음이에요. 감사합니다.
선생님께서 아프시다고 할 때 좀 놀라기도 하고 속상했어요. 체육 시간에 팔팔하던 선생님께서 병에 걸려서 놀랐어요. 애들이 걱정 안 하는 척해도 다 걱정해요. 선생님, 건강해지셔야 해요!
저는 선생님에게 감사하고 감사했습니다. 선생님께서 저를 붙잡아주셔서 정말정말 감사했습니다. 선생님과 헤어지게 되어 너무 슬퍼요. 저는 언제나 선생님의 제자입니다. 제가 선생님의 제자였다는 걸 기억해주세요. 내년에도 담임 선생님 해주세요. 그래서 재미있는 수업도 해주세요.
선생님, 중학교 가면 선생님이랑 헤어집니다. 저희가 그리우시면 언제든지 말해주세요. 저희가 바로 달려가서 10점들의 수다를 떨겠습니다. 내년에 남초등학교 와서 선생님께 인사할게요. 평생 저희처럼 재미있고 얌전하고 착하고 정상적인 아이들만 만나시길 바랄게요. 안녕히 계세요. 선생님~
마지막으로 **(폭발했던 아이)가 쓴 문장으로 인사드립니다.
“선생님 사랑합니다. 그냥 사랑합니다.”
참고-10점은 미친 행동 점수다. (최고점이 10점이다.)

 

교사로 지내며 스물여덟 번째 만난 아이들!!
28년 교직 생활에서 처음으로 ‘휴직’을 생각하게 한 아이들!!
화를 참으며 상담하면서 ‘이게 무슨 소용있나!’ 생각했다.
졸업을 앞두고 우리 반 아이가 그랬다.
“선생님, 졸업하기 전에 확 욕을 해버리세요!”
며칠 전부터 졸업식에서 할 말을 생각하는데 “힘든 한 해였습니다.”만 계속 떠올랐다.
오늘 드디어 졸업식을 했다. 욕은 하지 않았다.
한 아이 외에는 아이들이 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4학년, 5학년 아이 몇이 울어서 놀랐다.
아이들 얼굴 보며 글을 읽느라 다른 분들은 보지 못했는데 학부모와 선생님 여러 명이 울었다고 했다.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야 내 마음을 이해할 것 같다.
사실 내 마음을 몰라도 괜찮다.
“추억은 선물이야! 소중하게 간직하렴~”만 기억해주면 좋겠다.
<<아이들에게 쓴 편지입니다.>>
힘든 한 해였습니다.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시간을 이토록 거칠게 표현하는 아이들을 만난 적이 없었습니다. 아이들은 한 사람, 한 사람 특별한 모습으로 자기를 표현했습니다. 누군 폭발했고, 누군 소리를 질렀습니다. 누군 숨죽이며 힘들어했고, 누군 자신과 상관없는 일인 듯 지나쳤습니다. 그 모습이 자기를 찾으려는 몸부림 같았습니다.
아이들이 보여주는 모습이,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 가득 채워 충실하게 살아가려는 발버둥으로 보였습니다. 발버둥일 거라고, 발버둥이어야 한다고 되풀이해서 생각했습니다. 한때 저는 아이들이 발버둥치며 자신을 표현하는 모습을 나쁘게만 봤습니다. 그때의 저였다면 여기 앉은 졸업생들을 규칙을 어기는 아이, 자기를 제어하지 못하는 아이, 친구에게 무관심한 이기적인 아이로 봤을 겁니다. 그럼 아이들이 가진 좋은 모습을 기억하지 못했을 테고, 헤어지는 순간 마음이 무거웠을 겁니다.
얘들은 톡톡 튀는 매력을 가졌습니다. 넘치는 에너지로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려 했죠. 활기가 넘쳐 하늘로 날아오르려 했습니다. 쉬는 시간에도 무언가를 하면서 쉬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더 많이 다투었지요. 아이들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려 했고 저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지내도록 울타리 노릇 해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아이들 곁에서 믿어주고 사랑해주고 기다려주는 어른 역할을 하려고 했는데, 그러면 아이들이 저를 닮을 거라 믿었는데 이상하게 제가 아이들을 닮아갔습니다.
우리반 아이가 편지에 “10년 같은 1년”이라고 썼습니다. 한 해가 참 길었습니다. 긴 시간 동안 아이들을 달래고, 말리고, 참아내면서 한 가지만은 꼭 주고 싶었습니다. 앞에 쓰인 것처럼 추억은 선물입니다. 작가 앤 라모트는 어린 시절을 지낸 사람은 평생 쓰고도 남을 만큼의 풍부한 자료를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게 추억입니다. 아이들과 천년학 힐링타운에서 자전거 타고, 용화 바닷가에서 대왕해파리에게 바닷물 부어주고, 준경묘에서 살모사에게 소리 지르고, 도서관에서 시간을 넘겨가며 책을 읽었습니다. 이 추억을 여러분과 함께 공유하게 되어 기쁩니다.
중학생이 되고 더 커서 어른이 돼도 이곳에서 누린 추억을 기억하세요. 그리고 한 가지 더, 사랑하세요. 여러분을 길러주신 분들을 사랑하세요. 친구와 동생, 이웃을 사랑하세요. 앞으로 여러분을 힘들게 하는 일, 아프게 하는 사람을 만날 텐데 그때마다 너희를 사랑한 사람을 기억하고, 추억을 떠올리면 넉넉히 이겨낼 겁니다.
힘든 일이 많았지만, 졸업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기쁘고 자랑스럽습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라서 많이 사랑해주는 사람이 되세요. 고맙습니다.
2017년 9월 9일에 쓴 글에, 페북친구가 좋아요를 눌러서 다시 읽었다.
이곳에 공유한다.
오늘 운동하러 앞산에 오르다가 문득 떠올랐다.
장로 위치의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자격이 뭘까?
1. 성실성(과 책임감) : 반드시 필요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성실성은 반드시 필요하다. 책임을 다하지 않는 사람은 지도자가 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성실하다고 결정을 잘하는 게 아니다.
지방의회 의원 선거할 때 마땅히 뽑을 사람이 없어
인사 잘하는 사람, 교통정리 하는 사람, 봉사활동 하는 사람 뽑으면 낭패를 본다.
성실성은 바른 일을 결정한 뒤에 있어야 할 기준이다.
잘못된 결정에 성실하면 아돌프 아이히만을 만들어낸다.
유대인을 죽이라는 히틀러의 결정을 성실하게 실행한 인물.
잘못된 결정을 성실하게 이행해서 공동체를 분열로 몰고 가는 인물.
2. 공동체를 사랑하는 마음 : 반드시 필요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공동체(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은 좋은 게 아니냐고 하겠지만 공동체를 자기 방식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공동체를 망친다.
잘못된 열정이 지나친 열심과 만나면 폭풍을 일으킨다. 주의 전을 위하는 열심이 예수님을 죽인 것처럼.
어설픈 내 글보다 「장미의 이름」에 나오는 구절이 낫겠다.
<가짜 그리스도는 지나친 믿음에서 나올 수도 있고, 하느님이나 진리에 대한 지나친 사랑에서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성자 중에서 이단자가 나오고 선견자 중에서 신들린 무당이 나오듯이 ~ 아드소, 선견자를 두렵게 여겨라. 그리고 진리를 위해서 죽을 수 있는 자를 경계하여라. 진리를 위해 죽을 수 있는 자는 대체로 많은 사람을 저와 함께 죽게 하거나 때로는 저보다 먼저, 때로는 저 대신 죽게 하는 법이다. >
3. 공동체(교회) 모임 참여도 : 필요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장로를 뽑을 때 예배와 새벽기도 참여도를 따진다. “새벽기도 안 하는 사람이 장로가 되겠다고?”
공동체 모임에 참여해야 한다.
모임에 나오는 사람, 모임에서 다루어지는 내용, 공동체 구성원들이 모임에 바라는 내용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열심히 참여한다고 장로의 자격을 갖춘 건 아니다. 무엇에서 나오는 열심인지 확인해야 한다.
(참고로 나는 주일 예배 외에는 거의 참여하지 않는다. 내겐 지역교회 외에 참여해야 할 다른 공동체가 있다.
둘 다 하나님의 공동체라 생각한다.)
4. 재산(돈) : 상관없다.
 
언제부터인가 재산이 장로 선정의 기준이 되었다.
재산이 많으면 교회에서 일을 잘하는 구조는
.
.
한 마디로 쓰레기다.
예수님 말씀에서 ‘돈’은 경계해야 할 대상이지 하나님 일을 하는데 필요한 도구가 아니었다.
돈이 일을 쉽게 만들 때가 있지만 돈이 많은 사람을 뽑는 교회는 병들었다.
중산층 이상이 되어야 지도자가 되는 교회, 가난하면 교회에서 말하기 힘든 교회,
헌금 많이 내는 사람이 칭찬 받는 교회는 다시 말하지만 쓰레기다.
(과부의 두 렙돈 들먹이며 정성껏 헌금하라 하는데
그 말씀에서 정성껏 헌금하라는 결론만 내리면 코끼리 다리만 만진 셈이다.)
 
물론 돈이 많은 사람이 적은 사람보다 좋은 위치에 있다.
돈이 적으면 주눅이 든다.
돈으로 일하지 못하면 다른 일로 보탬이 되려 한다.
그럼 믿음과 상관없는 열성을 만들어 내기 쉽다.
믿음보다 더하려는 마음은 위험하다.
가난하지만 하나님 앞에서 귀한 존재로 살아가는 분, 부유하지만 하나님 앞에서 은혜를 입은 죄인임을 아는 분
이런 분이면 좋겠다.
(나는 지역교회보다 이슬람 선교, 북한 선교, 교육을 위한 헌금을 더 많이 낸다. 이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5. 명예와 권력 : 논할 가치도 없다.
 
하나님 일을 많이 하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고?
난 성경에서 그런 말씀을 읽은 적이 없다.
교회에 고위 공직자, 교수, 농부, 일용직 근로자가 오면 하나님은 그들 모두를 똑같이 대하신다고 믿는다.
예수님 행동을 보면 후자를 귀하게 여길 가능성이 더 크다.
6. 겸손과 교만 : 논할 가치가 없다.
 
무조건 겸손해야 한다. 겸손한 척이라도 해야 한다.
스스로 겸손하다고 생각하는 것조차 허락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겸손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교만하다는 말을 들으며 하나님 나라에 보탬이 되는 게 낫겠다.
(바로 위의 문장은 확신하지는 못한다. 아직은...)
7. 추진력과 신중함 : 때에 따라 다르다.
 
교회에 추진력이 필요할 때가 있다.
새롭게 시작할 때, 목표를 정하고 나아갈 때, 어려움을 만날 때 추진력 있는 장로가 있어야 한다.
“내가 책임집니다. 나를 따르세요.” 라는 사람.
또한 신중함이 필요할 때가 있다.
추진력을 발휘한 솔로몬의 뒤를 이은 르호보암은 신중하게 백성들 마음을 만져주어야 했다.
다독이고, 뒤를 돌아보고, 올바로 가고 있는지 확인하고 내부를 든든하게 해야 할 때가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추진력을 중요하게 여겼다.
교회가 발전했고 성장했으니까.
지금은 신중할 때인 것 같다.
(물론 지역교회마다 상황이 다르다.)
나는 장로 자격이 없다.
사도행전에 나오는 일곱 집사를 뽑을 때 내세운 집사 자격도 없다.
그래서 나이가 되면 누구나 받는 ‘집사’를 신청하지 않았다.
내 의사와 상관없이 나이가 되었다고 집사를 시켜줬지만 난 아직도 집사라는 말이 버겁다.
그냥 평신도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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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로 살면서 가장 아픈(거친, 막무가내인) 아이들을 만났다.
날마다 싸우고, 욕하고, 폭발했다.
친구와 싸우고, 선생님께 욕하고 덤비고
5학년부터 아래 학년으로 내려가면서 싸우더니
4학년, 3학년 때리고, 1~2학년에게 욕을 해댔다.
폭발 소년 붙들고 울기를 몇 번,
폭발 소녀 붙들고 울기를 몇 번,
아이들과 같이 울기를 몇 번~
아이들에게 필요한 게 호통이 아니라 사랑이라 생각했기에
한 번도 소리치지 않았다.
사건 일으킬 때마다 상담했다. 주로 들어주었다.
감정의 쓰레기통 역할을 하면서
‘내가 왜 이 짓을 할까? 언제까지 해야 할까?’ 생각했고
더는 견디지 못하겠다 싶을 때 방학이 다가왔다.
(페북에서 몇몇 선생님 보면서 정~~~~말 부러웠다.
행복하다는 소식이 아니라 자신만만한 태도가~)
6월, 죽을 것처럼 힘들 때 학교폭력 사안이 접수되었다.
할머니가 폭력 소년을 학교폭력 가해자로 신고했다.
‘안 듣는 할머니’, ‘자기 말만 하는 할머니’라고 소문나서
3월에 가정방문을 갔었다.
이분이 마트를 하는데,
미성년자에게 담배 팔았다는 신고를 받고 찾아간 공무원들을 욕하며
막무가내로 버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내가 찾아가서인지, 아이가 선생님 좋다고 말해서인지
학교폭력 신고해놓고는 ‘손자 잘못은 없는지’ 물어보셨다.
저녁 늦도록 길~게, 길~게 통화한 다음날 학교에 찾아오셨다.
당신 아들이 학교폭력 때문에 인생이 꼬인 이야기를 하며 우셨다.
“손자만은 그렇게 당하게 하지 않게 하겠다.” 하셨는데
한참 말씀하시고는 내 말을 듣고 학교폭력 신고를 철회하셨다.
2학기가 되고 아이들이 조금씩 순해졌다.
지금은 많이 순해져서 나랑 농담 따먹기하며 논다.
2학기에 일어난 싸움은 딱 두 건~ 그나마 말로 잠깐~
11월 초에 문집을 나눠줬는데 며칠 뒤에 문자가 왔다.
할머니가 문집을 읽으셨나 보다.
이후에도 내게 전화할 때마다 ‘감사합니다.’ 하며 인사한다.
‘참지 말고 휘어잡았어야 하나?’ 수없이 생각했는데
‘참기 잘했다. 잘 보듬어주었다.’ 로 바뀌었다.
가스폭발사고 당한 아이들 만났을 때만큼 기억에 남은 한 해다.
이렇게 올해가 지나간다.

 

12월 31일, 할머니가 전화로 고맙다고 인사했다.
이 맛에 선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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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지를 주면 대부분 100점 맞는 아이가 있다.
하나라도 틀리면 머리를 책상에 박으며 자책했다.
연필을 쥐고 몸을 부르르 떨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감정을 폭발시켰다.
 
아이가 아주 크게 잘못한 날, 그네에 앉아 아이와 이야기했다.
아이는 엄마한테 혼나는 일만 생각했다.
아이가 울면서 이렇게 말했다.
“엄마가 저 보고 미쳤대요. 선생님도 미쳤고, 00이도 미쳤대요!”
 
아이는 엄마를 의지한다. 아빠는 싫어한다.
엄마 말을 믿고, 엄마 말을 잘 듣는다.
엄마가 시키는 대로 책 읽고, 열심히 공부한다.
그래서 공부를 정~말 잘하는데 내면은 아기다.
사랑받고 싶어 하는 아기, 인정받고 싶어 하는 아기
 
난 아이에게
“넌 미치지 않았어. 소중한 존재야. 난 너를 아끼고 사랑해.” 말하며
공부를 잘해서, 성실해서, 열심히 해서 등의 이유를 말하지 않았다.
“너는 너 자체로 귀한 아이다. 너 자신이라서 소중하다.”고 했다.
아이가 우는 모습을 보면서 내면에 다가가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나는 아이의 내면을 바꾸지는 못했다.
하고 싶은 말을 하지도 못했다. 들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아이는 여전히 엄마 말을 철썩같이 믿는다.
엄마를 두려워하면서, 아빠를 미워하면서~
 
엄마로부터 조금씩 독립해야 한다고 말하지 못했다.
아이를 몇 년 뒤에 만난다면 해주겠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 말해줘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아이는 자기를 찾는 과정을 아프게 겪을 것 같다.
아이가 자신을 찾는 아픔을 겪을 때
아이의 외모, 성적, 성격, 습관이 아니라
내면을 바라보는 사람이 곁에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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