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로 지내며 스물여덟 번째 만난 아이들!!
28년 교직 생활에서 처음으로 ‘휴직’을 생각하게 한 아이들!!
화를 참으며 상담하면서 ‘이게 무슨 소용있나!’ 생각했다.
졸업을 앞두고 우리 반 아이가 그랬다.
“선생님, 졸업하기 전에 확 욕을 해버리세요!”
며칠 전부터 졸업식에서 할 말을 생각하는데 “힘든 한 해였습니다.”만 계속 떠올랐다.
오늘 드디어 졸업식을 했다. 욕은 하지 않았다.
한 아이 외에는 아이들이 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4학년, 5학년 아이 몇이 울어서 놀랐다.
아이들 얼굴 보며 글을 읽느라 다른 분들은 보지 못했는데 학부모와 선생님 여러 명이 울었다고 했다.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야 내 마음을 이해할 것 같다.
사실 내 마음을 몰라도 괜찮다.
“추억은 선물이야! 소중하게 간직하렴~”만 기억해주면 좋겠다.
<<아이들에게 쓴 편지입니다.>>
힘든 한 해였습니다.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시간을 이토록 거칠게 표현하는 아이들을 만난 적이 없었습니다. 아이들은 한 사람, 한 사람 특별한 모습으로 자기를 표현했습니다. 누군 폭발했고, 누군 소리를 질렀습니다. 누군 숨죽이며 힘들어했고, 누군 자신과 상관없는 일인 듯 지나쳤습니다. 그 모습이 자기를 찾으려는 몸부림 같았습니다.
아이들이 보여주는 모습이,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 가득 채워 충실하게 살아가려는 발버둥으로 보였습니다. 발버둥일 거라고, 발버둥이어야 한다고 되풀이해서 생각했습니다. 한때 저는 아이들이 발버둥치며 자신을 표현하는 모습을 나쁘게만 봤습니다. 그때의 저였다면 여기 앉은 졸업생들을 규칙을 어기는 아이, 자기를 제어하지 못하는 아이, 친구에게 무관심한 이기적인 아이로 봤을 겁니다. 그럼 아이들이 가진 좋은 모습을 기억하지 못했을 테고, 헤어지는 순간 마음이 무거웠을 겁니다.
얘들은 톡톡 튀는 매력을 가졌습니다. 넘치는 에너지로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려 했죠. 활기가 넘쳐 하늘로 날아오르려 했습니다. 쉬는 시간에도 무언가를 하면서 쉬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더 많이 다투었지요. 아이들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려 했고 저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지내도록 울타리 노릇 해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아이들 곁에서 믿어주고 사랑해주고 기다려주는 어른 역할을 하려고 했는데, 그러면 아이들이 저를 닮을 거라 믿었는데 이상하게 제가 아이들을 닮아갔습니다.
우리반 아이가 편지에 “10년 같은 1년”이라고 썼습니다. 한 해가 참 길었습니다. 긴 시간 동안 아이들을 달래고, 말리고, 참아내면서 한 가지만은 꼭 주고 싶었습니다. 앞에 쓰인 것처럼 추억은 선물입니다. 작가 앤 라모트는 어린 시절을 지낸 사람은 평생 쓰고도 남을 만큼의 풍부한 자료를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게 추억입니다. 아이들과 천년학 힐링타운에서 자전거 타고, 용화 바닷가에서 대왕해파리에게 바닷물 부어주고, 준경묘에서 살모사에게 소리 지르고, 도서관에서 시간을 넘겨가며 책을 읽었습니다. 이 추억을 여러분과 함께 공유하게 되어 기쁩니다.
중학생이 되고 더 커서 어른이 돼도 이곳에서 누린 추억을 기억하세요. 그리고 한 가지 더, 사랑하세요. 여러분을 길러주신 분들을 사랑하세요. 친구와 동생, 이웃을 사랑하세요. 앞으로 여러분을 힘들게 하는 일, 아프게 하는 사람을 만날 텐데 그때마다 너희를 사랑한 사람을 기억하고, 추억을 떠올리면 넉넉히 이겨낼 겁니다.
힘든 일이 많았지만, 졸업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기쁘고 자랑스럽습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라서 많이 사랑해주는 사람이 되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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