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외계인을 만나다』에 나오는 외계인들이 곧 졸업한다.
오늘 소달초등학교에 아이들을 만나러 갔다. (난 방학)
외계인 둘이 소리 지르며 맞아주었다.
졸업생 외계인이 <외계인 이야기> 읽었다며 반긴다.
키만 컸지, 말투와 행동이 1학년 때 그대로다.
아이들이 산에 가자고 조른다.
감나무 밭 지나, 성황당(곁에서.에 나오는 그 성황당) 지나
언덕을 오르고, 낙엽을 밟으며 숲을 걸었다.
아이들 데리고 다니던 길에 풀이 많이 자랐다.
외계인이 그런다.
“그때 선생님이 낫으로 풀 베면서 갔었는데~”
“선생님이 고사리 꺾어서 한 명씩 돌아가며 줬는데~”
“00 오빠가 여기서 똥 밟았잖아요!”
쉴 새 없이 떠들어댄다.
함께 간 저학년 동생이 부른다.
“선생님, 여기 똥 있어요. 개똥인가?”
“아니야, 이건 멧돼지 똥이야. 똥에 털도 보이고 씨앗이 있잖아.”
“이건 감 씨고, 꼬얌 씨도 있네~” 하며 마른 똥을 들었다.
애들이 더럽지 않냐 하는데~ 똥에 있는 털 보여주니 조용해진다.
“선생님, 여기 구멍이 있어요. 뱀 구멍인가요?”
구멍에 손을 집어넣고 갑자기 “으악~”하며 소리를 질렀다.
애들이 호들갑 떨면서 “괜찮아요? 손 어때요?” 한다.
산꼭대기까지 가자느니, 열매를 따달라느니 하며 좋아한다.
만개 열매를 하나씩 따주었다. 사랑의 열매처럼 생겨 아이들이 좋아한다.
3학년 동생이 피가 조금 났는데 외계인이 또 묻는다.
“선생님, 피 멈추게 하는 풀 있잖아요? 그거 뭐더라?”
“질경이 바르면 낫지!”
질경이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독풀’로 옮겨갔다.
하도 독풀을 외치기에 괴불주머니 찾아서 “이거 둑풀이다!” 해줬다.
입이 아주 귀에 걸렸다.
오랜만에 아이들과 걸으니 참 좋다.
소달초에 교사 자리가 있었으면 내가 외계인들 졸업시킬 텐데~
그러면 <폭발하는 아이들>을 만나지 않았을 텐데~
이것도 다 하나님 뜻인가 보다.
아이들과 소리 지르며 헤어졌다.
참, 1년 동안 집까지 태워준 아이(멧돼지, 오소리, 가재, 개구리 먹은 아이)는
코로나 접종하러 가서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산골 사는 외계인 집까지 태워주려고 했는데 좀 아쉽다.
졸업식 날에 약속이 있어 오늘 찾아갔는데~
‘언젠가 한 번 산골 사는 외계인 집에 찾아가봐야겠다.’
#나를_찾아오는_분들과
#이야기가_담긴_곳을_걷고_싶다
'나누고 싶은 글 > 아이들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이 마음에 슬픔의 그림자가 있다 (0) | 2022.04.28 |
---|---|
황순원-소나기(6학년 1학기 2단원 수업) (0) | 2022.04.01 |
졸업식에서 아이가 읽은 편지 (0) | 2022.01.04 |
졸업식에서 내가 읽은 편지 (0) | 2022.01.04 |
공부를 굉장히 잘하는 아이의 내면 (0) | 2021.1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