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짧게 쓴 글)

막내가 고 3이다. 오늘 진로상담을 했다고 종알댄다.
대학 몇 곳을 추천받았다고 한다.
그곳에 가면 학교에서 정문에 현수막을 붙일 거다.
선생님이 그걸 생각하고 말했는지는 모르겠다.
내 고민은, 막내가 어느 대학에 가느냐가 아니다.
대학 이름은 아주 잠깐의 희열을 줄 뿐이다.
난 막내가 자기 길을 걷기 원한다.
다른 사람이 부러워하는 길이 아니라 자신의 길을.
다른 사람이 부러워하는 길을 따르면 자기 길을 잃기 쉽다.
그러면 자신이 누군지 잃거나, 나중에 자신을 찾으려고 후회를 할 거다.
조금 더 칭찬받고, 조금 더 벌고, 조금 더 높은 자리~
웃기지 마라!
그거 누리다가 자기를 잃으면 다 잃는 거다.
내 자녀 둘은 책 읽으란 잔소리를 듣지 않았다.
그런데도 책을 읽었다.
학원에 가지 않았고, 독서실에도 가지 않았다.
공부하기 위해 특별한 무언가를 한 적이 거의 없다.
지금도 날마다 8시간 이상 잔다.
학교에서 아무리 “조금만 더 노력하면~”을 휘둘러도 무시했다.
난 아이를 그렇게 가르치지 않았다.
난 두 아이에게 “조금만 더 노력하면”이 아니라.
“천천히 가라. 네 길을 가라. 다른 사람 신경 쓰지 마라.” 했다.
흔들리는 사람이 많다고 진리가 되지는 않는다.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적다고 잘못이 되지도 않는다.
“얘야, 넌 네 길을 가라. 아빠가 응원하는 길이다.”
내 자녀들은 방송매체, 교사들, 주위 사람들이 아니라 나를 믿었다.
이게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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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 <곁에.서.>라는 이름으로 펀딩을 시작했다.
한 달에 두 번 글을 보내드리고, 1만 원씩 후원받았다.
아픈 아이 곁에서 지낸 이야기, 아이 곁에, 선, 이야기다.
3~10월까지 가스폭발 사고를 당한 아이들 이야기를 썼다.
11~12월까지는 내 곁에서 죽은 분과 나보다 먼저 떠난 제자 이야기다.
글을 쓰며 아이들 생각이 나서 여러 번 울었다.
오늘은 산사태로 죽은 제자 이야기를 썼다.
교사로 첫걸음을 뗀, 지금 근무하는 학교에서 만난 아이다.
출근할 때마다 아이가 살았던 집터를 지나간다.
아이는 죽고, 집이 있던 곳에는 옹벽을 세웠다.
집터는 사라지고, 아이도 없고, 오래 간직한 이야기만 남았다.
이제 두 번만 글을 보내면 끝난다.
155명이 3월부터 만 원씩 12월까지 후원을 약속했는데
135명이 꾸준히 후원하셨고, 20명이 가끔 후원하셨다.
지금 1300만 원가량 후원금을 모았다.
후원금은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를 위해 쓸 계획이다.
화상 재단에 천 만원,
부모가 교도소에 간 아이들을 위해 잔액(300~400만원)을 쓴다.
지난해 이맘때 성경 말씀 묵상하다 떠오른 생각을 이렇게 실천했다.
올해는 참 아픈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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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칭찬하고 부러워하면 기쁘고 감사하다.
그러나 붕 뜨지 않으려 노력한다.
칭찬으로 높아진 곳이 내 자리가 아니라 생각한다.
나를 칭찬하고 부러워하는 그분도 칭찬받을 점이 꼭 있다.
내가 잘한다고 말하는 그걸 잘하는 사람 많다.
나 혼자 뛰어난 듯 보여도 나는 그들 중 한 사람일 뿐이다.
다만 나를 부러워하는 사람 눈에 내가 띈 것이지!
나를 봐주고, 칭찬한 분께 고마워하며 섬길 일이다.
세계 최고로 불린 김연아, 김연경 같은 선수가
칭찬과 박수를 받을 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운이 좋았어요!”
칭찬을 들으면 그저 고맙고 송구스럽다.
자랑하고 싶다면 집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나게 자랑하면 아내, 남편, 아이들이 이렇게 말할 거다.
“청소나 하라고~”
“설거지는 언제 하려고 그래?”
“아빠, 놀아주기로 했잖아!”
남들의 칭찬보다 가족의 잔소리가 더 중요하다.
그 말을 잘 듣는 사람이 진짜 좋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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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금요일 국어 시간
수업 시간에 소방관의 희생과 헌신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는지 물었다.
여 1 : 미쳤어요.
남 1, 여 2 : 호구 짓이에요.
 
진지한 질문에는 늘 이렇게 대답했다.
속마음은 다를 거라 생각하면서도, 계속 이렇게 대답하니 답답하다.
5~10분쯤 뒤에 물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나도 미친 거야? 내가 호구야?”
 
여 1은 아니라 하며 겸연쩍게 웃는다.
남 1은 여 2가 호구라 했다 하고,
여 2는 남 1이 호구라 말했다고 떠넘긴다.
장난삼아 웃으며 하는 말이었지만 씁쓸했다.
 
 
2. 월요일 쉬는 시간
지난주부터 우리 반 아이들이 복도에 칠판이 붙은 공간에 그림을 그린다.
열심히 그려놓은 그림에 저학년 누군가가 낙서했다.
낙서를 발견하고는 악담을 퍼부우며 소리가 높아지기에 가봤더니
“낙서하는 사람 목을 따버리겠다.” 써놓았다.
 
“너희가 이렇게 저렇게 행동해도 내가 이러저러하게 해주잖아.
그런데 너는 2학년이 낙서 조금 한 것도 못 참아서 이러냐?”
했더니 여 2가 말했다.
“선생님은 착하잖아요. 우리는 나빠서 그렇게 못해요!”
한숨이 나왔다. 또 씁쓸했다.
 
 
3. 화요일 아침
남 1, 여 2, 다른 남 2와 아침에 간단하게 상담했다.
여 2에게 물었다.
“음악 시간에 왜 노래 안 해?” / “하기 싫어요.”
“영어 시간에 왜 말을 안 해?” / “자신이 없어요.”
 
몇 가지 이야기를 더 한 뒤에 물었다.
“어제 네가 나빠서 선생님처럼은 못하겠다고 했잖아.
결국 내가 호구라는 말이잖아.
난 착하니까 참아야 하고, 넌 나쁘니까 마음대로 하고?”
말하면서 슬펐다. 그런데 여 2가 그랬다.
“선생님처럼 안 돼서 그랬어요.”
 
이런 대답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아이 눈을 바라보며 “그랬구나!” 해줬다.
 
1학기 내내 폭발하는 아이들을 참으며
‘언젠가 마음을 알 거야. 내 진심이 통할 거야!’ 했다.
화 내고 꾸중하고 싶을 때도
‘아픈 아이에겐 이해와 용납이 더 나을 거야!’ 하며 참았다.
‘차라리 화내는 게 낫지 않나?’를 수백 번 생각했는데~
내가 마음으로 하는 말을 아이가 듣는다고 느꼈다.
“얘야, 네가 겉으로는 쎈 척하지만 마음으로는 흔들렸구나!”
“그거면 됐다. 나는 만족한다. 그거면~”
 
 
 
 
 
후배에게 보낸 메일 중 일부에 몇 줄을 보탰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공개한다.
……
 
아무튼 나도 왜 사는지 고민 많이 했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는데 결심이 클수록 죄책감이 크더라.
20대는 죄책감 가득한 삶을 살았고 (동시에 다른 사람을 비난하며 살았고)
 
30대는 혼란 속에 살았고 (더 중요한 일을 해야 한다는 망상에 빠진 나날)
 
40대가 되면서 왜 사는지 고민이 줄었어.
하루하루 만나는 아이들과 즐겁게 지내려 했어.
겉으로 평안해 보이는 사람이라도 내면에는 폭풍우가 치는 경우가 있어.
 
대부분 자기 자신이 만든 폭풍우 가운데서 헤매는 거야.
(외부에서 오는 같은 파도라도 어떤 이는 태풍으로 받아들이지)
 
헤매는 게 필요하긴 한대,
잘못된 시간이나 잘못된 장소에서 흔들리면 멈춰야 할 때 멈추지 못해.
 
최근에 맞이한 50대가 그나마 평안한 건
흔들려야 할 때 많이 흔들렸기 때문인 것 같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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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19일, 말씀을 묵상하다 문득 든 생각>

나는 여백이 많은 동화와 소설을 좋아한다.

정해진 결론을 이야기하는 책, 교훈을 주는 이야기는 싫어한다.
작자가 자기 생각을 강요하는 이야기는 읽지 않는다.
슬며시 다가와 은근하게 말하면 홀딱 넘어가 마음을 빼앗긴다.
우리나라는 성급한 판단과 평가가 많은 나라다.
우리나라에서는 빨리 결정해야만 하는 상황이 많이 벌어졌다.
보이는 모습으로 판단하고, 재빨리 결론을 내린다.
나는 이게 싫어서 이야기 안으로 도망갔다.
현실이 싫어서 이야기 속으로 피한 셈이다.
내가 꿈꾸는 이야기를 내 생각으로 채우는 이야기 안으로.
작가가 남겨둔 여백을 찾아다니는 즐거움이 컸다.
아이들 글에도 여백이 많았다.
아이들이 글로 채우지 못한 공간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글을 쓰라고 꼬드겼고, 토론하며 아이들 생각을 들었다.
내 글쓰기 지도와 토론은 ‘나 자신의 고유한 특성’에서 나왔다.
가르침은 정해진 내용을 전달하는 효과적인 방식이 아니다.
가르침은 자기만의 세계를 가진 한 사람이
다른 세계를 가진 한 사람에게 자기를 나누는 과정이다.
글쓰기 방법, 책놀이 방법, 독서토론 방법을 배워야 하지만
‘마음’을 읽지 않으면 손에 잡히는 게 없다고 느낀다.
'해도 안 되더라. 해봐야 소용없다.' , '저 사람이니까 하지.' ~
그러니까 “너 자신을 알라.” 그리고 “내 앞에 있는 사람을 알라!”
나 자신이 Full my life 하려고 노력하고
내 주위 사람들이 Full your life 하게 도와주자.
굳이 비법을 들자면,
내 앞에 있는 사람의 여백을 궁금하게 여기는 마음.
그 마음을 읽기 위해 '귀 기울여 잘 듣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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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도 ‘트라우마’가 있다.
5~6학년 여자아이들과 지낼 때 방학을 손꼽아 기다렸다. 두 번이나.

1~6학년을 최소 4년씩은 했다. 4학년이 가장 잘 맞았다. 최고였다.
제자 중 교사가 된 아이가 몇 있는데 모두 4학년 아이들이다.
1, 2, 3학년을 맡았을 때는 학교에 시인들을 만나러 가는 기분이었다.

올해 6학년 담임이 되었다. 
여자아이들과 어떻게 지낼지 걱정이 앞섰다. 아이들 반응을 살피는 횟수가 많아졌다.
아이들이 참 예쁘고 좋은데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
걱정과 두려움이 나와 아이들 사이를 희미하게 만들었다.

더구나 3월 초에 일이 많은 업무를 맡아 바빴다. 오랜만에 하는 6학년이라 수업 준비에 시간이 들었다.
아이들과 상담을 해야 하는데 자꾸 뒤로 밀렸다. 그러는 동안 머리채 잡은 싸움, 주먹질한 싸움이 벌어졌다.
아이들은 금방 화해하고 지나갔지만, 내 마음엔 흔적이 남았다.
‘더 다가가고, 사랑하려는 마음을 바짝 붙잡아야 하는데~’
‘~하는데’ 하면 뭔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금요일에 두 아이 집 가정방문을 했다. 한 아이는 머리채 싸움, 주먹질 싸움 둘 다에 얽혔다.
다른 아이는 위의 아이와 주먹다짐을 했다.
싸움 두 건 모두에 얽힌 아이, 왕따를 당해서 참 많이 아팠다.
엄마가 좋은 분이라 아이만 위해 이기적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아이는 담임교사도, 부모도 자기 편이 아니라고 느꼈다. 의지할 곳 없는 아이는 죽기만 바랐다고 했다.

엄마가 눈물을 글썽이며 말한다.
“아이가 아플 때 몰라줬어요. 뒤늦게 아이를 위해 살려 해요. 하지만 너무 힘들어요. 저는 누구에게 도움을 받나요?”
많이 아팠다가 회복된 남자아이 이야기를 해주며 나도 눈물이 났다.
엄마가 또 눈물을 참으며 “전 누구에게 하소연하나요?” 했다. 
교회에 가서 도움을 받아보라 하려다가 참았다.
교회가 이분을 위로할지, 아니면 엉터리 희망으로 덧칠할지 몰라서다.
아이가 돌아오는 시간이 아니라면 오래도록 이야기를 들어줬을 것 같다.

엄마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만난 아이들이 생각났다.
너무 아팠던 아이들, 외로운 아이들, 허덕이며 버티던 아이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내게 들려준 아이들!
그땐 마음이 상하고 찢어져도 아이를 위해 뛰어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약간의 트라우마 때문에 머뭇거리고 주춤했다.
이 아이와 엄마만 도움이 필요한 게 아니다. 우리 반 아이 모두 손을 내밀어 일으켜 세워야 한다.
가정방문을 마치고, 트라우마를 잊기로 했다.
주춤하다가 진짜 해야 할 일을 잊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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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4월 전교생 다모임을 했다. 전교생 50명이 체육관에 둥글게 모였다.

교장 선생님 말씀 : 사랑합니다. 끝.

1~6학년까지 눈높이에 맞게 말하기 어려우시다고, 아이들에게 할 이야기라면 담임이 더 잘할 거라고,
그래서 “사랑합니다.” 다섯 글자로 끝내셨다.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는 시간!
1학년 아이가 의견을 냈다. “잔소리하지 말아주세요.” 막내 이야기에 모두 하하하 웃었다.
6학년 아이가 의견을 냈다. “욕하지 말아주세요.” 좋은 의견이다. 욕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욕하지 말자고 의견 낸 아이가 2교시 끝나고 쉬는 시간에 별 거 아닌 일로 친구(도움반)와 욕하며 싸웠다.
이 아이는 도시 학교에 다니다가 3월 2일에 전학 왔다. 심하게 왕따를 당해서 마음을 일으켜세워야 하는 친구다.
3월 2주에 여자아이와 머리카락 끄잡고 싸웠다. 
3월 3주에 남자아이와 주먹질하며 싸웠다.
3월 4주에는 욕을 주고받으며 싸웠다.
지난주에는 4학년 여자아이를 때렸다.
4학년 가장 약한 아이를 때렸다고 우리반 여학생들에게 한 소리 들었다.
그리고 오늘 개~ 씨~ 하며 싸웠다.

그래도 아직까지 아이에게 화를 내지 않았다. 싸우고 몇 시간 지난 뒤에 불러 이야기했다.
“왕따 당하며 주눅 들어 살던 네가, 맞설 용기를 보여주어 좋게 생각한다.”고 말해줬다.
“그러나 우리 반에서 일어난 싸움 5건에 모두 네가 관련됐다면~ 그건 누구 잘못인지 생각해봐라!” 했다.
자기 잘못이라고 대답했다.
“네가 화를 내는 지점(포인트)가 있을 거야. 그걸 찾아봐. 욕인지, 눈빛인지, 말투인지, 태도인지~
그걸 찾아내면 다음에 똑같은 일을 겪을 때 참을 수 있어.
‘맞아, 난 이럴 때 화가 나서 싸웠어!’를 기억해야 해” 라고 해줬다.
“그리고 네가 욕하지 말자 해놓고 네가 욕하면 어떡하냐?” 했다.

이 아이, 4월 지나기 전에 한두 번은 더 싸울 거다.
눈빛이 부드러워지고, 몸에서 힘 빠지려면 몇 달은 걸릴 것 같다.
나는 그날이 올 때까지 아이를 잘 인도하라고 월급 받는다.
이 손님을 잘 모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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