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를 기르려면 한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던가. 그럼 아이를 가르치는 사람이 마을을 모르면 안 되겠지.
지금 근무하는 학교에 온 지 4년! 마을 구석구석 안 다닌 데가 없다. 어디에 어떤 나무가 있는지 훤하다.

이틀 동안 점심시간에 애들 데리고 가서 밤을 주웠다. 1주일 숙성하기를 기다렸다가 커피 포트에 삶았다.
일찍 열리는 밤인데, 정말 달다. 애들이 달라붙어 밤 까먹는 모습이 꼭 제비 새끼 같다.


“태풍이 와서 밤이 많이 떨어졌을 거야. 오늘 주우러 가자.”
“지난번에는 손으로 주워서 힘들었지? 이번엔 집게 가져가자!”

그런데 밤이 별로 없다. 어? 밤이 다 어디 갔지?
아줌마 두 분이 가방을 메고 내려와서 차를 타고 간다.
‘아, 저분들이 아이들 먹을 밤을 다 가져갔네!’
이 마을 분들이 아니다. 시내에서 밤 주우러 여기까지 원정 온 사람들이다.

이 마을 분들은 아이들 먹는 거 가져가지 않는다. 아이들이 가면 이것도 먹고, 저것도 먹어보라 한다.
으이구~! 차까지 타고 와서 애들 먹을 밤 가져가다니~

그래도 괜찮다. 아직 밤나무 하나, 대추나무 여러 개가 남았다. 밭 가장자리에 있으니 못 가져가겠지!
우리 애들은 그거 먹어도 된다. 마을 분들이 뭐라 하지 않으니까.
흥칫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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