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본 형식의 원작으로 쓴 책이라면 어떤 책이건 괜찮다.

일요일마다 중학생 7, 고등학생 1명과 독서토론을 했다. 책을 내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깊이 토론해야 자신의 생각을 담은 글을 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책 한 권을 90분씩 4주 동안 토론하고 5주에 글을 쓴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을 읽고 한 주씩 토론했다. 학생들이 셰익스피어 이름은 들었지만 한 번도 읽지 않았다고 한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기대하며 시작했다. 학생들이 <햄릿>은 왜 유명한지 모르겠다고 한다. 한 학생만 마음에 드는 문장이 많아 좋다고 했다. <오셀로>는 좋다는 학생이 많아졌다. 희극 문체에 익숙해진데다가 망령이 나오는 햄릿보다 오셀로가 더 재미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인간의 삶을 비참하게 만드는가?

책을 읽은 느낌을 말하고 책 내용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 ‘무어인이 무엇인지 묻는다. 이슬람의 스페인 진출과 레콩키스타(스페인에서 이슬람 세력을 완전히 몰아내는 과정)를 알려주었다. 그러면 어떻게 오셀로가 장군이 될 수 있느냐고 묻는다. 오셀로는 피부색이 다른 민족인 무어인이지만 이슬람 세력과 싸우면서 전공을 많이 세웠다. 임진왜란 때 항복하고 조선을 위해 싸운 일본인 김충선(일본 이름 사야가)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런 질문들을 통해 오셀로가 공적을 많이 세웠지만 피부색이 다른 이방인으로, 친구 하나 없이 전쟁터에서만 지내왔다는 배경을 알았다.

- 3 여학생 : 말보다 행동이 앞서면 안 된다.
- 3 남학생 : 인간에 대한 신뢰가 부질없음을 보여준다.
- 2 남학생 : 질투와 의심은 사람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어 파멸로 이끈다.

이어서 책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했다. 누가 어디에서 무엇을 어떻게 했다는 줄거리 요약이 아니라 내 눈에는 이 책이 이런 글로 읽혔다를 간단하게 쓰라고 했다. 최대한 간단하게, 되도록 한 문장으로 쓰지 않으면 모두 비슷한 줄거리를 만들어낸다. 독서반 학생들은 책을 나만의 눈으로 읽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서로 다른 문장을 써냈다.

학생들이 쓴 문장을 들으면서 셰익스피어가 왜 비극을 썼는지번쩍 생각났다. 학생들 말을 듣기 전에는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이 어떤 가치를 담고 있어서 이렇게 유명해졌는지 실감나지 않았다. 햄릿과 관련된 정보[: 셰익스피어의 아들 햄닛(Hamnet)12살에 죽었다. 이 사실이 햄릿(Hamlet)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는 알았지만 왜 4대 비극을 대단한 작품이라고 말하는지 잘 몰랐다. 학생들 줄거리를 들으면서 무엇이 인간의 삶을 비참하게 만드는가?” 라는 질문이 생각났다. 셰익스피어가 이걸 보여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물었다. 난데없는 질문에 학생들이 머뭇거린다. “현대인들을 비참하게 만드는 원인이 무엇일까?” 했더니 돈이라고 대답한다. “그럼 햄릿, 오셀로, 맥베드, 리어왕에서는 무엇이 인간의 삶을 비참하게 만들까?” 물었다.

햄릿은 복수에 마음을 빼앗겨 자신과 주위 사람들을 파멸로 몰아갔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왕이 된 삼촌 클로디어스를 비롯해서 햄릿의 어머니인 왕비 거트루드, 재상 폴로니어스, 햄릿이 사랑한 여인 오필리어, 당대 최고의 검객인 오필리어의 오빠 레어티스, 햄릿의 어린 시절 친구인 로즌크랜츠와 길든스틴이 죽는다. 햄릿 자신을 포함해서 등장인물의 절반가량이 복수 때문에 죽는다.

오셀로는 질투와 의심으로 파멸된다. 데스데모나의 아버지는 딸이 무어인 오셀로와 결혼하자 충격을 받아 죽고, 데스데모나는 오셀로가 의심해서 직접 죽인다. 악당인 이아고가 로데리고와 이멜리아를 죽이고 끌려간 뒤에 오셀로는 자살한다. 오셀로를 꼬드기는 이아고의 말솜씨를 보고 학생들이 셰익스피어가 천재라고 한다. 400년 전에 인간의 심리를 이 정도로 묘사하다니 정말 대단하다.

혼자 다니지 마라

이아고는 나쁜 놈이다. 오셀로에게 의심을 심어놓고 질투에 눈이 멀게 만든다. 오셀로는 단 한 사람의 말에 넘어가 분별력을 잃어버렸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 같지만 현실에서 늘 일어난다. 사기꾼에게 속는 일이야 수없이 일어나며, 대통령이 한 사람에게 매달려 나라를 망가뜨릴 지경이다. 학생들도 이아고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나라 현실을 떠올리며 웃는다.

오셀로는 이아고를 잘못 판단했기 때문에 끔찍한 결과를 맞이했다. 오셀로는 왜 이야고에게 계속 속았을까?”를 묻고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속이는 상황에서 상대방의 술수를 벗어나는 방법이 있을까?” 물었다. 학생들이 오셀로가 아무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이아고의 말만 듣고 판단했다고 지적한다. “비극의 책임은 오셀로에게 있다라는 찬반토론에서도 한 학생만 빼고 모두 찬성했다. 한 사람의 말만 믿어서 잘못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결과를 보아도 잘못이라 했다.

주위 사람에게 물어보면 이아고의 술수를 알아챘을 텐데 오셀로는 묻지 않았다. 오셀로는 업적을 인정받았지만 친구가 없었다. 당시 귀족들은 오셀로를 친구로 생각하지 않았다. 기득권층은 자기들끼리 교류하며 권력을 나눠가졌다. 아무리 나라에 도움이 된다 해도 자기들의 이익을 건드리면 가만 두지 않는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사례를 찾아보라 하니 조광조를 든다. 셰익스피어는 질투와 의심의 껍질 안에 우정과 믿음을 감춰두었다. 오셸로는 우정과 믿음이 없어 의심을 이겨내지 못했다.

오셀로는 혼자였다. 딸이 오셀로와 결혼하자 아버지가 충격을 받아 죽을 정도이니 아무도 오셀로의 친구가 되지 않았다. 오직 전쟁터에서 함께 싸운 군인들뿐이었다. 장군인 오셀로가 아내를 의심하는 문제를 의논하기 위해 부하를 찾아가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함께 풀어야 하는데 오셀로는 그러지 못했다.

학생들에게 지금은 부모님 보호 아래 정해진 과정을 따라 학교에 다니고 있어서 오셀로처럼 심각한 결정을 내릴 일이 없다. 그러나 언젠가 자기만의 문제에 빠져 허덕일 때가 온다. 지금 너희들 눈에 우둔해 보이는 오셀로처럼 판단하고도 잘못인 줄 모를 결정을 할 수도 있다. 너희 일을 자기 일처럼 생각하고 마음을 나눌 사람이 곁에 있어야 한다. 그들에게 물어보아라. 오셀로의 길을 걷지 마라.”고 말했다.

세익스피어는 비극을 왜 썼을까?

1. 맥베스의 죽음은 마녀 때문이다. (반대: 맥베스 자신 때문이다.)
2. 맥베스에서 인간은 존귀하다. (반대: 아니다.) 햄릿과 오셀로에서는 어떤가?
3. 맥베스는 가해자이다. (반대: 피해자이다.)

셋째 주(124)에 맥베스를 토론하면서 세 가지 찬반토론을 했다.

마녀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하는 학생이 더 많다. 맥베스가 자기 의지로 왕을 죽인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여자에게서 태어난 자가 맥베스를 죽이지 못한다는 말이 이루어진 사실로 보아 맥베스의 의지보다는 마녀의 예언이 더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따라서 맥베스는 마녀가 한 예언의 피해자라고 말한다. 마녀 이야기를 하면서 귀신, , 영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학생들이 이런 주제에 관심이 많았다. 귀신을 보았다는 학생도 있는데 반박하기 어려운 현상이었다.

1, 3번 토론은 크게 이견이 없었는데 2번 주제에 대해서는 생각이 서로 달랐다. 맥베스가 권력에 욕심을 내고 왕을 죽인 행위는 인간이 존귀하다는 사실을 반대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두 학생이 다른 의견을 냈다. 맥베스와 부인이 왕을 죽였지만 후회하며 양심의 가책으로 시달리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존엄하다고 한다. 어쩌면 세익스피어가 비극을 통해 인간의 존엄을 반대로 드러낸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맥베스는 몰락했지만 맥베스에 맞서 싸운 사람들은 정의를 위해, 서로를 믿고, 자신을 희생하며 인간의 존엄을 드높였다.

처음 질문을 바꿔 물었다. “무엇이 인간의 삶을 고귀하게 만드는가? 세익스피어가 비극을 통해 아름답게 표현하고자 한 것은 무엇일까?” 한 학생이 오셀로가 아내인 데스데모나를 의심하고 죽인 것은 그만큼 사랑했기 때문이 아니냐고 말한다. 순수하기 때문에 마음이 흔들린 거라고. 햄릿에서도 인간이 복수심에 불타면 존엄을 잃어버리는 존재라는 점을 내세워 그만큼 인간이 자신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려 했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와 독서반 학생들이 나눈 이야기가 세익스피어 비극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할 것이다. 이 글을 참고로 삼고 여러분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시라고 권한다. 세익스피어의 작품을 쉽고 재미있게 읽고 싶다면 수요일의 전쟁을 권한다. 햄릿, 로미오와 줄리엣 등에 대한 통찰이 담겨있는 책이다.

리어왕은 다음에~~~

 

상냥한 수업, 하이타니 겐지로, 난이도 ★★

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 델핀 미누이, 난이도 ★★★

저는 아이들과 글을 씁니다. 아이들이 바라보는 시각을 사랑합니다. 어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밋밋하고 단순합니다. 아이들은 어른들 눈에 무채색인 세상에 자기만의 색깔을 입힙니다. 아이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새롭습니다. 감탄을 일으킵니다. 마음을 울리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아이들 글 덕분에 다르게 생각하는 마음, 기다리는 마음, 보통의 어른과 다른 태도로 다가가는 마음을 배웠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이런 태도와 시각을 보여 주지는 않습니다. 많은 아이가 마음을 표현할 기회를 갖지 못합니다. 글을 쓴다고 해도 진짜 마음을 표현하지 못합니다. 아이들이 배우는 시는 내용을 잃고 형식이 앞섰습니다. 일기는 보여 주기 위해 꾸며 씁니다. 편지에는 마음이 없고, 독서 감상문에는 줄거리뿐입니다. 논술은 논리를 앞세워, 사려 깊은 고민이 사라졌습니다. 잘못 배웠기 때문입니다. 원래 아이들은 이렇지 않습니다.

일본 작가 하이타니 겐지로는 17년 동안 교사로 지내며 아이들과 글을 썼습니다. 저는 난 선생님이 좋아요에서 아이들에게 배우는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태양의 아이에서 약하고 아픈 사람들을 사랑하는 어른을 만났습니다. 상냥한 수업에서는 사람을 변화시키는 가르침을 만났습니다.

선생님, 우리 선생님

상냥한 수업에는 초등학교 우리 반 아이에게 읽어 주고 싶은 글, 독서반 중고등학생에게 읽어 주고 싶은 글이 많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저는 중학생 신분이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중학교는 한 달도 채 다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가끔 결석을 했지만, 중학교는 한 달밖에 안 다녔다고 해도 될 정도로 학교에 가지 않았습니다. 3년은 저에게 굉장히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64)

중학교에 제대로 다니지 않은 아이가 쓴 글이 마음을 울립니다.
저는 너무 지쳐 버렸습니다. 하지만 숙제를 해야 했습니다. 공부 말고,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을 스스로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깊이 생각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우리보다 세상을 오래 산 어른들에게 배우고 싶은 것은 수학이나 영어만이 아닙니다. 인간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배우고 싶습니다. 우리는 아직 어리니까 앞으로 많은 벽에 부딪힐 테고, 어쩌면 산산조각이 나 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때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와 벽을 마주할 수 있는 힘을 어른들에게 다시 배우고 싶습니다.”(65~66)

너무 지쳐 학교를 떠나 버린 학생의 마음에 글이 있었습니다. 가게에서 껌을 훔치고 쓴 아이 마음에도, 집이 불 타 버린 아이 마음에도 글이 있습니다. 아이들 글을 보여 주는 선생님 마음을 알 것 같습니다.

물론 이 책에 힘든 아이만 나오지는 않습니다. 저자가 존경하는 선생님의 수업, 저자의 수업 이야기도 나옵니다. 저자가 소개하는 우라기 히데오 선생님 이야기를 읽으며 예전에 했던 다짐이 다시 생각났습니다. 저는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을 만져 주고, 아이들이 더 높은 곳을 향해 가게 만드는 수업을 꿈꿨습니다. 어느새 무뎌져 가는 마음을 다시 돌아봅니다. 저자가 소개하는 상냥함에 대하여란 수업은 제가 해 보고 싶은 딱 그런 수업이었습니다.

이 책은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만큼이나 좋은 책입니다. 선생님이 만났던 아이들 이야기를 해 주는데 따뜻하고 마음이 울렁입니다. ‘이런 마음으로 아이들 앞에 서야지, 계속 아이들과 글을 써야지, 이 글은 아이들에게 읽어 줘야지, 이렇게 수업하고 싶다.’ 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잔잔하게, 소박하게, 그렇지만 따뜻하게, 울림을 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은 분께 권합니다.

도서관, 우리 선생님

지금도 계속되는 시리아 내전, 독재자 아사드 정권이 다라야를 4년 동안 포위했습니다. 다라야는 사람도 물건도 드나들지 못하는 데다가 사린가스 공격을 받았습니다. 드럼통 폭탄이 떨어져 건물이 무너지고 주변이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4년 동안 8,000개가 넘게 떨어진 폭탄을 피해 사람들이 지하로 스며들었습니다. 그곳에 갇힌 사람들이 무너진 폐허에서 건져낸 책을 모아 지하에 도서관을 만들었습니다. 독재자와 극단주의 이슬람 세력 사이에서 책을 모아 분류하고 라벨을 붙이고 지하에 정신의 보고를 세웁니다. 책을 읽고, 의견을 나누며 토론하고, 자유를 향한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은 권력을 가진 독재자에 대항하여 정신으로 맞선 사람들이 보여 주는 희망의 이야기입니다.

고립된 도시, 언제 어디에서 폭탄이 터질지 모르는 처지에서 무얼 할까요? 먹을 것이 줄어들고, 환자는 늘어나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저는 책을 읽을 겁니다. 우리를 죽이는 시리아 아사드 정권의 독재와 반대편에서 자기들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을 이기는 방법은 그들의 정신에 동의하지 않는 태도’, ‘총과 칼이 아니라 대화’, ‘나와 다르면 모두 적으로 여기는 태도를 벗어 버리게 만드는 토론과 나눔입니다. 이걸 갖추게 해 주는 게 바로 책입니다.

아흐마드는 그렇게 소란한 가운데서도 무너진 건물의 잔해에서 수천 권의 책을 구해 내어 모든 주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한곳에 모아 만든 책으로 된 피난처를 만들었습니다. 쉴 새 없이 퍼붓는 폭격에 대한 공포와 허기를 달래기 위해 책으로 만든 수프, 정신을 살찌우려고 미친 듯이 책을 읽습니다. 이 도서관은 포탄에 맞서는 그들만의 은밀한 요새, 대중 교육을 위한 무기였습니다.(13) 이것만으로도 모자라 친구 오마르는 병참선에 자신의 작은 도서관도 만듭니다. 모래주머니 뒤로 틈을 메워 완벽하게 정렬한 10여 권의 책으로 꾸민 도서관입니다. 폭탄이 잠잠해지면 책을 돌려 가며 읽습니다. (72)

아흐마드와 다라야의 다른 운동가들은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고자, 그리고 절망감으로 과격화하는 것을 막으려고 혼돈이라는 잡지를 만듭니다. 아이들과 여성들을 위한 이동도서관도 만들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들고 참호를 지킬 때도, 폭탄이 떨어지는 곳에서도 그들은 증오를 이겨 내는 책의 힘을 붙듭니다.

살아남은 그는 책이 주는 유익함을 믿었다. 몸의 상처를 치유할 수는 없다고 해도, 마음의 상처를 달랠 권리는 있는 것이다. 책을 읽는 단순한 행위가 아부에게는 엄청난 위로였다. 그것은 도서관을 세우면서 알게 된 감정이었다. 그는 한가로이 책장을 넘기는 것이 좋았다. 끊임없이 책장을 넘기며 훑어보는 것, 마침표와 쉼표 사이에 몰입하여 길을 잃는 것, 미지의 대륙을 탐험하는 것.”

책은 지배하지 않습니다. 책은 무언가를 선사해 주죠. 책은 거세하지 않습니다. 책은 성숙하게 합니다.”

언젠가 어둠의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날이 올 때 그들이 읽은 책이 그들을 인도할 것입니다. 지배하기보다 선사하기를 원한 사람들, 적을 제거하지 않고 함께 성숙해지기 원한 사람들이 시리아를 다스리는 날이 꼭 올 것입니다.

글, 책, 이해와 공감

저는 아이들 글이 좋습니다. 아이들은 어른이 보지 못하는 세상을 보여 줍니다. 그 세상이 너무나 아름다워 기대하며 글을 씁니다. 또한 저는 책이 좋습니다.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 생각을 편하게 읽는다니 얼마나 좋습니까! 폭탄이 떨어지는 도시, 폐허가 된 곳 지하에서 책을 모으고 읽는 사람들 마음을 이해합니다. 저라도 그랬을 겁니다. 칼과 창, 탱크와 폭탄을 막으려면 더 강한 무기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상냥한 수업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을 꼭 읽어 보세요. 책에서 좋은 선생님을 만나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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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을 돌려드립니다 9 (좋은교사 2022-5월호 원고)


맨 끝에 있는 사람의 얼굴이 제일 관심을 끌었다.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호화스러운 드레스를 입고, 키가 훤칠하며, 숨 막힐 정도로 험상궂고 오만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여인이었다. 그렇지만 그 여인은 너무나 아름다웠다.(69쪽)”

나니아 연대기는 C. S. 루이스가 기독교 세계관을 담아 쓴 동화야. 하나님이 세상을 만드시고, 죄가 시작되는 마법사의 조카부터 새로운 나라가 시작되는 마지막 전투까지 일곱 권이지. 마법사의 조카에서 디고리가 호기심 때문에 종을 치겠다고 고집을 부려. 선악과를 따먹는 것과 같아. 호기심이 나쁘지는 않지만 잘못 쓰이면 위험해. 종을 쳤기 때문에 사악한 제이디스 여왕이 깨어나. 여왕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디고리는 그만 유혹에 넘어갔어. 보암직해서 선악과를 따먹은 하와처럼 말이야. 디고리는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그토록 아름다운 여인은 없었다고 말해. 여왕의 오만한 아름다움에 눈이 멀어 잘못된 결정을 내린 거야.

하나님은 중심을 보시나 우리는 외모를 본다.

방송 매체는 사단, 마귀, 마녀를 괴상하고 잔인한 모습으로 표현해. 이들에 맞서 싸우는 주인공은 예쁘고 잘생겼지. 백설 공주는 살려준 사냥꾼에게 감사하지 않았고, 난쟁이 집에 함부로 들어갔으며, 어리석게 독 사과를 받아먹었어. 그러나 예뻤기 때문에 잘생긴 왕자를 만났잖아. 외모가 예쁘면 마음도 착하다는 가치관이 아이들 이야기부터 곳곳에 스며들어 있어.

선과 악은 이렇게 간단하게 나뉘지 않아. 예를 들어볼까? 미켈란젤로가 다윗을 모델로 다비드 상을 만들면서 다윗은 이스라엘의 뛰어난 왕일 뿐만 아니라 완벽한 몸매를 가진 훈남의 대명사가 되었어. 세계 여러 광장과 대학 곳곳에 다비드 상이 있어. 다윗이 정말 미켈란젤로가 만든 다비드 상처럼 생겼을까?

사무엘이 왕을 세우기 위해 이새의 아들들을 만나면서 “'주께서 기름 부어 세우시려는 사람이 정말 주 앞에 나와 섰구나(삼상 16:6)” 하며 감탄했어. 그러나 하나님은 형들의 준수한 겉모습과 큰 키만 보아서는 안 된다(삼상 16:7)”며 다윗을 찾으셨어. 즉 다윗은 외모가 출중하지 않았어. 사울은 백성보다 머리 하나가 더 컸지만(삼상 10:23) 다윗은 형들과 견주기엔 부족한 막내였어.

미켈란젤로가 다비드 상을 멋지게 만든 까닭은 다윗이 훌륭한 왕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그런데 미켈란젤로는 다윗의 외모에만 신경 쓰느라 생식기를 할례받지 않은 모습으로 조각했어. 이스라엘에서 할례받지 않았다는 말은 이방인에게나 쓰는 모욕이었는데 다윗을 이방인으로 만들어 버린 거야. 다윗은 골리앗을 할례받지 않은 블레셋 사람, 하나님의 군대를 모욕한 자(삼상 17:36)”라고 불렀어. 그런 다윗을 할례받지 않은 모습으로 만들었으니 말도 안 되지.

세상을 선과 악의 전쟁터로 가르는 생각을 이원론이라 그래. 이원론은 역사가 깊어. 고대 사회에서는 우리처럼 이치를 따져서 생각하지 않았어. 태양이 가려지면 신의 저주라 생각했지. 지금처럼 황사가 자주 불면 신의 저주를 풀어야 한다며 제사를 엄청 지냈을 거야. 이원론이 잘 드러난 곳이 그리스야. 그리스 신화는 선과 악의 전쟁터야. 북유럽 신화도 선악의 대결이 강해.

그리스 문화는 페르시아 제국에 영향을 주었어. BC 660년 경에 페르시아 제국에서 조로아스터교가 생겨. 조로아스터교는 페르시아의 영향을 받아 이원론을 바탕에 두었지. 페르시아는 인도 서북부까지 영향을 주었고 인도에서 생겨난 불교에 영향을 끼쳐. 불교 역시 세상은 선과 악의 끝없는 대립으로 생긴 고통의 현장이라며, 속세를 떠나야 한다고 말해. 우리나라는 오래도록 불교를 믿었기 때문에 이원론 방식의 생각에 금방 넘어가. 예수님을 믿으면서 이원론으로 생각하는 거지.

사람들은 보기에 좋으면 그냥 받아들여. 다윗이 할례를 안 해도, 목수로 사신 예수님 손이 곱고 부드러워도 보기 좋으면 괜찮다고 생각해. 예수님은 흠모할 만한 아름다운 것이 없었어. 목수로 사신 예수님은 고운 모양도 없고 풍채도 없는 게 당연해(53: 2). 그러나 우리가 흔히 보는 예수님은 잘생긴 백인 외모에 완벽한 물결을 이루는 머리카락을 가졌어. 주위 사람들이 모두 천으로 머리를 동이고 있어도 예수님만은 바람에 머릿결 날리게 만들었잖아. 이원론은 예수님을 멋지고 잘생긴 분으로 둔갑시켰어.

사람들은 뛰어난 업적을 남기는 사람은 외모도 멋질 거라 생각해. 예수님도 온화한 인상을 지닌 잘생긴 남자였을 거라 착각해. 사실과 다르다 해도 기왕이면 보기 좋은 게 낫다는 생각이 일어나. 더구나 영상매체와 정보통신이 발달하면서 예쁘고 잘생긴 외모가 점점 중요해져. 노벨문학상 받은 책에는 못생긴 사람이 주인공으로 나오지만, 영화와 드라마에선 그렇지 않아. 사람들이 안 보니까.

눈이 가려지지 않게 하라.

기업은 이미지를 광고해. 제품을 좋은 이미지로 포장해서 이미지만을 기억하게 만들어. 소비자가 이미지만 보고 판단해야 물건이 많이 팔리기 때문이야. 그래서 특정한 물건을 소유하면 자격을 갖춘 사람이라고 포장해서 광고해. 유명한 연예인이 제품을 써서 예뻐지거나 잘생겨진 게 아닌데도 연예인 보고 제품을 사게 만들지. 텔레비전은 짧은 광고 시간에 청중을 사로잡아야 하므로 지성의 작동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감정에 호소해. 보고 느끼는 감각만으로 판단해서 물건을 구매하게 만들어. 생각을 마비시키기 위해 화려하고 자극적인 장면을 만들어내. 이런 영상은 우리 인간의 의식을 바꾸어 놓지. 하나님께서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고 말씀하신 줄 알아도 판단의 기준이 점점 외모와 소유로 기울어지게 되어 있어.

스마트폰과 텔레비전을 들여다보며 자란 아이는 이미지의 포로가 돼. 청소년은 말과 글이 아니라 이미지를 보잖아. 친구를 만나도 대화하지 않고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이미지에 빠져드는 거 봤지? 한글조차 이미지로 바꿔서 표현해. 잘생기고 예쁘면 좋다는 것은 다음 세대를 지배하는 강력한 이미지가 됐어.

하나님은 우리를 하나님의 형상(image)으로 만들었어. 외모가 어떠하든지 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이미지가 반영된 작품이야. 그러나 현대 문화는 하나님의 형상을 무시하고 특정한 이미지를 가져야 좋은 작품이라고 속여.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진 이웃을 무시하며 잘생기고 예쁜 모습을 찾아다니는 건 우상이야. 이미지가 아니라 실체, 하나님께서 보시는 중심을 보아야 해.

예수님은 잘생기지 않았을 거야. 엘리야는 대머리였어. 낙타 털옷을 입고 광야에서 살았던 세례 요한은 정말 이상하게 보였을 거야. 그러나 이분들은 모두 하나님께 사로잡힌 하나님의 사람들이었어. 기왕이면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은 게 아니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현대 문화는 속담이 말하는 수준을 넘어섰어. 취직하기에 좋은 관상으로 얼굴을 고치는 수준이라면 통탄할 일이야.

아이들을 촬영해서 방송하는 과정을 몇 번 지켜봤어. 보통 4~5일 촬영하는데 하루 이틀 남기고 피디가 새로운 걸 찍자고 해. 아이의 일상을 조용히 찍기만 하겠다는 약속이 사라지고 감동적인 이야기, 시청자를 만족시킬 만한 이야기를 조작해내. 시골 아이의 평범한 일상조차 상품으로 바꾸어버려.

영상매체, 친구들과 주고받는 이야기는 줄곧 하나님은 없다’, ‘네 마음에 드는 대로 살아라.’라고 주장해. 가치관을 흔드는 세계관이 사방에서 에워싸고 공격하고 있어. 예수님 믿고 구원받았다고 해도 세계관이 바뀌지 않으면 삶이 바뀌지 않아. 보고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깨닫지 못하는 마음에서 벗어나야 해. 그리스도인은 문화에 갇히면 안 돼. 잘생기고 예쁜 게 좋다는 속살거림에 넘어가지 말고 세상 앞에서 당당하자. 우린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졌어. 사람들이 아무리 외모를 보더라도 당당하게 살면 세상이 우리를 두려워해. 짓눌리지 말고 문화를 뛰어넘자.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나는 사고 싶지 않을 권리가 있다, 미카엘 올리비에, (중학생 이상)

죽도록 즐기기, 닐 포스터먼 (대학생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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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생과 토론하기 좋은 책입니다.

1. 배경지식과 관련한 발문

1. 여러분이 좋아하는 야채나 과일을 소개해보자.

1-1. 그 야채나 과일은 누가 길렀을까? 또한 어떤 과정을 거쳐 여러분 손에 들어왔을까?

1-2. 여러분이 먹는 야채나 과일, 곡식을 길러본 경험이 있다면 말해보자.


2.
농사를 짓거나 과수원을 하고 싶다는 학생을 본 적이 있나?

2-1. 여러분이 농사를 지으며 살아야 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2-2. 농부들이 겪는 어려움을 말해보자.

 

2. 텍스트의 내용과 관련한 발문

1. 작은 아빠는 주변의 농부들과 다른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다. 어떻게 하는지 설명해보자. (6천 평 도지로 얻어 우렁이 농법, 논을 포도밭으로 바꿔 친환경으로)

1-1. 태풍이 지나간 뒤에 대부분의 벼가 병이 들었지만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를 지은 작은아빠의 논에 사는 벼는 병이 들지 않았다. 이를 보고 이장님이 친환경농법으로 농사를 지어보겠다고 말하자 최씨 아저씨가 반대한다. 왜 그랬을까?
(힘들어서 : 농약을 치지 않아 땅강아지, 드렁허리가 논둑에 구멍을 내서 물이 빠진다. 포도에 낀 벌레 죽이려고 비싼 친환경 약을 써야 한다. 그래서 손이 더 간다.)

1-2. 작은아빠가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를 지으면서 겪은 어려움을 말해보자.
   (유정이와 광수까지 일함, 판로 개척, 어려운 제초과정 등)

1-3. 작은 아빠는 친환경 농법을 계속해야 할까?
  (뜬 모 내기, 포도 봉지 씌우기 계속 일손이 모자란다. 그러나 이것 때문에 작은 아빠가 농사를 짓는다. 지금까지 개척한 판로가 아깝다.)

2. 돈을 아껴 쓰던 유정이가 저축한 돈을 갑자기 찾은 까닭은 무엇일까?

2-1. 유정이는 삼촌 일을 도와주며 힘들게 모은 돈을 들고양이 새끼를 위해 덜컥 써버린다. 더구나 고양이는 다리를 잘라야 했다. 유정이가 들고양이를 위해 돈을 쓰려고 할 때 여러분이 유정이 친구라면 어떻게 할까?

2-2. 아래의 내용처럼 애완동물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다양한 문제점을 발생하고 있다. 문제해결을 위해 다양한 동물소리로 인한 층간소음 해결을 위한 성대 절제수술, 적정 개체수 유지를 위한 중성화수술, 안락사 등에 대한 다양한 문제해결방법들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이런 문제해결방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는가?
  (p84 너무 아파하니까, 수의사는 병원에서 안락사 시켜 준다고 했는데 우리아빠가 집에서 보내주고 싶다고 했어. 수의사가 다리에 주사 꽂을 자리 만들어 주고 주사약을 줬어.
  p144 고양이 용품 사고, 사료에 모래까지 대려면 진짜 돈이 많이 든대. 또 좀 크면 중성화수술도 해줘야 돼. 그 수술 안 해 주면 고양이들이 밤에 막 아기 소리 내면서 이상하게 울잖아.)
(구제역 살처분과 연결할 수도)

3. 유정이 친구들은 커서 무엇을 하며 살고 싶어 하는가? (대학에 대한 막연한 꿈, 알바)

3-1. 유정이 친구들 중에 농사 짓고 싶어 하는 친구가 아무도 없다. 왜 그럴까?

3-2. “농촌에 패배주의가 너무 깊어요. 마을 어른들이나 형님들이나 배운 거 없고, 기술 없어서 농사짓는다는 생각이 커요. 농사지어서 먹고살기가 힘드니 그럴 수밖에 없긴 한데……. 그러니 애들도 자부심이나 자신감 같은 것도 없고 매사에 의욕도 없어요.” 대책이 없을까?

3-3. 우주는 자연과 환경에 관심이 많아 대체에너지 연구를 하고 싶어 한다. 우주 엄마는 의사가 되라고 한다. 여러분이 같은 입장이라면 진로를 어떻게 선택할까?

4. 용민이는 엄마가 베트남 이름을 한국 이름으로 바꾸면 좋겠다고 한다. 왜 그럴까?

4-1. 용민이 엄마는 이름을 바꾸어야 한다. (찬성, 반대)

5. 유정이가 어렸을 때 엄마가 집을 나간다. 왜 집을 나갔을까?
  (엄마가 성병을 앓거나 술 담배를 해서 유정이가 언청이로 태어났다는 동네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듣고 아빠가 술만 먹고 집을 나갔고, 한 달 뒤에 엄마도 집을 나갔다. 아빠는 유정이가 유치원 다닐 때에 교통사고를 당해 죽었다.)

5-1. 유정이 엄마처럼 편견 때문에 고통을 당한 적이 있다면 말해보자. 또한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지만 편견 때문에 힘들어하는 예를 들어보자.

6. 유정이 할아버지는 해병대 사격장 때문에 돼지가 계속 유산해서 돼지를 기를 수 없었다. 해병대 사격장을 옮겨야 하나?

7. 용마와 아기장수 이야기가 무엇일까?

7-1. 용마와 아기장수 이야기에서 사람들이 아기장수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할머니와 작은아빠는 의견이 대립한다. 둘의 의견은 어떻게 다른가?

7-2. 할머니는 용마를 죽여야 하고, 작은아빠는 용마를 살려야 한다고 말한다. 할머니와 작은아빠의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7-3. 이장은 할머니와 생각이 같고 최씨 아저씨는 반대이다. 이장은 어차피 농사로는 안 되니 괜히 고생하지 말고 관광으로 바꾸자 한다. 여러분은 누구의 의견에 동의하는가?


3.
텍스트의 내용과 관련한 인간 삶이나 사회 관련 발문

1. 광수 아버지는 낙농업을 현대화하라는 정부와 농협의 권유에 따라 시설을 바꾸었다. 이후에 광수 아버지에게 어떤 일이 생겼을까?

1-1. 광수 아버지네 소는 구제역에 걸리지 않았지만 모두 죽여야 했다. 왜 그랬을까?

1-2. 구제역이 발생하면 인근 지역에 있는 소를 모두 살처분해야 한다. (찬반토론)

1-3. 아래 대화에서 광수 아버지가 수출을 포기하고 구제역 예방 접종을 하지고 한다.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
  “나도 그 얘기를 듣긴 했는데 문제는 수출이에요. 우리나라 축산물도 수출하려면 구제역 청정 지역을 유지해야 한다잖아요.”
  “그니까, 뭔 농축산물을 수출하고 수입하느냐고.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나는 우유도 다 소비 못 하면서 치즈니, 버터니 다 수입하고. 신토불이 부르짖으면서도 지금 하는 짓거리들을 보면 농업은 포기한다는 얘기야. 그냥 수입 수출 안 하고, 구제역 예방 접종하면서 그렇게 살면 되잖아.” (161)

1-4.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맺은 FTA 결과에 대해 농민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왜 그런 의견을 갖게 되었을까?

1-5. 푸드 마일리지가 무엇일까?

1-6. 지구 온난화를 줄이기 위해서 푸드 마일리지를 고려한다면 현지에서 기르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

1-1) 우리 조상들이 삼복더위에 보양음식을 먹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1-2) 영양결핍은 사라지고 오히려 영양과잉의 시대에 보양음식이 필요한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1-3) 보양식으로 먹는 음식가운데 하나가 개고기입니다. 여러분은 개고기를 먹는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 개고기는 보양음식으로 먹어도 된다.  * 개고기는 보양음식으로 먹어서는 안된다.

1-4) 자기 가정만의 혹은 자신만의 보양음식이나 이것만 먹으면 언제나 힘이 난다는 음식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2-1) 우리는 외국 음식을 일상에서 친근하게 먹기도 합니다(피자, 카레등) 반면에 건강식의 개념으로 한식에 대해 외국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요 한식을 세계화하기 위해 외국인들도 좋아할 만한 음식은 무엇이 있을까요?

2-2) 요즘은 비행기 기내식으로 한식이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이렇게 한식을 세계화하는데 도움이 된 사례나 방법을 알고 있는 게 있다면 발표해 보세요.

<몇십 만의 인간이 한 곳에 모여 자그마한 땅을 불모지로 만들려고 갖은 애를 썼어도, 그 땅에 아무것도 자라지 못하게 온통 돌을 깔아버렸어도, 그곳에 싹트는 풀을 모두 뽑아 없앴어도, 검은 석탄과 석유로 그을려놓았어도, 나무를 베어 쓰러뜨리고 동물과 새들을 모두 쫓아냈어도, 봄은 역시 이곳 도시에도 찾아들었다. ~ 둥우리를 만들기에 바쁜 떼까마귀와 참새와 비둘기는 새봄을 맞아 아주 즐거워 보였고, 양지바른 담장 가에서 파리들도 분주히 날고 있었다. 식물도 새도 곤충도 어린애들도 모두 명랑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 어른이 된 사람들은 – 여전히 자기 자신뿐 아니라 서로서로를 속이고 괴롭혔다. 사람들은 이 봄날 아침이 신성하다거나 의미 깊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 온갖 만물의 행복을 위해서 신이 마련해 주신 세계의 아름다움, 즉 평화와 화평과 사랑으로 우리의 마음을 끌어들이는 아름다움이 아닌, 상대방을 지배하기 위해 그들 스스로 생각해낸 일들만이 가장 신성하고 의미 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9-10쪽)

1. 톨스토이는 위 글에서 자연과 아이를 좋게 보고, 어른을 나쁘게 판단한다. 부활에 나온 아이들은 모두 좋게 묘사했다. 톨스토이의 견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1-1. 봄날 아침이 신성하고 의미 깊은가?

1-2. 봄날 저녁이 신성하다면 여름날 점심, 가을날 밤, 겨울날 새벽도 신성하고 의미 깊은가?

1-3. 한 사람의 삶에서 신성하고 의미 깊은 순간은 언제였을까? 여러분에게는?

1-4. <날마다의 삶에는 놀라움이 있습니다.> 라는 문장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건 문제에 그다지 중요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 증인 부재란 명목으로 그가 스코페스 교도 사건을 연기하고 있는 이유는 배심원의 구성원이 지식층이어서 공판에서 무죄로 판결될 우려가 많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군청 소재지의 하급 법정에서 이 문제를 다루도록 재판장과 협의했다. 그곳에서는 배심원이 거의 농부 출신일 것이므로 유죄로 판결될 공산이 컸기 때문이다.> (46쪽)

2. 이런 생각은 지혜로운 판단일까, 교활한 생각일까?

2-1. 검사보는 뇌물을 주지 않았다. 권력자에게 부탁하지 않았다. 다만 자신이 아는 사실을 유리하게 이용했다. 나쁘게 보아야 할까?

<사십육 년 동안이나 이 성책을 맡아온 사제는 얼마 전에 대성당의 주임 사제가 치른 것처럼 앞으로 삼 년 후에는 자신의 성직 생활 오십 주년 기념 축하를 하리라고 마음먹고 있었다. 이 지방 재판소의 창설 당시부터 계속 근무해온 사제는 자신이 수만 명의 사람들에게 선서를 하게 했고, 또 아주 늙어서도 교회와 국가와 가족의 행복을 위해 일하고 있으며, 가족을 위해 지금 살고 있는 집 말고도 3만 루블 이상의 유가증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큰 긍지로 여겼다. 그의 직무가 선서를 원칙적으로 금하는 복음서를 앞에 놓고 사람들에게 선서를 시키는 일이었으나, 그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거나 그로 인해 마음에 부담을 느낀다거나 하는 일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직무상 훌륭한 신사들과 자주 접촉할 수 있었으므로 이 습관적인 일에 애착까지 느끼고 있었다.> (54)

<농민들은 지금 죽음 속에 있다. 그리고 자기의 죽음에 너무 길들어 버려 이에 어울리는 생활 방식을 만들어냈다. 어린애들의 죽음, 아낙네들의 과중한 노동, 그 외의 사람들 특히 노인을 위한 식량 부족 등. 이런 상태에 익숙해져 버린 그들은 자기들의 그런 견디기 어려운 상황을 알지도 못하고 그 공포를 호소하는 것도 잊어버리게 되었다. 그래서 이를 보는 우리도 그것을 당연한 것, 지극히 자연스러운 상태로 아는 것이다.> (387)

<그녀(마리야 파블로브나)는 이런 일들을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했기 때문에 그녀를 아는 사람들은 고마워하는 마음도 없이 당연하게 그녀의 도움을 받아들였다.>

3. 주임 사제는 자신이 하는 일에, 농민은 주변 상황에, 마리야 파블로브나에게 도움을 받는 사람들은 도움에 익숙해졌다. 귀족들도 네흘류도프가 익숙하지 않은 상황을 만들자 불편해했다. 인간은 쉽게 무뎌지는 존재일까?

<~ 우리는 모두 절망 속에 떨어질 운명입니다. 깊은 절망이, 고통스러운 영혼이 인간을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그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듯이 떨면서 말했다. “어떻게 해야 인간이 구원 받을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해야 이 두려운 재앙을 피할 수 있을까요? 그러나 무서운 불길은 이미 우리의 집 주위를 둘러쌌습니다. 모면할 길은 없습니다.> (-70)

3-1. 설교자는 같은 설교를 하고 또 하면서도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흘린다. 주임 사제, 농민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무뎌졌다. 설교자의 반응을 어떻게 봐야 할까?

<현대인들, 이를테면 기독교도라든가 자선가, 지극히 선량하기만 한 사람들이 아무런 죄책감도 갖지 않고 죄를 짓게 하려면? 이 문제의 해결 방법은 단 한 가지뿐이다. 즉 지금 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219-220)

3-2. 위 글을 어떻게 봐야 할까? 무슨 뜻일까?

3-3. 중요한 일에 무뎌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머니의 병세가 조금도 회복될 가망이 없었을 때 그는 진심으로 어머니의 죽음을 바랐던 것이다. 어머니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기 위해 바랐던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이르고 있었으나 사실은 자신이 어머니의 고통을 보는 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머니의 죽음을 바랐던 것이다.> (176)

4. 사람이 이기적인 의도에서 나온 행동을 이타적인 동기로 바꾸어 해석하려는 까닭이 뭘까?

<처음 면회 갈 때 네흘류도프는 카튜샤가 자기를 보고 자신이 뉘우치고 있으며 그녀를 위해 힘쓰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분명 기뻐하고 감동하면서 다시 예전의 캬튜샤로 돌아와 주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카튜샤라는 여자는 이미 없어지고 단지 마슬로바라는 여자만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 사실에 그는 더욱 놀랐고 두려웠다. 더욱이 크게 놀란 것은 마슬로바가 자기의 처지를 여죄수로서가 아닌 매춘부라는 처지를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만족하고 이를 자랑스러워하는 듯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인간이란 무슨 행동을 하기 위해선 자신의 행위가 중요하고 바람직하다고 여기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자신이 어떤 처지에 있더라도 자신의 행위가 극히 중요하고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갖게 마련이다.>(265-266)

4-1. 인간은 왜 자신을 정당화할까?

<그녀는 이러한 자신의 인생관을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기고 있었고, 또 그렇게 생각해야만 했다. 자신의 인생관이 변하는 순간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은 존재 가치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자기가 그의 뜻대로 여기에서 벗어나 그가 끌어들이려는 세계로 발을 내디딘다면 자기에게 긍지와 자존심을 갖게 해줬던 자기 인생의 의의가 없어질 것만 같아 그의 굴레에서 벗어나려 한 것이었다. 그녀가 처녀 시절과 네흘류도프와 사랑을 나눴던 시절의 추억을 스스로 몰아내 버린 것도 바로 이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268)

4-2. 인생의 의의는 어디에 있을까? 자신을 위해 살아가건,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아가건 자기 자신의 긍지와 자존심을 위해 살아가는 걸까?

<불건전한 노동과 음주, 방탕으로 건강을 잃고 타락하여 미치광이처럼 꿈이라도 꾸듯이 거리를 방황하다가 어느 낯선 집 광 안으로 숨어들어가 누구에게도 소용없는 돗자리를 훔쳐 잡혔을 때, 궁핍을 전혀 모르는 교양 있는 우리는 이 젊은이를 이 같은 처지로 몰아넣은 원인을 제거할 생각은 하지 않고 오직 이 젊은이를 처벌함으로써 사건을 해결 지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218>

5. 네흘류도프는 내버려진 사람들을 위해 노력을 쏟았다. 어떤 효과가 있을까?

<건물이 거대하다는 것을, 그리고 이를 둘러싸고 있는 갖가지 제도는 훨씬 더 거대하다는 것을 문득 생각해 냈다. 누구에게도 소용없는 희극을 연출하기 위해서 매달 임금을 받고 생활해 나가는 관리며 서기, 수위, 문서 배달부들이 비단 이 재판소만이 아니라 러시아 전국에 하나의 완전한 군대와 비견할 만큼 퍼져 있다는 것을 떠올리며 그는 생각을 이어갔다. ‘지금 우리가 겨우 자신의 안전과 편리를 위해서 필요로 하는 손이나 발을 바라보는 정도로밖에 가치를 인정치 않는 이들 내버려진 사람들을 돕는 데 이와 같은 위선을 위해 소비하는 노력의 백 분의 일만 쏟는다면?> (217)

5-1. 이렇게 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정말 세상이 하나님 나라가 될까?

5-2. 처벌 대신 회복을 추구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처벌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을까?

<그렇다. 지금 나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거다. 나는 뉘우치고 있는 거다.>

<“당신에게 용서를 구하러 왔소.” ~ 이렇게 외치고 난 그는 부끄러움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곧 부끄러움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므로 그것을 참아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콘 소리로 계속 말했다. “나를 용서해 주오. 나는 정말 나쁜 짓을…….” 그는 다시금 철망 너머로 외쳤다.> (257-258)

6. 톨스토이는 고백하는 장면을 왜 철장 너머로 소리치게 만들었을까?

<그는 상부에서 전달된 지시 사항은 어김없이 행하였으며 또 그 실행을 아주 중요하게 여겼다. 그는 상부로부터의 지시 사항에 아주 특별한 의의를 부여하여 이 세상의 어떤 것도 변경할 수 있으나 이것만은 절대로 변경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77)

<215-217쪽 참고>

7. 위의 두 부분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말해보자.

7-1. 우리의 사회 시스템이 이런 일꾼 옳고 그름을 생각하지 않고 주어진 지시에 성실하게 복종하는 사람 을 길러내는 건 아닐까?

7-2. 구조가 잘 갖추어진 사회, 조직 내에서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8. 네흘류도프의 변화에 대한 주위 사람들의 반응

<외면적인 생활 개혁(그는 학생같이 검소하게 지내려고 했었다.)에 대한 그의 노력은 아무런 결실도 맺지 못했다. 모든 것이 예전 그대로일 뿐 아니라, 오히려 집 안에서는 집지기도 그의 조수도 찬모도 거기에 코르네이까지도 모직물이며 모피류를 일광 소독하는 작업에 휘말려 소동을 피웠다.> (269)

8-1. 네흘류도프 저택에서 일하는 일꾼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이렇게 모든 일들이 잘 처리되었는데, 그래도 네흘류도프는 뭔가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농부들 중의 몇 사람이 고마움의 표시를 했으나 대두분의 농부들에게선 여전히 뭔가 더 큰 것을 기대하고 있는 듯한 기색을 엿볼 수 있었다. 한마디로 많은 것을 잃으면서 농민들에게 해주었으나 결코 그들의 기대만큼 해주지 못한 꼴이 돼버린 것이다. ~ 네흘류도프 역시 불만스러웠다. 뭐가 불만인지 뚜렷이 말할 수 없었으나 뭔가 수치스럽고 슬픈 느낌이었다.> (366-367)

8-2. 네흘류도프의 제안을 받은 농민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8-3. 여러분이 네흘류도프라면 어떻게 처리할까, 농민을 도와주려는 주인의 의도를 모르거나 왜곡하는 사람들, 의도를 안 뒤에는 조금이라도 더 이익을 뜯어내려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가 잠시라도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인간애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다는 것을 절대 깨닫지 못한다면, 사람에 대해서 죄를 지으면서도 결코 그것이 죄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217)

9. 귀족들은 농민들의 고통을 알았을까?

9-1. 귀족들이 농민의 고통을 알게 되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그런데 넌 뭣 때문에 그렇게 자신을 구속하려 하니? 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엇 때문에 가는 거니?” “가야만 하기 때문입니다.”>(-211)

10. 네흘류도프가 꼭 가야만 할까? 다른 방법은 없을까?

11. 네흘류도프의 부활을 방해하는 것들을 찾아보자.  (집안, 같은 가문, 귀족들, 사회 구조, 농민들, 기타)

11-1. 네흘류도프가 카튜사를 따라가기 위해 행한 불법을 묵인해도 될까?

12. 톨스토이가 어떤 의미로 부활이라는 낱말을 썼을까?

<카튜사는 오직 자기만 희생되기를 바란다. , 그녀도 나도 이긴 것이다. 무엇보다도 두려운 사실이지만 그녀 마음속에 변화가 온 듯하다. 이것이 무엇보다도 기쁘다. 믿기는 어렵지만 그녀는 분명 부활하고 있다.> (-176)

 아이는 2층 교실, 나는 1층 교실에서 지냈다.
오전에 한두 번 아이를 봤다. 그때마다 글 달라 하면 부담스러워할 테니 씩 웃기만 했다.
가끔 한 번씩 아이에게 졸랐다.

"할아버지 3탄~"   "할아버지 3탄은 언제 줘?"

5학년 초여름,
<할아버지의 눈>을 쓰고 6개월쯤 뒤, <할아버지가 아프니까>를 쓸 즈음에 아이가 글을 써왔다.

------------------------------------ 냉이꽃과 할아버지
***(5학년 1학기)

  1월에 비닐하우스에서 고추 씨앗을 심었다. 고추 씨앗은 황금색에다 반짝반짝했다. 그런 씨앗은 처음 봤는데 아빠가 농약이 묻어 있어서 그렇다고 하셨다. 모종판마다 칸은 각각 200칸이다. 고추 씨앗을 칸 하나하나마다 넣었다. 넣을 때마다 내 손가락에 농약이 묻어 반짝반짝거렸다. 흙을 덮고 물을 주었는데 내가 심은 거 물 주고 싶어서 내가 주었다. 씨앗 몇 개가 물에 밀려서 실종됐다. 아빠가 하지 말라고 했다. 나도 이해가 된다. 고추 씨앗이 비싸서 한 알에 110원 정도 한다. 비싸다. 몇 시간 동안 3-4판 정도 넣었는데 씨앗이 떠내려가서 걱정되었다.

(몇 달 뒤에 일어난 일인데 아이가 시간 표시를 하지 않았다.)
  아빠가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셨다. 다른 때보다 표정이 어두웠다. 나는 비닐하우스에 있는 고추 모종이 바람에 날아가서 죽었나?’ 라고 생각했다. 아빠한테 물어보니 할아버지 병원 갔다 왔는데 고추 모종 3000개가 썩어서 그런 거라고 했다. 난 상상도 못 했다. 몇 개만 썩은 줄 알았는데 다~ ~ 죽었다니……

  나랑 아빠랑 방학 때부터 지금 3월 달까지 모종판에 2000개 들어있는 15만 원짜리 고추 씨앗을 조심스레 한 알씩 한 알씩 3000개 정도 넘은 것도, 조심스레 물을 살살 뿌려주던 것도, 큰 모종판으로 살살 뽑아 옮겨주던 것도, 세 달 고생한 것을 헛고생으로 만들어버렸다. 가장 안타깝고 마음 아팠던 것은 다른 칸과 색이 다른 노란색 모종판에 심은, 희망이 없는 고추 모종이다. 뿌리가 없거나 병이 든 모종을 따로 심었는데 그런 것들도 다 죽어버렸다. 애초에 모든 모종판이 희망이 없던 것들은 아닌가, 아예 죽어버릴 운명이 아닌가, 그래도…… 죽어도…… 한 판이라도 살아주지……

(여기까지 써왔다. 아이와 고추 모종 심은 이야기를 한 뒤에
 "글을 이렇게 끝내면 아쉽다." 했는데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
아이와 이런저런 이야기 더 하다가 아스팔트를 뚫고 올라온 냉이 이야기를 했다.
아이 담임일 때 "글을 잘 쓰려면 평소에 잘 보지 않던 걸 살펴봐라. 콘크리트 사이에 핀 풀 같은 걸 봐야 해!" 했었다.
그때 해준 말을 기억했는지 얼마 지난 뒤에 냉이 이야기를 써왔다.

  이틀 뒤 노인회관에 편하게 올라가라고 있는 경사 있는 곳에서 냉이를 보았다
. 주변에 딱딱한 아스팔트는 냉이가 올라와서 금이 가 있었고 냉이가 올라온 자리에는 아스팔트도 부서져 있고 파여 있었다. 그 냉이는 꽃이 세 개는 피어서, 먹지도 못하는 늙은 냉이였다. 그래도 꿋꿋하게 잘 서 있다. 꽃 하나는 비실비실거렸다. 먹지도 못할 늙은 냉이, 꼭 우리 할아버지 같았다. 할아버지는 요즘 앉아있는 것도 조금 힘들어하고 잠도 많이 주무신다. 우리 할아버지는 냉이에 핀 세 개의 꽃 같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늙은 냉이라도 냉이꽃처럼 고추 모종처럼 쓰러지지 않는 그런 따뜻한 할아버지다.

("냉이 보면서 할아버지 생각이 났구나! 잘 썼어. 그런데 이젠 궁금해진다. <냉이꽃과 할아버지> 이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궁금하다." 했더니 다시 글을 써왔다.)

  냉이꽃과 할아버지 이후, 그곳에 피어있던 냉이가 그 자리에 없었다. 하늘나라에 간 모양이다. 하지만 냉이꽃이 남긴 것이 있다. 그건 바로 냉이꽃이 도로를 뚫고 나온 자국이다. 그 자국에 이름 모를 풀때기가 그 자리 그대로 났다. 냉이꽃은 자신의 힘으로 힘들게 올라왔는데 풀때기는 힘을 하나도 안 쓰고 편하게 올라왔다. 하지만 냉이꽃은 풀때기가 하나도 밉지 않을 것 같다. 자신이 구멍을 뚫어준 덕에 포기할 또 하나의 생명을 구해서가 아닐까? 냉이꽃이 젊을 때, 꽃이 피지 않았을 때 미리 먹어줄 걸 그랬나 보다. 그냥 쓸모없이 버려지는 것보다 나았을까?

그 냉이꽃은 말했다. 괜찮다고, 그 구멍에 여러 생명이 자라면 좋겠다고……

  아이가 처음에 쓴 세 문단은 연결이 잘 된다. 애지중지 가꾸던 고추가 다 죽은 걸 보고 '한 판이라도 살아주지' 한 마음을 나도 여러 번 느꼈다. 냉이로 이어진 이야기는 자연스럽진 않다. 그래도 냉이를 보며 할아버지 생각해서 좋았다. <냉이꽃과 할아버지 이후> 글은 참 좋았다. 그걸 살펴본 눈이 귀하고, 쓸모없이 버려지는 것보다 나았는지 질문하는 마음도 참 귀하다.

아이에게 이런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다음 시를 썼을 것이다.
냉이를 살펴보고, 냉이가 진 자리에 피어난 풀을 살펴본 눈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 이름 모를 꽃
*** (5학년 가을)

밭에서나 길에서나
아무데나 피어 있는 꽃
오늘도 꽃은 살기 위해 이 풀, 저 풀 밀어낸다.

이렇게 힘들게 살아도 알아주는 사람 하나 없다.
이렇게 열심히 살아도
결국엔 사람들이 잡초라고 뽑아버린다.

꽃들이 밭에 피해 주지 않기를 바랐다.
밭에 피어봤자 사람들도, 너도 힘들 거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아무데나 피어도 사람들에게 쓰레기 취급이나 받을 걸.

그런데 네가 콘크리트 바닥을 뚫고 나오니,
정말 고마웠다.
외롭고 쓸쓸한데 혼자 잘 버텨주어서
사랑받지 못했는데도 사랑을 나누며 살아줘서
네가 이런 곳에 나와줘서 너무 고마웠다.

네가 잘 자라주기를 바랄 뿐이다.

아이는 5학년을 마쳐가던 12월 10일에 <할머니의 호박죽>이란 제목으로 글을 써왔다.
글을 읽다가 울었다.
<책뜰안애>에 찾아온 분들에게 세 번인가 읽어드렸다.
함께 울었다.
학교에서 이금이 작가님과의  만남을 가진 뒤에 작가님께 읽어드렸다.
그 뒤로 작가님과 연락하는 사이가 되었다.

<할머니의 호박죽>을 전국대회에 보냈는데 장려상(상금 10만원)을 받았다.
상을 취소해달라고 했다.
이듬해에 다른 대회에 내보냈는데 상을 받지 못했다.

내가 아이를 알기 때문에,
나는 아이가 쓴 글을 사랑하기 때문에
내게만 보물 같은 글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소개를 할까 말까 고민한다.
독서 연수를 하면 단골로 나오는 질문이 있다.
"애가 한 권만 주구장창 봐요. 말려야 하나요?"
책벌레 딸이 <글>로 대답합니다.
<아빠 냄새 책 냄새>라는 펀딩을 위해 쓴 글이에요.
-------------------------------- 반복 읽기
--- 책벌레 따님
내가 많은 책을 읽었냐고 한다면, 그건 아니다. 나는 하나의 책을 여러 번 읽는 편이지, 다양한 책을 읽지는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책은 반복하여 보면서도 새로운 책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지금은 예전보다 나아진 편인데도 여전히 그렇다. 어떤 사람은 새 책을 집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책을 읽기 전에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는 사람이 있다. 과연 내가 시간이 가는 줄 모를 정도로 빠져들어도 괜찮은 책인지 의심부터 하고 보기도 한다. 뭐가 그리 의심되던지!
한 번은 아빠가 『‘책벌레들의 책 없는 방학』 책을 가져오셨다. 서진이와 아빠가 재미있다고 이야기하던 기억이 난다. 나는 왠지 그 책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책이 없다는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빠의 강력한 추천에도 책 표지를 노려보기만 했다. 『책벌레들의 책 없는 방학』은 왠지 내 눈에 자주 띄었는데, 나는 그럴 때마다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곤 했다. 그렇게 일 년을 버텼다. 내가 무슨 생각으로 첫 장을 넘겼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그냥 책에 익숙해졌고, 때가 되었을 뿐이다. 나는 책을 읽어치웠고, 급기야 『책벌레들의 책 없는 방학』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 되었다.
나는 그 책을 읽고 또 읽었다. 처음에는 그냥 읽었지만 나중에는 특이한 방법으로 읽었다. 홀수 쪽만 읽기, 짝수 쪽만 읽기, 뒤에서부터 읽기(장, 페이지, 문단 단위로)....... 그렇게 읽어도 괜찮으냐고? 당연히 괜찮다! 많이 읽은 책이라 내용을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도 들고 재미있다. 특히 뒤에서부터 읽는 것은 색다른 느낌이라서 좋다. 살면서 시간이 거꾸로 가는 것을 느껴볼 기회는 많지 않다. 어떤 사람은 그게 다 무슨 소용이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책은 한 번만 읽어도 내용을 모두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책을 많이 읽으면 분명 달라지는 게 있다. 책을 뒤에서부터 읽는 것 같이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보이는 기행을 하더라도 그렇다.
내가 『책벌레들의 책 없는 방학』을 8번쯤 읽었을 때, 우리는 그 책을 주제로 한 독서캠프에 참가했다. 캠프에서 조를 정하고 조원들과 인사를 하면서 내가 그 책을 8번 읽었다고 말했다. 사실 정확히 8번인지 아닌지는 몰랐지만. 좋아하는 책을 계속 보는 게 내게는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나는 늘 그렇게 했다. 하지만 다른 분들은 그런 나를 놀라워하셨다. 어떻게 한 책을 그렇게 많이 읽느냐고 말이다. 모두가 내 말을 감명 깊게 들어준 덕분에 나는 ‘책벌레들의 책 없는 방학을 8번이나 읽은 놀라운 아이’가 되었다. 캠프 마지막 시간에 서로 책에 롤링페이퍼를 써주었는데, 내 것에는 온통 『책벌레들의 책 없는 방학』을 8번이나 읽다니 놀랍다는 이야기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아직 그 책을 잘 가지고 있다.
또 내가 『책벌레들의 책 없는 방학』을 서른 번쯤 읽었을 때, 우리는 다시 독서캠프를 했다. 그때 자만심이라는 주제로 독서 감상문을 썼다. 내가 보기에는 아주 잘 쓴 것 같았다. 사실 자만심이라는 주제를 떠올리고 나도 놀랐다. ‘내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전까지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주제였기 때문이다. 『책벌레들의 책 없는 방학』에는 루스가 손으로 벌을 잡는 장면이 나온다. 첫 번째 독서캠프를 했을 때 우리 스스로 퀴즈를 만들었었다. 나는 루스가 잔디밭에서 벌을 몇 마리나 잡았는지를 묻는 질문을 만들었다. 답은 다섯 마리였다. 그리고 두 번째 독서캠프에서 나는 벌을 잡으며 으스대는 루스를 보고 자만심이라는 주제를 떠올렸다.
책을 8번 읽었을 때는 내용 이해만 하고 숫자나 세고 있었다면, 30번 읽었을 때에는 그 속에서 의미를 찾기 시작했다. 책 속에서 전혀 관계없는 두 사건에서 자만심이라는 공통점을 찾아냈다. 책을 한 번 읽고 내용을 이해할 수는 있다. 하지만 여러 번 읽어야 보이는 것들도 있다.
물론 내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도 있다. 아빠가 하나의 주제를 찾아서 글을 쓰는 게 좋다는 것을 알려 주셔서 자만심을 떠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만약 내가 『책벌레들의 책 없는 방학』을 30번이나 읽지 않았다면, 절대로 자만심이라는 주제를 떠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지금 『책벌레들의 책 없는 방학』을 50번 넘게 읽었다. 이제 나는 책 하면 『책벌레들의 책 없는 방학』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책벌레들의 책 없는 방학』은 내가 읽었던 책 중에 가장 재미있는 책도 아니고, 가장 좋아하는 책도 아니다. 더 깊은 감동 받았던 책과 더 마음에 드는 말이 많이 나오는 책이 많이 있다. 그런데도 내 독서 인생에서 이 책을 빼놓을 수가 없다. 그게 내가 가장 처음의 도전이자 처음으로 마음을 연 책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이 책을 그만 읽을 수 없다.
책을 한 번만 읽는 게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 똑같은 책을 다시 읽는 게 아무 쓸모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면 나는 억울할 것이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책들을 다시 읽으면서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기에 더 기대가 된다. 나는 역시 새 책보다 이미 읽은 책이 좋다. 어떤 사람은 똑같은 책만 보는 사람이 답답할 수도 있다. 다른 책 좀 보라고 말하고 싶을 수 있다. 그럴 때 새 책을 권해주는 것은 좋다. 하지만 읽은 책을 계속 보지 말라는 이야기는 그냥 담아두기를 바란다. 그런다고 그만 읽을 거였으면 진작 읽기를 멈췄을 테니 말이다.
대통령이 바뀌면서 청와대가 개방되었다. 때에 맞춰 청와대를 소개하는 책이 나왔다. 청와대 출입기자가 청와대 곳곳을 찍은 사진에 설명을 더했다. 청와대의 역사를 간략하게 소개하고(1장), 청와대 건물을 전통과 관련해서 자세하게 설명한다(2장). 청와대 본관(3장)과 건물들(4장)을 소개하고, 청와대 앞길(5장)과 주변(6장)을 소개한 뒤에 마지막으로 국가 행사(7장)를 설명한다.
뒷장부터 거꾸로 읽었다. 특별한 까닭은 없다. 후기부터 읽는 습관이 있는데, 마지막에 국가 행사를 소개한 내용을 읽다가 자연스럽게 한 장씩 앞으로 읽었다. 국가 행사를 보고, 청와대 바깥에 있는 성곽과 산을 둘러보고 청와대 앞길을 지나 청와대로 들어가는 모습을 상상하며 읽었다. 청와대 주변 건물을 살펴보고 청와대 본관을 살펴본 셈이다. 청와대에서 먼 곳부터 차례차례 읽으며 ‘청와대가 어떤 곳일까?’ 기대하게 되었다.
2015년에 펀딩 ‘곁에.서.’의 주인공들(가스폭발 관련 아이들) 데리고 청와대에 갔었다. 아이들과 함께 갔기 때문에 나는 편안하게 둘러봤다. 엄중하게 지키는 국가기관이라 해도 초등학생에게는 관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많이 긴장했다. 꼼짝하지 않고 선 경비원과 경찰을 보며 말소리를 줄였고 장난도 치지 않았다. 국가 지도자가 일하던 장소가 주는 무게감을 아이들도 느꼈나 보다.
지금은 국민 누구나 둘러보도록 개방되었다. 대부분 대통령이 일하던 곳을 보고 싶다는 호기심에 찾을 것 같다. ‘지붕 선이 아름답다, 그림이 멋지다, 가구가 의외로 소박하다, 전통 방식으로 지은 건물이 하나밖에 없다, 청와대에 주목이 있구나……’ 하겠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이 책을 읽고 가면 더 많이 보일 것이다.
3장, 4장, 6장이 마음에 들었다. 청와대 본채를 소개하고 그림과 가구를 설명한다. 그림이 참 멋졌다. 가구가 소박하고 정갈해서 좋았다. 정원에 관심이 많아서 4장 청와대 정원 녹지원과 전통 한옥 상춘재가 좋았다. 6장 칠궁(왕후가 되지 못한 왕의 어머니를 모신 곳)은 새로웠다. 왕의 어머니인데도 양반이 아니라고 왕후라고 불리지 못한 분들을 모신 곳이다. 또한 사진이 좋았다. 기자가 찍은 사진이라 전체부터 부분까지 잘 보여주었다. 사진이 ‘청와대 안 건축과 그림과 문화의 아름다움에 빠지다’라는 부제를 잘 드러냈다. 개인 의견이 적고 객관적인 설명이 많아서 지루할 수 있는데 그때마다 사진이 보여서 괜찮았다.
앞으로 청와대가 어떤 역사를 이어갈지는 모른다. 대통령이 일하는 역할을 다시 한다면 한동안 국민에게 개방한 기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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