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스타트 돌봄을 받는 아이들과 책 놀이를 했다. 810일에 한 번, 오늘 한 번.
대부분 다문화 가정 아이다. 오늘은 특별한 책 놀이를 했다
<<특정 인물이 좋아할 책을 찾아내기>>

이야기 1.
소달초에서 근무한 마지막 해(2016) 독서캠프.
가스폭발 사고 날 때 아이들을 극진히 돌보던 선생님이 있다.
극진히. 란 말도 부족할 정도로 아이들 아빠가 돼주신 분이다.
내가 소달초 갈 때 간이식 수술하느라 한 해 쉬었던 분, 기독교사대회 주제강의에서 이름을 불렀던 이상구 선생님

선생님은 2016년에 다른 학교로 가야 했다.
아이들이 독서캠프에 이상구 선생님 안 오느냐고 물었다안 온다고 대답해놓고 문득 영상통화가 생각났다.
독서 캠프하다가 <이상구 선생님이 좋아하는 책 찾기>를 했다.
아이들이 이상구 선생님이 좋아할 것 같은 책을 골라왔다.
책을 바닥에 쭈욱 늘어놓고 영상통화를 했다.
아이들이 가져온 책 중에서 두 권을 고르고, 이유를 말한 뒤에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보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참 좋아했다.

존경하는 형, 이상구 선생님

다른 학교에서는 교장, 행정실장, 운전주무관, 보안관~ 학교 구성원 중 한 분을 정하고 그분이 좋아할 책을 찾았다.
작가님들 몇 분도 참여해주셨다. (이금이 작가님도~)

이야기 2.
마읍분교에 갔을 때 동막분교 선생님이 있었다아이들 삶에 관심이 많은 분이었다.
이분이 떠난 뒤에 세 분교 아이들과 동막에 모여 글을 썼다.
이분이 올해 삼척교육지원청 교육장이다.
드림스타트 아이들을 위해 영상통화를 부탁했다.
삼척교육을 책임지는 분, 교육장님이 좋아할 책을 가져와요!”
애들이 신나게 책을 찾았다. 드림스타트 선생님은 대박!’을 외쳤다.
교육장이 아이들을 위해 5분 영상 통화하는 게 대박인가? 교육장과 영상통화 할 생각을 한 게 대박이라는 것 같았다.

교육장님 특징을 몇 가지 말해준 게 도움이 됐나 보다아이들이 바다 관련 책을 많이 찾아왔다.
교육장님이 책을 두 권 고르고, 고른 까닭을 말했다그리고 책을 많이 읽으라고 말씀해주셨다.

이야기 3.
기독교사대회 주제강의에서 사진을 보여준 집이 있다산꼭대기에, 난방이 어려운, 옛날 영화에 나올 것 같은 집
선생님들이 학교 급식으로 자란 아이라 부른 아이다집 한구석에 버려진 망고 껍질 보며 참 슬펐었다.
베트남 아가씨가 이곳에 와서 얼마나 외로웠을까~’ 생각하며.
아이와 동생이 책 놀이 수업에 참여했다.
아이도, 동생도 밝아졌다. 말도 꽤 많아졌다. 잘 어울린다.
교육장님이 좋아할 것 같은 책은 맞추지 못했지만 낱말로 책 유추하는 책 놀이에서는 모두 맞췄다.


이야기
4.

오늘 수업을 미로초 도서관에서 했다. 소달초(2013~2016)를 떠난 뒤에 근무한(2017~2020) 학교다
미로초 아이들이 반갑게 맞아줬다. 6학년과 5학년은 내가 가르친 아이들이다.
6학년은 산꼭대기 집에 사는 아이친구들이다.
애들이 나를 반기는 걸 보고 방과후 선생님이 일찍 끝내줬다. 얘네도 함께 책 놀이를 했다.

그동안 우리 반 아이 셋이 미로초 놀이터에서 놀았다.
방학이 길어서 도서관으로 불러내 책을 읽었다점심 먹고 개울에서 놀다가 옷이 다 젖어버렸다.
내가 수업하는 동안 놀이터에서 옷 말리며 놀았다.

올해 가르치는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고
예전에 가르친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책 놀이하고
예전에 만난 분이 교육장이 되어 책 놀이 도와주고
좋은 형(이상구 선생님)이 있어서 이런 날이 왔다.

#수업은_관계다.

 

안녕하세요. 권일한입니다. 
2022 기독교사대회 주제강의 관련 책을 소개합니다.

1.성경 (소개 글 : https://bookyard.tistory.com/280)
  파도를 타려면 체력이 있어야 합니다. 
  저는 말씀을 묵상하며 힘을 얻었습니다.
  계속 읽고 깊이 읽으세요. 
  당신은 말씀의 사람입니다. 

2. 성경을 돌려드립니다. (소개 글 : https://bookyard.tistory.com/175)
   성경을 묵상하기 힘든 분들을 위해 제가 쓴 책입니다. 평신도의 눈으로 썼습니다.

====================== 인용하거나 언급한 책 ================================

1. 통쾌한 희망사전 (소개글 : https://bookyard.tistory.com/277)
   "직업 : 고행용 셔츠나 안락한 침대가 관건이 아니다
   하나님이 당신을 부르시는 장소는 당신의 깊은 기쁨과 세상의 깊은 절망이 만나는 곳이다."
  이 문장을 '파커 팔머'가 인용해서 널리 알려졌지요.

   책이 절판되었습니다. 중고책이 많이 비싸네요.
   (뷰크너가 날마다 한 편씩 SNS에 글(한글 번역판)을 올립니다.
   글을 읽고 싶으면 아래 페이스북 링크에서 팔로우하세요.)
   https://www.facebook.com/Frederick.Buechner.Korean

2. 하나님의 열심 (소개글 : https://bookyard.tistory.com/276) 
   제게 성경 묵상하는 눈을 뜨게 해준 박영선 목사님의 책입니다.
   하나님의 열심을 읽으며 질문해야 한다고 배웠어요.

3. 해바라기 (소개글 :  https://bookyard.tistory.com/278)
   유대인 포로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시몬 비젠탈의 질문이 무척 무겁다.
   "내가 용서했어야 하나요?" 라는 질문에 아직 답을 찾지 못했지만,
   대답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

4. 나이트 (소개글 : https://bookyard.tistory.com/279)
   무거운 책. 쉽게 읽지 못하는 책이다.
  "내 인생이 일곱 겹으로 봉해진 하나의 긴 밤으로 되어버린 그날 밤,
  수용소에서 맞은 첫날 밤을 결코 잊지 않으리라. 그 연기를 결코 잊지 않으리라.
 
몸뚱이가 고요한 하늘 아래 연기로 화해버린 어린이들의 얼굴을 결코 잊지 않으리라.
 
내 믿음을 영원히 불살라버린 그 불꽃을 결코 잊지 않으리라.
 
살고자 하는 마음을 영원히 앗아간 밤의 침묵을 결코 잊지 않으리라.
 
하나님과 내 영혼을 죽이고 내 꿈을 잿더미로 만들어버린 그 순간들을 결코 잊지 않으리라.
 
하나님만큼 오래 산다 하더라도 이것들을 결코 잊지 않으리라. 결코 잊지 않으리라.”

5. 박윤만 교수님 책 : 바디매오, 탕자의 비유 내용 일부를 교수님 책에서 참고했다.
  가. 길 위의 예수, 그가 전한 복음 (박윤만, 1237)
     마가복음 주석이다. 박영선 목사님 책을 읽고 성경을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 뒤로 30년 동안 성경을 공부했다.
   ‘
좀 안다생각하며 자만할 때 박윤만 교수님 강의를 들었다. 교수님은 낱말 하나를 이해하기 위해 낱말이 쓰인 사례들을
   찾고
, 기존의 해석과 상관없이 본문이 말하는 바를 찾으셨다. 또한 말씀을 계속 예수님께 집중해서 해석하셨다.
   깜짝 놀랐다. 박영선 목사님 책을 읽었을 때 마음이 느껴졌다. 수십 번 보고 또 봤던 내용이 다르게 다가왔다.
     혼자 읽었으면 군데군데 줄을 그었겠지만, 가치를 제대로 알지는 못했을 것이다.
   12
시간 동안 박윤만 교수님 강의를 듣고 책을 읽었더니 무얼 말하려는지 보인다. 역시 알고 보면 더 잘 보인다.
   겸손하게 한 글자, 한 문장씩 읽어야 한다는 마음을 다시 배웠다.
  (
책의 두께에 짓눌린다면 그 틈에 서서를 추천한다. 참 좋은 책이다.

나. 그 틈에 서서 (박윤만, 430쪽)
  누워서 설렁설렁 읽으려다가 어이쿠!’ 놀라 밑줄 그으며 읽었다. 프레드릭 뷔크너를 볼 때처럼 새로웠다.
 <
생명이 틈으로 시작한다>는 프롤로그도 좋았고, <동터 올 나라를 기다리며>라는 제목으로 설명한 구약이 진짜 좋았다.
 <
이미 도래했으나 아직 완성되지 않은 나라>라는 제목의 신약도 정말 좋았다.
 <
이미와 아직, 그 사이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라는 마지막 장이 그나마 보통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사실 이 부분도 좋았다. 성경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꼭 읽으라고 권해드린다.

6. 기타
 가. 팡세 (파스칼 저)
   - 민음사 책이 싸지만, 번역이 별로인 책이 많아요. 요즘은 번역을 잘하는 것 같기도 해요.
   - 어떤 출판사 책을 추천해야 할 지 잘 모르겠어요.

 나. 비교종교학 : 이거 읽을 분은 없겠지요?

================================  책벌레가 쓴 책   ============================================

1. 선생님의 숨바꼭질 (소개글 : https://bookyard.tistory.com/111)
   아이들과 글을 쓰며 숨바꼭질한 내용입니다.
   <아빠의 기적소리>, <분교 아이들이 울면서 글을 쓴 이야기>가 담겨있어요.
   (어떤 분이 숨바꼭질을 읽고 쓴 글 : https://bookyard.tistory.com/22)

2. 학교에서 외계인을 만나다 (소개글 : https://bookyard.tistory.com/110)
   주제강의에서 읽은 시를 모았습니다.
   (참고 : 외계인이 졸업할 때 찾아간 내용 https://bookyard.tistory.com/196)

3. 책벌레 선생님의 행복한 독서토론 (따로 소개 글을 쓰지 않았네요.)
   "아이들을 매로 다스리고, 학생을 자기 밥줄로 알며, 자신이 학급의 최고권력자라고 생각하는 선생님과 공부하던"
  아이가 저와 독서모임을 한 내용입니다.

4. 10대를 위한 행복한 독서토론 (소개글 : https://bookyard.tistory.com/109)
    "끊임 없이 나를 돌아보고, 당연하다 생각되는 걸 의심하고~
     부모님을 보며 '난 절대로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 했던 모습도 결국에는 전부 나였어요.~
     사소한 일에서 행복을 찾는 것도, 글 속에 나를 담아내는 방법도, 실수를 인정하고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지 아는 것도
     전부 선생님 덕분이에요.~"
     라고 편지한 학생(과 중고등학생들)과 토론한 내용입니다.

5. 울리는 수업 (소개글 : https://bookyard.tistory.com/178)
   주제 강의하면서 울음을 많이 참았습니다. 
   울면서 들어주신 분들에게 고맙습니다.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꾸벅!!
   아이들을 울렸던 수업입니다.

6. 가스폭발 사고 이야기 : 내년에 출판됩니다.
   <곁에서>라는 이름으로 펀딩을 했습니다.
  2021년 3~12월까지 한 달에 두 번씩 글을 보내드리고 월 1만원씩 10만원을 받았습니다.
  1425만원을 모금해서 화상재단에 천 만원, 재소자 자녀 돕기에 오백 만원을 기부했습니다.
  (소개글 : https://bookyard.tistory.com/153)

7. 올해는 <아빠 냄새 책 냄새>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펀딩을 합니다.
   2022년 3월~12월까지 한 달에 두 번씩 글을 보내드리고 월 1만원씩 받는 펀딩입니다.
   지난주에 열 번째 글을 보내드렸습니다. (소개글 : https://bookyard.tistory.com/233)
   4월에 펀딩 신청을 마감했습니다.
   (지금이라도 참여하시려면 링크에서 신청하시고 10만원을 일시불로 보내주세요.)

8. 책벌레 선생님의 행복한 책 이야기 (책 소개글 : https://bookyard.tistory.com/173)
  문화관광부 우수교양도서(지금은 세종도서로 바뀜)에 선정된 책이다.
  독서 교육을 말하는 책입니다.

9. 책벌레 선생님의 행복한 글쓰기 (책 소개글 : https://bookyard.tistory.com/174)
  아이들을 글을 쓰면서 알게 된 글쓰기 방법을 안내한 책입니다. 

10. 책벌레 선생님의 행복한 책 놀이 (책 소개글 : https://bookyard.tistory.com/177)
  책으로 놀고, 책으로 수업하고, 책으로 활동하는 이야기입니다.
  (세 가지 사례를 강원도교육청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ssam-tong&logNo=222744042101&navType=by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ssam-tong&logNo=222142174211&navType=by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ssam-tong&logNo=222204819007&navType=by

고맙습니다.
예수님의 평안을~~~
   

제가 쓴 책에 싸인을 받고 싶으면 연락주세요. (shaddai7@hanmail.net)
3권 이상 구매하신다면 싸인해서 보내드릴게요. (10% 할인, 택배비 없음)

성경이 바뀌면 하나님이 바뀌나?

개역성경, 쉬운 성경,현대인의 성경, 표준새번역

개역개역 4, 북한어성경,메시지』……

3때 성경을 처음 읽었습니다. 무슨 말인지 잘 몰랐지만 고등학교 졸업 전에 한 번은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방학 동안 생각 없이 읽었습니다. 그 뒤로 줄곧 개역 성경을 읽습니다. 사람이 습관의 동물인지라 처음 읽었던 그 말투가 제 입맛에 맞습니다. 하지만 개역 성경이 모두에게 정답은 아니지요. 한글 성경 10여 종류 중에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원뜻을 가장 잘 담은 성경은 무얼까요?

 

성경번역 : 취향의 문제, 시대의 요구, 교단의 자존심……

우리나라에 성경이 처음 들어온 때는 사람들이 경전을 굉장히 고귀한 책으로 여겼습니다. 그래서 가장 고귀한 말투인 궁중체(궁궐에서 쓰는 말투)로 성경을 썼습니다.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은 위에 있고 ~ 운행하시니라는 말은 정말 어렵습니다. 나태주 시인의 시처럼 오래, 자세히 들여다봐야 실감나게 다가옵니다. ‘혼돈, 공허, 흑암, 운행하시니라가 어떤 뜻인지 모르면 쇠 귀에 경 읽기입니다.

점점 평신도들 지적 수준이 높아지고 하나님 말씀에 대한 갈급함이 커져 직접 성경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목회자의 해석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스스로 읽으려고 하니 너무 어렵습니다. 참고자료가 있지만 거기까지 손대기엔 벅찹니다. 번역할 때 실수한 곳도 간혹 있어서 성경에 오류가 있다고 외치기도 했습니다. 또한 권위만을 내세워 교회가 잘못된 판단을 많이 했기 때문에 개역 성경을 고집하는 태도 역시 권위주의로 치부되었습니다. 이래저래 성경은 새로운 번역을 필요로 했죠.

게다가 지금은 오래, 자세히 보는 시대가 아니라서 성경이 쇠 귀에 경 읽기가 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집니다. 딱딱한 음식을 먹지 못하는 어린아이가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쉬운 번역이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학자들과 보수주의 목회자들이 반발했습니다. 어린애들 장난도 아니고 소설처럼 읽는 성경은 수준이 안 맞는다는 말이죠. 절충안으로 내놓은 것이 표준새번역입니다. 히브리어와 헬라어 원본을 사용하여 93개월 동안 번역해서 1993년에 완성했고 2001년에 개정판을 냈습니다. 사람들이 기대를 많이 했죠. 권위와 친밀감을 갖추고 생생함이 커질 거라구요.

정말 친밀하고 생생하게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특히 시편과 아가서는 완전히 새롭습니다. 시가서(욥기, 시편, 잠언, 전도서, 아가)는 시에 어울리게 편집해야 하지만 분량을 줄이기 위해서인지 개역 성경은 의미 구분 없이 줄줄이 인쇄했습니다. 그러다가 표준새번역을 보니 느낌이 살아나고 의미가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제 어머니는 아가서를 읽으며 이게 원래 이런 뜻이었구나! 정말 우리를 사랑하는 하나님 마음이 이렇구나!’ 하시며 여러 번 우셨습니다.

하지만 표준새번역은 보수주의 진영에 의해 비판을 많이 받았습니다. 아가서를 보고 누가 하나님을 생각하겠느냐며 호통을 치는 분도 있었습니다. 감히 하나님 말씀을 속되게 표현하는 걸 참을 수 없어 교단별로 다시 번역을 하겠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각 교단 입맛에 맞는 성경 번역본이 필요하다는 말은 하나님 말씀을 취향대로 고르겠다는 말이라 느꼈습니다. 복음보다 자존심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바리새인의 마음은 아닐까요? 하나님 말씀이 믿는 자들을 나누어버리는 도구가 되다니요!! 다행히 다급한 마음에 일단 다시 번역하겠다는 말을 던진 분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을 달리하셨는지 개역개정판으로 일단 성경 번역 논란은 가라앉았습니다.

 

성경번역본을 분류하면

저는 개역 성경, 쉬운 성경, 표준새번역, 현대인의 성경, 개역 개정판, 공동번역 성경을 읽었고 북한어 성경도 읽습니다. 종류가 많지만 정리하면 두 가지입니다.

개역 : 낱말 하나의 의미가 강합니다. ‘묵시가 없으면 백성이 방자히 행한다고 할 때 묵시와 방자함이 무엇을 말하는지 뜻이 명확합니다. 하지만 묵시, 방자함을 모르는 사람은 자왈, 유붕이자원방래면 불역낙호아라는 논어 구절을 읽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습니다. 하나님이 말씀하신 의도와는 가깝지만 그걸 듣는 사람들과는 거리가 먼 번역입니다. 처음 읽으면 무슨 말인지 도무지 모르기 때문에 성경에서 멀어지게 합니다. 물론, 깊이, 오래 생각하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습니다.

그 외의 성경 : 그야말로 쉽게 풀어 쓴 성경입니다. 개역 성경 내용을 쉬운 말로 풀었기 때문에 한 구절 한 구절을 이해하기 쉽습니다. 현대인의 말투에 맞아서 읽기 쉽습니다. 쉽게 내용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내가 이해한 내용이 당시 시대에 어떤 뜻인지, 지금은 어떻게 적용되는지, 하나님이 왜 그 말씀을 하시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합니다. 쉽게 이해되기 때문에 고민을 하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읽을 때는 알겠지만 성경을 덮으면 무엇을 말하는지 몰라 역시 어려워합니다. 뭔가 알 것 같지만 사실은 모르는 글을 읽는 셈입니다.

 

메시지

성경을 어려워하는 마음은 어디나 똑같은지 미국 역시 번역본이 많습니다. 미국판 개역 성경(:KJV)을 읽으면 너무 어렵고 쉬운 성경을 읽으면 깊이가 없습니다. 우리와 똑같습니다. 유진 피터슨도 갈라디아서를 공부할 때, 성경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성도들 말을 듣고 현대에 맞는 이야기로 바꾸었습니다. 공부할 본문을 미리 현대에 맞는 상황으로 바꿔쓰고 나중에 묶어 'Traveling Light'라고 불렀습니다. 말투와 낱말을 바꾸고 완전히 의역했습니다. 10년 뒤에 냅프레스 출판사에서 편집을 맡고 있는 존 스타인이 신약 전체를 의역해 달라고 요청해서 메시지가 나왔습니다.

메시지는 개역 성경도, 쉬운 성경도 아닙니다. 말투와 낱말뿐만 아니라 내용까지 손을 본 번역입니다. 유진 피터슨은 예수께서 여기서 가르치신다면, 이 말씀을 어떻게 말씀하실까?’라는 생각으로 번역을 했답니다. 목사님의 초점은 여기서입니다. 현대성을 크게 고려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굉장히 이해하기 쉽습니다. 성경을 안 읽던 사람들이 메시지 덕분에 성경을 읽습니다. 좋은 일이지요.

하지만 비판도 있습니다. 번역이 너무 작위적이라는 거죠. 예를 들어 그때부터 예수께서 선포하여 말씀하시기를 회개하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라고 하셨다.”그분은 요한의 마지막 말을 이어받으셨다. 너희 삶을 고쳐라. 하나님 나라가 여기 있다."로 번역했습니다. 회개가 삶을 고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신약성경에 ‘Lord Jesus’115번 나오는데 이걸 ‘Master Jesus’로 썼습니다. Master라는 말이 뉴에이지에서 대가라는 뜻이기 때문에 이 말을 비롯한 여러 낱말을 증거로 들어 유진 피터슨이 뉴에이지라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성경을 대하는 마음, 읽어내는 능력이 약해진다.

신앙의 형태, 신앙에 도움을 주는 도구들은 개인적인 적용으로만 끝나지 않습니다. 개인들의 모습이 모여 시대를 이루고 다음 세대에 영향을 줍니다. 우리가 메시지를 선택한 건 우리 수준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메시지처럼 현대성을 고려해서 귀에 쏙쏙 들어오게 해주는 성경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메시지는 원래 말씀과 다릅니다. 하나님이 당시 사람들에게 어떤 뜻에서 하신 말씀인지 모르고 우리에게 어떤 말씀을 하실지만 생각하면 곡해하기 쉽습니다. 원류를 아는 사람이 지류를 찾으면 전체를 이해하지만 원류를 모르고 지류에만 발을 담그는 사람은 편협해지기 쉽습니다. 지류를 원류로, 심지어는 대양으로 착각하는 거지요.

성경 저자들은 문화를 무시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의 진리에 대해서는 문화에 맞서지만 예화, 비유, 상징, 설명, ……은 시대적 배경을 바탕에 두고 썼습니다. 그걸 알면 정말 풍성하지요. 여리고 성을 왜 돌라고 하셨는지 알면 사고 싶은 건물이나 땅 주위를 도는 행위가 쓸데없는 짓이란 걸 압니다. 말씀을 이해하는 수준이 떨어지면서 진리를 깨닫는 수준도 떨어지는 건 아닐까요? 에라스무스의 말입니다.

나는 농부가 쟁기질을 하면서 성경을 흥얼거리는 날이, 직공이 실을 짜면서 성경을 흥얼거리는 날이 여행자가 여행의 피곤함으로 지칠 때 성경의 이야기들과 함께 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열망한다.“

어떤 성경을 읽어야 삶에서 성경을 흥얼거리게 될까요? 제 수준에서 대답하라면 메시지를 읽되, 개역 성경도 읽어낼 수 있어야겠지요.”

자기를 돌아볼뿐더러 다른 사람도 돌아보아 (2012년 8월 좋은교사 책 소개글 중 일부)

나이트, 엘리 위젤, 예담

학교에서 아이들이 싸우는 걸 보면 유치 찬란하기 그지없습니다. 대략 순서는 이렇습니다. 길동이가 동길이를 똥길이라고 부릅니다. 그러자 동길이는 길똥이라고 맞받아칩니다. 길동이는 똥길이 주제에 까불지 말라 하고, 동길이 역시 길똥이 주제에 무슨 말이 그리 많느냐고 합니다. 이때 동길이가 길동이 머리카락을 슬쩍 치는 도발을 감행합니다. 이를 폭력으로 인식한 길동이는 왜 치느냐며 동길이 어깨를 밉니다. 이때부터는 밀리면 진다는 생각으로 상대방보다 강하게 맞받아칩니다.

5분만 지나면 이 싸움은 철천지원수끼리의 싸움으로 변해서 도구가 동원되기도 하고 각종 미사여구(?)가 작렬합니다. 구경하던 애들까지 엉겨서 집단 패싸움 양상을 띠기도 합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괜히 두 사람 사이에 앉은 경민이는 책상도 뒤집히고 가방도 사라지고 공책이 찢어집니다. 행여나 두 사람에게 반항이라도 했다가 공동의 적으로 찍히면 집단 따돌림까지 당합니다. 애꿎은 경민이는 자신에게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이유도 모른 채 고통을 당해야 합니다.

경민이는 한때 동길이와 친했습니다. 함께 운동하고 게임도 같이 했으며 어려울 때 도와주는 절친이었습니다. 그러나 자신도 모르는 싸움 때문에 이유 없는 고통을 겪어야 합니다. 다툼의 흐름을 타고 길동이와 친해져서 안전해지기도 하지만 동길이와 친했던 과거가 들통나거나, ‘배신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다시 고통 길에 들어설 수도 있습니다. 역사에서 경민이 자리에 앉아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고통 당한 민족이 유대인입니다. ‘돈이 많아서’, ‘수전노라서’, ‘예수를 죽인 민족이라서’, ‘그저 유대인이라서고통을 당했습니다.

나이트

지은이 엘리 위젤은 15살 때 가족과 함께 강제수용소에 잡혀갔고 가족을 잃었습니다. 아유슈비츠를 비롯한 포로수용소에 갇힌 유대인 이야기가 다 그렇듯이 이 책은 무겁고 슬프고 암울합니다. 실상을 모르고 유대인 학살 이야기를 소식으로 들은 사람에게 나이트는 밤에 악몽을 꾸게 할 겁니다. 저는 고통이나 고난을 감싸안고 끙끙대며 고민하는 사람이라 홀로코스트에 관한 책을 몇 권 읽었습니다. 그 중에서 이 책이 가장 무겁습니다. 책의 서문과 뒷표지에 이런 글이 적혀있습니다.

내 인생이 일곱 겹으로 봉해진 하나의 긴 밤으로 되어버린 그날 밤, 수용소에서 맞은 첫날 밤을 결코 잊지 않으리라. 그 연기를 결코 잊지 않으리라. 몸뚱이가 고요한 하늘 아래 연기로 화해버린 어린이들의 얼굴을 결코 잊지 않으리라. 내 믿음을 영원히 불살라버린 그 불꽃을 결코 잊지 않으리라. 살고자 하는 마음을 영원히 앗아간 밤의 침묵을 결코 잊지 않으리라. 하나님과 내 영혼을 죽이고 내 꿈을 잿더미로 만들어버린 그 순간들을 결코 잊지 않으리라. 하나님만큼 오래 산다 하더라도 이것들을 결코 잊지 않으리라. 결코 잊지 않으리라.”

위젤은 수용소에서 아버지가 곤봉에 맞아 죽어갈 때 곁에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마지막으로 아들의 이름을 불렀지만 엘리 위젤은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시끄럽게 굴어 나치 친위대의 분노를 산 아버지에게 속으로 화를 내기까지 했답니다. 아버지가 죽고 나서 엘리는 자신을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 마음 먹습니다.

수용소에서 한 소년이 교수형을 당합니다. 너무 가벼운 아이라 밧줄에 목이 매여 30분 넘게 몸부림치며 죽어가야 했습니다. 엘리 위젤은 그걸 지켜봐야 했지요. 그때 하나님은 어디에 있느냐?”

고 누가 물자 위젤은 속으로

하나님이 어디 있느냐고? 여기 교수대에 매달려 있지.”

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누굴 용서하고, 십자가에 달린 하나님이 거기 달려 있었다고 감상적으로 쓸 마음조차 들지 않습니다. 나이트는 불편하게 하는 정도가 아니라 속을 뒤집습니다. 그래서 읽어봐야 합니다. 책 줄거리와 제 생각을 쓰는 것도 불편합니다.

 

나는 고발한다. 누구를?

2차대전 패전국 독일과 일본은 나쁜 나라였습니다. 그럼 연합군은 좋은 나라였을까요? 영국은 신사의 나라가 아닙니다. 프랑스는 박애, 평화, 자유와 상관이 없습니다. 12시간 만에 위그노 3만 명을 죽인 건 약과입니다. 20세기에도 여전히 아프리카의 자유를 짓밟았습니다. 자유의 여신상이 빛나는 미국은 지금도 온 세상에 억울한 사람을 계속 만들어냅니다. 분노가 치밉니다. 그들이 싫습니다.

유대인 학살을 억울하게 여긴 유대인들은 팔레스타인을 몰아내고 이스라엘 국가를 세웁니다. ‘내가 억울하게 당했으니, 내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라면 팔레스타인의 억울함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논리입니다. 에밀 졸라가 팔레스타인을 옹호하며 나는 고발한다를 다시 써야 할 지경입니다. 물론, 유대인 입김이 강한 미국은 입을 다물 것이고 각나라들은 저마다의 논리로 자기 입장을 표명하겠죠.

같은 감정을 한국에 대해 느끼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동남아에서 꿈을 안고 온 노동자를 어찌나 괴롭혔는지 한국인이라는 게 부끄러울 때가 많습니다. 모조리 고발하고 싶습니다. 이들에 비해 내가 받는 고통은 상대적으로 너무나 별것 아니기 때문에 괴리감까지 느낍니다. 나는 부유하게 살면서 피상적으로 생각의 사치를 누리는 건 아닌지 생각합니다. 멀리 볼 것 없이 내 안에 있는 죄가 가증스럽습니다.

역사를 바꿀 수도 없습니다. 감상에 빠져 교수대에 하나님이 달려계셨어!’할 수도 없습니다. 억울한 죽음, 인간이라 생각할 수조차 없는 행동을 한 사람들, 이해할 수 없는 하나님의 침묵, 그리고 내 안에 있는 작은 죄악 하나조차 고치지 못하는 나 자신의 무능함…… 이 모두가 더해져서 저를 짓누릅니다. 하나님은 자기를 돌아볼뿐더러 다른 사람들도 돌아보라 하셨는데 너무나 큰 짐을 지려다 보니 작은 짐조차 지기 어렵습니다. 이런 책은 읽지 말아야 했는데……

 

용서, 나를 위해서라도 (2011년 5월 좋은교사 책 소개글)

해바라기, 시몬 비젠탈, 뜨인돌
용서, 치유를 위한 위대한 선택,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 양철북

참고 : 홀로코스트를 겪으며 포로수용소에서 살아난 작가들이 쓴 책을 많이 읽었다고 했습니다.
         그 중 제 마음에 가장 깊이 남은 책입니다.

일본에서 지진이 났습니다. 마음이 어떠신지요? 대부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여러 연예인들과 스포츠 스타들이 지진 피해자들을 위해 기부를 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들도 모금 운동을 하고 인터넷에 응원 글을 올립니다. 파견된 구조대도 다른 나라 구조대보다 더 열심히 일하는 것 같습니다. 전 세계 어디를 봐도 우리처럼 온 나라가 나서서 도와주는 나라가 없습니다. ‘, 우리나라가 이정도 마음을 갖고 있구나!’하는 감격이 솟습니다. 물론 고소하다고 하는 분도, ‘그럴 줄 알았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하나님의 심판이라고 말하는 목사님들도 계십니다. 진주만 공습의 대가라는 사람도 있고 속이 시원하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웃의 불행을 보고 심판과 대가를 말하는 이유는 과거 때문입니다. 일본이 우리에게 한 짓을 생각하면 치가 떨립니다. 과거 역사에 쿨하게 반응하는 미국도 진주만을 잊지 않습니다. 여기엔 용서라는 거대한 복병이 기다립니다. 내가 아무 잘못한 일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당한 일에 대해 용서해야 하나?

 

피해 당사자만이 용서할 수 있나?

해바라기는 나치가 세운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나온 유대인 이야기입니다. 지은이 시몬 비젠탈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나치에 의해 89명의 일가친척이 학살당하고 겨우 살아남습니다. 렘베르크의 야노프스카 집단수용소에 갇혀있던 어느 날 독일 병사의 요청으로 한 병실에 들어갑니다. 부상당해 죽어가면서 마지막으로 자기 고백을 들어줄 유대인을 찾은 병사를 만납니다.

병사는 러시아 도시인 드네프로페트로프스크에서 위장 폭탄에 독일군 30명이 죽자 유대인 300명을 교회에 몰아넣고 기름을 뿌리고 불을 붙여 죽였다고 말합니다. 자신도 그 자리에서 유대인들을 죽였다며 용서해 달라고 합니다. 아이를 안고 뛰어내리는 아버지를 향해 총을 쏘았는데 아이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지금도 제 눈앞엔 그들이 보여요. 그 아이하고 부모가 보여요

하며 죄를 자백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진심으로.

시몬 비젠탈은 손을 놓고 나와 버렸습니다. ‘용서는 피해 당사자만이 할 수 있다는 생각과 그가 정말 용서를 구한 것이라면 들어주어야 하지 않았나?’는 생각에 고민합니다. 수용소라는 최악의 장소에서 용서에 대해 토론합니다. 수용소에 갇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유대인들이 용서를 토론합니다. 수용소에서 벗어난 뒤에 시몬 비젠탈은 철학자, 종교 지도자, 이름난 석학……에게 편지를 보내 묻습니다.

내가 그 사람을 용서해야 했습니까?”

아브라함 헤셀, 신시아 오지크, 자크 마리탱, 허버트 마르쿠제, 프리모 레비 등이 답신을 보냈고 한국판에는 달라이 라마, 데스먼드 투투, 해리 우(인권 운동가)를 비롯해 홍세화, 윤미향(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사무총장), 김태헌(5. 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사무총장)씨의 답신도 들어있습니다.

필립 얀시는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에서 처음 답장을 보낸 32명 중에 용서해야 했다는 대답이 6명뿐이었다고 적었습니다. 응답자 대부분은 용서하지 않은 채 뿌리치고 나온 게 당연하다고 답했습니다. 세계적인 석학들이며 철학자들 대부분이 잘못을 고백하는 독일 병사를 용서하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심지어 그리스도인 신학자들조차 용서를 말하지 않았습니다. 죄를 고백한 그는 용서받을 자격이 있나요?

일본은 죄를 고백하지도 않습니다. 독립기념관에 있는 고문실을 보고 그래도 용서해야 한다고 말할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요? 안중근, 윤봉길의 후예가 아니더라도 친일파에 대해 분노하며 이토 히로부미는 죽는 게 마땅하다고 외칩니다. 독도는 어떡하지요? 일본이 만주철도부설권을 받고 팔아버린 간도는 어쩝니까?

 

용서, 치유를 위한 위대한 선택

시몬 비젠탈은 포로수용소에서 살아난 이후 미국전쟁범죄조사위원회에서 활동하며 1100명 이상의 나치 범죄자들이 법의 심판을 받도록 했습니다. 용서보다는 죄의 대가를 치르는 일을 했습니다. 용서, 치유를 위한 위대한 선택을 지은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는 브루더호프 공동체를 세운 에버하르트 아놀드의 손자로 대가를 치르는 일이 아니라 용서하는 일을 주로 했습니다.

브루더호프 공동체는 단순한 삶, 공동체, 비폭력을 실천하는 국제 공동체입니다. 이곳에서 아놀드는 복수가 아닌 용서를 말합니다. 복수는 상처를 치유하기는커녕 허탈함과 분노만 안겨줄 뿐입니다. 책에는 끔찍한 배신과 학대, 테러에 이해할 수 없는 용서로 대응한 사람들 이야기가 나옵니다. 브루더호프 공동체와 상관없이 하나님 때문에 용서한 사람도 있고 브루더호프 공동체에서 용서할 힘을 얻은 분도 있습니다. 저자는 예수님이 말씀하셨듯이 오른쪽 뺨을 맞고 나서 왼뺨도 돌려대는 일을 말합니다. 심지어 용서할 뿐만 아니라 회복시켜주는 일까지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책에 나오는 용서의 용사들을 보면서 저는 참 대단한 사람들이다. 어떻게 이런 일까지 용서할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대단한 용기, 고귀한 행동에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용서하는 일은 만만치 않습니다. 날마다 똑같은 행동을 되풀이하면서 뻔뻔하게 다른 아이 핑계대는 우리 반 아이를 어떻게 용서합니까? 교육적인 목적을 위해서라도 징계는 불가피합니다. 교사인 나 자신은 전혀 아이에게 불만이 없으며 미워하는 마음이 없다고 말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아이의 미래를 위해 징계할 수밖에 없는 일이지요.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상처받기 쉬우며 그만큼 용서하기 더 힘듭니다. 부부 사이에서, 학대하는 부모를, 더 나아가 자기 자신을, 궁극적으로 하나님을 어떻게 용서할 수 있을까요? 저자는 치유를 위해서라도 용서를 선택하라고 합니다. 용서하는 사람은 죄의 사악성을 그대로 바라보면서 길고 긴 고통의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이 책이 말하는 용서의 조건은 이해배려’, ‘용서하는 자의 좋은 성품이 아니라 겸손을 꼽습니다. 교만한 사람은 용서할 수 없답니다. 그러고 보면 용서할 수 없다고 외치는 순간의 자신은 항상 옳고 정당합니다. 나는 의로우며 하나님도 내 편을 드실 거라 생각하죠. 결국, 용서는 자신을 치유하기 위한 위대한 선택인가 봅니다.

 

용서, 사마리아를 넘는 필수조건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예루살렘과 온 유다와 사마리아를 넘어 땅끝까지 증인이 되라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이 말씀을 전도하자는 말로 이해합니다. 한국에서 가장 먼 곳까지 가서라도 복음을 전하자고 말합니다. ‘땅 끝까지, 끝 날까지 증인이 되자!’ 그래서 이프카니스탄에도 가고 요르단과 시리아에도 갑니다. 말씀을 자세히 봅시다. 땅끝이 목표이지만 단번에 땅끝까지 가라 말씀하지는 않았습니다. 땅 끝에 이르려면 예루살렘과 유다와 사마리아를 넘어야 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장 미워하며 경멸한 사마리아를 넘어 땅끝까지 가야 합니다.

오바댜서는 딱 한 장으로 쓰인 말씀입니다. 이스라엘이 고난당할 때 구경하며 이스라엘을 괴롭힌 에돔 족속에 대한 심판의 선언입니다. 오바댜는 가시 같은 이웃에 대해 말합니다. 이스라엘에게 가시 같은 이웃이 바로 사마리아입니다. 바리새인들이 끔찍하게도 싫어한 사마리아를 사랑하지 않으면, 그들을 용서하고 품지 않으면 땅끝에는 이를 수 없습니다. 한국의 사마리아가 누구입니까? 바로 일본입니다. 일본을 용서하지 않고 우리가 땅끝까지 갈 수 있을까요?

우리는 일본이 지진으로 힘들어할 때 기꺼이 구호품을 보냅니다. 유명인들이 큰 돈을 선뜻 내놓으며 언론의 칭찬을 누립니다. 독도는 정부 간의 문제이지만 어려움 당한 이웃을 돕는 일은 사람 사이의 일이라며 아량을 베풉니다. 왜 이렇게 행동할까요?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에서 할아버지는 이렇게 가르칩니다.

어떤 사람들은 계속해서 주는 것을 즐긴다. 그렇게 하면 받는 사람보다 자신이 잘났다는 허세와 우월감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말로 해야 할 일은 받는 사람의 자립심을 일깨울 수 있는 작은 뭔가를 가르쳐주는 일이다.”

우리가 이런 마음으로 일본을 돕는 건 아니겠지요. 용서까지 나갈 마음이 없기 때문에 일본 사람들에게 주는 걸 즐기는 건 아니겠지요. 내게 있는 것으로 남을 돕는 일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어려운 일은 내게 피해를 준 이웃을 사랑하고 용서하는 일입니다. 예수님이 내게 하신 것처럼 이웃에게 그대로 행하는 게 왜 이리도 어려운지요! 하필 왜 일본일까요? 이 숙제를 어떻게 풀어 가시렵니까?

 

거룩한 문장 속으로의 여행 (2009년 6월 좋은교사 책 소개글)

하나님을 향한 여정, 요단 - 프레드릭 뷰크너 
통쾌한 희망사전, 복 있는 사람- 프레드릭 뷰크너

 

원래 뜻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낱말을 읽고 싶어요.

예수님 시대에 태어났다면 저는 바리새인이 되었을 겁니다. 곧이곧대로 규정을 들이대는 면에서 그렇습니다. 지금은 하나님 은혜를 받아, 규정을 주로 제게 들이댑니다. 하지만 예전에는 다른 사람에게 그 규정을 많이 들이댔습니다. 물론, 소심하고 용기 없는 성격 탓에 다른 사람에게 버거운 짐을 지운 적은 별로 없습니다. 이런 성격은 어떤 면에서는 좋게 작용하기도 합니다. 그 중 하나가 낱말이 가진 본래 뜻에 대한 집착입니다. 낱말의 의미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집사를 살펴봅시다. 성경에서 말하는 집사와 한국 교회에서 말하는 집사는 다릅니다. 저는 지금 이 시대에서 살기 때문에 한국 교회에서 말하는 집사에 해당하는 뜻을 받아들이면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못합니다. 성경이 말하는 뜻 그대로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교사도 그렇게 보고 좋은 교사도 그렇게 봅니다. 그러니 저는 집사 수준도 못 되고 좋은 교사와는 거리가 멀지요.

낱말이 가진 본래 의미를 따지다 보면 세상이 삐딱해 보입니다. 세상에 쓰이는 낱말 중에 원래 뜻을 가진 낱말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필립 얀시는 은혜(grace)’가 본래 뜻이 겨우 남아있는 몇 안 되는 낱말 중 하나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은혜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습니다. 내가 은혜를 받은 경험이 풍부해서가 아니라 받을 자격이 없는 자에게 거저 주는 선물이라는 낱말의 본래 뜻이 좋아서 그렇습니다.

이런 제 성향에 맞는 책은 낱말의 의미를 정확하게 사용한 사람들 작품입니다. 그렇다고 딱 맞게 설명했다는 건 아닙니다. A=B라고 말하기보다는 A, B의 뜻을 정확하게 설명함으로 차이가 저절로 드러나게 하는 작품입니다. 바리새인에 대한 설명을 한다면

모세의 율법은 바리새인들의 율법이 돼버렸고 사람이 하나님 앞에 의로울 수 있느냐는 질문은 안식일에 틀니를 끼는 것이 적법하냐로 바뀌어 버렸다.”

라고 쓰는 경우죠. 동시에 행간에 내용이 풍성하게 담겨 있다면 더할 나위 없지요. 이 문장은 통쾌한 희망사전이라는 책에서 메시아를 설명하는 곳에 나와 있습니다.

 

삐딱한 그리스도인을 위하여

프레드릭 뷰크너는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입니다. 관계대명사를 줄줄이 이어 글을 쓴다는데 저는 영어 실력이 안 돼서 잘 모릅니다. 여러 낱말의 뜻을 잘 살리지 않으면 그렇게 이어지는 문장을 통해 의미를 전하기 어렵겠죠. 퓰리처상을 비롯한 여러 작가상에서 수상하였거나 후보로 올랐다니 문장 실력은 대단한가 봅니다. 한글로 번역한 내용만으로도 탁월한 문장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쉽게 읽을 수 있는 소설 중에서도 한 문장을 몇 번이나 되풀이해서 읽게 만드는 분이 있는데 뷰크너가 그렇습니다.

통쾌한 희망사전이라는 제목 앞에는 <삐딱한 그리스도인을 위하여>라는 부제가 붙어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여 그분처럼 되기로 애쓰는 사람들인데 지금은 교회 다니는 사람들을 부르는 낱말이 되었습니다. 뷰크너가 삐딱한 그리스도인이라 지목한 사람들은 생각이 어긋나서 삐딱한이라는 뜻이 아니라 고민하기 때문에 삐딱하게 보이는이 아닐까요? 낱말의 본래 뜻을 살아내기 위해 고민하기 때문에 생각이 삐딱하게 보이는 사람들 말입니다.

이 책은 낱말을 해설한 사전입니다. 그렇다고 A=B라고 설명하는 사전은 아닙니다. 뷰크너가 생각하는 낱말의 뜻을 자기 경험과 생각으로 풀어 쓴 사전입니다. 예를 들어 기쁨에 대한 설명은 이렇습니다.

행복은 대개 우리가 예상한 곳에서 등장한다. 멋진 결혼, 좋은 직장, 즐거운 방학 등. 한편 기쁨은, 그것을 유산으로 남긴 분을 닮아서인지 못 말릴 정도로 예측불허다.”

이런 식으로 160여 개 낱말에 관한 생각을 적어놓았습니다. 찬양이 무엇인지 창조는 어떤 의미인지, 하나님은 누구이고 목사는 무얼 하는 사람인지 고민한 분이라면 이 책이 정말 재미있을 겁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자주 웃었습니다. 동의한다는 뜻이죠. 같은 고민을 이렇게 풀어놓은 분께 대한 존경이죠. 웃음이 존경일 수 있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며 자주 느꼈습니다. 또한 몇 번이나 같은 문장을 읽게 만드는 재주가 있습니다.

 

책을 읽다가 웃은 문장 중에서

뷰크너, 즉 이름” - 출애굽기에서 하나님은 모세에게 당신의 이름이 여호와라고 말씀하신다. 그 후로 하나님은 마음 편할 날이 없으셨다.

성경” - 성경을 문학으로 읽는 것은 모비딕을 고래잡이 지침서로 읽거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을 구두법 때문에 읽는 것이나 다름없다.

되풀이해서 읽은 문장 중에서

우상숭배” - 우상숭배는 상대적 가치를 지닌 대상에 절대적 가치를 부여하는 행위다.

탐식” - 탐식하는 자는 영적인 영양실조를 치료하기 위해 냉장고를 덮치는 사람이다.

 

하나님을 향한 여정

뷰크너의 또다른 책으로 하나님을 향한 여정이 있습니다.

당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진실을 의심하지 마시오. 왜냐하면 세상은 경이로움으로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을 향한 여정을 이끌어가는 중심문장입니다. 이 문장에서 경이로움은 어떤 사실을 말할까요? 대단한 영적 체험은 당연히 경이로움이지요.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거나 병을 고치는 것도 경이로움일 겁니다.

그러나 삐딱한 그리스도인에 속하는 저는 그런 것을 보면서 경이롭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치유 집회에 가면 저는 치유를 받아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관찰자가 됩니다. ‘하나님이 고쳐주셨습니다라고 고백하는 분이 있다면 며칠, 몇 달을 두고 관찰합니다. 정말 하나님이 고쳐주셨는지! 이런 모습에는 경이로움이 없습니다. 경이로움을 느낀 그분들이 몇 달이 지나지 않아 하나님이 고쳐주신 그 암으로 죽는 걸 여러 번 봤기 때문입니다.

뷰크너가 말하는 경이로움은 당연히 급하고 강하게 일어나는 변화를 말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은혜’, ‘놀라움’, ‘기적을 정확하게 적은 카드를 보여주는 걸 경이로움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뷰크너는 자기 삶에 편만한 하나님의 모음, 흔적을 세어보았고 그걸 적었습니다.

히브리어에는 모음이 없습니다. 원래 없었는지 없어졌는지 모르지만 자음뿐입니다. 하나님이 자음만을 주신 까닭은 자음이 정확한 뜻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모음을 우리가 연결해야 하기 때문이랍니다. 뷰크너는 이것을 은혜의 알파벳이라고 부릅니다. 하나님의 뜻은 정확하게 낱말 뜻을 알려주는 설명처럼 드러나지 않고 우리 삶과 어우러져 드러난다는 뜻입니다. 은혜의 알파벳은 모음이 없어서 언제나 장막에 싸여있고 신비하고 비밀스럽답니다. 우리가 모든 믿음과 상상력을 동원하여 의미를 탐구하고 모음을 채워야 한답니다. 하나님은 늘 이런 식으로 말씀하십니다. 그러니 모음을 채워넣는 수고를 하는 사람만 그 은혜를 알 수 있겠죠.

하나님을 향한 여정은 하나님이 보여주신 자음이 어떻게 뷰크너에게 모음을 채워 넣은 온전한 낱말로 다가왔는지 설명합니다. 이 책은 세 장으로 되어있습니다. ‘시간 이전, 시간 이후, 시간 너머입니다. 한 번 읽는 것으로 뷰크너의 책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아직 시간 이전과 이후, 너머의 의미를 정확하게는 모릅니다. 다만 뷰크너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떠올리는 모든 사건이 하나님께서 보내신 자음이라고 합니다. 적절하게 자신이 모음을 채워 넣어 하나님 뜻으로 받아들인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지요.

아버지가 자살하고 삼촌이 자살한 슬픔과 고통을 이겨내는 것을 사실적인 묘사로 써도 은혜가 되겠지만 전혀 다른 방식으로 글을 써냅니다. ‘내가 겪은 모든 일은 하나님이 주관하신 것이었고 은혜였다는 쉬운 결론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읽은 책과는 전혀 다른 맛입니다. 문장과 낱말을 사용하는 방식이 전혀 달라 읽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습니다. 이 맛을 설명하기엔 제 설명력에 한계가 있습니다. 서혜미 선생님께 이 책을 소개했더니

소개해주신 책, 주님의 은혜가 강물 되어 흐르네요!”라고 문자를 보내셨습니다. 제게도 그랬습니다. 여러분도 같은 경험을 하고 싶으시다면 읽어보세요. 책 소개만 읽지 마시고 책을 읽어보세요.

이 글을 소개한 뒤에 나온 세 권도 너무너무 좋습니다.
얇지만 묵직~~~~~한 책입니다.

1. 주목할만한 일상
2. 기이하고도 거룩한 은혜
3. 일상을 말하다

박영선 목사님과의 만남 (2009-1월 좋은교사 책 소개글)

참고 : 아브라함이 우르를 떠나 하란을 거쳐 가나안에 가는 이야기는 『하나님의 열심』에 나옵니다.

 

종교개혁자들은 우리에게 성경을 돌려주었건만……

  내년(2010년)은 칼빈이 태어난 지 500년이 되는 해입니다. 칼빈 500년을 기념하기 위해 여러 행사와 학술대회가 준비되고 있습니 다. 종교개혁을 한 마디로 말한다면 무엇일까요? 사람들은 대부분 면죄부를 생각합니다. 면죄부가 가장 큰 이유였을까요? 종교개혁의 핵심은 면죄부를 없앤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성경을 돌려준 일입니다. 사제들만, 그것도 라틴어로만 읽던 성경을 모든 하나님의 백성에게 돌려준 게 가장 큰 공로입니다. 에라스무스가 외쳤죠!

아낙네들이 밭을 매면서 자신들 모국어로 된 성경을 흥얼거리며 피로를 잊는 날이 올 것이다!”

하나님의 은혜로 종교개혁가들은 우리에게 성경을 돌려주었습니다. 말씀이 우리를 세웠고 말씀이 우리를 인도했습니다. 태초에 계신 말씀이 지금도 우리와 함께 계셔서 생각나게 하시고 이끌어 가십니다. 그런데 칼빈 탄생 500년을 맞는 지금, 수없이 많은 성경 번역본이 팔리는 지금, 원하기만 하면 - 어쩌면 원하지 않아도 저절로 - 말씀이 들려지는 지금, 우리는 그 성경을 몇몇 전문가들에게 다시 돌려줍니다.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성경을 모릅니다. ‘해석과 적용은 우리가 다 해줄 테니 잘 듣고 따라하기만 하면 된다.’는 쉬운 복음을 따라갑니다. 긍정의 힘은 잘 팔리지만 강해설교집을 누가 삽니까?

 

말씀을 듣는 수준에 그치니 교인만 있고 성도는 없다.

기독교가 실컷 욕을 먹습니다. 강단에서 전해지는 설교의 질도 떨어졌다고 합니다. 방송을 통해 전해지는 설교 중에 몇몇은 저 말씀이 과연 성경 말씀에 맞나?’ 할 정도입니다. 성경 한 번 안 읽고도 권사, 장로가 되는 세상입니다. 말씀이 아니라 상식이 교회를 지배합니다. 하나님은 상식의 하나님이시지만 상식을 뛰어넘는 하나님이시기도 합니다. 상식만이라도 지켜지면 다행이지요.

20081118, 국민일보에서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이슬람과 기독교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두 종교가 이름만 다를 뿐 서로 같은 신을 섬긴다는 응답이 24.3%였습니다. 기독교인 중에 같은 응답을 한 사람은 22.4%였습니다. 이 응답이 24.3%가 되려면 일반인 48.6%에 기독교인 0%가 합쳐져서 24.3%가 나와야 정상입니다. 하지만 교회 다니면서 이 차이를 모르는 사람이 22.4%입니다. 이슬람교도와 결혼해도 된다는 응답은 58.3%였다고 합니다. 이 중 얼마나 많은 교인이 있을까요? 자기 생각으로 교회를 다닙니다. 그래서 교회간 신자 이동률이 점점 높아집니다. 내 마음에 안 들면 교회 옮기면 그만입니다. 하나님 말씀이 뭐라고 하시는지는 묻지도 않습니다. 내 맘에 안 든다면 하나님이라도 바꿀 겁니다.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하나님 말씀을 모릅니다. 교인은 될지 몰라도 성도는 아닙니다. 긍정의 힘, 잘 되는 나를 좋아하면서 여전히 자기 자신에게 초점을 맞츱니다. 자기 삶에 하나님이 축복을 내리시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말씀과 씨름해야 합니다. 지금 읽은 부분 다음 구절을 읽고 싶어 날밤을 세운 기억이 있어야 합니다.

 

박영선목사님과의 첫 만남

대학교 2학년 마치고 겨울 방학 때 성경을 깊이 보는 수련회를 참가해서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하루에 한두 시간만 자고 20시간씩 5일 동안 성경만 봤습니다. 잠도 전혀 오지 않고 피곤하지도 않았습니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자는 피곤치 아니하며 곤비치 아니하며……

이 말씀이 성취되는 걸 느꼈습니다. 성경은 제가 읽은 책 중에 가장 많이 읽은 책이고 가장 모르는 책입니다. 그렇게 말씀에 빠졌고 그때부터 기독교 서적도 읽기 시작했습니다. 한참 하나님 말씀에 빠졌을 때 구원, 그 이후라는 책을 후배 자취방에서 우연히 봤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 집에 가면 꼭 책장을 기웃거립니다. 친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염치불구하고 책장은 살펴봅니다. 아마 구원, 그 이후라는 책을 보게 된 것도 이런 제 습관을 고착시킨 원인일 겁니다. 처음엔 이름도 낯설었고 제목도 식상했습니다. 구원, 그 이후라면 구원받았으니 그리스도인으로 책임을 다하자는 내용이겠지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제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습니다.

당시 책은 대부분 서술형으로 쓰여졌습니다. 그런데 목사님은 말하는 것처럼 적어놓았습니다. 그러면서 계속 따지는 겁니다. “원수를 사랑하라고 했는데 공감하십니까? 왜 공감하십니까? “부모님을 사랑하는 게 옳습니까?” 윤리로서 당연히 옳은 게 아니냐 묻지 말고 성경을 근거로 답변하라고 합니다. 특히 구원받는다는 게 무엇인지 계속 묻습니다. 교회에서 여러 번 들은 이야기라 당연하다고 여기는 게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질문을 받으면 딱히 대답할 말이 없어 믿으면 다 알게 돼!’ 할 수밖에 없는 내용입니다. 이걸 목사님이 꺼내고 있었습니다. 정확하게 설명하기 전에는 절대 못 넘어간다는 말투로 꼬치꼬치 캐묻습니다.

우리는 성경에 대답이 있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성경이 어떻게 대답하는지 찾지 않습니다. 내 생각에 맞는 성경 구절 몇 개를 골라 나를 합리화시키는 게 고작입니다. 그래서 설명할 수 없는 믿음, 확신할 수 없는 구원, 목숨 걸고 실행할 수 없는 계명을 붙들고 살아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말씀과 현실이 부딪치면 현실을 선택하고 어쩌다 떠오르는 말씀을 배경으로 깔아버립니다. 말씀을 바탕으로 심각한 질문을 하지 않습니다.

박영선 목사님은 이런 에 대한 대답을 찾고 있습니다. A=B이다로 공식화해서 지식으로 전달하지 않고 계속 질문을 던지면서 함께 찾아가게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은 좀 딱딱하고 어렵습니다. 잠시 문장을 놓치면 내용이 떠다닙니다. 그래도 이 책이 너무 좋았습니다. 특히 가사와 가드와 아스돗에 남겨둔 작은 무리가 결국 이스라엘을 뒤흔드는 적이 되었다고 설명하는 부분이 기억에 남습니다. 말씀을 말씀으로 풀어가며 말씀을 가르치려는 모습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말씀에 대한 집중이 필요한 때

구원, 그 이후가 너무 좋아서 당시에 출간된 박영선 목사님 책을 거의 다 샀습니다. 읽으면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하나님 말씀이 주는 오묘함과 달콤함이 너무 좋았습니다. 성경을 보는 눈도 넓어지고 기초를 다지게 되었습니다. 아브라함의 믿음이 아브라함의 것인지 하나님의 은혜인지 꼼꼼히 따져보았습니다. 구원이 과연 어떤 의미인지 다시 생각했습니다. 출애굽 사건이 이스라엘과 나에게 무엇을 말하는지 고민했습니다. 목사님이 언제 새 책을 내나 기다렸습니다. 이동원 목사님, 김서택 목사님의 강해집도 참 좋았지만 알려주고 전달하는 형식이라 박영선 목사님 책이 제겐 맞았습니다. 다만 목사님의 최근 책은 조금 바뀌었습니다. 책이 많이 팔리지 않아서인지, 목사님이 말씀을 깊이 살피면서 더욱 성숙하셔서 변한 건지 잘 모릅니다. 그래도 여전히 말씀을 그냥 받아들이라 말하기 전에 이유를 찾아 설명하려고 합니다. 또 하나 좋은 점은 외국작가의 책을 한국상황에 맞게 재해석했다는 걸 꼭 밝히십니다. 설교로 유명한 목사님 중에 외국 작가의 강해설교집을 마치 자기 것처럼 설교하는 분이 많습니다. 마치 당신이 그걸 알아낸 것처럼 말합니다. 정직하지 못한 거죠! 박영선목사님은 책 내용을 자신이 시작하지 않았음을 정직하게 밝힙니다.

박영선 목사님의 책이 다시 읽혀져야 합니다. 상대주의가 라는 질문을 몰아내고 있기 때문에 더욱 에 집중해야 합니다. 목사님이 15년 전에 쓴 책에도 기독교는 왜 욕을 먹는가?’, ‘우리는 왜 영향력이 없는가를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목사님 말씀을 들었다면 지금 같은 소리를 듣지 않겠지요!

지금 우리는 개독교라는 말을 듣고도 화를 내지 않습니다. 하도 들어서 그 사람들은 그래!’하며 잊으려고 합니다. 우리는 왜 변하지 않았을까요? 목숨 걸고 우리에게 하나님 말씀을 들려준 칼빈 탄생을 축하하는 행사를 하면서도 스스로 성경을 읽고 그 말씀이 무슨 뜻인지 고민하지 않을까요? 큐티 안내 책자가 없으면 큐티도 못하는 수준이 되었을까요? 하나님의 말씀은 살아있고 능력이 있어 관절과 골수까지 쪼개는데 그걸 느껴본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됩니까? ‘예수 믿으면 장사도 잘 되고 아이들도 바르게 크고 다 좋더라!’는 수준에 발을 올려놓고 따라가기만 합니다.

2009, 칼빈 500년을 기념하는 해의 첫 달에 박영선 목사님을 소개합니다. 목사님이 아닌 다른 분이라도 괜찮습니다. 정말 말씀에 대한 고민, 그 고민에서 말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주는 책이 있다면 꼭 읽어보세요. 무엇보다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완성하신 하나님 말씀을 꼭 읽어봅시다.

 

<1학기를 마치며> 글을 썼다.
아이들 모두 똑같이 쓴 말, 시간이 빨리 갔다.
지난해엔 시계추에 쇳덩어리가 달린 것처럼 느리게 가더니 올해엔 왜 이렇게 빨리 가는지~

1. 착한 장녀가 쓴 글

이상하게도 6학년이 되고 시간이 참 빠르게 흘러간다. 지금까지 중 가장 빠르게 흘러간다. 1학년부터 4학년까지 그냥 매일매일 학교 가기 싫었다. 그런데 전학 온 뒤로 내 성격이 좀 달라진 것 같다. 또 6학년 시작하고 난 뒤 성격이 5학년 때와 좀 더 바뀌었다. 난 더 활발해졌다. 아! **도 좀 바뀐 것 같다. 이상하게도 학교에 있으면 시간이 참 빨리빨리 간다. 그래서 싫다. 난 ‘학교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도 어느 정도 한다.
 
우리가 6학년이니 우리 학교 학생들 중 가장 위다. 그러니 더 좋다. 6학년이라서 싫은 점도 있다. 1년만 지나면 중학생이다. 그래서 싫다. 난 이래서 방학도 싫다. 방학이 오면 학교 못 오고 겨울방학 끝나면 중학생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방학이 싫다. 예전에는 방학이 좋았다. 학교 안 가도 되니까. 하지만 지금은 엄청~! 싫다. 학교 못 가니까.
 
우리 반의 좋은 점은 엄~ 청~ 많다. 우리 반은 다른 반과 달리 글을 쓴다. 그리고 곤충에다 병아리까지 키운다. 실과에서 밭과 관련된 내용이 많아 우리가 식물도 키운다. 완전 ‘꿈의 학교’다. 막 만화에서만 나오는 곳, 바로 여기! 우리 반! 그냥 쭉~~~ 학교에서 계속 지내고 싶다. 계속 6학년만 하고 싶다!!!!!
 
 
 
 
 

2. 나랑 정반대 성향의 여학생
1학기를 마쳐 간다. 정말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6학년이 어떻냐 하면 매우 좋았다.
자연 친화적이고 놀이를 많이 한다. 친구들이랑 잘 놀았던 것 같고 공부도 잘 이해됐던 것 같다.
싫었던 건 없고, 괴로웠던 건 학폭을 안 당해 모르겠고, 즐거웠던 건 ~
(제가 다 알려줘야 하나요? 상상해보세요.)

 

3. 착하고 소심한 남학생
6학년은 이상하게도 시간이 빨리 갔다. 곧 있으면 여름 방학이다. 6학년은 즐거웠다. 재미있게 공부하고 재미있게 노는 게 좋고, 6학년이 빨리 가는 게 아쉽다. 6학년은 괴롭고 안 좋은 줄 알았지만, 생각과 다르게 재미있는 곳이다.
우리 반은 글과 책 읽기를 많이 한다. 나는 책을 싫어했지만, 책이 조금이라도 좋아진 것 같다. ~

4. 시끄러운 긍정왕 남학생
6학년 좋았고, 싫지 않고, 괴롭지도 않았다. 즐거웠고요, 아쉽지 않았어요.
6학년은 즐거운 추억들을 만들어서 기분 좋았다. 다양한 활동을 많이 했다.
삼겹살 파티, 달빛 독서가 좋았다. 선생님은 착하고 성실했다. ~

5. 사랑이 고픈 아이는 글 뒤에 편지를 썼다.
~ “선생님, 이번 1학기도 잘 넘겼으니 2학기 때도 1학기보다 더 재미있게 놀아주세요. 그리고 추억을 더 많이 새겼으면 합니다. 방학 동안 선생님을 보고 싶을 거예요. 방학은 좀 더 길어졌지만 2학기에도 하루하루를 알차게 보내봐요. 다음엔 더욱더 많은 경험을 쌓아봐요. 많이 죄송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콘텐츠들을 제공해주셔서 감사해요. ~

6. 규칙을 잘 지키는 남학생
6학년 때는 1학년 때보다 시간이 빨리 간다. 이유도 있다. 내 생각엔 선생님께서 자세하게 설명해주신다. 설명을 들으면서 지식이 는다. 지식이 늘면서 공부를 하는 게 즐겁다. 시간이 빨리 갈 때가 또 있다. 열심히 독서할 때다. 열심히 집중해서 읽으면 영화를 보듯이 빠져든다. 빠져들면 시간이 빨리 간다. ~

7. 멀리서 볼 때와 달랐던 남학생
6학년이 된 이후 시간이 너무너무 빨리 가서 아쉽다. 왜 6학년은 시간이 빨리 갈까? 5학년 때는 시간이 너무너무 늦게 갔다. 6학년은 시간도 빨리 가고 즐거워서 너무 좋다. ~

8. 시크한 여학생
1학기가 벌써 끝나간다니 시간이 참 너무 빠르다. 6학년이 되고 여러 좋은 점들이 있었다. 일단 현장 학습을 많이 간다. 보통 6학년들만 가는 현장학습은 한 달에 한 번 종도? 많이 가는 편이다. 또 좋은 점은 내 생각일진 몰라도 공부가 재미있다. 뭐라고 설명해야 될 진 모르겠지만, 공식 그 자체가 흥미로워서 재미있게 공부한 것 같다. 그리고 우리 6학년은 6학년들의 텃밭이 있기 때문에 농작물을 기르는 재미도 있었던 것 같다. 우리 반은 닭도 키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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