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해서일까
?
새로운 학교에 가면 첫해가 힘들었다.

소달초에서 아픈 아이들과 지내다가 4년이 흘렀다. 미로초로 옮겼다.
미로 아이들이 참 착했는데도, 소달초에서 아끼고 사랑한 아이들과 헤어지면서 옮긴 학교여서 마음이 무거웠다.
그런데 미로초에서 4년 지내며 아이들을 또 사랑하게 됐다.
소달초에서도 한 해 더 근무하고 싶었는데 못 했고 미로초에서 아쉬워하며 떠났다.

여름방학 때 지역아동센터 다니는 몇 아이를 위해 미로초 도서관에서 책 놀이 수업을 했다.
그때 미로초 아이들이 달빛독서캠프하자고 졸랐다실컷 책 읽고 싶다!’는 말이 자꾸만 마음을 흔들었다.
미로초 선생님께 애들이 캠프하자고 조르네요!” 하고 말했다.
할 수 있냐고 묻기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얼마 뒤에 전화가 왔다. 캠프하자고우리 학교도, 미로초 구성원도 좋다고 했다.

<<달빛 독서를 하다.>>
미로초 담당교사와 의논해서 계획서를 만들었다.
미로초와 우리 학교에서 각각 신청을 받았다. 미로초 3~6학년 22, 삼척남초 8명이 신청했다.
2019년과 2020년에 미로초에서 담임으로 가르친 아이들이 지금 5, 6학년이다.
미로초 5~6학년 중 독감 걸린 아이, 특별한 아이 둘 빼고 모두 신청했다.

우리 학교 아이들 데리고 삼척남초 도서관에 갔다. 아이들이 출입문 앞에서부터 환영해줬다.

1. 달빛 독서캠프

. 책 놀이 90: 두 학교 아이들이 친해지는 놀이를 했다 (책으로 자기를 소개하는 놀이, 정확한 높이로 책을 쌓는 놀이). 저녁 식사 : 학교 앞 식당
. 7~9시까지 책 읽기
. 간식(피자) : 30
. 930~1030: 책 읽기
. 10분 휴식하고 1130분까지 책 읽기
. 핑퐁게임으로 소감 나누고 글쓰기(40)

7시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 놀이는 가볍고 즐겁게, 달빛 독서는 진지하게 참여하도록 분위기를 잡아야 한다.
먼저 규칙을 알려주었다.
가. 자세는 편하게. 누워도 되고 앉아도 되고 마음대로 해라. , 다른 사람을 방해하면 안 된다.
나. 만화를 한 권 읽으면 만화 아닌 책을 한 권 읽는다.
    (그림책은 포함하지 않는다. 계속 그림책만 읽어도 되지만 만화 읽고 그림책 읽고 다시 만화 읽는 건 안 된다.
     만화를 읽으면 반드시 줄글 책을 읽어야 한다.)
다. 책을 읽으면 제목과 평점을 써야 한다.

우리 반이었던 5~6학년은 곧바로 책에 빨려 들어갔다.
3~4학년은 학교에서 자는 게 좋아서 신청했다. 책 읽기 시작할 때 분위기를 장악하지 못하면 힘들다.
달빛 독서캠프는 책을 읽기 시작하는 10분이 중요하다.
여기저기 흩어진 아이들 사이를 다니며 책 읽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좋은 책을 읽는다고 칭찬하고, 편하게 읽으라고 격려하고 떠드는 아이에게 책을 권하고 지켜보고~
조용해진 뒤에도 책을 읽다가 가끔 일어나 여기저기 다니며 아이들을 격려한다.

3학년 남자아이들이 계속 낑낑댄다. 책을 넣었다 뺏다 하고, 친구와 붙어 소곤거리고~
그때마다 재빨리 다가가서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달빛 독서캠프잖아. 책 읽는 캠프인 줄 알고 신청했지? 네가 스스로 신청했으면 스스로 책을 읽어야 해. 읽어 봐!”
10분 지나자 어느 정도 조용해졌다. 나도 책을 읽는다.
10, 30, 1시간~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이 책에 빠져든다.

2시간이 지나고 피자를 먹었다. 30분 쉴 동안 아이들이 잠옷을 입고 왔다.
930분부터 다시 읽기 시작! 이번에는 3, 4학년도 책에 빠져든다.
앉아서, 누워서, 엎드려서, 요가 자세로~ 모습은 다르지만 모두 책을 읽는다.
시작할 때는 두 시간 연속으로 읽었고, 지금은 한 시간 읽고 10분 쉬었다.
도서관에 책장 넘기는 소리만 들린다.

~ 이게 달빛독서의 묘미지!’

1130분에 책 읽기를 마치고 글을 썼다.
아이들과 <소감 말하기 핑퐁게임>을 하고 세 가지 규칙을 알려주었다.
가. ‘재미있다는 말을 쓰지 않기 신난다. 행복하다, 뿌듯하다 이런 걸 쓰겠다고 한다.
나. 이어주는 말(그리고, 그래서, 그런데)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기
다. 문장을 짧게 쓰려고 노력하기

 

오랜만에 권일한 선생님을 만나서 반가웠다.”
권일한 선생님이 오셨다. 너무 반가웠다.” 라는 말로 시작한 글이 이렇게 끝났다.
시간이 너무 빠르게 갔다. 너무 시간이 짧은 걸 느꼈다.”
책 읽는 시간이 너무 짧았다. ~ 도서관이 따뜻하고 책도 많아서 좋았다.”

1210분까지 글을 쓰고 아이들을 재웠다.
미로초 6학년 아이들(2019년 제자들)과 삼척남초 6학년 남자아이와 같이 누웠다.
한참 웃고 떠들다가 아이들이 먼저 잠들었다.
쌕쌕 소리내며 자는 아이들 곁에서 행복함에 젖어들었다.

아침에 우리 학교 아이들 데리고 떠나려는데 미로초 제자들이 나와서 인사한다.
도서관에서 인사했는데도 아쉬운 모양이다.
행복하다. 다음에 또 하고 싶다.”

이런 아이들을 만나게 해주셔서 하나님께 너무 감사하다.’

삼척남 6학년
  오늘은 책 읽는 달빛독서를 했다. 책 놀이하고 책을 읽었다. 첫 번째로 고른 책은 안네의 일기라는 네덜란드 소녀가 전쟁을 당하면서 쓴 일기를 진짜 책으로 만든 책이다. ~
  옛날에는 2시까지 읽었다는데 나는 가능할 것 같다. 전혀 안 졸린다. 미로초 애들은 은근 재미있고, 친절하고, 잘 인간 취급해주었다. 책만 읽은 게 아니라 여러 가지도 해 지루하지 않았다. 중딩 되면 못하지만 꿈에서도 했음 좋겠다.

미로초 5학년
  오늘은 밤샘 독서를 하는 날이다. 나는 밤샘독서 핑계를 대고 권일한 쌤을 만나려고 신청했다. 옛날에 밤샘 독서했던 게 재미있어서 신청한 것이기도 했다. 밤샘독서는 생각보다 할 만했고, 아몬드라는 책이 생각보다 진짜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것 같다. ~
  몇 시간 동안 책을 읽는다는 것도 어려운 경험인데 이렇게 경험할 수 있어서 진심으로 좋았다. 내년에도 하면 좋겠다.

미로초 5학년
  오늘 달빛 독서캠프를 해서 권일한 선생님이 오셨다. 권일한 선생님이 오는 건 좋지만 책 읽는 건 싫다. 내가 책 읽는 건 싫어하면서 독서캠프를 한 이유는 바로 늦게 자도 되고, 오랜만에 권일한 선생님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생각으로 독서캠프에 온 건 실수였다. 내가 그 싫어하는 책을 몇 시간이나 읽으면서 재미없을 것 같았던 책이 의외로 재미있었던 걸 알게 되었다. 내가 책을 싫어한다는 건 변하지 않기 때문에 지루했지만, 꽤 재미있었던 것 같다.

달빛 독서캠프는 아이들을 책에 빠뜨린다
책놀이 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읽기만 해도 충분하다.
시작할 때 분위기를 잡아주고, 책이 아이를 이끌어가게 놔두면 된다.
<<12시까지 읽기만 하면 된다.>> 이거만 지키면 된다.
그럼 아이도, 교사도 모두 행복해진다.

, 정말 행복하다. 다음에 또 하고 싶다!!”

1학년 아그들 14명과 2시간 동안 책놀이를 했다.
1학년 선생님은 우리 반 데리고 요리 실습을 했다.

1. 모둠 만들기
 가. 책벌레가 쓴 책 4권 표지를 인쇄했다.
 나. 표지를 4조각으로 잘라 16조각을 만들었다.
 다. 14명에게 14조각을 나눠주고 2조각을 보관했다.
 라. 조각을 모아 책 표지 그림을 맞춰 모둠(4명, 4명, 3명, 3명 모둠)을 만들었다.
 마. 책상 4곳에 모둠끼리 앉았다.
 (그림을 맞춘 아이들에게 '그 책'을 보여주었다. 모둠 이름을 책 이름으로 정했다. 책벌레 선생님 책이라 하니 좋아한다.
  모둠 이름 : 외계인, 행복, 숨바꼭질, 수업) 

- 나는 **이랑 짝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이랑 다른 팀이 되었다.
- 김**이랑 팀이 되고 싶었는데 안 돼서 슬펐다.
- 기분이 좋았다.
 - **, ##랑 같은 팀이 돼서 좋았다.
- **이, &&이랑 팀이 되고 싶었다. 그래도 여자 친구가 한 명 있어서 좋았다.
- **, $$, %%이랑 팀이어서 좋았다.
- **이랑 짝 되면 좋았는데 가&&, @@, 나 팀이다.

2.  "바다" 글씨가 있는 책을 가져오세요.
  (찾았다~! 하며 친구를 불러 얼른 책상으로 돌아온다. 아이들 표정이 밝다. 행복해 보인다.)


- 바닷가 도감을 찾았다.
- 바다 글씨 찾기는 너무 힘들었어.
- 친구들이랑 하다 보니 정말 행복했습니다.
- 바다 책을 친구들과 찾는 것이 즐거웠다. 정말 찾아보고 싶었다.
- 너무나 좋았다.
- 너무 어려웠다. 겨우 찾았다.
- 바다 책을 폈는데 바다에 가본 느낌이 났다.

3. 가을이 지나면 오는 계절 알죠? 그 계절 글씨가 제목에 있는 책을 가져오세요.
  (바다는 쉬웠는데 겨울은 어려워한다. "나, 바다 책 어디 있는지 알아!" 하며 찾아가는 아이도 있다. 책 좀 읽는 아이다.)


- 하나도 못 찾았다. 그래서 속상했다.
- 다음에 또 하고 싶다.
- 바다 글씨 찾는 것보다 어려워서 못 찾았다.
- 겨울 글씨 찾기가 즐거웠다.
- 겨울 글씨는 **이가 찾았어.

4. 호랑이 그림이 나오는 책을 가져오세요. 호랑이가 10마리 넘으면 보너스 1점 더 준다!!
  (하나, 둘 하며 호랑이 숫자를 세는 아이들 모습이 예쁘다.)


- 그림을 못 찾았다. 그런데 6학년 선생님이 그림을 주셔서 고마워서 고맙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못했다. 그래서 조금 속상하다.
- 어려워서 질 것 같다.
- 호랑이가 많아서 신기했다.
- 호랑이가 많았다.
- 우리 팀이 점수를 많이 받았어.

5. 모둠 책상에 있는 책 제목을 읽어보세요. 제목 마지막 글자로 시작하는 책을 찾아오세요. (책 제목 끝말 이어가기)
 (책 제목으로 끝말 이어가기는 어려워했다. 아래 그림처럼 '이' 또는 '다'로 끝나면 책을 찾기 쉬운데
 어려운 낱말을 계속 찾으려고 했다. 책 제목이 어려울 때 책을 바꾸는 응용력은 부족했다.)


- 책 제목 끝말 찾기에서 2권을 골랐다. 찾은 것은 4개다. 그래서 기분이 좋았다.
- '요'자 책이 너무 어려웠다.
- 다음에 또 하고 싶다.
- '이'는 쉬웠다. 그런데 '리'는 어려웠다.
- 어려웠다.
- 책 끝말 찾기는 음! 보통.

6. 선생님이 보여주는 끈 보이죠? 이 끈 길이와 똑같이 책을 쌓아주세요. (4권으로)
책 쌓을 때는 책을 쌓는 방법을 알려줬더니 즐거워한다.

- 우리 거가 너무 컸다. 친구들이랑 함께 놀아서 좋았어요.
- 책 쌓는 게 좋았다. 그런데 어려웠다.
- 책 4권 쌓다가 무너질까 봐 떨렸다.
- 선생님이( 보여준 거)랑 줄이 가까워서 2점!

7. 5분 동안 조용히 책을 읽을 거예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책을 읽으세요. 
  (5분 지난 뒤에 읽은 내용을 말해야 해요.)
  5분 동안 책 읽을 때는 정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5분 지나고 내용을 말해보라 했더니 잘 말한다.
  한 아이는 "이상한 변기가 많이 나와요!" 라고 한다. 책 이름이 <똥 싸는 집>이.
- 책 읽기 너무 싫었다. 그런데 조용히 하니까 기분이 좋았다.
- 5분 동안 조용히 책 읽기 무서웠다.
- 5분 동안 책을 읽어서 즐거웠다.
 - 힘들었다.
- 책이 너무 좋았다. 책 글씨가 많아서 읽기 어려웠다.
- 내가 조용히 할 수 있었다는 걸 알았어요.
- 5분 동안 조용히 책을 보고 있었는데 우리 선생님이 우리를 보고 깜짝 놀랐다.
- 5분 동안 조용해서 좋았다.
- 5분 동안 조용히 책 읽기는 조금 말하고 싶은 마음이야.

8. 책상 위에 있는 책을 한 권씩 가져오세요.
   아이들이 가져온 책(14권)을 일정 간격으로 세우고 한 명씩 책을 뛰어넘으세요.
- 기분이 좋았다. 너무 쉬웠다. 또 하고 싶었다.
- 넘어질까 봐 무서웠다.
- 책 뛰어넘기를 했는데 한 개가 쓰러졌다.
- 또 하고 싶었다.
- 우리 팀 세 명이 한 번도 책을 넘어뜨리지 않았어.

9. 80분 동안 책놀이 한 뒤에 담임 선생님께 학습지를 써달라고 부탁했다.
  (아이들이 써준 글이 너무 귀여웠다.)

- 선생님이 젤리를 주셨다. 6학년 선생님 고맙습니다.
- 책 뛰어넘기를 했는데 심장이 두근거렸다.
- 6학년 선생님 고맙습니다.
- 권일한 선생님 고마웠어요.
- 6학년 선생님이랑 또 하고 싶었다. 너무 좋았다.
- 책 놀이를 한 번 더하고 싶다.
- 너무 즐거운 날이었어. 내가 책 4권 쌓기를 줄이랑 가깝게 했어.

 

<해와 달이 된 오누이>가 호랑이에게 쫓겨 나무 위로 도망친다. 호랑이가 올라올수록 오누이는 더 위로 도망친다. 동아줄이 내려오지 않으면 오누이는 죽는다.

30년 전 사회책에는 대구 사과를 소개했다. 이후 사과 주산지는 청송을 지나 태백까지 올라왔다. 대구는 더워서 사과가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 지구온난화로 강원도 영동지방에서도 바나나를 기르기 시작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자생 식물이 사라지기도 한다. 구상나무가 한꺼번에 고사한다.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나는 지구온난화, 기후 위기에 관심이 많다. 책도 꽤 읽었다. 그러나 기후 위기로 동물들이 생활 터전을 옮겨야 한다는 생각은 못 했다. 펭귄이 죽는다는 소식을 들었고, 북극곰이 굶주린다는 소식도 들었지만 많은 동물이 온난화를 피해 서식지를 옮겨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벤야민 폰 브라켈은 피난하는 자연에서 동물들이 도망칠 피난처를 마련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온이 올라가면 동물은 거처를 옮겨야 한다. 실제로 동물은 서식지를 옮긴다. 나비와 벌과 모기 같은 곤충부터 파충류, 조류, 포유류까지 모두 살아가기 적당한 곳(지금 서식지보다 시원한 곳)으로 옮겨야 한다. 산호와 다시마, 대구와 고래까지. 고위도(북극과 남극)로 옮기면 살아남겠지만, 서식지를 옮기는 게 어렵다. 인간이 가로막기 때문이다. 도로와 도시, 경작지가 곳곳에서 동물의 이동을 막는다.

침입종, 외래종의 위협은 각 나라에서 주요 뉴스로 다룬다. 저자는 침입종이 지구온난화를 피해 새로운 서식지를 찾는 과정이라고 한다. 침입종을 모두 없애야 한다는 기존 논리에 맞서 새로운 종이 새로운 보금자리에 적응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동식물이 대륙을 옮겨 생태계를 교란하는 건 막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무조건 퇴치하는 태도에는 반대한다. 온도가 올라가면 구상나무는 죽기 마련이고, 지구 온도를 낮추지 않는 한 구상나무를 살릴 방법이 없다는 논리다. 아프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말이 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높은 산 아래에 살던 동물은 그야말로 나무 위로 도망치는 오누이 신세다. 더위를 피해 산으로 올라갈수록 동물의 종류와 개체수가 많아진다. 다른 동물과 싸워야 한다. 또한 산은 정해진 높이가 있다. 지구가 더 뜨거워지면 산꼭대기에 온갖 동물이 모여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오기만 기다릴 것이다. 동아줄이 내려올 리 없으니 남은 건 하나뿐이다. 멸종. 실제로 2020년 호주 산불에서 30억 마리의 동물들이 불에 타거나 질식해서 죽었다. 코알라들은 불길을 피해 나무 위로 올라갔다. 동아줄은 내려오지 않았고 코알라들은 모두 불에 타서 나무 아래로 떨어졌다.

피난하는 자연은 학자들이 조사한 내용을 가득 담았다. 수십, 수백 km를 이동한 동식물을 증거로 자연이 피난할 통로를 마련해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보호구역만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보호구역이 더워지면 그곳에 살던 동식물도 피난처를 찾아야 한다. 보호구역이 도시와 도로로 둘러싸였다면 남은 건 멸종뿐이다. 저자와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학자들은 보호구역에 살던 동식물이 북쪽으로 이동하도록 통로(거점)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호주, 에콰도르, 싱가포르 등에서는 정부가 땅을 사들여 피난 통로를 마련한다.

피난하는 자연을 읽으며 지구온난화가 정말 심각하다고 다시 한번 느꼈다. 자연이 피난한다면 인간은 어디로 갈 것인가? 자연이 무너지는데 어디에 선단 말인가! 중고등학교에서, 교사 모임에서, 환경에 관심있는 분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추천한다.

 

2014년 11월 좋은교사에 소개한 글입니다.
글을 보여달라는 요청이 있어 공개합니다.

왕의 재정, 김미진, 규장

벼랑 끝에 서는 용기, 로렌 커닝헴, 예수전도단

<왕의 재정> 강의가 유튜브 조회 합계 천만 건을 넘어섰다. 교회마다 앞다투어 강사로 초청한다. 사업가로 승승장구하다가 50억 이상 빚을 지고 자살할 지경에 이르렀지만 빚을 다 갚고 다시 부자가 된 사람 이야기라면 듣고 싶어 한다. 하나님이 기뻐하는 재정관리에 대해 말한다고 권하는 사람도 있고, 성도가 돈에 눈이 먼 거라며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내가 다니는 교회에도 강의하러 왔기에 <왕의 재정><벼랑 끝에 서는 용기(이하 벼랑 끝)>를 함께 읽었다.

로렌 커닝햄은 YWAM(국제 예수 전도단)의 설립자이며 열방대학 설립자 겸 총장이다. 김미진은 YWAM 간사였다. 둘은 똑같이 YWAM에서 사역했으며 하나님께서 필요할 때마다 재정을 채워주신 이야기를 한다. 로렌 커닝햄은 하나님께서 믿는 자에게 필요한 재정을 채워주는 예화를 통해 성도가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순종하는 과정을 알려준다. <왕의 재정>도 비슷한 이야기를 통해 청지기로 믿음의 삶을 사는 원리를 알려준다. 두 저자가 말하는 내용과 간증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

기복주의나 물질만능주의를 말하지 않을까 경계하며 읽었다. 그러나 돈보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말하며 저자의 생각을 성경 말씀으로 뒷받침하려고 애를 쓴다. ‘구하라 주실 것이요만 강조하지 않고 신구약에서 골고루 인용한다. 감당도 못 하면서 나눠주라고 하지 않으며 잘 관리하고 절제하라고 권한다. <벼랑 끝>에선 기복주의 생각도 못 했고 <왕의 재정>은 저자가 경계하며 썼다고 느꼈다.

책에 나온 증인들은 평범하게 살지 않는다. 하나님께서 필요한 것을 마련해 준다고 믿으면서 미련하게 벼랑 끝에 선다. 무조건 하나님께서 주신다 믿고 기다리라고도 하지 않는다. 필요한 자에게 나눠주되, 필요할 때 기다리되,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면 그렇게 하라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하나님이 공급하신 일을 증거한다.

 

두 책이 다른 점

<벼랑 끝>은 재정 문제뿐만 아니라 하나님 안에서 성도가 생각해야 할 다른 태도를 줄곧 말한다. 달란트 비유가 반드시 재정적인 부의 증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인격이 성숙하는가,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가 확장하는가에 관한 문제라고 말한다.(83) 주님은 우리를 먹이는 일보다 우리를 자신의 형상대로 바꾸어 가시는 일에 더욱 관심을 가지신다(205)고 말한다. 우리의 필요가 채워지는 것보다 하나님께서 가르쳐 주시려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210)고 고백한다.

<왕의 재정>은 맘몬을 경계하라고 말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돈 이야기를 한다. 씨 뿌리는 이야기를 돈으로 해석한다. 달란트 비유도 돈으로 해석한다. 재정이야기를 하는 책이므로 돈 이야기를 하는 게 맞지만 <벼랑 끝>에서 느껴지는 하나님 중심의 삶보다는 이 자꾸 중심으로 치고 올라온다. 그래서 하나님께 쓰임 받고 싶다면 지극히 작은 것, 재물, 남의 것에 충성해야 한다(154)는 말도 하나님보다 재물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느껴진다. 인용한 성경 구절도 모두 돈과 관련짓는다.

물론 성경에 돈과 관련된 구절이 3000개나 된다고 하니 많이 인용할 수도 있다. 저자가 성경을 100번도 넘게 읽었으니 엉뚱하게 인용하진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나는 성경을 사랑하고 꾸준히 읽는다. 저자만큼은 아니지만, 많이 읽었다. 그래서인지 내게 일어나는 일을 어떻게든 성경으로 해석하려 한다. 중요한 일이건 사소한 일이건 모두 말씀으로 해석하려 한다. 저자는 나보다 성경을 많이 읽었으니 어떤 문제가 생기면 성경을 떠올릴 것이다. 그 문제가 이다.

<벼랑 끝>은 돈을 흘러가야 하는 것으로 표현한다. AB에게 10만원 주는 것보다는 AC에게 주고, CD에게 주고, DB에게 다시 주는 게 하나님 나라의 원리라고 한다. B가 하나님께서 필요한 돈을 채워주신 경험을 하는 동안 A만이 아니라 CD도 과정에 함께 참여하는 게 복이라 한다. , 돈에 관한 기도가 얼마나 자주 이루어졌느냐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하나님 음성을 듣고 하나님 뜻이 이루어지는 과정에 참여했느냐를 귀하게 여긴다.

<왕의 재정>에선 계속 돈만 말한다. 하나님께 맡기면 이자율이 3000%라고 한다. 저자가 성경을 잘 알기에 돈을 경계하라고 말하지만 결국은 돈이 하나님께서 일하는 통로라고 한다. 엘리야, 베드로, 청지기…… 모두 돈으로 해석한다. <왕의 재정> 부제는 내 삶의 진정한 주인 바꾸기이다. 내 삶에서 하나님을 진짜 주인으로 바꾸어야 할 영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저자는 돈만 말한다. 20년 전에 쓰인 <벼랑 끝>에 지금 인기를 끄는 자기계발’, ‘긍정의 힘을 덧붙인 듯하다.

 

<왕의 재정>은 왜 돈 이야기만 할까?

결혼하고 아이를 갖지 못한 친구가 얼마 전에 아이를 입양했다. 행복해 보였다. 예전에 같은 처지에서 하나님 은혜로 아이를 낳은 다른 사람 간증을 나누었다. 그분이 성경을 읽을 때마다 아이가 들어가는 낱말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고 했다. 자녀가 없는 부부 눈에는 아이성아이성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관심을 기울이는 내용을 눈여겨 본다. 긍정의 힘을 믿는 사람은 주신다. 성공한다, 잘 된다를 읽는다. 이게 심해지면 조엘 오스틴처럼 뽕나무에 올라간 삭개오를 긍정의 힘을 가진 좋은 예로 바꾼다. 성경에서 무엇을 읽어내느냐가 곧 그 사람을 말한다. 김미진은 계속 재정을 말한다. 앞에서 말한 논리를 비약해서 돈만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많이 나눠주고 돈에 매이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 말할 때는, 더구나 책으로 낼 때는 신중해야 한다. 로렌 커닝햄은 돈뿐만 아니라 삶 전체를 하나님께 드려야겠다는 마음을 전해주었다. <왕의 재정>은 돈이 하나님께서 역사하시는 가장 중요한 도구라는 생각을 갖게 할 위험이 있다. 하나님을 알고 경험하고 싶다면 왕의 재정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선지자를 보내 외친 이야기를 간증해야 한다. 그럼 듣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선지자는 백성이 듣기 싫어하는 말씀을 외쳤으니까.

 

하나님 음성을 듣는다?

두 책엔 하나님이 말씀하셨다는 내용이 자주 나온다. 누구에게 5달러를 주라는 말씀, 돈이 없는데 집을 사거나 공항에 가서 비행기를 기다리라는 말씀 등을 들었다고 한다. 심지어 화장품을 설화수로 갖다주라는 말씀도 듣는다. 구한다고 다 말씀대로 이루어지지 않지만 하나님께서 합리적인 내 생각과 다르게 일하는 분이라고 믿기에, 하나님이 하셨다고 받아들였다.

나는 하나님 음성을 듣는다는 말을 어렵게 한다. 잠깐 떠오른 생각이나 느낌, 우연히 들은 설교나 성경 말씀, 갑자기 생긴 사건을 하나님 음성이라고 확신하지 않는다. 정말 하나님 음성일까 신중하게 생각하고 하나님께 묻는다. 두 저자는 하나님 음성을 자주 듣는다. ‘나도 들으면 좋겠다고 부러워하면서도 한편으론 정말 하나님 음성을 그렇게나 자주 들을 수 있을까? 하나님 음성일까?’ 생각했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신다는 것에 대해서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인다. 김미진은 우리 교회에서 오늘 이곳에 모인 사람 가운데 암 환자가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처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낫는 환자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볍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아무도 낫지 않아도 나을 수도 있다는 얘기였어하고 받아들인다. 진지한 뜻으로 말했다면 암 환자가 나았어야 한다. 가볍게 한 말이라면 공적인 장소에서 강의하며 다니지 말아야 한다.

김미진이 로렌 커닝햄 정도만 말했다면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여러 가지 문제가 해결되는 걸 보면서 내 믿음이 부족하다고 고백했을 것이다. 믿음은 바라는 것의 실상이고 보지 못하는 것의 증거인데 내가 합리적 판단을 앞세워 믿음을 놓쳤다고 돌이켰을 것이다. 내가 하나님의 능력을 제한하고 정해진 레일로만 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리새인이 아닌지 돌아봤을 것이다. <벼랑 끝>만 읽었다면, <왕의 재정> 감수의 글 제목이 한국교회의 부흥의 열쇠는 재정에 있다가 아니라 부흥은 하나님께로부터 온다고 썼다면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예수님이 오셔서 네 소유를 다 팔고 나를 따르라하시면 이거 다 팔면 30, 60, 100배 주신다!’ 하며 따를까? 돈으로 하나님 영광을 사려는 짓이 아닐까? 교회에서 지나치게 돈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서 차라리 나처럼 주어진 범위 안에서 신중하게 사는 것도 괜찮겠다 생각한다. <재정 강의>는 마치 돈이라 쓰고 하나님이라 읽는 것 같다.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된다고 했는데 하나님이 주시는 돈을 사랑하면 괜찮다고 바꿔 버렸다. 왕의 재정이 아니라 돈에서 해방된 교회가 읽힌다면 얼마나 좋을까!

<재정 강의>에 대한 내 생각이 틀렸을 수 있다. 편견으로 오해했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부흥의 열쇠는 재정에 있지 않다는 점만은 확실하다. 하나님이 땅을 고치는 일은 하나님 이름으로 일컫는 백성이 악한 길에서 떠나 겸손하게 기도하며 - 돈이 아니라 - 하나님 얼굴을 구할 때 온다.(대하 7:14)

미혼모 몇 분에게 독서 지도 강의를 하게 됐다.
강의 자리에 미혼모의 엄마 두 분도 오셨다.
한 분이 몇 번이나 어두운 표정으로 딸을 보며 “우리 아이가 이렇게 돼서~” 하며 말했다.
엄마는 딸을 걱정하며 한 말이지만, 이 말이 거슬렸다.
딸이 어떻게 들을지 신경 쓰였다.

알사탕빅북을 가져가서 읽어드렸다.
등장인물인 동동이는 아빠와 둘이 산다할머니는 돌아가셨고, 엄마는 나오지 않는다.
아빠가 동동이에게 잔소리를 쏟아붓는다.
동동이는 이 말을 모두 잔소리로 들었는데 알사탕을 먹었더니 사랑해!”로 들린다.

알사탕 그림책 일부 (백희나 지음)

아빠가 하는 잔소리가 사랑해라는 뜻이죠!” 했더니 미혼모의 엄마 두 분이 맞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미혼모들은 잔소리라고 맞섰다.
특히 우리 아이가 이렇게 돼서~’를 들었던 딸은
어떻게 사랑한다는 말이예요? 그냥 잔소리지!” 했다.

 

미혼모들이 어리다. 내 눈에는 예쁜 학생으로 보인다.
아빠가 하는 말이 사랑해!” 라고 느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은 그냥 잔소리로 들린다. 이를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엄마는 인정하지 않는다.

강의 도중에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어제 00이 데리고 병원 가는데 너무 춥게 입혀 나왔어요엄청 추운데 샌들 신고, 유모차에 애를 태웠어요.
유모차 가지고 오지 말라고 문자 보냈는데 말이에요어제 얼마나 추웠는데 애를 그렇게 하고~”

엄마가 잔소리한다. 그러자 딸이 입을 꾹 다물고 있다.
“00이 엄마도 말해봐요!” 했더니
어제 법원에 갔어요. 법원이 멀어요. 유모차 없이 멀리 가면 너무 힘들어요.
유모차에 아이 태워서 지하철 타면 사람들이 쳐다봐요엘리베이터 타면 노인들이 자꾸 물어봐요.~~~
힘든 줄 알지만, 멀리 갈 때는 어쩔 수 없이 유모차 가져가요
신발에 찍찍이가 있는 거 신고 벗기 어려워요. 아이가 발을 그냥 쑥 넣는 신발을 좋아해요.
양말도 두꺼운 거 신겼고~”

저도 생각이 있어요. 이렇게 한 이유가 있어요!’ 한다.
딸 말이 끝나자마자 엄마가 이야기하는데 우리 애가 이렇게 돼서~” 가 또 나온다.
두 분 이야기는 이 정도 들을게요.” 하고 이야기를 들려줬다.

샘이 있어요. 아주 좋은 물이 나와요기독교에선 은혜의 샘, 생수의 샘이라고 해요.
자녀를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이라고 생각해도 돼요.
사람들이 물을 마시려고 파이프를 연결했어요.
아무리 좋은 물이라도 파이프가 썩으면 썩은 물이 나와요. 샘에 있는 진짜 좋은 물이 흘러가면서 오염되지요.
엄마는 딸을 아껴요. 사랑하죠. 사랑해서 잔소리해요. 동동이 아빠가 동동이에게 잔소리한 것처럼 말이에요.
동동이 잘되라고 하는 소리잖아요. 하지만 동동이에겐 좋은 물이 아니에요. 그냥 썩은 물로 느껴져요.
동동이에겐 물이 보이지 않아요. 아빠 말만 들리죠. 잔소리라는 파이프를 통해 흘러가잖아요.
동동이는 이 물을 마시지 않아요. 듣기 싫죠.
엄마의 사랑이 전해지려면 파이프가 좋아야 해요. 따님이 좋게 느끼는 파이프가 필요해요!” 했다.

(00이 엄마)이 좋아한다
쉬는 시간에 엄마에게 우리 아이가 이렇게 돼서~ 라고 하지 마세요.” 라고 부탁했다.
딸이 느끼는 마음을 설명했다.

자녀 독서 지도 요청을 받고 고민했다.
방법을 알려주면 이분들이 실천할까?’ 무얼 얘기해야 할까?’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엄마 없이, 엄마를 그리워하며 글을 쓴 아이들이 생각났다.
아이들이 쓴 글을 보여주고, 느낌을 묻고 나서 아이가 강원도 시골에서 어떻게 사는지 들려주었다.
내가 제일 힘든 줄 알았는데 나보다 더 힘든 아이도 있네요!” 이걸 바라진 않았다.
동정은 나쁜 파이프다. 아주 나쁘다.
아이가 글을 쓰며 이겨내고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슬픔을 비교해서, 자신이 덜 슬프다고 기뻐하는 건 나쁘다.

강의 마무리하며 미혼모를 나쁘게 보지 않으면 좋겠다고 했다.
우리 아이가 이렇게 돼서로 보는 관점을 바꾸시라고.
시골 사는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이 글이 되었고, 어디에서도 피지 못하는 꽃이 되었다고~
좋은 뜻으로 생각을 바꾸고 행복하게 사시라고~

강의 끝나고 점심을 같이 먹었다.
우리 아이가 이렇게 된결과로 태어난 아이 이름이 선비들 문화와 관련된 이름이어서 뜻을 알려드렸다.
이름 뜻대로 살면 좋겠다.

나는 우리 반 아이들에게 잔소리한다.
깨끗하게 하라고, 바르게 하라고, 사이좋게 지내라고, 마스크 쓰라고~
그러나 내 자녀에게는 잔소리를 많이 하지 않았다.
우리 반 아이들보다 더 깨끗하게, 더 바르게, 더 사이좋게 지내게 가르쳤지만 잔소리로 가르치진 않았다.
학급 아이들 앞에서 나는 선생님이고, 1년 동안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내 자녀는 오랜 시간 계속 같이 살면서 가르친다. 그래서 다르다.
'삶의 태도는 잔소리에서 나오지 않는다. 아이는 파이프를 통과한 물을 마신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자녀를 대하며,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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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어렵다.
인간은 의지와 노력보다 습관을 따른다.
습관은 의지와 결심, 노력을 무너뜨린다.

과연 우리는 결심한 대로 변할까?
변화를 주제로 두 책을 생각한다. 변화를 다룬 책을 읽겠다고 생각하고 두 책을 선택하지는 않았다.
11월에 읽은 두 책 내용 정리하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이다.

금서를 빌려드립니다는 교장 선생님(과 이사진) 생각에 대항하는 이야기다.
튜브는 실패한 사람이 변하려고 노력하는 이야기다.
둘 다 고등학생(대학생, 성인)과 토론하고 싶은 책이다.

금서를 빌려드립니다 (데이브 코니스, 366) / 2 이상

책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책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할 책이다. 실제로 출판된 괜찮은 책이 많이 나오고, 괜찮은 책에 나오는 괜찮은 문구도 많이 나온다. 고등학교(럽튼 아카데미) 졸업반 클라라는 책을 굉장히 좋아한다. 도서관 봉사활동을 즐긴다. 어느날 교장선생님이 교직원에게 책 목록을 보내며 학생들이 읽지 못하게 명령한다. 사립학교는 교장의 영향력이 크다. 교장 뜻을 따르지 않으면 해고를 당한다. 문학반 교사는 수업 교재를 바꾸어야 하고, 사서 교사는 도서관에서 책을 치워야 한다. 학생들이 읽으라고 권하던 책을.

호밀밭의 파수꾼, 초콜릿 전쟁, 스피드등이 왜 금서로 지정되었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학생들에게 목록을 알려주지도 않는다. 슬그머니 도서관에서, 수업 참고목록에서 빼버린다. 문학반 교사와 사서 교사는 다른 방식으로 저항한다. 그 중 하나가 금서 도서관이다. 책을 좋아하는 클라라가 금서만 모아 흰색 표지를 하고 금서 도서관을 운영한다. 교사는 금서 도서관을 모른 척하며 클라라를 응원한다.

한편, 럽튼 아카데미 학생들은 그룹을 지어 생활한다. 부자들이 모인 그룹이 있고, 책을 좋아하는 그룹도 있다. 이들은 서로 섞이지 않는다. 그런데 금서 도서관이 생기면서 부자 그룹 학생이 책을 빌려 간다. 이때부터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난다. 학교를 좌지우지하는 부와 권력을 가진 친구(클라라 그룹에 속한 학생들이 저쪽 친구라고 생각하며 어울리지 않는 친구)가 금서를 읽고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한다. 그 행동 때문에 클라라와 만나고, 클리라가 저쪽 친구들에게 다가간다.

친구 관계, 부모와 자녀 관계, 책과 학생의 관계를 생각하게 하는 내용이 많다. 특히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보여주는 문장과 대화, 사건이 많다. 고등학생이 책을 두고 나누는 대화가 정말 수준 높다. 부럽다. 실제로 미국에서 이런 대화가 이루어진다면 그들은 오랫동안 강대국 자리를 놓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중고등학생에게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알려주기 좋은 책이다. 물론 설명이 아니라 토론으로.

튜브 (손원평, 273) / 소설

실패한 사람이 스스로 노력해서 성공하는 이야기를 쓰겠다고 마음먹고 쓴 소설이라고 작가가 말했다. 성공의 비결로 꾸준히 노력해서 일어나는 작은 변화를 꼽았다. 허황된 꿈을 꾸었기 때문에 하는 일마다 실패한 성곤은 자살의 문턱까지 간다. 한강 다리 위에서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에 뛰어내리지 않고 돌아온다. 그리고 배달일을 시작한다. 아내와는 별거 중이고 딸을 생각하면 미안하기만 하다.

책을 읽어갈수록 자기계발서의 소설 판이라는 생각이 강해졌다. 무지개 원리같은 책을 이야기로 읽는 것 같았다. 나는 자기계발서를 싫어한다. 자기계발서를 읽은 독자의 20%는 도움이 되지만, 80%는 실제 도움을 받지 못하고 느낌에 취할 거로 생각한다. 그래서 읽을수록 불편했다. 아몬드작가답지 않다고 생각했다.

주인공 김성곤은 아내와 다시 만난다. 화려하게 일어선다. 그러나~ ‘그러나로 바뀌는 내용이 있어서 이 책은 읽을 만하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챕터가 없었다면 자기계발서로 못 박고 읽지 말라고 했을 것이다. 자기계발서가 말하는 내용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마지막으로 김성곤에게 일어난 일을 겪을 거라 생각한다. 사람 생각과 습관이 쉽게 바뀌지 않으니까.

 1. 국어 시간
  -- 6학년 2학기 국어 교과서에 추사 김정희 선생과 제자 허련에 얽힌 이야기가 나온다.
     인물이 추구한 가치를 알아보는 내용이다.
     옛 낱말이 많고, 예술가인 추사 선생이 제자를 대하는 방식도 낯설어서 아이들이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

2. 독서 동아리 활동
-- 아이들 문해력이 걱정된다. <한 학기 한 권 읽기>구멍 난 벼루로 하기로 마음먹었다.
  지금까지는 2주일 정도 국어 시간에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했는데 이번에는 꾸준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1주일에 두 번 점심시간에 독서 동아리를 한다. 참여하지 않는 아이도 있는데 다 하는 분위기로 만들었다.
지난주에 1장을 읽고 몇 가지 질문했는데 아래 문단에서 당황, 황당했다.

질문 1. 추사 선생은 몇 번 유배를 떠났나?
-- 15번이요?
? 15번 아닌데, 여기 읽고 말해봐라.
-- 1번이요.
? 한 번? 다시 찾아봐라.

아이가 답을 찾는 동안 다른 아이가 확인해달라고 왔다.
추사 선생은 몇 번 유배를 떠났나?
-- 15번이요?
? 15번 아닌데, 여기 읽고 말해봐라.
-- 1번이요.

? 한 번? 어찌 둘이 똑같이 대답하냐?

 

질문 2. ‘또다시는 무슨 뜻일까-- 한 번 하고 다시 하는 거요.
  ‘거푸는 무슨 뜻일까? -- ~ 뭐죠?
 이 난관을 어찌 헤쳐나갈꼬?

질문 3. 추사 선생이 유배 갔을 때부터 일어난 일을 연도순으로 말해봐라.

15년 전에 제주도에 유배 갔다가 66살에 다시 유배를 떠나는데
제주도 유배에서 풀려난 지 3년이 지나지 않았으니 
63살에 제주도에서 풀려남. (8년간 유배당했으니)
55살에 제주도에 유배 감.
51살 때부터 당쟁에 휘말림.

이렇게 찾아낸 아이가 없다.

졸업할 때까지 1주일에 두 번씩 계속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다시 시작!
-- 오늘(1025) 두 번째 장을 읽었다.
오늘 읽는 두 번째 장(구멍 난 벼루)28쪽으로 좀 길다첫 장(담장 위의 고양이)보다 두 배나 된다.
읽으면서 낱말 뜻을 자주 묻는다계속 대답해주며 곁에서 책을 읽다가 이 모습을 봤다.

애들 넷이 차곡차곡 기대어 책 읽는 게 참 예쁘다. (세 명은 엄마가 베트남에서 왔다.)

목요일에는 두 번째 장 내용을 물어볼 거다.

이렇게 두 달쯤 하면 낱말도 좀 알고 문해력도 조금 좋아지겠지.

1주일에 두 번. 점심시간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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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S. 루이스가 쓴 나니아 연대기 2사자와 마녀와 옷장에서 예수님을 상징하는 아슬란은 에드먼드를 위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다. 피터, 수잔, 에드먼드, 루시는 아슬란과 함께 나니아를 구하고 영국에 돌아간다. 나니아는 시간이 빠르게 흘러, 영국에서 1년 흐르는 동안 나니아에서는 1300년이나 지나버렸다. 그동안 지형지물이 바뀌어서 나니아로 돌아온 아이들이 길을 잃고 헤맨다.

캐스피언 왕자에서 아슬란을 발견한 루시가 길을 안내하겠다고 나선다. 그러나 피터와 수잔은 루시를 믿지 않고 편안하게 보이는 길로 간다. 가다가 적을 만나 힘들게 다시 돌아오고 나서도 아이들은 루시의 말을 듣지 않았다. 이때 아슬란이 루시에게 나타나 오빠와 언니가 안 믿는다고 해도 루시가 아슬란을 바라보면 잘못된 길로 들어가지 않을 거라 말한다. 아슬란을 만난 뒤에 루시는 피터가 자기 말을 무시하고 수잔이 꿈을 꾼 거라 말해도 앞장서서 걸어간다.

깜깜한 밤에 절벽 길을 따라가는 건 어리석어 보인다. 막내 루시가 투정 부린다고 피터와 수잔이 짜증을 낼 만도 하다. 그러나 아슬란을 만나면 아무리 위험해도 아슬란을 따라가야 한다. 루시는 아슬란을 만난 뒤에 오빠와 누나가 실망해도 그들을 미워하지 않았다. 아슬란을 만났기 때문이다.

세례 요한도

모든 사람이 등을 돌려도 끝까지 믿어줄 것 같은 사람이 있다. 나를 하나님께 인도했거나, 일어날 힘이 없을 때 붙잡아준 분이다. 그렇게 믿던 분이 실수하거나 죄를 짓는 모습을 보면 실망해서 충격이 더 크다. 맞다. 실망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세례 요한도 예수님께 실망했다. 세례 요한은 여자가 낳은 자 중에 가장 큰 자(7:28)’라고 예수님께 칭찬받았다. 예수님을 보자마자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양(1:29)’인 줄 아는 안목을 가졌다. 주의 길을 예비하라고 외쳤으며, 예수님은 흥해야 하고 자신은 쇠해야 한다(3:30)고 고백했다. 성령이 예수님 위에 비둘기처럼 임하는 모습을 직접 봤다(1:32). 세례 요한은 최고의 증인이다.

그런데도 예수님께 오실 분이 당신이 맞습니까? 우리가 다른 사람을 기다려야 합니까?(7:19)” 물었다. 직접 만나고, 세례를 주고, 성령이 임하는 것을 두 눈으로 보고도 흔들렸다. 예수님이 기대와 다르게 행동하기 때문에 실망했을 것이다. 예수님이 율법을 완성하는 행동(죄인을 사랑하는 행동)이 요한의 눈에는 율법을 폐하는 것(죄를 거부하지 않는 행동)으로 보였을 것이다. 구약의 관점으로 예수님을 바라보고는 과연 이분이 맞나?’ 고민한 것 같다.

세례 요한도 사람이다. 사람은 누구나 죄와 허물이 있다.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다는 말은 죄를 고백할 때만 해당하는 말씀이 아니다. 훌륭한 사람이라도 잘못 판단하고 죄악에 넘어진다. 우리는 모두 허물이 많고 실수하며 넘어지는 죄인이다. 우리가 믿는 상대방도 우리를 실망시킨다. 죄악을 이기는 사람은 오직 예수님뿐이다.

실망을 피할 수는 없지만, 좌절감에 매여 주저앉아 있지는 말자. 예수님은 요한에게 믿음이 적은 자여, 왜 의심하느냐?’하지 않았다. “눈먼 사람이 보고, 다리 저는 사람이 걷고, 나병 환자가 깨끗해지고, 귀먹은 사람이 듣고, 죽은 사람이 살아나고, 가난한 사람이 복음을 듣는다. 나에게 의심을 품지 않는 사람은 복이 있다(7:22-23)”고 대답하셨다.

요한은 이 말씀이 이사야의 예언이라는 걸 알았다. 이사야는 구원자가 오실 때(35:5)에 소경의 눈이 밝고, 귀머거리의 귀가 열리고, 저는 자가 사슴처럼 뛰고, 벙어리의 혀가 노래하고, 광야에서 물이 솟고, 사막에서 시내가 흐를 것이라고 예언(35:5-10)했다. 요한은 이 말씀이 예수님을 가리킨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베드로도

예수님은 제자들을 훈련하며 여러 번 실망했지만 한 번도 실족하지 않았다. 베드로가 배신할 줄 알고 시몬아, 시몬아, 들어라! 사탄이 밀처럼 체질하려고 너희를 요구하였다. 그러나 나는 네 믿음이 꺾이지 않도록, 너를 위하여 기도하였다. 네가 돌아올 때, 네 형제를 굳세게 하여라(22:31-32)” 말씀하셨다. 그러나 베드로는 예수님을 배반했다. 예수님이 베드로 때문에 실족했을까? 그렇지 않다.

베드로는 예수님을 세 번 부인하고 통곡했다(26:75, 14:72, 22:62) 무덤을 확인했고(24:12, 20:1-10), 부활하신 예수님을 직접 만나고(24:36-43, 20:19-23) 도마와 함께 예수님을 또 만났다(20:26-29). 예수님을 부인했으면 그 뒤에 더 잘해야 했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면 충성해야 했다. 그러나 베드로는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뒤에 제자들 6명과 함께 고기 잡으러 가버렸다(21:2).

베드로는 예수님이 아니라 자신에게 실망했을 것이다.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예수님은 베드로를 다시 찾아가셨다. ‘날이 새어갈 때’(21:3) 고기가 있느냐 물으셨다(21:4). 배 오른편에 그물을 던지라 명하셨다(21:5-6). 베드로는 제자로 부름 받았던 때(5:6)처럼 그물을 들 수 없을 정도로 고기를 잡았다. 요한이 그때 일을 기억하며 이번에는 그물이 찢어지지 않았다(21:11)고 기록했다.

베드로가 바다에 뛰어들어 다가왔을 때 예수님은 생선을 굽고 계셨다. 생선을 뒤집는 예수님 손에 못 박힌 자국이 선명하게 보였을 것이다. 못 박힌 자국을 보았기 때문일까, 고기를 가져오라는 예수님 말씀을 듣고 베드로는 잡은 물고기가 전부 몇 마리인지 세었다. 좋은 고기 몇 마리 골라서 가져오면 될 텐데 153마리인 줄 확인한 뒤에도 예수님께 달려가지 않았다. 예수님을 부인하는 것도 모자라, 부활한 예수님을 보고도 제자 여섯을 데리고 고기 잡으러 도망 왔으니 민망했을 것이다.

히브리어는 알파벳을 숫자로 바꿀 수 있다. 베드로를 숫자로 바꾸면 153이 된다. 물고기가 153마리였을 때 베드로는 깜짝 놀랐을 것이다. 베드로가 예수님을 피해 도망 다니려 해도 예수님은 계속 베드로를 찾아가신다. 베드로가 회복될 때까지 놓지 않으신다. 베드로가 가져온 생선을 구워서 드신 뒤에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세 번 물으셨다. 예수님은 이미 베드로를 처음 부르실 때처럼 배 오른편에 고기를 던지라 하셨다. 베드로가 예수님을 세 번 부인한 때처럼 세 번 물으셨다. 베드로를 처음 부를 때처럼 다시 회복시키시며 어린 양을 맡기셨다. 꾸짖지 않으시고 거절하지 않으신다. 물론 실망도 하지 않으신다.

우리도

사람은 우리를 실망시키지만 예수님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으신다. 우리는 하나님을 실망시키지만, 하나님은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신다. 거절하지 않고 계속 받아주신다. 그런데도 우리는 하나님께 실망했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마음대로 생각해 놓고, 하나님이 자기 생각대로 하지 않으면 화를 낸다. 하나님은 이것조차 받아주신다. 실망한 사람의 부족함과 무책임함을 하나님께 말하자. 하나님께 실망했다면 하나님께 실망했다고 말하자. 왜 하나님이 불의를 보고 가만히 계시느냐고 물었던 하박국에게 대답하신 하나님이 우리에게 대답해주실 것이다.

믿었던 사람에게 실망했다고 나쁘게만 생각하지 말자. 상대방이 잘못했을 수도 있지만, 우리가 자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어릴 때 살던 곳에 가면 동네가 작아 보인다. 어릴 때 기억하던 긴 골목, 넓은 공터, 높은 나무가 그리 크고 높지 않다는 걸 알고는 놀란다. 어린아이 눈으로 본 골목과 공터와 나무는 길고 넓고 크지만 어른 눈으로 보면 자그마해 보이는 게 당연하다. 마냥 우러러보기만 하던 사람이 평범하게 보이는 건 그분이 부족해졌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자신이 자랐다는 뜻일 수도 있다. 계속 자라자. 아슬란을 따라,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이라도 가는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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