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부터 졸업식 날 송사(5학년 회장이 읽는 글)와 답사(6학년 회장이 읽는 글)를 없앴다.
송사와 답사 대신 '초등학교를 졸업하며'와 '아이들을 떠나보내며'를 읽었다.
2011년에 나는 6학년 담임이 아니었다.
6학년 교실에 가서 한 시간 동안 글쓰기를 가르쳤다.
아이들이 선생님께 쓴 편지에서 문장을 가려내어 편지 한 장으로 만들었다.
6학년 담임선생님에게 아이들을 떠나보내는 마음을 써서 읽어달라고 했다.
올해는 아이들에게 <나의 성장 기록>을 쓰라고 했다.
나도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썼다.
졸업식장에서 읽은 편지를 소개한다.
참 착하고 맑은 아이들을 만났다.
너희는 내가 없어도 싸우지 않고 잘 놀았다. 그림 그리며 놀고, 수다 떨며 놀고, 재완이 괴롭히며 놀고, 재완이의 괴롭힘을 받으며 놀았지. 체육관과 운동장은 물론, 1층 내려가며 슬라이딩도 하고 1학년 아이들과도 놀았어. 연못 얼음 깨며 놀고 화장실 천장에 젖은 휴지를 붙이면서도 놀더구나. 너희들끼리 얼마나 잘 노는지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단다.
‘헨리 나우웬’이라는 분이 말했어. “날마다의 삶에는 놀라움이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놀라움으로 가득해. 이걸 보면 사는 게 신비로워. 날마다 새로운 걸 보고 살면 날마다 새로워지니까. 삶에서 놀라움을 찾는 능력은 어른보다 아이가 더 좋아. 그런데 이제는 아이들도 어른처럼 마음이 닫히고 눈이 어두워져서 새로움을 보지 못해.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 나와, 늘 타던 그 버스를 타고, 같은 자리에 앉아 학교에 오잖아. 늘 다니던 길로, 똑같은 발걸음으로 교실에 들어오지. 같은 친구들과 어제 앉았던 의자에 앉아, 어제와 같은 모습으로 공부해. 급식 먹으면서 늘 남기던 반찬을 남기고, 놀다가 똑같은 의자에 앉아 집에 돌아와.
너희에게 새로움을 보여주고 싶었어. 6년 내내 버스 타고 오던 길을 걸어서 등교하며 무얼 봤니? 늘 같은 높이에서 보던 삼척을 산 위에서 볼 때 어떻게 달랐어? 핸드폰 화면 들여다보고 공차고 던지며 노는 게 아니라 나무에 밧줄 매어놓은 놀이터는 어땠어? 인터넷 사이트와 영상을 보며 배우는 공부가 아니라 선생님과 이야기하며 배우는 공부는 어땠어? 학교 뒷산에 오르고,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말이 아니라 글로 생각을 표현하면서 새로움을 찾았니? 달라졌니? 새로워졌니?
세상을 새롭게 보는 눈을 가지는 건 축복이란다. 너희들이 자기만의 눈으로 바라보며 자기만의 길을 가면 좋겠어. 남들과 다른 길을 가더라도 주눅 들지 말고 재미나고 즐겁게 가면 좋겠어. 그런 길이라면 힘들고 어려워도 끝까지 갈 가치가 있을 거야.
졸업 축하한다. 그리고 응원한다. 날마다 새로움을 찾아내며 놀라운 인생을 살기 바란다.
올해는 아이들과 많이 웃으며 지냈다.
졸업식을 위해 몇 가지 준비했다.
먼저 1~6학년 담임 선생님들께 부탁해서 편지를 받았다.
예전 담임선생님 다섯 분 모두 편지를 써주셨다. 아이 이름 하나하나 불러가며.
보건교사, 전담교사, 원어민 교사도 편지를 써줬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써주신 편지를 전해주었다.

둘째, 1년 동안 찍은 사진과 1~5학년 사진 몇 장을 배경으로 졸업 축하 영상을 준비했다.
5학년 선생님이 만들어줬다.
5학년 선생님이 만들어줬다.
셋째, 현재 1~5학년 아이들 사진을 배경으로 아이들이 종이에 쓰고,
몸으로 축하한다고 표현한 모습을 넣어 <꿈꾸지 않으면> 노래에 맞춰 영상을 준비했다.
4학년 선생님이 만들어줬다.
넷째, 아이들과 의논해서 각자에게 어울리는 상을 만들었다.
해맑음상, 동물사랑상, 곧은마음상, 함박웃음상, 모범리더상, 일취월장상 등
아이 사진, 상 내용, 장학금 내역을 소개하는 PPT를 만들었다. 3학년 선생님이 해줬다.
1학년은 교실 앞에 축하 현수막에 손으로 쓴 글씨를 걸었다.
2학년은 <졸업 축하합니다> 몸 글씨를 만들어 보여주었다.
다섯째, 아이들이 초등학교에서 얼마나 성장했는지 썼다.
졸업식하면서 <나의 성장 기록>을 한 사람씩 읽었다.
함박웃음 상을 받은 아이가 성장에 도움을 준 분으로 가장 먼저 할머니를 말했다.
할머니 84세(?), 아빠 58세, 엄마 30대 초반, 그리고 아이.
6학년 영상, 동생들 영상, 사진 모두 좋았지만 이 사진이 가장 마음에 든다.
내게 고맙다고 인사한 분 중 가장 허리를 깊이 숙인 분이다.
구부러진 허리를 더욱 숙여서 “선생님, 고맙습니다.” 하셨다.
아이들 성장 기록을 듣고 나도 글을 읽었다.
여덟 아이 중 다섯 아빠는 나보다 나이가 많다. 다른 세 아빠는 나와 나이가 비슷하다.
이분들은 새로움에 대한 기대가 없다.
그래도 아이들은 반짝인다.
'나누고 싶은 글 > 아이들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쟁, 우리 (0) | 2023.09.02 |
---|---|
상을 못 받은 아이 반응 (0) | 2023.08.27 |
우리 아이가 이렇게 돼서~ (0) | 2022.11.07 |
<구멍 난 벼루> 독서동아리 활동 (0) | 2022.10.25 |
아이들 국어 교과서 살펴보다가 (2) | 2022.1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