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 몇 분에게 독서 지도 강의를 하게 됐다.
강의 자리에 미혼모의 엄마 두 분도 오셨다.
한 분이 몇 번이나 어두운 표정으로 딸을 보며 “우리 아이가 이렇게 돼서~” 하며 말했다.
엄마는 딸을 걱정하며 한 말이지만, 이 말이 거슬렸다.
딸이 어떻게 들을지 신경 쓰였다.
『알사탕』 빅북을 가져가서 읽어드렸다.
등장인물인 동동이는 아빠와 둘이 산다. 할머니는 돌아가셨고, 엄마는 나오지 않는다.
아빠가 동동이에게 잔소리를 쏟아붓는다.
동동이는 이 말을 모두 잔소리로 들었는데 알사탕을 먹었더니 “사랑해!”로 들린다.
“아빠가 하는 잔소리가 ‘사랑해’라는 뜻이죠!” 했더니 미혼모의 엄마 두 분이 맞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미혼모들은 잔소리라고 맞섰다.
특히 ‘우리 아이가 이렇게 돼서~’를 들었던 딸은
“어떻게 사랑한다는 말이예요? 그냥 잔소리지!” 했다.
미혼모들이 어리다. 내 눈에는 예쁜 학생으로 보인다.
아빠가 하는 말이 “사랑해!” 라고 느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은 그냥 잔소리로 들린다. 이를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엄마는 인정하지 않는다.
강의 도중에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어제 00이 데리고 병원 가는데 너무 춥게 입혀 나왔어요. 엄청 추운데 샌들 신고, 유모차에 애를 태웠어요.
유모차 가지고 오지 말라고 문자 보냈는데 말이에요. 어제 얼마나 추웠는데 애를 그렇게 하고~”
엄마가 잔소리한다. 그러자 딸이 입을 꾹 다물고 있다.
“00이 엄마도 말해봐요!” 했더니
“어제 법원에 갔어요. 법원이 멀어요. 유모차 없이 멀리 가면 너무 힘들어요.
유모차에 아이 태워서 지하철 타면 사람들이 쳐다봐요. 엘리베이터 타면 노인들이 자꾸 물어봐요.~~~
힘든 줄 알지만, 멀리 갈 때는 어쩔 수 없이 유모차 가져가요.
신발에 찍찍이가 있는 거 신고 벗기 어려워요. 아이가 발을 그냥 쑥 넣는 신발을 좋아해요.
양말도 두꺼운 거 신겼고~”
저도 생각이 있어요. 이렇게 한 이유가 있어요!’ 한다.
딸 말이 끝나자마자 엄마가 이야기하는데 “우리 애가 이렇게 돼서~” 가 또 나온다.
“두 분 이야기는 이 정도 들을게요.” 하고 이야기를 들려줬다.
“샘이 있어요. 아주 좋은 물이 나와요. 기독교에선 은혜의 샘, 생수의 샘이라고 해요.
자녀를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이라고 생각해도 돼요.
사람들이 물을 마시려고 파이프를 연결했어요.
아무리 좋은 물이라도 파이프가 썩으면 썩은 물이 나와요. 샘에 있는 진짜 좋은 물이 흘러가면서 오염되지요.
엄마는 딸을 아껴요. 사랑하죠. 사랑해서 잔소리해요. 동동이 아빠가 동동이에게 잔소리한 것처럼 말이에요.
동동이 잘되라고 하는 소리잖아요. 하지만 동동이에겐 좋은 물이 아니에요. 그냥 썩은 물로 느껴져요.
동동이에겐 물이 보이지 않아요. 아빠 말만 들리죠. 잔소리라는 파이프를 통해 흘러가잖아요.
동동이는 이 물을 마시지 않아요. 듣기 싫죠.
엄마의 사랑이 전해지려면 파이프가 좋아야 해요. 따님이 좋게 느끼는 파이프가 필요해요!” 했다.
딸(00이 엄마)이 좋아한다.
쉬는 시간에 엄마에게 “우리 아이가 이렇게 돼서~ 라고 하지 마세요.” 라고 부탁했다.
딸이 느끼는 마음을 설명했다.
자녀 독서 지도 요청을 받고 고민했다.
‘방법을 알려주면 이분들이 실천할까?’ ‘무얼 얘기해야 할까?’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엄마 없이, 엄마를 그리워하며 글을 쓴 아이들이 생각났다.
아이들이 쓴 글을 보여주고, 느낌을 묻고 나서 아이가 강원도 시골에서 어떻게 사는지 들려주었다.
“내가 제일 힘든 줄 알았는데 나보다 더 힘든 아이도 있네요!” 이걸 바라진 않았다.
동정은 나쁜 파이프다. 아주 나쁘다.
아이가 글을 쓰며 이겨내고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슬픔을 비교해서, 자신이 덜 슬프다고 기뻐하는 건 나쁘다.
강의 마무리하며 미혼모를 나쁘게 보지 않으면 좋겠다고 했다.
“우리 아이가 이렇게 돼서”로 보는 관점을 바꾸시라고.
시골 사는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이 글이 되었고, 어디에서도 피지 못하는 꽃이 되었다고~
좋은 뜻으로 생각을 바꾸고 행복하게 사시라고~
강의 끝나고 점심을 같이 먹었다.
“우리 아이가 이렇게 된” 결과로 태어난 아이 이름이 선비들 문화와 관련된 이름이어서 뜻을 알려드렸다.
이름 뜻대로 살면 좋겠다.
나는 우리 반 아이들에게 잔소리한다.
깨끗하게 하라고, 바르게 하라고, 사이좋게 지내라고, 마스크 쓰라고~
그러나 내 자녀에게는 잔소리를 많이 하지 않았다.
우리 반 아이들보다 더 깨끗하게, 더 바르게, 더 사이좋게 지내게 가르쳤지만 잔소리로 가르치진 않았다.
학급 아이들 앞에서 나는 선생님이고, 1년 동안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내 자녀는 오랜 시간 계속 같이 살면서 가르친다. 그래서 다르다.
'삶의 태도는 잔소리에서 나오지 않는다. 아이는 파이프를 통과한 물을 마신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자녀를 대하며,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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