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많이 힘들었다. 많이 참았다.
희망 학년을 쓰지도 못하고 6학년 받아 고생했으니 올해는 원하는 학년을 할 수도 있었는데
양보하는 고약한 병 때문에 올해도 희망 학년을 쓰지 않았다.
원하는 사람이 없던 6학년인데, 의외로 보상 같다.
아이들이 착하고 순진하다.
잔소리 많이 해야 하고, 한 말 또 하고 또 해야 하지만 똑같은 말 되풀이하는 건 초등학교 교사의 숙명 아닌가!
아이들과 마음이 맞아 장난치며 지냈다.
 
“얘들아, 난 37000살이야. 거의 산신령급이지!”
 
애들이 맞장구를 쳐준다.
1학년 애들에게 ‘우리 선생님 37000살이라고’ 외쳐댄다.
지난주 저녁에 학교에서 삼겹살 파티를 했다.
학교 텃밭에서 상추 따서 씻었다. 우리가 심은 감자 캐고 피망도 따왔다.
삼겹살 굽고, 삼겹살 기름에 김치 구워먹더니 감자까지 구워 먹는다.
맛있다고 아주 호들갑이다. 
 
실컷 먹고 쉴 때 애들 몇이 체육관에서 귀신 놀이를 했다. 한참 놀다 뛰어나오더니
 
“선생님, 체육관에 귀신 있어요. 피아노에서 소리가 나요.”
 
“아~ 피아노에 사는 애! 걘 3800살이야. 아직 어린 녀석이라 시끄러워!”
 
“선생님, 체육관 창문 위에 얼굴이 4개 보였어요.”
 
“걔들은 더 어려. 350살밖에 안 돼.”
 
“아~ 맞다. 선생님은 37000살이잖아!”

 

삼겹살 파티하고 며칠 뒤, 급식에 블루베리가 나왔다. 블루베리에 하얀 벌레가 있다고 한 녀석이 호들갑이다. 
1mm밖에 안 되는 작은 날벌레가 블루베리 위에 붙었다. 그 블루베리 집어서 먹어버렸다.
 
“어~~ 선생님~~~” 하는데
 
“야, 난 37000살이야. 안 먹은 게 없어. 풀뿌리부터 온갖 동물을 잡아먹었어. 이 정도쯤이야~”
오늘 아침에 학교에 갔더니 애들이 몰려나오면서
“선생님, 교실에 마구간 냄새가 나요!” 한다.
병아리가 물통을 넘어뜨리고 똥을 싸서 나는 냄새다.
냄새 때문에 교실에서 치워야겠다고 했더니 점심시간에 병아리 한 마리씩 안고 논다.
사진> 지난 금요일에 했던 전교생 물총놀이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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