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난 책벌레다. 책을 본다. 이웃집에 가도 책을 찾는다.
책이 많은 집에 가면 우와!’ 하며 책을 살핀다.

2. 이상하다. 책이 참 많은데, 주인이 책을 참 좋아하는데 책꽂이가 별로다. 책장 칸 높이가 35cm나 된다
  책을 꽂으면 10cm 이상 남아서 ~’ 하다. 책장이 깊어서 두 줄로 꽂아도 될 정도다.
  책꽂이가 높으면 생활 먼지가 책 위에 내려앉는다.
  내 책장은 책꽂이 높이가 딱 맞아서 먼지가 책과 책장(나무판) 사이로 잘 들어가지 못한다.

3. 처음 산 책장은 칸이 너무 높고 깊어서 책을 많이 꽂지 못했다. 400권을 꽂을 공간에 300권도 못 꽂았다.
   가구점에서는 자리만 차지하고, 책이 알맞게 꽂히지도 않은 책장을 팔았다.

4. 책장을 싱크대 업체에 주문했다. 가로, 세로, 높이, 깊이를 표로 만들어 보내면 그대로 만들어줬다.
   자르고 연결하기만 하면 되므로 인건비가 많이 들지 않았다.

5. 그래도 실수를 몇 번 했다. 너무 깊었고, 받침대를 조금 세워 가운데가 내려앉기도 했다.
  몇 번 실수하며 책장 만드는 방법을 터득했다.

6. 책뜰안애 서재 책장을 편백나무로 만들었다. 오신 분들이 책꽂이 보며 좋아하신다.
  책꽂이를 이렇게 만들어야겠다고 방법을 물어보신다.

책꽂이 만드는 방법은

1. 책 규격에 맞춰 책꽂이 높이를 정해야 한다.
  보통 책(동화, 소설)은 가로 15cm, 세로 21cm이다. 양장본도 비슷하나, 세로가 23cm까지 큰 경우도 있다.
  내 책 90%15cm, 21cm이므로 책꽂이를 여기에 맞춰야 한다.

2. A4(21cm, 30cm) 파일이나 문집을 넣는 공간이 일부 필요하다.

3. 그림책(가장 큰 그림책)을 넣는 공간도 일부 필요하다.

4. 빅북(:40cm×50cm)을 보관하려면 한쪽 구석에 따로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5. 책뜰안애 서재 책꽂이 규격은 이렇다.
 가. 가로 35cm×3= 105cm이지만 실제 길이는 111cm이다. 나무 두께(1.5cm×4)를 계산해야 한다.

 나. 세로 25×6 + 27 + 32 = 209cm이지만 실제 길이는 224cm이다.
   나무 두께(1.5cm×9+ 밑바닥 1.5cm 한 장 추가)를 계산해야 한다.

 다. 키가 170cm인 사람은 200cm가 넘는 곳에 있는 책을 꺼내기 어렵다. 책꽂이 가장 위는 잘 읽지 않는 책을 넣어야 한다.

6. 정말 중요한 건 깊이다.
  가. 책장이 너무 깊으면 책을 밀어 넣어야 하고, 앞에 남은 공간에 먼지가 쌓인다.
   보통 책을 꽂고 책 앞에 책을 쌓아두거나 장식품을 놓기도 하는데 이러면 먼지를 계속 닦아내야 한다.
   책을 앞으로 당겨서 꽂고 책을 꽂은 안쪽을 비워두면 보기 좋고 먼지가 덜 앉는다.
   다만, 책 안쪽 공간을 버리는 셈이어서 아깝긴 하다.
  (정확한 규격으로 책장을 만들면 공간이 절약된다. 책장 두께가 줄면 방도 더 넓게 쓴다.)

 나. 깊이를 17cm면 가장 깔끔하다. 보통 책(15cm×21cm)을 넣으면 앞에 2cm가 남는다. 이 정도 깊이가 가장 보기 좋다
   다만 A4 크기의 책을 넣으려면 깊이가 최소한 22cm는 되어야 한다.

 다. 내 책장은 깊이가 22cm이다. 책을 앞으로 당겨서 꽂고 책이나 자로 톡톡 밀면서 줄을 맞추었다.
   (
물론, 서재 오는 분들이 내 의도를 모르고 계속 책을 넣었다 뺐다 하며 들쑥날쑥하게 해놓는다.)

** 한글로 표를 만들어서 붙였더니 아래 표에서 왼쪽 칸이 오른쪽 칸보다 많이 넓어졌다. 
   왼쪽 칸이 오른쪽 칸과 같은 넓이라고 생각하고 봐주세요.

    35cm
25cm(세로)

35cm



35cm



55cm
25cm(세로)

55cm



35cm
25cm(세로)

35cm



35cm



55cm
25cm(세로)

55cm



35cm
25cm(세로)

35cm



35cm



55cm
25cm(세로)

55cm



35cm
27cm(세로)

35cm



35cm



55cm
32cm(세로)

55cm



 

7. 책을 다 꽂으면 읽어야 한다. 책은 읽기 위해 사는 거 아닌가?
  나는 서재에 있는 책 95%를 읽었다.

8. 마지막으로 책벌레(나 말고 진짜 벌레!)
  책벌레는 그야말로 책벌레다. 없는 곳이 없다.
  편백나무 책장, 벽난로 피우면서 훈증 소독, 벽에 규조토를 발라 습기와 냄새 조절까지 신경 썼지만, 책벌레가 산다.
  어쩔 수 없다. 볼 때마다 손으로 꾹 눌러 죽이는 수밖에.

“자, 이제 읽자!”

 

<질문있어요?!> 펀딩하면서 (관련 내용 : https://bookyard.tistory.com/306)
초등 5학년~고등학교 1학년을 위한 책을 모아봤어요.

1. 펀딩에 참여하는 분들이 추천한 책

제목
1 고전 명작
2 긴긴밤
3 나니아연대기(C.S.루이스)
4 난 뭐든지 될 수 있어(린드그렌)
5 로알드달 책
6 리언이야기(바람의 아이들)
7 마당을 나온 암탉
8 모모
9 밉스가족의 특별한 비밀
10 비밀의 숲 테라비시아
11 빨강, 하양 그리고 완전한 하나 / 라자니 라로카
12 사피엔스,유발 하라리
13 산적의 딸 로냐(린드그렌)
14 수요일의 전쟁
15 아몬드
16 오즈의마법사
17 유은실 작가 (순례주택)
18 이금이 작가
19 중학생 자존감이나 가족관계와 관련된 책
20 책벌레들의 비밀후원작전
21 톰소여의모험, 마크트웨인
22 푸른 사자 와니니
23 한윤섭, 서찰을 전하는 아이
24 해리포터, JK롤링
25

26
휴먼카인드

미움 받을 용기
 
2. 질문 만들 책을 준비하면서 정리한 책 목록
제목 기타
  시간을 보는 아이 수학
(한 권 선택)
  어서 오세요. 수학 가게입니다.
  매스매틱스 1, 2
  수학특성화중학교
  나쁜 과학자들(다른), ) 과학
(한 권 선택)
  청소년을 위한 그린+뉴딜(플루토
1 거꾸로 가는 고양이 시계  
2 광인 수술 보고서, 송미경  
3 구덩이, 김숨  
4 김태호  
5 꽝 없는 뽑기 기계  
6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7 디디의 우산  
8 로봇, AI 관련 책  
9 로지나 로, 지나  
10 모든 치킨은 옳을까?  
11 바깥은 여름-김찬성과 에반  
12 비트 키즈  
13 엄마 사용법, 김성진  
14 역사소설  
15 영원한 유산  
16 위대한 마법사 달벤  
17 일주일, 최진영  
18 7  
19 죽이고 싶은 아이  
20 지구 행성 보고서  
21 지팡이 경주  
22 철학자와 늑대  
23 테드 창 인생의 이야기  
24 팩트풀니스  
25 프리스비 부인과 니임의 쥐들  
26 핵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  
27 허생전  
28 현실의 회복, 김규항  
29 화씨 451  
     
31 빨강, 하양 그리고 완전한 하나 라자니 라로카
32 피그말리온 아이 은휘가 비현실적(로젠탈 효과)
 

3. 책벌레가 독서토론 질문 만들기로 결정한 책 (계속 업그레이드할 예정)

제목 기타 확정
1 해와 달이 된 오누이 (보리) 옛 이야기 - 쉬움 3
2 우상의 눈물 어려움 3
3 긴긴밤 동화 - 쉬움  4
4 나쁜 과학자들 과학 - 어려움 4
5 복희탕의 비밀 동화 - 쉬움 5
6 순례주택 유은실 5
7 말과 소년 루이스 6
8 햇빛초 대나무 숲에 새 글이 올라왔습니다. 청소년 관계 6
9 수상한 아파트 박현숙 7
10 팩트풀니스   7
11 에이 아이 내니 로봇과 인간 관계 8
12 프런트 데스크 실화 바탕 동화 8
13 점과 선 그림책 같은. 9
14 너와 나를 위한 B컷 이금이 작가 9
15 마당을 나온 암탉 황선미 작가 10
16 세계는 왜 싸우는가 김영미 PD  10
17 재민이의 아주 특별한 점   11
18  린드그렌   11
19  역사 동화   12
20 모모   12
 

배울 학() + 공훈, 가문 벌() = 학벌(學閥). 학교, 학생, 학습에 쓰이는 낱말()과 족벌(族閥), 파벌(派閥), 재벌(財閥)에 쓰이는 한자가 더해지다니 정말 어울리지 않는다. 가족이 세력을 이룬 족벌, 이해관계에 따라 세력을 이룬 파벌, 자본으로 세력을 이룬 재벌에 끼면 부와 권력을 누릴 가능성이 커진다. 그런데 배움과 파벌이라니? 이익이 얼마나 중요하기에 배움과 족벌이 나란히 붙었을까? 정말 좋은 학벌을 가지면 이익이 커질까?

지방 소도시에는 좋은 대학에 입학한 학생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린다. 좋은 학벌을 갖게 되었다고 온 마을이 축하한다. 좋은 대학을 졸업하면 좋은 직장에 취직했기 때문이다. 교사는 학생에게, 부모는 자녀에게 너도 열심히 노력해서 저렇게 돼라!’ 했다. 좋은 학벌을 갖추어야 한다는 당위 앞에서 학생들은 배움에 몰두했을까? 아니다. 경쟁에 몰두했다. 상대평가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 점점 더 어려워지는 시험 문제를 잘 푸는 능력을 길러야 했다. 지금까지는 그랬다. 앞으로도 그럴까?

채용 대전환, 학벌 없는 시대가 온다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우리 시대의 리더로 꼽히는 일곱 명이 강연한 내용을 담았다.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사람들이 강사로 나섰다. 메가스터디 회장, 마이크로소프트 이사…… 이들은 학벌의 시대가 끝났다고 주장한다. 절대평가 체제에서 다른 사람을 이기려는 태도로는 새로운 시대에서 앞서나가지 못한다. 시대가 너무 빨리 변해서 개인의 능력으로는 시대를 이끌지 못한다. 서로 협력하고, 환경을 아끼며, 지금보다 앞으로 잘할 사람을 뽑는다.

기업은 이미 변화를 시작했다. 더 이상 능력을 자기 혼자 입증해 보이려는 사람을 채용하지 않는다. 지금은 홀로 성장하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학벌 좋은 사람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에 맞는 역량을 갖춘 사람이 기업에도 도움이 되었음을 자료를 통해 제시한다. 이들의 주장은 한결같다. 학벌과 스펙에 의존하는 채용은 좋은 인재를 가려내지 못한다. 면접과 역량 검사 등 사람의 역량을 확인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채용하는 시대가 되었다.

10년 안에 사교육이 사라질 수도 있다!. 학벌 체제에서 이익을 누린 사교육의 괴수(?)인 메가스터디 회장의 말이다. 경쟁을 독려하는 방식은 오히려 기업에게 방해가 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경쟁구조를 버리고 직업 평가 방식을 절대평가로 바꾸었다. 그리고 당신은 다른 사람의 성공에 기여한 적이 있는지?’ 물었다. 그때부터 회사가 다시 살아났다. 옆자리 동료를 경쟁자가 아니라 협력자로 보는 관점, 함께 변화를 일으키자는 마음, 환경을 생각하고 생태계를 살리는 마음, 질문하고 새롭게 해보는 마음이 기업을 살렸다. 그렇다면 좋은 대학 가려는 노력 대신 무얼 해야 할까? 그래도 대학 이름이 중요하지 않나?

학벌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면 이런 대답이 들린다.
사회는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 어느 대학 나왔는지가 여전히 중요하다.”
지금까지 한 건 뭐가 되나? 지금까지 좋은 대학에 가려고 투입한 노력은 누가 보상하나? 우릴 체제의 희생양으로 삼는 건가?”

공정성까지 따져가며 학벌을 옹호한다. “대학에서 배우는 게 중요한 것도 있다. 대학에서만 배워야 하는 내용이 있다.” 하며 대학에 가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대학에서 배워야 하는 것도 있다. 그러나 학벌은 더 이상 소용이 없다. 세력을 이룬 벌()은 늘 자기들이 이룬 체제를 유지하려 했다. 유지하려다 보니 변화에 적응하지 않았고, 새로운 시대에는 사라져버렸다. 재벌의 대표인 삼성도 직원 평가 방식을 상대평가에서 대부분 절대평가로 바꾸었다.

()을 이룬 세력은 자기들 세력 이외의 무리에게 피해를 준다. 학벌은 소수의 특권층을 낳았고, 이는 국민 다수에게 피해를 주었다. 자기들 세력에 포함되지 않은 무리를 배제하는 방식은 다수에게 피해를 준다. 이런 방식은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 이름을 알아주는 대학 졸업생보다 다양한 경험을 가진 다양한 개성의 인물이 나와야 한다.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학생들, 청년들이 졸업한 대학 이름이 아니라 저마다의 독특한 능력에 따라 일하는 세상이 꼭 올 것이다. 채용 대전환, 학벌없는 시대가 온다를 읽고 생각을 바꾸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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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6년 만에 150쇄를 찍은 책이다. 우리나라 독자는 이런 책을 참 좋아한다. 유명한 사람이 썼고, 성공을 이야기하는 자기 계발 서적 말이다. 우리나라 독자가 좋아하는 까닭이 하나 더 있다. 가장 똑똑한 무리(하버드,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 생도와 졸업생 등)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를 자료로 내세운다. 이름난 작가와 학자의 실험 과정과 결과도 자료로 내세운다. 똑똑하고 성공한 사람들, 전문 자료를 근거로 내세우면 사람들이 확실하다고 믿는다. 수많은 연구 결과와 면담, 설문 자료를 내세우며 계속 말한다. “그릿이 중요하다. 그릿을 가지면 성공한다.”

그릿은 열정과 집념이 있는 끈기, 투지를 말한다. 저자는 그릿이 성공의 필요조건이라고 말한다. 동의한다. 재능보다 그릿(노력)이 중요하다는 주장, 그릿은 고정된(타고난) 것이 아니라 성장한다는 주장, 그릿을 기를 수 있다는 주장에 모두 동의한다. 그러나 책을 읽을수록 지나치다고 생각했다. 필요충분조건이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필요충분조건처럼 읽혔다. 저자가 면담하고 조사한 대상은 모두 그릿이 좋았다. 그렇다면 실패한 사람들을 면담하고 조사했다면 그릿이 좋지 않았다고 나올까? 저자가 그릿 대신 다른 조건을 주제로 내세우고 조사했다면 저자가 의도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무엇보다 성장을 반드시 이루어야 할 목표로 내세우는 게 싫었다. 우승하고, 승진하고, 목표를 이루고 성취하면서 우리가 잃는 게 얼마나 많은지! 미국인 특유의 승리주의에 빠져 신음하는 지구, 소외된 이웃, 작고 약해서 도움을 받지 못하는 존재를 무시하는 오류에 빠지는 건 아닌지 걱정되었다.

그렇지만 아이들에게 그릿을 말하며 해보자고, 투지를 갖자고 말하려 한다. 시골 아이들에겐 성장을 도와주는 사람이 곁에 별로 없다. 부모가 곁에 있기만 해도 다행이지. 부모가 있어도 자녀의 성장에 별로 관심이 없다. 학교에 맡기고 학원에 맡기면 끝인 줄 안다. 시골 아이들에겐 해보려는 마음이 필요하다. 무조건 노력하자는 게 아니라 한 단계 나아지기 위해 생각하고 노력하자는 저자의 말이 산골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책을 읽고 스스로 투지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하면 도움이 되겠지만, 아이들에게 "투지를 가지면 성공한다. 너도 투지를 갖고 살아라!" 강요하면 효과가 없을 것 같다.

덤으로, 독서와 글쓰기와 토론 지도에 도움이 되는 문장을 읽었다. 자녀가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하게 하려면 초기에는 격려해야 한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맞춤법을 잘 알거나 글을 잘 쓰는 건 아니다. 그리고 토론에서는 무엇보다 질문이 중요하다.

초기에는 초보자들이 관심사에 전념하고 싶은지 또는 관심을 끊고 싶은지 여전히 따져보는 중이므로 격려가 매우 중요하다. (151) : 독서, 글쓰기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스펠링 비 대회 결선 진출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취미로 하는 독서는 의외로 효과가 없었다. 스펠링 비에 출전한 거의 모든 아이들이 언어에 관심이 있고 독서를 즐겼지만, 독서와 철자 맞히기 실력 간에는 어떤 관계도 발전되지 않았다. (175)

옳은 질문은 옳은 답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사실을 배웠다. (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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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난 통일, 북조선 아이

“모조리 아오지 탄광이야!”

  북한을 탈출해서 강원도 바닷가에 온 학생이 있었다. 먼저 나온 고모가 여기 살아서 아이도 **시로 왔다. 대부분 그렇듯 탈북하느라 공부를 못했기 때문에 두 살 어린 동생들과 같이 배웠다. 2 나이의 탈북학생이 초등학교 6학년으로 다녔다. 말투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생각이 완전히 다르니 어울리기 어려웠다. 학생은 말수가 적었다. 조용히 학교에 왔다가 조용히 집으로 돌아갔다.

  초등학교 6학년은 말을 잘 듣지 않는다. 시끄럽게 떠든다. 선생님이 말해도 건성으로 대답한다. 아이들이 교실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어느 날, 아이가 벌떡 일어나서 양손으로 책상을 !” 하고 내리치며 소리를 질렀다.

간나 쌔끼들, 북에서 이렇게 하믄 모조리 아오지 탄광이야!”

  순간 정적이 흘렀다. 남조선 아이들 행동을 참다 참다 폭발한 모양이다.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남한에서는 배고프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탈출했지만, 이런 상황을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두 살 어린 동생들과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고, 예의 없고 철없는 모습을 계속 봐야 하고, 게다가 자기가 간나 쌔끼들보다 공부를 못해서 자존심 상할 줄은 예상도 못 했을 것이다.

  북한이탈주민은 북한을 떠나 험하고 어려운 길을 거쳐 우리나라에 왔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고 불쌍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만나면 어떨까? 우리나라에 온 삼만 명의 탈북민은 남한에서 행복하게 살까? 이웃과 사이좋게 지낼까?

그룹홈 ‘우리집’

  3~12월까지 한 달에 두 편씩 글을 보내드리고 월 1만 원씩 받는 펀딩을 했다. 후원할 곳을 추천받으면서 그룹홈 우리집을 알게 되었다. 마석훈 대표가 그룹홈을 만들어 탈북청소년들과 함께 산다고 했다. 지금은 유치원부터 대학생까지 11(해마다 달라짐)과 아파트에서 함께 산다. 북한을 탈출하면서 부모를 잃거나 헤어진 아이, 부모와 함께 지내지 못하는 아이들을 돌본다고 하셨다. 죽음의 길을 지나면서 상처받은 아이들, 표현이 강해서 함께 지내기 어려운 아이들과 18년 동안 같이 살았다는 말을 듣고 정말 놀랐다.

  후원금을 보내드렸더니 책을 보내주셨다. 우리가 만난 통일, 북조선 아이라는 책이었다. 앞표지가 평범해서 자료집을 보낸 줄 알았다. 책을 뒤집었다가 뒷표지에 꽂혀버렸다. 지금까지 읽은 책 수천 권, 표지를 보았던 책 수만 권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뒷표지였다. 책을 읽으면서 뒷표지가 점점 아름다워졌다. 너무 귀한 책이다. 책벌레가 뽑은 올해의 책에 해당하는 책이다.

  책은 5부로 쓰였다. 마석훈 대표는 하나둘학교(1부. 2001, 북한이탈주민이 정착교육을 받는 하나원 안에 있는 학교), 늘푸른학교(2부. 2002, 하나원을 퇴소한 무연고 탈북청소년의 생활훈련과 자립을 돕는 공동체), 그룹홈(3부. 2003~2005, 임대빌라에서 탈북학생들과 함께 사는 집), 그룹홈 우리집’(4부. 2006~현재)에서 탈북청소년들과 살았다. 아침에 학교 보내고 저녁에 돌아오는 아이들 맞아들이는 생활이 아니다. 아침에 학생들 만나 저녁에 집으로 보내는 것도 아니다. (5부는 통일에 대한 생각을 다루었다.)

  남한은 북한과 다르다 . 이만저만 다른 게 아니다. 당장 말투가 달라 북한에서 온 줄 다 안다. 탈북청소년은 완전히 새로운 사회에 적응해야 한다. 부모와 헤어졌거나 부모가 죽기도 했다. 목숨 걸고 나오는 과정도 힘들었는데 남조선에서 살아가는 현실이 만만치 않다. 상처는 많고 가치관도 다르다. 별것 아닌 일에도 다툼이 생길 수 있다. 누군가 도와주어야 한다. 그런데 마석훈 대표 외에는 탈북청소년을 이해하는 사람이 없다.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것도 힘들 텐데 학교와 사회에서 적응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 과정을 이 책에 담았다. 학생들 설득하다가 다투고, 학생들이 학교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려고 몸부림친 내용이다.

  책을 읽으며 자꾸만 멈추어야 했다. 아이들이 목숨 걸고 나온 이야기가 슬프고, 극적이고, 대단해서가 아니다. 불쌍하거나 놀라워서도 아니다. 마석훈 대표가 학생들을 대하는 모습에 너무 공감해서이다. 인간을 이렇게나 깊이 이해하다니 놀랍다. 탈북청소년들과 같이 살면서 겪은 이야기를 과장하지 않고, 동정심을 유발하지 않고, 인간으로 대하는 모습이 너무 고마웠다.

통일 하나! 가지게 되더라도 남에게 거만하지 않게 베풀고,
통일 둘! 도움 받아 살더라도 비굴하지 않게 받으며,

  그룹홈 우리집가훈은 다섯 가지다. 첫째가 가지게 되더라고 남에게 거만하지 않게 베풀자는 내용이다. 자립하자, 성공하자 하며 목표를 이루자는 내용이 아니다.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는 공동체에서 비굴함과 거만을 가훈으로 삼다니 대단하다. 후원금을 보냈더니 마석훈 대표가 사진 찍고 기사 내는 그런 걸 원하지 않냐고 물으셨다. 목숨 걸고 북한을 탈출한 아이들, 더구나 돌볼 사람이 없는 아이들만 지내는 곳이라 하면 사람들 반응이 딱 보인다. “아이고, 불쌍해서 어떻게 해?”, “불쌍한 아이들에게 뭐라도 줘야겠다!” 하겠지.

  불쌍해서 주는 건 좋지 않다. 아이라서 도와주고, 같은 민족이라 도와주고, 예수님 생각하며 도와주는 건 괜찮지만 상대가 불쌍해서 도와주는 건 반대한다. 도와주는 자신을 우위에 두고, 상대를 저기 아래에서 손을 내미는 하찮은 존재로 만드는 건 오만이다. 오만은 도와주는 사람, 도움받는 사람 모두를 망친다. 탈북학생들은 이런 태도를 정말 싫어한다. 마석훈 대표도 운영비 쉽게 마련하는 방법을 알지만, 방송을 이용하지 않는다. 자신이 겪은 일을 과장해서 불쌍한 척하며 후원자를 이용하는 학생들을 꾸중하고 혼낸다. 탈북학생들 내세워 비굴한 표정 지으면 돈이 생기고 편해지는데 그러지 않는다. 배짱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기 때문이다.

  “제 돈이 아니에요. 돈 받아서 전하는 사람이라 그런 거 안 합니다. 받은 돈 전달했으니 알아서 쓰세요!”
했다. 이 말을 듣는 마석훈 대표 표정에서 내 마음을 보았다. 돈 주면서 생색내는 사람들에게 질린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을 볼 때의 표정이었다.

통일 셋! 누구 하나 소외됨이 없도록 늘 깨어있으며,
통일 사천만! 가난한 이웃을 섬기기 위해 내 삶을 나누고,

  누구 하나 소외하지 않고 늘 깨어, 가난한 이웃을 섬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용서하고, 보듬고, 한없이 너그러워야 할까? 현실을 모르는 사람이나 할 이야기다. 언젠가 우리의 삶이 아름다워지겠지만, 살아가는 과정은 다툼과 긴장의 연속이다. 자녀를 기르면서도 꾸중하고, 설득하고, 화를 내야 하는데 탈북한 청소년들과 함께 살면 장난 아니다. 마석훈 대표가 참고 기다린 내용, 학교에 가서 빌었던 내용도 좋았지만 학생과 싸운 내용, (어쩔 수 없이, 때론 쿨하게) 포기하는 내용도 좋았다. 그룹홈을 떠난 학생에게 어찌 내게 그럴 수 있을까, 내가 지를 어찌 키웠는데, 쌍누무 새끼.” 하는 부분이 참 좋았다. 아이를 사랑한 사람이라면 이 마음 안다.

통일 팔천만! 한반도의 평화공존을 위해 노력합니다.
우리,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함께 갑니다!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통일해야 하느냐 물으면 대부분 하지 말자고 한다. 북한이 고개 숙이고 들어오면 받아주는 통일을 원한다. 어른들도 잘사는 우리나라가 못 사는 북한을 흡수하는 통일을 원한다. 통일을 기업 인수합병처럼 생각한다. 기업에 이익이 되는지 따져보고, 대기업이 중소기업 삼키듯 북한을 먹어버리려 한다. 북조선 동포들이 그런 통일을 받아들일까? 마석훈 대표는 영토 통일, 자원 통일이 아니라 사람 통일을 말한다. 오천만 국민이 삼만 명 탈북민을 받아주지 못하면 이천오백만과 어떻게 통일하겠느냐고 묻는다. 오만하게 도와주고, 그들이 굽신거리며 고마워하는 걸 보고 싶어 하는 통일이라면 글쎄~ 과연 그게 통일일까?

이 책은 책벌레 이름을 걸고 추천한다. 꼭 사서 읽으세요. 빌리지 말고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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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어려운 말들 (에이미질 레빈, 202) / 성경 해석

기독교인이 아닌 유대인 신학자가 예수님의 말씀 중에서도 어려운 말씀을 골라 해석했다.
기독교인이 한두 번은 궁금해한 내용을 다루었다.
기독교인이 아닌 신학자, 남성이 아닌 신학자라서 그런가 생각하는 게 완전히 다르다.
부모를 미워하지 아니하면 제자가 되지 못한다는 말씀(눅 14:26)을 정체성으로 해석한다.
특히 천당과 지욱, 악마에 대한 해석이 새롭고 좋다.
여기 저기서 읽고 들었는데도 이해하지 못했던 내용을 한꺼번에 정리해놓았다.

1. 네게 있는 것을 다 팔아 (막 10:21) - 경제 문제의 중요성
2. 부모를 미워하지 아니하면 (눅 14:26) - 정체성에 대한 질문
3.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 (막 10:44) - 종의 은유는 적절한가
4. 이방인의 길로도 가지 말고 (마 10:5) - 인사이더와 아웃사이더의 구분
5. 바깥 어두운 데로 내쫓으라 (마 25:30) - 내세에 대한 해석은 유익한가
6. 너희 아비 마귀에게서 났으니 (요 8:44) - 매도와 악마화를 극복하려면

이 책은 성경 공부에 도움이 된다. 히브리어의 뜻을 밝히고, 같은 히브리어가 쓰인 사례를 소개하고, 몇 가지 해석 사례를 소개하고, 올바르지 않은 해석을 하나씩 지워나간다. 질문하고, 찾고, 토론하고, 또 찾고, 하나하나 따지며 뜻을 찾아간다. ‘예수님 말씀이 이런 뜻이니 이렇게 살아라!’ 하는 내용은 별로 없다. 일반인이 읽으면 딱딱하고 지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책을 읽어야 한다.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태도, 성경을 해석하는 방법을 배우기에 딱 좋은 책이다.

다만 딱 부러지는 내용을 원하는 분은 읽으면서 화가 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 신자들이 궁금해 하는 5,6장과 1장 위치를 바꾸면 더 좋았을 거라 생각한다.

가끔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데 참 좋다.
129
쪽에 목자 없는 양 같이 고생하며 기진함이라(9:36)’ 하는 내용을 이렇게 마무리한다.

<나는 회중을 으로 보는 은유가 썩 내키지 않는다. “바리새인 되기 싫어. 바리새인은 부당해. 난 그냥 양이 될 테야.” 어렸을 때 이 노래를 부른 사람들도 얼마든지 양보다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다. 회중은 양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림 속에서야 귀엽지만 양은 고분고분하고, 말이 없고, 상상력도 없어 생각하지 않는다. 회중은 제자가 되어야 한다. 나는 다음 세대 자녀들이 양이 되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방사선과 의사, 회계사, 전기 기술자, 배관공, 도서관 사서, 호텔 지배인 등 무엇이 되어도 좋지만 양만은 안 된다.>

199 <굳이 성경학자가 아니어도 문제의 본문들과 씨름할 수 있다. 나는 사람들이 성경에서 아무런 문제점도 보지 못할 때가 더 걱정되고 제기되는 의문조차 무시할 때는 더욱더 걱정된다. 본문의 의미를 묻지 않거나 본문의 내용과 씨름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회중과 특히 젊은층에게 몹쓸 짓을 하는 것이다. 제자도란 고분고분한 양처럼 된다는 뜻이 아니다.>

통일 할아버지 문익환, 김남일, 난이도 ★★

민주주의의 등불 장준하, 김민수, 난이도 ★★

저는 줄곧 강원도 시골에서 삽니다. 보수적인 동네입니다. 박정희, 전두환 시절에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 집집마다 생활필수품을 나눠준 기억이 있습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 가난한 동네에 사는 사람들은 비누와 라면을 주는 사람이 훌륭한 지도자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정서가 고정되어 이명박, 박근혜에게도 표를 주었습니다.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따지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우리에게 무얼 줄 건지만 생각했습니다.

강원도 사람들에게 문익환은 빨갱이 목사입니다. 저와 함께 교회에 다닌 분들도 문익환 목사님을 목사라고 부르지 않았습니다. 여기 사는 분들은 문익환 목사님에게 받은 것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선물을 보는 눈이 없었습니다. 이분 덕분에 더 자유롭게 살아가는 줄은 모른 채 무조건 빨갱이라고 불렀습니다. 오랫동안 그런 분들 사이에서 자랐기 때문에 저도 문익환 목사님이 빨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통일 할아버지 문익환

문익환은 1918년 만주 북간도 명동에서 아버지 문재린 목사와 어머니 김신묵 권사의 맏아들로 태어났습니다. 문익환의 부모님은 1899년에 두만강을 건너 간도로 건너가 독립과 국권 회복에 힘썼습니다. 문익환은 12세에 명동학교에서 송몽규, 윤동주와 함께 새 명동이라는 이름으로 문예 잡지를 냈습니다. 평양 숭실학교에 입학했지만 신사참배를 반대하여 학교가 문을 닫았습니다. 이후에 일본신학교를 다니다가 군인으로 끌려가기 싫어 학교를 그만두었습니다. 28세인 1945년에 친구 윤동주와 송몽규가 감옥에서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윤동주와 송몽규가 죽은 뒤에 문익환 목사님은 복음동지회라는 모임에서 장준하 선생님을 만납니다. 1968년부터 8년 동안은 가톨릭과 함께 공동 구약 번역 책임자를 맡았습니다. 문익환 목사님은 공부하고 가르치는 학자와 어울리는 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청년 전태일이 노동자들의 처지를 알리려고 분신하고, 장준하 선생님이 의문의 사고로 돌아가시자 학생들을 가르치고 시를 쓰며 목사로, 학자로 지내던 선생님의 삶을 바꾸었습니다. 가만히 앉아 책만 보고 연구하는 학문이 아니라 이 땅에서 일어나는 가장 중요하고 절실한 문제에 뛰어들어 해결점을 찾는 신학을 시작합니다.

박정희 정권에 대항하여 31 민주구국선언을 발표하고 구속됩니다. 감옥에 들어갔다 풀려나고, 다시 구속되었다가 풀려나기를 되풀이하면서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1989년에는 72세의 나이로 평양을 방문해서 김일성과 두 차례 회담을 하고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구속됐습니다. 1991년에는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불타올라 강경대 열사를 비롯한 여러 사람이 죽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목사님은 장례 위원장을 맡아 활동하다 또 감옥에 갇혔습니다.

뉴스에서 문익환 목사님에 대한 소식이 나올 때마다 강원도 사람들은 빨갱이라고 계속 비난했습니다. 저 역시 대학생이 된 뒤에도 어릴 때부터 듣던 문익환은 빨갱이를 떨쳐내기 어려웠습니다. ‘굳이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뒤로 한참 시간이 지난 뒤에 기독교 역사를 배우면서 문익환 목사님이 평화를 사랑하는 학자에서 투사로 변한 계기를 들었습니다. 그건 바로 장준하 선생이 하던 일을 자신이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민주주의의 등불 장준하

장준하 선생도 문익환 목사님처럼 아버지가 목사였습니다. 문익환 목사님과 똑같이 1918년에 태어나 지난해에 탄생 100주년을 맞았습니다. 193315세로 숭실중학교에 입학하였다가 신성중학교로 전학하여, 20세부터 평안북도 정주에 있는 신안소학교 교사로 지냈습니다.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신학교에 입학하고 결혼도 하지만 19441월에 일본군 학병으로 끌려갑니다.

장준하는 훈련과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일본군에게 지지 않겠다는 결의로 맞섰습니다. 마취제 없이 수술을 받고, 탈출해서 독립군이 되려는 일념으로 기어코 중국 선발대에 뽑힙니다. 결국 중국 쉬저우에 주둔하는 츠카타 부대에서 친구 셋과 함께 탈출합니다. 탈출한 학병이 한 명도 없을 만큼 감시가 삼엄한 부대를 벗어난 뒤에도 여러 번 위기를 넘기며 한국 광복군 훈련반을 거쳐 대한민국 임시 정부를 찾아갑니다.

미군과 함께 OSS 훈련을 받으며 국내 진공 작전을 기다리던 중에, 작전 5일을 앞두고 광복이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임시정부 지도자들은 독립을 위해 가족과 목숨까지 바친 분들이 아니라 정권을 장악하려는 사람들의 적이 됩니다. 대통령이 된 이승만은 장준하 선생을 비롯한 임시정부 지도자들을 껄끄럽게 생각했습니다. 일본군 중위로 독립군과 싸웠던 다카키 마사오(박정희)가 장준하 선생을 싫어하는 건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장준하 선생은 196610월에 박정희를 비판하는 연설로 구속됩니다. 이듬해 6월에 국가원수모독죄로 감옥에 갇힙니다. 1973년에는 유신 헌법을 고치라고 요구하는 백만인 서명 운동을 주도하고 또 감옥에 갇힙니다. 1975817, 경기도 포천 약사봉에서 의문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던 1980년대 초에 집에 사상계가 있었습니다. 사상계는 장준하 선생님이 1953년부터 1970년까지 발행한 잡지입니다. 민주주의를 지키고 언론을 감시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에 박정희가 폐간시켰습니다. 내용은 모르지만 표지는 기억납니다. 문익환을 빨갱이라고 하던 제 아버지도 장준하 선생에게는 존경을 표시했습니다. 그렇지만 의문의 사고 배후에 박정희가 있을 거라는 추측을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습니다. ‘훌륭한 분이 안타깝게 돌아가셨다고 생각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두 책은 문익환 목사님과 장준하 선생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펴냈습니다. 두 분이 살아온 과정을 이야기로 들려줍니다. 두 분은 백성들이 제 목소리를 내며 사는 나라를 이루기 위해 말과 글과 행동으로 독재에 맞서 싸웠습니다. 먹을 게 없을 정도로 가난했고, 위협과 협박을 받으며 감옥살이를 했지만 굽히지 않았습니다. 두 분은 우리가 자유롭게 말하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돌아가셨습니다.

201811월에 수학여행을 다니는 중에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 들렀습니다. 마지막 장소에서 독립운동가와 민주주의를 위해 애쓴 분들을 소개하는 특별전을 하고 있었습니다. 독립투사들을 가두었던 옥사마다 두 분씩 소개했는데 그곳에 문익환 목사님도 있었습니다. 문득 강원도 어르신들이 이곳에 오면 뭐라 하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을 욕하며 독립운동가들을 칭찬하던 발걸음이 문익환 목사님 자료 앞에 섰을 때 과연?

만약 장준하 선생님이 돌아가시지 않고 계속 박정희를 반대하며 민주주의를 위해 일하셨다면 빨갱이라고 불렸을 지도 모릅니다. 독재정권이 선생님을 빨갱이로 몰아붙였을 테니까요. 그래도 선생님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셨을 것 같습니다. 비록 그 자유가 자신을 빨갱이라고 부르게 하더라도.

고맙습니다. 문익환 목사님, 장준하 선생님!!

 

온작품 읽기,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한 학기 한 권 일기, 어떻게 할까?, 김주환 외
나의 책읽기 수업, 송승훈

<알쓸신잡> 공주 편에서 김영하 소설가가, 자기 작품을 교과서에 싣지 말라고 했던 일화를 말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보라고 쓴 작품을 일부만 잘라서 실을 바에는 싣지 않는 게 낫다고 한다. 부록에라도 작품 전체를 넣어, 전체를 읽고 이야기를 나눈 뒤에 에세이를 쓰는 수업을 추천한다. 특히 지문을 읽고 답을 찾지 말라고 한다. 작가가 생각하지 못하는 작가의 의도가 많다는 말까지 덧붙인다. 지금까지 우리가 해온 방식을 완전히 바꾸라는 뜻이다. 독자들이 책을 읽으며 자기감정을 발견하고 다른 사람을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학생들은 줄곧 작품의 일부를 읽고 작가의 의도, 등장인물의 마음, 공감하는 부분 찾기를 했다. 이 작품에서 낱말의 짜임을, 저 작품에서 문단 구성을, 다른 작품에서 인물의 마음을 배웠다. 조각난 글을 읽고 지식 조각을 배우기 때문에 작품이 삶에 이어지지 않았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몇몇 교사가 작품 전체를 학생들의 삶과 만나게 해주려고 노력했다. 그분들의 노력 덕분에 온작품 읽기, 통권 읽기 수업이 <한 학기 한 권 읽기>라는 이름으로 교육과정에 포함되었다. 그러나 한 학기 한 권 읽기의 목적과 의도를 모른 채 더해진 수업정도로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 ‘온작품 읽기’,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다룬 책 중에 몇 권을 간단하게 소개한다. 책을 많이 읽는 다른 교사의 의견을 받아, 별 숫자로 반영했다.

초등학교

(이야기가 넘치는 교실) 온작품 읽기,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다섯
  아이들이 작품의 가치를 온전하게 느끼면 좋겠다고 생각한 교사들이 한 학기 한 권 읽기가 시작되기 전에 전체 작품으로 수업했다. 책벌레 선생님의 행복한 독서토론의 수업 버전 같다. 좋은 분들이 참 좋은 수업을 했다. 국내 작가의 작품을 많이 소개해서 좋다.

한 학기 한 권 깊이 읽기에 빠지다, 박정순 외, 초등 넷 반  
  실제 수업한 사례이고, 수업 내용도 좋다. 1장은 한 학기 한 권 읽기에 대한 설명이다. 교사가 관심 가질 내용을 간단하고 쉽게 썼다. 2장 동화책, 3장 그림책, 4장 동시집을 깊이 읽는 내용이다. 동화책과 그림책 내용은 아주 좋고, 동시집도 꽤 좋다. 다만, 학년별 추천도서에 어려운 책이 포함되어 아쉽다.

​『초보자도 할 수 있는 온작품읽기,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셋 반
  제목이 말해주듯 온작품읽기를 처음 시도해보는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쓴 책이다. 전체의 2/3가 실제 교실 이야기다. 책 한 권으로 수업하는 이야기다. 내용이 쉬워서 초보자 눈높이에 맞겠다.

저자들이 공통으로 강조하는 내용이 있다. 한 학기 한 권 읽기가 학교, 학부모, 학생들의 상황을 고려한 온전한 삶을 추구하는 교육과정이라 한다. 학생들의 삶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라고 한다. 작품에 대한 이해를 넘어 책을 매개로 학생 자신의 이야기가 되어야 하고 학생들 간 서로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소개한 책 외에 다른 책도 꽤 있다. 내용을 참고하되 아이들의 독서 수준과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책 속에 나온 교실의 아이들은 몇 해에 걸쳐 꾸준히 온작품을 읽어 왔다. 긴 호흡으로 긴 글도 읽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런 경험이 없는 아이들에게 큰 기대감을 가지고 적용하면 실망할 수도 있다. 이 외에도 초등 책이 많다. 읽기에 대한 수업이니 책을 읽고 하면 좋겠다.

중학교

한 학기 한 권 읽기 어떻게 할까?, 김주환 외, 넷 반
  서론, 수업 시간에 책 읽기, 시 경험 쓰기 수업, 서평 쓰기 수업, 청소년 문학상 선정 수업, 프로젝트 수업을 다루었다. 시 수업은 여행 가방에 시집을 가득 넣고 학생들에게 나눠주며 수업을 시작한다. 내용이 좋아서 초등 고학년과 해보고 싶다. 서평 쓰기는 독서 활동의 꽃이라 불리지만 학생들이 힘들어한다. 줄거리 쓰기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잘 안내했다. 선생님들에게 도움이 많이 되겠다. 청소년 문학상 프로젝트는 독서의 종합예술 같은 느낌이었다. 웬만한 애정 없이는 못하겠다. 독서 프로젝트 수업 내용에서는 선생님의 열정과 마음이 얼마나 큰지 보였다. 과목을 넘나드는 수업이라 다른 과목 선생님들과 협력해야 한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맺는 글이다. <질문이 있는 독서를 위하여>라는 맺는 글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고등학교

나의 책 읽기 수업, 송승훈, 다섯
  참 좋은 책을 만났고, 책을 읽으며 참 좋은 사람을 만났다. 1교시(수업 실패기), 2교시(학생들이 글쓰기까지 과정)는 내가 쓴 글을 읽는 것 같았다. 3-5교시(3-5)는 배우고 싶은 내용이다. 선생님은 평가를 꼼꼼하게 한다. 수업을 촘촘하게 잘 짜되, 학생들에 대해서는 여유를 보인다. 본받고 싶다. 다른 교과의 독서교육 방법도 소개한다. 그런데 저자인 국어교사가 다른 과목 독서교육에 대해 너무 잘 알아서 놀랐다. 독서에 대해서는 하나도 빼지 않고 다 아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아는게 아니라 학생들과 부딪치면서 알게 된 사람의 고백서를 읽는 기분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독서교육의 목적이다. 선생님은 학생들이 똑똑해지게 하려고 독서 수업을 한다. 또한 착하게 만들고 싶어 한다. 참 좋다.

이 책은 목차를 정하고, 하나, 둘 설명하는 방식이 아니다. 선생님이 앞에서 설명하는 말투로 썼다. 송승훈 선생님 말투나 표정, 몸짓을 안다면 책이 훨씬 생생하게 다가오겠다.

한 학기 한 권 읽기, 송승훈 외, 넷 반
  현직 고등학교 선생님들이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을 한 자료를 소개한다. 고등학생은 책을 읽고 자기 나름의 논평을 작성할 수 있다. 책을 통해 현실을 비판하고 자기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것이 서평이다. 서평은 책과 나, 자신이 사는 세계를 나란히 놓는 일이다. 서평을 쓰려면 학생 수준에 맞는 책을 골라주어야 한다. 송승훈 선생님이 강조하는 부분이다. 교사의 몫은 학생이 기웃거릴 책을 준비해서 펼쳐놓는 일이다. 책을 잘 읽는 학생뿐만 아니라 싫어하는 학생이 관심을 가질 책까지 준비해야 한다. 이건 기초를 놓는 일이다. 여러 사람의 수업 내용을 보여주어서 좋다.

자기만의 방식을 찾자.

나는 독서캠프,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에서 학습지를 쓰지 않는다. 만들기도 안 한다. 이런 건 자신이 없다. 책 읽기 전에 아이들이 책에 관심을 갖게 꼬드기고, 같이 책을 읽고, 독서 놀이와 토론을 했다. 내가 잘하는 활동으로 수업했다. 책을 읽고 마음에 들면 그대로 따라 하라고 권한다. 그대로 하기 힘든 내용을 빼고, 여러분이 좋아하는 활동(미술, 음악, 연극, 놀이, 운동 등)을 더해도 된다. 자신감을 갖고, 진짜 수업하는 맛을 누리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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