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어렵다.
인간은 의지와 노력보다 습관을 따른다.
습관은 의지와 결심, 노력을 무너뜨린다.
과연 우리는 결심한 대로 변할까?
변화를 주제로 두 책을 생각한다. 변화를 다룬 책을 읽겠다고 생각하고 두 책을 선택하지는 않았다.
11월에 읽은 두 책 내용 정리하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이다.
『금서를 빌려드립니다』는 교장 선생님(과 이사진) 생각에 대항하는 이야기다.
『튜브』는 실패한 사람이 변하려고 노력하는 이야기다.
둘 다 고등학생(대학생, 성인)과 토론하고 싶은 책이다.
※ 금서를 빌려드립니다 (데이브 코니스, 366쪽) / 중2 이상
책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책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할 책이다. 실제로 출판된 괜찮은 책이 많이 나오고, 괜찮은 책에 나오는 괜찮은 문구도 많이 나온다. 고등학교(럽튼 아카데미) 졸업반 클라라는 책을 굉장히 좋아한다. 도서관 봉사활동을 즐긴다. 어느날 교장선생님이 교직원에게 책 목록을 보내며 학생들이 읽지 못하게 명령한다. 사립학교는 교장의 영향력이 크다. 교장 뜻을 따르지 않으면 해고를 당한다. 문학반 교사는 수업 교재를 바꾸어야 하고, 사서 교사는 도서관에서 책을 치워야 한다. 학생들이 읽으라고 권하던 책을.
『호밀밭의 파수꾼』, 『초콜릿 전쟁』, 『스피드』 등이 왜 금서로 지정되었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학생들에게 목록을 알려주지도 않는다. 슬그머니 도서관에서, 수업 참고목록에서 빼버린다. 문학반 교사와 사서 교사는 다른 방식으로 저항한다. 그 중 하나가 금서 도서관이다. 책을 좋아하는 클라라가 금서만 모아 흰색 표지를 하고 금서 도서관을 운영한다. 교사는 금서 도서관을 모른 척하며 클라라를 응원한다.
한편, 럽튼 아카데미 학생들은 그룹을 지어 생활한다. 부자들이 모인 그룹이 있고, 책을 좋아하는 그룹도 있다. 이들은 서로 섞이지 않는다. 그런데 금서 도서관이 생기면서 부자 그룹 학생이 책을 빌려 간다. 이때부터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난다. 학교를 좌지우지하는 부와 권력을 가진 친구(클라라 그룹에 속한 학생들이 저쪽 친구라고 생각하며 어울리지 않는 친구)가 금서를 읽고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한다. 그 행동 때문에 클라라와 만나고, 클리라가 저쪽 친구들에게 다가간다.
친구 관계, 부모와 자녀 관계, 책과 학생의 관계를 생각하게 하는 내용이 많다. 특히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보여주는 문장과 대화, 사건이 많다. 고등학생이 책을 두고 나누는 대화가 정말 수준 높다. 부럽다. 실제로 미국에서 이런 대화가 이루어진다면 그들은 오랫동안 강대국 자리를 놓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중고등학생에게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알려주기 좋은 책이다. 물론 설명이 아니라 토론으로.
※ 튜브 (손원평, 273쪽) / 소설
실패한 사람이 스스로 노력해서 성공하는 이야기를 쓰겠다고 마음먹고 쓴 소설이라고 작가가 말했다. 성공의 비결로 꾸준히 노력해서 일어나는 작은 변화를 꼽았다. 허황된 꿈을 꾸었기 때문에 하는 일마다 실패한 성곤은 자살의 문턱까지 간다. 한강 다리 위에서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에 뛰어내리지 않고 돌아온다. 그리고 배달일을 시작한다. 아내와는 별거 중이고 딸을 생각하면 미안하기만 하다.
책을 읽어갈수록 자기계발서의 소설 판이라는 생각이 강해졌다. 『무지개 원리』 같은 책을 이야기로 읽는 것 같았다. 나는 자기계발서를 싫어한다. 자기계발서를 읽은 독자의 20%는 도움이 되지만, 80%는 실제 도움을 받지 못하고 느낌에 취할 거로 생각한다. 그래서 읽을수록 불편했다. 『아몬드』 작가답지 않다고 생각했다.
주인공 김성곤은 아내와 다시 만난다. 화려하게 일어선다. 그러나~ ‘그러나’로 바뀌는 내용이 있어서 ‘이 책은 읽을 만하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챕터가 없었다면 자기계발서로 못 박고 읽지 말라고 했을 것이다. 자기계발서가 말하는 내용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마지막으로 김성곤에게 일어난 일을 겪을 거라 생각한다. 사람 생각과 습관이 쉽게 바뀌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