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나만 미워해, 내 마음대로 안 돼요

둘이 짝꿍 책이다. 한 반 네 친구 시점으로 네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둘 다 1학년 아이 마음을 잘 나타냈다.
내 마음대로 안 돼요는 엄마 아빠 1학년 때 이야기이고,
선생님은 나만 미워해는 지금 1학년 아이들 이야기다.
어릴 때 나도 병아리, 햄스터를 키우고 싶었는데 마음대로 안 됐다.
선생님과 결혼하고 싶고, 일기 쓸 내용이 없어서 마음대로 안 되었다.
지금도 공감할 이야기다.

선생님은 나만 미워해를 읽으며 우리 학교 1학년 아이들이 생각났다. “아이가 1학년이면 학부모도 1학년이다.”는 말이 있다.
3
월 첫 주부터 아이가 학폭 당했다고 화를 내며
저녁에 담임에게 전화한 학부모가 있다
.
당신의 교육관이 지나친 건데 담임 잘못으로 몰아세우며
선생님이 자기 아이만 미워한다고 그러네
.
그래도 3월 지나고 4월 되니까 아이가 조금씩 나아진다.
등장인물 은채 같은 아이였나 보다.
학교에 가면서 두려워하는 아이도 친구를 사귀고 학교에 가고 싶어 한다.

이금이 작가님이 짧은 이야기에 1학년 아이 마음을 잘 담았다. 저학년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좋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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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아홉 권 출판했습니다.
공동 저자로 참여한 책도 몇 권 됩니다.
이쯤 되면 원고 쓸 때마다 척척 출판이 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20223월과 4월에 받은 거절 메일입니다. (아래)
앞으로도 몇 개 더 받을 겁니다. 출판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책을 출판하고 싶다면 거절을 친구로 삼으세요.
수십 번 거절 메일을 받아야 책이 나온답니다.
~ 거절 메일 받으면 그나마 다행이지요.
한 달이 지나도 소식이 없으면 거절로 알아들으세요.’ 하는 곳도 많아요.

기죽지 마세요.
어느 한 곳은 당신의 가치를 알아볼 거예요.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다면~~~
또 쓰세요. 고쳐 쓰세요.
맛난 거 먹고, 바람 쐬며 마음을 가라앉힌 뒤에 쓴 글을 읽고 또 고치세요.
이거면 됩니다. 충분히 만족할 때까지 계속 쓰세요.

그래도 출판이 안 된다면 글 좀 읽는 분에게 비평해달라 하세요.
저보다 거절 메일 많이 받은 분을 여럿 압니다.
제가 비평해준 분도 꽤 있지요.
한 분은 꽤 이름난 작가가 되었어요.

기죽지 마세요.
쓰는 걸 즐기세요.
세상이 당신의 가치를 알아주지 않을 수도 있어요.
괜찮아요. 괜찮다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또 쓰세요.

<<거절 메일 1 2022. 4. 19.>>

권일한 선생님, 안녕하세요?
000 출판부입니다.
먼저 소중한 원고를 저희에게 보여주셔서, 그리고 오래 기다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일전에 투고해주신 원고의 검토 의견이 정리되어 메일 드립니다.
보내주신 원고를 편집부에서 흥미롭게 읽고 논의해보았습니다만
저희의 출간 방향 및 향후 일정 등을 고려했을 때 출간은 어렵겠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이렇게 짧은 말로 아쉬운 의견을 전하게 되어 대단히 송구스럽습니다.
아쉽지만 원고와 잘 맞는 출판사, 눈 밝은 편집자의 손에서 좋은 책으로 만들어지길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건강히 지내시고 항상 건승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거절 메일 2 2022. 4. 13.>>
안녕하세요. 000 출판사입니다.
이번에 저희 출판사에 출간 의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부에서 검토해 보았는데, 아쉽게도 출판사 여건상 출간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저희 출판사와는 인연이 없지만 다른 출판사에서 좋은 책으로 묶여 나오리라 기대합니다.
가시는 걸음마다 우리 주님 함께하시기를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거절 메일 1 2022. 3. 7.>>
권 일한 선생님께
안녕하세요? 000 출판부입니다.
오래 기다리셨을 텐데 빨리 답변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 동안 보내 주신 원고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의견을 나누어 보았는데,
아무래도 저희 출판사에서는 출간이 어렵겠습니다.
오랫동안 여러 팀과 의견을 교환하고 숙고 끝에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귀한 원고를 보내 주셨는데 긍정적인 답변을 드리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늘 강건하시고 평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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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01권(55544쪽)을 읽었다.
월간지와 그림책을 합하면 57000쪽 정도 읽은 셈이다.
글을 쓰지 않아서 책을 더 많이 읽었다.
폭발하는 아이들과 지내며 힘들었지만, 책 덕분에 회복되었다.

12월에 읽은 책 12권 5469쪽

201. 성경 (1754쪽)
해마다 한 번씩 읽는다. 나를 만들어준 책이다. 내가 가장 많이 읽고, 좋아하고, 많이 알면서도 모르는 책이다. 내 나이보다 몇 번 더 읽었다.
 
200. 전략가 잡초 (이나가키 히데히로, 224쪽) / 생태
나는 들꽃을 좋아한다. 사람들이 잡초라고 부르는 식물이다. 하지만 밭에 나는 풀은 싫어한다. 농사지을 때 내 노동력의 1/3이 잡초 제거에 들어간다. 잡초라면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어보고 생각이 달라졌다. 잡초의 전략이 정말 놀랍다. 잡초 제거가 아니라, 잡초가 나지 않게 하려고 생각한 방법이 잡초의 전략을 무력화하는 방법이었다니~! 그래도 나보다 잡초의 전략이 더 뛰어나다. 수천 년 이어온 전략을 (기계를 쓰지 않는) 내가 이기긴 어렵다. 새로운 관점을 보여준 재미난 책이다.
 
199. 우치무라 간조, 신 뒤에 숨지 않는 기독교인 (양현혜, 475쪽) / 기독교
우치무라 간조의 생애를 소개하고, 생각이 변하는 과정을 설명한다. 위인전보다 평론에 가깝다. 우치무라는 일본이 청나라를 이기고 러시아를 이기고 승승장구하던 때에 일본 국민의 생각에 매였던 인물이다. 또한 전쟁에 반대하며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일본을 꿈꿨던 사람이다. 제도화된 교회를 반대하고 무교회를 시작하였으며, 죽을 때 후계자도 임명하지 말라고 했다. 단점도 있으나 장점이 훨씬 많은 신앙 위인이었다. 470쪽이나 되는 긴 책이라 읽기 어렵겠지만,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198. 미들마치 (조지 엘리엇, 1413쪽) / 소설
책을 읽다가 인용한 내용이 좋아서 무턱대고 읽었다. 긴~ 분량답게 앞부분 전개가 느리다. 인물이 많아 관계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읽으면서 조금씩 재미있어졌고 천 쪽을 넘으면 이어질 내용이 계속 궁금해진다.
미들마치는 영국의 특성이 잘 드러난 마을이다. 이 마을에서 결혼으로 시작한 이야기가 결혼으로 끝난다. 『오만과 편견』이 주인공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인상과 마음의 변화를 중심으로 썼다면, 『미들마치』는 미들마치라는 사회가 바라보는 결혼, 개인하는 사람에 대한 생각을 드러낸다. 개인의 감정도 다루지만 사회적 위치와 역할, 사람들의 평가, 평판에 따른 변화를 잘 보여준다. 내용이 길고 인물관계가 복잡해서 추천하기가 망설여진다. 19세기 영국 모습을 알고 싶은 분이나 책벌레에게 추천한다.

 

197. 우리가 몰랐던 1세기 교회 (박영호, 264쪽) / 기독교
성경을 해설하는 좋은 작가가 계속 나온다. 내용이 참 좋다. 1세기 교회 상황을 설명하며 성경이 어떤 뜻인지 알려준다. 우리가 생각한 이상적인 모습으로서의 초대 교회가 아니라 실제로 그들이 모인 곳, 예배 형식, 교회의 문제, 사회에서의 영향, 당시 사회의 반응을 드러내어 밝혀준다. 서신서를 읽을 때 참고하면 도움이 많이 되는 책이다. 박윤만, 송민원, 박영호 세 분 책이 정말 좋다.
 
196. 운동장 아래 100층 학교 4 (최은옥, 150쪽) / 초 2 이상
아이들이 검은 안개를 이기고 드디어 100층 학교를 완성했다. 그런데도 문제가 생긴다.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 때문에. 과연 어른들에게 무엇이 필요할까? 바로 101층에 해답이 있다. 101층은 어른들의 00이 모인 학교다. 무얼까?
 
195. 운동장 아래 100층 학교 3 (최은옥, 134쪽) . 초 2 이상
100층 학교를 기대하는 아이들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가가 '검은 안개'를 만들었다.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어려움을 '검은 안개'가 유혹하는 내용이다. 게임에 빠진 아이, 존재감이 없는 아이, 부모가 시키는 대로 하는 아이가 친구를 만나고 자신의 꿈을 꾸는 모습으로 바뀐다. 가볍게 생각하고 이야기하기에 좋다.
 
194. 비밀의 숲 테라비시아 (캐서린 패터슨, 247쪽) / 중학생 이상
1978년 뉴베리상을 받은 동화다. 40년 전 이야기라 아이들은 배경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내겐 최고의 책이다. 뻔해 보이는 문장을 탁월한 번역이 덮어준다. 단순한 구조, 갑자기 바뀌는 플롯도 괜찮게 만드는 이야기이다. 초등, 중등, 어른, 교사들 모임에서 토론했는데 모두 좋아했다. 참 좋은 책이다.
 
193. 책모임 이야기 (박미정, 430쪽) / 독서교육
책 표지에 나온 <특별하고 거창한 독서교육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독서가 삶이 된 이야기> 그대로다. 저자는 책 모임을 한다. 동네 아이들과 함께 모이고, 아이들끼리 모이게 도와주고, 지금은 교사들과도 모이고, 좋아하는 사람 손 들라고 해서 모인다. 이 책은 책 모임을 어떻게 시작했는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걱정하며 시작한 책 모임이 어떻게 자랐는지, 엄마가 이끌던 모임에서 아이가 이끄는 모임으로 어떻게 바뀌었는지 차근차근 보여준다. 또한 아이들이 모여서 이야기하던 책 모임이 깊어지고 넓어져 고전을 읽는 모임이 된 과정도 보여준다. 책을 읽으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 왜 함께 읽어야 하는지, 모여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
‘이렇게 하면 된다.’ 하며 거창한 비법을 말하는 책들 사이에서 수줍게 자기 이야기를 하는 책이다. 비법서보다 더 따뜻하고 책 냄새가 나는 책이다. 비법을 말하는 책보다 더 좋다. 정말 이렇게 하면 될 것 같다. 책벌레가 추천한다.
 
192. 운동장 아래 100층 학교 2 (최은옥, 136쪽) / 초 2 이상
아이들이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100층 학교에 들어간다. 지난번보다 층수가 두 배나 늘어 50층 넘게 만들어졌다. 한 번 위기를 해결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더 재미나게 지낸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이 다가오는데~ 이 문제 역시 현실을 잘 반영했다. 이야기 구조는 비슷하나 내용과 위기가 달라져서 1층과 다른 느낌을 준다.
 
191. 운동장 아래 100층 학교 1 (최은옥, 128쪽) / 초 2 이상
운동장 아래에 학교가 또 있다. 아이들의 상상력으로 지어지는 학교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상상하면 학교가 계속 지어진다. 운동장 아래 100층 학교에 들어간 아이들이 상상력을 발휘하며 즐겁게 노는 가운데 위기가 다가온다. 현재 아이들이 겪는 일을 반영한 문제이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학교가 계속 지어진다. 어떻게 할까?
 
190. 우투리 하나린 (문경민, 214쪽) / 4학년 이상
우리나라 전통 설화인 <아기 장수 우투리>를 문경민 작가가 다시 썼다. 우투리 하나린 1권으로 다새쓰(다시 새롭게 쓰는) 방정환 문학상 대상을 받고 이어지는 이야기를 계속 쓰는 중이다. 작가가 초고를 보내줘서 읽었는데 책으로 나온 내용은 깔끔하게 다듬어졌다. 악은 거대하고 교묘하고 위압적이다. 선은 작고 약하고 순진하다. 누가 이길까?

 

 

11월에 읽은 책 15권 3414쪽 (2021년 50075쪽)

189. 지혜란 무엇인가? (송민원, 244) / 기독교  
  9월에 혼자 읽고 저자의 강의를 찾아 들었다. 책이 좋아서 추천했는데 읽은 분들도 좋다고 해서 같이 나누자고 했다. 모임에서 나누려고 다시 읽었다. 참 좋은 책이다.

188. 김교신, 거대한 뿌리 (박찬규, 352) / 기독교
  참여하는 모임에서 김교신을 공부했다. 날카롭고 단단하게 살았던 한국무교회운동의 아버지 같은 분이다. 월간 <성서조선>을 만들고, 인쇄하고, 배부하고, 수금하는 모든 일을 혼자 했다. 하나님 말씀을 들려주기 위해 애썼다. 형식과 권위에 물든 기독교 조직에 대고, 개인이 하나님 말씀을 묵상하고 서로 말씀을 나누어야 한다고 외친 셈이다. 기독교인이라면 김교신에 대한 책은 한 번씩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87. 김교신의 신앙과 저항 (니이호리 구니지, 169) / 기독교
  김교신 선생의 삶을 <한국무교회주의자의 전투적 생애>라는 주제로 소개한다. 김교신의 삶을 태어날 때부터 돌아가실 때까지 20가지 주제로 나눠 썼다. 김교신이 본 교회가 지금 교회가 다를 바 없고, 무교회주의가 그때 받았던 평가도 여전하다.
함석헌은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에서 이렇게 술회하고 있다.
  우리는, 적어도 나는, 처음부터 교회에 가지 말잔 것은 아니었다. 방학에 집에 오면, 될수록 교회에 나갔다. 그러나 갔다가는 늘 실망했다. 조금도 심령의 소생하는 것이 없고 낡아빠지고 껍데기 돼버린 교회 형식만 되풀이하는 데 견딜 수가 없었다. 우리가 알기로는 신앙은 첫째 자유여야 하는데 거기는 자유가 없다. 참이어야 하는데 형식이요, 수단적이다. 심령의 문제인데, 나와 하나님 사이는 직접적인 문제인데 항상 교회란 우상이 그 중간에 선다. 이것이 견딜 수 없어 더러 말을 하면 처음엔 독선이라, 고답이라 하다가 그 다음엔 교회를 부인한다고 차차 멀리했다.

186. 토닥토닥 걷기 학교 (이병주, 237) / 관계, 자녀, 교육
  이병주 선생은 학생과 함께 걷는다. 건물과 도로, 자동차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한적한 길을 따라 천천히 걷는다. 둘이 함께 걸으려면 서로에게 맞추어야 한다. 속도를 맞추어 걷다 보면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고, 이야기를 듣다 보면 공감되고, 마음이 맞는다. ‘저분이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구나!’나를 온전히 받아주는구나!’로 바뀐다. 그러면 힘들고 아픈 마음이 조금씩 괜찮아진다. 함께 걷는 어른도 회복의 경험을 누린다.
  『길 위의 희망, 토닥토닥 걷기 학교는 이병주 선생이 학생들과 함께 걸었던 걷기 학교로 초대하는 내용이다. 1부는 작가 자신이 걷기에 빠져든 과정, 직접 걸은 경험, 걸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소개한다. 걸으면서 우연히 친구를 만난 이야기, 슬픈 일과 힘든 일이 몰려들 때 걸으면서 어떻게 회복되었는지 소개한다. 산티아고 순례길, 우리나라 여러 둘레길을 걸었던 분들이 쓴 마음과 비슷했다. 이는 외국의 이국적인 길, 유명한 길이 아니더라도 걷기 학교의 유익을 누릴 수 있다는 뜻이다.
  2부에서는 <걷기 학교 이야기>를 소개한다. 걷기 학교가 무엇인지, 무얼 준비하고 무엇을 하는지, 어떻게 하는지 안내한다. 그리고 다섯 가지 걷기 학교 사례를 소개한다. 강릉 바우길 걷기(23), 인제 곰배령 걷기(23), 순천 송광사~선암사 걷기(23), 파주 평화누리길(12) 걷기, 강화 나들길 걷기(12) 학교이다. 걷기 학교라고 걷기만 하는 건 아니다. 걷기와 함께 중요한 활동으로 서클 대화모임, 공동생활이 있다. 서클 대화모임으로 마음을 열고, 공동생활을 하며 여러 사람 가운데 스며드는 과정이 있기에 걷기가 더 귀한 활동이 된다.
  걷기를 좋아하고, 걸어야 하는 이유를 아는 분이라면 2부부터 봐도 좋겠다.
  3부는 <걷기 학교를 위한 자료들>을 모았다. 서클 대화를 위한 질문 목록, 마음 열기 활동(내 삶의 질문, 맨발 걷기, 그림이나 사진으로 말하기, 보드게임, 동전은 누구 손에, 바람이 붑니다. 비폭력대화 카드 놀이), 함께 나누기에 좋은 글과 노래 모음이다. 부록으로 초대장, 신청서, 서약서, 평가지, 일정표가 실렸다.
  『길 위의 희망, 토닥토닥 걷기 학교에서 아픔을 들여다보는 저자의 눈길이 가장 좋았다. 자신이 아플 때 걸으면서 회복된 분이, 아픈 학생과 함께 걸으며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모습이 참 좋았다. 이런 마음을 가진 어른이 많아진다면 자녀들이 더 건강하게 지낼 것 같다. 회복하려면 우선 아픈 마음을 알아주어야 하니까!

185. 살아내고 살려내고 (백소영, 222) / 기독교
  좋은 작가가 참 많다. 성경을 공동체로 읽는 해석이라니! 전체 4부로 썼다. 1<성경, 사이-공동체의 신앙고백>은 성경을 위줄과 경줄로 설명한다. 고정된 세로() 사이를 위줄이 오가며 옷감을 짠다. 저자는 경줄을 기준으로, 위줄은 우리의 역량이라고 설명한다. 말씀과 사람이 함께 살아내는 공동체 읽기를 보여준다. 2부는 구약 공동체의 신앙고백, 3부는 신약 공동체의 신앙고백이다. 저자가 보고 겪고 관찰하며 해석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위줄)를 바탕으로 성경(경줄)을 해석한다. 4<오늘, 여기에서 다시 교회로 살기>는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을 혼자인 시대, SNS 시대, 육체 문화, 기술 혁명 시대로 설명한다. 기독교 사회윤리학자요 여성 학자의 눈으로 본 모습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좋은 책이다.

184. 초등학생의 꾸물거림에 대하여 (정은진 외, 214) / 양육
  아이들을 양육하는 단체 소장님들이 월드비전과 함께 만든 책이다. 꾸물거리는 아이를 지도하는 방법을 기질과 행동에 따라 자세하게 안내한 책이다. 아이들 살피고, 하나씩 차근차근 알려주고, 아이가 바르게 행동하도록 이끌어간다. 감정으로 대응하지 말고 차분하게 안내하는 게 핵심이다. 좋은 어른이 참 많아졌다.

183. 밤에 드리는 기도 (티시 해리슨 위런, 319) / 기독교
  나는 낮보다 밤에 관심이 많다. 긍정의 힘을 믿고 자기를 계발하여 성공한 소수보다는 고통으로 힘겨워하면서도 말하지 못하는 다수의 이웃에게 마음이 갔다. 밤에 드리는 기도라? 고통과 죽음을 다른 책을 꽤 많이 읽었는데, 이 책은 그 중에서도 깊은 편이다. 한 문장 한 문장 천천히 읽어야 한다. 프레드릭 비크너(부흐너) 여성 버전이다.
  → 우리는 엉망진창이다. 우리는 우리에게 무엇이 최선인지 알지 못한다.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나를 자유롭게 해주는 바로 그것인 경우가 많다. 내가 가장 피하고 싶어 하는 내 삶의 황폐한 장소들은 하나님이 나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시는 곳이다. 내가 가장 원하는, 그리하여 손가락 마디가 하얘질 정도로 꽉 쥐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운 개입이 아니라면 나를 축소시키고 심지어 죽일 수도 있는 것일 경우가 많다. 내 생명을 구하는 길은 그것을 잃는 것이다(195).

182. 청소년을 위한 AI 최강의 수업 (김태년, 김진형, 205) / 인공지능, 로봇
  대학 교재로 쓰인 AI 최강의 수업을 청소년용으로 다시 썼다. 1장은 인공지능과 관련된 이슈를 다루어서 재미있다. 토론하면 좋을 내용이다. 2~3장은 인공지능을 설명하는 전문적인 내용이라 사전 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 어렵다. 짧은 4장은 토론하기 좋을 내용이다. 청소년이 혼자 읽으면 어렵고, 잘 아는 사람과 함께 읽으면 좋겠다.

181. 세상에서 가장 귀한 화물 (장 클로드 그럼베르그, 109) / 소설
  참으로 귀한 책을 만났다. 아우슈비츠로 가는 기차에 할아버지가 타고 떠난 지 넉 달 뒤에 아버지가 또 기차를 탔다. 이때 저자는 4살이었다.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작가들 책을 좋아했다. 수기도 있었고, 심리학이나 철학을 다룬 책도 있었다. 소설은 처음이다. 독특한 문체로, 예측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썼다. 저자는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는 모든 걸 말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문장 그대로다. 홀로코스트에 관해 모든 걸 말해주는 책이다. 대단한 능력이다. 강력 추천한다.

180. 교육, 그 자체 (권재원, 529) / 교육
  책 읽으면서 교육대학에서 교재로 쓰면 좋겠다!’ 생각했다. 교육에 대한 갖가지 통찰을 담은 책이다. 정말 <교육, 그 자체>를 담았다. 교육에 대한 책을 여럿 읽고, 꽤 고민했는데도 우와~!’ 하는 부분이 많았다. 내년 1월에 이삼일 작정하고 다시 읽어야겠다. 이번에는 점심시간에 도서관에 온 아이들 곁에서 조금씩 읽어서 전체를 정리하기 어렵다.

179. 내 인생의 한 구절 (김기현 외, 237) / 기독교
  17명이 <내 인생의 한 구절>을 소개한다. 돈 많이 번 사람,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정도로 성공한 사람이 뽑은 한 구절과 다르다. 자기계발서나 긍정주의 책에는 나오지 않을 구절이 많다. 자신을 절망에서 일으킨 하나님 말씀 한 구절이 많았다.
  불같은 은혜를 받은 사람도 깊은 좌절을 맛보았고, 공동체를 잘 일으켜 세우던 분도 좌절을 맛보았다. 잘 가르치던 분도, 다른 사람을 돕던 분도 낙심하고 절망했다. 그때 하나님께서 세미한 음성으로 하신 말씀이 이분들을 일으켜 세웠다. 저물어 해가 진 뒤에 예수님을 찾아오던 사람들 같았다. 참 좋은 책이다. 삶의 의미를 찾는 분, 외로움과 좌절 가운데 힘들어하는 분에게 추천한다.

178. 어쩌다 부모 (마상욱, 247) / 부모교육
  학원에 보내지 않고, 아이들과 즐겁게 놀며, 책과 여행으로 아이들을 길렀다. 그 과정을 책으로 내려고 글을 쓴 지 2년이 지났다. 자녀 교육 방법을 알려주는 내용을 가볍게 쓸지, 철학을 말하는 내용으로 무겁게 쓸지 결정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어쩌다 부모를 만났다. 나는 공교육 교사라 자녀를 공교육에 맡겼고, 저자는 홈스쿨로 아이를 길렀다. 저자와 내가 자녀를 기른 모습이 비슷하다. 공감하는 내용이 많았다.
  부모는 자녀를 처음 기르고, 자녀도 자신의 삶을 처음 살아간다. 실수하고 오해하기 마련이다. 여기서 출발한다(1). 저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자녀 교육의 원리를 자녀에 중점을 두어(2) 말한 뒤에, 부모의 역할에 중점을 두어 말한다(3). 4장은 심리를 다루고 5장은 부모의 유형을 다룬다. 5장을 3장 앞에 두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1-2-4-5-3장 순서도 괜찮았을 것 같다. 오타가 몇 군데 있다.

176. 앤의 오두막으로 오세요 (이남석, 247) / 청소년 상담
  이남석 작가는 청소년 진로 관련 책을 쓰는 작가다. 몇 권 읽었는데 다 좋았다. 이번 책은 <앤의 오두막>이라는 특별한 곳에서 학생들이 고민을 해결하는 과정을 소설 형식으로 알려준다. 스킨십과 자위행위부터 자해와 무기력, 상처와 두려움, 감정 다루기, 인간관계까지 중고등학생이 고민할 내용을 솔직담백하게 알려준다. 단순히 고민 해결 방법을 알려주는 수준을 넘어, 고민하던 학생이 친구의 고민을 들어주고 함께 해결하는 과정을 담았다. 특히 <앤의 오두막>이 도시를 건강하게 바꿔가는 복합문화공간의 역할을 하는 모습까지 담았다. 작가가 이런 공간을 꿈꾼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으면서 토요일의 심리클럽이 생각났다.

176. 기차를 기다리는 소년 (다니엘 에르난데스 참베르, 83) / 청소년 소설
  기예르모는 말이 없는 소년이다. 기차역에서 아빠를 기다린다. 이사벨은 아빠가 우편물을 가지러 기차역에 갈 때 따라갔다가 기예르모를 본다. 말하지 않는 친구 기예르모는 누굴 기다릴까? 이사벨이 우표 이야기를 하며 기예르모에게 다가간다. 기예르모가 마음을 열기 시작할 때 친구들이 기예르모를 괴롭힌다. 80쪽밖에 안 되는 짧은 소설에 가족과 친구 이야기를 담았다. 중학생들과 수업하면 좋을 거라 생각한다. 양철북 출판사에서 나온 책은 따뜻하다.

10월에 읽은 책 20권 3933쪽 (2021년 46661쪽)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 작가와의 만남 활동을 위해 최은옥 작가 책을 14권 읽었다.

175. 1968 밤섬 수비대 (방민경, 191) / 4학년 이상
  1968년 한강 개발을 위해 밤섬에서 쫓겨난 분들의 이야기이다. 당시 정부는 밤섬을 폭파해서 홍수를 예방하고 밤섬의 바위로 여의도를 개발하겠다고 했다. 보상을 약속하고 밤섬에 살던 주민을 강제 이주시켰다. 세 아이가 밤섬 폭파를 막기 위해 밤섬에 들어가는 이야기이다. 개발과 보존에 관한 내용을 배울 때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이다. 읽으며 마음이 울렁인 부분이 두 곳 있었다.

174. 예술, 교육에 스며들다 (이다정, 331) / 예술, 교육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다시 읽을 거다. 어렸을 때 나는 잘 모르면서 아는 척했다. 렘브란트가 어쩌고, 고흐가 저쩌고 하며 진지했다. 다른 사람에게 들은 말을 내가 생각한 것처럼 말하기도 했다. 그래서 내가 돋보이는 걸 좋아했다. 지금은 아는 건 안다,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한다. 제대로 알지 못하는 걸 내 것처럼 말하면, 상대가 내 말을 듣고 동의하거나 때로 감동했다 해도 나중에는 알게 된다. 내가 생각한 예술은 깊이가 없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 그렇구나!’ 많이 느꼈다. 중고책 사던 이야기에서 세잔을 소개하는 가장자리이야기가 특히 좋았다.

173. 지금은 없는 이야기 (최규석, 199) / 우화집
  만화가 최규석이 쓴 우화집이다. 정말 좋은 대안을 버리고 간편한 술수를 찾고, 편을 나눠 분열시키고, 눈앞의 이익만 좇다가 중요한 걸 잃어버리는 모습을 비판했다. 읽으며 씁쓸하고 안타깝고 그랬다.

172. 완벽에 대한 반론 (마이클 샌델, 192) / 인문
  생명공학이 발달한 시대에 윤리학을 다루는 책이다. 유전공학 기술로 인간의 신체를 강화하고, 나아가 부모가 원하는 성별의 아기를 선택하거나 특정한 능력을 갖춘 맞춤 아기를 설계해서 낳는 일에 대해 어떤 윤리를 가져야 하는지 말한다. 중학생들과 토론했는데 학생들이 아주 좋아했다. 샌델 책은 토론하기 좋다.

171. 푸른 눈, 갈색 눈 (윌리엄 피터스, 255) / 사회+교육
  1968년 마틴 루터 킹이 살해당하는 걸 보고 교사 엘리어트가 색다른 수업을 시도한다. 차별을 직접 겪어보는 수업. 3 아이들을 푸른 눈과 갈색 눈으로 나누고 한 집단이 더 우월하다고 인식하게 만들어 다른 집단을 차별하는지 살피는 수업이다. 백인 아이들이 눈 색깔이 다르다고 서로 신랄하게 비난하며 차별한다. 이 수업은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었고, 엘리어트는 성인을 대상으로 똑같은 실험을 한다. 이 실험을 바탕으로 차별의 본질과 양상, 인간이 서로를 차별하는 과정과 모습을 설명한다. 참 좋은 책이다.

170. 사라진 축구공 (최은옥, 99) / 3학년 이상
  최은옥 작가 책 중에 이 책과 우산 도서관이 가장 마음에 든다. 남자아이들이 운동으로 경쟁하는 모습에 우정, 이웃, 가족 관계를 잘 담았다. 축구에서 이기려는 마음, 공을 잃어버린 뒤의 마음, 친구와 이웃에게 다가가는 모습이 좋다. 참 좋은 책이다.

169. 내 멋대로 행운 뽑기 (최은옥, 93) / 3학년 이상
  준우가 불행을 잔뜩 만난 날, 사물함에서 행운을 가져다주는 주사위를 발견한다. 주사위를 사용해서 행운을 거머쥐지만, 행운이 계속 이어지는 건 아니다. 얻은 만큼 잃어야 하는데~ 일상에서 누리는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려주는 책이다.

168. 우산 도서관 (최은옥, 187) / 4학년 이상
  비가 오는 날 우산이 없어 난감한 아이들을 위해 우산 도서관을 만들려고 한다. 아이들이 잘할 수 있을까? 교장 선생님이 반대하고, 담임 선생님이 도와주지 않는데도? 따뜻한 이야기이다. 참 좋은 내용이다.

167. 튀김이 떡볶이에 빠진 날 (최은옥, 91) / 3학년 이상
  아름이 엄마는 떡볶이를 잘 만든다. 한아름 분식 옆에 아름이 친구 다운이 아빠가 분식점을 연다. 다운이 아빠는 튀김을 잘 만든다. 아름이와 다운이가 서로 자기네 가게가 낫다고 싸우는데 새로운 분식점이 들어선다. 대형 체인점과 구멍가게는 경쟁이 안 된다. 기업 활동, 공정 거래 관련 내용을 배울 때 참고할 책이다.

166. 잔소리 붕어빵 (최은옥, 79) / 2학년 이상
  잔소리 듣기 싫어하는 병찬이가 엄마에게 잔소리 붕어빵을 준다. 잔소리 붕어빵을 먹으면 잔소리를 거꾸로 한다. 엄마는 병찬이에게 게임해라, 학원 가지 마라, 놀아라 말한다. 병찬이는 어떻게 될까?

165. 책 읽는 강아지 몽몽 (최은옥, 82) / 3학년 이상
  강아지가 책을 읽는다. 정작 주인인 영웅이는 게임만 한다. 책을 선물 받으면 영웅이는 싫어하고 몽몽이가 좋아한다. 어떤 일이 일어날까? 책으로 똥을 닦는 돼지처럼 책 읽자는 내용을 색다르게 썼다. 기발하다.

164. 똥으로 책을 쓰는 돼지 (최은옥, 83) / 3학년 이상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책을 쓰고 싶어 한다. 이 마음을 잘 나타냈다. 글을 어떻게 쓰는지 알려준다. 늑대를 통해 말하는 글쓰기 방법. 1. 쓰고 싶은 걸 쓴다. 2. 잘 아는 것이나 잘하는 것을 쓴다. 책으로 똥을 닦는 돼지와 시리즈다.

163. 책으로 똥을 닦는 돼지 (최은옥, 97) / 3학년 이상
  최은옥 작가의 책을 몇 권 읽으면서 이분이 글을 어떻게 쓰는지 알겠다. 책을 읽자는 마음을 전하려고 책을 읽지 않는 마을을 보여준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다.

162. 내 멋대로 반려동물 뽑기 (최은옥, 85) / 3학년 이상
  마음에 드는 반려 동물을 뽑아 기분이 좋지만, 시간이 지나면 단점이 드러난다. 다시 바꾸고, 또 바꾸다가 정이 들었던 반려동물을 다시 품는 이야기다.

161. 내 멋대로 친구 뽑기 (최은옥, 91) / 3학년 이상
  마음에 드는 친구를 뽑아 기분이 좋지만, 시간이 지나면 단점이 드러난다. 친구를 다시 바꾸고, 또 바꾸다가 진짜 친구를 만나는 이야기다.

160. 내 멋대로 아빠 뽑기 (최은옥, 91) / 3학년 이상
  마음에 드는 아빠를 뽑아 기분이 좋지만, 시간이 지나면 단점이 드러난다. 아빠를 다시 바꾸고, 또 바꾸다가 진짜 아빠에게로 돌아가는 이야기다.

159. 내 멋대로 나 뽑기 (최은옥, 93) / 3학년 이상
  친구를 부러워하는 아이들 마음을 소재로 삼아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살아가는 마음을 담았다. 사람은 누구나 좋은 점과 감추고 싶은 점이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 재미있다.

158. 칠판에 딱 붙은 아이들 (최은옥, 134) / 3학년 이상
  최은옥 작가는 나누고 싶은 마음을 담아내는 소재를 잘 찾는다. 오해하고 다투지 말고 이야기하며 관계를 풀어가라는 마음을 칠판에 붙은 아이들로 표현했다. 재미있다.

157.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C. S. 루이스, 202) / 기독교
  루이스가 악마 흉내 내며 쓴 반전 편지다. 고참 악마가 신참 악마에게 기독교인을 꼬드겨서 타락시키는 방법을 편지로 알려주는 내용이다. 70년 전에 살았던 영문학 교수가 쓴 편지라 은근 어렵다. 나한테는 아주 재미난 책이다.

156. 보름달 숲에서 생긴 일 (최은옥, 175) / 4학년 이상
  가족이 서로 관심을 갖고 사랑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재미나게 풀어 썼다. 진지한 내용은 거의 없고 흥미와 재미난 내용이 많은 책이다. 내용이 가벼워서 아이들이 쉽게 읽을 책이다.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이 책으로 한다.

155. 그리고 바람이 불었어 (마리아 바사르트, 174) / 청소년 문학
  열다섯 소녀 아나는 가정 폭력을 당하다가 아빠를 공격한다. 아나는 보호 센터로, 엄마는 병원으로 간다. 아나는 아빠가 싫고, 아빠를 공격한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혼란스럽고, 친구들이 사실을 알까 걱정한다. 이모네 집에 가서 조금씩 안정을 찾아갈 때 아빠가 다시 찾아오겠다고 한다. 잊고 싶지만 잊히지 않는 과거, 갑자기 달라진 환경에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운 현재 사이에서 흔들리는 소녀의 마음을 잘 나타냈다. 마드리드에서 있었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글이다.

154. 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 244) / 인문, 심리
  빅터 프랭클은 유대인 정신과 의사이다. 아우슈비츠와 다하우 수용소에서 무려 3년 동안 견디며 살아남았다. 하루하루 살아남기 위해 애쓴 사람들, 살아갈 의미를 잃고 무너진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야 할 의미를 생각하다가 살아남았다. 수용소에 가기 전에 쓰기 시작한 원고를 다 빼앗기고, 수용소에서 겪은 경험을 더해 새로운 글을 써냈다. 원고를 다시 쓰겠다는 목표가 살아남는 힘이 되었다고 말한다. 심리 상담이 문제의 원인을 찾을 동안 빅터 프랭클은 문제를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방법을 제시한다. 로고테라피라 부르는 정신분석(또는 심리분석) 방법이다. 책을 읽으며 가장 놀랐던 건, 비극 속에서도 낙관하는 저자의 마음이다. 난 낙관적인 상황에서도 비극을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라 이해하기 어려우면서도 부러웠다. 참 좋은 책이다.

153. 당신의 삶은 충분히 의미 있다 (김미라, 343) / 인문, 인간 이해, 심리
  빅터 프랭클이 만든 로고테라피를 배우고 적용한 심리상담 책이다. 아우슈비츠와 다하우 수용소에서 3년을 지내고 살아남은 분이 긍정적인 인간관을 갖고 희망을 주는 일을 한다는 게 놀라웠다. 희망을 잃지 않고 의미를 찾는 태도는 어디에서 생겼을까? 책은 빅터 프랭클이 가르친 내용과 이를 적용한 사례를 소개한다. 실제 사례가 많아 이해하기 좋고, 어떻게 적용하는지 알겠다. 삶의 의미를 찾으며 흔들리는 분에게 좋은 책이다. 다만 같은 내용을 되풀이하는 단점이 있다.

152. 나는 혁신학교 교사입니다 (배정화, 262) / 교육
  혁신학교에서 중학생들과 지내며 행복했다고 말하는 선생님의 기록이다. 1장에서 혁신학교 교사로 사는 법을 소개하고, 5장에서 우리 교육이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제시한다. 보고서처럼 나열하지 않고, 성공 경험만 쓰지 않아 좋다. 2~3장은 저자가 혁신학교에서 겪은 일을 교단 일기처럼 썼다. 2장은 학생들과 지내는 이야기, 3장은 수업, 4장은 학교에서 의미를 만들어가는 교사 활동(수업 공개, 모임, 회의, 독서, 학부모와의 관계 등)을 소개했다. 선생님이 학생들을 아끼고 존중하며, 수업을 잘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참 좋았다. 학생들과 지내는 이야기 읽으며 밝고 행복한 분위기가 전해지는 것 같았다. 이분이 말하는 학생 중심의 활동을 혁신 학교가 아닌 곳에서 해도 학교가 더 좋아지리라 생각한다.

9월에 읽은 책 15권 4280쪽 (2021년 42728쪽)

151. 페인트 (이희영, 228) / 중학생 이상
  아이를 기르기 어려워하는 부모가 국가에 아이들을 맡기면 국가에서 아이를 관리한다. 미래사회에 일어날 법한 일을 다룬 소설이다. 센터에 맡겨진 아이들은 가디(교사 겸 보호자 역할)의 도움을 받으며 생활한다. 13살이 되면 자녀를 입양하고 싶어 하는 부모와 면접을 시작한다. 부모가 자녀를 원해야 하지만, 동시에 자녀도 부모를 선택할 수 있다. 부모와 자녀 관계를 생각하기에 좋은 책이다.
부모는 예행 연습 없이 부모가 된다.
모든 어른의 가슴 속에는 자라지 못한 아이가 살고 있다.

150. 아나뱁티스트 성서해석학 (스튜어트 머레이, 353) / 기독교
  아나뱁티스트(목회자 없이 공동체를 이루는 그리스도인)들이 성서를 해석하는 원리를 소개하는 책이다. 성서해석 원칙은 일곱 가지다. 1. 스스로 해석한다. 2. 그리스도 중심으로 해석한다. 3. 구약보다 신약을 중시한다. 4. 성령의 역할을 중시한다. 5. 공동체가 함께 해석한다. 6. 해석에서 순종을 중시한다. 박사학위 논문을 번역한 책이라 쉽게 읽히지 않는다. (특히 대장간 책은 맞춤법, 띄어쓰기 틀린 곳이 많아 불편하다.) 관심 있는 분만 읽으라고 권한다.

149. 지혜란 무엇인가? (송민원, 244) / 기독교
  잠언-욥기-전도서를 연결해서 완전히 새로운 관점으로 해설했다. 30년 전, 박영선 목사님의 책 하나님의 열심을 읽고 눈이 번쩍 뜨였던 때의 느낌이 다시 생각났다. 이분이 신학교 교수가 아니라 일반인을 만나는 강사로 살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참 멋지다.
  잠언-욥기-전도서를 규범적 지혜와 반성적 지혜로 설명한다. 잠언은 규범적 지혜를 보여준다. 잠언을 읽는 방법과 문법을 소개하고 몇 구절에 대한 해석을 다룬다. 잠언은 전체를 읽는 관점을 찾기 어려운 책이다. 그래서 히브리어 해석분량이 많다.
  욥기와 전도서 해설이 굉장하다. 욥기 전체를 규범적 지혜와 반성적 지혜의 대립으로 해설한다. 이것만으로도 정말 탁월하다. 특히 욥기 1~2, 38~42장 해설이 특별하다. 책값이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이 부분 읽으며 책값 다했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설명하던 방식을 완전히 뒤집는다.(궁금하면 읽어보시라!) 읽는 부분마다 좋아서 줄을 너무 많이 그었다.
  전도서도 정말 탁월하다. 내 나이만큼 성경을 읽었고, 꾸준히 공부하고 묵상했는데도 어떻게 이런 질문을 할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잠언과 전도서를 비교하는 부분은 상상도 못 한 내용이 계속 나와 계속 감탄하며 읽었다. 정말 최고다!

148. 숨은 길 찾기 (이금이, 207) / 중학생 이상
  『너도 하늘말나리야에 이어 소희의 방이 나왔고 숨은 길 찾기가 마지막 편이다. 세 권 개정판이 나왔다. 소희의 방은 서울로 간 소희 이야기이고, 숨은 길 찾기는 달밭마을에 남은 미르와 바우 이야기다. 3인 미르와 바우가 자신의 앞날을 고민하며 진로를 찾는 과정을 담았다. 또한 가정을 이루어가는 이야기와 중학생들의 사랑도 같이 담았다. 너도 하늘말나리야도 좋았지만 중학생들에겐 소희의 방숨은 길 찾기가 더 좋겠다. 진로에 대한 고민, 부모와의 관계, 가정의 의미를 생각하기에 좋은 책이다.

147. 소희의 방 (이금이, 313) / 중학생 이상
  『너도 하늘말나리야에 나오는 소희가 엄마와 함께 새아빠, 처음 보는 동생 둘과 낯선 곳에서 사는 이야기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소희는 친척 집에 살다가 엄마 집에 들어간다. 새로운 학교에서 친구를 사귀고 적응하지만 집에서는 여전히 낯설다. 엄마는 차갑고, 동생 우혁이는 대놓고 덤벼든다. 막내 우진이와 새아빠는 편안하게 대해주지만, 마음을 터놓지는 못한다. 우진이는 어리고 새아빠는 바쁘다. 학교에서는 공부 잘하는 부잣집 아이로 알려져서 속마음을 터놓지도 못한다. 학교에서의 소희, 집에서의 소희가 다르다. 또한 할머니와 살던 때의 소희, 친척 집에서 살던 때의 소희, 엄마를 다시 만나 사는 지금의 소희가 다르다. ‘할머니는 엄마가 소희를 버렸다고 했는데 지금은 왜 다시 데려왔을까?’ 궁금하지만 물어보지 못한다. 소희는 상처를 드러내고 자신을 찾을 수 있을까? 참 좋은 책이다.

146. 한밤을 걷는 기도 (필립 얀시, 280) / 기독교
  존 던은 자신이 흑사병에 걸려 죽어간다고 생각하며 <비상시의 기도문>을 남긴 시인이다. <인간은 아무도 섬이 아니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로 이름난 시인이다. 유명 작가인 필립 얀시가 존 던의 시를 묵상하고 기도문을 남겼다. 20대에 필립 얀시를 많이 읽었고, 필립 얀시를 통해 존 던의 책도 몇 권 읽었다. 둘 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다. 한밤을 걷는 기도는 얀시의 이전 작품과 많이 다르다. 설명이 줄고 감상이 많아졌다. 천천히 읽으며 참 좋았다.
태양이 떠오를 때 누가 바라보지 않으며, 유성이 하늘을 가로지를 때 누가 올려다보지 않겠는가? 종소리가 날 때 무슨 일인가 하여 귀 기울이지 않는 이가 있는가? 내가 듣는 이 종소리는 내 자신의 일부가 이 세상에서 사라짐을 의미한다. 인간은 아무도 고립되고 독자적인 섬이 아니다. 흙덩이 하나가 바닷물에 씻겨 내려가면 유럽이 그만큼 작아진다. 곶이 쓸려 나가든 친구나 내 소유의 영지가 쓸려 나가든 마찬가지다. 나는 인류의 일부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의 죽음에도 나는 그만큼 줄어든다.
  그러니 누구를 위해 종이 울리는지 알려고 하지 말라. 종은 그대를 위해, 나를 위해 울리는 것이다.

145. 리페어 컬처 (볼프강 헤클, 251) / 인문
  리페어 컬처는 수리해서 쓰는 문화를 말한다. 저자는 새로운 제품을 바꾸지 말고 계속 고쳐 쓰자고 한다. 그래야 자원을 아끼고 지구를 살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책에는 저자가 물건을 고쳐 쓰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고쳐 쓸수록 지구가 살아난다. 나도 물건을 잘 사지 않는다. 가능하면 고쳐 쓰려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이 책에 공감하는 사람이 적을 것이다. 개발과 생산 중심의 소비가 주류 문화가 되었기 때문이다. 고쳐 쓰는 문화가 이루어지면 좋겠다.

144. 그 가공할 힘 (C. S. 루이스, 669) / 공상 소설
  루이스는 지구 밖에 <그 가공한 힘>이 있다고 정말 믿었을까? 우리가 모르는 능력이 우리에게 영향을 준다고 생각했을까? 이 책은 C. S. 루이스가 쓴 우주 3부작 마지막 편이다. 1, 2편은 논증이 많았다. 논증이 너무 재미있어서 쏙 빠져들어 읽었다. 3편인 그 가공할 힘1, 2편과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선의 세력과 어둠의 세력이 세인트 앤이라는 공동체와 국가공동실험연구소라는 집단으로 나뉘어 싸운다. 싸움이 이루어지는 과정은 현실을 잘 반영해서 좋았지만, 결정적 장면에서 마음이 끌리지 않았다. 나도 나름 루이스 마니아인데 이 책은 별로였다. #루이스에_미친_정인영은_좋다고_했다.

143. 청소년을 위한 장준하 평전 (신명철, 208) / 청소년
  3년 전에 장준하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나온 민주주의의 등불 장준하을 읽고 마음이 울렁였다. 이 책은 문체가 묵직하고 깊어 마음이 더 움직였다. 오랫동안 장준하 선생님을 마음에 품고 살았던 저자의 마음이 느껴졌다. 장준하 선생은 나라를 위해 눈에 불을 켜고자신을 내던졌다. 선생은 옳은 일이라 생각하면 앞뒤 가리지 않고 나섰다. 일본군 학병으로 지원, 츠카다 부대를 탈출하여 6000리나 떨어진 임시정부를 찾아갔다. 광복군으로 OSS(CIA의 전신)에 소속되어 훈련을 받았지만, 광복이 되어 김구 선생과 함께 개인 자격으로 고국에 돌아왔다. 이승만을 비판하다가 정치에 나섰고, 박정희를 비판하다가 돌아가셨다. 백성이 주인 되는 세상을 위해 자신을 내던진 분의 삶을 읽으며 잘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142. 죽음준비교육 20(김옥라 외, 384) / 인문
  <삶과죽음을생각하는회>에서 죽음을 준비하는 교육 20강을 소개한 책이다. 죽음과 관련한 내용을 다루는 교수, 협회, 의사, 상담소장 20명이 한 꼭지씩 썼다. 죽음에 대한 다양한 자료를 찾는 분에게 알맞은 책이다. 도움이 되는 내용이 꽤 있는데 단순하게 자료를 정리한 분도 두세 명 보인다.

141. . . 마음입니다. (박혜선 외, 138) / 동시
  초청할 작가를 찾다가 이묘신, 박혜선 두 분의 책을 읽었다. 두 분이 쓴 동시는 나와 안 맞다. 두 분이 쓴 이야기책은 괜찮은데 시는 역시 아이들이 솔직하게 쓴 시가 더 좋다.

140. 강아지 시험 (이묘신, 78) / 3학년 이상
  선후가 친구 미나네 강아지를 얻으려면 시험에 통과해야 한다. 미나가 강아지를 주기 싫어서 시험 보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강아지를 기르기 위한 기본 지식을 알아보는 시험이었다. 아이들이 좋아할 내용이다.

139. 호빗 (톨킨, 387) / 중학생 이상
  우리반 아이에게 권했는데, 앞부분 읽다가 관뒀다. 좋은 작품은 앞부분에 설명과 묘사가 많아서 읽기 어렵긴 하다. <북이십일>이라는 출판사에서 톨킨 판권을 모두 사들여 새롭게 낸 책이라 다시 읽었다. 호빗은 다시 읽어도 재미있다. 물론 책 많이 읽지 않은 분은 묘사가 많아서 읽기 어려울 수도 있다.

138. 공룡별에 놀러 와 (백은석, 유혜린, 140) / 3학년 이상
  공룡을 주인공으로 삼아 배려, 용기, 우정 등의 가치를 알려주는 책이다. 공룡이 나오는 책이고, 가볍게 이야기가 이어져서 아이들이 쉽게 읽겠다. 가볍고 편안한 책이다.

137. 어떻게 죽을 것인가 (아툴 가완디, 400) / 인문
  나는 장기 기증을 했다. 시신도 기증했다. 시신을 돌려받지도 않겠다고 했다. 실습용이나 연구용으로 마음대로 쓰라고 했다. 부모님도 장기와 시신을 기증했고 시신을 돌려받지 않기로 했다.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장례식을 하지 않고, 묘지나 납골당도 만들지 않는다. 이 땅에서 아름답게 살려고 노력하다가 깔끔하게 사라질 것이다. 부모님이 많이 아파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심폐소생술, 항암치료 등을 받지 않기로 약속했다. 우리 가족은 <죽음>을 부정하거나 미루지 않고 먼저 생각했다. 어떻게 죽을 것인지 의논하고 결론을 내렸다. 대부분 사람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이 책은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을 다루었다. 우리 가족이 미리 생각한 내용이다. 그런데도 거의 40쇄가 팔렸다. 저자가 사는 미국에서도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이 적나 보다. 의사에게 맡기고, 회복 확률이 적은 수술을 하고, 인생을 마무리할 기회를 갖지 못한 채 의료기기에 매여 죽어가는 사람이 훨씬 많다. 저자가 인도 출신 의사라서 인간다운 죽음을 주장하는 글을 쓴 것 같다.
  죽음을 의사가 결정하게 할 수 없다. 그러면 안 된다. 실낱 같은 희망을 붙들기보다 죽음을 준비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가족과 마지막 시간을 갖고, 인간답게 떠나는 게 낫다. 살아나려고 버티는 것보다 깔끔하게 떠나는 게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이 책이 내게는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책뜰안애 오는 분께 이 책을 드려야겠다.

8월에 읽은 책 4681쪽 (2021년 38448쪽)

136. 기억전달자 (로이스 로리, 310) / 중학생 이상
  정말 정말 좋아하는 청소년 책이다. 청소년이 꼭 읽어야 할 책이라 생각한다.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과 함께 읽으면 더욱 좋다. 기억전달자에 대해서는 자주 소개했기 때문에 더 소개하지는 않겠다. 꼭 읽어보시라!!

135. 어느날 구두에게 생긴 일 (황선미, 118) / 4학년 이상
  말이 없고 소심한 아이가 친구들에게 조금씩 다가가며 용기를 내는 이야기다. 황선미 작가 책을 참 좋아하는데, 이 책은 어른의 시각이 드러나는 책이라는 생각이 많았다. 아이 눈높이에 맞게 쓰면 진지함과 교훈이 사라지고,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쓰면 눈높이에 맞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참 좋은 내용인데, 왜 다르게 받아들였는지 모르겠다.

134. 천 개의 파랑 (천선란, 374) / 고등 이상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을 받은 책이다. 과학문학상이라? 과학 소재로 쓴 문학인지, 이야기로 과학을 말하는 건지 궁금하다. 책을 읽어보니 작가는 문학가라기보다는 과학자이다. , 문장을 쓰는 능력은 확실히 문학 쪽이다. 정말 문장을 잘 쓴다. 특히 여성이 관계에서 느끼는 마음을 정~말 잘 표현했다. 문장을 읽는 것만으로도 책값을 했다고 본다.
  그러나 문학의 눈으로 보면 부족한 점이 있다.
  첫째, 인물의 개연성이 부족하다. 주요 인물이 고2 정도의 학생들인데 너무 성숙한 모습을 보여서 비현실적이다. 인물의 성격, 행동, 만남이 툭툭 끊어진다. 인물 아이디어를 준비해놓고 책 한 권에 다 넣었으나, 잘 연결하지는 못했다. 조금 더 익혀서 책을 냈다면 정말 좋은 책이 되었을 것 같다.
  특히, 여성의 관계를 표현하는 능력이 탁월한 반면 남성의 중요도가 떨어진다. 남성을 주변화시켰다. 핵심 인물로 등장하는 보경(어머니)의 남편은 죽는다. 연재를 고용했던 점장은 연재를 해고할 때와 나중에 연재가 부탁할 때 한 번만 나온다. 남성 기자는 연재와 은혜의 부탁에 몇 달이나 고생하며 준비한 기사를 포기한다. 지수의 아빠는 지수에게 부품을 주는 역할로만 나온다. 대기업 사장 부인인 지수 엄마가 연재네 엄마와 함께 밥 먹자고 말할 정도가 되는데도 아빠는 나오지 않는다. 말 관리자도 잠깐 큰소리치다가 쭈그러든다. 작가가 여성으로 살아오면서 느낀 마음을 표현하려 한 것 같다. 남성이 나오지 않거나, 중요한 역할을 맡지 않아도 괜찮다. 그러나 이 책은 작가가 여성을 다룰 능력이 탁월한 반면, 남성을 표현할 능력이 없어서 남성을 뺐나?’ 하는 마음이 들게 해서 아쉽다.
  둘째, 주제의식이 탁 드러나게 썼다. 주제가 빤히 들여다보여서 문학성이 부족해 보인다. 인간의 자리를 기계가 대신하는 것, 빈부 격차가 가져오는 우월감이나 박탈감, 장애, 이익을 위해 동물을 괴롭히는 것, 점점 더 자극적인 것을 찾는 모습을 드러낸다. 여러 주제를 담았으나, 제대로 다루지는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인물의 성격과 사건을 툭툭 끊어지게 표현한 것처럼 주제도 툭툭 끊어진다.
  조금 더 익었으면 좋았을 소설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앞에서도 말했듯이 문장만으로도 읽을만한 책이다. 특히 승마 로봇으로 나오는 콜리가 매력적이다. 콜리는 등장인물이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로봇이다. 그래서 선입견 없이 마음을 털어놓는 대상이 된다. 콜리를 만나는 사람은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 콜리는 조정자, 중재자 역할을 한다.
  나는 나이가 들면 이런 사람이 되어야지~ 했던 모습이 있다. 내가 생각한 모습이 콜리와 비슷하다. 찬찬히 이야기를 들어주고, 담담하게 툭 문장을 던져주는 사람. 상대가 그 말을 듣고 고민하게 하며, 때로는 깨닫게 하는 사람! 천 개의 파랑에서 콜리가 사람을 대하는 모습, 콜리가 하는 말을 읽는 것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있다.

133. 아나뱁티스트의 역사 (코넬리우스 딕, 620) / 기독교
  아나뱁티스트(재세례파)의 역사를 소개하는 책이다. 국가교회, 권력이 된 교회의 명령보다 하나님의 명령을 귀하게 여긴 분들의 역사를 보았다. 각 지역의 역사를 읽는 게 지루하기도 했지만, 진리를 위해 생명을 아끼지 않은 분들의 삶이 참 귀했다. 힘들고 어려웠을 텐데 어떻게 맞섰는지!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고, 자연에 어울려, 시대에 뒤서는 모습으로 살았던 분들이다. 다만 오타가 지나치게 많다. 대장간 책은 오타가 많아서 거슬린다.

132. 오늘을 위한 레위기 (김근주, 639) / 기독교
  김근주 교수가 쓴 레위기 해설이다. 구조를 분석하고, 성경학자들의 의견을 정리하고 반박하며, 원어의 뜻을 풀이하여 설명한다. 레위기를 공부하기에 정말 좋은 책이지만, 꼼꼼하게 해설한 책을 읽지 않았던 분들에겐 힘들 수 있다. 이런 책을 읽는 그리스도인이 많아지면 좋겠다. 그동안 내가 알던 레위기가 다르게 다가왔다. 이미 끝나버린 제사 제도를 써놓은 책이 아니라 오늘도 영향을 주는 은혜의 말씀이다.

131.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577) / 고등학생 이상
  아프가니스탄 여성이 겪었던, 이제 다시 겪을 수도 있는 삶을 이야기한다. 르완다 내전을 겪은 소녀의 이야기 천 개의 언덕이 생각났다. 전쟁, 죽음, 난민, 절망을 다룬 두 책이 <천 개의>라는 말로 시작한다. 르완다에 있는 천 개의 언덕,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천 개의 태양이 왜 피로 물들어야 했을까? 슬프다. 어릴 때의 찬란한 꿈이 무너지며 겁에 질린 피해자로 살아야 하는 여성들의 삶이 참으로 안타깝다. 내가 아이 몇 명 도울 힘밖에 없어서 슬프다. 진짜 힘 있는 사람은 가난하고 약한 사람에게 관심이 없을까?

130. 박완서 (유은실, 69) / 4 이상 위인전
  유은실 작가가 박완서 작가를 소개하는 위인전을 썼다. 참고도서 16권 대부분 박완서 작가가 쓴 글이다. 두 권은 박완서 작가의 딸이 쓴 책이다. 참고도서를 읽으며 준비하는 동안 유은실 작가가 기뻤을 것 같다. 그립기도 했을 테고. 작가가 좋아하는 작가를 위인전으로 쓰는 마음이 어떨지 궁금하다.

129. 낭비하지 않는 기도 (정기원, 252) / 기독교
  해군군종목사가 기도하자고 말하는 책이다. <기도>에 대한 40가지 생각을 담았다. 기도하자는 내용이다. 내용이 쉬워서 초신자, 기도하려는 분에게 맞겠다. 다만 예수님이 습관처럼 기도하셨다는 내용을 설명하며 감람산을 큰 맘 먹고 가야 하는 산(50)이라 한 건 틀린 내용이다. 감람산은 안식일에 가기에 알맞은 거리(1:12, 900m)에 있는 산이다.

128. 차대기를 찾습니다. (이금이, 135) / 4학년 이상
  성은 차, 이름은 대기. 차대기가 일상에서 겪는 이야기이다. 친구 관계, 반려동물 (기르기), 부모와 자녀 사이의 관계를 다루었다. 아이들이 겪는 일상을 세밀하게 잘 드러냈다.

127. 금단현상 (이금이, 127) / 4학년 이상
  이금이 작가 단편 모음집이다. 기존 단편 <꽃이 진 자리>, <한 판 붙어 볼래?>, <금단 현상>, <십자수><임시 보호>를 새롭게 넣어 개정판으로 냈다. 따뜻한 이야기이다. 책 제목으로 쓰인 <금단현상>, 인터넷이 끊긴 뒤에 생기는 금단현상을 해결하는 방식이 좋았다. 2학기에는 단편으로 국어 수업해야겠다.

126. 주기율표 (프리모 레비, 383) / 대학생 이상
  20년 전에 홀로코스트를 겪은 작가를 많이 읽었다. 아우슈비츠에서 돌아오는 과정을 쓴 이것이 인간인가도 읽었다. 주기율표이것이 인간인가를 쓴 프리모 레비가 썼다고 보기 어려운 책이다. 홀로코스트 유대인 생존자가 아니라 화학자로 쓴 책이다. 물론 레비가 겪었던 이야기가 많기에, 1940~1945년 이야기도 있다. 살아서 돌아온 뒤에 먹고살려고 발버둥 친 과정도 담겼다.
  이 책은 구성이 독특하다. 주기율표에서 21가지 원소를 골라, 관련된 21가지 이야기를 단편으로 담았다. 레비가 겪은 일도 남다르고, 글을 쓴 방식도 남다르고, 내용도 남다르다. 겪은 이야기, 다양한 사실, 상상을 엮어 쓴 놀라운 책이다. 특히 주기율표 23번 바나듐에 얽힌 이야기만으로도 책값을 했다고 본다. 추천한다.

125. 다시 찾아간 나니아 (샤나 코히, 437) / 나니아 해설
  나니아 연대기로 수업한 내용을 강의하려고 다시 읽었다. 나니아 연대기 해설서 중에 가장 깊고 어려운 책이다. 다양한 관점에서 나니아 연대기를 해설했다. 그리스도인의 관점 외에도 비그리스도인, 여성의 관점, 동방정교회의 관점 등이 다양하게 들어있다. 내게는 가장 도움이 되는 책이었으나, 다른 분에게는 조금 어려울 것 같다.

124. c. s. 루이스의 눈으로 나니아 읽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크리스틴 디치필드, 128)
  『사자와 마녀와 옷장을 해설한 책이다. 사자와 마녀와 옷장으로 수업하거나, 공부하거나, 더 알고 싶은 분이 읽으면 좋겠다. 괜찮은 책이다.

123. 나니아 나라를 찾아서 (홍종락정영훈, 223) / 중학생 이상
  전문 번역가(홍종락)와 문학평론가(정영훈)가 나니아 연대기를 해설한 책이다. 홍종락 번역가는 아슬란과 나니아를 키워드로 설명했고, 정연훈 평론가는 나니아 연대기 각 권을 차례로 해설했다. 나니아 연대기로 자녀나 학생을 가르치고 싶은 분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다.

122. 사자와 마녀와 옷장 (C. S. 루이스, 225) / 4학년 이상
  한때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에 빠져 살았다. 교실에서 읽어주기도 했다. 캠프도 했었는데, 안 읽은 지 5년 넘은 거 같다. 다시 읽었는데 감각이 살아난다. 너무 좋다. 올해 우리 반 폭발하는 아이에게 추천했는데 아이가 재미있다며 다음 책도 꺼내 읽었다.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니, 역시 루이스가 굉장하다는 생각이 든다.

7월에 읽은 책 3997쪽 (2021년 33767쪽)

121. 성경 지리 주석 (배리 베이첼 편집, 451) / 기독교
  예수님이 태어나고 자라고 다녔던 장소를 중심으로 해설한 주석이다. 지리와 역사를 바탕으로 성경을 사실에 맞게 해설하려고 노력했다. 지도와 사진이 예수님이 살던 당시 현장으로 데려가는 것 같다. 복음서 이야기가 펼쳐진 장소를 알면 예수님이 겪은 일을 사실에 가깝게 이해할 수 있다. 성경 공부에 도움이 되는 책이다. 이런 책을 읽는 평신도가 많아지면 교회가 더 건강해지리라 생각한다.

120. 아홉 살 인생 공부 (원유순, 81) / 3학년 이상
  힘찬이와 당찬이는 아홉 살 쌍둥이다. 늘 싸우기만 하더니 아홉 살이 되면서 조금씩 달라진다. 학교에서 친구와 지내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나타났다. 좋은 책이다.

119. 우주호텔 (유순희, 55) / 4 이상
  짧아서 읽기 쉬운데 빨리 넘기지 못하겠다. 내용이 참 좋다. 폐지 주우며 땅만 보는 할머니가 하늘을 바라보며 친구를 갖는 이야기다. 따뜻하고 사랑스럽다. 아이보다 어른이 읽어야 할 내용을 담았다.

118.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김원영, 317) / 장애
  『장애신학을 읽을 때처럼 새로웠고 충격을 받았다. 나는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가 친절하고 그분들의 마음에 민감한 편이다. 책도 좀 읽었다. 그런데도 이 책은 장애에 대해 모르는 내용이 참 많았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내용, 고민하지 않았던 내용이 들이닥쳤다. 장애인을 실격당한 자들이라 부르는 장애인 학자의 글이 머리와 가슴을 한 대 치는 것 같다. 참 좋은 책을 만났다.
친절한공무원은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설계된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 앞에서 서비스를 받는 장애인은 장애라는 신체적, 정신적 특성으로만 표현될 뿐이다. 그런 신체적, 정신적 특성과 반응하며 수십 년을 살아온 한 사람의 삶은 이 과정에서 삭제된다. (188)

117. 우투리 하나린 (문경민, 246) / 5 이상
  가족을 다 잃은 하나린이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악의 세력은 보기보다 강하고, 선한 사람은 약해 보인다. 그래도 희망을 가져야 할까? 오래전부터 읽은 하나린 시리즈가 한 권씩 나올 때마다 이렇게 이야기가 되는구나!’ 하며 감탄한다. 5권은 언제 나올까?

116. 국어 시간에 소설 써봤니? (구자행, 243) / 중등 글쓰기
  이상석 선생님을 만난 것 같다. 고등학교에서 학생들 마음을 담은 글이라니~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할 이야기를 스스로 쓸 마음을 어떻게 일으키셨을까? 가장 좋은 건 친구들의 글, 한 사람이 용기 내면 다른 친구도 용기를 내서 쓴다. 그 과정을 알기에 이 책이 정말 귀하다. 학생들 글을 읽어주기만 해도 자기 이야기를 쓰고 싶은 마음이 들겠다. 정말 좋은 책이다.

115. 국어 시간에 시 써봤니? (구자행, 191) / 중등 시 쓰기
  고등학교 국어를 가르치는 구자행 선생님이 국어 시간에 학생들과 시를 쓴 이야기다. 좋아하는 내용은 자꾸 보게 되는데, 시를 가르치는 책이 그렇다. 고등학생이 쓴 시가 참 좋다. 선생님은 초등학생이 쓴 시를 고등학생에게 읽어주셨는데, 고등학생이 쓴 시를 초등학생에게 읽어줘도 되겠다. 참 좋다.

114. 로마에서 24시간 살아보기 (필립 타티작, 350) / 역사
  2000년 전 로마에서 살았던 24명의 일상을 소개하는 책이다. 서로 다른 직업을 가진 24명이, 다른 시간대에, 로마의 곳곳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위인이나 주요 사건을 나열하는 방식의 역사가 아니어서 새로웠다. 이 책을 읽으면 로마 관련 내용을 이해하기 쉽다.

113. 상페의 어린 시절 (장 자크 상페, 284) / 대담
  프랑스의 이름난 작가 <장 자크 상페>와 대담한 내용이다. 외로운 아이를 감추고 장난꾸러기 아이로 살아간, 부모의 사랑을 거의 받지 못하고 살았던 이야기가 마음에 들어왔다. 150쪽 이후에는 상페가 그린 그림이 쭉 나온다. 바닷가에 홀로 선 아이 그림이 많다. 그림에서 아이 마음이 느껴졌다. 상페가 자신을 그린 것 같았고, 나 같다는 생각도 했다.

112. 환영과 처형 사이에 선 메시아 (애덤 원, 336) / 기독교
  예수님의 마지막 1주일을 쓴 소설이다. 당시 시대 분위기에 맞게 인물을 설정해서 진짜 그때 일어났을 것 같은 일로 썼다. 특히 빌라도와 가야바의 계략이 눈에 확 들어온다. 완전히 새로운 관점인데, 정말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고 복음서를 보면 이해가 잘 되겠다.

111. 깜둥 바가지 아줌마 (권정생, 191) / 동화
  권정생 선생님 동화는 슬프다. 힘겹게 살아간 사람들 이야기다. 요즘 아이들이 공감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나는 공감이 된다. 작고 약하고 힘겹게 사는 분들의 삶이 느껴진다. 권정생 선생님 글을 읽으면 슬픈데 계속 읽게 된다.

110. 부서진 사람 (피터 맘슨, 543) / 평전
  브루터호프 공동체를 섬긴 하인리히 아놀드의 생애를 다룬 책이다. 20년 전에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하인리히 아놀드의 아들)가 쓴 책(왜 용서해야 하는가)을 읽고 너무 좋아서 아놀드집안의 책을 몇 권 읽었다. 읽는 책마다 좋았다.
  『부서진 사람은 올해 최고의 책으로 꼽을 만하다.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다. 올해 만난 아이들 때문에 마음이 부서졌기 때문이다. 산둥수용소!’ 하고 놀라며, 웃으며 읽었다면, 부서진 사람은 묵직한 마음으로, 아놀드의 겸손과 인내와 헌신에 놀라며 읽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무조건 읽으라고 권한다.

109. 가벼운 공주 (조지 맥도널드, 190) / 3 이상
  판타지 소설의 아버지로 불리는 조지 맥도널드가 쓴 동화이다. 공주가 저주를 받아 몸무게를 잃으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독특한 발상에 아름다운 결론이 돋보인다. 올해 만난 아이들이 워낙 가벼워 이 책을 읽어주었는데, 몸무게를 잃은 공주가 보여주는 모습이 딱 우리반 누구 같아서 아이들이 즐겁게 들었다.

108. 도시의 의미 (자끄 엘룰, 333) / 기독교
  창세기 416~24가인의 후손을 공부하다가 도시의 의미가 생각났다. 가인의 후손이 성을 쌓는 이야기에서 <도시>가 떠올랐고, 자끄 엘룰이 도시를 해설한 책을 다시 읽었다. <도시>를 다룬 1(건축자들)2(도시에 울린 뇌성)은 참 좋았다. 탁월했다. 오래전에 나온 초판이 그대로 절판되어 해석이 껄끄러웠던 점도 있지만, 자크 엘룰이 글을 어렵게 쓰기 때문이기도 하다. 20대에 뒤틀려진 기독교를 읽고 충격을 받아 자크 엘룰 팬이 되었고 그의 책을 일곱 권쯤 읽었다. 꾸준히 읽어야 할 작가이다.

107. 짱구네 고추밭 소동 (권정생, 186) / 동화
  권정생 선생님 동화는 내게 힘을 준다. 가난한 이웃들 이야기가 마음에 들어온다. 아이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다. 권정생 동화 좋아하는 아이도 많았는데 지금 학교에서는 만나기 어렵다.

6월에 읽은 책 3443쪽 (2021년 29770쪽)

106. 소녀는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레이철 시먼스, 394) / 고등 이상
  우리 반 여학생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읽었다. 책 읽고 토론하고 고민한 날이 길어서 대부분 아는 내용이었다. 그래도 다시 읽으니 좋다. 내 마음이 여성스럽다는 걸 다시 확인했고, 읽으면서 위로를 받았다. 다른 사람 눈을 의식하고, 그럴듯해 보이는 모습으로 살아가려는 여성들 마음을 아주 조금은 이해했다. 우리 반 소녀들은 몇 년 더 지나야 이 책에서 말한 고민을 할 것 같다.

105. 배추 선생과 열네 아이들 (탁동철, 255) / 교실 동화
  탁동철 형이 교실에서 아이들과 겪은 일을 동화를 냈다. 슬슬 장난치며 아이들을 이끌어가는 형의 모습이 여유롭다. 아이들이 욕하고 싸우거나 재미난 일을 벌일 때마다 아이들과 의논해서 규칙을 정하고, 아이들이 해보게 한다. 형은 아이들 뒤를 슬슬 따르며 어떻게 되나 지켜본다. 아이들을 믿고, 마음에 여유가 있기에 이루어가는 교실 모습이다. 몇 이야기는 이전에 쓴 책에 나온 내용이고, 몇 이야기는 새로운 내용이다. 산에 사는 들개를 잡는 이야기는 뮤지컬로 만들어 공연도 했다고 한다. 이게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니 참 놀랍다!

104. 2015 가족여행기 (책벌레 가족, 237)
  2015년 여름방학에 27일 동안 독일, 스위스, 프랑스를 여행하며 두 아이와 함께 쓴 여행기다. 이곳에도 종교개혁 관련 장소가 있어서 읽었다. 국외여행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걸 읽으니 다시 가고 싶다.

103. 2013 가족여행기 (책벌레 가족, 175)
  2013년 여름방학에 26일 동안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를 여행하며 두 아이와 함께 쓴 여행기다. 공부 모임에서 종교개혁가를 공부하는데 관련 장소를 다녀온 기록이 있어서 읽었다. 기록으로 남겨놓지 않았으면 잊혀질 이야기가 다시 생각났다.

102. 16세기 종교개혁 이전 참교회의 역사 (권현익, 571) / 기독교
  보통 개신교의 역사를 예수님 초대교회 중세 천주교 종교개혁과 그 이후로 본다. 중세 천주교 시대에 대가 끊겼다가 종교개혁가들이 소생시킨 것처럼 설명한다. 이 책은 역사에 제대로 기록되지 않은 교회의 역사를 찾아내어 소개한다. 발도인들, 바울인들, 카타르인들, 알비인들이 초대교회 가르침을 이어받아 참교회 역사를 이어왔다고 주장한다. 대부분 교황과 무리가 마니교 이원론을 믿는다고 이단으로 지목해서 죽이고 쫓아낸 사람들이다. 저자는 이들이 이단이 아니었다는 증거를 제시하며 이들이야말로 참교회의 역사를 이어온 증인이라 한다. 읽고 저자의 주장에 동의했다.

101. 망나니 공주처럼 (이금이, 87) / 4 이상
  몇 번이나 읽은 책, 다시 읽어도 좋은 책. 여름방학 독서 연수를 준비하며 다시 읽었다. 역시 재미있다. 토론할 내용이 많다. 참 좋다.

100.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489)
  200쪽까지 읽기 힘들었다. 300쪽을 넘어서면서 마음에 들기 시작했고 350쪽을 지나면서 너무 좋았다. 갑자기 아빠를 잃은 아이가 슬픔을 이겨내는 이야기이다. 남편을 잃은 엄마가 보여주는 모습이 아름답고도 슬펐다. 이런 엄마가 많아진다면 아이들이 어떤 어려움을 만나도 잘 이겨낼 것 같다. 참으로 좋은 책을 만났다. 다만 길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앞부분을 지나가야 보석을 만난다.

98~99.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 (이금이, 292, 302) / 청소년
  두 여성의 삶을 통해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분들의 고통과 소망,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책이다. 작가의 마음에서 오랫동안 자라난 글이라 했다.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다. 중고등학생들과 읽고 이야기하면 좋겠다. 다만 이금이 작가의 이전 글과 달리 설명하는 말투가 조금 많다. 설명을 묘사로 바꾸면 책이 너무 길어지기 때문인 것 같다. 길게 길게 늘여서 <토지> 같은 작품으로 써도 좋겠다.

97. 왜 동물원이 문제일까? (전채은, 185) / 중등 이상
  <00이 문제일까?>라는 제목으로 펴내는 시리즈 중 한 권이다. <10대에게 들려주는 동물원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었다. 동물원의 역사, 변화 과정, 동물을 대하는 방식의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한다. 동물원의 부정적 내용을 많이 다루었다. 학생들이 동물에 관심이 많으므로 함께 이야기하면 좋을 책이다. <삼척시 청소년 독서토론대회>를 위해 읽었다.

96. 울리는 수업 (권일한, 260) / 교육
  곧 나올 책 교정을 봤다. 수십 번 쓰고 고친 원고를 몇 달 만에 다시 낯설게 읽었다. 마음을 울리는 책이 되면 좋겠다.

95. 지하생활자의 수기 (도스토옙스키, 198) / 문학
  중학생 독서동아리에서 읽었다.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학생들과 이야기하다가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장동민 교수님의 실존주의 강의가 도움이 되었다. 10년 전에 읽었으면 실존주의에 관해 공부했을 텐데 지금은 아니다. 열의가 줄어들었다.

5월에 읽은 책 3981쪽 (2021년 26327쪽)

94. 꽃을 보듯 너를 본다 (나태주, 183) / 시 모음
  풀꽃 시인 나태주 선생님의 시 모음집이다. 따뜻한 눈으로 세상을(특히 자연과 사람을) 바라보아서 좋다. 임길택 선생님과 더불어 좋아하는 교사 시인이다.

93. 당나귀 실베스타와 (윌리엄 스타이그, 55)
  당나귀 실베스타는 우연한 기회로 좋은 꿈을 꾸다가, 갑자기 들이닥친 어려움에 놀라 자기 자신에게 갇혀버린다. 한 해가 지나 사람들이 더 이상 실베스타를 기억하지 않을 때, 실베스타의 부모가 우연히 실베스타를 제자리로 돌아오게 만든다. 짧은 이야기에 생각할 내용을 많이 담은 책이다.

92. 1세기 교회 예배 이야기 (로버트 뱅크스, 73) / 기독교
  1세기 로마의 가정집에서 그리스도인들이 예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당시 로마의 생활 모습에 맞춰 인사하고, 음식을 나누고, 이야기하고, 헤어지는 모습을 담았다. 교회가 어떤 모습인지 알려주는 좋은 책이다.

91. 조선의 멋진 신세계 (김양식 외, 288) / 역사
  억압받으며 고통 속에 살았던 민중이 멋진 신세계를 꿈꾼 이야기이다. 미륵불 사상에 빠지거나, 천주학에 빠지거나, 동학으로 세상을 뒤집기 원했던 사람들! 안타깝고 슬펐다. 현실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들이 꿈꾼 세상은 결국 오지 않았다. 마지막 장 <다산이 다스린 사회>가 이루어졌다면 진짜 멋진 신세계일 텐데 다산은 한 명뿐이고, 다산이 고치려 한 대상은 너무나 많았다.

90. 아름다운 아이 크리스 이야기 (R. J. 팔라시오, 143) / 5학년 이상
  어릴 때부터 어기(아름다운 아이 주인공)를 알았던 크리스의 하루이다. 물건을 잘 챙기지 못해서 혼란스럽게 시작한 아침부터 당황스럽고 힘겨운 일이 계속 일어난다. 따뜻하고 재미있지만, 아름다운 아이나 줄리안 이야기보다는 몰입도가 낮았다. 그래도 재미있다

89. 아름다운 아이 줄리안 이야기 (R. J. 팔라시오, 143) / 5학년 이상
  아름다운 아이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다. 도서관에서 읽다가 갑자기 훅 눈물이 나는 바람에 혼났다. 떠드는 아이들 곁에서 혼자 훌쩍이는 모습이라니~! 전편인 아름다운 아이는 안면 기형인 어기가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다. 이번 책은 줄리안이 어기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담았다. 줄리안이 어기를 싫어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읽으며, 줄리안의 부모님이 보여주는 고상한 듯 보이지만 이기적인 모습을 보며 '작가가 어떻게 회복을 보여주려나?' 궁금했다. 그런데 갑자기 훅~! 이건 정말 최고다.
과거를 돌아보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하다 보면,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잘 보이지 않는 법이거든. (136)

88. 아름다운 아이, 샬롯 이야기 (R, J, 팔라시오, 208) / 5학년 이상
  아름다운 아이 후속편 중 한 권이다. 어기의 '환영 친구'인 샬롯의 우정을 보여준다. 여학생들의 오묘하고 복잡한 관계를 세밀하게 풀어냈다. 여학생들의 심리가 어떤지 이 책을 통해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 참 좋은 책이다.

87. 하늘을 달리는 아이 (제리 스피넬리, 248) / 중학생 이상
  책벌레가 정말정말 진짜로 좋아하는 책이다. 좋은교사 독서 연수 대상 도서로 정해서 다시 읽었다. 역시 대박이다. 어떻게 이렇게 글을 쓰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다만 책에 여백이 많아 단순하게 읽으면 그저 그런 책으로 보일 수도 있다. 내겐 토론거리가 넘쳐나는 책이지만……

86. 그 틈에 서서 (박윤만, 430) / 기독교
  누워서 설렁설렁 읽으려다가 어이쿠!’ 놀라 밑줄 그으며 읽었다. 참으로 좋은 책을 만났다. 그동안 읽은 기독교 서적은 비슷한 내용에 약간씩 다른 설명이 많았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눈으로 성경을 설명한다. 프레드릭 뷔크너를 볼 때처럼 새로웠다. <생명이 틈으로 시작한다>는 프롤로그도 좋았고, <동터 올 나라를 기다리며>라는 제목으로 설명한 구약이 진짜 좋았다. <이미 도래했으나 아직 완성되지 않은 나라>라는 제목의 신약도 좋았다. <이미와 아직, 그 사이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라는 마지막 장이 그나마 보통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사실 이 부분도 좋았다. 성경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꼭 읽으라고 권해드린다.

85. 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 (탕하 라이, 287) / 중학생 이상
  시 형식으로 쓰인 2012 뉴베리상 수상작. 베트남이 북쪽 월맹군에게 무너질 때 주인공 가 베트남을 탈출하여 미국에 정착하는 과정을 썼다. 나라를 잃는 슬픔과 고통, 새로운 곳에 적응하는 두려움과 어려움을 시에 잘 담았다. 처음 읽을 때 참 좋았는데, 다시 읽어도 좋다. 나는 글에 여백이 많은 책을 좋아한다. 참 좋은 책이다.

84. 인간 탐구 수업 (서순범, 299) / 기독교
  저자 소개에 정원국제학교를 설립하고, 비평적 소설 읽기를 가르치는 분이라 한다. 위대한 개츠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비롯해 그리스인 조르바, 제인 에어등 고전으로 불리는 책 12권을 비평한다. 문학 해설로 출발하다가 기독교 세계관으로 문학 작품을 비평하는 내용이다. 작품을 이해하는 폭을 넓게 해준다. 책에 소개하는 고전을 읽을 때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이다. 다만 문학 작품을 검열하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단순하게 성적인 문제죄악에 대한 옹호를 말하지 말고, 더 깊이 다뤄주었으면~ 했다.

83. 산둥수용소 (랭던 길키, 473) / 빛나는 책
  대여섯 번 읽었는데, 또 읽어도 좋다. 굉장하다. 이 책은 무조건 읽어야 한다. 말이 필요없다. 그냥 읽어라. 인간의 존재를 이해하는데 이만한 책이 없다. 최고다.

82. 교사, 함께 할수록 빛나는 (김종훈, 244) / 교육
  정말 좋은 책을 만났다. 교사학습 공동체에서 선생님들이 글을 쓰고 나누고, 다시 글로 살아내는 모습을 책으로 냈다.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사랑하고, 돌보고, 견디고, 아파한 과정이 그대로 느껴졌다. 이 책 읽으며 나도 힘을 낸다. 정말 함께할수록 빛나는 게 공동체이다. 이 책과 함께하는 독자도 함께 빛나게 한다. 적극 추천한다. (서론에 해당하는 85쪽까지 내용이 지루할 수도 있다.)

81. 작품의 고향 (임종업, 396) / 미술, 역사
  이웃에 사는, 조명받지 못한 사람들 곁에서 지내며 그림을 그린 화가 이야기다. 너무 좋았다. 제주에서 그림을 그린 강요배 화가, 태백에서 실제로 광부로 지내며 검은 마을과 검은 얼굴을 그린 화가 황재형, 골목 사진만 30년 이상 찍은 김기찬이 참 좋았다. 전혁림만 알던 분이고 다른 분은 처음 만난 이름이다. 정말 좋은 책을 만났다.

80. 자크 엘륄, 시대를 앞서간 사상가 (이상민, 346) / 기독교 사상
  『뒤틀려진 기독교를 읽고 자크 엘륄에게 빠졌다. 읽으면 좋은데, 무엇을 말하는지 알겠는데, 글로 쓰려면 요약하기 어려웠다. 이번 책은 자크 엘륄의 책과 사상을 설명한다. 주로 기술 사회에 대한 비판을 중심으로 다루는데, 역시나 이번에도 요약하기 어렵다. 참고로, 이 책은 교수(박사)가 썼는데 문장이 논문 말투다. 쉬운 말을 어렵게 써놨다.

79. 누구든지 환영해 괴짜 클럽 (조르디 시에라 이 파브라, 165) / 3 이상
  『한 학기 한 권 읽기하고 싶은 책이다. 친구와 달라서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가 스페인에도 있다는 점이 아이들에게 공감을 일으키겠다. 말을 더듬는 아이 우고와 난독증을 앓는 페르나르도가 서로 의지하며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식도 아주 좋다. “스스로에 대해 무관심하라는 조언이 우리 반 아이들뿐만 아니라 내게도 도움이 되겠다.
곧 알게 될 거야. 사람들은 네가 상처를 받는다는 것을 알 때만 상처를 줄 수 있어. 네가 기회를 빼앗아 버리면 완전히 제압할 수 있지. 게다가 말을 더듬어서 사람들을 즐겁게 해줄 수도 있고. 웃길 수도 있는 거야. 그런데 왜 말을 더듬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하지? 유머 감각이 부족한 사람도 있긴 있어. 우리 자신을 세상의 중심이자 중요한 인물로 믿는 대신, 스스로에 조금 무관심하면, 더 나은 상황을 만들 수도 있어.”

4월에 읽은 책 3531쪽 (2021년 22346쪽)

78. 순례 주택 (유은실, 248쪽) / 중 2 이상

역시 유은실 작가다. 아파트 가격이 곧 사람의 가치라 생각하는 가족이 이웃과의 정으로 사는 사람들 가운데 이사 가서 일어나는 일이다. 진짜 정말 재미있다. 낄낄대며 읽었다. 이 책 덕분에 폭발하는 아이들 사이에서 긴장의 압력을 낮췄다. 4월 최고의 책이다.

77. 인공지능 시대 사람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권재원, 310쪽) / 인문, 교육

이해하기 쉽고 좋은 책이다. 목차가 마음에 든다. 전체 내용을 자세하게 알면서 설명도 잘하는 사람(교사)이 차근차근 알려준다. 철학서나 인문서를 읽는 것 같았다. 인공지능뿐만 아니라 역사와 철학까지 잘 아는 분이 귀에 쏙쏙 들어오게 설명한다. 참 좋은 책이다.

→ 학생, 특히 학부모에게 "실력 있다"고 인정받는 교사는 수십 년 전부터 학생들을 인간적으로 만드는 교사가 아니었다. 지식 혹은 문제 풀이 요령을 알기 쉽게 머릿속에 쏙쏙 잘 넣어주는 그런 교사였다. 뭔가 모호함을 남기고 갈수록 고민을 늘어나게 만드는 교사, 기존의 것을 의심하게 하고 새로운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교사는 실력 없는 교사 혹은 문제 교사 취급을 받았다.  
  심지어 이런 입시교육에서 기러지는 능력이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매우 큰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버리지 못한다. 그 배후에 '공정성'에 대한 집착이 있다. 오직 공정성 하나 때문에 공교육을 인공지능으로 대체되고 말 영역을 향해 몰고가는 것이다. 자동차가 발명된 다음에도 오직 공정성 때문에 얼마나 빨리 달릴 수 있는 가를 기준으로 시험을 치고 교육하는 꼴이다.
  사실 공정성이야말로 인공지능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다. 공정성에 집착하면 집착할수록 인공지능에 대체되기 딱 좋은 그런 사람을 길러낼 수밖에 없다. ~ (303-304쪽)

76. 잘 산다는 것 (강수돌, 127쪽) / 사회(경제)

중학생들과 토론하려고 읽었는데 학생들이 어려워했다. 현재 주류 경제 논리(아파트 건설 옹호, 낙수효과의 거짓, 대기업 중심, 은행의 역할 등)를 반박한다. 나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내용인데, 학생들은 이런 내용을 처음 듣나 보다. 좋은 책이다.

75. 두 배로 카메라 (성현정, 84쪽) / 초 3 이상

전우치전 현대 버전이다.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하는 책으로, 소재가 재미나서 아이들이 좋아하겠다.

74. 교회, 또 하나의 가족 (로버트 뱅크스, 321쪽) / 기독교

교회에서 (또한 교회 밖에서) 가정교회를 이루는 방법을 설명한다. 실제 사례를 들어 차근차근 이야기해서 좋다. 가정교회 관점을 벗어나 한 모임과 공동체가 어떻게 성장하는지 배우기에 참 좋은 책이다. 22년 전에 나온 책이라 편집이 거칠지만, 내용은 정말 좋다.

→ 평범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당신은 단지 죽어 없어질 수밖에 없는 존재에게 말한 적이 결코 없다. 민족, 문화, 예술, 문명 – 이러한 것들은 죽을 수밖에 없는 것들이다. 그것의 생명은 우리의 생명에 비하면 하루살이와 같다. 그러나 우리가 함께 농담하고 일하고 결혼하고 냉대하고 탐구하는 대상은 불멸의 존재들이다. 불멸의 공포가 되든 영원한 광채가 되든 둘 중 하나다. (245)

→ 어떤 사람들은 과도한 책임을 지고 있어 어깨가 무겁다. 취학 전 어린이가 있는 어머니, 직장에서 한동한 집중적으로 바쁜 시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 또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환경 때문에 개인적인 혼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보라. 상황이 이럴 때는 가정교회의 다른 구성원들이 이 짐을 어느 정도 져야 한다. 그러나 습관적인 분주함과 장기적인 과도한 헌신으로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사람은 우선 순위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 (246)

73. 교육, 거기서 멈추면 안 되니까 (강삼영, 234쪽) / 교육

저자가 강원도교육청에서 여러 직책을 담당하며 쓴 단상 모음이다. 교육청 직원으로 느낀 마음은 잘 느껴지지 않았다. ‘나도 그 자리에 가면 비슷하게 느낄까?’ 2부 뒷부분부터 3부까지 아이들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은 참 좋다.

72. 유원 (배온유, 282쪽) / 소설

문경민이 좋다 해서 읽었다. 이런 소재로 글을 쓰다니 작가의 창의성이 뛰어나다. 내용이 참 새롭다. 전개 과정도 매끄럽다. 끊기 힘든 관계를 끊어내야 하는 과정을 다루었다. <회복>을 다룬 책이라 좋았다.

71. 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353쪽) / 인문

<공정하다는 착각>은 능력주의를 비판한다. 능력주의는 능력에 따라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능력주의는 ‘공정함’을 내세워 신분제를 깨뜨리고 핵심 사상이 되었다. 수능 시험이 가장 공정한 선발 방식이라는 생각의 기반은 능력주의다. 샌델은 신화처럼 된 능력주의의 공정성이 착각이라고 주장한다.

#능력주의는_실패한_사람을_좌절하게_만든다.

#능력주의는_승자에게_우월감을_갖게_만든다.

샌델의 책은 이런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안 된다. 저녁에 고민하고, 자다가도 깨고, 아침에도 고민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참, <공정하다는 착각>은 1/3 정도 줄여 쓰면 더 좋았겠다고 생각한다.

70. 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 (김려령, 151쪽) / 초 4 이상

현성이 삼촌이 아빠에게 사기를 쳐서 임시로 살던 집에서마저 쫓겨나게 생겼다. 아빠는 삼촌을 찾겠다고 회사를 관두고 집을 나갔다. 현성이 친구 장우는 아빠가 새엄마와 결혼한 뒤로 집에 가기 싫어한다. 현성이와 장우는 아직 철거되지 않은 꽃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 동영상을 찍는다. 힘겨운 현실을 살아가는 두 아이가 카메라를 보고 가만히 앉아 숨만 쉬는 모습을 보며 참 좋았다. 역시 김려령 작가다. 올해 읽은 동화 중 TOP3에 들 것 같다. 최고다.

69. 푸른 사자 와니니 (이현, 214쪽) / 5학년 이상

잘 보고, 잘 듣고, 잘 알아채는 능력을 가진 사자 와니니! 와니니는 작아서 무시 당했고, 무리에서 쫓겨났다. 다리를 저는 숫사자와 용기가 부족한 숫사자를 만나 친구가 되고, 무리에서 사랑을 독차지하던 암사자도 만나 '와니니 무리'를 이룬다. 작고 약하고 보잘것없는 것들이 승리를 이루는 귀한 이야기다.

68. 용서할 수 있을까 (문경민, 211쪽) / 5학년 이상

용서는 모든 사람의 이야기다. 영우와 지우 쌍둥이도 용서에 얽혀있다. 영우는 가해자였고, 지우는 지금 피해를 당한다. 지우를 괴롭히는 민재는 작년에 영우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누가 먼저 용서를 말할까? 잘못을 말하며 용서를 구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그럴 용기가 있을까? (우리반 아이들에게 일부를 살짝 말했는데 읽고 싶다고 그랬다. 5학년~중학생에게 추천한다.)

67. 『소년과 새와 관 짜는 노인』 (마틸다 우즈, 233쪽) / 중1 이상 소설

알베르토는 관 짜는 사람이다. 이 마을에선 55살이 노인인가 보다. 이야기 시작하자마자 전염병이 알베르토의 가족을 모두 죽인다. 알베르토는 제 손으로 아내와 아이들 관을 짰다. 20년쯤 뒤에 알베르토가 ‘아빠를 피해 도망친 소년 티토를 만난다. 티토의 엄마도 알베르토가 관을 짰다. 알베르토는 전염병이 가족을 데려가는 걸 막지 못했지만, 티토 아빠가 티토를 데려가는 일은 막으려 한다. 슬픔과 고통에 젖은 두 사람이 ~ (스포 방지를 위해 이만.) 중학생이 읽으면 좋겠다.

66. 우리들의 바다에서(김다빈, 138쪽) / 소설

고1 학생이 쓴 소설이다.(지금은 대학생) 중1 수련 활동에서 친구가 바다에 빠져 죽었다. 그때 일을 기억하며 ‘죽음’과 ‘하나님의 뜻’을 마음에 품고 끙끙대다가 소설을 써냈다. 『오두막』을 읽지 않았다는데, 『오두막』을 읽고 쓴 글 같았다. 고 1 학생이 3년 동안 친구의 죽음을 고민하다가 ‘과거를 되돌리는 이야기’를 쓰다니 놀랍다. 더구나 과거를 되돌리려다 하나님의 뜻을 만나는 이야기라 더 놀랍다. 좋은 작가가 태어나기를 기다린다.

65. 무적 말숙 (김유, 84쪽) / 초 2 이상

단순한 이야기라 저학년에게 알맞은 책이다. 천하무적 말숙이가 자기 모습을 깨닫고 변하는 이야기이다. 과장된 표현과 상상의 이야기가 저학년 아이의 흥미를 자극하겠다.

64. A Room in the heart (김**, 170쪽)

아는 누님 딸이 대안학교에서 중2 때 쓴 학습법 책이다. 이 대안학교에서는 자기만의 공부법을 써야 하는데, 학습법을 소설로 썼다. 읽으면서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 랄프 이자우의 『끝없는 도서관』이 생각났다. 공부 방법을 상상의 세계로 풀어내서 재미있다. 우리 반 아이에게 건네니 재미있다고 읽는다.

63.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371쪽) / 소설

한때 창녀였다가 나이가 들어버린 로자 아주머니는 창녀가 낳은 아이들을 돌보며 돈을 받는다. 모모로 불리는 마흐메트는 로자 아주머니 집에서 사는 아이다. 로자 아주머니는 아우슈비츠에 끌려갔다가 살아남았다. 고통스런 기억이 많은 가운데, 아름답고 행복한 기억이 점점이 박혀있다. 아주머니가 늙고 병들어 점점 추한 모습을 보인다. 마흐메트가 아주머니 곁을 지킨다. 앞부분을 읽으며 『아홉 살 인생』이 생각났고, 뒷부분을 읽으며 『노인과 바다』를 떠올렸다. 모모는 병들고 나이 든 사람을 끌어안고 죽어가는 모습을 바라본다. 나는 이렇게 못 할 것 같다.

참, 작가의 삶은 마음에 꼭 든다. (자살을 빼고) 사람들이 자신을 이미지화하는 게 싫어 신분을 감추고 완전히 다른 사람(필명 로맹 가리)으로 작품을 발표했다.

3월에 읽은 책 3374쪽 (2021년 15532쪽)

62. 할머니, 우리 할머니 (한성원, 185쪽)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기억하는 책이다. 한성원 화가가 연재한 내용을 모은 책이다. 할머니 모습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꿈 많은 소녀가 보이고, 슬픔에 젖은 한 사람이 보인다. 난 그림보다 글씨가 좋은데, 이 책은 그림을 천천히 살폈다. 할머니들을 따뜻하게 그려주어서 고맙다.

61.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 298쪽) / 소설
동네 중학생들과 도서관에서 토론 모임을 만들었다. 첫 책으로 베스트셀러를 골랐다. 편안하게 해주려고 가벼운 책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역시 베스트셀러는 그냥 팔리는 책이지 토론할 정도는 아니다. 토론 질문 만드느라 몇 시간 걸렸다.

60. 30개 도시로 읽는 세계사 (조 지무쇼 편, 349쪽) / 도시의 역사
세계 문명과 역사를 30개 도시로 설명한 책이다. 간단하게 줄인 개요서다. 편하게 읽는 책이다.

59. 파스칼의 실수 (플로랑스 세이보스, 73쪽) / 초 3 이상
파스칼이 엉겹결에 엄마가 죽었다고 선생님에게 거짓말하면서 일어나는 일이다. 우리 반에 거짓말하고 변명하는 아이 생각이 났다. 거짓이 거짓을 만들고, 핑계가 변명을 만들면서 눈덩이처럼 커지는 이야기다. 짧고 강한, 좋은 책이다.

58. 인문학은 성경을 어떻게 만나는가 (박양규, 268쪽)
성경에서 고른 12가지 주제를 해설하는 책이다. 명화(그림) 해설로 말씀에 인문학을 더했다. 신학을 배우지 않은 사람이 읽기에 알맞다. 쉽게 쓴 성경 해설이라 생각하면 된다. 나는 오랫동안 말씀을 묵상하고, 관련 책을 많이 읽어서 평범하게 들렸다. 일반 독자에게는 새로울 거라 생각한다.
→ 성경의 영웅은 선택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순종이 필요했다.

57. 마당을 나온 암탉, (황선미, 205쪽) / 초 5 이상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6학년 1학기 국어 수업한다.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엄청 감동하며 읽었다. 다시 읽으니 그때보다는 덜하다. 이제는 토론 내용이 막 떠오른다. 아이들과 책 이야기 실컷 해봐야겠다.

56. TV귀신 소파 귀신 (윤정, 127쪽)/ 초 3 이상
지독하게 게으른 아빠와 아들이 나온다. 아들은 TV에, 아빠는 소파에 들러붙었다. 엄마 없이 지내는 동안 어떻게 될까? 지나치게 단순한 책이라 내겐 별로였다.

55. 선생님의 보글보글 (이준수, 229쪽) / 수필
강원도 시골 선생님이 학교에서 겪은 일을 쓴 수필이다. 재미나다. 가볍고 재치 있는 문체로 웃음 나게 썼다. 애들을 예뻐하는 마음이 참 좋다. 학교 구석구석에서 일어나는 일을 재미나게 살펴보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

54. 버스 놓친 날 (장 뤽 루시아니, 119쪽) / 4학년 이상
벵자멩은 늘 똑같은 일을 같은 시간에, 같은 횟수만큼 해야 안정이 된다. 같은 버스를 타고, 같은 자리에 앉고, 같은 시간에 집에 돌아온다. 이 규칙이 깨지면 공황상태에 빠진다. 맞다. 벵자멩은 장애아동이다. 어느날, 벵자멩은 학교 버스를 놓친다. 어떤 아이가 벵자멩을 엉뚱한 버스에 태워 낯선 곳으로 보내버린다. 벵자멩은 어디까지 갈까? 참 좋은 책이다. 낄낄거리게 만드는 문장력도 좋다. 추천한다.

53. 두 번째 산 (데이비드 브룩스, 600쪽) / 인문
『인간의 품격』이 좋아서 읽었다. 전체 5부 중 1부는 잘 이해했다. 사람은 개인으로 자아의 욕구를 채운 뒤에 공동체의 한 사람으로 관계 안에서 헌신하는 산에 올라야 한다고 말한다. 자기 안에 갇히지 않는 걸 ‘더 나은 목표’로 설정해서 좋았다. 2부 <직업>, 3부 <결혼>은 눈에 안 들어왔다. 바쁜 3월에 읽다가 졸다가 쉬다가 하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4부 철학과 신앙이 가장 좋았다. 내 관심사를 새로운 관점에서 말해준다. 5부 공동체는 평소 생각하던 걸 비슷한 방식으로 말해서 보통이었다.

52. 양파의 왕따일기 2 (문선이, 170쪽) / 초 4 이상
양파에게 찍힌 정선이가 전학 가고 다솜이가 전학 온다. 지난번과는 달리 아이들이 슬슬 미희를 피한다. 미희는 왕따를 당할까, 전학 갈까, 아니면 다른 모습을 보일까?

51. 양파의 왕따일기 (문선이, 143쪽) / 초 4 이상
전학생 미희가 인기를 끌면서 점점 대장 노릇을 한다. 한 번 만들어진 분위기가 계속 미희를 대장으로, 친구들을 졸병으로 바꾸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미희는 횡포를 부리고 친구들은 어쩔 수 없이 미희를 따른다. 양미희가 이끄는 무리, 양파가 탄생한다. 양파에게 밉보이면 왕따를 피하기 어렵다. 주인공 정화는 양파를 따를까, 친구를 품을까?

50. A하게 하려면 B라고 말하라 (이와시타 오사무, 179쪽) / 교사, 학부모
아이에게 말하는 방법과 원리를 알려주는 책이다. 책으로 내기에는 간단한 내용이지만 책 내용은 좋다. 작은 것을 파고드는 일본인의 성향을 보여주는 책이다. ‘차려’가 아니라 ‘앞을 보세요.’로, ‘앞을 보세요’보다는 ‘배꼽이 이쪽을 향하게 하세요.’라고 말해야 한다고 알려준다. 부제 <아이 마음을 움직이는 말의 원칙>을 잘 알려주는 책이다. 교사와 부모가 읽으면 도움이 되겠다.

49. 무너지지 않기 위하여 (유제프 차프스키, 174쪽) / 프루스트 좋아하는 사람만 읽기
2차 세계대전 때 소련이 폴란드 장교, 판사, 기업가 들을 강제수용소로 보냈다. 이들 중 많은 수가 카틴대학살에서 죽었다. 수용소에 갇힌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무너지지 않기 위해 프루스트 강의를 시작했다. 그때의 강의록을 엮어 책으로 냈다. 그러나 프루스트의 시 하나만 겨우 아는 나로서는 옮긴이의 글 외에는 잘 와닿지 않았다. 이 책은 프루스트를 잘 아는 사람이 읽어야한다.

48. 어쩌다 시에 꽂혀서는 (정연철, 215쪽) / 중 2 이상
나는 시를 좋아한다. 슬픔을 좋아한다. 슬픔을 글로 이겨내는 과정도 좋아한다. 시, 슬픔, 슬픔을 글로 이겨내는 과정이 모인 책을 만났다. 정연철 작가의 책을 몇 권 읽었는데 내겐 이 책이 최고다. 문장에서 절제미를 갖춘 시 냄새가 난다. 인용한 시도 좋다. 무엇보다 주인공이 쓰는 시가 참 좋다. 작가가 썼을 텐데 어떻게 썼는지 꼭 물어보고 싶다. 해마다 <교보 책갈피 편지쓰기> 대상도서를 추천하는데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슬플 때, 외로울 때, 시가 그리울 때 딱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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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에 읽은 책 4580(202112158)

47.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184) / 소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네루다는 칠레 이슬라 네그라에서 살았다. 이슬라 네그라는 지금 유명 관광지가 되었다. 네루다는 아옌데 대통령을 지지했는데, 미국의 사주를 받은 피노체트가 쿠데타를 일으켜 아옌데 대통령을 죽였다. 저자는 네루다에게 존경하는 마음을 표현하면서 칠레의 민주화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 책을 썼다. 내용이 아름답게 슬프다. 네루다에게 편지를 전하는 우편배달부와 네루다의 우정을 상상해서 썼다. 책에 아옌데 대통령이 언급될 때마다 슬프고 화났다. 미국, 진짜 이 깡패 자식들!!

46. 지하실에서 온 편지 (제행신, 327) / 수필

목사의 아내, 네 아이의 엄마가 책을 내면 어떤 내용일까? 고생한 이야기와 성공한 이야기가 기본일 텐데 이 책은 다르다. 물론 힘겨운 일도 있고, 좋은 일도 있다. 그러나 책 내용은 무얼 했다거나, 무얼 겪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아이들을 기르며, 평범한 일상에서 살아가며 생각하고 묵상한 글이다. 한때 묵상은 좋은 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자기 생각을 강화하는 확증편향의 도구로 쓰이는 경우도 많다. 좋은 묵상은 자신을 돌아보고, 일상을 인도하는 하나님께 감사하며, 하나님을 올바로 바라보게 하는 묵상이다. 이 책에는 좋은 묵상이 많다. <자의식의 감옥>에서 저자는 타인에게서 반사되는 수많은 자의식의 거울을 바라보며 라는 감옥에 갇힌 모습을 돌아본다. 조용히, 잠잠히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45. 돈이 필요 없는 나라 (나가시마 류진, 255) / 사회, 고등 이상

놀라운 생각을 담은 책이다. 돈이 필요 없는 나라를 상상해서 썼다. 실제로 실현하려고 노력한다. 지구에 있는 것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닳고 소멸한다. 음식은 상하고, 동식물은 죽는다. 돈만 다르다. 돈은 시간이 지날수록 이자가 생기고 가치가 늘어난다. 그래서 돈이 문제를 일으킨다. 시간이 지날수록 돈의 가치가 줄어드는 실험을 했다. 현재 만 원이 1년 지나면 9500원이 된다. 돈을 오래 간직할수록 손해가 커지므로 써야 한다. 결과가 어떨지 생각해보시라. 이 실험은 책 내용의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 돈에 대한 가치관이 바뀌면 사회 전반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한 이야기이다. 설명이 아니라 소설 형식으로 썼다. 우리 사회에서 돈이 필요 없는 사회로 간 사람이 겪는 일, 돈이 필요 없는 사회에서 온 사람이 우리 사회에서 겪는 일을 썼다. 경제를 떠받치는 가치를 이야기하기에 좋은 책이다.

44.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341) / SF 소설, 2 이상

김동식 작가는 짧고 간단하게 글을 썼다. 짧고 간단해서 읽기 편하지만 간단한 이야기가 휙휙 지나가서 생각하기엔 별로였다. 이 책은 김동식 소설보다 길고, 깊고, 좋다.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아 여성이 일상에서 느끼는 마음을 SF 형식에 잘 담아냈다. 여성, 장애인, 이주민, 비혼모를 비롯한 약자와 소수자를 대변하는 소설이라는 해설에 맞는 이야기가 많다. 그러나 나는 이야기 자체가 좋았다.

43. 공부머리 독서법 (최승필, 343) / 독서교육

내가 아이를 기르면서 했던 내용이 이 책에 많이 실렸다. 이분은 설명하고 나는 실행했다. 몇 가지 다른 점이 있다. 이분은 언어능력을 평가하고, 점수로 계산하고, 아이를 가르친 뒤에 얼마나 올랐는지 확인했다. 난 능력 평가, 점수 계산은 생각지도 않았다. 내 아이를 내가 아는데 무슨 평가나 확인이랴! 1년 동안 두 아이와 함께 책을 열심히 써야겠다.

42. 오래된 교회, 가정집 모임 (진 에드워드, 207) / 기독교

지금 교회가 원래 모습을 잃었다고 강력하게 비판한다. 지금은 미국이나 나이지리아나, 도시나 시골이나, 자유국가나 독재에서 금방 벗어난 국가나 교회 모습이 똑같다. 저자는 교회가 생긴 이래 300년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교회 모습이 왜 전 세계를 덮어버렸는지 안타깝게 비판한다. 파격을 일으키는 책이다. 꼭 읽어보라고 권한다.

당신이 대단한 메시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4개월 동안 메시지를 전할 기회가 당신에게 40번 주어진다면 당신이 그들에게 그 메시지를 전해 주고, 약간의 실질적 도움을 주고는, 그들을 4년 동안 떠날 수 있다고 당신은 정말 믿는가? 그들을 떠나서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고 그들을 남겨둘 수 있는가? 그리고 만약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왜 그렇게 하지 않는가? (119)

복음 전도의 궁극적 목표는 각 지역에 에클레시아를 세우는 것이었다. 복음 전도는 특정한 지역에 에클레시아를 세워 자라나게 하는 것 외에는 다른 큰 목적이 없었다. 복음 전도는 결코 목표가 아니었다. 복음 전도는 에클레시아를 보조했다. (133)

41. 이야기에 관하여 (C. S. 루이스, 289) / 영문학비평

루이스는 나니아 연대기로 유명해진 작가다. 문학성도 뛰어나지만 논리가 강하다. 루이스가 쓴 작품 대부분 논리성을 기반으로 한다. 이야기에 관하여는 이야기 비평 모음이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한 비평이 많아 이해하기 어려웠다. 호빗, 반지의 제왕, 도로시 세이어즈 비평이 좋았다.

처음 읽을 때는 이야기를 온전히 향유하지 못합니다. 호기심과 순전한 서사적 욕구가 채워지고 잠들고 나서야 작품의 진짜 아름다움을 느긋하게 맛볼 수 있습니다. (35)

요정나라는 알 수 없는 그 무엇에 대한 갈망을 일깨운다고 말하는 것이 좀 더 진실에 가깝습니다. 동화는 그가 닿을 수 없는 무엇에 대한 희미한 감각을 일깨우고 들쑤셔서 그의 평생을 풍성하게 해줍니다. 동화는 현실세계를 따분하게 만들거나 공허하게 만들기는커녕 새로운 차원의 깊이를 더합니다.

저는 누군가에게 맞추기 위해 작품의 수준을 낮추어 쓰지 않았습니다. 유년기에만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은 유년기에도 읽을 가치가 없다는 것이 저의 견해입니다. (83)

40. 책벌레 선생님의 행복한 글쓰기 (285) / 글쓰기 지도

글쓰기 연수를 하면서 천천히 읽었다. ‘내가 이렇게 썼구나!’ 역시 책은 묵혀서 써야 한다. 이때도 수십 번 고치고 출판했는데, 다시 쓰고 싶다.

39. 4천원 인생 (안수찬 외, 303) / 노동일기

10년 전 한겨레21 기자들이 한 달 동안 노동 현장에서 실제로 일하고 기사를 쓰기로 기획했다. 감자탕집, 대형마트, 불법 노동자가 많이 일하는 가구공장, 컨베이어벨트에서 나사 조이는 일을 했다. 시스템이 사람을 외롭고, 괴롭고, 곁에 있는 사람을 미워하게 만드는 구조에서 힘겹게 버티는 분들이 너무너무 안타깝다. 10년 전에 이랬는데 지금도 비슷하다. 이분들에게 욕하고 하대하는 사람들은 왜 그럴까?

38. 자기 결정 (페터 비에리, 107) / 철학

가끔, 때로는 자주 고민하던 내용이다. 고민한 내용은 비슷한데, 표현 방법은 많이 다르다. 어렵게 설명한다. 전에는 이렇게 설명하는 거 좋아했지만, 이젠 싫다. 아이들과 지내서 그런가, 아이들은 쉽게 표현하면서 마음을 울리는데…… 철학책은 이젠 별로다.

우리는 현실에서 일어나는 사건에서보다 허구의 이야기 속에서 인간의 내면세계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는 현상을 봅니다. (58)

자신에게 주어진 문화의 문법에 대해 말하는 법을 배우고 그것을 더 큰 문맥에서 이해하고 나면 그 문화가 복수의 가능성 가운데 하나님을 알게 되는 것이지요. (97)

37. 나는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고요, 255) / 우울증, 치유, 자기 찾기

-- 지독한 우울증의 압력에 짓눌려 살았던 분의 고백이 깊다. 적당한 우울을 다룬 책, 우울증을 심각하게 앓았지만 글로는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책을 여럿 읽었다. 괜찮은 책도 있었지만 그다지 깊진 않았다. 이 책은 다르다. 우울증이 무엇인지 몸으로 보여준다.
-- 우울증에서 벗어난 과정도 예사롭지 않다. 좋은 직장 사직하고 배낭여행을 떠났다가 1주일 만에 교통사고가 났다. 가난한 나라 라오스에서 일어난 사고라 처리도, 치료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버스에 짓눌려 몇 시간 동안 구조대를 기다리며, 말이 안 통하는 병원에서 떠밀리며 느낀 감정들이 또한 깊다. 이분을 위해 어렵사리 휴가를 내서 함께 여행길을 시작한 친구가 사고에서 죽었다. 자신만 살아남은 죄책감과 살고 싶은 마음이 거대한 버스 무게만큼이나 무겁게 짓눌렀다. 이걸 쓰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 그렇지만 이분 곁에는 좋은 분들도 참 많았다. 같은 버스에 탔던 여행객은 버스에서 부상 당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안아주었다. 자기들 여행 계획을 바꿔서라도. 아는 사람 전혀 없는 외국 병원에서 혼자 내버려진 기분으로 떠는 사람을 찾아와 고향 음식을 해주며 돌봐준 분도 있다. 함께 걸으며 아픔을 들어주고, 자기들 아픔을 이야기해준 분도 있다. 그런 분들 덕분에 짓눌리는 무게가 조금씩 가벼워졌으리라!
-- 나는 인간의 고통, 고통을 대하는 감정에 관심이 많았다. 20대와 30대 내내 홀로코스트를 겪으며 포로수용소에서 견뎌낸 분들의 책을 읽었다. 하나님이 왜 고통을 그냥 보기만 하시는지 논하는 책을 읽고 또 읽었다. 내가 만난 아이들 마음에도 같은 고통이 숨어있는 걸 보았고, 아이들 마음을 회복시키려고 아이들과 글을 썼다. 그때 참 마음이 아팠는데, 이 책은 그보다 더 무거웠다. 우울함에 눌리는 분들, 우울함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분들(교사도)에게 추천한다.
-- 더불어 걷기 좋아하는 분에게도 추천한다. 저자가 우울증을 이겨내려고 여행길에 나섰고, 여행에 나섰기 때문에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 이를 이겨내려면 다시 여행길을 걸어야 했고, 안전하게 돌아와야 했다. 그래서 혼자 산티아고를 걸었다. 산티아고 걷고 쓴 책을 몇 권 읽었는데 모두 별로였다. 그래서 산티아고 걷기 원하는 분들에게 거기 아닌 다른 곳도 괜찮지 않냐?’ 물었다. 이 책을 읽고는 산티아고 걷는 거 괜찮겠다생각한다.

36.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 (에린 그루웰, 534) / 글쓰기, 상담, 교육

글을 쓰며 치유된 뒷골목 학생들 이야기다. 중학생만 돼도 갱단에 가입하고, 친구가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동네에서 인종차별, 가정폭력, 학교폭력에 글쓰기로 맞서는 이야기다. 교사 한 명이 150명의 삶을 바꾼(뒤집어버린) 실화이다. 이 책이 나왔을 때 나도 <작은 자유 작가>들과 글을 썼다. 그 이야기를 선생님의 숨바꼭질에 썼다.

35. 무엇을 위해 살죠? (박진영, 307) / 박진영 자서전

박진영이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을 썼다. 박진영은 똑똑하게 타고났고, 한 번 꽂히면 미친 듯이 열중했다. 타고난 성격이다. 이성에 대해서도 자신이 온몸과 마음으로 사랑할 대상을 찾아다녔다. 또한 자신이 누리는 게 자기 실력만으로 된 것이 아니라 운인 줄 알 정도로 통찰력과 겸손함을 갖추었다. 돈이나 권력에 집착하지 않고 진리를 찾아다녔다.

책의 60%는 하나님과 성경 내용이다. 한 번 꽂히면 끝장을 보는 성격인지라, 2년 동안 날마다 열 시간 이상씩 성경을 붙들고 씨름했다.(고 썼다.) 두 달 동안 핸드폰을 꺼놓고 이스라엘 박물관, 도서관, 현장을 찾아다니며 성경 내용과 역사 자료를 비교했다. 그리고 복음을 받아들이고, 거듭난 그리스도인이 되었다고 한다.

자신이 거듭났으며, 거듭남을 올바로 가르치는 교회가 적다고 썼다. ‘나는 옳고 다른 사람은 그르다는 투는 아니다. 물론, 자신이 깨달은 진리가 진짜 성경이 말하는 바라고 되풀이해서 주장하며, 자신의 설명을 듣고 거듭난 사람도 여러 차례 묘사한다. 교회, 거듭남과 구원, 믿음, 참교회를 설명하면서도 자신이 깨달은 바가 옳다고 주장한다. 워낙 열정 넘치고 확신이 강한 사람인지라 존 파이퍼 목사에게 자신이 깨달은 바를 설명하는 편지도 썼다. 존 파이퍼 목사가 악의 근원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고 한 영상을 보고 악은 어둠에서 온다고 썼다. 어둠은 상징적인 표현이 아니라 실존하는 힘이라 설명한다. “나는 빛도 짓고 어둠도 창조하며~ (이사야 457)”를 인용하며 어둠이 사탄과 연결된 힘이라 한다. 이 말이 맞다면, 하나님이 왜 어둠을 만드셨는지도 설명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진 않는다.

교회가 욕먹는다. 정치에 이어 코로나19도 교회의 민낯을 드러냈다. 그동안 교회가 복음을 설명하고, 하나님 말씀이 뜻하는 바를 알려주는 일에 소홀했다. 그저 사교모임, 인맥을 쌓는 곳, 하나님 이름을 빙자하여 자신의 감정을 해소하는 곳, 하나님을 노래한다면서 자기들이 즐기는 곳으로 만들었다. 오랫동안 교회에 다녔으나 그리스도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신자를 만들어냈다.

사람들은 복음을 적당히 알고 믿는다. 복음과 십자가를 제대로 설명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목사들 비리가 방송을 덮는 까닭 중 하나는, 그들 곁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님과 복음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목사만 바라봤기 때문이다. 그러자 박진영 같은 사람이 나온다. 나쁜 뜻으로 하는 말이 아니다. 복음이 진짜 무엇일까 찾는 사람들. 나도 목사 수준에 갇힌 신도가 되기 싫어 읽고, 찾고, 고민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중심성이 강하다. 박진영이 설명하는 복음과 성경도 그런 면이 있다.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는 근거로 성경 구절을 드는데, 맥락 없이 문장만 골라냈다. 교회에 다닌다 해도 온전히 믿지 않는 사람에게는 평강이 없다 하면서 예레미야 614절 말씀을 든다. “그들이 내 상처를 가볍게 여기면서 말하기를 평강하다 평강하다 하나 평강이 없도다.(예레미야 614)” 상처를 가볍게 여기며 평강을 말하는 사람은 당시 선지자와 제사장이었다. 그들이 말하는 평화는 거짓이며, 바벨론에게 잡혀간다는 내용이다. 이런 내용을 설명하지 않고 진짜 믿음을 갖지 못하면 평강을 누리지 못한다고 말한다. “내 형질이 이루어지기 전에 주의 눈이 보셨으며, 나를 위하여 정한 날이 하나도 되기 전에 주의 책에 다 기록이 되었나이다. (시편 13916)”를 들어, 예수님은 나란 사람이 언제 태어날지, 그리고 평생 어떤 죄들을 지을지 다 알고 계셨다(174)고 주장한다. 운명론이나 결정론이 아니라 우리 선택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은 옳다. 그러나 시인의 표현을 진리로 받아들이는 오류를 범했다. 우리는 도종환 시인이 쓴 담쟁이를 읽으며, 담장을 절망의 벽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시에서는 비유와 상징, 과장과 은유를 사실로 읽으면 안 된다. 해석해서 뜻을 찾아야 하지 않나?

그래도 이 책을 읽으라고 추천한다. 책 내용에 반대하는 주장을 썼지만, 박진영이 지나치게 나간 건 아니다. 목사들 설교보다 나은 면이 많다. 구원받았음을 한 순간의 변화만으로 한정하는 게 불편하지만 복음을 확실하게 믿는 마음이 귀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박진영의 설명을 들으려고 그가 시작한 교회에 가겠지. 신천지와는 전혀 다르며, 구원파와도 다르다. 구원받았으니 편안하게 살라고 하지 않는다. 올바른 행실로 모범을 보이라 말한다.

한 가지가 걱정스럽다. 박진영은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사랑을 찾아다녔다. 소확행이 아니라 완영행(완전하고 영원한 행복)’을 추구했다. 4학년 때 첫사랑, 6학년 때 짝사랑, 중고등학교 때 바라본 누나에 이어 저 여자라면 평생을 같이 살아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여성과 결혼했다. 그녀는 박진영이 생각한 것보다 더 훌륭했고, 더 겸손했고, 더 고귀한 인품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완영행을 채워주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혼했다. 첫사랑에 열병을 앓고, 짝사랑에 몸부림치고, 그 여성을 만났을 때 박진영은 완전하고 영원한 행복을 이루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뒤에 이혼했다. 시간이 얼마 지난 뒤에, 무엇을 위해 살죠?에서 말한 내용이 완영행을 만족시키지 못한다고 말하지 않을까? 지금까지 이런 패턴으로 살았는데 또 그러지 않을까 이게 걱정이다.

신중한 사람은 실수가 적으나 크게 이루지 못한다. 열정 넘치는 사람은 실수가 많으나 크게 이룬다.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은 자신의 전부를 불살라야 하겠지만, 자신의 관심사에 자신의 전부를 쏟아부었다가 이게 아닌가봐!’ 할까 두렵다. 박진영이 끝까지 하나님을 잘 믿으면 좋겠다.

34. 쓰레기 거절하기 (산드라 크라우트바슐, 250) / 환경

환경 책 중에 이렇게 매력 넘치는 책을 본 적이 없다. 한 가족이 플라스틱 제로 실험을 하다가 일상 곳곳에서 쓰레기 줄이기에 도전한다. 가전제품, , 음식까지 온통 환경을 오염시키는 물건으로 가득하다. 이걸 모조리 줄이다가 자동차까지 없앤다. 스스로 불편함을 선택한 부모와 자녀 사이의 갈등을 대화와 토론으로 이어가는 과정도 참 깊다. 고등학생과 교사, 일반인 모두 읽고 토론하면 좋겠다. 이분에 견주면 우린 문제의식조차 없다.

33. 안톤 체호프 대표 단편선 (안톤 체호프, 343) / 소설

결론이 이상하다. <골짜기>는 나쁜 며느리가 집안을 장악한 채 몰락한다. <약혼녀>는 파혼하고~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은 유혹에~ <함정>은 함정인 줄 알고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야기다. 개가 주인공인 <누렁이> 외에는 모두 희망 없이 끝난다. 책 뒤에는 인간과 근로에 대한 애정을 북돋우어 밝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독자의 가슴에 심어준다.”고 쓰였는데, 책을 읽고 쓴 건가 싶다. 누가 해설해주면 좋겠다.

32. 교실을 엿보다 (김성효 외 14, 250) / 교사 수필

선생님들이 쓴 수필 모음집이다. 아이들에게 실수한 이야기, 아이에게 감동한 이야기, 아이에게 사랑받고 사랑한 이야기를 썼다. 아이를 바라보고 아이를 사랑하며 아이에게 기대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 이런 분들이 많으면 우리 학교 걱정없겠다.

 

 1월에 읽은 책 7578쪽 (2021년 7578쪽)

방학하고 내내 읽기만 했다. 두 방향으로 읽었다.
1.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을 읽고 인용한 책을 따라 읽었다.
2. 글쓰기(특히 시) 지도에 관한 책을 읽었다.

31. 나는 언제나 말하고 있었어 (문경민, 220) / 6 이상

상처 입은 아이들 다독이던 소달초와 마을이 동화의 배경이다. 석탄산, 산사태, 함묵증 아이, 자갈 많은 골짜기 모두 생각난다. 작가가 내 마음에 들어와 내가 겪은 일을 쏙 빼내어 쓴 글 같다.

 

30. 어느 난민 가족의 여행 징검다리 (마그리트 루어스, 44) / 3 이상

시리아에 살던 가족이 난민이 되어 고향을 떠나 새로운 곳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돌로 그린 그림이 깊다. 네덜란드 작가가 돌로 작품을 만드는 시리아 작가와 연락한 과정, 배우 정우성의 해설이 부록으로 들어있다. 부록을 먼저 읽고 책을 보면 좋다.

 

29. 황금글똥의 비밀 (김미형, 108) / 2 이상

나도 동화책을 써볼까?’ 하는 마음을 일으킨 책이다.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과정과 비슷한 점이 많다. (글똥 누기는 하지 않지만) 떠오르는 등장인물도 몇 있다. ‘위기가 있어야 재미있을 텐데 어떤 위기를 써야 하나?’ 생각하며 책을 읽다가 동화 쓰기를 포기했다. 작가가 플롯을 너무 잘 만들었다. ‘역시 작가는 작가다.’ 이 책 참 좋다. 아이들과 뭔가 해봐야겠다.

 

28. 쓸 만한 인간 (박정민, 263) / 산문

작가가 영화배우라 한다. 인기에 힘입어 책 내는 사람은 아니다. 글을 참 잘 쓴다. 가볍게, 살짝 과장해서 툭툭 내미는 문체여서 읽기 편하다. 무엇보다 글에 착한 마음이 담겨있다. 앞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본다면(거의 불가능한 이야기지만) 박정민 배우를 기억하겠다. 남다른, 자기만의 눈을 가진 배우를 만났다.

 

27. 소설처럼 (다니엘 페나크, 234) / 무조건 읽어!

독서를 다룬 책 백 권을 읽었다. 가장 아끼는 세 권 중 하나다. 책 읽으면 이렇게 저렇게 좋다느니 하는 말이 없다. 부모가 자녀에게 질러대는 잔소리와 압박을 깨알 같이 묘사한다. 시작부터 강력하다. “부디 이 책을 강압적인 교육의 수단으로 삼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26. 우투리 하나린 3 용마의 마지막 임무 (문경민, 200) / 4학년 이상

우투리 하나린 시리즈 3권이다. 재미있다. 창룡이의 변화가 보기 좋다. 1권을 읽으면 2, 3권까지 읽어야 한다. 4, 5권도 곧 나오겠지?

 

25. 시가 있는 바닷가 어느 교실 (최종득, 206) / 시 지도

아이를 만나고, 이야기하고, 가르치는 모습이 나랑 비슷하다. 아이 한 명의 사연을 시와 함께 설명한다. 시 쓰기를 가르치는 과정을 안내하면 더 좋았겠다. 따뜻한 이야기가 담긴 좋은 책이다.

 

24. 달려라, 탁샘 (탁동철, 450) / 산골 학교 이야기

저자 탁동철은 천연기념물 같은 사람이다. 살아가는 가치관이 다르다는 말로는 설명이 안 되는, 요상괴상 오묘 신기한 사람이다. 처음 읽었을 때 !’ 했고, 두 번째 읽었을 때 또 ~!’ 했는데 세 번째 읽으니 이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형처럼 살지는 못한다. 멀리서 형 그림자 끝자락이라도 따라가야겠다. 좋은 마음으로 뭐 이런 인간이 있나!’를 느끼고 싶다면 읽어보시라.

 

23. 얘들아 모여라 동시가 왔다 (탁동철, 206) / 동시 수업

아이들이 쓴 시를 아주 좋아한다. 글쓰기 수업을 시작한 까닭도 아이가 쓴 시에 반했기 때문이다. 시 수업을 많이 했고, 시 수업 책을 많이 읽었다. 시 수업하면 바로 <탁동철>이다. 탁동철 형은 기인이다. 형이 쓴 책을 읽으면 무릎을 탁 치면서 ,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지? 굉장한걸!” 한다. 올해는 얘들아 모여라 동시가 왔다에 나온 내용으로 형을 따라 해야겠다.

 

22. 시를 아는 아이 (문인곤, 191) / 청소년

저자가 출판사에서 10년가량 국어 교과서를 편집했다. 좋은 시라도 시험으로 출제하기 어려우면 교과서에 싣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청소년에게 소개하고 싶은 시를 골라 해설했다. 그림과 영화도 소개했다. 문학에 대한 잡다한 지식을 모았다. 문학 입문서(또는 읽고 싶은 책을 찾는 용도)로 쓰면 유용하다.

 

21. 까만 손 (탁동철, 223) / 어린이 시 모음

기인 같은 교사, 탁동철 선생님이 강원도 산골에서 만난 아이들이 쓴 시를 모았다. 설악산자락에 있는 오색초등학교 아이들이 20년 전에 쓴 시다. 산골과 자연 내용이 많아 요즘 아이들이 공감할지 모르겠다.

 

20. , 지금 똥개 훈련시켜요? (이무완, 231) / 교단일기

친구 이무완이 쓴 교단일기. 처음 읽었을 때보다 더 재미있다. 글을 참 맛나게 쓴다. 2년 동안 쓴 교단 일기를 <아침독서신문>에 냈고, 책으로 엮었다. 아이들과 글쓰기하는 과정을 주로 담았다. 시 쓰기 가르칠 때 참 좋은 책이다.

 

19. 개똥은 가만히 누워 잠을 잔다 (이호철, 184) / 2학년 어린이 시집

이호철 선생님이 경산 성암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 가르치며 만난 시 모음집이다. 2학년이 6학년처럼 글을 쓴다. 한 해에 시 몇 편 만나기 어려운데 선생님은 책 한 권을 만났다. 이호철 선생님은 어린이 시에서 눈에 띄는 분이다.

 

18. 시 수업을 시작합니다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338) / 시 교육

이오덕 선생님 글쓰기 정신을 이어받으려는 열여섯 분이 시 수업을 보여준다. 둘은 친구고, 셋은 선배다. 아이들 마음에서 시가 터져 나오게 하는 과정을 담았다. 10~20년 전 내용이 많다. 나도 이분들과 같은 마음으로 글을 썼는데 지금은 생각이 약간 달라졌다. 이분들이 아이들 생각을 다 좋아하는 반면, 나는 아이들 생각이 다 좋은 건 아니라고 본다. 전체 5장 중 4, 5장이 가장 좋았다.

 

17. 똥 누고 가는 새 (임길택, 96) / 시집

삶이 아름다운 시인, 임길택 선생님 시집이다. 선생님이 돌아가신 뒤에 사모님이 글을 모아 냈다. 윤구병 선생님이 16쪽 발문을 써주셨다. 사실 시가 잘 느껴지지는 않았다. 선생님의 삶이 어렴풋이 보이는 시가 대부분이다. 그래도 좋다.

 

16. 플랫폼 제국의 미래 (스콧 갤러웨이, 403) / 사회 분석, 미래 예측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은 플랫폼 제국을 이루었다. 네 개의 거인 기업의 특징과 성장 과정, 장단점을 분석했다. 칭찬만 하는 게 아니라, 도둑질과 사기로 이익을 챙긴 과정을 잘 보여준다. ‘이렇게 돈 버는 줄 몰랐네!’ 그 세계에서 살아도 분석하는 힘이 없으면 이렇게 보기 어렵다. 새롭게 눈을 뜬 느낌이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실시한 연구조사 프로젝트 그랜트 스터디(Grant Study). 역사상 연구 조사 기간이 가장 긴 그랜트 스터디는 하버드 대학교 2학년 남학생 268명을 1938년과 1944년 사이에 추적을 시작한 프로젝트다. ‘인간적 성숙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진행한 이 연구는 무려 75년 동안 대상을 추적해 심리적인류학적신체적 특성의 다양한 요소를 측정했다. 결국 이 연구조사는 어떤 사람이 맺고 있는 인간관계의 깊이와 의미가 행복 수준을 결정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임을 확인했다. 75년이라는 세월과 2000만 달러를 투입한 이 연구조사의 결론은 세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Happiness is love.

신은 죽었다고 했던 니체의 선언은 승리의 함성을 노래한 것이 아니라 도덕적 잣대의 상실을 탄식한 것이었다.

 

15. 작은 소리로 아들을 위대하게 키우는 법 (미츠나가 노부후미, 208) / 자녀 교육

딸 둘을 강하게 키운 타이거 마더와 정반대다. 아들을 부드럽게 키우는 방법을 소개한다. 타이거 마더보다 공감이 많이 되었다. 그러나 내용에 비해 너무 많이 팔렸다고 생각한다. 제목의 힘이 컸고, ‘고추의 힘을 살리라는 장 제목 때문인 것같다. 아들의 특징을 설명하고 교육 방법을 안내하는 1, 2장은 괜찮았다. 3장은 비약이 심한 내용도 있다. 거짓말을 꿰뚫어볼 줄 알면 객관식에 강하다 같은 내용에는 헛웃음이 나왔다. 자녀 교육에 도움이 되는 책이지만 너무 많이 팔렸다. 타이거 마더와 같이 읽고 자녀교육에 대해 토론하면 좋겠다.

나는 아이들, 특히 남자아이의 학습 능력을 높여주는 것은 어린 시절에 충분히 놀아본 경험이지 절대 조기교육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놀이란 혼자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온몸을 던져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을 뜻한다.

아이의 질문에 부모가 대답해주어야 할까?

궁금증이 생긴다 부모가 가르쳐준다. 이해했다. 우리 아빠 대단해 같은 과정이 반복되면 부모를 존경하는 마음은 길러줄 수 있을지 몰라도 아이의 호기심은 키워줄 수 없다.

 

14. 타이거 마더 (에이미 추아, 274) / 자녀 교육

저자 에이미 추아(중국계)는 예일대 교수이다. 남편(유대계)도 예일대 교수다. 미국사회에서 딸 둘을 중국 방식으로 길렀다. 자녀를 호랑이처럼 대한다. 날마다 5~6시간씩 악기 연습을 시키고 모든 성적을 A만 받으라 요구한다. 해외여행 가서도 예외가 없다. 피아노 연습장을 빌려서라도 연습한다. 이 책이 많이 팔린 까닭은 두 아이가 탁월한 능력을 보이며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난 이런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 두 아이에게 남는 건 지독한 연습, 지독한 악담으로 자녀를 다그친 엄마의 욕심뿐이다. 에이미 추아처럼 할 능력을 가진 부모도 거의 없다. (누가 자녀에게 그 부분은 포르티시모로 연주하다가 활의 속도를 약간만 더 빠르게 해서 끝내야 하거든. 그리고 오른손 엄지는 구부리고 왼손 약지를 뻗지 않게 조심해.” 라고 말하겠나! 개를 기르려고 개에 관한 책을 엄청나게 사들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부모가 예일대 교수여서 아이들도 능력이 뛰어났고, 그래서 엄마 요구대로 했다. 보통 가정이라면 어림도 없다.

 

13. 괴짜경제학 (스티븐 레빗, 269) / 사회

경제학자가 남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 분야를 경제학으로 분석한다. KKK와 부동산 중개업자의 닮은 점, 미국에서 범죄가 줄어든 까닭(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원인, 낙태를 말한다.)도 재미있지만 완벽한 부모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설명이 흥미로웠다. 자녀를 강하게 키우는 타이거 마더일까, 작은 소리로 아들을 위대하게 키우는 법일까?

한 해에는 긴밀한 유대가 핵심이라고 하고, 다음 해에는 출생 순서가 중요하다고 한다. 아니다. 진정 중요한 것은 자극이라고 한다. 태어나서 처음 5년이 가장 중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면, 그 다음엔 3년이 중요하다고 하고, 어떤 이는 중요한 시기가 태어나서 1년뿐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젠 또 유전자가 전부라고 하니!

부모가 아주 중요하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그런데 여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녀 양육 책을 집어 드는 그 시기는 이미 너무 늦은 상태라는 점이다. 사실 중요한 것 대부분은 이미 오래전에 결정되어버리는 것이다. 당신이 어떤 사람이며, 누구와 결혼을 했으며, 어떤 삶을 이끌어나가고 있는가 하는 것 말이다. ~ 당신이 부모로서 무엇을 하는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다시 강조하지만, 중요한 것은 당신이 어떤 사람인가 하는 점이다.

 

12. 비즈니스 위즈덤 (피터 크라스, 263) / 경영, 성공법칙

세계에서 이름난 CEO를 간단하게 소개하고 인생철학을 요약했다. CEO의 철학이 반대되기도 했지만 비슷한 내용이 많았다. 정직, 고객관리, 성실, 판단력 등이다. 실패한 사람들의 인생 법칙을 모으면 이들과 다를까? 어느 정도는 비슷하지 않을까?

사람이 보유할 수 있는 가장 커다란 자산 중 하나는 괴벽에 대한 명성이다. 당신이 만일 이런 명성을 가지고 있다면 당신은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다. 심지어 다른 사람들의 원한을 사지 않고도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평범한 사람들이 하면 분노와 증오, 반감을 일으키는 많은 행동들을 괴상하기로 명성이 난 사람들이 하면 즐거운 흥분이나 기껏해야 동정심만을 일으킬 뿐이다.

 

11.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김동조, 263) / 사회 분석

편견으로 가득 찬 책, 상식에 도전하고 고정관념을 파괴하는 책을 쓰고 싶다는 저자의 말로 시작하는 책이다. 편견으로 가득 차지는 않았지만, 상식에 도전하는 내용은 맞다. 금융 분석가라는 직업 특성이 잘 드러난다. 차별과 불평등, 범죄, 정치, 성매매, 결혼, 교육 등을 경제 관점으로 분석한다. 2부가 가장 재미있었다. 결혼, 사랑, 이혼, 교육, 양육, 직업 선택 분석이 흥미롭다. 경제 즉 돈으로 본 관점이어서 전략적 선택이 많다. 난 시대 흐름보다 나 자신의 철학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반대하는 부분이 많다. 그런데도 새로운 논리에 증거를 잘 들어 그럴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토론하기 좋은 책이다.

 

괴짜경제학 내용 인용

아이의 학교 성적과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 : 부모의 교육 수준, 부모의 사회 경제적 지위, 엄마가 첫 아이를 출산한 나이가 30살 이상일수록, 부모가 학부모회 활동할수록, 집에 책이 많을수록~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알아차렸겠지만, 아이의 성적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대부분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를 묘사하고 있고, 영향을 주지 않는 요인은 부모가 아이에게 해주는 일을 묘사한다. 즉 교육 수준이 높고 사회적으로 성공했으며 건강한 아이는 자녀를 어떤 방식으로 키우거나 상관없이 학교 성적이 높은 경향이 있다. 반면, 아이를 박물관에 데려가든, 아이를 처벌하든, 아이에게 자주 책을 읽어주든, 아이가 TV에 빠져 있든, 이런 것은 자녀의 성적과 별로 상관이 없다. ~

사실 중요한 것은 이미 오래전에 결정되어버리는 것이다. 당신이 어떤 사람이며, 누구와 결혼했으며, 어떤 삶을 이끌어가는가 하는 것 말이다.

아이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는가 하는 것보다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 자체가 더 중요하다. 부모의 말이 갖는 무게와 아이의 자발성이 깊게 엮여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무엇이든 자발적으로 자기 주도성을 갖고 사물을 대하는 것과 수동적으로 대하는 것은 큰 차이가 난다.

부모와 자식 관계의 본질이 무언가 하는 문제이다. 에이미 추아 양육법이 성공하려면 자식이 부모를 바라보는 눈길이 긍정적이어야 한다. 즉 부모의 원칙이 자기를 위한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면, 자식이 부모를 신뢰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그리고 원칙을 정하고 거기에 자신을 맞추는 생활방식이 기질적으로 맞아야 한다. 만약 부모가 세운 방침과 원칙 때문에 아이와 사사건건 충돌한다면 일방적으로 강요할 것이 아니라 아이의 자기 주도성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반면 박혜란 양육법이 성공하려면 부모의 방임이 방치가 아니라 자율에 맡기는 것임을 자식이 알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기회와 비용이 어떤 것인지 깨달을 수 있을 만큼은 지적인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런 능력이 없다면 자율은 방종이 되기 쉽고, 자기 주도성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지적인 자극도 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만다. 따라서 양육 방식을 결정하기 전에 부모와 자식의 관계부터 잘 설정해야 하며, 부모가 아이의 기질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 그리고 아이의 기질에 따라 원칙을 잘 고르고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든 아이의 자발성과 자기 주도성을 확보하는 것이 최종 목표가 되어야 한다.

아이가 자발적으로 책을 읽느냐? 성적은 지능보다 동기(자발성)과 더 강한 관계가 있다.

브라이스 코트나이는 1933년 요하네스버그에서 태어났다. 보어족과 남아공원주민이 대부분인 고아원에서 유일하게 영어를 쓰는 백인 아이로 자랐다. 7살부터 복싱을 배웠다. 맞는 것을 피하는 좀더 그럴듯한 방법을 깨닫게 된 내가 살아가는 유일한 방법. 장학생으로 영국 기숙학교에 들어갔다. 방학이 되면 공원 벤치에서 잤다. 55살부터 소설을 서서 <파워 오브 원>을 쓰고 20권을 더 썼다. 그는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한 시간 반 동안 개를 데리고 산책한 뒤,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여섯 시 반부터 그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날마다 12시간씩 글을 썼다고 한다.

 

10.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 (김영민, 273) / 논어 에세이

같은 작가가 쓴 공부란 무엇인가가 좋아서 읽었다. 논어를 소재로 신문에 연재한 글을 모았다. ‘그렇구나!’ 하며 읽었지만 그렇지!’까지는 아니었다. 공부란 무엇인가는 내가 관심을 두는 글쓰기 내용이라 좋았는데, 이 책은 관심이 적은 분야가 많아서 그런가 보다. 대학교수인데 비유를 들어 설명을 잘한다. 어려운 내용을 쉽게 설명하는 재주가 있다. 1. <침묵의 함성을 들어라>가 가장 좋았다.

 

9. 살인자의 정석 (김동식, 335) / 소설

김동식 작가 책 네 권 중에 이 책이 가장 좋다. 인기가 좋았던 글 위주로 모아서 그런가 보다. 김동식 작가는 다시 기회를 갖는다면(악마의 거래이든 다른 형태든) 어떻게 할까?’를 자주 쓰는데 살인자의 정석은 따뜻한 내용이 많다.

 

8. 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김동식, 333) / 소설

몇 편의 따듯한 단편이 눈에 띈다. 역시 비슷한 소재와 구조이다. 마음먹고 쓰면 나도 쓸 것 같지만, 실제로 쓰면 쉽지 않겠지!

 

7. 성공한 인생 (김동식, 175) / 소설

김동식 소설을 두 권째 읽으니 자주 쓰는 소재와 글 쓰는 패턴이 보인다. 분량이 조금 긴 단편도 소재와 구조가 비슷하다. 짧고 재미있고 반전이 있어서 학생들이 읽기 편하겠다. 사회를 적당히 비판하는 내용이어서 토론하면 좋겠다. 다만, 두고두고 읽을 글은 아니다.

 

6. 치유-최고의 힐러는 내 안에 있다 (켈리 누넌 고어스, 282) / 자기계발(건강)

인체에는 초자연적 본성이 있으며, 우리는 모두 놀라운 치유 능력을 가졌다고 주장한다. 자기 안의 능력을 깨닫고 사용하면 불치병도 낫는다고 주장한다. 다큐멘터리로 방영된 내용을 책으로 만들었다. 사람들이 이런 내용을 얼마나 좋아하기에 다큐멘터리도 성공하고 책도 나왔을까? 0.1%도 성공하지 못한 이야기를 일반화시켰다고 생각한다. 예수님, 불교, 무속을 모두 끌어와서 자신을 위해 사용하는 모습이 영 별로였다. 사람들은 왜 이런 책에 열광할까?

 

5. 양심 고백 (김동식, 295) / 소설

김동식 소설을 처음 읽었다. 우리 사회를 잘 반영하면서 재미와 반전을 갖추었다. 점수, 외계인, 계약, 젊음 등의 소재를 많이 썼다. 첫 단편 <인간 평점의 세상>은 내가 자주 생각한 내용이라 좋았다. 마지막 단편 <자살하러 가는 길에>도 좋았다. 마지막에 쓴 <작가의 말>이 가장 좋았다. 재미나게 읽었다.

 

4.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쓰메 소세키, 554) / 문학, 고등 이상

고양이가 집주인과 찾아오는 몇몇 손님을 관찰한 내용이다. 고양이를 화자로 내세워 인간의 허위를 드러낸다. 작가의 관찰력과 묘사가 굉장히 뛰어나다. 역시 일본 작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답다. 신문에 연재한 글인데, 인기가 많아서 분량이 늘어났다. 120년 전에 쓴 글인데 지금 이야기처럼 읽힌다. 무능하면서 잘난 척하는 사람, 말만 앞세우는 사람, 박사라는 이름표 따려는 사람, 재산 내세워 박사 사위 보려는 사람 들이 나온다. 마지막 장이 가장 재미있다. 인간을 바라보는 눈이 바뀌는 부분(11)을 먼저 읽고 책을 읽어도 좋겠다.

한가해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속을 두드려보면, 어딘가 슬픈 노래가 난다.

 

3. 나도 편식할 거야. (유은실, 55) / 1 이상

반전 있는 재미난 이야기. 편식하는 아이들뿐 아니라 아이, 어른 모두 재미나게 읽을 책이다. 유은실 작가는 잔잔하고 슬픈 이야기를 많이 쓰는데, 이 책은 완전 다르다.

 

2. 슈퍼 깜장 봉지 (최영희, 131) / 3 이상

책 좋아하는 친구들이 좋은 책이라 해서 읽었다. 페친 자녀가 쓴 내용으로 책을 소개한다.

<주인공은 과다 호흡 증후군이 있는 3학년 남자아이입니다. 이름은 석아로인데요. 아로에게 과호흡증이 찾아올 때면 누워서 검정 봉지를 입에 댄 후 검정 봉지에 대고 자기가 내뱉었던 숨을 들이마시며 호흡하면 다시 괜찮아져요. 그래서 항상 검은 봉지를 들고 다니다 보니 별명도 깜장봉지가 됐어요. 돌아가신 아빠에 대한 그리운 마음과 아픔 때문에 마음의 병이 생겨 과호흡증을 갖게 된 거 같아요.

아로의 엄마는 힘들게 클수록 훌륭한 사람이 된다고 말해요. 위인들도 그랬다며 말이에요. 아로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래서 작고 약했던 아로는 어느 날부터 용기를 내서 영웅처럼 용감해지기로 해요. 친구들을 괴롭히는 기태에게 그러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대신 맞서서 나서주기도 해요.

아로의 이런 변화를 보고 반 친구들도 달라지기 시작해요. ~>

1.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271) / 공부 (+글쓰기, 독서)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칼럼을 쓴 분이다. 문장, 문단, 단락을 모두 잘 쓴다. 간결한 문장에 명확한 비유로 귀에 쏙 들어오게 설명한다. 알맞은 자리에 알맞은 과장과 익살스러운 표현을 맛깔나게 쓴다. 작가가 성실하고 끈질기게 공부하고 가르치는 분 같다. 대충 자리나 지키면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사람을 싫어한다. 슬쩍 꼬아서 재미나게 비판한다. 오랫동안 글을 썼고, 잘 쓰려고 노력한 분 같다.

책은 공부(특히 글쓰기)에 관한 내용이다. 1부 공부의 길. 언어(낱말)를 정확하게 사용하자는 내용이다. 늘 생각하던 이야기라 반가웠다. ‘이런 생각하는 분이 또 있구나!’2부 공부하는 삶. 수업 첫 시간 학생들에게 하는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맛깔나다. 핵심을 정확하게 말하면서 위트가 있다. 공부하기 위한 몇 가지 조건(일반화와 섬세함, 나이에 따른 공부, 체력, 유학)을 소개한다. 3부 공부의 기초에선 능동성과 창의성을 설명하고 독서, 서평, 자료 정리, 질문법을 말한다. 4부 공부의 심화는 주제, 연구계획서, 문체, 토론, 발제, 세미나 등 더 깊은 공부를 다룬다. 모두 재미있고 유용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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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호흡으로, 책을 줄여 읽으려 했는데습관이 책벌레라 2020년에 183, 49998쪽을 읽었다.
최고의 책을 고르려고 노력하다가 후보가 너무 많이 나와서 포기했다.
좋은 책이 참 많다.

12월에 읽은 책 쪽 5479쪽(2020년 49998쪽)

183. Bible 1754
1년에 한 번씩 읽는다. 읽을수록 새롭다. 그래서 또 읽고 싶어진다.

182. 그래, 난 아프기로 결심했다. (교보교육재단, 245) / 수기 모음
교보교육재단에서 마련한 희망다솜 장학생 출신자들이 쓴 수기 모음집이다. (판매하진 않는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환경에서 딛고 일어선 이야기가 많다. 수기집 전체 제목으로 쓰인 이야기는 자살유가족이 썼다. 알코올 중독 아버지는 조현병 앓는 엄마를 때린다. 주인공이 억지로 버티던 18살 때, 아버지가 자살했다. 아버지 장례를 마치고 발인하는 날 새벽에 아버지가 자살한 그 장소에서 엄마가 자살했다. 부모 장례식을 한 뒤에 겪은 이야기를 썼다. 아프기로 결심하고 나서야 비로소 살아난 이야기.

181. 코로나 시대 교사 분투기 (이보경, 211) / 교육
지난달에 읽은 <MBTI ~ 진로 수업>을 쓴 분의 책을 우연히 또 읽었다. 코로나 시대에 적응해간 교사 이야기다. 많은 교사가 겪은 이야기를 차분하게 소개한다. 내 주위에 열심히 가르치는 분이 많아서 이분 이야기가 비슷한 이야기로 읽혔다. 보통 교사들 기준으로 보면 열심히 부딪친 분의 이야기이다. ‘이렇게 했구나! 나와 비슷하네~!’ 하며 읽다가 뒷부분 학교 상담실 운영에서 읽는 태도를 바꾸었다. 이 부분이 참 좋았다.

180. Habit (웬디 우드, 387) / 인문
웬디 우드는 인간이 변하거나 성취를 이루는 핵심으로 습관을 꼽는다. 결과는 의지력이나 끈기가 아니라 습관에 달려있다고 주장한다. 그럼 좋은 습관을 어떻게 만들까? 이것도 끈기나 의지력에 달려있지 않다. 상황을 바꾸어야 한다. 담배를 피우지 않으려면 담배를 구하기 어려운 곳, 같이 담배 피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야 한다. 맞는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유혹을 이기는 힘을 기르기보다 유혹을 만나지 않는 게 더 현명하다.
  내가 이룬 좋은 것들은 대부분 내가 가진 좋은 습관에서 나왔다. 난 책과 글과 아이들 이외의 매체에 잘 접근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시간을 보내는 것들에 시간을 빼앗기지 않는다. 나도 쉬고, 놀고, 시간을 때울 때도 있지만, 그때에도 나를 중독시킬 상황에는 다가가지 않는다.
  다만 학자가 쓴 책이라,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사례를 많이 든다. , 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해서 읽는 느낌이 든다. 내용을 1/3 정도 줄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179. 말하는 대로 글이 되는 우리 아이 첫 글쓰기 (나명희, 219) / 글쓰기 교육
책을 읽으며 내 생각을 읽고, 내 수업을 보는 줄 알았다. 이분은 내가 하는 말을 하고, 내가 책벌레 선생님의 행복한 글쓰기에 쓸 내용을 쉽게 썼다. 아이들 글도 내가 만난 아이들 글 같다. 행복한 글쓰기 책이 좀 어렵다고 들었는데, 이 책은 쉽고 재미있다.

178. 음유시인 비들 이야기 (조앤 롤링, 142) / 판타지 동화
마법 세계 아이들이 읽는 동화 모음집을 상상으로 써내다니, 조앤 롤링은 정말 이야기꾼이다. 책 내용을 저자가 이렇게 요약했다.
음유시인 비들 이야기에는 마법을 부릴 수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글과 마찬가지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끙끙거리는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대대로 마법사 부모들은 비들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어린 자식들에게 이런 가슴 아픈 삶의 현실을 넌지시 가르쳐 왔던 것입니다. 마법은 문제의 해결책이기도 하지만, 근원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말이죠.
번역가의 후기가 참 좋았다. 궁금하면 읽어보시라.

177. 싸움의 기술 (정은혜, 286) / 갈등 해결, 심리, 상담
제목도, 내용도 모두 싸움하는 기술을 말한다. 몸으로 때리고 피하는 기술이 아니다. 몸보다 마음을, 말을, 상황을 다스리는 기술이다. 싸움의 기술에는 남다른 통찰력이 드러난다. 상황 분석이 탁월하다. 인간의 심리 중에서 싸움에만초점을 맞춰 재미있다. 심리나 상담 책을 읽지 않은 분이 읽으면 놀랄 것이다. 책을 많이 읽은 분이 읽으면 이렇게도 보는구나!’하며 재미날 것이다. 한 구절만 예로 들겠다.
  <치약을 아래서부터 짜느냐 위에서부터 짜느냐 하는 문제로 부부싸움을 한다는 이야기를 사람들이 하고는 한다. 그런데 그들이 싸우는 진짜 이유가 치약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은 모두가 알 것이다. 그들이 싸우는 진짜 이유는 내가 내 삶을 통제하는 방식이 상대방이 그의 삶을 통제하는 방식과 다르기 때문이고, 변화를 거부하는 각자의 오래된 습관이 건드려지기 때문이며, 그 싸움이 점점 커져서 급기야 서로의 인격에 대한 싸움으로 번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자기 방도 하나 못 치우면서 무슨 큰일을 한다고!” “밖에서는 그렇게 고상하게 굴면서 옷장 상태는 그게 뭐야? 어떻게 그렇게 겉 다르고 속 달라!” 이런 종류의 말을 주고받으며 싸우고 있다면, 이것은 집 안 정리나 청소 문제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정리나 청소 여부를 서로의 인격을 판단하는 잣대로 삼아 싸우고 있는 것이다. 정리나 청소 여부가 상대방의 성실함이나 됨됨이를 판단하는 척도가 된다면, 이들 사이에서 정말 해결해야 할 문제(어떻게 함께 쓰는 공간을 정리하고, 청소할 것인가)를 협의하기는 더 이상 어렵게 된다. 그러니 집 안 정리나 청소 상태로 싸우게 되더라도 그것이 인격 싸움으로 번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98~99)
  아무튼 정말 재미있고 유익한 책이다.

176.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 (루이스 세뿔베다, 163) / 6 이상 
  고양이가 갈매기를 기르며 나는 법을 알려주는 이야기이다. 등장인물 이름이 어려워서 읽기 불편했다. 스페인에서 인기가 많고, 칠레와 유럽에서도 많이 읽는다는데 내겐 그냥 좋은 책이었다. 난 여백이 있는 책을 좋아하는데 이 책은 환경, 가족, 용기에 대해 너무 대놓고 말했다. 나쁜 책이라는 말은 아니다. 좋은데 아쉽다.

175. 글쓰는 그리스도인 (김기현, 238) / 글쓰기, 기독교  
  전에 읽었을 때는 이렇게 좋은 책인지 몰랐다. 중고등학생 글쓰기 지도를 하고, 책을 내면서 글을 쓴다는 게 뭔지 보인다. 그래서 이 책도 다시, 제대로 보인다. 모임에서 같이 읽고 나누면서, 책에서 말하는 대로 글을 쓰면 글쓰기 실력이 부쩍 늘어날 것이다.

174. 우리는 새벽까지 말이 서성이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자카리아 무함마드, 188) / 시집  
팔레스타인 시인이 쓴 시집이다.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에게 집과 마당과 고향을 빼앗겼다. 이스라엘은 빼앗은 땅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 빼앗는다. 이런 마음을 담은 시라 생각했는데 많이 어렵다. 몇 편만 이해하고 공감했다. 대부분 너무 어렵다. 3부 산문이 참 좋았다.
고통은 쪽수를 헤아릴 수 없는 어마어마한 책이다. 각자 얼마쯤은 읽어야 한다. 다리에 검문소가 있어 고통이란 책에서 당신 몫을 읽었는지 검사한다. 적어도 한 문단이라도 읽지 않고서는 통과할 수 없다.
  이 책을 굉장히 많이 읽은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평생 이 책에 머리를 박고 산 사람들도 있다.
  내 고통은 가벼웠다. 한줄기 바람 같았다. 지금 내가 기억하는 한 그렇다. 바람 불어 나뭇가지 하나 부러뜨렸고, 걸려 있던 거울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나는 내 길을 지나왔다. (166~167)

173. 구멍 난 벼루 (배유안, 154) / 중학생 이상  
  추사 김정희와 허련의 그림 이야기이다. 허련이 추사 김정희의 집에서 그림에 눈을 뜨고, 그림을 배운다. 김정희가 제주도로 유배를 가자 세 번이나 찾아가 그림에 관해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예술가의 정신을 담으려는 작가의 마음이 잘 느껴졌다. 그림 그리는 마음이 글 쓰는 마음과 같다. 다만 내용이 묵직해서 아주 책 좋아하는 아이가 아니라면 중학생은 되어야 읽겠다.

종이를 먹으로 채우면서 계절이 휙휙 지나갔다. 먹을 가는 시간은 마음을 닦는 시간이기도 했다. 먹물이 까맣게 벼루를 채우는 동안 마음은 차분히 가라앉고 내면 깊은 곳에서 그림에 대한 열정만 오롯이 솟아올랐다. 학문이 날로 깊어졌고 그림 보는 안목도 높아졌다. 허련은 기쁨과 뿌듯함에 종일 쉬지 않아도 힘든 줄 몰랐다. 마음먹은 대로 안 되어 괴로울 때가 더 많았지만 그 괴로움조차도 기꺼웠다. 자신의 그림을 볼 줄 아는 안목이 없어 괴로워할 줄도 몰랐던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의 괴로움은 오히려 이제 눈이 뜨엿음을 보여 주는 증거였다. (71)

172. 온택트,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이수진, 203) / 교육
가볍게 수필 느낌으로 읽으면 괜찮은 책이다. 온택트 수업에 대해 배우려는 목적으로 읽기엔 정보의 양이 적다. 잘 모르는 나라(카자흐스탄) 대학에서 가르친 사례여서 우리와 맞지 않는 것도 있다. 초등학교, 중학교 교사에겐 이론으로 보인다. 고등학교나 대학에서 가르친다면 좀더 도움이 되겠다.

171. 사랑의 역사 (니콜 크라우스, 379) / 문학
세 사람이 번갈아 이야기하는 방식인 줄 알고 읽었는데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함께 한 독서 모임 선생님 몇 분이 인생 책 정도 된다시는데, 난 사랑을 모르는 사람이라 잘 모르겠다. 마지막에 느낌이 팍 오긴 한데 다시 읽으면 느껴지려나?


170. 부지런한 사랑 (이슬아, 283) / 글쓰기
저자는 1주일에 한 번씩 10대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고 글을 썼다. 나도 같은 경험을 했고 책을 썼다. 경험과 느낌이 많이 겹쳤다. 내가 잘한 내용도 있고 이슬아 작가가 더 잘한 내용도 있다. 공통점이 있다면, ‘아이에 대한 관심이 글쓰기의 기본이라는 내용이다. 이걸 보여주어 좋았다. 아이들 모아 글을 써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년에 다시 해봐야겠다.

169. 회복력 있는 신앙 (제럴드 싯처, 359) / 기독교
초기 기독교가 예수 그리스도를 체험하고 증언하며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소개한다. 로마(1)를 따르지 않고 유대교(2)도 아닌, 3의 길을 유일한 길로 믿고 따랐다. ‘고통 전문가인 저자가 초대 교회가 뿌리 내린 과정을 학자의 눈으로 다룬 책이다.

168. 도서관 여행하는 법 (임윤희, 156)
책 좋아하고 도서관에 자주 가는 사람이 도서관에 대해 말한다. 도서관 덕후의 도서관 이야기다. 우리나라 도서관 이야기가 마음에 든다. 외국 도서관은 너무 미국 위주라서 아쉽다.

167. 푸른 늑대의 파수꾼 (김은진, 275) / 청소년 소설
1940, 행복하게 살던 한 가정이 일본놈의 꾐에 빠져 박살난다. 아버지는 감옥에 갇히고 딸은 식모가 된다. 2016, 두 남학생이 봉사활동하러 갔다가 할머니를 만난다. 식모로 살다가 버마까지 끌려갔던 분이다. 일제강점기와 현대를 오가며 할머니의 과거를 바꿔주려는 노력이 어떤 열매를 맺을까? 할머니를 지키려는 마음이 참 아름답다.

11월에 읽은 책 4706쪽 (2020년 44519쪽)

166. 권력과 영광 (그레이엄 그린, 377쪽) / 문학
-- 필립 얀시를 읽다가 비크너를 만났고, 비크너를 읽다가 그레이엄 그린을 만났다. 어제와 오늘 몇 시간이나 계속 책에 흠뻑 빠져 읽었다. 존 업다이크가 찬사를 보낸 작품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작을 읽는 느낌이었다. 읽는 내내 『침묵』(앤도 슈사쿠)이 생각났다.
-- 멕시코 군사 혁명 시절 사제들은 강제로 결혼해야 했다. <위스키 사제>는 술 중독이다. 한 번의 죄악으로 딸도 있다. 도망갈 기회가 있었는데 사제 없는 신자들 곁에 남았다. 술을 마시며 세례를 주고, 쫓기며 고해성사를 해준다. 자기 고해를 받아줄 사람이 없어 계속 괴로워하면서도 기회가 되면 술을 마신다. 슬픔과 고통, 죽음과 공포 사이에서 헤매다 자유를 찾을 기회를 얻는다. 그리고 그는~ (더 이상 알려주면 안 되겠지요!)
<<고통이 기쁨의 일부이듯, 지상은 천국의 일부입니다.>>

★ 그림책 : 기증 받은 세종도서 중 그림책 몇 권을 읽었다. 그 중 가장 마음에 든 책이다.
울타리 너머 (마리아 굴레메토바) 아이들이 글을 잘 쓰려면 형식 너머에서 놀아야 한다. 내 수업은 다른 교사가 이용하는 것들 너머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공감하는 내용이다.

지난해에 읽은 비슷한 제목의 책도 좋았는데… 『울타리 너머 아프리카』(바르트 무야르트)
다문화, 편견, 상호존중, 획일성과 다양성 등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책

165. MBTI 활동을 통해 사회 속 나의 역할을 생각하는 진로 수업 (이보경, 223쪽) / 교육
--색다른 진로 책을 만났다. 진로는 개인의 미래를 찾아주는 일이다. ‘미래’나 ‘찾다’에 초점을 둔 책이 많은데 이 책은 ‘개인’에 초점을 둔다. 『뛰어라 메뚜기』라는 책으로 자의식을 탐구한 수업을 소개하며 책을 시작한다. 이어서 독서 토론 수업을 소개하는데 ‘이 분, 독서에도 전문가구나!’ 감탄했다. 이제 진로교육이 왜 필요한지 설명하고, MBTI를 아이들에게 소개한 수업을 소개한다. MBTI 대표 유형으로 진로 유형을 나누고, 각 유형의 강점과 단점을 알아간다. 마지막 장 제목은 <공동체를 생각하는 진로 설계>이다. 참 좋은 책이다.

164. 조선의 2인자들 (조민기, 423쪽) / 역사
--2인자로 권력을 행사한 사람들을 소개한다. 몇 명은 2인자에서 왕(이성계, 이방원, 수양대군)이 되었고, 대부분은 권력을 누리다가 쫓겨났다. 이준경은 혼란의 시대에 파벌에 휩쓸리지 않고 화합을 위해 노력하였으며 청렴하게 살았다. 이순신을 추천하였고, 당쟁을 예고했다.

163. 음식이 상식이다 (윤덕노, 400쪽) / 음식 역사
--『전쟁사에서 건진 별미들』이 재미있어서 읽었다. 역사에 나오는 음식, 음식의 원조와 어원, 음식남녀(주로 성과 관련된 이야기에 나오는 음식), 전쟁과 도박, 황제의 음식, 건강과 소망 편으로 나누어 음식을 설명한다. 재미있다.

162. 예수님의 10가지 명령 (송태근, 212쪽) / 기독교
--기독교인이 따라야 할 10가지(회개, 세례, 말씀, 기도, 성령 충만, 성찬, 사랑, 헌금, 전도, 고난)를 설명했다. 여럿이 성경 공부해도 괜찮고, 혼자 하나씩 차분히 돌아봐도 괜찮다. 핵심을 쉽게 설명한 책이다.

161. 전쟁사에서 건진 별미들 (윤덕노, 431쪽) / 역사
--건빵과 별사탕, 체다 슬라이스 치즈, 커피 믹스의 공통점은? 전쟁용으로 개발된 음식이다. 건빵과 별사탕은 일본이 전쟁용 음식으로 개발했다. 주먹밥은 다부동 전투 결과에 큰 영향을 주었다. 중국군은 미숫가루를 메고 전쟁에 참여했다. 전쟁과 관련된 음식이 참 많다. 가볍고 재미나게 읽을 책이다.

160. 열왕기 (존 올리, 532쪽) / 기독교
--열왕기상하 성경 강해서이다. 시대순으로, 성경 장별로 차례차례 해설하는 책(즉, 재미없을 가능성이 높은)이다. 그런데 재미있다. 통찰력이 뛰어난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열왕기 공부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

159. 나의 아름다운 정원 (심윤경, 331쪽) / 소설
--1977~1981년, 이 시대를 아름답게 돌아보긴 어렵겠지. 고향 떠나 도시에서 마을 둘 곳 없는 할머니, 엄마에게 희생을 떠넘기고 희망을 붙들려는 아빠, 정원을 따뜻하게 해주는 엄마, 가족의 소망 동생. 그리고 마음자리가 깊은 주인공 동구!

『아홉살 인생』을 읽을 때의 깊고 은은한 맛을 느꼈다. 내 어릴 적 생각도 났고, 따뜻하게 흘러가다가 갑자기 연이은 슬픔을 들이밀어 마음을 아프게 하는 작가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올해 최고의 책으로 꼽을 책이다. <나의 아름다운 정원>은 어디였을까?

158. 멋진 하루 (패트릭 네스, 294쪽) / 고등학생 이상
--애덤 아버지는 전형적인 목사이다. 형은 아버지 말을 잘 듣고 동생 애덤은 아버지의 기대와 규칙을 어길 때가 많다. 그래도 주일에는 교회에 가고 아버지 일도 돕는다. 어느 토요일, 형이 흑인과 혼전 성관계를 가져 임신했다고 말한다. 직장 상사가 동성애를 요구한다. 애덤의 동성애 친구가 다른 곳으로 이사간다. 아버지에게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밝힌다. 폭풍 같은 하루를 읽으며 불편했다. 서로 이해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좋았지만 남자끼리의 성관계 묘사가 불편했다. 학생들이 읽으면 주제보다 남남관계에 마음을 둘 것 같다.

157. 1분 1시간 1일 나와 승리 사이 (웬들린 밴 드라닌, 327쪽) / 중 1 이상
--고등학교에서 400m 신기록을 세우고 교통사고를 당해 한쪽 다리가 절단된다면? 제시카는 환상통에 시달리고, 좌절하고, 절망한다. 그래도 가족과 친구가 비난, 충고, 섣부른 조언을 하지 않고 곁을 지킨다. 조금씩 일어나 친구 곁에 다가가고, 의족으로 걷고, 다시 달리려 한다. 참 좋은 책이다. 추천한다.

156. 아무튼 양말 (구달, 160쪽) / 수필 모음
--양말을 좋아하는 마니아가 양말을 아끼고 사랑하고 관리하고 신는 이야기를 썼다. 양말을 두 칸으로 나눠 관리하는 경험을 카스트제도에 빗대어 쓴 글이 재미있었다. 양말에 대한 잡학사전 같은 느낌에 따뜻한 에피소드도 많다. 책에 인용된 내용을 모아서 <아무튼, 인용>으로 나도 하나 써보고 싶다.

155. 공학자의 시간 여행 (서승우, 191쪽) / 중 1 이상
--공학자가 하는 일을 시간 여행하는 이야기로 소개한다. 자율주행자동차를 중심에 두고 공학과 인간의 관계를 설명한다. 청소년 진로, 로봇과 인간의 공존, 인공지능에 대해 알고 싶은 분에게 추천한다.

154.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는 선생님 (셰인 페이슬리, 159쪽) / 초 5 이상
--신규 선생님이 담임이 됐다.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는다. 책을 읽거나 공부하면 혼낸다. 아이들에게 놀라고만 한다. 아이들이 계속 놀까, 자기들끼리 공부할까? 처음부터 끝까지 ‘공부’로만 내용을 이끌어간다. 공부하는 태도에 대해 아이들과 토론한다면 이 책이 좋겠다.

153. 젤롯 (레자 아슬란, 401쪽) / 역사
--예수님을 정치적 혁명가로 보는 책이다. 저자가 이란(테헤란)에서 태어나 이란 혁명 때 미국에 와서 기독교인이 되었다. 10대에 열심히 믿는 기독교인이 되었다가 다시 이슬람으로 돌아간 사람이다. 열심히 믿었던 10대에 기독교를 어설프게 접했나 보다. 성경에 대한 자료를 많이 알지만, 자기 이론을 뒷받침하는 자료만 골라 썼다. Q문서는 인정하고, 복음서는 인정하지 않는 방식이다. 예수님이 바리새인과 친했다고 썼고, 귀신을 쫓아내는 내용을 돈(퇴마비)과 연관지어 이상하게 설명한다. 성경과 당시 문화를 어느 정도 알면 쓰지 않을 내용을 합리적이라고 내세우며 썼다. 그런데도 책이 꽤 팔렸다. 하~!

152. (어린이를 위한) 아름다운 영웅 김영옥 (한우성, 203쪽) / 초 5 이상 위인전
--프랑스 최고훈장 레지옹 도뇌르, 이탈리아 최고 무공훈장, 미국 무공훈장까지 받은 전쟁 영웅이다. 2차대전, 한국전쟁에 참전해서 전설적인 승리를 기록한 분이다. 남자아이들이 좋아하겠다. 전쟁 역사나 현대 역사를 배울 때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이다.

151. 진짜 투명인간 (레미 쿠르종, 32쪽) / 3학년 이상
--프랑스 어린이와 청소년이 직접 뽑는 아동청소년 문학상 엥코 티블 수상작. 이런 책을 뽑은 아이들 수준에 놀랐다. 시각장애를 바라보는 마음에 편견이 없어 좋았다. ‘불쌍하다’도 없고, ‘따뜻하다’고 표현하기도 알맞지 않다. 좋은 책이다.

10월에 읽은 책 3595쪽 (2020년 39813쪽)

150. 빌뱅이 언덕 (권정생, 361)
권정생 선생님은 뭐라 할 말이 없다. 진짜 어른을 만났다.

149. 교사의 시선 (김태현, 387) / 교육

148. 코로나 사피엔스 (최재천 외, 197) / 인문
  CBS 정관용 기자가 방송에서 최재천, 장하준, 최재붕, 홍기빈, 김누리, 김경일 여섯 명의 석학과 이야기한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 코로나 시대를 분석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자기 분야의 전문가들이라 우리와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최재천 교수 글이 좋았다. 다른 분들 글도 다 괜찮았다.

147. 최원형의 청소년 소비 특강 (최원형, 230) / 1 이상  
  환경, 생태 관련 책 중 잘 쓴 책이다. 가볍지 않으며 흥미롭고, 인문학 소양이 담겨있으며 재미있다. 구석구석 재미난 정보가 많고, 내가 고민하고 동의하는 내용을 담았다. 청소년이 읽으면 좋겠다.

146. 끝없는 이야기 (미하엘 엔데, 702) / 6 이상  
  미하엘 엔데는 최고다. 책을 좋아하게 만들려고 환상적인 이야기를 썼다. 책 속 세상으로 들어가 환상세계를 구하는 이야기, 현실을 잊지 말고 자신을 찾으라는 이야기를 이렇게 재미나게 쓰다니! 700쪽이 계속 새롭다. 정말 좋은 작가다.

145. 온라인 수업, 교사 실재감이 답이다 (신을진, 285) / 교육 
  이런 책을 쓰고 싶은데 잘 안 된다. 체계와 현실감이 잘 갖추어진 책이다. <교사 실재감>이라는 개념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현실에 바탕을 둔 교사와 교실 이야기로 썼다. 이야기하고 싶지만 어떻게 시작할지 모르는 이야기를 <1. 연결되는 관계 만들기 2. 교사 존재감 나타내기 3. 수업의 흐름 이끌기 4. 피드백으로 다가가기>로 풀어 썼다. 교사모임에서 나누고 실천하면 좋겠다.

144. 연의 노래 (조현아, 264) / 청소년 만화
  네이버 웹툰을 만화로 만들었다. 재미있고 의미도 있다. 만화로 읽기 딱 좋다. 따뜻하고 감상적이다. 학교폭력, 친구 관계를 미스테리 답 찾듯 보여준다. 가볍게 읽기 좋다.

143. 초등학생 성평등 교육 어떻게 할까? (헬렌 그리핀, 265) / 교사
  영국에서 초등학생 성평등 상황을 제시하고, 성평등 교육을 소개한 책이다. 성평등 교육이 무엇이며, 왜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우리나라와 비슷했다. 그러나 내가 이런 교육에 관심이 적어서인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특히 암시적, 공식적 커리큘럼은 우리와 맞지 않아 보였다. 책에 소개한 성평등 내용에 동의하지만, 가르치는 방식은 많이 낯설었다. 다른 분이 읽고 의견을 알려주면 좋겠다.

142. 내 어머니 사는 나라 (이금이, 167) / 4학년 이상
  6.25전쟁으로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는 분들이 금강산 관광에 나섰다. 저마다 다른 사연을 가진 분들이 부모님 사진, 형 사진을 가지고 금강산에 오른다. 통일교육에 알맞은 동화책이다.

141. 하나님의 공동선 (송용원, 252) / 기독교
  공동선은 모두에게 좋은, 이익이 되는 것을 말한다. 나도 좋고 너도 좋아서 우리가 좋아지는 것이다. 하나님이 공동선을 추구하는 분이며, 우리도 각자 그리고 함께 소중히 여기는 공동선을 추구하자고 한다. 이런 책을 읽으면 당연하다 생각해서인지,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냥 자연스럽게 읽는다.

140. 사소해서 물어보지 못했지만 궁금했던 이야기 (사물궁이 잡학지식 지음, 235) / 과학, 중학생 이상
  사소해서 물어보지 못했던 질문, 엉뚱하고 흥미로운 질문에 해답을 소개한다. <사람이 눈 뜨고 죽을까, 눈 감고 죽을까?>, <하늘로 총을 쏘면 어떻게 될까?>, (전쟁이 나면 교도소 수감자들은 어떻게 될까?) 같은 질문에 답을 소개한다. 쉽고 재미있어서 학생들이 읽기 좋은 책이다.

139. 슬기로운 사모생활 (임애린, 252) / 기독교
  글쓴이가 감정에 충실하고 성실한 분 같다. 활기차고 적극적인 분이 개척교회, 이민교회에서 사모로 섬기며 어려운 일을 많이 겪었다. 하나님만 의지하며 헤쳐나왔고, 상담가로 여러 사람에게 도움을 주었다. 목사와 상담할 때 지켜야 할 것부터 교회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하여 도움이 되는 조언이 많다. 다만, 저자 소개에 저널리스트라 쓰지 않았다면 아래 문단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저널리스트라면 더 생각해서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녀 차이일까, 평신도와 목회자 사모 차이일까? 공감이 되지 않았다. 부리를 깨고 발톱을 뽑는 고통을 견디면 독수리가 십수 년을 더 산다는 이야기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건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정확하게 기도 응답이 이루어진 이야기를 쓴 뒤에 내 이야기를 듣고도 이 모든 일이 우연의 일치라고 느껴진다면 당신은 문제가 올 때마다 염려하고 걱정하며 살 수밖에 없다. 어쩌다 한 번 오는 우연의 일치라든가 요행을 바라고 평생 마음을 졸이며 살게 될 것이다.’는 말은 도무지 동의하지 못하겠다. 하나님이 하신 일을 말하면서, 평생 마음 졸이며 살라는 결론이라?

  부족한 평신도가 많다고 인정한다. 나쁜 사람도 있다. 그만큼 나쁜 목사도 있고 나쁜 사모도 있다. 누군가를 나쁘다고 할 때는 그들이 왜 그런지 분석해서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9월에 읽은 책 3944(202036218)

138. 총균쇠 (제레미 다이아몬드, 687) / 인문, 역사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다가 이제야 읽었다. 어떻게 이 방대한 내용을 조사했을까? 숲을 보면 나무를 보기 어렵고, 나무를 보면 숲을 보기 어려운데 이 작가는 둘 다 해낸다. 정보를 수집하는 능력, 분석하는 능력, 새롭게 해석하는 능력까지 두루 갖추었다. 유발 하라리보다 더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137. 페스트 (알베르 카뮈, 498) / 고전문학  
  페스트를 직접 겪지 않은 사람이 직접 겪은 사람처럼 글을 썼다. 코로나를 겪는 지금 모습과도 비슷하다. 작가는 작가다. 페스트를 전염병으로만 보지 않고, 인간이 싸워야 할 악함으로 보았다.

-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서 내가 깨달은 것은, 다른 사람들보다 나은 사람들조차도, 오늘날의 모든 논리 자체가 잘못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을 죽게 하는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서는 이 세상에서 몸 한 번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여전히 부끄러웠고, 우리들 모두가 페스트 속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마음의 평화를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나는 오늘날도 그 평화를 되찾아서, 모든 사람을 이해하고 그 누구에게도 치명적인 원수가 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나는 다만, 이제 다시는 페스트에 전염되지 않으려면 반드시 해야만 할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그것만이 우리들로 하여금 평화를 되찾을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을, 평화가 아니라면 적어도 떳떳한 죽음을 바랄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136. 내 휴대폰 속의 슈퍼스파이 (타니아 로이드 치, 139) / 중학생 이상
  전자기기가 발달한 시대의 장점과 단점을 소개하며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하게 도와주는 책이다. 전자 학생증, CCTV, 인터넷, 쇼핑을 이용하면 좋지만 악용될 위험도 많다. 좋지만 위험한, 점점 필수가 되지만 걱정되는 전자기기가 가져올 문제를 토론하기 좋은 책이다.

135. 죽고 싶지만 죽고 싶지 않아 (오키타 밧카, 159) / 중학생 이상 만화
  저자는 학습장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았다. 초등학교, 중학교에 다니던 1980년대에는 아무도 이런 증상에 신경 쓰지 않았다. 선생님이 혼내고, 때리고, 무시할 동안 아이들도 같이 괴롭혔다. '이해받지 못한 아이'가 어른이 되어 자기 이야기를 만화로 썼다. 친구들은 자기와 다르게 그 시절을 바라본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좋은 책이다.

134. 너도 하늘말나리야 (이금이, 231) / 5학년 이상
  상처받은 세 아이가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자라는 이야기. 내가 만난 아이들이 생각났다. 엄마가 떠나고, 아빠도 떠나고, 돌봐주는 사람 없이 상처를 토해내던 아이들.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궁금하다.

133. 폴리네시아에서 온 아이 (코슈카, 131)
  남태평양 산호섬 폴리네시아, 지구 온난화로 바닷물이 높아지자 국토가 잠길 위기를 맞는다. 폴리네시아 사람들은 집을 떠나 다른 곳에 가서 살아야 할 지도 모른다. 이미 떠난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주민들이 마을을 떠나 다른 곳에 정착하는 과정을 소설로 썼다.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다. 섬에 남은 외할아버지가 섬을 떠나는 손녀에게 보낸 편지가 따뜻하다.
- 자연은 우리를 멀리 보내고 싶어 해. 동물과 바람의 힘을 빌려서 나무의 씨앗을 멀리 보낼 준비를 하지. 가끔씩은 몇 킬로미터를 보내기도 해! 심지어 코코넛이 바다를 건너 육지에 쌓이는 광경도 봤어. 혹시 너희도 먼 곳으로 보내려고 섬이 바다에 잠겨 가는 걸까? 그렇다면 육지에서 새롭게 삶을 열어 가렴.
나니야, 세메오야!
신비로 가득한 세계에 대해 들려주고 싶구나. 우리한테는 보는 것과 보지 못하는 것이 있어. 예를 들어 누가 땅 밑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겠니? 아마도 나무들의 뿌리가 마구 뒤엉켜 있겠지? 아니면 땅 밑에서 서로서로 지탱하고 있는 걸까? 바로 옆에 서 있는 나무와 대화를 나누기도 할까? 어쩌면 서로에게 깊이 의지하면서 살아가고 있을지도 몰라.

132. 무툴라는 못 말려 (베벌리 나이두, 132) / 2 이상
  꾀돌이 토끼 무툴라가 동물들을 속이면서 일어나는 이야기. 가볍게 읽을 재미난 책이다. 아이들이 좋아하겠다. 교훈이나 주제를 찾지 않고, 이야기 자체를 즐길 책이다.

131. 그리고 우리는 거기에 있었다. (크리스치안 퓌러, 535) / 역사
  이 책을 읽고 독일에 갔어야 하는데 아쉽다. 평화기도회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공산주의 동독 정부가 어떻게 방해를 했는지, 크리스치안 퓌러 목사와 사람들이 어떻게 이겨냈는지 말한다. 통일된 뒤에도 실업자와 소외된 이웃을 위해 교회가 한 일, 새롭게 다가온 위기에 교회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보여준다. 교회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통일 이전의 동독에 맞선 이야기, 통일 이후 예상하지 못한 문제에 맞선 이야기이다. 그야말로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세상을 바꾸었다. 소박하게 시작한 이야기가 점점 거대해진다. 독일, 교회, 촛불, 변화에 관심 있는 분에게 강력 추천한다.

130. 존엄하게 산다는 것 (게랄트 휘터, 228) / 인문
  여러 사람이 좋다고 해서 읽었다. 존엄을 잃어버린 현실과 존엄의 역사를 말하는 부분이 정말 좋았다. 그러나 뇌를 설명하기 시작하면서 집중력이 떨어졌다. 존엄을 꼭 뇌과학으로 설명해야 하나? 결론에 이르러서는 내용이 또 좋아졌다. 평소에 생각한 내용이 많아 동의하는 점이 많았지만 새롭지는 않았다. 책에 대한 평가를 하려면 한 번 더 읽어야겠다.

129. 놀라움과 경외의 나날들 (마커스 보그, 303) / 기독교
  읽으며 물음표를 표시한 부분이 몇 군데 있다. 동의할 수 없는, 기독교의 진리를 흔드는 내용이다. 김기석 목사님이 복음서의 진실성, 하나님을 다원주의 견해로 보는 관점, 예수님을 사람으로 보는 내용에 동의했으니 번역했겠지! 김기현 목사님께 책의 배경을 들었다. 쉽게 듣지 못하는, 귀한 설명이 오히려 더 놀라웠다. 책을 넓게 봐야 하는데 아직 멀었다.

128. 김치는 영어로 해도 김치 (이금이, 141) / 2학년 이상
  우리 문화를 12달에 맞춰 소개한다. 이금이 작가가 김치 좋아하는 외국인 이야기, 고모가 아기를 낳은 이야기 등을 쓰고 우리 문화를 하나씩 설명한다. 재미나다.

125-127. 미출간 시리즈 원고 3(000, 250쪽씩 3권 분량) / 4학년 이상
  저자가 원고 내용을 봐달라고 했다. 이틀 만에 750쪽 분량을 다 읽었다. 재미있다. 더 발전시켜 반지의 제왕 같은 책으로 내면 어떨까 기대하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입이 근질거리지만 책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겠다.

8월에 읽은 책 4449쪽 (2020년 32272쪽)

124. 첫사랑 (이금이, 277쪽) / 5학년 이상
  첫사랑의 열병을 보여주는 책이다. 성공이냐 실패냐 보다 첫사랑이 우리에게 무엇을 남기는지 보여준다. 아빠가 엄마와 이혼하고 새로운 사랑을 만나 새엄마가 생긴다. 동재는 엄마를 그리워하며 첫사랑에 빠져든다. 첫사랑 대상인 연아는 동재를 택할까, 멋진 찬혁이와의 사랑을 계속 이어갈까? 사방에 온통 사랑 이야기다. 참 잘 썼다.

123. 우투리 하나린 3 용마의 마지막 임무 (문경민, 200쪽 가량) / 4학년 이상
  우투리 하나린 1부 마지막 책으로 미출간 원고다. 각 부를 3권씩 3부까지 쓸 거라 한다. 몇 가지 아쉬운 부분을 작가에게 말했다. 오래 남는 책이 되면 좋겠다.

122. 우투리 하나린 2 멈춘 시간에 갇힌 몸 (문경민, 206쪽) / 4학년 이상
  7~8년 전부터 문경민 작가의 원고를 읽었다. 읽고 의견을 주면 경민이가 고쳤다. 우투린 이야기는 꽤 오래된 이야기다. 그런데도 새롭다. 작가가 애정을 갖고, 고치고 또 고쳤다는 뜻이다. 용마와 우투리 전설이 우리 시대 이야기로 새롭게 태어나다니 작가들은 참 놀랍다.

121. 다시 춤추기 시작할 때까지 (월터 브루그만, 149쪽) / 기독교
  코로나라는 위기 앞에서 성서학자가 글을 썼다. 전혀 예상치 못한 성격의 글이다. 1부에서 언약의 집행방식, 야훼의 의도적 권능 행사, 자유로이 행하시는 야웨의 거룩함을 말한다. 이 부분이 참 좋았다. 하나님이 일하는 원리, 일반 원리가 통하는 상황을 뛰어넘는 개입하심, 욥이 겪은 상황 같은 경우를 말한다. 이어지는 내용은 마음에 크게 와닿지 않았다. 참 새롭게 글을 썼다.

120. 서찰을 전하는 아이 (한윤섭, 175쪽) / 초 5 이상
  토론 수업 내용을 정리하려고 다시 읽었다. 오랜만에 읽어도 참 좋다. 『책과 노니는 집』, 『초정리편지』와 함께 역사 동화 중 으뜸이다. 아이는 어디에서 누굴 만나야 하는지도 모른 채 아버지가 남긴 편지를 갖고 무작정 전라도로 간다. 13살 아이에게 힘든 길이지만 편지 내용을 조금씩 알아내며 계속 길을 간다. 길을 가면서 자신을 점점 알아가고 세상도 조금씩 알아간다. 우금치를 바라보고 피노리까지 찾아간다. 그리고 전봉준에게 노래를 들려준다. 참 좋은 책이다.

119. 수상한 진흙 (루이스 새커, 227쪽) / 중 1 이상
  학교폭력 가해자, 피해자, 범생이가 수상한 진흙 때문에 싸우고, 두려워하고, 다시 서로를 찾는다. 무슨 진흙일까? 친구 관계와 환경 문제를 함께 다룬 좋은 작품이다. 오래도록 <구덩이>를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못 읽었다. 루이스 새커의 책을 이제야 읽다니! 적극 추천한다.

118. 페인트, 이희영, 201쪽 / 중 2 이상
  『멋진 신세계』, 『기억 전달자』 같은 책을 우리나라 작가가 쓰다니 놀랍다. 자녀를 낳기 싫어하는 현실을 바탕으로 국가가 아이를 기르는 상황이라니~ 미래 사회에 대한 이야기라서, 이야기가 사방팔방으로 뻗칠 위험이 있다. 그런데 부모와 자녀의 관계로 이야기를 모아 잘 썼다. 아빠들과 함께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책이다.
→ 세상 어떤 부모도 미리 완벽하게 준비할 수는 없잖아요. 부모와 아이와의 관계, 그건 만들어 가는 거니까요. (91)
→ 육아서를 전혀 읽지 않은 부모보다 한 권이라도 읽은 부모가 더 낫다는 건 사실인지도 몰랐다. 그만큼 아이에게 관심을 기울인다는 뜻이고 잘 키우기 위해 노력한다는 증거일 테니까. 그러나 그런 준비들이 역효과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었다. 있는 그대로의 아이가 아닌, 부모의 계획대로 만들어지는 아이도 있을 테니까. (92)
→ "모르기 때문에 불안하고, 또 모르기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겪잖아요."
→ 모른다는 것이 꼭 나쁜 일만은 아닌 것 같다. 모르기 때문에 배울 수 있고, 모르기 때문에 기대할 수 있으니까. 삶이란 결국 몰랐던 것을 끊임없이 깨달아 가는 과정이고 그것을 통해 기쁨을 느끼는 긴 여행 아닐까? (196)

117. 보물섬 (신도 준조, 597쪽) / 소설
  존경하는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이 쓴 『태양의 아이』에서 오키나와를 알았다. 고대 류쿠 왕조가 일본 본토에 의해 멸망하고, 오키나와는 패자의 섬이 되었다. 2차 대전 때 일본 본토를 보호하는 방패막이가 되었고, 미군이 공격할 때 자살을 강요당했다. 슬픔과 고통이 서린 섬, 오키나와가 어떤 이들에게는 보물섬이다. 오키나와의 이모저모를 미스테리 스릴러 형식의 역사 이야기로 써냈다. 진짜 잘 썼다. (내 기준으로는) 18세 이하가 읽기엔 불편한 책이다.

116. 밤티마을 영미네 집 (이금이, 119쪽) / 초 3 이상
  <밤티마을 큰돌이네 집>에 이어지는 작품이다. 큰돌이 동생 영미를 중심으로 쓰였다. 큰돌이 이야기는 아이들이 어려워하겠지만 영미 이야기는 이해할 만하겠다. 얼굴을 모르는 친엄마, 1년 동안 정이 든 새엄마 중에 누가 좋을까? 가족이 따뜻하게 일어서는 과정을 다루었다. 참 좋다.

115. 밤티마을 봄이네 집 (이금이, 135쪽) / 초 4 이상
  큰돌이와 영미가 새엄마와 새로워진 집에서 살아간다. 새엄마가 봄이를 낳자 영미가 샘을 낸다. 새엄마가 해준 좋은 일도 나쁘게 생각한다. 영미, 친엄마, 할아버지가 조금 더 중요하게 다루어지며 아이들이 자란다. 참 따뜻한 이야기다.

114. 밤티마을 큰돌이네 집 (이금이, 142쪽) / 초 5 이상
  내용은 쉽지만 아이들이 모르는 시대(1970년 전후) 이야기라 5학년 이상에게 알맞다고 본다. 엄마가 집을 나가고, 아빠는 술 먹고 화를 내는 집에 사는 두 아이에게 일어난 일이 내 일처럼 느껴진다. 이 시대를 이해하고, 이금이 선생님이 보여주는 정서가 마음에 맞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에게 이 마음을 전해주고 싶어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을 했다.

113. 작은 아씨들 (루이자 메이 올컷, 317쪽) / 소설
  책벌레 딸들이 수십 번 읽은 책, 둘째를 책으로 이끈 책을 나는 이제야 읽었다. 아이들이 왜 좋아하는지는 알겠는데, 나한테는 보통이다. 자매들 이야기여서 그렇겠지. 같은 네 자매 이야기인 『책벌레들의 책 없는 방학』과 『책벌레들의 비밀후원작전』은 무지 재미있었는데 말이다. 내가 읽은 책은 ‘주석’ 같은 해설이 달려있다. 오히려 그게 더 재미있었다.

112. 선생님들의 시간표 (조배식 외, 171쪽) / 교사 글모음
  다섯 교사가 자기만의 색깔로 쓴 글을 모았다. 조배식 선생님은 학교 이야기를, 이소현 선생님은 책방 여행, 김현수 선생님은 자녀와 여행, 고경진 선생님은 이탈리아 여행, 이서로 선생님은 아이를 낳고 돌보는 과정을 썼다. 다섯 색깔을 아기자기하게 만나는 재미가 있다. 난 학교와 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조배식, 이소현 선생님 이야기가 좋았다.

111. 삶으로 담아내는 복음 (마이클 고먼, 525쪽) / 기독교
  저자가 이 책을 이렇게 요약한다. <바울의 편지들이 (1) 교회들이 공적인 영역에서 삶으로 복음을 담아내거나 또는 어떤 경우에는 그런 삶을 살아야 한다고 전제하며, (2) 그런 삶을 살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 가져다줄 결과에 대해 다루며, (3) 그러한 결과가 어떠하든지 간에 지속적으로 그러한 삶을 살 것을 교회들에게 촉구하고 있음을 주장했다.
  그런데 복음을 담아내는 삶을 살아가라는 내용보다 교회가 ‘평화와 화해의 공동체’라는 내용이 더 눈에 띄었다. 데살로니가전서, 빌립보서, 에베소서, 고린도전후서, 로마서를 저자가 생각한 주제에 따라 설명하면서 꼭 ‘평화와 화해의 공동체’를 덧붙인다.(로마서를 제외하고) 복음이 평화와 화해를 삶으로 담아내야 한다는 내용으로 읽혔다. 마지막 장(로마서 해설)은 어려웠다.

110. 빨강 연필 (신수현, 207쪽) / 4학년 이상
  열 번쯤 읽은 것 같다. 글을 쓰는 마음을 나누기에 가장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책뜰안애 연수>에서 선생님들과 나눌 시간이 기다려진다. 민호의 글쓰기, 재규의 글쓰기를 견주며 이야기하다 보면 글을 쓰는 마음과 방법을 자연스럽게 배우겠지. 너무 좋은 책~!

109. 알로하 나의 엄마들 (이금이, 399쪽) / 중3 이상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 갔던 남성들이 결혼하기 위해 일제강점기 시대의 우리나라에 사진을 보냈다. 사진만 보고 결혼하는 여성을 ‘사진 신부’라 했다. 사진 신부들이 하와이에 가서 남편을 만나 가정을 이루어 사는 이야기다. 여성이 주인공이라 (은유 작가가 추천사에 쓴 것 같은) ‘지옥 같은 상황’은 나오지 않는다. 엄마들이 남편과 자녀를 위해 희생한 이야기가 담겼다. 읽으며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
  다만 이런 종류의 책에서 느껴지는 절망과 슬픔이 별로 없었다. 동화작가여서 그럴까, 청소년 소설이라 그럴까 아쉬움이 많이 남는 소설이다. 가볍고 당황스럽게 만드는 결말이다.

108. 다시, 성경으로 (레이첼 헬드 에반스, 402쪽) / 기독교
  오랜만에, 참으로 오랜만에 성경을 새롭게 소개하는 책을 만났다. 30~25년 전에 빠졌던 필립 얀시가 생각났다. 성경을 자기만의 눈으로 읽고 해설한다. 성경 전체를 나름의 생각과 논리로 이야기할 수준이 아니면 쓰지 못하는 책이다. 인용한 다른 작가의 책 내용도 참 좋다. 참 좋았다.

7월에 읽은 책 쪽 3185쪽 (2020년 27823쪽)


107. 
기억전달자 (로이스 로리, 310) / 중등 이상
  책 좋아하는 아이 만나 이야기하려고 다시 읽었다. 좋은 책은 읽을수록 눈에 들어오는 문장이 많고, 책에 빠져들게 한다. 이 책이 그렇다. 멋진신세계도 생각나고,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도 생각난다. 토론하기 참 좋은 책이다.

106. 그리운 메이 아줌마 (신시아 라일런트, 135) /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을 소박하고 담담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평소 읽던 뉴베리상 수상작과는 다르다. 짧고 묵직하고 스산하다. 천천히 읽기 좋은 책이다.

105. 소원 떡집 (김리리, 80) / 2학년 이상
  『장군이네 떡집과 함께 출판된 만복이네 떡집 후속편이다. 장군이네 떡집보다는 낫지만 만복이네 떡집 정도는 아니다. 그래도 소원 떡집까지는 괜찮다.

104. 장군이네 떡집 (김리리, 80) / 2학년 이상  
  『만복이네 떡집 후속편이다. 먼저 쓴(또는 영화로 찍은) 작품만 한 게 없다더니 만복이네 떡집이 더 좋다. 아이들도 만복이네 떡집은 좋은데 이건 별로라 한다.

103. 쉬엄쉬엄 가도 괜찮아요. (서정홍, 112) / 
  농부 시인이 농사짓고 이웃을 관찰하며 쓴 시 모음이다. 머리로 지어낸 시가 아니라 몸으로 겪은 시이다. 참 좋다. 좋은 재료로 정성들여 끓인 음식 맛보는 느낌이다. 추천한다.

102. 꼴값 (정연철, 204) / 중학생 이상
  교사 눈으로 보면 창대는 막 나가는 학생이다. 머리 기르고, 물들이고, 쓸데없는(?) 데만 관심을 둔다. 그럼 창대는 꼴통일까? 사람의 행동에는 모두 이유가 있다는데, 창대는 왜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짓만 할까? 창대와 친구(장미, 관중)들은 저마다 꿈이 있다. 창대에게 꼰대질하는 아빠도 꿈이 있었다. 어떤 꿈을 꾸고, 어떤 어려움을 지나, 어떻게 이루어가는지는 다르지만 사람은 꿈을 꾸며 산다. 이걸 잘 보여주는 책이다.

101. 밥심으로 사는 나라 (박영돈, 300) / 기독교
  주기도문을 한 구절씩 해설한 강해서이다. 나는 한 구절씩 낱말과 당시 문화를 들어 해설하는 강해를 좋아한다. 이번 책은 내 기준으로는, 강해까지는 아니고 묵상보다는 깊다. 그런데도 좋았다. 대부분 아는 이야기인데도 믿음의 선배가 차분하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다. 좋은 책이다.

100. 평균의 종말 (토드 로즈, 279) / 기독교
  우리가 평균을 중요한 도구로 활용하게 된 과정(케틀레, 테일러, 골턴, 손다이크), 표준화 과정이 기업과 사회에 정착하면서 개개인성이 사라진 현상, 평균을 활용한 표준화 시스템의 오류와 문제점을 잘 분석했다. 구글, 코스트코 등의 사례를 들어 표준화 시스템보다 개개인성을 살린 기업이 잘 운영된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새로운 접근이 신선했다. 그러나 대안이 아쉬웠다. 3부가 더 길었으면 좋았겠다.

99. 우리 아이 기초공사 (정은진, 248) / 자녀교육
  아들 셋을 기른 엄마는 무조건 천국에 보내줘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아들 키우기 어렵다는 뜻이다. 저자는 아들을 넷 키웠다. 옆집 엄마 말을 듣고 기르거나, 적당히 알아서 크게 놔둔 엄마가 아니다. 아이의 성장을 돕기 위해 책을 읽고, 아이를 관찰하고, 이야기하고, 참고, 때론 자신의 부족함을 직면하며 아이를 키웠다. 잔소리가 아니라 조언과 상담으로. 또한 자녀와 부모를 돕는 연구자로. 참 좋은 책이다. 아이를 어떻게 기를지 자세하게 차근차근 설명한다. 저자 자신이 겪은 일을 들려주는 내용이 좋았다. 많이 공감했다.

98. 도야의 초록 리본, (박상기, 167)
  도심 한쪽에 산이 있다. 사방에 도로가 나서 다른 산과 이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곳에 고라니가 산다. 우리나라에서 고라니와 멧돼지는 흔한 동물이 되었다. 농작물을 파헤쳐 유해동물로 여긴다. 일정 기간을 정해 사냥해서 개체수를 줄이기도 한다. 도야의 초록 리본은 이런 동물들이 주인공이다. 고라니와 멧돼지, 사람이 버려서 야생에 적응한 들개, 유해동물로 알려진 청솔모 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소개한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97. 배움의 도 (노자, 파멜라 메츠 풀어 씀, 110)
  노자가 쓴 도덕경을 풀어서 썼다. 시 형식으로 편집해서 읽기 쉽다. 특히 교사의 태도를 많이 다루었다. 천천히 읽었는데 생각하게 하는 내용이 많았다. 독서모임하는 선생님이 이 책을 읽고 많이 울었다는데 난 그 정도는 아니었다. 울만한 내용이라 생각한다.

96. 네 번째 손 (존 어빙, 425) / 소설(성인)
  프레드릭 비크너 책인가(?), 어떤 책을 읽다가 좋은 책이라는 내용이 있어서 읽었다. 왼손을 잃은 기자가 손을 이식하면서 일어나는 일이다. 방송계의 잔꾀를 다룬 책 같다가, 사랑을 찾는 이야기 같다가, 아무튼 내 정서와는 안 맞는다. 미국에서 인기가 많았다는데, ‘의 의미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미성년자는 읽으면 안 된다.)

95. 시 수업을 시작합니다 (한국글쓰기연구회, 338) / 교사용
  오랫동안 교사로 지낸 분들도 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시를 어떻게 가르치는지도 모르겠다고 한다. 그런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시를 지도하는 과정을 쉽게 풀어 썼다. 좋은 사례로 보여준 시, 나쁜 사례로 보여준 시 모두 소개한다. 특히 아이들 시가 많이 나와서 좋다. 아이들 시야말로 시 지도의 핵심이다.
  교사가 되고 곧바로 글쓰기연구회 선생님들과 공부했다. 1주일에 한 번씩 모여 이오덕 선생님 책을 공부했다. 아이들 글을 나누고 이야기하며 배웠다. 그때 만난 여섯 명의 글이 이 책에 실렸다.(전체 공저자는 16명이다) 글쓴이가 글 마지막에 나오는데, 글을 읽으면 누가 썼는지 알겠다.

94. 오우아 (박수밀, 298) / 고전 해설
  진짜 선비의 삶은 아름답다. 멋지다. 슬픈 면도 있다. 난 진짜 선비를 존경한다. 책에 빠져 한 길을 걷는 모습을 보면 눈물이 나기도 한다. 이 책은425+338+298+ 진짜 선비의 삶과 글을 소개한다. 책 제목이 오우아, 나는 나를 벗 삼는다는 뜻이다. 내가 나를 벗 삼으니 온전한 나로 살아간다. 이덕무, 박지원, 박제가의 글이 많고 유몽인, 이익, 정약용 등의 글도 나온다. 책을 읽다가 이덕무가 쓴 <선귤당농소>를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혜진 선생님 추천으로 읽었다.
 <이덕무, 선귤당농소> 눈 오는 새벽, 비 내리는 저녁에 좋은 벗이 오질 않으니 누구와 얘기를 나눌까? 시험 삼아 내 입으로 글을 읽으니, 듣는 것은 나의 귀였다. 내 팔로 글씨를 쓰니, 감상하는 것은 내 눈이었다. 내가 나를 벗으로 삼았거늘, 다시 무슨 원망이 있으랴! (17)
 달나라 여행을 간다거나 문명 세계를 본다고 해서 지혜의 눈이 열리는 것이 아니다. 보잘것없는 존재에게서 아무도 보지 못한 진실을 발견하는 관찰의 눈을 지닐 때 푸른색으로 빛나는 까마귀 날개를 보게 될 것이다. 생화학자인 알베르트 스젠트 기요르기는 말한다. “발견은 모든 사람이 보는 것을 보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120)
 친구는 내 슬픔을 자기 등에 지고 가는 사람이다. (아메리카 원주민)

93. 수달을 평화 대사로 임명합니다. (김바다, 99) / 동시
  우리나라와 북한, 통일을 주제로 쓴 동시 모음집이다. 나는 동시를 좋아하지 않는다. 어른이 아이 흉내 낸 것 같아서이다. 특히 한 가지 주제로 쓴 동시는 자연스럽지 않아 보인다. 이 책은 통일에 대한 동시여서 그나마 낫다. 통일이 일부러 생각해야 할 정도로 관심 없는 주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통일 수업할 때 참고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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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내가 읽은 책

 

182권 오만 쪽을 읽었다.

서재에 있는 책은 거의 다 읽었는데, 올해엔 책이 쌓인다.

책 읽는 속도도 느려지고, 이해하는 능력도 줄어든다.

책 읽기를 줄일 때가 됐다는 생각도 든다.

 

12월에 읽은 책 3912(누적 50105)

 

182. Bible 1754

1년에 한 번씩 읽는다. 읽을수록 새롭다. 그래서 또 읽고 싶어진다.

 

181. 주님은 나의 최고봉 (오스왈드 챔버스, 401)

하루 한 쪽씩 읽는 묵상집이다. 15년 전에 감탄하며 읽고 몇 년 동안 해마다 읽었다. 십 년 만에 다시 읽는 데도 좋다. 성서 말씀을 온 몸으로 받아들인 분의 기록을 읽는 느낌이다.

 

180. 오즈의 마법사(프랭크 바움, 200)

우리반 아이들에게 읽어주었다. 좋은 책이다.

 

179. 독립운동가 말꽃모음 (설훈, 199)

독립운동가들이 한 말을 소개하는 책이다. 말이 생각이고, 생각이 행동을 나타내므로 독립을 위해 삶을 바친 분들의 행동이 자연스레 드러난다. 안중근, 안창호, 이회영처럼 자료가 풍부한 분들의 말꽃이 많고, 저자가 관심을 둔 김산도 자주 인용했다. 이름을 처음 본 분들도 많다. 교보교육재단 책갈피 편지쓰기에 응모한 청소년들은 홍범도 장군의 말을 좋아했다.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사람은 없다. 잘못을 깨닫지 못하는 것, 그것이 가장 큰 잘못이다.> 안중근 의사가 정말 큰 분이라고 느꼈다.

 

178. 소소한 일상의 대단한 역사 (그레그 제너, 465) / 역사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에 갔다가, 아침을 먹고, 샤워를 하고, 옷을 입고, 산책하고 ~ 이를 닦고 침대에 누워, 자명종을 맞추고 잔다. 이 모두의 역사를 집요하고 자세하게 조사했다. 아침 식사의 역사, 샤워의 역사, 옷의 역사, 산책의 역사온갖 역사를 조사했다. 식탁과 의자의 역사, 포도주의 역사온갖 역사를 이렇게까지 찾아내다니 조사 능력이 정말 대단하다. 참 재미나게 썼다.

<숫자 13에 대한 공포를 가리키는 트리카이데카포비아>

윌리엄 파울러라는 남북전쟁 참전 군인은 미신을 타파하기 위해 뉴욕에 13클럽을 세웠다. 파울러와 훗날 미국 대통령이 되는 다섯 사람을 포함한 회원 12명은 113일 저녁 713분을 시작으로 파티를 개최하고 13가지 음식과 13번의 축배롤 제공하기로 계획했다. 파티에서 클럽 회원들은 사다리 밑으로 지나가고 소금을 쏟으며 거울을 깨고 실내에서 우산을 펼치며 방안을 해골 그림으로 장식하고 "곧 죽을 우리들이 당신께 경배드리나이다."라는 문구가 적힌 휘장을 다는 등 일부러 금기 행동을 하면서 합리주의를 찬양했다. ~ 자신들이 죽더라도 산송장이 된 암살자가 휘두르는 낫에 죽기보다는 지나치게 먹고 마시고 놀다가 심장마비로 죽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308

 

177. 무지개가 뀐 방이봉방방 (김창완, 96) / 동시

가수 김창완 씨가 쓴 동시 모음집이다. 좋다는 평이 많다. 그러나 난 아이가 직접 쓴 시를 만나는 사람인지라, 아이를 생각하며(또는 아이를 흉내 내어) 쓴 글은 어색하다. 그래도 이분 마음이 순수한 건 알겠다.

 

176. 망나니 공주처럼 (이금이, 87) / 3 이상

1월에 좋은교사아카데미 강의를 하려고 읽었다. 몇 번 읽었지만 새로운 게 또 보인다. 참 좋은 책이다.

 

175. 산책하는 마음 (박지원, 301) / 수필

여기저기 어슬렁거리면서 걷는 마음을 썼다. 산책에 대한 내용을 이렇게나 많이 쓰다니 정말 산책을 좋아하는 분이다. 출판계에서 일하면서 자기 글을 책으로 내고 싶었다고 한다. 주위 분들이 말렸는데도 글을 썼다는데, 그 말을 들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글이 나빠서가 아니라 책값을 내고 사기에는 매력이 적다.

초조함은 죄다. (카프카)

 

174. 레기, 내 동생 (최도영, 96) / 3학년 이상

동생이 미워 수첩에 쓰레기라고 계속 적었더니 동생이 진짜 쓰레기가 되었다. 나만 이 사실을 안다. 쓰레기에서 동생으로 되돌릴 방법을 찾아 이리저리 헤맨다. 자매, 남매, 형제의 관계는 다툼의 연속이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이를 잘 드러냈다. 다만 내용이 더 복잡하고 문장이 멋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동화를 보며 소설을 기대하는 것인 줄 알면서도.

 

173. 마음이 살짝 기운다. (나태주, 219) /

나태주 시인이 좋아서 샀다. 글이 좋다. 하나씩 천천히 읽으면 좋겠다. 그래도 내가 만난 아이들이 쓴 시가 더 좋다.

 

172. 피프티 피플 (정세랑, 394) / 소설

한 명이 주인공이 아닌 이야기를 쓰고 싶어서 50명의 이야기를 썼다고 한다. 실제로는 51명이다. 병원에서 일어나는 일이 많다. 병원을 잘 아는지, 조사를 잘한 건지 글이 정말 실감난다. 글을 정말 잘 쓴다. 한 사람 한 사람 이야기를 내 이웃 이야기인 것처럼 읽었다. 주위 사람들도 이런 이야기를 가졌을 텐데 어떻게 들을 수 있을까?

 

11월에 읽은 책 4938(누적 46193)

 

171. 체리새우:비밀글입니다. (황영미, 199) / 중등

다현이는 아람이네 그룹에서 교우관계를 나눈다. 그러나 따돌림을 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전전긍긍한다. 아람이는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만 다현이는 이렇게 말하면 오해하지 않을까?’ 하며 말을 아낀다. 친구가 한 말이 이런 뜻일까, 저런 뜻일까 고민한다. 그러다가 아람이네가 싫어하는 아이와 모둠활동을 하게 된다. 직접 만난 은유는 아람이네 무리에게 들은 아이와 달랐다. 여학생들의 관계와 심리를 잘 나타낸 책이다. 결말도 마음에 든다. 중고등학교 여학생을 만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책이다.

 

170. 일수의 탄생 (유은실, 123) / 어른을 위한 책

연수를 위해 다시 읽었다. 여전히 좋다. 유은실 작가는 아이를 위해 썼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어른을 위한 책이다. 가훈, 간첩, 학교 모습, 사람들 생활모습이 1980년대를 나타낸다. 어른은 우리 이야기로 읽겠지만 아이는 재미없다고 하겠다.

 

169. 빨강 연필(신수현, 207) / 5학년 이상

다른 학교 아이들과 수업해달라고 해서 다시 읽었다. 열 번쯤 읽은 것 같다. 그래도 좋다. 특히 소재가 글쓰기여서 더 좋다. 아빠와 엄마가 싸우는 환경에서 상처받은 아이가 자라는 과정을 담아서 또 좋다. 신수현 작가와 이메일을 주고받았는데 생각보다 더 좋은 분이었다. 강력추천한다. 검정 연필 선생님과 같이 읽어도 좋겠다.

 

168. 검정 연필 선생님 (김리리, 143) / 2학년 이상

단편 세 편이 실렸다. 오줌 싸며 구박 받는 첫째 딸의 고민을 담은 <이불 속에서 크르륵>에는 도깨비가 나온다. 시험 점수 걱정을 덜어주는 <검정 연필 선생님>에는 검정 연필이 나온다. 할머니의 잔소리가 지겨운 사랑이는 <할머니를 훔쳐 간 고양이>에게 할머니 기억을 가져가 달라고 부탁한다. 가정에서 일어나는 아이들 마음을 잘 다룬 책이다.

빨강 연필검정 연필 선생님의 확장판 같은 느낌이다. 검정 연필이 먼저 나왔으니 신수현 작가가 검정 연필을 읽고 빨강 연필을 썼을 수도 있다. 김리리 작가에게 빨강 연필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딱 알맞은 대답을 해주었다. 두 작가 모두 참 좋은 분들이다.

 

167. 우리 사부님이 되어 주세요. (김리리, 92) / 1학년 이상

축구 클럽에 다니는 세 아이가 클럽에 다니지 않는 세 아이와 시합을 한다. 클럽 아이들은 코치에게 배우지만 다른 세 아이는 그럴 처지가 아니다. 그래서 찾아낸 사부가 동네 형이고, 아빠다. 형과 아빠는 과연 훌륭한 사부일까? 축구 시합 이야기에 따뜻한 결말을 담았다. 참 좋은 책이다. 남자 아이들이 좋아하겠다.

 

166. 뻥이오, (김리리, 91) / 2학년 이상

순덕이는 말귀를 알아듣지 못한다. 말귀를 알아먹는 귓구멍이 조그마하게 뚫려서이다. 뻥 크게 뚫으면 어떻게 될까? 너무 잘 알아듣는다면, 상대가 말하기 전에 이미 안다면? 그러면 순덕이는 친구들에게 사랑을 받을까? 재미있는 책이다. 못 알아듣는 아이가, 잘 알아듣는 아이가 되더니 이야기꾼으로 바뀐다. 작가의 이야기 같다. 특히 옛이야기를 새롭게 해석하는 내용이 마음에 든다. 좋은 책이다.

 

165. 문익환 평전(김형수, 722) / 평전

초등 교사들과 독서토론을 했다. ‘평전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찬양위주로 썼다. 문익환 목사님이 훌륭한 분이지만 반대 관점도 소개하면 좋을 것 같다. 대학생일 때 문익환 목사님 활동을 방송으로 들었다. 대부분 빨갱이라고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이 책은 정반대로 말한다. 나도 목사님이 통일을 위해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빨갱이는 당치 않은 말이다.

목사님도 훌륭하지만 사모님도 정말 대단하다. 아버지와 할아버지, 아들까지 가문 전체가 이렇게 뛰어날 수가 있을까! 우리가 감당하지 못하는 분들이어서 빨갱이 소리를 듣나 보다. 목소리만 큰 사람이 아니라 삶이 큰 사람이 많아지면 좋겠다.

 

164. 난 밥 먹다가도 화가 난다. (이선이, 216) / 청소년 소설

처음 읽을 때는 장점만 보였는데 다시 읽으니 단점이 보인다. 선생님 말투(설명하는 말투), 상윤이가 쓴 글이 상윤이와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도 이 책을 추천한다. 중학생 모습을 정말 잘 묘사했다. 분노 폭발하는 문제를 가진 학생에 대한 해결 방법도 참 좋다.

 

163. 아몬드(손원평, 233) / 청소년 소설

청소년 토론대회 논제를 내려고 다시 읽었다. 참 좋다. 굉장한 책이다. 1228, 동해시 중고등학생들이 어떤 생각들을 꺼낼지 기대된다. 책 좋아하는 사람에겐 책과 관련된 내용이 쏙 들어온다.

-> 할멈의 표현대로라면, 책방은 수천수만 명의 작가가 산 사람, 죽은 사람 구분 없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인구 밀도 높은 곳이다. 그러나 책들은 조용하다. 펼치기 전까지 죽어 있다가 펼치는 순간부터 이야기를 쏟아낸다. 조곤조곤, 딱 내가 원하는 만큼만.

 

162. 7일간의 리셋(실비아 맥나콜, 271) / 청소년 소설

중요한 순간을 다시 한 번 겪는다면,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얻는다면, 내게 일어나는 일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그 이외의 것은 바꿀 수 있다면? 페이지는 친구를 위해 7일을 리셋한다. 다시 살게 된 7일 동안 오직 친구만을 위하는 마음에 대해 학생들이 얼마나 현실성을 가질지 궁금하다. 살아가면서 어떤 결정을 내리고, 어떤 과정을 겪으며 살아갈지 생각하게 만든다. 소녀들이 읽으면 좋겠다.

 

161. 스토너(존 윌리엄스, 395) / 소설

지난달에 읽은 책을 다시 읽었다. 이번에 읽을 때는 더 몰입했다. 밑줄 그은 부분도 많다. 독서토론하면서 김은남 선생님이 스토너가 권일한 비슷하다고 말해서 감정 이입이 됐나보다. 괴롭히는 아내와 동료가 없는 것을 빼면 난 스토너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참 좋은 책이다.

 

160. 달리기의 맛(누카가 미오, 333) / 고등학생 이상

책을 읽고 나서 요리하고 싶어졌다. 달리기도 하고 싶다. 오른쪽 무릎을 다친 소마가 달리기를 포기하고 요리를 한다. 형의 등을 보면서 뛰었던 동생, 소마와 함께 뛰었던 친구, 요리를 가르치는 여학생의 관계를 다룬 책이다. 요리와 달리기가 잘 어우러졌다. 작가가 글을 참 잘 쓴다. 다만 중간으로 가면서 글이 늘어진다. 앞서 일어난 일을 나중에 알려주는 구조로 글을 썼기 때문에 조바심 내면서 읽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159. 똥시집 (박정섭, 135) / 4 이상

연주하는 그림책 작가 박정섭 님이 쓴 시 모음집이다. 그림이 재미나다. 미로찾기도 있고 그림에서 달라진 부분 찾기도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겠다. 시를 쓰려고 찾아다닌 흔적이 보인다. 난 삶이 드러난 자연스런 글을 좋아하기 때문에 내겐 별로였다. 그냥 유치한 말장난 같았다.

 

158. 동동이 실종사건 (안미란, 55) / 2학년 이상

개가 주인공이다. 1-2학년은 가 주인공인지 모를 수도 있겠다. 자매 사이의 관계와 착한 아이가 누구인지 말한다. 이야기가 재미있고 여운도 있다. 짧지만 좋은 책이다.

 

157. 카이사르 1-3(콜린 매컬로, 371, 475, 399) / 로마사

(정치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1-카이사르가 갈리아에서 로마가 생각하는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일한다.

2-갈리아가 연합하여 로마에 대항하자 카이사르가 맞서 싸운다. 로마에서는 보니파가 폼페이우스를 앞세워 카이사르를 무너뜨리려 한다.

3-카이사르가 루비콘 강을 건너자 폼페이우스와 보니파 원로원이 도망한다. 폼페이우스가 숫자 싸움을 하는 동안 카이사르는 폼페이우스를 쫓아간다. 폼페이우스가 이집트에서 허망하게 죽는 사건으로 끝난다.

 

156. 아름다운 아이 (R. J. 팔라시오, 478) / 5학년 이상

필립 얀시의 책에 엘리펀트 맨이 나온다. 코끼리를 닮은 이상한 생김새 때문에 서커스 단에서 사람들 구경거리로 살았던 실존 인물이다. 존 메릭은 다발성신경섬유종이 만든 기형 때문에 갖은 학대를 당했다. 나라면 하나님을 원망하고 사람을 미워하며 분노로 미쳐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존 메릭은 빼어난 지성을 가졌으며 섬세한 감성으로 인간임을 드러냈다. 이 책은 안면기형인 어커스트 풀먼이 학교에 가서 겪는 이야기다. 올해 최고의 성장동화다.

 

10월에 읽은 책 3451(누적 41255)

 

155. 저 청소일 하는데요? (김예지, 223) / 읽은 쪽에 포함하지 않음

만화책이다. 저자 김예지는 대학을 졸업한 뒤에 직장을 구하지 못해 엄마 따라 청소 일을 하러 다닌다. 젊은 여성이 청소 일을 하면서 만난 편견과 위축감이 크다. 청소 일을 하면서 겪은 일을 만화로 그리면서 견딘 것 같아 보인다. 책이 잘 팔리는 것 같은데 여전히 청소 일을 한다. 그래서 더 좋아 보인다. 중고등학생들과 토론하기에도 좋겠다. 내용은 좋고, 읽긴 쉬우니까.

 

152-4. 풀잎관(마스터스 어브 로마 시리즈) 1, 2, 3 (콜린 매컬로, 530, 595, 406)

<마스터즈 어브 로마> 1편 로마의 일인자에 이어 시리즈 2편이 풀잎관이다. 마리우스를 보좌하던 술라가 풀잎관을 받고 로마에 영향력을 넓혀가는 이야기이다. 어린 카이사르가 등장하는데 술라가 떡잎을 알아본다. 마리우스는 아예 싹을 잘라버리려 한다. 참 재미나다.

 

151. 팔레스타인은 누구의 땅인가 (개리 버지, 554) / 기독교

성경, 그리고 땅을 쓴 분이다. 걸작인데 절판됐다. 이분은 진짜 이스라엘을 알기 때문에 어설프게 아는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는다. 진짜 이스라엘에는 팔레스타인들이 사는데, 이분들의 삶을 알면 이스라엘이 다르게 보인다. 난 팔레스타인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고, 팔레스타인 호텔에서 잤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아랍어로 인사한다. 팔레스타인 분들이 강제로 쫓겨난 이야기를 쓴 피를 나눈 형제를 정말 좋아한다. 올해 읽은 최고의 책 베스트 5에 꼽는다. 꼭 읽어보라 권한다.

 

150. 나에게 시가 왔습니다 (국어생활연구원 엮음, 289) / 생활시 모음

국어생활연구원은 공무원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삶과 글프로그램에 1300여 명이 참여했고, 참가자들이 쓴 시 가운데 223편을 가려서 묶었다. 1장 뺨 맞을 소리, 2장 이보세요, 여러분! - 공무원으로 겪는 일을 썼다. 3장 그때의 온기는 엄마, 4장 아버지 발바닥은 아빠를 생각하며 쓴 시이다. 5장 처음 해 보는 것들 6장 아들은 모른다 7장 남은 연락처 8장 커피, 너를 붙들고 모두 일상에서 나온 시다. 괜찮다.

 

149. 하늘을 달리는 아이 (제리 스피넬리, 248) / 1 이상 동화

내가 정말 아끼는 책이다. 독서토론을 위해 다시 읽었다. 토론하면서 새로운 생각을 많이 했다. 이 책으로 기독교 세계관을 설명하는 책을 쓰고 싶지만 책이 팔리지는 않겠다. 그래서 그냥 아이디어만 갖고 있다.

 

147-8. 죽음 1,2 (베르나르 베르베르, 328, 321) / 소설

10년 전에 베르베르 책을 열다섯 권 정도 읽었다. 기발한 생각을 뛰어난 관찰의 결과와 연결해서 재미나게 글을 쓴다고 생각했다. 죽음에도 작가 특유의 상상력과 해박한 지식을 담았다. 현실을 바라보는 눈도 깊어졌다. 문학계의 현실을 드러내면서 작가가 속한 상상력 그룹을 옹호하지만 단점도 언급한다. 다만 죽은 영혼의 세계가 현실에 영향을 주는 건 지나치다고 생각한다.(이걸 설명하려면 결말을 알려줘야 한다. 그러느니 차라리 입을 다물겠다.) 재미있는 책이다. 그러나 두고두고 읽을 정도는 아니다.

 

146. 나와 조금 다를 뿐이야 (이금이, 180) / 3학년 이상

수아는 장애를 가졌다. 마음대로 행동한다. 아무 때나 사라진다. 수아가 엄마의 고향 시골 학교로 전학 오자, 사촌인 영무가 바빠진다. 선생님은 영무에게 수아를 돌보라 한다. 고모(수아 엄마)의 사랑을 기억하는 영무는 수아를 돌봐야 하지만 쉽지 않다. 아이가 아이를 돌봐야 하니 어려운 게 당연하다. 수아를 무시하고, 미워하고, 이용하기도 한다. 이금이 작가는 아이들 마음을 잘 표현한다. 참 좋은 책이다.

 

9월에 읽은 책 쪽 3947(누적 37804)

 

145. 마음 가는 대로 산다는 것(앤 라모트, 271) / 수필 모음, 인생, 삶에 대해

같은 저자가 쓴 <쓰기의 감각>을 정말 좋아한다. <쓰기의 감각><글쓰기 수업>이라는 제목일 때 읽었고, 그보다 더 오래전에 다른 이름으로 나온 초판도 읽었다. 그 책 덕분에 <마음 가는 대로 산다는 것>을 오래전에 읽었다. 한 달 전에 온라인독서토론 모임에서 마음 가는 대로 산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 책을 추천했다. 내일 마음 가는 대로 산다는 것으로 독서토론을 한다. 원제 Traveling mercies가 더 좋다. 30-40대 여성, 40대 이상의 책 좋아하는 남자가 읽으면 좋아할 책이다.

슬픔을 두려워만 하다간 평생 메마르고 고립된 삶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오직 슬퍼하는 것만이 슬픔을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슬픔을 정면으로 겪어내지 않고서는 시간이 아무리 흐른들 치유되지 않는다. 우리가 치유되는 길- 다시 말해, 진정한 의식과 폭넓은 시야, 마음의 평화를 통해 삶을 경험하게 되는 길-은 발가벗은 몸으로 직접 슬픔의 바다에 뛰어드는 방법뿐이라고 확신한다. (81-82)

 

유진 오닐 : 인간은 금이 간 채로 태어나, 수선하며 살아간다. 신의 은총이 그 접착제다.

 

용서하지 않는 것은 자기가 쥐약을 마시고 쥐가 죽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

 

144. 나의 책 읽기 수업 (송승훈, 316) / 독서교육

참 좋은 책을 만났고, 책을 읽으며 참 좋은 사람을 만났다. 1교시(수업 실패기), 2교시(학생들이 글쓰기까지 과정)는 내가 쓴 글을 읽는 것 같았다. 특히 글쓰기 과정은 내 것과 거의 비슷했다. 초등과 고등, 강원도 동쪽과 경기도, 이 외에도 차이가 많은 두 사람이 학생들과 글 쓰는 방법이 거의 똑같아서 놀랐다. (내 글쓰기 방법이 공식 검증을 받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3-5교시(3-5) 내용은 배우고 싶은 내용이다. 선생님은 평가를 꼼꼼하게 한다. 고등학교에서는 평가를 잘해야 하기 때문이지만, 선생님 성격인 것 같다. 수업이 촘촘하게 잘 짜되, 학생들에 대해서는 여유를 보인다. 본받고 싶다. 다른 교과의 독서교육 방법에 대한 내용을 읽으며 고등학교에서 다른 과목 독서교육에 대해 너무 잘 알아서놀랐다. 독서에 대해서는 하나도 빼지 않고 다 아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아는게 아니라 학생들과 부딪치면서 알게 된 사람의 고백서를 읽는 기분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독서 교육의 목적이다. 선생님은 학생들이 똑똑해지게 하려고 독서 수업을 한다. 또한 착하게 만들고 싶어 하신다. 참 좋다. (이 책은 목차를 정하고, 하나, 둘 설명하는 방식이 아니다. 선생님이 앞에서 설명하는 말투로 썼다. 송승훈 선생님 말투나 표정, 몸짓을 안다면 책이 훨씬 생생하게 다가오겠다.)

 

143. 한 학기 한 권 읽기 어떻게 할까? (김주환 외, 320) / 독서교육

중학교에서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서 읽었다. 서론, 수업 시간에 책 읽기, 시 경험 쓰기 수업, 서평 쓰기 수업, 청소년 문학상 선정 수업, 프로젝트 수업을 다루었다. 시 수업은 초등 고학년과 해보고 싶다. 서평 쓰기도 선생님들에게 도움이 많이 되겠다. 청소년 문학상 프로젝트는 독서의 종합예술 같은 느낌이었다. 웬만한 애정 없이는 못하겠다. 독서 프로젝트 수업 내용에서는 선생님의 열정과 마음이 얼마나 큰지 보였다. 과목을 넘나드는 수업이라, 다른 과목 선생님들과 협력해야 한다. 이 어려운 걸 해낸다.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부분은, ‘맺는 글이다. <질문이 있는 독서를 위하여>라는 맺는 글이 참 좋았다. 몇 가지 수업은 송승훈 선생님이 쓴 책에 나오는 내용과 겹친다. (책에서 송승훈 선생님께 배웠다고 쓴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142. 책 가지고 놀고 있네 (박영옥 외, 411) / 독서교육

학교도서관 사서와 교사가 책 관련 놀이와 독서활동, 독서캠프, 책 축제. 미션 독서활동을 소개한다. 초중등을 막론하고 다양한 활동이 나온다. 간단하게 설명하고 사진으로 보여줘서 따라 하기 쉽다. 또한 활동 대부분 쉽다. 독서활동을 하고 싶다면 이 책 한 권이면 되겠다. 다만 깊이 있는 활동을 하고 싶다면 다른 책을 찾아야 한다. 독서 활동 아이디어를 원하는 분께 추천한다.

 

141. 내가 있는 곳(줌파 라히리, 199) / 수필

영국 런던의 벵골 출신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줌파 라히리가 쓴 이탈리아어 산문집이다. 자신이 주로 다니는 46군데 장소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편안하게 썼다. 마음을 가볍게 툭 건드리고 간다. 여성 독자가 좋아하겠다. 난 조금만 더 무거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두 달 만에 5쇄를 찍었는데, 가볍게 공감하는 내용이어서 그런가 보다. 아무튼 난 더 무거운 내용이 좋다.

 

140. 스토너(존 윌리엄스, 395) / 소설

올해 최고의 책으로 꼽는다.

스토너(Stoner)를 읽는 내내 폭풍우 치는(Stormy) 날씨가 생각났다. 일생에 한 번 만나는 거대한 폭풍우가 아니라, 끝없이 불어오는 바닷바람이나 모래바람 같은 날씨. 스토너의 인생은 바람 잘 날 없었다. 괴롭히는 학과장을 이겼을 때 딱 한 번, 태풍이 지나간 뒤에 맑은 하늘이 보였다. 그러나 잠깐 태풍의 눈에 들어갔을 때의 고요함이었을 뿐, 바람이 계속 몰아쳤다. 부모는 점점 척박해지는 땅에 매여 꼬부라졌다. 아내는 메마른 사람이었다. 아이와 누리던 친밀함도 아내가 아이를 붙잡으면서 사라졌다. 이혼하는 게 나은데도, 같은 공간에서 다른 마음으로, 관찰하듯 살았다. 그는 가정에서 평안함을 누리지 못했다. 사랑도 위안도 없었다. 기대도. 자신이 아끼는 것들을 빼앗길 때 덤덤히 견뎠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스토너는 학자였다. 학과장 자리를 제안받았지만 양보했다. 이후에 학과장이 된 교수가 총애하는 학생의 무능함을 보고, 학생에게 학점을 주지 않았다. 학과장은 좋은 강의를 스토너에게 주지 않았고, 강의 시간마저 이상하게 바꿔버렸다. 학자로 이름을 날릴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다. 학생들에게 존경 받을 기회도 사라졌다. 보람도 만족도 사라져갔다. 그래도 스토너는 어깨 한 번 으쓱하고 자기 일을 성실하게 한다.

읽으면서 화가 나고, 슬프고, 답답했다. 스토너가 아무 말 하지 않고 당하는 게 싫었다. 잠깐 학과장에게 이겼을 때는 통쾌했다. 그러나 잠시일 뿐 스토너는 다른 사람이 휘두르는 매서운 바람에 떠밀려 다니기만 했다.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정년을 앞두고 자기 뜻을 내세워 학과장을 이기는 듯 보였다. 그 부분을 읽으며 잠깐 기분이 좋았는데 갑자기 암이라는 폭풍이 또 불어닥친다. 주위 사람들과 환경이 스토너를 가만 놔두지 않는다. 그래도 스토너는 불평하지 않는다. 마지막 순간에 자기 책을 안고 침묵 속으로 사라진다.

존 윌리엄스가 저자 인터뷰에서 스토너가 진짜 영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소설을 읽는 많은 사람들이 스토너의 삶을 슬프고 불행한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의 삶은 아주 훌륭한 것이었습니다. (역자 후기 인용)” 라고 했다. 사람들은 저자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1965년에 출간되고 50년이 지난 뒤에 유럽에서, 가치를 다시 인정받은 것만 봐도 그렇다. 우리나라에서 이 소설의 가치가 인정받으려면 얼마간의 기간이 더 필요할 것이다. 독자들의 수준이 높아져야 하고 무엇보다, 돈과 명예와 권력을 향한 성공 지향의 삶을 우러러보는 생각이 달라져야 하니까.

마음만 먹으면 몸에서 의식을 분리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을 지켜보았다. 잘 모르는 사이인데도 묘하게 친숙한 누군가가 자신이 해야 하는 묘하게 친숙한 일들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254)”

나도 이렇게 생각한 적이 많다. 스토너처럼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태도를 좋게 본다. 그래서 이 소설이 마음에 든다. 슬픔과 외로움 가운데서 자기 일생을 묵묵히 살아나가는 이야기가 곧 우리 삶이 아닐까 싶다.

 

139. 천재가 될 수밖에 없었던 아이들의 드라마 (엘리스 밀러, 218) / 상담

어릴 때 감정(상처, 두려움 등)이 사슬처럼 한 사람을 묶어, 어른이 되어서도 왜곡된 모습을 보이게 만든다는 내용이다. 상담 책에서 많이 본 내용인데, 내용을 산만하게 펼쳐놓은 것 같다. 1-2장 목차를 바꿔서 짜임새 있게 쓰면 나았겠다. 내가 비슷한 책을 많이 읽어서 그런 지도 모른다. 처음 읽는 사람은 그렇구나!’ 하면서 읽을지도 모르겠다.

 

138. 웃음을 선물할게(김아설 외, 192) / 청소년 소설

웃음을 주제로 10명이 단편소설을 썼다. 따뜻한 글들이 많다. 김이설의 <저스트 댄스>는 청소년의 생기발랄함이 느껴진다. <망나뇽의 눈물>은 청소년기에 느낄만한 자의식을 잘 드러냈고, <배꼽>은 따뜻하고 좋다. <보건실의 화성인><마음을 함께해 준다면>도 너무 좋다. 이어지는 몇 편이 슬프고 우울하지만 우리가 꼭 생각해야 할 감정을 다룬다. 참 좋은 책이다.

 

137. 한 학기 한 권 깊이 읽기에 빠지다 (박정순 외, 243) / 교육

좋다. 실제 수업한 사례이고, 수업 내용도 좋다. 1장은 한 학기 한 권 읽기에 대한 설명이다. 교사가 관심 가질 내용을 간단하고 쉽게 썼다. 2장 동화책, 3장 그림책, 4장 동시집을 깊이 읽는 내용이다. 동화책과 그림책 내용은 아주 좋고, 동시집도 꽤 좋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학년별 추천도서에서 몇 권이 내 생각과 다르다. 약간 어려운 책을 추천한다.

 

136. 로마의 일인자 1-3 (콜린 매컬로, 491, 335, 555) / 대학생 이상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인 이야기를 모두 읽었다. 시오노 나나미에 견주면 가시나무새의 저자 콜린 매컬로는 진짜 진짜다. 로마 역사를 문학으로 풀어냈다. 13년 동안 고증하고, 20년 동안 쓴 책이다.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한다. 다만 당시 역사를 모르면 한참 헤맨다. 로마사를 읽었는데도 앞부분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1-3권 모두 3장이다. 1권은 기원전 110, 109, 108년이다. 3권은 102년에서 끝난다. 2부 풀잎관, 3, 포르투나의 선택, 4부 카이사르의 여자들, 5부 카이사르, 6부 시월의 말, 7부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까지 20권 정도 되겠다. 다 읽어야겠다.

<<로마의 권력은 부 위에 세워졌다. 로마는 부와 권력에 이끌렸고, 자연스레 쾌락이 뒤따랐다. 당시에 그들과 다르게 사는 사람들이 있었다. 부유하지 않고 권력도 없었지만 로마를 끌어당기는 매력에 빠지지 않았다. 그들은 로마가 주지 못하는 것을 원했다. 다른 권위에 복종했기 때문이다. 로마는 부, 권력, 쾌락 대신 다른 가치를 쫓는 그들을 이기지 못했다. 지하에서 지상을 전복시킨 사람들, 그리스도인들이다. 그러나 지금은 기독교가 부, 권력, 쾌락을 쫓는다. 쾌락은 아니라고 말하지 마시라. 기독교인이 쫓는 그들만의 쾌락이 있다. 교회 건물은 로마의 신전이 되었고, 목사와 장로는 원로원처럼 변했다. 교인들은 로마 시민처럼 떡고물만 떨어진다면 눈 감는 수준이 되었다. 개혁이 다가온다. 개혁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교회의 역사도 로마멸망사처럼 될 것이다.>>

 

8월에는 책과 살았다. 20, 5765쪽을 읽었다.

풀 뽑고, 책 읽고, 또 풀 뽑고 책을 읽었다.

좋은 책이 많아서 무얼 추천해야 할지 모르겠다.

20권 중에 10권 추천이니 참~!

독서 : 117, 동화 : 121, 123, 125, 129, 133

기독교 : 118, 122, 132, 인문 : 119

 

8월에 읽은 책 5765(33857)

 

135.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류시화, 255) / 에세이

한 줄로 평하면, <표현이 빼어나지만 내용은 세옹지마> 온라인 독서토론 모임에서 다른 분의 추천으로 읽었다. 시인이 쓴 글이라 문장이 빼어나다. 알맞은 예화로 내용을 맛깔나게 담아냈다. 그러나 예쁜 장식과 조명, 아름다운 그릇에 담긴 내용은 제목 그대로다.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세옹지마란 말씀. 좋은 내용이 여기저기 많았다. 그러나 전체 느낌은 좋지 않았다. 책에 나타난 가치관, 세계관이 싫다.

 

134. 성경 속 노마드 (배경락, 247) / 기독교

베드로전후서를 해설했다. 같은 저자의 <성경 속 왕조 실록>이 워낙 좋았다. 이 책은 그만큼은 아니었지만 괜찮다. 베드로전후서를 소개한 책이 드물다. 이 책을 소개한 까닭은 베드로전후서가 나그네된 사람들에게 쓴 편지이기 때문인 것 같다. 1장에서 나그네로 흩어진 역사를 다루고, 2장에서 베드로서의 배경을 다룬다. 본문을 다루기 전에 배경을 설명해서 본문을 이해하기 쉽게 도와준다. 3장은 베드로전서, 4장은 베드로후서를 설명한다.

 

133. 병태와 콩 이야기 (송언, 152) / 4 이상

다섯 편의 단편 모음집이다. <제비야 제비야>는 집 없는 설움을 제비집으로 표현했다. 참 좋다. <줄무늬 다람쥐>는 할머니의 죽음을, <오늘 재수 똥 튀겼네>는 월급을 받지 못하고 직장까지 잃은 아빠 이야기를, <할아버지 새>는 자폐 아이의 설움을 그렸다. 슬픈 이야기들을 너무 잘 썼다. <병태와 콩 이야기>만 분위기가 다르다. 따뜻하고 훈훈하다. 송언 작가님 참 글을 잘 쓰신다.

 

132. 영광의 무게 (C. S. 루이스, 221) / 기독교

루이스가 했던 설교 모음집이다. 당시 대학생 수준이 무척 높았나 보다. 루이스의 논리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지만 이 정도 수준을 이해하다니~! 이분의 논리는 완전 예상 밖이다. 천천히 따라가며 읽어야 한다. 그래도 한 순간 놓치면 무슨 말인지헤매게 된다. 그러나 이해하면 대박이다. 정말 좋은 논리에 정말 좋은 내용을 담은 글이다. 루이스 책 중에서도 아주 마음에 든다.

 

131. 그래도 괜찮아 (안오일, 102) / 청소년 시집

청소년 시집 <난 빨강>은 청소년이 쓴 것 같았는데 이 책은 어른 냄새가 난다. 청소년의 생각을 담으려고 애를 썼지만 영 어색하다. 어른이 보는 눈으로 사물을 보고, 거기에 청소년의 생각을 슬쩍 담았다. 속이 보이는 시랄까! 그렇다. 예를 들어 <80원의 말>이라는 시이다. 공중전화 부스 전화기에 / 남아 있는 80// 다 하지 못한 / 무슨 말이 남은 걸까 // 부끄러워 못한 말 / 자존심에 못한 말 / 마음 약해 못한 말 // 생각은 말이 아니라고 / 80원이 말한다. // 내일은 성화에게 말해야겠다 / 네가 좋다고, 친구 하자고. 아이고, 오글거린다. 청소년이 읽으면 책 내던지겠다. 그러나 이 시는 눈에 띈다. <헛짓거리를 했다> 야자 시간에 /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고 있었다 // ! 등짝을 맞으며 얻어들은 말 / =네가 지금 헛짓거리 할 때야? // 책은 인생을 공부하는 거라고 하던데 / 지금 세상에선 헛짓거리가 되고 말았다

 

130. 나이듦의 신학 (폴 스티븐스, 261) / 기독교

20대에 폴 스티븐스를 읽으며 평신도 신학을 품었다. 책 제목으로는 내가 사지 않을 책이지만, 폴 스티븐스가 써서 샀다. 아직 내가 읽을 나이(또는 수준)이 아닌가보다. 하지만 9장만으로도 책값은 했다고 생각한다. ‘끝은 또 다른 시작이라는 제목의 9장은 죽음을 다룬다. 난 죽음에 대해 관심이 많아 고통이나 죽음을 다룬 책을 많이 읽었다. 이 책은 그런 책에 견주어 부족함이 없다. 9장이 참 좋았다.

 

129. 수평선 학교 (김남중, 224)

김남중 작가의 책을 열 권쯤 읽었다. 모두 좋았다. 김남중 작가는 참 글을 잘 쓴다. 요즘은 여행, 모험 관련 글을 쓴다. 불량한 자전거 여행은 자전거로, 나는 바람이다와 수평선 학교는 바다로 간다. 엔진을 쓰지 않고 바람의 힘만으로 가는 범선 셰클턴 호는 우리나라 대표 범선이다. 일본 이치방, 중국 등펑, 러시아 막심 호와 독도를 돌아오는 시합을 한다. 지면 배에 현수막을 달아야 한다. 셰클턴 호가 지면 <다케시마는 읿본 땅>, 일본 이치방 호가 지면 <독도는 대한민국 땅>, 중국과 러시아도 영유권 분쟁이 있는 곳이 타국 땅이라고 써야 한다. 그런데 태풍이 온다. 이 시합, 어떻게 될까?

 

128. 홍길동전 (김탁환 번역, 172) / 6 이상

소설가 김탁환이 풀어 쓴 홍길동전이다. 어려운 낱말이 있어서 중학생도 쉽진 않겠다. 하지만 내용이 쉽고 문장에 군더더기가 없어 괜찮다. 중앙기독초 독서반 학생들이 강릉에 온다고 해서 <허균 독서기행> 대상도서로 읽었다. 홍길동전 완판본, 경판본 두 가지 번역과 홍길동전 영인본(원본을 사진으로 인쇄)이 함께 들었다. 관리와 부자들의 횡포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백성들의 마음이 잘 나타난 글이다.

 

127. 바나나 가족 (임지형,145) / 4학년 이상

기러기 가족 이야기이다. 엄마와 딸은 미국에, 아빠는 한국에 산다. 아빠가 돈 벌다가 잠깐 미국에 온다. 딸은 아빠가 어색하다. 가끔 보니까. 엄마는 딸을 위해 지금 생활을 유지하기 원하고, 아빠는 힘들다며 한국으로 돌아오라고 한다. 셋이 여행을 간다. 같은 날에 딸은 친구들과 수영장 딸린 친구 할머니 집에 놀러 가기로 했었다. 가족에 대해 생각하려고 2학기 시작하면서 이 책으로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을 했다.

 

126. 방과후 사냥꾼 (김선희, 159) / 4학년 이상

지오는 모범생이다. 선생님인 엄마 얼굴에 먹칠 하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이중생활을 한다. 낮엔 모범생이지만 밤에는 몰래 게임에 빠져든다. 그러다가 세상에서 가장 짜릿한 게임에 참여한다. 살아있는 걸 진짜 죽이는 장면을 찍어서 동영상으로 올리는 게임이다. 여기에 참여하면서 지오의 현실이 무너진다. 돈을 훔치고, 동생과 싸우고, 속이고, 속이고 또 속인다. 그래도 계속 게임에 빠져든다. 지오는 어떻게 될까? 토론할 내용이 많은 책이다.

 

125. 신기한 방귀 가루 (요 네스뵈, 242)

노르웨이 국민 작가라 한다. 북극권에 가까운 스칸디나비아 3(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국민들은 차분하고 조용하다고 들었다. 그래서일까, 내가 읽은 이쪽 나라 책들은 모두 장난끼가 넘친다. 황당하다 못해 괴상하다. 방귀가루를 먹으면 우주까지 날아간다. 감옥에 갇힌 아이가 변기로 들어가 탈출하고, 하수구에 사는 아나콘다에게 잡아먹힌다. 이건 뭐~! 로알드 달도 비슷하게 쓴다. 달의 부모가 노르웨이에서 영국으로 이민 왔는데 같은 정서 같다. 남자애들이 좋아하겠다. 황당무계한 이야기 가운데 적당한 교훈도 넣었다. 재미난 책이다.

 

124. 바울과 선물 (존 바클레이, 969) / 기독교

먼저 굉장히 어렵다. 신학을 배우지 않으면 못 읽는다. 1/3쯤 이해했다. 내용이 어려워서 자꾸 전체 내용이 뭔데 이걸 설명하나?’ 살폈고, 그래서 전체 흐름은 알지만 세부내용이 무엇을 말하는지는 모르게 되었다. 내용이 재미있는 책을 즐겁게 읽고, 전체 내용을 잘 모르는 경우가 있는데 완전 반대이다.

바울이 말한 선물(은혜)를 이해하기 위해 먼저 선물이 어떤 뜻으로 쓰였는지 찾는다. 그리스와 로마 문화를 중심으로 선물(은혜)6가지 뜻을 설명한다. 이어서 은혜를 서로 다르게 본 사람들을 소개한다. 마르키온, 어거스틴, 루터, 칼뱅, 바르트와 이후의 현대 학자들(새 관점 학자)까지 소개한다. 또한 제 2 성전 시대 유대교에서 선물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따진다. (솔로몬의 지혜서, 알렉산드리아의 필론, 쿰란 호다요트, 위필론의 성서고대사, 에스라 4서를 소개한다. 그런 뒤에 갈라디아서와 로마서를 주석한다. 쉬운 말로 쓸 수도 있는데 왜 어렵게 썼는지 모르겠다. 오랜만에 전형적인 학자 말투를 만났다.

 

123. 밉스 가족의 특별한 비밀 (인그리드 로, 272) / 1 이상 동화

후배가 (수원에 사는 두 가족과 함께) 강릉에 왔다. 관광이나 휴가 때문이 아니다. 책벌레와 독서토론을 하고 싶다고 한다. 아이들 특징을 말하며 독서토론을 부탁한다. 5 남자 한 명, 6 여자 두 명, 1 남자 한 명이다. 잠깐이면 될 줄 알았는데 3시부터 930분까지 토론했다.

아이들 특징을 들으면서 밉스 가족의 특별한 비밀이 떠올랐다. 후배에게 먼저 읽어보라 했다. 울었나 보다. 아이들 처지에 이 책이 잘 맞다고 한다. 오죽헌한옥마을 방에서 나, 처음 본 엄마 한 분, 아이 넷과 토론했다. 엄마는 주로 들었다. 잠깐 내용을 확인하고 배가 고플 때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녁 먹은 뒤에는 좀 어려운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글을 썼다.

책 한 권으로 생각지 못한,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관찰한 엄마와 아들이 가장 좋아했다. 엄마와 아이가 책을 읽고 자주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하지만 늘 비슷한 내용을 나누어서 아이가 토론에 굶주렸다고(?) 한다. 아이 얼굴이 맛난 거 실컷 먹은 것처럼 웃음꽃이 피었다. 다른 아이 셋도 열심히 글을 썼고, 즐거웠다고 한다.

집을 짓고 서재를 만들었다. 북스테이를 하려고 서재에 방과 화장실, 간이주방을 갖추었다. <책뜰안애>에 오는 분들에게 쉼과 회복을 주고 싶다. 책벌레가 책으로 아이를 기른 이야기를 들으면서, 함께 독서토론하면서, 비슷한 또래 서넛이 함께 오면 아이들과 독서토론하면서, 부모는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밤에는 옥상에 올라가서 별을 봐야지! 인기 있는 강사보다는 따뜻함을 전해주는 책벌레로 살아야지!

 

122. 성경 속 왕조 실록 (배경락, 303) / 기독교

배경락 목사님이 썼는데 이분 굉장하다. ~! 그냥 와~! 하는 책이다. 성경 열왕기상하는 읽기 어렵다. 남 유다와 북 이스라엘의 왕 50여 명을 번갈아 소개하기 때문에 혼란스러운 미로를 헤매는 기분이 든다. 그런데 이 책에서 읽는 열왕기상하 기록이 재미있다. 나는 내용을 거의 안다고 생각했는데 미처 생각하지 못한 내용이 많다. 밑줄을 한가득 그었다. 정말 대박이다. 이건 강력 추천한다. 이스라엘 왕조실록을 제대로 만났다.

난 책을 많이 읽는다. 성경은 내 나이보다 많이 읽었다. 성경 강해, 성경 해설, 성경 관련 책도 많이 읽었다. 내가 읽은 이스라엘 왕들의 역사 중에 이 책이 최고다. 우리나라 저자가 쓴 책이라 더 반갑다. 제목을 보고 둘째가 탐내는데 첫째에게도 읽으라고 해야겠다. 이 책을 읽으면 다윗이 나라를 부강하게 할 때부터 망할 때까지 이스라엘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흐름을 쫘악 이해할 수 있다. 꼭 읽어보시라.

 

121. 비밀의 숲 테라비시아 (캐서린 패터슨, 247) / 동화, 6 이상

책뜰안애 독서모임에서 토론했다. 책벌레 가족 책이다. 독서모임에 함께 하는 분들이 감동을 쏟아내신다. 7년 전, 이 책을 처음 읽었던 때 앞으로 몇 번 더 읽을까 생각했는데 그대로 되고 있다. 참 좋은 책이다. 추천한다.

 

120. 늑대가 온다 (최현명, 383) / 생태

저자가 중국과 몽골 국경에서 늑태를 관찰하며 쓴 두 달 동안의 일기이다. 늑대를 사랑하여 늑대를 찾아다니지만 보기 어렵다. 사람들이 늑대를 싫어해서 마구 잡아죽였기 때문이다. 늑대가 나온다는 곳을 수소문하고, 찾아가고, 실망하고, 다른 곳을 찾고, 또 실망하고, 발자국 찾아 기대를 걸었다가, 다시 실망한다. 그러다가 늑대를 만나고, 늑대굴을 찾아내고, 늑대 새끼를 통해 어미를 유인하고…… 그러는 중에 안내자와 마음이 맞지 않아 불편하고, 유목민과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다투고, 물과 식량이 부족해서 힘들어한다. 그러면서 늑대 새끼 두 마리를 키운다. 유목민은 늑대를 싫어해서 죽이라고 하고, 저자는 늑대를 살리려 한다. 늑대게에 먹이를 주어야 하는데 먹이는 유목민에게 얻어야 한다. 황량한 고원과 드문드문 이어진 초지의 모습과 함께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담담하게 드러난다. 이분, 참 독특하다. 출판기념회에서 저자가 강의하는 사진을 보았는데 거기 갔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119. 유대인 이야기 (홍익희, 654) / 역사, 인문

아브라함이 우르를 떠난 뒤 가나안 땅에 정착해서 이스라엘을 세운다. 다윗과 솔로몬을 지나 두 나라로 갈라졌고, 북쪽 이스라엘이 BC722년에 앗시리아에 남쪽 유다는 BC586년에 바벨론에 멸망당한다. 잠깐 귀환해서 공동체를 이루기도 하고, 왕가라 부를 만큼 세력이 커지기도 했지만 이스라엘 국가가 생기기까지 유대인은 흩어져 나라를 이루지 못했다. 그 뒤부터 유대인의 역사는 경제의 역사이다. 돈 모으고, 쫓겨나고, 다른 나라에서 경제를 장악하고 얼마 뒤에 다시 쫓겨난다. 저자는 유대인이 간 곳마다 발전했다고 썼다. 그러나 유대인이 일으킨 발전은 제국주의, 억압과 착취를 만들었다. 지금도 유대인이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동안 땅에서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은 점점 더 힘들어진다. 하루만에 10억 달러를 벌었다는 유대인 이야기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렇지만 세상은 그런 사람들 손에 의해 움직인다. 책의 뒷장이 다가올수록 마음이 점점 답답해졌다.

유대 민족의 저력은 전적으로 유대교에서 기인한다. 유대교의 특징은 계약의 종교다. 그들에게 계약은 목숨 걸고 지켜야 하는 당위다. ~

또한 유대교는 배움을 중시한다. 하느님의 섭리를 이해하려면 하나라도 더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대교는 배움을 기도와 똑같은 신앙생활로 간주한다. (18)

랍비는 초기부터 오늘날까지 사제가 아닌 평신도다. 그들은 엄밀한 의미에서 아무런 의례도 집행하지 않는다. 설교야말로 랍비들의 주된 기능이지만 본질적으로 교사의 가르침으로 이해한다. ~ 그들의 권위는 종교적으로 주어진 권위가 아니라 학문과 가르침 또는 탁월한 도덕성을 통해 자율적으로 생긴 권위다.

재미있는 것은 고대 유대에서는 랍비를 길러내는 율법학교인 예시바 1학년을 현자라 불렀고, 2학년을 철학자로 불렀다. 그리고 최고 학년인 3학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학생이라 불렀다. 이러한 사실은 겸허한 자세로 배우는 자가 가장 높은 지위에 오를 수 있으며, 학생이 되려면 수년 동안 수업을 쌓지 않으면 안 된다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203)

 

118. 이야기 청소년 신학 (딘 보그먼과 마상욱 공저, 264) / 기독교

나는 교회에서 중고등부를 20년 동안 섬겼다. 중고등부는 약간의 압력과 뒷담화가 있긴 하지만 내 뜻대로 가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른들의 압력과 뒷담화는 자기들 경험과 생각을 앞세운 것들인데, 청소년을 안다면 대부분 말하지 말아야 할 내용이다. 저자는 청소년 신학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청소년을 교회의 들러리 정도로 생각하지 말라고 한다. 실제적인 내용이 많아서 좋다. 2장에서 청소년 지도자가 성경, 문화, 자아를 해석하라 한다. 해석하는 방식과 내용이 딱 내 생각과 같다. 청소년 사역을 하지 않는 사람은 모를 내용이다. 3장과 4장은 2장에서 말한 문화와 자아를 해석하는 기준을 말한다. 다양한 스펙트럼을 소개해서 좋다. 5장에서는 청소년 생태계, 6장은 인격과 성, 7장은 디지컬 세대와 소비중심주의를 말한다. 청소년이 만나는 현실과 그들의 생각을 잘 다루었다. 마지막 8장은 예수 중심의 청소년사역이다.

1) 토론하고 싶은 구절

중요한 것은 드럼의 위치가 아니라 방향성입니다. 즉 교회 안에 있느냐 밖에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느냐 바라보지 않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교회 안에 있는 문화라 할지라도 그 문화가 하나님을 바라보지 않는다면 그것은 악한 문화입니다. 교회 밖에 있는 문화라도 하나님을 바라보며 하나님의 뜻을 발현하는 문화는 선한 하나님의 문화입니다.

 

2) 현실을 잘 보여주는 구절

정작 중요한 것은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없다는 것입니다. 부모가 시간이 없는 이유는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부모는 자신의 시공간을 돈을 버는 데 쓰고, 여기서 번 돈을 학원 선생님에게 주며 자신을 대신해 아이들에게 시공간을 써 달라고 합니다. (218)

 

3) 좋은 구절

포스트모던 사회에서는 예수를 믿지 않는 사람도 영적인 것을 믿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해석되지 않아도 C. 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에 나오는 나니아같은 세상을 믿습니다. 이와 같은 21세기 영성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과 행동이 일치되는 실존적 진정성입니다. 사람들은 이론이 아닌 삶으로 믿음을 보여주는 방식을 원합니다.

그런데 21세기 교회는 아직까지도 20세기의 이성적 방식의 접근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하나님의 나라를 기다린다고 하지만 땅 투기를 하고 있고, 나눔을 말하지만 욕심으로 가득 찬 모습을 발견합니다. 저는 교회 쇠퇴에 근본적인 원인은 사회적 변화의 부적응과 실존적 진정성의 결여 때문이라고 판단합니다. (29)

다 먹어도 돼. 하지만 그 중에 하나만 나를 위해 남겨둬. 네가 그 약속을 지키면 네가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기억할 거야!” ~ 요한복음 1010절 말씀에 따르면 하나님의 의도는 생명을 주고, 그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와 같은 의도로 에덴동산을 만드셨습니다.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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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오탈자가 네 군데 있어서 아쉽다.

 

117. 책은 최고의 장난감, 기적의 책놀이 멘토링 (정대근, 247) / 독서교육, 육아

나보다 지독한 아빠를 만났다. 초등학교에도 가지 않은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하려고 책 놀이를 한다. 200권으로 책 터널을 만든다. 책으로 집을 짓는다. 거실 가득 책을 늘어놓고 미로를 만든다. 책으로 도미노를 만들고 볼링을 한다. 책을 따먹고 책으로 트리를 만든다. 내가 책벌레지만 이렇게는 하지 않았다. 난 자연스럽게(, 힘들이지 않고 편하게) 조금씩 책을 내밀었는데 책놀이아빠(저자)는 온 힘을 다해 아이들과 책으로 논다. 존경스럽다.

또한 100일 동안 날마다 책을 읽어주었다. 책 한 권, 5분이 아니라 30, 때론 한 시간 동안이나. 회식을 가면 하루 전에 녹음을 해서 들려주었다. 영상통화로 책을 읽어주기도 했다. 독서기행도 철저하게 준비해서 간다. 나도 별로 준비하지 않고 독서기행을 갔는데. 아내인 이선이 선생님이 쓴 책 난 밥 먹다가도 화가 난다도 굉장했는데 남편이 쓴 책이 더 굉장하다. 이 부부, 만나고 싶다.

저자가 언급하는 책 중에 읽고 싶은 책 리딩 프라미스

→『하루 15분 책 읽어주기의 힘은 다시 읽고 싶다.

 

116. 한 권을 읽어도 정약용처럼 (이재풍, 244) / 인문

아는 분이 쓴 책이지만 출간 소식을 듣고도 읽지 않았다. 이지성이 쓴 여자라면 힐러리처럼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부제는 초등 인문고전읽기다. 리딩으로 리드하라에서 이지성이 주장하는 내용과 비슷해 보였다. 그래서 안 읽었다. 저자가 싸인본을 줘서 오늘 읽었다. 정약용의 독서법에 감명을 받아 실천한 이야기를 썼다. 수많은 책과 인용문, 책에서 읽은 내용이 나온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책이다. 인용도서 100권 중에 나는 20권 읽었다. 나와 책 읽는 방향이 다르다.

부제 <초등 인문고전읽기>에서 인문고전읽기는 충분히 다루었지만 초등 이야기가 적다. 내가 아이들 수준을 낮게 보는 건지 모르겠지만 저자가 소개하는 책을 초등 아이들이 읽을까? 읽을 능력이 있다고 해도 왜 고전일까? 이를 자세하게 설명해주면 좋겠는데 아쉽다. 또한 정보를 너무 많이 담아 초점이 흐려졌다. 이 책에서 다룬 주제를 몇 가지로 나눠 하나씩 자세하게 책을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에게 그만한 능력이 있어 보이는데 말이다.

 

7월에 읽은 책 3458(28092)

 

115. 더 브레인:삶에서 뇌는 얼마나 중요한가? (데이비드 이글먼, 293) / 과학

김병재 선생님이 추천해서 첫째와 함께 읽었다. 인간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원리와 과정을 뇌 과학으로 설명하는데 재미있다. 과학자들이 궁금증을 해결하는 방식이 참 놀랍다. 이상한(?) 걸 생각하고, 그걸 입증할 실험을 한다. 인간의 행동과 생각 기저에 깔린 원리를 뇌 현상으로 설명하다니 놀랍다. 다만 과학자의 접근 방식은 지나치게 실험과 관찰, 입증으로 이루어져 보이지 않는 면을 보이는 모습만으로 해석하려 한다. 영적인 현상이나 마음의 공허, 상처가 남긴 그림자마저 과학으로 해석하려 하겠지!

 

114. 덕과 성품 (스탠리 하우어워스, 215) / 기독교

이분의 삶은 한결같고 고귀해서 뭐라 말할 수 없다. 한나의 아이도 좋지만 덕과 성품은 더 좋다. 친구 새뮤얼 웰스의 아들 로리의 대부가 되어, 로리가 세례를 받는 날부터 15년 동안 같은 날 편지를 보낸다. 그리스도인으로 사는데 중요한 덕 14가지를 해마다 하나씩 다루는 편지이다. C. S. 루이스 책을 읽듯 천천히 읽었다. 줄 그을 곳이 너무 많다. 헨리 나우웬이 쓴 편지가 일상의 마음을 담았다면, 덕과 성품은 고르고 고른 문장, 깊은 사색의 결과를 보는 것 같았다. 해마다 같은 날 읽어볼까? 강력 추천한다.

 

113. 나의 동두천 (김중미, 207) / 고등학생 이상

1970-80년대 동두천에서 살던 사람들의 삶을 보여준다. 미군부대를 곁에 두고 살면서 겪은 일이 작가의 마음에 흔적으로 남았나 보다. 양공주, 튀기(혼혈), 미군부대 음식 찌꺼리를 먹는 아이들, 그걸 못 먹게 하는 아버지와 그래서 더 먹고 싶은 아이들, 가난하고 연약한 이웃들이 얽히고 얽혀 사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미국을 좋아하지만 미국 병사와의 혼혈 아이는 왜 그리 싫어했는지. 우리의 편견과 부족함, 그 속에서 눈물 짓던 어머니와 아이들의 모습이 아프면서도 그립다. 참 좋은 책이다.

 

112. 딸기 우유 공약 (문경민, 190) / 5 이상

작가 문경민이 출판 전에 원고를 보내서 읽고 의견을 보냈다. 출판된 내용을 읽으며 역시 작가가 다르구나!’ 느꼈다. 참 잘 썼다. 마음이 찌릿 하는 부분이 있었다. 고학년 담임이 되면 한 학기 한 권 읽기 해야겠다. 교사 연수 때도 나눠보고 싶다.

 

111. 사랑을 담아, 헨리(헨리 나우웬, 456) / 편지

헨리 나우웬은 편지를 많이 받았다. 친한 사람의 편지도 있지만 독자의 편지가 더 많다. 헨리가 얼마나 답장을 보냈는지 모르지만 책을 보면 대부분 답장을 보낸 것 같다. 간단하게 형식만 갖춘 답이 아니다. 가볍게 적당히 위로하면 될 편지에도 뜻밖의 내용을 썼다. 대놓고 할 이야기를 하는 모습에서 남다른 진실함을 보았다. 기도한다는 말이 많고, 여러 공동체를 다니는 모습이 눈에 띈다.

 

110. 통일한국 제1고등학교 (전성희, 223) / 중등 소설

전성희 작가는 상상력이 뛰어나다. 거짓말 학교가 참 놀라웠는데 이 책도 굉장하다. 통일이 된 대한민국에서 남북한의 화합을 위해 통일시를 만든다. 두 가지 체제를 유지하며 통일시를 시작으로 서서히 통합을 이루려 한다. 통일시에 있는 통일한국 제1고등학교에 회장선거가 열린다. 통일이 되었지만 남북 갈등이 여전한 상황에서, 남측 학생과 북측 학생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통일이 되면 일어날 일을 놀랍게 분석해서 고등학교 학생들 심리와 연결했다. 전성희 작가의 책은 자체로 토론거리가 된다. 참 좋은 책이다.

 

109. 빨강 연필 (신수현, 207) / 5 이상

교보교육대상 수상자와 함께 하는 독서기행에 참가한 분들에게 읽어달라고 했다. 최고의 동화이다. 무조건 읽으라 권한다. 다섯 번쯤 읽었나? 이번에는 위로공감으로 읽었다. 지친 교사들과 이 책으로 글쓰기연수하면 좋겠다.

 

108. 마음으로부터 일곱 발자국(박한선, 359) / 인문

목차가 마음에 들었다. 1부 감정은 불안, 눈물, 부끄러움, 죄책감, 마음, 사랑과 행복, 강박, 외로움, 겸손, 적응과 변화를 다뤘다. 2부는 이성을 설명한다. 감정과 이성을 열 가지 항목으로 나눠 설명하는 방식이다. 각 항목에 대한 접근 방식과 내용이 참 좋다. 3부는 공감이고 4부는 삶이다. 목차 구성이 탁월하다. 감정과 이성, 그리고 공감, 마지막에는 삶!!

한 곳이 의아했다. “일반적인 상식과 달리 평민 출신 합격자가 약 절반에 달했고(과거시험) 노비도 적지 않았습니다. 양반이라도 대를 이어 과거 시험에 계속 불합격하면 평민이 되었습니다. 과거 시험에 대한 사회적 집착은 일종의 문화가 되었습니다. ~ (209) 사실일까? 우리가 경직된 사회 구조라 생각했던 조선이 실제로는 달랐을까? 조선 후기의 이미지를 조선 전체로 배운 걸까?

 

약하고, 변덕스럽고, 종종 추악하기도 한 우리 마음은 사실 어떤 의미에서 마음이 잘 돌아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당신이 오늘 느낀 마음의 고통은, 아마도 고장이 나서 그런 것이 아니라 당신의 마음이 튼튼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말에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만약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우월한 면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연약함입니다. 인간의 뇌는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는 강한 의지를 갖추기 위해서 지금처럼 커진 것이 아닙니다. 무조건 강한 원초적 신념을 위해서라면 아마 호두 정도 코기의 뇌로도 충분했을 것입니다. 좌고우면 걱정하고, 고민하고, 슬퍼하고, 기뻐하고, 갈등하고, 미워하고, 싸우고, 후회하고, 좌절하는 기능. 언뜻 보면 왜 있는지 모르겠는 그런 기능을 하기 위해서 지금처럼 엄청나게 커진 것입니다. (9)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는 오세아니아, 유라시아, 이스타시아의 삼국으로 이루어진 미래 세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는 오세아니아에 살고 있죠. 오세아니아에는 몇몇 부서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진리성입니다. 진실을 다루는 부서입니다. 오세아니아를 지배하는 당의 강령은 전쟁은 평화, 자유는 복종, 무지는 힘입니다. 서로 병립할 수 없는 명제를 함께 받아들이라고 강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뇌가 끊임없이 하는 일입니다. (215)

~ 오세아니아의 국민은 이중사고를 통해서 행복하게 살아갑니다. 아니, 자신이 행복하다고 믿고 살아갑니다. 물자 부족에 허덕이며 배를 곯지만, 동시에 가장 풍족한 환경에서 살아간다고 믿습니다. 외국과의 전쟁은 패배 없이 늘 승리하지만, 동시에 수십 년 동안 왜 최종적인 승리를 거두지 못하는지에 대해서 궁금해 하지 않습니다. 거짓이 진실이고, 진실은 또한 거짓인 세상입니다. (216)

(초경이 빨라지는 현상에 대해 설명하면서) 아버지의 부재도 이른 초경을 유발하는 요인입니다. 심리학자 미셀 설베이는, 친아버지가 없거나 양아버지와 같이 사는 경우 소녀의 초경이 보다 앞당겨진다고 했습니다. 진화적으로 과거 환경에서 식량과 안전을 제공하는 아버지의 부재는 엄청난 위기 상황이었습니다. 사춘기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지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이라면, 일단 최대한 빨리 성숙하는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직장에 빼앗긴 소녀의 몸은, 현재를 아버지와 어머니가 없는 위기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107. 당신이 옳다. (정혜신, 315) / 심리, 상담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당신이 옳다니~ 너무 잘 팔려서 의심했다. 당신이 옳다는 책을 이렇게나 많이 사다니~ 읽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진짜를 만났다. <당신이 옳다>는 말이 대책 없이 무조건 응원한다는 말이 아니었다. 사람이 온전하게 회복되기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아름답다. 사람을 회복시키기 위해 애쓴 시간과 노력, 전문성도 돋보인다.

토론 연수에서 찬반토론을 하려면 우리의 국민정서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상대의 반박을 나 자신에 대한 반대라 생각해서 감정 다툼을 하지 않아야 찬반토론이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저자가 말하는 당신이 옳다도 비슷하다. 한 사람과 그 사람이 보이는 반응(또는 그 사람에게 보이는 반응)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약으로 치료하는 방식을 바꾸자는 의견도 좋았다. 우울증을 약으로 치료하지만 비슷한 증상을 모두 약으로 치료하면 안 된다고 한다. 동의한다. 이것말고도 평소에 내가 생각한 내용을 많이 다루었다. 강력 추천한다. 아래 내용만으로도 책 한 권을 살 가치가 있다.

마침내 세월호를 육지로 끌어올린 힘도 무력감과 죄의식의 연대들이 만들어낸 분노가 근본 동력이었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와 언론들까지 가세해 참사 피해자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려댔는데도 피해자들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그 거대한 무력감과 죄읫기의 공기가 수호천사처럼 그들을 감싸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 외에 우리가 가진 건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 힘은 무도한 정권을 끌어내리는 힘의 결정적인 일부였을 것이다.

죄의식과 무력감은 겉보기엔 자신만 갉아먹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감정으로 보이지만 그렇지 않았다. 유사 이래 가장 강한 사회적 힘을 이끌어냈다. 죄의식과 무력감의 연대가 해낸 일이다.

우리가 살면서 겪는 모든 감정들은 삶의 나침반이다. 약으로 함부로 없앨 하찮은 것이 아니다. 약으로 무조건 눌러버리면 내 삶의 나침반과 등대도 함께 사라진다. 감정은 내 존재의 핵이다. (92~93)

악의가 없어도 얼마든지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그래서 공감은 배워야 할 수 있는 것이다.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면서 자신도 모르게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그래서다. 배워야 하는 고통, 배워야 공감할 수 있는 고통이 세상에는 더 많다. 그래야 최소한 그런 고통을 겪는 사람에게 의도치 않게 상처를 주지 않을 수 있다. (125)

C의 부모뿐이랴. 대다수 부모들의 마음이나 반응도 한국부모협회에서 지침을 받은 듯 비슷하다. “아이에게 상처를 주려고 그랬겠느냐, 아이를 바로잡아 주고 싶고 제대로 가르쳐야 할 의무가 부모에게 있으니 그랬지.” (305)

 

106. 폭력이란 무엇일까요? (오스카 브르니피에, 97) / 초등 철학

글이 거의 없고 그림에 질문 몇 개를 써놓았다. 예를 들어 1장은 <언제 화가 나거나 폭력적으로 변하나요?>이다. 몇 가지 사례가 나온다. ‘사랑받지 못한 감정이 들 때나 날 업신여길 때 화가 나요.>라는 내용에는 그림과 네 가지 질문뿐이다. 화는 낸다고 사람들이 사랑해 줄까요? 폭력적으로 변하면 자신이 더 형편없다고 느껴지지 않나요?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까요? 자신을 사랑하는 법부터 배워야 하지 않을까요? 이다. 질문이 논리에 맞는다. 생각하지 않은 부분을 묻는다. 질문 만들기 공부할 때 좋겠다.

 

105. 그림책이 마음을 불러올 때 (이숙현, 239) / 교사, 부모

그림책을 수필처럼 소개한다. 그림책을 알면 더 좋겠지만 몰라도 괜찮다. 저자는 유치원에서 일한다. 자녀가 아팠다.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본다. 이런 눈길로 그림책을 소개하고, 유치원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줄 때 모습과 아이들 반응을 함께 쓴다. 가끔 자녀 이야기도. 따뜻한 책이다. 소개하는 그림책 72권 중에 너 왜 울어? 바실리스 알렉사키스가 가장 눈에 띈다.

 

104. 내 이름을 불렀어. (이금이, 63) / 3 이상

동준이는 방학 교실에 가기 싫다. 친구도 없고 재미도 없어서. 하지만 가야 한다. 유일한 보호자인 할머니가 아프기 때문. 가난한 남자 아이의 마음을 잘 나타냈다. 눈썰매를 처음 타기 때문에 창피를 당한다. 자존심 상하느니 안 타고 말지~! 방학 교실 아르바이트 온 총각 선생님이 그 마음을 알고 다가온다. 따뜻한 책이다.

 

103. 라면은 멋있다. (공선옥, 77) / 중등

중고등학생이 책을 읽게 하려고 기획한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 1권이다. 짧지만 좋은 내용을 소개하며 작가의 다른 책이나 시리즈의 다른 책을 읽게 한다. <라면은 멋있다>는 가난한 두 고등학생이 데이트하는 이야기이다. 재미있다. 만남이 예쁘다. 이 시리즈를 세 권 읽었는데 다 재미있었다.

 

102. 문학 속에 핀 꽃들 (김민철, 325) / 인문

주위에서 자주 보는 꽃을 문학 작품에서 찾았다. 김유정의 동백꽃이 생강나무인 줄은 알았지만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나 <압록강은 흐른다>, <관촌수필> 등에 나온 꽃은 몰랐다. 33개의 소설에서 100개의 꽃을 찾아 설명한다. 내가 꽃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아는 내용이 많았다. 그래서 더 흥미로웠다. 문학작품을 이해하고 꽃도 알게 되어 좋았다. 괜찮은 책이다.

 

101. 판소리 소리판 (정혜원, 192) / 5학년 이상

판소리를 소개하는데 색다르다. 저자가 귀명창이다. 판소리를 잘 듣는 사람이다. 문학을 전공하다 판소리에 빠져 글도 잘 쓴다. 6회 우리교육 어린이책 작가상 수상작이다. 우리나라 판소리에 크게 영향을 준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구전되는 판소리를 정리한 하은담(과 김처사), 양반으로 판소리에 빠진 권정, 아픔을 계기로 진양조를 만든 김성옥, 귀곡성에 눈을 뜬 송홍록(동편제), 명창 모흥갑과 제자 주덕기, 신재효가 판소리를 정리한 내용까지. 재미나게 읽었다. 아이들이 우리 소리에도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6월에 읽은 책 (4101, 24634)

 

추천 : 고전잡담(장희창), 얘들아 다시 불을 켤 시간이야(이대윤), 창배야 우리가 봄이다.(이상석), 콩가면 선생님 시리즈(윤여림), 중근동의 눈으로 본 성경(김동문), 어쩌다 보니 영웅 (이토 미쿠), 망나니 공주처럼(이금이)

 

 

100. 고전잡담 (장희창, 275) / 인문

고전이 된 책을 읽고 쓴 독서수필이다. 재미나다. 내가 읽은 책을 이렇게 보다니, 탁월하다. 이 책 저 책 넘나드는 솜씨가 보통 아니다. 문장이 짧고 맛깔나다. 진짜를 만났다. 이 책은 읽어야 한다. 굉장하다. 해마다 읽고 또 읽을 것 같다. 이런 소개가 무슨 필요가 있으랴! 읽어보시라. 그럼 작가가 책에서 소개하는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확 생긴다. 파우스트, 노인과 바다, 돈키호테, 데카메론을 다시 읽고 싶어졌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귄터 그라스, 이솝을 읽고 싶어졌다. 그 외에도 또 많다. 진짜 최강이다.

 

99. 마법의 지팡이 (장세련, 137) / 4학년 이상 동화

경주에 강의하러 갈 때 묵을 집을 검색하다 작가의 집을 찾아냈다. 민박집 주인이 동화를 여러 편 썼다. 경북 지역에서 활동하는 장세련 작가이다. 책 내용은 좋은데, 판형이 크고 글씨가 작다. 출판사를 잘 만났다면 더 나은 대접을 받았겠다. 밖에서는 왕따, 집에서는 동생을 괴롭히는 오빠! 오빠한테는 지지만 밖에서는 똑부러지는 동생! 동생이 우연히 오빠를 괴롭히는 친구들을 혼내주는 이야기이다. 묘사가 뛰어난 반면 여백의 미가 부족하다. 대화체를 잘 쓰지만 좋은 문장이 보이지는 않는다. 약간 부족하지만 생각보다 내용이 좋았다.

 

98. 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 (파커 팔머, 266) / 수필

파커 팔머가 나이듦이 무엇인지에 대해 잔잔하게 썼다. 이전의 책과는 다르게 가벼운 느낌이다. 파커 팔머는 천천히, 깊이, 고민하며 읽어야 하는데 이 책만은 그렇지 않다. 너무 진지하게 읽어서 책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온라인 토론모임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가볍게 읽을 걸 생각했다. 팔머는 참자아, 자신의 본래 모습으로 살아가라 한다. 주위 사람들과 사회 구조가 준 모습이 아니라. 읽으면서 이레니우스가 한 말, Full your life가 생각났다. 자기 자신으로 충만한 삶을 살라고. 함께 읽은 분들은 문장이 참 좋다고 하셨다. 7월에 토론할 때 다시 읽어야겠다.

 

97. 얘들아, 다시 불을 켤 시간이야 (이대윤, 331) / 교단일기

학교에서 외계인을 만나다서평을 써준 선생님이다. 학교에서 외계인을 만나다를 읽을 때부터 글쓰기를 시작했다며 책을 보내주었다. 책을 내는 교사가 많기 때문에 다른 책 위에 올려놓는 또 한 권의 책 정도를 예상하고 읽었다. 처음엔 그런가 했다. 아이들과 지낸 이야기를 잔잔하게 풀어놓는다. 조금씩 더 읽을수록 내 예상이 틀리다. “이 사람, 아이들에게 완전히 빠졌구나!‘ 하는 마음이 든다. 읽는 속도가 느려지고 ~! 이런 사람이 있구나!’ 하는 말을 계속 했다. 쉬운 책이지만 좋은 교사가 되어야겠다는 마음이 들게 한다. 참 좋은 책이다. 책벌레 이름을 걸고 추천한다.

 

(그림책) 키스 해링 낙서를 사랑한 아이, 카이 해링 지음

화가 키스 해링을 소개하는 그림책. 참 좋다.

<내가 늘 그림을 그리는 건 채울 공간이 많기 때문이에요.

기부하는 건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기 때문이고요.

어디에나 그림을 그리는 건 모두에게 예술이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96. 발명품 대회 도전하기, 김영산, 양성우, 260

발명품 대회에 도전하는 과정과 방법을 안내하는 책이다. 아이들이 발명 교실에 들어가면서 발명품 대회에 도전하는 이야기이다. 발명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한 선생님이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95. 함께 사는 세상 소중한 인권 (신선웅, 143)

초등학생에게 인권을 설명한다. 백설공주, 오즈의 마법사, 스머프, 피터팬 등의 이야기에서 지도자를 뽑는다. 파파 스머프는 피부색이 파래서, 도로시(오즤의 마법사)는 여자여서, 백설공주는 거울을 믿어서(종교를 말함), 피터팬은 어려서 지도자가 안 된다고 한다. 이런 편견을 깨고 지도자를 뽑는 과정을 썼다. 좀 유치해 보이지만 초등학생은 쉽게 이해하고 재미있게 읽겠다.

 

94. 지중해의 눈으로 본 바울 (케네스 베일리, 788) / 기독교

<중동의 눈으로 본 예수>가 워낙 탁월해서 벽돌 책을 샀다. 지난 책처럼 히브리 문학의 표현 방법(대구, 대조, 교차대구)으로 고린도전서를 설명한다. 표현 방법을 설명하기 위해 이사야 사례를 말하는데 이것도 대박이다. 어떻게 고린도전서 전체를 교차대구로 분석했을까? 물론 나처럼 성경에 미친놈에겐 이 책이 대박이지만 이런 책에 낯선 분에게는 무척 어렵겠다. 그래도 한 번쯤 성경을 이렇게 볼 필요가 있다.

 

93. 창배야, 우리가 봄이다. (이상석, 331) / 교단일기

이상석 선생님 글을 읽을 때는 감탄하게 된다. 고개를 끄덕이고 마음을 다잡는다. 선생님 생각이 귀하고 선생님이 만난 학생들 글이 귀하다. 이 책은 이상석 선생님이 경남공고에서 학생들을 만난 이야기다. 교실에서 일어난 일, 학생들을 돌본 일, 학생들 마음을 이해한 일뿐만 아니라 화를 참지 못해 때리고 오해한 일까지 썼다. 담임으로 만난 학생들 모두의 집을 찾아가는 가정방문 이야기(4)가 가장 좋았다. 뭐라 말하기 어렵다. 그냥 무조건 읽어야 한다. 각 장 끝에 이름난 만화가인 박재동 님이 만화를 그렸는데 재미나다.

 

92. 어린이와 죽음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307) / 인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인생수업>으로 알려진 작가이다. 삶과 죽음의 의미를 깊이 아는 분이다. 이 책은 어린이의 죽음을 다룬다. 자식을 잃고 부모가 보이는 반응이 안타깝다. 죄책감, 무력감, 회피. 대부분 미국 사례인데, 엄마는 끙끙대며 힘들어하고 아빠는 멀리서 지켜보거나 회피한다. 우리나라는 엄마들도 아빠처럼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아이의 죽음에 대해서는, 앞에서 쉬쉬 하고 뒤에서 수군댄다. 저자는 죽음에 대해 말하고, 죽은 아이를 기억하라고 한다. 동의한다. 죽음은 피하려고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다만 죽은 이를 만나는 체험(체외이탈 체험, 근사체험 등)을 다룬 마지막 장 내용은 의아했다. 그런 경험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인정하지만 책의 한 장을 할애해서 일반화해도 될까? 자녀를 잃은 사람들에겐 특별한 위로를 주지만 영적인 이야기일까? 이건 정말 모르겠다.

 

91. 콩가면 선생님이 또 웃었다. (윤여림, 169) / 3학년 이상 동화

전작보다 더 좋다. 이번에는 2학기다. <선생님의 숨바꼭질> 동화 버전 같은 느낌이다. "아이가 보이는 행동에는 아이 각자의 특징과 숨겨진 상황의 영향이 숨어있다. 아이를 알려면 마음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을 한다. 콩가면 선생님은 아이들 마음을 잘 아는 숨바꼭질 전문가이다. 한두 장면에선 울컥 했다. 참 좋은 책이다.

 

90. 콩가면 선생님이 웃었다. (윤여림, 151) / 3학년 이상 동화

아이들 마음을 잘 아는 분은 어떻게 행동할까? 강요하지 않고 살살 꼬드기겠지. 아이들이 어떤 일을 스스로 할 마음을 북돋워주겠지. 콩가면 선생님의 무표정한 얼굴 뒤에는 아이를 잘 아는 전문가의 포스가 숨겨져 있다. 아이들 처지를 잘 알고, 각각의 아이에 맞게 반응한다. 무표정하게 관심 없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도 전략인 것 같다. 선생님들은 콩가면 선생님이 전문가라는 걸 알겠지만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하다.

 

89. 세계를 바꾸는 착한 마을 이야기 (박소명, 172) / 4학년 이상

공동의 목표(또는 가치)를 세우고 사람들이 함께 이루어가는 착한 마을을 소개한다. 우리나라 성미산 마을(육아공동체), 일본의 유후인(자연과 전통을 지키는 마을), 방글라데시의 조브라(그라민 은행 1호점 마을), 태국의 푸판(자급자족 마을), 브라질의 쿠리치바(생태마을), 이탈리아의 볼로냐(협동조합 마을), 영국의 가스탕(공저무역 마을)이다. 일곱 마을에 가고 싶다.

 

88. 중근동의 눈으로 읽는 성경 신약편 (김동문, 255) / 기독교

내 성경 스승이 중근동 문화를 바탕으로 신약을 설명한다. 만화 형식으로 만들어서 읽기 쉽다. 반면 내용은 깊다. <낮은 자의 예수님을 만나는> 이야기라 하나님께서 기뻐하시겠지만 높아지려는 마음에 사로잡힌 우리나라 기독교인들은 많이 읽지 않을 것 같다. 좋은 책인데 말이다.

 

잃어버린 영혼 (올가 토카르축, 그림책)

시골 아이(또는 아메리카 원주민 아이)에게 도시를 보여주며 굉장하지 않느냐 하는 사람에게 아이가 이렇게 말했대요. “모든 것이 너무 빨라서 영혼이 따라가지 못했어요.” 이 책은 너무 빨리 움직이는 육체(와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영혼을 다룹니다. 참 좋아요. 그림을 찬찬히 살펴보면 그림마다 영혼이 아이 모습으로 나옵니다. 영혼의 주인은 다른 모습이지요. <아카데미 동행>에서 강사비 대신 이 책을 달라고 했어요. 너무 좋아요. 주제 문장은 이거예요.

누군가 위에서 우리를 내려다본다면, 세상은 땀 흘리고 지치고 바쁘게 뛰어다니는 사람들로, 그리고 그들을 놓친 영혼들로 가득 차 보일 거예요. 영혼은 주인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큰 혼란이 벌어져요. ~”

 

87. 어쩌다 보니 영웅 (이토 미쿠, 175) / 관계를 다룬 동화(5 이상)

남학생은 단순하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감정을 나타낸다. 여학생은 복잡하다. 감정을 말로 표현한다. 미묘한 말투로 상대의 감정을 흔든다. 히로 다쿠는 관계에 얽혀 힘들어지지 싫어 성가신 문제를 피한다. 그런데 옆집에 마나카 린이 오면서 자꾸 관계에 얽혀 들어간다. 마나카는 솔직하게 말한다. 상대가 싸움짱이건, 여학생 무리의 우두머리이건 상관없이.

이 책은 강력 추천한다. 문장이 짧고 대화가 많아 읽기 쉽다. 관계를 다룬 책은 이야기가 늘어지기 쉽다. 전개가 빠르게 쓴 책은 갑자기 내용이 훌쩍 비약한다. 이 책은 늘어지지도 않고, 비약도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나다. 친구 관계를 고민하는 학생들, 특히 여학생들과 함께 읽으면 좋겠다.

 

86. 1895, 소년 이발사 (이승민, 160) / 역사동화(5이상)

단발령이 내려진 시대 이야기다. 천민이던 필상이 아버지는 어떤 일 때문에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에 앞장선다. 외국 문물을 조선에 들여와 팔며,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려 한다. 아들인 필상이에게 이발 기술을 배우라고 한다. 머리카락을 깎는 사람이 거의 없는 시대에. 시대 배경이 잘 드러났고 한양의 모습을 자세하게 썼다. 이야기 전체 구조도 좋다. 그러나 플롯이 엉성해서 흐름이 끊기거나 뛰어넘는다. 단발령 당시를 다룬 책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 책이 나와서 좋다.

 

85. 사라진 교사를 찾습니다. (실천교육교사모임, 181) / 교육

실천교육교사모임 선생님 4분이 나눈 이야기를 담았다. 교사가 교육의 주체이지만 교육부는 정책을 세울 때 교사에게 묻지 않는다. 언론과 국민들도 교사를 판단의 대상으로만 본다. 교사에게 들으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교사들이 외친다. 1. 학생부종합전형과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대해, 2. 기초학력 정책과 방과후 학교와 돌봄교실에 대해, 3. 추락하는 교권과 교장 공모제 그리고 학교폭력에 대해. 과거의 사실로 현재를 판단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틀렸음을 보여준다. 이분들이 말하는 내용이 내 생각과 거의 비슷하다. 자세하게, 자료를 들어 설명해서 좋다.

 

84. 망나니 공주처럼 (이금이, 87) / 3 이상

이 책으로 <한 학기 한 권 읽기> 연수를 했다. 선생님들이 좋은 책을 만났다며 기뻐한다. 우리나라는 목적 지향이 강해서 책을 쓴 의도가 뻔히 보이는 책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토론할 내용이 한두 가지 뿐이거나 아예 없었다. 그러나 이 책은 풍성하다. 연수에 참가한 선생님들이 이야기의 힘을 느꼈다고 소감을 말했다. 한 학기 한 권 읽기 대상도서로 강력 추천한다.

 

5월에 읽은 책 3811(20533)

 

83. 엄마, 아빠 나 정말 상처 받았어. (이호철, 413) / 교육

이호철 선생님은 이오덕 글쓰기를 그대로 실천한다. 아이들 마음에 맺힌 것을 글로 풀어준다. 매 맞아 무섭고, 부부 갈등 때문에 불안하고, 집안 걱정거리를 보며 두려워하고, 자기 자신 때문에 힘들어한다. 아이들 글과 이호철 선생님 말씀이 아이를 존중하고, 아이를 잘 길러달라는 부탁으로 들린다. 교사와 부모가 읽고 생각해야 할 책이다.

 

82. 변방을 찾아서 (신영복, 144) / 인문

신영복 선생님이 현판을 써준 곳을 소개하는 책이다. 선생님 글씨가 있는 곳에 찾아가 변방을 소개한다. 허균허난설헌 기념관 내용이 궁금해서 읽었다. 해남 송지초 서정분교 <꿈을 담는 도서관>, 박달재, 벽초 홍명희 문학비와 생가, 상원사, 이세종 열사 추모비와 김개남 장군 추모비, 서울, 노무현 통령 묘석 글씨를 소개한다. 신영복 선생님 글은 강력 추천한다.

 

81. 호모 아스트로룸 (오노 마사히로, 347) / 인문

호모 아스트로룸은 우주에서 생활하는 인류를 말한다. 인간이 우주를 개발한 역사를 다룬 책이다. 저자는 우주 개발의 역사가 쥘 베른의 책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소련 과학자 콘스탄틴 치올콥스키, 미국의 로버트 고더드, 독일의 헤르만 오베르트 모두 쥘 베른의 책을 품고 로켓을 만들었다. 자세한 조사를 바탕으로 우주 개발 역사를 알려준다. 재미있다.

 

80. 우리가 하나님을 오해했다. (김형익, 273) / 기독교

책 읽는 분들이 추천해서 읽었다. 내가 평소 생각하고 고민하는 내용을 담았다. 내가 읽은 책, 존경하는 분들을 인용했다. 성경 해석도 나와 비슷하게 했다. 공감한 부분이 많지만 새롭게 배운 내용은 많지 않다. 다른 분들이 읽으면 배우고 생각할 내용이 많은 책이다. 추천하신 분들만 봐도 좋은 책임을 알 수 있다.

 

79. 난 빨강 (박성우, 125) / 청소년

교보교육재단 5월 책갈피 인성도서로 선정된 시집이다. 박성우 작가가 청소년을 위한 시를 썼다. 솔직하고 재미있다. 청소년의 생활이 잘 드러났다. 40대 후반인 작가가 청소년의 삶을 잘 아는 것 같아서 왜 그런가 했더니, 학생들을 찾아가 생각을 들었다고 한다. 색다른 시집을 만났다.

 

78. 헌터걸 3-헌터캠프의 비밀 (김혜정, 160) / 4 이상

헌터걸은 시리즈이다. 3편까지 나왔다. 화살, 그물, 표창, 매를 다루는 아이들이 나쁜 어른을 혼내주는 이야기이다. 헌터보이와 헌터걸은 좋은 편, 피리 부는 사나이와 초록눈은 나쁜 편이다. 피리 부는 사나이를 이기려면 화살, 그물, 표창, 매를 다루는 아이들이 협동해야 한다. 캠프에서 서로 다른 아이들이 마음을 열고 서로에게 다가가는 이야기이다. 아이들이 좋아하겠다. 아이들이 친해지는 과정에서 비약이 있지만 재미있고 토론할 내용도 있다. 좋은 책이다.

 

77. 불 꺼진 아파트의 아이들 (정명섭, 251) / 5학년 이상

현진, 혜진, 태성이가 사는 도시가 블랙아웃을 만난다. 전기가 나가버리자 도시 기능이 마비된다. 여름 더위를 견디지 못한 냉장고 음식은 상해버리고, 신호등이 작동하지 않아 교통이 혼란스러워진다. 한 곳만 평온하다. 냉장고도 작동하고 선풍기도 돌아간다. ‘이상한 가게에는 태양광 전지가 설치되었다. 이건 에너지 박사님이 만들어주었다. 가볍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에너지와 환경에 관심을 갖게 하는 책이다.

 

76. 손으로 보는 아이 카밀 (토마시 마우코프스키, 148) / 3학년 이상

일곱 살 카밀은 앞이 보이지 않아 불편하지만 불행하지 않다. 약간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수영하고, 자전거 타고, 학교에도 잘 다닌다. 장님, 장애인, 불구라고 말하는 사람도 카밀을 만나면 달라진다. 20개의 에피소드 모두 즐겁고 밝다. 좋은 책이다.

 

75. 바꿔! (박상기, 194)

엄마와 딸의 몸이 바뀐다. 1주일 동안. 엄마는 착하고 약하다. 집에서 큰소리 내지 않고, 힘겹게 일한다. 빵집에 파트타임으로 일하러 간다. 마루는 5학년 여학생이다. 왕따 위기에 처해있다. 아무도 마루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 씩씩하게 버티지만 힘들다. 엄마가 마루가 되고, 마루가 엄마가 된다. 그저 몸이 바뀌어 일어나는 에피소드 정도의 이야기가 아니다. 서로를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이해해야 한다는 마음을 전해주는 책이다. 황금도깨비상 수상작은 모두 추천도서이다.

 

74. 슬픈 나막신 (권정생, 244)

권정생 선생님이 일본에서 지낸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쓴 것 같다. 일본아이와의 차별, 가난 가운데서도 아이들은 함께 살아가며 자란다.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힘겹게 살아가는 모습이 안타깝다. 이때는 일본 사람들도 힘들어한다. 우리반 아이가 권정생 선생님 책을 몇 권 읽더니 "권정생 선생님 책은 다 슬퍼요." 한다. 그래서 좋다.

 

73. 그 가공할 힘 (루이스, 669) / 공상 소설

1936년 봄, 루이스의 연구실에서 루이스와 톨킨이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쓰자고 했다. 동전을 던져 루이스가 공간을, 톨킨이 시간을 맡았다. 톨킨은 실마릴리온, 루이스는 침묵의 행성 밖에서를 시작했다. 톨킨은 실마릴리온에 이어 반지의 제왕을 썼고, 루이스는 페렐란드라그 가공할 힘을 썼다. 루이스의 세 책은 우주 3부작으로 불린다. 1부는 화성에서, 2부는 금성에서 일어난다. 화성과 금성은 악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곳에 사악한 인간이 찾아가 악행을 저지르려 한다. 주인공 랜섬은 악을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악한 짓을 하는 인간을 막으려 한다. 3부인 그 가공할 힘은 지구에서 두 세력이 충돌하는 이야기이다. 루이스는 악의 세력이 사용하는 무기로 방송매체, 정부권력, 우월감과 소속감등을 들었다. 침묵의 행성 밖에서페렐란드라는 논리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그 가공할 힘은 논리보다 이야기 성격이 강하다.

 

72. 우리 가족, 숲에서 살기로 했습니다. (김산들, 333) / 일상 기록

강원도 삼척 출신 아가씨가 네팔을 여행하다 만난 스페인 남자와 결혼했다.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까? 시골마을에서도 더 들어가는 산에서 무너진 돌집을 산다. 꽤 큰 집과 마당까지 600만원에 사서 7년 동안 집을 수리한다. 전기도, 수도도 없는 곳에서 세 아이 낳고 살아간다. 집을 짓고, 아이를 기르며 새로운 가치를 배운다. 대한민국에서 배운 경쟁과 비교, 겉치레를 중요하게 여기는 유교 문화, 이런 저런 생각들이 하나둘 부딪쳐 깨지고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깨닫는 과정을 재미나게 썼다.

발렌시야 주 바스타베야에 정착한 뒤에 태양광을 설치하고 인터넷을 연결하고는 일상을 블로그에 올렸다. 색다른 삶을 알고 싶은 사람들이 늘어 방송에 나왔고, 책도 내게 되었다. 이분 어머니는 강원도 삼척시 미로면 동산리에 산다. 지난해 저자의 조카가 우리 반이었다. 고장의 옛 이야기를 들으러 아이들 데리고 할머니를 찾아갔었는데 사람 인연이 참 묘하다. 내가 책 좋아하는 줄 알고 출간되자마자 지난해 학부모인 저자의 언니가 선물했다. 참 좋은 책이다.

 

71. 올리브 가지를 든 소녀 (박건, 윤태연, 171) / 중학생 이상

파라는 팔레스타인 거주지역인 가자지역에서 산다. 가자지구에서는 이스라엘군이 미사일을 쏘고 탱크를 보낼 뿐만 아니라 전기와 물을 차단하고, 장벽을 쌓아 드나들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파라는 미국에서 온 선생님을 통해 게토에 갇혀 살던 유대인 소녀 아디나의 일기를 읽는다. 파라에게 어떤 변화가 생길까? 참 좋은 책이다. 팔레스타인을 다룬 책으로 나는야 베들레헴의 길고양이, 빼앗긴 내일, 팔레스타인 소년 사미르, 팔레스타인을 걷다, 나는 팔레스타인의 크리스천이다를 읽었다. 팔레스타인을 다룬 책으로 가장 좋았던 책은 피를 나눈 형제이다. 이 책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 10권 중 한 권이다.

 

70. 중근동의 눈으로 읽는 성경 (김동문, 287) / 기독교

김동문 선교사님은 26년 전에 나를 데리고 이집트와 이스라엘에 갔다. 그때 성경 읽는 눈을 갖게 되었다. 아랍어를 열심히 가르쳐 주셔서 지금도 여행할 때 아랍어로 인사한다. 그때 너무 배가 고파서 밥 안 주는 선교사님 흉을 꽤나 봤는데 지금은 제대로 가르쳐주셔서 감사하는 마음이 훨씬 크다. 테러가 났다고 사람들이 걱정할 때, 두려워하지 않고 렌터카로 이스라엘 여행을 다닌 것도 이분에게서 배운 걸 실천한 것뿐이다. 이 책은 그동안 우리가 들었던 내용이 당대의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졌는지 알려준다. 내용은 깊고, 만화 형식이라 재미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말씀이 실제로는 다른 뜻이어서 깜짝 놀랄 것이다. 읽어보시라.

 

69. 만복이네 떡집 (김리리, 52) / 초등 2학년 이상

만복이는 입이 거칠고 친구들을 함부로 대한다. 어느날 자기와 이름이 똑같은 만복이네 떡집을 보고 들어갔는데 이상한 떡을 팔고 있다. 쑥떡을 먹으면 사람들이 쑥떡쑥떡하는 소리가 들리고, 꿀떡을 먹으면…… 떡 값도 이상하다. 천 원, 이천 원이 아니라 좋은 일 한 개, 친구들 웃음 다섯 개…… 만복이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까?

 

4월에 읽은 책 쪽 3977(16722)

 

68. 그 해 가을 (유은실, 54) / 그림책

<내가 읽은 책>에 그림책은 거의 넣지 않았는데 이 책은 꼭 남겨두고 싶다. 유은실 작가가 권정생 선생님 이야기를 글로 썼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사람을 통해 아름다운 마음씨를 갖고 살라고 말한다. 권정생 선생님이 쓴 용구 삼촌이 생각난다. 굉장히 좋은 책이다.

 

67. 쇼코의 미소 (최은영, 293) / 소설

쇼코의 미소를 읽고 최은영의 팬이 되었다. 30대 작가가 어찌 이런 내공을 가졌을까! ‘관계를 다루는 능력이 탁월하다. 등장인물 사이의 인간관계가 각 인물의 발목을 잡는다. 서로 오해하게 만들고, 오해가 없어도 스스로 관계를 왜곡하는 모습을 실감나게 썼다. 그러면서도 따뜻하다. 나를 힘들게 한 사람이 생각나게 하는 책이다. 문장도 깊다. 아주 좋은 작가와 작품을 만났다.

 

66. 사임당이 난설헌에게 (박경남, 245) / 인문

강릉에서 나고 자란 허난설헌과 신사임당이 대화하는 형식으로 여성에 대해 쓴 책이다. 조선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게 무엇인지 썼다. 난설헌과 사임당의 이야기와 생각을 읽고 싶었다. 그러나 가족과 사회 이야기, 다른 여성 이야기가 많아서 아쉬웠다. 두 사람을 빌어 조선시대의 센 여성에 대해 말한다. 좋은 책이다.

 

65. 저는 남자고, 페미니스트입니다. (최승범, 195) / 인문

강릉에 있는 고등학교 남교사가 쓴 책이다. 남학생 800명이 기성세대와 다른 생각을 갖게 하면 조금씩 세상이 나아지리라 생각하고 살살 페미니즘을 가르친다. 일상에서 겪은 일로 설명해서 쉽고 공감이 된다. 출간 4달 만에 6쇄를 찍었으니 핫한 책이다. 내용도 좋다.

 

64. 멀쩡한 이유정 (유은실, 148) / 5학년 이상

단편 5개를 모았다. 멋지고, 대단하고, 뛰어난 사람들의 이야기는 하나도 없다. 자랑할 것 없는 할아버지, 4학년인데도 집까지 가는 길을 못 찾는 아이, 생활보호대상자로 자장면과 새우를 먹어보지 못한 할아버지와 손자, 무엇 하나 공평한 것 없는 세상을 느끼는 아이의 이야기이다. 슬프지만 따뜻하고, 우리 곁에 사는 사람들이야기이다. 정말 좋은 책이다.

 

63. 멜랑콜리 해피엔딩 (강화길 외, 335) / 소설

박완서 선생님을 기리며 작가 29명이 쓴 단편 소설을 모았다. 그러나 몇 편 외에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단편 소설은 내게 어렵다. 무슨 뜻인지 모를 내용도 많다.

 

62. 로마서와 하나님 나라 (331, 안용성) / 기독교

십자가 복음(죄의 문제를 십자가가 해결했다는 복음)의 한계와 대안을 제시한다. 신앙과 삶에 대해 고민하던 조각들이 복음에 대한 오해로 하나둘 연결되어 이해가 된다. 복음에 대한 오해가 가져오는 한계를 이해하겠다. 참 좋은 책이다.

 

61. 2미터, 그리고 48시간 (유은실, 159) / 중학생 이상

그레이브스병은 갑상선에 이상이 생긴 질병으로 오랫동안 유은실 작가를 괴롭혔다. 유은실 작가는 아파서 아무 것도 하지 못했기 때문에 글을 썼다고 했다. 그레이브스 때문에 작가가 된 셈이다. 주인공 정음이는 그레이브스병 때문에 힘들어하다가 결국 방사성요오드로 갑상선 기능을 없애버리기로 한다. 방사성요오드 치료를 받으면 48시간 동안 2미터 이내에 사람이 들어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 정음이는 혼자 치료를 받고, 병원에서 2미터 이내에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게 다니며,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와야 한다. 13평 아파트에서 가족과도 떨어져야 한다.

책을 읽으며 유은실 작가가 슬픔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추천한다.

 

60. 만국기 소년 (유은실, 178) / 5학년 이상

단편(9) 모음집이다. 유은실 작가가 후기에서 부끄럽고, 슬프고, 화나고, 나쁘고, 이해할 수 없어서 밖으로 내보이지 못한 이야기들을 이제야 말한다고 썼다. 백석에 대한 추억이 백석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 이야기(내 이름은 백석)가 되었다. 집에 책이 하나밖에 없어서 나라와 수도만 외우는 아이 이야기(만국기 소년), 슬프고 찡했다. 가난(맘대로 천 원), 할머니와 외할머니의 자존심 싸움(선아의 쟁반), 집안 분위기를 바꿔준 (손님)…… 만국기 소년, 보리 방구 조수택 두 이야기가 가장 좋았다. 가난한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59. 부활 2 (톨스토이, 404) / 문학

내가 생각하는 좋은 책은 <인간이 누구인지> 이야기하는 책이다. 톨스토이는 사람을 살피는 작가였다. 사람의 마음을 세밀하게 묘사했다. 첫째도 마음에 대한 묘사가 좋았다고 한다. 둘째도 참 좋은 책이라 한다. 함께 읽은 교사, 목사, 아나운서도 칭찬했다. 천천히 곱씹으며 읽으라고 권한다.

현대인들, 이를테면 기독교도라든가 자선가, 지극히 선량하기만 한 사람들이 아무런 죄책감도 갖지 않고 죄를 짓게 하려면? 이 문제의 해결 방법은 단 한 가지뿐이다. 즉 지금 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219-220)

 

58.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레스트 카터, 336) / 소설

내가 사랑하는 책 Top 10에 드는 책이다. (물론 Top 1010권만 있는 건 아니다.) 내용은 말할 필요 없이 좋다. 문제는 저자다. 포레스트 카터는 KKK단 리더였다.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메리카 원주민 이야기를 감동스럽게 쓰다니~ 오프라 윈프리는 포레스트 카터가 누군지 알고 나서 이 책에 대한 추천을 철회했다. 저자와 작품을 따로 생각할 수 없다며. 그러나 나는 저자를 비판하되, 작품에서 배울 점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57. 망나니 공주처럼 (이금이, 87) / 1학년 이상

이금이 선생님이 내 이름을 적어 책을 보내주셨다. (아마 출판사에서 보내셨겠지만) 우리나라 동화 작가들은 이야기를 가볍고 쉽게 쓴다. 외국 작가에 견주어 무게감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만났다. 4월에 유은실, 최은영 작가의 글을 만나고 이 생각이 줄어들었다.) 이금이 작가는 가벼운 이야기에 무게감을 갖춘 이야기를 쓴다. 딱 내가 원하는 글이다. 1학기 한 권 읽기를 이 책으로 해야겠다.

 

56. 특별한 동물원 (박주혜, 51) / 1-2학년 동화

좋아하는 친구의 관심을 끌려는 어린이 마음을 잘 나타냈다. 상상에 빠져 사는 모습도 잘 나타냈다. 특히 엄마가 아이의 상상을 터무니없다고 하지 않고 받아줘서 좋다. 쉽고 재미나다.

 

55. 로드 온 더 로드 (서종현, 271) / 여행 묵상집

저자 서종현 선교사는 문신, 썬글라스, 힙합 등 그리스도인이라기엔 낯선 모습으로 살아간다. 직업은 힙합가수, 취미는 여행이다. 45개 나라를 배낭여행으로 다녔다. 볼리비아, 파키스탄, 미얀마, 네팔, 캄보디아, 라오스…… 가기 힘든 나라만 골라 다닌 것 같다. 저자는 세상을 다르게 본다. 감상이 지나치다 싶다가도 감정이 민감하다는 생각도 든다. 좋은교사에 소개해야겠다.

 

54. 틀렸다고도 할 수 없는 (폴 콜린스, 321) / 수기+인문

책벌레 한줄 평 : 폴 콜린스는 집요하게 쓰는 작가다.

 

틀렸다고도 할 수 없는

- 아들 모건은 자폐를 갖고 태어났다. 여느 부모처럼 저자도 모건이 자폐가 아니라고 부정하고, 자폐를 고치려고 노력하고, 자폐를 받아들인다. 그러나 틀렸다고도 할 수 없는은 수기라고 보기엔 너무 집요하다.

빅토르 위고가 레미제라블에 파리의 지하수로 구조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워털루 전투 과정도 꼼꼼하게 설명했다. 대충 넘겨도 되는 내용을 집요하게 조사해서 적었다. 저자는 자폐와 관련된 내용을 집요하게 찾아내서 소개한다. 17257월 베저 강가의 도시 하멜른의 숲에서 발견된 야생소년 피터를 자폐로 연결한다.

계속 감탄하며 짜릿하게 읽었다.

- 참고문헌만 18쪽이다.

 

2. 식스 펜스 하우스

- 리처드 부스가 1962년에 영국 헤이온와이에 있는 헤이 성을 사서 헌 책방으로 만들었다. 197741일 만우절에 헤이온와이를 독립왕국으로 선포하고 자신은 왕, (horse)은 총리로 삼았다. 부스가 시작한 책마을은 유럽으로 퍼져나갔고 이젠 세계 곳곳에 생겼다. (내 페북 소개사진도 스위스 책마을에서 주인장과 찍었다.)

폴 콜린스가 새내기 작가였을 때 헤이온와이에서 미국문학책을 분류하는 일을 한다. 잘 팔리는 책, 한때 잘 팔렸던 책, 가치를 아는 사람이 없어 외면당한 책, 무너져 내리는 책……을 정리하며 책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또한 사람이 살아가는 게 무엇인지 고민한다. 책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참 좋은 책이다.

 

3. 타블로이드 전쟁

18976월 뉴욕에서 토막난 시체가 발견된다. 시체는 한 사람의 것으로 머리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 사건은 언론계 거물인 조지프 퓰리처(퓰리처 상을 만든 사람)와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에겐 기회 중의 기회였다. 두 사람은 자기네 신문을 더 팔기 위해 이 사건을 자극적으로 포장한다. 기자들이 경찰보다 먼저 사건 관계자를 만나 기사로 내고, 기자가 살인사건을 풀어간다. 심지어 증거를 빼돌리고 조작한다.

저자는 집요하게 이 사건을 찾아내서 지금 일어나는 일처럼 풀어냈다. 사건 번호만 다를 뿐 지금 일어나는 일과 똑같다. 거짓과 과장을 일삼으며 대중을 속이는 황색 언론과 방송에 대한 책이다.

 

4. 벤버드의 어리석음 : ‘성공의 역사에서는 잊혔지만 실패의 역사에서는 잊히지 않은 인물 14명을 소개한다. 14명 모두 모르겠다. 아직 읽지 않았다.

 

5. 토머스 페인 유골 분실 사건 : 상식이라는 책을 쓴 토머스 페인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 민주주의 씨앗으로 불린다. 말년에 이단자로 찍혀 버림받았다고 한다. 아직 읽지 않았다.

 

54. 젤라 그린 2 완벽한 여름방학 (버네사 커티스, 208) / 중등 이상

젤라 그린 1권이 호평을 받고 여러 상을 받은 뒤에 버네사 커티스가 2권을 썼다. 줄거리를 말하면 1권 스포가 되기 때문에 쉿~ 1권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면 2권을 읽어보시라.

 

53. 젤라 그린 1 청결의 여왕 (버네사 커티스, 208) / 중등 이상

젤라는 강박증에 시달린다. 손을 씻을 때는 오른손을 31, 왼손을 31번 문지른다. 계단 오르내리기 전에 제자리에서 128번을 뛰어야 한다. 이걸 지키지 않으면 불행한 일이 생긴다고 믿는다. 증세가 어찌나 심한지 아빠 손을 잡지도 못한다. 불결한 걸 참지 못하기 때문이다. 엄마가 죽고, 아빠가 이를 이기지 못해 술에 빠지면서 이렇게 되었다. 젤라가 비슷하지만 다른 문제를 가진 아이들이 모인 곳(포레스트 힐 하우스)에 가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좋은 청소년 성장소설이다.

 

52. 이구아나 할아버지 (박효미, 90) / 2이상

희경이가 키우는 이구아나를 할아버지는 뱀이라 부르며 질색한다. 할아버지가 희경이 집에 오면서 이구아나를 보내라 말라 갈등이 생긴다. 할아버지는 투박하고 거칠게 표현한다. ‘표현을 잘했지만 보통 책이네!’ 하고 읽다가 마지막에 놀랐다. 예상했던 결론인데도 좋았다. 아이들과 함께 읽고 할아버지, 할머니에 대해 이야기하면 좋겠다.

 

51. 그 소문 들었어? (히야시 기린, 62) / 3부터 어른까지

상대를 이기기 위해 나쁜 마음으로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모습을 실감나게 표현한 책이다. 말도 안 되는 소식이 진실로 바뀌는 과정을 잘 드러냈다. 이 책으로 좋은교사 아카데미 연수를 할 예정이다.

 

3월에 읽은 책 4040(12745)

추천 : 부활(톨스토이), 나의 아름다운 이웃(박완서), 사랑하는 안드레아(룽잉타이), 만남(송인수), 허쌤의 학급경영코칭(허승환),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

 

50. 부활 1 (통스토이, 404) / 소설

걸작이다. 그냥 읽으라 권한다. <책뜰안애> 독서모임에서 나누었다. 다들 최고라고 한다. 부활 2가 기대된다.

몇십만의 인간이 한 곳에 모여 자그마한 땅을 불모지로 만들려고 갖은 애를 썼어도, 그 땅에 아무것도 자라지 못하게 온통 돌을 깔아버렸어도, 그곳에 싹트는 풀을 모두 뽑아 없앴어도, 검은 석탄과 석유로 그을려놓았어도, 나무를 베어 쓰러뜨리고 동물과 새들을 모두 쫓아냈어도, 봄은 역시 이곳 도시에도 찾아들었다.~ 참새와 비둘기는 새봄을 맞아 아주 즐거워 보였고, 양지바른 담장 가에서 파리들도 분주히 날고 있었다. 식물도 새도 곤충도 어린애들도 모두 명랑했다. 그러나 사람들은-어른이 된 사람들은- 여전히 자기 자신뿐 아니라 서로서로를 속이고 괴롭혔다. 사람들은 이 봄날 아침이 신성하다거나 의미 깊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 온갖 만물의 행복을 위해서 신이 마련해 주신 세계의 아름다움, 즉 평화와 화평과 사람으로 우리의 마음을 끌어들이는 아름다움이 아닌, 상대방을 지배하기 위해 그들 스스로 생각해낸 일들만이 가장 신성하고 의미 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10)

어머니의 병세가 조금도 회복될 가망이 없었을 때 그는 진심으로 어머니의 죽음도 바랐던 것이다. 어머니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기 위해 바랐던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이르고 있었으나 사실은 자신이 어머니의 고통을 보는 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머니의 죽음을 바랐던 것이었다. (176)

그들은 처음에는 성가가 하나 끝날 때마다 절을 했으나 나중에는 한 번씩 걸러서 하더니, 드디어 두 번씩 걸러서 절을 했다. 그리하여 성가가 모두 끝나고 나자 그들은 저마다 기뻐했다. 사제도 안도의 숨을 길게 내쉬고 기도서를 덮고는 성장 뒤로 물러섰다. 이제 마지막으로 한 가지 의식만 끝내면 되었다. (교회를 옮기고 느낀 기쁨이 서서히 줄어들면서 지루해지는 과정과 비슷하다.)

(주인공 네흘류도프가 자기 때문에 창녀가 된 카츄사에게 죄를 고백하며 다시는 떠나지 않겠다고 하자 카츄사가) “당신은 나를 미끼로 구원을 받으려고 하는 거죠?” ~ “당신은 이 세상에선 나를 농락하고, 저 세상에 가서는 나를 미끼로 구원받고 싶은 거죠?”

매니쇼프가 이유 없이 받는 고통은 너무나 기가 막힌 것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두려운 것은 그가 당하고 있는 육체적인 고통이 아니라 그럴 만한 아무 이유가 없는데도 자기에서 고통을 가하는 잔악한 사람들로 인해 그가 품게 될 선과 악에 대한 회의와 불신이었다. (329)

 

49. 미래학교에선 뭘 배우지? (권순영, 299) / 교육

강릉에서 근무하는 초등 교사가 썼다. 1장은 미래를 보는 방법, 2-4장은 미래학자가 전망하는 모습과 교육에서의 과제, 5장은 교육방법을 제안했다. 쉬운 버전의 미래학자 전망이다.

 

48. 오즈로 가는 길(바움, 270) / 4학년 이상

오즈 시리즈 5권이다. 1-5권 중에 가장 짜임새가 없다.

 

47. 침묵의 행성 밖에서 (루이스, 238) / 공상소설

구글 행아웃으로 독서토론하는 모임에서 함께 읽었다. 선생님들이 이 책을 어려워했다. 루이스가 쓴 책은 논증, 상상 두 종류로 나뉘는데 나는 상상 쪽이 더 좋다. 침묵의 행성 밖에서는 창세기 1장 이전의 세상을 다룬다. 우주 3부작 중 2권인 페렐란드라는 창세기 3장을 다룬다. 소설이어서 재미있다.

 

46. 나의 아름다운 이웃 (박완서, 390) / 소설

박완서 작가가 1970년대에 돈벌이(?)를 위해 썼다고 말한 글을 모았다. 한 편에 5-6쪽 분량의 단편 50개를 담았다. 시대를 살짝 비판한 이야기도 있지만 재미나 반전을 드러낸 글이 많다. 글감을 찾는 눈이 대단하다. 다양한 상상력을 보여준다.

 

45.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공지영, 254) / 인문

20여 년 전에 공지영 작가가 유럽의 수도원을 다니며 쓴 글이다. 우리가 잘 모르는 수도원 모습을 알게 되어 좋았다. 문장도 멋있었다. 보통 사람 눈에 쓸데없어 보이는 고민을 끌어안고 이 생각 저 생각 하는 것도 좋았다. 글에 나타난 공지영 작가는 하나에 빠지면 헤어나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모양이다.

 

44. 하나님의 창조와 악의 잔존(존 레벤슨, 270) / 기독교

어려운 책이다. 하나님의 창조에 대한 주장을 담았는데 낯선 내용이다. 전통적인 무로부터의 창조교리를 혼돈으로부터의 창조로 바꿔 설명한다. 신학자들 사이에선 자연스런 내용인가 보다. 하나님은 궁극적으로 선하지만, 현실적으로 조건에 따라 선함이 달라진다는 내용이 불편하다. 어떤 부분은 이해가 되지만 절대성이 흔들리는 하나님에 대해서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혼자 이해하긴 어렵다. 설명을 들어야 할 책이다.

 

43. 꿈은 교실 밖에서 자란다 (심규석, 247) / 청소년, 진로, 여행

청소년을 위한 배낭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한 이야기를 담았다. 학교와 학원에 매인 학생들이, 부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여행한 과정과 성장한 이야기를 썼다. 국내와 국외를 여행하며 학생들이 함께, 자기들 힘으로 어려움을 이겨내고 자라는 모습이 좋다. 교실에 갇혀 문제만 풀기보다 넓은 세상에서 직접 부딪치는 공부가 얼마나 귀한지! 처음 만난 사람들과 낯선 곳을 찾아다니면서 스스로 행동하게 이끄는 분이 멋지다. 오타와 비문이 많은 게 옥의 티다.

 

42. 허쌤의 학급경영코칭 (허승환, 248) / 교사

나는 체계, 순서, 형식보다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하나, , 셋 하는 방식으로 방법을 설명하는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허승환 선생님 책은 예외다. ‘허승환이름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있다. 학급을 즐겁고 가치 있게 이끌어가는 방법을 소개한다. 공감하는 내용이 많았다. 그 중 몇 가지는 새내기 마음으로 다시 해봐야겠다.

그렇게 많은 훌륭한 연수들이 교실을 바꾸지 못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라 생각합니다. 강사가 그 결론에 이르기까지 과정 속에서의 고민은 가져오지 못하고, 달콤한 결론만 대뜸 교실에 적용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오랜 고민 속에 자리 잡은 학급경영 시스템아이들을 기다려주고 믿는다는 원칙 속에서 여러 가지 힘든 일을 겪어도 기다리며 진행됩니다. 하지만 형식만 빌려온 학급경영은 조금만 뜻대로 되지 않으면 바로 뭐야? 강사가 얘기한 거랑 다르잖아. 뭐 이래?’라며 버려집니다.

 

41.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 (순천 할머니들, 191) / 할머니들 글

글을 모르고 살아온 할머니들이 글을 배우고 글을 쓴다. 처음 글을 배운 할머니들이 쓴 글이라 짧고 간단하다. 그런데 몇 번이나 흠흠거리며 마음을 다잡았는데도 20(나락 한 섬)을 넘기지 못하고 울어버렸다. 남해의 봄날 출판사에서 좋은 책을 내주셨다.

나락 한 섬 (안안심 할머니 씀)

못 먹는 돼지고기와 오징어가 갑자기 먹고 싶었습니다.

시어머니는 눈치를 채고 오징어를 한 축씩 사다 줬습니다.

그렇게 호강하며 입덧을 했는데 사흘을 돌려도 애기를 못 낳고 의사를 모셔다 딸을 낳았습니다. 그런데 나락을 한 섬이나 달라고 했습니다.

시어머니는 물짠 가시내를 낳고 나락 한 섬을 줬다고 매일 잔소리를 했습니다.

나는 날마다 시어머니 눈치를 보며 숨도 크게 못 쉬었습니다.

 

그런데 그 딸이 커서 나한테 제일 잘합니다. (20)

 

40. 도로시와 오즈의 마법사 (프랭크 바움, 269) / 4학년 이상

오즈의 마법사 4편이다. 지진이 나서 도로시가 땅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식물 나라, 맹가부 나라, 목소리의 계곡을 지나 오즈로 돌아온다. 저자 바움의 상상력이 정말 뛰어나다. 아이들이 보낸 의견도 책 내용에 넣었다고 한다. 우리반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좋겠다. 읽어줘야지!!

 

39. 만남 (송인수, 303) / 기독교

송인수 선생님 북콘서트 진행을 맡았다. 질문하기 위해 읽으니 다르게 보인다. 처음 읽었을 때는 평신도 설교집을 내기까지의 삶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두 번째는 설교 내용에 대해 질문이 생겼다. 반대 의견도 생겼다. 북콘서트 자리에서 선생님 해석에 반대하는 내용을 물어도 되는지 모르겠다.

 

38. 오즈의 오즈마 공주 (프랭크 바움, 258) / 4학년 이상

오즈의 마법사 3편이다. 도로시가 파도에 휩쓸려 바퀴인간의 나라에 다다르면서 모험하는 이야기이다. 1, 2편보다 재미있다. 저자 바움이 기존 질서를 싫어한 것 같다. 대령부터 소위에 이르기까지 장교가 가득한 곳에서 진짜 일하는 사람은 병사 한 명뿐이다. 장교는 무능하고, 겁쟁이며, 이기적인데 반해 병사만 제대로 일한다. 또한 일하기 싫어하는 이들에게는 대학이 가장 지내기 좋은 곳이라는 표현도 썼다. 저자의 생각을 찾는 게 재미나다.

 

37. 사랑하는 안드레아 (룽잉타이, 299) / 대학생 이상

저자 룽잉타이는 대만을 대표하는 지성인으로 대만, 독일, 홍콩 등 여러 나라에서 살았다. 사회 현상을 분석하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명쾌하게 묘사한다. 이 책은 룽잉타이 인생 3부작 중에서 가장 먼저 나왔다. 청소년 시기의 아들과 편지를 주고받는 이야기이다. 눈으로 하는 작별은 엄마를 떠나보내는(죽음) 이야기, 아이야, 천천히 오렴은 아이를 기르는 이야기이다. 세 책 모두 빌려 읽지 말고, 직접 사서 줄을 그으며 읽으라고 권한다. 정말 좋은 책이다.

 

2월에 읽은 책 3907(8002)

강력 추천 : 36, 32, 31, 30, 23

36. 지금 여기 나를 쓰다 (이상석, 275) / 글쓰기

이상석 선생님이 쓰신 책이니 따로 소개할 필요가 없다. 그냥 사서 읽으면 된다. 1. 수행평가로 시 외우기, 학급에서 일어난 재미난 일을 쓰고, 꼼꼼하게 관찰해서 쓴 글을 소개한다.

글은 말에서 나왔고 말은 자기 삶을 드러내게 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삶이 말이 되고, 말이 글이 된다.’는 것이다. 좋은 글을 쓰자면 삶이 풍부하고 알차야 한다. 어떤 삶을 살았는가 하는 것이 그 사람의 글을 결정하게 된다. 그래서 글만 따로 떼어서 생각할 일이 아니다. 바탕은 삶이다. 삶이 풍부해야 글감도 풍성해지고 삶이 건강해야 글도 건강하다. (19)

2. 가족에 대한 이야기

고된 몸을 웅크린 채 술에 취해 자고 있다.

앨범을 보다가 아빠의 젊은 시절 사진을 봤다.

아빠를 보니 눈물이 나온다. (75)

3. 이웃 이야기 (일하는 사람들을 보고 쓴 글이 마음을 울린다.)

말하는 이(글쓴이)의 관심이 어디까지 가닿아 있는가에 따라 구체성(사실성)의 정도가 달라질 뿐이죠. 다시 말하면 대상을 얼마나 사랑하는가에 따라 표현이 달라진다는 것. 그래서 표현력은 기교와 기술에 달린 것이 아니라 대상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깊은가에 달렸다는 것. 이 말 잊지 마세요. (119)

 

4. 가난하게 살아가는 학생들이 쓴 자기 이야기

5. 순간에 낚아챈 자기들 이야기 (입시, 시험, 공부, 순간포착 + 교사들에 대한 호소)

방학 끝

누군가 내 앞을 지나간다.

우리 반 아이다. 이름을 까먹었다.

묵묵히 3일을 기다렸다.

성훈이!” 신지가 그 애를 불렀다.

! 성훈이를 찾았다. (211)

 

35. 불량하우스 (케이트 클리스, 219) / 5 이상

토론하고 싶어 하는 선생님들과 함께 읽었다. 역시 책은 읽을수록 맛이 깊어진다. 다섯 번인가 읽으니 새롭게 보이는 문장, 토론하고 싶은 질문이 많아진다. 내일 토론 연수도 재미있겠지!

 

34. 환상의 나라 오즈 (리차드 바움, 306)

오즈의 마법사를 읽은 아이들이 후속편을 써달라고 졸라서 바움이 14편까지 썼다. 그 중에 두 번째 책이다. 소녀인 진저가 오즈를 공격해서 왕이 된다. 그리고 모든 남자에게 가사 일을 시킨다. (, 바움이 양성평등을?) 다른 등장인물로 워글벌레가 나온다. 대학교에서 강의를 듣던 벌레이다. 바움은 워글벌레에 대해 워글벌레가 받은 교육에는 저기 있는 저 언덕만큼이나 낡고 오래된 것뿐이다.’라고 썼다. (어설픈 지식을 자랑하는 교육자를 싫어했나?) 그런데도 바움은 거드름 피우며 아는 척만 하는 워글벌레를 오즈의 교육부 장관으로 삼는다. 그냥 아이들 책인데 나만 심각하게 읽나?

 

33. 꿈을 지키는 카메라 (김중미, 89) / 중학생 이상

31번과 같은 시리즈다. 절친인 연서와 아람이는 명품반과 열등반으로 나뉜다. 두 아이의 집은 철거 대상 지역에 있다. 두 친구가 우열반으로 나뉘고, 이웃은 재개발로 어려움을 겪고, 이런 저런 고민이 얽힌다. 단편이라 스포방지를 위해 여기까지.

 

32. 세상을 바꾼 질문 (권재원, 199) / 2 이상

인간이 오랫동안 했던 일곱 가지 질문을 소개하고, 인류가 답을 찾아온 과정을 설명한다. 오래 전부터 내가 했던 질문, 지금도 고민하는 질문들이어서 반가웠다. 특히 내가 생각하지 못한 관점을 써주셔서 더 좋았다. 쉬운 책은 읽을 게 없었고, 어려운 책은 어려워서 못 읽었는데 이 책은 논리를 따라가기 좋았고, 생각지 못한 내용도 많았다. 어려운 내용을 논리적으로 깔끔하게 쓴 솜씨가 뛰어났다. 내용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지 않으면 이렇게 쓰지 못한다.

 

1. 만물의 근원은 무엇인가? 2. 왕께서는 어찌 이익을 말씀하십니까? 3.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진리라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가? 4. 문명이 발전할수록 인간은 더 훌륭해지는 것일까? 5. 왜 사회가 진보하는데도 빈곤은 점점 더 심해지는가? 6. 인간은 얼마나 쉽게 악마가 될 수 있는가? 7. 지속 가능한 발전은 가능한가?

 

위의 일곱 가지 질문은 독서반 학생들과, 교사 토론 모임에서 자주 토론한 내용이다. 내용이 모두 좋았지만 특히 여섯 번째 질문 내용이 더 좋았다. 인간이 악마가 되는 모습을 설명할 때 한나 아렌트가 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 빠지지 않는다. 이 책을 읽은 곳의 분위기, 시간, 읽는 내 모습이 기억난다. 내용이 깊고 어려웠다. 아이들을 보면서, 방송에 나오는 범죄 소식을 들으면서 이 질문을 자주 생각했다. 저자는 성찰 없이 결과만 쫓아가는 태도가 아이히만을 악마로 만들었다고 썼다. 목적에 대한 성찰 없이, 그 방편만을 추구하는 도구적 합리성에 매몰되어 있기는 전쟁 이후도 마찬가지이며, 오히려 더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158)

생각하지 않고 상상하지 않는 평범한 개인들이 바로 악마인 것이다. 그리고 평범한 개인들이 생각하지 못하게 하고, 상상할 여지를 가로막는 사회가 악마를 배양하는 것이다.(164)

이들(유대인을 죽인 일에 관여한 사람들)은 악당이다. 특별히 사악해서 악당이 아니라 당장 눈앞에 고통받는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가스실 안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고통을 받는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에 악당이다. 악당이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다만 둔감한 정서와 빈약한 상상력의 소유자, 자기가 하는 일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성찰하지 않거나 할 수 없는 사람이다. (150)

위의 문장을 읽으며 교사들이 생각났다. 자기 안위에 빠져 아이들을 돌보지 않는 교사, 자신이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아이 마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상상하는 능력이 없는 교사, 자기 자식 일에는 최선을 다하지만 교실에서 만나는 아이들을 귀찮게 여기는 교사…… 자기 안위에 빠져 성찰하지 않는 교사들일수록 더욱 자기 정당성을 내세웠다. 그들이 한 질문이라곤 고작 어떻게 하면 교장이 빨리 될 수 있을까?” 뿐이었다.

좋은 책에 괜한 이야기를 썼다. 이 책은 <책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교사들> 추천 책이다. 책따세 추천책이라면 그냥 읽어도 된다.

 

31. 내가 그린 히말라야시다 그림 (성석제, 85) / 소설

성석제 작가가 쓴 단편 소설이다. 그림에 소질이 있었던 아빠는 가난해서 농부 자리에 머물렀다. 아빠의 친구는 교사가 되었다. 아빠의 아들(주인공) 그림솜씨를 아빠의 친구 교사가 알아본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성석제님의 글은 정갈하고 깊다. 참 좋은 책이다.

 

30. 세계사 편력(청소년판) (J. 네루, 471) / 세계사

간디와 함께 인도 독립을 위해 노력했고, 독립 후 초대 총리를 지낸 네루가 쓴 세계사이다. 3년 동안 감옥에서 외동딸 인디라 간디에게 편지를 썼다. 편지로 세계 역사를 설명한다. 1930년대에, 감옥에서 글을 쓰려면 참고문헌을 찾기 어려울 텐데 방대한 세계 역사를 어찌 다 알았을까! 13살 딸에게 세계사를 다룬 편지라니! 대단한 집안이다. 로마와 같은 제국의 역사를 빛나는 왕국이 아니라 약한 나라를 침략한 역사로 설명하는 점이 특별하다. 예를 들어 강자는 힘이 닿는 한 모든 것을 차지하며, 더 큰 강자가 나타나 그를 때려누일 때까지는 결코 손에 쥔 것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112)”처럼. 영국의 압제에서 인도가 독립하기를 바란 독립운동가의 관점이 잘 드러났다. 세 권으로 쓴 내용을 청소년 판으로 요약했다.

함석헌 선생님의 뜻으로 본 한국 역사를 생각나게 하는 책이다.

 

29. 거짓말 학교 (전성희, 223) / 5 이상

토론에 대한 원고를 쓰다가 거짓말 학교내용이 나와서 다시 읽었다. 다시 봐도 명작이다. 사람을 대하는 일을 하는 분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전성희 작가는 거짓말을 전략적으로 가르치는 학교를 만들어, 거짓말이 인간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밝힌다. 정말 좋은 책이다.

 

28. 권정생 동시 읽기 (안도현 외, 174) / 동시+산문

권정생 선생님 시를 좋아하는 열 아홉 분의 작가가 함께 썼다. 작가들이 좋아하는 권정생 선생님 시를 소개하고 왜 좋아하는지 썼다. 어릴 적 경험을 쓴 분이 많다. 권정생 선생님과 만난 경험이나 글을 읽은 경험을 쓴 분도 많다. 좋은 분들이 참 좋은 분의 글에 대한 생각을 나누어서 좋다.

 

27. 1세기 그리스도인의 하루 이야기(로버트 뱅크스, 71) / 기독교

26. 1세기 교회 예배 이야기(로버트 뱅크스, 75) / 기독교

1세기 로마 배경이 충실하게 반영된 교회 모습과 그리스도인의 생활 모습을 이야기로 들려준다. 지금 예배와 많이 다르다. 예배 형식, 목회자가 없는 대신 이웃을 향한 사랑과 섬김이 많다. 일상을 예배로 만들어가는 모습이 당시의 예배요, 그리스도인의 삶이었다. 이렇게 예배하고 살아가도록 노력해야겠다.

 

25. 신호등 특공대 (김태호, 146) / 3학년 이상

1월에 같은 작가의 책 제후의 선택을 읽었다. 이분은 기발한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만든다. 이번에는 신호등이 살아서 움직인다. 재개발지역의 모습, 동물 보호, 우정, 사랑, 협력 등을 함께 담았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책이다. 교실에서 아이들과 읽어야겠다.

 

24. 죽음이 삶에게 안부를 묻다 (김경환 외, 208) / 대학생 이상

3월이 오면 꽃이 피면서, 부고장이 많아집니다. 주변 어른들이 말씀하셨어요. "봄이 오면 마음이 놓이고, 살고 싶은 마음도 내려놓나봐!" "날씨가 풀리면 마음이 풀리고, 죽는 사람도 많아져!" 그래서인지 겨울이 지날 때면 정말 부고장이 많아집니다.

이 책은 죽음을 겪는 사람들이 쓴 이야기입니다. 1부는 장례지도사 세 분이 '죽은 이를 만난' 이야기를. 2부는 네 분이 부모님(특히 어머니가 많다.)을 떠나보낸 경험을 3부는 쪽방촌,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유해발굴, 백남기 농민 장례, 전태일 열사, 죽음을 준비하는 기억 노트 쓰기, 저소득층 장례 후원을 다루었습니다.

저는 '죽음'을 생각하기 좋아합니다. 한때 홀로코스트에서 수용소에 갇혔던 유대인 작가의 책이라면 무조건 읽었습니다. '고통''고난'을 다룬 책, '죽음'을 말하는 책은 읽고 또 읽었죠. 그때 읽은 책이 저의 일부를 이루었지만 일상에서 떠난 이야기를 많이 읽어서 균형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일상'을 보여주어서 좋았습니다.

예전에는 장례식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았습니다. 저도 할머니와 큰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심부름을 하며 집에서 장례식을 치른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죽음'을 뉴스나 가십거리로 대합니다. 그래서 가까운 분의 죽음을 대할 때 어쩔 줄 모릅니다. 시간이 지난 뒤에, 이럴 걸 저럴 걸 하며 후회하지만 그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되죠. 이 책을 읽어보세요.

참고로, 기독교인이라면 장례 과정이 불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독교 장례도 '예수님의 마음'에서 멀어진 채 이상하게 덧칠한 형식이 강합니다. 형식에 매이지 마시고 죽음을 대하는 마음을 읽어보세요.

 

23. 이 아이들에게도 아버지가 필요합니다. (천종호, 343)

호통 판사로 알려진 천종호 판사님이 쓴 책이다. 무조건 읽어야 할 책이란 뜻이다. 판사님이 만난 아이들은 가정이 무너져 삶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아버지가 제 역할을 조금만 해줬다면 아이들이 아버지라는 기둥에 기대어 어려움을 헤쳐나갔을 것이다. 아버지가 돈 버는 일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들 곁에서 기둥이 되어주어야 한다. 삶이 바탕이 된 이야기에 다양한 책에서 읽은 자료, , 사례를 함께 제시한다. 따뜻하면서 호소력이 강한 내용을 담았다.

손수건 준비하고, 반드시 읽어보라고 강력 초강력 추천한다.

 

22. 그 밤이 있었기에 (조정태, 111) / 기독교 시집

난 어른 시를 모른다. 종교 시는 특히. 직접 표현하지 말고 돌려서 말하거나 다르게 해석하는 걸 좋아한다.

 

21. 인생극장 (노명우, 433) / 인생 이야기

김제동의 톡투유에 나온 노명우 교수가 부모님 삶의 뿌리와 줄기를 찾아다닌다. 살던 곳에 찾아가고, 당시 영화에 비춰 사회를 살피고, 사회학자의 눈으로 그들의 삶에 영향을 준 시대상을 설명한다. 처음에는 밋밋했지만 갈수록 노명우 교수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에필로그에서 책을 쓴 까닭을 설명한다. “어머니가 평생을 그저 자신의 기구한 팔자라고만 생각했던 인생의 굴곡 뒤에 커다란 사회적, 역사적 배경이 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아들은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사회학자가 되어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421)”

 

1951년 유엔군과 북한 사이의 휴전 협정이 시작되면서 어머니의 가족은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은 광주로 피난 가던 길 이상으로 위험했다. 노숙이라도 하게 되면 노인들이 큰 원을 그려 잠자리를 마련하고 그 원의 가운데서 젊은 여자들을 재웠다. 후방에 그어진 여성들만의 전선이었다. (182)

어머니는 아버지의 윽박지르기가 무서웠다고 했다. 그렇게 큰소리를 친다고 해서 아버지가 레인보우 클럽의 운영을 전적으로 도맡았던 것도 아니다. 밖으로 요란한 사람 특유의 무지막지한 빈틈을 메꾸는 일은 어머니의 책임이었다. 큰소리가 남긴 빈 공간을 어머니는 무엇으로든 어떤 방식으로든 채워야 했다. 아버지는 큰소리를 치면서도 모든 것을 책임지지 못하는 전후 남성의 표본을 그대로 따랐다. 마찬가지로 어머니는 그런 전후 남성의 뒤치다꺼리를 도맡아 했던 전후 여성의 운명을 공유했다. 작고 연약해 보이는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억척스러움, 대범하면서도 침착한 심성, 큰소리치치 않으면서도 은근하게 상대방을 설득하는 능력 등 어머니는 삶의 모든 기법을 삼거리에서 깨우쳤다. (247)

사상계 같은 잡지는 소수의 교육받은 독서 공중에게는 큰 영향력을 지녔으나, 대부분의 부모는 인쇄 미디어의 영향권 밖에 있었다. 사상계보다는 대한뉴스의 영향력이 훨씬 더 컸다. (371)

 

20. 시간 가게 (이나영, 204) / 5학년 이상+중학생

행복한 기억을 주면 시간을 십 분 번다. 윤아는 학원과 성적에 쫓기다 지쳐 시간을 거래한다. 이 거래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심각하게 생각할 즈음에 시간 가게 주인이 다른 거래를 제안한다. 이번엔 시간을 10분 돌려주면 새로운 행복한 기억을 준다는데…… 공부와 성적, 학원과 부모의 요구에 떠밀린 아이들의 실상이 잘 드러나는 글이다. 토론할 내용이 많다. 13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받았다.

 

19. 제후의 선택 (김태호, 172) / 5학년 이상+중학생

15쪽 내외의 짧은 단편(9)을 모았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기발한 아이디어,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꼴뚜기와 비슷한 방식으로 글을 썼지만 꼴뚜기보다는 문체와 분위기가 조금 무겁고 어둡다. 동물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토론하면 좋겠다. 17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받았다.

 

18. 있으려나 서점 (요시타케 신스케, 103) / 만화+그림책

일본에는 기발한 작가가 꽤 있다. 책과 서점에 대한 내용을 이런 형식으로 써내다니 재미나다. 가볍고 쉽게 책 이야기에 접근해서 아이도 읽겠다. 책에 대한 사실에 약간의 상상력과 과장을 더했다. 읽을 만한 책이다.

 

1월에 읽은 책 4095

17권을 읽었다. 너무 좋은 책이 많았다.

 

17. 주석 달린 오즈의 마법사 (프랭크 바움, 492) / 동화+해설

오즈의 마법사에 주석을 달았다. 한 구절이나 낱말, 내용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주석으로 담았다. 그림과 판본에 대한 설명, 영화와 배우에 대한 안내, 낱말에 얽힌 이야기나 관련된 사람에 대한 정보, 문장의 인용구, 특정 표현을 쓴 작가들과 작품들…… 나처럼 귀퉁이 정보를 좋아하는 독자에게 이 책은 매력덩어리다. 작가가 이야기를 쓸 때 무엇을 염두에 두는지 알 수 있어서 좋다. 예를 들어 착한 마녀는 전통적인 지혜를 조롱하기 위해등장시켰다. 허수아비가 경험을 많이 하면서 두뇌를 활용하게 되는 과정은 저자인 바움이 백지설을 믿었기 때문이다. 도로시가 물을 뿌려 나쁜 마녀를 물리친 것은, 캔자스 농부에게 물이 생명 그 자체라는 것을 알려준다.…… 정말 재미있다.

 

16. 온전한 그리스도인 (존 스토트, 142) / 기독교

존 스토트 목사님이 1980년 영국에서 개최된 그리스도인 의대생을 위한 국제 대회에서 했던 다섯 번의 강의를 책으로 냈다. 1장 인격, 2장 소명, 3장 참여, 4장 윤리, 5장 선교를 주제로 다루었다. 일상에서 이웃과 함께 살아가면서 하나님을 섬기는 삶을 강조했다. 교회, 목사, 일요일 중심의 삶이 아니라 직장, 가정, 이웃과의 삶이 그리스도인을 온전하게 하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내용이다.

 

15. 나는 오늘도 교사이고 싶다. (교사 7, 350)

,,고등학교 교사 7명이 교사로 지내온 날을 돌아보며 쓴 에세이다. 교사가 자신을 돌아보며 교사로 서가는 과정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평범한 교사로 살다가 파커 팔머의 책을 만나, 가르침이 무엇인지, 자신이 누구인지, 아이들이 어떤 존재인지 고민하게 된 이야기가 많다. 학교에서 교사가 만나는 갈등과 고민, 약한 부분과 고민하는 내용,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의 마음을 마치 내 이야기처럼 보여준다. 힘들어하다가 괜찮아진 이야기, 아이들과 괜찮게 지내다가 힘들어진 이야기가 함께 나와서 좋다. 교사만 아는 고민과 어려움이 잘 나타난 책이다. 좋은 선생이 되려고 고민하는 분, 아이들과의 관계로 흔들리는 분, 교사와 아이의 사이가 어때야 하는지 생각하는 분에게 추천한다. 정말 좋은 책이다.

 

교실 문을 닫고 교무실 내 자리에 와서 앉으면 학교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늘 고요했다. 그때 문득, 큰 사고가 나지 않는 한 내가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치는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교실에서는 나의 생각과 특성대로 학생들과 왁자지껄하면서 여러 가지를 시도해볼 수 있었지만 교실 문을 닫고 나오면 학교는 마치 고등학교 때의 교장 선생님 훈화 시간처럼 너무나 엄숙했다. 교사 생활을 하는 오랫동안 나에게 학교는 늘 교실과 교무실이라는 두 개의 다른 세상으로 분리되어 있었다. (69)

노자가 이미 2500년 전에 천하의 선생 노릇을 하지 말라고 한 이유는 남을 가르치는 것이 오히려 그의 배움의 길을 막는 것이 될 수 있음을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89)

(321)

 

14. 하나님을 향한 여정 (프레드릭 뷰크너, 182) / 기독교

뷰크너는 정말 좋아하는 작가다. 어떤 작가는 주제를 잘 다뤄서, 어떤 작가는 글솜씨가 좋아서…… 좋아하는데 이분은 낱말과 개념을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설명해서 좋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하나님을 만난(?) 여정을 소개하면서 제목을 시간 이전’, ‘시간 이후’, ‘시간 너머로 썼다. 글을 쓰고, 지난 날을 돌아보는 과정이 내 생각과 비슷하다. 조용히 생각하는 분, 글을 쓰는 분에게 추천한다.

나를 산산이 부순 그 순간의 깨달음은, 진정한 평화, 모든 이해를 초월하여 다스리는 고결한 평화는 전투에서 물러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전투의 치열함에서 얻어진다는 것이었다. 우리 자신의 목숨만을 구하기 위해 여행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우리 자신에게조차 조금씩 조금씩 사는 것을 그만두는 것이다. 세상을 위해 여행을 할 때만이 비록 그 세상이 지루하고 역겹고 죽도록 무섭더라도 우리는 조금씩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시간 속에서 얻은 결론이 아니다. 시간 저 너머에서 나를 찾아온 결론이었다. (174)

당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진실을 의심하지 마시오. 왜냐하면 세상은 경이로움으로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모든 지력을 넘어서고 모든 경이를 초월하는 진실을 의심하지 말라. 그 진실이란, 결국 그 어느 것도, 세상과 우리 자신조차도 우리네 황혼녘에서 진주처럼, 얼굴처럼 반짝이는 그 최후의 가장 깊은 사랑으로부터 우리를 영원히 끊을 수 없다는 것이다. (181-182)

 

13.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일곱 가지 교육미신 (데이지 크리스토둘루, 246) / 교육

교육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내용이 미신이라고 반박하는 주장을 담았다. <지식보다 역량이 중요하다. 학생 주도의 수업이 효과적이다. 21세기는 새로운 교육을 요구한다. 인터넷에서 모든 것을 찾을 수 있다. 전이 가능한 역량을 가르쳐야 한다. 프로젝트와 체험 활동이 최고의 학습법이다. 지식을 가르치는 것은 의식화 교육이다.> 이 일곱 가지는 모두 지식보다 다른 어떤 것- 역량, 학생 주도의 활동, 인터넷 검색, 체험 활동 등 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를 반대한다. 물론 지식을 외우게만 했던 과거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사람들이 죽은 시인의 사회에 열광하며 극장으로 몰려가는 모습을 보며 다니엘 페낙이 걱정한 내용(학교의 슬픔에 자세한 내용이 있음)을 보는 듯하다. 자세한 내용은 좋은교사 3월 호를 참고하시라.

 

12. 호빗 (톨킨, 338) / 소설

집에서 육체노동을 하다 지쳐, 아무 생각도 하기 싫었다. 좋아하는 책 호빗을 읽으며 회복되었다. 한두 번 더 읽으면 열 번째 읽는다. 그래도 좋다.

 

11.엘 데포(시시 벨, 240) / 4학년 이상

2015년 뉴베리 수상작품이다. 뉴베리 상을 받은 책 중에 만화로 쓰인 건 처음 읽었다.(다른 만화가 있는지는 모른다.) 4살 때 병으로 고도 난청을 앓는 저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썼다. 듣지 못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마음을 자세하게 드러냈다. 자연스레 듣는 사람들이 어떻게 듣지 못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지 잘 드러난다. <내게는 듣지 못하는 동생이 있습니다.>가 듣지 못하는 동생의 장점과 가능성을 드러냈다면, <엘 데포>는 듣지 못하는 아이가 관계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드러냈다. 참 좋은 책이다.

<밍기민기>도 만화책이다. 사계절 출판사에서 창작만화를 펴내는지 처음 알았다. 나는 만화를 즐기지 않기 때문에 약간 키득거리며 읽었지만 만화 좋아하는 사람은 책을 좋아하겠다. 일상의 이야기를 짧은 만화 안에 담았다. 일상의 모습을 짧게, 짧게 다룬 만화를 모아놓은 책이다.

 

10. 어느 물리학자의 세상 보기 (김찬주, 195) / 중등 이상

김찬주 교수가 2015-2017년까지 계간지 <우리교육>에 연재한 내용을 다듬어서 낸 책이다. 우주에서의 인간, 중력파와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우리가 과학이라고 오해하는 것들, 과학의 가치, 초등 교과서 오류 분석, 한국 사회의 불신 문화, 수능 오류 발굴기록, 암흑물질에 대해 설명한다. 이분은 과학 내용을 우리 일상의 일에 비유해서 설명하는 재능이 있다. 암흑물질을 비선실세로, 상전이를 사회 변화로 설명한다. 설명을 쉽게 해서 물리학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해주었다. 과학에 관심이 있는학생들이 읽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스포츠 경기처럼 유능한 과학자를 선발하여 집중적으로 지원하면 될까? 절대로 그렇지 않다. 이러한 정책은 과학의 본질에 근본적으로 어긋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방해하지 않는 것이다. 자연의 비밀을 알아내고 싶어 못 견디는 젊은 과학도들이 주변 여건에 휩쓸려 자신이 원하는 주제가 아닌 다른 주제를 연구하도록 몰아가지만 않으면 된다. 그냥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조용히 토양만 마련해주고 그 다음은 그들의 마음에 꿈틀거리는 호기심에 맡기면 된다.

 

9. 최고의 이야기꾼 구니버드 (로이스 로리, 127)

로이스 로리가 <기억전달자>와 전혀 다른 이야기를 썼다. 2학년 교실에 전학 온 구니 버드가 날마다 친구들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듣고 싶어서 기다리게 만드는 이야기. 동음이의어, 말놀이를 이용해서 친구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이야기를 다른 뜻으로 바꿔서 들려준다. 친구들이 프랑스의 나폴레옹을 생각했지만 그 나폴레옹은 강아지 이름이었다는 등의 이야기이다. 재미있다.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싶다.

 

8. 시베리아 시간여행 (박흥수, 334) / 여행기

23년간 철도 기관사로 일한 저자가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출발점부터 마지막 지점까지 여행하면서 쓴 기록이다. 직업 덕분에 기차에 대한 지식이 해박한 거야 당연하겠지만 기차가 지나는 곳에 얽힌 우리 민족의 눈물 어린 역사를 조사한 정성은 어떻게 설명할까! 시베리아 열차가 나오는 소설, 관련된 글과 책이라면 쫓아다니며 읽었다고 한다. 블라디보스토크, 우수리스크, 하바롭스크, …… 상트페테르부르크, 베를린까지 우리 민족의 역사를 자세하게 소개한다.

홍범도 장군이 트로츠키와 레닌을 만난 이야기,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에 간 여정(우수리스크부터 이등칸을 타고 가면서 검문을 피한 이야기), 대한민국 초대 국무총리 이동휘의 집, 김원봉, 최재형 등 수많은 독립 운동가를 알려준다. 우리가 잘 아는 손기정도 시베리아 횡단기차를 타고 베를린에 마라톤을 하러 갔다. 김 알렉산드라는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이다. 일본이 간도뿐만 아니라 연해주와 러시아 지역까지 독립 운동가를 죽이기 위해 잔악한 짓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도 알려준다. 내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조선인들이 이곳에서 살았고, 일본에 대항해서 싸웠고, 스탈린에게 배신 당해 강제 이주를 당했다.

저자가 북한에서 러시아로 일하러 가는 노동자들을 만난 이야기도 뜻 깊다. 평양에 사는 가족이 싸준 김밥을 나눠 먹고, 남북한 담배를 나눠 피고, 전화를 빌려주고, 사전을 바꾸고, 가족들 이야기를 나누고…… 저자는 베를린 장벽이 있던 곳에 서서 서로 갈라진 우리나라를 생각하며 글을 쓴다. 참 좋은 책이다.

가족과 함께 독일을 세 번 여행했다. 슈투트가르트에서 드레스덴까지 운전해가면서 서독 지역과 동독 지역의 차이를 느꼈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갈수록 차가 커지고, 옷이 화려해졌다. 반면 사람들이 거칠어지고, 빈부 격차가 커지고, 거리가 지저분해지고, 사람들 얼굴 표정이 딱딱해졌다. 작가가 살던 곳, 작품의 배경이 된 곳, 이름난 관광지를 본 것도 좋았지만 700km 운전길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저자가 9288km를 달리며 느낀 생각은 나보다 훨씬 진하고 강하다.

분단과 전쟁으로 얼룩진 이산가족의 삶을 생각하면 이 사회는 참으로 무심하게 치유 없는 시간을 쌓아 왔다.

 

7. 도그마는 드라마다 (도로시 세이어즈, 356) / 기독교

도로시 세이어즈는 내가 좋아하는 미국 작가들이 자주 언급한 작가이다. C. S. 루이스, 톨킨이 어울린 잉클링스의 초청멤버였다. 잉클링스는 회원이 모두 남성이었느데 여성이 거기 끼다니~ 이 책은 문학가의 상상력으로 쓴 교리이다. 원제가 더 좋다. <시들어가는 교회에 보낸 편지> 1(전체 8, 160쪽 분량)은 굉장히 좋았다. 특히 5, 6, 7장이 탁월했다. 2부 창조적 지성의 소명(전체 7180쪽 분량)은 낯설고 어려웠다. 도로시 세이어즈가 쓴 창조자의 영성처럼 어려웠다.

 

해설 (백소영 교수)

편견과 전제에 사로잡힌 동시대인들에게 온전히 이해받지 못한 채, 천재들은 빛나는 별을 가슴에 안고 피 흘리며 사는 법이다.

모든 내용들을 꿰뚫는 중심 전제는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인간의 창조적 능력이다.

하나님이 정수들을 만들었고, 나머지는 모두 사람의 작품이다. (수학자 크로네커)

세이어즈에게 신학적 언어(교리)는 시적 상상력의 세계에 속한다. 이 상상의 언어는 증명하는 게 아니라 창조하는 기능을 발휘한다. 기독교는 우주에 대한 합리적 설명이다. 다만 인간의 유한성으로 인해 그 표현 방식으로 직유나 은유를 선택할 뿐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신학은 문학과 만난다.

세이어즈에게 현대적 폭식의 죄는 곧 우리 스스로를 기계의 힘에 넘겨 준 죄이다.

세속 세계에서는 적자생존경쟁이라는 세속적 원리에 의해 살아가고, 오직 교회에 와서만 그리스도의 가르침 안에서 살아가라는 그 분열된 메시지가 현대인에게 얼마나 호소력을 갖겠는가?

 

5. 기독교 도덕

지난 19세기 반이란 세월 동안, 교회는 그들의 주님이요 주인인 그분이 남긴 이 유감스런 인상을 지우려고 열심히 노력했으며, 어느 정도 성과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들은 막달라 마리아 같은 여자들을 성찬식에서 쫓아냈고, 물을 포도주로 만든 그분의 이름으로 금주 단체를 결성했으며, 거기다가 춤과 영화 관람을 금지시키고 그런 자를 저주하는 등 몇 가지를 덧붙이기도 했다. 또 안식일을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바꾸고 그대는 일하지 말지어다.”는 본래 계명이 좀 미적지근하다는 이유로 거기다가 그대는 놀지 말지어다.”는 새 계명까지 덧붙였다. ~

~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것이 바로 그들이 세상에 심어 놓은 인상이고, 놀라운 사실은 그것이 그리스도가 낳은 인상과 천양지차가 있다는 점이다.

 

6. 다른 여섯 가지 큰 죄

교회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큰 죄는 모두 일곱 가지다. 정욕을 제외하면 여섯 가지가 남는 셈이다. 이 일곱 가지 가운데 셋(정욕, 분노, 폭식)은 온정적인 혹은창피한 죄라 부를 수 있고, 나머지 넷(탐욕, 질투, 나태, 자만)은 냉담한 혹은 명예로운 죄라고 불린다. 그리스도가 창피한 죄들에 대해서는 부드럽게 책망한 반면에, 명예로운 죄들에 대해서는 가장 격렬한 욕설을 퍼부은 점은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다른 한편, 카이사르와 바리새인들은 온정적이거나 창피한 것은 무엇이든 아주 혐오했고, 냉담한 혹은 명예로운 죄들은 중요시했으며, 서로 작당하여 그런 것을 미덕이라 불렀다. 이처럼 세속적 이해관계와 종교적 의견 사이에 불경한 동맹이 맺어진 결과, 보통 사람은 온정적인 죄를 자기 표준으로 삼은 나머지, 자기에게 넓은 마음을 주시고 의로운 분노와 함께 높은 수준의 삶과 본능을 허락하셨다고 하나님께 공공연하게 감사하게 된다. 음란하지 않고, 엄격하거나 유약하지 않고, 저 바리새인과 같지 아니하다고 감사하는 것이다.

탐욕의 죄와 나란히 어깨를 겨누는 죄는 질투다. 그것은 타인의 행복한 모습을 보기 싫어하는 마음이다. 그것이 세상의 박수를 얻어 내기 위해 내놓는 이름은 권리와 정의이고, 이런 엄격한 미덕들을 멋진 모습으로 드러내곤 한다. 먼저 나는 왜 남들이 즐기는 것을 즐기면 안 되지?”하고 그럴듯하게 물으며 시작해서, “남들은 왜 내가 즐기지 못하는 것을 즐겨야 하지?”하고 다그치면서 끝난다. 질투는 평준화의 귀재다. 만일 모두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없으면, 한 단계 끌어내릴 것이다.

지옥에 이르는 길은 좋은 의도로 포장되어 있다는 격언이 있다. 우리는 흔히 이 말이 좋은 의도를 쉽게 포기한 경우를 가리킨다고 생각하는데, 여기에는 그보다 더 깊고 더 은밀한 의미가 있다. 그 좋은 의도를 너무 완강하게 고집하다 보니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 결국 신격화되기에 이르렀다는 뜻 말이다.

 

7. 왜 일하는가

어떤 종교가 자기 삶의 90퍼센트에 관심이 없다면 누군들 그런 종교에 관심을 갖겠는가? 교회가 이지적인 목수에게 흔히 권면하는 내용은 여가 시간에 술에 취하거나 난잡하게 놀지 말라는 것과 주일을 성수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교회가 그에게 정작 해야 할 말은 이런 것이다. 당신의 종교가 당신에게 일차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훌륭한 식탁을 만드는 일이라고.

교회가, 살아 있는 영원한 진리는 일을 통해 표출되는 법임을, 단 그 일이 본질적으로 그 자체에 대해, 그 부류에 적용되는 표준에 비추어 참되고 충실한 경우에만 그럴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해 버렸기 때문이다. 세속 직업도 거룩하다는 사실마저 잊어버렸다. 어떤 건물이 좋은 교회가 되기 전에 먼저 훌륭한 건축물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말았다. 어떤 그림이 좋은 성화가 되기 전에 먼저 잘 그려질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잊은 것이다.

 

23. 알레고리를 쓰고 읽는 법

더 이상 인간의 운명과 행위는 올림포스의 신들로 해석하는 게 불가능해졌다. 로마인들은 사실 새로운 유의 도덕 의식을 계발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스인들은 불치의 지식 병에 걸려, 선하게 되려면 선을 아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철학을 늘 갖고 있었다. 최근의 일부 사상가처럼, 그들은 모든 악한 성향이 교육으로 치료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이 위기와 혼란의 시기를 맞이하여, 늘 불치의 도덕 병에 걸려 있던 로마인들은 자기 내면에서 지식과 행위 간의 불일치 현상을 발견하고 있었다. ~ 그들은 나는 더 나은 것을 알고, 또 그것이 옳다고 인정하지만 여전히 더 나쁜 것을 좇는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체험을 통해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이 딜레마와 관련해 고대의 로마 종교들이나 근래의 그리스 신들은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 그러자 그들은 동양의 신비 종교로 몸을 돌려, 자아에서 해방되고 구속 받아 일자와 하나가 되는 것을 촉구했다. 이처럼 인간론의 중심에 분열된 의지의 문제가 자리 잡고 있던 아주 중대한 순간에 기독교가 등장해서, 그들의 상태를 겨냥해 적실한 메시지를 던졌다. 기독교가 그런 상태를 끌어낸 것이 아니라 그런 조건이 이미 조성되어 있었다는 말이다.

 

6. 꼴뚜기 (진형민, 156) / 5학년 이상 동화

일급정교사 자격연수 강의를 위해 읽었다.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토론하기에 좋은 책이다. 우리나라 동화는 뻔히 보이는’, ‘뻔한표현과 이야기가 많은데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다. 아주 좋은 동화!!

 

5. 일수의 탄생 (유은실, 123) / 동화

강원도교육연수원 직무연수 강의를 위해 읽었다. 아이보단 어른이 읽어야 할 동화이다. 정말 좋은 동화!!

 

4. 엘라와 수상한 산타 마을 (티모 파르벨라, 194) / 초등 3학년 이상

엘라 시리즈 3편이다. 북유럽 사람들이 좋아하는 블랙유머(?)로 쓴 이야기이다. 1편에서는 선생님이 아이들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이야기를, 2편에서는 선생님이 실수를 저지르고 선생님의 아내가 이를 만회하는 이야기다. 3편은 선생님 실수로 선생님의 아버지가 있는 마을에 간다. 아이들은 그곳이 산타 할아버지가 사는 마을이라 생각하고, 선생님 아버지를 산타할아버지라 생각한다. 그런데 선생님과 아버지 사이가 을 쌓은 것 같다. 그래서 계속 사건, 사고가 일어난다.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읽는 책이다.

 

3. 안녕, 우주 (에린 엔트라다 켈리, 319) / 5학년 이상 동화

2018년 뉴베리 대상을 받았다고 해서 읽었다. 색다른 소재로 친구 관계를 다루었다. 읽을 만하다. 그러나 뉴베리 대상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 다른 수상작보다 이야기 전개나 문장이 부족하다. 물론 보통 수준은 된다. 뉴베리 대상이라는 기대에는 못 미친다.

 

2. 기호 3번 안석뽕 (진형민, 149) / 4학년 이상 동화

공부 잘하고, 부모가 잘난 아이들이 전교어린이회장 선거에 나섰다. 안석진은 회장 선거에 관심이 없다. 부모가 떡집을 하느라 바쁜데다가 공부도 못한다. 그러나 어쩌다 친구들에게 떠밀려 회장 후보로 나선다. <기호 3번 안석뽕!> 기발한 방법과 설득력 있는 논리로 선거운동을 펼친다. ~ 진형민 작가 책은 무조건 추천이다.

 

도서관을 훔친 아이 (알프레드 고메스 세르다, 152) / 5학년 이상 동화

스페인 작가 고메스 세르다가 2007년에 콜롬비아의 메데인시를 방문하고 쓴 책이다. 카밀로와 안드레스는 빈민가에 산다. 학교에도 다니지 않는다. 아빠에게 술을 사다주지 않으면 맞거나 쫓겨난다. 마을개선 프로그램 같은 활동으로 마을에 도서관이 세워진다. 카밀로는 도서관을 짓는 공사현상에서 벽돌을 훔쳐 자기 집 벽을 세운다. 그리고……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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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내가 읽은 책 (181권)  (0) 2022.04.09
2017년 내가 읽은 책 (172권)  (0) 2022.04.09
2016년 내가 읽은 책(180권)  (0) 2022.04.09

2018년 최고의 책 :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12월에 읽은 책 (5900, 올해 누적 49940)

181. 성경(40여 명의 저자, 1760쪽 가량)
  해마다 한 번씩 성경을 읽는다. 성경 읽은 횟수가 그리스도인의 나이라 생각한다. 성경을 모르면서, 들은 내용으로만 하나님 뜻을 주장하며 마치 자신이 하나님인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스도인이 아니다. 또한 목사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자기가 좋아하는 목사의 설명이 하나님 뜻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자신이 그리스도인인지 돌아봐야 한다. 성경은 읽을수록 새롭다. 내 인생 최고의 책이다.

180. 갈라디아서 산책 (권연경, 400) / 기독교
  갈라디아서를 몇 가지 주제로 묶어 설명한다. 갈라디아의 분위기를 설명하고, 복음을 미래의 관점으로 설명한다. 쉽게 말해 구원 받았다.’가 아니라 구원 받을 것이다가 맞다는 주장이다. 권연경 교수님 강의를 듣고 갈라디아서를 공부하면서 율법이 왜 주어졌는지 이해하는 실마리를 찾았다. 2019년에는 이사야와 갈라디아서를 함께 공부해야겠다. 25년 동안 말씀이 쓰인 배경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성서 이야기를 이해했다. 2018년부터 신약과 구약, 율법과 복음의 관계가 보인다. 선지자의 마음도 느껴진다. 번쩍 하는 희열은 없지만 은근히 맛을 느끼게 된다고 할까? 아무튼 성서는 오묘한 책이다. 갈라디아서 공부가 어디까지 갈지 기대가 된다.

179. 이대로 어른이 되어도 괜찮을까요? (이남석, 172) / 청소년 상담, 진로
  이남석 작가는 청소년을 위한 글을 쓴다. 이번 책도 좋다. 청소년이 고민하는 질문을 골라 답을 한다. 자신이 누군지 몰라, 앞으로 어떤 길을 가야 할지 몰라 외모, 진로, 공부, 가족, 친구로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대답한다. 학생의 감정을 잘 알고, 논리에 맞게 대답하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말한다. 참 좋은 책이다.

178. 사라진 조각 (황선미, 189) / 고등 이상 소설
  몸과 마음이 피곤할 때 읽어서일까, 답답하고 마음이 무거웠다. 이야기에서 숨겨진 마지막 조각이 드러나는 책의 끝부분까지 읽느라 답답했다. 무겁고 어두운 이야기를 숨죽이며 읽다가 답답하고 짜증났다. 마음이 밝을 때 읽었으면 삶의 무게를 다루었다고 말할 텐데 지금은 힘들다. 책은 사람의 감정에 따라 다르게 읽힌다. 이번 책이 특히 더 그렇다.

177. 수학의 감각 (박병하, 278) / 고등 이상
  출판사하는 분의 글에 속아 산 책이다. 그분의 글은 제목으로 봐도, 주제나 내용으로 봐도, 내가 결코 사지 않을 책을 사게 했다. 저자 박병하는 모스크바대 수학박사다. 어디라고? MIT가 아니라 모스크바하하하하~
  첫 장을 읽으며 이상한 내용에 충격을 받았다. ‘속아서 산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2인 첫째에게 먼저 읽으라고 했다. “노는 것 같으면서도 수학 공부하는 기분이라 했다. ‘그렇단 말이지?’
  책을 들고 다시 읽었다. 쭈욱~ 읽었다. ‘!’ 하며
  이 책은 철학책 같은, 인문학 책을 읽는 느낌을 주는, 수학책이다. 예를 들어보자. 무한을 설명하면서 안 된다는 생각이 가능성을 밀쳐낸다.’는 제목을 달았다. 원숭이가 거의 무작위로 쳐 대는 글자에서 의미 있는 문장이 나오는지 보는 실험으로 무한을 시작한다. ‘상상에 무한을 모셔오면 무한의 괴력을 빌려 올 수 있다.’고 설명한다. 고리타분한 수학자가 아니라 방대한 지식의 바다에서 수학을 건져내는 사람이다.
  2장의 제목은 당신 없이 나는 존재할 수 없다.’이다. 박지원의 책에 나오는 황희 정승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가 옷에서 생기는지, 살에서 생기는지에 대한 논쟁이다. 설명은 박지원의 <소완정 기문>으로 갔다가 수학의 거장 힐베르트를 지나, 소동파의 시로 끝난다. 여기서 설명하는 내용은 점과 직선이다. “What?”
  내일 학교에 가서 4학년 우리반 아이들에게 곱하기 계산 방법 4가지를 설명해줘야겠다. 기존의 곱셈식과 인도 사람들의 곱셈식은 알았지만 나머지 두 가지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거지? ‘계산을 혁신하라는 소제목으로 곱셈을 설명하는 장의 제목은 이렇다. <버스는 저절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 책은 내가 읽은 수학, 과학 책 중에 최고이다. 쿤이 쓴 <과학 혁명의 구조>만큼이나 새롭다.
  그나저나 내 지갑을 연 분은 책 이야기와 등산 이야기를 페북에 자주 쓴다. 나처럼 딱딱하게 살지 않고 부드럽게 어울려 사는 것 같다. 이분을 만나면 어떻게 이런 책을 만나는지, 출판하면서 어떤 마음인지물어보고 싶다.

176. 행복지수 1위 덴마크의 비밀(오연호, 112) / 이웃나라
  덴마크 국민들이 행복하게 사는 까닭을 아이들에게 설명하는 책이다. 저자가 덴마크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조사한 내용을 설명한다. ‘학교진로관련 내용이 많아 교사에게도 좋다. 세계 여러 나라 배울 때 아이들과 함께 읽고 우리나라와 견주면 좋겠다.

175. 달나라 이발관(김미숙, 149) / 3학년 이상 
  25쪽 분량의 단편 5편을 담았다. 첫 번째 이야기는 할아버지가 하시던 옛날 이발관에서 일어난다. 두 번째는 할아버지에게 수영을 배운 바다 아이가 겪는 일이다. 세 번째 이야기에서는 어느날 갑자기 아빠가 작아지고(존재감이 줄어드는 걸 몸이 작아진다고 표현했다.), 마지막은 콩을 싫어하는 아이들과 교장선생님의 갈등이다. 단순한 이야기에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담아서 아이들이 읽기 편하다. 그러나 내겐 별로였다. 어설프게 다른 이야기에 끼워 넣은 내용이 보인다. 어떤 내용인지는 책을 읽으면 안다.

174. 어느 독일인의 삶(브룬힐데 품젤, 310) / 인문
  괴벨스의 말을 속기로 쓰던 비서 브룬힐데 품젤의 기록이다. 정치에 무관심한 평범한 사람이 괴벨스의 수하에서 일하면서 자기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다고 주장한다. 그저 자신의 안위만 생각했을 뿐이라고. 지금 우리도 같은 주장을 만난다. 정치에 관심이 없고,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며, 개인의 삶에만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진다. 이 책은 우리 사회를 비추는 책이다. 추천한다.

173. 작가가 되고 싶어 (애드루 클레먼츠, 203) / 5학년 이상
  6학년 나탈리가 <거짓말쟁이>라는 동화를 쓴다. 친구 조가 읽고 출판대리인을 자처한다. 조는 나탈리에게 글을 끝까지 쓰라고 격려하고, 출판사에 원고를 보낸다. 나탈리는 편집자인 엄마가 자기 책을 편집해주기 원한다. 앤드루 클레먼츠는 현실에서 일어나기 어려운 일을 쓴다. 6학년이 책을 내는 일은 가끔 있지만 출판 대리인이 되어 처럼 하는 아이는 없다. 출판 과정을 알려주는 보통 책이다.

172.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인디언 연설문집, 906) / 인문
  인디언 연설문 모음집이다. 시애틀 추장뿐만 아니라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뛰어난 연설가들이었다. 그들보다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룬 사람들을 본 적이 없다. 욕심에 물든 백인들이 죽이고 빼앗고 무너뜨린 건 인간의 아름다움 아닐까? 이 책은 정말 강력 추천한다.
  "Full your Life" , 이레니우스 
 이 말을 좋아했다. 네 자신으로 충만한 삶을 살아라!!’
 나 자신으로 가득한 삶을 살아가려 했다.
 아이들을 괴롭히는 가치를 내세우는 세상에 맞서, 나만의 방식으로 아이들을 길렀다.
 행정을 앞세우고, 형식에 치우치게 하는 결과 중심의 학교에서 아이들과 글을 쓰고 자연을 거닐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점점 외로워진다.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한 채, 아이들에게 자신을 내어주며 나를 잃어가는 것 같다.
 아직도 나 자신을 제대로 알지 못해서, 나와 제대로 싸우지 못한다.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올해 최고의 책으로 꼽을만한 책이다. 인디언 연설문, 도덕률, 일화 들을 모은 책이다.
 책에 자기 자신을 알아라는 내용이 많이 나온다.
 한 구절 한 구절 모두 마음에 와닿는다. 특히 마지막 인용문이.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한다. 누구도 그대를 대신해 살 수 없다.
자기 자신과 함께 있지 못하는 사람은 당연히 타인과도 함께 있지 못한다. 자기 자신과 함께 있다는 것은 스스로에게 정직하고 솔직하다는 뜻이다.
"너 스스로 자신을 찾아나가라. 다른 사람이 너를 대신해 너의 길을 정하게 하지 말라. 그것은 너의 길이고, 너 혼자 걸어가야 하는 길이다. 다른 사람이 함께 그 길을 걸을 수는 있지만 누구도 너를 대신해 걸을 수는 없다.“
너 자신을 알고, 너 자신이 되는 법을 배워라. 너는 너 자신과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인디언들이 아이들에게 주는 가르침, 체로키 족)
자립심과 삶의 방향이 없는 사람은 누구라도 길을 잃고 헤맨다.
그들(백인들, 그리고 우리들)은 목적만을 추구한 나머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무시하고, 나아가 자기를 아는 일로부터 멀어지고 말았다.
얼굴 흰 사람들은 모든 것을 서둘러 원하며, 많은 노력 없이 그것을 얻고자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그들은 더 많은 것을 놓친다. 무엇보다도 사물에 대한 이해를 놓치게 되는데, 그것은 그들이 이해에 필요한 만큼 충분히 그 세계에 몸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지금 당장 쉽고 빠른 대답을 원한다.
  삶의 가르침은 그런 식으로 찾아오지 않는다. 단순히 자리에 앉아 진리에 대해 토론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진리는 그런 것이 아니다. 당신은 진리를 살아야 하고, 당신 자신이 진리의 한 부분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한다 해도 진리를 깨닫기가 어렵다. 진리는 아주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씩 다가오며 결코 쉽게 오지 않는다.
나는 내 형제들보다 위대하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가장 큰 적인 나 자신과 싸우기 위해 힘을 추구한다.

분량이 900쪽이나 돼서 우리 집에서는 <벽돌책>이라 부른다
첫째는 책을 읽으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싫다고 울었다.
둘째는 너무나 훌륭한 사람들이 이유 없이 죽어서 슬프다고 울었다나도 같이 울었다.
나를 나 되게 만들지 못하는 세상에 살아가면서 어디에서 자신을 찾을지 몰라 헤매는 사람들이 안타까워서.
나도 나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몰라서 더욱.

171. 갈라디아서, 어떻게 읽을 것인가 (권연경, 260) / 기독교
  권연경 교수님 강의를 듣고 책을 사서 읽었다. 구원에 대한 확신이 당장 고백하는 내용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소망의 표현이라고 주장한다. 충분히 근거가 있다. 지금까지 사람들이 옳다고 말하는 것이 근거 없는 사람들의 인식에 불과하다고 알았지만 구원의 확신도 같은 표현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성경을 천천히 다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커진다.

170. 인생 (박영선, 119) / 기독교
  믿고 읽는 박영선! 25년 전에 하나님의 열심,구원, 그 이후를 만나서 박영선 목사님 팬이 되었다. 목사님이 쓴 책은 나올 때마다 읽었고 설교도 많이 들었다. 이 책 <인생>은 깊이가 스며있다. 삶을 깊이 고민하며, 성경을 깊이 묵상한 분에게서 나오는 무게가 느껴진다. 기독교인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려면 열매를 맺으려고 노력할 것이 아니라 먼저 나무가 되어야 합니다. (73)

169. 오후도 서점 이야기 (무라야마 사키, 355) / 소설
  어릴 적의 상처를 책, 서점, 작가의 이야기로 따뜻하게 감싸주는 이야기다. 책을 찾고, 팔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이 느껴진다. 상처, 관계, 위기에 처한 서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갖는 새로운 마음…… 여러 가지 이야기가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섞여있다. 잔잔하게 끌어당긴다. 참 좋은 책이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 독자들의 수준을 보여준다고 쓴 적이 있다. 같은 수준이라면 오후도 서점 이야기는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을 것이다. 책을 아는 사람, 서점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 많다면 당연히 베스트셀러가 되어야 하는 책인데.

168. 누가복음 뒷조사, 요한복음 뒷조사 (만화) / 기독교
  누가복음은 여성을 대하는 예수님의 태도를 중심으로, 요한복음은 소수의 사람이 아니라 다수의 개인이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관점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만화이지만 각 복음서의 핵심을 잘 다루었다. 특히 요한복음 뒷조사는 탁월하다. 마가복음 뒷조사를 쓴 김민석 작가가 요한복음도 썼다. 강력 추천한다.

167. 왜 그러세요 다들 (전국중고등학생 89, 211) / 청소년
  중고등학교 문집에서 고른 글 89편을 실었다. 양철북이나 보리 출판사에서 만든 것보다는 별로다. 짧고 간단한 글만 모아놓았다. 그래도 학생들 글을 모아놓아서 좋다. 몇 편은 아주 훌륭하다.

166. 안녕, 내 뻐끔거리는 단어들 (샤론 드레이퍼, 319) / 청소년
  멜로디는 뇌성마비에 걸려 말을 못한다. 사람들은 멜로디의 장애를 보고 두뇌도 같은 수준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멜로디는 굉장히 똑똑하다. 멜로디가 메디토커라는 기계를 사용하면서 말을 한다. 친구들과 똑같이 느끼고, 똑똑하기까지 한 멜로디. 퀴즈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으로 학교 대표가 되지만 친구들이 싫어한다. 멜로디는 전국대회에 나갈까? 참 좋은 책이다. 추천한다.

165. 위시 (278, 바바라 오코너) / 청소년
  아빠가 교도소에 갇히고, 엄마는 우울증! 망가진 가족에게 사랑을 받지 못한 찰리는 친구가 없다. 싸움닭처럼 덤벼드는 찰리를 사랑으로 받아줄 사람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사에 의해 잠깐 동안 시골 이모 집에 갔지만 거기서도 싸움닭으로 살아간다. 그러면서도 날마다 가족을 만나게 해달라고 소원을 빈다. 찰리는 떠돌이개 위시본을 만나고, 조금씩 가족을 이룬다. 참 좋은 책이다.

11월에 읽은 책

164.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최혜진, 311) / 인터뷰
  프랑스에서 아홉 명의 그림책 작가와 벨기에 그림책 작가를 만나 인터뷰한 내용이다. 프랑스 작가 중 둘은 일본과 이탈리아 출신이다. 우리나라에도 책이 번역되었지만 낯선 이름이 많다. 그림책을 만드는 과정(아이디어를 얻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과정)을 소개해서 좋다. 따로 소개하겠다.

163. 열흘간의 낯선 바람(김선영, 226) / 중고등 소설
  중학생들과 토론하기 위해 읽었다. SNS로 소통하며 고민하는 학생들 이야기이다. 현실의 자신과 SNS에서의 자신 사이의 모습을 다루었다. 나는 현실을 중심에 두고 SNS를 하지만 많은 학생이 SNS를 중심에 두고 현실을 살아간다. <만남>으로 토론하려는데 어떨지 궁금하다. 토론 후에 후기를 올려야겠다.

162. 그림책으로 읽는 아이들 마음 (서천석, 398) / 그림책 소개
  소아정신과 의사 서천석 선생님이 그림책을 소개한다. 상담하면서 그림책을 읽어줬나 보다. 마음이 따뜻한 의사인 줄로만 알았는데 완전 그림책 전문가이다. 100권이 넘는 그림책을 하나하나 자세하게 알려준다. 주제별, 영역별로 묶어서 설명한다. 책 뒤에 연령별 그림책 목록까지 부록으로 넣었다. 강력 추천한다.

161. 슬픔을 맛본 사람만이 자두 맛을 안다. (장석주, 331) / 평론
  이 책은 좀 어렵다. 시인이자 비평가인 장석주 님이 읽은 책을 이야기한다. 평론가의 눈으로 본 책 내용이 낯설다. 또한 어렵다. 그만큼 깊이가 있다. 글을 쓰려면 정직한 문장 하나로 시작하라는 헤밍웨이의 말이 마음에 남는다.

160. 죽는 게 뭐라고 (사노 요코, 200) / 수필
  『100만 번 산 고양이로 알려진 사노 요코가 암에 걸린다. 2년 시한부 선고를 받고 살아온 그대로 계속 살아간다. 죽음을 두려워하지도, 극복하려 하지도, 그렇다고 얕보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천천히 읽으면 좋을 책이다.

159. 쌍둥이 천재가 간다. (엘리스 위너, 231) / 4학년 이상 동화
  독자를 참여하게 하는 문체로 썼다. 내용이 단순하고 구성이 편안하다. 아이들이 좋아하겠다. 어른이 읽으면 뭐 이래?’ 하겠다.

158. , 동백꽃 (김유정, 200) / 소설
  김유정 문학촌에 갔다. 촌장님이 김유정의 삶을 말씀하셨다. 김유정은 엄마를 여덟 살에 잃었고, 열 살에 아버지도 돌아가셨다. 슬픔, 그리움을 글에 담았다. 고향 사람들 모습도. 글이 담백하고 웃음이 담겨있다. 수학여행 가는 버스 안에서 <동백꽃>을 읽어주었다.

157. 프로젝트 수업, 배움을 디자인하다. (이무연 외, 288) / 교육
  단순한 활동에 이름만 프로젝트 수업이라 붙인 걸 많이 봤다. 이 책은 다르다. 여러 교과에서 성취기준을 가려내어 하나의 주제로 만들었다. 30-40차시나 되는 시간 동안 주제에 몰두해서 과정을 겪고 결과를 만들어내는 수업을 안내한다. 진짜 프로젝트 수업이다. 추천한다.

156. 새장 안에서도 새들은 노래한다. (마크 잘즈만, 319) / 중고등 소설
  마크 잘즈만은 퓰리처상 후배에 오른 작가이다. 새 소설을 구상하다가 청소년 범죄자 캐릭터 창조에 도움을 받으려고 청소년 범죄자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자원봉사활동을 시작한다. 잘즈만이 새장 안에 갇힌 새들과의 만남을 소설로 썼다. 아이들 삶을 좀더 건드리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상처 받은, 상처를 많이 준 아이들은 묵묵히 바라보는 잘즈만의 관점이 더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와 함께 읽으면 좋겠다. 참 좋은 책이다.

155. 불량한 자전거 여행(김남중, 239) / 5-중학생 동화
  김남중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다. 이야기를 잘 이끌어간다. 호진이 아빠는 집보다 회사를 좋아한다. 호진이 엄마는 학원비를 마련하려고 직장에 다니기 시작했다. 호진이는 공부를 싫어한다. 결과는 뻔하다. 엄마와 아빠가 싸우는 단계를 지나 무관심해져서 이혼을 꺼낸다. 호진이는 공부, 부모의 다툼, 기대감, 짓누르는 압박을 견디다 못해 몰래 삼촌에게 가버린다. 삼촌이 이끄는 자전거 여행 팀에 끼어 1100km 자전거 여행을 떠난다. 자기를 찾아가는 여행. 참 좋은 책이다. 추천한다. 진로지도에도 좋겠다.

154. 일수의 탄생 (유은실, 123) / 동화
  일수는 자기 생각을 뚜렷하게 나타내지 못한다. 적당히 중간쯤 되는 성적, 특별히 잘하는 것 없는 아이다. 반면에 일석이는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산다. 의견을 뚜렷하게 나타내며 생각이 확고하다. 일수는 일석이를 부러워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둘의 고민이 비슷해진다. ‘나는 누구이며,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참 좋은 책이다. 생각할 점이 정말 많다. 강력 추천한다.

153. 선생님과 함께 읽는 우상의 눈물 (전국국어교사모임, 125) / 단편소설
  『우상의 눈물저자 전상국 작가를 만날 일이 생겨 읽었다. 읽은 느낌은, 한 마디로 짜릿했다. 엄석대 같은 아이 기표를 무너뜨리는 과정이 놀랍다. 눈에 보이는 폭력보다 보이지 않는 폭력이 더 무섭다. 보이지 않는 폭력의 위험을 외치고 다녔기 때문에 이 소설이 더 마음에 들었다.

152. 시가 있는 바닷가 어느 교실 (최종득, 206) / 교단일기
  바닷가 학교에서 아이들과 시를 쓰는 선생님 교단일기다. 아이들이 쓴 시가 낯설지 않다. 꼭 내가 만난 아이들이 쓴 시 같다. 선생님 마음도 나와 비슷하다.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 가장 나와 비슷한 작가인 것 같다. 이분, 만나고 싶다.

151. 선생님도 아프다.(양곤성, 243) / 교육, 상담
  학생들과, 동료들과, 교장이나 교감과 지내면서 상처 받는 선생님들 사례를 보며 마음이 찡했다. 내가 고민한 이야기,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이야기 들이다. 상담 전문가답게 원인을 감정에서 찾고, 마음을 토닥이며 대처 방법을 알려준다. 관계로 힘들어하는 교사들에게 추천한다.

150. 아몬드 (손원평, 233) / 청소년 소설
  ‘는 알렉시티미아(감정 표현 불능증)로 인해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두려움, 무서움, 슬픔, 기쁨을 느끼지 못해서 이상한 아이로 살아간다. 다른 사람 감정을 공감하지 못하는 건 불편함을 너머 불행하다. 갑자기 닥친 사고로 할머니가 죽고 엄마가 식물인간이 돼도 는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머리와 가슴의 연결을 끊어버린 감정 표현 불능증조차 막지 못하는 일이 일어난다. ‘는 과연 타인의 감정을 느끼게 될까?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좋은 책이다. 토론하고 싶은 주제가 많다.

149. 악당 와콘과 쌍둥이 남매 (로베르토 곤살레스 외 엮음, 김용철 그림, 181)
  남미 민간설화를 모은 책이다. 사랑 이야기가 많다. 사랑이 가로막히고, 사랑을 뛰어넘고, 사랑하다 꽃이 되고…… 40-50년쯤 전에 할머니한테 들을 법한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아름답게 보이지는 않았다. 왠지 유치한 느낌이다.

10월에 읽은 책

148. 갈라디아서, 복음을 만나다. (팀 켈러, 296)
  권영경 교수님 강의와 함께 읽었다. 교수님 강의를 들으니 다른 생각이 든다. 내년에는 갈라디아서를 공부해보고 싶다.

147. 미출간 소설(페친, 출간하면 230쪽 분량) / 소설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학생이 소동을 일으킨다. 친구들은 슬슬 피하고 교사들도 힘들어한다. 그래도 분노조절장애 학생을 친구로 대하는 친구가 있다. 학생을 도와주려는 교사도 있어서 학생을 도와주려 한다. 분노조절장애의 원인을 찾아 학생에게도, 주변 사람에게도 소망을 주는 이야기이다. 내용이 참 좋다.

146. 무적 수첩 (김미애, 100) / 3 이상
  ‘방나무는 약점을 적은 수첩으로 친구들을 마음대로 부리는 현대판 엄석대 같은 아이다. 마루는 방나무에게 약점을 잡혀 졸병처럼 지냈다. 어느날 방나무의 수첩을 갖고 나무처럼 변한다. 과연 마루는 엄석대가 될까? 착한 아이로 돌아올까? 다음주에 동해시에 있는 학교 학생 28명과 수업한다. 아이들은 어떻게 읽을까?

145. 호모데우스 (유발 하라리, 550)
  사피엔스가 조금 더 재미있다. 물론 호모데우스도 흥미롭다. 사피엔스를 더 차분하게 쓴 것 같다. 사피엔스가 좋은 반응을 일으키자 자신의 생각을 더 드러내어 쓴 것 같다. 합리주의로 무장한 세속주의자의 관점이 더 강해졌다. 어디서 이런 정보를 찾아냈지 하는 마음이 컸지만 그의 주장에는 반대한다. 5주 동안 독서반 학생들과 함께 읽었는데 학생들도 저자가 지나치다고 말한다. 다음 주에 학생들이 어떻게 글을 쓸지 궁금하다.

144. 아빠와 함께 하는 독일 자전거 여행기 (강덕치, 198) / 여행
  독일에 사는 아빠가 초등학생 두 아들과 자전거로 독일을 여행한 기록이다. 20년 전 이야기이지만 재미나고 부럽다. 내가 갔던 곳을 이야기할 때는 거기 있는 것 같았다.

143. 사랑하는 친구에게 (유진 피터슨, 176) / 기독교
  유진 피터슨이 교회로 돌아온 친구가 있다면 해주고 싶은 말을 편지로 썼다. 목사들이 흔히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 목자가 할 만한 이야기를 해준다.
 → 오랫동안 신앙을 떠나 살았던 지난 세월을 후회하는 일은 이제 그만 하게나. 후회는 모든 종교적 감정들 중에서 가장 쓸모없는 것이고, 회개와는 거의 정반대 되는 감정이지. 하지만 사람들은 종종 두 가지를 혼동한다네.
 → 좋은 교회를 찾는그 난리는 도대체 어떻게 시작이 된 건가? “내 형제들 중 지극히 작은 자?”가 품고 있는 거룩한 순종의 열정에서 나온 건 절대 아닐 걸세. 이렇게 각각의 취향에 맞는 교회를 찾으려 드는 교회 쇼핑 심리는 영적으로 파괴적인 것일세. 우리의 예배 취향에 맞추려 드는 교회의 예배는 좋을 것이 하나 없다네.
 → 오늘날 장삿속으로 내놓은 많은 신앙 지침서들의 문제는 그것이 약간의 성수를 뿌린 자립 심리학에 불과하다는 데 있지. 아니면 화기를 돋우는 응원 문구로 강화시킨 낡은 기업가적 아메리칸 드림이든가.
 → 전자네의 리더십 자지를 발견한 목사님이 자네를 사역에 끌어들이려고굳게 결심했다는 편지 읽었네. 나라면 자네가 매주일 예배를 드리고 월요일에는 실험실로 출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사역에 참여하고 있다고 생각할 텐데 말이야. 차차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될 줄 알았네. 미리 경고를 했어야 했는데. 아마 집사님들과 함께 병든 노인들을 매달 방문한 것이 목사님의 주목을 끈 계기가 되었을 걸세. 정말 안 됐네. 목사님은 자네가 새 건물 건축 계획을 진행시켜 주길 바란단 말이지. 자네가 그 일을 해야 되냐고? 전혀 그럴 필요없네.
 목사들은 이런 일에 악명이 높다네. 하지만 거기에 맞추어 주어야 할 이유는 전혀 없어.~
 유진 피터슨은 무조건 읽어도 된다.

142. 민주주의의 등불 장준하 (김민수, 276) / 중학생 이상
  장준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펴낸 책이다. 장준하 선생이 살아온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선생님은 백성들이 제 목소리를 내며 사는 나라를 이루기 위해 글과 행동으로 독재에 맞서 싸웠다. 먹을 게 없을 정도로 가난했고, 위협과 협박에 굴하지 않아 감옥살이를 했지만 굽히지 않았다. 지금도 누가 장준하 선생을 죽였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141.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미치 엘봄, 205) / 인문
  20년 전에 읽었을 때보다 감동이 줄었다. 글 잘 쓰는 칼럼니스트가 좋은 콘텐츠를 포장한 느낌도 든다. 모리 교수가 말하는 내용이 대부분 내가 고민한 것들이어서 그런가 보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본질에 충실하라는 내용이 많다. 무엇보다 사랑하라는 말을 되풀이한다. 여전히 좋은 책이다.

140. 스프링벅 (배유안, 218) / 중학생 이상
  교보교육재단 책갈피 독서편지쓰기 대회에 이렇게 소개했다.
  <젊음은 눈부십니다. 아름답고 활기찹니다. 제 멋에 겨워 세상을 향해 달려 나가는 모습이 마치 스프링 벅이 뛰어오르는 것 같습니다. 이게 젊음의 모습입니다. 두려워하건 아니건, 드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젊음은 멋지고도 멋집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학생들은 젊음을 만끽하지 못한 채 고통스럽게 보냅니다.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무게에 짓눌려 하루의 절반을, 때로는 그보다 더 오래도록 의자에 앉아 공부합니다. 게다가 어른들이 마음을 짓누릅니다. 공부하라고, 조금만 더 하라고, 학생이 해야 할 일은 경쟁에서 이기는 것뿐이라고 말합니다. 무작정 대학만 바라보고 뛰라 합니다.
  스프링 벅은 아프리카에 사는 양입니다. 일정한 숫자가 모이면 좋은 풀을 뜯어먹기 위해 뒤에 있던 양이 앞으로 나섭니다. 그러면 다른 양도 앞으로 나서고 무리가 점점 앞으로 나서기 경쟁을 하면서 달립니다. 무리에 속도가 붙으면 왜 달리는 지도 모르고 그냥 달립니다. 절벽에서 떨어질 때까지. 한두 마리가 달리기 시작하면 밑도 끝도 없이 무작정 달리는 스프링벅 무리가 꼭 대학을 향해 달리는 학생들 같습니다.>

139. 나와 공동체를 세우는 수업 나눔 (김효수 외, 268)
  좋은교사 수업코칭연구소 선생님들이 함께 썼다. 수업장학은 교사를 힘들게 하고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형식에 치우쳐 본질 근처에도 못 가던 수업 장학을 수업 나눔으로 바꾸면 어떨까? 이 책은 수업 나눔의 실제 사례를 소개하며 수업 나눔의 원리와 방법을 소개한다.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아이들과의 관계와 수업이다. 그런데 교사들은 수업에 대해서 말하기 힘들어한다. 수업 나눔은 교사 자신을 살피고 수업을 교사-아이의 관계로 살핀다. 좋은 책이다. 특히 과정을 안내하는 책이어서 더 좋다.

9월에 읽은 책

이번 달에는 좋은 책이 많았다. 읽은 책도 많았고.
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인문), 상냥한 수업(교육), 날마다 한일전(소설) 강력 추천한다.

138. 날마다 한일전 (김동환, 이기범, 206) / 청소년 소설
  장수와 동호는 교내 여행 답사 동아리 활동으로 일본에 갔다가 유키와 미쿠를 만난다. 이성에 대한 호감으로 메일을 주고받다가 유키와 미쿠가 한국에 놀러온다. 여행안내를 하면서 역사문제로 부딪친다. 소녀상 앞에서 위안부 이야기를 듣고 유키와 미쿠는 충격을 받는다. 다음에는 장수와 동호가 일본에 가서 군함도를 방문한다. 한일 관계를 네 학생의 여행으로 잘 풀어냈다. 이성에 대한 관심이 한일 관계의 긴장을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한일 관계를 토론하면 좋겠다. 참 좋은 책이다.

137. 전시조종사 (258, 생텍쥐베리) / 소설
  생떽쥐베리는 뛰어난 조종사였다. 비행기 착륙장치를 개발하여 12개의 특허를 취득했다. 프랑스-카사블랑카 노선을 개발했고 세계 곳곳에서 오랜 시간 비행했다. 2차세계대전 중에 5회만 출격한다는 조건으로 복귀하여 1944717일에 이미 8회 출격을 마쳤다. 731일 오전 830, 리트닝 기지를 출발, 프랑스 본토 정찰을 마치고 돌아오지 않았다. 코르시카 남방 백 킬로미터 지점에서 격추된 것으로 보인다.
 <전시조종사>1941년에 집필했다.
  피난 가는 사람들에 대한 묘사가 오래 남는다. 생텍쥐베리는 마을을 떠나라는 말 한 마디에 주민이 모두 도로로 나서는 모습을 불편하게 바라본다. 어리석은 짓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그냥 있으라'가 아니라 그 길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모르면서 떠나야만 하는 처지를 슬프게 바라본 것 같다.
  자신이 비행기를 타고 적진을 촬영하는 것이 갈 길 없는 도로에서 끝없이 기다리는 피난민 같다고 생각한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계속 그 길을 가는 건 희망이 있기 때문이겠지.

생떽쥐베리가 굳이 미국에서 프랑스로 다시 간 까닭, 위험이 가득한 곳으로 비행한 이유가 이것 때문 아닐까?
  <자기보다 위대한 존재인 하나님의 사자인 이상, 어느 누구도 실망할 여지가 없다. 실망이란 자기 안에서 하나님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이다. ‘희망의 임무는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 “그대는 자신이 정말 소중하다고 믿는가? 그대의 실망 속에는 엄청난 자만이 깃들어 있나니……
  ~ 각자가 모두를 책임 지게 하였고 모든 사람들이 또한 각자를 책임 지게 하였다. 한 개인은 한 집단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 그렇다고 이것이 결코 어리석은 수학 놀이를 뜻하는 건 아니다. 그건 결국 개개인을 통하여 인간에게 돌아가는 존경을 뜻하는 것이다. 사실상 나의 문명이 지닌 위대함이란, 백 명의 광부가 매몰된 한 명의 광부를 구해 내기 위해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는 데 있다. 그들은 이른바 인간을 구해 내는 것이다.>

136. 상냥한 수업 (하이타니 겐지로, 207) / 인문, 교양, 교육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만큼이나 좋은 책이다. 선생님이 만났던 아이들 이야기를 해주는데 따뜻하고 마음이 울렁인다. 이런 마음으로 아이들 앞에 서야지, 계속 아이들과 글을 써야지, 이 글은 아이들에게 읽어줘야지, 이렇게 수업하고 싶다…… 하는 마음이 생긴다. 잔잔하게, 소박하게, 그렇지만 따뜻하게, 울림을 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

135.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593) / 인문
  인간의 역사를 인지혁명, 농업혁명, 인류의 통합, 과학혁명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역사책은 이미 설명한 책을 살짝 바꿔 설명하는 게 대부분인데, 유발 하라리는 새로운 눈으로 역사를 설명한다. 통찰력이 굉장히 뛰어나다. 첫 쪽부터 강력하다. 저자가 정말 박학다식하다. 지금까지 배운 역사가 고정관념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들과 호모데우스를 토론하면서 따로 사피엔스를 읽었는데 이 책부터 토론할 걸 그랬다. 이 책으로 인간의 역사에 대해 토론하고 싶다.
  궁금한 점은, 저자의 진리 개념이다. 유대인이면서 유대교 계율을 따르지 않는다. 절대 진리를 부정한다. 눈에 보이는 증거만을 인정하여 진화론, 합리론, 과학주의, 증거주의를 따른다. 그런데도 히브리 대학에서 가르친다. 유발 하라리가 안식일에 무얼 할지 정말 궁금하다. (동성애자라고도 하던데)

134. 학교의 품격 (임정훈, 264) / 교육
  학교를 공간으로 본 책이다. 교문, 현관, 교장실, 교무실, 창문, 복도, 운동장, 급식실, 화장실, 책걸상까지 학교의 구석구석을 살폈다.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오랜 시간을 지내는 공간이 차갑고 딱딱하다. 학교는 학생의 성장을 돕기보다 잘 관리하는 효율성을 앞세운다. 이래선 품격이 서지 않는다. 학교가 어떤 공간이어야 하는지 잘 보여준다. 책 내용을 얘기했더니 교감, 교장 선생님이 빌려달라고 한다. ‘충격 받으실 텐데……

133. 봄날의 곰 (송미경, 95)
  『돌 씹어 먹는 아이를 쓴 송미경 작가는 상상력이 참 좋다.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지만 읽고나면 '우리 이야기'처럼 느껴지게 글을 쓴다. 늘 똑같은 일상을 사는 아이들의 교실에 곰 한 마리를 보내 사건을 일으킨다. 우리의 삶을 재미나고 즐겁게 만드는 ''이 무언지 찾아보면 좋겠다. 좋은 책이다.

132. 돌 던지는 아이 (서성자, 194) / 역사동화
  고려시대 무신들이 문신을 몰아내고 권력을 잡았다. 차별과 멸시를 당하던 무신들이 권력을 잡았지만 그들은 차별하는 자들과 똑같이 행동했다. 노비들은 여전히 사람 취급을 받지 못했다. 만적과 노비들이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반란을 계획한다. 2의 이의민이 되어 차별을 없애겠노라고. 노비 뭉개와 양반 지상이의 우정이 아름답다. 결말도 멋지게 잘 썼다. 추천한다.

131. 말랑말랑 그림책 독서토론 (강원토론교육연구회, 316)
  그림책의 기본정보(저자, 줄거리, 주제)을 알려주고 독서활동을 한 사례를 소개한다. 전체 5부 중에서 최고봉 선생님이 쓴 1부는 좋다. 2부는 괜찮고, 3-5부는 비슷한 내용이 되풀이된다. 서로 다른 그림책을 알게 되어 좋지만 뒤로 갈수록 지루한 느낌이 든다. 3-5부에서 사례를 소개한 선생님들이 모두 똑같은 순서로 수업했다. 대략 정리하면 이렇다.
활동 1 : 토론책 표지 보고 내용 예측하기, 질문 만들기, 전기수 읽기,
활동 2 : 연꽃 발상, 빙고(더하기 빙고, 빼기 빙고, 핵심 낱말 빙고)
활동 3 : 사모아 토론, 피라미드토론, 모서리토론
활동 4 : 인물 관계도 그리기, 상장 만들기, 독서 신문, 그림책 다시 만들기 등
 넓게 보면 독서토론이 맞지만 좁게 보면 독서활동이다. (: 한 줄 글쓰기를 한 것도 토론이라고 했는데 과연?)
  또한 구어체 말투가 많고 문장이 길어 읽기 힘든 부분이 있다. 길지 않은 문장에 주어가 3개나(가수가, 노래는, 가사가) 있다. (: ~이라는 가수가 부른 이 노래는 행복한 순간들을 담은 가사가 학생들과 부르기에 좋습니다.)

130. 선사시대 제물이 된 찬이 (최영미, 103) / 역사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내용을 쉽게 풀어 쓰는 방법으로, 아이를 당시 시대로 보내 거기서 겪는 일로 시대를 소개하는 방법이 있다. <노빈손> 시리즈, <스쿨버스> 시리즈가 인기를 끈 건 어려운 내용을 재미나게 풀어 썼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종류의 책 중에서도 잘 쓰였다. 선사 시대만을 배경으로 삼아 짧게 썼다. 선사 시대의 정보뿐만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삶을 느끼게 만들었다. 좋은 책이다.

129. 징코프, 넌 루저가 아니야. 제리 스피넬리, 238
  <하늘을 달리는 아이>의 저자 제리 스피넬리의 책이다. 약간의 과장+살짝 설명하는 투+쿨하게 써내려가는 문장, 문체만 봐도 딱 스피넬리다. 징코프는 대한민국에서 루저로 불릴 가능성이 높은 아이다. 달리기가 느리고, 공부도 못하고, 분위기 파악은 더 안 된다. 그런데도 징코프는 늘 웃는다. 징코프의 부모는 단 한 번도 비교하는 말을 하지 않는다. 참 멋진 아이지만 친구가 없다. 스피넬리는 약자를 위하는 이야기를 자주 쓴다. 차분한 내용으로 슬쩍 감동을 주는 책이다. 그래서 지루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128. 불균형 (우오즈미 나오코, 168)
  <불균형>은 일본에서 가장 권위있는 상 중 하나인 고단샤 아동문학 신인상을 수상한 작가의 책이다. 청소년들의 아픔을 잘 드러냈기 때문에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는 초등학교 5-6학년 때 왕따를 당했다. 중학생이 되면서 '쿨하게 살자''친구를 사귀지 말자'고 다짐했다. 교실에 있지만 교실에 있지 않는 상태로 살아간다. 상처 받지 않기 위해. 그러나 아무리 쿨하게 살려 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다. 청소년기의 불안과 고민, 아픔을 잘 드러냈다. 왕따, 학교폭력을 다룬 참 좋은 책이다. 균형을 잃은 관계를 극복하고 균형을 잡아가는 이야기이다.

127. 해바라기 카짱 (니시카와 츠카사, 215) / 어른을 위한 동화
  일본 작가인 니시카와 츠카사가 초등학교 시절에 겪은 일을 쓴 자전적 동화이다. 그는 자기만의 질문과 생각에 빠져 읽고 쓰지 못한다. 특수학급 아이들과 노는 걸 더 좋아한다. 4학년 때까지 1+1도 제대로 몰랐는데 4학년이 끝나면서 모리타 선생님을 만난다. 개학하기 전 2주일 동안 선생님과 공부하면서 자기가 바보가 아니라고 깨닫는다. 자신의 질문에 대답하는 선생님을 만나면서 니시카와 츠카사는 공부하는 아이가 된다. 아이를 대하는 태도, 질문, 격려 모두 본받고 싶다. 실제로 이런 선생님이 있다니 부럽다.

126. 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 (델핀 미누이, 242) / 르포
  지금도 계속되는 시리아 내전, 독재자 아사드 정권이 다라야를 4년 동안 포위했다. 사람도 물건도 드나들지 못하는 곳 다라야는 사린 가스 공격을 받았다. 포탄이 떨어져 사람들이 지하로 스며들었다. 그곳에 갇힌 사람들이 책을 모아 지하에 도서관을 만들었다. 독재자와 극단주의 이슬람 세력 사이에서 책을 읽고, 의견을 나누며, 자유를 향한 발걸음을 내딛는다. 힘을 가진 독재자에 정신으로 맞선 사람들이 보여주는 희망의 이야기다.
 → 그렇게 소란한 가운데서도 무너진 건물의 잔해에서 수천 권의 책을 구해내어 모든 주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곳에 모아 만든 책으로 된 피난처이야기도 해주었다. 아흐마드는 잿더미가 된 어느 저항자들의 도시에서 문화유산을 구해내고자 탄생한 이 프로젝트에 대해 몇 시간 동안 상세히 들려주었다. 쉴 새 없이 퍼붓는 폭격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리고 허기짐에 대해서도, 허기를 달래기 위해 책으로 만든 수프, 정신을 살찌우려고 미친 듯이 읽어댄 그 모든 책, 이 도서관은 포탄에 맞서는 그들만의 은밀한 요새였다. 책은 대중 교육을 위한 무기였다. (13)
 → 살아남은 그는 책이 주는 유익함을 믿었다. 몸의 상처를 치유할 수는 없다고 해도, 마음의 상처를 달랠 권리는 있는 것이다. 책을 읽는 단순한 행위가 아부에게는 엄청난 위로였다. 그것은 도서관을 세우면서 알게 된 감정이었다. 그는 한가로이 책장을 넘기는 것이 좋았다. 끊임없이 책장을 넘기며 훑어보는 것, 마침표와 쉼표 사이에 몰입하여 길을 잃는 것, 미지의 대륙을 탐험하는 것.
 “책은 지배하지 않습니다. 책은 무언가를 선사해주죠. 책은 거세하지 않습니다. 책은 성숙하게 합니다.”
 → 전쟁의 그늘에서 문장은 다시 새로운 감동을 준다. 모든 것이 사라질 위기 속에서 그것은 남은 시간에 대한 표적과 같았다. 모든 단어, 즉 폭탄에 저항하는 지혜와 희망 그리고 과학과 철학의 언어로 전율했다. 책장 선반 위에 완벽하게 분류된 언어들은 견고하고, 꿋꿋하고, 자신감이 넘치며, 강인하고, 용맹하며, 믿을 만하고, 진실이 깃들어 있었다. 이 문장들은 성찰의 궤적과 수많은 사상, 해방을 위한 이야기들을 전해주었다. 온 세상이 손 안에 있었다.
 책을 통한 이들의 저항은 매력적이었다. 이 저항을 보자 나는 15년 전 테헤란의 서민 지역인 남부에서 만났던 이란의 한 미용사가 떠올랐다. 그 미용사는 자기 미용실을 여성을 위한 독서 공간으로 바꾸었다. 어느 날 카이로의 교통 체증 속에서 마주쳤던 책 자전거도 생각났다. (42-43)
 → 오마르는 병참선에 자신의 작은 도서관도 만들었다. 모래주머니 뒤로 틈을 메워 완벽하게 정렬한 10여 권의 책으로 꾸민 도서관이었다. 이 콘셉트는 다른 아사드 반군들에게도 영감을 주었다. 폭탄이 잠잠해지면 이들은 책을 돌려가며 읽고, 독서에 대해서 서로 조언했다. (72)
 → 혼돈이라는 이름의 잡지 : 아흐마드와 다라야의 다른 운동가들은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고자, 그리고 절망감으로 과격화하는 것을 막으려고 이 엉터리 잡지를 만들었다.(114)
 → 카프카가 오스카르 폴라크에게 보낸 편지(120)
 → 만일 세상이 무언가를 믿는다면,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진실일까? (123)
 → 또한 이 은밀한 대학은 위반의 장소였다. 배움을 통한 위반, 다라야의 이 비판가들은 새로운 칸막이벽에 달린 철판에 건설 중인 미래를 노래하는 가사를 적을 수 있었다. 가냘픈 선율, 어둠의 골짜기를 거쳐 죽음의 고비에서 헤매는 한 도시의 멜로디(126)
 → 책을 향한 열정에 충실한 아흐마드는 이들리브의 아이들과 여성들을 위한 이동도서관을 만들었다. 불안과 의심이 찾아오는 밤마다, 그는 다리야에서 겪었던 특별한 경험을 다시 생각한다. (239)

125. 아흔 일곱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이옥남, 223) / 일기
  탁동철 선생님 책에 할머니 이야기가 가끔 나왔다.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일기로 먼저 만났다. 마음이 참 고운 분이다. 신세 지려 하지 않고, 힘들어도 당신 손을 놀려 일하며, 사람을 좋게 생각하신다. 따뜻한 할머니다.

124. 왜 인공지능이 문제일까? (조성배, 154) / 중학생 이상
  청소년 독서토론대회 심사를 위해 읽었다. 호모데우스에 나온 인공지능 내용이 워낙 흥미로워서 그런지 이 책은 그냥 그랬다. 저자가 인공지능 관련 논문을 천 편 이상 발표했다는데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책을 써서 그런지 대부분 아는 내용이었다. 일부는 전혀 모르는 내용이라 이해하지 못해서 재미없었다. 그러나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는 학생들에겐 도움이 되는 책이다. 중고등학생에게 추천한다.

120-123.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1-4(조앤 롤링, 1224)
  글이 안 써지고 몸과 마음이 피곤해서 1권을 읽기 시작했다가 4권까지 쭈욱 읽었다. 글을 참 잘 썼다. 내용도 참 좋다. 우리 현실을 이야기에 잘 녹였다. 10년쯤 뒤에 퇴직하고 해리, 빌보, 나니아 이야기를 나누며 쉬면 좋겠다.

119. 헨쇼 선생님께, (비벌리 클리어리, 150) / 편지 모음 형식의 동화 
  1984년 뉴베리상 수상작. 리 보츠(5학년)가 작가인 헨쇼 선생님께 보낸 편지 모음이다. 실제로 쓴 편지는 아니고 작가가 만들어낸 편지다. 깨어진 가정에서 살아가는 리 보츠가 헨쇼 선생님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잔잔하고 따뜻하다.
  "네가 바라는 게 뭐지? 이야기를 만들어 쓰는 능력은 한참 뒤에 생기는 거야. 나중에. 살면서 얻는 경험이 너한테 더욱 핑부해지고 이해하는 힘도 깊어졌을 때 생긴다는 뜻이지. <아빠 트럭을 탄 날(리 보츠가 쓴 글 제목)>은 네 또래 사내아이가 쓴 작품치고는 아주 훌륭했어. 너는 다른 사람을 흉내 내지 않고 네 자신 그대로, 가장 너답게 글을 썼잖아. 그게 바로 네가 좋은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증거야. 앞으로도 노력하렴."

8월에 읽은 책

118. 책벌레 선생님의 행복한 책 놀이, 독서캠프 (권일한, 290) / 독서
  책으로 노는 활동을 3부로 나눠 썼다. 1부는 책 놀이, 2부는 내가 했던 재미있는 독서 활동, 3부는 독서캠프. 출판사에 보내기 전에 몇 번이나 되풀이해서 읽고 고쳤다. 빠르면 올해가 지나기 전에 출판되려나?

117. ~ 헤나 (***, 68) / 미출간 동화
  작가인 후배가 읽어보라고 준 동화이다. 작가들은 상상력이 대단하다. 내가 아는 그 후배가 달라 보인다. 이것도 출판되면 좋겠다.

116. 불량하우스 (케이트 클리스, 219) / 5 이상
  불량하우스를 읽으며 예상하면 대부분 틀린다. 일상의 이야기를 담았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 계속 일어난다. 몇 번 읽어도 재미있다. 수업공동체 선생님들도 좋다고 반응했다. 가족, 성장, 거짓말, 글쓰기, 아이의 미래에 대해 토론하기 좋은 책이다.

115. 물총새에 불이 붙듯 (유진 피터슨, 644) / 설교(기독교)
  대한 때부터 유진 피터슨을 읽었다. 유진 피터슨은 다윗에게서 현실에 뿌리박은 영성을 배우게 해주었고, 예레미야를 통해 달려가게 해주었다. <친구에게><이 책을 먹으라>는 감탄하며 읽었다. 이 책은 성경 전체를 유진 피터슨의 눈으로 풀어낸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솜씨가 뛰어나다. 강력 추천한다.

114. C. S. 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 전기 (조지 마즈던, 235) / 전기?
  루이스가 쓴 <순전한 기독교>에 대한 전기이다. 책에 대한 전기가 나올 정도로 <순전한 기독교>는 대단한 책이다. 20년 전에 읽으며 기독교의 진리를 논리로 풀어갈 생각을 하다니, 하며 감탄했었다. 책이 나오자마자 사람들이 굉장하다고 반응해서 읽었다. 루이스 책을 많이 읽고, 루이스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아는 내용이 많았다. 그래서인가, 다른 분들이 굉장하다고 말한 기분은 느끼지 못했다. 루이스는 원래 굉장하다.

113. 만남 (송인수, 303) / 말씀 묵상 나눔
  송인수 선생님이 요한복음을 묵상하고 자녀에게 설교한 내용이다. 말씀이 납득 될 때까지 따져 묻고 대답을 찾는 과정을 담았다. 요한복음에서 만난 사람들의 삶을 고고학자, 과학자, 수사관의 눈으로 찾아간다. 송인수 선생님이 치열하게 살아가면서 고민한 이야기가 가치를 더한다. 꼭 읽어보라 권한다.

112. 바람의 열두 방향 (어슬러 르 귄, 498) / SF 판타지 소설
  오멜리스를 떠나는 사람들로 이름난 어슬러 르 귄의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SF 판타지 소설을 읽지 않은 분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단편이 몇 편 있다. 나는 샘레이의 목걸이, 명인들,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이 좋았다. 어슬러 르 귄이 쓴 <어스시 이야기>를 읽은 뒤라 이해하기 쉬웠다. 토론 모임 선생님들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면서도 나와 다르게 읽었다. 재미있는 책이다.

111. 하늘을 달리는 아이 (제리 스피넬리, 248) / 동화
  내가 정말 정말 좋아하는 책이다. 독서토론을 위해 읽었다. 저자가 이 책을 잘 쓰려고 노력한 흔적이 사방에 보인다.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쓴 책인데다가 여백이 많아서 좋다. 좋은 문장도 참 많다. 이 책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화 TOP5 안에 든다. 꼭 읽어보시라.

110. 우투리의 ~ (***, 66) / 미출간 동화
  출판하면 150쪽 정도 될 것 같다. 아기장수와 우투리 이야기를 새롭게 꾸몄다. 출간 전이라 내용을 말하지 못하지만 작가는 역시 작가인가보다. 내용이 예상 밖이다. 책으로 나오면 좋겠다.

109. 우리들이 개를 ~ (***, 86) / 미출간 동화
  출판하면 180쪽 정도 될 것 같다. 출간되기 전에 먼저 읽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줬다. 이 원고도 잘 다듬은 뒤에 좋은 출판사 만나 세상에 나오면 좋겠다.

108. 딸기 우유~(문경민, 190) / 동화
  작가인 후배가 쓴 미출간 동화이다. 정말 잘 썼다. 책벌레가 되니 출간되기 전에 먼저 작품을 읽는 즐거움을 누린다. 지금은 내용을 말할 수 없지만 책이 나오면 이 책으로 독서캠프하고, 여기저기 써먹어야겠다. 출판하면 150쪽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107. 중앙유라시아 세계사(크리스토퍼 백워드, 본문만 629) / 역사
  이 책은 걸작, 명작, 대작이다. 중앙유라시아에 속한 돌궐, 몽고, 여진, 거란 등에 대해 우리는 야만족, 문화가 없고 남의 것을 약탈하는 떠돌이 민족이라 생각한다. 정말 그럴까? 중국은 문화수준이 높고 이방민족을 침략하지 않는데 오랑캐 야만족들이 쳐들어왔을까? 그래서 중국이 만리장성을 쌓았을까?
  저자는 이런 생각이 중국의 기록에 의존한 역사의 오류라고 말한다. 중국, 로마, 러시아는 중앙유라시아 민족을 공격하고 정복했다. 그들이 강대국에 점령당하면 단일문화가 사라지고 문화교류가 정체되었다. 중국, 로마, 러시아는 농업 중심의 정주문화권을 이루었고 중앙유라시아 민족은 상업 중심의 교류 문화를 이루었다. 정주 문화권은 교류 문화권을 이해하지 못했고 점령하려고만 했다. 실크로드를 만든 사람들은 중국이 아니라 계속 이동하며 문화를 확산시킨 중앙유라시아 민족들이다. 우리가 오랑캐라 부르는 사람들에 대해 로마와 러시아도 똑같이 기록했다.
  그러나 진짜 침략자는 중국, 로마, 러시아이다. 정복하고 지배하려고만 했지 그들과 교류하며 배우려 하지 않았다. 저자는 만리장성 역시 오랑캐로부터의 위협을 막는 방벽이 아니라 중국에서 겨우 먹고 살던 농민들이 탈출하지 않게 하기 위한 벽, 외부의 이민족을 공격하기 위한 전초기지 같은 역할이었다고 설명한다. 여러 역사적인 사실과 증거를 들어 설명하는데 정말 대단하다.
  이 책은 470쪽까지 중앙유라시아에 속한 온갖 나라와 민족의 역사를 소개한다. 고구려도 몇 번 나온다. 이렇게 박식한 저자는 보지 못했다. (연개소문의 이름이 당시에는 우르 갑 소문 이었다고 밝힌다. 온갖 언어에도 능통한 것 같다. 부록에 원시 인도유럽어족의 확산 과정, 고대 중앙유라시아 민족 명칭을 망라했다. 대단하다.) 너무 많은 민족과 나라, 왕과 장군, 종교와 지도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읽기 힘들다.
  480쪽부터 나오는 내용이 압권이다. 먼저 장성이 외부로부터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내용을 설명하면서 천리장성을 언급한다.
  584/ 만주 지역 남부와 한반도 북부 지역에 걸쳐 존재했던 고구려 왕국도 장성을 건설하여 중국인을 막아내고자 했다. 그러나 고구려의 장성은 이러한 목적에 소용이 없었다. 성벽이 중국인들을 단념시키지도 못했다. 수나라와 당나라의 대규모 병력이 쳐들어왔을 때, 천재적인 고구려의 장수와 고구려 군대가 전면전으로 맞서서 겨우 반복되는 침략(언제나 명분도 정당성도 없었던)을 막아낼 수 있었다.

책을 읽고 나서> 중국은 그때나 지금이나 역사를 자기들 마음대로 해석하는 왜곡정신이 탁월하다. 강대국들은 모두 그랬다. 로마부터 신대륙을 약탈한 유럽의 몇몇 나라까지, 세계를 뒤흔든 영국, 러시아, 지금의 미국까지. <역사란 무엇인가, E. H. >를 읽었을 때보다 더 충격을 받았다. ‘책을 백만 쪽 넘게 읽었는데 난 아직도 잘못된 역사인식을 갖고 있었다.’ 강력 추천한다. 그러나 지루한 역사 이야기 470쪽을 참고 읽을 분들만 도전하시라. 꼭 도전하시라.

106. 금각사(미시마 유키오, 407) / 소설
  미시마 유키오는 자위대여 일어나라외치며 할복자살한 극우 일본 작가이다. 이 책에는 일본 제국주의 색채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금각사는 일본의 불국사 같다. 금각은 500년 된 목조 건축물이다. 주인공은 금각의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금각에 의해 생각을 제어당하고, 결국 금각을 불태운다. 일본에서 실제로 금각을 방화한 사건에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엮어서 썼다. 독서반 학생들과 토론한 내용을 따로 올리겠다.

105. 인간 실격(다자이 오사무, 267) / 소설
  저자 다자이 오사무는 자살했다. 그는 인생이 덧없다고 생각했다. 인간 실격은 실격된 인생을 말한다. 왜 이렇게밖에 행동하지 않는지 질문하게 만드는 사람이 주인공이다. 20대에 읽었다면 책 읽는 시간을 낭비했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30대에 읽었다면 정말 인생이 덧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지금은 그냥 묵묵히 읽었다. 지나치게 생각하면 삶이 힘들어진다고 생각한다. 다자이 오사무 정도는 아니지만 나도 고민하는 인간이다. 인간의 삶은 정말 복잡하다.

104. 십자군 이야기 2( 시오노 나나미, 341)
  제후보다 높은 프랑스 왕, 독일 왕이 십자군을 이끌고 왔지만 제대로 싸우지도 않고 돌아갔다. 그들이 남긴 악영향을 팔레스타인 현지에 사는 사람들이 감당해야 했다. 유럽의 왕들은 현실도 모르면서 말만 앞세우고 왔다가 도망갔다. 말로는 믿음을 앞세우지만 감당하지 못하는 일 앞에서 꼬리를 빼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현실을 모르는 교육부장관과 말만 앞세우는 관리들이 교육을 망친다. 전투를 모르면서 입만 산 군인들, 백성을 위하지 않으면서 헛 공약만 내세우는 말쟁이 정치인들, 다른 사람을 비난하지만 아이들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교사들, 말로만 믿음을 앞세우고 설교시간에 선지자인 것처럼 외치지만 그냥 말뿐인 목사들…… 그러나 백성들은 베르나루두스 같은 수도사의 말을 듣는다. 그동안 발리앙 이벨린 같은 사람은 목숨을 내걸고 싸운다. 안타깝다.

103. 십자군 이야기 1 (시오노 나나미, 345)
  더위에 지쳐서 심심풀이로 읽었다. 고드프루아 드 부용, 레오몬드와 탄크레디, 보두앵, 레몽. 제후들이 다투면서도 한 가지 목적을 바라보았기 때문에 에데사, 안티오키아, 갈릴리 지역과 예루살렘까지 모두 정복했다. 이에 반해 이슬람 세력은 자기 영토를 넓히려는 것 외에는 마음을 하나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제대로 반격하지 못했다. 재미있다.

7월에 읽은 책

102. 위로받으라 (워렌 워어스비, 213) / 성경 강해
  내가 좋아하는 워렌 워어스비 시리즈 중에 이사야서 강해이다. 20년 전에 성경을 묵상하는 방법을 알려준 분이다. 다시 읽어도 좋다.

101. 수요일의 전쟁 (게리 슈미트, 391) / 중등 성장소설
  방학하자마자 캠프하면서 지쳤다. 지쳤을 때는 수요일의 전쟁을 읽어야지! 키득대다가 눈물 글썽이며 회복되었다. 2010년부터 2년마다 한 번씩 읽은 것 같다. 우리 가족의 소확행 중 하나, 수요일의 전쟁 읽기.

100.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파커 파머, 305) / 인문

99. 군주론 (마키아벨리, 264) / 인문
  인품과 덕을 갖춘 사람을 지도자로 꼽는 동양의 사상과 다르다. 백성들이 군주를 사랑하기보다 두려워하는 게 편하다, 술책이 진실을 이긴다는 등의 실제 내용을 다루었다. 군주는 안전하게 자리를 유지하면서 백성이 군주 아래에서 불만을 품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백성들이 편안하게 살도록 해야 한다. 그건 진실, 사랑, 성실 등이 아니라 군대를 통솔하고 아첨꾼을 이용하는 등으로 이루어진다. 이것도 신생 국가인지, 세습 국가인지 등의 여러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 마키아벨리는 정말 뛰어난 관찰자이다.

98. 마가복음 큐티 (권일한, 801)
  18개월 동안 마가복음을 큐티하고 다시 읽었다. 말씀을 더 깊이 보고 싶은데 잘 안 된다.

97. 야생동물은 왜 사라졌을까? (이주희, 164) / 3 이상
  우리나라에서 멸종된(또는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 22종을 소개한다. 호랑이와 표범, 곰과 여우, 수달과 담비, 꽃사슴과 산양, 물범과 물개, 수리부엉이와 독수리, 따오기와 뜸부기, 구렁이와 남생이, 맹꽁이와 금개구리, 꾸구리와 좀수수치, 소똥구리와 장수하늘소. 아이와 함께 읽으면 좋겠다.

96. 자존심 (김남중, 171) / 4 이상 동화
  <기찻길 옆 동네>를 만나서 김남중 작가의 팬이 되었다. 자존심은 동물들의 자존심을 다룬 책이다. 중풍에 걸린 진돗개가 민호네 집에 온다. 백한(닭 종류)은 먹이 주는 민호를 공격한다. 이 병장이 잡아온 딱따구리는 먹이를 거부하고 죽는다. 강희는 물고기를 잡으러 갔다가 물고기를 살려준다. 주현이는 기러기를 잡으려 하고 장수는 공기총을 들고 사냥을 나간다. 모두 재미있고 생각할 게 많은 단편이다. 추천한다.

95. 부러진 코를 위한 발라드 (아르네 스빙엔, 240) / 중등
  노르웨이 작가의 책이다. 바르트는 고도비만에 알코올중독인 엄마와 빈민아파트에 산다. 왕따를 당하지 않으려고 눈치를 보며 조용히 살아간다. 아이돌이 아니라 오페라를 좋아하지만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는다. 혼자 부를 때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내지만 누군가 듣고 있으면 목소리가 갈라진다. 학예회에서 노래를 부르기로 했지만 자신이 없다. 게다가 악동 친구가 바르트의 처지를 알아낸다. 친구의 놀림을 이겨내고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강력 추천한다.

94. 희망의 불꽃 (조너선 코졸, 388) / 수기
  존경하는 교사, 교사를 위한 교사 조너선 코졸이 만난 아이들 이야기이다. 아이 상황을 담담하게 썼다. 가난하고 어려운 처지의 아이들을 찾아가 만나고 또 찾아가는 이야기지만 감동을 쥐어짜내지 않는다. 어려운 처지에서 살아가는 아이가 나쁜 길로 가다가 죽었다는 이야기도 한다. 미국 최고의 교사, 교사를 가르치는 교사로 불리는 분이뉴욕 빈민가 아이들을 계속 찾아가며 <희망의 불꽃>을 피운다.

93. 다섯 손가락 수호대(174, 홍종의)
  은혁이 아빠는 다른 사람이 어려움을 당할 때 그냥 지나가지 못한다. 괜한 일에 끼어들어 손해 본다고 말려도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도와준다. 이번에도 남의 싸움을 말리려다 심하게 다친다. 괜한 일에 끼어들었다가 어려움을 당할까봐 아무도 도와주지 않자 은혁이와 친구들이 범인을 찾아나선다. 물론 아이들이라 아무것도 못하지만 친구 일을 자기 일처럼 도와주는 모습이 기특하다. 주요 등장인물이 모두 트라우마를 가졌다고 설정한 점, 사건 사이의 연결이 느슨한 점이 아쉽지만 좋은 주제를 다루었다.

6월에 읽은 책

92. 스크린을 먹어치운 열흘 (128, 소피 리갈 굴라르) / 4 이상 동화
  선생님이 학생들과 의논해서 열흘 동안 영상을 보지 않고 지내는 활동을 시작했다. 적극 참여하려는 아이가 있는 반면에 무슨 소리 하느냐며 반대하는 아이들도 있다. 어떻게 텔레비전, 스마트폰, 컴퓨터 화면을 보지 않고 살 수 있느냐고 외치는 아이들에게 일어나는 일이 재미있다. 좋은 책이다.

91. 꼴뚜기 (진형민, 156) / 5학년 이상 동화
  교사 연수, 여름 독서캠프를 위해 읽었다. 다시 읽어도 재미있다. 진형민 작가는 등장인물 이름을 잘 짓는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을 잘 안다. 전하려는 바를 딱 집어서 잘 표현한다. 꼴뚜기는 정말 재미있는 책이다.

90. 인공지능이 궁금해 (서지원, 152) / 초등 4학년 이상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자율주행 자동차, 사이보그, 사물 인터넷, 인공지능 로봇 경찰, 로봇 애완동물, 자동 기계 장치 등 미래 사회에 이루어질 모습을 이야기로 풀어냈다. 아이들이 재미있게 보겠다.

89. 선생님의 숨바꼭질 (권일한, 300) / 교사, 학부모
  지금까지 책 읽고 글 쓰고 토론한 내용을 책으로 썼다. 이번에 처음으로 아이들을 만난 이야기를 내놓는다. 울고 싶은 분들에게 권한다. 출판사 편집자가 원고 읽다가 울고, 글을 먼저 받은 후배도 울었다고 했다. 아이들 마음을 찾아내는 숨바꼭질, 7월 말에 나옵니다.

내가 좋아하는 형이 써준 추천사
- 탁동철(강원 상평초등학교 교사, 하느님의 입김, 달려라 탁샘저자)

선생님 글 읽으며 하아, 이런 게 선생이구나,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 아 진짜다 하며 숨을 훅훅 토해냈다. 아이 마음을 찾아내는 숨바꼭질이라니. 낮추고 옴츠리고 마음 졸이며 교사 자신을 온통 아이 속에 들여놓아야 가능한 일 아닌가. 차라리 허공 속으로 사라져간 새의 날갯짓 자국을 찾는 게 쉽지 않을까. 부딪히고 낱낱이 돌아보고 헤매며 아이 마음을 찾아갔던 그의 기록은 참다운 교육을 해보려는 이들의 길이 되었다. 한 아이, 한 인간에 대한 그의 깊은 이해에 존경심을 보낸다.

88. 거짓말 학교 (전성희, 223) / 6 이상
  국가의 발전을 위해 거짓말을 가르치는 학교가 있다면? 거짓말 학교 학생들은 친구를 어떻게 사귈까? 친구를 믿을까? 네 아이가 함께 공통의 적인 교장선생님과 맞서는데 같은 편이라 믿을까? 10년 전에 초등 독서반에서 토론하고 이번에는 교사들과 토론하려고 다시 읽었다. 교사들과 토론하니 재미있다.

87. 아이야, 천천히 오렴 (룽잉타이, 195) / 자녀 관련 에세이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 룽잉타이의 책이다. 이름만으로 무조건 읽어도 된다. 룽잉타이는 인생 3부작을 썼다. 이 책은 1부에 해당하며, 자녀를 기르며 쓴 일기다. 2부 사랑하는 안드레아는 청소년 아들과 나눈 편지이고 3부 눈으로 하는 작별은 엄마를 죽음으로 보내며 쓴 글이다. 모두 걸작이다. 강력 추천한다.

86.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파커 파머, 194) / 인문
  파머다운 책이다. 파커 파머는 좌절, 고통, 우울증을 겪으며 자신을 찾아간다. 사람들이 늘 해오던 문제 해결의 방식이 아니라 자기 안에서 자신을 찾으라 한다. 저자의 의견에 동의하지만 이렇게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자기성찰을 잘하거나 깊이 생각하면서 안을 바라보는 사람에겐 도움이 많이 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먼 이야기로 들릴 것 같다.

85. 생각이 크는 인문학 8. 정의 (서윤호, 최정호, 144) / 중등 인문
  <정의란 무엇인가>를 중학생 대상으로 만든 책이다. <10대를 위한 정의란 무엇인가>가 사례 중심이라면 이 책은 설명 중심이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부터 벤담과 칸트, 존 롤스와 마이클 샌델의 견해를 차례대로 설명한다. 좋은 책이지만 학생들이 읽기에 좀 어렵다.

84. 나가자, 독서마라톤 대회 (정성현, 108) 3학년 이상 동화
  호찬이는 자존감이 낮다. 운동회가 끝나고 호찬이가 잔뜩 주눅 들었을 때 거북이 코치가 나타나 호찬이를 돕는다.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에 나온 거북이가 자기 이야기(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토끼와 거북이를 새롭게 해석해서 이야기를 만들었다. 너무 지어냈다는 생각이 들지만 괜찮기도 하다.

83. 수상록 (베이컨, 320) / 인문
  베이컨이 59가지 주제에 대한 생각을 썼다. 이 사람 참 아는 게 많다. 귀족, 반란, 제국부터 정원 만들기, 건축, 이자에 이르기까지 썼다. 진리, 죽음, 의심, 대화, 결혼과 독신, 불구, 학문, 파벌…… 온갖 이야기를 썼다. 마음에 드는 내용이 참 많았다. 한 구절만 들자면,
  “국가의 재화와 돈이 소수인의 수중에 집중되지 않도록 적절한 정책을 취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국가는 재원이 넉넉하더라도 기아상태에 빠질 수 있다. 돈은 비료와 같은 것이어서 널리 뿌리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악질 고리대금업과 독점사업, 큰 목장 등을 억제하고 강력히 단속하지 않으면 안 된다.” 500년 전에 대기업을 견제하고 중소기업을 육성하자는 말을 한 셈이다.

82. 그림책과 짧은 책 모음(쪽수에 넣지 않음)
 1) 믿기 어렵겠지만, 엘비스 의상실(최향랑, 58) / 3 이상
  저자가 글, 그림(콜라주)을 직접 쓰고 그렸다. 나는 미술 감각이 둔해서 그림을 모른다. 글 내용도 바느질로 무언가를 만들어주는 내용으로 이야기가 흘러가서 나와는 맞지 않았다. 아이들은 좋아하겠다. 내 실력으로는 뭐라 말하기 어려운 책이다.
 2) 위를 봐요 (정진호, 32) / 그림책
 3) (정진호, 32) / 그림책
  정진호 작가가 우리 학교에 온다. 건축가가 그림책을 만든다 해서 관심이 생겼다. <위를 봐요>를 알고 있었는데 <>도 좋다. 공간에 의미를 잘 담았다. 좋은 그림책이다.
 4) 감기 걸린 물고기 (박정섭, 32) / 그림책
 5) 검은 강아지 (박정섭, 32) / 그림책
  박정섭 작가가 우리 학교에 와서 우쿨렐레를 연주하며 그림책을 읽어주었다. 이웃 학교에 강의하러 왔다가 마을도서관에 모인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무료로 연주와 강의를 해주었다. 작가에게 책 이야기를 직접 들으니 정말 좋다.

81. 통일 할아버지 문익환 (김남일, 237) / 위인전, 5이상 
  늦봄 문익환 목사님 탄생 100주년을 맞아 나온 책이다. 윤동주, 장준하의 길을 대신 가신 늦봄 선생님!! 기억하겠습니다.

80. 마키아벨리 군주론 (가나모리 시게나리, 240) / 인문
  마키아벨리 군주론을 일본 학자가 30가지 키워드로 해설했다. 마키아벨리가 살던 시대의 역사, 관련된 서양의 역사, 일본의 역사를 오가며 30가지 키워드를 흥미롭게 해설했다. ‘잔혹성은 한 번만 실행하고, ‘잔혹성이 나라를 재정립하며, 포상은 조금씩 나누어주라는 등의 내용을 재미있게 설명했다. 다만 여러 가지 역사 이야기를 섞어놓아 주제에 집중하기 어렵다.

79. 서준호의 마음 흔들기 (서준호, 361) / 교육
  서준호 선생님이 직접 겪은 사례를 들어 아이들 마음을 읽고 상담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인생 그래프를 그리고, 마음에 쌓아둔 분노를 표현하는 등의 활동이 내가 하는 방법과 비슷하다. 내가 생각지 못한 접근 방법도 많다. 가족 사이에 생긴 아픔까지 생각하는 모습이 존경스럽다. 참 좋은 책이다.

78. 조막손 투수 (리광푸, 200) / 5학년 이상 동화 
  아창은 오른손이 조막손이다. 손이 작아서 물건을 잡거나 던지지 못한다. 아창은 야구 선수가 되고 싶다. 왼손으로 공을 잘 던진다. 그러나 오른손이 불편해서 야구 선수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손이 불편하다고 야구 선수가 되지 못한다는 법은 없다. 메이저리거 짐 에보트처럼.

5월에 읽은 책

77. 선생님의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 (미국 교사들, 311) / 교육에세이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를 쓴 잭 캔필드가 교사들에게 자기 이야기를 써달라고 요청했나 보다. 55명의 교사가 가장 기억나는 제자와 스승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 평범하면서도 멋진 이야기들이다. 우리나라에도 이 책에 나온 분들처럼 멋진 선생님이 많다. 그러나 그분들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묶어내지는 않는다. 아쉽다.

76. 시간과 공간의 흐름을 타는 국어 수업 (김명희, 286) / 교육
  정말 좋은 책을 만났다. 중고등학교 국어교사가 학생들을 나무 아래로, 들판으로 데려가서 수업한다. 메밀꽃 필 무렵에 당나귀와 함께 메밀밭에 가서 수업을 하는 모습이라니! 나와 생각이 비슷한 분이다. 강력 추천한다.

75. 아름다운 반역자들 (조이 크리스데일, 197) / 여성 운동가 소개
  불평등, 편견, 억압과 압제에 맞선 열 명의 여성 운동가를 소개한다. 18세기 프랑스에서 여성이 남성과 똑같이 평등하다는 주장을 했다가 단두대에서 죽은 올랭프 드 구주, 링컨과 함께 흑인의 권리를 위해 수고한 소저너 트루스, 간디와 함께 인도를 위해 일한 사로지니 나이두…… 세상을 바꾼 아름답고 위대한 여성들을 알게 되어 기쁘다. 사로지니 나이두가 영국에 한 말이다. “당신들은 제국의 자격이 없다. 당신들은 영혼을 잃어버렸다.”

74. 박영선의 욥기 설교 (박영선, 516) / 기독교
  욥기는 정말 좋아하는 성경 본문이다. 내 나름의 묵상내용도 갖고 있다. 그런데 박영선 목사는 예상을 뛰어넘어 설교한다. 욥의 말과 친구의 말을 설명하기보다 욥이 믿는 하나님과 친구들이 믿는 하나님, 욥의 인간관과 친구의 인간관을 설명한다. 박영선 목사님이 쓴 <구원 그 이후><하나님의 열심> 때문에 성경을 다른 눈으로 보게 되었는데 <욥기 설교>도 너무너무 좋다. 다음에는 김기석 목사님의 욥기 설교와 함께 읽어야겠다.

73. 소리 질러 운동장 (진형민, 156) / 3 이상
  진형민 작가가 뜬다. 진즉 떴어야 할 작가다. 대안학교 교사로 지내서인지 학교 이야기를 실감나게 잘 쓴다. 재미있고 주제도 괜찮다. <꼴뚜기>로 더 이름이 났지만 이 책도 아주 재미있다.

72. 권정생 동시 읽기 (서정오 외, 175) / 수필
  작가 19명이 권정생 선생님 시 한 편을 소개하고 자신의 생각을 적었다. 주로 시와 관련된 경험이 많고 권정생 선생님을 그리워하는 내용이다. 옛날을 기억하며 천천히 읽기에 좋은 책이다.

71. 강 같은 평화 (레이프 앵거, 568) 기독교 색깔이 짙은 소설
  깊고 그윽한 책이다. 나쁜 짓을 하던 두 녀석을 아빠가 말린다. 두 녀석은 아빠가 없을 때에 동생을 잠깐 납치했다가 돌려보낸다. 형은 복수를 다짐한다. 어느날 밤에 두 녀석이 몰래 집에 들어온다. 그리고~
  나는 책을 많이 읽어서 어느 정도 줄거리를 예상한다. 그러나 두 녀석이 집에 들어온 때부터 내 생각이 모두 빗나갔다. 형이 재판 받던 중에 도망가는 것만 예상이 맞았다. 극적인 일이 일어나지만 그건 감동과는 거리가 멀다. 차분히 가슴 저 아래에서 무언가 차오르게 만드는 소설이다. 같이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지만 580쪽이나 되는 소설을 읽을 사람이 몇 명이나 되랴!

70. 아빠 냄새 (추경숙, 87) / 3학년 이상
  의사 아빠, 횟집 사장 아빠, 목욕탕 주인이면서 때를 미는 아빠! 세 아들은 서로 다른 이유로 아빠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빠를 이해하면서 아빠와 친해지는 이야기이다. 주제가 좋다. 평범한 동화이다.

69. WHY JESUS, 왜 예수인가? (조정민, 300) / 기독교
  기자, 특파원, 앵커, 보도국 부국장을 거친 엘리트 방송인이 하나님을 만났다. 술과 세속의 가치에 절어 살던 사람이 왜 예수님이 메시아인지 설명한다. 간증 내용보다 설명과 설득이 더 많다. 출판사에 어울리지 않게 좋은 책이다.

68. 랑랑별 때때롱 (권정생, 199) / 3 이상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쓴 책이다.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았던 것 같고, 그 말을 모두 책에 쏟아내려다 보니 문학의 선을 넘었다. 문학에 주장을 너무 많이 담았다. 그만큼 절실하고 아프게 다가오는 책이다. 문학으로 읽을 때 모순되는 지점까지. 교사들과 토론해서 더 풍성했다.

67.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 (정유정, 394) / 중학생 이상 성장 소설
  단숨에 읽었다. 딸을 잃고 정신이 나가 정신병원에 갇힌 할아버지가 탈출한다. 준호는 데모하다 도망치는 형에게 전해줄 서류를 갖고 트럭에 올라탄다. 정아는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를 피해, 승주는 부모의 지나친 보호를 피해 도망간다. 넷이 폭풍우에 휘말려 떠돌 듯 돌아다니며 서로의 상처를 조금씩 알아간다. 내가 읽은 수많은 책과 다르게 이야기가 흘러간다. 재미있고 울림도 있다. 강력 추천한다.

66. 진 브로디 선생의 전성기 (뮤리얼 스파크, 180) / 문학, 고등학생 이상
  다른 사람을 지배하려는 욕망을 다룬 책이면서 어리석은 지배욕에 사로잡혔던 독재자(무솔리니, 히틀러)를 비판하는 책이다. 6학년 담임 진 브로디 선생은 자기만의 모임을 만들어 아이들을 지배한다. 강제가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선생님을 좋아하고 따르도록! 대학 다닐 때 자기들만의 무리를 만들었던 장성모 교수가 떠올랐다. 장파라 불리던 그들은 우쭐대며 자기들끼리 몰려다녔다. 여교사 중 몇몇도 아이들과 교사들을 교묘하게 지배했다. 인간의 본성을 다룬 책은 정말 재미있다. 그러나 읽은 뒤에는 씁쓸하다.

65. 철학 까페에서 작가를 만나다 (김용규, 402) / 철학, 인문
  <혁명, 이데올로기>를 주제로 김용규 철학자가 공연-강연-대담으로 이어지는 인문 콘서트를 열었다. <안티고네> 공연을 보고 시인 김선우와, <한낮의 어둠>을 낭독하고 소설가 김연수와 이야기를 나눈다. <안티고네>으로 말하는 빼기의 철학, <한낮의 어둠>으로 말하는 혁명의 철학 모두 흥미로웠다. 여럿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책이다.

64. 그림책 모음
  1) 강아지와 염소새끼 (권정생, 32)
  쉬운 그림책, 정말 좋았다. 따뜻하고 정생스럽다. 강력 추천한다.
  2) 그 소문 들었어 (하야시 기린, 64)
  가짜 소문을 믿은 어리석은 백성들이 좋은 사자를 쫓아내고 말만 앞세우는 사자를 왕으로 세운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토론하면 좋은 책
  3) 첫 번째 질문 (오사다 히로시, 32)
  여러 가지 질문만 나오는 그림책이다. 혼자 읽을 때는 별로였는데 출판하신 분 설명을 들으니 좋다.
  4) 우산을 쓰지 않는 시란 씨 (다나카와 슈운타로, 국제앰네스티, 32)
  읽자마자 쏙 빠져든 책. 정말 정말 좋은 그림책.
  5) 높은 곳으로 달려 (사시다 가즈, 32)
  쓰나미를 피하는 이야기이다. 이 책을 학교에서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다면 새월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모른다며 출판사 사장님이 슬픈 마음으로 권한 책이다.

4월에 읽은 책

63. 교실 속 마을활동 (사랑하는 동생들이 씀, 192) / 교육
  행복한 수업만들기 동생들이 쓴 책이다. 평등에 바탕을 둔 공산주의(스탈린과 김일성 아님), 경쟁에 바탕을 둔 자본주의, 우리가 바라는 공정주의(헨리 조지)를 직접 겪는 수업 활동이다. 정말 좋은 수업이다. 강력 추천한다.

62. 책 깎는 소년 (장은영, 186) / 4학년 이상
  전주 서계서포는 나무판에 글씨를 새겨 책을 인쇄하는 곳이다. 서포에 먼저 들어간 장호는 돈을 벌고 싶어 한다. 뒤늦게 책에 맞을 들인 봉운이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를 좋아한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누구나 예상하는 대로다. 열녀춘향수절가를 책으로 엮어내는 과정을 담았다. 소재가 좋아서 내용도 좋다.

61. 교사의 성장을 돕는 수업 코칭 (신을진, 254) / 교사 대상
  나는 수업을 이야기와 흐름으로 보는데 신을진 교수님은 교사의 마음으로 수업을 바라본다. 내가 보지 못하는 부분을 보여준다. 수업 사례가 많아서 이해하기 쉽고 적용하기에도 좋다. 나라면 수업자에게 어떤 말을 해줄까, 내 수업은 어떨까 생각하며 읽었다. 특히 내가 가르친 아이들 글로 수업한 분은 직접 만나 이야기하고 싶다.

60. 학교 가기 싫은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송미경, 144) / 4 이상 동화
  <돌 씹어먹는 아이>를 쓴 송미경 작가의 책이다. 우리 학교 아이들이 재미있다고 해서 읽었다. 학교 가기 싫은 아이들이 마음대로 해도 되는 학교에 간다. 바로 <학교 가기 싫은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참 재미있다. 잔소리에 지친 아이들이 읽으면 좋아하겠다. 깊이도 있다. 아이들과 토론하면 좋겠다.

59.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함민복, 136) / 시집
  시는 잘 모르겠다. 몇 편 마음에 드는 시가 있지만 대부분 느껴지지 않는다. 나이가 더 들어야 하나? 시인의 눈은 아직 나와 거리가 멀다.

58. 행복지킴이 키퍼(로이스 로리, 215) / 5 이상 동화
  기억전달자를 쓴 작가 로이스 로리가 개를 주인공으로 동화를 냈다. 사남매 중 셋째로 태어난 개 키퍼는 이름 그대로 지키는 개다. 동생을 지키지 못한 기억을 갖고 곁에 있는 친구를 지킨다. 함께 지내던 친구를 잃고, 사진사 눈에 띄어 유명해지기도 하고, 새로운 가족과 함께 지내기 위해 유명하지 않은 개인 척 속이기도 한다. 함께 살아가는 게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57.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톨스토이, 243) / 톨스토이 묵상 모음집
  톨스토이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남긴 묵상 글모음이다. 시 형태로 편집해서 읽기 편하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내용은 어니다. 거의 동의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56. 하루가 소중했던 사람들(김혜원, 345) / 기독교
  저자인 김혜원 님은 교사를 그만두면서 교도소 교화위원으로 사형수들을 만났다. 17명을 죽인 살인범부터 억울하게 죽은 것 같은 사형수까지. 그들과 만난 이야기를 해주며 인간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 사형제를 폐지하라는 생각, 예수님을 믿으며 사형수들이 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55. 바보 온달(이현주, 208) / 5학년 이상
  여섯 번이나 읽었지만 읽을수록 문장과 내용이 너무 좋다. 권정생, 이오덕 선생님과 마음을 나누었던 이현주 목사님! 정말 좋은 책이다. 학부모 35명과 5시간 동안 독서토론하기 위해 읽었다.

54. 하나님의 은혜 (제럴드 싯처, 339) / 기독교
  하나님의 뜻, 하나님의 침묵에 이은 제럴드 싯처 3부작 마지막 책이다. 이 책은 나와 잘 맞지 않았다.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구절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청중에게 연설한 뒤에) 그때부터 나는 불편해졌고 자신이 불경하게 느껴지다시피 했다. 나와 대화하려고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을 보노라니 이런 느낌이 들었다. 어느새 내가 내 경험을 팔고 있고, 그것을 가공된 간증으로 축소시키고 있으며, 남을 돕는다는 미명하에 그것을 이용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 나는 어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 정도로 이미 충분했고 더 이상 원하지 않았다. 그 일이 있은 뒤로 나는 사고와 그것의 여파에 관한 강연 초청을 최대한 수락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대신 내 시간과 에너지를 두 가지 주된 본분에 쏟기로 했다. 둘 다 아주 지역적이고 지극히 평범한 일인데, 바로 최선의 아버지와 최선의 교수가 되는 일이다.

53. 우리 아파트에는 이야기가 산다. (이야기두레, 295) / 대학생 이상
  아파트 단지에서 봉사, 취미, 독서, 텃밭 가꾸기 등의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아파트를 마을로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삭막한 아파트를 서로 인사를 나누며 아이들 이름을 불러주는 마을로 만들기 위해서 꾸준히 수고한 사람들이 아름답다. 이런 곳에 많아지면 좋겠다. 마을공동체에 관심이 있는 분들뿐만 아니라 모두 함께 읽으면 좋겠다.

52. 줄리(진 크레이그헤드 조지, 287) / 5 이상 동화
  북극 가까운 곳에서 전통을 지키며 살던 이누이트 마을에도 백인 문명이 전파된다. 전기를 사용하고 비행기로 물건을 실어 나른다. 마을 사람들은 점점 자연을 파괴하며 백인들처럼 살아가려 한다. 줄리는 늑대를 사랑하며 지키려 하지만 아빠는 가축을 잡아먹는 늑대를 죽이려 한다. 이누이트 부족이 처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개발과 자연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51. 수상한 아이가 전학 왔다(제니 롭슨, 105) / 3 이상
  굉장한 책이다. 방한모로 얼굴 전체를 가린 학생이 전학 왔다. 왜 얼굴을 가리고 다니는지 알아보려고 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읽으면서 도대체 왜 얼굴을 가리는지 궁금해졌다. 아이들이 전학생의 비밀을 밝혀낼 지도 궁금했다. 친구관계, 왕따, 자신감 등 토론하기 좋은 주제를 아주 재미나게 썼다. 강력 추천한다.

3월에 읽은 책

50. 하나님의 침묵(제럴드 싯처, 286) / 기독교
  우리의 절박한 기도에 대한 책이다. 긍정주의 번영신학에 물든 세대에게 하나님의 침묵을 이해하게 해주는 좋은 책이다. 제럴드 싯처는 그냥 읽으라.

49. 꿈이 있는 공부 (송인수 외, 275) / 학부모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공부를 주제로 기획한 강좌를 책으로 엮었다. 김진애(왜 공부하는가 저자, 도시 건축가), 정기원(밀알두레학교 교장), 강영희(세 자녀 홈스쿨링, 퇴직교사), 황선준(스웨덴 교육부 근무), 강영안(철학교수), 송인수(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표) 선생님이 공부가 무엇인지 말한다. 참 좋은 책이다.

48. 나의 작은 새와 방울과 (가네코 미스즈, 96) / 시집
  저자 소개가 허난설헌을 닮았다. 책 좋아하는 집안에서 자라며 책, 글과 친했지만 결혼 후 남편이 방탕한 생활을 하다 미스즈의 창작활동과 편지를 금지한다. 2년 뒤에 이혼하고 딸을 빼앗길 것을 두려워하여 사진관에서 홀로 사진을 찍고 자살한다. 시에 슬픔이 담겼다. (네 편이 좋았는데 참새의 어머니에 딸 생각이 담긴 것 같다.)

47. 생명이 들려준 이야기 (위기철, 239) / 5이상 동화
  위기철 작가가 20년 전에 쓴 동화이다. 1부는 생명을 존중하는 이야기이다. 자살하려는 마음을 이기는 이야기, 다른 사람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이야기를 썼다. 3부는 도깨비 방망이를 잃은 아기 도깨비를 도와주기 위해 아이들이 도깨비 방망이를 찾아다니는 극본이다. 1, 3부가 참 좋다. 2부는 우리나라 기독교의 잘못된 모습을 풍자한 이야기이다. 맞는 이야기이지만 단순화시켜 기독교 전체를 나쁘게(예수님은 좋게 표현했지만) 묘사했다. 1부에서 스님을 좋게 묘사해서 2부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더 들었다.

46. 아이 마음 숨바꼭질(가제, 270) / 나오지 않은 책
  출판 의뢰를 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읽었다. 처음 쓸 때는 내 글에 내가 취했고(내 생각을 썼으니 당연히 좋아 보인다.) 다시 읽고 고칠 때도 괜찮아 보였지만 한 달 두었다가 다시 읽으니 부족해 보인다. 좋은 편집자 만나 잘 고치면 좋겠다.

45. 젊은 교사에게 보내는 편지(조너선 코졸, 269)/ 교육
  내가 좋아하는 작가 조너선 코졸의 책이라 샀다. 젊은 교사에게 보내는 편지이지만 젊은 교사보다는 고민하는 교사에게 적합하다. 미국 상황을 바탕으로 써서 우리 현실과 다른 부분이 있지만 미국도 우리와 똑같구나!’ 생각했다. 미국에도 악동이 있고, 도움을 주지 못하면서 전문 용어를 남발하는 사람도 있다. 또한 자기 자리에서 아이들을 사랑하며 멋지게 가르치는 무명의 교사도 참 많다.

44. 네 편의 초상 한 분의 예수(마크 스트라우스, 913) / 기독교
  마태, 마가, 누가, 요한복음을 종합해서 해설한 책이다. 성경을 이해하는데 굉장한 도움을 받았다. 분량이 많지만 주제별로 장을 잘 구분해서 흥미롭게 읽었다. 성경에 관심이 있다면, 역사적 예수를 설명한 부분과 한두 곳을 빼고는 누구나 읽을 수 있다.

43. 멋진 신세계(올더스 헉슬리, 400) / 고등 이상
  중등 독서반에서 토론했다. 다시 읽어도 좋다. 1930년대에 이런 사회를 생각하다니 작가의 상상력이 대단하다. 4년 전 독서반 학생들은 멋진 신세계에 감탄했는데 올해 학생들은 그 정도는 아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42. 하나님의 뜻(제럴드 싯처, 470) / 기독교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던 책을 드디어 읽었다. 최강이다. 하나님의 뜻이 궁금하다면 바로 이 책이다. 책벌레가 보증한다. 읽어보시라.

41. 조선의 마지막 춤꾼(정종영, 152) / 4학년 이상 동화
  이동안의 할아버지는 화성 재인청 도대방이었다. 아버지는 줄 타고 악기를 연주하는 게 싫어 이동안이 공부하기를 원했지만 이동안은 춤과 노래를 좋아했다. 일본이 우리나라 전통문화를 없애고자 화성 재인청을 폐쇄한 뒤에도 이동안은 전통춤, 전통악기, 전통가락을 전수받기 위해 노력했다. 이분의 삶을 다룬 평전을 읽고 싶다.

40. 말의 온도(구옥순, 117)
  초등학교 교감으로 재직하는 분이 쓴 동시 모음집이다. 한두 편은 마음에 들지만 대부분 나와 맞지 않는다. 삶에서 나오지 않고 지어낸 것 같다.

39. 하늘을 울리는 바이올린(송재찬, 146) / 4학년 이상 동화
  진창현 선생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했다. 그러나 조선인은 교사로 받아주지 않아 바이올린을 만들려 한다. 이것도 조선인이라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래서 혼자 만들다가 우연히 홍난파 선생과 친했던 시노자키 선생을 만나 기회를 얻는다. 열심히 바이올린을 만들어 국제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콩쿠르 6개 부분 중에서 5개 부문 금메달을 땄다. 초등학생을 위한 동화라 만드는 과정과 노력을 줄여 썼지만 굉장한 분이다. 추천한다.

38. 화요일의 두꺼비(러셀 에릭슨, 119) / 초등 전체 동화
  페북 친구의 글을 보고 찾아 읽었다. 고모에게 있는 음식을 나눠주려고 나선 두꺼비가 올빼미에게 잡힌다. 올빼미 생일이 되면 잡아먹히는데 그전에 올빼미 집을 청소해주고 차를 같이 마시고 이야기를 하면서 친구가 된다. 친구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좋은 책이다.

37.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포리스트 카터, 344) / 고등 이상 소설
  포리스트 카터는 자신의 책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좋은 가르침을 주는지 보지 못하고 55세에 죽었다. 안타깝다. 정말 좋은 책을 더 많이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새 학기를 시작하며 마음이 우울해서 읽었다. 다시 마음이 따뜻해진다. 이 책도 다섯 번쯤 읽었다.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책이다. 강추!!

36. 산둥수용소(랭던 길키, 473) / 인문
  아카데미 <동행>에서 산둥수용소로 독서토론을 했다. 인간의 본질, 인간은 과연 변할 수 있을까 등으로 토론했다. 또한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신앙에 대하여, 오늘날 한국교회의 모습에 대하여 3시간 토론했다. 다섯 번인가 여섯 번째 읽었다.

2월에 읽은 책

35.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엘레나 페란테, 677) / 문학
  따로 소개를 올렸습니다.

34. 질문이 있는 교실 (하브루타수업연구회, 275) / 교육, 토론
  하르부타 수업을 설명한다. 33번 책보다 원리를 자세하게 설명한다. 독서토론을 하지 않았다면 하브루타를 했을 것 같다.

33. 하브루타 질문 놀이 (이진숙, 248) / 교육, 토론
  하브루타를 활용한 수업을 설명한다. 원리 설명보다 질문 만드는 방법, 수업 사례를 소개한다. 원리보다 적용에 무게중심을 두어 가볍다. 대신 따라 하기 쉽겠다.

 하브루타, 온작품읽기, 내가 하는 독서토론에 대해
  하부루타는 <질문>에 무게중심을 두었다. 서로 묻고 답하면서 학생의 상호작용을 중시한다. 질문을 하는 점은 좋으나 <질문 만들기 시합>처럼 질문 만들기에만 집중하는 것 같아 아쉽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워낙 질문을 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온  작품읽기는 <책 내용>에 무게중심을 두었다. 교사가 주도하여 한 작품 전체를 학생들과 나누려고 하는 점이 좋았다. 질문도 하고 활동도 한다. 좋은 수업 내용이 많았다.
  내가 하는 독서토론은 책 내용을 해석하고, 주제를 정해, 자세하게 질문한다. 하부르타와 온작품읽기를 함께 하는 방식이다. 알려주고 싶은 주제, 학생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를 교사가 미리 준비해서 토론한다.

32. 책벌레 선생님의 행복한 책이야기 (287) / 독서교육
  내가 쓴 책을 7년 만에 다시 읽었다. ‘내가 이런 내용을 썼구나!’ 할 정도로 좋은 부분이 있다. 내가 쓴 걸 잊다니 참~! 그러나 어색한 문장, 되풀이해서 쓴 문장이 꽤 보인다. 다시 고쳐 쓰고 싶다.

31. 명견만리-정치, 생애, 직업, 탐구 편 (KBS 제작팀, 294) / 인문
  KBS에서 2년여 기획과 촬영으로 제작한 내용을 책으로 냈다. 독서반 학생들과 토론했다. 혼자 보려면 영상을 보고, 여럿이 이야기하려면 책을 보는 게 좋겠다.

30. 하늘을 달리는 아이 (제리 스피넬리, 248) / 성장동화
  정말 좋은 책이다. 몇 번이나 읽어도 또 좋다. 이 책으로 세 번째 연수하는데 아직도 좋다. 연수에 참여한 선생님들이 책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성장동화로 분류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고등학생은 되어야 제대로 읽겠다.

29. 물을 건너는 코끼리 (김진희, 187) / 그림과 일기
  황시백 선생님 사모님이 준 책을 이제 읽었다. 초등학생이 그린 것 같은 그림과 일기를 글과 그림 동인들이 엮었다. 난 그림은 잘 모르겠다.

28. 유리디스를 읽으며 (황시백, 197) / 연극대본과 해설
  황시백 선생님 시비에 갔다가 사모님께 받은 책이다. 황시백 선생님이 프랑스 연극을 번역하고 해설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오르페와 유리디스 이야기를 프랑스 작가 장 아누이가 희곡으로 만들었다. 남녀의 사랑 이야기인데 황시백 선생님은 이걸 극한주의자(쥐스꼬부띠스끄)로 읽었다. 나는 잘 모르겠다.

27. 기적이 일어났어요. (김흥기, 135) / 시집
  집을 설계하려고 만난 설계사에게 받은 시집이다. 자신이 썼다고 한다. 아이들 시는 잘 알겠는데 어른들이 쓴 시는 모르겠다.

26. 파란 앵무새 (스캇 맥나이트, 354) / 기독교-성경 읽기
  파란 앵무새는 불편한 상대를 말하는 표현이다. 성경이야말로 파란 앵무새다.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내용이 참 많다. 파란 앵무새를 어떻게 다룰지 토론하면 기독교가 풍성해질 텐데 오랫동안 교회는 파란 앵무새에 정답을 달아놓고 토론을 금지했다. 저자는 파란 앵무새에 귀를 기울이라고 말한다. 새롭고 재미있다. 특히 여성의 역할에 대한 오랜 연구와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훌륭하다.

25. 온작품 읽기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325) / 교육
  교과서에는 문학작품 원문의 일부만 나오기 때문에 온전하지 않다. 아이들이 작품의 가치를 온전하게 느끼면 좋겠다고 생각한 교사들이 전체 작품으로 수업했다. 책벌레 선생님의 행복한 독서토론의 수업 버전 같다. 좋은 분들이 참 좋은 수업을 했다. 국내 작가의 작품을 많이 소개해서 좋다. 올해 4학년과 함께 온작품 읽기를 열심히 해야겠다. 교사들에게 추천한다.

24. 어느 노과학자의 마지막 강의 (프리먼 다이슨 외, 584) / 인문,과학,철학
  과학자가 과학 이야기를 하는데 철학책, 인문학 책, 인생 책을 읽는 것 같다. 저자가 과학을 정확한 측정과 결과가 아니라 과정, 변수, 생각의 차이로 설명하기 때문이다. 최고라고 인정받는 과학자가 진리를 겸손하게 대하는 태도, 사람에 대한 배려, 의견을 듣고 새로운 지점을 향해 같이 가려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15년쯤 전에 도시에 근무하는 교사와 수업 나눔을 했다. 사회 교과 <우리 마을>을 배우면서 서로의 마을을 소개하는 편지를 주고받았다. 3년 전, 2년 전에는 도시 아이들이 우리 학교에 와서 독서캠프하고 우리가 도시에 가서 홈스테이를 했다. 지난해에 그 학교를 떠났는데 도시 아이들이 다시 왔다고 해서 독서캠프를 하러 갔었다. 아마 올해도 할 것 같다. 이런 방식의 수업이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는 좋은 사례라 생각한다.
  이 책은 <프리먼 다이슨, 20세기를 말하다>를 주 교재로 수업하는 대학생들이 저자인 프리먼 다이슨과 주고 받은 편지를 엮은 책이다. 대학생들이 이메일로 질문을 보내면 다이슨이 대답을 보냈다. 질문이 괜찮았는데 대답은 더 괜찮았다. 대학생의 질문에 나도 대답을 했는데 다이슨의 대답이 내 예상과 거의 달랐다.
  우리나라 대학에서는 어떻게 공부할까? 나는 교육대학에서 고등학교와 다를 바 없는 수업을 들었는데 정말 부러웠다.

23.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나쓰카와 소스케, 295) / 중학생 이상
  일본 문학의 어른 <나쓰메 소세키>를 좋아해서 이름을 <나쓰카와 소스케>로 쓴 일본 작가의 책이다. 미하엘 엔데가 쓴 <끝없는 이야기>의 쉬운 버전쯤으로 읽으면 된다.
1. 줄거리 : 고서적 서점을 운영하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고등학생인 린타로가 홀로 남는다. 사람을 사귈 줄 모르고 책만 읽는 외톨이 린타로에게 손님이 찾아와 난데없이 갇혀있는 책을 구해달라고 한다. 책을 읽은 숫자만 따지는 사람, 줄거리만 읽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 책을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에게서 책을 구해낸다. 마지막으로 책 자신이 사람들에게 버림받은 상처를 안고 린타로를 찾아온다.
2. 느낌 : 나는 주제를 감춰놓은 책, 복선이 깔려있고 여백이 많은 책, 그래서 내 머리와 생각으로 끄집어내야 하는 책을 좋아한다. 이 책은 그렇지 않았다. 4장만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쓰였다. 그래도 참 좋았다. 책을 대하는 마음을 잘 표현했다. 구구절절 동의하며 읽었다. 나는 책벌레라 1-3장이 식상했지만 일반 독자에게는 1-4장 모두 재미나리라 확신한다. 읽어보시라.

22. 데미안(헤르만 헤세, 230) / 2 이상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책, 헤르만 헤세의 대표작. 그러나 난 데미안이 젊은이에게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헤세는 인도철학의 영향을 받아 이원론에 빠졌다. 데미안이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 사이를 오간다는 내용이 영지주의자들의 세계관과 똑같다. 자극적이고 모호해서 젊은이들이 좋아하지만 치우친 생각을 갖게 만든다. 한때 데미안을 좋아했지만 분별력이 생겼나 보다. 헤세의 명작은 수레바퀴 아래서이다.

1월에 읽은 책

적극 추천 : 8(문학), 14(기독교 수기), 15(기독교), 16(동화), 20(인문), 21(교육)

21. 학교는 시끄러워야 한다. (김명길, 278) / 교육
  인천 지역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친 선생님이 썼다. 글쓰기모임에서 아이들 이야기하며 글을 쓰신 분이다. 학생들을 이해하고 학생들 편에 서주신 분의 기록이라 읽으면서 많이 공감했다. 바꾸고 싶지만 바꾸지 못하는 일에 좌절하고, 참고 견디고, 그러면서도 아이들을 위해 뭐라도 해주려고 노력하신 모습에 감사했다.

20. 산둥수용소(랭던 길키, 473) / 인문
  몇 번이나 읽어도 감탄이 나온다. 대단하다. 인간의 본성, 욕망, 도덕적 딜레마에 대한 실존적 보고서라는 부제가 딱 맞다. 2차대전 때 일본이 중국을 점령하면서 미국과 유럽 국적자들을 산둥반도에 있는 수용소에 가뒀다. 부자와 빈자, 권력자와 아닌 자, 목사와 사제와 사기꾼이 한 곳에서 지냈다.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관찰하기 좋은 곳이었다. 같은 곳에서 누구는 조금 더 먹고 조금 더 편하게 지낼 생각을 하는데 랭던 길키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토론했다. 세 달 동안 40대 아줌마들과 토론했다.

19. 마가복음(도널드 잉글리쉬, 330) / 기독교 강해서
  IVP BST 시리즈로 나온 마가복음 강해이다. 마가복음 큐티에 도움을 받으려고 읽었다. 내가 성경을 읽는 방식과 강해자들의 설명에 차이가 많다. 나는 강해자들과 다르게 성경을 본다. 내용에 대한 해석이 아니라 관심의 차이다. 확실히 나는 성경도 이야기로 읽는다.

18. 라브리 이야기(이디스 쉐퍼, 303) / 공동체
  이디스 쉐퍼와 프란시스 쉐퍼가 스위스에 라브리 공동체를 세운 과정을 담았다. 놀라웠다. 좋은교사 3월호에 소개한다. (2001년에 360쪽으로 나온 판본은 절판되었다.)

17. 나는 혁신학교에 간다(경태영, 337) / 교사
  경기도에서 혁신학교 바람을 일으킨 학교를 소개한다. 조현초, 서정초, 남한산초와 장곡중, 덕양중, 이우학교, 흥덕고등학교 사례를 실었다. 7년쯤 전 사례라 이미 지난 이야기도 있지만 배울 부분이 많다. 좋은 학교를 만들고 싶다.

16. 팍스 (사라 페니페커, 309) / 5학년 이상 동화
  상처 받은 사람들이 상처를 회복하는 이야기이다. 분노하는 성격 때문에 엄마가 떠난다. 피터는 가족을 잃은 아기여우를 기른다. 가족이 없는 거나 다름없는 피터에겐 여우가 가족이다. 그런데 갑작스런 일로 아빠가 여우를 숲에 보낸다. 피터는 혼자 여우를 찾아가다 다친다. 여우는 유일한 가족을 떠나 야생에서 친구를 만난다. 다리를 다쳐 혼자 서지 못하는 소년, 상처 받아 숲으로 떠난 사람, 낯선 곳에서 인간 냄새를 풍기는 여우, 다리를 다쳐 도움을 받아야 하는 작은 여우…… 차분하면서도 묵직한 내용이다. 내가 좋아하는 형식은 아니지만 좋은 책이다.

15. 묵상과 일상(김병년, 195)/ 기독교
  김병년 목사님이 매일성경에 연재한 내용을 묶었다. 성경을 묵상한다 하면, 혼자 성경 읽고 해석하고 적용하는 과정을 생각한다. 목사님은 묵상을 일상으로 연결한다. 자녀들과 함께, 늘 살아가는 현장에서, 이웃과 성도와의 관계 안에서 말씀이 묵상이 되게 한다. 너무 좋다. 이게 진짜 묵상이다.

14. 청년연가(박경옥성인경, 625) / 수기
  한국라브리를 섬기는 두 분이 라브리와 함께 한 삶을 기록했다. 라브리에 대해 좀 안다고 생각했는데 내 생각이 틀렸다. 사람이나 단체를 알려면 이야기를 오래 들어야 한다. 내가 봤던 방, 건물, 뒷산, 나무기둥에 얽힌 이야기를 읽으며 두 분의 수고와 헌신에 감사했다. 청년들에게 올바른 세계관을 심어주려는 소명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13. 갈보리언덕(로이 헷숀, 198) / 기독교
  어머니가 추천해서 읽었다. 부흥, 성령, 회개, 겸손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내용에는 동의하지만 마음에 와 닿지는 않았다. 어머니는 좋다고 했는데 나는 왜 그저 그런지 모르겠다.

12. 일기 먹는 일기장 (송미경, 127) / 3학년 이상 동화
  『돌 씹어 먹는 아이를 쓴 송미경 작가가 예전에 낸 책을 다시 펴냈다. 송미경 작가는 비유와 상징을 잘 사용한다. 단순한 교훈이나 주제를 표현하지 않아 좋다. 나는 송미경 작가 팬이다.

10-11. 엘라의 엉뚱발칙 유쾌한 학교 1, 2 (티모 파르벨라, 182+199) / 3학년 이상 동화
  엘라는 1편에서 초등 1학년, 2편에서 2학년이다. 순진하지만 엉뚱한 아이들이 초등학교에서 벌이는 이야기를 재미나게 썼다. 핀란드 작가라서 낯설지만 과장과 웃음을 섞어 아이들 모습을 잘 표현했다. 특히 아이들 때문에 당황하는 선생님 모습을 잘 표현했다. 출판사에서 서평을 요청해서 읽었다.

9. 바울의 기도(D. A. 카슨, 335) / 기독교 2750
  존경하는 성경학자 카슨 박사의 책이라서 샀다. 나는 기도가 어렵다. 이 책도 잘 들어오지 않았다. 다시 읽어야겠다. 카슨 박사는 한 번도 실망시키지 않았으니.

8. 소년과 바다 (로드먼 필브릭, 208) / 중학생 이상
  『우주에 남은 마지막 책의 저자 로드먼 필브릭이 노인과 바다를 기리며 썼다. 노인 대신 소년이 엄마 잃고 무너진 아빠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바다로 나간다. 노인이 바다로 나가면 인생 이야기가 되고, 소년이 바다로 나가면 가족과 희망 이야기가 된다. 참 좋은 책, 참 좋은 작가이다.

2-7. 어스시 이야기 (어슬리 르 귄, 2250)/ 판타지 소설 2248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와 함께 판타지 문학의 3대 걸작이라 소개하는 책이다. 그러나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에는 미치지 못한다. <황금나침반, 워터십 타운의 열한 마리 토끼>3대 판타지라고 소개했다. 진짜 3대 판타지 문학에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 말고 무엇이 포함되는지 궁금하다.

- 1편 어스시의 마법사(296) :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모험 이야기
- 2편 아투안의 무덤(252) : 거짓 자아를 버리고 도망가는 이야기
- 3편 머나먼 바닷가(358) : 어스시에 스며든 어둠을 치유하기 위해 마법사(1편의 주인공)가 자신의 능력을 모두 쏟아 붓고 힘을 잃어버리는 이야기
- 4편 테하누(388) : 어릴 적에 지독한 상처를 입은 아이가 마법사(1편의 주인공)와 이방인(2편의 주인공)에게 돌봄을 받으며 치유되는 이야기
- 5편 어스시의 이야기들(565) : 마법사의 섬이 생겨난 과정, 용과 관련된 이야기
- 6편 또 다른 바람(389) : 1-5권에 등장한 주인공들이 어스시에 완전한 평화를 이루기 위해 담을 허물어버리는 이야기

1. 돌 씹어 먹는 아이 (송미경, 165) / 동화, 중학생 이상
  비유와 상징을 활용해서 실제 생활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기발하게 표현한 동화이다. 소심하고 말이 없는 아이가 아무거나 시장에서 혀를 사서 입 안에 넣는다. 그때부터 아이는 막말을 쏘아대며 하지 못했던 말을 내뱉는다. 초등학생에게는 자극적인 것 같다. 중학생과 토론하기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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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 읽은 책

172. 성경(40여 명의 저자, 1760쪽 가량)
  해마다 한 번씩 성경을 읽는다. 그리스도인이라면 적어도 자기 나이만큼은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읽을수록 새롭다. 내 인생 최고의 책이다.

171. 베테랑 형사 복음서 난제를 수사하다. (J 워너 월리스, 428) / 기독교 변증
  저자는 강력계 형사였다. 증거를 찾아 범인을 밝혀내는 일에 전문가이다. 성경을 형사의 눈으로 읽으면 어떨까? ‘예수는 정말 부활했을까? 복음서는 믿을만한 사람들의 기록인가? 성경 사본은 믿을 만한가?’ 와 같은 난제를 형사의 눈으로 답한다. 쉬운 듯 어려운 책이다. 회의주의에 맞서는 좋은 내용을 담았다.

170. 나는 책나무를 심는다. (한상수, 327) / 독서운동
  아침독서운동 한상수 이사장이 지금까지 걸어온 독서운동 발자취를 썼다. 읽으면서 많이 부끄러웠다. 그냥 독서단체 이사장으로 생각했는데 <소명>을 이루기 위해 희생을 감수하면서 노력한 분을 만났다. 훌륭한 분이다. 책 내용은 책을 접하기 어려웠던 어릴 때의 결핍이 독서 운동으로 이끌다.(1) 도서관 운동을 시작한 계기와 과정(2), 아침독서운동 시작, 학급문고 나눠주기 등의 활동(3), 책 나누기, 희망 도서관(4), 스마트폰 시대와 독서(5), 동네 책방 살리기(6), 사회적 기업과 행복한 회사를 이루려는 노력(7), 존경하는 인물과의 만남과 회상(8)을 담았다.
  - 읽고 싶은 책도 만났다. : 세 잔의 차, 열혈교사 도전기
  - 앞으로 애용하고 싶은 출판사도 만났다. - 푸른숲, 보림

169. 업무명, 마을교육공동체 (김혜영, 111) / 교육수기
  아끼는 후배 혜영이가 안양시 관악초등학교에서 마을교육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썼다. 놀이터에서 할아버지들이 술 마시고 학교 뒷산과 주택가에는 쓰레기가 쌓이는 곳, 지원을 많이 받는 인근 신설학교에 비해 지원과 관심이 적은 곳에서 마을 사람들과 끙끙대는 모습을 보며 존경스러웠다. ‘나도 마을사람들과 함께 아이들을 가르쳐야지!’ 하는 마음을 일으키는 책이다. 추천한다.

168. 아빠는 왜 그렇게 살아? (김병년, 254) / 에세이
  김병년 목사님이 아빠와 엄마 역할을 하며 자녀를 기르면서 쓴 글, 누운 아내를 돌보고 바라보며 쓴 글, 아이와 아내를 함께 돌본 교회를 생각하며 쓴 글, 세월호의 아픔에 대해 쓴 글을 모았다. 하루하루 사람들과 살아가는 게 거룩의 과정이다. 왕의 기도, 왕의 재정은 삶으로 쓴 기도에 견주지 못한다. 삶의 기도가 귀하다.

167. 노인과 바다 (헤밍웨이, 153) / 소설
  이름도 없는 노인은 최고의 고기잡이였지만 지금은 나이가 들고 운이 다해 그저 그런 사람으로 취급당한다. 오직 한 소년만 노인을 인정한다. 85살인 노인이 84일 동안 고기를 잡지 못하다가 드디어 청새치를 잡는다. 이틀 동안 꼬박 사투를 벌여 86일째 되는 날 고기를 잡지만 집으로 돌아오다가 상어 떼에게 빼앗기고 뼈만 갖고 돌아온다. 아마 86세 생일 때에는 영광의 흔적인 뼈는 갖겠지만 그를 풍요롭게 해줄 살은 갖지 못할 것이다. 인생은 도전할 가치가 있으며 뼈를 남기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알려주는 책이다.

166. 남아있는 나날 (가즈오 이시구로, 310) / 소설
  올해 노벨상 수상작가의 책이다. 영국 귀족의 대저택을 관리하는 집사가 집사로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이야기이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 문체였지만 굉장히 흥미로웠다. 작가가 이야기를 끌어가는 솜씨가 뛰어나다. <오만과 편견>, <예루살렘의 아이히만>과 함께 읽으면 좋겠다.

165.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솔제니친, 223) / 소설
  이반 데니소비치가 시베리아 수용소에서 지내는 하루를 담았다. 수용소가 얼마나 견디기 힘든 곳인지, 그런 곳에서도 어떻게 견뎌내는지 보여준다. 또한 작은 성취, 작은 기쁨이 하루를 견디는데 얼마나 도움을 주는지 보여준다. 참 좋은 책이다.

164. 돌 씹어 먹는 아이 (송미경, 165) / 동화, 중학생 이상
  기발한 동화이다. 중학생 이상으로 대상을 정한 건 초등학생에게 자극적이라 생각해서이다. 초등 대상인 <보름달 문고>로 분류되어 있지만 <1318 소설>로 분류하는 게 낫겠다. 원덕중학교 학생들과 독서토론하기 위해 읽었다.

163. 동물농장 (조지 오웰, 171) / 고전소설
  말이 필요 없는 책. 조지 오웰은 천재다. 글 솜씨가 부럽다. 최강이다. 독서반 학생들과 돼지가 동물들을 지배하기 위해 사용하는 술책을 찾아보았다. 여러분도 해보시라.

162. 과학혁명의 구조 (토머스 쿤, 355) / 과학철학
  독서반에서 읽었다. 내용은 좋지만 해석이 완전 꽝이다. 독서반 여고생은 문장을 읽으며 영어 원문을 추측했다고 한다. 13, 다윈이 진화론을 주장한 뒤에 다윈주의자들이 만난 가장 큰 난관에 대한 설명이 가장 좋았다. 다윈주의자는 철학의 문제로 고민한다. 13장은 정말 대박이다.

161. 우주에 남은 마지막 책 (로드먼 필브릭, 280) / 중등 이상 소설
  미래에 대지진이 일어나고 세상은 무법천지가 된다. 사람들은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당장의 필요만 바라본다. 책은 사라지고 순간의 기쁨을 주는 기계장치와 쓰레기만 남았다. 이때 우주에 마지막 책이 남았는데 그게 과연 뭘까?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와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이다.

160. 1퍼센트의 희망이라도 (이용주, 230) / 긴급구호 수기
  이용주님은 긴급구호가 필요한 곳에 지하수를 파주는 일을 한다. 시에라리온, 콩고, 케냐, 북한까지 다니며 지하수를 파준다. 죽을 위기도 넘기고 온갖 고생을 한 수기이다. 감동받았다. 적극 추천한다.

159. 라인 (이송현, 234) / 청소년 소설
  율과 도는 줄을 탄다. 백인과 혼혈인 율은 자기를 찾기 위해 전통줄타기를 배우고 한국인 도는 독일의 줄타기 슬랙라인을 배운다. 둘은 같은 날 태어나 우연히 같은 집에서 쌍둥이로 살아간다. 줄 위에서 자기를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글의 전개가 좀 성급하지만 내용은 좋다.

158. 오스 기니스의 저항 (315) / 기독교
  좋은교사 2018-1월호에 소개했다. 어렵지만 좋은 책이다. 기독교가 저항해야 할 대상은 다른 종교나 정치세력이 아니라 현대주의라고 말한다. 현대사상에 물든 기독교여, 제발 정신 차리자.

157-160. 워터십 다운의 열한 마리 토끼 (리처드 애덤스, 642) / 판타지 동화
  토끼가 살던 곳을 떠나 새로운 정착지를 찾아 나선다. 위험을 무릅쓰고 정착하지만 암컷이 없다. 암컷을 구하려고 이웃 마을에 갔지만 그 마을은 폭군 토끼가 다스린다. 폭군 토끼는 막강한 지배세력을 두고 엄청난 반격을 해오는데…… 책 표지에 쓰인 광고 영국 판타지 문학의 고전수준에는 이르지 못하지만 재미있다.

11월에 읽은 책

156. 꼴뚜기 (진형민, 156) / 4이상 동화
  학교에서 일어나는 실제 모습(왕따, 학교폭력, 이성교재, 거짓말 등)을 동화답게(약간의 과장+재미난 아이디어+즐거운 결말) 썼다. 진형민 작가가 글을 잘 쓴다. 아이들이 읽기 좋은 동화이다.

155. 고통 앞에 서다. (오스 기니스, 439) / 기독교
  악이 어디에서 시작하는지, 고통은 어떻게 오는지, 세상이 왜 부조리한지, 주요 종교는 악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악의 존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등에 대해 오스 기니스가 답한다. 읽기 쉽고 좋은 책이다.

154. 사자와 마녀와 옷장 (C. S. 루이스, 222)
  우리반 아이들에게 읽어주었다. 초등 2학년에게 조금 어려운 듯하지만 아이들이 재미나게 들어주었다. 아슬란을 만나는 기쁨으로.

153. 슈퍼히어로 우리 아빠 (임지형, 108) / 3-4학년
  아빠는 슈퍼히어로. 사람을 구한다. 그래서 틈만 나면 사라진다. 가족들과 함께 있어야 하는 시간에. 아빠가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게 나을까, 사람들을 구하는 영웅으로 사는 게 나을까? 인흥초 아이들과 독서토론 한 책.

152. 마음에 드는 그림책
  1) 울타리 너머 아프리카 / 바르트 무야르트 / 오늘 읽은 최고의 그림책. 다문화, 편견, 상호존중, 획일성과 다양성 등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책
  2) 세 강도 / 토미 웅게러 / 웅게러 그림책은 이름값을 한다. 세 강도가 강도짓으로 돈을 모으다가 도움이 필요한 아이를 모은다는 이야기.
  3) 마법의 케이크 / 티디에 레비 / 마법의 케이크를 마련하려면 14가지 재료(우리 편 재료 7가지, 적국에 있는 재료 7가지)를 모아야 한다. 전쟁을 그치게 하는 멋진 이야기.
  4) 거짓말 / 카트린 그리브 / 거짓말을 그림책 정서로 잘 나타냈다.
  5) 개와 고양이의 영웅 플릭스 / 토미 웅거러 / 고양이 부부가 개를 낳는다. 고양이도 잘 알고 개도 잘 아는 멋진 고양이.
  6) 나의 계곡 / 클로드 퐁티 / 이야기가 너무 많아 그림책 같지 않은 책. 그러나 상상력을 자극하는 책. 그림이 멋지다.
  7) 아빠, 나한테 물어봐 / 버나드 와버 / 아이가 잠들기 전에 아빠에게 묻는다. 묻고 또 묻다가 아빠의 대답을 들으며 잠이 든다. 좋다.
  8) 외다리 병정의 모험 / 안데르센 원작, 요르크 뮐러 그림 / 아이가 좋아하던 장난감이 버려져 쓰레기장, 하수구를 돌아다니다 가난한 아이 손에 들어가고.... 글씨 없는 그림책, 좋은 그림책.
  9) 가장 슬플 때 / 마이클 로젠 글, 퀜틴 블레이크 그림 / 슬픔을 나타낸 책. 아들 잃은 아버지가 슬픔을 말하는데 공감이 된다. 퀜틴 블레이크의 그림은 장난 같지만 감정이 담겨있다. 좋다.
  10) 꼬마 예술가 라피 / 토미 웅거러 /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온 두 아이는 친구가 없다. 둘이 만나 라피는 로봇을 만들고 키(중국아이)는 옷을 만든다. 같음과 다름, 문화 다양성, 소외에 대한 책.
  11) 눈보라 치던 날 / 실레나 쇤츠 / 눈보라 치던 날 동생은 오빠 썰매에 장식할 실을 얻으러 간다. 눈사태가 나고 오빠는 털실을 따라가서 동생을 구해낸다. 따뜻하고 좋은 그림책

151. 보통인 그림책 
  1) 책 속의 책 속의 책 / 요르크 뮐러 /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을 계속 되풀이해서 보여주는 현상을 이용한 그림책.
  2) 톰텐과 여우 /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 눈 내린 겨울에 여우가 닭장을 기웃거린다. 닭장을 지키는 톰텐이 여우에게 죽을 주며 암탉을 잡아먹지 말라 한다. 그림책 느낌이 부족하다.
  3) 멋대로 학교 / 미하엘 엔데 / 거짓말 학교의 그림책 버전. 멋대로 하는 학교에 가야 할 아이들이 이곳에서 기가 꺾여 사는 게 가슴아파서 쓴 이야기. 아이들이 자유롭게 지내도록 하라는 메시지는 동의하지만 이런 건 싫다.
  4) 슛돌이 카르헨 / 로트라우트 수잔네 베르너 / 축구 낱말 해설하는 그림책, 별로이다.
  5) 베로니카, 넌 특별해. / 로저 뒤바젱 / 평범한 하마 베로니카가 도시에 가서 곤란을 일으키다 고향으로 돌아와 특별한 하마로 대접받는 이야기.
  6) 막대기 아빠 / 줄리아 도널드슨 / 막대기 아빠가 사람 손에 이리저리 옮겨다니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이야기.
  7) 자작나무 마을 이야기 / 알로이스 카리지에 / 그림책이 아니라 짧은 이야기책으로 분류해야 한다. 매발톱나무에 딱새가 숨어 사는 이야기
  8) 마녀 위니와 심술쟁이 로봇 / 밸러리 토머스 / 마녀가 만든 로봇이 마녀의 요술지팡이를 가져가서 일어나는 소동.
  9) 학교 가는 날 / 송 언 / 초등학교 입학하는 아이들 마음을 짧은 일기로 표현했다.

150. 소명 (오스 기니스, 382) / 기독교
  오스 기니스의 책을 읽으면 후회하지 않는다. <소명>은 본받을만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의 삶이 잘 나타나있다. 소명에 붙들려 다른 북소리를 듣고 살았던 사람들. 아주 좋은 책이다.

149. 고집쟁이 초정의 작은 책, 김주현, 75
  박제가가 아버지를 읽고 좌절했다가 글을 다시 쓸 마음을 갖게 되는 계기를 재미나게 썼다. 붓과 초서(책의 중요 내용을 가려 쓴 책)가 좌절한 박제가에게 한 말이 좋다.

148. 거인이 주인공인 책 두 권 /
1) 우리 아빠 숲의 거인, 위기철, 103
  믿고 보는 작가 위기철이 쓴 동화이다. 숲의 거인이 도시에 사는 엄마를 사랑하자 엄마의 부모가 반대한다. 거인의 통곡 소리를 견디지 못한 이웃의 압박 때문에 엄마와 결혼해서 도시에 온다. 그러나 도시에서 살면서 몸이 점점 작아진다. 엄마 말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아지자 엄마가 아빠를 데리고 다시 숲으로 간다. 숲에 돌아간 뒤에 원래 몸 크기를 찾고 행복하게 산다. 좋은 메시지를 주는 책이다.

2) 마지막 거인 (프랑수아 플라스, 87)
 프랑스에서 극찬을 받았던 책, 말레이시아 선원에게 거인의 이를 구입한 주인공이 거인을 찾아간다. 우여곡절 끝에 거인을 찾아 함께 10개월을 지낸 뒤에 돌아와 거인 이야기를 책으로 쓴다. 책이 유명해진 뒤에 거인을 다시 찾아가지만 거인은 모두 죽어있다. 자기가 쓴 그 책 때문에.
 "침묵을 지킬 수는 없었니?"

147. 쿤의 과학 혁명의 구조 (박영대, 정철현, 275) / 만화
  독서반에서 <과학 혁명의 구조>를 토론한다. 과학 혁명의 구조가 너무 어려워서(번역을 못해서) 도움을 받으려고 찾은 해설이다. 만화라서 쉽다. 쿤이 패러다임이라는 말을 사용한 배경과 맥락을 알려준다. 저자 두 사람이 <과학 혁명의 구조>를 번역했다면 어땠을까?

146. 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354) / 소설
  30대가 이런 소설을 쓰다니 대단하다. 17살에 사고 쳐서 낳은 아이가 17살이 돼서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17살이 삶을 어떻게 아느냐고? 그래서 작가는 아이를 조로증에 걸린 희귀병 환자로 등장시킨다. 가슴에는 열정을 가졌으나 몸은 이미 늙은 아이는 아이일까, 노인일까? 늙었다는 걸 어떻게 판단할까? 장성여고 학생들과 토론하기 위해 읽었는데 학생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145. 우리가 얼굴을 찾을 때까지 (C. S. 루이스, 365) / 소설
  루이스가 자기가 쓴 책 중에 이 책을 가장 좋아했다고 한다. 루이스 책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기도 하다. 왕의 첫째 공주 오루알은 이성과 합리성으로 신비와 영의 세계를 이해하려 든다. 둘째 공주 레디발은 본능에 충실하다. 셋째 공주 프시케는 어리석은 군중의 요구에 따라 신에게 재물로 바쳐진다.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에 구원자로 추앙받았고, 같은 이유로 신의 아내가 되어야 했다. 나는 오루알처럼 이성으로 이해한다. 영원의 세계까지 이성으로 분석하려 한다. 그러나 신비와 영을 이성으로 분석하면 쪼개진 소망의 파편만 남을 것 같다. 두고두고 곱씹어 읽을 책이다. 행복한수업만들기 교사 모임에서 토론했다. 토론하기 좋은 책이다.

144. 속초 동아서점 이야기 (김영건, 198) / 수필 모음
  1956년부터 3대째 60년 넘게 자리를 지킨 속초 동아서점에 대한 이야기이다. 3대째 주인인 김영건 씨가 아버지로부터 동아서점을 물려받고 서점을 운영하면서 겪은 일을 쓴 수필 35편을 담았다. 만 권 넘는 책을 모두 .반납하고 다시 2만 권을 받아 배치한 이야기, 단골손님과 여행하다 들른 손님 이야기, 서점에서 만나 결혼한 이야기까지 재미나게 썼다. 글 쓰는 재주가 있다. 책과 서점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미나게 읽겠다.

10월에 읽은 책

143. 돈키호테 2 (세르반테스, 923) / 고전
  이번 달에 돈키호테만 1700쪽을 읽었다. 무지막지하다. 2권은 있는 줄도 몰랐는데 재미나다. 물론 분량이 길어서 함부로 도전할 책은 아니다. 기사도에 미친 것 빼고는 당대 누구보다 똑똑하고, 용감하고, 깨끗한 사람 돈키호테! 1700쪽을 읽어낼 어른들과 토론해보고 싶다. (중고등 독서반에서 1편을 토론했는데, 돈키호테를 옹호하기도 하고 반대하기도 했다. 세르반테스가 돈키호테를 긍정의 상징으로, 부정의 상징으로 내세웠는지 따져보기도 했다. 재미있었다.)

142. 팀 켈러의 기도 (팀 켈러, 360-부록 제외) / 기독교
  역시 기도는 어렵다. 팀 켈러의 책이 모두 머리에 쏙쏙 들어왔지만 이 책은 힘겹게 읽었다. 이해하지 말고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가 보다. 기도를 제대로 하고 싶다.

141. 애쓴 사랑 (황시백, 251) / 수필
  탁동철 형이 추천한 책이다. 황시백 선생님이 가난과, 물질문명에 찌들어가는 삶과, 권위주의와, 높아지기만 바라는 가치와 싸운 과정을 담았다. 대다수 사람들이 듣지 못하는 다른 북소리에 발맞춰 살아간 선생님의 발자취를 보며 고마웠다. 나도 땅을 밟고 땀을 흘리며 아이들과 함께 살아야겠다고 다시 다짐한다.

140. 지의 최전선 (이어령, 정형모, 399) / 인문
  중앙일보 기자가 이어령 선생님께 들은 최신 지식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 3D프린터, 인터페이스 혁명 같은 과학 이야기에 메르스, 에볼라 같은 의학 이야기와 온갖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어령 선생이 문학만 전공인 줄 알았더니 컴퓨터를 자유자재로 쓰며 다양한 분야에 전문가라는 걸 알겠다. 그러나 기자라는 사람의 글쓰기 투가 진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어령 선생이 대단한 석학이지만 지나치게 내세우는 말투가 영 미덥잖다. 포장 잘하고 과장하는 기자의 특성이 이어령 선생의 지식을 갉아먹었다.

139. 빨강 연필 (신수현, 207) / 동화
  토요일에 다른 학교 아이들과 독서캠프하려고 읽었다. 정직하게 쓴 글이 좋은 글이라고 알려주는 책이다. 5학년 교과서에 나왔다. 좋은 책이다.

138. 제가 살고 싶은 집은 (이일훈, 송승훈, 319) / 집 짓기
  송승훈 선생님이 이일훈 건축가에게 집을 의뢰했다. 천천히 메일을 주고받으며 어떤 집을 지을지 생각해보자는 말이 이 책을 만들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만나 기뻤고, 집 지을 때 도움이 되는 내용이 많아 좋았다. 좋은 집 지어야지!

137. 기대를 현실로 바꾸는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사이토 다카시, 215) / 에세이
  일본 독서학(? 독서론?)의 대가인 사이토 다카시가 혼자 있는 시간, 고독을 예찬한다. 도움이 되는 내용이 많다. 그러나 나는 고독을 실천하고 살기 때문에 크게 와 닿지는 않았다. 보통 사람에게는 도움이 많이 되겠다.

136. 동물원 야간개장 (임진묵, 259) / 동화 모음
  임진묵 선생님이 고등학생들에게 시와 동화를 가르쳤다. 아이들이 시와 동화를 배우고 직접 썼다. 고등학생의 글쓰기 실력이라고 보기에는 참 잘 썼다. 초중등 학생들이 공감할 내용이 많다.

135. 얘들아 모여라 동시가 왔다. (탁동철, 203) / 교단일기
  탁동철 형이 8-6년 전에 시를 가르친 내용을 묶은 교단일기다. 산골 아이들과 함께 시를 쓰는 이야기는 소박한 환경이 부러웠고 글 쓰는 과정이 자연스러웠다. 바닷가 청호초등학교로 옮긴 뒤의 이야기는 가르친다는 게 무엇인지 보여준다. 내가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아이를 대하고 가르친다. <하느님의 입김>에 견주어 표현과 느낌이 거칠다. 더 젊은 날의 기록임을 알겠다.

134. 까만 손 (탁동철, ) / 동시 모음
  탁동철 선생님은 아이들과 만나면 시를 가르치고, 교단일기를 쓰고, 시와 교단일기를 책으로 낸다. 보통의 교사가 생각하지 못하는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형이 만난 아이들 글이 참 좋다.

133. 슬로처치 (미국 평신도 두 사람 공저, 356) / 기독교
  저자는 성과와 성장 위주의 교회를 위해 빠르고, 크고, 번쩍거리는 모양새를 취한 현대 교회의 흐름을 거부한다. 본질에 충실하라는 말인데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ㅍ는 경제와 생태까지 다루기 때문에 책이 많이 팔릴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교회야말로 본질적인 내용을 고민해야 할 장소라 생각한다.

132. 돈키호테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이베드라, 781) / 고전
  781쪽을 읽는 게 힘들다고 생각할 정도의 분량은 아닌데 길게 느껴졌다. 돈키호테가 사고치는 내용은 앞에만 나오고 계속 등장인물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액자식 구조로 여러 가지 이야기가 이어진다. 남성의 손을 벗어나 스스로 일어서는 독립적인 여성의 이야기, 자유를 찾아 모든 걸 포기하는 여성 이야기,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 등 인간성에 대한 이야기가 더 흥미를 끈다. 450년 전에 쓰인 글이라 우리 입맛에 딱 맞지는 않지만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의외로 논리가 많이 드러난 책이다.
  기사소설에 심취한 돈키호테는 진짜 기사처럼 행동한다. 사람들은 소설을 소설로 받아들이지 않는 돈키호테를 지나친사람이라 생각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풍덩 뛰어드는 게 정말 이상할까? 이상을 실현하려면 현실을 벗어나 이상을 실천해야 하지 않을까?(흑백차별이 심할 때 흑인들이 그랬다. 이상이 이루어진 것처럼 살아야 진짜 이상이 이루어진다고.) 기사소설을 상업주의에 물든 출판, 영상, 소비 위주의 문화라고 봐도 재미있다.

9월에 읽은 책

131. 바람의 열두 방향(어슬러 르 귄, 498) / SF 단편
  SF 문단에서 알아주는 작가이다. 10여 차례 휴고상, 네불러상, 로커스상을 받았다. 이 책은 단편 17개를 모아놓았다. 혼자 읽을 때는 이해하지 못했는데 둘째가 무슨 뜻인지 알려주었다. (SF, 판타지에서는 둘째가 내 스승이다.) 독서반에서 중고등학생과 토론하면서 기가 막히다.’는 감탄을 몇 번이나 했다. 새로운 분야의 책이라 어려웠지만 놀라웠다. 추천한다.

130. 폭풍의 언덕 (에밀리 브론테, 311) / 고전
  두 집안 사이에 일어나는 애증, 복수를 담았다. 난 이런 소설이 싫다. 답답하다. 벗어나면 될 텐데 벗어나지 않고, 다른 곳을 바라보면 되는데 굳이 한 사람(또는 복수라는 한 가지 감정)만 바라본다. 주위에 이런 사람도 있으면 피곤하다. 이런 사람은 그냥 피하고 싶다. 요즘 기분 탓일까?

129. 오스 기니스의 인생 (오스 기니스, 342) / 성인
  인생관에 대해 묻고, 인생관을 생각하라고 권한다. 동양 세계관, 세속주의 세계관, 성경적 세계관을 소개한 뒤에 진리를 찾아가는 탐색 과정을 썼다. 오스 기니스는 생각보다 어렵지만 읽을 가치가 있다. 사는 게 뭘까 고민하는 사람이 읽으면 도움이 될 것 같다.

128. 한홍구의 청소년 역사 특강 (한홍구, 271) / 중학생 이상
  청소년을 위한 특강을 책으로 묶었다. 단순히 사건을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근대 학교, 입시, 두발 규제, 나이 차별, 군대, 강남 개발, 노동이라는 주제로 역사의 흐름을 설명했다. 역사라면 웬만큼 아는 나도 저자의 통찰력에 깜짝 놀랄 때가 많았다. 첫 장과 마지막 장에는 역사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담았다. 강력 추천한다.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은 정당한가라는 책의 오타를 보냈더니 이 책을 선물로 줬다. 출판사도, 책도 모두 좋다.)

127. 요한복음 (D. A. 카슨, 본문만 1281) / 기독교
  성경 해석에 권위가 있는 D. A. 카슨이 쓴 요한복음 주석이다. B5 판형에 1281, 전문 내용이 많아 읽는데 오래 걸렸다. 학자들이 한 구절, 한 낱말을 얼마나 치열하게 보는지 알겠다. 요한복음 공부할 때 다시 봐야지.

126. 하느님의 눈물 (권정생, 235) / 3학년 이상
  권정생 선생님이 쓴 동화이다. 우화 같은 이야기도 있고 성경을 풀어 쓴 이야기도 있다. 모두 이웃을 사랑하고 돌보는 내용이다. 좋은 책이다.

125. 피시본의 노래 (게리 폴슨, 143) / 고등 이상
  미국에서 인디언 영성(과 동양 사상)에 대한 관심이 진짜 높은가 보다. 뉴베리 상을 세 번이나 받은 작가도 인디언 사고방식에 관심을 가지다니. 인디언으로 보이는 피시본이 홀로 아이를 기르는 이야기다. 아이를 기른다기보다는 아이가 혼자 자라도록 가르치는(지켜보는) 이야기다. 내 세계관과는 맞지 않지만 배울 점도 많다. 자연의 흐름에 맞춰 탐욕을 부리지 말고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강조한다. 토론하고 싶은 책이다.

124. 찰리와 초콜릿 공장 (로알드 달, 226) / 5학년 이상
  아래 책과 마찬가지로 동화가 무엇인지 계속 고민하며 읽었다. 로알드 달의 다른 책은 아이들이 낄낄대며 읽는데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로알드 달의 책으로는 지나치게 교훈적이다. 어떻게 읽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

123. 코끼리 아줌마의 햇살 도서관(김혜연, 175) / 5학년 이상
  전에는 이런 책이 좋았다. 도서관에서 책(도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사람이 바뀐 이야기. 그런데 이번에는 이런 게 동화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린이들은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읽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내가 읽기에는 좋은데 아이들 눈에 어떨지 확인해봐야겠다.

122. 하느님의 입김 (탁동철, 335) / 교단일기
  탁동철 형이 속초 청호초등학교에서 지내는 동안 쓴 교단일기를 모았다. 형의 글을 읽으면 난 아직 선생 되기 멀었다. 글 제대로 쓰기 멀었다.’ 하는 생각이 든다. 형은 이런 비교를 싫어하겠지만 탁동철 형의 글을 읽으면 부끄럽다. 대한민국 모든 국민에게 책벌레 이름 걸고 추천한다.

8월에 읽은 책

121. 프랑크푸르트 (살림지식총서 ) 국외 연수를 위해 읽었다. 이 책이 있어서 연수가 풍성해졌다.

120. 하이델베르크 (93, 살림지식총서 106) 국외 연수를 위해 읽었다. 이 책이 있어서 연수가 풍성해졌다.

119. 아름다운 도서관 오디세이 (94, 살림지식총서 421) 국외 연수를 위해 읽었다. 이 책이 있어서 연수가 풍성해졌다.

7월에 읽은 책

118. 삶으로 담아내는 십자가 (마이클 고먼, 636) / 기독교
  바울이 쓴 말씀을 십자가로 풀어 썼다. 처음 읽었을 때는 무슨 말인지 잘 몰랐는데 두 번째 읽으니 좀 보인다. 바울 서신을 다른 눈으로 읽을 것 같다. 앞으로 몇 번은 더 읽을 책이다.

117. 까만 손 (탁동철 엮음, 223) / 오색초등 어린이들 시모음
  내가 좋아하는 동철이 형이 아이들과 지내며 쓴 시를 모았다. 마음이 가는 글도 있고 평범한 글도 있다. 글 쓴 아이를 알면 더 빠져들어 읽을 텐데. 산과 들, 나무와 동식물, 계절이 바뀌는 모습을 쓴 글이 많다. 요즘 아이들은 이런 걸 쓰지 않는다. 보는 눈이 사라져가고 있어서 안타깝다.

116. 달빛 마신 소녀 (켈리 반힐, 398) / 동화, 중학생 이상
  2017년 뉴베리상 수상작이다. 마을 사람들은 1년에 한 번씩 아이를 숲에 놔둔다. 마녀를 달래기 위해. 그러나 마녀는 아이를 데려다가 습지 건너편에 있는 사람들이 기르게 한다. 사람들이 왜 1년에 한 번씩 아이를 버리는지 모르면서. 이건 슬픔을 먹고 사는 마녀(?)가 마을을 장악하기 위해 벌인 일이다. 장로들은 그걸 이용해서 권력을 장악하고 욕심을 채우며 살아간다. 저자가 문장보다 이야기 자체에 신경을 많이 썼기 때문에 눈에 쏙 들어오지는 않았다. 그래도 좋은 책이다.

115. 탕부 하나님 (팀 켈러, 188) / 성경 해설
  팀 켈러, 탁월하다. ‘탕자에만 초점을 맞춘 이야기를 의 관점으로 바꿔 읽었다. 예수님이 세리, 죄인과 어울리는 걸 보고 덤벼드는 바리새인에게 하신 말씀이므로 형을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 정말 좋은 책이다.

114. 더 스토리 (390, 션 글래딩) / 성경 개관
  성경 전체를 이야기로 풀어썼다. 처음 읽을 때는 몰랐는데 다시 보니 대박이다. 굉장한 책을 몰라봤다. 밑줄 쫘악 긋고 여백을 글을 써가면서 읽었다. 성경 전체를 이야기로 읽고 싶다면 이 책을 읽으라고 강력 추천한다.

113.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128, 크리스틴 디치필드) / 동화 해설
  「사자와 마녀와 옷장을 해설했다. 부제는 C. S. 루이스의 눈으로 나니이 읽기다. 나니아 나라에 빠진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것이다.

112. 사자와 마녀와 옷장 (230, c. s. 루이스) / 동화
  이 책으로 독서캠프를 하기 위해 읽었다. 역시 재미있다. 캠프에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새로운 생각을 또 만났다. 함께 읽으면 혼자 읽을 때 보지 못하는 것들이 보인다. 참 좋은 책이다.

111. 외계인이 보낸 동시 편지 (288, 권일한) / 동시+내 생각
  곧 나올 책이다. 최종 교정을 봤다. 23년 동안 가장 마음에 드는 아이들 글 90편에 내 생각을 적었다.(90+90=180) 그리고 1학년 외계인들을 관찰하며 100여 쪽을 썼다. 마음에 든다.

6월에 읽은 책

최강의 기독교 서적 두 권을 읽었다. <왕의 십자가>, <모자람의 위안> 초강력 슈퍼울트라 추천한다.

110. 왕의 십자가 (팀 켈러, 330) / 기독교
  마가복음을 십자가로 설명한다. 온 사방 밑줄을 쫙 그으며 읽었다. 굉장한 책이다. 완전 강력 추천한다. 이 책을 좋아한다면 성경을 깊이 아는 사람이라고 인정한다. 강력 추천한다.

109. 첫사랑 (성석제, 240) / 소설
  ‘투명인간을 읽고 성석제의 첫사랑을 읽었다. 8가지 단편이 실렸고 마지막 글이 첫사랑이다. 1인칭 시점, 3인칭 시점, 옛 말투 등의 다양한 문체로 글을 썼다. 글 쓰는 능력이 뛰어나다. 나는 돌려서 말하는 걸 좋아하는데 성석제 님은 현실을 잘 묘사한다. 사회의 어두운 면을 묘사해서 내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그래도 다른 분들께는 좋을 것이다.

108. 슈퍼히어로 우리 아빠 (임지형, 108) / 초등 3학년 이상
  창하의 아빠는 슈퍼히어로 타이거 맨이다. 놀라운 능력으로 사람들을 돕지만 가족들은 아빠가 가족과 함께 있기를 원한다. 대형 사고가 생겨 아빠가 사람들을 다 구하지 못하자 사람들이 아빠를 비난한다. 그런데 창하에게도 조금씩 능력이 생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아빠의 갈등, 아빠를 바라보는 창하의 갈등, 사람들의 시선이 겹친다. 토론하기 좋은 책이다.

107. 금서가 된 예수님 말씀 (도마, 187) / 기독교
  기독교 성경(정경)에 들어가지 않았던 도마복음이다. 4복음서와 겹치는 내용도 있지만 새로운 내용도 많다. 마음에 드는 말씀도 있지만 대부분 왜 그렇지하는 내용이다. 도마복음이 금서가 된 까닭을 알고 싶다.

106. 스프링벅 (배유안, 218) / 중등 이상
  스프링 벅은 아프리카에 사는 양이다. 일정한 숫자가 모이면 좋은 풀을 뜯어먹기 위해 뒤에 있던 양이 앞으로 나선다. 그러면 다른 양도 앞으로 나서고 무리가 점점 앞으로 나서기 경쟁을 하면서 달린다. 무리에 속도가 붙으면 왜 달리는 지도 모르고 그냥 달린다. 절벽에서 떨어질 때까지. 배유안 님의 책이라면 무조건 읽어도 된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책이다.

105. 밉스 가족의 특별한 비밀(잉그리드 로, 270) / 5 이상
  교사들과 15시간 독서 연수를 하기 위해 정한 책이다. 총각 선생은 밑줄 그으며 읽었다 했다. 장학사는 처음엔 꾸며주는 문장이 거슬렸지만 어느 순간 몰입해서 끝까지 읽었다고 했다. 토론하고 나서는 너무 좋은 책이라고 칭찬했다. 2009년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이다. 읽고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104. 모자람의 위안 (도널드 맥컬로우, 293) / 기독교
  밑줄 쫙쫙 그으며, 여백에 생각을 쓰며 읽었다. 정말 좋은 책이다. 날마다 부딪치는 한계가 나쁜 게 아니라고 말한다. 몸의 한계, 관계의 한계, 지식, 성취, 도덕성, 영성……의 한계를 말한다. 세 번째 읽는데 여전히 새롭고 좋다. 완전 강력 추천한다.

103. 생각하는 것이 왜 중요할까요? (이관호, 152) / 초등 독서토론 대상도서
  나, 역사, 공부, 행복, 민주주의, 정의를 철학으로 설명하는 책이다. ‘에서 이성을 강조한 데카르트와 신체를 중요시한 니체를 설명하는 부분이 초등학생에겐 어렵다. 다른 내용은 초등 고학년이 생각할만한 내용이다. 99, 100번과 내용이 겹친다. 셋 다 좋은 책이다.

102. 플랑크톤도 궁금해 하는 바다 상식 (김웅서, 256) / 중등 독서토론 대상도서
  바다에 관한 상식부터 바다의 기원, 바다와 관련된 자원(생물 자원, 에너지 자원)을 자세하게 소개한다. 개발과 오염으로 파괴되는 바다의 현재 모습을 소개하고 우리나라가 해양 강국으로 가기 위한 방안을 제시한다. 눈으로 직접 보지 못하는 바다 생태계가 오염 때문에 신음하는 현실을 계속 무시하면 미래에 얼마나 큰 재난에 맞서야 할지 걱정이 된다.

101. 청소년을 위한 환경 교과서 (클라우스 퇴퍼 외, 227) / 고등 독서토론 대상도서
  독일 환경부장관, UN 환경관련 일을 한 저자가 환경을 이야기한다. , , 동식물, 바다를 이야기하는 책을 빈부 문제로 시작하고 하나로 연결된 세상으로 끝난다. 단순하게 환경 문제와 관련된 지식을 전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세계 각 나라들이 환경문제에서 어떤 위치에 있으며, 각 나라의 경제규모와 상황에 따라 어떤 역할을 해아 하는지 말한다. 환경 선진국 독일이 그냥 이루어진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100.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은 정당한가? (표창원 외, 243) / 고등 토론대회 대상도서
  인권연대에서 열었던 인권교육 직무연수 강의에서 다섯 개를 골라 책으로 엮었다. 폭력(표창원-국회의원), 민주주의(오인영-고려대 교수), 철학(선우현-청주교대 교수), 이슬람(이희수-한양대 교수), 삶의 이유(고병현-성공회대 교수)를 다루었다. 오인영, 선우현 외의 세 분은 강의와 책으로 만난 분들이다. 표창원, 이희수 님 글은 아주 좋았고 오인영, 고병현 님도 좋았다.

99. 왜 자본주의가 문제일까? (김세연, 180) / 중등 토론대회 대상도서
  이분 글을 참 잘 쓴다. 에디슨과 안중근을 견주어 자본주의가 발달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소개하는 1장부터 심상치 않다. 자본주의의 장점과 단점을 완전히 이해하고 현실을 분석해야만 쓸 수 있는 내용이 많다. 이분 책을 더 읽어봐야겠다. (부제가 10대에게 들려주는 자본주의 이야기이다.)

98. 현명한 피(플래너리 오코너, 262) / 소설
  필립 얀시, 토머스 머튼을 비롯한 미국 작가들의 책에 자주 나오는 소설가 플래너리 오코너가 쓴 가장 유명한 책이다. 헤밍웨이 이후 가장 독창적인 이야기꾼이라더니 정말 독창적이다. 해설 없이 읽으면 왜 뛰어난지 모르겠다. 당시 분위기와 배경을 모르니까. 독특하긴 한데 글로 쓸 정도로 이해하지 못했다. 다시 읽어야겠다.

5월에 읽은 책

97. 어린이 해방 (이주영, 231) / 교육
  이주영 선생님이 4년 동안 잡지에 낸 글을 모았다. 어린이들이 스스로 하도록 어른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쓰셨다. 선생님이 어린이 공연과 예술에도 관심이 깊은 줄 처음 알았다. 어린이에 빠져 사는 진짜 교사이시다.

96. 13층 나무집 (앤디 그리피스, 246) / 4학년 이상
  황당한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연결해놓은 이야기다. 그림이 많다. 이야기가 사방으로 뻗어나가기 때문에 아이들은 좋아하겠다. 난 아무 흥미가 없었다. 독서초보들에겐 좋겠다.

95. 보이지 않는 아이들 (마리 조제 랄라르, 129) / 5학년 이상
  가난한 나라에서 보호 받지 못해 보이지 않는 존재로 살아가는 아이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주로 아프리카 아이들이다. 짧은 이야기와 함께 나라를 소개한다.

94.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347)
  두 번째 읽어도 , 이런 내용이지!’ 할 수 없는 책이다. 고흐를 안내자 삼아 프로방스 지방을 소개하는 내용은 좋았다. 존 러스킨을 안내자로 삼아 소개하는 장소도 좋았지만 에드먼드 버크, 흄볼트, 보들레르는 잘 모르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려웠다. 역시 알아야 보인다.

93. 또 하나의 복지, (최계운, 282)
  대한민국 독서토론대회 고등부 단체전 대상도서이다. 심사를 위해 읽었다. 한국수자원공사 대표가 썼다. ‘공사에 대해 가진 이미지 때문에 형식에 치우친 이야기를 썼겠거니 했는데 아니다. 물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담겨있다. 특히 수돗물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인천 지역 하천 살리기, 파주 지역 수돗물 마시기 등의 사례를 알게 되어 좋았다.

92. 베짱이가 달리 보이는 이야기 독서토론 (권일한, 360쪽 예상)
  3년 동안 쓰고 고친 원고를 마지막으로 교정했다. 중고등학생들과 독서토론 한 내용을 원고로 옮겼다. 학생들과 토론한 과정, 학생들이 쓴 글을 고스란히 담았다. 독자들이 어떻게 읽을지 궁금하다. 문장을 잘 쓰려고 애를 썼지만 습관이 되어버린 나쁜 표현이 꽤 많다. 역시 글은 고치고 또 고쳐야 한다.

91. 소녀, 히틀러에게 이름을 빼앗기다. (마샤 포르추크 스크리푸치, 216) / 청소년
  히틀러가 아리안 인의 숫자를 늘리기 위해 만든 레벤스보른 프로그램에 대한 내용이다. 레벤스보른 프로그램은 출산과 납치의 두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이 책은 우크라이나에서 아이들을 납치해서 독일 가정에서 기른 과정을 다루었다. 우크라이나에서 5살까지 라리사로 자랐고, 독일 가정에서 그레첸으로 길러졌고, 나디아라는 이름으로 캐나다에 온 아이가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좋은 책이다.

90. 나는야 베들레헴의 길고양이 (데보라 엘리스, 168) / 5학년 이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을 고양이가 바라보는 시각으로 썼다. 오마르의 집에 이스라엘 군인 둘이 들어가 비밀 작전을 수행한다. 오마르는 자폐아이고 부모는 검문소에서 이스라엘 군인의 오해로 총에 맞아 죽는다. 이스라엘 군인이 오마르의 집에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사람들이 몰려온다. 오마르와 이스라엘 군인은 어떻게 될까? 좋은 책이다. 추천한다.

89. 투명인간 (성석제, 369) / 한국 소설
  참 잘 썼다. 문장이 뛰어나고 내용도 좋다. 할아버지, 아버지, 형님 세대의 보통 사람들이 겪은 일을 제대로 묘사했다. 그들은 투명인간처럼 살았다. 시대의 주인공이 되리라 생각했지만 투명인간처럼 잊혀져간 사람들! 주인공이지만 주인공으로 대접받지 못한 안타까운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87-88.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 (272, 280)
  로마인 이야기에서 인용한 부분이 너무나 걸작이라 샀다. 한 부분이 걸작이라고 책 전체가 읽을 만한 건 아니라는 걸 다시 깨달았다. 그렇더라도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을 대신 쓴 유르스나르의 글 솜씨만은 인정한다. 그리고 2권은 꽤 재미있다.

86. 스피릿 베어의 기적 (벤 마이켈슨, 239) / 청소년 이상
  학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가 알라스카 한 섬에서 함께 지내며 회복되는 이야기 스피릿 베어에 이어 콜과 피터가 학교로 돌아와 현실에 다시 부딪치고 흔들리고 분노하고 회복되는 이야기이다. 현대인들이 좋아할 내용이지만 내 가치관과는 달랐다. 인디언의 정신을 담아 썼지만 현실을 정신으로 이겨내는 과정에 동의할 수 없었다. 가치관이 다른 사람과 토론하면 재미있겠다.

85. 학교의 슬픔 (다니엘 페낙, 373) / 교육
  내가 너무 좋아하는 작가이다. 처음 읽을 때는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몰랐고, 두 번째 읽을 때도 똑같았다. 세 번째 읽으니 조금 다르다. 낄낄거리며 읽다가 생각하다가, 지루한 부분도 생겼다. 그래도 다니엘 페낙은 최강이다. 예상치 못한 이야기가 툭툭 튀어나온다. 문체가 정말 독특하다.

책에 나오는 알퐁스 도데가 쓴 글
  “나는 중급반 아이들의 학습을 떠맡았다. 그곳에서 오십 여 명의 이상하게 못된 아이들, 열둘에서 열네 살의 볼따구니가 통통한 산악 지방 아이들, 부유해진 소작인의 자식들, 자식을 프티부르주아로 만들려고 부모가 한 학기에 120프랑을 내고 중학교에 보낸 아이들을 만났다. 거칠고, 무례하고, 무슨 소린지 도통 알 수 없는 험악한 사투리로 자기들끼리 떠들어대는 그 아이들은 거의 모두가 유년기의 허물이 벗어진 유난히 추한 모습이었다. 동상에 걸린 두툼하고 불그레한 손들, 감기 걸린 수탁 같은 변성기의 목소리, 어리벙벙한 시선, 그리고 그 너머로 풍겨오는 중학교의 그 냄새. 아이들은 나를 겪어내기 전부터 증오했다. 아이들에게 나는 적이고, 졸이었다. 내가 교단 의자에 앉은 그날부터 우리 사이에는 전쟁이, 집요한 전쟁이 쉴 새 없이 매 순간 벌어졌다.
  아! 잔인한 놈들 같으니! 얼마나 나를 괴롭혔던지!
이제는 원한도 없고 그 시절의 서글픔이 너무 멀게 느껴진다고 말하고 싶다. 그런데 아니다! 그럴 수가 없다. 봐라.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손에서 흥분과 감동의 전율이 느껴진다. 아직도 내가 거기 있는 것 같다.“

84. 태평천하 (채만식, 220) / 한국 소설
  염상섭의 만세전보다는 덜하지만 나름 재미있다. 가족이 모두 자기 배만 채우려는데 윤직원 영감은 자식을 군수, 경찰서장 시키는 꿈에 빠져 현실을 보지 못한다. 인력거꾼과 다투면서 벌어들인 돈이 자식들 호주머니에서 줄줄 새는데도 모른다. 그런데도 일본이 가져다준 질서가 태평천하를 만들었다며 좋아한다. 풍자적인 글이다.

4월에 읽은 책

83. 하이타니 겐지로의 생각들 (하이타니 겐지로, 179) / 산문 모음
  아이들을 사랑한 일본의 대표 작가인 하이타니 겐지로가 오키나와에서 살면서 겪고 느낀 점을 썼다. 작가를 가르친 선생님과 작가가 가르친 아이들 이야기가 참 좋았다. 다른 책보다 비싼 느낌!!

82. 샬그락 샬그란 샬샬 (이무완, 159) / 어린이 글모음
  친구 이무완이 서부초등학교에서 가르친 아이들 글모음이다. 우리 학교 독서캠프(425) 책으로 읽고 독서퍼즐을 만들었다. 아이들이 좋아했다. 읽기 쉽다.

81. , 지금 똥개훈련 시켜요? (이무완, 231) / 교사
  내 친구 이무완! 좋은 선생 이무완이 아침독서신문에 낸 글을 책으로 묶었다. 아이들과 글을 쓸 때 마음을 다시 붙잡아준 책이다. 나도 이렇게 가르쳐야지 하는 마음이 들게 한다. 참 좋다. 강력 추천한다.

80. 나를 넘어서는 성경 읽기 (김근주, 182) / 기독교 
  김근주 교수님이 매일 성경에 연재한 성경 읽기에 대한 글을 모았다. 성경, 특히 구약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며 성경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알려준다. 성경 읽기의 세부 사항보다 전체 그림을 그리게 해준다. 좋은 책이다.

79. 성경, 그리고 땅(게리 벌지, 151) / 기독교
  성경을 읽을 때는 당시 사람들이 들었던 환경에서 어떤 뜻일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이스라엘 백성이 살았던 땅과 환경을 모르면 올바로 해석하기 어렵다. 이 책은 이스라엘의 땅과 문화를 설명한다. 정말 좋은 책이다.

78. 로마인 이야기 15. 최후의 노력 (495, 6157)
  로마가 동과 서로 나뉜 뒤에 무너진다. 나라가 망하는 건 대부분 외부의 적이 아니라 내부의 분열 때문이었다. 자격 없는 지도자가 나오면 당연히 망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유능한 지도자가 당시에는 알맞은 결정이지만, 나중에는 독이 될 결정을 내릴 때(물론 지도자는 자기가 내린 결정이 독이 되리라고는 눈곱만큼도 생각하지 못하지만) 정말 안타까웠다. 로마가 멸망한 과정을 보면서 지금 우리나라가 로마 말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걱정이다.

77. 로마인 이야기 14. 그리스도의 승리 (387, 5662)
  콘스탄티우스가 황제가 된 뒤에 로마가 기독교화 되는 과정을 다루었다. 이 과정에서 암브로시우스 주교가 했던 역할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기독교가 정치화되면서 비대해졌고, 그래서 부패하기 시작했다. 제목이 <그리스도의 승리>이지만 그리스도의 승리가 아니라 <그리스도교 세력의 승리>가 알맞겠다. 그리스도는 이런 식의 승리를 원하지 않았을 것 같다. 로마인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 믿음이 줄어드는 것 같다.

76. 로마인 이야기 13. 최후의 노력 (355, 5275)
  황제가 난립하던 시대를 디오클레티아누스가 정리하고 동방과 서방에 정제와 부제를 두어 4명이 다스리는 체제로 바꾸었다. ‘4두 체제는 이민족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게 했지만 세금이 많아지고 인적 교류를 막았기 때문에 로마 멸망의 단초를 제공했다. 디오클레티아누스가 은퇴한 뒤에 6명의 황제가 난립했고 콘스탄티누스가 다시 제국의 황제가 되었다. 기독교까지 받아들이는 밀라노 칙령의 배경과 결과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한다. 그리스도인인 나에겐 13권이 아주 재미있었다.

75. 로마인 이야기 12. 위기로 치닫는 제국 (427, 누적 4920)
  시대의 변화는 새로운 지도자를 요구한다. 로마는 이민족 침입(특히 기병을 앞세운 빠른 적군)이라는 시대의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211-284년까지 황제만 20(또는 21)명이었다. 로마가 무너져가고 있었다.
  기억하고 싶은 부분은
  실력 중시 노선이 정당한 것은 분명하지만 세상만사가 다 그렇듯이 장점이 있으면 결점도 있게 마련이다. 실력주의는 어제까지만 해도 나와 동격이던 사람이 오늘부터는 나한테 명령을 내리는 지위에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현실을 납득하고 받아들이려면 상당한 사려 분별이 요구되지만 그런 합리적 정신을 가진 사람은 별로 없다. 태생도 성장 배경도 자기와는 동떨어진 이른바 귀골에게 하층민들이 설명할 수 없는 경외감을 느끼는 것은 그것이 비합리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의 가슴에 더 순순히 들어오는 것은 합리적인 이성보다 비합리적인 감성이다. 하지만 실력으로 지위를 얻은 사람이 비합리적인 것에 더 익숙한 일반 대중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다. 그것은 좋은 의미에서 대중과 거리를 두는 것인데 ~ 친근감을 갖게 하면서 거리감도 품게 할 필요가 있으니까. (383-384)

74. 로마인 이야기 11. 종말의 시작 (415, 4493)
  오현제의 마지막 황제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통치를 설명하고 아들 콤모두스로부터 시작된 로마의 쇠퇴 과정을 소개한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유일한 아들인 콤모두스가 아니라 양자를 선택했다면? 역사에 가정이란 통하지 않지만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기억하고 싶은 부분은
 1. 90쪽 카이사르가 키케로에게 보낸 편지 중 일부.
   내가 자유롭게 해준 사람들이 다시 나에게 칼을 들이댄다 해도, 그런 일로 마음을 어지럽히고 싶진 않네. 내가 무엇보다 원하는 것은 자신의 생각에 충실하게 사는 것이라네. 따라서 다른 사람들도 자기 생각에 충실하게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네.
 2. 255/ 책과는 달리 영화에서는 복잡한 배후 관계를 해설할 수 없다. 영상은 문장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까지 순식간에 전달하는 힘을 가족 있지만, 전달할 수 있는 정보의 양과 질은 영상보다 문장이 훨씬 낫다. 하지만 그만한 양과 질의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는 두뇌와 감수성을 가진 사람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사람보다 책을 읽는 사람이 훨씬 적다.

73. 로마인 이야기 10.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336, 누적 4078)
  저자인 시오노 나나미가 로마의 인프라에 대해 설명한다. 하드 인프라로 가도(), 다리 건설과 이용방법, 수도 건설과 목욕장을 설명한다. 소프트 인프라로 의료와 교육을 설명한다. 로마는 정말 대단한 나라였다.

72. 로마인 이야기 9. 현제의 세기 (459, 누적 3742)
  로마에서 가장 훌륭한 다섯 황제(오현제) 시대 중에서 네르바, 트라야누스, 하드리아누스, 안토니우스 피우스가 다스리던 때를 소개했다. 오현제 모두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었고, 시대에 맞는 능력을 갖고 있었지만 내 눈에 띄는 점은 다섯 모두 전임 황제의 후손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혈연이 아니라 실력으로 뽑혔다.

71. 오지랖 왕자와 푼수 공주 (이규희, 132) / 3학년 이상
  오지랖 넓은 수봉이와 푼수 보라가 친구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역할을 맡았다. 초등학생들의 고민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해결해주는 이야기이다.

70. 마트로 가는 아이들 (박현숙, 200) / 5학년 이상
  학교에서 나오면 갈 곳이 없어 마트에서 노는 아이들 이야기이다. 오해를 받고 슬픈 일도 겪지만 친구와 함께 어려움을 잘 극복하는 따뜻한 이야기이다. 학교 독서동아리에서 토론했다. 토론주제 : 가난하지만 자유로운 게 나을까, 부모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하지만 부유하게 사는 게 나을까?

3월에 읽은 책

- 3, 너무 바빠 고민 없이 읽는 소설을 골랐다. 로마인 이야기!! 재미나다.

69. 이 책을 먹으라. (유진 피터슨, 299) / 기독교
  20대 후반부터 10년 동안 유진 피터슨을 열심히 읽었다. 지금은 가끔 읽는데 20년 전, 10년 전에 읽었을 때보다 더 좋다. 유진 피터슨의 가치를 몰랐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우가리트와 옥시린쿠스이다. 궁금하면 읽어보시라.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68. 로마인 이야기 8. 위기와 극복 (450, 누적 3283)
  네로가 죽고 1년 사이에 갈바, 오토, 비텔리우스가 황제가 되었다가 죽었다. 베스파시아누스와 티투스, 도미티아누스가 황제가 되면서 조금씩 위기를 극복했다. 베스파시아누스가 예루살렘을 공격하다 티투스에게 맡기는 사이에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하고 도망갔다.(이 책에 나오지는 않는다.) 성경을 이해하는데 로마인 이야기가 도움이 된다. 가장 인상 깊은 내용은 베스파시아누스가 기적을 일으킨 소문에 대해 서방은 지도자에게 초능력이 아니라 인간의 능력을 요구한다. 자유로운 생활을 누리면서 평화와 질서를 유지해주기를 요구한다.(244)”이다. 반면 동방은 황제가 신의 대리인이기를 원한다.

67. 로마인 이야기 7. 악명 높은 황제들 (617, 누적 2833)
  카이사르와 아우구스투스의 뒤를 이은 티베리우스는 그나마 괜찮았다. 클라우디우스도 봐줄만 했지만 칼리쿨라와 네로는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네로가 죽인 기독교인이 그리 많지 않았다고 해서 의외였다. 카이사르와 아우구스투스는 내가 도저히 따를 수 없는 사람인데 반해 티베리우스는 마음에 들었다. 나와 성향이 비슷한 것 같다.

66. 로마인 이야기 6. 팍스 로마나 (396, 누적 2216)
  아우구스투스가 로마를 팍스 로마나로 만든 과정을 소개한다. 카이사르의 뒤를 이은 아우구스투스 역시 대단한 사람이었다. 로마가 적이었던 사람까지 로마의 인재로 받아들인 모습도 대단하다. 제도를 많이 다루어 빨리 읽히진 않았던 부분이다.

64-65. 로마인 이야기 4-5. 율리우스 카이사르 상, (510, 548, 누적 1820)
  독일 역사학자 몸젠은 카이사르를 로마가 낳은 유일한 창조적 천재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카이사르 같은 사람은 없다. 정치, 경제, 군사, 인재 사용 어디에서나 부족함이 없었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63. 로마인 이야기 3. 승자의 혼미 (298, 누적 1060)
  원로원의 힘이 약해졌다 강해졌다 하는 과정에서 개혁을 했던 그라쿠스 형제, 마리우스와 술라, 폼페이우스의 시대를 다루었다. 그라쿠스 형제가 성공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62. 로마인 이야기 2. 한니발 전쟁 (460, 누적 762)
  제 1차 포에니 전쟁, 2차 포에니 전쟁 이후 마케도니아와 카르타고가 멸망하는 과정을 썼다. 한니발이 왜 로마를 공격하지 않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러고도 한니발에 대한 놀라움이 더 커졌다. 역시 사실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61. 로마인 이야기 1.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시오노 나나미, 302) / 3 이상
  로마가 시작되어 공화정을 이룬 과정을 설명한다. 그동안 가졌던 로마에 대한 내 생각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알았다. 정말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래도록 조금씩 발전했다.

60. 흑설공주 이야기 (노경실 외, 135) / 4 이상
  백설공주, 인어공주, 신테렐라, 콩쥐팥쥐, 선녀와 나무꾼, 오누이 힘내기 이야기를 새롭게 창작했다. 남자에게 순종하는 여자, 얼굴이 예쁘면 되는 여자 상에서 벗어나 스스로 인생을 개척하는 모습을 그렸다. 좋은 책이다.

59. 미술탐정 노빈손 마네의 행방을 추적하라. (문혜진, 한송이, 199) / 중학생 이상
  노빈손이라는 인물을 내세워 역사를 비롯해 음악, 미술, 과학 등을 재미있게 풀어 쓴 시리즈 중 한 권이다. 낭만주의 화가들을 소개한다. 재미있다.

58. 사랑은 여전히 사랑이어서 (윤정희, 286) / 두란노

57. 하나님 땡큐 (윤정희, 263) / 규장
  윤정희 사모님이 아이 열 명을 입양하고 기르면서 일어난 일을 썼다. 두 책에 소개하는 경험은 비슷하지만 내용은 많이 다르다. 규장은 하나님과 사모님이 직접 대화하는 내용이 많다. 슈퍼 히어로처럼 사랑하고 어려움이 이겨내며 승승장구한다. 하나님이 곁에 있는 사람처럼 말하고 듣는다. ‘정말 이럴까?’ 하는 마음이 생겼다. 두란노는 이런 얘기를 하나도 하지 않는다. 실수하고 힘든 일을 만나고 어렵게 이겨내며 살아간다. 하나님께서 위로하고 말씀하시지만 드물다. 왜 똑같은 내용을 다르게 표현했을까?

2월에 읽은 책

56. 소예언서 어떻게 읽을 것인가 2 (김근주, 574) / 성경강해
  김근주 교수님이 쓴 요나, 미가, 나훔, 하박국 강해서이다. 요나는 완전 대박이다. 미가, 나훔, 하박국도 좋다.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 교회가 욕을 먹지 않을 텐데 하나님 믿으면 잘 먹고 잘 살게 된다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니 안타깝다. 묵직한, 좋은 책이다.

55. 어떻게 복음서를 읽을 것인가 (죠엘 그린, 186) / 기독교
  성경 복음서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알려준다. 20년 전에 읽었을 때는 이 책이 중요한지 몰랐다. 10년 전에 읽었을 때는 다 아는 이야기 같았다. 이제야 이 책을 읽을 실력이 되나보다. 굉장히 좋은 책이다.

54. 카이사르의 갈리아 원정기 (카이사르, 315) / 2 이상, 전쟁기록
  카이사르가 갈리아(프랑스, 스페인 북부, 벨기에)를 정복한 기록이다. <카이사르의 갈리아 원정이 갈리아 사람들에게 유익했다.>로 찬반토론을 하면 재미있겠다. 카이사르는 직접 겪은 일이라 흥미로웠겠지만 2천 년이 지난 아시아의 독자에게는 비슷한 이야기가 되풀이되어 지루하다.

53. 카이사르의 내전기 (카이사르, 282) / 2 이상, 전쟁기록, 로마
  카이사르는 기록하는 사람이었다. 갈리아전쟁도 꼼꼼하게 기록했고 루비콘 강을 건너 폼페이우스와 싸운 과정도 모두 기록으로 남겼다. 백성과 군인들에게 인기가 많았기 때문에 권력에 욕심을 부릴 만도 했다. 한 번 읽을 만한 책이지만 사지는 않아도 되겠다.

52. 마르코 복음 이해 (최승정, 183) / 성경연구
  천주교 신부가 쓴 마가복음 연구서이다. 마가복음 구조를 다루고 있다. 성경이 무엇을 말하는지 들으려 하지 않고 마음이 앞서서 무엇을 할까요?’라고 묻는 사람은 결코 읽지 않을 책이다. 그러나 내겐 너무 좋았다. 마가복음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많이 받았다.

51. 돌에게 말하는 법 가르치기 (애니 딜라드, 238) / 고등 이상, 수필, 자연주의
  대지의 성자로 불리는 애니 딜라드가 자연에서 살면서 쓴 글을 모았다. 처음 읽었을 때는 별 걸 다 썼네!’ 했는데 두 번째 읽으니 참 좋다. 자연을 느끼고 사랑하며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 부럽다. 가장 긴 일식극지탐험을 뒤로 보내고 뒤에 나오는 짧은 이야기를 먼저 읽도록 편집하면 더 좋았겠다. 참 좋은 책이다. 추천한다.

50. 이야기 영국사 (김현수, 405) / 3 이상 / 역사
  스톤핸지부터 대처수상까지 영국 역사를 왕실 중심, 잉글랜드 중심으로 다룬다. 작가, 종교인, 장군 들을 대부분 생략하고 왕실 이야기로 영국 역사를 서술했다. 영국의 정치체제가 당시와 이전 상황에 어떻게 영향을 받았는지 설명하는 내용이 많다. 영국이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 개요를 알고 싶다면 도움이 된다.

49. 처음 읽는 터키사 (전국역사교사모임, 290) / 1 이상 / 역사
  터키 역사를 소개한다. 터키에 관심이 많아서 재미있게 읽었다. 더 자세하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지만 터키 역사 흐름을 잘 보여주었다. 우리와의 관계도 잘 소개했다. 좋은 책이다.

48. 우리들의 스캔들 (이현, 213) / 2 이상, 학교생활, 친구, 인터넷 까페
  자기 생각만을 내세우며 학생들을 때리고 위협하고 괴롭히는 학교의 모습을 고발하는 책이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많은 학교가 이랬고 지금도 잘못된 관행에 매여 학생을 괴롭히는 학교가 많다. 거기서 학생들도 자기 생각만 생각하며 타협하고 있다. 학생, 교사가 함께 읽고 토론하기에 좋은 책이다.

47. 팔레스타인을 걷다. (김영봉, 263) / 이스라엘 여행, 묵상
  김영봉 교수님이 이스라엘을 여행하고 쓴 글이다. 내가 이미 본 곳, 오래 전에 느낀 점을 써놓아서 별로였다. 이스라엘 여행이 정말 좋았다고 썼지만 여행 개론서에 그저 그런 감상을 써놓은 것 같았다. 물론 일반 독자는 전혀 다르게 읽을 것이다. 20년 이상 팔레스타인 땅에 관심을 갖고, 책을 읽고, 렌트해서 이스라엘 여행하고, 이스라엘 관련 기사를 꼼꼼하게 읽지 않았다면 책에서 도움을 많이 받을 것이다.

46. 교사, 삶에서 나를 만나다. (김태현, 383) / 교사, 성찰, 상담
  수업을 기술과 방법으로 다가가지 말고 교사의 마음을 먼저 살펴야 한다, 지식을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라 학생과 인격으로 반응하는 교사가 되어야 한다고 썼다. 수업이 곧 교사 자신을 표현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동의한다. 활기차고 쾌활한 저자의 모습 이면에 있는 연약한 모습을 드러내어 더 좋았다.

45. 엘라의 엉뚱발칙 유쾌한 학교 (티모 파르벨라, 183) / 순진, 학교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이 학교에서 벌이는 소동이다. 너무 순진해서 선생님 말을 오해하고 이상하게 행동한다. 선생님 생각과 달리 점점 엉뚱하고 발칙하게 행동하는 아이들 모습이 귀엽다.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선생님도 재미있다. 아이들의 순진함을 알지 못하는 순진한 아이들이 읽으면 재미를 느끼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교사, 부모가 읽으면 , 아이들이 이렇게 순진했지!’ 라고 느끼게 해줄 책이다.

44. 호빗 (톨킨, 338) / 5 이상, 우정, 모험, 성장 등
  다섯 번 이상 읽었더니 읽는 재미가 시들해졌지만 빌보가 산의 보물 아르켄스톤을 양보하는 부분은 여전히 매력 넘친다. 고학년을 맡았으면 같이 읽어보고 싶은데 아쉽다. 참 좋은 책이다.

43. 중학교 1학년 (수지 모건스턴, 184) / 6 이상, 중학생활, 학교
  <조커, 학교 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를 쓴 수지 모건스턴이 중학교 1학년 모습을 실감나게 썼다. 초등학교에서 터줏대감으로 살던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면서 병아리로 변하는 모습, 낯선 수업에 당황하며 적응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잘 그렸다. 또한 학교가 학생들 눈높이에 맞춰 변해야 한다고 말한다. 좋은 책이다.

42. 크게 외쳐! (박현숙, 188) / 4 이상, 한센병, 차별
  저주 받은 병이라 불린 한센병에 걸린 사람들은 한곳에 모여 살았다. 강제로 소록도에 보내진 때도 있었고, 한센병 걸린 사람들끼리 모여 살기도 했다. 사람들이 그들을 싫어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슬비는 부모가 한센병을 앓았다는 사실을 감추고 산다. 슬비 같은 사람들이 크게 외쳐 목소리를 내는 사회가 진짜 좋은 사회이다. 고아와 과부가 떳떳하게 살아가는 세상이 오면 좋겠다. 좋은 책이다.

41. 꿈꾸는 십대를 위한 직업 멘토 (박소정, 232) / 6 이상, 진로, 위인
  자기 일을 기뻐하며 최선을 다하는 14명을 소개하며 어떻게 그 일을 하게 되었는지 알려준다. 힐러리 클린턴, 마크 저커버그 외에 모두 우리나라 사람이다. 아덴만의 여명 작전에서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을 수술한 이국종 의사를 비롯해서 작곡가, 국제공무원, 항공기조종사, 지구물리학자, 사회적 기업가(공부의 신 김성태), 건축가 등을 소개한다. 실제 인물의 이야기를 들으며 진로에 대해 알아보는 좋은 책이다.

40. 우리들의 보물섬 제주도 (황선미, 150) / 4 이상, 제주도, 분교
  추자도 아이들이 제주도의 특색을 조사해서 발표준비를 하는 과정을 통해 제주도를 소개하고 있다. 아이들이 작사작곡하고, 제주도 이야기를 모으고, 사진을 찍는 등의 일을 하는데 아쉬운 점은 결말이 나지 않는다. 황선미 작가의 책은 마당을 나온 암탉이 최고였고 나머지는 아쉽다.

39. 동물광 광훈이와 초짜 동물원 수의사 (최종욱, 175) / 3 이상, 동물
  초등학생 광훈이와 수의사가 동물원에서 겪은 일을 쓴 일기 형식의 글이다. 같은 사건을 두 사람의 눈으로 썼다. 코끼리가 태어나고, 펭귄을 동물원에 데려와 적응시키고, 원숭이가 달아나고, 구조된 노루를 기르는 등의 이야기이다. 재미있다.

38. 살아있는 귀신 (설흔, 280) / 3 이상, 금오신화, 세조와 단종, 정체성
  역시 설흔이다. 수양대군이 왕이 되었을 때 반대하는 무리와 동조한 무리가 있었다. 김생(주인공, 김시습)은 절개를 지킨 사람으로 소문이 났지만 진짜 마음은 다르다. 벗인 이경준도 사람들이 보는 모습과 속마음이 달라 고민한다. 금오신화 이야기를 버무려 정체성 혼란을 잘 담아 썼다. 김생의 혼란스런 마음, 귀신으로 나타난 단종, 귀신을 보는 사람이 나와서 무겁고 어둡다.

37. 더 원더풀 오 (제임스 서버, 157) / 1 이상, 영어단어
  철자 o를 사용해서 쓴 소설이다. o를 싫어하는 블랙과 리틀잭이 우루 섬에 있는 보물을 찾기 위해 철자 0가 쓰인 모든 낱말을 사용 금지시킨다. 철자 0로 이루어진 낱말 놀이를 소설로 만들었는데 영어를 잘 아는 사람이 읽으면 재미있을 것 같다. 실험정신이 돋보이지만 내겐 그저 그랬다.

36. 가족을 주문해 드립니다. (한영미, 171) / 3 이상, 공부 스트레스, 가족
  부모 등살에 공부만 하는 아이 고미아. 가끔 친구 강수가 알려준 가족놀이 닷컴게임을 즐긴다. 자기가 원하는 가족을 만들어가는 게임이다. 공부 압박이 점점 심해지자 부모가 공부를 시키기 위해 고용된 건 아닌가 의심한다. 가족놀이 닷컴에서 가족을 바꾸던 중에 아이가 가족이 시키는 대로만 하는 아이라는 걸 알고 일을 벌이는데…… 적극 추천한다. 아주 좋은 책이다.

35. 꼬불꼬불 나라의 환경 이야기 (이소영, 172) / 4 이상, 환경
  돈만 아는 사장 수염왕이 아끼는 개가 오염된 물을 마시고 병원에 실려 가고, 환경운동가 온난화 여사 때문에 공장을 짓지 못할 어려움에 처한다. 수염왕의 개가 아픈 까닭을 온난화 여사가 찾아낸 뒤에 수염왕도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되고 공장 설립을 취소한다. 각 장의 끝에 환경 관련 내용을 함께 소개한다. 이야기로 되어 있어서 읽기 편하다. 환경교육 기초 자료로 좋겠다.

34. 위대한 인물들의 결정적 순간 (정제광, 258) / 4 이상, 위인
  세계의 위인 24명에 대한 일화를 소개하고 생애와 관련 사건을 간단하게 소개한다. 늘 등장하는 간디, 마틴 루서 킹 외에 토머스 모어, 헨리 데이비드 소로 등도 나오고 미야자키 하야오, 셰이크 모하메드(두바이 왕자)도 나온다. 나는 간단하게 위인을 소개하는 책보다 한 인물이 생애가 자세하게 나온 책을 좋아한다.

33. 흥보은행 설립기 (김이수, 211) / 5 이상, 경제
  흥부, 심청, 이몽룡, 홍경래 등의 인물이 색다른 모습으로 등장한다. 흥보가 박을 타는 것까지는 이야기가 비슷하지만 박에서 꺼내도 꺼내도 계속 돈이 나오는 주머니가 나오면서 이야기가 달라진다. 돈이 많아진 흥보는 물건을 사들이고, 물건값이 오르고, 다른 사람이 물건을 사지 못해 문제가 생기고…… 이야기로 경제를 설명하는 책이다. 이야기도 재미있고 경제와도 잘 관련지었다. 추천한다.

32. 지구 바깥세상 우주에는 (클라이드 기퍼드, 128) / 중학생 이상
  얇다고 만만하게 보면 안 되는 책이다. 지구와 달, 태양계, 은하, 별 관측, 로켓과 인공위성 등에 대해 알려주는데 초등용 지식을 넘어선다. 과학자들이 이걸 어떻게 알아냈는지 궁금하다. ) 지구나이, 별의 개수, 은하의 크기 등

31. 섬마을 스캔들 (김연진, 192, 독후활동 내용까지 포함하면 253) / 4 이상 / 시골, 할머니, 폐교
  온도(따뜻한 섬)분교에 학생이 두 명이다. 한 명이 전학 갈 예정이라 폐교 결정이 내려졌다. 아빠와 새엄마가 너무 바빠서 잠깐 온도분교에 다니게 된 다율이는 폐교 되는 게 싫다. 새엄마의 엄마인 할머니가 너무 좋아서이다. 동네 할머니들이 초등학교에 다니지 못했다는 걸 알고 할머니들을 입학시키려 한다. 따뜻하고 재미있는 동화이다. 추천한다.

11월에 읽은 책

 (동화책을 24권 읽었다.)

(비룡소 출판사 - 2, 4, 6, 7, 9, 10, 11 4, 9, 10, 11번 괜찮음)

(우리교육 - 12, 13, 15, 16, 17, 18, 20, 21, 22, 24, 25, 27 17, 18, 22, 24, 27 괜찮음)

(살림 28번 괜찮음)

동화책 아닌 8, 14, 19, 29, 30은 모두 좋았다.

30. 어둠 속의 비밀 (프레드릭 부흐너, 519) / 문학가의 설교
  나는 통쾌한 희망사전의 저자 프레드릭 비크너 책은 무조건 읽는다. 이 책은 뛰어난 이야기꾼이 들려주는 설교이다. 문학가의 묵상이라 깊고 색다르다. 특히 하나님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신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한 <별들에 담긴 메시지>와 부활을 다룬 <어둠 속의 비밀>은 굉장했다. 기독교인에게 추천한다.

29. 꼰대 탈출 백서 (임정훈, 235) / 중학생 이상
  학생들을 이해하고 감싸주는 중학교 교사가 이상하게만 보이는 중학생들의 모습을 이해하라고 부탁하는 책이다. 나도 학생들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편인데 이분은 나보다 더 마음이 넓다. 화장하는 아이, 야동 보는 아이, 반항하는 아이를 왜 이해하고 받아주어야 하는지 자신이 겪은 일로 설득한다. 너무 아이들을 좋게만 보는 건 아닌가 하면서도 이분 같은 교사가 많으면 학교가 정말 좋아지겠다는 생각이 든다. 중학생 자녀를 둔 부모, 중학교 교사에게 추천한다.

28. 조선 수학의 신 홍정하 (강미선, 186) / 5이상, 수학
  조선시대 최고의 수학자로 불리는 홍정하를 소개하는 책이다. 머슴 똘이가 홍정하에게 수학을 배우고 일상생활에서 문제를 풀어가는 형식이어서 딱딱하지 않다. 재미있다.

27. 너나들이 마을 (류성렬, 204) / 4 이상, 가족, 모험, 환상
  ‘는 집에만 들어오면 답답하다. 아빠와 엄마는 대화를 하지 않고 에게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할아버지 댁에 가서 이혼하겠다고 말한다. 이때 는 꿈을 꾸면서 너나들이 마을에 들어간다. 꿈 속 세상에서 부모를 찾아 꼬인 관계를 풀면 현실에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늘 말을 믿고 모험을 시작한다. 어떻게 될까?

26. 귓속말 금지구역 (김선희, 161) / 4 이상, 친구
  세라가 회장이 되자 부회장 예린이가 세라를 따돌리기 시작한다. 엄마까지 끌어들여 아이들 인기를 빼앗아간다. 허수아비가 된 세라는 예린이 기세에 눌려 점점 고립된다. 전학시켜 달라 해도 엄마는 관심이 없다. 예린이가 세라를 보고 친구에게 귓속말을 할 때면 미칠 지경이다. 어느날 예린이의 비밀을 알게 되는데..... 내용 전개가 들쑥날쑥하지만 여자아이들 교우관계에 대해 토론할만한 책이다.

25. 하느님, 한 번 더 기회를 드릴게요. (구드룬 파우제방, 154) / 4 이상, 애완동물, 가족
  니나는 엄마 고양이가 자동차에 치일 때 아기 고양이를 구한다. 집에 데려왔지만 엄마가 고양이를 가져오지 못하게 한다. 고양이를 안고 무작정 길을 나섰다가 구걸하는 노숙자, 망명 온 가족, 술집 언니, 길거리에 그림을 그리는 오빠를 만난다. 저자의 다른 책 핵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을 읽을 때 낯설었는데 이 책도 전개방식이 낯설다. 내겐 괜찮은 책이었다.

24. 달꼬마이 (이상권, 222) / 4 이상, 농촌의 슬픈 현실, 가족
  농촌이 무너진 1970-80년대 모습을 잘 표현했다. 슬픔에 슬픔이 끊이지 않고 밀려와 가정을 무너뜨리고 가족관계를 깨뜨리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다. 그런데 이게 모두 실화라니 더 슬프다. 아이들에게 읽으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23. 미학 오딧세이 1 (진중권, 312) / 어려움.
  내 관심분야가 아니어서 쉽진 않았다. 조금만 더 가벼웠다면 나한테 맞았을 텐데. 그래도 미술에 대한 낯선 관점을 알게 되었다. 에셔의 작품을 많이 소개했는데 눈에 팍 들어왔다.

22. 아버지가 아닐까 (교육문예창작회, 253) / 4 이상 / 20년 전 아이들 모습
  문학을 사랑하는 교사들이 쓴 동화 모음이다. 20년 전 가난한 아이들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가난해서 힘든 아이들, 가난하지만 따뜻한 아이들 이야기 15편이 실려 있다. 현실을 잘 드러낸 이야기이다.

21. 미오, 나의 미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223) / 3 이상 / 모험, 환상
  한 살에 입양된 미오는 별 너머에 있는 머나먼 나라에 가서 아빠인 왕을 만난다. 친구와 함께 머나먼 나라에 어둠을 퍼뜨리는 기사 카토를 무찌르는 이야기이다. 린드그렌 초기 작품이라 재미는 덜하다. 아이들 눈으로 읽으면 어떨지 궁금하다.

20. 나무새 (장경선, 171) / 4 이상 / 625, 혼혈아이, 국민방위군
  저자가 국민방위군 사건을 알리기 위해 쓴 동화라고 하는데 국민방위군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나온다. 초등학생이 625를 이해하기에 딱 좋은 수준의 동화이다. 많이 무섭거나 비극이 아니면서 슬픔과 아픔을 담고 있다.

19.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 (필립 얀시, 333) / 기독교
  필립 얀시에 빠지게 만든 책이다. 다섯 번쯤 읽었는데 몇 년 만에 다시 읽었다. 여전히 좋다. 내게 추천 받은 사람들이 어렵다고 했는데 지금 보니 그렇게 보인다. 내가 좋아하는 형식의 글이라 좋게만 보았는데 일반 독자에겐 좀 어렵겠다. 다시 읽어도 걸작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필립 얀시의 뛰어난 글 솜씨에 가려진 이면의 논리가 보인다. ‘은혜는 죽을 때까지 고민을 안기는 낱말이 될 것 같다.

18. 열두 살의 전설 (고토 류지, 195) / 6 이상 / 친구관계, 이해와 용서
  ‘난장판 교실아이들이 6학년이 되었다. 아이들이 나쁘게 행동하는 이면에는 상처와 아픔이 있다고 생각하는 나도 이 아이들을 맡으면 얼마나 참을지 모르겠다. 이 교실에 편견이라고는 없는선생님이 온다. 아이들을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않고 다가가는 선생님이 이상해서 아이들도 조금씩 귀를 기울인다. 정해진 틀을 벗어난 모습을 읽으며 내 모습이 겹쳐지기도 하고,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상황에서 엉뚱한 매력을 뽐내는 모습을 읽으며 부끄럽기도 했다. 참 좋은 책이다. 그러나 일본 이름이 복잡하다. 다섯 아이가 쓴 글이 섞여 나오기 때문에 누구의 관점인지(이름이 어려워서) 알기 힘들 수도 있다. 아이보다 교사에게 좋은 동화이다.

17. 진휘 바이러스 (최나미, 178) / 5 이상, 친구관계, 학교, 진로 / 토론추천
  진휘는 반항아로 찍혔다. 진휘의 말과 행동을 어른이 보면 모두 반항이라 한다. 그러나 진휘는 지나치게 솔직한 것뿐이다. 악한 마음을 빼고 반항아처럼 행동하는 아이다. 진휘는 무조건 옳다고 주장하는 어른들 말에 반대한다. 진휘의 말이 맞지만 태도가 불량하기 때문에 아무도 진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러나 잘 들어보면 부모 세대가 정말 들어야 할 말을 하고 있다. 아이들과 토론하면 좋겠다.

16. 바이 바이 (이경자, 191) / 4 이상, 재일동포
  일제 강점기 때 징용으로 일본에 끌려간 동포들은 대부분 대한민국에 돌아오지 못했다. 일본이 보내주지 않았다. 재일동포들은 일본인이 아니면서 일본에 살아야 했다. 갖은 수모를 당하면서. 재일동포와 자녀들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을 다루었다. 좋은 책이다.

15. 엄마의 바다 (김일광, 141) / 3 이상 / 새엄마, 할머니, 어민
  다빈이는 엄마가 물질(해녀 일)하다 죽고 나서 아빠가 새엄마를 맞이하자 입을 다문다. 다빈이가 엄마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할머니가 포항 구룡포에 데려간다. 그곳에서 할머니가 시집 올 때부터 지금까지 물질을 하면서 살아온 과정을 듣는다. 바다가 품어준 넉넉한 마음을 가진 할머니와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다빈이도 마음을 연다. 어른은 공감하겠는데 아이들은 어떨지 모르겠다.

14. 천국은 어떻게 오는가 (정훈택, 236) / 기독교 / 하나님 나라 비유 강해
  하나님 나라에 대한 비유 강해서인데 최강이다. 만 원도 안 되는 책값에 이만한 내용을 담았다니 완전 땡 잡았다. 앞뒤 구문을 분석하고, 비유 내용을 차근차근 설명한다. 비슷한 다른 비유와 비교하여 분석한다. 강력 추천한다.

13. 은어의 강 (김동영, 167) / 4 이상 / 남북북단, 전쟁아픔, 추억, 동네
  1960-70년대 섬진강을 배경으로 아이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썼다. 책보 메고 똥지게 지고 학교 다녔던 시절을 잘 그렸다. 무엇보다 625로 인해 싸울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모습을 잘 나타냈다. 어른은 공감하겠지만 아이들은 배경을 모르면 읽기 어렵겠다.

12. 받은 편지함 (남찬숙, 171) / 3 이상 / 거짓말, 친구, 소외 / 토론 추천
  책을 좋아하는 순남이가 작가에게 메일을 보냈는데 답장이 왔다. 메일을 주고받기 시작하면서 순남이는 친구 혜민이 이름과 혜민이가 겪을 일을 자기인 것처럼 보낸다. 가난하고 주눅 든 순남이에게 어느날 혜민이가 친구로 다가온다. 기쁜 일이 생길수록 순남이 마음이 힘들어지는데…… 참 좋은 책이다.

10-11. 나는 바람이다. <튈프호 항해기, 바람의 나라> (김남중, 175, 176) / 5 이상 / 탐험, 조선후기 세계역사 배경
  이리역 열차사고를 다룬 <기찻길 옆 동네>를 따뜻하게 읽은 기억이 있어 김남중 작가의 책을 샀다. 하멜이 우리나라에 표류해서 온 이야기가 1-2, 하멜이 만난 아이가 동인도 회사의 배를 타게 되는 과정(3-4)이 있는 줄 모르고 읽은 5-6편이다. 해풍이가 튈프호를 타고 조선에서 하멜의 나라 네덜란드까지 가는 과정을 썼다. 항해의 어려움, 거친 선원 사이에서 견뎌야 하는 고통, 조선 아이가 외국인들 사이에서 겪어야 하는 외로움이 잘 드러났다. 항해와 당시 역사를 자세하게 알 수 있다. 초등학생은 재미로 읽고, 중학생은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 깊이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른이 읽어도 재미있다.

9. 웨니에겐 날개가 있다. (자넬 리 카레이, 241) / 5 이상 / 가족, 상실과 회복
  윌과 웨니는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브레이크가 고장 난 트럭에 치인다. 윌은 사후경험을 하며 웨니를 따라가다가 부모님 생각이 나서 돌아온다. 다시 살아난 윌은 웨니의 죽음이 자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아빠 역시 자기 때문에 딸이 죽었다 생각하고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다.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족 사이에서 윌은 죽어가면서 본 장면을 떠올리며 웨니에게 편지를 쓴다. <엄마가 떠난 뒤에, 우리교육>과 함께 읽으면 좋겠다. 좋은 책이다.

8. 파인만의 과학이란 무엇인가 (리처드 파인만, 182) / 고등 이상, 과학
  원제인 <모든 것의 의미>를 담은 책이다. 의심하고 분석하고 증명하는 게 일상이 된 과학자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어떤 의미를 찾아내는지) 설명했다. 종교에 대한 과학의 시선이 새로웠다. 우리가 과학적,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잘못된 전제 위에 세워진 결론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재미있다.

7. 비밀의 저택 그린 노위 (루시 보스턴, 248) / 5 이상 / 환상, 가족
  사건이 적고 설명과 묘사가 많아 읽기 힘들다. 초판이 아직도 안 나간 걸 보면 아이들도 읽기 힘들었나 보다. ‘뭔가 나오겠지하고 읽었는데 끝까지 안 나왔다. 비룡소에서 이 책을 왜 번역했는지 궁금하다.

6. 노랑가방 (리지아 보중가 누니스, 175) / 3 이상 / 상상, 욕심
  노랑 가방은 비밀, 욕심, 보물을 숨겨두는 곳이다. 라켈은 노랑 가방에 도망친 닭을 비롯해 망가진 우산, 길에서 주운 옷핀과 함께 자신의 욕망을 숨겨둔다. 욕심이 커지면서 가방이 무거워지다 못해 터져버린다. 가방에 욕심을 넣는다는 생각이 기발하다. 브라질 작가의 책이 드물어서 그런가,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 그래서 기발하지만 내 정서에는 뭔가 어색했다. 아이들이 끝까지 잘 읽어낼지 모르겠다.

5. 영모가 사라졌다. (공지희, 203) / 3 이상 / 가정폭력, 학교폭력, 상담
  영모 아빠는 영모가 모든 일에 1등이 되기 원한다. 술만 먹는 아버지에게 맞다가 집을 뛰쳐나갔던 아빠는 자신의 아버지(영모의 할아버지)가 자신에게 해주지 않았던 걸 영모에게 해주는 대신 1등을 요구한다. 기대에 어긋나면 때린다. 영모의 아빠가 그랬던 것처럼 영모도 참지 못하고 집을 뛰쳐나간다. ‘라온제나라는 환상세계에서 상처를 치유하고 돌아오는 이야기이다. 치유 과정이 단순해서 아쉽다. 조금만 더 간접적으로 표현하면 더 좋았겠다.

4. 할머니 (페터 헤르틀링, 124) / 3 이상 / 조손가정, 할머니
  교통사고로 부모가 죽은 뒤에 칼레는 할머니랑 산다. 할머니는 옛날이야기만 하고 고집이 세다. 동네사람들이 할머니를 무서워하는 것 같다. 가난하다. 할머니는 자신의 단점을 알고 있지만 고치지는 못한다. 칼레를 사랑으로 키우지만 칼레를 잘 키우고 있는지 고민한다. 조손 가정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독일 아동문학상을 받은 좋은 동화이다. 부모 없이 사는 제자들이 생각났다.

3. 인디고의 별 (힐러리 매케이, 335) / 6 이상 / 학교폭력, 가족관계, 친구
  새피의 천사에 이어지는 내용으로 인디고가 주인공이다. 빨강머리와 일당이 인디고를 괴롭히자 새피와 사라가 빨강머리를 박살낸다. 빨강머리 일당은 인디고 대신 톰을 괴롭히고 인디고는 톰과 친구가 된다. 톰은 아빠가 재혼해서 가족이 된 새엄마와 동생을 받아들이지 못해 잠깐 할머니 집에 온 미국 아이다. 학교폭력 가해자 우두머리와 일당들의 심리, 우정, 가족관계를 다룬 좋은 책이다.

2. 아주 특별한 시 수업 (샤론 크리치, 100, 비룡소) / 4학년 이상 /
  뉴베리 상을 수상한 작가가 시를 말한다.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 로버트 프로스트, 윌리엄 블레이크 등의 시를 읽고 다시 시를 썼다. 책을 읽어가면서 저자의 시 수업이 점점 재미있어졌다. 노란 개를 잃은 소년 잭이 시를 쓰면서 슬픔을 이겨내고 자신감을 찾아가는 과정도 보인다. 시 수업할 때 써야겠다.

1. 새피의 천사 (힐러리 매케이, 295) / 6학년 이상 / 입양, 가족 / 토론 추천
  엄마가 교통사고로 죽자 새피는 3살에 쌍둥이 이모가 입양했다. 자신이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알면서 혼란을 겪을 때 이탈리아에서 살던 새피를 데려온 할아버지가 돌아가신다. 할아버지는 유언으로 새피에게 천사상을 남긴다. ‘천사상을 찾는 일을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으로 이해한 새피가 천사상을 찾아나선다. 이탈리아까지 갔지만 천사상을 찾지 못한다. 새피가 집으로 돌아오자 천사상이 새피를 기다리고 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사랑, 새피와 함께 사는 가족의 사랑으로 만든 천사상. 참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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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 읽은 책

180. 고고학의 즐거움 (이바르 리스너, 594) / 고고학
  고고학에서 반드시 풀고 싶은 지역을 소개한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석기 문화로 성벽을 쌓은) 예리코(성경에서는 여리고)부터 그리스를 지나 중국, 인도, 페르시아, 나아지리아를 거쳐 마야 문명까지 소개한다. 일반 독자는 결코 읽지 않을 책이다. (2008년에 초판인데 아직도 초판!!) 내겐 재미있었다.

179. 역사 속을 달리는 서울 지하철-1호선 여행 (김용인, 113) / 초등 고학년
  지하철 1호선과 관련된 조선시대 역사를 소개한다. 최부가 <표해록>을 쓴 청파역(서울역 근처), 중국 사신을 접대한 태평관(시청역), 조선 상업의 중심지 운종가(종각역) …… 일제의 침략에 대항하여 일어난 의병의 길 왕산로(신설동역) 10가지를 소개한다. 지하철역이라는 접근 방식이 새롭다. 초등학생이 조선시대에 관심을 갖도록 꼬드기게 만드는 책이다.

178. 아하! 자연에서 찾은 비밀, 이익의 관물편 (조경구, 170) / 초등 3학년 이상
  성호 이익의 <성호사설><성호전집> 중에서 관물편(사물-주로 동식물을 관찰하고 쓴 글)에 나오는 77편의 글을 초등학생이 읽기 편하게 엮었다. 초등학생이 세상을 보는 관점을 배우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

177. 고도를 기다리며 (사무엘 베게트, 175) / 극본 (고등학생 이상)
  내용이 어지럽다. 무얼 말하는지 모르겠다. 저자가 글을 쓴 의도를 못 찾겠다.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는 마음을 읽어내기에 내 마음은 너무 질서가 잡혀있다. 중학생 독서반에서 토론할 책인데 학생들은 이해하려나?

176. 밀가루 아기 키우기 (앤 파인, 277) / 동화(6 이상)
  공부, 예의, 침착함과는 거리가 먼 4c 반이 과제로 밀가루 아기 키우기를 시작한다. 학생들이 밀가루를 넣은 볼품없는 인형을 대하는 태도가 서로 다르다. 친구 아기를 대신 맡아주고 돈을 받는 학생, 며칠 데려다나다가 아기가 얼마나 귀찮은지 아는 학생, 방치하는 학생이 생긴다. 자기가 태어난 지 1008시간 만에 아빠가 떠나버린 사이먼은 밀가루 아기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아빠가 왜 떠났는지 고민한다. 참 좋은 책이다. 두 번째 읽었다.

175. 만화 성경개관 (백금산, 269) / 기독교 만화
  구약성경을 만화로 개관했다. 만화이지만 성경 각 권의 구조와 내용을 제대로 담았다. 성경공부를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하는 훌륭한 책이다. 만화이지만 깊이가 있는 좋은 책이다.

174. 마태복음 뒷조사 (김영화, 230) / 기독교 만화
  마태복음이 쓰인 배경(복음서의 순서, 저자, 연대, 독자)와 내용을 만화로 설명한 책이다. 나는 만화보다 자세하게 설명한 글이 더 좋지만 평신도에게는 만화라서 쉽고 재미있겠다. 마가복음 뒷조사가 더 좋았다.

171-173. 유대인의 역사 (폴 존슨, 378, 548, 362) / 역사
  <2천년 동안의 정신>을 읽고 대단하다 생각했는데 유대인의 역사는 더하다. 저자인 폴 존슨은 시대의 흐름뿐만 아니라 유대인 사상가도 다 이해하고 쓴 것 같다. 자료를 어떻게 찾아서 정리했는지 놀랍다. 대단한 작가이다.

169-170. 해리포터와 저주 받은 아이 (248, 232)
  극본 형식이다. 해리 포터의 아들과 말포이의 아들 이야기이다. 둘 다 아버지와 잘 지내지 못한다. 캐드릭 디고리를 살리기 위해 해리와 디고리가 참가한 트리위저드 시합할 때로 시간여행을 한다. 과거를 바꾸면 현재가 없다는 것, 현재를 바꾸려면 현재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 자녀의 인생은 부모와 다르다는 것을 알려준다. 주제는 좋지만 극본으로 쓰여서 설명과 묘사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이야기와 문장의 묘미가 줄어들었다.

168. 서촌 홀릭 (로버트 파우저, 235) / 한옥마을 이야기
  우리나라와 일본 문화(특히 집과 음식)에 대해 잘 아는 미국 사람이 한옥과 거리에 대해 쓴 책이다.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오래 살았던 미국인의 눈으로 본 집에 대한 인식이 새롭고 명쾌하다. 북촌만 알았는데 서촌, 익선동에 가보고 싶다. 우리 국민의 장점과 단점을 새롭게 알게 되는 책이다. 다만 오타가 여럿 있고 편집이 잘못된 부분이 있어 불편하다.

167. 거짓말 학교 (전성희, 223) / 동화(5 이상)
  정부에서 학교를 세워 인재 중의 인재를 뽑아 가르친다. 외부의 간섭이 없는 섬에서 기숙생활을 하는 학생들이 배우는 건 바로 거짓말이다. 최고의 대우를 해주고 미래를 보장해주는 대신 학교에 대한 비밀을 지키는 서약을 해야 한다. 국가 발전을 위해 거짓말을 배우는 학생들이 결국 아무도 믿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 재미도 있고 생각할 점도 많은 좋은 책이다.

166. 가족이라는 병 (시모주 아키코, 235) / 대학생 이상
  올해 102번째로 읽었는데 끝까지 읽은 기억이 없어 다시 읽었다. 알고 보니 이미 읽었다는…… 늙는다. ㅠㅠ

165.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셰익스피어, 555) / 중학생 이상
  중학생 독서반과 토론하기 위해 읽었다. 학생들과 무엇이 인간을 존엄하게 만드는가?” 라는 주제로 토론했다. 햄릿은 복수심, 오셰로는 질투와 의심, 맥베드는 욕심, 리어왕은 말만 듣고 판단하는 어리석음 때문에 비극을 맞았다. 셰익스피어는 인간의 실수에도 불구하고 비극에 숨어있는 인간의 존귀함을 보여주려 한 것 같다. 마음을 흔들어대는 복수, 질투와 의심, 욕심, 어리석음이 낳은 결과를 후회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그들 주위에서 일을 바르게 처리하려는 사람들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드러내려 한 것 같다.

164. 호두까기 인형 (E. T. A. 호프만, 175) / 3학년 이상
  학교 아이들과 서울에 호두까기 인형을 보러 가려고 읽었다. (책을 읽으면 50% 할인이라서)

163. 유진과 유진 (이금이, 285) / 초등 6학년 이상
  두 유진이(큰 유진, 작은 유진)가 같은 유치원에서 원장에게 성추행을 당한다. 큰 유진 가족은 아이의 잘못이 아니라며 사랑해준다. 작은 유진이 가족은 부모 자신을 위해 사건을 회피한다. 아이의 기억을 부정하고 덮어버린다. 작은 유진의 부모도 상처 받고 힘들어서 그랬지만 회피는 상처를 더 아프게 할 뿐이다. 둘이 한 반이 되고 작은 유진이 자기가 겪은 일을 알아가면서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사람들이 상처를 어떻게 대하는지 이야기하며 읽으면 좋겠다.

11월에 읽은 책

 (C. S. 루이스가 11월에 태어나고 11월에 죽었다. 그래서 11월에는 루이스를 많이 읽는다.)

162. 루이스와 잭 (조지 세이어, 469) / 전기문
  C. S. 루이스에게 배운 조지 세이어가 쓴 루이스의 전기문이다. 루이스의 삶과 책을 연결시켜 설명하고 있다. 루이스를 아는 사람에게는 재미있지만 루이스를 모르는 사람이 읽기엔 낯설다. 내겐 참 재미있는 책이다. 두 번째 읽었다.

161. 우리가 얼굴을 찾을 때까지 (C. S. 루이스, 365) / 소설
  루이스가 자기 책 중에 이 책을 가장 좋아했다고 한다. 루이스 책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기도 하다. 왕의 첫째 공주 오루알은 이성과 합리성으로 신비와 영의 세계를 이해하려 든다. 둘째 공주 레디발은 본능에 충실하다. 셋째 공주 프시케는 어리석은 군중의 요구에 따라 신에게 재물로 바쳐진다.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에 구원자로 추앙받았고, 같은 이유로 신의 아내가 되어야 했다. 나는 오루알처럼 이성으로 이해한다. 영원의 세계까지 이성으로 분석하려 한다. 그러나 신비와 영을 이성으로 분석하면 쪼개진 소망의 파편만 남을 것 같다. 두고두고 곱씹어 읽을 책이다. 그러나 읽으라고 추천하지는 않는다. 쉽게 해석하기 어려운 책이다.

160. 시편 사색 (C. S. 루이스, 146) / 기독교
  루이스가 시편을 묵상하면서 쓴 글이다. 시편을 하나씩 해설하는 책은 아니다. 시편 전체에 나타난 심판, 저주, 죽음, 주님의 아름다움, 달콤한 말씀, 묵인, 자연, 찬양을 설명한다. 루이스의 설명에는 내가 따라가기 힘든 논증 과정이 들어있다. 그래서 어렵게 느껴진다. 몇 번 더 읽으면 이해가 되려나?

159.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C. S. 루이스, 230) / 기독교 변증
  고참 악마가 신참 악마에게 기독교인들을 믿음에서 떠나게 하기 위한 조언을 해주는 형식으로 쓰인 편지글이다. 루이스는 이 글로 대중의 인기를 받게 되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구절이 많다. 루이스 특유의 논증을 담았기 때문에 쉽게 읽을 책은 아니다. 그러나 한 번 빠지면 헤어나기 어려운 매력이 있는 책이다.

158. 운명아, 덤벼라 (김민경, 124) / 역사동화, 초등 5학년 이상.
  박제가와 이덕무의 우정을 그린 책이다. 대부분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참 좋았다. 내가 이덕무를 워낙 좋아하기 때문이고, 정조가 다시 생각났기 때문이다.

157. 사사기, 룻기 큐티 모음 (권일한, 289) / 큐티모음집
  나는 아침마다 40분가량 컴퓨터로 글을 쓰며 큐티 한다. 내가 정한 본문으로 내가 정한 순서로 한다. 이 큐티 모음은 20042-8월까지 6개월 정도 한 내용이다. 교회에서 사사기 공부를 하면서 읽었다.

156. 사사기 강해 (마이클 윌코크, 220) / 성경 강해
  IVP에서 낸 BST(Bible Say Today) 시리즈이다. 성경을 자세하게 알고 싶다면 이 시리즈를 읽으라고 권한다.

155. 대기하여라-사사기 강해 (워렌 위어스비, 230) / 성경 강해
  성경 묵상의 눈을 새롭게 뜨게 해준 워렌 위어스비 강해서이다. 설교집을 읽는 게 유익이 있다면 강해서는 그보다 열 배나 더 유익하다. 특히 워렌 위어스비는 강추!! 안타깝게도 이 시리즈는 절판되었다.

154. 순전한 기독교 (C. S. 루이스, 283)
  C. S. 루이스가 기독교를 변증한 책이다. 평신도 작가의 눈으로 글을 썼기 때문에 기독교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성경도 거의 인용하지 않는다. 자연 상태의 정신과 마음에서 출발해서 하나님의 존재를 증명한다. 세 번째 읽을 때까지는 어렵긴 하지만 이해할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네 번째는 많이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특별히 온전하라.’는 말씀이 우리가 해내야 할 율법 같은 말씀이 아니라 우리가 온전하도록 하나님이 인도하신다는 말씀이 마음에 와닿았다.

153. 순례자의 귀향 (C. S. 루이스, 390)
  C. S. 루이스 자신이 회심한 과정을 풍유로 지어낸 이야기이다. 루이스가 관심을 가졌던 사상의 흐름을 모르면 이해할 수 없는 책이다. 세 번째 읽었는데 이젠 안 읽어도 되겠다.
  - 젊은이 나이에 모든 일을 명확히 하려는 건 정말 굉장히 위험한 일이랍니다. 바로 그것이 제가 과거에 저질렀던 큰 실수지요. 모든 일을 공식에 넣어서 답을 찾으려고 했어요. 시를 이론으로, 은유를 정설로 바꾸려고 했답니다.

152. 갈림길 (윌리엄 폴 영, 426) / 기독교 소설
  오두막의 후속편이다. 두 번째 읽었다. C. S 루이스가 잭이라는 이름으로 삶과 죽음 사이의 세계에서 안내자 역할을 맡았다. 살건 죽건 자유로운 자신을 찾아야 하건만 우리는 어딘가에 매여 살아간다. 하나님 앞에서의 진짜 모습을 찾을 수 있을까?

151. 오두막 (윌리엄 폴 영, 431) / 기독교 소설
  세 번째 읽었다. 읽을수록 좋다. 하나님 사이의 연합, 인간과의 연합을 대화로 풀어나간다. 처음 읽을 때는 삼위일체의 신비를 이해하려 애썼다. 두 번째 읽었을 때는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에 대해 읽었다. 세 번째에는 연합이 마음에 들어왔다. 다시 읽을 책이다.

10월에 읽은 책

150. 제사장 나라 하나님 나라 (조병호, 371) / 기독교
  나에겐 쉬운 책이지만 일반 성도에겐 도움이 되는 책이다. 성경 역사 전문가답게 성경을 역사 이야기로 풀어가면서 설명한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하나님 나라보다는 그냥 성경을 해설하는 내용에 가깝다. 그래도 성경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

149. 한국중장편소설 12 Vol 1 (이미륵 외, 420) / 중학생 이상
  압록강은 흐른다, 엄마의 말뚝, 일락서산 등을 실은 소설 모음집이다. 외국 소설은 의미를 따지며 읽었는데 우리 소설은 그냥 느껴졌다. 독서반 학생들과 토론하면서 우리 이야기를 많이 해서 좋았다. 이제 외국소설 줄이고 우리 소설에 빠져야겠다.

148.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 왕대 (김탁환, 240) / 동화, 4 이상
  일제강점기에 인왕산에서 잡힌 호랑이 왕대는 창경원에 잡혀간다. 일본이 우리나라에서 호랑이, 표범, 늑대의 씨를 말릴 때 마지막 남은 호랑이의 자식인 왕대가 동물원에서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창경궁이 창경원이 된 이야기, 일본이 호랑이와 늑대를 모두 죽여버린 이야기를 나누기에 좋은 책이다.

147. 너희도 신처럼 되리라. (에리히 프롬, 267) / 종교 철학
  「소유냐 존재냐에서 프롬이 시편을 해설한 부분이 마음에 들어 원작을 샀다. 부제가 급진적 휴머니스트의 혁명적 구약 읽기인데 구약성경을 나와는 전혀 다른 눈으로 읽는다. 세계관이 다르면 해석을 다르게 내릴 수밖에 없다. 돈 주고 살 정도는 아니었는데……

146. 책벌레들의 비밀후원작전 (힐러리 메케이, 315) / 동화, 5 이상
  수다스런 네 자매의 이야기가 처음에는 잘 읽히지 않겠지만 100쪽을 넘어서면 손을 떼지 못하는 책이다. 네 자매가 아프리카 아이를 돕기 위해 매달 10파운드를 구해야 한다. 부모님 몰래. 돈을 벌기 위해 벌이는 소동이 재미나다. 나는 다섯 번쯤 읽었고, 첫째 딸은 50번쯤 읽었다.

145. 산적의 딸 로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314) / 동화, 6 이상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서로 못 잡아먹어 으르렁대는 두 산적의 아들과 딸이 서로를 좋아한다. 로냐는 친구를 붙잡아 협박하는 아버지를 배신하고 친구를 구해낸 뒤에 집을 떠나야 할 처지에 놓인다. 아름다운 이야기다.

144. 난설헌 (최문희, 다산책방, 383) / 소설
  슬프고 마음이 아프다. 어둠의 시대가 아름다움과 고귀함을 짓밟고 어둠과 절망을 남겼다. 허난설헌과 허균은 수백 년의 시간을 앞선 마음을 가졌기 때문에 꽃을 피우지 못하고 꺾였다. 지금도 이런 분들이 있다. 그들은 얼마나 아플까? 나도 시대의 흐름을 보면 화가 나고 아픈데……

143. 수일이와 수일이 (김우경, 우리교육, 220) / 동화(4학년부터)
  고성 죽왕초등학교 아이들과 독서수업을 하기 위해 읽었다. 공부와 학원에 지쳐 놀지 못하는 아이들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살짝 살짝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픔도 들어있다. 그러나 기독교 세계관에는 좋지 않은 책이다.

142. 제국과 천국 (브라이언 왈쉬 부부, IVP, 462) / 기독교
  기독교 세계관에 대한 탁월한 저자인 브라이언 왈쉬가 쓴 골로새서 강해이다. 마치 현대 사회의 실체를 파헤치는 세계관 책인 것 같다. 성경에서 큰 자는 작은 자를 섬기기 위해 존재하지만 역사에서는 늘 큰 자가 작은 자를 짓눌렀다. 작은 자를 짓누르지 않고 만들어진 제국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또한 이 책은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반박을 담고 있다. 평신도가 읽기엔 딱딱하고 조금 어렵지만 평소에 내가 가진 생각을 명쾌하게 정리해서 보여주고 있다. 좋은 책이다.

141. 여행이 그대를 자유롭게 하리라. (쨍쨍, 북로그컴퍼니, 335) / 여행 에세이
  27년간 교사로 지내며 방학마다 여행을 떠나다가 작정하고 교사를 관둔 뒤에 여행을 떠난 이상한 아줌마의 여행기이다. 여행하는 방법은 하나도 없다. 이름난 여행지도 안 나온다. 모두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 신나게 먹고 노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여행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저자 같은 성격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다고 확신한다. 그래서 선뜻 추천하기 어려운 책이다.

137-140.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 조앤 롤링
  스네이프가 멋졌다. 그럴 줄 알았지만 다시 읽어도 멋지다. 이렇게 자신을 철저하게 숨기고 선을 위해 악을 가장하기도 어려운데 스네이프는 선의 승리를 위해 자신을 내던졌다. 죽음의 성물을 해리가 다 해치우지 않고 친구들이 하나씩 파괴하는 모습을 보면서 조앤 롤링이 공동체를 아끼는 모습을 보았다. 좋은 책이다.

132-136. 해리포터와 혼혈왕자 / 조앤 롤링
  계속 놀라고 있다. 정말 재미있다.

127-131.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 조앤 롤링
  참 좋다. 나는 사람보다 책을 더 좋아해서 탈이다.

123-126. 해리포터와 불의 잔 / 조앤 롤링
  조앤 롤링의 실력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 문장에 줄을 그으며 읽을 걸 하는 후회가 생긴다.

121-122.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 조앤 롤링
  재미있다. 멍 때리며 시간 잘 보내고 있다.

9월에 읽은 책

117-120 해리포터(비밀의 방, 아즈카반의 죄수) / 조앤 롤링
  식탁 위에 있던 비밀의 방을 읽다가 아즈카반의 죄수까지 읽었다. 처음 읽을 때도 이랬는데 아무래도 끝까지 갈 것 같다. 이걸로 기독교 세계관을 설명하는 책을 쓰면 제정신인 걸까?

116. 데몬 (토스카 리, 414) / 소설
  악마의 하수인이 출판사 편집자에게 악마의 자서전출판을 권유하며 소설 내용을 불러준다. 루시퍼의 반란, 하와의 타락부터 십자가까지 성경의 핵심내용을 악마의 관점에서 설명한다. 기가 막히다. 천천히 다시 읽거나, 기독교사들과 토론해보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그리스도인에게 강력 추천한다. 대박이다.

115. 글자전쟁 (김진명, 343) / 소설
  우리나라 역사가 중국을 능가한다는 내용의 소설이다. <천년의 금서>가 고구려사가 중국 역사를 능가한다는 이야기였고, 글자전쟁은 한문이 우리나라에서 나온 거라는 얘기다. 나는 이 얘기보다 흥미를 위해 시작부분에 넣은 북한 관련 분석 내용이 더 재미있었다. 몇 가지 한자 정보로 이런 소설을 썼으니 능력이 대단하다.

114. 엄마가 떠난 뒤에 (킴벌리 윌리스 홀트, 255) / 초등 6학년 이상
  몇 년 전에 처음 보았을 때 정말 놀랐던 책이다. 은은한 풍경을 바라보다가 문득 눈물이 주르륵 흐르는 느낌이었다. 엄마를 잃은 뒤에 위기를 맞은 가정이 회복되는 과정을 그렸다. 문체가 독특하다. 별 것 아닌 일을 툭툭 내뱉는데 여운이 길게 남는다. 이번에 읽었을 때는 첫 느낌이 사라졌다. 가슴이 차가워지고 머리가 커진 것 같다.

113. 솔로몬과 스바의 전설 (토스카 리, 462) / 소설
  스바의 여왕이 솔로몬을 찾아왔다는 이야기를 소설로 각색했다. 성경과 코란에는 기록이 짧게 나오지만 에티오피아 솔로몬 왕조의 탄생 이야기를 다룬 <왕들의 영광>에는 낯선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이런 책을 참고해서 썼다. 그저 감탄이 나올 뿐이다. 그냥 소설로, 성경을 이해하는 배경으로, 신을 찾아가는 철학서로 정말 좋은 책이다. 강력 추천한다.

112.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장 바니에, 스탠리 하우어워스, 113) / 기독교
  장애인들과 서로 도와주며 살아가는 공동체 라르쉬를 세움 장 바니에, 타임지가 미국 최고의 신학자로 뽑은 스탠리 하우어워스 폭력적인 세상에서의 온유함에 대해 번갈아가며 쓴 4편의 글모음이다. 평화주의자 두 분의 말은 들을 가치가 있다.
  → 사람이 누군가를 경멸하지 않고 살기란 너무나 어렵다. 우리는 실제로 누군가를 경멸하며 살아간다. 누군가에게 속아서 경멸하며 미워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를 경멸하지 않으면 자신의 내면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되고 결국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면을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111. 달려라, 탁샘 (탁동철, 450) / 교단일기, 에세이 모음
  존경하는 탁동철 선생님이 쓴 교단일기, 에세이 모음이다. 처음 읽을 때보다 마음을 더 울린다. 자연이 알려주었을까, 원래 착한 사람일까,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 대한민국 어른들 모두에게 최강력 슈퍼파워로 추천한다.

110. 소녀, 적정기술을 탐하다. (조승연, 190) / 중학생 이상
  중앙기독중학교에서 적정기술에 마음을 빼앗긴 조승연 학생이 적정기술을 소개하는 이야기, 진로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썼다. 가난하고 어려운 형편에서 살아가는 이웃을 위한 나눔기술, 섬김기술인 적정기술을 소개하는 부분도 좋지만 중학생이 진로를 찾아 교수님께 메일을 보내고, 몽고까지 찾아가며 좌충우돌 발로 뛰는 모습이 더 좋았다. 중고등학생과 교사에게 강력 추천한다.

109. 모모 (미하엘 엔데, 367) / 중학생
  강력 추천하는 책이다. 여유를 잃고 쫓기듯 살아가는 우리 현실을 굉장한 이야기로 다시 표현했다. 토론할 내용이 많다. 우리 현실을 어떻게 이런 이야기로 표현하는지 정말 상상력이 대단하다.

108. 누구나 꿈꾸는 희망의 나라 모어의 유토피아 (연효숙, 118)
  책벌레 선생님의 행복한 독서토론 중등편을 쓰면서 미래 사회에 대한 부분 - 파리대왕, 멋진 신세계, 기억전달자 을 쓰다가 참고자료로 읽었다. 모어의 유토피아를 해설한 책이다. 재미있었다.

107. 천년의 금서 (김진명, 327) / 소설
  중국이 동북공정을 주장하며 역사를 왜곡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학자를 살인하고, 살인범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썼다. 작가의 상상력이 뛰어나다. 그러나 핵심 내용은 주류 역사학계가 인정하는 우리나라 역사보다 1000년 이상 더 오래된 역사가 있다는 주장이다. <환단고기>를 언급했다면 황당한 이야기라 취급받았겠지만 <단군세기>에 나타난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삼국사기, 시경, 잠부론을 든다. 고조선의 역사에 대해 관심을 불러일으키지만 학술적인 내용이 적어서 생각을 바꿀 정도는 아니다.

106.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사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220) / 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 씨의 원문 번역본에 <마크하임><시체도굴꾼>이라는 단편소설이 함께 들어있다. 편집본과 확실히 다르다. 더 어렵고 더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읽으면서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게 만든다. 선과 악이라는 측면보다는 인간의 내면이 얼마나 기만에 능한지 보여준다. 좋은 책이다.

8월에 읽은 책

105. 한나의 아이 (스탠리 하우어워스, 544) / 회고록
  타임지에 의해 미국 최고의 신학자로 뽑힌 스탠리 하우어워스의 회고록이다. 자신이 기독교 윤리학과 신학에 관심을 가진 흐름을 이야기하는 부분이 많아서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은 읽기 어렵다. 내게도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24년 동안 정신병을 앓는 아내와 사는 모습을 읽으며 위로를 받았다. 어디에서 어떻게 끝날지 모르는 길을 묵묵히 가는 게 그리스도인의 삶이 아닌가 생각했다.

104. 사자 크리스티앙 (앤서니 에이스 버크, 존 렌달, 148) / 실화
  존과 에이스가 아기 사자를 사서 키운다. 사자가 점점 자라서 아프리카에 보내 야생에게 적응하게 만든다. 1년 뒤에 아프리카에 가서 사자를 불렀을 때 어른 사자 크리스티앙이 두 사람에게 다가오는 영상으로 유명해진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었다. 재미있었다.

103. 세상의 마지막 밤 (C. S. 루이스, 151) / 변증 에세이
  탁월한 기독교 변증가 루이스가 서로 다른 곳에 발표한 에세이 7편을 모았다. 효과 만점의 능력 기도가 있을까? 믿음의 근거는? 악마는 인간의 어떤 약점에 환호하는가? 외계인이 존재한다면 기독교 신앙이 무너질까? 등에 대해 순전한 기독교에서 철학으로 기독교를 변론하는 방식으로 대답한다. 내가 생각하는 방식과 완전히 다르게 생각하기 때문에 새롭고 놀랍다. 대신 논거를 따라가려면 천천히 읽어야 한다.

102. 가족이라는 병 (시모주 아키코, 235) / 에세이 모음
  일본에서 굉장히 많이 팔린 책이라고 한다. 일본에서 이름난 아나운서, 작가, 평론가, 수필가인 저자가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바탕으로 가족의 아픔과 상처를 말한다. 감수성이 예민한 아버지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군인으로 살다가 패전하고 쫓겨난다. 아버지를 닮아 감수성이 예민한 작가의 눈에 단단한 척하는 여린 아버지와 아버지에게 끊임없이 매달리는 어머니, 여기에 오빠와 할머니까지 얽힌 관계는 가족을 병으로 읽게 만들었다. 가족 관계로 고민하는 분에게 추천한다.

101. 성경과 함께 읽는 성지답사 (이문범, 180) / 이스라엘 지리
  기독교사대회에서 양영기 선생님 덕분에 얻은 책이다. 성경 지리를 사진과 함께 설명한다. 이 책을 미리 읽었다면 이스라엘 갈 때 몇 군데 더 들렀겠지. 다음에 이스라엘 갈 때 이 책을 갖고 가야겠다.

100. 로테와 루이제 (에리히 캐스트너, 232) / 동화(5학년 이상)
  <하늘을 나는 교실>을 쓴 에리히 캐스트너 동화. 쌍둥이 로테와 루이제는 부모가 이혼하면서 각각 뮌헨과 빈으로 헤어졌다. 아빠와 사는 루이제는 활발하고, 엄마와 사는 로테는 얌전하다. 우연히 여름캠프에서 만나 서로 자매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로테는 아빠에게, 루이제는 엄마에게 돌아간다. 이혼의 아픔을 이겨내는 해피엔딩이다.

99. 소유냐 존재냐 (에리히 프롬, 237) / 철학
  나는 소유양식에 매달리는 현대사회가 싫다. 존재양식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미 소유양식에 젖어든 우리에게 존재양식이 보일까? 프롬은 이미 40년 전에 지금 사회의 모습을 예측했지만 정작 우리는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 보지 못하며 관심도 두지 않고 있다.

98. 그 이름, 예수 (브래넌 매닝, 141) / 기독교
  마이클 스미스가 불러(?) 도브상을 받은 Above All의 가사에 대한 생각을 풀어놓은 책이다. 내가 좋아하는 찬양에 좋아하는 작가의 글이어서 좋았다.

97. 신뢰 (브래넌 매닝, 223) / 기독교
  뭐라 말하기 어렵다. 그냥 좋은 책이다.

96. 프랑크푸르트 (이기식, 살림, 95) / 도시 소개
  프랑크푸르트의 역사, 문화, 전통, 박물관 등을 소개하는 책이다. 가볍게 읽을 분량이지만 관광 안내서보다 묵직한 책이다.

95. 거짓말하는 어른 (김지은, 문학동네, 242) / 동화 평론
  처음으로 동화 평론을 읽었다. 평론이라 하면 어려운 말을 뿜어내서 헷갈리게 하는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다. 동화에 담겨진 뜻을 잘 찾아주었다. 동화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고 싶다면 읽어보시라. 특히 교사에게 추천한다.

94. 모든 것이 은혜다. (브레넌 매닝, 261) / 기독교
  프란체스코회 사제였다가 결혼하고, 알코올 중독에 빠지고, 이혼하고, 그러면서도 모든 것이 하나님 은혜라고 선포한다. 탁월한 글 솜씨와 강연 능력을 갖고 있지만 안쓰럽기도 하고 , 이런 사람이 있나!’ 싶기도 하다. 이런 사람도 용서하시는 게 하나님 은혜이고, 이 사람도 마땅히 용서 받아야 하지만 술독에 빠졌다가 다음날 모든 것이 은혜라고 말하는 모습을 받아들이기 어렵기도 하다. 저자를 싫어하고 싶지만 전하는 메시지가 너무 좋아서 저자가 고마우면서도 안쓰럽다.

93. 하늘을 달리는 아이 (제리 스피넬리, 248) / 청소년 성장소설
  정말 좋은 책이다. 강력 강력 추천한다. 한 문장 한 문장 깊이 묵상할 내용이 많다. 2016 겨울연수, 충남 IVF 대학생 수련회에서 나누었다. 전북연수원에서 15시간 동안 이 책으로 독서활동했다. 이 책으로 기독교 세계관에 대해 책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언젠가는 써봐야겠다. (중등 교사에게 추천)

92. 뜻밖의 회심 (로자리아 버터필드, 아바서원, 287) / 기독교
  레즈비언이었고, 동성애자들을 옹호하는 연구로 이름을 떨치던 교수가 예수님을 믿고 쓴 회심기이다. 과거의 죄에서 극적인 변화를 겪어 다시는 그 길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가 전혀 보이지 않아 좋았다. 회심이 무엇인지, 하나님께로 돌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묵상한 내용이 마음에 와닿았다. 영문학자답게 글에 깊이가 있다. 읽으며 위로받았다. 참 좋은 책이다.

91. 통쾌한 희망사전 (프레드릭 뷰크너, 복있는 사람, 198) / 기독교
  내가 좋아하는 작가 뷰크너. 이름만으로도 무조건 책을 사야 하는 작가이다. 이 책은 이상한 사전이다. 기독교 용어를 설명하는데 기가 막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1. (RIGHTEOUSNESS) :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은 악보대로 연주하고 있었다. 율법의 어떤 음표도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옳은 연주가 아니었다. 의는 옳게 연주하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연주해야 하는지 생각하고 그렇게 연주하면 사람들이 흥겹게 발을 들썩이며 박자를 맞출 것이다.
  2. 교회 : 눈에 보이는 교회는, 하나님의 이름으로 정기적으로 모이는 회중이다. 그들이 누구누구인지는 교회에 가면 알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교회는, 하나님이 이 세상에서 당신의 손과 발로 사용하시는 모든 사람들이다. 그들이 누구누구인지는 하나님만 아신다. 문장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감탄하며 읽을 것이다.
  3. 가장 좋은 것은 바로 이것! 소명 : 마음 깊은 곳에서의 기쁨과 세상의 절실한 요구가 만나는 지점.

7월에 읽은 책

90. 바울 2 (월터 왕게린, 살림, 460) / 소설
  고린도 교회와 갈라디아 교회에서 일어난 일을 상상해서 실감나게 표현했다. 실제로는 다를 수도 있지만 저자의 상상력 덕분에 바울의 마음이 많이 이해가 되었다. 당시 상황과 분위기를 실감할 수 있어서 성경을 묵상하는데 도움이 되겠다.

89. 바울 1 (월터 왕게린, 살림, 461) / 소설
  바울의 행적을 소설로 썼다. 사도행전과 서신서를 잘 모르는 사람은 이해하기 어렵다. 나도 처음 100쪽이 더디게 넘어갔다. 그러나 일단 빠져들면 사도행전이 살아서 움직인다. 디도, 에라스도, 디모데, 뵈뵈……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생생하게 다가온다. 맞다. 성경은 살아 움직이는 이야기이다. 참 좋은 책이다.

88. 분별력 (존 맥아더 외, 엔크리스토, 358) / 기독교
  존 맥아더 목사님과 함께 사역하는 분들이 2000년 이후에 미국 교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분별의 관점으로 비판했다. 강단 초청, 찬양음악, 교회 쇼핑에 대해서는 동의했다. ‘목적이 이끄는 삶에 대한 비판은 어느 정도 수긍이 갔지만 바울의 새 관점에 대해서는 내가 잘 몰라서 판단을 못했다. 10년 동안 분별이 기도제목이었고 분별에 힘썼는데도 잘 모르겠다. 하나님 뜻을 안다는 건 정말 어렵다.

87. 책벌레 선생님의 행복한 독서토론 (권일한, 아침독서운동, 262) / 교육
  내가 쓴 독서토론 책이다. 아이들과 독서토론 할 때가 생각났다. 뿌듯하면서 덤덤하다. 고치면서 너무 많이 읽어서 그럴까? 잘 모르겠다.

86. 아버지 월급 콩알만 하네 (임길택, 보리, 159) / 아이들 시 모음
  탄광마을에서 가난을 겪으며 힘겹게 살던 아이들이 지금은 잘 살고 있을까? 왜 그리 힘들게 살았을까?

85. 지금쯤 몽실언니도 잘 거야. (임길택, 보리, 215) / 아이들 글모음
  30년 전, 임길택 선생님께 배운 나와 비슷한 나이의 아이들이 쓴 글모음이다. 내가 문집을 만들고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칠 때가 생각난다. 지금은 이런 일기를 만나기 어려워졌다. 그때 아이들은 잘 참고 생각이 깊었는데……

84. 성경 (1754)
  1년에 한 번은 읽어야 하는 책이다. 읽고 또 읽어도 새롭다. 성경을 모르는 사람들은 무슨 재미로 살까! 끝없는 이야기, 무한한 세계가 펼쳐져 있다.

83. 개똥은 가만히 누워 잠을 잔다. (이호철, 보리, 184) / 아이들 글모음
  이호철 선생님이 가르친 2학년 어린이 시를 모았다. 자세하게, 길게, 생각을 담아 잘 썼다. 그림도 자세하게 표현했다. 내 글쓰기 지도에 불을 밝혀준 한 분이다. 2학기에 아이들에게 읽어주어야겠다.

82. 샬그락 샬그란 샬샬 (이무완, 159) / 아이들 시 모음
  친구가 2009년에 가르친 2학년 아이들 시를 모았다. 어린이다운 글이다. 내가 가르친 아이들이 쓴 시와 약간 다르다. 친구 만나 시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은 게 있다. 만나러 가야겠다.

81.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요나스 요나손, 541) / 소설
  베스트셀러 <창문 너머 도망친 100세 노인>이 내겐 별로였다. 기발한 이야기이지만 마음에 전해주는 내용이 없어서 허황되게 보였다. 같은 저자의 이 책은 훨씬 나았다. 과장하면서 툭툭 내뱉는 문체가 남아공 출신 놈베코에게는 더 어울려 보였다. 남아공 핵무기를 스웨덴에 가져갔다가 중국에 보내는 황당한 이야기지만 재미도 있고 생각할 거리도 있다.

80. 세계를 바꾸는 착한 식탁 이야기 (박소명, 북멘토, 191) / 사회
  「식탁 위의 세계사초등 고학년 버전이다. 감자, 블루베리, 카망베르 치즈, 토마토, 연어, 올리브, 콩이 건강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역사 이야기와 함께 들려준다. 이야기와 함께 간단한 역사를 소개한다. 대한민국 독서논술토론대회 사회를 맡아서 읽었다.

79. 하이델베르크, 낭만적인 고성의 도시 (곽병휴, 살림, 92) / 인문
  독일 하이텔베르크를 소개하는 책이다. 단순히 여행가이드는 아니다. 역사와 문화를 교양인의 관점에서 썼다. 내게 딱 맞는 책이다. 적당히 묵직하고 내가 모르는 이야기를 함께 들려준다. 하이델베르크에 다시 가고 싶다.

78. 기억 전달자 (로이스 로리, 비룡소, 310) / 청소년
  「1984, 멋진 신세계와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이다. 미래 사회의 어두운 면을 탁월하게 보여준다. 안정을 위해 나쁜 기억을 제거해 버리고 선택의 자유를 포기한 미래 사회에 딱 한 사람만이 과거를 기억한다.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날 때 현명하게 선택할 사람! 그는 인류의 고통스런 기억을 모두 간직하며 단 한 사람에게만 기억을 전달해준다. 두 번째 읽었는데 여전히 좋다.

77-78. 시간 여행자의 아내 1, 2(오드리 니페네거, 살림, 427, 377) / 소설
  헨리는 시간 여행을 한다. 과거로 가서 어릴 적 아내를 만나고 미래로 가서 나이 든 아내를 만난다. 처음엔 그저 그런 이야기에 읽기 지쳤는데 2편을 읽으면서 미래의 나와 과거의 나가 만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성숙한 내가 미성숙한, 순수한 나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베스트셀러라는데 내겐 그냥 그랬다.

76. 허니문 인 파리 (조조 모예스, 살림, 255) / 소설
  「원 플러스 원, 미 비포 유의 글 솜씨가 잘 드러난 소설이다. 갓 결혼한 남녀 사이에 사랑과 오해 때문에 생기는 긴장과 갈등을 잘 표현했다. 서로 기대하고 오해하고 티격태격 다투는 남녀가 함께 읽으면 좋겠다. 나는 아내를 오해하지 않기 때문에 읽을 때 별로 긴장감이 없었다.

6월에 읽은 책

75. 담바고 문화사 (안대회, 문학동네, 450) / 인문
  담배의 역사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조사하여 소개하는 책이다. 김득신, 이덕무, 정약용이 등장하고 왕부터 농부까지, 예술과 문학을 넘나든다. 자료 조사가 엄청나다. 담배로 역사를 들여다보는 관점이 탁월하다.

74. 뭘 써요, 뭘 쓰라고요? (김용택, 한솔수북, 149) / 글쓰기
  김용택 선생님이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소개하는 책이다. 글을 쓰는 마음가짐을 시처럼 짧고 여운이 남게 썼기 때문에 설명이 아니라 소개라고 했다. 이 책을 읽고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긴 어렵다. 책 내용에는 동의하지만 이렇게 쓰면 독자들이 무얼 하라는 건지 알아듣지 못한다. 돈 주고 사기 아깝다. 150쪽에 12800원이나 하니 그냥 도서관에서 한 번 훑어 읽으라고 권한다.

73. 소설처럼 (다니엘 페나크, 문학과지성사, 226) / 독서
  책을 읽는다는 것에 대한 최고의 책이다. 처음은 조금 어려울 수 있지만 50쪽을 넘어가면서 점점 재미있어진다. 3부는 그야말로 걸작이다. 교수가 대학생들에게 책을 읽어주며 수업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기가 막힌다. 세 번째 읽는데 여전히 킥킥거리며 감동 받았다.

72. 모두 깜언 (김중미, 창비, 330) / 중등 소설
  우리나라 농촌의 안타까운 현실과 그 속에서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시골 사람들의 소망을 담은 책이다. 시골 농부들이 땀 흘려 일해도 먹고 살기 힘들다. 광수 아버지는 구제역 때문에 아끼던 소를 죽여야 했다. 구제역에 걸리지도 않았는데 두 번씩이나. 언청이로 태어난 유정이는 마을 사람들의 수군거림 때문에 엄마가 떠나버렸다. 고난과 슬픔이 이어지는 가운데 어떻게든 소망을 품고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담하게 드러나 있다. 참 좋은 책이다.

71. 왕의 십자가 (팀 켈러, 두란노, 323) / 기독교
  팀 켈러가 마가복음을 왕이신 예수십자가로 해설한 책이다. 좋다. 천천히 다시 읽어야겠다.

70. 수요일의 전쟁 (게리 슈미트, 주니어 RHK, 392) / 6 이상
  몸이 피곤하고 마음이 무거우면 이런 책을 읽어줘야 한다. 재미있는 부분을 소리 내어 읽었더니 가족이 모두 웃느라고 난리가 났다. 그렇다고 누구나 이 책을 읽고 읽는 건 아니다. 이 책을 읽고 몇 번 울고 웃으면 책벌레이다. 우리 가족에게는 최강의 책이다.

69. 하리하라의 음식 과학 (이은희, 살림, 259) / 중등 과학
  ‘하리하라라는 필명으로 이름난 이은희 씨의 음식 관련 과학 책이다. 우리나라 12가지 명절에 먹었던 음식에 숨은 과학 원리를 소개한다. 중학교 과학 공부에 도움을 준다. (난 여전히 진화에 대한 내용을 읽는 게 불편하다. 살림출판사에서 진화에 대한 책을 내는 게 이상하다.)

68. 눈으로 하는 작별 (룽잉타이, 양철북, 327) / 에세이 모음
  67번 책과 마찬가지로 앞서 읽은 책이 더 좋았다. 그러나 일반 독자에게는 이 책이 더 좋을 거라 생각한다. 아버지가 늙고 병들어 돌아가시는 과정을 보고 느낀 감정을 담은 에세이 모음이다. 일상의 작은 일에 마음을 담는 솜씨가 뛰어나고 정말 박학다식하다. 책을 읽으면서 중국에서 쫓겨 온 대만 사람들도 우리가 남북 관계에서 아픔을 겪은 것과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버지를 사랑하는 마음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참 좋은 책이다.
 → 남미에는 비나무가 있다. 비나무는 큰 종처럼 커다랗고 둥글게 생겼는데, 한쪽 끝에서 다른 끝까지가 삼십 미터나 된다. 나뭇잎이 그토록 무성하고 빽빽한데도 비나무 밑에서는 작은 풀도 잘 자란다. 날이 흐리거나 어두워지면 비나무의 가는 잎이 오므라들면서 잎 사이로 비가 그대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형제는 영원히 평행선을 달리는 선로라기보다는 한 그루 비나무에 달린 가지나 잎이 아닐까. 비록 삼십 미터나 떨어져 있지만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고, 밤에는 잎을 오므리고 땅바닥으로 곧장 떨어지는 비를 함께 보면서, 나무와 비와 함께 늙어가는 것이다. 어찌 아니 좋겠는가! (61)
 → 우리는 백 미터 달리기를 성공적으로 완주하기 위해 죽어라 공부했지만, 넘어졌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배우지 못했어. 무릎이 까져 피가 흐를 때 상처를 소독하고 싸매는 법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어. 상처가 참을 수 없이 고통스러울 때 어떤 표정을 지어 보여야 하는지, 무릎 못지않게 피가 줄줄 흐르는 마음의 상처는 또 어떻게 치유해야 하는지, 마음 속 깊은 곳의 평화는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 깨진 조각처럼 마음이 산산조각 났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67-68)

67. ONE Plus ONE (조조 모예스, 살림, 551) / 소설
  제스는 싫은 소리 못하고 짐을 떠안는 성격이다. 양육비를 보내주지 않는 남편을 이해하며 쉼 없이 일하지만 늘 가난하다. 돈에 발목 잡혀 힘겹게 살아간다. 에드는 잘나가는 CEO이지만 가족 사이에 문제가 실타래처럼 엉켜있다. 갑자기 다가온 위기에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가족에게조차 말하지 못한다. 둘이 우연히 여행을 같이 하게 되면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3월에 읽은 34번 책 <미 비포 유>가 워낙 좋은 책이라 이번에는 조금 흥미가 떨어졌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더 좋을 거라 생각한다.

66. 식탁 위의 세계사 (이영숙, 창비, 187) / 역사(중학생 이상)
  아직 책에서 다루지 않은 주제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역사에 대한 책을 쓰려면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이영숙 작가는 음식, 옷장, 주택을 매개로 역사책을 썼다. 재미있다. 감자, 소금, 후추, 돼지고기, , 닭고기, 옥수수, 바나나, 포도, 차에 대한 역사를 썼다. 그런데 역사는 왜 슬픈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 걸까?

65. 사람을 찾는 하느님 (아브라함 요수아 헤셸, 한국기독교연구소, 512) / 기독교
  3월에 아브라함 요수아 헤셸을 읽었을 때 못 읽은 책이다. 유다이즘 철학을 1부 하느님, 2부 계시, 3부 응답으로 나눠 설명하는데 어렵다. 이해가 될 때는 참 좋은데 한 번 흐름을 놓치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64. 누가 민주주의를 훔쳐갔을까 (김은식, 이상한 도석관, 189) / 사회
  민주주의의 역사를 짧게 소개하고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국가가 된 과정을 소개한다. 어느 나라나 안정된 기반 위에 서려면 여러 독재자에 맞서서 슬프고 원통하게 죽어간 국민들의 힘을 보여주어야 하나 보다. 그러나 독재자가 여전히 존경의 대상이 되고 있으니 한숨이 나온다.

63. 지식채널 e 1 (북하우스, 351) / 방송 소개
  지식채널에 소개된 내용을 글로 옮긴 책 1번이다. 세상의 불의와 불평등, 모순을 알려주는 지식채널에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읽으면서 솟아오르는 분노는 해결하기 어렵다. 세상 참 더럽다.

5월에 읽은 책

5월에는 꽂아두고 읽지 못한 책을 몰아서 읽었다.

62. 윤선도 평전 (고미숙, 한겨레출판, 268) / 평전
  2월에 윤선도 기념관, 녹우당에 다녀와서 산 책을 이제야 읽었다. 쓴소리 하다 귀양 다니며 우리말로 시조를 읊은 모습이 멋졌다. 고미숙님은 이름만으로도 읽을 만한 책을 쓰시는 분이니 두말할 필요가 없지만 시대 순으로 쓴 글이 아니어서 읽기 불편한 점이 있다. 나는 즐겁게 읽었지만 추천하기엔 만만찮다.

61. 중동의 눈으로 본 예수 (케네스 베일리, 새물결플러스, 663) / 기독교)
  5월에 읽고 너무 좋아서 천천히 내용을 정리하며 다시 읽었다. 예수님이 살았던 문화 배경을 모르고 성경을 읽으면 오해가 많아진다. 성경을 깊이 읽고 싶다면 이 책을 강력 추천한다.

60. 요리 인류사 (권은중, 철수와 영희, 248) / 역사, 중등 이상
  옷장 속의 세계사, 지붕 밑의 세계사처럼 음식을 소재로 역사를 설명한다. , , , 식물, 곡식, 물고기, , , 후추, 고기, 국수, 설탕, 커피, , 감자, 곰팡이, 콜라, 피자와 햄버거, 전투식량은 책을 쓴 컨셉이고 역사 이야기가 더 많다. 인간의 탐욕을 경계하는 점,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나와 비슷하다. 그러나 진화론적 가치, 불교 가치가 많아 불편했다. 지붕 밑의 세계사보다 내용이 어렵다. 그래서 내겐 더 좋았다.

59. 지붕 밑의 세계사 (이영숙, 창비, 213) / 역사, 중등 이상
  세계사의 중요 사건 중에 건물과 관련된 이야기를 뽑아서 소개한다. 프랑스 정치가인 마라가 욕실에서 살해당한 사건으로 프랑스 혁명을 소개하고, 꾸찌 터널(지하실)로 베트남 전쟁을 설명한다. 이 외에도 지붕, 서재, , 부엌, 다락, 발코니, 담벼락, 정원이 있다. 쉽고 재미있는 책이다.

58. 내가 어렸을 때에 (에리히 캐스트너, 시공주니어, 289) / 자서전(6 이상)
  「하늘을 달리는 교실의 저자인 에리히 캐스트너가 쓴 어린시절 이야기이다. 로알드 달은 과장된 표현으로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고, 에리히 캐스트너는 자기 이야기를 제 3자가 바라보듯 쿨하게 쓴다. 진즉 읽었다면 드레스덴에 갔을 때 그의 기념관이나 박물관을 찾아보는 건데 아쉽다.

57. 선하신 하나님 (마이클 리브스, 복있는사람, 205) / 기독교
  삼위일체 하나님이 사랑 안에서 하나 된 관계라고 설명한다. 다시 읽어야겠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관계를 설명하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

56. 소년이 온다. (한강, 창비, 215) / 소설
  19805월 광주에서 일어난 일을 쓴 소설이다. 난 이 나라가 싫다. 죄악과 고통의 신음소리를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빨리 하나님이 오시면 좋겠다. 터져버릴 것 같다.

55. 천국에서 온 첫 번째 전화 (미치 앨봄, arte, 383) / 소설
  사랑하는 가족, 친구, 이웃을 잃은 사람에게 어느날 천국에서 전화가 걸려온다. 개인적인 경험이 방송을 타게 되자 마을은 성지가 되어 순례객으로 들끓는다. 대부분 사랑하는 사람이 천국에 있는지, 천국에 갈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온 사람들이다. 관제사의 실수에 방송의 포장 때문에 억울한 일을 겪은 주인공이 천국 현상이 거짓임을 밝히지만 정작 자신은 천국에서 온 전화를 받는다. 미치 앨봄은 정말 천재다. 토론하기 좋은 책을 또 내놓았다.

54. 모양순할매 쫓아내기 (살림어린이, 이은재, 159) / 동화 (4학년 이상)
  바쁜 엄마, 엄마역할까지 하려는 아빠를 돕기 위해 모양순할매가 집에 들어왔다. 예전에 선생님이어서 공부를 도와줄 수 있다는 이유로 들어와서 공부를 가르치고, 식습관도 바꾸려고 했지만 마음대로 안 된다. 모양순할매를 쫓아내기 위해 일부러 시험을 틀리고 사고를 치기 때문인데...... 좋은 책이다.

53. 빈곤의 광경 (소노 아야코, 리수, 175) / 사회 (2 이상)
  일본 NGO 구호단체에서 일하면서 겪은 아프리카의 빈곤 상황을 낱낱이 보여준다. 가난의 배후에 있는 불평등한 계급구조, 아프리카 특유의 정서가 낳은 도둑질과 게으름과 운명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말한다. 나는 빈곤의 원인을 가진 자의 부도덕함에만 두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다고 인정하게 되었다. 안타깝고 슬프다.

52. 13층의 슈퍼히어로 (테레사 토튼, 블랙홀, 375) / 중등 소설
  엄마는 물건을 버리지 못한다. 에덤은 문을 열고 들어갈 때 자기만의 정화의식을 해야 한다. 때론 숫자를 세야 한다. 짝수로 된 장소에서는 증상이 심해진다. 강박증에 시달리는 친구들과 치료모임을 하면서 친구들이 호전되지만 에덤은 점점 힘들어진다. 자기를 방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면서 자신을 안으로 가두기 때문이다. 친구들은 거짓을 이겨내고 좋아지지만 엄마와 에덤은 악화되기만 한다. 내 안에 있는 상처와 직면해서 두려움을 맞서야 이기는데 그럴 수 있을까? 평소에 접하거나 공감하던 내용이 아니어서 앞부분을 읽기 힘들었다. 좋은 책이다.

51.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 (웬디웰치, 책세상, 439) / 인문
  미국 빅스톤갭에서 중고서점을 열면서 상담소,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아가는 이야기이다. 책 이야기도 좋지만 서점을 찾는 사람들과 만나면서 울고 웃었던 경험이 너무 좋다. <서재 결혼시키기>와 비슷하다. 일상에서 일어난 일을 재미있고 독특한 관점으로 쓴 수필 모음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낄낄대며 공감하며 읽을 책이다. 책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읽기 힘들다.
  → 소비자들이 맥도널드를 찾는 이유는 이스탄불에서든 미국 아이오와에서든 똑같은 맛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중고 책방을 부러 찾는 이유는 거기서 무엇을 발견할지 전혀 모르기 때문에다. 요즘 세상에 보물찾기에 뛰어들 기회가 몇 번이나 있겠는가? (250)

4월에 읽은 책

50. 중동의 눈으로 본 예수 (케네스 베일리, 새물결플러스, 663) / 기독교
  성경을 묵상하는 기쁨을 잃어가던 중에 새 마음을 심어준 책이다. 중동 문화를 바탕으로 당시 사람들이 느꼈을 마음을 전해준다. 성경 내용을 새롭게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교차대구와 같은 표현법을 알면 이해하기 쉬워진다. 약간 어려운 책이다. 강력 추천한다.

49. 일단 질러 (에릭 월터스, , 231) / 중등 소설
  이안은 패스트푸드가 몸에 얼마나 나쁜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거대기업 프랭키스에 맞서 금요일 불매운동을 벌인다. 오즈월드는 시장의 정책에 반대해서 그래피티를 그린다. 이안은 프랭키스의 법률자문회사로부터 고소하겠다는 메일을 받는다. 오즈월드는 시장에게 붙잡혀 수업시간에 경찰관에게 불려나간다. 둘은 어떻게 될까? 현실성 있는 주제, 빠른 전개, 속 시원한 결말 모두 좋다. 중학생과 교사에게 추천한다.

48. 어둠 속의 비밀 (프레드릭 비크너, 포이에마, 519) / 기독교
  「통쾌한 희망사전의 저자 프레드릭 비크너가 쓴 책은 무조건 다 읽어야 한다. 뛰어난 이야기꾼이 들려주는 설교라서 전혀 설교 같지 않다. 쉽게 읽으면서도 깊이 생각해야 하는 멋진 이야기이다. 강력 추천한다.

47. 무엇이 행복한 경제를 만들까? (박세진, 이상한도서관, 230) / 중학생
  중학생들과 토론하기 위해 읽었다. 자본주의 경제학 이론과 개념(1-3), 세계화의 흐름과 장단점(4-7), 경제 영역이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과정(8-10), 시장 경제가 발생시키는 문제 해결 방안(11-12)을 다룬다. 저자는 세계화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나도 동의한다.

46. 심리학 교실을 부탁해 (양곤성, 우리교육, 326) / 교육상담-교사
  학생들이 좋지 않은 행동을 할 때 하지 마!”, “무슨 일 있어?” 중에 어떤 말을 해야 할까? 아직까지 풀지 못한 고민이다. 이 책은 무슨 일 있어?”라고 말해야 하는 이유를 사례와 함께 소개한다. 아이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는 책이다. 그러나 진화상담학의 관점, 지나친 무슨 일 있어?” 위주의 접근은 동의할 수 없다. 그래도 참 좋은 책이다. (우리교육 책 치고는 오타가 많다.)

45. 생각 키우기 (이어령, 푸른숲주니어) / 초등 인문
  생각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호기심, 관찰, 추리, 고정관념 깨기, 상징 등을 설명한다. 초등 6학년, 중등 2학년 교과서에 수록되었다. 생각하는 방법을 알기 위해 한 번쯤은 읽어야 할 책이라 생각한다.

44. 돌 씹어 먹는 아이 (송미경, 문학동네, 165) / 동화
  기가 막힌 동화다. 무얼 말하는 이야기이지? 하며 읽다가 이야기가 말하는 힘에 마음이 울렁인다. 오랜만에 정말 좋은 동화를 만났다. 특히 혀를 사 왔지돌 씹어 먹는 아이가 정말 좋다. 강력 추천한다.

43. 북풍의 등에서 (조지 맥도널드, 현대지성사, 421) / 동화
  C. S. 루이스가 스승으로 생각한 작가. 판타지의 아버지로 불리는 조지 맥도널드의 대표작이다. 북풍의 등에 다녀온 소년이 가족과 이웃에게 선한 영향을 끼치는 이야기이다. 북풍의 등은 죽음을 뜻한다. 읽기 쉬운 글은 아니지만 읽으면서 기분이 묘해지는 좋은 책이다. 일반 독자는 100쪽을 넘어가기 어려울 것 같다.

42. 채식주의자 (한 강, 창비, 247) / 소설(성인 대상)
  맨부커상 후보에 오른 책이다. 질문을 많이 던지는 책이다. 상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나 자신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고민하는 중이어서 더 깊게 다가왔다. 10년쯤 전에 읽었다면 그냥 사악한 책이라고 치부했을 것이다.

41. 친애하는 악몽도둑 (이민혜, 문학동네, 166) / 동화(6학년 이상)
  저자가 근무하는 학교 아이들과 독서활동하기 위해 읽었다. 7살에 자신에게 너무나 잘해주었던 언니가 죽은 충격 때문에 강박증에 걸려 악몽을 꾸고 왕따를 당하는 주인공이 자신의 모습을 이해하고 극복하는 이야기이다. 현실보다 환상 안에서의 이야기가 많고, 무거워서 읽기 편한 책이 아니다. 그런데도 하장초등학교 아이들은 잘 읽어냈다.

40. 너는 나의 달콤한 □□ (이민혜, 문학동네, 230) / 동화(5학년 이상)
  점잖고 생각이 깊은 우리반 회장 일진이와 공부만 잘하는 욕쟁이 깡패 서지혜가 서로를 바라보며 각자의 관점으로 쓴 글이다. 일진이의 글은 앞에서, 서지혜의 글은 뒤에서부터 읽어야 한다. 사실 어디가 앞이고 뒤인지 알기 어렵다. 서로의 입장이 되어야 비로소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책이다.

39. 쫄쫄이 내 강아지 (이민혜, 문학동네, 240) / 동화(5학년 이상)
  강아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편하게 읽을 책이다. 나는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아서 그냥. 이민혜 선생님은 두 시점으로 글을 잘 쓴다. 강아지에게 꼬맹이라 불리는 아이가 강아지 쫄쫄이를 보고 쓴 글, 강아지 쫄쫄이가 꼬맹이를 보고 쓴 글이 연이어 나온다.

3월에 읽은 책

 (아브라함 요수아 헤셀을 집중해서 읽었다.)

38. 하느님을 찾는 사람 (아브라함 요수아 헤셀, 한국기독교연구소, 268) / 기독교
  ‘기도와 상징주의에 대해 쓴 책이다. 최강이다. 말이 필요 없다. 책 전체에 줄을 그을 기세로 줄을 긋다 멈추다 하며 읽었다. 어찌나 좋은지 당분간 해마다 읽겠다. (책을 많이 읽지 않은 독자에겐 어려운 책이다. 그래도 읽을 가치가 있다.)
  → 동반자에 대한 갈증은 우리를 너무 자주 잘못과 모험 속으로 몰아넣지만 그 갈증은 우리가 겪고 있는 지독한 외로움을 보여준다. 우리는 심지어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도 혼자 있다. 사람들 사이의 피상적인 관계는 공감에 대한 우리의 욕구를 만족시키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사람의 눈은 거품을 볼 수는 있지만 바닥에서 끓어오르는 것은 볼 수 없다. 지독한 고뇌의 시간에 우리는 혼자다. 이런 외로움이 가슴으로 하여금 하느님과의 동행을 추구하도록 촉구한다. 그분만이 우리 행동의 동기를 파악하신다. 그분만을 참으로 신뢰할 수 있다.
  기도는 자신감으로서 우리의 속내를 하느님께 내어 보이는 믿음이다. 사람은 혼자서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고칠 수 없으며 위로받을 수 없는 외로움은 우리로 하여금 아직 얻지 못한 무엇, 아직 알지 못하는 누군가를 찾도록 만든다. 사람은 흔히 어떤 미끼를 뒤쫓지만 조만간 거짓된 만남 혹은 허약한 관계에 실망해서 물러난다. 이런 물러남 뒤에 기도가 뒤따를 수도 있다. (80)
  →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된 이래로 기도가 희생제사의 자리를 차지했다는 말은 희생제사 제의가 사라졌을 때 희생제사가 폐지되었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기도는 희생제사의 대체물이 아니다. 기도가 희생제사이다. 변한 것은 희생제사의 내용이다. 즉 짐승을 잡아서 바치는 대신에 자기를 바치게 된 것이다. 그 정신은 똑같다. (151)

이것 외에도 명문장이 가득하다.

37. 안식 (아브라함 요수아 헤셀, 복 있는 사람, 207) / 기독교
  헤셸은 안식일을 시간의 성소라고 본다. 논증이나 설명이 아니라 그렇다는 사실을 절절히 느끼는 사람으로 선포하고 있다. 읽으면서 안식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낀다. 서술 방식도, 내용도 신선하다. 정말 좋은 책이다.

36. 사람은 혼자가 아니다. (아브라함 요수아 헤셀, 한국기독교연구소, 351) / 기독교
  ‘표현 불가능한 것으로 시작해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유대인의 관점에서 설명한다. C. S. 루이스를 읽는 것 같지만 덜 논리적이고 더 신비롭다. 천천히 씹으며 읽어야 한다. 정말 좋은 책이다.
  → 하느님 보는 것을 두려워하여얼굴을 가리는 사람, 환상이 그에게 임할 때에 나는 이제 망했구나이 눈으로 왕을 뵈었으니!”라고 말하는 사람에게만 해석의 권리가 부여된다.

35. 어둠 속에 갇힌 불꽃(아브라함 요수아 헤셀, 한국기독교연구소, 351) / 기독교
  유대교 신비주의인 하시디즘을 일으킨 바알 셈 토브와 코츠커의 사상과 삶을 다룬 책이다. 키르케고르와 비교하는 부분이 많다. 어려워서 천천히 읽었다.
  모세가 약속의 땅을 정찰할 사람을 보낼 때 지도자(잃을 것이 많은 사람) 대신 평범한 유대인을 보냈다면 믿음의 능력으로 그 땅을 차지했을 거라고 표현한 부분이 마음에 남는다.

34. 미 비포 유 (조조 모예스, 살림, 535) / 소설
  올해 최고의 소설임에 틀림없다. 좋은교사 4월호에 추천했다.

33. 걸리버를 따라서, 스위프트를 찾아서 (박홍규, 들녘, 348) / 인문
  조너선 스위프트가 걸리버 여행기를 쓸 당시 영국과 아일랜드 상황을 통해 걸리버 여행기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려준다. 예를 들어 라퓨타는 영국이고 라퓨타 아래에 있는 땅은 아일랜드다. 영국이 아일랜드를 억압하고 착취하는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걸리버 여행기를 토론하거나 깊이 읽고 싶은 사람만 읽으면 되겠다.

32. 걸리버 여행기 (조너선 스위프트, 문예출판사, 408) / 고전문학
  걸리버는 소인국에서는 대인이었지만 대인국에서는 소인이었다. 소인국은 형편 없는 나라여서 걸리버가 수준 높은 사람이었고, 대인국이 좋은 나라여서 걸리버가 살았던 영국이 형편없는 나라라는 뜻이다. 나라뿐만 아니라 등장인물, 사회제도, 국민의 모습까지 모두 당시 현실을 풍자한다. 재미있고 흥미롭고 토론하기에도 좋은 책이다.

31. 방랑자호 (샤론 크리치, 보물창고, 334) / 동화, 중학생 이상
  뉴베리상 수상작. 시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이다. 평범하고 지루함마저 느끼게 시작하지만 중반 이후에 슬픔과 격정이 차오르는 기분이다. 그러나 내가 책을 많이 읽어서인지, 예상한 결말이 그대로 이루어져서 조금 실망했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읽을지 궁금하다. 시를 읽는 듯한 오묘한 느낌이 좋았다.

30.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 현대문학, 456) / 소설
  단순한 이야기인 것 같지만 마음을 만져주는 이야기이다. 마음을 만져주는 이야기이지만 깊이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렇지만 따뜻해서 좋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게 귀하다는 걸 알려줘서 좋다. 책 산 돈이 아깝지 않다.

스웨덴 작가 둘이 출판시장을 평정할 듯 덤비고 있다 해서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오베라는 남자>를 읽었다10개월 만에 19쇄를 찍은 <오베라는 남자>는 책 산 돈이 아깝지 않았지만 32개월 만에 121쇄를 찍은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괜히 샀다는 생각이 들었다.

29. 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다산책방, 451) / 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읽으며 베스트셀러는 역시 수준이 낮다고 생각했는데 이 생각을 바꿔준 책이다. 까칠하지만 남자다운 남자, 자기 일을 자기가 책임지는 성실한 남자, 모든 일을 규칙대로 처리해야 직성이 풀리는 오베라는 남자가 자기 일도 제대로 못하는 이웃을 만나 그들을 돕는 이야기이다. 물론 오베 역시 라디에이터, 환풍기, 자전거를 고치지 못하는 그들에게 도움을 받는다. 따뜻하고 생각할 게 많은 이야기이다. <앵무새 죽이기>에서 에티커스 핀치와 완전히 반대되는 사람이지만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28.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열린책들, 508) / 소설
  3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121쇄를 찍은 초대형 베스트셀러다. 다들 왜 이렇게 난리인가 싶어 샀는데, 책값이 아깝다. 이야기를 엮어내는 솜씨는 대단하지만 간직할 만한 책은 아니다. 그냥 도서관에서 빌려서 재미로 읽다가 다시 돌려주어야 할 책이다. 작가가 이야기를 만드는 솜씨가 뛰어나지만 그냥 재미있는 책이다. <수요일의 전쟁>보다 훨씬 덜 웃기고 <오베라는 남자>에 비하면 감동도 없다.

27. 창경궁 동무 (배유안, 생각과 느낌, 197) / 역사 동화
  배유안 작가는 역사소설에 솜씨가 있다. 영조의 손자(정조)와 영조의 딸 화완 옹주의 양자 정후겸이 주인공이다. 사도세자가 죽어가는 과정에서 정조를 시기, 질투하는 정후겸의 마음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좋은 책이다.

26. 죽은 시인의 사회 (낸시 클라인바움, 서교출판사, 343) / 소설
  영화를 책으로 각색한 책이다. 감동을 주는 이야기이지만 다니엘 페낙은 이 책이 선동, 고답주의, 어리석은 낭만주의를 조장하는 책이라고 비판했다. 키팅 선생에게 대안이 없는 건 맞다. 그래도 들쑤시기라도 해야 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읽을 만한 책이다.

25. 책 읽는 소리 (정민, 마음산책, 255) / 옛 글
  정민 선생이 옛 글에서 가려낸 문장으로 책읽기, 친구, 스승과 제자, 사회에 대한 생각을 들려준다. 쉬우면서도 깊이가 있는 것은 정민 선생의 글솜씨와 생각이 뛰어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약용, 박제가를 비롯한 옛 선비들의 글이 그만큼 훌륭하기 때문이다. 두고두고 읽어야겠다.

2월에 읽은 책

 : 12(신영복 선생을 집중해서 읽었다.) - 12권 모두 좋은 책이어서 따로 추천하기 어렵다. 신영복 선생의 책을 4권 읽어서 더 기억에 남는다. 3월에는 아브라함 요수아 혜셀을 집중해서 읽어야겠다.

24. 담론 (신영복, 돌베개, 427) /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1: 제자백가(노자, 장자, 공자, 묵자, 한비자 등)의 사상을 시대 흐름에 따라 분석하고 우리 사회에 맞추어 적용해주는데 탁월하다. 2: 감옥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를 통해 관계의 인간학을 설명한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 나온 청구회 추억을 보면 신영복 선생님이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걸 알게 된다. 1960년대에 동네 아이들과 함께 모임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정말 따뜻했다. 이 모임을 간첩단이라고 왜곡한 놈들은 떵떵거리며 잘 살고 있겠지.

23.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신영복, 돌베개, 399) / 편지모음
  신영복 선생님이 1969년 남한산성 육군교도소에 계실 때부터 19888월 전주교도소에서 풀려나실 때까지 20년 동안 가족에게 쓴 편지이다. 똑같은 현상을 보고도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 생각을 들려준다. 처음 읽었을 때보다 더 좋다. 꼭 읽어보라고 추천한다.

22. 더불어 숲 (신영복, 돌베개, 387) / 해외여행기
  사람들은 나무를 본다. 나는 작은 숲을 보는데 선생님은 산맥을 보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산맥에 자리 잡은 숲과 거기 사는 생명까지 눈여겨보는 태도를 갖고 있다. 사람들이 쉽게 내뱉는 말을 그냥 받아들이지 않고 무엇을 뜻하는지 꼼꼼하게 따져 원래 뜻으로 현상을 바라본다. 또한 작고 연약한 존재의 시각으로 바라본다. 내 생각이 선생님과 여러 모로 비슷해서 좋았고, 또한 여러 모로 다르다는 점에서 부족함을 느꼈다. 좋은 책이다.

21. 나무야 나무야 (신영복, 돌베개, 158) / 국내여행기
  신영복 선생님이 우리나라 이곳저곳을 다니고 쓴 글이다. 선생님은 풍경, 나무, 정자, 장소를 나와 다른 방식으로 본다. 시대를 이끌어가는 얕고 천박한 논리로는 예상할 수도 없는 말씀을 하신다.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글 곳곳에서 묻어나온다. 물에 얼굴을 비춰보지 말고 사람에게 자신을 비춰보라는 말이 마음에 남는다. 좋은 책이다.

19-20. 장미의 이름 상, (움베르토 에코, 열린책들, 462, 335) / 문학
  움베르토 에코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읽었다. 처음 읽었을 때보다 보이는 게 더 많다. 진리를 지나치게 지키려다 진리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천주교가 그랬고, 지금 개신교도 마찬가지다. 기호학의 대가답게 에코는 기호의 의미와 상징을 소설에 녹여 넣었다. 그걸 읽는 재미도 쏠쏠하고, 진리의 양극단으로 치우친 사람들의 논리를 제대로 드러낸 문장과 이야기를 읽는 재미도 괜찮다. 윌리엄 수도사가 살인자를 찾는 일에 발휘하는 관찰력과 통찰력이 진리를 지키려는 사람들에게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안타까울 뿐이다. 앞으로도 일반 대중이 윌리엄 수도사를 가치 판단의 모범으로 따르기보다는 그저 살인범을 찾는 사람으로만 바라볼 거라서 답답하다. 극단적인 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분별력을 갖춘 사람은 늘 변두리에서 가슴을 치며 살아가야 하나보다.

18. 수레바퀴 아래서 (헤르만 헤세, 문학동네, 236) / 문학
  헤르만 헤세가 고향 칼브를 떠나 마울브론 신학교에 갔다가 퇴학당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수레바퀴 아래에 깔리지 않으려면 지치지 말고 뛰어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이 얼마나 가혹한지 보여준다. 경쟁 위주의 교육, 문학을 느끼지 못하고 설명을 외우게 하는 수업, 목적 없이 직업을 선택하게 만드는 우리나라 현실을 생각하게 만든다. 좋은 문장도 많다. 명작이다.

17. 나는 팔레스타인의 크리스천이다. (미트리 라헵, CLC, 185) / 기독교
  이스라엘에게 쫓기고 내몰린 팔레스타인 루터교 목사가 이스라엘의 주장이 거짓됨을 밝히고 있다. 가끔 자신이 겪은 일을 소개하는데 너무 안타깝다. 하나님의 택하심은 특정 민족을 향한 것이 아니라 약속을 받아들이는 사람에 대한 것이다. 민족이 초점이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이 핵심이라는 걸 알려준다. 한국 그리스도인이 우리 상황에서 성경을 해석하는 편견을 갖기 쉬운데 이를 깨뜨리는 책이다.

16. 초등 따뜻한 교실토론 (이영근, 에듀니티, 284) / 교육
  이영근 선생님이 교실에서 토론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책이다. 교차질의를 다양하게 응용하고 있다. 쟁점을 두고 토론하는 게 흥미롭지만 내가 형식을 싫어해서 눈에 쏙 들어오지는 않는다. 그래도 교실에서 응용하기 좋은 토론 방법을 많이 알게 되었다.

15. 노벨트에서 평범한 건 없어 (잭 갠토스, 찰리북, 392) / 동화 (6학년 이상)
  2012 뉴베리 아너 상 수상작. 중학생들과 독서토론하기 위해 읽었다. 역사(특히 전쟁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알려주는 책이다. 재미도 있고 반전도 있다. 토론 과정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14. 밉스 가족의 특별한 비밀 (인그리드 로, 주니어랜덤, 270) / 동화 (5학년 이상)
  2009 뉴베리 아너 상 수상작. Thanksbooks에서 3월호 글 주제를 평범함, 비범함으로 보내왔다. 이 책이 바로 비범한 능력을 가진 가족의 평범한 이야기이다. 자세한 내용은 Thanksbooks 3월호를 읽어주세요.

13.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열린책들, 610) / 잡학
  베르베르가 글을 쓰기 위해 모아놓은 자기만의 지식 모음집이다. 신화와 과학 관련 이야기가 많다. 자기가 좋아하는 이야기만 모아놓았기 때문에 옳고 그름의 문제로 바라보면 안 되지만 책을 읽는 사람들은(특히 청소년은) 이 사람의 생각을 물들 위험이 있다. 특히 기독교인이라면 분별하며 읽어야 한다.

1월에 읽은 책

 (집중해서 읽은 작가 : 토머스 머튼) : 신영복 선생님이 지식을 높이기보다 생각을 높이라고 했다. 선생님이 지식을 갖추었기 때문에 하신 말씀이 아닐까? 생각하는 힘이 부족한 사람은 같은 자리에 서도 선생님이 본 것이 보이지 않는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생각하는 힘이 자랐다. 그래서 또 읽는다.

12. 칠층산 (토머스 머튼, 바오로딸, 854) / 자서전
  토머스 머튼이 천주교에서 엄격하기로 이름난 트라피스트회에 들어가기까지 살아온 과정을 쓴 자서전이다. 2차 대전 이후 인간이 벌이는 전쟁에 환멸을 느낀 사람들에게 영성으로 어필해서 수백 만 권 팔렸다. 나는 머튼이 쓴 글보다 다른 작가가 머튼을 인용한 내용이 더 좋다. 내겐 다른 작가들처럼 머튼의 삶과 글을 재해석할 능력이 없나보다.

11. 영적 일기(토머스 머튼, 바오로딸, 547) / 영성
  머튼이 수도원에서 수사와 사제로 살아가면서 쓴 일기(1946-1952). 나도 소도원에서 조용히 살아간다면, 내가 해야 할 일과 생각을 결정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보다 더 거룩한 모습으로 살지 않을까!
 - 머튼은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수도원에 머물며 자신의 생각이 점점 약해진다.
 - 천주교는 사람을 의지한다는 사실을 많이 느꼈다. 교황, 성인, 주교, 마리아를 높이고 그들을 따른다.
  “꽃 중에는 장미도 백합도 있다. 모든 성일 축일은 어떤 면에서 약간 슬프다. 그들이 성령께서 바라시는 대로 되었더라면 그들 가운데 얼마나 많은 사람이 더 위대하고 단순해졌을까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의심할 여지없이 많은 사람이 신심 깊은 로봇 같았을 것이며, 그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 힘들었을 것이다. (202)”

10. 마음의 기도 (토마스 머튼, 성바오로, 218) / 영성
  내가 기도에 대해 몰라서인지, 번역이 이상해서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 수동적 정화에서 그 자아는 공으로 환원되어 더 이상 하느님으로부터 분리된 자신을 알지 못하게 되는, 일종의 무화로 여겨지는 멸절을 겪게 된다.) 머튼은 글을 이렇게 안 쓰는데 왜 이렇게 번역했는지 모르겠다. 다른 작가들이 쓴 책에 나오는 머튼의 글은 참 좋던데. 읽지 마시라.

9.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교실 (유진 옐친, 푸른숲주니어, 172) / 6학년 이상
  러시아 스탈린 시대에 초등학교 교실에서 일어났을 법한 일을 썼다. 서로 의심하게 만들어 2천만 명 이상이 죽게 만든 당시 상황을 잘 묘사했다. 동물농장과 함께 읽으면 좋겠다.

8. 회복적 생활교육을 만나다. (박숙영, 좋은교사) / 교육
  잘못하면 벌을 주는 것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당연히 잘못하면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렇지만 벌을 주는 것만으로 아이들이 변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자신을 존중하는 사람의 말을 듣고 회복된다. 참 좋은 책이다. 그러나 책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습을 해야 제대로 알겠다.

7. 나는 죽고 그리스도만 (워치만 니, 생명의 말씀사) / 기독교
  예수님을 믿는 사람은 자신이 결정권을 쥐고 인내하며 겸손하려고 애를 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행동하는 것은 그리스도가 내 안에서 하는 일을 방해하는 거라고 한다. 하나님이 일하시도록 기다리라는 말인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사람은 구원 받지 못했다는 뜻인가? 질문이 여럿 생기면서도 정말 이 사람 말처럼 성화의 노력보다 임재를 기다리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6. 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한겨레, 409) / 중학생 이상
  교사 독서모임에서 나누려고 다섯 번째 읽었다. 역시 재미있고 감동적이다. 다만, 두보스 할머니에게 젬과 스카웃을 보내는 장면, 이웰이 자기를 해칠 거라 말하는 사람들에게 그러지 않을 거라 대답하는 장면에서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질문이 떠올랐다. “에티커스가 죄악을 과소평가하는 게 아닐까?” 정말 좋은 책이다.

5. 실학의 꽃 정약용 (우승미, 이룸, 192) / 중학생 이상
  정약용에 대한 책을 여러 권 읽었다. 같은 내용을 또 읽어도 좋다. 그리고 슬프다. 권력을 움켜쥐고 자기 배를 불리는 사람들은 아무리 백성을 사랑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자기들 편을 들지 않으면 죽였다. ‘역적이라고, ‘천주학쟁이라고, 지금은 종북, 좌빨이라고…… 어리석은 백성은 그들이 말하는 걸 곧이곧대로 믿었다. 약아빠진 권력자가 나라를 망치고, 우둔한 백성이 그들을 돕는다.

4. 모비딕 (허먼 멜빌, 작가정신, 718) / 영문학 3대 비극 중 하나
  언젠가는 꼭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드디어 읽었다. 이 시대 사람들이 다 이렇게 글을 쓴 건가 싶을 정도로 빅토르 위고처럼 온갖 정보를 늘어놓으며 글을 썼다. 박학다식의 극치를 보여준다. 온갖 신화, 도시, 역사, 지리, 어원까지 잡학사전 보는 것 같다. 잘못된 목표를 향해 지나친 열심을 내면 파멸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걸 보여준다. 그러나 나 같은 책벌레가 아닌 사람은 읽기 정말 힘든 책이다.

3. 파리대왕 (윌리엄 골딩, 325) / 2 이상
  말할 필요가 없는 최고 작품이다. 줄거리만 읽는 독자에겐 재미없는 책으로 보이겠지만 이 책은 정말 명작이다. 네 번째 읽는데 여전히 가슴이 울린다.

2. 학교야, 울지 마! (오채, 문학과지성사, 196) / 3학년 이상 동화
  폐교하는 산꽃분교 다섯 아이의 이야기. 자세한 내용은 아침독서신문 2월호를 보세요.

1. 하늘을 달리는 아이 (제리 스피넬리, 다른, 248) / 동화지만 중학생에게 알맞다.
  뉴베리상 수상작, 독서토론 연수에서 나누려고 다섯 번째 읽었다. 제프리가 가족을 만나고, 사람들 사이에 나뉜 분리를 깨뜨리고, 상처를 치유하는 성장소설이다. 선생님들과 함께 읽으니 더 좋다. 같이 독서감상문 쓰고, 독서토론하고, 찬반토론도 했다. 주제는 나를 싫어하는 사람의 악의를 아는 게 나을까? 모르는 게 나을까?”

이제 노인이 해주는 이야기는 더 이상 야구 이야기가 아니었다. 술에 취해서 언제나 그를 혼자 내버려 둔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였다. 교장에게 이 아이들은 정지하라는 표지판도 제대로 읽지 못할 거예요.”라고 귓속말을 하던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 선생님의 말을 증명해주려는 듯 그는 바로 그때부터 더 이상 노력하지 않았다.(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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