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뜰안애>에 귀한 손님들이 왔다. 북한을 떠난 아이 다섯 명.
꽃제비였던 학생도 있고 중국으로 팔려 간 북한 여성이 낳은 학생도 있다.
가슴 아픈 사연의 주인공들에게 무얼 해주어야 할까?
 
한 방송 관계자는 가끔 꽃제비였던 학생에게 명품을 사준다고 한다.
초등학생과 고등학생에게 명품이 도움이 될까?
좋은 호텔, 비싼 음식, 안타깝고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 별로다.
아이들의 고생을 떠받드는 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생스런 과거에 아이를 붙들어두는 짓이라 생각한다.
 
<책뜰안애> 불 밝히고 학생들을 맞았다.
 
벽난로에 불을 지피고 우리 반 아이들 보듯 다정하게 인사했다.
집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학생들 마음이 열렸다.
서재에 둘러앉아 강원도 시골 아이들이 쓴 글을 읽어주었다.
책을 보여주고, 책을 소개하고, 책 이야기를 해주었다.
책이라곤 <WHY> 외엔 모르는 학생들을 살살 꼬드겼다.
아이들이 책을 만지고, 꺼내고, 읽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아이들을 책으로 꼬드기는 건 참 잘해!' 생각했다.
 
잠자리 마련해주고 잘 자라고 인사했다.
아침 8시~9시까지 일을 시켰다.
여학생은 고추 따기, 수확한 생각 뿌리 떼기, 단호박 수확하기.
남학생들은 괭이로 풀을 쳐내는 일을 시켰다.
불쌍하다고 공주왕자처럼 떠받드는 건 멍청한 짓이다.
같이 먹고, 이야기하고, 자고, 땀 흘릴 기회를 주는 게 훨씬 좋다.
북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책뜰안애에서 자면 방명록을 써야 해.” 했더니 한 줄씩 써줬다.
집이 좋다. - 고등 2학년, 꽃제비였던 학생
사랑이 많다. - 초등 4학년
농사하는 게 재미있다. - 초등 3학년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다. - 고등 2학년
맛있는 공기, 맛있는 노동, 진짜 많은 책
– 20년 동안 탈북아동공동체를 섬기는 마석훈 님
(여고생 두 명이 쓴 글은 사진을 찍지 않았다.)
 
작가, 선교사, 목사, 교사, 친구 여럿이 방명록을 써주셨다.
그중엔 이름난 분도 있다. 멋지고 귀한 문장을 써주셨다.
그러나 그 어떤 글보다 아이들이 쓴 글이 마음에 든다.
내가 아이들을 사랑하는 사람이기도 하거니와,
이 아이들이 책뜰안애를 만든 내 마음을 가장 잘 아는 것 같다.
 
<책뜰안애>에서 살고 싶다고 하기에 또 오라고 했다.
‘다음에 오면 일도 시키고 글쓰기도 시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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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생각하면 필립 얀시가 쓴 책 제목 교회, 나의 고민 나의 사랑이 떠오른다. 한때는 교회가 최고의 공동체라 생각했다. 좋아하는 사람들이 교회에 있었다. 교회를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추억이 참 많다. 그때는 참 행복했다. 나이가 들고 교회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면서 점점 실망이 커졌다. 목사에 대한 실망이 가장 컸고, 몇몇 장로와 집사도 실망스러웠다.

그분들은 탐구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강원도 시골에서 몇 되지 않는 성도를 섬기는 좋은 목사님이 있다. 그러나 그분들보다 더 많은 목사가 성도를 실망시켰다. 밀리고 밀려서 시골까지 온 목사 중에 사기꾼도 있었고 알콜 중독자도 있었다. 법적인 처벌을 받은 범죄자도 있었다. 잠언의 기준으로 보면 그들은 멸망 받을 악인이었다.

(내 서재에서 묵어가는 분 중 절반은 목사님이다. 어떤 분은 일찍 일어나 책을 읽고 계셨고, 어떤 분은 설거지를 다 하셨다. 그분들은 탐구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그분들을 만나면서 목사에 대한 실망이 희미해졌다.)

 

사람이 싫어서 교회가 싫어졌다. 교회답지 않아 다투는 우리의 첫 인물 김호준처럼 지냈다. 그때 나는 잠언의 세계가 전부라고 생각했다. 목사는 목사다워야 하고, 직분자는 직분자다워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교회에는 두 번째 인물 박세직 집사 같은 사람도 있었다. 2000년이 되면서 박세직 같은 사람의 목소리가 교회에서 점점 커졌다. 교회를 사업체처럼 운영하고, 목사가 리더십을 발휘해서 강하게 이끌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주로 목사들이 그랬다. 성공했다는 교회의 방법을 시골 교회에 적용하고 자기 뜻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했다.

 

나는 박세직 집사 같은 사람이 있으면 찾아가서 말렸다. 비난하지 않고 차분하게 설득했지만, 그분들은 내가 비난한다고 느끼기도 했다. 현지우 권사 같은 분은 드물었다. 지금까지 자신의 헌신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다고 생각하는 분을 만나지 못했다. 언젠가 그런 분을 만난다면 마음이 어떨지 모르겠다.

 

교회답지 않아 다투는 우리는 참 잘 쓴 책이다. 실망한 30대 교인, 열심히 하려는 50대 교인, 지난날을 돌아보는 70대 교인을 통해 교회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분들의 고민을 성경 말씀으로 대답한다. 실망한 30대 교인은 믿음이 바뀌는(신앙의 여정) 과정이라고, 비전과 성공을 내세우는 50대 교인에겐 교회다움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라고, 삶을 돌아보는 70대 교인에겐 큰 자가 작은 자를 섬기는 곳이 교회라고 말한다. 욥기, 바울 서신, 마태복음을 새롭게 풀어가는 과정에 매료되었다. 주위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있다.

 

다만, 목사를 주인공으로 한 장을 더 썼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교회답지 않아 다투는 곳에서 목사의 책임도 크니까. 그러나 목사인 저자가 목사를 대상으로 삼기엔 고충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래도 저자가 폭넓은 독서와 깊은 성서 해석으로 의미있는 책을 쓴 분이라 CHAPTER 4가 있으면 좋겠다고 기대한다.

‘30년 전에 야학에서 가르친 학생들은 지금 어떻게 살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왜 이 생각이 났을까?

자전거 타고 가다가 비를 맞은 날, 학생들이 걱정해주던 기억이 났다.

야학에서 가르친 기억이 옛사람을 불러왔다.

‘그 사람은 어떻게 지낼까?’ 생각하다가 『지켜야 할 세계』를 읽었다.

이틀 동안 20쪽 정도 읽다가 멈춘 부분을 찾았다.
책벌레가, 더구나 친한 후배가 쓴 책인데 손에 잡히지 않았다.
우리 반 아이들은 착하고, 선생님들도 참 좋다. 집에서도 평안하다.
그런데도 불안한 일 앞둔 마음으로 지냈다.
왠지 『지켜야 할 세계』를 읽으면서 조마조마해질 것 같았다.
그래서 조금 읽다가 멈추고, 다시 읽다가 멈추었다.

30쪽, 40쪽을 넘어가면서

'작가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궁금했다.

50쪽, 학교 이야기는 진척이 없는데

장례식장으로 넘어간다.

현재 이야기를 과거로 풀어가려나 했는데 그것도 아니다.

‘작가가 무얼 지키고 싶어서’

문장에 감정을 싣지 않았을까?

이야기 흐름에 개입하지 않으려는 듯

무심한 듯한 문장을 간결하게 썼다.

‘작가가 지금까지 쓴 글과 다르다.’ 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2부에 야학 이야기가 나온다.

『지켜야 할 세계』를 읽기 전에

야학에서 가르친 기억이 떠올랐는데 뭐지?

 

아이들에게 동네 할머니 인터뷰시켰던 기억도 났다.
할머니는 빨래하고 동생 돌보다가 4학년이 돼서 학교에 갔다고 했다.

할머니 고생한 이야기 들으며 아이들도 할머니와 같이 울었다.

윤옥(등장인물)의 엄마가 할머니와 비슷하다.

 

2부(170쪽)까지 읽고 책을 덮었다. 더 읽을 수 있지만, 생각하고 싶었다.

누웠는데 기도가 나왔다.

‘가자 지구에서 고통받는 팔레스타인을 불쌍히 여겨주세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도와주세요. 이 땅에 평화를 주세요.’

 

오늘 아침에 3부를 마저 읽었다.

‘아~’

3부에서 현재와 과거가 만난다.

조마조마한 순간을 만날까 봐 책을 읽다가 두 번이나 멈췄는데 3부를 읽으며 마음이 시원해졌다.

특히 엄마의 편지가 압권이었다.

“결국, 사람은 혼자다.
젊을 때는 옆에 사람이 북적이다가도
하나 둘 떠나고, 곁에 있는 마지막 사람마저 보내고,
그리고 나도 훌쩍 떠나면 그만인 것이다.~”
 

하는 내용에 공감했다.

이렇게 편지한 엄마는 혼자가 아니었고, 혼자로 살지도 않았다.

윤옥은 현실의 문제와 맞붙어 노력했고, 엄마도 그랬다.

 

왜 혼불 문학상을 받았는지 알겠다.

아이들 곁에 있으려고 노력하면서 참았던 기억들이 나를 짓누르는데

‘그건 지켜야 할 세계였어요.’ 하는 것 같았다.

 

작가에게 정말 고맙다.

고구마를 캤다. “우와, 진짜 크다.” 하며 연방 소리를 지른다이렇게 큰 고구마가 나올 줄 몰랐을 거다.

애들은 고구마 순을 넣고 열흘쯤 지나서 관심이 사라졌다.
고구마 뿌리 내리고 싹이 나올 때 다시 관심을 약간~
한 아이만 계속 고구마에 물을 줬다.
꾸준한 아이다. 공부도 잘하고, 뭐든 잘하려고 한다.

잘하는 아이가 급하면 어떻게 될까? 결과를 빨리 보려고 한다면?

어느날 왜 자기만 물을 주냐며 불만스럽게 말하기에 혼자 물을 줘서 화가 났구나!~” 이야기하다가
그건 좋아서 하는 일이어야 해. 즐겁게 해. 화가 나면 하지 마!” 했다.

아이는 계속 물을 줬고, 계속 화가 났다열심히 하는 건 좋은데, 샘을 내면서 열심히 했다.
선생님이 누구를 더 좋아해요.’ 하는 말을 했던 유일한 아이다.
당장 결과를 보고 싶었기에, 작은 일에 계속 마음이 흔들렸다.
마음이 흔들리면 세상을 흔들어서라도 안정을 찾으려 한다.

초등 3학년의 세상은 친구뿐이라 친구를 계속 흔들었다.
내가 좋아한다는 그 아이는 한쪽 귀가 들리지 않아 발달이 느렸고 그래서 내가 도와주어야 하는 아이다.

<대한민국 독서토론대회>에 참가하려고 방과후에 준비했다.
아이는 하는 게 많아서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다.
자기가 더 잘하는데~ 자기보다 부족한 친구들이 논술 연습하는 거 보며 샘이 났다.

엄마가 상담하러 왔다가 전학 얘기를 꺼낸다.
우리 학교는 전교생이 50명이라 학부모가 전학을 무기로 쓴다. 이거 안 해주면 전학 갈 겁니다.” 한다.
아이를 위해 전학 가야지요. 집 가까운 00학교 좋아요.” 했더니 엄마가 당황했다.
“00이는 친구 많은 곳에서 생활하면 좋을 것 같아요. 전학 가세요!”

6월 초에 아이가 전학 갔다.
그리고 힘들다고, 학교로 다시 보내달라고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2학기가 되면서 소식이 점점 줄어드는데 우리 반 아이가 전국대회 상을 받았다.
시골 학교에서 <대한민국 독서토론/논술 대회> 상이라니~ 현수막을 붙였다소식을 듣고 동문회에서도 현수막을 붙였다.
그 아이와 부모도 현수막을 봤다. 자기보다 못한 아이가 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그리고 10월에 고구마를 캤다.
큰 고구마가 나오자 애들이 전학 간 친구 얘기를 한다.
“00이가 물 줘서 이렇게 큰 고구마가 나왔나 봐~” 한다.
“00이에게 고맙다고 사진 보내야지.” 한다.
기다렸으면 친구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었을 텐데 너무 급해서 친구에게 고맙다는 말을 듣지 못하고 전학을 가버렸다.
아이들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친구에게 보냈다. 고맙다고.
하지만 아이는 기쁘기보다는 씁쓸했을 것 같다. 고구마 캐는 자리에 없어서.

여름 더울 때 고구마 줄기들을 들썩들썩 해줬다난 선생이니까 왜 나만 해요?’ 생각하지 않았다.
이거 해줘야 고구마가 잘 큰다.’ 하는 생각만 했다.
가을 생각하며 봄에 고구마 심었고, 여름에 고구마 순을 들어주었다.

~게 보고 느긋하게 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3학년 남자
  오늘은 5교시 고구마 캐기를 했다. 다들 자기 자신이 심었던 고구마 앞에 서있었다. 선생님이 지나가시면서 삽으로 고구마를 캐기 쉽게 해주셨다. 그러자 우리는 장갑 낀 손으로 흙을 팠다. 흙을 열심히 파다 고구마가 보였다. 잡아당겼는데 너무 크다. 우리가 사먹는 고구마의 3배다. 고구마가 한 개만 있는 게 아니어서 더 캤다. 한 개 더 큰 게 나왔다. 처음에 캔 거만큼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우리가 사먹은 고구마의 2배 정도다. 나머지 고구마도 캤는데 양파가 나왔다. 양파 모양 고구마가 나왔다. 별의별 고구마가 다 있네. 다른 건 신기하지도 않고 크지도 않았다. 선생님께서 캔 고구마 중에 가장 큰 건 집에 가져가도 된다 하셨다. 고구마 중에서 큰 게 나와서 기분이 좋았다.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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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열 형제(수사)를 만났다. 떼제 공동체에서 30년 동안 지내며 섬긴 분이다.
 
 
떼제 공동체 역사와 정신을 들은 것도 좋았지만,
“사람 때문에 실망한 적이 있는지, 어떻게 이겨내는지?” 에 답해주시는 게 더 좋았다.

강의 끝나고 <책뜰안애>에 모셨다.

강영안 교수님이 한 달 전에 딴 와인을 드렸더니 와인을 따고 시간이 좀 지나지 않았느냐 물으셨다.
와인 시음, 프랑스에서 와인을 나누는 의미를 알려주셨다.
12시 다 될 때까지 공동체, 책, 사람, 우리나라를 이야기했다.

골뱅이, 케일, 고추, 부추로 아침을 차려드렸다.
식사 기도해달라고 해야 하나 고민하는데 떼제에서 부르는 찬양을 부르셨다.
찬양하고 밥 먹는 거 참 좋았다.

식사 끝나고 같이 청소했다. 난 설거지, 수사님은 청소기
고추도 따달라고 했더니 재미있다며 즐겁게 일하셨다. 가지까지 따고 나서 또 이야기를 나누었다.
떼제에서 했던 사역을 한국에서 하신다는 말씀, 번역비, 강사비 등으로 생활하신다는 말씀,
김대건 신부에 얽힌 이야기, 에릭 수사 이야기…… 아이들 글, 책, 슬픔, 교사들의 마음, 연대……

에릭 수사(1925~2007)가 만든 유리화를 보여주셨다. 둘 중 하나를 고르라 하셨다. 
아내와 딸에게 사진을 보내고 하나 고르라고 했는데 막내가 “그림은 왼쪽, 색채는 오른쪽” 이라고 답을 했다.
막내 말을 전했더니 두 작품 모두 책뜰안애에 걸어놓으라 하셨다.
(에릭 수사는 프랑스, 독일, 스위스, 벨기에, 이탈리아, 알제리, 미국, 캐나다 등지에
많은 그림과 유리화, 십자가와 조소 작품을 남겼다.)
누군가를 생각하며 간직한 작품인데 둘 다 주셨다.

올해 우리 반 아이들과 학부모는 나를 힘들게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자꾸 마음이 어두워지고 힘들었다.
교사들이 힘들어서 ‘집단우울증’ 같은 증상을 보인다고 했더니 국회의사당 앞에서 집회하는 모습을 직접 보았다고 하셨다.집회 모습을 보면서 느낀 마음을 이야기하는데 마음이 힘들었다.

떼제 공동체의 정신을 책으로만 읽었는데
수사님과 이야기하며(주로 들으며) 위로를 받았다.

힘들고 아픈 교사들을 위해 영상으로 한 말씀 해달라고 했더니
당신이 그럴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사양하셨다.

그래서 더 좋았다.
함부로 말하지 않아서.
비록 아픈 사람을 돕는 일이라 할지라도.

 

1. 우리 반 보석이가 

우리 반 보석이가 국어 단원평가 85점을 받았다.
보석이는 3월 초에 떠듬떠듬 글을 읽었던 아이다. 지금은 꽤 읽는다.
쓰기는 안 된다. 띄어쓰기 없고, 받침도 많이 틀린다.
두루마기를 몰라 <두루마기를><두루마><기를>로 읽기도 하지만.

이 아이가 힌트 없이, 간섭받지 않고 스스로 읽고 받은 점수여서 놀랍다.
보석이는 교육청 학습클리닉 선생님과 2시간씩 공부한다지난주부터는 학습 심리-정서 지원을 받아 치료센터에 다닌다.
여러 가지 검사를 했는데 특수학급 대상이라고 판정이 났다.
그럴 만도 하다. 보석이는 가르치면 아는 듯하다가 하루 지나면 잊고주말이 지나면 많이 잊었다.
어느 날은 완벽하게 계산하다가, 다음 날은 엉뚱하게 했다.
자주 잊고, 맥락을 모르고, 또래보다 느리다. 알파벳을 모른다.
그래도 나는 보석이가 특수학급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말도 잘하고, 읽기도 좀 한다다만 쓰기가 안 된다. 또한 읽기 집중력이 약하다.
10초쯤 읽다가 눈이 글씨를 떠난다.
무서운 아빠, 한없이 너그러운 엄마의 양육 태도 영향이 크다.

2. 85점을 받았다.

국어 85. 우리 반 1등이다. 깜짝 놀랐다. (아이에게 너무나 많은)글씨를 어떻게 다 읽고 문제를 풀었을까?
시험 전날, 주말 과제를 하지 않아 꾸중했다. 평소엔 그러면 안 된다고 부드럽게 말하는데 이번에는 많이 혼냈다.
쉬는 시간에 과제를 다 해내더니 시험도 잘 봤다.

우리 반 아이들이 다음 학년이 되면 국어를 잘한다는 소식을 듣는다.
난 국어에 집중하지 않는다. 수업 준비도 잠깐 교과서를 보는 정도로 한다.
오히려 수학 시간에 집중한다주말마다 수학 시험지를 한 장씩 나눠준다. 단원평가도 꼬박꼬박 본다.
국어는 시험지를 풀지 않는다. 시험지 과제는 내준 적이 없다.
어제는 한 아이가 결석해서 진도를 나가지 않으려고 시험지를 줬다.
보석이는 어떻게 85점을 받았을까?

3. 왜 점수가 올랐을까?

우리나라 초등교사 대부분은 특정 사이트를 이용해서 가르친다그 사이트는 학습 내용을 절차에 따라 가르친다.
학습 목표를 제시하고, 학습 내용을 설명하고, 평가를 제공한다.
학습 내용은 동영상 같은 자료를 보여주고, 정리해준다. 클릭하며 약간의 설명만 덧붙이면 되므로 교사들이 애용한다.
내가 보기에는 다른 교과서가 더 좋은데도이 사이트 연계 교과서가 점유율 1등이다.
과학만 2등이다. 과학은 실험해야 하므로 온라인 사이트 의존률이 낮다.
우리나라 초등학생 90% 이상이 같은 방식으로 배운다.
많은 아이가 똑같은 방식으로 배운다면 앞으로 문제가 생길 거라 본다.

난 영어와 음악 시간에만 텔레비전을 켠다. 사회 시간에 관련 사진이나 영상을 조금 보여주기도 한다.
국어와 수학은 99% 이상, 사회도 90% 이상 대화하며 가르친다.
국어, 사회, 도덕 시간에는 계속 아이들과 말을 주고받는다.
묻고 답하고, 듣고 말하고,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수다 떨며 노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내 수업을 본 분들이스토리텔링수업이라 하지만 글쎄좋게 보면 토론이고, 제대로 보면 그냥 수다 떨기 수업이다.

4. 수다 떨기 수업

그런데 이 수업이 효과가 좋다.
대부분 아이는 사이트 안내를 따라 정해진 걸 보고, 따라 쓴다. 학원에서는 같은 내용을 듣고 문제를 풀이한다.
배울 학()은 있지만 익힐 습()이 없는 공부다한 마디로 떠먹여주기 공부. 떠주는 걸 계속 삼키는 공부다.
수다 떨기 수업은 아이들이 말한다. 듣고 반응한다.
엉뚱한 수다에 빠져 정말 수다를 떨기도 한다이때마다 적절하게 끊고, 다시 주제로 돌아오게 안내한다.
이게 내 역할이다. 한 방향을 바라보고 수다를 떨게 하는 것!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형식과 체계는 거의 가르치지 않는다. 보고 듣고 느끼게 하려고 노력한다.
친구들 글을 많이 읽고, 계속 쓰도록 안내한다그래서 보석이가 85점을 받았다.
물론 암기 내용이 많은 단원은 60점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그렇다고 문제 풀이에 몰두하거나 닦달하진 않을 거다.
보석이는 국어 시간에 말하느라 바쁜 아이니까.
자기가 공부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즐겁게 이야기하니까.

그러니까 국어 공부 잘하는 방법은 아이와 대화를 많이 하는 거다.
일방적인 대화가 아니라 여러 가지 주제로 수다를 떠는 대화!
여기에 책을 읽으면 금상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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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서 8장 9~11절을 1주일째 묵상 중입니다. 그 중 일부입니다. (본문은 영어 성경을 해석했습니다.)

v9 그러나 만약 하나님의 영이 너희 안에 거하시면 네가 육신의 영역이 아니라 영의 영역에 있다. 누구든지 그리스도의 영이 없으면 그리스도에게 속하지 않았다. 그러나 v10 그리스도께서 너희 안에 계시면 몸은 죄로 인하여 죽음에 굴복하나 영이 의를 인하여 생명을 준다.
v11 예수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이의 영이 너희 안에 거하면 그리스도 예수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이가 너희 안에 거하시는 그의 영으로 말미암아 너희 죽을 몸에 생명을 주신다.

거하다(οκέω)는 집으로 삼다, 집이 되다, 산다는 뜻이다. 복음서에 쓰이지 않은 낱말이다. 가룟이 아닌 유다의 질문에 예수님께서 사람이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키리니 내 아버지께서 저를 사랑하실 것이요 우리가 저에게 와서 거처를 저와 함께하리라( 14:23).” 하셨다. 이때 쓰인 낱말은 거주하는 장소를 뜻하며 요한복음 14장에만 두 번 쓰였다. 요한복음 14장은 성령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예수님이 떠나도 아버지 안에, 너희 안에 예수님이 있다고 하셨다. 가룟이 아닌 유다가 어찌하여 우리(제자들)에게는 나타내시느냐고 묻자 예수님이 거처를 함께하겠다고 하셨다.

당시 사람들에게 거처를 함께한다는 말이 무엇을 뜻했을까? 그리스도가 거하고, 예수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린 이의 영이 거하고, 하나님의 영이 거한다는 게 뭘까? 두 사람이 결혼해서 같이 살기 시작하면 다툰다. 다투면서 생각과 태도를 조정한다. 예수님이 내 안에 거하시면 내 생각으로 살지 않고 예수님 때문에 내 생각을 바꾸나? 이게 거한다는 뜻일까? 예수님이 내 안에 계셔서 내 욕망과 다투고 난 뒤의 모습이 지금 내 모습인가? 다투고 또 다투면서 예수님을 따르는 모습이 많아지는 과정이 성화인가?

성령이 거하지 않았으면 다르게 살았을까? 그렇다면 성령이 내 안에 계시는 건가?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산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몸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 2:20).” 내가 죽고 그리스도가 내 안에 거한다면 악을 버리고 선을 행하는 게 더 쉬워야 하지 않나? 로마서 7장에서 율법의 한계를(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 내랴!) 말한 뒤에 8(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다.)에서 성령을 소개한다. 그런데 왜 나는 성령을 알고도 다시 7(곤고함, 갈등)으로 돌아갈까? 왜 계속 곤고한 상태로 살아야 할까?

8장이 아무것도 하나님 사랑에서 끊지 못한다는 선언으로 끝나는 건 좋다. 그러나 지금 느끼는 갈등과 괴로움은 어찌하랴! 8장 내용이 무엇을 말하는지 살펴보면 해답을 얻을까? 에베소서에도 믿음으로 시작해서 사랑으로 행하고 자라는 모습을 표현한다. “믿음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께서 너희 마음에 계시게 하옵시고 너희가 사랑 가운데서 뿌리가 박히고 터가 굳어져서(3:17).” 하나님의 영이 내 안에 거하는지 고민하지 말고 하나님을 기대하며 사랑 가운데 사는 게 낫지 않나?

어쩌면 우리가 죄의 심각성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 물론 죄는 심각하다. 죄는 죽이고 무너뜨린다. 어떤 이단의 주장처럼 앞으로의 죄까지 모두 용서받았으니 자유롭게 살아가자는 말은 지나치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를 믿어 의롭게 된 사람이 계속 죄의 심각성에 매달리면 하나님이 주시는 소망을 바라보지 못하는 건 아닐까? 죄를 생각하고 죄에서 벗어나려고 애쓸수록 슬픔과 우울함에 빠져들었다. 바울은 죄의 심각함을 알고도 하나님께 소망을 가졌지만, 그러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죄가 아니라 하나님을 생각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게 낫지 않을까?

죄를 생각하면 무엇을 해야겠다는 생각보다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많다. 하지 못한 일이 앞을 가로막는다. 복음을 전하지 않았고, 기도하지 않았고, 이웃을 더 사랑했어야 하는데 못했고, 더 헌신하고 봉사해야 했는데 안 했다. 이렇게 생각하며 살았다. 한두 해 전부터 의무감이 줄어들었다. 힘이 빠진 것 같다. 해야 한다는 생각이 줄어들자 나는 할 수 있다.’ 하는 자만도 줄어들었다. 성취욕이 줄어들자 교만과 이기심도 줄어든 것 같다. 지금까지 살던 모습으로 사는데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성령이 함께하는 모습이 꼭 열광적인 모습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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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모임이 다섯 개다. 온라인 4개, 오프라인 1개.

오프라인 독서 모임은 책뜰안애 서재에서 한다.

첫째가 오프라인 모임에 고등 2학년부터 참여했다. 고 3학년 때도 안 빠졌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도 독서 모임할 때마다 집에 왔다.

오지 못한 날, 두 시간 넘도록 영상 통화로 참여하기도 했다.

난 첫째 글을 사랑한다. 모임 때마다 선물을 받는다.

 

오늘 『곁에.서.』로 9월 모임을 했다.

같이 소감을 나누고, 질문에 대답도 해주었다. 『곁에.서.』에 나오는 ‘그 아이’ 이야기도 했다.

힘들게 했던 제자, 기억나는 제자 이야기하다가 선생님들이 힘들고 아픈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어떤 분은 정신과 의사를 찾아간 이야기도 했다. 지금 의사와 상담하며 약을 먹는 선생님도 있다.

학교 현실이, 교사들 모습이 안타깝다.

 

선생님들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자꾸 딸이 신경이 쓰였다.

아빠가 고생한 이야기를 자녀가 읽는다는 게 좀 그랬다.

‘그 아이’는 아빠를 힘들게 한 녀석이다.

내가 하나님께 한 질문을 딸이 이해할까?

참가한 분들에게 호응하고, 대답하고, 질문하면서도 딸에게는 어땠느냐고 묻지 않았다.

소달초에서 온갖 업무를 처리하고 아이들 돌보느라 힘들었다.

그래도 거의 야근하지 않았다고 하니 딸이 그런다.

“우리가 기다리는데 빨리 와야죠. 우리한텐 아빠인데~”

 

모임 끝나고 딸이 설거지와 집안 정리를 했다. 고추 따라니 따고, 짐 옮기라고 하니 열심히 옮겼다.

평소에도 잘하는데 오늘은 말을 더 잘 듣는 것처럼 느껴진다.

『곁에.서.』를 읽은 딸을 바라보는 내 마음을 잘 모르겠다.

 

#헤르만_헤세_지와_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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