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뜰안애 온 탈북 학생 중 가장 마음에 남는 아이는 방송에 몇 번 나왔다.
부모가 자신을 돌보지 않는다는 걸 알고 7살에 북한을 떠났다고 한다.
꽃제비로 살다가 5000km를 이동해서 9살에 <우리 집 공동체>에 왔다.
<우리 집>에 왔을 때 키가 98cm였다고 한다. (2학년 남자아이는 평균 128cm이다. 2019년 기준)
“와~! 집 좋다.”
책뜰안애 들어서면서부터 몇 번이나 집 좋다고 소리쳤다.
“여기에서 살면 서울대학교 가겠어요” 한다.
아이는 어릴 때 제대로 먹지 않아 심리적인 장애가 있다. 공부를 어려워한다. 공부에 관심이 없다고 한다.
탈북해서 도망다니느라 몇 년 동안 공부하지 않았고, 모든 것이 다른 나라에서 적응하느라 공부하지 못했다.
“00이가 책 읽는 거 본 적이 없는데……” 선생님 말씀에
“저도 WHY 책은 읽었어요.” 하고 대답했다.
“책뜰안애에서 WHY 책은 책이 아니야.” 했더니 웃는다.
이 방, 저 방 다녀보더니 “여기 살고 싶다.”고 한다.
집 구경한 뒤에 아이들과 함께 둘러앉았다. 아이들을 위해 말을 해달라 하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하랴!
강원도 시골 아이들이 쓴 글을 읽어주었더니 좋아한다.
『학교에서 외계인을 만나다』를 꺼내 몇 편 더 읽어줬다.
아이가 좋아하기에 책에 사인해서 선물로 줬다. 엄청 좋아한다.
책 선물 받고 좋아하는 걸 보고 함께 온 분들이 깜짝 놀랐다.
“게임이 아니고 책인데 00이가 좋아하다니 우와~!”
다음날 아침, 아이 머리맡에 『학교에서 외계인을 만나다』가 있다.
깨워도 안 일어난다. 다 일어났는데 혼자 계속 잔다.
“얘가 책 읽다가 늦게 자더니 안 일어나네~” 하시는데 한참 뒤에
“어제 127쪽까지 읽었어요.” 하며 일어난다. 함께 온 분들이 기적 일어난 것처럼 놀라워한다.
어쩌면 아이가 제대로 읽은 첫 책일 수도 있다.
『학교에서 외계인을 만나다』가 탈북 학생 코드에 맞아서 다행이다.
강원도 시골 아이들 글이 탈북 아이에게 무언가 말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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