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뜰안애 찾아온 아이 중 넷이 여학생이다. 초 3, 초 4, 고2, 고3이다.
고등학생은 자매다. 엄마와 같이 들어왔다. 그런데 엄마가 자매를 직접 탈북학생 그룹홈에 맡겼다.
“아이들을 보면 ‘그놈’ 생각이 나서 아이에게 해코지해요.”
엄마는 중국에서 강간당했고, 팔렸던 적도 있다고 한다. 두 자매 아빠는 엄마를 강간한 중국 남자다.
자매를 보면 ‘그놈’이 생각나서 자기도 모르게 해코지했다고 한다.
갑자기 달려들어 목을 조르기도 하는데 이러다가 큰일 낼 것 같아서 자매를 맡겼다.
말이 없고, 잘 먹지 않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자매에게 다가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초등학생인 두 아이는 활발하다. 서재를 둘러보다가 말을 건다.
“저기 위에 있는 건 뭐예요?”
“그건 문집 상패와 교보교육대상 상패야. 네가 물었으니까 너한테만 알려줄게.”
하며 귀에다 작은 목소리로 상금 액수를 알려줬다. 초 4학년이 “예?” 하며 놀라는데 그걸 보고 모두 웃었다.
“학교에서 와니니 읽었는데 1권과 6권을 못 읽었어요.”
“그래? 여기 있는 책 중에 마음에 드는 거 골라봐. 줄게!”
『푸른 사자 와니니』 1권을 골라 읽는다.
초 3학년은 『여자답게? 나답게!』를 골랐다.
“중학생이 읽는 책을 골랐네. 어려울 텐데 다른 책 고르지?”
“이거 읽을 거예요.”
“마음대로 해. 읽다가 어려우면 다른 책으로 바꿔!”
이 책이 마음에 든다면서 책을 읽는다.
몇 분 뒤에 초 3학년이 갑자기 대화에 끼어들며 말한다.
“저, 남친 있어요. 100일 축하도 했어요.”
“진짜?”
“그런데 이제 헤어질 거예요.”
“왜?”
“전학 간대요. 간다고 했다가 안 간다고 했다가 그래요.”
“그럼 전학 안 갈 것 같은데?”
“정말요? 안 간다 그러더니 또 간다고 했는데.”
“너희 정말 사귀는구나! 사귀는 이야기 책도 있는데.”
초 4학년까지 관심을 기울인다.
“『꼴뚜기』라는 책에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라는 이야기가 있어. 둘이 사귀며 10일, 20일 그런 기념일을 챙기는 이야기야! 와니니 책과 여자답게 책 다 읽으면 나한테 연락해. 『꼴뚜기』 작가님 싸인해서 책을 보내줄게.”
“진짜요?”
“그럼. 책 다 읽으면 꼭 연락해라.”
이렇게 아이들을 꼬드겼다.
아이들이 떠날 때 『학교에서 외계인을 만나다』를 읽은 남학생에게
“다시 와라. 여기 풀 많다. 땀 좀 흘려야지!” 하니 좋아한다. 초등 두 아이에게
“잘 가~ 책 꼭 읽어라!” 했다.
고등 자매에게는 웃으며 인사만 했다. 다음에 누가 오건 두 자매가 같이 와서 쉬고 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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