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수업은 마음을 살피는 일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소년을 읽다>를 쓴 서현숙 선생님이 <울리는 수업>을 소개했다.


서현숙 선생님은 밝고 재미난 분이다. 나는 진지한 거 좋아하는 우중충한 사람이다.
선생님은 여기저기 다니며 사진 찍는 걸 좋아한다. 난 잘 다니지 않는다.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맡기는 수업을 하는 것 같다. 난 교사가 주도하는 수업을 한다.

공통점이 있다면,
독서수업이 마음을 살피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점이다.

서현숙 선생님이 소개한 <울리는 수업>
내 책은 잘 팔리지 않는데, 읽고 글까지 써주셨다.
히히 웃으며 넙죽 받아서 소개한다.

 

독서 수업은 마음을 살피는 일

독서 수업은 마음을 살피는 일 서현숙 삼척여고 국어교사 『울리는 수업』 권일한 지음, 행복한아침독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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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개정교육과정을 검색하니 이렇게 설명한다.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 창조력 및 바른 인성을 갖추고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고 융합하여 가치를 만들어내는 창의 융합형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한다.>>

창의 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해 초등학교 수학, 사회, 과학 교과서를 국정에서 검정으로 바꾸었다.
국가에서 만든 교과서가 아니라 학교에서 선택한 교과서로 배운다.
2021년과 2022년에 나도 교과서를 선택하기 위해 회의를 했다수학, 사회, 과학 모두 다른 출판사를 선택했다.
교과서를 선택할 때 선생님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다른 학교에서는 대부분 아이스크림 출판사를 선택할 거예요!”

역시나!!
아이스크림 사이트 메인 화면에 자기들 책이 전국에서 1위라는 홍보가 한동안 나왔다.
또한 전국 93% 교사가 아이스크림으로 수업한다고 소개했다.

아이스크림은 초등학교 교사들이 쉽게 수업하도록 돕는 사이트다.
사이트 개설 첫해부터 초등 교사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유료로 전환한 뒤에도 전국 초등교사 97%가 아이스크림 사이트로 수업했다.
도입부터 평가까지 수업자료와 동영상을 제공했다수업을 준비하지 않아도 사이트만 열면 수업이 가능했다.

내가 속한 행복한수업만들기 초등 모임에서 한때 <클릭 수업 NO> 캠페인을 했다.
너도나도 아이스크림 사이트로 수업하기 때문에 그러지 말자고 외쳤다.
우린 마을 수업, 독서 수업, 글쓰기 수업, 가치 수업 등 통합수업을 만들었다.

그때로부터 15년이 흘렀다.
이젠 전국 초등학교 교사 93%가 아이스크림 사이트로 수업한다.
교과서도 아이스크림 출판사 책이다수학 1, 사회 1, 과학 2.
과학은 실험하고 실험관찰에 결과를 쓰기 때문에 인터넷 의존률이 낮다. 그래서 다른 출판사 책을 골랐을 것이다.

내가 살펴본 아이스크림 출판사 책은 교과서만으로는 많이 부족했다.
그러나 아이스크림 출판사 책을 선정해야 아이스크림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으니
아이스크림 출판사 책을 선정했겠지
.

아이스크림 사이트에 검정 교과서로 바뀌는 까닭을 이렇게 썼다.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을 하기 위해서>

전국 93% 학생이 똑같은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똑같은 동영상을 보고, 똑같은 화면으로 공부한다.
사진, 그림, 글씨체, 동영상 모두 똑같은 걸 보게 하면서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을 한다고 설명하다니~”

아이스크림 회사는 교육계의 공룡이다. 수업뿐만 아니라 연수, 교구, 색종이 하나까지 모두 판다.
이 사이트가 커질수록 아이들은 똑같은 과정으로 배울 확률이 커진다.
그런데도 편하기 때문에 93%가 아이스크림 사이트를 이용한다.

난 수업할 때 화면으로 보는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
아이들과 동그랗게 앉아 이야기하고 듣는다. 연극하고, 설명하고, 체험하고, 게임하고, 이야기한다.
아이들이 지금까지 겪지 않았던 방식, 앞으로도 만나기 힘든 방식으로 가르친다.

아이스크림 같은 사이트가 필요하다면 자기 수업을 하면서 가끔 도움을 받아야 한다.
평균으로 따지지 못하는 독특한 특징을 가진 아이들과아이를 바라보는 교육관과 삶의 여정이 다른 교사가
공부할 내용을 함께 이야기하고 나누며 설명하고 듣는 수업이라야 한다.
좋은 교과서를 놔두고 클릭을 위해 특정 출판사 책을 1등으로 만든다면
어떻게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자고 말할 수 있나
?

오래전에 아이스크림 연수원에서 온라인 강의를 만들자는 제의를 받았다.
최근에는 아이스크림 연수원에서 꽤 인기 있는 강사가 온라인 강의를 해보라고 했다.
여기서 강의하면 책도 잘 팔린다고 했다.
내가 전하려는 내용을 누군가 들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에 잠깐 마음이 흔들렸다.
그래도 아이스크림 사이트에 내 강의를 올릴 수는 없다.
수능으로 획일화된 교육 체제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기에~
초등학교 아이들 93%에게 똑같은 걸 보여주며 획일화시키는 일에 참여하기 싫어서다.

내일도 아이들이 학교에 간다.
선생님이 클릭하는 화면을 보며 공부하려고.
선생님들이 자기 수업을 하면 좋겠다

내 수업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나!

<질문 있어요?!>  펀딩 두 번째 질문입니다.
(첫 번째 해와 달이 된 오누이, 두 번째 우상의 눈물 두 권만 질문을 공개합니다.)

펀딩 내용은 여기를 보세요.  
https://forms.gle/fezN3uahXF7hytz89

 

신청 안내

안녕하세요. 저는 글을 쓰고 토론하는 교사입니다. 책을 읽고, 책으로 수업하고, 책으로 강의하는 책벌레입니다. <곁에.서> 펀딩(2021년)으로 한림화상재단(1000만원)과 세움(500만원)에 기부했습니

docs.google.com

 

1. <우상의 눈물>을 토론 도서로 정한 까닭

1970~1980년대 활발하게 활동한 전상국 작가의 중편소설입니다. 이문열 작가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과 견주어 읽으면 좋은 작품이지요. 학교에서 친구들 위에 군림하며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학생(엄석대, 기표)이 친구들과 지내며 일어난 일이에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배경이 초등학교이고 우상의 눈물이 고등학교라는 점이 다르지만, 엄석대와 기표는 많이 닮았어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엄석대와 우상의 눈물의 기표는 폭력을 써서 친구들을 괴롭혀요. 둘 다 또래보다 나이가 많고 또래가 보이는 모습과 견줄 수 없을 정도로 악랄해요. 학교폭력을 다룬 <더 글로리>의 가해자들과 비슷합니다. 친구들은 엄석대와 기표 때문에 힘들어하면서도 그저 참기만 해요. 자기가 당할까 봐 두렵기 때문이에요. 학교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더 글로리>가 나오기 전부터 학교폭력은 사회적 이슈였어요. 연예인과 가수 등 방송에 나오는 사람뿐만 아니라 운동선수, 작가, 정치인도 학교폭력 가해자로 드러나면 모든 활동을 그만둬야 해요. 학교폭력은 용서받지 못하는 행위라고 생각하거든요. 가해자는 편하게 지내는데 피해자가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분노가 폭발합니다. 그런데 우상의 눈물은 우상이 눈물을 흘려요. 우상이 누구일까요? 왜 눈물을 보일까요?

저는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새 학기 시작할 때마다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해요. 학교폭력으로 힘들어하는 아이가 없는 교실을 만들려고 노력해요. 학교폭력을 다룬 책을 읽기도 합니다. 그런데 학교폭력만 다룬 책보다는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학교폭력 내용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책이 좋아요. 학교폭력에만 초점을 두면 뻔한 이야기로 읽히거든요. 용기 없는 일주일처럼 학교폭력을 다루면서도 탐정 스타일의 책이라면 괜찮아요.

우상의 눈물은 학교폭력을 다루는 것 같지만, 우리 사회의 구조를 보여주는 뛰어난 소설입니다. 우상의 눈물이 출판된 1980년에는 학교폭력이란 말도 없었어요. 작가의 의도가 학교폭력이 아니란 뜻이죠. 우리 학생들과 학교폭력을 이야기하면서 사회에서 일어나는 보이지 않는 폭력을 이야기하고 싶어서 우상의 눈물을 골랐습니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가 쉬운 내용이어서 이번에는 어려운 내용이에요. 4월에도 쉬운 책과 어려운 책을 하나씩 다루겠습니다.

2. 『우상의 눈물』 내용

기표가 고등학교에 다니던 때(1970~1980)는 지금과 많이 달랐어요. 한 반 학생이 66명이고, 반장을 투표로 뽑지 않고 담임이 임명했어요. 교사가 학교에서 담배를 피우고, 토요일에도 학교에 갔어요. 담임이 가정방문을 했고, 촌지를 받기도 했어요. 점심 도시락을 준비해야 했는데 기표는 가난해서 도시락을 가져가지 않았죠. 기표는 친구들 도시락을 꺼내 먹었고,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어요. 기표는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는 학생이거든요.

당시에는 성적이 나쁘면 같은 학년을 다시 다녔어요. 유급이라고 하는데 재수와 같은 뜻이에요. 소설의 화자인 유대가 다니는 학교에도 고 1학년을 2년 동안 다녔던 재수파가 있었어요. 66명인 한 반에 재수파 한두 명은 영향력이 크지 않아요. 다만 재수파의 우두머리가 기표여서 문제죠.

유대는 고 2학년이 되고 첫 번째 토요일에 학교에서 끔찍한 폭력을 당해요. 기표를 기분 나쁘게 했기 때문이에요. 유대를 걱정하는 형우에게 유대는 먼저 당했기 때문에 오히려 편안하다고 생각해요. 벌써 당했기 때문에 언젠가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없거든요. 기표는 누구 하나를 집요하게 괴롭히는 학교폭력을 하진 않았어요. 자기 마음에 안 드는 행동을 하는 학생을 단번에 응징할 뿐이었죠. 그래서 유대는 오히려 형우를 걱정합니다.

형우는 반장이에요. 기표가 있는데도 학급을 잘 이끌어갑니다. 담임도 형우에게 힘을 실어주죠. 약간의 갈등이 있지만, 큰 문제가 생기진 않았어요. 그러다가 시험 기간에 형우가 친구들에게 기표를 도와주자고 해요. 기표가 2학년을 다시 다니게 하지 말자며 정답 쪽지를 보냅니다. 이 일로 형우는 기표에게 크게 당합니다. 그리고 반전이 일어나지요.

우상의 눈물은 번역소설이 아니라서 판본이 똑같아요. 책을 출판한 곳이 몇 군데지만, 문장과 낱말이 모두 똑같습니다. 분량이 길지 않아서 요약본이 나오지도 않았어요. 작가가 살아있기 때문에 내용을 편집해서 출판할 생각을 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래서 어느 출판사 책을 읽어도 내용이 같습니다. 저는 선생님과 함께 읽는 우상의 눈물을 골랐어요. 전국국어교사모임 선생님들이 우상의 눈물을 설명했거든요.

저는 우상의 눈물을 읽고 질문을 만든 뒤에 선생님과 함께 읽는 우상의 눈물을 읽었어요. 해설하는 책을 먼저 읽으면 저만의 생각을 하지 못하거든요. 여러분도 제 질문이나 해설(인터넷이나 책에서 소개하는 해설)을 읽지 말고 우상의 눈물을 먼저 읽어보세요.

3. 질문

이번 책은 질문이 어렵습니다. 초등학생에겐 어울리지 않아요. 린치, 조인트, 전정, 저의, 알쪼 등 학생들에게 낯선 낱말이 나옵니다. 중학생도 어려워할 거예요. 낱말 해설을 보면서 읽으라고 하세요. 또한 토론할 때는 아래 질문 중에서 학생 수준이나 관심에 맞는 부분만 사용하세요.

<학급>

. 새 학기 첫날, 담임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1년 과정을 배를 타고 다니는 항해라고 말한다. 그러자 유대가 우리가 탄 배의 선장이 누구인지묻는다. 선생님이 뭐라고 대답했을까?
  (리유대 학생을 반장으로 임명하며, 유대가 일주일 동안 선장이라고 했다.)

-1. 2학년이 된 첫날, 담임 선생님의 말을 듣고 유대는 담임 선생이 자율이라는 낱말로 요술을 부려 우리를 묶고 있었다.’ 하고 생각한다. 그래서 선장이 누구인지 물었다. 유대는 왜 선생님에게 선장이 누구냐고 물었을까?
  (유대는 권위를 싫어했다. 자율을 중시한다고 말했지만, 담임의 태도가 유대의 눈에는 전체주의로 보였다. 학교 일에 관심을 보이는 엄마에 대해서 아들 허벅지에 난 상처를 모른다.’ 하며 엄마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권위를 싫어하는 유대는 담임이 선장 역할 하려는 걸 알아보았다.)

-2. 여러분은 학급의 선장이 누구라고 생각하나요?
  (학생, 교사, 우리 모두 등 모든 대답을 인정한다. 학급이 꼭 배여야 하는지, 선장이 있어야 하는지 말하는 학생이 있다면 질문에 매이지 않은 대답이라고 칭찬한다.)

-3. 13반 담임 교사는 1년 동안 순탄한 항해를 하자고 호소했다. 한 학급이 잘 운영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유롭게 의견을 나눈다.)

 

<선생님>

. 우상의 눈물의 배경인 1980년에는 교사의 역할이 아주 컸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엄석대가 군림한 것도 담임 교사의 묵인과 무능력 때문이었다. 우상의 눈물에 나오는 담임 교사는 어떤 사람인가?
  (
학생을 잘 알고 관심이 있으며, 학생 관리 능력이 뛰어나다. 반면 학생들을 자기 뜻대로 이끌어가려는 욕심이 크다. )

-1. 학생에게 관심이 없지만 수업을 잘해서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되는 교사, 학생을 사랑으로 대하지만 성적 향상에 도움이 안 되는 교사 중에서 한 명을 담임으로 선택하라면 누구를 고르겠나?

-2. 유대는 자기들이 교사들을 존경하지 않는 것처럼 교사들도 우리를 사랑으로 가르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여러분의 경험에 비춰 볼 때 유대의 생각은 사실일까, 아닐까?
  (사실인지 아닌지 밝히는 게 중요하지 않다. 학생들 의견을 들어주는 태도가 중요하다.)

-3. 선생님이 가정방문 왔을 때 유대는 좋은 선생이란 조건 없이 아이들의 입장을 이해한 다음 그것을 가볍게 입 밖으로 내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여러분은 어떤 사람이 좋은 선생이라고 생각하나?

-3-1. 그런 교사 또는 전혀 그렇지 않은 교사를 만난 적이 있나?

-4. 가정방문을 마치고 다른 집으로 가면서 선생님이 유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반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려달라고 했는데 담임은 협조라고 했고, 유대는 고자질이라고 생각했다. 협조일까, 고자질일까?
  (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어도 되고, 찬반을 묻고 토론해도 된다.)

 

<학교 폭력>

. 우상의 눈물45년 전을 배경으로 썼다. 부모님이 학교에 다니던 때보다 과거이다. 부모님이 중고등학생일 때 이야기를 들은 내용을 말해보자.

-1. 부모님이 학생일 때 이야기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나? 어떤 생각이 드는가?

-2. 우상의 눈물은 기표가 유대를 폭행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 시대에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
드물지만 가능성이 있다.)

-3. 기표와 재수파가 유대를 폭행한 까닭을 자세하게 말해보자.
  (메시껍게 놀아서. 개학 첫날, 담임의 엄숙한 말을 듣는 동안 모두 조용한 가운데 유대가 선생님에게 선장이 누구인지 질문해서 기표 눈에 띈 것)

-4. 이런 일을 겪는다면 기분이 어떨까?

-5. 지금까지 겪은 일 가운데 가장 무섭고 두려웠던 일은 무엇이었나?
  (학생 스스로 말하면 경청한다. 학생이 말하지 않으면 1~2분 기다린다. 아무도 말하지 않아면 학생을 지목해서 묻지 말고 교사가 자신의 경험을 말한다. 그리고 다시 1분 정도 기다린다. 여전히 아무도 말하지 않으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간다.)

-6. 기표와 재수파에게 당한 일을 형우가 물었을 때 유대가 빙그레 웃었던 까닭은?
  (이미 엄청난 것을 겪어냈다는 우월감 같은 오만. 언젠가 한 번 겪을 수도 있는 일을 이미 겪었으므로 안심하는 마음)

-7. 반 친구들과 재수파는 기표에 대해 나쁘게 말하지 않았다. 피해를 직접 받은 애들도 기표에 대해 나쁘게 말하지 않은 까닭은?
  (
악에 대한 공포 때문만은 아니다. 린치를 당할 때는 공포스럽지만, 무언가 헤아릴 수 없는 힘을 느꼈기 때문이다. 재수파가 한 아이를 계속 괴롭히거나 무턱대고 폭행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8. 기표의 행동은 학교폭력이다. 기표가 유대를 때리는 걸 2023년에 여러분이 본다면 어떻게 하겠나?

 

<문장 나누기>

. 책에 나오는 문장들이 무엇을 뜻하는지 의견을 나눠보자.

-1. 최기표의 이름은 알고 있으면서도 최기표가 어떤 아이인지를 진정 모르는 어른들에 대해서 내 상처를 내보이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었다.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평가, 판단하는 어른들에게 자신의 상처를 내보이면 상처만 보고는 유대가 원하지 않는, 오히려 싫어하는 판단을 내릴 것이기 때문에 유대의 마음을 알아보지 않고 어른들 마음대로 내리는 판단을 유대가 싫어했다.)

-2. 선생님이 기표를 부반장에 임명하면 어떨지 물었을 때 유대는 허벅지의 상처를 결코 격하시키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무슨 뜻일까?
  (기표는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남겼다. 기표에게 당해서 상처가 생겼지만, 앞으로 다시 기표에게 당하지 않을 거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기표가 부반장이 되면 기표는 담임의 허수아비처럼 될 것이고 그럼 상처의 의미가 줄어든다. 괜히 고통당한 게 된다. 그래서 유대는 기표가 부반장이 되는 걸 반대한다는 표현으로 허벅지의 상처를 격하시키고 싶지 않다고 했다.)

-3. 남을 다스리는 그런 자유보다 남에게 다스림을 받는 데서 얻는 마음의 평화가 내게는 더 좋았다. 무슨 뜻일까?
  (유대는 권위로 짓누르는 걸 싫어했다. 기표가 자신을 짓누르는 권위로 보였다면 다스림을 받는 데서 얻는 평화라고 말하지 못한다. 기표는 언젠가 만나야 할 어려움이나 고통이라 생각했고, 이미 고통을 넘어선 뒤에는 잠자코 있으면 평화를 누릴 수 있었다. 이런 마음을 표현한 문장이다. 매를 먼저 맞은 아이가 굳이 나서서 남을 좌우하는 마음을 갖지 않는 것처럼)

-3-1. 이런 기분을 느낀 적 있나?

-4. 남 앞에 나서는 일, 남들보다 한 발짝 높은 데 선다는 일이 얼마나 외롭고 번거로운 일인가를~
  (문장 그대로 앞에 나서거나 높아지면 책임이 커지고 고민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 문장을 그대로 말하고 찬반 토론해도 된다.)

 

<기표의 약점>

. 담임이 추리닝을 사지 못한 기표에게 추리닝을 줬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기표가 추리닝을 잘라버리고, 학급 아이의 추리닝을 빼앗았다.)

-1. 기표는 왜 추리닝을 찢었을까? 이 사건은 기표가 어떤 사람임을 보여주는가?
  (다른 사람의 동정으로 보이는 도움을 싫어한다. 자신이 가난해서 담임이 도와주는 게 싫었다. 기표는 자신의 가난과 약함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더 강하게 행동했을 것이다.)

-2. 시험 기간에 친구들이 기표를 위해 일을 계획했으나 기표가 거절했다. 무슨 일인가?
  (시험지 정답을 적어 기표에게 전달했다.)

-2-1. 형우가 친구들에게 기표를 도와주며 동정심이 아니라고 했다. 동정심 때문이 아니라면 왜 도와주자고 했을까?
  (이유를 말하지 않고 돕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담임과 계획을 세웠거나, 동정 때문에 도와주었을 것이다.)

-2-2. 여러분이 형우의 요청을 받았다면 도와주겠나, 거절하겠나?

-3. 기표는 왜 도움을 거절했을까?
  (
기표는 고등학교 졸업에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그냥 하루하루 지나가기를 기다렸을 것 같다.)

-4. 선생님이 기표를 부반장에 임명하자고 할 때 유대는 우리에 갇힌 사자를 떠올렸다. 기표를 부반장에 임명하는 것이 왜 사자를 우리에 가두는 것이라 생각했을까?
  (기표는 야생성이 강한 사자 같은 아이다. 부반장은 학교 조직 체계에 순응하며 역할을 해야 한다. 기표를 부반장에 임명하는 건 야생 사자를 순응하게 만드는 것과 같으므로 우리에 가두는 거라고 생각했다.)

-5. 형우는 기표가 도움을 거절하리라는 걸 알았을까, 알고도 일부러 도와주려고 했을까?
  (형우는 똑똑한 학생이다. 기표를 잘 알고 반을 이끌어간다. 자존심 강한 기표가 도움을 받지 않으리라고 알았을 것이다. 기표가 추리닝을 찢은 걸 보면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다. 기표를 도와주면 기표가 형우에게 폭력을 가하리라고 예상했을 것이다.)

-6. 담임이 시험지 채점을 위해 세 명을 불렀을 때 형우는 오지 않았다. 담임 교사는 형우가 기표에게 폭력을 당하는 줄 알았을까?
  (담임은 기표가 문제를 일으키는 줄 안다. 학생들을 밀고 당기며 잘 이끌어간다. 채점할 때 유대와 정수가 불안한 반응을 보인다. 그렇다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았을 것이다. 담임이 하는 말(학급 자랑)도 알았음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물론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내용을 추리하는 질문을 학생들이 좋아한다. 새로운 대답이 나올 수도 있다.)

 

<형우>

. 책에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형우가 어떤 아이인지 말해보자.
  (책임감 있고, 공부 잘하고, 공정하게 반을 이끌어가는 반장이다. 그러나 담임과 따로 의논해서 기표를 무너뜨리려는 계획을 세웠으며, 전치 2주의 상처를 입더라도 기표를 꺾어버리는 능력을 가졌다. 보이는 힘보다 보이지 않는 힘이 크다는 증거이다.)

-1. 여러분은 형우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2. 학생주임이 형우를 때린 가해자를 찾으려고 형우에게 기표가 그랬느냐고 물었다. 형우는 아니라도 대답했다. 왜 그랬을까?
  (기표를 가해자라고 밝히지 않으면 형우의 의리를 보고 친구들이 형우를 멋진 친구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면 기표가 형우에게 빚진 마음이 들 테고, 기표의 기세를 꺾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 뒤에 형우의 가난을 미화해서 얘기하면 효과가 크다.)

-3. 형우가 학교에 돌아왔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
형우가 영웅 대접을 받았다.)

-3-1. 유대도 같은 일을 당했는데 왜 영웅 대접을 받지 않았을까?
  (
아무도 몰랐기 때문에. 가해자가 누구인지 말하라는 압박을 받지 않아서. 반면 형우는 사건이 크게 알려진 상황에서 가해자를 말하지 않았다. 즉 의리를 지킨 셈이다.)

-4. 형우가 끝까지 가해자를 말하지 않자 친구들은 물론 재수파까지 형우를 좋게 보았다. 그런데 유대는 다르게 생각한다. 왜 그랬을까?
  (기표를 꺾기 위해 형우가 담임과 미리 계획하고 일으킨 일인 줄 알았다. 형우가 범인을 밝히지 않은 의도를 알았기 때문이다. 권위를 싫어하는 유대의 눈에 담임과 형우가 좋게 보일 리 없다.)

-5. 형우가 학교에 돌아온 뒤에 기표를 대하는 태도가 어떻게 달라졌을까?
  (고개가 약간 숙여졌다거나 기표에 대한 친구들의 두려움이 줄어든 모습이 보였다.)

-4-1. ?
  (
가해자를 밝히지 않음으로 기표의 약점을 잡은 셈이다. 더구나 의리를 지켰으니까)

-5. 형우가 기표에게 주눅 들지 않았던 마음은 어디에서 왔을까?
  (
기표를 구원해주고 싶었다. 기표가 가난한 처지에 있다는 걸 알고 실체를 알았다고 느꼈을 수도 있다. 아니면 담임과 비밀 약속을 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6. 형우가 병원에 있을 때 재수파들이 기표 몰래 사과하러 갔다. ?
  (
형우는 반장이고, 공정했으며, 기표를 도와주려고 했고, 의리를 지켰으므로)

-7. 형우는 기표의 사과는 받고 싶지 않다고 했다. 무슨 마음일까?
  (형우 마음이 진심이라면 기표를 걱정하고 친구로 위하는 마음 때문에)
  (형우 마음이 진심이 아니라면 - 기표가 사과하면 일의 실체가 드러난다. 그럼 기표가 학교 당국의 조사를 받으면서 사건이 더 커질 수 있다. 또한 기표가 사과하면 형우의 영향력이 줄어든다.)

-8. 형우가 기표의 처지를 반 아이들에게 이야기할 때 우의와 신뢰 가득한 말로 기표를 미화했다. 작가는 형우의 말을 왜 이렇게 표현했을까?
  (작가가 우상의 눈물을 쓴 의도를 드러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기표는 눈에 보이는 폭력으로 두려움을 일으키며 학생들을 지배했다. 그러나 형우는 몇 마디 말로 기표를 불쌍한 아이로 만들어버렸다. 기표를 도와주는 것처럼 보이는 말이 사실은 폭력이며, 기표를 무너뜨리는 힘, 즉 진짜 권력은 주먹이 아니라 말에서 나옴을 보여준다.)

 

<우상의 눈물>

. 형우가 기표에게 형이라 부르며 라면을 먹자고 했을 때 기표는 거절하며 국어책에 나온 글을 읽었다. 어떤 글인가?
  (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1.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은 이렇게 시작한다.

"울음 우는 아이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초가을 햇살이 내리쬐는 정원 한 모퉁이에서 오색영롱한 깃털의 작은 새의 시체가 눈에 띄었을 때. 대체로 가을철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이를테면 비 내리는 잿빛 밤, 소중한 사랑하는 이의 발자국 소리가 사라져갈 때. 그러고 나면 몇 주일이고 당신은 다시 홀로 있게 되리라."

여기서 울음 우는 아이는 누굴 말할까?
  (형우가 가해자를 밝히지 않고 영웅이 되자 기표가 점점 초라해진다. 따라서 울음 우는 아이는 기표를 말한다.)

-2. 이는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을 암시하는가?
  (기표는 곧 울음 우는 아이, 슬픔을 느끼는 당사자가 될 것이다.)

-3. 유대는 기표 같은 애들이 누리는 지배욕 그 안쪽에 몸을 뒤틀고 있는 고독의 그림자를 나는 어렴풋하게나마 본 것 같았다고 했다. 무슨 뜻일까?
  (기표가 친구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된 사실을 그대로 보면 기표가 무서운 놈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누군가를 두렵게 하는 사람은 사실 자신의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 더 무섭고 두려운 모습으로 속이는 것이다. 유대는 자신의 처지를 말할 친구가 없는 기표의 마음을 어렴풋하게 느낀 것 같다.)

-3-1. 지배욕이 채워지면 만족스럽지 않을까? 기표가 고독을 어떻게 느꼈을까?
  (지배욕은 인간의 고독을 채우지 못한다. 인간의 외로움은 오직 따뜻한 인간관계로만 채워진다. 기표에겐 그런 관계가 없었다. 기표가 자신을 몰랐기 때문이고,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면 초라해지고 슬퍼지기 때문에 기표 자신이 허락하지 않았다.)

-4. 기표가 체육부실에 갔을 때 담임과 형우가 학급 친구들에게 밝힌 내용은?
  (중풍병자 아버지, 심장병 어머니, 버스 안내원하는 여동생 등 기표 집의 실상을 밝혔다.)

-5. 기표가 친구들과 재수파에게 휘두른 폭력은 어떻게 미화되는가?
  (라면을 먹은 건 배가 고픈 모습으로 바뀌었다. 용돈을 빼앗기고, 피까지 팔아야 했던 가학 행위가 친구를 위한 고귀한 행동으로 탈바꿈했다. 이는 언론의 미화 과정과 같다. 결론을 내려놓고 과정을 짜맞추어 해석한다. 그래서 기표 친구들은 사회에서 구원받지 못한 가난을 우정으로 구원하려 했다는 미화의 대상이 되었다.)

-6. 형우가 기표를 불쌍한 친구로 만들어버리자 기표가 어떻게 반응할까?
  (조용히, 독기를 잃어버리고,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란 글을 읽으며 존재감을 잃었다.)

-7. 기표는 왜 힘을 잃었을까?
  (이런 과정은 도움받는 사람을 뭉개버린다. 형우의 말은 기표에게 가난한 아이, 도움이 필요한 아이라는 낙인을 찍어버렸다. 폭력으로 뒤덮여 감추어진 기표의 실체가 드러나서 기표가 힘을 잃었다.)

 

<사회>

. 우상은 누구인가?
  (
유대가 생각하는 기표이다. 친구들이 생각하는 두려움의 근원인 기표, 선생님이 생각하는 문제아 기표는 우상이 아니다. 유대에게 기표는 두려움의 근원이며 실체였다.)

-1. 유대는 왜 기표를 우상으로 생각했을까?
  (유대는 형우에게 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자신에게 폭력을 가한 기표에게서 헤아릴 수 없는 힘을 느꼈다. 유대가 위선적인 권위를 싫어했기 때문이다. 유대는 공부 잘하는 모범생처럼 보였지만 권위에 저항하는 성격이 강했다. 기표는 진짜 유대가 원했던 것, 권위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기표를 우상으로 생각했다.)

-2. 기표는 <무섭다. 나는 무서워서 살 수가 없다>고 했다. 무엇이 무서웠을까?
  (자신을 보호하던 덮개가 사라지고 실체가 까발려진 것, 감추고 싶었던 비밀이 드러나 기표가 도움이 필요한 친구가 되어버린 것. 자신이 예상하지 못하던 일이 일어나 자신이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에 빠져버린 것. 언론 앞에서 무너지는 한 사람의 모습을 보여준다.)

-3. 우상의 눈물에 드러난 눈에 보이는 폭력을 말해보자.
  (기표와 재수파의 폭력)

-3-1. 우상의 눈물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을 말해보자.
  (담임 교사가 학급을 운영하는 방식, 형우가 퇴원한 뒤에 기표를 불쌍한 아이로 만들어버리는 말, 기표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기표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려는 결정 등)

-3-2. 어떤 게 더 무서운가?
  (보이는 폭력은 눈에 보이기 때문에 대처가 가능하다. 기표의 폭력을 피하지 못하는 경우처럼 대체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지만, 이때는 폭력이 지나가면 유대처럼 안심하기도 한다. 그러나 말과 글로 한 사람에 대한 평가를 바꿔버리는 보이지 않는 폭력은 대처하지 못한다. 언론(공식 언론은 물론이고 SNS에서 가하는 비공식 공격을 포함해서)은 언제 공격을 당하는지 모른 채, 대책을 세울 겨를도 없이 사람을 무너뜨린다.)

-4. 2학년 13반이 대한민국 사회라면 기표와 형우는 누구를 상징할까?
  (기표는 눈에 보이는 힘으로 이익을 취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학교 폭력 가해자나 힘을 내세워 시민들을 괴롭히며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다. 형우는 직접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지만, 배후에서 사람을 괴롭히는 세력을 말한다. 형우가 말로 기표를 무너뜨린 모습으로 보면, 언론이나 지식층을 말한다.)

-5. 제목이 왜 우상의 눈물일까?

 

4. 덧붙이는 내용

  3월에 쉬운 책(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 이어 어려운 책(우상의 눈물)을 소개했습니다.
  4월에는
쉬운 책(긴긴밤)과 어려운 책(과학 관련 책, 미정)을 번갈아 소개하겠습니다.

아이들 생각을 잘 인도하려면, 훌륭한 대답을 듣고 싶다면
대답을 이끌어내기 전에,
질문을 잘해야 해요.

독서동아리에 왔던 중 2 남학생은 제 질문을 듣고
그동안 유지했던 확고부동한 신념이 깨지고 가치관이 바뀌었다고 해요.
고민이 많았던 선생님도 제가 던진 질문만으로도 생각이 변했다고 해요.
그만큼 질문이 중요해요.

<곁에.서>(2021년), <아빠 냄새 책 냄새>(2022년)에 이어 <<질문있어요?!>> 펀딩을 시작했어요.
한 달에 두 권씩 독서토론 질문을 보내드리는 펀딩이에요. 
첫 책으로 우리 옛이야기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골랐어요.

3월 18일에 보내드린 질문을 소개합니다.
내용이 괜찮으면 펀딩에 참여해주세요.
(펀딩 참여 : https://forms.gle/fezN3uahXF7hytz89)
12월까지 다달이 두 편씩 20권으로 독서토론 질문을 보내드립니다.


1. 토론 도서로 정한 까닭

옛이야기는 옛날에 할머니가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라고 해요. 그런데 이상해요. 저는 할머니에게 옛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어요. 할머니는 농사일하느라 바쁘셨어요. 저녁이면 지쳐서 일찍 주무셨어요. 가끔 할머니가 들려주신 이야기는 대부분 미신 같은 풍습이었어요. 친구들도 비슷했어요. 부모님과 선생님도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았어요. 저는 옛이야기를 책으로 읽었어요. 옛이야기 한 권쯤은 집에 있었고, 몇몇 이야기는 교과서에 나왔지요. 옛이야기를 들어도 얼마나 가치 있는지 몰랐어요. 누구나 다 읽는 이야기였어요.

나이가 들면 옛이야기가 좋아진다고 들었는데 그렇지 않았어요. 어릴 때 들어서 아는 이야기일 뿐이었어요. 다만 옛이야기에 담긴 뜻을 사람들과 나누면 달라졌어요. 상대가 아이라도 말이에요. 아이들과 이야기하면서 옛이야기가 무엇을 말하는지 깨달았어요. 저는 우와~’ 하며 놀랐는데 아이는 무덤덤했어요. 지금 아이들은 옛이야기를 잘 몰라요. 들려주는 사람도 적어요. 지금은 옛이야기를 읽지 않아요. 그래서 옛이야기가 낯선 이야기가 되었어요. <질문있어요?!> 첫 책으로 옛이야기를 골랐어요. 옛이야기의 가치를 뒤늦게 알았거든요.

2학년 국어 시간에 <개미와 베짱이>로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개미가 베짱이를 도와주잖아요. 다음날, 그 다음날에도 베짱이가 개미를 찾아가면 개미가 도와주어야 할까요? 개미가 얼마나 도와주어야 하는지 이야기하면서 베짱이가 난민으로 보였어요. 배가 너무 고파서 베짱이가 개미네 집에 찾아갔다고 이야기하면서 개미가 유럽 사람들로, 베짱이가 시리아 난민으로 보였어요. 난민들은 게을러서가 아니라 배가 고파서 개미네 집을 찾아갔어요. 유럽에 식량이 있다고 하니까 작은 배에 가족과 희망을 싣고 지중해를 건넜지요. 개미를 찾아간 셈이에요. 놀라웠어요. 이야기에 빠져들면 그 이야기가 곧 지금 우리 이야기로 바뀌는 경험 말이에요.

이야기는 힘이 세다고 하죠. 특히 옛이야기는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 입을 오르내리며 살아남은 이야기예요. 이야기를 듣고 말하며 전한 사람들의 마음과 소망이 담겨있어요. 그래서 첫 책으로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골랐어요.

 

2. 해와 달이 된 오누이 내용

산골 마을에 한 엄마가 아이 셋(대부분 책에서는 둘)을 데리고 살았어요. 엄마는 가난해서 이곳저곳을 다니며 일했어요. 어느 날 엄마가 이웃 마을에서 일하고 돌아오다가 호랑이를 만났어요. 호랑이는 떡을 빼앗아 먹고, 엄마까지 잡아먹었어요. 그러고는 엄마 옷을 입고 아이들을 찾아왔어요. 엄마라고 속여서 아이까지 잡아먹으려 했지요. 아이들은 꾀를 내어 도망친 뒤에 나무 위로 올라갔어요. 호랑이는 몇 번이나 실패하고도 포기하지 않고 나무에 오르는 방법을 알아내요. 호랑이에게 잡아먹힐 위험에 처하자 아이들은 동아줄을 내려달라고 빌어요.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와서 아이들을 데려가는 걸 보고 호랑이도 동아줄을 내려달라고 해요.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와서 호랑이가 붙잡고 올라가는데 썩은 동아줄이어서 호랑이는 떨어져 죽었대요. 하늘로 올라간 오누이는 해와 달이 되어 온 세상을 비추고 있대요.

여러 출판사에서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출간했어요. 보리 출판사 책에는 엄마가 아이 셋을 데리고 사는 상황을 설명해요. 엄마가 호랑이에게 떡을 주고, 팔을 내주고, 다리까지 주면서도 집으로 돌아가려고 애쓴 모습이 나와요. 세 아이 중 막내가 호랑이에게 잡아먹혔다고 썼어요. 아이들을 위해 자신을 내어주는 엄마의 모습이 잘 나타났어요. 또한 그림을 부드럽게 그려서 옛이야기 느낌이 나요. 옛이야기 그림책 작업을 많이 하신 홍영우 작가님이 글과 그림을 그렸어요. 그래서 보리 출판사 책으로 골랐습니다.

 

3. 질문

몇 가지 주제를 정해서 질문을 준비했어요. 쉬운 질문으로 시작해서 점점 어려운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질문을 따라가며 천천히 이야기해보세요. 정답을 알아내려고 하지 말고 이야기를 나누세요. 그럼 아이들이 토론을 좋아할 거예요.

<호랑이>

. 호랑이를 실제로 본 적 있나요? 어디에서 어떻게 보았는지 경험을 말해주세요.

-1. 옛이야기에는 호랑이가 자주 나옵니다. 호랑이가 나오는 이야기를 말해보세요.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줄줄이 꿴 호랑이, 호랑이와 곶감, 호랑이 뱃속 구경, 호질, 그림책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2004년 볼로냐 라가치상을 받았습니다.)

-1-1. 호랑이가 나오는 이야기 중에서 어떤 이야기를 읽거나 들었나요?

-1-2. 호랑이가 나오는 이야기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이유를 말해보세요.

-2.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 나오는 호랑이가 한 행동을 모두 말해보세요.
(엄마를 잡아먹는다. 오누이를 잡아먹으려고 속인다. 아이들에게 계속 속는다 등)

-2-1. 호랑이 행동으로 보아 호랑이는 어떤 성격이나 특징을 가졌나요?

-2-2. 옛이야기에 나오는 호랑이가 공통으로 보이는 특징을 말해보세요.
 (힘이 세고 사람들을 두렵게 하지만 어리숙한 점이 많다.)

-3. 옛이야기는 사람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하면서 지금까지 남았어요. 호랑이처럼 힘이 세고 사람들을 두렵게 하던 대상이 어리숙하게 행동하고 망가지는 이야기를 들으며 백성들이 좋아했어요. 옛이야기를 말하고 들으면서 당시 사람들은 누가 호랑이라고 생각했을까요(부자와 관리를 대표하는 양반들)

-3-1. 호랑이는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동물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호랑이를 용맹한 동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옛이야기에는 호랑이가 힘은 세지만 어리숙한 동물로 나옵니다. 이렇게 묘사한 까닭을 의논해봅시다.
  (양반으로 대표되는 지배층은 백성들에게 두려운 대상이었다. 백성들은 양반에게 항의하거나 대항하지 못했다. 적어도 이야기에서는 양반을 꾸짖거나 어리석다고 표현할 수 있었다. 그래서 가면이나 탈을 쓰고 양반을 꾸짖거나 비판하는 이야기가 발달했다. 양반들도 백성들이 이야기나 노래로 양반을 풍자하는 것만은 막지 못했다. 그래서 옛이야기에 호랑이가 자주 등장한다.)

-4. 호랑이를 어리숙한 동물로 묘사한 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와 같은 효과를 냈습니다. 이런 점에서 옛이야기가 어떤 가치가 있는지 의논해봅시다.

 

<엄마와 호랑이의 노력>

. 엄마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과 장소를 설명해보세요. 엄마가 집으로 돌아가려면 언제, 어떤 곳을 지나야 하나요?
  (산을 넘어야 한다. 일을 마치고 늦게 와야 한다. 호랑이가 나타날 수 있다. 아무도 없는 집에 아이들만 기다리기 때문에 마음이 조급하다 등)

-1. 엄마가 일을 마치고 돌아갈 때 호랑이가 나타나서 무엇을 빼앗았을까요? 순서대로 말해보세요.
 (대부분 책에서 호랑이가 떡을 빼앗아 먹고, 옷을 빼앗고, 엄마를 잡아먹었다. 보리출판사 책에서는 호랑이가 떡을 빼앗아 먹고, 엄마 팔을 먹고, 엄마 다리를 먹고, 결국 엄마를 잡아먹었다.)

-2. 떡을 빼앗아 먹고 엄마를 잡아먹고도 호랑이는 욕심을 내서 아이들을 잡아먹으려고 집에 찾아갔습니다. 호랑이가 아이들을 잡아먹기 위해 시도한 일을 나열해봅시다.
 (엄마 옷을 입고 엄마인 척함, 목이 쉬었다고 속임, 나무에 올라가려고 참기름을 바르고 도끼로 나무를 찍음, 동아줄을 내려달라고 빌었음.)

-3. 엄마를 위협하고 잡아먹었던 호랑이가 오누이에겐 다른 방법을 씁니다. 속임수(엄마 옷 입기, 반죽이 묻었다고 속이기, 막내를 몰래 잡아먹기(보리 출판사)를 쓰고 동아줄을 내려달라고 빌기도 합니다. 그냥 잡아먹어도 되는데 속임수를 쓴 까닭을 의논해봅시다.
 (호랑이가 단순하게 먹이를 찾는 동물이 아니라 무언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아이를 속이는 모습으로 나타냈다.)

-4. 아이를 기르기 위해 엄마가 열심히 일하지만, 호랑이도 아이를 잡아먹기 위해 노력합니다. 엄마와 아이가 백성이라면, 엄마의 노력을 헛수고로 만드는 호랑이는 누구일까요?
 (나쁜 관리나 신하들 또는 외적 - 중국, 거란과 여진 등 북방 민족, 특히 일본)

-5. 여러분의 희망을 무너뜨리거나, 여러분을 힘들게 하는 호랑이가 있나요? 소개해주세요.

 

<어려움>

. 엄마는 왜 아이들만 두고 일하러 갔을까요?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엄마가 일해야 아이들을 기를 수 있어서)

-1. 옛날에는 대가족이 모여 살았어요. 그런데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빠가 나오지 않아요. 엄마 혼자 산골 마을에서 아이 셋을 기릅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빠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돌아가셨을 것이다. 다른 곳으로 갔을 것이다, 호랑이가 잡아먹었을 것이다 등)

-2. 옛날에는 마을 사람들이 서로 친했어요. 이웃이 가족처럼 가까운 사이로 지냈기 때문에 이웃사촌이란 말도 생겼습니다. 호랑이가 문을 뚫고, 아이들을 잡아먹으려고 나무 아래에서 으르렁대는데도 아무도 나오지 않아요. 사람들이 왜 나오지 않을까요?
 (외딴곳에서 산다 떡을 만들기 위해서는 쌀과 노동력이 필요하다. 엄마 혼자 떡을 만들면서 아이를 기르고, 떡을 팔러 다니기 어렵다. 그러므로 외딴곳은 아니다.)
 (호랑이가 무서워서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이 대답이 더 합리적이다.)

-3.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빠가 없는 집에서 아이들을 기르던 엄마까지 없어졌습니다. 이웃도 도와주지 못하는 처지입니다. 우리 백성이 이렇게 힘든 일을 겪었던 때를 찾아봅시다.
 (가뭄과 홍수 자연재해가 일어나면 노약자가 먼저 피해를 당한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는 아이만 살아남았으므로 가뭄과 홍수는 아니다.)
 (전염병이 생겨도 아이와 노인이 먼저 죽는다.)
 (호랑이 같은 힘 있는 사람이나 세력이 백성들을 괴롭히던 상황일 것이다.)

-3-1. 엄마가 호랑이를 만났을 때 아무도 도와주지 못했어요. 아이들도 호랑이 때문에 힘들었어요. 여러분도 이처럼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것 같은일을 겪은 적이 있나요?

-3-2. 그때 어떻게 견뎠나요? 어떻게 이겨냈나요? 이겨내는 비법이 있나요?

-4. 가족도, 이웃도, 나라의 도움도 받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일을 만나면 사람들은 어떻게 했을까요? 우리 조상들이 실제로 했던 일을 찾아봅시다.
 (기우제, 산신제, 용왕제, 정화수를 떠놓고 빌기 등의 행위)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가 전해진 까닭>

. 아이들을 도와줄 가족이 없기 때문에 엄마 혼자 아이들을 기르기 위해 힘겹게 일해야 합니다. 보통 이야기에서는 엄마를 살려줍니다. 그런데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는 엄마가 떡을 다 주고, 팔과 다리까지 내어주고 죽습니다. 역사에서 우리 민족이 이 정도로 어려움을 겪은 적이 언제일까요?
 (몽골의 지배를 받던 고려 시대, 임진왜란, 병자호란, 일제 강점기)

-1. 옛이야기는 교훈을 주거나(흥부와 놀부, 심청전 등), 유래를 설명하거나(단군 신화, 설문대 할망 등), 어려운 현실을 비판하거나 통쾌하게 뒤바꾸거나(전우치전, 홍길동전 등) 흥을 돋우려는 목적으로 사람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한 이야기입니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는 이런 목적에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이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이야기한 까닭이 무엇일까요?
 (힘들고 어려운 현실을 이겨내려고, 소망을 잃지 말라고)

-2.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미래에 하고 싶은 일보다 과거에 했던 일을 이야기하는 사람입니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나오지 않는 건 무슨 뜻일까요?
 (과거가 사라졌다. 역사를 잃었다.)

-2-1. 아빠는 미래의 주인공이 될 아이들을 뒷받침하는 사람입니다. 아이들이 현재를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떠받치는 사람입니다. 아빠가 없다는 건 무슨 뜻일까요?
 (현재가 너무 힘들다. 현재가 사라질 정도로 힘든 상황이다.)

-2-2. 엄마는 죽었다는 건 무엇을 뜻할까요?
 (아이들을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 희망이 사라졌다.)

-2-3. 과거(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사라지고, 현재(아빠가 없고 엄마마저 호랑이에게 잡아먹힘)도 무너졌습니다. 이웃도 도와주기 힘든 처지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아무 희망이 없습니다. 우리 민족이 과거와 현재를 송두리째 사라질 뻔한 시대가 있었을까요?

 

(일제 강점기)

-3.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일제 강점기 상황에 맞춰 해석해봅시다. 호랑이가 한 짓이 당시 백성들에게 어떻게 다가왔을까요?
 (호랑이(일본)가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죽이고, 아빠를 잡아가고, 엄마마저 무너뜨리고, 아이들까지 잡아먹으려 하는 이야기로 다가왔을 것이다.)

-3-1. 일제 강점기 때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빠, 엄마, 아이는 어떤 상황에 처했나요?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과거를 나타낸다. 일제는 우리의 역사를 왜곡하고 짓밟았다. 아빠는 아이들 곁을 지키지 못한다. 일부는 독립운동하러 갔고, 일부는 징용을 당해 전쟁터나 탄광으로 끌려갔다. 이 땅에 남은 사람도 죽은 것과 다름없는 처지였다. 엄마는 아이들을 돌보고 지키려 했지만, 호랑이 앞에서 역부족이었다. 떡을 주면 살려줄 줄 알았지만 착각이었다. 일본은 떡을 빼앗고(식량 공출), 팔과 다리를 빼앗고(우리 민족을 노예로 삼았다), 아이들까지 잡아가려 했다(일본어 교육, 우민화 교육). 우리 민족은 나라를 잃고, 자원을 수탈당하고, 경제가 예속되고. 언어를 잃고, 이름까지 바꾸어야 했다. 미래가 사라졌다. 아이들이 잡아먹힐 지경인데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이들마저 위안부와 일본을 위한 일꾼으로 전락할 위험에 처했다.)

-4. 엄마가 호랑이에게 떡을 주면 살아남을 줄 알았다. 이 고개만 넘으면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고개를 넘을수록 호랑이는 점점 더 요구했고, 결국 엄마를 잡아먹고 아이를 찾아갔다. 호랑이가 집요하게 위협하는 처지에서 무력한 백성은 무얼 기대했을까?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오기를 기다렸다. 언젠가 일본이 패망하고 아이들만은 살아남기를 바란 셈이다.)

-5. 힘들고 어렵게 사는 백성들에게 <해와 달이 된 오누이>는 어떤 이야기로 들렸을까?
 (바라볼 대상이 하늘밖에 없다. 천운을 입어 살아남기를 바랐다.)

. 옛이야기는 대부분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흥부는 부자가 되어 형을 돌보고, 심청이는 아버지와 다시 만나 건강하게 살며, 홍길동은 율도국에서 백성이 행복하게 살게 한다. 그런데 오누이는 마을에서 행복하게 사는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어떻게 끝날까?
 (오빠는 달이 되고, 누이동생은 해가 되었다. 처음에는 오빠가 해, 동생이 달이었는데 동생이 무서워해서 바뀌었다. 이야기 마지막까지 동생이 무서워하는 내용이 나오는 건 색다르다.)

-1. 오누이는 왜 해와 달이 되었나요?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면 됩니다.)

-2. (-1에서 의견을 말하지 않을 경우)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를 아는 사람이 힘든 일을 겪을 때 해와 달을 바라보면 어떤 생각을 했을지 물어보세요.

 

4. 덧붙이는 내용

  좋은 독서가는 책 내용을 자기 눈으로 읽습니다. 줄거리가 아니라 자신만의 관점으로 작가의 생각을 해석하지요. 쉽지 않습니다. 학생들에게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에요. 정답을 요구하는 시스템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답 찾기만 하기 때문이에요. 책을 읽고 정답을 찾아야 한다면 무얼 읽을까요? 줄거리, 작가의 의도 같은 거지요. 시험에 나올 만한 내용 말이에요.

책은 다양하게 생각하는 도구입니다. 독서 토론은 이를 도와주지요. 여러 사람이 저마다의 생각을 나누면서 생각이 넓어집니다. 토론하면서 다양한 생각을 만나고, 그 생각을 바탕으로 자기 생각을 만들어갑니다. 제가 만든 질문은 호랑이를 일본으로, 엄마와 아이를 일제 강점기에 고통당한 백성으로 해석합니다.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어요. 제 질문에 제한받지 말고 다양하게 생각해보세요.

5. 관련 책을 한 권 소개합니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가 태양계를 만들어옛이야기에 나오는 내용을 과학 지식과 연결해서 소개한 책이에요.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 나오는 해와 달로 태양계를, <토끼전>에 나오는 간으로 소화 기관을, <흥부와 놀부>에 나오는 제비로 새 종류를, <혹부리 영감>에 나오는 노래로 소리를, <요술 맷돌>에 나오는 소금이 짠 까닭으로 바닷물을, <설문대 할망>에 나오는 제주도로 화산을 소개했어요. 그림이 화려해서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아요.

 

 

1번은 최근에 읽은 책, 뒤로 갈수록 예전에 읽은 책이다.

1.
마이너스 스쿨 (이진 외, 195)
   <학교 폭력>을 주제로 작가 다섯 명이 쓴 단편 모음이다. 두 편은 조금 읽고도 결말이 보였고, 두 편은 과장되거나 억지스러웠다. 나는 귀신이 나오는 글을 좋아하지 않는다. 두 편에서 귀신이 중요한 역할을 해서 이렇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한테 유치하면 학생들은 좋아할 것 같다. 정명섭 작가가 쓴 <즐거운 나의 학교>는 좋았다. 다만 이 책보다 4개월 먼저 출판된 죽이고 싶은 아이와 결말이 같았다. 글을 쓰는 데 4개월 이상 걸릴 테니 저작권을 침해하진 않았을 거로 생각한다. 그래서 의외였다. 결말이 똑같다니~

2. 용기 없는 일주일 (정은숙, 232)
  제목을 잘 정했다. 주인공 이름이 용기인데, 용기가 다쳐서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학교가 <용기 없는 일주일>을 보낸다. 친구들은 용기가 없어서 박용기가 학교 폭력을 당할 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용기가 다치고 담임 선생님이 학교 폭력 가해자를 찾기 시작한다. <학교 폭력>이 무거운 주제인데 탐정 형식으로 만들어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좋은 책이다.

3. 죽이고 싶은 아이(이꽃님, 200)
  주연이가 서은이를 이끌고 서은이가 주연이를 따른다. 주연이가 서은이를 함부로 대하는 것 같고, 서은이가 주연이 말을 거부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다가 주연이가 학교 구석진 곳에서 벽돌에 맞아 죽는다. 범인으로 주연이가 지목되고 재판이 진행된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아니라 가정환경으로 인한 결핍 때문에 인간관계가 흔들리는 학생들 마음을 잘 보여준다. 가해자를 찾아가는 수사 형식이라 학교 폭력 장면이 직접 드러나지 않고 재미도 있다. 

4. 우상의 눈물
  『우상의 눈물저자 전상국 작가를 만날 일이 생겨 읽었다. 읽은 느낌은, 한 마디로 짜릿했다. 엄석대 같은 아이 기표를 무너뜨리는 과정이 놀랍다. 눈에 보이는 폭력보다 보이지 않는 폭력이 더 무섭다. 보이지 않는 폭력의 위험을 외치고 다녔기 때문에 이 소설이 더 마음에 들었다.

5. 연의 노래
  네이버 웹툰을 만화로 만들었다. 재미있고 의미도 있다. 만화로 읽기 딱 좋다. 따뜻하고 감상적이다. 학교폭력, 친구 관계를 미스터리 답 찾듯 보여준다. 가볍게 읽기 좋다.

6. 불균형 (우오즈미 나오코, 168)
  <불균형>은 일본에서 가장 권위있는 상 중 하나인 고단샤 아동문학 신인상을 수상한 작가의 책이다. 청소년들의 아픔을 잘 드러냈기 때문에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는 초등학교 5-6학년 때 왕따를 당했다. 중학생이 되면서 '쿨하게 살자''친구를 사귀지 말자'고 다짐했다. 교실에 있지만 교실에 있지 않는 상태로 살아간다. 상처 받지 않기 위해. 그러나 아무리 쿨하게 살려 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다. 청소년기의 불안과 고민, 아픔을 잘 드러냈다. 왕따, 학교폭력을 다룬 참 좋은 책이다. 균형을 잃은 관계를 극복하고 균형을 잡아가는 이야기이다.

7. 스피릿 베어의 기적 (벤 마이켈슨, 239) / 소설
  학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가 알라스카 한 섬에서 함께 지내며 회복되는 이야기 스피릿 베어에 이어 콜과 피터가 학교로 돌아와 현실에 다시 부딪치고 흔들리고 분노하고 회복되는 이야기이다. 현대인들이 좋아할 내용이지만 내 가치관과는 달랐다. 인디언의 정신을 담아 썼지만 현실을 정신으로 이겨내는 과정에 동의할 수 없었다. 가치관이 다른 사람과 토론하면 재미있겠다.

8. 불균형 (우오즈미 나오코, 168) / 소설
  <불균형>은 일본에서 가장 권위있는 상 중 하나인 고단샤 아동문학 신인상을 수상한 작가의 책이다. 청소년들의 아픔을 잘 드러냈기 때문에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는 초등학교 5-6학년 때 왕따를 당했다. 중학생이 되면서 '쿨하게 살자' '친구를 사귀지 말자'고 다짐했다. 교실에 있지만 교실에 있지 않는 상태로 살아간다. 상처 받지 않기 위해. 그러나 아무리 쿨하게 살려 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다. 청소년기의 불안과 고민, 아픔을 잘 드러냈다. 왕따, 학교폭력을 다룬 참 좋은 책이다. 균형을 잃은 관계를 극복하고 균형을 잡아가는 이야기이다.

9. 수상한 진흙 (루이스 새커, 227) / 소설
  학교폭력 가해자, 피해자, 범생이가 수상한 진흙 때문에 싸우고, 두려워하고, 다시 서로를 찾는다. 무슨 진흙일까? 친구 관계와 환경 문제를 함께 다룬 좋은 작품이다. 오래도록 <구덩이>를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못 읽었다. 루이스 새커의 책을 이제야 읽다니! 적극 추천한다.

10. 인디고의 별 (힐러리 매케이, 335) / 6 이상 / 학교폭력, 가족관계, 친구
  새피의 천사에 이어지는 내용으로 인디고가 주인공이다. 빨강머리와 일당이 인디고를 괴롭히자 새피와 사라가 빨강머리를 박살낸다. 빨강머리 일당은 인디고 대신 톰을 괴롭히고 인디고는 톰과 친구가 된다. 톰은 아빠가 재혼해서 가족이 된 새엄마와 동생을 받아들이지 못해 잠깐 할머니 집에 온 미국 아이다. 학교폭력 가해자 우두머리와 일당들의 심리, 우정, 가족관계를 다룬 좋은 책이다.

11.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 (에린 그루웰, 534) / 글쓰기, 상담, 교육
  글을 쓰며 치유된 뒷골목 학생들 이야기다. 중학생만 돼도 갱단에 가입하고, 친구가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동네에서 인종차별, 가정폭력, 학교폭력에 글쓰기로 맞서는 이야기다. 교사 한 명이 150명의 삶을 바꾼(뒤집어버린) 실화이다. 이 책이 나왔을 때 나도 <작은 자유 작가>들과 글을 썼다. 그 이야기를 선생님의 숨바꼭질에 썼다.

저는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중학생과 토론하기 때문에 고등학생 대상 책은 찾아 읽지 않았습니다.
읽다가 "이건 고등학생이 읽으면 좋겠는데~" 하는 생각이 드는 책만 골랐어요.

휴먼카인드 (뤼트허르 브레흐만, 536) / 인문
  11월에 읽었는데 독서토론 질문을 만들려고 다시 읽었다. 많은 사람이 받아들이는 생각(통념)과연 그러한가?’ 생각하며 새로운 관점에서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대부분 사람이 옳다고 받아들인 사실이 정말 옳은지 밝히는 내용이다. 소년들이 무인도에 갇힌다면 정말 파리대왕같은 일이 일어날까? 이스터 섬에서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을까?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 스탠리 밀그램의 전기충격 실험, 방관자 효과를 널리 알린 캐서린 제노비스의 죽음은 알려진 그대로일까? 인간의 본성이 악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실험들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보여준다.
  저자가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이 특별하다. 친밀하고 우호적인 존재가 살아남는다는 호모 퍼피 이론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공감의 부정적인 면, 권력자가 보이는 행동을 분석한 내용은 정말 놀랍다.
  『휴먼카인드는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사람에게 당신의 생각이 타당한가?’ 하고 묻는 책이다. 반면 긍정하며 잘 받아들이는 분에게 제대로 받아들이는가?’ 묻는 책이다. 물론 긍정적인 태도로 바라보는 분이 멋진 신세계1984, 기억전달자, 산둥수용소같은 책을 읽는다면 균형잡힌 생각을 갖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화씨 451 (레이 브래드버리, 279) / 소설
  70년 전(1953)에 바라본 디스토피아 세상을 썼다. 저자는 사람들이 점점 책을 읽지 않고 영상에 빠져들 거라고 봤다. 책을 읽는 사람이 줄어들다 못해 국가에서 책을 읽지 못하도록 전략을 세운다. 거짓 방송을 내보내어 세뇌하고 국민을 우둔하게 만든다. 그래야 국가에서 하는 말을 그대로 믿을 테니까.
  대부분 국민이 책이라곤 본 적이 없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숨어버렸다. 책을 간직하다가 들키면 방화수들이 가서 책을 태워버린다. 집을 불이 나지 않는 소재로 만들어서 소방관들이 할 일이 없어지고, 오히려 불을 지르는 직업이 생겨났다. 책 제목인 화씨 451도는 책이 타기 시작할 때 온도다.
  몬테규는 방화수다. 책을 태우러 갔다가 책과 함께 죽는 사람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도대체 책이 뭐라고 책과 함께 죽는지 궁금해서 책을 한 권씩 숨겨온다. 책을 좋아하던 사람을 찾으려 한다. 그러다가 발각되고, 자신이 모은 책을 스스로 불태워야 하는 처지가 된다. ……
  사건이 많지 않고 몬테규의 생각과 서술이 많아 읽기 쉬운 책은 아니다. 그래도 70년 전에 이런 생각을 하다니 대단하다. 책보다 영상을 좋아하는 세상이 될 줄 어찌 알았을까! 책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참 좋은 책이다.

준주(조양희, 456) / 소설
  작가는 어릴 때 엄마와 외할머니가 징병으로 잡혀가서 돌아오지 않은 외삼촌 이야기를 들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작가가 외삼촌 나이의 아들을 둔 나이가 되어서 비로소 외삼촌 이야기를 엄마에게 물었다. 그리고 소설에서나마 외삼촌이 행복하게 사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서 <준주>를 썼다고 했다. 준주는 작가의 엄마, 외삼촌은 오빠로 등장한다. 대구에서 살다가 일본에 공부하러 가고, 인연들이 만나고 헤어지고 가슴 저리게 그리워하다가 다시 만난다. 작가의 의도가 해피엔딩이기 때문에 긴장감이 적다. 일제 강점기 이야기 중에 가장 편안하게 읽었다. 위험도 겪지만 행복하게 끝나서 현실성이 떨어진다. 나는 슬픔과 친하기 때문에 이렇게 느꼈지만,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이 많을 것 같다. 고등학생들과 토론하려고 읽었다.

지리의 힘 2 (팀 마샬, 460) / 인문
  지리의 힘 1권에서 중국, 미국, 서유럽, 러시아, 한국과 일본,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중동, 인도, 북극을 다루었다. 2권에서는 분쟁 지역이거나 분쟁이 늘어나는 곳을 설명한다. 오스트레일리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영국, 그리스, 터키, 사헬, 에피토피아, 스페인, 그리고 우주. 이 책을 읽으며 같은 언어와 문화를 가진 종족이 나라보다 더 중요한 영역임을 깨달았다. 학생들이 지리의 힘 1권과 2권을 읽으면 세상을 잘 이해할 것 같다. 참 좋은 책이다.
  저자가 꼽는 강대국의 조건이 있다. 교통망(배가 다니는 강, 평야지대, 대양으로 나가는 항구), 적으로부터 방어할 산맥이나 강의 지형, 힘을 길렀을 때 밖으로 나갈 통로(러시아에게 있어서는 우크라이나 방향), 민족의 연합 능력이다. 이는 경제력과 군사력의 바탕이다. 저자가 말하는 힘은 그야말로 파워다. 그래서 이 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진짜 힘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가진 평화의 힘, 고난을 이겨내는 힘, 싸우지 않고 화해하는 힘이다. 저자의 눈에 이것들은 에 속하지 않을 것이다.

지리의 힘 (팀 마샬, 367) / 인문
  지리(땅의 모양)가 한 나라를 강하게 하거나 지도자의 야망을 좌절시킨다. 중국이 해양 대국을 꿈꾸는 까닭, 미국이 세계 최강국이 된 까닭, 유럽이 좁은 곳에서 여러 나라가 생긴 까닭 등을 지리로 설명한다. 우리나라가 강대국들의 경유지가 된 것도 지리로 풀어간다. 25년 이상 국제문제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얻은 다양한 정보를 잘 풀어냈다.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게 되었다. 재미있고 색다른 책이다.

화이트 타운 (문경민, 342) / 소설
  5년 전에 집을 지으려고 땅을 사러 다녔다. 집 구조를 살피려고 아파트, 타운하우스 분양하는 곳에 처음으로 가봤다. ~ 분양하는 직원들 사기가 장난 아니었다. 이거 사면 무조건 돈을 번다는 자신감이 보였다. 지난해인가 LH 직원들이 투기하는 뉴스가 나왔다. 개발할 곳을 미리 알고 땅을 사서 돈을 벌어들이고, 다시 땅이나 아파트를 사고 이러면 금방 돈을 벌 것 같다. 이런 사람들과 지내면 눈에 돈만 보이고, 아파트에만 매달릴 것 같다.
  『화이트 타운에는 두 무리가 나온다. 아파트값을 올려 돈을 벌려는 무리와 반대편에 선 소수. 임창현은 돈에 한이 맺힌 사람이다. 자기 앞을 가로막는다면 사람이건 제도건 부숴버린다. 우격다짐으로 아파트를 사 모으고, 재개발할 때 아파트 팔아 땅을 사고, 타운하우스를 지어 자기만의 왕국을 만들려 한다. 계획을 착착 진행시키는 중에 문제가 생긴다. 검은 장부를 관리하던 회계직원이 자살한다. 그리고 아파트 앞에 있던 폐교에 특수학교를 설립하려 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에 몰입해서 단숨에 읽었다. 오랜만에 정말 몰입하게 만드는 내용을 만났다. 화이트 타운은 일정한 수면 시간을 깨버렸다. 잠자는 시간을 훌쩍 넘긴 늦은 밤, 끝부분을 읽다가 충격받았다. ‘이건 뭐?’ 책을 꽤나 읽었는데 이런 결말은 상상도 못 했다. 파격적인 결말이 꺼림칙했는지 작가가 결말에 대해 에필로그에 설명해놓았다.
  도시에 사는 분들이 아파트 왕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이 책은 꼭 독서모임을 해야겠다. 대한민국 다수 국민이 겪는 이야기를 참 재미나게 썼다.

주홍글씨 (너새니얼 호손, 286) / 고전문학
  헤스터는 아빠가 누군지 모르는 아이를 낳아 죄인으로 낙인찍힌다. 평생 주홍색으로 새긴 글씨(Adultery, 음란) A를 가슴에 새기고 다녀야 한다. 공개적으로 비난당하며 홀로 외로이 아이를 기르면서도 아빠가 누군지 말하지 않는다. 헤스터는 자신의 죄악을 드러내놓고 결과를 감당하며 살아간다. 아이 아빠는 죄악을 감추고 괴로워한다. 신분과 직업이 죄악을 밝히지 못하게 막았고, 그 때문에 더욱 괴로워한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그 사람이 경건하다고 좋아한다.
  심리 묘사가 굉장히 많은 책이다. 고전을 읽어본 사람이 아니라면 읽기 힘들다. 내겐 참 좋았다. 마음의 변화를 드러내는 곳이 많아 좋았고, 헤스터가 묵묵히 살아가는 모습이 좋았다. 마지막 장면도 굉장히 의외였다. 아무튼 좋았다.

체호프 단편소설 (안톤 체호프, 312) / 고등학생 이상
  난 단편은 잘 모르겠다. ‘뭔가 더 있겠지?’ 해도 없는 게 단편소설이다. ‘내용이 더 있으면 좋겠다생각해도 없다. 체호프 단편에는 웃음이 있다는데 나한테는 잘 안 보인다. 가끔 느껴지는 단편도 있지만, 대부분 , 뭐지?’ 하다가 끝난다.

요코 이야기 (요코 가와시마 왓킨스, 294) / 고등학생 이상
  12살 요코는 일제강점기에 청진에서 살던 일본인이다. 일본 패망이 가까워지자 엄마, 언니와 서울을 향해 도망간다. 아빠, 오빠와 만날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도망치다가 몇 번이나 죽을 위기를 넘기고 겨우 일본에 간다. 일본에서도 거리에서 자면서 힘겹게 버틴다. 일본인이 고생한 이야기라 비판을 많이 받았다. 동아시아에서는 우리나라에서만 번역되었다. ‘일본이 우리 선조를 얼마나 괴롭혔는데 이걸 고생이라고 썼냐? 우리 선조가 겪은 일에 견주면 아무것도 아니야!’ 라는 마음이다. 12살 아이가 겪은 일을 썼기 때문에 그렇구나!’ 하며 읽었다. 어디에서나 전쟁은 없어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화물 (장 클로드 그럼베르그, 109) / 소설
  참으로 귀한 책을 만났다. 아우슈비츠로 가는 기차에 할아버지가 타고 떠난 지 넉 달 뒤에 아버지가 또 기차를 탔다. 이때 저자는 4살이었다.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작가들 책을 좋아했다. 수기도 있었고, 심리학이나 철학을 다룬 책도 있었다. 소설은 처음이다. 독특한 문체로, 예측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썼다. 저자는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는 모든 걸 말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문장 그대로다. 홀로코스트에 관해 모든 걸 말해주는 책이다. 대단한 능력이다. 강력 추천한다.

천 개의 파랑 (천선란, 374) / 소설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을 받은 책이다. 과학문학상이라? 과학 소재로 쓴 문학인지, 이야기로 과학을 말하는 건지 궁금하다. 책을 읽어보니 작가는 문학가라기보다는 과학자이다. , 문장을 쓰는 능력은 확실히 문학 쪽이다. 정말 문장을 잘 쓴다. 특히 여성이 관계에서 느끼는 마음을 정~말 잘 표현했다. 문장을 읽는 것만으로도 책값을 했다고 본다.
  그러나 문학의 눈으로 보면 부족한 점이 있다.

첫째, 인물의 개연성이 부족하다. 주요 인물이 고2 정도의 학생들인데 너무 성숙한 모습을 보여서 비현실적이다. 인물의 성격, 행동, 만남이 툭툭 끊어진다. 인물 아이디어를 준비해놓고 책 한 권에 다 넣었으나, 잘 연결하지는 못했다. 조금 더 익혀서 책을 냈다면 정말 좋은 책이 되었을 것 같다.
  특히, 여성의 관계를 표현하는 능력이 탁월한 반면 남성의 중요도가 떨어진다. 남성을 주변화시켰다. 핵심 인물로 등장하는 보경(어머니)의 남편은 죽는다. 연재를 고용했던 점장은 연재를 해고할 때와 나중에 연재가 부탁할 때 한 번만 나온다. 남성 기자는 연재와 은혜의 부탁에 몇 달이나 고생하며 준비한 기사를 포기한다. 지수의 아빠는 지수에게 부품을 주는 역할로만 나온다. 대기업 사장 부인인 지수 엄마가 연재네 엄마와 함께 밥 먹자고 말할 정도가 되는데도 아빠는 나오지 않는다. 말 관리자도 잠깐 큰소리치다가 쭈그러든다. 작가가 여성으로 살아오면서 느낀 마음을 표현하려 한 것 같다. 남성이 나오지 않거나, 중요한 역할을 맡지 않아도 괜찮다. 그러나 이 책은 작가가 여성을 다룰 능력이 탁월한 반면, 남성을 표현할 능력이 없어서 남성을 뺐나?’ 하는 마음이 들게 해서 아쉽다.

둘째, 주제의식이 탁 드러나게 썼다. 주제가 빤히 들여다보여서 문학성이 부족해 보인다. 인간의 자리를 기계가 대신하는 것, 빈부 격차가 가져오는 우월감이나 박탈감, 장애, 이익을 위해 동물을 괴롭히는 것, 점점 더 자극적인 것을 찾는 모습을 드러낸다. 여러 주제를 담았으나, 제대로 다루지는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인물의 성격과 사건을 툭툭 끊어지게 표현한 것처럼 주제도 툭툭 끊어진다.
  조금 더 익었으면 좋았을 소설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앞에서도 말했듯이 문장만으로도 읽을 만한 책이다. 특히 승마 로봇으로 나오는 콜리가 매력적이다. 콜리는 등장인물이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로봇이다. 그래서 선입견 없이 마음을 털어놓는 대상이 된다. 콜리를 만나는 사람은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 콜리는 조정자, 중재자 역할을 한다.

  나는 나이가 들면 이런 사람이 되어야지~ 했던 모습이 있다. 내가 생각한 모습이 콜리와 비슷하다. 찬찬히 이야기를 들어주고, 담담하게 툭 문장을 던져주는 사람. 상대가 그 말을 듣고 고민하게 하며, 때로는 깨닫게 하는 사람! 천 개의 파랑에서 콜리가 사람을 대하는 모습, 콜리가 하는 말을 읽는 것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있다.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577) / 소설
  아프가니스탄 여성이 겪었던, 이제 다시 겪을 수도 있는 삶을 이야기한다. 르완다 내전을 겪은 소녀의 이야기 천 개의 언덕이 생각났다. 전쟁, 죽음, 난민, 절망을 다룬 두 책이 <천 개의>라는 말로 시작한다. 르완다에 있는 천 개의 언덕,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천 개의 태양이 왜 피로 물들어야 했을까? 슬프다. 어릴 때의 찬란한 꿈이 무너지며 겁에 질린 피해자로 살아야 하는 여성들의 삶이 참으로 안타깝다. 내가 아이 몇 명 도울 힘밖에 없어서 슬프다. 진짜 힘 있는 사람은 가난하고 약한 사람에게 관심이 없을까?

소녀는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레이철 시먼스, 394)
  우리 반 여학생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읽었다. 책 읽고 토론하고 고민한 날이 길어서 대부분 아는 내용이었다. 그래도 다시 읽으니 좋다. 내 마음이 여성스럽다는 걸 다시 확인했고, 읽으면서 위로를 받았다. 다른 사람 눈을 의식하고, 그럴듯해 보이는 모습으로 살아가려는 여성들 마음을 아주 조금은 이해했다. 우리 반 소녀들은 몇 년 더 지나야 이 책에서 말한 고민을 할 것 같다.

돈이 필요 없는 나라 (나가시마 류진, 255) / 사회
  놀라운 생각을 담은 책이다. 돈이 필요 없는 나라를 상상해서 썼다. 실제로 실현하려고 노력한다. 지구에 있는 것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닳고 소멸한다. 음식은 상하고, 동식물은 죽는다. 돈만 다르다. 돈은 시간이 지날수록 이자가 생기고 가치가 늘어난다. 그래서 돈이 문제를 일으킨다. 시간이 지날수록 돈의 가치가 줄어드는 실험을 했다. 현재 만 원이 1년 지나면 9500원이 된다. 돈을 오래 간직할수록 손해가 커지므로 써야 한다. 결과가 어떨지 생각해보시라. 이 실험은 책 내용의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 돈에 대한 가치관이 바뀌면 사회 전반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한 이야기이다. 설명이 아니라 소설 형식으로 썼다. 우리 사회에서 돈이 필요 없는 사회로 간 사람이 겪는 일, 돈이 필요 없는 사회에서 온 사람이 우리 사회에서 겪는 일을 썼다. 경제를 떠받치는 가치를 이야기하기에 좋은 책이다.

오레스테이아 (아이스킬로스, 321) / 그리스 비극
  3대 비극작가로 꼽히는 아이스킬로스가 썼다. 트로이 왕자 파리스가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를 데리고 트로이로 달아난다.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는 아내를 되찾기 위해 형 아가멤논의 도움을 요청한다. 트로이의 목마가 등장하기까지 10년 동안 전쟁이 이어진다. 이 전쟁은 그리스 작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오레스테이아>는 집으로 돌아와 살해당하는 아가멤논(1), 아가멤논의 아들 오레스테스가 아버지를 죽인 어머니를 살해하는 코이포로이(2), 오레스테스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어머니를 죽인 게 죄인지 아닌지 가리는 에우메니데스(3) 이야기이다. 비슷한 때에 일어난 일을 다룬 소설로, 트로이 전쟁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호메로스가 <오디세이아>에 썼다.
  시로 쓰인 문체에, 그리스 신들의 이야기가 복잡해서 앞부분을 읽기 어렵다. 50쪽 정도 지나가면 그때부터는 내용에 빠져든다. 남성과 여성에 대한 편견이 강한 옛날, 전쟁터에 얽힌, 스파르타의 영향이 진한 이야기라 여성이 읽으면 불편하다. 그래도 한 가족을 무너뜨리는 원한과 저주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살피며 읽으면 아주 재미있다.

폭탄 파티 (그레이엄 그린, 211) / 소설
  프레드릭 비크너가 칭찬한 작가여서 읽기 시작했다. 작가의 발상이 뛰어나다. 인간의 탐욕과 경멸을 표현하기 위해 재미난 아이디어를 선보인다. 굉장한 부자가 적당한 부자들을 조종한다. 식은 죽을 먹게 하고 경멸 가득한 말을 내뱉는다. 그래도 적당한 부자들은 경멸을 고스란히 참는다. 굉장한 부자가 선물을 주기 때문이다. 보석, , 스포츠카를 받으려면 경멸을 참아야 한다. 1980년도 노벨상 후보작이라는데 읽을 가치가 있다.

더 브레인 (데이비드 이글먼, 296) / 과학
  첫째의 추천으로 <책뜰안애 독서모임>에서 토론하려고 읽었다. 뇌가 하는 일을 세밀하게 소개한다. 기존의 뇌과학 책과 다르다. TV 프로그램(6부작)으로 만들어져서 독자 친화적이다. 사진이 많고 새롭다. 인간이 누구인지, 어떻게 의미를 만드는지, 어떤 존재가 될지 등의 문제를 로 풀어간다.
  함께 읽은 분들은 저자의 견해에 놀라면서도 반대 의견을 냈다. 나도 반대한다. 실험 사례가 극단적(병에 걸리거나 특이 현상을 겪는 사람)이거나 과학으로 검증할 수 있는 것들이다. (방송으로 제작했기 때문에 호기심을 끄는 사례를 많이 보여준 것 같다.) 과학이 아니라 다른 길로 접근해서 균형을 잡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저자도 이를 의식했는지 철학의 문제를 꺼낸다. 그러나 우리의 뇌가 우리를 결정한다는 주장에 대한 증거로 과학만을 내세운다. 아쉽지만 굉장한, 굉장하지만 논란의 여지가 있는 책이다.

당신의 정체성은 움직이는 표적과도 같다. 당신의 정체성은 절대로 종착점이 이르지 않는다. (12)

살아가는 동안 우리의 뇌와 몸은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로 조금씩(시계의 시침이 움직이는 것처럼) 변화한다. 예컨대 당신의 적혈구들은 4개월마다, 피부세포들은 몇 주마다 완전히 교체된다. 7년이 지나면, 당신의 몸을 이루는 모든 원자가 다른 원자로 교체될 것이다. 물리학적으로 보면, 당신은 끊임없이 새로운 당신이다. 다행스럽게도 다양한 당신의 버전들 모두를 연결해주는 상수가 하나 있다. 바로 기억이다. 어쩌면 기억은 당신을 당신으로 만드는 연속적인 실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억은 당신의 정체성의 핵심에 자리를 잡고 단일하며 연속적인 자아감을 제공한다. (34-35)

기억의 적은 시간이 아니라 다른 기억들이다. (38)

당신은 대상들을 있는 그대로 지각하지 않는다. 당신은 대상들을 당신답게 지각한다. (52)

우리는 고정된 존재가 아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우리는 미완성 작품이다. (52)

의식은 무수한 세포들이 자신들을 통일된 전체로서 보는 한 방식, 복잡한 시스템이 자신을 거울에 비추는 한 방식이다. (132)

더 나은 결정을 하려면, 당신 자신을 아는 것뿐 아니라 다양한 당신 자신들을 모두 아는 것이 중요하다. (174)

자아는 진공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208)

인공지능 로봇에 대해 (고통 없는 습득이 인식이 될까?)

달리기의 맛(누카가 미오, 333) / 소설
  책을 읽고 나서 요리하고 싶어졌다. 달리기도 하고 싶다. 오른쪽 무릎을 다친 소마가 달리기를 포기하고 요리를 한다. 형의 등을 보면서 뛰었던 동생, 소마와 함께 뛰었던 친구, 요리를 가르치는 여학생의 관계를 다룬 책이다. 요리와 달리기가 잘 어우러졌다. 작가가 글을 참 잘 쓴다. 다만 중간으로 가면서 글이 늘어진다. 앞서 일어난 일을 나중에 알려주는 구조로 글을 썼기 때문에 조바심 내면서 읽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사라진 조각 (황선미, 189) / 소설
  몸과 마음이 피곤할 때 읽어서일까, 답답하고 마음이 무거웠다. 이야기에서 숨겨진 마지막 조각이 드러나는 책의 끝부분까지 읽느라 답답했다. 무겁고 어두운 이야기를 숨죽이며 읽다가 답답하고 짜증났다. 마음이 밝을 때 읽었으면 삶의 무게를 다루었다고 말할 텐데 지금은 힘들다. 책은 사람의 감정에 따라 다르게 읽힌다. 이번 책이 특히 더 그렇다.

수학의 감각 (박병하, 278) / 수학
  출판사하는 분의 글에 속아 산 책이다. 그분의 글은 제목으로 봐도, 주제나 내용으로 봐도, 내가 결코 사지 않을 책을 사게 했다. 저자 박병하는 모스크바대 수학박사다. 어디라고? MIT가 아니라 모스크바하하하하~
  첫 장을 읽으며 이상한 내용에 충격을 받았다. ‘속아서 산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2인 첫째에게 먼저 읽으라고 했다. “노는 것 같으면서도 수학 공부하는 기분이라 했다. ‘그렇단 말이지?’
  책을 들고 다시 읽었다. 쭈욱~ 읽었다. ‘!’ 하며

  이 책은 철학책 같은, 인문학 책을 읽는 느낌을 주는, 수학책이다. 예를 들어보자. 무한을 설명하면서 안 된다는 생각이 가능성을 밀쳐낸다.’는 제목을 달았다. 원숭이가 거의 무작위로 쳐 대는 글자에서 의미 있는 문장이 나오는지 보는 실험으로 무한을 시작한다. ‘상상에 무한을 모셔오면 무한의 괴력을 빌려 올 수 있다.’고 설명한다. 고리타분한 수학자가 아니라 방대한 지식의 바다에서 수학을 건져내는 사람이다.

  2장의 제목은 당신 없이 나는 존재할 수 없다.’이다. 박지원의 책에 나오는 황희 정승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가 옷에서 생기는지, 살에서 생기는지에 대한 논쟁이다. 설명은 박지원의 <소완정 기문>으로 갔다가 수학의 거장 힐베르트를 지나, 소동파의 시로 끝난다. 여기서 설명하는 내용은 점과 직선이다. “What?”
  내일 학교에 가서 4학년 우리반 아이들에게 곱하기 계산 방법 4가지를 설명해줘야겠다. 기존의 곱셈식과 인도 사람들의 곱셈식은 알았지만 나머지 두 가지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거지? ‘계산을 혁신하라는 소제목으로 곱셈을 설명하는 장의 제목은 이렇다. <버스는 저절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 책은 내가 읽은 수학, 과학 책 중에 최고이다. 쿤이 쓴 <과학 혁명의 구조>만큼이나 새롭다.
  그나저나 내 지갑을 연 분은 책 이야기와 등산 이야기를 페북에 자주 쓴다. 나처럼 딱딱하게 살지 않고 부드럽게 어울려 사는 것 같다. 이분을 만나면 어떻게 이런 책을 만나는지, 출판하면서 어떤 마음인지물어보고 싶다.

호모데우스 (유발 하라리, 550) / 인문
  사피엔스가 조금 더 재미있다. 물론 호모데우스도 흥미롭다. 사피엔스를 더 차분하게 쓴 것 같다. 사피엔스가 좋은 반응을 일으키자 자신의 생각을 더 드러내어 쓴 것 같다. 합리주의로 무장한 세속주의자의 관점이 더 강해졌다. 어디서 이런 정보를 찾아냈지 하는 마음이 컸지만 그의 주장에는 반대한다. 5주 동안 독서반 학생들과 함께 읽었는데 학생들도 저자가 지나치다고 말한다. 다음 주에 학생들이 어떻게 글을 쓸지 궁금하다.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593) / 인문
  인간의 역사를 인지혁명, 농업혁명, 인류의 통합, 과학혁명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역사책은 이미 설명한 책을 살짝 바꿔 설명하는 게 대부분인데, 유발 하라리는 새로운 눈으로 역사를 설명한다. 통찰력이 굉장히 뛰어나다. 첫 쪽부터 강력하다. 저자가 정말 박학다식하다. 지금까지 배운 역사가 고정관념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들과 호모데우스를 토론하면서 따로 사피엔스를 읽었는데 이 책부터 토론할 걸 그랬다. 이 책으로 인간의 역사에 대해 토론하고 싶다.
  궁금한 점은, 저자의 진리 개념이다. 유대인이면서 유대교 계율을 따르지 않는다. 절대 진리를 부정한다. 눈에 보이는 증거만을 인정하여 진화론, 합리론, 과학주의, 증거주의를 따른다. 그런데도 히브리 대학에서 가르친다. 유발 하라리가 안식일에 무얼 할지 정말 궁금하다. (동성애자라고도 하던데)

멋진 신세계(올더스 헉슬리, 400) / 소설
  중등 독서반에서 토론했다. 다시 읽어도 좋다. 1930년대에 이런 사회를 생각하다니 작가의 상상력이 대단하다. 4년 전 독서반 학생들은 멋진 신세계에 감탄했는데 올해 학생들은 그 정도는 아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포리스트 카터, 344) / 소설
  포리스트 카터는 자신의 책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좋은 가르침을 주는지 보지 못하고 55세에 죽었다. 안타깝다. 정말 좋은 책을 더 많이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새 학기를 시작하며 마음이 우울해서 읽었다. 다시 마음이 따뜻해진다. 이 책도 다섯 번쯤 읽었다.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책이다. 강추!!

파인만의 과학이란 무엇인가 (리처드 파인만, 182) / 과학
  원제인 <모든 것의 의미>를 담은 책이다. 의심하고 분석하고 증명하는 게 일상이 된 과학자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어떤 의미를 찾아내는지) 설명했다. 종교에 대한 과학의 시선이 새로웠다. 우리가 과학적,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잘못된 전제 위에 세워진 결론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재미있다.

이야기 영국사 (김현수, 405) / 역사
  스톤핸지부터 대처수상까지 영국 역사를 왕실 중심, 잉글랜드 중심으로 다룬다. 작가, 종교인, 장군 들을 대부분 생략하고 왕실 이야기로 영국 역사를 서술했다. 영국의 정치체제가 당시와 이전 상황에 어떻게 영향을 받았는지 설명하는 내용이 많다. 영국이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 개요를 알고 싶다면 도움이 된다.

제가 읽은 책 중에 중학생을 위한 책을 모았어요.
목록은 제가 읽은 순서입니다. 순위가 아닙니다.
기억이 오래돼서 몇 권은 연령이 안 맞을지도 몰라요.
(중복되는 책도 있어요. 며칠 뒤에 제대로 정리하겠습니다.)

 모두의 연수 (김려령, 331) / 중학생
  연수는 골목이 살아있는 마을(명도단)에 산다. 연수는 명도단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먹고, 놀고, 자랐다. 이 집에서 먹고, 저 집에서 놀고, 이 사람 저 사람 손에 컸다. 엄마는 연수를 낳다가 죽었다. 사기꾼 같은 사람이 아빠라 주장하지만, 알고 싶지 않다. 그래도 괜찮다. 연수는 모두의 연수니까. 앞집 삼촌, 옆집 할머니, 뒷집 아저씨까지 모두 연수를 지켜본다. 같이 살아간다. 이런 곳이라면 아이들이 잘 자랄 것이다. 순례주택을 생각나게 하는 책이다.

 엑시트 (황선미, 270) / 중학생
  황선미 작가의 진가를 다시 확인한 책이다. 등장인물을 이해하기 위해 작가가 인터뷰를 얼마나 했을까? 청소부를 통해 장미의 삶에 개입하고 싶었을 텐데 참는다. 장미를 폭행하고 괴롭힌 J를 응징하고 싶은 마음도 참는다. 사람은 대부분 자신이 뭔가 해주어야 한다고,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대상이 있다(주로 가족). 그 대상에게 필요 으로 다가가고 간섭한다. 청소부는 안 그런다. 그래서 장미를 도와주는 거리를 유지한 것 같다. 엑시트로 책나눔하며 참 좋았다. 장미가 처한 어려움을 생각하며 출구 없는 막막함을 나누었다. 역시 혼자 읽을 때보다 훨씬 좋다. 아픈 마음을 이야기했다.

 어느날 갑자기 (아사히나 요코, 179) / 중학생
  여학생의 옷과 외모를 소재로 쓴 책이다. 루미나 집에 할아버지가 오시면 평소 입던 옷을 못 입는다. 그런데 친구 시온이 삭발하고 등교한다. 고등학생인 시온이 언니도 삭발하고 등교했다고 한다. 지나치게 규칙을 적용하는 학교에 항의하기 위해. 시온은 언니를 응원하기 위해. 그러나 여학생의 삭발은 시선을 끈다. 시온과 언니는 수군거림의 대상이 된다. 대부분 여학생이 뭐라고 한다. 여학생이 자기 모습을 찾고 지키는 이야기다. 토론하기 좋다.

 로지나 노, 지나 (이란주, 279) / 중학생
  이란주 작가는 이주노동자, 이주민 관련 글을 쓴다. 로지나 노, 지나는 르포소설이다. 로지나는 방글라데시에서 5살까지 살다가 우리나라에 왔다. 아빠가 먼저 와서 일하다가 엄마도 오게 됐다. 브로커 비용을 많이 써서 왔는데 돈벌이가 여의치 않다. 이주노동자가 겪는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로지나는 친구 없이, 혼자 놀면서, 학교에 가지 못한다. 학교에 가도 로지나가 아니라 지나로 불린다. 그래서 제목이 로지나 노, 지나이다.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일들이 실감나게 나타났다. 르포소설이라 현장감이 있다. 그러나 소설의 느낌은 적다.
  우리나라에선 비교, 평가가 많다. 그래서 비슷하지 않으면 틀렸다고 비판한다. 이주노동자는 피부 색깔, 말투, 출신국, 음식과 문화가 달라서 비난을 많이 받았다. 다른 게 뭐라고?

 너를 위한 B (이금이, 167) / 중학생
  B컷은 편집에서 잘려 나간 부분입니다. SNS와 유튜브에 올리지 못한 자투리 영상입니다. B컷에 실재가 들어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이금이 작가가 너와 나를 위한 B을 썼다고 생각합니다. 삭제된 부분에 드러난 현실은 멋지거나 아름답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의도적으로 보여주는 부분보다, 보여주기 싫어서 삭제한 B컷에 우리의 실제 모습이 더 담깁니다.
  선우는 우연히 영상 편집을 시작했다가 서빈이 눈에 띕니다. 서빈이는 문화상품권을 주면서 자기 유튜브에 올릴 영상을 선우에게 편집해달라고 합니다. 선우는 공부에 관심이 없고 시간도 남아서 동의합니다. 유튜브 운영자인 서빈이를 돋보이게 편집합니다. 욕하는 장면을 잘라내고, 자막과 음악을 넣습니다. 서빈이 계정 구독자가 많아지면서 선우도 뿌듯합니다. 선우는 서빈이가 준 영상을 편집하면서 포카리스(공부잘하고 인기 많은 네 친구)를 알아갑니다. 그러다가 일이 생깁니다. 그 일 때문에 잘라낸 B컷을 살펴보지요. B컷에는 뭐가 있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켈리 양, 347) / 중학생
  켈리 양이 부모님과 200달러를 갖고 미국에 가서 버티던 이야기다. 세 가족이 주인 대신 모텔을 운영하면서 주인에게 돈을 뜯기고 겨우겨우 버틴다. 그래도 켈리 양은 계속 노력해서 하버드 로스쿨에 갔다. 이 책을 성공 이야기나 자녀 교육서로 쓸 수도 있었는데 켈리는 모텔에서 겪은 이야기로 썼다. 그때 만난 사람들에게 느낀 사랑과 우정이 성공이나 자기계발보다 훨씬 컸을 것이다.
  가난한 이민자가 직장을 얻기 힘든 현실을 이용해서 주인이 괴롭히는데도 세 가족은 버티고 또 버틴다. 켈리는 부모님을 도와주려고 모텔 프런트 데스크를 맡는다. 찾아오는 중국 이민자를 주인 몰래 재워주다가 위기를 겪고, 똑같은 옷을 입고 다닌다고 친구들에게 손가락질당하고, 모텔에서 생기는 문제들을 처리하며 힘들어한다. 그런데 켈리는 받아들이거나 회피하지 않는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글을 쓴다. C-를 받은 작품 실력에 좌절하기만 하지 않고 사전을 빌려서 글을 쓴다. 자기를 위해서도 쓰지만, 이웃을 도와주기 위해 편지를 보낸다. 연이어 닥치는 문제 앞에서 어린아이가 문제를 피하지 않고 이웃의 도움을 받아 계속 노력하고 도전하는 모습이 멋졌다.
  실제로 켈리 양이 겪은 일을 바탕으로 쓴 글이다. 실화에 바탕을 둔 글은 어른들에게 더 알맞다. 학생들은 실화보다 이야기 자체의 흡입력이 더 중요하다.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이야기라면 밉스 가족의 특별한 비밀이 더 좋다. 삶에서 만나는 문제들을 글쓰기로 직면하는 이야기라면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가 좋다. 그러나 실화가 주는 현실감과 뭉클함이 크다는 장점을 무시하기 어렵다. 이 책은 참 좋은 책이다. 추천한다.

 시간을 보는 아이 모링 (김상미, 182) / 중학생
  모링은 아빠가 죽은 뒤에 회색 인간이 보인다. 그들은 시간을 옮기는 요정이다. 그들이 보이면서 모링은 한 아이 취급을 받으며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다. 학교에 다니지 않고 엄마와 시골로 이사하면서 반고 할아버지를 만난다. 반고 할아버지는 시간을 옮기는 요정이었다. 여기까진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한 기본 장치다. 반고 할아버지는 수학자들의 시간을 옮겼고, 모링 아빠는 수학을 좋아했고, 모링은 어릴 때부터 아빠에게 수학 이야기를 들었다. 이 책은 소설 형식으로 수학자를 소개한다. 재미있다.

 광인 수술 보고서 (송미경, 127) / 중학생
  광인(미친 사람)을 수술하고 쓴 보고서 형식의 소설이다. 봄날의 곰, 학교 가기 싫은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가 아니라 돌 씹어 먹는 아이 쪽 소설이다. 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아주 작은 일을 계속 말하는 연희를 김광호 박사가 수술한다. 왕따를 당한 연희가 수술하면서 일상생활이 어느 정도 가능해진다. 연희의 말과 행동을 볼 때 수술보다 위로가 필요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연희에게 의사가 아니라 친구가 필요하다는 걸 저자가 말하려는 것 같다.

 얼음이 빛나는 순간 (이금이, 250) / 중학생
  지오는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살아야 한다. 엄마는 지오와 지윤이 유학 뒷바라지하러 갔다가 캐나다에 눌러앉았다. 남편의 족쇄에서 해방되어 아이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는 이혼했다. 지오는 의리(?)로 아버지께 돌아왔지만, 아버지의 압박을 참지 못한다. 그래서 명문대 입학을 보장한다는 기숙고등학교를 선택한다. 그곳에서 부모님의 응원을 받으며 온 석주를 만난다. 석주 부모는 따뜻하게 응원하는 듯하지만, 지오 아빠와 다를 바 없다. 지오는 이를 모르고, 석주도 잘 모른다. 둘은 부모 품을 벗어날까? 서로 친구가 될까?
  두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지오는 현재에서 과거로, 석주는 과거에서 현재로 진행되다가 둘이 만난다. 읽으면서 낯설었다. 뒷이야기를 예상할 수 없었다. 결말은 참 좋았다. 자기 인생을 자기가 선택하는 모습이 좋았다.

 마리오네트의 춤 (이금이, 170) / 중학생
  봄이는 뚱뚱하다. 체코에서 살다가 고등학생이 되면서 한국에 돌아왔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친구들과 생각이 좀 다르다. 어느날 진실게임을 하다가 봄이가 대학생 오빠와 키스해봤다고 말한다. 그러자 친구들은 봄이의 말을 소설로 듣고 키득거리며 다음 이야기를 계속 묻고 듣는다. 봄이는 친구들이 뒤에서 친구들이 놀리는 줄 모르고 오빠와의 일을 대답해준다. 봄이는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저 사실을 말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친구들 마음을 알고는 사라진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이금이 작가는 믿고 읽는 분이다. 이금이 작가 책은 대부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처음이다. 2010년에 출간된 <우리 반 인터넷 소설가>의 개정판이다. 우리 학생들 현실을 잘 드러낸 작품이다.

 벼랑 (이금이, 207) / 중학생
  중고등학생을 위한 단편소설 5편을 모았다. 공부에 떠밀린 학생들의 고민, 부모와의 갈등, 꿈과 소망을 주제로 썼다. 각 단편이 하나의 이야기이고, 다섯 편이 조금씩 연결된다. ‘벼랑 끝에서 나 혼자인 것 같은 고립감이나 절망을 느낄 때도 우리는 누군가와 연결된 존재임을 말하려고 이금이 작가가 이렇게 썼다고 한다. 이금이 작가님 책은 내가 고민하는 바를 다루고 내 가치관과 비슷한 가치관이 드러나게 글을 써서 좋아한다.

 곰의 부탁 (진형민, 238) / 단편소설 모음
  진형민 작가가 세월호에서 돌아오지 못한 고운이와 경미를 생각하며 쓴 단편 일곱 편을 모았습니다. 어둡거나 슬픈 내용만 있지는 않습니다. 청년들이 겪는 고민과 아픔을 드러낸 글입니다. 사랑, 아르바이트 세계, 아프칸 난민의 삶, 언니와의 추억(과 관계), 다문화 가정 아이, 오토바이 사고로 죽은 학생 친구들의 인터뷰까지 다양한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주제를 다루었다. 진형민 작가는 참 글을 잘 쓴다. <자물쇠를 채우지 않은 날>이 정말 좋았다. <언니네 집> <그 뒤에 인터뷰>도 좋았다. 책 제목으로 삼은 <곰의 부탁>은 보통이었다.

 마이네임 (구로카와 유코, 205) / 중학생
  문장을 참 잘 썼다. 우리나라 청소년 작가는 스토리를 색다르고 특별하게 구상하지만, 문장이 멋지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드물다. 마이네임에는 다시 읽게 되는 문장이 자주 나온다. 게다가 단순한 이야기에 중학생들의 마음을 잘 담았다.
  일본에서는 결혼하면 아내가 남편과 같은 성을 쓴다. 이혼하면 성을 다시 바꾸어야 한다. ‘미온은 부모가 이혼하면서 이름이 사카가미(아빠 성) 미온에서 도마쓰(엄마 성) 미온으로 바뀌었다. 이름은 정체성을 의미하며, 중학생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미온은 이름 때문에 혼란을 겪는다. 중학생은 지금까지 자기들을 지켜주던 부모와 어른들의 권위에 도전하며 자신을 찾아가는 시기다. 이때의 고민을 이름으로 담아냈다.
  단순한 이름(SNS 닉네임, 별명, 마음에 드는 이름)으로 중학생의 정체성 혼란을 담아내다니 작가의 솜씨가 뛰어나다. 특히 자이니치(재일한국인) 4세의 이야기를 담아줘서 좋았다. 친구들에게 한 번도 한글 이름으로 불린 적이 없는 채영이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마이너스 스쿨 (이진 외, 195) / 중학생 소설
  <학교 폭력>을 주제로 작가 다섯 명이 쓴 단편 모음이다. 두 편은 조금 읽고도 결말이 보였고, 두 편은 과장되거나 억지스러웠다. 나는 귀신이 나오는 글을 좋아하지 않는다. 두 편에서 귀신이 중요한 역할을 해서 이렇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한테 유치하면 학생들은 좋아할 것 같다. 정명섭 작가가 쓴 <즐거운 나의 학교>는 좋았다. 다만 이 책보다 4개월 먼저 출판된 죽이고 싶은 아이와 결말이 같았다. 글을 쓰는 데 4개월 걸릴 테니 저작권을 침해하진 않았을 거로 생각한다. 그래서 의외였다. 결말이 똑같다니~

⁂  우상의 눈물 (양귀자, 전상국, 149) / 청소년 소설
  양귀자 작가의 <한계령><원미동 시인>, 전상국 작가의 <우상의 눈물>을 엮은 책이다. 작가는 넓게 본 것을 몇몇 사람 이야기에 담아서 우리에게 들려준다. 양귀자 작가는 우리나라 경제가 발전하던 시대에 살던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을 원미동에 사는 사람들 모습으로 드러냈다. <우상의 눈물><질문 있어요?!> 질문을 만들기 위해 읽었다. 내용이 좋아서 질문 내용이 10쪽이나 된다.

 죽이고 싶은 아이(이꽃님, 200) / 중학생 소설
  주연이가 서은이를 이끌고 서은이가 주연이를 따른다. 주연이가 서은이를 함부로 대하는 것 같고, 서은이가 주연이 말을 거부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다가 주연이가 학교 구석진 곳에서 벽돌에 맞아 죽는다. 범인으로 주연이가 지목되고 재판이 진행된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아니라 가정환경으로 인한 결핍 때문에 인간관계가 흔들리는 학생들 마음을 잘 보여준다. 가해자를 찾아가는 수사 형식이라 학교 폭력 장면이 직접 드러나지 않고 재미도 있다.

 마이너스 스쿨 (이진 외, 195) / 중학생 소설
  <학교 폭력>을 주제로 작가 다섯 명이 쓴 단편 모음이다. 두 편은 조금 읽고도 결말이 보였고, 두 편은 과장되거나 억지스러웠다. 나는 귀신이 나오는 글을 좋아하지 않는다. 두 편에서 귀신이 중요한 역할을 해서 이렇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한테 유치하면 학생들은 좋아할 것 같다. 정명섭 작가가 쓴 <즐거운 나의 학교>는 좋았다. 다만 이 책보다 4개월 먼저 출판된 죽이고 싶은 아이와 결말이 같았다. 글을 쓰는 데 4개월 이상 걸릴 테니 저작권을 침해하진 않았을 거로 생각한다. 그래서 의외였다. 결말이 똑같다니~

 용기 없는 일주일 (정은숙, 232) / 중학생 소설
  제목을 잘 정했다. 주인공 이름이 용기인데, 용기가 다쳐서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학교가 <용기 없는 일주일>을 보낸다. 친구들은 용기가 없어서 박용기가 학교 폭력을 당할 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용기가 다치고 담임 선생님이 학교 폭력 가해자를 찾기 시작한다. <학교 폭력>이 무거운 주제인데 탐정 형식으로 만들어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좋은 책이다.

리언 이야기 (리언 월터 틸리지, 108) / 소설
  1936년에 태어나 흑인으로 차별을 받으며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설 형식이 아니라 저자가 직접 말하는 형식이다. 넬슨 만델라, 마틴 루터 킹 이야기를 좋아해서 여러 권 읽었는데 그런 책에서 읽지 못한 이야기도 있다. 나는 소설 형식이 좋은데, 대놓고 말하는 스타일을 좋아하는 분도 있을 것 같다. 소설로 만들었으면 200쪽은 됐을 텐데 대놓고 말해서 분량이 짧다. 흑인의 삶과 민권운동의 과정을 잘 알려준다. 좋은 책이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271) / 소설
  일본 애니는 정말 별것 아닌, 일상의 소소한 내용으로 이야기를 만든다. 수학 수식으로 이야기를 만들다니 대단하다. 지금은 책벌레로 불리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목은 수학이었다. 수학의 세계는 정말 아름다웠다. 수학 문제 풀이하는 방법으로 수학 선생님과 시간 보내던 기억이 났다. 인터뷰만으로 이런 내용을 만들다니 작가 능력이 대단하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황보름, 363) / 소설
  일이 좋아서 일에 매달린 사람이 어느날 문득 일할 의욕을 잃는다. 일에 매달리다가 읽은 게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해야 하는 사람도 있다. 열심히 하라는 가족들의 압력에 짓눌려 뛰쳐나온 사람도 있다. 지치고 상처 입은 사람들이 서점에서 조금씩 힘을 얻는다. 책만 읽고, 뜨개질 하고, 커피 내리고, 뜨개질하는 거 구경하고 그러면서 조금씩 채워진다. 그리고 서로에게 다가간다. 서점이라는 공간이 좋고,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자기 속도로 가라는 내용도 좋았고, 단번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좋았다. 진한 우정, 단단한 연대, 깊은 감동이 아니라 따뜻한 우정, 느슨하면서도 끊어지지 않는 연대, 자연스러운 감동이 있어 좋다.
실패에 절망한 채 창백한 얼굴로 허둥대던 부모의 불안이 고스란히 영주의 몸에 들러붙어 영주도 늘 불안에 시달리는 아이가 되었다. (294)
행복이란 무언가를 포기해야만 손에 잡히는 거다. (305)
휴남동 서점을 운영하면서 영주는 늘 베스트셀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들을 보면 마음이 답답해지곤 했다. 베스트셀러오 오른 그 책 자체의 문제는 아니었다. 한번 베스트셀러에 오르면 계속 베스트셀러로 남는 현상이 문제였다. 그러다 보니 언젠가부터 베스트셀러라는 존재가 다양성이 사라진 출판문화를 대변한다는 생각이 점점 굳어졌다. (357)

소녀와 고양이와 항해사 (마틸다 우즈, 298) / 소설
  『소년과 새와 관 짜는 노인에 이어 마틸다 우즈의 책이 또 나왔다. 가족을 다 잃고 관을 짜는 노인과 소년이 주인공이었는데 이번에는 항해사와 소녀가 주인공이다. 선장인 아빠, 왕자를 찾아 떠난 엄마와 언니들이 아니라, 몰래 배를 타고 아빠를 분노케 한 막내딸이 주인공이다. 마틸다 우즈는 색다른 환상 세계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소년과 새와 관 짜는 노인이 더 좋았다.

뜀틀, 꿈틀 (이원수 외, 197) / 동화
  창비아동문고 초창기 작품에 실렸던 글 중에서 대표 작품을 골라 다시 엮었다. 다섯 저자 중 이숙현 작가의 <뛴틀, 꿈틀>만 지금 이야기다. 이원수, 이주홍, 이준연, 임길택 선생님 글은 1970년대 전후가 배경이다. 아이들이 읽으면 시대 배경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중학생 이상이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주홍 선생님의 <미옥이>, 이준연 선생님의 <할머니의 노래>, 임길택 선생님의 <들꽃 아이>이 특히 좋았다. <할머니의 노래>를 읽을 때는 눈물이 났다. <들꽃 아이>를 읽을 때는 집에 찾아갔던 아이들이 생각났다.

튜브 (손원평, 273) / 소설
  실패한 사람이 스스로 노력해서 성공하는 이야기를 쓰겠다고 마음먹고 쓴 소설이라고 작가가 말했다. 성공의 비결로 꾸준히 노력해서 일어나는 작은 변화를 꼽았다. 허황된 꿈을 꾸었기 때문에 하는 일마다 실패한 성곤은 자살의 문턱까지 간다. 한강 다리 위에서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에 뛰어내리지 않고 돌아온다. 그리고 배달일을 시작한다. 아내와는 별거 중이고 딸을 생각하면 미안하기만 하다.
  책을 읽어갈수록 자기계발서의 소설 판이라는 생각이 강해졌다. 무지개 원리같은 책을 이야기로 읽는 것 같았다. 나는 자기계발서를 싫어한다. 자기계발서를 읽은 독자의 20%는 도움이 되지만, 80%는 실제 도움을 받지 못하고 느낌에 취할 거로 생각한다. 그래서 읽을수록 불편했다. 아몬드작가답지 않다고 생각했다.
  주인공 김성곤은 아내와 다시 만난다. 화려하게 일어선다. 그러나~ ‘그러나로 바뀌는 내용이 있어서 이 책은 읽을 만하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챕터가 없었다면 자기계발서로 못 박고 읽지 말라고 했을 것이다. 자기계발서가 말하는 내용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마지막으로 김성곤에게 일어난 일을 겪을 거라 생각한다. 사람 생각과 습관이 쉽게 바뀌지 않으니까~

금서를 빌려드립니다 (데이브 코니스, 366) / 소설
  책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책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할 책이다. 실제로 출판된 괜찮은 책이 많이 나오고, 괜찮은 책에 나오는 괜찮은 문구도 많이 나온다. 고등학교(럽튼 아카데미) 졸업반 클라라는 책을 굉장히 좋아한다. 도서관 봉사활동을 즐긴다. 어느날 교장선생님이 교직원에게 책 목록을 보내며 학생들이 읽지 못하게 명령한다. 사립학교는 교장의 영향력이 크다. 교장 뜻을 따르지 않으면 해고를 당한다. 문학반 교사는 수업 교재를 바꾸어야 하고, 사서 교사는 도서관에서 책을 치워야 한다. 학생들이 읽으라고 권하던 책을.
  『호밀밭의 파수꾼, 초콜릿 전쟁, 스피드등이 왜 금서로 지정되었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학생들에게 목록을 알려주지도 않는다. 슬그머니 도서관에서, 수업 참고목록에서 빼버린다. 문학반 교사와 사서 교사는 다른 방식으로 저항한다. 그 중 하나가 금서 도서관이다. 책을 좋아하는 클라라가 금서만 모아 흰색 표지를 하고 금서 도서관을 운영한다. 교사는 금서 도서관을 모른 척하며 클라라를 응원한다.
  한편, 럽튼 아카데미 학생들은 그룹을 지어 생활한다. 부자들이 모인 그룹이 있고, 책을 좋아하는 그룹도 있다. 이들은 서로 섞이지 않는다. 그런데 금서 도서관이 생기면서 부자 그룹 학생이 책을 빌려 간다. 이때부터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난다. 학교를 좌지우지하는 부와 권력을 가진 친구(클라라 그룹에 속한 학생들이 저쪽 친구라고 생각하며 어울리지 않는 친구)가 금서를 읽고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한다. 그 행동 때문에 클라라와 만나고, 클리라가 저쪽 친구들에게 다가간다.
  친구 관계, 부모와 자녀 관계, 책과 학생의 관계를 생각하게 하는 내용이 많다. 특히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보여주는 문장과 대화, 사건이 많다. 고등학생이 책을 두고 나누는 대화가 정말 수준 높다. 부럽다. 실제로 미국에서 이런 대화가 이루어진다면 그들은 오랫동안 강대국 자리를 놓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중고등학생에게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알려주기 좋은 책이다. 물론 설명이 아니라 토론으로.

모모 (미하엘 엔데, 367) / 소설
  너무 좋아해서 몇 번이나 읽은 책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읽으니 더 좋다. 지금 우리에게 딱 맞는 내용이다. 내가 태어나던 무렵에 미하엘 엔데가 모모를 썼다. 50년 전에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세상은 왜 엔데가 걱정한 내용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안타깝다. 정말 좋아하는 책이다.

데이지 (마이라 제프, 242) / 소설
  데이지는 단짝 친구 이머 외엔 친구가 없다. 어느날 이웃 남학교 학생이라고 소개하며 오쉰이 메시지를 보낸다. 데이지와 오쉰은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친구가 된다. 오쉰이 남자친구가 되면서 이머와 멀어진다. 드디어 오쉰을 만나는 날~ 사건이 일어난다.
  『데이지를 읽으며 2012 뉴베리상 수상작 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가 생각났다. 아일랜드 작가 마이라 제프도 베트남에서 탈출한 탕하 라이처럼 시로 소설을 썼다. 아름다운 문장으로 차분하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이 참 좋았는데 이 책도 참 좋다. 슬픔이 잔잔하게 깔린 이야기다. 추천한다.

12살 내 인생 (박혜선, 165) / 동화
  채희와 규식이 부모님은 교육관이 정반대다. 채희 엄마는 깔끔하고 상냥한 말투,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채희를 격려하고 도와준다. 규식이 부모님은 규식이를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사람으로 기른다. 규식이는 채희 가정을 부러워한다. 채희와 규식이는 서로를 좋아하지만 서로 미워한다고 착각한다. <달빛 독서>하면서 읽고 좋아서 나와 정반대 성향의 여학생에게 줬더니 자기 이야기라며 좋아한다. 다만 책 2/3 부분에서 갑작스럽게 전개되어서 아쉬웠다. 그래도 좋은 책이다.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267) / 소설
  앞부분은 좋았다. 편의점에서 일하는 사람, 드나드는 사람 이야기라 우리네 삶이 드러나리라 기대했다. ‘독고씨가 편의점 야간 알바로 취직하는 것까진 괜찮았는데 독고씨를 만나는 사람들이 위로받고 마음을 바꾸는 내용은 짜맞춘 느낌이 많았다. 좀더 은근하게 표현했으면 참 좋은 작품이 되었을 텐데 작가가 너무 개입했다. 청소년 소설로는 괜찮은데, 성인들 사이에서 베스트셀러가 되기엔 좀 뻔한 내용이다. 그런데도 이 책이 많이 팔렸으니 쉽고 편한 책을 찾는 독자가 많다는 뜻으로 봐야겠지. 내용이 쉽고 따뜻한 책이라 뒹굴거리며 편하게 읽을 책을 찾는 분에게 알맞다.

은의자 (C. S. 루이스, 291) / 소설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에서 마법사의 조카와 함께 읽기 힘들어하는 책이다. 지하 세계에서 지상 세계의 존재를 부정하는 주장에 맞서 지상 세계에서 맛본 것들을 떠올리는 과정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말과 소년과 함께 나니아 연대기에서 아주 좋아하는 책이다. 루이스의 논리력이 잘 드러난 책이다. 오랜만에 은의자읽으며 조지 맥도널드가 쓴 공주와 고블린도 생각났고, 반지의 제왕, 비밀의 숲 테라비시아도 생각났다.

거인의 땅에서, 우리 (이금이, 247) / 소설
  중학생 딸이 엄마와 친구들 일행에 끼어 몽골 고비사막으로 1주일 여행을 떠난다. 1부는 딸, 2부는 엄마가 이야기한다. 딸이 이야기할 때는 엄마가 딸을 배려하지 않는 것 같은데, 엄마가 이야기할 때는 엄마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사막은 불편하다. 불편하면 부딪친다. 엄마와 딸이 무엇을 느끼고 올까?
  엄마와 친구들을 인도하는 가이드가 두 명 나온다. 젊은 가이드는 아이돌 가수를 닮았다. 나이 든 가이드는 한국 공장에서 일하다가 손가락 두 마디가 잘려서 몽골로 돌아온 사람이다. 두 사람이 이야기의 맛을 더한다. 이금이 작가가 신기루를 개정해서 낸 책이다.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라헐 판 코에이, 334) / 소설
  스페인 국왕 펠리페 4세의 궁정화가 벨라스케스가 <시녀들>이라는 그림을 그렸다. 중앙에 공주를 그린 건 자연스럽지만, 옆에 난쟁이 둘은 어색하다. 공주 앞에 커다란 개도 어울리지 않는다. 이 책은 네덜란드 작가가 <시녀들>을 보고 상상한 이야기다. 500년 전 난쟁이는 사람 대접을 받지 못했다. 바르톨로메도 집에 갇혀서 지냈다. 공주 눈에 띈 뒤에는 인간개로 살아야 했다. 개 흉내를 내며 철저하게 개가 되어야 했다. 그러나 바르톨로메는 개가 되고 싶지 않다. 2022년 삼척시 청소년독서토론대회 대상도서로 정했다.

오거와 고아들 (켈리 반힐, 431) / 판타지 동화
  5년 전에 저자의 다른 책 달빛 마신 소녀를 읽었다. 뉴베리상 후보작이라 했는데 이야기가 잘 들어오지 않았다. 오거와 고아들달빛 마신 소녀보다 나았다. 오거는 사람보다 두 배 가량 크고, 아주 오래 사는 존재다. 마을 한구석에 슬며시 들어와 살면서 사람들을 돕는다. 그러나 오거는 아무도 모르게 돕기 때문에 사람들이 모른다. 한순간의 오해에 시장의 음흉한 계략이 더해져서 오거는 마을을 망가뜨리는 악당이 돼버린다. 가짜 뉴스와 거짓말에 속는 마을 사람들의 태도, 몰래 이웃을 돕다가 상처받은 오거의 마음을 살피며 할 이야기가 많다. 그래도 쏙 빠져드는 맛은 없었다. 앞부분이 조금 속도감 있거나, 긴장을 주는 사건을 조금 더 넣으면 정말 재미있었을 텐데. 다른 분은 나와 다르게 볼 수도~~~

오늘의 자세:행운을 부르는 법 (줄리아 월튼, 289) / 소설
  나는 양철북 청소년 문학 4권을 모두 좋아한다. 주인공은 모두 특별한 한계를 가졌다. 오늘의 자세 : 행운을 부르는 법의 주인공 레오는 불안장애와 공황장애를 겪는다. 스파르타의 영웅 레오디나스와 같은 이름이지만, 전사는커녕 남자다운 모습이 전혀 없다. 뜨개질을 좋아하고, 친구가 없으며, 시끄러운 곳에서는 토악질을 한다. 어느 날 레오가 드레이크에게 얻어맞고 둘이 커플 상담을 받게 되었다. 아빠는 사나이가 되라며 호신술 학원에 보낸다. 불안장애를 겪는 아들에게 호신술이라니! 레오는 호신술 학원 접수대에서 친구 이비를 만난다. 드레이크가 호신술을 배우기 때문에 호신술 대신 요가를 배우러 갔다가 행운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행운은 친구들을 통해 레오를 찾아온다. 레오가 친구들과 함께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이 좋다. 따뜻하다. 고등학생들의 우정, 성장하는 모습을 따뜻하고 재미있게 표현했다. 줄리아 월튼은 양철북 청소년 문학 4권 중 두 권, 화장실 벽에 쓴 낙서오늘의 자세 : 행운을 부르는 법을 썼다. 둘 다 좋다.

귤의 맛 (조남주, 207) / 소설
  여학생 넷이 중학생 시절을 지나 고등학생이 되는 과정에서 겪는 '관계'를 다루었다. 다윤, 소란, 해인, 은지는 가정에서 겪는 상황이 다르다. 부모의 기대가 다르다. 로봇이 아닌 인격이라, 각자 자신의 가치로 다르게 판단한다. 사랑받고, 인정받고, 친구에게 이해받기를 원한다. 그러나 상대를 같은 마음으로 이해하는 게 어렵다. 그러면서도 친구로 지낸다. 다윤, 소란, 해인, 은지가 지내는 모습을 보며 불안불안했다. 여학생들이 정말 위태한 마음으로 지낼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작가가 글을 잘 썼기 때문이지만, 실제로 여학생들이 이럴까 싶었다. 여성은 다르게 읽겠지!

훌훌 (문경민, 255) / 소설
  지난해가 힘들었기 때문일까? 이번 방학에는 책만 읽었다. 글을 쓰지 못했다. 초등 전 학년 국어지도서 보며 몇 가지 정리한 일 외엔 쉬기만 했다. 방학이면 늘 글 쓰고, 다음 해 아이들 만날 생각하며 바쁘게 살았는데 올해는 그저 쉬었다. 내 생애 이런 방학은 처음이다.
  6학년을 맡았다. 교육과정, 진도표, 시수표, 주간학습안내 다 준비했다. 평소에는 아이들과 하고 싶은 계획을 세웠는데 올해는 업무만 했다. 필요한 서류 끝내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특히 아이들과 무얼 할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훌훌을 읽으면서 예전의 나를 찾은 것 같다. 편부모 가정, 조손가정, 다문화가정 등의 이름으로 뭔가 부족한 아이일 거라고 이름 붙인 아이들이 생각났다. 부모가 다 있는데도 아픔과 고통을 훌훌 털어버리고 싶어 했던 아이도 생각났다. 그 아이들 마음을 읽고, 감추어둔 마음을 찾아내어 훌훌 털어버리게 하려고 노력했던 날들이 생각났다.
  마음을 살피려고 노력하면서 아이 마음을 읽는 능력이 생겼다. 훌훌에서 연우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보였다. 유리와 세윤이의 태도가 이해되었다. 엄마 서정희 씨가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왜 자신을 더 아프게 했는지 안다. 훌훌에는 모두를 품는, 사랑이 아주 많은 사람은 나오지 않는다. 유리는 연우에게 화를 내며 때렸다. 로봇처럼 차가웠던 할아버지는 폭발했다. 고향숙 선생님은 두 학생의 시비에 평정심을 잃었다. 세윤이는 갑자기 침묵했고 유리는 살던 곳에서 떠날 생각만 했다. 그런데 상처받은 사람들이, 서로 조금씩 손을 내밀고, 마음을 나누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간다. 이 과정이 참 자연스러웠다.
  나와 메일을 주고받는 후배가 있다. 힘들다고 메일을 보내면 답을 보내주었다. 며칠 전에 입양은 생각해봤어?” 묻고 싶었다. 훌훌은 입양을 다룬 책이다. 같은 동네에서 사는 친구가 아이를 입양한 지 10년쯤 되었다. 입양한 아이와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다른 분도 안다. 그러나 후배에게 입양을 생각해보라고 말하지 못했다. 내 말이 후배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혈통주의가 강하다. 작가가 어떻게 훌훌을 생각했는지 궁금하다.
  나는 작가를 안다. 작가가 쓴 글을 오랫동안 읽었다. 처음에 글 쓴다 했을 때 말리고 싶었다. 상상하는 힘이 뛰어났지만, 부족함도 많았다. 아이가 글을 쓴다면 단점을 극복하겠지만, 어른은 쉽지 않다. 더구나 소설은 정말 만만찮다. 훌훌을 읽으며 이제 문경민 작가 글 읽고 뭔가 도와주겠다는 생각은 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예전에 초안을 읽었는데 훌훌은 그때 글과 견주기 어려울 정도였다.
  “어떻게 이런 글을 썼냐?” 하면 , ~” 하며 뭐라뭐라 할 텐데 그 말이 들리는 것 같다. 이 책 참 좋다.

우주에 남은 마지막 책 (로드먼 필브릭, 280) / 소설
  미래에 대지진이 일어나고 세상은 무법천지가 된다. 사람들은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당장의 필요만 바라본다. 책은 사라지고 순간의 기쁨을 주는 기계장치와 쓰레기만 남았다. 이때 우주에 마지막 책이 남았는데 그게 과연 뭘까? 디스포피아 시대를 다룬 책이지만, 따뜻하고 낙관적이다. 뛰어난 상상력으로 미래 시대를 그렸다. 저자인 로드먼 필브릭은 뉴베리상 수상자이며, 우주에 남은 마지막 책은 미국도서관협회 청소년 부문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잘 팔리지 않았다. 책벌레가 좋아하는 책이다. <기억전달자>나 <끝없는 이야기>와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이다.

파리대왕 (윌리엄 골딩, 325) / 소설
  윌리엄 골딩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긴 책이다. 책을 쓴 지 70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빛나는 책이다. 5~12세 아이들을 고립된 섬에 놔두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작가의 눈으로 살핀 이야기다. 인간이 이성보다 본능을 따르며, 미래를 내다보기보다 당장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버린다고 고발한다. 인간의 본성이 그릇된 선택으로 이끌며, 사회가 잘못된 길로 나아가는 과정을 고발한다. 답답하고 슬프고 안타까운 느낌이 들게 하는 어두운 분위기의 책이지만, 나는 읽을 때마다 감탄했다.

기억 전달자 (로이스 로리, 310) / 소설
  탁월한 책. 대여섯 번 읽었는데 또 읽어도 빠져든다. 기억 전달자는 몇 번 읽고, 며칠 토론하고, 몇 번 글을 써야 한다. 책 한 권으로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질 것이다. 특히 중고등학생이라면 꼭 읽어야 하는 책이다.

밀가루 아기 키우기 (앤 파인, 277) / 소설
  카네기 상을 받은 진짜 좋은 책이다. 너무 좋은 책인데 읽는 사람이 적어 안타깝다. 남자 중학생들이 속을 밀가루로 채운 인형을 아기라 생각하고 키우는 프로젝트를 한다. 날마다 몸무게를 재고 위생 상태를 검사하며 육아일기를 써야 한다. 이 프로젝트를 하는 반은 생각이 없는 학생들이 모인 반이다. 밀가루 아기는 시궁창에 박히고, 더러운 틈에 끼이며, 천덕꾸러기 취급을 당한다.
  사이먼은 태어난 지 6주 만에 아빠가 떠나버렸다. 조용히 사라져버렸다. 사이먼은 막무가내 학생들의 대표라 부를 만한 학생인데, 밀가루 아기 기르기에 빠져버렸다. 나도 학생들과 달걀을 아기라 생각하며 돌보는 활동을 했었다. 달걀을 정말 아기라고 생각하며 돌보는 아이도 있었다. 과연 사이먼과 친구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까? 남학생들 심리를 아주 잘 묘사한 책이다.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 (태 켈러, 334) / 소설  
  2021 뉴베리상 수상작이라고? 한국 열풍 때문인가? 한국계 작가가 한국 호랑이 옛이야기를, 한국식 샤머니즘과 함께 담은 이야기가 뉴베리상을 받았다. 뉴베리상 수상작답게 가족의 의미와 회복을 다룬다. 주인공은 한국 전통을 그대로 간직한 할머니를 이해하고 싶어 하면서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손녀다. 할머니는 엄마를 찾아 미국에 왔고, 손녀는 교통사고로 아빠를 잃었다. 할머니, 엄마, 손녀 둘이 남자 한 명 없는 집에 산다. 손녀에게는 호랑이가 보인다. 환상 세계를 다룬다는 점에서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느낌이 난다. 기존 뉴베리상 수상작과는 다르다. 내 취향은 아니었다.

화장실 벽에 쓴 낙서 (줄리아 월튼, 310) / 소설
  지난해부터 양철북 출판사에서 청소년 문학 책을 내기 시작했다. 첫 번째 그리고 바람이 불었다는 아버지를 칼로 찌른 소녀 이야기, 두 번째 기차를 기다리는 소년은 기차 역에서 오지 않는 아빠를 기다리는 소년 이야기, 화장실 벽에 쓴 낙서는 조현병을 앓는 소년 이야기다. 화장실 벽에 쓴 낙서그리고 바람이 불었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썼다. 처음 두 책은 스페인에서 인정받았고, 화장실 벽에 쓴 낙서는 미국도서관협회 최고의 청소년 소설로 선정되었다.
  조현병 환자가 큰 사고를 일으켰다는 소식이 가끔 들린다. 조용히 지내는 환자 이야기는 뉴스에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조현병 환자가 모두 정신병자라고 생각한다. 애덤은 조현병 환자다. 환상을 보고 환청을 듣는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진 않지만, 이상행동을 해서 놀라게 한다. 그래서 상담하며 임상 시험약을 먹는다.
  책은 상담 과정을 기록한 내용으로 이루어졌다. 조현병을 앓는 애덤이 주인공이지만, 내용은 청소년들의 관계를 다룬다. 친구 관계, 이성 교재, 부모와의 관계로 고민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조현병의 특징이 조금씩 드러나는 것 외에는 '괜찮은 청소년 문학 작품'으로 봐도 된다. 애덤이 자신의 병에 대해 고민하며, 조현병 때문에 친구 관계를 의식해야 하는 과정이 드러나서 더 흥미롭다. 전개 방식과 문체도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담담하게 표현하되, 문장이 짧아서 좋다. 애덤이 자기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저자가 조현병을 설명한다.
자기 자신을 믿을 수 없다는 건 아주 기이한 현실이에요.딛거나 기댈 것이 없죠.
혼자 있어도 결코 혼자라고 느낄 수 없는 심정을요.
  양철북 청소년 문학은 우리나라에서 잘 다루지 않은 주제를 다룬다. 아빠를 칼로 찌른 딸, 조현병을 앓는 아들, 돌아오지 않는 아빠를 기다리는 이야기로는 책이 많이 팔릴 것 같지 않다. 그래도 참 좋은 책이다. 진지하게 토론하면 좋을 책이다.

기차를 기다리는 소년 (다니엘 에르난데스 참베르, 83) / 소설
  기예르모는 말이 없는 소년이다. 기차역에서 아빠를 기다린다. 이사벨은 아빠가 우편물을 가지러 기차역에 갈 때 따라갔다가 기예르모를 본다. 말하지 않는 친구 기예르모는 누굴 기다릴까? 이사벨이 우표 이야기를 하며 기예르모에게 다가간다. 기예르모가 마음을 열기 시작할 때 친구들이 기예르모를 괴롭힌다. 80쪽밖에 안 되는 짧은 소설에 가족과 친구 이야기를 담았다. 중학생들과 수업하면 좋을 거라 생각한다. 양철북 출판사에서 나온 책은 따뜻하다.

그리고 바람이 불었어 (마리아 바사르트, 174) / 소설
  열다섯 소녀 아나는 가정 폭력을 당하다가 아빠를 공격한다. 아나는 보호 센터로, 엄마는 병원으로 간다. 아나는 아빠가 싫고, 아빠를 공격한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혼란스럽고, 친구들이 사실을 알까 걱정한다. 이모네 집에 가서 조금씩 안정을 찾아갈 때 아빠가 다시 찾아오겠다고 한다. 잊고 싶지만 잊히지 않는 과거, 갑자기 달라진 환경에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운 현재 사이에서 흔들리는 소녀의 마음을 잘 나타냈다. 마드리드에서 있었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글이다.

숨은 길 찾기 (이금이, 207) / 소설
  『너도 하늘말나리야에 이어 소희의 방이 나왔고 숨은 길 찾기가 마지막 편이다. 세 권 개정판이 나왔다. 소희의 방은 서울로 간 소희 이야기이고, 숨은 길 찾기는 달밭마을에 남은 미르와 바우 이야기다. 3인 미르와 바우가 자신의 앞날을 고민하며 진로를 찾는 과정을 담았다. 또한 가정을 이루어가는 이야기와 중학생들의 사랑도 같이 담았다. 너도 하늘말나리야도 좋았지만 중학생들에겐 소희의 방숨은 길 찾기가 더 좋겠다. 진로에 대한 고민, 부모와의 관계, 가정의 의미를 생각하기에 좋은 책이다.

소희의 방 (이금이, 313) / 소설
  『너도 하늘말나리야에 나오는 소희가 엄마와 함께 새아빠, 처음 보는 동생 둘과 낯선 곳에서 사는 이야기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소희는 친척 집에 살다가 엄마 집에 들어간다. 새로운 학교에서 친구를 사귀고 적응하지만 집에서는 여전히 낯설다. 엄마는 차갑고, 동생 우혁이는 대놓고 덤벼든다. 막내 우진이와 새아빠는 편안하게 대해주지만, 마음을 터놓지는 못한다. 우진이는 어리고 새아빠는 바쁘다. 학교에서는 공부 잘하는 부잣집 아이로 알려져서 속마음을 터놓지도 못한다. 학교에서의 소희, 집에서의 소희가 다르다. 또한 할머니와 살던 때의 소희, 친척 집에서 살던 때의 소희, 엄마를 다시 만나 사는 지금의 소희가 다르다. ‘할머니는 엄마가 소희를 버렸다고 했는데 지금은 왜 다시 데려왔을까?’ 궁금하지만 물어보지 못한다. 소희는 상처를 드러내고 자신을 찾을 수 있을까? 참 좋은 책이다.

호빗 (톨킨, 387) / 소설
  우리반 아이에게 권했는데, 앞부분 읽다가 관뒀다. 좋은 작품은 앞부분에 설명과 묘사가 많아서 읽기 어렵긴 하다. <북이십일>이라는 출판사에서 톨킨 판권을 모두 사들여 새롭게 낸 책이라 다시 읽었다. 호빗은 다시 읽어도 재미있다. 물론 책 많이 읽지 않은 분은 묘사가 많아서 읽기 어려울 수도 있다.

나니아 나라를 찾아서 (홍종락정영훈, 223) / 소설
  전문 번역가(홍종락)와 문학평론가(정영훈)가 나니아 연대기를 해설한 책이다. 홍종락 번역가는 아슬란과 나니아를 키워드로 설명했고, 정연훈 평론가는 나니아 연대기 각 권을 차례로 해설했다. 나니아 연대기로 자녀나 학생을 가르치고 싶은 분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다.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 (이금이, 292, 302) / 소설
  두 여성의 삶을 통해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분들의 고통과 소망,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책이다. 작가의 마음에서 오랫동안 자라난 글이라 했다.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다. 중고등학생들과 읽고 이야기하면 좋겠다. 다만 이금이 작가의 이전 글과 달리 설명하는 말투가 조금 많다. 설명을 묘사로 바꾸면 책이 너무 길어지기 때문인 것 같다. 길게 길게 늘여서 <토지> 같은 작품으로 써도 좋겠다.

하늘을 달리는 아이 (제리 스피넬리, 248) / 소설
  책벌레가 정말정말 진짜로 좋아하는 책이다. 좋은교사 독서 연수 대상 도서로 정해서 다시 읽었다. 역시 대박이다. 어떻게 이렇게 글을 쓰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다만 책에 여백이 많아 단순하게 읽으면 그저 그런 책으로 보일 수도 있다. 내겐 토론거리가 넘쳐나는 책이지만……

순례 주택 (유은실, 248) / 소설
  역시 유은실 작가다. 아파트 가격이 곧 사람의 가치라 생각하는 가족이 이웃과의 정으로 사는 사람들 가운데 이사 가서 일어나는 일이다. 진짜 정말 재미있다. 낄낄대며 읽었다. 이 책 덕분에 폭발하는 아이들 사이에서 압력을 낮추었다. 4월 최고의 책이다.

⁂ 『소년과 새와 관 짜는 노인(마틸다 우즈, 233) / 소설
  알베르토는 관 짜는 사람이다. 이 마을에선 55살이 노인인가 보다. 이야기 시작하자마자 전염병이 알베르토의 가족을 모두 죽인다. 알베르토는 제 손으로 아내와 아이들 관을 짰다. 20년쯤 뒤에 알베르토가 아빠를 피해 도망친 소년 티토를 만난다. 티토의 엄마도 알베르토가 관을 짰다. 알베르토는 전염병이 가족을 데려가는 걸 막지 못했지만, 티토 아빠가 티토를 데려가는 일은 막으려 한다. 슬픔과 고통에 젖은 두 사람이 ~ (스포 방지를 위해 이만.) 중학생이 읽으면 좋겠다.

어쩌다 시에 꽂혀서는 (정연철, 215) / 시를 주제로 한 소설
  나는 시를 좋아한다. 슬픔을 좋아한다. 슬픔을 글로 이겨내는 과정도 좋아한다. , 슬픔, 슬픔을 글로 이겨내는 과정이 모인 책을 만났다. 정연철 작가의 책을 몇 권 읽었는데 내겐 이 책이 최고다. 문장에서 절제미를 갖춘 시 냄새가 난다. 인용한 시도 좋다. 무엇보다 주인공이 쓰는 시가 참 좋다. 작가가 썼을 텐데 어떻게 썼는지 꼭 물어보고 싶다. 해마다 <교보 책갈피 편지쓰기> 대상도서를 추천하는데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슬플 때, 외로울 때, 시가 그리울 때 딱 좋은 책이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341) / SF 소설
  김동식 작가는 짧고 간단하게 글을 썼다. 짧고 간단해서 읽기 편하지만 간단한 이야기가 휙휙 지나가서 생각하기엔 별로였다. 이 책은 김동식 소설보다 길고, 깊고, 좋다.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아 여성이 일상에서 느끼는 마음을 SF 형식에 잘 담아냈다. 여성, 장애인, 이주민, 비혼모를 비롯한 약자와 소수자를 대변하는 소설이라는 해설에 맞는 이야기가 많다. 그러나 나는 이야기 자체가 좋았다.

살인자의 정석 (김동식, 335) / 소설
  김동식 작가 책 네 권 중에 이 책이 가장 좋다. 인기가 좋았던 글 위주로 모아서 그런가 보다. 김동식 작가는 다시 기회를 갖는다면(악마의 거래이든 다른 형태든) 어떻게 할까?’를 자주 쓰는데 살인자의 정석은 따뜻한 내용이 많다.

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김동식, 333) / 소설
  몇 편의 따듯한 단편이 눈에 띈다. 역시 비슷한 소재와 구조이다. 마음먹고 쓰면 나도 쓸 것 같지만, 실제로 쓰면 쉽지 않겠지!

성공한 인생 (김동식, 175) / 소설
  김동식 소설을 두 권째 읽으니 자주 쓰는 소재와 글 쓰는 패턴이 보인다. 분량이 조금 긴 단편도 소재와 구조가 비슷하다. 짧고 재미있고 반전이 있어서 학생들이 읽기 편하겠다. 사회를 적당히 비판하는 내용이어서 토론하면 좋겠다. 다만, 두고두고 읽을 글은 아니다.

양심 고백 (김동식, 295) / 소설
  김동식 소설을 처음 읽었다. 우리 사회를 잘 반영하면서 재미와 반전을 갖추었다. 점수, 외계인, 계약, 젊음 등의 소재를 많이 썼다. 첫 단편 <인간 평점의 세상>은 내가 자주 생각한 내용이라 좋았다. 마지막 단편 <자살하러 가는 길에>도 좋았다. 마지막에 쓴 <작가의 말>이 가장 좋았다. 재미나게 읽었다.

구멍 난 벼루 (배유안, 154) / 역사 소설
  추사 김정희와 허련의 그림 이야기이다. 허련이 추사 김정희의 집에서 그림에 눈을 뜨고, 그림을 배운다. 김정희가 제주도로 유배를 가자 세 번이나 찾아가 그림에 관해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예술가의 정신을 담으려는 작가의 마음이 잘 느껴졌다. 그림 그리는 마음이 글 쓰는 마음과 같다. 다만 내용이 묵직해서 아주 책 좋아하는 아이가 아니라면 중학생은 되어야 읽겠다.

푸른 늑대의 파수꾼 (김은진, 275) / 소설
  1940, 행복하게 살던 한 가정이 일본놈의 꾐에 빠져 박살난다. 아버지는 감옥에 갇히고 딸은 식모가 된다. 2016, 두 남학생이 봉사활동하러 갔다가 할머니를 만난다. 식모로 살다가 버마까지 끌려갔던 분이다. 일제강점기와 현대를 오가며 할머니의 과거를 바꿔주려는 노력이 어떤 열매를 맺을까? 할머니를 지키려는 마음이 참 아름답다.

11시간 1일 나와 승리 사이 (웬들린 밴 드라닌, 327) / 소설
  고등학교에서 400m 신기록을 세우고 교통사고를 당해 한쪽 다리가 절단된다면? 제시카는 환상통에 시달리고, 좌절하고, 절망한다. 그래도 가족과 친구가 비난, 충고, 섣부른 조언을 하지 않고 곁을 지킨다. 조금씩 일어나 친구 곁에 다가가고, 의족으로 걷고, 다시 달리려 한다. 참 좋은 책이다. 추천한다.

내 휴대폰 속의 슈퍼스파이 (타니아 로이드 치, 139) / 소설
  전자기기가 발달한 시대의 장점과 단점을 소개하며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하게 도와주는 책이다. 전자 학생증, CCTV, 인터넷, 쇼핑을 이용하면 좋지만 악용될 위험도 많다. 좋지만 위험한, 점점 필수가 되지만 걱정되는 전자기기가 가져올 문제를 토론하기 좋은 책이다.

폴리네시아에서 온 아이 (코슈카, 131) / 소설
  남태평양 산호섬 폴리네시아, 지구 온난화로 바닷물이 높아지자 국토가 잠길 위기를 맞는다. 폴리네시아 사람들은 집을 떠나 다른 곳에 가서 살아야 할 지도 모른다. 이미 떠난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주민들이 마을을 떠나 다른 곳에 정착하는 과정을 소설로 썼다.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다. 섬에 남은 외할아버지가 섬을 떠나는 손녀에게 보낸 편지가 따뜻하다.

수상한 진흙 (루이스 새커, 227) / 소설
  학교폭력 가해자, 피해자, 범생이가 수상한 진흙 때문에 싸우고, 두려워하고, 다시 서로를 찾는다. 무슨 진흙일까? 친구 관계와 환경 문제를 함께 다룬 좋은 작품이다. 오래도록 <구덩이>를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못 읽었다. 루이스 새커의 책을 이제야 읽다니! 적극 추천한다.

페인트 (이희영, 228쪽) / 소설
  아이를 기르기 어려워하는 부모가 국가에 아이들을 맡기면 국가에서 아이를 관리한다. 미래사회에 일어날 법한 일을 다룬 소설이다. 센터에 맡겨진 아이들은 가디(교사 겸 보호자 역할)의 도움을 받으며 생활한다. 13살이 되면 자녀를 입양하고 싶어 하는 부모와 면접을 시작한다. 부모가 자녀를 원해야 하지만, 동시에 자녀도 부모를 선택할 수 있다.
  『멋진 신세계, 기억 전달자같은 책을 우리나라 작가가 쓰다니 놀랍다. 자녀를 낳기 싫어하는 현실을 바탕으로 국가가 아이를 기르는 상황이라니~ 미래 사회에 대한 이야기라서, 이야기가 사방팔방으로 뻗칠 위험이 있다. 그런데 부모와 자녀의 관계로 이야기를 모아 잘 썼다. 부모와 자녀 관계를 생각하기에 좋은 책이다.
 부모는 예행 연습 없이 부모가 된다.
 모든 어른의 가슴 속에는 자라지 못한 아이가 살고 있다.
세상 어떤 부모도 미리 완벽하게 준비할 수는 없잖아요. 부모와 아이와의 관계, 그건 만들어 가는 거니까요. (91)
육아서를 전혀 읽지 않은 부모보다 한 권이라도 읽은 부모가 더 낫다는 건 사실인지도 몰랐다. 그만큼 아이에게 관심을 기울인다는 뜻이고 잘 키우기 위해 노력한다는 증거일 테니까. 그러나 그런 준비들이 역효과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었다. 있는 그대로의 아이가 아닌, 부모의 계획대로 만들어지는 아이도 있을 테니까. (92)
"모르기 때문에 불안하고, 또 모르기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겪잖아요."
모른다는 것이 꼭 나쁜 일만은 아닌 것 같다. 모르기 때문에 배울 수 있고, 모르기 때문에 기대할 수 있으니까. 삶이란 결국 몰랐던 것을 끊임없이 깨달아 가는 과정이고 그것을 통해 기쁨을 느끼는 긴 여행 아닐까? (196)

작은 아씨들 (루이자 메이 올컷, 317) / 소설
  책벌레 딸들이 수십 번 읽은 책, 둘째를 책으로 이끈 책을 나는 이제야 읽었다. 아이들이 왜 좋아하는지는 알겠는데, 나한테는 보통이다. 자매들 이야기여서 그렇겠지. 같은 네 자매 이야기인 책벌레들의 책 없는 방학책벌레들의 비밀후원작전은 무지 재미있었는데 말이다. 내가 읽은 책은 주석같은 해설이 달려있다. 오히려 그게 더 재미있었다.

알로하 나의 엄마들 (이금이, 399) / 소설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 갔던 남성들이 결혼하기 위해 일제강점기 시대의 우리나라에 사진을 보냈다. 사진만 보고 결혼하는 여성을 사진 신부라 했다. 사진 신부들이 하와이에 가서 남편을 만나 가정을 이루어 사는 이야기다. 여성이 주인공이라 (은유 작가가 추천사에 쓴 것 같은) ‘지옥 같은 상황은 나오지 않는다. 엄마들이 남편과 자녀를 위해 희생한 이야기가 담겼다. 읽으며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
  다만 이런 종류의 책에서 느껴지는 절망과 슬픔이 별로 없었다. 동화작가여서 그럴까, 청소년 소설이라 그럴까 아쉬움이 많이 남는 소설이다. 가볍고 당황스럽게 만드는 결말이다.

기억전달자 (로이스 로리, 310) / 소설
  책 좋아하는 아이 만나 이야기하려고 다시 읽었다. 좋은 책은 읽을수록 눈에 들어오는 문장이 많고, 책에 빠져들게 한다. 이 책이 그렇다. 멋진신세계도 생각나고,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도 생각난다. 토론하기 참 좋은 책이다.

그리운 메이 아줌마 (신시아 라일런트, 135) / 소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을 소박하고 담담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평소 읽던 뉴베리상 수상작과는 다르다. 짧고 묵직하고 스산하다. 천천히 읽기 좋은 책이다.

꼴값 (정연철, 204) / 소설
  교사 눈으로 보면 창대는 막 나가는 학생이다. 머리 기르고, 물들이고, 쓸데없는(?) 데만 관심을 둔다. 그럼 창대는 꼴통일까? 사람의 행동에는 모두 이유가 있다는데, 창대는 왜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짓만 할까? 창대와 친구(장미, 관중)들은 저마다 꿈이 있다. 창대에게 꼰대질하는 아빠도 꿈이 있었다. 어떤 꿈을 꾸고, 어떤 어려움을 지나, 어떻게 이루어가는지는 다르지만 사람은 꿈을 꾸며 산다. 이걸 잘 보여주는 책이다.

나는 설탕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은재, 185) / 소설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하지만 엄마가 시키는 게 싫다. 엄마는 부모님의 돌봄을 받지 못한 한을 아들에게 보상받으려 한다. 학원 가는 시간, 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까지 통제한다. 마음에서 괴물이 스물스물 올라오는 6학년! 이 괴물이 선생님께 대들 용기, 엄마에게 덤빌 용기를 심어준다. 과연 설탕으로 만든 것처럼 쉽게 부서질까, 아니면 엄마와 선생님을 부숴버릴까? 짝짝이 양말의 남학생 버전 같다. 참 좋은 책이다.

울프 와일더 (캐서린 런델, 286) / 소설
  러시아 귀족은 야생 늑대 새끼를 데려와서 애완동물로 기른다. 야생성이 드러나거나 하는 이유로 기르지 못하게 되면 울프 와일더에게 보낸다. 울프 와일더는 늑대가 야생에 적응하도록 돕는다. 제정러시아에서 황제의 무능을 틈타 라코프 장군이 제멋대로 백성을 괴롭힌다. 라코프 장군이 늑대와 울프 라이더를 잡으려 한다. 울프 라이더인 페오의 엄마는 잡혀가고 페오는 늑대들과 야생지대로 도망간다. 페오는 엄마를 구할 수 있을까? 늑대 이야기를 예상하고 읽다가 혁명 이야기를 만났다. 흥미로운 책이다.
어떤 고통은 무시해도 괜찮아. 하지만 무시하면 안 되는 고통도 있어. (253)
어른들은 저희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항상 조심하라고 말씀하시죠. 하지만 우리에게는 우리가 살아갈 세상을 위해 싸울 권리가 있어요. 그 누구도 우리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그게 더 안전하다고 말할 권리가 없어요. 그러니까 우리 모두, 나가서 싸웁시다.” (274)

⁂ 『손도끼의 겨울 이야기(게리 폴슨, 164) / 소설
  『손도끼를 읽은 독자가 하루 이백 통의 편지를 보냈다. 브라이언이 구조되지 않고 겨울을 나면 어떻게 되는지 알려달라는 내용이 많았다. 그래서 게리 폴슨이 이야기를 또 선물한다. 어려움을 이겨내는 모험담이면서 동시에 주위를 둘러보고 살펴보며 준비하는 과정이 아름다움을 알려주는 이야기이다. 자연의 균형을 생각하게도 한다. 좋은 책이다.

⁂ 『손도끼(게리 폴슨, 186) / 소설
  13살 소년이 혼자 숲에 떨어진다. 아무도 없는 야생지대이다. 가진 건 손도끼 하나. 13살 소년이 살기 위해 몸부림친다. 이곳에서 자연을 읽으며 주위의 생명을 보는 눈을 기른다. <파리대왕>은 추락으로 섬에 갇힌 아이들이 인간의 잔인성을 드러내는 이야기이다. <손도끼>는 똑같이 비행기 추락으로 숲에 갇힌 한 아익 인간의 고귀함을 드러내는 이야기이다. 뉴베리상 수상작이다. 모험의 측면보다 주인공의 마음이 더 크게 보이는 책이다.

문제아 (제리 스피넬리, 246) / 소설
  『하늘을 달리는 아이를 쓴 제리 스피넬리의 책이다. 무조건 읽어야 하는 책이다. 징코프는 글씨를 이상하게 쓴다. 달리기를 못한다. 눈치가 없다. 공부도 못한다. 그런데도 늘 웃는다. 주눅 들지 않는다. 자신이 못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밝고 착하고 웃는 아이다. 저학년 때는 괜찮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문제아가 된다. 징코프는 늘 똑같은데 사람들이 다른 걸 기대하기 때문이다. 과연 징코프는 문제아일까? 교사들이 징코프 같은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생각하면 좋겠다. , 징코프의 부모는 최고다!! 징코프, 넌 루저가 아니야를 먼저 읽으면 좋다.

삐딱하거나 멋지거나 (세브린 비달, 마뉘 코스, 238) / 소설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함께 생활하는 통합교육반 친구들 이야기다. 장애 학생이 감독이 되어 영화를 찍고, 비장애 학생이 장애 학생과 싸우고 사랑하며 지내는 일상을 다루었다. 우리 학생들도 싸우고, 좋아하고, 과제를 함께 할까 궁금하다. 강원도 시골에서는 비슷했는데 도시는 어떨지?
장애 관련 소설 : 13층의 슈퍼히어로, 안녕, 내 뻐끔거리는 단어들, 사랑스런 아이

허구의 삶 (이금이, 255) / 소설
  내 삶을 가로지르는 기둥이 있다면 과거를 끌어안는 일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어린 권일한이 받았던 상처를 어루만지는 일이다. 그때의 상처가 지금의 내 모습이, 나 자신이 되게 했다. 지금까지 나는 상처로부터 달아나며, 영원히 달아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고 그만 달아나는 길을 찾으며 살았다. 고통, 상처, 인간이란 누구인가, 심리에 대한 책을 읽은 까닭은 상처받는 마음을 이해하고, 이겨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상처를 보여주는 책이 참 많았다. 책을 읽으며 사람들이 상처를 다루는 다양한 모습을 알았다. 평범한 인물의 이야기 속에서도, 밑바탕에 숨겨진 상처를 보았다. 상처받은 마음을 알아주고, 어설픈 동정이나 위로를 내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울면서 글을 쓰고, 상처 가득한 글을 내게 내보인 것 같다.
  상처는 우리의 삶을 허구로 만든다. 상처는 아무 곳에도 뿌리내리지 못한 채 허구의 세계를 떠돌게 한다. 거짓으로 다진 반석 위에 뿌리를 내리려고 안간힘을 쓰게 만든다. 허구의 삶은 상처받은 두 아이 이야기다. 주인공 상만은 사람들이 다 아는 상처를 갖고 산다. 그걸 말하기 싫어 거짓으로 반석을 놓고 거짓 뿌리를 내린다. 다른 주인공 허구(이름)은 사람들이 모르는 상처를 갖고 산다. 자신이 뿌리내려야 할 세상을 등지고 허구라는 이름답게 거짓의 세상을 살아간다. 허구의 삶은 상처받은 우리들 이야기다.
  나를 돌아보게 하는 책을 써주셔서 이금이 작가님에게 참 고맙다. 상처 많은 분들과, 책뜰안애에서, 이 책을 토론하고 싶다. 혼자 울지 말고 함께 울기를 바라면서.

너도 아웃(이선이, 180쪽 예상) / 소설
  미출간 소설 원고를 읽었다. 난 밥 먹다가도 화가 난다가 분노하는 남학생 이야기라면, 이번 책은 관계에 매달리는 여학생 이야기이다. 여학생의 성격, 드러나지 않은 마음,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는 모습을 잘 묘사했다. 여학생들의 밀고 당기는 관계를 이해하기에 좋은 책이다. 빨리 출간되면 좋겠다.

체리새우:비밀글입니다. (황영미, 199) / 소설
  다현이는 아람이네 그룹에서 교우관계를 나눈다. 그러나 따돌림을 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전전긍긍한다. 아람이는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만 다현이는 이렇게 말하면 오해하지 않을까?’ 하며 말을 아낀다. 친구가 한 말이 이런 뜻일까, 저런 뜻일까 고민한다. 그러다가 아람이네가 싫어하는 아이와 모둠활동을 하게 된다. 직접 만난 은유는 아람이네 무리에게 들은 아이와 달랐다. 여학생들의 관계와 심리를 잘 나타낸 책이다. 결말도 마음에 든다. 중고등학교 여학생을 만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책이다.

난 밥 먹다가도 화가 난다. (이선이, 216) / 소설
  처음 읽을 때는 장점만 보였는데 다시 읽으니 단점이 보인다. 선생님 말투(설명하는 말투), 상윤이가 쓴 글이 상윤이와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도 이 책을 추천한다. 중학생 모습을 정말 잘 묘사했다. 분노 폭발하는 문제를 가진 학생에 대한 해결 방법도 참 좋다.

아몬드(손원평, 233) / 소설
   ‘나’는 알렉시티미아(감정 표현 불능증)로 인해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두려움, 무서움, 슬픔, 기쁨을 느끼지 못해서 이상한 아이로 살아간다. 다른 사람 감정을 공감하지 못하는 건 불편함을 너머 불행하다. 갑자기 닥친 사고로 할머니가 죽고 엄마가 식물인간이 돼도 ‘나’는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머리와 가슴의 연결을 끊어버린 감정 표현 불능증조차 막지 못하는 일이 일어난다. ‘나’는 과연 타인의 감정을 느끼게 될까?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좋은 책이다. 토론하고 싶은 주제가 많다.
  -> 할멈의 표현대로라면, 책방은 수천수만 명의 작가가 산 사람, 죽은 사람 구분 없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인구 밀도 높은 곳이다. 그러나 책들은 조용하다. 펼치기 전까지 죽어 있다가 펼치는 순간부터 이야기를 쏟아낸다. 조곤조곤, 딱 내가 원하는 만큼만.

7일간의 리셋(실비아 맥나콜, 271) / 소설
  중요한 순간을 다시 한 번 겪는다면,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얻는다면, 내게 일어나는 일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그 이외의 것은 바꿀 수 있다면? 페이지는 친구를 위해 7일을 리셋한다. 다시 살게 된 7일 동안 오직 친구만을 위하는 마음에 대해 학생들이 얼마나 현실성을 가질지 궁금하다. 살아가면서 어떤 결정을 내리고, 어떤 과정을 겪으며 살아갈지 생각하게 만든다. 소녀들이 읽으면 좋겠다.

웃음을 선물할게(김아설 외, 192) / 소설
  ‘웃음을 주제로 10명이 단편소설을 썼다. 따뜻한 글들이 많다. 김이설의 <저스트 댄스>는 청소년의 생기발랄함이 느껴진다. <망나뇽의 눈물>은 청소년기에 느낄만한 자의식을 잘 드러냈고, <배꼽>은 따뜻하고 좋다. <보건실의 화성인><마음을 함께해 준다면>도 너무 좋다. 이어지는 몇 편이 슬프고 우울하지만 우리가 꼭 생각해야 할 감정을 다룬다. 참 좋은 책이다.

밉스 가족의 특별한 비밀 (인그리드 로, 272) / 동화
  후배가 (수원에 사는 두 가족과 함께) 강릉에 왔다. 관광이나 휴가 때문이 아니다. 책벌레와 독서토론을 하고 싶다고 한다. 아이들 특징을 말하며 독서토론을 부탁한다. 5 남자 한 명, 6 여자 두 명, 1 남자 한 명이다. 잠깐이면 될 줄 알았는데 3시부터 930분까지 토론했다.
  아이들 특징을 들으면서 밉스 가족의 특별한 비밀이 떠올랐다. 후배에게 먼저 읽어보라 했다. 울었나 보다. 아이들 처지에 이 책이 잘 맞다고 한다. 오죽헌한옥마을 방에서 나, 처음 본 엄마 한 분, 아이 넷과 토론했다. 엄마는 주로 들었다. 잠깐 내용을 확인하고 배가 고플 때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녁 먹은 뒤에는 좀 어려운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글을 썼다.
  책 한 권으로 생각지 못한,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관찰한 엄마와 아들이 가장 좋아했다. 엄마와 아이가 책을 읽고 자주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하지만 늘 비슷한 내용을 나누어서 아이가 토론에 굶주렸다고(?) 한다. 아이 얼굴이 맛난 거 실컷 먹은 것처럼 웃음꽃이 피었다. 다른 아이 셋도 열심히 글을 썼고, 즐거웠다고 한다.
  집을 짓고 서재를 만들었다. 북스테이를 하려고 서재에 방과 화장실, 간이주방을 갖추었다. <책뜰안애>에 오는 분들에게 쉼과 회복을 주고 싶다. 책벌레가 책으로 아이를 기른 이야기를 들으면서, 함께 독서토론하면서, 비슷한 또래 서넛이 함께 오면 아이들과 독서토론하면서, 부모는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밤에는 옥상에 올라가서 별을 봐야지! 인기 있는 강사보다는 따뜻함을 전해주는 책벌레로 살아야지!

통일한국 제1고등학교 (전성희, 223) / 소설
  전성희 작가는 상상력이 뛰어나다. 거짓말 학교가 참 놀라웠는데 이 책도 굉장하다. 통일이 된 대한민국에서 남북한의 화합을 위해 통일시를 만든다. 두 가지 체제를 유지하며 통일시를 시작으로 서서히 통합을 이루려 한다. 통일시에 있는 통일한국 제1고등학교에 회장선거가 열린다. 통일이 되었지만 남북 갈등이 여전한 상황에서, 남측 학생과 북측 학생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통일이 되면 일어날 일을 놀랍게 분석해서 고등학교 학생들 심리와 연결했다. 전성희 작가의 책은 자체로 토론거리가 된다. 참 좋은 책이다.

라면은 멋있다. (공선옥, 77) / 소설
  중고등학생이 책을 읽게 하려고 기획한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 1권이다. 짧지만 좋은 내용을 소개하며 작가의 다른 책이나 시리즈의 다른 책을 읽게 한다. <라면은 멋있다>는 가난한 두 고등학생이 데이트하는 이야기이다. 재미있다. 만남이 예쁘다. 이 시리즈를 세 권 읽었는데 다 재미있었다.

올리브 가지를 든 소녀 (박건, 윤태연, 171) / 소설
  ‘파라는 팔레스타인 거주지역인 가자지역에서 산다. 가자지구에서는 이스라엘군이 미사일을 쏘고 탱크를 보낼 뿐만 아니라 전기와 물을 차단하고, 장벽을 쌓아 드나들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파라는 미국에서 온 선생님을 통해 게토에 갇혀 살던 유대인 소녀 아디나의 일기를 읽는다. 파라에게 어떤 변화가 생길까? 참 좋은 책이다. 팔레스타인을 다룬 책으로 나는야 베들레헴의 길고양이, 빼앗긴 내일, 팔레스타인 소년 사미르, 팔레스타인을 걷다, 나는 팔레스타인의 크리스천이다를 읽었다. 팔레스타인을 다룬 책으로 가장 좋았던 책은 피를 나눈 형제이다. 이 책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 10권 중 한 권이다.

2미터, 그리고 48시간 (유은실, 159) / 소설
  그레이브스병은 갑상선에 이상이 생긴 질병으로 오랫동안 유은실 작가를 괴롭혔다. 유은실 작가는 아파서 아무 것도 하지 못했기 때문에 글을 썼다고 했다. 그레이브스 때문에 작가가 된 셈이다. 주인공 정음이는 그레이브스병 때문에 힘들어하다가 결국 방사성요오드로 갑상선 기능을 없애버리기로 한다. 방사성요오드 치료를 받으면 48시간 동안 2미터 이내에 사람이 들어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 정음이는 혼자 치료를 받고, 병원에서 2미터 이내에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게 다니며,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와야 한다. 13평 아파트에서 가족과도 떨어져야 한다.
  책을 읽으며 유은실 작가가 슬픔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추천한다.

젤라 그린 2 완벽한 여름방학 (버네사 커티스, 208) / 소설
  젤라 그린 1권이 호평을 받고 여러 상을 받은 뒤에 버네사 커티스가 2권을 썼다. 줄거리를 말하면 1권 스포가 되기 때문에 쉿~ 1권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면 2권을 읽어보시라.

젤라 그린 1 청결의 여왕 (버네사 커티스, 208) / 소설
  젤라는 강박증에 시달린다. 손을 씻을 때는 오른손을 31, 왼손을 31번 문지른다. 계단 오르내리기 전에 제자리에서 128번을 뛰어야 한다. 이걸 지키지 않으면 불행한 일이 생긴다고 믿는다. 증세가 어찌나 심한지 아빠 손을 잡지도 못한다. 불결한 걸 참지 못하기 때문이다. 엄마가 죽고, 아빠가 이를 이기지 못해 술에 빠지면서 이렇게 되었다. 젤라가 비슷하지만 다른 문제를 가진 아이들이 모인 곳(포레스트 힐 하우스)에 가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좋은 청소년 성장소설이다.

꿈을 지키는 카메라 (김중미, 89) / 소설
  31번과 같은 시리즈다. 절친인 연서와 아람이는 명품반과 열등반으로 나뉜다. 두 아이의 집은 철거 대상 지역에 있다. 두 친구가 우열반으로 나뉘고, 이웃은 재개발로 어려움을 겪고, 이런 저런 고민이 얽힌다. 단편이라 스포방지를 위해 여기까지.

안녕, 내 뻐끔거리는 단어들 (샤론 드레이퍼, 319) / 소설
  멜로디는 뇌성마비에 걸려 말을 못한다. 사람들은 멜로디의 장애를 보고 두뇌도 같은 수준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멜로디는 굉장히 똑똑하다. 멜로디가 메디토커라는 기계를 사용하면서 말을 한다. 친구들과 똑같이 느끼고, 똑똑하기까지 한 멜로디. 퀴즈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으로 학교 대표가 되지만 친구들이 싫어한다. 멜로디는 전국대회에 나갈까? 참 좋은 책이다. 추천한다.

위시 (278, 바바라 오코너) / 소설
  아빠가 교도소에 갇히고, 엄마는 우울증! 망가진 가족에게 사랑을 받지 못한 찰리는 친구가 없다. 싸움닭처럼 덤벼드는 찰리를 사랑으로 받아줄 사람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사에 의해 잠깐 동안 시골 이모 집에 갔지만 거기서도 싸움닭으로 살아간다. 그러면서도 날마다 가족을 만나게 해달라고 소원을 빈다. 찰리는 떠돌이개 위시본을 만나고, 조금씩 가족을 이룬다. 참 좋은 책이다.

새장 안에서도 새들은 노래한다. (마크 잘즈만, 319) / 소설
  마크 잘즈만은 퓰리처상 후배에 오른 작가이다. 새 소설을 구상하다가 청소년 범죄자 캐릭터 창조에 도움을 받으려고 청소년 범죄자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자원봉사활동을 시작한다. 잘즈만이 새장 안에 갇힌 새들과의 만남을 소설로 썼다. 아이들 삶을 좀더 건드리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상처 받은, 상처를 많이 준 아이들은 묵묵히 바라보는 잘즈만의 관점이 더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와 함께 읽으면 좋겠다. 참 좋은 책이다.

불량한 자전거 여행(김남중, 239) / 동화
  김남중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다. 이야기를 잘 이끌어간다. 호진이 아빠는 집보다 회사를 좋아한다. 호진이 엄마는 학원비를 마련하려고 직장에 다니기 시작했다. 호진이는 공부를 싫어한다. 결과는 뻔하다. 엄마와 아빠가 싸우는 단계를 지나 무관심해져서 이혼을 꺼낸다. 호진이는 공부, 부모의 다툼, 기대감, 짓누르는 압박을 견디다 못해 몰래 삼촌에게 가버린다. 삼촌이 이끄는 자전거 여행 팀에 끼어 1100km 자전거 여행을 떠난다. 자기를 찾아가는 여행. 참 좋은 책이다. 추천한다. 진로지도에도 좋겠다.

스프링벅 (배유안, 218) / 소설
  교보교육재단 책갈피 독서편지쓰기 대회에 이렇게 소개했다.
  <젊음은 눈부십니다. 아름답고 활기찹니다. 제 멋에 겨워 세상을 향해 달려 나가는 모습이 마치 스프링 벅이 뛰어오르는 것 같습니다. 이게 젊음의 모습입니다. 두려워하건 아니건, 드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젊음은 멋지고도 멋집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학생들은 젊음을 만끽하지 못한 채 고통스럽게 보냅니다.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무게에 짓눌려 하루의 절반을, 때로는 그보다 더 오래도록 의자에 앉아 공부합니다. 게다가 어른들이 마음을 짓누릅니다. 공부하라고, 조금만 더 하라고, 학생이 해야 할 일은 경쟁에서 이기는 것뿐이라고 말합니다. 무작정 대학만 바라보고 뛰라 합니다.
  스프링 벅은 아프리카에 사는 양입니다. 일정한 숫자가 모이면 좋은 풀을 뜯어먹기 위해 뒤에 있던 양이 앞으로 나섭니다. 그러면 다른 양도 앞으로 나서고 무리가 점점 앞으로 나서기 경쟁을 하면서 달립니다. 무리에 속도가 붙으면 왜 달리는 지도 모르고 그냥 달립니다. 절벽에서 떨어질 때까지. 한두 마리가 달리기 시작하면 밑도 끝도 없이 무작정 달리는 스프링벅 무리가 꼭 대학을 향해 달리는 학생들 같습니다.>

날마다 한일전 (김동환, 이기범, 206) / 소설
  장수와 동호는 교내 여행 답사 동아리 활동으로 일본에 갔다가 유키와 미쿠를 만난다. 이성에 대한 호감으로 메일을 주고받다가 유키와 미쿠가 한국에 놀러온다. 여행안내를 하면서 역사문제로 부딪친다. 소녀상 앞에서 위안부 이야기를 듣고 유키와 미쿠는 충격을 받는다. 다음에는 장수와 동호가 일본에 가서 군함도를 방문한다. 한일 관계를 네 학생의 여행으로 잘 풀어냈다. 이성에 대한 관심이 한일 관계의 긴장을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한일 관계를 토론하면 좋겠다. 참 좋은 책이다.

불균형 (우오즈미 나오코, 168) / 소설
  <불균형>은 일본에서 가장 권위있는 상 중 하나인 고단샤 아동문학 신인상을 수상한 작가의 책이다. 청소년들의 아픔을 잘 드러냈기 때문에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는 초등학교 5-6학년 때 왕따를 당했다. 중학생이 되면서 '쿨하게 살자''친구를 사귀지 말자'고 다짐했다. 교실에 있지만 교실에 있지 않는 상태로 살아간다. 상처 받지 않기 위해. 그러나 아무리 쿨하게 살려 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다. 청소년기의 불안과 고민, 아픔을 잘 드러냈다. 왕따, 학교폭력을 다룬 참 좋은 책이다. 균형을 잃은 관계를 극복하고 균형을 잡아가는 이야기이다.

부러진 코를 위한 발라드 (아르네 스빙엔, 240) / 소설
  노르웨이 작가의 책이다. 바르트는 고도비만에 알코올중독인 엄마와 빈민아파트에 산다. 왕따를 당하지 않으려고 눈치를 보며 조용히 살아간다. 아이돌이 아니라 오페라를 좋아하지만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는다. 혼자 부를 때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내지만 누군가 듣고 있으면 목소리가 갈라진다. 학예회에서 노래를 부르기로 했지만 자신이 없다. 게다가 악동 친구가 바르트의 처지를 알아낸다. 친구의 놀림을 이겨내고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강력 추천한다.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 (정유정, 394) / 소설
  단숨에 읽었다. 딸을 잃고 정신이 나가 정신병원에 갇힌 할아버지가 탈출한다. 준호는 데모하다 도망치는 형에게 전해줄 서류를 갖고 트럭에 올라탄다. 정아는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를 피해, 승주는 부모의 지나친 보호를 피해 도망간다. 넷이 폭풍우에 휘말려 떠돌 듯 돌아다니며 서로의 상처를 조금씩 알아간다. 내가 읽은 수많은 책과 다르게 이야기가 흘러간다. 재미있고 울림도 있다. 강력 추천한다.

데미안(헤르만 헤세, 230) / 소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책, 헤르만 헤세의 대표작. 그러나 난 데미안이 젊은이에게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헤세는 인도철학의 영향을 받아 이원론에 빠졌다. 데미안이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 사이를 오간다는 내용이 영지주의자들의 세계관과 똑같다. 자극적이고 모호해서 젊은이들이 좋아하지만 치우친 생각을 갖게 만든다. 한때 데미안을 좋아했지만 분별력이 생겼나 보다. 헤세의 명작은 수레바퀴 아래서이다.

소년과 바다 (로드먼 필브릭, 208) / 소설
  『우주에 남은 마지막 책의 저자 로드먼 필브릭이 노인과 바다를 기리며 썼다. 노인 대신 소년이 엄마 잃고 무너진 아빠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바다로 나간다. 노인이 바다로 나가면 인생 이야기가 되고, 소년이 바다로 나가면 가족과 희망 이야기가 된다. 참 좋은 책, 참 좋은 작가이다.

돌 씹어 먹는 아이 (송미경, 165) / 동화
  비유와 상징을 활용해서 실제 생활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기발하게 표현한 동화이다. 소심하고 말이 없는 아이가 아무거나 시장에서 혀를 사서 입 안에 넣는다. 그때부터 아이는 막말을 쏘아대며 하지 못했던 말을 내뱉는다. 중학생 이상으로 대상을 정한 건 초등학생에게 자극적이라 생각해서이다. 초등 대상인 <보름달 문고>로 분류되어 있지만 <1318 소설>로 분류하는 게 낫겠다.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솔제니친, 223) / 소설
  이반 데니소비치가 시베리아 수용소에서 지내는 하루를 담았다. 수용소가 얼마나 견디기 힘든 곳인지, 그런 곳에서도 어떻게 견뎌내는지 보여준다. 또한 작은 성취, 작은 기쁨이 하루를 견디는데 얼마나 도움을 주는지 보여준다. 참 좋은 책이다.

동물농장 (조지 오웰, 171) / 고전소설
  말이 필요 없는 책. 조지 오웰은 천재다. 글 솜씨가 부럽다. 최강이다. 독서반 학생들과 돼지가 동물들을 지배하기 위해 사용하는 술책을 찾아보았다. 여러분도 해보시라.

라인 (이송현, 234) / 소설
  율과 도는 줄을 탄다. 백인과 혼혈인 율은 자기를 찾기 위해 전통줄타기를 배우고 한국인 도는 독일의 줄타기 슬랙라인을 배운다. 둘은 같은 날 태어나 우연히 같은 집에서 쌍둥이로 살아간다. 줄 위에서 자기를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글의 전개가 좀 성급하지만 내용은 좋다.

달빛 마신 소녀 (켈리 반힐, 398) / 동화
  2017년 뉴베리상 수상작이다. 마을 사람들은 1년에 한 번씩 아이를 숲에 놔둔다. 마녀를 달래기 위해. 그러나 마녀는 아이를 데려다가 습지 건너편에 있는 사람들이 기르게 한다. 사람들이 왜 1년에 한 번씩 아이를 버리는지 모르면서. 이건 슬픔을 먹고 사는 마녀(?)가 마을을 장악하기 위해 벌인 일이다. 장로들은 그걸 이용해서 권력을 장악하고 욕심을 채우며 살아간다. 저자가 문장보다 이야기 자체에 신경을 많이 썼기 때문에 눈에 쏙 들어오지는 않았다. 그래도 좋은 책이다.

스피릿 베어의 기적 (벤 마이켈슨, 239) / 소설
  학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가 알라스카 한 섬에서 함께 지내며 회복되는 이야기 스피릿 베어에 이어 콜과 피터가 학교로 돌아와 현실에 다시 부딪치고 흔들리고 분노하고 회복되는 이야기이다. 현대인들이 좋아할 내용이지만 내 가치관과는 달랐다. 인디언의 정신을 담아 썼지만 현실을 정신으로 이겨내는 과정에 동의할 수 없었다. 가치관이 다른 사람과 토론하면 재미있겠다.

우리들의 스캔들 (이현, 213) / 소설
  자기 생각만을 내세우며 학생들을 때리고 위협하고 괴롭히는 학교의 모습을 고발하는 책이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많은 학교가 이랬고 지금도 잘못된 관행에 매여 학생을 괴롭히는 학교가 많다. 거기서 학생들도 자기 생각만 생각하며 타협하고 있다. 학생, 교사가 함께 읽고 토론하기에 좋은 책이다.

중학교 1학년 (수지 모건스턴, 184) / 소설
  <조커, 학교 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를 쓴 수지 모건스턴이 중학교 1학년 모습을 실감나게 썼다. 초등학교에서 터줏대감으로 살던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면서 병아리로 변하는 모습, 낯선 수업에 당황하며 적응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잘 그렸다. 또한 학교가 학생들 눈높이에 맞춰 변해야 한다고 말한다. 좋은 책이다.

열두 살의 전설 (고토 류지, 195) / 소설
  ‘난장판 교실아이들이 6학년이 되었다. 아이들이 나쁘게 행동하는 이면에는 상처와 아픔이 있다고 생각하는 나도 이 아이들을 맡으면 얼마나 참을지 모르겠다. 이 교실에 편견이라고는 없는선생님이 온다. 아이들을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않고 다가가는 선생님이 이상해서 아이들도 조금씩 귀를 기울인다. 정해진 틀을 벗어난 모습을 읽으며 내 모습이 겹쳐지기도 하고,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상황에서 엉뚱한 매력을 뽐내는 모습을 읽으며 부끄럽기도 했다. 참 좋은 책이다. 그러나 일본 이름이 복잡하다. 다섯 아이가 쓴 글이 섞여 나오기 때문에 누구의 관점인지(이름이 어려워서) 알기 힘들 수도 있다. 아이보다 교사에게 좋은 동화이다.

삐딱한 나 선생의 학교 바로보기 (나영상, 238) / 교육

나영상 선생님은 자신을 송곳이라 부른다. 할 말은 하는 사람. 나이, 직위, 분위기에 떠밀려 입 다물었다가 뒤에서 비난하는 사람이 아니다. 서로 의견을 나누며 생각을 나누자고 한다. 참 좋은 태도이지만, 우리나라에서 특히 학교에서 이런 태도로 지내면 불편한 일이 생긴다. 나영상 선생님은 모른 척하고 넘어가지 않는다. 나이와 경력, 직위나 관계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의논해보자고 한다.

이 책은 학교에서 지내며 겪은 일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을 썼다.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생각이 다른 사람과 이야기해보자는 마음으로 다가가면서 겪은 이야기여서 나와 너의 생각 차이가 크게 드러난다. 책은 크게 교실 바로보기, 학교 바로보기, 세상 바라보기 꼭지로 썼다. 학생들 사이, 학생과 교사 사이, 교사들 사이, 교사와 주위 사람들(교장, 교감, 행정실, 급식소 등)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을 썼다.

내용이 새롭다. 저자가 자신만의 안목을 가졌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믿고, 옆 반 선생님 눈치 보지 않고, 교장과 교감에게 주눅 들지 않는 생각이 좋았다. 30년 동안 나도 좀 남다른 생각으로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으며 남다른 밝은 생각을 만나 좋았다. ‘나는 이렇게 하지 못했는데~’ 하는 점이 많았다. 난 사람이 변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며 혼자 놀았는데 선생님은 계속 이야기해보자고 했다. 그 과정에서 갈등이 생기고 차이가 도드라지면 불편할 텐데 선생님은 이를 배우는 기회, 조화를 이루는 기회로 삼았다. 참 좋다. 책을 읽으며 마음이 조금 더 열렸다. 추천한다.

어떤 논리적인 이야기로도 학부모님을 설득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부모님의 시각을 결과보다 과정에 두도록 유도할 필요는 있다.
교육의 목표는 아이가 만든 결과가 아닌, 결과를 만드는 아이 자체이니까. (14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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