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부터 제가 읽은 책 중, 중학생을 위한 책입니다.
아이마다 독서 수준이 다르므로 해당 학년에 정확하게 맞지는 않습니다.
책은 읽은 순서대로 소개했습니다. 위에 있다고 더 좋거나 아래에 있다고 나쁜 건 아닙니다.
특히, 제 취향이 여러분과 안 맞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책은 제목을 빨강으로 표시했습니다.)
여기 있는 책을 아이가 싫어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아이는 자체로 특별한 선물이랍니다.
⁂ 반전이 있는 베트남사 (권재원, 165쪽) / 청소년
나는 역사를 좋아한다. 쯩자매가 한나라에 대항해서 독립운동을 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1000년 동안 중국의 지배를 받으며 맞섰고, 프랑스와 미국을 물리친 나라도 알았다. 그러나 디엔비엔푸 전투에서 베트남이 어떻게 이겼는지, 프랑스에서 독립한 이후 미국이 공격하기 전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대로 몰랐다. 아오자이가 베트남 전통 의상이 아니고, 베트남 정치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도 이 책을 읽고 알았다. 베트남에 대해서 간단하면서도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는 책이다. 여행으로 다녀온 지역에서 무엇을 더 봐야 하는지, 내가 가본 그곳이 어떤 곳인지 뒤늦게 알았다. 특히 베트남 사람들이 우리나라, 미국, 프랑스, 중국과 역사 문제를 따지지 않고 현재를 중시하며 지내는 마음을 알게 되었다. 좋은 책이다.
⁂ 로지나 노, 지나 (이란주, 279쪽) / 중학생
이란주 작가는 이주노동자, 이주민 관련 글을 쓴다. 『로지나 노, 지나』는 르포소설이다. 로지나는 방글라데시에서 5살까지 살다가 우리나라에 왔다. 아빠가 먼저 와서 일하다가 엄마도 오게 됐다. 브로커 비용을 많이 써서 왔는데 돈벌이가 여의치 않다. 이주노동자가 겪는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로지나는 친구 없이, 혼자 놀면서, 학교에 가지 못한다. 학교에 가도 로지나가 아니라 지나로 불린다. 그래서 제목이 『로지나 노, 지나』이다.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일들이 실감나게 나타났다. 르포소설이라 현장감이 있다. 그러나 소설의 느낌은 적다.
우리나라에선 비교, 평가가 많다. 그래서 비슷하지 않으면 틀렸다고 비판한다. 이주노동자는 피부 색깔, 말투, 출신국, 음식과 문화가 달라서 비난을 많이 받았다. 다른 게 뭐라고?
⁂ 점과 선 (노턴 저스터, 66쪽) / 중학생
처음 봤을 때 깜짝 놀랐다. 점과 선으로 도형의 아름다움을, 인간관계를 표현한 책이라니! 그림책보다 내용이 길지만,나 소설은 아니다. 선은 점을 좋아한다. 그러나 점은 선이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없다며 싫어한다. 점은 자유분방한 헝클이(마구잡이로 그린 선)를 좋아한다. 선은 자신의 장점을 생각했다가, 다시 좌절한다. 그리고 점을 생각하며 노력한다. 그러다가 선을 꺾는 능력을 찾아내서 각을 만든다. 선이 만들어내는 도형과 디자인이 참 아름답다. 여기 나오는 그림은 모두 작가가 직접 그렸다고 들었다. 점과 선의 로맨스가 어른들의 마음을 울릴 것이다. 참 좋은 책이다.
⁂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수학 가게입니다 (무카이 쇼고, 354쪽) / 중학생
수학 가게 시리즈 두 번째 책이다. 수학으로 세상을 구하겠다고 다짐하고 수학에 빠져든 소라가 미국으로 갔다. 수학 전문가가 사라진 뒤에 하루카는 혼자 수학을 공부한다. 그리고 수학 가게를 계속 이어간다. 하루카는 수학 천재가 아니어서 혼자 해결하지는 못한다. 친구들과 함께 학교 축제에서 일일 매점을 할지 연극을 할지 수학으로 결정한다. 축제에 쓸 아치를 황금비율로 만든다. 학교에 나오지 않는 친구가 어떻게 하면 학교에 나올지 계산하고 축제에 소라를 등장시킨다. 수학 계산이 나오긴 하지만 흥미를 끄는 요소가 많아 학생들이 재미있게 읽을 거라 생각한다.
⁂ 수학특성화중학교 (김주희, 이윤원, 221쪽) / 중학생
수학을 주제로 가볍게 쓴 청소년 소설이다. 정해진 소수만 참여하는 수학 캠프에 도전하고, 참가해서 일어나는 일이라 흥미롭다. 중학생들이 좋아할 등장인물(아이돌, 금수저, 썸 타는 사이 등)이 사건을 이끌어가기 때문에 학생들이 재미나게 읽을 것 같다. 수학 내용이 많지는 않다. 가볍게 읽을 책이다.
⁂ 어서 오세요! 수학 가게입니다(무카이 쇼고, 334쪽) / 중학생
일본 작가는 독특한 소재를 찾아내서 글을 쓴다. 이 책은 수학으로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이야기다. 다섯 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무한을 증명하는 내용, 운동장을 이등분하는 내용, 연애부등식 등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수학으로 증명한다. 재미있다. 수학 싫어하는 중학생은 어떻게 읽을지 궁금하다. 2014년부터 3년 연속으로 시리즈 세 권이 출판되었다.
⁂ 맨박스 페미니즘 (권재원, 260쪽) / 인문(고등학생 )
안산 선수가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자 페미냐는 주장이 일었다. 국가를 대표해서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에게 했던 기자의 질문은 눈과 귀를 의심케 할 지경이었다. 단발머리를 했다고 페미냐는 질문을 받는 것도 우습고, 페미를 무슨 테러리스트 취급하는 것도 했다. 2021년에 메카시즘을 다시 만나서 황당했다. 안산 선수가 금메달을 따지 못했으면 논란이 오래도록 불타올랐을 것이다. 안산 선수가 세계선수권에서도 금메달을 따면서 비난이 가라앉았지만, 이듬해(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새로운 연료를 만나 불타올랐다. 페미니즘 광풍은 통계도 일반적인 정서도 깨뜨릴 정도로 강력했다. 대통령을 바꿀 정도였으니까! 나는 그들이 왜 페미냐고 공격하는지, 페미가 어떻게 문젯거리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맨박스 페미니즘』을 읽고 속이 시원해졌다. 이제 이해가 된다.
저자는 50대 남자 교사로 남학생에게 페미니즘을 알려주기 위해 『맨박스 페미니즘』을 썼다. 남자 교사가 짊어져야 할 페미니즘 교육은 여자들에게 “깨어나라” 하고 외치는 것이 아니라 남자들에게 “좀 들어라” 하고 외치는 것(10쪽, 서문)이라며. 나보다 선배인 50대 남자 교사가 페미니즘 교육을 어떻게 말할지 궁금했다. 권재원 선생님이 쓴 책을 세 권 읽었는데 모두 참 좋았다. 선생님 글은 균형 잡힌 생각을 하게 도와준다. 그래도 ‘페미니즘이라니?’ 하며 읽었다.
“감탄했다!” 권재원 선생님은 평소 균형 잡힌 정보를 제공하고, 정당한 논리를 내세워 사람들의 편견과 인식을 깨는 글을 자주 썼다. 이 책은 더욱 그랬다. 나도 글을 쓰는 사람이라 어느 정도 책 내용을 예상한다. 『맨박스 페미니즘』은 처음부터 끝까지 예상을 벗어났다. 트럼프 당선을 성 대결로 해석한 내용,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떠오른 이대남, 이대녀, 페미 사냥 등을 해석한 내용이 참으로 놀라웠다. ‘난 왜 이렇게 생각하지 못했을까?’
저자는 여성이 지금까지 줄곧 희생하며 살았다고 한다. 스스로 삶을 선택할 자유를 누리지 못한 여성들이 균형을 잡으려고 하는 걸 남성이 양보하고 심지어 빼앗기는 걸로 받아들인다고 설명한다. 한두 문장으로 쓴 내 요약은 설득력이 없다. 책을 읽어야 한다. 책을 읽으면 남자다움으로 포장된 상자를 깨뜨리는 것보다 훨씬 더 나아가야 한다는 걸 인정하게 된다.
공감하는 내용이 너무 많아 일일이 소개하기 어려울 정도다. 특히 남성이 분노하기 전에 감정을 배워야 한다는 부분이 크게 다가왔다. 내가 분노를 참으려 해도 안 되었는데 감정을 살피면서 분노를 다스리게 된 경험이 있다. 하나 더, 공산당 선언으로 본론을 시작한 부분을 읽으며 깜짝 놀랐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 하루 쉼표 (따뜻한 하루, 293쪽) / 중학생
‘따뜻한 하루’라는 이름으로 따뜻한 이야기를 보내주는 분이 있나 보다. 40만 독자에게 편지를 배달했다고 한다. 편지는 주로 웃음, 용기, 감동을 주는 내용이다. 위로, 응원, 공감, 사랑이라는 주제로 글을 모아 책으로 펴냈다. 20대에 이런 이야기 참 좋아했는데 지금은 ‘그렇구나!’ 한다. 나이가 들면서 슬프고 어두운 마음 쪽으로 기울었다. 사람을 위로하고 힘을 주는 글인데 말이다. 따뜻한 이야기를 읽고 싶은 분에게 추천한다.
⁂ 곰의 부탁 (진형민, 238쪽) / 단편소설 모음
진형민 작가가 세월호에서 돌아오지 못한 고운이와 경미를 생각하며 쓴 단편 일곱 편을 모았습니다. 어둡거나 슬픈 내용만 있지는 않습니다. 청년들이 겪는 고민과 아픔을 드러낸 글입니다. 사랑, 아르바이트 세계, 아프칸 난민의 삶, 언니와의 추억(과 관계), 다문화 가정 아이, 오토바이 사고로 죽은 학생 친구들의 인터뷰까지 다양한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주제를 다루었다. 진형민 작가는 참 글을 잘 쓴다. <자물쇠를 채우지 않은 날>이 정말 좋았다. <언니네 집>과 <그 뒤에 인터뷰>도 좋았다. 책 제목으로 삼은 <곰의 부탁>은 보통이었다.
⁂ 마이네임 (구로카와 유코, 205쪽) / 중학생
문장을 참 잘 썼다. 우리나라 청소년 작가는 스토리를 색다르고 특별하게 구상하지만, 문장이 멋지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드물다. 『마이네임』에는 다시 읽게 되는 문장이 자주 나온다. 게다가 단순한 이야기에 중학생들의 마음을 잘 담았다.
일본에서는 결혼하면 아내가 남편과 같은 성을 쓴다. 이혼하면 성을 다시 바꾸어야 한다. ‘미온’은 부모가 이혼하면서 이름이 사카가미(아빠 성) 미온에서 도마쓰(엄마 성) 미온으로 바뀌었다. 이름은 정체성을 의미하며, 중학생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미온’은 이름 때문에 혼란을 겪는다. 중학생은 지금까지 자기들을 지켜주던 부모와 어른들의 권위에 도전하며 자신을 찾아가는 시기다. 이때의 고민을 ‘이름’으로 담아냈다.
단순한 이름(SNS 닉네임, 별명, 마음에 드는 이름)으로 중학생의 정체성 혼란을 담아내다니 작가의 솜씨가 뛰어나다. 특히 자이니치(재일한국인) 4세의 이야기를 담아줘서 좋았다. 친구들에게 한 번도 한글 이름으로 불린 적이 없는 채영이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 죽이고 싶은 아이(이꽃님, 200쪽) / 중학생 소설
주연이가 서은이를 이끌고 서은이가 주연이를 따른다. 주연이가 서은이를 함부로 대하는 것 같고, 서은이가 주연이 말을 거부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다가 주연이가 학교 구석진 곳에서 벽돌에 맞아 죽는다. 범인으로 주연이가 지목되고 재판이 진행된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아니라 가정환경으로 인한 결핍 때문에 인간관계가 흔들리는 학생들 마음을 잘 보여준다. 가해자를 찾아가는 수사 형식이라 학교 폭력 장면이 직접 드러나지 않고 재미도 있다.
⁂ 마이너스 스쿨 (이진 외, 195쪽) / 중학생 소설
<학교 폭력>을 주제로 작가 다섯 명이 쓴 단편 모음이다. 두 편은 조금 읽고도 결말이 보였고, 두 편은 과장되거나 억지스러웠다. 나는 귀신이 나오는 글을 좋아하지 않는다. 두 편에서 귀신이 중요한 역할을 해서 이렇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한테 유치하면 학생들은 좋아할 것 같다. 정명섭 작가가 쓴 <즐거운 나의 학교>는 좋았다. 다만 이 책보다 4개월 먼저 출판된 『죽이고 싶은 아이』와 결말이 같았다. 글을 쓰는 데 4개월 걸릴 테니 저작권을 침해하진 않았을 거로 생각한다. 그래서 의외였다. 결말이 똑같다니~
⁂ 용기 없는 일주일 (정은숙, 232쪽) / 중학생 소설
제목을 잘 정했다. 주인공 이름이 용기인데, 용기가 다쳐서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학교가 <용기 없는 일주일>을 보낸다. 친구들은 용기가 없어서 박용기가 학교 폭력을 당할 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용기가 다치고 담임 선생님이 학교 폭력 가해자를 찾기 시작한다. <학교 폭력>이 무거운 주제인데 탐정 형식으로 만들어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좋은 책이다.
⁂ 리언 이야기 (리언 월터 틸리지, 108쪽) / 중학생
1936년에 태어나 흑인으로 차별을 받으며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설 형식이 아니라 저자가 직접 말하는 형식이다. 넬슨 만델라, 마틴 루터 킹 이야기를 좋아해서 여러 권 읽었는데 그런 책에서 읽지 못한 이야기도 있다. 나는 소설 형식이 좋은데, 대놓고 말하는 스타일을 좋아하는 분도 있을 것 같다. 소설로 만들었으면 200쪽은 됐을 텐데 대놓고 말해서 분량이 짧다. 흑인의 삶과 민권운동의 과정을 잘 알려준다. 좋은 책이다.
⁂ 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271쪽) / 소설
일본 애니는 정말 별것 아닌, 일상의 소소한 내용으로 이야기를 만든다. 수학 수식으로 이야기를 만들다니 대단하다. 지금은 책벌레로 불리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목은 수학이었다. 수학의 세계는 정말 아름다웠다. 수학 문제 풀이하는 방법으로 수학 선생님과 시간 보내던 기억이 났다. 인터뷰만으로 이런 내용을 만들다니 작가 능력이 대단하다.
⁂ 녹나무의 파수꾼 (히가시노 게이고, 554쪽) / 소설
나미야 잡화점에 온 세 친구가 사람들 마음을 토닥이는 이야기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과 같은 버전이다. 장소는 녹나무(신사에 있는 고목)로 바뀌었지만, 지금 살아가는 사람이 과거의 이야기를 듣고 위로를 받는 내용은 똑같다. 작가의 상상력과 내용을 이끌어가는 실력이 좋아서 지루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 재미있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뻔한 부분이 많아서 실망했는데 『녹나무의 파수꾼』은 괜찮았다.
⁂ 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 (이은정, 259쪽) / 소설
단편소설 여덟 편 모두 참 잘 썼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솜씨가 좋다. 나는 인간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소설은 좋아하지만, 어둡고 추악한 분위기는 싫어한다. 이 책이 그렇다. 글솜씨가 좋은데도 읽으면서 짓눌리는 느낌이라 다음 내용을 기대하기보다 빨리 끝내고 싶었다. 다만 초등학생이 다니는 학원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 <친절한 솔>은 좋았다. 이건 내가 선생이라 팔이 안으로 굽은 거다.
⁂ 세계는 왜 싸우는가 (김영미, 309쪽) / 청소년, 세계
저자 김영미 PD는 분쟁지역을 전문으로 취재한다. 20년 80개국이나 다니며 취재했다. 대부분 국민이 힘들어하는 나라다. 청소년인 자녀에게 이야기하듯 글을 썼다. 80개국 중 13개 나라를 소개한다. 대물림되는 전쟁국(레바논,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독립을 위한 전쟁(동티모르, 체첸, 카슈미르, 쿠르드족), 더 가지고 싶은 자의 전쟁(이라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시에라리온), 가난이 부른 전쟁(소말리아, 콜롬비아, 미얀마)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읽으며 참 슬프고 마음 아팠다. 청소년에게 추천한다.
⁂ 연의 노래 (조현아, 264쪽) / 만화
네이버 웹툰을 만화로 만들었다. 재미있고 의미도 있다. 만화로 읽기 딱 좋다. 따뜻하고 감상적이다. 학교폭력, 친구 관계를 미스터리 답 찾듯 보여준다. 가볍게 읽기 좋다.
⁂ 죽고 싶지만 죽고 싶지 않아 (오키타 밧카, 159쪽) / 만화
저자는 학습장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았다. 초등학교, 중학교에 다니던 1980년대에는 아무도 이런 증상에 신경 쓰지 않았다. 선생님이 혼내고, 때리고, 무시할 동안 아이들도 같이 괴롭혔다. '이해받지 못한 아이'가 어른이 되어 자기 이야기를 만화로 썼다. 친구들은 자기와 다르게 그 시절을 바라본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좋은 책이다.
⁂ 저 청소일 하는데요? (김예지, 223쪽) / 만화
만화책이다. 저자 김예지는 대학을 졸업한 뒤에 직장을 구하지 못해 엄마 따라 청소 일을 하러 다닌다. 젊은 여성이 청소 일을 하면서 만난 편견과 위축감이 크다. 청소 일을 하면서 겪은 일을 만화로 그리면서 견딘 것 같아 보인다. 책이 잘 팔리는 것 같은데 여전히 청소 일을 한다. 그래서 더 좋아 보인다. 중고등학생들과 토론하기에도 좋겠다. 내용은 좋고, 읽긴 쉬우니까.
⁂ 난 빨강 (박성우, 125쪽) / 시집
교보교육재단 5월 책갈피 인성도서로 선정된 시집이다. 박성우 작가가 청소년을 위한 시를 썼다. 솔직하고 재미있다. 청소년의 생활이 잘 드러났다. 40대 후반인 작가가 청소년의 삶을 잘 아는 것 같아서 왜 그런가 했더니, 학생들을 찾아가 생각을 들었다고 한다. 색다른 시집을 만났다.
⁂ 조선의 아버지들 (백승종, 239쪽) / 역사
아버지를 좋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까, 좋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어머니를 좋게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조선 시대 아버지라면 평가가 더 박할 것이다. 유교와 성리학에 찌든 꼰대 같은 아버지가 많았을 것 같다. 저자는 유교가 지배하는 체제에서 아들을 아끼며 가르친 12명의 아버지를 소개한다. 이들은 시대를 이끌던 학자와 관리로 고뇌하면서도 자녀에겐 좋은 아버지가 되려고 노력했다. 엄함과 자상함의 관점을 벗어나 자식을 사랑하는 좋은 아버지였다. 정약용, 이황, 박세당, 김숙자, 이익, 유계린, 김장생, 김정희, 이순신, 김인후, 이항복. 그리고 좋게 평가할 수 없는 아버지 영조. 이름만 알던 박세당, 이익, 김장생을 알게 되어 좋았다. 이황, 김정희, 이항복은 자세하게 알게 되어 좋았다. 또한 열두 명이 가깝게, 때론 멀게라도 서로 연결되어서 놀라웠다.
⁂ 세계는 왜 싸우는가 (김영미, 309쪽) / 사회
저자 김영미 PD는 분쟁지역을 전문으로 취재한다. 20년 이상 80개국이나 다니며 취재했다. 대부분 국민이 힘들어하는 나라다. 청소년인 자녀에게 이야기하듯 글을 썼다. 80개국 중 13개 나라를 소개한다. 대물림되는 전쟁국(레바논,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독립을 위한 전쟁(동티모르, 체첸, 카슈미르, 쿠르드족), 더 가지고 싶은 자의 전쟁(이라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시에라리온), 가난이 부른 전쟁(소말리아, 콜롬비아, 미얀마)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읽으며 참 슬프고 마음 아팠다. 청소년에게 추천한다.
⁂ 코끼리가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면 어떻게 될까? (신규진, 191쪽) / 과학, 논리
<코끼리가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면 어떻게 될까?> 라는 질문으로 과학 탐구 과정을 설명한다. ‘어떻게?’부터 ‘장치 실험’까지 차례차례 설명한다. 재미나다. 간단한 설명에 그림을 덧붙여 학생들이 좋아하겠다. ⁂ 사람들은 왜 다투는 것일까? ⁂ 뉴스나 기사의 진실성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두 가지 주제도 재미나다.
⁂ 청소년을 위한 북유럽 신화 (패드라익 콜럼, 324쪽) / 신화
북유럽 신화를 이야기 흐름에 맞게 정리했다. 오딘, 토르, 로키를 중심으로 아스가르드가 생겨난 이야기부터 멸망하는 이야기까지 실었다. 북유럽 신화의 신들은 힘이 세고 지혜가 많고 아름답긴 하나 절대적이진 않다. 속고 속이며, 죽고 죽이며,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고 문제에 휘말려 괴로워하기도 한다.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신들은 인간 세상에 자주 관여하지만, 북유럽의 신들은 거인, 난쟁이, 마녀와의 사이에서 사건이 일어난다. 절대강자는 없으며, 힘으로 무조건 제압하지도 않는다. 절대왕정에서 민주주의가 이루어지는 모습이랄까? 가볍게 읽기 좋다.
⁂ 나답게 꿋꿋하게 살아가는 법 (애니 영, 110쪽) / 수기
부모가 수감된 청소년들이 쓴 수기이다. 미국인 애니 영의 글 외에 우리나라 학생들의 글도 같이 실었다. 학생들의 글이 짧다. 학생들 이야기를 조금 더 듣고 싶은데 아쉽다. 부모가 감옥에 간 뒤에 청소년 자녀가 느낀 마음을 알게 되어 고맙다. 부모가 감옥에 간 학생들이 외로움과 부끄러움을 이겨내고 ‘나답게 꿋꿋하게’ 살아가면 좋겠다.
⁂ 조영래 평전 (최용탁, 185쪽) / 평전
이름만 듣던 조영래 변호사의 삶을 읽었다. 이분이 보여준 모습이 바로 그리스도인이 살아야 할 삶인데, 지금 그리스도인은 돈을 따른다. 사람을 위해 자신을 내어주며,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한 사람이 여기 있다. 어찌 이렇게 살 수 있을까? 사람들이 나를 알아주기를 바라는 내 모습이 부끄럽다. 참 멋지고 아름다운 분을 만났다.
⁂ 모든 치킨은 옳을까? (오애리 외, 217쪽) / 사회
신문 기자 세 사람이 우리가 자주 먹는 음식 열 가지(치킨, 콜라, 피자, 소고기, 라면ˑ국수ˑ짜장면, 카레, 햄버거, 망고, 연어, 초콜릿)를 소개한다. 조부모 세대가 듣도 보도 못한 음식이 어떻게 ‘국민 음식’이 되었는지 알려주고, 우리가 이 음식을 많이 먹을수록 지구 생태계가 어떤 영향을 받는지 말한다. 마지막으로 미래를 위해 씨앗을 보관하는 씨앗 창고를 소개한다.
⁂ 앤의 오두막으로 오세요 (이남석, 247쪽) / 상담
이남석 작가는 청소년 진로 관련 책을 쓰는 작가다. 몇 권 읽었는데 다 좋았다. 이번 책은 <앤의 오두막>이라는 특별한 곳에서 학생들이 고민을 해결하는 과정을 소설 형식으로 알려준다. 스킨십과 자위행위부터 자해와 무기력, 상처와 두려움, 감정 다루기, 인간관계까지 중고등학생이 고민할 내용을 솔직담백하게 알려준다. 단순히 고민 해결 방법을 알려주는 수준을 넘어, 고민하던 학생이 친구의 고민을 들어주고 함께 해결하는 과정을 담았다. 특히 <앤의 오두막>이 도시를 건강하게 바꿔가는 복합문화공간의 역할을 하는 모습까지 담았다. 작가가 이런 공간을 꿈꾼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으면서 『토요일의 심리클럽』이 생각났다.
⁂ 청소년을 위한 장준하 평전 (신명철, 208쪽) / 평전
3년 전에 장준하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나온 『민주주의의 등불 장준하』을 읽고 마음이 울렁였다. 이 책은 문체가 묵직하고 깊어 마음이 더 움직였다. 오랫동안 장준하 선생님을 마음에 품고 살았던 저자의 마음이 느껴졌다. 장준하 선생은 나라를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자신을 내던졌다. 선생은 옳은 일이라 생각하면 앞뒤 가리지 않고 나섰다. 일본군 학병으로 지원, 츠카다 부대를 탈출하여 6000리나 떨어진 임시정부를 찾아갔다. 광복군으로 OSS(CIA의 전신)에 소속되어 훈련을 받았지만, 광복이 되어 김구 선생과 함께 개인 자격으로 고국에 돌아왔다. 이승만을 비판하다가 정치에 나섰고, 박정희를 비판하다가 돌아가셨다. 백성이 주인 되는 세상을 위해 자신을 내던진 분의 삶을 읽으며 잘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 민주주의의 등불 장준하 (김민수, 276쪽) / 전기
장준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펴낸 책이다. 장준하 선생이 살아온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선생님은 백성들이 제 목소리를 내며 사는 나라를 이루기 위해 글과 행동으로 독재에 맞서 싸웠다. 먹을 게 없을 정도로 가난했고, 위협과 협박에 굴하지 않아 감옥살이를 했지만 굽히지 않았다. 지금도 누가 장준하 선생을 죽였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 왜 동물원이 문제일까? (전채은, 185쪽) / 과학
<왜 00이 문제일까?>라는 제목으로 펴내는 시리즈 중 한 권이다. <10대에게 들려주는 동물원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었다. 동물원의 역사, 변화 과정, 동물을 대하는 방식의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한다. 동물원의 부정적 내용을 많이 다루었다. 학생들이 동물에 관심이 많으므로 함께 이야기하면 좋을 책이다. <삼척시 청소년 독서토론대회>를 위해 읽었다.
⁂ 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 (탕하 라이, 287쪽) / 시 형식 소설
시 형식으로 쓰인 2012 뉴베리상 수상작. 베트남이 북쪽 월맹군에게 무너질 때 주인공 ‘하’가 베트남을 탈출하여 미국에 정착하는 과정을 썼다. 나라를 잃는 슬픔과 고통, 새로운 곳에 적응하는 두려움과 어려움을 시에 잘 담았다. 처음 읽을 때 참 좋았는데, 다시 읽어도 좋다. 나는 글에 여백이 많은 책을 좋아한다. 참 좋은 책이다.
⁂ 전쟁사에서 건진 별미들 (윤덕노, 431쪽) / 역사
건빵과 별사탕, 체다 슬라이스 치즈, 커피 믹스의 공통점은? 전쟁용으로 개발된 음식이다. 건빵과 별사탕은 일본이 전쟁용 음식으로 개발했다. 주먹밥은 다부동 전투 결과에 큰 영향을 주었다. 중국군은 미숫가루를 메고 전쟁에 참여했다. 전쟁과 관련된 음식이 참 많다. 가볍고 재미나게 읽을 책이다.
⁂ 공학자의 시간 여행 (서승우, 191쪽) / 공학
공학자가 하는 일을 시간 여행하는 이야기로 소개한다. 자율주행자동차를 중심에 두고 공학과 인간의 관계를 설명한다. 청소년 진로, 로봇과 인간의 공존, 인공지능에 대해 알고 싶은 분에게 추천한다.
⁂ 최원형의 청소년 소비 특강 (최원형, 230쪽) / 사회
환경, 생태 관련 책 중 잘 쓴 책이다. 가볍지 않으며 흥미롭고, 인문학 소양이 담겨있으며 재미있다. 구석구석 재미난 정보가 많고, 내가 고민하고 동의하는 내용을 담았다. 청소년이 읽으면 좋겠다.
⁂ 사소해서 물어보지 못했지만 궁금했던 이야기 (사물궁이 잡학지식 지음, 235쪽) / 과학
사소해서 물어보지 못했던 질문, 엉뚱하고 흥미로운 질문에 해답을 소개한다. <사람이 눈 뜨고 죽을까, 눈 감고 죽을까?>, <하늘로 총을 쏘면 어떻게 될까?>, (전쟁이 나면 교도소 수감자들은 어떻게 될까?) 같은 질문에 답을 소개한다. 쉽고 재미있어서 학생들이 읽기 좋은 책이다.
⁂ 21세기 청소년 인문학 (김고연주 외, 267쪽+267쪽) / 글 모음
청소년에게 좋은 말을 해주고 싶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사람들을 모았다. 전문 분야가 다른 14명(2권에서는 15명)이 각자 걸어온 길을 이야기한다. 학자, PD, 번역가, 수학자, 과학자, 엔지니어, 디자이너 … 젠더 자문관(청소년 성매매 관련 글을 쓴 분)이 쓴 글을 모았다. 1권은 진로를 안내하는 책 같고 2권은 인문학 책 색깔이 강하다. 무엇보다 이 시대를 잘 이해하고 그에 맞는 길을 가라는 안내서이다. 청소년이 단번에 읽을 글도 있고, 힘겹게 읽을 글도 있다. 추천한다.
⁂ 청소년에게 심리학이 뭔 소용이람? (이남석, 240쪽) / 심리
사람(자신, 타인, 자신과 타인의 관계)를 알면 올바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책은 사람의 마음을 살피는 심리학을 설명한다.
이남석 작가는 청소년을 위한 글을 쓴다. 심리학을 전공한 학자이며 청소년에게 관심이 많은 작가로서 청소년에게 심리학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성격으로 시작해서(1장) 뇌와 정서를 연결하고(2장) 한 사람의 성장 과정을 자존감으로 설명한다.(3장) 호기심을 일으키는 질문으로 각 장을 시작한다. ‘인터넷 심리검사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우린 정말 뇌의 10%밖에 못 쓸까? 같은 질문은 청소년들이 궁금해할 내용이다. 이어지는 내용도 모두 질문을 던지고 대답한다. 동기(하기 싫은 걸 꼭 해야 할까?), 기억, 학습 효과, 정신 건강, 사회를 주제로 설명하고 기타 몇 가지를 덧붙인다.
⁂ 그래도 괜찮아 (안오일, 102쪽) / 시집
청소년 시집 <난 빨강>은 청소년이 쓴 것 같았는데 이 책은 어른 냄새가 난다. 청소년의 생각을 담으려고 애를 썼지만 영 어색하다. 어른이 보는 눈으로 사물을 보고, 거기에 청소년의 생각을 슬쩍 담았다. 속이 보이는 시랄까! 그렇다. 예를 들어 <80원의 말>이라는 시이다. 공중전화 부스 전화기에 / 남아 있는 80원 // 다 하지 못한 / 무슨 말이 남은 걸까 // 부끄러워 못한 말 / 자존심에 못한 말 / 마음 약해 못한 말 // 생각은 말이 아니라고 / 80원이 말한다. // 내일은 성화에게 말해야겠다 / 네가 좋다고, 친구 하자고. 아이고, 오글거린다. 청소년이 읽으면 책 내던지겠다. 그러나 이 시는 눈에 띈다. <헛짓거리를 했다> 야자 시간에 /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고 있었다 // 퍽! 등짝을 맞으며 얻어들은 말 / =네가 지금 헛짓거리 할 때야? // 책은 인생을 공부하는 거라고 하던데 / 지금 세상에선 헛짓거리가 되고 말았다
⁂ 세상을 바꾼 질문 (권재원, 199쪽) / 인문
인간이 오랫동안 했던 일곱 가지 질문을 소개하고, 인류가 답을 찾아온 과정을 설명한다. 오래 전부터 내가 했던 질문, 지금도 고민하는 질문들이어서 반가웠다. 특히 내가 생각하지 못한 관점을 써주셔서 더 좋았다. 쉬운 책은 읽을 게 없었고, 어려운 책은 어려워서 못 읽었는데 이 책은 논리를 따라가기 좋았고, 생각지 못한 내용도 많았다. 어려운 내용을 논리적으로 깔끔하게 쓴 솜씨가 뛰어났다. 내용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지 않으면 이렇게 쓰지 못한다.
1. 만물의 근원은 무엇인가? 2. 왕께서는 어찌 이익을 말씀하십니까? 3.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진리라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가? 4. 문명이 발전할수록 인간은 더 훌륭해지는 것일까? 5. 왜 사회가 진보하는데도 빈곤은 점점 더 심해지는가? 6. 인간은 얼마나 쉽게 악마가 될 수 있는가? 7. 지속 가능한 발전은 가능한가?
위의 일곱 가지 질문은 독서반 학생들과, 교사 토론 모임에서 자주 토론한 내용이다. 내용이 모두 좋았지만 특히 여섯 번째 질문 내용이 더 좋았다. 인간이 악마가 되는 모습을 설명할 때 한나 아렌트가 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 빠지지 않는다. 이 책을 읽은 곳의 분위기, 시간, 읽는 내 모습이 기억난다. 내용이 깊고 어려웠다. 아이들을 보면서, 방송에 나오는 범죄 소식을 들으면서 이 질문을 자주 생각했다. 저자는 성찰 없이 결과만 쫓아가는 태도가 아이히만을 악마로 만들었다고 썼다. → 목적에 대한 성찰 없이, 그 방편만을 추구하는 도구적 합리성에 매몰되어 있기는 전쟁 이후도 마찬가지이며, 오히려 더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158쪽)
→ 생각하지 않고 상상하지 않는 평범한 개인들이 바로 악마인 것이다. 그리고 평범한 개인들이 생각하지 못하게 하고, 상상할 여지를 가로막는 사회가 악마를 배양하는 것이다.(164쪽)
→ 이들(유대인을 죽인 일에 관여한 사람들)은 악당이다. 특별히 사악해서 악당이 아니라 당장 눈앞에 고통받는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가스실 안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고통을 받는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에 악당이다. 악당이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다만 둔감한 정서와 빈약한 상상력의 소유자, 자기가 하는 일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성찰하지 않거나 할 수 없는 사람이다. (150쪽)
위의 문장을 읽으며 교사들이 생각났다. 자기 안위에 빠져 아이들을 돌보지 않는 교사, 자신이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아이 마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상상하는 능력이 없는 교사, 자기 자식 일에는 최선을 다하지만 교실에서 만나는 아이들을 귀찮게 여기는 교사…… 자기 안위에 빠져 성찰하지 않는 교사들일수록 더욱 자기 정당성을 내세웠다. 그들이 한 질문이라곤 고작 “어떻게 하면 교장이 빨리 될 수 있을까?” 뿐이었다.
좋은 책에 괜한 이야기를 썼다. 이 책은 <책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교사들> 추천 책이다. 책따세 추천책이라면 그냥 읽어도 된다.
⁂ 어느 물리학자의 세상 보기 (김찬주, 195쪽) / 과학
김찬주 교수가 2015-2017년까지 계간지 <우리교육>에 연재한 내용을 다듬어서 낸 책이다. 우주에서의 인간, 중력파와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우리가 과학이라고 오해하는 것들, 과학의 가치, 초등 교과서 오류 분석, 한국 사회의 불신 문화, 수능 오류 발굴기록, 암흑물질에 대해 설명한다. 이분은 과학 내용을 우리 일상의 일에 비유해서 설명하는 재능이 있다. 암흑물질을 비선실세로, 상전이를 사회 변화로 설명한다. 설명을 쉽게 해서 물리학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해주었다. 과학에 관심이 있는학생들이 읽으면 좋겠다.
→ 우리나라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스포츠 경기처럼 유능한 과학자를 선발하여 집중적으로 지원하면 될까? 절대로 그렇지 않다. 이러한 정책은 과학의 본질에 근본적으로 어긋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방해하지 않는 것이다. 자연의 비밀을 알아내고 싶어 못 견디는 젊은 과학도들이 주변 여건에 휩쓸려 자신이 원하는 주제가 아닌 다른 주제를 연구하도록 몰아가지만 않으면 된다. 그냥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조용히 토양만 마련해주고 그 다음은 그들의 마음에 꿈틀거리는 호기심에 맡기면 된다.
⁂ 왜 그러세요 다들 (전국중고등학생 89명, 211쪽) / 학생 글모음
중고등학교 문집에서 고른 글 89편을 실었다. 양철북이나 보리 출판사에서 만든 것보다는 별로다. 짧고 간단한 글만 모아놓았다. 그래도 학생들 글을 모아놓아서 좋다. 몇 편은 아주 훌륭하다.
⁂ 왜 인공지능이 문제일까? (조성배, 154쪽) / 과학
청소년 독서토론대회 심사를 위해 읽었다. 호모데우스에 나온 인공지능 내용이 워낙 흥미로워서 그런지 이 책은 그냥 그랬다. 저자가 인공지능 관련 논문을 천 편 이상 발표했다는데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책을 써서 그런지 대부분 아는 내용이었다. 일부는 전혀 모르는 내용이라 이해하지 못해서 재미없었다. 그러나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는 학생들에겐 도움이 되는 책이다. 중고등학생에게 추천한다.
⁂ 생각이 크는 인문학 - 정의 (서윤호, 최정호, 144쪽) / 인문
<정의란 무엇인가>를 중학생 대상으로 만든 책이다. <10대를 위한 정의란 무엇인가>가 사례 중심이라면 이 책은 설명 중심이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부터 벤담과 칸트, 존 롤스와 마이클 샌델의 견해를 차례대로 설명한다. 좋은 책이지만 학생들이 읽기에 좀 어렵다.
⁂ 한홍구의 청소년 역사 특강 (한홍구, 271쪽) / 역사
청소년을 위한 특강을 책으로 묶었다. 단순히 사건을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근대 학교, 입시, 두발 규제, 나이 차별, 군대, 강남 개발, 노동이라는 주제로 역사의 흐름을 설명했다. 역사라면 웬만큼 아는 나도 저자의 통찰력에 깜짝 놀랄 때가 많았다. 첫 장과 마지막 장에는 역사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담았다. 강력 추천한다.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은 정당한가』라는 책의 오타를 보냈더니 이 책을 선물로 줬다. 출판사도, 책도 모두 좋다.)
⁂ 처음 읽는 터키사 (전국역사교사모임, 290쪽) / 역사
터키 역사를 소개한다. 터키에 관심이 많아서 재미있게 읽었다. 더 자세하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지만 터키 역사 흐름을 잘 보여주었다. 우리와의 관계도 잘 소개했다. 좋은 책이다.
⁂ 지구 바깥세상 우주에는 (클라이드 기퍼드, 128쪽) / 과학
얇다고 만만하게 보면 안 되는 책이다. 지구와 달, 태양계, 은하, 별 관측, 로켓과 인공위성 등에 대해 알려주는데 초등용 지식을 넘어선다. 과학자들이 이걸 어떻게 알아냈는지 궁금하다. 예) 지구나이, 별의 개수, 은하의 크기 등
⁂ 너의 꿈을 들려줘 (탁영민, 245쪽) / 진로
저자는 학생들이 진로를 찾도록 도와주는 일을 한다. 대학생 멘토를 만나게 하고, 외국인 유학생을 학교로 초대해서 이야기를 듣는다. ‘한 사람이 한 권의 책이다’ 라며 휴먼북 교육 여행(사람을 만나는 여행)을 진행한다. 무얼 해야 할지 모르는 학생들이 대학생, 외국 학생, 직업인을 만나면서 무얼 할지 생각한다.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에서 꿈을 꾸며, 꿈을 이루어가는 사람들을 만나고 학생들도 꿈을 꾼다. 직접 만나고, 겪고, 해보는 활동이라 좋다. 학교에서 이런 활동을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학생들이 “우리가 원하는 게 이거다!”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비용이 많이 드는 활동이라 많은 학생이 누리기는 어렵겠다.
⁂ 이대로 어른이 되어도 괜찮을까요? (이남석, 172쪽) / 진로
이남석 작가는 청소년을 위한 글을 쓴다. 이번 책도 좋다. 청소년이 고민하는 질문을 골라 답을 한다. 자신이 누군지 몰라, 앞으로 어떤 길을 가야 할지 몰라 외모, 진로, 공부, 가족, 친구로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대답한다. 학생의 감정을 잘 알고, 논리에 맞게 대답하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말한다. 참 좋은 책이다.
⁂ 꿈꾸는 십대를 위한 직업 멘토 (박소정, 232쪽) / 진로
자기 일을 기뻐하며 최선을 다하는 14명을 소개하며 어떻게 그 일을 하게 되었는지 알려준다. 힐러리 클린턴, 마크 저커버그 외에 모두 우리나라 사람이다. 아덴만의 여명 작전에서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을 수술한 이국종 의사를 비롯해서 작곡가, 국제공무원, 항공기조종사, 지구물리학자, 사회적 기업가(공부의 신 김성태), 건축가 등을 소개한다. 실제 인물의 이야기를 들으며 진로에 대해 알아보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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