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에 야학에서 가르친 학생들은 지금 어떻게 살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왜 이 생각이 났을까?

자전거 타고 가다가 비를 맞은 날, 학생들이 걱정해주던 기억이 났다.

야학에서 가르친 기억이 옛사람을 불러왔다.

‘그 사람은 어떻게 지낼까?’ 생각하다가 『지켜야 할 세계』를 읽었다.

이틀 동안 20쪽 정도 읽다가 멈춘 부분을 찾았다.
책벌레가, 더구나 친한 후배가 쓴 책인데 손에 잡히지 않았다.
우리 반 아이들은 착하고, 선생님들도 참 좋다. 집에서도 평안하다.
그런데도 불안한 일 앞둔 마음으로 지냈다.
왠지 『지켜야 할 세계』를 읽으면서 조마조마해질 것 같았다.
그래서 조금 읽다가 멈추고, 다시 읽다가 멈추었다.

30쪽, 40쪽을 넘어가면서

'작가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궁금했다.

50쪽, 학교 이야기는 진척이 없는데

장례식장으로 넘어간다.

현재 이야기를 과거로 풀어가려나 했는데 그것도 아니다.

‘작가가 무얼 지키고 싶어서’

문장에 감정을 싣지 않았을까?

이야기 흐름에 개입하지 않으려는 듯

무심한 듯한 문장을 간결하게 썼다.

‘작가가 지금까지 쓴 글과 다르다.’ 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2부에 야학 이야기가 나온다.

『지켜야 할 세계』를 읽기 전에

야학에서 가르친 기억이 떠올랐는데 뭐지?

 

아이들에게 동네 할머니 인터뷰시켰던 기억도 났다.
할머니는 빨래하고 동생 돌보다가 4학년이 돼서 학교에 갔다고 했다.

할머니 고생한 이야기 들으며 아이들도 할머니와 같이 울었다.

윤옥(등장인물)의 엄마가 할머니와 비슷하다.

 

2부(170쪽)까지 읽고 책을 덮었다. 더 읽을 수 있지만, 생각하고 싶었다.

누웠는데 기도가 나왔다.

‘가자 지구에서 고통받는 팔레스타인을 불쌍히 여겨주세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도와주세요. 이 땅에 평화를 주세요.’

 

오늘 아침에 3부를 마저 읽었다.

‘아~’

3부에서 현재와 과거가 만난다.

조마조마한 순간을 만날까 봐 책을 읽다가 두 번이나 멈췄는데 3부를 읽으며 마음이 시원해졌다.

특히 엄마의 편지가 압권이었다.

“결국, 사람은 혼자다.
젊을 때는 옆에 사람이 북적이다가도
하나 둘 떠나고, 곁에 있는 마지막 사람마저 보내고,
그리고 나도 훌쩍 떠나면 그만인 것이다.~”
 

하는 내용에 공감했다.

이렇게 편지한 엄마는 혼자가 아니었고, 혼자로 살지도 않았다.

윤옥은 현실의 문제와 맞붙어 노력했고, 엄마도 그랬다.

 

왜 혼불 문학상을 받았는지 알겠다.

아이들 곁에 있으려고 노력하면서 참았던 기억들이 나를 짓누르는데

‘그건 지켜야 할 세계였어요.’ 하는 것 같았다.

 

작가에게 정말 고맙다.

독서 모임이 다섯 개다. 온라인 4개, 오프라인 1개.

오프라인 독서 모임은 책뜰안애 서재에서 한다.

첫째가 오프라인 모임에 고등 2학년부터 참여했다. 고 3학년 때도 안 빠졌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도 독서 모임할 때마다 집에 왔다.

오지 못한 날, 두 시간 넘도록 영상 통화로 참여하기도 했다.

난 첫째 글을 사랑한다. 모임 때마다 선물을 받는다.

 

오늘 『곁에.서.』로 9월 모임을 했다.

같이 소감을 나누고, 질문에 대답도 해주었다. 『곁에.서.』에 나오는 ‘그 아이’ 이야기도 했다.

힘들게 했던 제자, 기억나는 제자 이야기하다가 선생님들이 힘들고 아픈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어떤 분은 정신과 의사를 찾아간 이야기도 했다. 지금 의사와 상담하며 약을 먹는 선생님도 있다.

학교 현실이, 교사들 모습이 안타깝다.

 

선생님들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자꾸 딸이 신경이 쓰였다.

아빠가 고생한 이야기를 자녀가 읽는다는 게 좀 그랬다.

‘그 아이’는 아빠를 힘들게 한 녀석이다.

내가 하나님께 한 질문을 딸이 이해할까?

참가한 분들에게 호응하고, 대답하고, 질문하면서도 딸에게는 어땠느냐고 묻지 않았다.

소달초에서 온갖 업무를 처리하고 아이들 돌보느라 힘들었다.

그래도 거의 야근하지 않았다고 하니 딸이 그런다.

“우리가 기다리는데 빨리 와야죠. 우리한텐 아빠인데~”

 

모임 끝나고 딸이 설거지와 집안 정리를 했다. 고추 따라니 따고, 짐 옮기라고 하니 열심히 옮겼다.

평소에도 잘하는데 오늘은 말을 더 잘 듣는 것처럼 느껴진다.

『곁에.서.』를 읽은 딸을 바라보는 내 마음을 잘 모르겠다.

 

#헤르만_헤세_지와_사랑

박미정 선생님 책 모임에 참여하고 싶었다. 너무 재미있어 보였다. 아이와, 어른과, 제자와, 학교에서, 집에서, 온라인에서, 아마 까페에서도 모이는 것 같았다. 아침 6시에 모이는 모임도 있고, 밤늦게 모이기도 하는 것 같다. 얼마나 재미있으면 시간, 장소, 대상을 가리지 않고 계속 모일까?

이 책은 <책 모임> 하라고 등 떠미는 책이다. <책 모임> 좋다고 말하고(1장), 책 모임을 어떻게 하는지 알려준다(2~3장). 교실에서 선생님이 학생을 모두 이끌어가는 큰 모임(4장)과 아이끼리 책으로 이야기하는 작은 모임(5장)을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책 모임에서 궁금한 내용을 더 설명한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궁금하면 부록을 보면 된다. 책을 읽고 어떻게 질문할지 궁금하면 3~5장을 보면 된다. 무엇보다 책 곳곳에서 아이를 대하는 태도를 알려준다.

나도 독서동아리, 책 읽어주기, 독서 수업, 작가와의 만남 등 독서 활동을 많이 한다. 그러나 박미정 선생님 정도로 하지는 않는다. 선생님은 책 모임으로 학급을 이끈다. 인생에 책 모임뿐인 사람처럼 아이들과 책으로 모이고 모인다. 그래서 아이들이 책에 빠져들고, 책을 읽으며 자라고, 책 모임에서 이야기하며 건강해진다. 부럽다. 내 아이가 선생님 반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상상한다. 참 좋다.

박미정 선생님이 책 모임에서 활짝 웃는 모습을 보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선생님이 책과 사람을 연결하며 계속 행복을 느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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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좋아하는 지인이 많다. 
책을 읽고, 책을 소개하고, 비판도 하는 사람들이다.
책 좋아하는 친구가 많아서 눈에 띄는 책이 많다.
이 책은 이래서 좋고, 저 책은 저래서 좋고~

<책을 추천받아 읽기>
20대엔 지인들이 좋다고 하는 책을 다 사서 읽었다.
어떤 책은 진짜 좋았고, 어떤 책은 좋았다. 그러나 어떤 책은 그분이 왜 추천했는지 모를 정도로 이상했다.
30대에는 내가 좋아하는 책에 나오는 책을 많이 읽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언급한 책이라 마음에 드는 책이 많았다.
가끔 이상한 책이 있긴 했지만, 20대 때보다는 많이 줄었다.
40대에는 책 좋아하는 지인이 많아졌다.
나도 책을 좀 읽었기에 어느 정도 검증할 수 있었다.
기독교 도서는 ***님께, 고전문학은 &&&님께 물으면 된다.

30년 동안 책을 추천받아 읽으면서 알게 된 점은,

1. 다수가 추천하는 베스트셀러는 수준이 낮다.
2. 전문가가 추천하는 책은 나랑 맞지 않을 때가 많다.
3. 나를 아는 분이 추천하는 책은 괜찮다.
4.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인용한 책은 아주 좋다.
5. 추천받은 책도 검증해야 한다.

<책을 추천하기>
50대인 지금은 책을 추천하는 기회가 많아졌다.

20대엔 읽고 좋았던 책을 주위 사람들에게 마구마구 추천했다. 꼭 읽어보라고.
읽고 좋다는 분도 있었지만, 어렵다, 재미없다 하는 분도 많았다.
30대에도 열심히 책을 추천했다. 이렇게 좋은 책을 왜 안 읽냐, 하며 책을 권했다.
내게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는 분들이 생겼다.
40대에도 열심히 책을 추천했다. 그러나 '좋은 책'이라고 떠밀지는 않게 되었다.

책에도 마음과 숨결이 있다. 그래서 읽는 사람과 마음이 연결되어야 좋은 책이 된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책은 내 마음과 연결된 책이다.
그러나 그 책이 다른 사람 마음과 잘 연결될 지는 확실하지 않다.
사람은 다채롭다. 경험이 다르고, 마음가짐이 다르고, 성향과 기질이 다르다.
'네'게 좋은 책을 내게 좋은 책으로 판단하지 못한다.

20년 동안 책을 추천하면서 알게 된 점은

1. 대부분 사람에게 좋은 책은 거의 없다.
2. 책을 읽을 사람의 성별, 나이, 관심사 정도는 알고 추천해야 한다.
3. 책 읽을 사람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알면 더 좋다.
4. 나이가 들수록 책 추천이 통하기 어려워진다. 초등학생에게 책 추천이 통할 가능성이 높다.
5. 한 번에 몇 권을 추천하고 마음에 드는 걸 고르라고 하면 좋다.
6. 추천이 실패해도 책은 계속 추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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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 읽은 책 14권 3134쪽 (전체 115권 28414쪽)

115. 시대를 읽다 성경을 살다 (박영호, 349) / 기독교
  교회에서 나눈(아마 설교한) 내용을 책으로 냈다고 하는데 이런 내용을 설교하는 분이나, 이걸 듣는 분들이나 참으로 멋지다. 성경 말씀을 적당히 해석하며 이래라 저래라 말하는 내용이 아니다. 소제목(AI 시대의 영성, 행복 숭배 시대의 기쁨, 긱 경제 시대의 자기 경영, 비정규직 800만 시대의 직장문화, 힐링 시대의 신앙, 혼밥 시대의 품위, 피로 시대의 쉼, 불안 시대의 위안, 시민 주권 시대의 참여, 냉소 시대의 열정)을 보면 세대를 분석하는 책 같다. 다양한 자료를 제시하고 특히 철학자들의 책과 주장을 소개하여 뛰어난 인문서로도 손색이 없다. 포스트크리스텐덤 시대의 선교만 기독교 내용처럼 보인다. 시대를 읽는 통찰을 다룬 내용인데 사실 성경을 사는 이야기다. 교회에서 충성하는 게 성경을 사는 게 아니다. 일상에서 하나님을 섬기는 것이 성경을 사는 거다.
  1. 모든 지도는 낡은 지도다 내용이 가장 좋았다. 엘리, 사무엘, 벳세메스 황소를 이렇게 연결하다니 정말 놀랍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엄마 없는 아이들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다면 성경 본문으로 1장을 참고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통찰력에 깜짝 놀랐다. 천천히 다시 읽어야 할 책, 그리스도인 독서모임에서 나누어야 할 책이다.

114. 수상한 아파트 (박현숙, 200) / 5학년 이상
  여진이는 부모가 이혼하면서 잠깐 고모와 산다. 말이 없고 잔소리를 하지 않아서 고모네 집에 갔는데 고모가 사는 아파트가 이상하다. 아파트 주민들이 서로를 모른다. 관심이 없다. 22층에는 엘리베이터가 계속 멈춘다. 고모는 이웃에게 관심 끄고 조용히 지내라고 하지만, 여진이는 자꾸만 궁금하다. 그래서 22층을 기웃거린다. 그러다가 삼촌네 집에 온 호진이를 만나 같이 계획을 짠다. 서로에게 관심 없는 아파트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

113. 수도회 길을 묻다 (최종원, 323) / 기독교
  수도회 탄생부터 오늘날 신수도회주의 운동까지 수도원 역사와 의미를 소개한 책이다. 단순하게 수도원을 소개하는 내용이 아니다. 수도원을 주된 흐름을 거슬러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낸 새로운 물줄기로 소개한다. 수도원은 자기들만의 즐거움을 추구한 공동체가 아니었다. 변방, 구석에서 새로운 공동체를 이루어 주된 흐름을 막아서고 세상을 바꾼다. 참 좋았다. 책뜰안애에서 농사짓고, 이야기하고, 삶을 나누는 것도 수도원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112. 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 244) / 인문
  30대에는 읽고 이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떤 어려움에서도 선택에 집중하고 의미를 찾아서 무언가를 남기려 했다. 40대에는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도와주는 이분의 지혜를 닮고 싶었다. 50대가 되니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생긴다. 내가 겪은 일과 겹치는 내용을 말하는 부분에서 어떻게 비슷하고 다른지 생각한다.
  20(), 40~50대 네 명과 같이 읽고 나눴다. 역시 같이 나누니 좋다.

111. 과학자와 떠나는 마다가스카르 여행 (이정모, 107) / 3학년 이상
  이정모 () 과천과학관장이 마다가스카르에 다녀와서 아이들을 위해 쓴 책이다. 마다가스카르에서 겪은 일을 바탕으로 화장실, 지도, 검은여우원숭이, 카멜레온, 날씨, 별자리, 향수, 사람들을 소개한다. 마다가스카르에 있는 다양한 동식물과 사람들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재미나게 들려준다.

110. 내 동생 입학 도전기 (김혜영, 110) / 3학년 이상
  3학년 현지에겐 7살 동생이 있다. 자폐 행동을 보인다. 현지는 현우가 학교에서 잘 적응하게 도와주려고 친구 승주와 작전을 짠다. 1단계, 현우가 학교를 좋은 곳으로 생각하게 돕기. 2단계, 좋은 친구 사귀기. 3단계, 규칙 익히기. 3학년 두 아이가 세운 계획을 자폐를 가진 동생이 잘 따르지 않는다. 그래도 현지와 승주는 계속 동생을 도와주려고 이런저런 계획을 세운다. 물론 동생이 사라지고, 승주와 갈등이 생기며 위기를 겪는다. 현지와 승주가 제힘으로 계획하고 해보는 모습이 좋았다. 세 아이 주위에 나오는 아이들 반응과 모습도 좋았다. 작가가 아이들을 잘 아는 사람인 것 같다.

109. 살바도르, 기후 위기에 대한 도전 (살바도르 고메즈 콜론, 111) / 환경
  2017, 허리케인 마리아가 푸에르토리코를 강타한다. 15살 소년 살바도르는 가족과 함께 피해를 복구하다가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야겠다고 생각하고 클라우드 펀딩을 시작했다. 모금한 돈으로 태양광 램프와 수동 세탁기를 나눠주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기후 위기로 위기를 겪는 사람들을 돕는 이야기를 통해 기후 위기의 위험성을 깨닫고,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인간의 도전과 인류애를 느끼게 한다.

108. 2030 축의 전환 (마우로 기옌, 309) / 인문
  이런 책을 어떻게 써내는지 모르겠다. 더구나 서로 다른 저자가 다른 주제로 쓴 책이 계속 나온다. 경제 관련 책이면서 당장 돈 버는 이야기가 아닌 책, 자기 계발이 아니라 역사가 발전한 과정을 다룬 책(:총균쇠, 사피엔스), 인간의 인식을 다룬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다니 놀랍다. 어떤 독자가 있기에 이런 책을 꾸준히 읽는지 궁금하면서도 부럽다. <2030 축의 전환>2030년에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는, 전환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부제 '새로운 부와 힘을 탄생시킬 8가지 거대한 물결'가 말해주듯이 2030년에 새로운 부와 힘을 일으킬 대상들을 소개한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노인층, 새로운 중산층, 여성, 도시의 변화, 새로운 기술, 공유 개념,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 화폐가 중요한 역할을 할 거라고 기대한다. 앞쪽 4가지는 많이 동의했고, 뒷부분 4가지는 새로운 느낌을 받으며 읽었다.

107. 우리가 얼굴을 찾을 때까지 (C. S. 루이스, 365) / 소설
  C. S. 루이스 작품 중에서 <말과 소년>과 함께 책벌레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다. 루이스도 '자신이 쓴 소설 가운데 최고'로 꼽았다. 프쉬케 신화를 루이스가 새롭게 썼는데 너무 좋다. 특히 오루알이 어둠산에서 프쉬케와 논쟁하는 장면, 오루알이 왕비가 되어 바르디아를 잃은 뒤에 안싯 부인과 논쟁하는 장면은 짜릿하고 때론 눈물이 난다.
  이성으로 개인의 독특한 경험을 판단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굉장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의 판단도 틀릴 수 있다. 그렇다면 진짜 자신의 얼굴을 직면하는 일이라면 어떨까? 신의 얼굴을 보는 일이라면? 이해하기 어렵고 지루하게 느끼는 분도 있겠지만, 천천히 읽고 생각하기에 좋은 책이다. 지금까지 다섯 번 읽었다.

106. 말과 소년 (C. S. 루이스, 258) / 4학년 이상
  C. S. 루이스 작품 중에서 <우리가 얼굴을 찾을 때까지>와 함께 책벌레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다. 제목에서 보듯, 말이 주인공이다. 소년은 말의 동행자다. 말 브레와 소년 샤스타는 나니아에서 태어났지만, 칼로르멘에서 살아간다. 나니아는 자유로운 나라, 동물이 말하는 나라, 평화로운 나라다. 칼로르멘은 전제국가로 전쟁을 잘하며 강압과 통제로 다스려지는 나라다. 말과 소년은 나니아를 동경하고 나나이에 가려 하지만, 그들은 칼로르멘의 가치관에 물들었다. 나니아로 여행하면서 자만과 오만, 이기적이고 편협한 태도를 보인다.

105. 마리오네트의 춤 (이금이, 170) / 중학생 이상
  봄이는 뚱뚱하다. 체코에서 살다가 고등학생이 되면서 한국에 돌아왔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친구들과 생각이 좀 다르다. 어느날 진실게임을 하다가 봄이가 대학생 오빠와 키스해봤다고 말한다. 그러자 친구들은 봄이의 말을 소설로 듣고 키득거리며 다음 이야기를 계속 묻고 듣는다. 봄이는 친구들이 뒤에서 친구들이 놀리는 줄 모르고 오빠와의 일을 대답해준다. 봄이는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저 사실을 말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친구들 마음을 알고는 사라진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이금이 작가는 믿고 읽는 분이다. 이금이 작가 책은 대부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처음이다. 2010년에 출간된 <우리 반 인터넷 소설가>의 개정판이다. 우리 학생들 현실을 잘 드러낸 작품이다.

104. 고도원 정신 (고도원, 343) / 사회
  고도원 작가가 아침 편지를 보낸 과정을 소개한 책이다. 아침 편지를 시작했다가, 독자가 많아져서 직원을 뽑고, 명상에 빠져들고, 명상치유센터를 만들고, 명상치유센터 <깊은산속옹달샘>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어떻게 시작했는지 썼다. 직원을 만난 인연, 명상에 빠진 인연, 치유센터를 시작한 인연, 많은 인연을 만난 이야기로 채워졌다. 윤인숙 작가가 고도원 씨를 인터뷰하고 책을 썼다. 고도원 씨는 꿈도 컸고, 운도 좋았다고 생각한다.

130. 복음과 상황 6월호 (159) / 기독교
  다달이 꼬박꼬박 읽는 기독교 월간지다. 하나도 빠지지 않고 읽으려고 <내가 읽은 책>에 쓴다. <정원의 길, 교회의 길> 연재를 가장 먼저 읽는데 이번에는 특히 좋았다. 전세사기를 당한 분 인터뷰를 읽으며 안타까우면서도 맞서 싸우는 그분의 마음에 응원이 절로 나왔다. 신학하는 분들 인터뷰, 대형 수련회가 여전히 필요한지 등 좋은 내용이 참 많다.

102. 마천루 빌딩 네거리에 슈퍼 히어로가 나타났다 (김미숙, 86) / 3학년 이상
  짧은 단편 3개가 있다. 가볍고 유치한 듯 보이지만, 소박하고 따뜻한 마음을 보여준다. 읽기 쉽고, 금방 읽어줄 수 있다.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좋을 책이다.

5월에 읽은 책 16권 4126쪽 (전체 101권 25280쪽)

101. 팩트풀니스 (한스 로슬링, 420)
  13가지 설문조사 내용을 분석해서 쓴 책이다. 전 세계 만 명 이상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는데 정답자가 너무 적었다. 13문제 모두 세 문항 중에서 한 문항을 찾는 평균 정답률(33%)에 미치지 못했다. 저자는 오답률을 분석하며 사실을 사실로 인식하지 못하는 오류들을 설명한다. 직선 본능, 공포 본능, 크기 본능, 일반화 본능, 비난 본능은 어느 정도 공감할 만한 편견이고 다른 것들은 깊이 생각해야 편견이라고 인식할 만한 것들이다. 사실 사람들은 대충 보고 적당히 이해하고 판단한 사실을 옳다고 철석같이 믿는다. 확증편향인 줄 모르면서 손에 장을 지진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저자는 그런 태도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우리 세계가 직면한 문제를 정말 해결하고 싶다면 올바로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제를 올바로 해결하려는 마음이 훌륭하다. 또한 생각의 오류를 찾아내는 방법으로 13가지 질문을 만들고, 질문 결과를 간단하게 그래프로 제시하고, 이를 통해 인간의 본능을 찾아내는 통찰력이 놀랍다. 참 좋은 책이다.

100. 햇빛초 대나무 숲에 새 글이 올라왔습니다 (황지영, 170) / 중학생 이상
  황지영 작가는 아이들 사이의 관계를 잘 묘사한다. 짝짝이 양말에서도 그랬는데 이 책에서도 6학년 여자아이 셋 사이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심리가 세밀하게 드러난다. 유나는 5학년 때 민설이와 단짝이었고, 6학년이 되어서는 건희와 단짝이다. 민설이는 쉬는 시간마다 유나를 찾아오고, 그때마다 건희가 싫어한다. 이런 관계에서는 다툼이 일어나기 마련인데 이 책은 <대나무 숲>이라는 공간을 통해 갈등을 부각시킨다. 대나무 숲은 비밀을 털어놓는 인터넷 공간이다. 대나무 숲이 고민과 갈등을 해소하는 곳이 될까, 고민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공간이 될까? 12회 삼척시 청소년 독서토론대회 대상도서로 정했다.

99. 우리 안에 계시며 우리 곁에 계신 말씀 (박대영, 332) / 기독교
  박대영 목사님이 요한복음 강의를 책으로 냈다. <묵상과 설교>를 오랫동안 편집한 분이어서 그런지 묵상 내용이 많다. 강해서를 읽으며 아쉬웠던 묵상 내용이 많아 좋았다. 강해서보다 쉽고 설교집보다 어렵다. 이 책을 천천히 읽으며 성경 본문을 함께 묵상하면 묵상 방법과 묵상의 유익을 알게 될 것이다.

98. 비울수록 사람을 더 채우는 말그릇 (311)
  학부모 독서 동아리에서 읽었다. 학부모들은 가정과 직장에서 말을 잘하고 싶은데 급해서, 자기 생각만 내세워서 잘못 말하는 경우가 많다고 고백했다. 책에 나오는 예시 대화가 꼭 자기 같다고, 직장 상사와 말하는 것과 똑같다고 공감했다. 함부로 말하려다가 책 내용이 생각나서 멈칫하고 말하는 태도를 바꾸었다고도 한다. 그래도 지금까지 말하던 태도를 바꾸는 게 힘들다고 했다. , 나는 질문과 대화 모두 힘들지 않았다. 아이들과 토론하면서 의도를 파악하고 공감하는 마음이 생겼나 보다. 그래도 잠깐 긴장을 놓치면 함부로 말한다. 말을 신중하게 하는 건 알아도 힘들고, 몰라도 힘들다.

97. 순례주택 (유은실, 248) / 중학생 이상
  독서토론 질문을 만들려고 다시 읽었다. 유은실 작가 실력은 익히 느꼈지만, 이 책은 특히나 잘 썼다. 순례 주택을 사람 사는 곳으로 만드는 건물주 순례씨, 순례씨가 기른 오수림의 말과 행동이 재미나서 낄낄대며 읽었다. 가족과 정반대 가치관으로 살아가는 오수림이 지혜롭고 떳떳하게 행동해서 멋지다. 순례 주택이 많아지면 좋겠다. 참 좋은 책이다.

96. 벼랑 (이금이, 207) / 중학생 이상
  중고등학생을 위한 단편소설 5편을 모았다. 공부에 떠밀린 학생들의 고민, 부모와의 갈등, 꿈과 소망을 주제로 썼다. 각 단편이 하나의 이야기이고, 다섯 편이 조금씩 연결된다. ‘벼랑 끝에서 나 혼자인 것 같은 고립감이나 절망을 느낄 때도 우리는 누군가와 연결된 존재임을 말하려고이금이 작가가 이렇게 썼다고 한다. 이금이 작가님 책은 내가 고민하는 바를 다루고 내 가치관과 비슷한 가치관이 드러나게 글을 써서 좋아한다.

95.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 (위지안, 309) / 수기, 수필
  서른 살에 푸단대학교(세계 100대 대학) 교수가 된 위지안이 암에 걸린다. 문제가 생기면 부딪쳐 해결하며 살았던 저자가 암과 맞서 싸우며 블로그에 글을 쓴다. 문체가 유려하다. 노르웨이에서 유학하며 박사 학위를 딴 고학력자이기 때문은 아닌 것 같다. 밝게 살며 적극적으로 생활하는 태도가 이런 문체를 만든 것 같다. 죽음을 앞둔 사람이 쓴 다른 글과 많이 다르다. 죽음에 맞서느냐, 받아들이느냐 하는 수준이 아니라 다른 고민과 고백을 한다. 처음에는 그런 책이겠지 하며 읽었는데 읽을수록 좋았다.
  강릉에서 문을 여는 <인생서가> 주인장에게 추천해달라고 해서 받아온 책이다. 내가 선택했다면 고르지 않았을 책인데, 서점 주인 덕에 좋은 책을 읽었다.

94. 우투리 하나린 8 (문경민, 238) / 5학년 이상
  우투리 하나린 시리즈 중에서 가장 잘 쓴 책이다. (9권은 아직 출간되지 않았다.) 의외로 순진한 음모로 채운 이야기가 호기심을 끌지 못한다는 걸 모르는 작가가 많다. 8권은 이준(악당)이 세운 음모가 치밀하게 드러나며, 이 과정에서 수아와 주변 인물들의 딜레마가 부각된다. 쿠르드족과 시리아 지역을 배경으로 삼은 점도 좋다. 하나린 시리즈 중에서 가장 천천히, 음미하며 읽었다.

93. 무제 (김동문, 250쪽 예상) / 기독교
  성경에 나타난 을 당시 문화로 설명하는 미출간 원고다. 내게 성경 보는 눈을 알려준 분이 출간 전에 먼저 읽어달라고 했다. 내가 먼저 읽은 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

92. 길러지지 않는다 (탁동철, 169) / 5학년 이상
  아름다운 사람, 탁동철 형이 아바이 마을 청호초에서 겪은 일을 동화로 썼다. 이번에는 아이들 이야기에 마을 어른들 이야기를 엮었다. 형이 마을 어른들 찾아다니며 이야기를 들었겠지. 그분들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며 아바이 마을 이야기로 버무렸다. 아이들이 스스로 하도록 일부러 모르는 척, 반대하는 척하는 형 특유의 너스레가 살아있다. 도시 아이들이 읽으면 1970년대 이야기로 읽히겠지만, 지금도 살아있는 실제 이야기다. 참 좋은 책이다.

91. 미움 받을 용기 (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331) / 심리학
  아들러 심리학을 대화 형식으로 소개하는 책이다. 200만부나 팔렸다고 하는 걸 보면 '인간관계'를 어려워하는 사람이 정말 많나 보다.
  2000년 되면서 교회에 상한 감정을 치유하는 강의와 책이 유행했다. 인간관계를 힘들어하고, 나만 더 아프게 느끼는 원인이 과거에 받은 상처때문이라고 했다. 많은 사람이 내가 그래서 아프구나!’ 이해하면서 좋아했다. 책이 많이 팔렸고 강의가 넘쳐났다. 이는 프로이트 심리학이 말하는 트라우마인데 아들러는 원인을 찾는 프로이트 이론이 아니라 목적을 찾는 아들러 방식이 더 낫다고 말한다. 경험이 아니라 경험에 대한 해석에 의미를 둔다. 그러나 나는 용기, 자유, 인간 관계의 문제, 과제 분리, 공동체, 자기 수용 등 아들러의 제안에 공감보다 반박이 더 많이 생겼다. 맞는 이야기도 많지만 지나쳤다. 정신력이 좋고, 신중하고, 하여튼 괜찮은 사람만 있으면 가능할 지도~

90. 쉘터 (문경민, 250쪽 예상)
  이제는 이름난 작가가 되었는데 아직도 나를 믿고 출간 전 원고를 보내준다. 내가 솔직하게(정말 초보 작가 대하듯) 비평해주기 때문이라 믿는다. 판타지 소설인데 출간을 기대한다. 작가가 열심히 고쳐야 할 듯~

89. 맨박스 페미니즘 (권재원, 260) / 인문(고등학생 이상)
  안산 선수가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자 페미냐는 주장이 일었다. 국가를 대표해서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에게 했던 기자의 질문은 눈과 귀를 의심케 할 지경이었다. 단발머리를 했다고 페미냐는 질문을 받는 것도 우습고, 페미를 무슨 테러리스트 취급하는 것도 이상했다. 2021년에 메카시즘을 다시 만나서 황당했다. 안산 선수가 금메달을 따지 못했으면 논란이 오래도록 불타올랐을 것이다. 안산 선수가 세계선수권에서도 금메달을 따면서 비난이 가라앉았지만, 이듬해(2022) 대통령 선거에서 새로운 연료를 만나 불타올랐다. 페미니즘 광풍은 통계도 일반적인 정서도 깨뜨릴 정도로 강력했다. 대통령을 바꿀 정도였으니까! 나는 그들이 왜 페미냐고 공격하는지, 페미가 어떻게 문젯거리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맨박스 페미니즘을 읽고 속이 시원해졌다. 이제 이해가 된다.
  저자는 50대 남자 교사로 남학생에게 페미니즘을 알려주기 위해 맨박스 페미니즘을 썼다. 남자 교사가 짊어져야 할 페미니즘 교육은 여자들에게 깨어나라하고 외치는 것이 아니라 남자들에게 좀 들어라하고 외치는 것(10, 서문)이라며. 나보다 선배인 50대 남자 교사가 페미니즘 교육을 어떻게 말할지 궁금했다. 권재원 선생님이 쓴 책을 세 권 읽었는데 모두 참 좋았다. 선생님 글은 균형 잡힌 생각을 하게 도와준다. 그래도 페미니즘이라니?’ 하며 읽었다.
  “감탄했다!” 권재원 선생님은 평소 균형 잡힌 정보를 제공하고, 정당한 논리를 내세워 사람들의 편견과 인식을 깨는 글을 자주 썼다. 이 책은 더욱 그랬다. 나도 글을 쓰는 사람이라 어느 정도 책 내용을 예상한다. 맨박스 페미니즘은 처음부터 끝까지 예상을 벗어났다. 트럼프 당선을 성 대결로 해석한 내용,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떠오른 이대남, 이대녀, 페미 사냥 등을 해석한 내용이 참으로 놀라웠다. ‘난 왜 이렇게 생각하지 못했을까?’
  저자는 여성이 지금까지 줄곧 희생하며 살았다고 한다. 스스로 삶을 선택할 자유를 누리지 못한 여성들이 균형을 잡으려고 하는 걸 남성이 양보하고 심지어 빼앗기는 걸로 받아들인다고 설명한다. 한두 문장으로 쓴 내 요약은 설득력이 없다. 책을 읽어야 한다. 책을 읽으면 남자다움으로 포장된 상자를 깨뜨리는 것보다 훨씬 더 나아가야 한다는 걸 인정하게 된다.
  공감하는 내용이 너무 많아 일일이 소개하기 어려울 정도다. 특히 남성이 분노하기 전에 감정을 배워야 한다는 부분이 크게 다가왔다. 내가 분노를 참으려 해도 안 되었는데 감정을 살피면서 분노를 다스리게 된 경험이 있다. 하나 더, 공산당 선언으로 본론을 시작한 부분을 읽으며 깜짝 놀랐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88. 하루 쉼표 (따뜻한 하루, 293) / 중학생 이상
  ‘따뜻한 하루라는 이름으로 따뜻한 이야기를 보내주는 분이 있나 보다. 40만 독자에게 편지를 배달했다고 한다. 편지는 주로 웃음, 용기, 감동을 주는 내용이다. 위로, 응원, 공감, 사랑이라는 주제로 글을 모아 책으로 펴냈다. 20대에 이런 이야기 참 좋아했는데 지금은 그렇구나!’ 한다. 나이가 들면서 슬프고 어두운 마음 쪽으로 기울었다. 사람을 위로하고 힘을 주는 글인데 말이다. 따뜻한 이야기를 읽고 싶은 분에게 추천한다.

87. 버스 놓친 날 (장 뤽 루시아니, 119) / 6학년 이상
  자폐 아이가 학교 버스를 놓친다. 늘 보던 운전기사, 늘 앉던 자리, 늘 지나가던 길로 갈 수 있을까? 짓궂은 아이들 장난 때문에 벵자멩은 엉뚱한 버스를 탄다. 공황! 아무도 모르는 거리, 한 번도 보지 못한 곳, 정신없이 지나다니는 사람들 사이에서 벵자멩은 공황에 빠질 텐데. 아빠와 엄마는 실종 신고를 하고 벵자멩을 찾아다닌다. 다행인 건, 벵자멩이 좋은 사람을 만난다. 벵자멩의 하루는 어떻게 될까?
  자폐 아동을 이해하는데 좋은 책이다. 내용이 정말 좋은데 동화 분위기가 아니어서 초등학생들은 지루해하겠다. 그래서 6학년 이상으로 정했다.

86. 그룹홈의 기적 (우리집, 219) / 가정 복귀 사례집
  <우리집>은 오갈 곳 없는 탈북 청소년을 돌보는 그룹홈이다. 이곳에 우리나라 아이도 온다. 부모가 있어도 자녀를 돌보기 어려운 처지인 분이 많다. 그래도 마석훈 대표와 선생님들은 아이를 가정에 돌려보내려고 한다. 가정복귀사업은 그룹홈에 있는 아이들이 가장 바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청에서 펴내는 수많은 사례집 덕분에 사례집은 읽지 않는 책이 돼버렸다. 그런데 마석훈 대표가 보내준 사례집은 그럴 수 없었다. 가정복귀사업 실천 과정을 읽으며 온 마음으로 이분들을 응원하게 되었다. 가정으로 돌아간 아이들 이야기를 읽으며 얘들이 정말 잘 살기를 기대하게 된다. 특히 한 아이의 인생을 서류로 처리하는 공무원과 절차 앞에서 마석훈 대표가 외치는 소리가 절절하게 울린다. 그래서 논문과 유엔총회결의안까지 다 읽었다. 이런 분이 있다니 감사하고 고맙다.

 

4월에 읽은 책 21권 3997쪽 (전체 85권 21154쪽)

85. 차마 말할 수 없는 것들에 관하여 (줄리아 월튼, 371) / 소설
  고등학생 피비는 폼이라는 닉네임으로 블로그를 운영한다. 성교육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는 블로그다. 생식기의 구조부터 섹스, 성병, 자위 등 부모가 자녀에게 차마 말하지 못하는 내용을 다룬다. 피비는 성에 관해 궁금한 내용을 알아볼 데가 없어 답답했다. 청소년들이 자신처럼 궁금하면서도 알지 못해서 답답할 거라고 생각하고 블로그에 글을 썼다. 부모가 자녀에게 차마 말하지 못하는 내용에 관해서.
  시장 후보로 나서는 유명인이 폼의 블로그를 트위터에 게시하며 문란하다고 공격하면서 블로그 팔로워가 급증했다. 이때부터 자녀 성교육이 논란의 중심에 선다. 자녀도 알아야 한다는 의도로 시작한 내용이 자녀를 성도착증 환자로 만들 셈이냐? 문란하다.’는 반박으로 이어진다. 피비는 자신이 블로그 운영자임을 철저하게 비밀로 하고 사람들의 반응을 바라본다. 그러다가~
(책 소개를 다시 쓸 생각이다. 오늘은 겨기까지)

84. 엄마 사용법 (김성진, 104)
  현수는 엄마가 없다. 현수는 엄마가 필요해서 엄마를 주문한다. ‘생명 장난감엄마를 사서 조립하고 엄마가 해야 하는 일을 가르친다. 엄마는 가사노동을 하고, 현수를 따뜻하게 맞아주어야 한다. 현수는 자기가 잘못할 때 엄마가 꾸중하기를 바란다. 엄마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학부모 독서동아리에서 읽었다. 엄마들이 책을 잘 골랐다고 했다. 11년 전에 나온 책인데 지금 읽어도 좋다.

83. 나쁜 과학자들 (비키 오랜스키 위튼스타인, 179) / 과학
  인체 실험의 역사를 다룬 책이다. 근대 이전의 사례, 나치 수용소 사례, 전쟁 관련 사례, 인체 실험에 관한 태도가 바뀐 과정, 현대 인체 실험의 방향과 질문을 담았다. <질문있어요?!> 펀딩 대상도서로 정했다. 읽긴 쉬운데 질문을 만들기는 어려웠다. 돈을 추구하는 곳에서는 윤리가 무너진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한다.

82. 완벽한 아이 (모드 쥘리앵, 343) / 인문
  부모는 자녀가 부모님 뜻을 완벽하게 이루어주기를 바란다. 꾸짖고 타이르고, 학원에 보내며 공부하라고 시킨다. 그러나 아이가 부모님 뜻을 완벽하게 이루어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현실은 다르니까.
  모드 쥘리앵의 아버지는 완벽한 아이를 만들기 위해 자신이 원하는 아내를 찾아(나이 차가 많이 나는 가난한 집 아이) 공부를 시킨다. 아이를 완벽하게 기를 엄마로 만든다. 아이가 어른이 되자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다. 그 아이를 완벽한 아이로 만들기 위해 자기만의 방식으로 가르친다. 에밀을 방치하는 걸 루소가 교육이라 했다면, 모드 쥘리앵은 오직 아버지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고 생각해야 한다. 아버지가 생각한 완벽한 교육은 상상도 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2차 대전을 겪은 아버지가 어떤 악조건에서도 견디는 걸 최고의 교육이라 고 가르친다. 쥐가 사는 지하실에서 혼자 버티기, 표정을 드러내지 않기 같은 것들.
  특히 어머니와 아이의 관계에서 생각할 점이 많다. 어머니와 딸 모두 아버지의 폭압적인 권위에 희생당한다. 희생자 어머니가 희생자 딸을 보호하지 못하고 오히려 경쟁자로 생각한다. 모드 쥘리앵은 아버지를 두려워하고, 미워하는 마음을 갖다가 자책하고, 어머니에게 보호를 바라면서 실망하고~ 그런데도 무너지지 않는다. 넓은 저택에 갇혀 아버지, 어머니만 보고 살면서도 동물을 사랑하고, 스스로 생각하며 아버지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으로 완벽한 아이가 된다. 정말 좋은 책이다.

81.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김기현, 239) / 인문
  영성 고전 20권을 10쪽 분량으로 소개한다.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10쪽으로 소개하면? 나는 한 권을 읽고, 토론하고, 글을 써야 만족하는데 10쪽이라니! 줄거리와 책의 가치, 논쟁점만 다루어도 30쪽은 될 텐데 말이다. 그런데 책을 펴고 멈추지 못했다. 신학자이며 독서광인 김기현의 눈으로 읽은 책이라서 누구나 알던 그 책이 아니었다. 새로웠다. 독서광인 저자가 관련 책을 비교, 분석하고 쓴 글이라 읽는 내내 즐거웠다.
  1부는 하나님을 찾고(고백록), 나를 찾고(팡세), 죽음을 넘어서(이반 일리치의 죽음), 영적인 삶을 찾아서(영적 발돋움)~ 기도(무명의 수도사의 기도)로 끝난다. 2부는 사람을 찾고(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어머니 하나님을 찾고(침묵),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찾아(디오그네투스에게 보내는 편지) ~ 정체성의 영성(하나님의 나그네 된 백성)으로 끝난다. 순서가 참 좋다.
  이 책을 읽으며 읽고 싶은 책이 많아졌다. 혼자 읽을 책, 모임에서 나누고 싶은 책 목록도 생겼다. 읽어봐야지!

80. Excellence through Equity(앨런 블랭크스테인, 페드로 노구에라 엮음, 214) / 교육
  출판하면 어떨지 물으셔서 대답해드렸다. 수월성보다 형평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교육이 성적 높은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모두에게 유익하다는 주장을 담았다. 미국 주요 지역에서 실제로 일어난 결과여서 찬찬히 읽었다. 아쉬운 점도 몇 가지 있었다. 판매량이 적을 거라고 알려드렸는데 출판되는지 모르겠다.

79. 과학관으로 온 엉뚱한 질문들 (이정모, 243) / 과학
  관장이 직업이었던 이정모 관장이 질문에 대답하는 책이다. 강연하면서, 과학관에 찾아온 관람객에게 들었던 질문을 모았다가 책으로 펴낸 것 같다. 질문을 4개 영역(인간, 동물과 식물, 생활, 보이지 않는 세계)으로 나누고 각 장마다 18개 정도의 질문과 답을 썼다. 평소 궁금했던 내용이 많아서 재미나게 읽었다. 과학 정보를 우리 삶에 적용해서 툭툭 던지는 이야기가 재미나다. 예를 들면 하늘 높이 뜬 달보다 지평선에 뜬 달이 커보이는 까닭을 설명하면서 '사람의 크기가 다른 게 아니라 어떤 자리에 있느냐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뿐이라고' 썼다. 다시 말하면 달은 크게 느껴질 뿐이다. 이걸 사람의 크기에 빗대어 말한다. 재미있다.

78. 청소년을 위한 그린뉴딜 이경윤, 166)/ 과학
  청소년들이 꼭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환경오염과 기후 변화가 주는 위험을 알고탄소중립을 실현하는 녹색기술을 알려준다탄소중립을 실현하는 그린 뉴딜 정책이 어떻게 환경을 살리는지 소개하며주요 국가의 그린 뉴딜 정책을 소개한다환경이야말로 우리의 생존을 좌우할 중요한 과제다우리나라에서도 그레타 툰베리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77. 나도 상 좀 받자 (이지훈, 128) / 4학년 이상
  나도담은 단체상인 협동상 외에 상을 받은 적이 없다. 상을 받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받는지 모른다. 상을 싹쓸이하는 아름이에게 물어보면 자존심 상하는 말만 한다. 도담이는 상을 받으려고 무얼 할까? 그리고 상을 받을까?

76. 복음과 상황 4월호 (151) / 기독교
  꼼꼼하게 읽는 월간지다. 가장 먼저 읽는 정원 이야기-공유의 정원-가 좋다. 장애와 신앙을 다룬 기사-장애와 신앙의 교차로에서-도 참 좋다. 4월호에서는 <치유와 화해의 첫걸음>이 눈에 띈다. 좋은 내용이 많은 기독교 월간지다.

75. 믿음을 묻는 딸에게, 아빠가 (정한욱, 252) / 기독교
  아빠가 자녀의 질문에 대답하는 내용이다. 나도 한때 이런 글을 써놓았다. 정한욱 선생님 책을 읽으며 내가 쓴 글이 너무 얕았음을 깨달았다. 감탄하며 읽었다. 저자는 기독교 서적을 두루, 깊이 읽는 의사다. 시골에서 안과를 운영하며 틈날 때마다 책을 읽는다. 무겁고 딱딱한 책을 읽고 자기 것으로 만들어 자녀의 질문에 대답한다. 참 멋진 아빠다. 책 내용이 너무 좋다. 지난해에 그 틈에 서서를 만났고 올해는 믿음을 묻는 딸에게, 아빠가를 만났다. 최고다.

74.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조던 스콧, 50) / 그림책
  다른 사람 눈으로 평가하면 아무것도 말하지 못하는 아이. 그 아이에게 아빠가 말한다. “너는 강물처럼 말하는 아이야!” 아빠 눈으로 보면 아이 마음에 담긴 소리가 보이고 들린다. 아이들이 내게 보여준 글은 그 소리 중 아주 작은 부분이었다. 글쓰기 지도 비법은 아마 강물처럼 말하는 소리를 듣는건지도 모르겠다. 여기 아빠는 아이에게 강물처럼 말한다고 말하며 마음을 열어줬는데 내가 만난 아빠들은 아이 입을 다물게 해버렸다. 아빠 때문에 함묵증 걸렸던 탄광마을 그 아이가 생각난다.

73.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을 깨우다 (강성은, 111) / 5 이상
  환경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먼저 외친 레이첼 카슨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윤해림 어린이가 시골로 이사하면서 레이첼 카슨을 알게 되는 과정을 (전기문+환경) 내용으로 썼어요. 레이첼 카슨의 삶과 주장을 지금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해림이가 보여줍니다. 좋은 책이에요.

72. 바나나가 정말 없어진다고? (김은의, 91) / 3이상
  수천 종이나 되는 바나나 중 우리가 먹는 건 딱 하나 캐번디시 바나나. 100년 전에 전세계 사람들이 먹던 그로 미셸 바나나가 파나마 병으로 멸종한 뒤에 나온 대안 바나나. 단일 품종을 길렀기 때문에 한꺼번에 죽어버렸는데도 여전히 기업들은 캐번디시 한 품종만 기릅니다. 생산, 유통, 가공이 편하다는 이유로. 캐번디시도 곧 멸종할 거예요. 그럼 또 다른 단일품종을 찾겠지요. 종 다양성을 무시하는 이유와 결과를 알려주는 책입니다. 3~4학년 독서동아리 토론 책으로 함께 읽는 중이에요.

71. 동행하는 길 (송대선, 지강유철, 174) / 기독교
  부활절을 기다리며 40(사순절) 동안 하루에 한 편씩 묵상하도록 도와주는 글이다. 송대선 목사님이 묵상 글을 썼고, 지강유철 선생님이 사순절에 추천하는 음악을 소개했다. 하루에 한 편씩 읽고 생각날 때마다 음악을 들었다.

70. 별은 사랑을 말하지 않는다 (김동훈, 447) / 천체, 우주
  저자는 별을 사랑해서 개기일식을 찍으려고 북극을 비롯해 7개국을 쫓아다녔다. 아마추어 수준을 뛰어넘는 실력으로 자신이 찍은 사진과 전문가가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별을 소개한다. 여기저기서 한 번쯤 봤던 별과 성운, 행성과 은하 사진을 보여주고 설명한다. 참 아름다웠다. 별을 봐도 뭐가 뭔지 몰라서 답답했는데 이 책을 보면서 별을 알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69. 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268) / 소설
  『빨치산의 딸들은 애달프고 슬펐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따뜻했다. 길을 걷다가 지나가는 사람마다 사연 없는 사람이 없다. 사연을 들을 기회가 있다면 다들 영화의 주인공이 될 텐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장례식에 온 손님을 통해 아버지의 실제 모습을 안다면 많이 슬플 것 같다. 아버지는 이해하기 어려운, 아니 이해하기 싫은 대상 아닌가! 책을 읽으며 내 아버지도 그랬을 거야!’ 생각했다. 정말 좋았다.

68. 긴긴밤 (루리, 140) / 5학년 이상
  코뿔소는 멸종 위기 동물입니다. 밀렵꾼들이 코뿔소를 죽이고 뿔을 잘라가기 때문이지요. 코뿔소 노든은 부모를 잃고 혼자 남았습니다. 보호소에서 자라다가 야생으로 돌아갔어요.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야생 적응훈련을 받았을 거예요. 야생에서 암컷 코뿔소를 만나 새끼를 낳으며 행복하게 지냈지만, 밀렵꾼이 아내와 새끼 코뿔소를 죽입니다. 다행히 노든은 사람들에게 발견되어 동물원에 갑니다. 그러나 얼마 뒤에 일어난 전쟁으로 동물원에 폭탄이 떨어져 많은 동물이 죽습니다. 이 와중에 노든은 펭귄 윔보와 치쿠가 죽으며 맡긴 펭귄 알을 떠맡습니다. 펭귄이 야생에서 살아가도록 가르치며 바다에 데려가려 합니다. 어려움을 겪고, 친구를 만나고, 다시 어려움을 겪으며 코뿔소로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지난해에 읽었는데 올해는 질문을 만들기 위해 더 꼼꼼하게 읽었습니다. 역시 이 책이 대상을 받은 까닭을 모르겠어요. <빠삐용>이나 <쇼생크 탈출>처럼 자유를 향한 열망을 드러냈기 때문일까요? 자유를 얻기 위해 고통을 견디고 절망을 이겨내면서 진짜 친구를 만났기 때문일까요? 멸종 위기에 빠진 코뿔소가 펭귄을 길러내는 이야기가 특별한 의미를 주나요? 그렇다고 해도 제겐 인위적인 문장, 자연스럽지 않은 전개, 의도가 보이는 내용이 더 생각납니다. 작가가 힘을 줘서 쓴 게 느껴져서 이야기에 몰입하기 어려웠습니다. 좋은 책은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독자가 이야기에 몰입하면서) 등장인물을 통해 말(또는 문장)이 들려야 하는데 이 책은 작가가 직접 말하는 게 느껴졌습니다.

67. 곰의 부탁 (진형민, 238) / 단편소설 모음
  진형민 작가가 세월호에서 돌아오지 못한 고운이와 경미를 생각하며 쓴 단편 일곱 편을 모았습니다. 어둡거나 슬픈 내용만 있지는 않습니다. 청년들이 겪는 고민과 아픔을 드러낸 글입니다. 사랑, 아르바이트 세계, 아프칸 난민의 삶, 언니와의 추억(과 관계), 다문화 가정 아이, 오토바이 사고로 죽은 학생 친구들의 인터뷰까지 다양한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주제를 다루었다. 진형민 작가는 참 글을 잘 쓴다. <자물쇠를 채우지 않은 날>이 정말 좋았다. <언니네 집><그 뒤에 인터뷰>도 좋았다. 책 제목으로 삼은 <곰의 부탁>은 보통이었다.

66. 지퍼백 아이(김 유, 83) / 3학년 이상
  아이들 생활의 특징을 꼬리가 자라는 모습. 몸이 작아져서 지퍼백에 들어간 모습, 엘리베이터에 없는 층에서 엄마를 만나는 모습으로 표현했다. 내용이 짧지만 비유로 표현해서 3학년 이상을 대상으로 삼았다. <비밀의 꼬리>는 거짓말하면 꼬리가 늘어나는 이야기라 단순하다. 1~2학년에게 읽어주며 거짓말에 관해 이야기하기에 좋다. <지퍼백 아이>는 너무 바빠 자기를 잃는 모습을 지퍼백에 들어갔다고 표현했다. 3~4학년뿐만 아니라 5~6학년에게도 어울린다. 내용이 짧아서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의견을 주고받아도 좋겠다. <엄마가 있는 집>은 돌아가신 엄마를 그리워하는 이야기라 고학년에게 알맞다. <비밀의 꼬리>보다 <지퍼백 아이>가 좋았고, <엄마가 있는 집>은 내 성향에 맞아서 좋았다.

65. 마이네임 (구로카와 유코, 205) / 중학생
  문장을 참 잘 썼다. 우리나라 청소년 작가는 스토리를 색다르고 특별하게 구상하지만, 문장이 멋지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드물다. 마이네임에는 다시 읽게 되는 문장이 자주 나온다. 게다가 단순한 이야기에 중학생들의 마음을 잘 담았다.
  일본에서는 결혼하면 아내가 남편과 같은 성을 쓴다. 이혼하면 성을 다시 바꾸어야 한다. ‘미온은 부모가 이혼하면서 이름이 사카가미(아빠 성) 미온에서 도마쓰(엄마 성) 미온으로 바뀌었다. 이름은 정체성을 의미하며, 중학생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미온은 이름 때문에 혼란을 겪는다. 중학생은 지금까지 자기들을 지켜주던 부모와 어른들의 권위에 도전하며 자신을 찾아가는 시기다. 이때의 고민을 이름으로 담아냈다.
  단순한 이름(SNS 닉네임, 별명, 마음에 드는 이름)으로 중학생의 정체성 혼란을 담아내다니 작가의 솜씨가 뛰어나다. 특히 자이니치(재일한국인) 4세의 이야기를 담아줘서 좋았다. 친구들에게 한 번도 한글 이름으로 불린 적이 없는 채영이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3월에 읽은 책 18권 3723쪽 (전체 64권 17157쪽)

64. 친구 마음에 공감하는 자존감 수업 (이보경, 239) / 교육
  이보경 선생님이 학년별 성장 주기에 따른 인성 덕목을 정하고 수업한 내용을 책으로 냈다. 수업 코드를 잘 잡는 것 같다. 3학년은 공감하는 자존감 수업, 4학년은 친구의 미덕을 찾아내는 우정 수업, 5학년은 회복 탄력성을 기르는 치유 수업, 6학년은 사회 속 역할을 생각하는 진로 수업이다.
  이 책은 3학년에 해당하는 수업 내용이다. 3학년의 특징을 설명하고, 친해지는 활동부터 시작한다. 공감, 자존감, 따돌림, 위로, 이해, 협동 등의 덕목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말하고 덕목에 어울리는 책을 소개한다. 책으로 어떻게 수업했는지 소개하고 학습지와 아이들 글을 보여준다. 책 내용을 그대로 도덕 수업에 적용하면 좋겠다. 다른 학년 책도 읽어야겠다.

63. 다윗과 골리앗 (말콤 글래드웰, 371) / 사회
  약자가 강자를 이긴 사례들을 통해 약자가 강자보다 유리한 까닭을 말한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긴 까닭, 좋은 학교에서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는 게 정말 유리한지, 돈이 많을수록 좋은지 검증한다. 인상파가 자신들의 강점을 살려 어떻게 성공했는지, 같은 성적으로 명문대 하위권이 되는 것보다 중위대 상위권이 되는 것이 얼마나 유리한 지를 말한다(1). 약점이 장점이 된 사례로 난독증, 폭격을 당한 사람들(2차 대전 때 런던) 등의 예를 들어 강자의 규칙을 따르지 말고 자신의 장점을 살리라고 말한다(2). 특히 강자의 실수를 다룬 영국의 북아일랜드 강경진압, KKK와 백인우월주의를 상대한 민권운동가들, 삼진아웃법(가중처벌법), 자녀를 잃은 두 사람의 다른 대처, 베트콩에 대한 두 사람의 분석 등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말콤 글레드웰은 많은 자료를 내세워 자신의 논리가 옳음을 입증한다. 책을 읽기 전부터 저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를 내세워 저자의 논리에 수긍하게 만들 줄 알았는데도 책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죄인을 처벌하는 일에 관해서는 필립 얀시 책을 읽는 것 같았다. 강자의 약점, 약자의 강점에 관해서도 동의한다. 예를 들면, 나는 책을 많이 읽어서 빨리 읽는다. 글씨를 눈으로 빨리 읽기도 하고, 문장 흐름을 알기 때문에 술술 읽는다. 이런 능력이 사실 독서에 방해가 된다. 적당히 대출 읽게 만든다. 강점이 약점이 되는 셈이다. 반대 사례도 있다. 나는 몸이 약했다. 그래서 위험한 일을 하지 않았고, 나쁜 음식도 먹지 않았다. 무리하게 운동하지 않았고 꾸준히 걸어 다녔다. 이게 지금은 강점이 되었다. 좋은 책이다.
  그러나~ 작가가 작은 출판사의 장점을 살려 책을 내지는 않았을 거다. 대형 출판사에서 좋은 편집자 만나 책을 냈을 거다. 우리 사회에서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이기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약자의 장점이 있지만, 장점을 살려 강자를 이기는 경우가 적다. 그래도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이야기는 매력이 있다.

62. 우상의 눈물 (양귀자, 전상국, 149) / 청소년 소설
  양귀자 작가의 <한계령><원미동 시인>, 전상국 작가의 <우상의 눈물>을 엮은 책이다. 작가는 넓게 본 것을 몇몇 사람 이야기에 담아서 우리에게 들려준다. 양귀자 작가는 우리나라 경제가 발전하던 시대에 살던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을 원미동에 사는 사람들 모습으로 드러냈다. <우상의 눈물>

61. 엄마 사용법 (김성진, 108) / 3학년 이상
  어른이 읽어도 좋은 동화를 만났다. 우선 생명 장난감이라는 설정이 흥미롭다. 생명 장난감을 조립하면 살아서 움직인다. 현수 집에는 엄마가 없다. 현수는 엄마를 사달라고 한다. 학교 갈 때 엄마가 인사해주고 비가 올 때 우산 가져와서 기다리면 좋겠다고 한다. 엄마를 가져와서 조립하다가 손가락에서 피가 살짝 났는데 엄마 장난감 가슴에 스며들었다. 그리고~ 참 좋은 책이다. 토론할 내용이 아주아주 많은 책이다<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읽어주는 장면이 나온다.

60. 바람의 소리를 들어라 (원유순, 95) / 3학년 이상
  길고양이가 아빠와 엄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사람의 손길이 닿는 집에 들어가기를 꿈꾼다. 사람에게 다가가도 받아들이지 않자 주인 마음에 들려고 노력한다. 길고양이를 사람이라 생각하고 읽으면 무엇을 말하는지 정확하게 보인다. 좋은 책이 가진 몇 가지 특징을 잘 보여주는 책이다. 꿈을 꾸고, 노력하고, 어려움을 만나고, 해결책을 발견하고(의외의, 자기 안에 있는~), 꿈을 이루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바람의 소리를 듣는다. 좋은 책이다.

59. 죽이고 싶은 아이(이꽃님, 200) / 중학생 소설
  주연이가 서은이를 이끌고 서은이가 주연이를 따른다. 주연이가 서은이를 함부로 대하는 것 같고, 서은이가 주연이 말을 거부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다가 주연이가 학교 구석진 곳에서 벽돌에 맞아 죽는다. 범인으로 주연이가 지목되고 재판이 진행된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아니라 가정환경으로 인한 결핍 때문에 인간관계가 흔들리는 학생들 마음을 잘 보여준다. 가해자를 찾아가는 수사 형식이라 학교 폭력 장면이 직접 드러나지 않고 재미도 있다.

58. 마이너스 스쿨 (이진 외, 195) / 중학생 소설
  <학교 폭력>을 주제로 작가 다섯 명이 쓴 단편 모음이다. 두 편은 조금 읽고도 결말이 보였고, 두 편은 과장되거나 억지스러웠다. 나는 귀신이 나오는 글을 좋아하지 않는다. 두 편에서 귀신이 중요한 역할을 해서 이렇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한테 유치하면 학생들은 좋아할 것 같다. 정명섭 작가가 쓴 <즐거운 나의 학교>는 좋았다. 다만 이 책보다 4개월 먼저 출판된 죽이고 싶은 아이와 결말이 같았다. 글을 쓰는 데 4개월 이상 걸릴 테니 저작권을 침해하진 않았을 거로 생각한다. 그래서 의외였다. 결말이 똑같다니~

57. 용기 없는 일주일 (정은숙, 232) / 중학생 소설
  제목을 잘 정했다. 주인공 이름이 용기인데, 용기가 다쳐서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학교가 <용기 없는 일주일>을 보낸다. 친구들은 용기가 없어서 박용기가 학교 폭력을 당할 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용기가 다치고 담임 선생님이 학교 폭력 가해자를 찾기 시작한다. <학교 폭력>이 무거운 주제인데 탐정 형식으로 만들어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좋은 책이다.

56. 줬으면 그만이지 (김주완, 359) / 취재기
  몇 년 전에 채현국 선생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시대의 어른이라 부를 만한 분이 계신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고 사람들이 놀라워했다. 김장하 선생도 마찬가지다. 참 멋진 어른이 뒤늦게 나타난 건 이분들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찾아온 사람을 도와주고도 줬으면 그만이라며 아무에게도 밝히지 않았다. 묵묵히 도와주면서 자랑하거나 생색내지 않는 분이라니~
  저자가 기자라서 취재하듯 글을 썼다. 김장하 선생 이야기를 읽고 싶은데 취재 과정을 밝히는 부분이 앞에 많이 나와서 답답했다. 이분의 삶을 읽는 게 너무 좋아서 그렇다.

55. 시골빵집에서 균의 소리를 듣다 (와타나베 부부, 249) / 사회
  작가가 집요하다. 빵을 잘(건강하게, 지역 사회를 살리게) 만들려고 노력하더니 이번에는 에 빠졌다. 효모, 누룩균,

54. 리언 이야기 (리언 월터 틸리지, 108) / 중학생 이상
  1936년에 태어나 흑인으로 차별을 받으며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설 형식이 아니라 저자가 직접 말하는 형식이다. 넬슨 만델라, 마틴 루터 킹 이야기를 좋아해서 여러 권 읽었는데 그런 책에서 읽지 못한 이야기도 있다. 나는 소설 형식이 좋은데, 대놓고 말하는 스타일을 좋아하는 분도 있을 것 같다. 소설로 만들었으면 200쪽은 됐을 텐데 대놓고 말해서 분량이 짧다. 흑인의 삶과 민권운동의 과정을 잘 알려준다. 좋은 책이다.

53. 천천히 배우는 아이들에게 빠르게 다가서기 (강원학습종합클리닉센터, 251) / 교육
  강원학습종합클리닉센터에서 일하는 분들이 쓴 기록이다. 아이들을 가르친 이야기를 쓴 수기, 센터를 만든 과정, 센터에서 하는 일, 전문가로 성장한 이야기를 썼다. 천천히 배우는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끈질기게 아이들을 가르친 모습이 아름다웠다. 좋은 선생님들이 참 많다. 다만 맞춤법과 띄어쓰기 틀린 곳이 많다.

52. 삐딱한 나 선생의 학교 바로보기 (나영상, 238) / 교육
  나영상 선생님은 자신을 송곳이라 부른다. 할 말은 하는 사람. 나이, 직위, 분위기에 떠밀려 입 다물었다가 뒤에서 비난하는 사람이 아니다. 서로 의견을 나누며 생각을 나누자고 한다. 참 좋은 태도이지만, 우리나라에서 특히 학교에서 이런 태도로 지내면 불편한 일이 생긴다. 나영상 선생님은 모른 척하고 넘어가지 않는다. 나이와 경력, 직위나 관계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의논해보자고 한다.
  이 책은 학교에서 지내며 겪은 일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을 썼다.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생각이 다른 사람과 이야기해보자는 마음으로 다가가면서 겪은 이야기여서 나와 너의 생각 차이가 크게 드러난다. 책은 크게 교실 바로보기, 학교 바로보기, 세상 바라보기 꼭지로 썼다. 학생들 사이, 학생과 교사 사이, 교사들 사이, 교사와 주위 사람들(교장, 교감, 행정실, 급식소 등)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을 썼다.
  내용이 새롭다. 저자가 자신만의 안목을 가졌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믿고, 옆 반 선생님 눈치 보지 않고, 교장과 교감에게 주눅 들지 않는 생각이 좋았다. 30년 동안 나도 좀 남다른 생각으로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으며 남다른 밝은 생각을 만나 좋았다. ‘나는 이렇게 하지 못했는데~’ 하는 점이 많았다. 난 사람이 변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며 혼자 놀았는데 선생님은 계속 이야기해보자고 했다. 그 과정에서 갈등이 생기고 차이가 도드라지면 불편할 텐데 선생님은 이를 배우는 기회, 조화를 이루는 기회로 삼았다. 참 좋다. 책을 읽으며 마음이 조금 더 열렸다. 추천한다.
  → 어떤 논리적인 이야기로도 학부모님을 설득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부모님의 시각을 결과보다 과정에 두도록 유도할 필요는 있다. 교육의 목표는 아이가 만든 결과가 아닌, 결과를 만드는 아이 자체이니까. (141~142)

51. 새로운 일상 신학이 온다 (지성근, 199) / 기독교
  참 좋은 책이다. 교회에서 이원론에 물든 신앙생활을 가르치는 게 싫어서 오스 기니스, 마이클 프로스트 같은 작가들 책을 읽었다. 우리나라 작가 책도 읽었는데 만족스럽지 않았다. 이번에 참 좋은 책을 만났다. 이 책이 있었다면 자주 인용했을 텐데.
  신앙생활이 아니라 생활신앙이다. 신앙생활은 신앙을 중심에 두는 생활이다. 주로 교회에서 무언가를 하는 거다. 이는 신앙을 일상과 분리시켰다. 일요일, 교회에서 무언가를 하는 것만 믿음으로 보는 거다. 생활신앙은 일상생활을 신앙으로 보는 관점이다. 1장에서는 패러다임을 바꾸자고 말한다. 2장에서는 일상이 곧 사역이라고 말한다. 3~6장은 일상신학을 복음과 구원, 신학, 영성, 교회에 적용해서 말한다. 참 좋은 책이다.

50. 해와 달이 된 오누이가 태양계를 만들어 (이지민, 91) / 4학년 이상
  <해와 달이 된 오누이>로 독서토론 질문을 만들기 위해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봤다. 옛이야기에 나오는 내용을 과학 지식과 연결해서 소개했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가 태양계를 만들어옛이야기에 나오는 내용을 과학 지식과 연결해서 소개한 책이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 나오는 해와 달로 태양계를, <토끼전>에 나오는 간으로 소화 기관을, <흥부와 놀부>에 나오는 제비로 새 종류를, <혹부리 영감>에 나오는 노래로 소리를, <요술 맷돌>에 나오는 소금이 짠 까닭으로 바닷물을, <설문대 할망>에 나오는 제주도로 화산을 소개했다. 그림이 화려해서 아이들이 좋아하겠다.

49. 강태풍 실종 사건 (박채현, 139) / 2학년 이상
  강태풍은 안하무인 외아들이다. 자기만 안다. 배려와 친절은 눈꼽 만큼도 없다. 이런 캐릭터 소개가 나오면 극적인 사건과 사고가 일어나서 변하는 내용으로 끝난다. 이 책도 그렇다. 태풍이가 구슬에 빨려 들어가고 엄마가 태풍이를 찾아다닌다. 태풍이가 했던 나쁜 짓을 구슬 안에서 그대로 당하다가 정신을 차리는 이야기다. 저학년에게 맞는 책이다.아이들에게 읽어줘야겠다.

48. 열세 살 우리는 (문경민, 231) / 6학년 이상
  6학년 여학생 셋의 미묘한 관계를 다룬 책이다. 작가가 6학년을 많이 가르친 교사여서 여학생의 관계를 잘 묘사했다. 보리와 루미는 6학년까지 몇 년 동안 절친이다. 루미는 착하고 보리를 배려한다. 보리는 엄마와 아빠 사이가 좋지 않아 답답해한다. 루미가 잘해주지만, 루미를 만나면 이상하게 짜증이 난다. 이때 세희가 전학 온다. 세희는 공부, 노래, 미술 다 잘한다. 다만 선생님이 없으면 말투와 행동이 달라진다. 셋 사이에 어떤 일이 생길까?

47. 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271) / 소설
  일본 애니는 정말 별것 아닌, 일상의 소소한 내용으로 이야기를 만든다. 수학 수식으로 이야기를 만들다니 대단하다. 지금은 책벌레로 불리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목은 수학이었다. 수학의 세계는 정말 아름다웠다. 수학 문제 풀이하는 방법으로 수학 선생님과 시간 보내던 기억이 났다. 인터뷰만으로 이런 내용을 만들다니 작가 능력이 대단하다.

 

2월에 읽은 책 24권 7310쪽 (전체 46권 13434쪽)

방학 한 달 동안 겨울잠 자는 동물처럼 웅크리고 책만 읽었다.
<질문 있어요?!> 펀딩에서 소개할 책을 찾으려고 질문 관련, 토론 관련 책을 좀 읽었다.

46. 어른의 삶으로 그림책을 읽다 (김진향 외, 271)
  일곱 명이 일곱 가지 주제(, 사랑, 엄마, 가족, 함께, 일하는 나, 자유 주제)를 정하고 그림책을 소개하며 각자 글을 하나씩 썼다. 그림책은 인생 경험이 많은 사람이 잘 읽는다. 아이가 읽으면 무얼 말하는지 모르는 내용이 많다. 일곱 분은 저마다 다른 경험을 하며, 다르게 반응하며 살아왔다. 그래서 책이 더 풍성해졌다. 저자 중 한 명이 나를 형님이라고 부르는데, 동생의 비밀을 알아냈다. 버스, 카누, 풍물놀이, 야근. , 오타가 좀 있다.

45. 복음과 상황 2월호 (167) / 월간지
  <모두가 무사한 내일>을 주제로 노동 문제를 집중해서 다루었다. 잡지 받을 때마다 관심갖고 보는 정원 기사, 수도회 내용도 역시 좋다.

44. 라인 비트윈 경계위에 선 자 (토스카 리, 422) / 소설
  토스카 리는 글을 참 잘 쓴다. 데몬, 솔로몬과 스바의 전설은 상상력과 내용 전개가 정말 뛰어나다. 라인 비트윈은 세상이 오염되었다고 주장하는 사이비 종교가 세운 공동체에서 일어나는 일 + 통제 불가능한 감염병이 일어나는 현실이 중첩되는 이야기다. 매그너스는 세상이 죄악으로 인해 심판을 받을 거라고 주장하며 자기들만의 공동체를 세운다. 엔클라베로 불리는 공동체는 사이비 종교가 보이는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토스카 리가 이 모습을 정말 잘 묘사했다. 이때 바깥 세상에서는 북극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알려지지 않은 바이러스가 번져나간다. 사람들이 갑자기 이상 증상을 보이고 정부 주요 시설이 공격을 받자 국가(미국) 시스템이 급속도로 붕괴된다.
  주인공 윈터는 15년 동안 살았던 엔클라베를 떠난 뒤에 가치관의 혼란을 겪는다. 먹고, 입고, 마시는 것부터 생각까지 엔클라베에 있던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해 힘들어한다. 그러던 중 감염병과 관련된 일에 얽혀드는데……
  사이비 종교의 특징을 정말 잘 묘사했다. 또한 감염병이 일으키는 사회 혼란도 잘 묘사했다.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책이다.

43. 악마의 눈이 보여주는 것 (홍종락, 375) / 문학 해설
  번역가 홍종락 님이 생계를 위해서가(번역) 아니라 취미로 책을 읽고 질문하고 이야기한 내용을 정리했다. 혼자 읽을 때 생각하지 못한 걸 함께 읽으면 알게 된다. 나는 늘 이 사실을 강조하며 독서 모임을 권장한다. 저자가 소개한 24권 중 18권을 읽었고, 나머지 6권도 어느 정도는 아는 책인데도 내용이 새로웠다. 내가 만나지 않는 분들과 독서 모임을 했나 보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알고 싶은 분에게 추천한다. 소설 읽는 신자에게 생기는 일(홍종락 번역)과 같이 읽으면 좋겠다.

42. 가르침은 예술이다 (존 반 다이크, 341) / 교육
  20년 전, 주제통합 교육과정과 수업을 공부할 때 읽었던 책이다. 기독교사대회 이후에 온라인으로 만난 분들과 몇 달 동안 같이 읽었다. 같이 읽으니 좋다. 하지만 다시 주제통합을 배우고 새롭게 해보려는 마음은 크지 않다. 나만의 수업이 생겼고, 다시 새롭게 배우기엔 마음이 굳어버렸다. 나이가 들면서 넓어진 것 같으면서도 굳어버리기도 했다. 이 책은 챕터씩 천천히 모임에서 나누기에 좋은 책이다.

41. 녹나무의 파수꾼 (히가시노 게이고, 554) / 소설
  나미야 잡화점에 온 세 친구가 사람들 마음을 토닥이는 이야기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과 같은 버전이다. 장소는 녹나무(신사에 있는 고목)로 바뀌었지만, 지금 살아가는 사람이 과거의 이야기를 듣고 위로를 받는 내용은 똑같다. 작가의 상상력과 내용을 이끌어가는 실력이 좋아서 지루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 재미있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뻔한 부분이 많아서 실망했는데 녹나무의 파수꾼은 괜찮았다.

40. 예수의 발자취를 따라서 (피터 워커, 487) / 기독교
  누가복음을 바탕으로 예수님이 다닌 곳(지역)을 자세하게 설명한다. 지도에서 위치를 보여주고, 성경에서 이 지역이 언급된 부분과 주변 지역을 소개하고, 해당 지역이 현재 어떻게 바뀌었으며, 어떤 유적이 생겼는지 소개한다. 지역마다 부록으로 역사적 사건, 연대별 변화 모습을 덧붙였다. 이스라엘 여행할 때 꼭 봐야 할 책이라 생각한다.

39. 철학 까페에서 문학 읽기 (김용규, 334) / 철학+문학
  믿고 보는 김용규 교수님이 읽은 문학책 해설이다. 고급지다. 학생들과 토론한 책들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 특히 고도를 기다리며를 삶의 권태로 해설하는 부분이 새로웠다. 고전으로 불리는 책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2006년부터 지금까지 70쇄 정도 팔렸는데, 이 정도의 책을 읽는 독자가 생각보다 많아서 놀랐다. 점점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이런 책이 독자들에게 도움을 많이 주리라 생각한다.

38. 메리에게 루이스가 (C. S. 루이스, 213) / 편지
  옥스퍼드 영문학 교수이며 작가인 루이스는 독자 편지를 많이 받았다. 루이스는 밀려드는 편지에 일일이 답장을 썼다. 답장을 보내는 일을 사명으로 삼은 것 같다. 그 중 가장 오랫동안 많은 편지를 주고받은 사람이 메리(메리 윌리스 셸번, 미국인). 루이스는 답장을 쓴 뒤에 받은 편지를 버렸기 때문에 메리의 편지만 남았다. 편지에서 루이스 특유의 비유와 재미난 문장을 만나서 좋았다. 루이스가 쓴 책 내용도 꽤 나오지만, 메리가 아프다는 편지에 대답한 내용과 루이스 자신이 아프다는 내용이 많다. 특히 조이(루이스가 59세에 결혼한 여성)와 지낸 일상이 꽤 나와서 반가웠다. 가볍게 읽는 책이다.

37. 일요일 오후 2, 동네 청년이 중학생들과 책 읽습니다 (차명식, 213) / 독서
  동네 문학 공동체에서 중학생들과 책을 읽는 중등인문학교를 하면서 저자가 만난 책과 아이들 이야기다. 책 이야기가 더 많다. 계절마다 주제를 달리해서 책을 읽었다. 봄에는 학교(수레바퀴 아래서, 학교의 슬픔……), 여름은 집(나는 부모와 이혼했다. 오이대장 ……), 가을은 마을(난쏘공, 원미동 사람들, 내 이름은 공동체입니다), 겨울은 세상(, 소년이 온다……)이다. 책을 해석하고 해설한 내용이 많고, 학생들과 주고받은 대화와 학생이 쓴 글이 들어있다. 학생들과 수업하면서 바라본 관점으로 책을 해석했는데 학생의 생각보다 저자의 생각이 더 많다. 학생들 생각과 글이 더 많으면 좋겠다. 독서모임(특히 중학생과)에서 책을 나눈 이야기가 많아지면 좋겠다.

36. 판타지 동화를 읽습니다 (김서정, 267) /
  20년 전에 나온 책 멋진 판타지를 새롭게 펴냈다. 판타지 책을 소개하고(1) 서구 판타지(2)와 우리나라 판타지(3) 세계를 자세하게 다루었다. 동화의 한 장르를 자세하게 소개한 책이 드물어서 아주 반가웠다. 내용도 참 좋았다. 판타지 작가와 책을 자세하게 설명했는데, 반가운 이름이 많았다. 서구 판타지 책(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나니아 연대기, 시간의 주름, 달빛 마신 소녀, 끝없는 이야기 등)은 대부분 읽어서 이해하기 쉬웠다. 우리나라 판타지는 읽은 책이 없어서 의외라 생각했다. 작가가 언급한 책 몇 권을 적어놓았다.

35. 책 읽기는 귀찮지만 독서는 해야 하는 너에게 (김경민, 김비주, 227) / 자녀와 독서토론
  국어 교사였던 엄마와 중학생 아들이 문학(12), 인문(4), 사회(4), 과학(4)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한 내용을 대화체로 썼다. 한 권을 평균 8쪽에 소개해서 자세하진 않다. 간단하게 책을 소개하고 엄마와 아들이 책 이야기를 나누었다. 책을 고르기 어려웠을 것 같고, 엄마와 아들이라 이야기 나누기는 쉬웠을 것 같다. 읽고 싶은 책이 꽤 있다.

34. 이거 좋은 질문이야! (에릭 프랜시스, 195) / 교육
  <질문있어요?!> 펀딩을 위해 새로운 질문 방법을 찾아 읽었다. 나는 이야기하듯 풀어놓은 방식을 좋아한다. 대신 체계화해서 정리하지 못한다. 이 책은 질문을 사실적 질문, 분석적 질문, 성찰적 질문, 가설적 질문, 논증적 질문, 정서적 질문, 개인적 질문으로 체계화해서 설명한다. 내용은 이해하기 쉽지만, 예시로 제시하는 질문들이 어렵다. 대학생이 토론할 질문 같다. 이걸 중고등학교에서 다룬다니 놀랍다.

33. 함께 여는 국어교육 겨울-질문 (전국국어교사모임, 251) / 교육
  <질문있어요?!> 펀딩을 위해 질문을 다룬 책을 찾아 읽었다. 전국국어교사모임 겨울호 주제가 질문이어서 찾아 읽었다. 내가 하는 이야기식 독서토론과 비슷하게 수업하는 분, 좋은 질문을 찾아 노력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반가웠다. 선생님들은 학생이 질문을 만들게 하셨고, 나는 질문을 내가 준비하는 점이 달랐다. 다만 나는 학생들이 말하는 내용에서 질문을 붙잡아 학생들 관심사를 따라간다. 내 방식과 선생님들 방식의 장단점이 있을 텐데 난 교사가 많이 준비해가는 방식이 더 편하다.

32. 함께 여는 국어교육 가을-문해력 (전국국어교사모임, 265) / 교육
  전국국어교사모임에서 계절마다 내는 책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즐겁게 읽었다. 좋은 수업 아이디어가 많다. 문해력과 리터러시를 자세하고 깊게 다루었다. 학생들을 위해 노력하는 분들이 많아서 기뻤다.

31. 핵심 질문, 학생에게 이해의 문 열어주기 (맥타이, 위긴스, 206) / 교육
  위긴스와 맥타이! 20대에 이분들 책을 읽었는데…… <질문 있어요!?> 펀딩을 준비하며 읽었다. 독서 질문 만드는 내용은 아니다. 핵심 질문으로 수업하는 내용이다. 핵심 질문에 이르기까지 어떤 질문으로 시작하고 이어가야 하는지 안내한다. 독서토론 질문 만들기가 아니어서 대충 읽었다.

30. 어떤 고독은 외롭지 않다 (재커리 시거, 289) / , 에세이 등
  소로, 에드거 앨런 포, 에밀리 디킨슨, 새뮤얼 존슨 등 이름난 작가의 글에서 고독을 주제로 쓴 글(, 수필, 소설, 연설 등) 열세 편을 모았다. 여성의 시각을 드러낸 글이 많다. 1/3은 좋았고, 1/3은 보통이고, 1/3은 그저 그랬다. 누군가 추천해서 읽었는데 누군지는 잊었다.

29. 거꾸로 읽는 로마서 (스캇 맥나이트, 353)
  이름난 신약학자가 로마서를 거꾸로 읽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저자는 로마 교회의 특정 문제를 중심으로 목회 서신을 썼다고 본다. 로마 교회 상황과 상관없는 신학 서신이 아니라 목회 서신으로 읽기를 제안한다. 따라서 12~16장에 드러난 교회의 정황(구체적인 문제)을 이해하면 편지 내용을 제대로 읽을 수 있다고 한다. 로마 교회에는 강한 자와 약한 자가 있었다. 강한 자는 주로 이방인이며, 상대적 지위가 높았고, 토라를 신경 쓰지 않았다. 약한 자는 주로 유대인이며, 지위가 낮았고, 토라를 중시했다. 약한 자는 강한 자를 판단했으며 둘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 12~16장을 읽고, 9~11장에 드러난 신학을 읽고, 1~8장을 읽으라고 한다. 특히 5~8장을 가장 나중에 보라고 한다. 로마서 강해를 다섯 권 읽었는데 이 책이 가장 좋았다. 전체를 이해하는 지도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28. 복어 (000, 180쪽 가량) / 소설
  출간하기 전에 글을 읽어달라고 하는 작가가 있다. 이번 글은 너무 좋았다. 출간 전이라 내용을 말하지 못하지만, 마음에 쏙 든다. 한 군데 설정을 바꾸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그건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고. 이젠 꽤 이름이 알려진 작가라서 내가 글을 봐주지 않아도 되는데 이번에도 글을 보냈다. 덕분에 좋은 글을 미리 읽었다.

27. 마음 아플 때 읽는 역사책 (박은봉, 227) / 역사
  작가가 이 책을 마음에 대한 역사책이라고 부른다. 작가의 의도가 독특하다. 내용도 특별하다. 진화론을 주장한 찰스 다윈이 아니라, 40년 동안 정체불명의 병 때문에 아팠던 다윈을 소개한다. 이야기꾼 안데르센이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에 짓눌린 모습을 소개한다. 다음에는 어떤 유명 인물이 나올까 하며 봤는데 폴 칼라니티와 진수옥이다. 의사로 시작할 때 암에 걸려 괴로워한 과정을 책으로 낸 인물과 기자로 살며 활발하게 활동하다가 암이 주는 고통으로 몸부림친 인물. 마지막 4장은 일진 다섯 명이 주인공이다.
  다윈과 안데르센을 지나 칼라니티와 진수옥에 이르러서는 왜 갑자기 현대 인물을 소개할까 의아했는데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학생이 나와서 더 놀랐다. 마음이 아픈 이야기가 지금까지 이어진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마지막 다섯 학생은 좋은 어른을 만나 회복된다. 독자들이 이런 어른이 되어 아픈 사람을 도와주거나, 이런 어른을 만나라는 소망을 표현한 것 같기도 하다. 삶의 위기에 빠질 때, 마음 아픈 사람이 역사에서 비슷한 흔적을 찾고 싶을 때 읽는 책이다.

26. 채용 대전환, 학벌 없는 시대가 온다 (손주은 외, 287) / 사회+교육
  https://bookyard.tistory.com/316 (내용이 길어서 따로 소개했다.)

25. 파친코 2(이민진, 399)
  처음 읽을 때 참 좋았는데 두 번째는 덤덤해졌다. 책은 선자가 이삭의 무덤을 찾아가서 모자수(모세)가 해마다 이삭의 무덤을 찾아왔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끝난다. 파친코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 이삭이며, 이삭의 후손은 일본에서 정체성 혼란을 겪으면서도 성실하게 살아간다. 모자수는 한수의 자식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이삭과의 관계가 끊어졌다고 생각해서 자살한다.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건정말 중요하다.
  질문. 우리나라 여성(양진, 선자, 경희, 유미, 양진의 하숙집 일꾼 둘까지)들은 모두 성실하고 가정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인다. 일본 여성(아키코, 에쓰코, 하나 등)들은 정체성 혼란을 겪으며 문란한 모습을 보인다. 작가가 왜 이렇게 썼을까? 팔이 안으로 굽은 걸까?

24. 묵상의 여정 (박대영, 433) / 기독교
  묵상의 기초부터 이론과 실제를 보여주는 책이다. 묵상의 주체인 하나님과 인간, 묵상에 필요한 성경과 성도와 기도, 묵상의 기쁨과 방해물, 묵상하는 방법과 묵상하는 이유를 말한다. 보통 묵상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책이 많은데 이 책은 하나님을 묵상한 내용, 광야와 안식 등 성경 전반을 다룬다. 특히 다양한 책 내용과 문장을 인용하여 깊이를 더한다. 책을 꾸준히 읽고, 성경 묵상과 연결하며, 일상에서 적용한 책이다. 말씀을 삶에 적용하는 데 탁월한 모습을 보여주는 책이다. 98~99쪽 내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성경은 특정 상황에서 일어난 특정 문제를 향해 던지는 특정 방식의 신학적신앙적 응전이다. 따라서 성경을 통해 성령의 음성을 들을 때는, 성경은 궁극적으로 성령의 작품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간 저자의 작품이기도 하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성경을 통해 오늘 나에게 주시는 성령의 음성을 듣고 싶은 마음은 주님과의 교제를 갈망하는 건강한 태도이지만, 성령은 늘 내게 명시적으로’ ‘문자적으로’ ‘의심의 여지 없이’ ‘직접’ ‘내가 듣고 싶을 때말씀하시는 분이 아니다.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라는 분부는 일차적으로 아브라함이 듣고 순종해야 할 내용이지 나에게 분가하라거나 교회를 옮기라고 주신 명령이 아니다. “말씀을 받았다혹은 하나님이 내게 ~하라고 말씀하셨어요.” 라는 말을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데 그것이 정말 내 바람의 투사가 아니라 성령의 음성이 되게 하려면 직관이나 느낌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그때 그들에게 주신 말씀의 의미를 잘 이해할 뿐 아니라 그 의미가 오늘을 사는 내게 어떻게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많은 적용의 가능성들 가운데 바로 내 상황에서는 하나님이 무엇을 원하시는지 다시 주의하여 듣는 기술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 전체 과정을 존중해야 한다. 얼른 속 시원하게 성령의 음성을 듣고 하나님의 뜻을 알고 싶다 하더라도 우리만의 지름길이나 묘수나 비법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성령의 음성 듣는 법에 있어서는 고수를 자처하지 말아야 한다. 성령께서는 우리보다 더, 우리가 그분의 음성을 잘 알아듣기를 원하신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원하시면서도 직통 계시를 주시지 않는 성령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98~99)

23. 책 좀 빌려줄래? (그랜트 스나이더, 124) / 일러스트
  뉴욕타임스, 뉴요커 일러스트레이터가 <독서>를 주제로 그린 일러스트 모음집이다. 아이디어가 기가 막힌다. 낄낄대며 보고, 감탄하고 보고, 놀라며 본다. 공감하지 못하는 내용도 있는데 소설 쓰는 작가라면 이해할 것 같다. 이걸 이해하기 위해 소설을 쓰고, 편집자로 일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더 낄낄대고 싶어서. 참 재미나다.

22. 로마서에 가면 (비벌리 로버츠 가벤타, 230) / 성경
  로마서를 공부하다가 6~8장이 어려워서 몇 권 빌렸다. 가장 쉬워보인 책이 로마서에 가면이다. 서론에서 로마서 배경을 다루는데 내용이 길다. 주요 장소와 인물(16)을 설명한다. 이 부분이 좋았다. 본문은 4장으로 썼으며 장제목이 재미있다. 1(로마서에 가면 지평을 살펴보세요)은 로마서에서 다루는 내용(특히 구원)을 다룬다. 2장은 아브라함 관련 본문, 3장은 그리스도인의 행동(윤리학), 4장은 교회(한 몸인 공동체)를 다룬다. 로마서 전체를 이해한 사람이 주제별로 설명하는 책이다. 새롭고 좋았으나, 6~8장 해설은 아니었다.

 

1월에 읽은 책 21권 5790쪽

1월에 읽은 최고의 책 : 우리가 만난 통일, 북조선 아이 (마석훈, 293쪽) https://bookyard.tistory.com/313

21. 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 (이은정, 259) / 소설
  단편소설 여덟 편 모두 참 잘 썼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솜씨가 좋다. 나는 인간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소설은 좋아하지만, 어둡고 추악한 분위기는 싫어한다. 이 책이 그렇다. 글솜씨가 좋은데도 읽으면서 짓눌리는 느낌이라 다음 내용을 기대하기보다 빨리 끝내고 싶었다. 다만 초등학생이 다니는 학원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 <친절한 솔>은 좋았다. 이건 내가 선생이라 팔이 안으로 굽은 거다.

20. 시녀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531) / 소설
  미래를 다룬 판타지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작가가 문장을 참 잘 쓴다. 여러 작품에 나온 문장과 사실을 자연스럽게 패러디하고 비꽈서 썼다. 성경 말씀을 탈레반 교리처럼 곳곳에 넣었는데, 기분 나쁘지 않았다. 그저 작가의 솜씨에 감탄하면서 읽었다. 영어로 읽으면 묘미를 느낄 텐데 그럴 실력이 안 된다.
  미래사회에서 오염, 인식 변화 등으로 출산율이 확 낮아진다. 문제를 지나치게 심각하게 본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나라(미국)를 장악한다. 국가 전체를 전체주의 체제로 바꾸고 국가의 목적을 아이를 낳기 위한 구조로 만든다. ‘작가가 어떻게 이걸 상상했지?’ 할 정도로 내용이 놀랍다. 국가의 역할, 여성에게 희생을 강요한 인식을 거듭 생각하게 된다. 읽을수록 재미있어졌지만, 내가 좋아하는 형식은 아니다. 난 조금 더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 좋다. 청소년 소설이 좋고, 멋진 신세계정도가 한계선이다. 제대로 된 소설을 읽고 싶은 분이라면 극찬할 책이다.

19. 페르마타, 이탈리아 (이금이, 199) / 여행 에세이
  이금이 작가가 한 달 동안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쓴 에세이다. 17개 도시를 다니며 보고 듣고 생각한 것을 썼다. 작가가 아닌 사람도 쓸 법한 실수와 후회 이야기부터 작가라야 쓸 내용까지 있다. 낯선 곳에서 느끼는 두려움, 나이 드는 심정을 비롯해 작가님이 살아온 이야기까지 편안하게 읽었다.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어디든 여행하고 싶은 분에게 추천한다.

18. 그릿(GRIT) (엔절라 더크워스. 366) / 성장, 자기계발
  책벌레가 처음으로 소개하는 자기계발서다. https://bookyard.tistory.com/314

17.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서점 (아멜리아 멜러, 411) / 5학년 이상
  1893,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에 엄청나게 큰 서점이 배경인 판타지 동화다. 아빠가 자신의 전부를 쏟아부어 이룩한 서점에 옵스큐로스미스가 찾아온다. 마법사, 악당, 속임수 대왕 옵스큐로스미스가 아빠와 계약을 맺는다. 죽은 딸을 사진에 있는 모습 그대로 데려오면 소중한 걸 주기로. 아빠가 점점 약해지는 걸 본 펄과 밸리 남매가 아빠와 서점을 구하기 위해 옵스큐로스미스에게 시합을 요청한다. 서점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곱 가지 시합에서 한 번이라도 지면~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와 괴테의 파우스트를 가볍게 섞어놓은 것 같다. 물론 두 책보다는 훨씬 가볍다. 끝없는 이야기처럼 현실을 반영하는 상징적인 내용도 아니고, 파우스트의 메피스토펠레스처럼 신사적이지도 않다. 옵스큐로스미스는 그냥 때려부수며 반칙하고, 펄과 밸리는 겨우겨우 문제를 해결해나간다. 그래서 초등학생에게 어울린다. 분량이 꽤 되지만 내용이 쉬워서 초등학생 책으로 분류했다.

16. 짐 크노프와 13인의 해적 (미하엘 엔데, 371) / 5학년 이상
  『짐 크노프와 기관사 루카스에 이어지는 책이다. 짐 크노프와 기관사 루카스는 루카스 비중이 더 컸는데 이번에는 짐 크노프 비중이 더 크다. 미하엘 엔데의 뛰어난 상상력이 드러나는 책이다. 또한 짐 크노프와 기관사 루카스는 현실을 반영한 내용을 이야기에 별로 담지 않았는데 이번 책에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미하엘 엔데도 책을 쓰면서 자랐고, 모모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렸나 보다. 짐 크노프와 기관사 루카스보다 2배 빨리 읽었다. 재미있다.

15. 우리가 만난 통일, 북조선 아이 (마석훈, 293) /
  올해의 책으로 꼽을 만하다. 자세한 소개는 이곳에. https://bookyard.tistory.com/313

14. 예수의 어려운 말들 (에이미질 레빈, 202) / 성경 해석
  기독교인이 아닌 유대인 신학자가 예수님의 말씀 중에서도 어려운 말씀을 골라 해석했다. 기독교인이 한두 번은 궁금해한 내용을 다루었다. 기독교인이 아닌 신학자, 남성이 아닌 신학자라서 그런가 생각하는 게 완전히 다르다. 부모를 미워하지 아니하면 제자가 되지 못한다는 말씀(14:26)을 정체성으로 해석한다. 특히 천당과 지욱, 악마에 대한 해석이 새롭고 좋다. 여기저기서 읽고 들었는데도 이해하지 못했던 내용을 한꺼번에 정리해놓았다.

  1. 네게 있는 것을 다 팔아 (10:21) - 경제 문제의 중요성 
  2. 부모를 미워하지 아니하면 (14:26) - 정체성에 대한 질문
  3.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 (10:44) - 종의 은유는 적절한가
  4. 이방인의 길로도 가지 말고 (10:5) - 인사이더와 아웃사이더의 구분
  5. 바깥 어두운 데로 내쫓으라 (25:30) - 내세에 대한 해석은 유익한가
  6. 너희 아비 마귀에게서 났으니 (8:44) - 매도와 악마화를 극복하려면

  이 책은 성경 공부에 도움이 된다. 히브리어의 뜻을 밝히고, 같은 히브리어가 쓰인 사례를 소개하고, 몇 가지 해석 사례를 소개하고, 올바르지 않은 해석을 하나씩 지워나간다. 질문하고, 찾고, 토론하고, 또 찾고, 하나하나 따지며 뜻을 찾아간다. ‘예수님 말씀이 이런 뜻이니 이렇게 살아라!’ 하는 내용은 별로 없다. 일반인이 읽으면 딱딱하고 지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책을 읽어야 한다.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태도, 성경을 해석하는 방법을 배우기에 딱 좋은 책이다.  
  다만 딱 부러지는 내용을 원하는 분은 읽으면서 화가 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 신자들이 궁금해 하는 5,6장과 1장 위치를 바꾸면 더 좋았을 거라 생각한다.
  가끔 저자가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데 참 좋다. 129쪽에 목자 없는 양 같이 고생하며 기진함이라(9:36)’ 하는 내용을 이렇게 마무리한다.

  <나는 회중을 으로 보는 은유가 썩 내키지 않는다. “바리새인 되기 싫어. 바리새인은 부당해. 난 그냥 양이 될 테야.” 어렸을 때 이 노래를 부른 사람들도 얼마든지 양보다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다. 회중은 양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림 속에서야 귀엽지만 양은 고분고분하고, 말이 없고, 상상력도 없어 생각하지 않는다. 회중은 제자가 되어야 한다. 나는 다음 세대 자녀들이 양이 되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방사선과 의사, 회계사, 전기 기술자, 배관공, 도서관 사서, 호텔 지배인 등 무엇이 되어도 좋지만 양만은 안 된다.>

  199쪽  <굳이 성경학자가 아니어도 문제의 본문들과 씨름할 수 있다. 나는 사람들이 성경에서 아무런 문제점도 보지 못할 때가 더 걱정되고 제기되는 의문조차 무시할 때는 더욱더 걱정된다. 본문의 의미를 묻지 않거나 본문의 내용과 씨름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회중과 특히 젊은층에게 몹쓸 짓을 하는 것이다. 제자도란 고분고분한 양처럼 된다는 뜻이 아니다.>

13. 읽다 살다 (권일한, 남기업, 송인수, 정병오, 정한욱, 199) / 성경살이
  어느 날 온상원이란 분이 인터뷰하고 싶다고 했다. 평신도 다섯 명이 성경을 묵상한 과정을 책으로 내겠다고 했다. 남기업, 송인수, 정병오 선생님이 포함되었다고 해서 기꺼이 응했다. 책뜰안애에 세 분이 오셨는데 삼사오(30, 40, 50) 기획팀이라고 했다. 세 분이 다섯 평신도를 찾아다니며 인터뷰한 내용을 책으로 냈다. 내가 쓴 책이 아니고, 나를 쓴 책이다.

12. 짐 크노프와 기관사 루카스 (미하엘 엔데, 347) / 5학년 이상
  미하엘 엔데가 쓴 첫 동화이다. 모모끝없는 이야기에 견주면 많이 부족하다. 엔데 특유의 상상력이 드러나지만, 현실을 이야기에 끌어들이는 묘미는 찾기 어렵다. 롬머란트는 아주 작은 섬이 국토의 전부여서 새로운 집을 짓기 어렵다. 이곳에 아이가 배달되고(?) 새로운 땅을 찾아 여행하면서 여러 가지 일을 겪는다. 재미난 상상이 많아서 아이들이 좋아하겠다.

11.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황보름, 363) / 소설
  일이 좋아서 일에 매달린 사람이 어느날 문득 일할 의욕을 잃는다. 일에 매달리다가 읽은 게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해야 하는 사람도 있다. 열심히 하라는 가족들의 압력에 짓눌려 뛰쳐나온 사람도 있다. 지치고 상처 입은 사람들이 서점에서 조금씩 힘을 얻는다. 책만 읽고, 뜨게질 하고, 커피 내리고, 뜨게질하는 거 구경하고 그러면서 조금씩 채워진다. 그리고 서로에게 다가간다. 서점이라는 공간이 좋고,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자기 속도로 가라는 내용도 좋았고, 단번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좋았다. 진한 우정, 단단한 연대, 깊은 감동이 아니라 따뜻한 우정, 느슨하면서도 끊어지지 않는 연대, 자연스러운 감동이 있어 좋다.
 → 실패에 절망한 채 창백한 얼굴로 허둥대던 부모의 불안이 고스란히 영주의 몸에 들러붙어 영주도 늘 불안에 시달리는 아이가 되었다. (294)
 → 행복이란 무언가를 포기해야만 손에 잡히는 거다. (305)
 → 휴남동 서점을 운영하면서 영주는 늘 베스트셀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들을 보면 마음이 답답해지곤 했다. 베스트셀러오 오른 그 책 자체의 문제는 아니었다. 한번 베스트셀러에 오르면 계속 베스트셀러로 남는 현상이 문제였다. 그러다 보니 언젠가부터 베스트셀러라는 존재가 다양성이 사라진 출판문화를 대변한다는 생각이 점점 굳어졌다. (357)

10. 하나님을 향한 여정 (프레드릭 비크너, 182) / 기독교
  올해 1월에는 비크너를 읽는다. 이 책은 비크너가 하나님을 찾아 방황했던 젊은 날의 기억들을 썼다. 자서전 같지만, 작가가 비크너이다 보니 독특한 책이 되었다. 이런 책이 절판되다니 정말 안타깝다. 읽을수록 좋은 책이다. 이 책의 가치는 읽어야 안다.

9. 주목할 만한 일상 (프레드릭 비크너, 160) / 기독교
  비크너는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문장을 다룬다. 문장을 좀 아는 사람, 천천히 생각하며 읽는 사람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작가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비크너 책은 1쇄도 팔리기 어렵다. 너무 좋은, 훌륭한, 굉장한 작가이기 때문이다. 얄팍한 베스트셀러 좋아하는 사람은 비크너를 읽지 않을 것이다.

8. 그림의 힘 (김선현, 265) / 그림+위로
  널리 알려진 그림에 저자가 해석을 더했다. 그림 설명이 아니라 어떤 사람에게 이 그림이 필요한지 설명했다. 머리 좋게 하는 그림, 시험칠 때 보면 도움이 되는 그림, 피로할 때 보는 그림, 실패가 두려울 때 도움이 되는 그림 등. 인간의 감정에 따라 어떤 그림이 필요한지 해석한 점이 신선했다. 어찌 보면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자기 계발의 단점과 한계를 지적하는 성향의 사람인지라 빠져들어 읽지는 않았다. 재미난 책이지만, 도움이 되는 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7. 복음과 상황 1월호 (167) / 기독교 월간지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읽기 시작하니까 <복음과 상황>의 가치가 보인다. 커버스토리 <나는 예수님이 싫다>와 시대순으로 읽는 수도회 연재 좋다. 1월호에는 정원을 소개한 <나의 수목원, 나의 수도원>도 좋았고 <오컬트 붐>도 좋다. 이민형 님이 쓰는 기사는 참 좋다. 계속 열심히 읽어야겠다.

6. 조선의 아버지들 (백승종, 239) / 역사
  아버지를 좋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까, 좋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어머니를 좋게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조선 시대 아버지라면 평가가 더 박할 것이다. 유교와 성리학에 찌든 꼰대 같은 아버지가 많았을 것 같다. 저자는 유교가 지배하는 체제에서 아들을 아끼며 가르친 12명의 아버지를 소개한다. 이들은 시대를 이끌던 학자와 관리로 고뇌하면서도 자녀에겐 좋은 아버지가 되려고 노력했다. 엄함과 자상함의 관점을 벗어나 자식을 사랑하는 좋은 아버지였다. 정약용, 이황, 박세당, 김숙자, 이익, 유계린, 김장생, 김정희, 이순신, 김인후, 이항복. 그리고 좋게 평가할 수 없는 아버지 영조. 이름만 알던 박세당, 이익, 김장생을 알게 되어 좋았다. 이황, 김정희, 이항복은 자세하게 알게 되어 좋았다. 또한 열두 명이 가깝게, 때론 멀게라도 서로 연결되어서 놀라웠다.

5. 파친코 1 (이미정, 366) / 소설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삶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라어디에도 발을 딛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해서든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이야기. 약한 자가 살아남는다.

4. 세계는 왜 싸우는가 (김영미, 309) / 청소년, 세계
  저자 김영미 PD는 분쟁지역을 전문으로 취재한다. 20년 이상 80개국이나 다니며 취재했다. 대부분 국민이 힘들어하는 나라다. 청소년인 자녀에게 이야기하듯 글을 썼다. 80개국 중 13개 나라를 소개한다. 대물림되는 전쟁국(레바논,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독립을 위한 전쟁(동티모르, 체첸, 카슈미르, 쿠르드족), 더 가지고 싶은 자의 전쟁(이라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시에라리온), 가난이 부른 전쟁(소말리아, 콜롬비아, 미얀마)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읽으며 참 슬프고 마음 아팠다. 청소년에게 추천한다.

3. 어떤 선택의 재검토 (말콤 글래드웰, 237) / 역사 다큐
  아웃라이어로 유명해진 작가 말콤 글래드웰의 최신작이다. 폭격기를 운용하는 장군들의 이상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썼다. 오디오북으로 먼저 만들고 다시 활자로 옮긴 책이어서 다큐 형식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내용은 2차 대전 때 미국 공군의 폭격 전략을 다룬다. 커티스 르메이 장군은 무차별 폭격으로 전쟁을 빨리 끝내려 했다. 헤이우드 핸셀 장군은 정밀 폭격으로 핵심 시설(:비행기에 들어가는 베어링 공장)만 폭격하려 했다. 2차 대전 당시 고고도 정밀 폭격은 정확성이 너무나 부족해서 거의 효과가 없었다. 공군 지휘관이 헤이우드 헨셀에서 커티스 르메이로 바뀌었고, 르메이는 일본에 네이팜 탄을 퍼부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주제를 끄집어내서 소개한다는 점에서 말콤 글래드웰의 탁월함이 드러난다. 그러나 이번 책에서는 작가가 너무 허세를 부렸다. 짧게 쓸 내용을 길게 늘여 썼다. 핵심을 놔두고 이 얘기, 저 얘기를 하며 '내가 아는 내용이 궁금하지? 더 기다려 봐!' 하는 방식이다. 지나치게 호기심을 끌려다가 흥미가 계속 줄어들었다. 한 번은 읽을 만하지만, 책을 사는 건 아깝다. 다만 토론할 내용은 참 많다. 전쟁에서 '부수적 피해'라고 말하는 민간인 피해를 어떻게 봐야 할까, 전쟁의 전략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나?, 우리에게 가해자인 일본이 무차별 폭격으로 피해자가 된 사실을 어떻게 봐야 할까 등.

2. 복음과 상황 11월호 (175) / 기독교 월간지
  기독교 잡지이지만, 기독교인이 아닌 독자에게도 좋은 기사가 많다. <남해의 봄날> 출판사 소개도 좋고, <>을 주제로 한 글도 모두 좋았다. 그 중 마리아와 마르다가 손잡고 함께 가는 글이 진짜 좋았다. 한 글자도 빼지 않고 꼼꼼하게 읽으면 이렇게 좋은데, 대충 훑고 넘어갈 때는 그저 그런 글로 보였다니~ 읽지 못한 지난 호를 계속 꼼꼼하게 읽어야겠다.

1. 진리를 말하다 (프레드릭 비크너, 160) / 기독교 
  https://bookyard.tistory.com/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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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만남을 꽤 많이 했는데 마석훈 선생님이 최고였어요.

우리가 만난 통일, 북조선 아이책을 읽으며 거짓말 같은데 이렇게 사는 분이 있구나.’ 생각했었죠.

정작 마석훈 선생님은
우리가 만난 통일, 북조선 아이
탈북한 아이들과 20년 동안 살면서 겪은 일 중에서
가장 맑고 순수하고 절정인 느낌만 모아놓은
책이라 하세요.

추하고 부끄럽고 한심한 부분이 많은데 다 빼셨다고~

 

2시간 동안 온라인으로 얼굴 보며 이야기하면서
말을 정말 깊게 하시는구나!’ 생각했어요.

앞으로도 이런 만남은 드물 것 같아요.

이야기한 내용을 모두 글로 옮기고 싶을 정도였어요.
(방학에 정말 옮길 수도~~~)

 

“탈북한 아이들이 잘못한 게 없는데
굶주리고... 부모 잃고... 고생고생하며 힘들게 살았어요.
우리 민족의 아픔을 아이들이 짊어지고 사는 것 아닐까요?
그렇다면 아이들이 예수 아닐까요?”
하셨어요.

많이 미안했어요.

이분이 정말 훌륭한 삶을 살았는데
정작 당신은
하고자 하는 일이 다 실패해서 계속 이 일을 하게 되었다고 하시네요.

모든 기웃거림이 실패로 끝나서 이 일을 계속하게 되었다는 말이 너무 고마웠어요.

 

고민을 준 이야기가 참 많아요.
"인간은 선택할 수 있으면 자신에게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한다이 선택이 정말 좋은 선택일까?"

나를 위해 고민하며 지혜롭게 선택한 게 나를 망친다는 생각을 왜 지금까지 한 번도 못했을까요?
선택할 수 없도록 자신을 몰아세우면 어떻게 될까요?
그런 선택이 탈북한 아이들과 20년 넘게 지지고 볶고 싸우는 이 길을 가게 만들었다고 하시네요.

좋은 일은 하기 싫은데도 꾸역꾸역억지로겨우겨우 하는 거다!
저도 계속 꾸역꾸역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좋은 책이에요.

정말 좋은 분이에요.

독서모임에서 읽고 마석훈 선생님을 초대해주세요.

이분을 전국 독서모임에 소개하고 싶어요.

연락처가 필요하면 문의해주세요.

안산 선수가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자 페미냐는 주장이 일었다. 국가를 대표해서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에게 했던 기자의 질문은 눈과 귀를 의심케 할 지경이었다. 단발머리를 했다고 페미냐는 질문을 받는 것도 우습고, 페미를 무슨 테러리스트 취급하는 것도 이상했다. 2021년에 메카시즘을 다시 만나서 황당했다. 안산 선수가 금메달을 따지 못했으면 논란이 오래도록 불타올랐을 것이다. 안산 선수가 세계선수권에서도 금메달을 따면서 비난이 가라앉았지만, 이듬해(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새로운 연료를 만나 불타올랐다. 페미니즘 광풍은 통계도 일반적인 정서도 깨뜨릴 정도로 강력했다. 대통령을 바꿀 정도였으니까! 나는 그들이 왜 페미냐고 공격하는지, 페미가 어떻게 문젯거리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맨박스 페미니즘』을 읽고 속이 시원해졌다. 이제 이해가 된다.

저자는 50대 남자 교사로 남학생에게 페미니즘을 알려주기 위해 『맨박스 페미니즘』을 썼다. 남자 교사가 짊어져야 할 페미니즘 교육은 여자들에게 “깨어나라” 하고 외치는 것이 아니라 남자들에게 “좀 들어라” 하고 외치는 것(10쪽, 서문)이라며. 나보다 선배인 50대 남자 교사가 페미니즘 교육을 어떻게 말할지 궁금했다. 권재원 선생님이 쓴 책을 세 권 읽었는데 모두 참 좋았다. 선생님 글은 균형 잡힌 생각을 하게 도와준다. 그래도 ‘페미니즘이라니?’ 하며 읽었다.

“감탄했다!” 권재원 선생님은 평소 균형 잡힌 정보를 제공하고, 정당한 논리를 내세워 사람들의 편견과 인식을 깨는 글을 자주 썼다. 이 책은 더욱 그랬다. 나도 글을 쓰는 사람이라 어느 정도 책 내용을 예상한다. 『맨박스 페미니즘』은 처음부터 끝까지 예상을 벗어났다. 트럼프 당선을 성 대결로 해석한 내용,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떠오른 이대남, 이대녀, 페미 사냥 등을 해석한 내용이 참으로 놀라웠다. ‘난 왜 이렇게 생각하지 못했을까?’

저자는 여성이 지금까지 줄곧 희생하며 살았다고 한다. 스스로 삶을 선택할 자유를 누리지 못한 여성들이 균형을 잡으려고 하는 걸 남성이 양보하고 심지어 빼앗기는 걸로 받아들인다고 설명한다. 한두 문장으로 쓴 내 요약은 설득력이 없다. 책을 읽어야 한다. 책을 읽으면 남자다움으로 포장된 상자를 깨뜨리는 것보다 훨씬 더 나아가야 한다는 걸 인정하게 된다.

공감하는 내용이 너무 많아 일일이 소개하기 어려울 정도다. 특히 남성이 분노하기 전에 감정을 배워야 한다는 부분이 크게 다가왔다. 내가 분노를 참으려 해도 안 되었는데 감정을 살피면서 분노를 다스리게 된 경험이 있다. 하나 더, 공산당 선언으로 본론을 시작한 부분을 읽으며 깜짝 놀랐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영성 고전 20권을 10쪽 분량으로 소개한다.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을 10쪽으로 소개하면? 나는 한 권을 읽고, 토론하고, 글을 써야 만족하는데 10쪽이라니! 줄거리와 책의 가치, 논쟁점만 다루어도 30쪽은 될 텐데 말이다. 그런데 책을 펴고 멈추지 못했다. 신학자이며 독서광인 김기현 목사님 눈으로 읽은 책이라서 누구나 알던 그 책이 아니었다. 새로웠다. 독서광인 저자가 관련 책을 비교, 분석하고 쓴 글이라 읽는 내내 즐거웠다.

 

1부는 하나님을 찾고(고백록), 나를 찾고(팡세), 죽음을 넘어서(이반 일리치의 죽음), 영적인 삶을 찾아서(영적 발돋움)~ 기도(무명의 수도사의 기도)로 끝난다. 2부는 사람을 찾고(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어머니 하나님을 찾고(침묵),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찾아(디오그네투스에게 보내는 편지) ~ 정체성의 영성(하나님의 나그네 된 백성)으로 끝난다. 순서가 참 좋다. 하나님을 찾는 일이 기도로 마무리되고, 사람을 찾는 일은 정체성의 영성으로 이루어진다. 그렇지!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면 읽고 싶은 책이 많아진다. 읽었던 영성 고전을 다시 읽고 싶어지고, 읽지 않았던 고전뿐만 아니라 관련 책들도 죄다 읽고 싶다. 혼자 읽을 책, 모임에서 나누고 싶은 책 목록도 생겼다. 읽어봐야지!

그리고 목사님께서 나를 간서치라고 불러주셨다. 진짜 간서치는 내가 아니라 김기현 목사님이다. 10년 전, 부산 갔을 때 김기현 목사님 집에 갔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분 집에 가보자고 조른 건 지금까지 딱 한 번밖에 없다. 책이 엄청 많다는 소문 때문에. 내가 가진 책 분량뿐만 아니라 책을 읽고 깊이도 견줄 수 없었다. 집구경 참 좋았다. 책구경도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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