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읽은 책 중에 중학생을 위한 책을 모았어요.
목록은 제가 읽은 순서입니다. 순위가 아닙니다.
기억이 오래돼서 몇 권은 연령이 안 맞을지도 몰라요.
(중복되는 책도 있어요. 며칠 뒤에 제대로 정리하겠습니다.)
⁂ 모두의 연수 (김려령, 331쪽) / 중학생
연수는 골목이 살아있는 마을(명도단)에 산다. 연수는 명도단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먹고, 놀고, 자랐다. 이 집에서 먹고, 저 집에서 놀고, 이 사람 저 사람 손에 컸다. 엄마는 연수를 낳다가 죽었다. 사기꾼 같은 사람이 아빠라 주장하지만, 알고 싶지 않다. 그래도 괜찮다. 연수는 ‘모두의 연수’니까. 앞집 삼촌, 옆집 할머니, 뒷집 아저씨까지 모두 연수를 지켜본다. 같이 살아간다. 이런 곳이라면 아이들이 잘 자랄 것이다. 『순례주택』을 생각나게 하는 책이다.
⁂ 엑시트 (황선미, 270쪽) / 중학생
황선미 작가의 진가를 다시 확인한 책이다. 등장인물을 이해하기 위해 작가가 인터뷰를 얼마나 했을까? 청소부를 통해 장미의 삶에 개입하고 싶었을 텐데 참는다. 장미를 폭행하고 괴롭힌 J를 응징하고 싶은 마음도 참는다. 사람은 대부분 자신이 뭔가 해주어야 한다고,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대상이 있다(주로 가족). 그 대상에게 필요 으로 다가가고 간섭한다. 청소부는 안 그런다. 그래서 장미를 도와주는 거리를 유지한 것 같다. 『엑시트』로 책나눔하며 참 좋았다. 장미가 처한 어려움을 생각하며 출구 없는 막막함을 나누었다. 역시 혼자 읽을 때보다 훨씬 좋다. 아픈 마음을 이야기했다.
⁂ 어느날 갑자기 (아사히나 요코, 179쪽) / 중학생
여학생의 옷과 외모를 소재로 쓴 책이다. 루미나 집에 할아버지가 오시면 평소 입던 옷을 못 입는다. 그런데 친구 시온이 삭발하고 등교한다. 고등학생인 시온이 언니도 삭발하고 등교했다고 한다. 지나치게 규칙을 적용하는 학교에 항의하기 위해. 시온은 언니를 응원하기 위해. 그러나 여학생의 삭발은 시선을 끈다. 시온과 언니는 수군거림의 대상이 된다. 대부분 여학생이 뭐라고 한다. 여학생이 자기 모습을 찾고 지키는 이야기다. 토론하기 좋다.
⁂ 로지나 노, 지나 (이란주, 279쪽) / 중학생
이란주 작가는 이주노동자, 이주민 관련 글을 쓴다. 『로지나 노, 지나』는 르포소설이다. 로지나는 방글라데시에서 5살까지 살다가 우리나라에 왔다. 아빠가 먼저 와서 일하다가 엄마도 오게 됐다. 브로커 비용을 많이 써서 왔는데 돈벌이가 여의치 않다. 이주노동자가 겪는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로지나는 친구 없이, 혼자 놀면서, 학교에 가지 못한다. 학교에 가도 로지나가 아니라 지나로 불린다. 그래서 제목이 『로지나 노, 지나』이다.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일들이 실감나게 나타났다. 르포소설이라 현장감이 있다. 그러나 소설의 느낌은 적다.
우리나라에선 비교, 평가가 많다. 그래서 비슷하지 않으면 틀렸다고 비판한다. 이주노동자는 피부 색깔, 말투, 출신국, 음식과 문화가 달라서 비난을 많이 받았다. 다른 게 뭐라고?
⁂ 너를 위한 B컷 (이금이, 167쪽) / 중학생
B컷은 편집에서 잘려 나간 부분입니다. SNS와 유튜브에 올리지 못한 자투리 영상입니다. B컷에 실재가 들어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이금이 작가가 『너와 나를 위한 B컷』을 썼다고 생각합니다. 삭제된 부분에 드러난 현실은 멋지거나 아름답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의도적으로 보여주는 부분보다, 보여주기 싫어서 삭제한 B컷에 우리의 실제 모습이 더 담깁니다.
선우는 우연히 영상 편집을 시작했다가 서빈이 눈에 띕니다. 서빈이는 문화상품권을 주면서 자기 유튜브에 올릴 영상을 선우에게 편집해달라고 합니다. 선우는 공부에 관심이 없고 시간도 남아서 동의합니다. 유튜브 운영자인 서빈이를 돋보이게 편집합니다. 욕하는 장면을 잘라내고, 자막과 음악을 넣습니다. 서빈이 계정 구독자가 많아지면서 선우도 뿌듯합니다. 선우는 서빈이가 준 영상을 편집하면서 포카리스(공부잘하고 인기 많은 네 친구)를 알아갑니다. 그러다가 일이 생깁니다. 그 일 때문에 잘라낸 B컷을 살펴보지요. B컷에는 뭐가 있을까요?
⁂ 프런트 데스크 (켈리 양, 347쪽) / 중학생
켈리 양이 부모님과 200달러를 갖고 미국에 가서 버티던 이야기다. 세 가족이 주인 대신 모텔을 운영하면서 주인에게 돈을 뜯기고 겨우겨우 버틴다. 그래도 켈리 양은 계속 노력해서 하버드 로스쿨에 갔다. 이 책을 성공 이야기나 자녀 교육서로 쓸 수도 있었는데 켈리는 모텔에서 겪은 이야기로 썼다. 그때 만난 사람들에게 느낀 사랑과 우정이 성공이나 자기계발보다 훨씬 컸을 것이다.
가난한 이민자가 직장을 얻기 힘든 현실을 이용해서 주인이 괴롭히는데도 세 가족은 버티고 또 버틴다. 켈리는 부모님을 도와주려고 모텔 프런트 데스크를 맡는다. 찾아오는 중국 이민자를 주인 몰래 재워주다가 위기를 겪고, 똑같은 옷을 입고 다닌다고 친구들에게 손가락질당하고, 모텔에서 생기는 문제들을 처리하며 힘들어한다. 그런데 켈리는 받아들이거나 회피하지 않는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글을 쓴다. C-를 받은 작품 실력에 좌절하기만 하지 않고 사전을 빌려서 글을 쓴다. 자기를 위해서도 쓰지만, 이웃을 도와주기 위해 편지를 보낸다. 연이어 닥치는 문제 앞에서 어린아이가 문제를 피하지 않고 이웃의 도움을 받아 계속 노력하고 도전하는 모습이 멋졌다.
실제로 켈리 양이 겪은 일을 바탕으로 쓴 글이다. 실화에 바탕을 둔 글은 어른들에게 더 알맞다. 학생들은 실화보다 이야기 자체의 흡입력이 더 중요하다.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이야기라면 『밉스 가족의 특별한 비밀』이 더 좋다. 삶에서 만나는 문제들을 글쓰기로 직면하는 이야기라면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가 좋다. 그러나 실화가 주는 현실감과 뭉클함이 크다는 장점을 무시하기 어렵다. 이 책은 참 좋은 책이다. 추천한다.
⁂ 시간을 보는 아이 모링 (김상미, 182쪽) / 중학생
모링은 아빠가 죽은 뒤에 회색 인간이 보인다. 그들은 시간을 옮기는 요정이다. 그들이 보이면서 모링은 한 아이 취급을 받으며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다. 학교에 다니지 않고 엄마와 시골로 이사하면서 반고 할아버지를 만난다. 반고 할아버지는 시간을 옮기는 요정이었다. 여기까진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한 기본 장치다. 반고 할아버지는 수학자들의 시간을 옮겼고, 모링 아빠는 수학을 좋아했고, 모링은 어릴 때부터 아빠에게 수학 이야기를 들었다. 이 책은 소설 형식으로 수학자를 소개한다. 재미있다.
⁂ 광인 수술 보고서 (송미경, 127쪽) / 중학생
광인(미친 사람)을 수술하고 쓴 보고서 형식의 소설이다. 『봄날의 곰』, 『학교 가기 싫은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가 아니라 『돌 씹어 먹는 아이』 쪽 소설이다. 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아주 작은 일을 계속 말하는 연희를 김광호 박사가 수술한다. 왕따를 당한 연희가 수술하면서 일상생활이 어느 정도 가능해진다. 연희의 말과 행동을 볼 때 수술보다 위로가 필요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연희에게 의사가 아니라 친구가 필요하다는 걸 저자가 말하려는 것 같다.
⁂ 얼음이 빛나는 순간 (이금이, 250쪽) / 중학생
지오는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살아야 한다. 엄마는 지오와 지윤이 유학 뒷바라지하러 갔다가 캐나다에 눌러앉았다. 남편의 족쇄에서 해방되어 아이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는 이혼했다. 지오는 의리(?)로 아버지께 돌아왔지만, 아버지의 압박을 참지 못한다. 그래서 명문대 입학을 보장한다는 기숙고등학교를 선택한다. 그곳에서 부모님의 응원을 받으며 온 석주를 만난다. 석주 부모는 따뜻하게 응원하는 듯하지만, 지오 아빠와 다를 바 없다. 지오는 이를 모르고, 석주도 잘 모른다. 둘은 부모 품을 벗어날까? 서로 친구가 될까?
두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지오는 현재에서 과거로, 석주는 과거에서 현재로 진행되다가 둘이 만난다. 읽으면서 낯설었다. 뒷이야기를 예상할 수 없었다. 결말은 참 좋았다. 자기 인생을 자기가 선택하는 모습이 좋았다.
⁂ 마리오네트의 춤 (이금이, 170쪽) / 중학생
봄이는 뚱뚱하다. 체코에서 살다가 고등학생이 되면서 한국에 돌아왔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친구들과 생각이 좀 다르다. 어느날 진실게임을 하다가 봄이가 대학생 오빠와 키스해봤다고 말한다. 그러자 친구들은 봄이의 말을 소설로 듣고 키득거리며 다음 이야기를 계속 묻고 듣는다. 봄이는 친구들이 뒤에서 친구들이 놀리는 줄 모르고 오빠와의 일을 대답해준다. 봄이는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저 사실을 말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친구들 마음을 알고는 사라진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이금이 작가는 믿고 읽는 분이다. 이금이 작가 책은 대부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처음이다. 2010년에 출간된 <우리 반 인터넷 소설가>의 개정판이다. 우리 학생들 현실을 잘 드러낸 작품이다.
⁂ 벼랑 (이금이, 207쪽) / 중학생
중고등학생을 위한 단편소설 5편을 모았다. 공부에 떠밀린 학생들의 고민, 부모와의 갈등, 꿈과 소망을 주제로 썼다. 각 단편이 하나의 이야기이고, 다섯 편이 조금씩 연결된다. ‘벼랑 끝에서 나 혼자인 것 같은 고립감이나 절망을 느낄 때도 우리는 누군가와 연결된 존재임을 말하려고’ 이금이 작가가 이렇게 썼다고 한다. 이금이 작가님 책은 내가 고민하는 바를 다루고 내 가치관과 비슷한 가치관이 드러나게 글을 써서 좋아한다.
⁂ 곰의 부탁 (진형민, 238쪽) / 단편소설 모음
진형민 작가가 세월호에서 돌아오지 못한 고운이와 경미를 생각하며 쓴 단편 일곱 편을 모았습니다. 어둡거나 슬픈 내용만 있지는 않습니다. 청년들이 겪는 고민과 아픔을 드러낸 글입니다. 사랑, 아르바이트 세계, 아프칸 난민의 삶, 언니와의 추억(과 관계), 다문화 가정 아이, 오토바이 사고로 죽은 학생 친구들의 인터뷰까지 다양한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주제를 다루었다. 진형민 작가는 참 글을 잘 쓴다. <자물쇠를 채우지 않은 날>이 정말 좋았다. <언니네 집>과 <그 뒤에 인터뷰>도 좋았다. 책 제목으로 삼은 <곰의 부탁>은 보통이었다.
⁂ 마이네임 (구로카와 유코, 205쪽) / 중학생
문장을 참 잘 썼다. 우리나라 청소년 작가는 스토리를 색다르고 특별하게 구상하지만, 문장이 멋지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드물다. 『마이네임』에는 다시 읽게 되는 문장이 자주 나온다. 게다가 단순한 이야기에 중학생들의 마음을 잘 담았다.
일본에서는 결혼하면 아내가 남편과 같은 성을 쓴다. 이혼하면 성을 다시 바꾸어야 한다. ‘미온’은 부모가 이혼하면서 이름이 사카가미(아빠 성) 미온에서 도마쓰(엄마 성) 미온으로 바뀌었다. 이름은 정체성을 의미하며, 중학생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미온’은 이름 때문에 혼란을 겪는다. 중학생은 지금까지 자기들을 지켜주던 부모와 어른들의 권위에 도전하며 자신을 찾아가는 시기다. 이때의 고민을 ‘이름’으로 담아냈다.
단순한 이름(SNS 닉네임, 별명, 마음에 드는 이름)으로 중학생의 정체성 혼란을 담아내다니 작가의 솜씨가 뛰어나다. 특히 자이니치(재일한국인) 4세의 이야기를 담아줘서 좋았다. 친구들에게 한 번도 한글 이름으로 불린 적이 없는 채영이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 마이너스 스쿨 (이진 외, 195쪽) / 중학생 소설
<학교 폭력>을 주제로 작가 다섯 명이 쓴 단편 모음이다. 두 편은 조금 읽고도 결말이 보였고, 두 편은 과장되거나 억지스러웠다. 나는 귀신이 나오는 글을 좋아하지 않는다. 두 편에서 귀신이 중요한 역할을 해서 이렇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한테 유치하면 학생들은 좋아할 것 같다. 정명섭 작가가 쓴 <즐거운 나의 학교>는 좋았다. 다만 이 책보다 4개월 먼저 출판된 『죽이고 싶은 아이』와 결말이 같았다. 글을 쓰는 데 4개월 걸릴 테니 저작권을 침해하진 않았을 거로 생각한다. 그래서 의외였다. 결말이 똑같다니~
⁂ 우상의 눈물 (양귀자, 전상국, 149쪽) / 청소년 소설
양귀자 작가의 <한계령>과 <원미동 시인>, 전상국 작가의 <우상의 눈물>을 엮은 책이다. 작가는 넓게 본 것을 몇몇 사람 이야기에 담아서 우리에게 들려준다. 양귀자 작가는 우리나라 경제가 발전하던 시대에 살던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을 원미동에 사는 사람들 모습으로 드러냈다. <우상의 눈물>은 <질문 있어요?!> 질문을 만들기 위해 읽었다. 내용이 좋아서 질문 내용이 10쪽이나 된다.
⁂ 죽이고 싶은 아이(이꽃님, 200쪽) / 중학생 소설
주연이가 서은이를 이끌고 서은이가 주연이를 따른다. 주연이가 서은이를 함부로 대하는 것 같고, 서은이가 주연이 말을 거부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다가 주연이가 학교 구석진 곳에서 벽돌에 맞아 죽는다. 범인으로 주연이가 지목되고 재판이 진행된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아니라 가정환경으로 인한 결핍 때문에 인간관계가 흔들리는 학생들 마음을 잘 보여준다. 가해자를 찾아가는 수사 형식이라 학교 폭력 장면이 직접 드러나지 않고 재미도 있다.
⁂ 마이너스 스쿨 (이진 외, 195쪽) / 중학생 소설
<학교 폭력>을 주제로 작가 다섯 명이 쓴 단편 모음이다. 두 편은 조금 읽고도 결말이 보였고, 두 편은 과장되거나 억지스러웠다. 나는 귀신이 나오는 글을 좋아하지 않는다. 두 편에서 귀신이 중요한 역할을 해서 이렇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한테 유치하면 학생들은 좋아할 것 같다. 정명섭 작가가 쓴 <즐거운 나의 학교>는 좋았다. 다만 이 책보다 4개월 먼저 출판된 『죽이고 싶은 아이』와 결말이 같았다. 글을 쓰는 데 4개월 이상 걸릴 테니 저작권을 침해하진 않았을 거로 생각한다. 그래서 의외였다. 결말이 똑같다니~
⁂ 용기 없는 일주일 (정은숙, 232쪽) / 중학생 소설
제목을 잘 정했다. 주인공 이름이 용기인데, 용기가 다쳐서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학교가 <용기 없는 일주일>을 보낸다. 친구들은 용기가 없어서 박용기가 학교 폭력을 당할 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용기가 다치고 담임 선생님이 학교 폭력 가해자를 찾기 시작한다. <학교 폭력>이 무거운 주제인데 탐정 형식으로 만들어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좋은 책이다.
⁂ 리언 이야기 (리언 월터 틸리지, 108쪽) / 소설
1936년에 태어나 흑인으로 차별을 받으며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설 형식이 아니라 저자가 직접 말하는 형식이다. 넬슨 만델라, 마틴 루터 킹 이야기를 좋아해서 여러 권 읽었는데 그런 책에서 읽지 못한 이야기도 있다. 나는 소설 형식이 좋은데, 대놓고 말하는 스타일을 좋아하는 분도 있을 것 같다. 소설로 만들었으면 200쪽은 됐을 텐데 대놓고 말해서 분량이 짧다. 흑인의 삶과 민권운동의 과정을 잘 알려준다. 좋은 책이다.
⁂ 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271쪽) / 소설
일본 애니는 정말 별것 아닌, 일상의 소소한 내용으로 이야기를 만든다. 수학 수식으로 이야기를 만들다니 대단하다. 지금은 책벌레로 불리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목은 수학이었다. 수학의 세계는 정말 아름다웠다. 수학 문제 풀이하는 방법으로 수학 선생님과 시간 보내던 기억이 났다. 인터뷰만으로 이런 내용을 만들다니 작가 능력이 대단하다.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황보름, 363쪽) / 소설
일이 좋아서 일에 매달린 사람이 어느날 문득 일할 의욕을 잃는다. 일에 매달리다가 읽은 게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해야 하는 사람도 있다. 열심히 하라는 가족들의 압력에 짓눌려 뛰쳐나온 사람도 있다. 지치고 상처 입은 사람들이 서점에서 조금씩 힘을 얻는다. 책만 읽고, 뜨개질 하고, 커피 내리고, 뜨개질하는 거 구경하고 그러면서 조금씩 채워진다. 그리고 서로에게 다가간다. 서점이라는 공간이 좋고,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자기 속도로 가라는 내용도 좋았고, 단번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좋았다. 진한 우정, 단단한 연대, 깊은 감동이 아니라 따뜻한 우정, 느슨하면서도 끊어지지 않는 연대, 자연스러운 감동이 있어 좋다.
→ 실패에 절망한 채 창백한 얼굴로 허둥대던 부모의 불안이 고스란히 영주의 몸에 들러붙어 영주도 늘 불안에 시달리는 아이가 되었다. (294)
→ 행복이란 무언가를 포기해야만 손에 잡히는 거다. (305)
→ 휴남동 서점을 운영하면서 영주는 늘 베스트셀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들을 보면 마음이 답답해지곤 했다. 베스트셀러오 오른 그 책 자체의 문제는 아니었다. 한번 베스트셀러에 오르면 계속 베스트셀러로 남는 현상이 문제였다. 그러다 보니 언젠가부터 베스트셀러라는 존재가 다양성이 사라진 출판문화를 대변한다는 생각이 점점 굳어졌다. (357)
⁂ 소녀와 고양이와 항해사 (마틸다 우즈, 298쪽) / 소설
『소년과 새와 관 짜는 노인』 에 이어 마틸다 우즈의 책이 또 나왔다. 가족을 다 잃고 관을 짜는 노인과 소년이 주인공이었는데 이번에는 항해사와 소녀가 주인공이다. 선장인 아빠, 왕자를 찾아 떠난 엄마와 언니들이 아니라, 몰래 배를 타고 아빠를 분노케 한 막내딸이 주인공이다. 마틸다 우즈는 색다른 환상 세계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소년과 새와 관 짜는 노인』이 더 좋았다.
⁂ 뜀틀, 꿈틀 (이원수 외, 197쪽) / 동화
창비아동문고 초창기 작품에 실렸던 글 중에서 대표 작품을 골라 다시 엮었다. 다섯 저자 중 이숙현 작가의 <뛴틀, 꿈틀>만 지금 이야기다. 이원수, 이주홍, 이준연, 임길택 선생님 글은 1970년대 전후가 배경이다. 아이들이 읽으면 시대 배경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중학생 이상이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주홍 선생님의 <미옥이>, 이준연 선생님의 <할머니의 노래>, 임길택 선생님의 <들꽃 아이>이 특히 좋았다. <할머니의 노래>를 읽을 때는 눈물이 났다. <들꽃 아이>를 읽을 때는 집에 찾아갔던 아이들이 생각났다.
⁂ 튜브 (손원평, 273쪽) / 소설
실패한 사람이 스스로 노력해서 성공하는 이야기를 쓰겠다고 마음먹고 쓴 소설이라고 작가가 말했다. 성공의 비결로 꾸준히 노력해서 일어나는 작은 변화를 꼽았다. 허황된 꿈을 꾸었기 때문에 하는 일마다 실패한 성곤은 자살의 문턱까지 간다. 한강 다리 위에서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에 뛰어내리지 않고 돌아온다. 그리고 배달일을 시작한다. 아내와는 별거 중이고 딸을 생각하면 미안하기만 하다.
책을 읽어갈수록 자기계발서의 소설 판이라는 생각이 강해졌다. 『무지개 원리』 같은 책을 이야기로 읽는 것 같았다. 나는 자기계발서를 싫어한다. 자기계발서를 읽은 독자의 20%는 도움이 되지만, 80%는 실제 도움을 받지 못하고 느낌에 취할 거로 생각한다. 그래서 읽을수록 불편했다. 『아몬드』 작가답지 않다고 생각했다.
주인공 김성곤은 아내와 다시 만난다. 화려하게 일어선다. 그러나~ ‘그러나’로 바뀌는 내용이 있어서 ‘이 책은 읽을 만하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챕터가 없었다면 자기계발서로 못 박고 읽지 말라고 했을 것이다. 자기계발서가 말하는 내용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마지막으로 김성곤에게 일어난 일을 겪을 거라 생각한다. 사람 생각과 습관이 쉽게 바뀌지 않으니까~
⁂ 금서를 빌려드립니다 (데이브 코니스, 366쪽) / 소설
책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책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할 책이다. 실제로 출판된 괜찮은 책이 많이 나오고, 괜찮은 책에 나오는 괜찮은 문구도 많이 나온다. 고등학교(럽튼 아카데미) 졸업반 클라라는 책을 굉장히 좋아한다. 도서관 봉사활동을 즐긴다. 어느날 교장선생님이 교직원에게 책 목록을 보내며 학생들이 읽지 못하게 명령한다. 사립학교는 교장의 영향력이 크다. 교장 뜻을 따르지 않으면 해고를 당한다. 문학반 교사는 수업 교재를 바꾸어야 하고, 사서 교사는 도서관에서 책을 치워야 한다. 학생들이 읽으라고 권하던 책을.
『호밀밭의 파수꾼』, 『초콜릿 전쟁』, 『스피드』 등이 왜 금서로 지정되었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학생들에게 목록을 알려주지도 않는다. 슬그머니 도서관에서, 수업 참고목록에서 빼버린다. 문학반 교사와 사서 교사는 다른 방식으로 저항한다. 그 중 하나가 금서 도서관이다. 책을 좋아하는 클라라가 금서만 모아 흰색 표지를 하고 금서 도서관을 운영한다. 교사는 금서 도서관을 모른 척하며 클라라를 응원한다.
한편, 럽튼 아카데미 학생들은 그룹을 지어 생활한다. 부자들이 모인 그룹이 있고, 책을 좋아하는 그룹도 있다. 이들은 서로 섞이지 않는다. 그런데 금서 도서관이 생기면서 부자 그룹 학생이 책을 빌려 간다. 이때부터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난다. 학교를 좌지우지하는 부와 권력을 가진 친구(클라라 그룹에 속한 학생들이 저쪽 친구라고 생각하며 어울리지 않는 친구)가 금서를 읽고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한다. 그 행동 때문에 클라라와 만나고, 클리라가 저쪽 친구들에게 다가간다.
친구 관계, 부모와 자녀 관계, 책과 학생의 관계를 생각하게 하는 내용이 많다. 특히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보여주는 문장과 대화, 사건이 많다. 고등학생이 책을 두고 나누는 대화가 정말 수준 높다. 부럽다. 실제로 미국에서 이런 대화가 이루어진다면 그들은 오랫동안 강대국 자리를 놓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중고등학생에게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알려주기 좋은 책이다. 물론 설명이 아니라 토론으로.
⁂ 모모 (미하엘 엔데, 367쪽) / 소설
너무 좋아해서 몇 번이나 읽은 책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읽으니 더 좋다. 지금 우리에게 딱 맞는 내용이다. 내가 태어나던 무렵에 미하엘 엔데가 모모를 썼다. 50년 전에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세상은 왜 엔데가 걱정한 내용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안타깝다. 정말 좋아하는 책이다.
⁂ 데이지 (마이라 제프, 242쪽) / 소설
데이지는 단짝 친구 이머 외엔 친구가 없다. 어느날 이웃 남학교 학생이라고 소개하며 오쉰이 메시지를 보낸다. 데이지와 오쉰은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친구가 된다. 오쉰이 남자친구가 되면서 이머와 멀어진다. 드디어 오쉰을 만나는 날~ 사건이 일어난다.
『데이지』를 읽으며 2012 뉴베리상 수상작 『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가 생각났다. 아일랜드 작가 마이라 제프도 베트남에서 탈출한 탕하 라이처럼 시로 소설을 썼다. 아름다운 문장으로 차분하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이 참 좋았는데 이 책도 참 좋다. 슬픔이 잔잔하게 깔린 이야기다. 추천한다.
⁂ 12살 내 인생 (박혜선, 165쪽) / 동화
채희와 규식이 부모님은 교육관이 정반대다. 채희 엄마는 깔끔하고 상냥한 말투,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채희를 격려하고 도와준다. 규식이 부모님은 규식이를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사람으로 기른다. 규식이는 채희 가정을 부러워한다. 채희와 규식이는 서로를 좋아하지만 서로 미워한다고 착각한다. <달빛 독서>하면서 읽고 좋아서 나와 정반대 성향의 여학생에게 줬더니 ‘자기 이야기’라며 좋아한다. 다만 책 2/3 부분에서 갑작스럽게 전개되어서 아쉬웠다. 그래도 좋은 책이다.
⁂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267쪽) / 소설
앞부분은 좋았다. 편의점에서 일하는 사람, 드나드는 사람 이야기라 우리네 삶이 드러나리라 기대했다. ‘독고’씨가 편의점 야간 알바로 취직하는 것까진 괜찮았는데 독고씨를 만나는 사람들이 위로받고 마음을 바꾸는 내용은 짜맞춘 느낌이 많았다. 좀더 은근하게 표현했으면 참 좋은 작품이 되었을 텐데 작가가 너무 개입했다. 청소년 소설로는 괜찮은데, 성인들 사이에서 베스트셀러가 되기엔 좀 뻔한 내용이다. 그런데도 이 책이 많이 팔렸으니 쉽고 편한 책을 찾는 독자가 많다는 뜻으로 봐야겠지. 내용이 쉽고 따뜻한 책이라 뒹굴거리며 편하게 읽을 책을 찾는 분에게 알맞다.
⁂ 은의자 (C. S. 루이스, 291쪽) / 소설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에서 『마법사의 조카』와 함께 읽기 힘들어하는 책이다. 지하 세계에서 지상 세계의 존재를 부정하는 주장에 맞서 지상 세계에서 맛본 것들을 떠올리는 과정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말과 소년』과 함께 나니아 연대기에서 아주 좋아하는 책이다. 루이스의 논리력이 잘 드러난 책이다. 오랜만에 『은의자』 읽으며 조지 맥도널드가 쓴 『공주와 고블린』도 생각났고, 『반지의 제왕』, 『비밀의 숲 테라비시아』도 생각났다.
⁂ 거인의 땅에서, 우리 (이금이, 247쪽) / 소설
중학생 딸이 엄마와 친구들 일행에 끼어 몽골 고비사막으로 1주일 여행을 떠난다. 1부는 딸, 2부는 엄마가 이야기한다. 딸이 이야기할 때는 엄마가 딸을 배려하지 않는 것 같은데, 엄마가 이야기할 때는 엄마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사막은 불편하다. 불편하면 부딪친다. 엄마와 딸이 무엇을 느끼고 올까?
엄마와 친구들을 인도하는 가이드가 두 명 나온다. 젊은 가이드는 아이돌 가수를 닮았다. 나이 든 가이드는 한국 공장에서 일하다가 손가락 두 마디가 잘려서 몽골로 돌아온 사람이다. 두 사람이 이야기의 맛을 더한다. 이금이 작가가 『신기루』를 개정해서 낸 책이다.
⁂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라헐 판 코에이, 334쪽) / 소설
스페인 국왕 펠리페 4세의 궁정화가 벨라스케스가 <시녀들>이라는 그림을 그렸다. 중앙에 공주를 그린 건 자연스럽지만, 옆에 난쟁이 둘은 어색하다. 공주 앞에 커다란 개도 어울리지 않는다. 이 책은 네덜란드 작가가 <시녀들>을 보고 상상한 이야기다. 500년 전 난쟁이는 사람 대접을 받지 못했다. 바르톨로메도 집에 갇혀서 지냈다. 공주 눈에 띈 뒤에는 인간개로 살아야 했다. 개 흉내를 내며 철저하게 개가 되어야 했다. 그러나 바르톨로메는 개가 되고 싶지 않다. 2022년 삼척시 청소년독서토론대회 대상도서로 정했다.
⁂ 오거와 고아들 (켈리 반힐, 431쪽) / 판타지 동화
5년 전에 저자의 다른 책 『달빛 마신 소녀』를 읽었다. 뉴베리상 후보작이라 했는데 이야기가 잘 들어오지 않았다. 『오거와 고아들』은 『달빛 마신 소녀』보다 나았다. 오거는 사람보다 두 배 가량 크고, 아주 오래 사는 존재다. 마을 한구석에 슬며시 들어와 살면서 사람들을 돕는다. 그러나 오거는 아무도 모르게 돕기 때문에 사람들이 모른다. 한순간의 오해에 시장의 음흉한 계략이 더해져서 오거는 마을을 망가뜨리는 악당이 돼버린다. 가짜 뉴스와 거짓말에 속는 마을 사람들의 태도, 몰래 이웃을 돕다가 상처받은 오거의 마음을 살피며 할 이야기가 많다. 그래도 쏙 빠져드는 맛은 없었다. 앞부분이 조금 속도감 있거나, 긴장을 주는 사건을 조금 더 넣으면 정말 재미있었을 텐데. 다른 분은 나와 다르게 볼 수도~~~
⁂ 오늘의 자세:행운을 부르는 법 (줄리아 월튼, 289쪽) / 소설
나는 양철북 청소년 문학 4권을 모두 좋아한다. 주인공은 모두 특별한 한계를 가졌다. 『오늘의 자세 : 행운을 부르는 법』의 주인공 레오는 불안장애와 공황장애를 겪는다. 스파르타의 영웅 레오디나스와 같은 이름이지만, 전사는커녕 남자다운 모습이 전혀 없다. 뜨개질을 좋아하고, 친구가 없으며, 시끄러운 곳에서는 토악질을 한다. 어느 날 레오가 드레이크에게 얻어맞고 둘이 커플 상담을 받게 되었다. 아빠는 사나이가 되라며 호신술 학원에 보낸다. 불안장애를 겪는 아들에게 호신술이라니! 레오는 호신술 학원 접수대에서 친구 이비를 만난다. 드레이크가 호신술을 배우기 때문에 호신술 대신 요가를 배우러 갔다가 행운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행운은 친구들을 통해 레오를 찾아온다. 레오가 친구들과 함께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이 좋다. 따뜻하다. 고등학생들의 우정, 성장하는 모습을 따뜻하고 재미있게 표현했다. 줄리아 월튼은 양철북 청소년 문학 4권 중 두 권, 『화장실 벽에 쓴 낙서』와 『오늘의 자세 : 행운을 부르는 법』을 썼다. 둘 다 좋다.
⁂ 귤의 맛 (조남주, 207쪽) / 소설
여학생 넷이 중학생 시절을 지나 고등학생이 되는 과정에서 겪는 '관계'를 다루었다. 다윤, 소란, 해인, 은지는 가정에서 겪는 상황이 다르다. 부모의 기대가 다르다. 로봇이 아닌 인격이라, 각자 자신의 가치로 다르게 판단한다. 사랑받고, 인정받고, 친구에게 이해받기를 원한다. 그러나 상대를 같은 마음으로 이해하는 게 어렵다. 그러면서도 친구로 지낸다. 다윤, 소란, 해인, 은지가 지내는 모습을 보며 불안불안했다. 여학생들이 정말 위태한 마음으로 지낼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작가가 글을 잘 썼기 때문이지만, 실제로 여학생들이 이럴까 싶었다. 여성은 다르게 읽겠지!
⁂ 훌훌 (문경민, 255쪽) / 소설
지난해가 힘들었기 때문일까? 이번 방학에는 책만 읽었다. 글을 쓰지 못했다. 초등 전 학년 국어지도서 보며 몇 가지 정리한 일 외엔 쉬기만 했다. 방학이면 늘 글 쓰고, 다음 해 아이들 만날 생각하며 바쁘게 살았는데 올해는 그저 쉬었다. 내 생애 이런 방학은 처음이다.
6학년을 맡았다. 교육과정, 진도표, 시수표, 주간학습안내 다 준비했다. 평소에는 아이들과 하고 싶은 계획을 세웠는데 올해는 업무만 했다. 필요한 서류 끝내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특히 아이들과 무얼 할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훌훌』을 읽으면서 예전의 나를 찾은 것 같다. 편부모 가정, 조손가정, 다문화가정 등의 이름으로 ‘뭔가 부족한 아이’일 거라고 이름 붙인 아이들이 생각났다. 부모가 다 있는데도 아픔과 고통을 훌훌 털어버리고 싶어 했던 아이도 생각났다. 그 아이들 마음을 읽고, 감추어둔 마음을 찾아내어 훌훌 털어버리게 하려고 노력했던 날들이 생각났다.
마음을 살피려고 노력하면서 아이 마음을 읽는 능력이 생겼다. 『훌훌』에서 연우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보였다. 유리와 세윤이의 태도가 이해되었다. 엄마 서정희 씨가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왜 자신을 더 아프게 했는지 안다. 『훌훌』에는 모두를 품는, 사랑이 아주 많은 사람은 나오지 않는다. 유리는 연우에게 화를 내며 때렸다. 로봇처럼 차가웠던 할아버지는 폭발했다. 고향숙 선생님은 두 학생의 시비에 평정심을 잃었다. 세윤이는 갑자기 침묵했고 유리는 살던 곳에서 떠날 생각만 했다. 그런데 상처받은 사람들이, 서로 조금씩 손을 내밀고, 마음을 나누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간다. 이 과정이 참 자연스러웠다.
나와 메일을 주고받는 후배가 있다. 힘들다고 메일을 보내면 답을 보내주었다. 며칠 전에 “입양은 생각해봤어?” 묻고 싶었다. 『훌훌』은 입양을 다룬 책이다. 같은 동네에서 사는 친구가 아이를 입양한 지 10년쯤 되었다. 입양한 아이와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다른 분도 안다. 그러나 후배에게 입양을 생각해보라고 말하지 못했다. 내 말이 후배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혈통주의가 강하다. 작가가 어떻게 『훌훌』을 생각했는지 궁금하다.
나는 작가를 안다. 작가가 쓴 글을 오랫동안 읽었다. 처음에 글 쓴다 했을 때 말리고 싶었다. 상상하는 힘이 뛰어났지만, 부족함도 많았다. 아이가 글을 쓴다면 단점을 극복하겠지만, 어른은 쉽지 않다. 더구나 소설은 정말 만만찮다. 『훌훌』을 읽으며 ‘이제 문경민 작가 글 읽고 뭔가 도와주겠다는 생각은 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예전에 초안을 읽었는데 『훌훌』은 그때 글과 견주기 어려울 정도였다.
“어떻게 이런 글을 썼냐?” 하면 “어, 형~” 하며 뭐라뭐라 할 텐데 그 말이 들리는 것 같다. 이 책 참 좋다.
⁂ 우주에 남은 마지막 책 (로드먼 필브릭, 280쪽) / 소설
미래에 대지진이 일어나고 세상은 무법천지가 된다. 사람들은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당장의 필요만 바라본다. 책은 사라지고 순간의 기쁨을 주는 기계장치와 쓰레기만 남았다. 이때 우주에 마지막 책이 남았는데 그게 과연 뭘까? 디스포피아 시대를 다룬 책이지만, 따뜻하고 낙관적이다. 뛰어난 상상력으로 미래 시대를 그렸다. 저자인 로드먼 필브릭은 뉴베리상 수상자이며, 『우주에 남은 마지막 책』은 미국도서관협회 청소년 부문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잘 팔리지 않았다. 책벌레가 좋아하는 책이다. <기억전달자>나 <끝없는 이야기>와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이다.
⁂ 파리대왕 (윌리엄 골딩, 325쪽) / 소설
윌리엄 골딩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긴 책이다. 책을 쓴 지 70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빛나는 책이다. 5~12세 아이들을 고립된 섬에 놔두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작가의 눈으로 살핀 이야기다. 인간이 이성보다 본능을 따르며, 미래를 내다보기보다 당장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버린다고 고발한다. 인간의 본성이 그릇된 선택으로 이끌며, 사회가 잘못된 길로 나아가는 과정을 고발한다. 답답하고 슬프고 안타까운 느낌이 들게 하는 어두운 분위기의 책이지만, 나는 읽을 때마다 감탄했다.
⁂ 기억 전달자 (로이스 로리, 310쪽) / 소설
탁월한 책. 대여섯 번 읽었는데 또 읽어도 빠져든다. 『기억 전달자』는 몇 번 읽고, 며칠 토론하고, 몇 번 글을 써야 한다. 책 한 권으로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질 것이다. 특히 중고등학생이라면 꼭 읽어야 하는 책이다.
⁂ 밀가루 아기 키우기 (앤 파인, 277쪽) / 소설
카네기 상을 받은 진짜 좋은 책이다. 너무 좋은 책인데 읽는 사람이 적어 안타깝다. 남자 중학생들이 속을 밀가루로 채운 인형을 아기라 생각하고 키우는 프로젝트를 한다. 날마다 몸무게를 재고 위생 상태를 검사하며 육아일기를 써야 한다. 이 프로젝트를 하는 반은 생각이 없는 학생들이 모인 반이다. 밀가루 아기는 시궁창에 박히고, 더러운 틈에 끼이며, 천덕꾸러기 취급을 당한다.
사이먼은 태어난 지 6주 만에 아빠가 떠나버렸다. 조용히 사라져버렸다. 사이먼은 막무가내 학생들의 대표라 부를 만한 학생인데, 밀가루 아기 기르기에 빠져버렸다. 나도 학생들과 달걀을 아기라 생각하며 돌보는 활동을 했었다. 달걀을 정말 아기라고 생각하며 돌보는 아이도 있었다. 과연 사이먼과 친구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까? 남학생들 심리를 아주 잘 묘사한 책이다.
⁂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 (태 켈러, 334쪽) / 소설
2021 뉴베리상 수상작이라고? 한국 열풍 때문인가? 한국계 작가가 한국 호랑이 옛이야기를, 한국식 샤머니즘과 함께 담은 이야기가 뉴베리상을 받았다. 뉴베리상 수상작답게 가족의 의미와 회복을 다룬다. 주인공은 한국 전통을 그대로 간직한 할머니를 이해하고 싶어 하면서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손녀다. 할머니는 엄마를 찾아 미국에 왔고, 손녀는 교통사고로 아빠를 잃었다. 할머니, 엄마, 손녀 둘이 남자 한 명 없는 집에 산다. 손녀에게는 호랑이가 보인다. 환상 세계를 다룬다는 점에서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 느낌이 난다. 기존 뉴베리상 수상작과는 다르다. 내 취향은 아니었다.
⁂ 화장실 벽에 쓴 낙서 (줄리아 월튼, 310쪽) / 소설
지난해부터 양철북 출판사에서 청소년 문학 책을 내기 시작했다. 첫 번째 『그리고 바람이 불었다』는 아버지를 칼로 찌른 소녀 이야기, 두 번째 『기차를 기다리는 소년』은 기차 역에서 오지 않는 아빠를 기다리는 소년 이야기, 『화장실 벽에 쓴 낙서』는 조현병을 앓는 소년 이야기다. 『화장실 벽에 쓴 낙서』와 『그리고 바람이 불었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썼다. 처음 두 책은 스페인에서 인정받았고, 『화장실 벽에 쓴 낙서』는 미국도서관협회 최고의 청소년 소설로 선정되었다.
조현병 환자가 큰 사고를 일으켰다는 소식이 가끔 들린다. 조용히 지내는 환자 이야기는 뉴스에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조현병 환자가 모두 정신병자라고 생각한다. 애덤은 조현병 환자다. 환상을 보고 환청을 듣는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진 않지만, 이상행동을 해서 놀라게 한다. 그래서 상담하며 임상 시험약을 먹는다.
책은 상담 과정을 기록한 내용으로 이루어졌다. 조현병을 앓는 애덤이 주인공이지만, 내용은 청소년들의 관계를 다룬다. 친구 관계, 이성 교재, 부모와의 관계로 고민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조현병의 특징이 조금씩 드러나는 것 외에는 '괜찮은 청소년 문학 작품'으로 봐도 된다. 애덤이 자신의 병에 대해 고민하며, 조현병 때문에 친구 관계를 의식해야 하는 과정이 드러나서 더 흥미롭다. 전개 방식과 문체도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담담하게 표현하되, 문장이 짧아서 좋다. 애덤이 자기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저자가 조현병을 설명한다.
→ 자기 자신을 믿을 수 없다는 건 아주 기이한 현실이에요.딛거나 기댈 것이 없죠.
→ 혼자 있어도 결코 혼자라고 느낄 수 없는 심정을요.
양철북 청소년 문학은 우리나라에서 잘 다루지 않은 주제를 다룬다. 아빠를 칼로 찌른 딸, 조현병을 앓는 아들, 돌아오지 않는 아빠를 기다리는 이야기로는 책이 많이 팔릴 것 같지 않다. 그래도 참 좋은 책이다. 진지하게 토론하면 좋을 책이다.
⁂ 기차를 기다리는 소년 (다니엘 에르난데스 참베르, 83쪽) / 소설
기예르모는 말이 없는 소년이다. 기차역에서 아빠를 기다린다. 이사벨은 아빠가 우편물을 가지러 기차역에 갈 때 따라갔다가 기예르모를 본다. 말하지 않는 친구 기예르모는 누굴 기다릴까? 이사벨이 우표 이야기를 하며 기예르모에게 다가간다. 기예르모가 마음을 열기 시작할 때 친구들이 기예르모를 괴롭힌다. 80쪽밖에 안 되는 짧은 소설에 가족과 친구 이야기를 담았다. 중학생들과 수업하면 좋을 거라 생각한다. 양철북 출판사에서 나온 책은 따뜻하다.
⁂ 그리고 바람이 불었어 (마리아 바사르트, 174쪽) / 소설
열다섯 소녀 아나는 가정 폭력을 당하다가 아빠를 공격한다. 아나는 보호 센터로, 엄마는 병원으로 간다. 아나는 아빠가 싫고, 아빠를 공격한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혼란스럽고, 친구들이 사실을 알까 걱정한다. 이모네 집에 가서 조금씩 안정을 찾아갈 때 아빠가 다시 찾아오겠다고 한다. 잊고 싶지만 잊히지 않는 과거, 갑자기 달라진 환경에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운 현재 사이에서 흔들리는 소녀의 마음을 잘 나타냈다. 마드리드에서 있었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글이다.
⁂ 숨은 길 찾기 (이금이, 207쪽) / 소설
『너도 하늘말나리야』에 이어 『소희의 방』이 나왔고 『숨은 길 찾기』가 마지막 편이다. 세 권 개정판이 나왔다. 『소희의 방』은 서울로 간 소희 이야기이고, 『숨은 길 찾기』는 달밭마을에 남은 미르와 바우 이야기다. 중3인 미르와 바우가 자신의 앞날을 고민하며 진로를 찾는 과정을 담았다. 또한 가정을 이루어가는 이야기와 중학생들의 사랑도 같이 담았다. 『너도 하늘말나리야』도 좋았지만 중학생들에겐 『소희의 방』과 『숨은 길 찾기』가 더 좋겠다. 진로에 대한 고민, 부모와의 관계, 가정의 의미를 생각하기에 좋은 책이다.
⁂ 소희의 방 (이금이, 313쪽) / 소설
『너도 하늘말나리야』에 나오는 소희가 엄마와 함께 새아빠, 처음 보는 동생 둘과 낯선 곳에서 사는 이야기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소희는 친척 집에 살다가 엄마 집에 들어간다. 새로운 학교에서 친구를 사귀고 적응하지만 집에서는 여전히 낯설다. 엄마는 차갑고, 동생 우혁이는 대놓고 덤벼든다. 막내 우진이와 새아빠는 편안하게 대해주지만, 마음을 터놓지는 못한다. 우진이는 어리고 새아빠는 바쁘다. 학교에서는 공부 잘하는 부잣집 아이로 알려져서 속마음을 터놓지도 못한다. 학교에서의 소희, 집에서의 소희가 다르다. 또한 할머니와 살던 때의 소희, 친척 집에서 살던 때의 소희, 엄마를 다시 만나 사는 지금의 소희가 다르다. ‘할머니는 엄마가 소희를 버렸다고 했는데 지금은 왜 다시 데려왔을까?’ 궁금하지만 물어보지 못한다. 소희는 상처를 드러내고 자신을 찾을 수 있을까? 참 좋은 책이다.
⁂ 호빗 (톨킨, 387쪽) / 소설
우리반 아이에게 권했는데, 앞부분 읽다가 관뒀다. 좋은 작품은 앞부분에 설명과 묘사가 많아서 읽기 어렵긴 하다. <북이십일>이라는 출판사에서 톨킨 판권을 모두 사들여 새롭게 낸 책이라 다시 읽었다. 호빗은 다시 읽어도 재미있다. 물론 책 많이 읽지 않은 분은 묘사가 많아서 읽기 어려울 수도 있다.
⁂ 나니아 나라를 찾아서 (홍종락‥정영훈, 223쪽) / 소설
전문 번역가(홍종락)와 문학평론가(정영훈)가 나니아 연대기를 해설한 책이다. 홍종락 번역가는 아슬란과 나니아를 키워드로 설명했고, 정연훈 평론가는 나니아 연대기 각 권을 차례로 해설했다. 나니아 연대기로 자녀나 학생을 가르치고 싶은 분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다.
⁂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 (이금이, 292쪽, 302쪽) / 소설
두 여성의 삶을 통해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분들의 고통과 소망,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책이다. 작가의 마음에서 오랫동안 자라난 글이라 했다.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다. 중고등학생들과 읽고 이야기하면 좋겠다. 다만 이금이 작가의 이전 글과 달리 설명하는 말투가 조금 많다. 설명을 묘사로 바꾸면 책이 너무 길어지기 때문인 것 같다. 길게 길게 늘여서 <토지> 같은 작품으로 써도 좋겠다.
⁂ 하늘을 달리는 아이 (제리 스피넬리, 248쪽) / 소설
책벌레가 정말정말 진짜로 좋아하는 책이다. 좋은교사 독서 연수 대상 도서로 정해서 다시 읽었다. 역시 대박이다. 어떻게 이렇게 글을 쓰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다만 책에 여백이 많아 단순하게 읽으면 그저 그런 책으로 보일 수도 있다. 내겐 토론거리가 넘쳐나는 책이지만……
⁂ 순례 주택 (유은실, 248쪽) / 소설
역시 유은실 작가다. 아파트 가격이 곧 사람의 가치라 생각하는 가족이 이웃과의 정으로 사는 사람들 가운데 이사 가서 일어나는 일이다. 진짜 정말 재미있다. 낄낄대며 읽었다. 이 책 덕분에 폭발하는 아이들 사이에서 압력을 낮추었다. 4월 최고의 책이다.
⁂ 『소년과 새와 관 짜는 노인』 (마틸다 우즈, 233쪽) / 소설
알베르토는 관 짜는 사람이다. 이 마을에선 55살이 노인인가 보다. 이야기 시작하자마자 전염병이 알베르토의 가족을 모두 죽인다. 알베르토는 제 손으로 아내와 아이들 관을 짰다. 20년쯤 뒤에 알베르토가 ‘아빠를 피해 도망친 소년 티토를 만난다. 티토의 엄마도 알베르토가 관을 짰다. 알베르토는 전염병이 가족을 데려가는 걸 막지 못했지만, 티토 아빠가 티토를 데려가는 일은 막으려 한다. 슬픔과 고통에 젖은 두 사람이 ~ (스포 방지를 위해 이만.) 중학생이 읽으면 좋겠다.
⁂ 어쩌다 시에 꽂혀서는 (정연철, 215쪽) / 시를 주제로 한 소설
나는 시를 좋아한다. 슬픔을 좋아한다. 슬픔을 글로 이겨내는 과정도 좋아한다. 시, 슬픔, 슬픔을 글로 이겨내는 과정이 모인 책을 만났다. 정연철 작가의 책을 몇 권 읽었는데 내겐 이 책이 최고다. 문장에서 절제미를 갖춘 시 냄새가 난다. 인용한 시도 좋다. 무엇보다 주인공이 쓰는 시가 참 좋다. 작가가 썼을 텐데 어떻게 썼는지 꼭 물어보고 싶다. 해마다 <교보 책갈피 편지쓰기> 대상도서를 추천하는데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슬플 때, 외로울 때, 시가 그리울 때 딱 좋은 책이다.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341쪽) / SF 소설
김동식 작가는 짧고 간단하게 글을 썼다. 짧고 간단해서 읽기 편하지만 간단한 이야기가 휙휙 지나가서 생각하기엔 별로였다. 이 책은 김동식 소설보다 길고, 깊고, 좋다.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아 여성이 일상에서 느끼는 마음을 SF 형식에 잘 담아냈다. 여성, 장애인, 이주민, 비혼모를 비롯한 약자와 소수자를 대변하는 소설이라는 해설에 맞는 이야기가 많다. 그러나 나는 이야기 자체가 좋았다.
⁂ 살인자의 정석 (김동식, 335쪽) / 소설
김동식 작가 책 네 권 중에 이 책이 가장 좋다. 인기가 좋았던 글 위주로 모아서 그런가 보다. 김동식 작가는 ‘다시 기회를 갖는다면(악마의 거래이든 다른 형태든) 어떻게 할까?’를 자주 쓰는데 『살인자의 정석』은 따뜻한 내용이 많다.
⁂ 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김동식, 333쪽) / 소설
몇 편의 따듯한 단편이 눈에 띈다. 역시 비슷한 소재와 구조이다. 마음먹고 쓰면 나도 쓸 것 같지만, 실제로 쓰면 쉽지 않겠지!
⁂ 성공한 인생 (김동식, 175쪽) / 소설
김동식 소설을 두 권째 읽으니 자주 쓰는 소재와 글 쓰는 패턴이 보인다. 분량이 조금 긴 단편도 소재와 구조가 비슷하다. 짧고 재미있고 반전이 있어서 학생들이 읽기 편하겠다. 사회를 적당히 비판하는 내용이어서 토론하면 좋겠다. 다만, 두고두고 읽을 글은 아니다.
⁂ 양심 고백 (김동식, 295쪽) / 소설
김동식 소설을 처음 읽었다. 우리 사회를 잘 반영하면서 재미와 반전을 갖추었다. 점수, 외계인, 계약, 젊음 등의 소재를 많이 썼다. 첫 단편 <인간 평점의 세상>은 내가 자주 생각한 내용이라 좋았다. 마지막 단편 <자살하러 가는 길에>도 좋았다. 마지막에 쓴 <작가의 말>이 가장 좋았다. 재미나게 읽었다.
⁂ 구멍 난 벼루 (배유안, 154쪽) / 역사 소설
추사 김정희와 허련의 그림 이야기이다. 허련이 추사 김정희의 집에서 그림에 눈을 뜨고, 그림을 배운다. 김정희가 제주도로 유배를 가자 세 번이나 찾아가 그림에 관해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예술가의 정신을 담으려는 작가의 마음이 잘 느껴졌다. 그림 그리는 마음이 글 쓰는 마음과 같다. 다만 내용이 묵직해서 아주 책 좋아하는 아이가 아니라면 중학생은 되어야 읽겠다.
⁂ 푸른 늑대의 파수꾼 (김은진, 275쪽) / 소설
1940년, 행복하게 살던 한 가정이 일본놈의 꾐에 빠져 박살난다. 아버지는 감옥에 갇히고 딸은 식모가 된다. 2016년, 두 남학생이 봉사활동하러 갔다가 할머니를 만난다. 식모로 살다가 버마까지 끌려갔던 분이다. 일제강점기와 현대를 오가며 할머니의 과거를 바꿔주려는 노력이 어떤 열매를 맺을까? 할머니를 지키려는 마음이 참 아름답다.
⁂ 1분 1시간 1일 나와 승리 사이 (웬들린 밴 드라닌, 327쪽) / 소설
고등학교에서 400m 신기록을 세우고 교통사고를 당해 한쪽 다리가 절단된다면? 제시카는 환상통에 시달리고, 좌절하고, 절망한다. 그래도 가족과 친구가 비난, 충고, 섣부른 조언을 하지 않고 곁을 지킨다. 조금씩 일어나 친구 곁에 다가가고, 의족으로 걷고, 다시 달리려 한다. 참 좋은 책이다. 추천한다.
⁂ 내 휴대폰 속의 슈퍼스파이 (타니아 로이드 치, 139쪽) / 소설
전자기기가 발달한 시대의 장점과 단점을 소개하며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하게 도와주는 책이다. 전자 학생증, CCTV, 인터넷, 쇼핑을 이용하면 좋지만 악용될 위험도 많다. 좋지만 위험한, 점점 필수가 되지만 걱정되는 전자기기가 가져올 문제를 토론하기 좋은 책이다.
⁂ 폴리네시아에서 온 아이 (코슈카, 131쪽) / 소설
남태평양 산호섬 폴리네시아, 지구 온난화로 바닷물이 높아지자 국토가 잠길 위기를 맞는다. 폴리네시아 사람들은 집을 떠나 다른 곳에 가서 살아야 할 지도 모른다. 이미 떠난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주민들이 마을을 떠나 다른 곳에 정착하는 과정을 소설로 썼다.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다. 섬에 남은 외할아버지가 섬을 떠나는 손녀에게 보낸 편지가 따뜻하다.
⁂ 수상한 진흙 (루이스 새커, 227쪽) / 소설
학교폭력 가해자, 피해자, 범생이가 수상한 진흙 때문에 싸우고, 두려워하고, 다시 서로를 찾는다. 무슨 진흙일까? 친구 관계와 환경 문제를 함께 다룬 좋은 작품이다. 오래도록 <구덩이>를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못 읽었다. 루이스 새커의 책을 이제야 읽다니! 적극 추천한다.
⁂ 페인트 (이희영, 228쪽) / 소설
아이를 기르기 어려워하는 부모가 국가에 아이들을 맡기면 국가에서 아이를 관리한다. 미래사회에 일어날 법한 일을 다룬 소설이다. 센터에 맡겨진 아이들은 가디(교사 겸 보호자 역할)의 도움을 받으며 생활한다. 13살이 되면 자녀를 입양하고 싶어 하는 부모와 면접을 시작한다. 부모가 자녀를 원해야 하지만, 동시에 자녀도 부모를 선택할 수 있다.
『멋진 신세계』, 『기억 전달자』 같은 책을 우리나라 작가가 쓰다니 놀랍다. 자녀를 낳기 싫어하는 현실을 바탕으로 국가가 아이를 기르는 상황이라니~ 미래 사회에 대한 이야기라서, 이야기가 사방팔방으로 뻗칠 위험이 있다. 그런데 부모와 자녀의 관계로 이야기를 모아 잘 썼다. 부모와 자녀 관계를 생각하기에 좋은 책이다.
→ 부모는 예행 연습 없이 부모가 된다.
→ 모든 어른의 가슴 속에는 자라지 못한 아이가 살고 있다.
→ 세상 어떤 부모도 미리 완벽하게 준비할 수는 없잖아요. 부모와 아이와의 관계, 그건 만들어 가는 거니까요. (91)
→ 육아서를 전혀 읽지 않은 부모보다 한 권이라도 읽은 부모가 더 낫다는 건 사실인지도 몰랐다. 그만큼 아이에게 관심을 기울인다는 뜻이고 잘 키우기 위해 노력한다는 증거일 테니까. 그러나 그런 준비들이 역효과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었다. 있는 그대로의 아이가 아닌, 부모의 계획대로 만들어지는 아이도 있을 테니까. (92)
→ "모르기 때문에 불안하고, 또 모르기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겪잖아요."
→ 모른다는 것이 꼭 나쁜 일만은 아닌 것 같다. 모르기 때문에 배울 수 있고, 모르기 때문에 기대할 수 있으니까. 삶이란 결국 몰랐던 것을 끊임없이 깨달아 가는 과정이고 그것을 통해 기쁨을 느끼는 긴 여행 아닐까? (196)
⁂ 작은 아씨들 (루이자 메이 올컷, 317쪽) / 소설
책벌레 딸들이 수십 번 읽은 책, 둘째를 책으로 이끈 책을 나는 이제야 읽었다. 아이들이 왜 좋아하는지는 알겠는데, 나한테는 보통이다. 자매들 이야기여서 그렇겠지. 같은 네 자매 이야기인 『책벌레들의 책 없는 방학』과 『책벌레들의 비밀후원작전』은 무지 재미있었는데 말이다. 내가 읽은 책은 ‘주석’ 같은 해설이 달려있다. 오히려 그게 더 재미있었다.
⁂ 알로하 나의 엄마들 (이금이, 399쪽) / 소설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 갔던 남성들이 결혼하기 위해 일제강점기 시대의 우리나라에 사진을 보냈다. 사진만 보고 결혼하는 여성을 ‘사진 신부’라 했다. 사진 신부들이 하와이에 가서 남편을 만나 가정을 이루어 사는 이야기다. 여성이 주인공이라 (은유 작가가 추천사에 쓴 것 같은) ‘지옥 같은 상황’은 나오지 않는다. 엄마들이 남편과 자녀를 위해 희생한 이야기가 담겼다. 읽으며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
다만 이런 종류의 책에서 느껴지는 절망과 슬픔이 별로 없었다. 동화작가여서 그럴까, 청소년 소설이라 그럴까 아쉬움이 많이 남는 소설이다. 가볍고 당황스럽게 만드는 결말이다.
⁂ 기억전달자 (로이스 로리, 310쪽) / 소설
책 좋아하는 아이 만나 이야기하려고 다시 읽었다. 좋은 책은 읽을수록 눈에 들어오는 문장이 많고, 책에 빠져들게 한다. 이 책이 그렇다. 『멋진신세계』도 생각나고,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도 생각난다. 토론하기 참 좋은 책이다.
⁂ 그리운 메이 아줌마 (신시아 라일런트, 135쪽) / 소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을 소박하고 담담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평소 읽던 뉴베리상 수상작과는 다르다. 짧고 묵직하고 스산하다. 천천히 읽기 좋은 책이다.
⁂ 꼴값 (정연철, 204쪽) / 소설
교사 눈으로 보면 창대는 막 나가는 학생이다. 머리 기르고, 물들이고, 쓸데없는(?) 데만 관심을 둔다. 그럼 창대는 꼴통일까? 사람의 행동에는 모두 이유가 있다는데, 창대는 왜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짓만 할까? 창대와 친구(장미, 관중)들은 저마다 꿈이 있다. 창대에게 꼰대질하는 아빠도 꿈이 있었다. 어떤 꿈을 꾸고, 어떤 어려움을 지나, 어떻게 이루어가는지는 다르지만 사람은 꿈을 꾸며 산다. 이걸 잘 보여주는 책이다.
⁂ 나는 설탕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은재, 185쪽) / 소설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하지만 엄마가 시키는 게 싫다. 엄마는 부모님의 돌봄을 받지 못한 한을 아들에게 보상받으려 한다. 학원 가는 시간, 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까지 통제한다. 마음에서 괴물이 스물스물 올라오는 6학년! 이 괴물이 선생님께 대들 용기, 엄마에게 덤빌 용기를 심어준다. 과연 설탕으로 만든 것처럼 쉽게 부서질까, 아니면 엄마와 선생님을 부숴버릴까? 『짝짝이 양말』의 남학생 버전 같다. 참 좋은 책이다.
⁂ 울프 와일더 (캐서린 런델, 286쪽) / 소설
러시아 귀족은 야생 늑대 새끼를 데려와서 애완동물로 기른다. 야생성이 드러나거나 하는 이유로 기르지 못하게 되면 울프 와일더에게 보낸다. 울프 와일더는 늑대가 야생에 적응하도록 돕는다. 제정러시아에서 황제의 무능을 틈타 라코프 장군이 제멋대로 백성을 괴롭힌다. 라코프 장군이 늑대와 울프 라이더를 잡으려 한다. 울프 라이더인 페오의 엄마는 잡혀가고 페오는 늑대들과 야생지대로 도망간다. 페오는 엄마를 구할 수 있을까? 늑대 이야기를 예상하고 읽다가 혁명 이야기를 만났다. 흥미로운 책이다.
→ 어떤 고통은 무시해도 괜찮아. 하지만 무시하면 안 되는 고통도 있어. (253)
→ “어른들은 저희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항상 조심하라고 말씀하시죠. 하지만 우리에게는 우리가 살아갈 세상을 위해 싸울 권리가 있어요. 그 누구도 우리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그게 더 안전하다고 말할 권리가 없어요. 그러니까 우리 모두, 나가서 싸웁시다.” (274)
⁂ 『손도끼의 겨울 이야기』 (게리 폴슨, 164쪽) / 소설
『손도끼』를 읽은 독자가 하루 이백 통의 편지를 보냈다. 브라이언이 구조되지 않고 겨울을 나면 어떻게 되는지 알려달라는 내용이 많았다. 그래서 게리 폴슨이 이야기를 또 선물한다. 어려움을 이겨내는 모험담이면서 동시에 주위를 둘러보고 살펴보며 준비하는 과정이 아름다움을 알려주는 이야기이다. 자연의 균형을 생각하게도 한다. 좋은 책이다.
⁂ 『손도끼』 (게리 폴슨, 186쪽) / 소설
13살 소년이 혼자 숲에 떨어진다. 아무도 없는 야생지대이다. 가진 건 손도끼 하나. 13살 소년이 살기 위해 몸부림친다. 이곳에서 자연을 읽으며 주위의 생명을 보는 눈을 기른다. <파리대왕>은 추락으로 섬에 갇힌 아이들이 인간의 잔인성을 드러내는 이야기이다. <손도끼>는 똑같이 비행기 추락으로 숲에 갇힌 한 아익 인간의 고귀함을 드러내는 이야기이다. 뉴베리상 수상작이다. 모험의 측면보다 주인공의 마음이 더 크게 보이는 책이다.
⁂ 문제아 (제리 스피넬리, 246쪽) / 소설
『하늘을 달리는 아이』를 쓴 제리 스피넬리의 책이다. 무조건 읽어야 하는 책이다. 징코프는 글씨를 이상하게 쓴다. 달리기를 못한다. 눈치가 없다. 공부도 못한다. 그런데도 늘 웃는다. 주눅 들지 않는다. 자신이 못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밝고 착하고 웃는 아이다. 저학년 때는 괜찮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문제아’가 된다. 징코프는 늘 똑같은데 사람들이 다른 걸 기대하기 때문이다. 과연 징코프는 문제아일까? 교사들이 징코프 같은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생각하면 좋겠다. 참, 징코프의 부모는 최고다!! 『징코프, 넌 루저가 아니야』를 먼저 읽으면 좋다.
⁂ 삐딱하거나 멋지거나 (세브린 비달, 마뉘 코스, 238쪽) / 소설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함께 생활하는 통합교육반 친구들 이야기다. 장애 학생이 감독이 되어 영화를 찍고, 비장애 학생이 장애 학생과 싸우고 사랑하며 지내는 일상을 다루었다. 우리 학생들도 싸우고, 좋아하고, 과제를 함께 할까 궁금하다. 강원도 시골에서는 비슷했는데 도시는 어떨지?
장애 관련 소설 : 『13층의 슈퍼히어로』, 『안녕, 내 뻐끔거리는 단어들』, 『사랑스런 아이』
⁂ 허구의 삶 (이금이, 255쪽) / 소설
내 삶을 가로지르는 기둥이 있다면 ‘과거’를 끌어안는 일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어린 권일한이 받았던 상처’를 어루만지는 일이다. 그때의 상처가 지금의 내 모습이, 나 자신이 되게 했다. 지금까지 나는 상처로부터 달아나며, 영원히 달아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고 그만 달아나는 길을 찾으며 살았다. 고통, 상처, 인간이란 누구인가, 심리에 대한 책을 읽은 까닭은 상처받는 마음을 이해하고, 이겨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상처를 보여주는 책이 참 많았다. 책을 읽으며 사람들이 상처를 다루는 다양한 모습을 알았다. 평범한 인물의 이야기 속에서도, 밑바탕에 숨겨진 상처를 보았다. 상처받은 마음을 알아주고, 어설픈 동정이나 위로를 내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울면서 글을 쓰고, 상처 가득한 글을 내게 내보인 것 같다.
상처는 우리의 삶을 허구로 만든다. 상처는 아무 곳에도 뿌리내리지 못한 채 허구의 세계를 떠돌게 한다. 거짓으로 다진 반석 위에 뿌리를 내리려고 안간힘을 쓰게 만든다. 『허구의 삶』은 상처받은 두 아이 이야기다. 주인공 상만은 사람들이 다 아는 상처를 갖고 산다. 그걸 말하기 싫어 거짓으로 반석을 놓고 거짓 뿌리를 내린다. 다른 주인공 허구(이름)은 사람들이 모르는 상처를 갖고 산다. 자신이 뿌리내려야 할 세상을 등지고 허구라는 이름답게 거짓의 세상을 살아간다. 『허구의 삶』은 상처받은 우리들 이야기다.
나를 돌아보게 하는 책을 써주셔서 이금이 작가님에게 참 고맙다. 상처 많은 분들과, 책뜰안애에서, 이 책을 토론하고 싶다. 혼자 울지 말고 함께 울기를 바라면서.
⁂ 너도 아웃(이선이, 180쪽 예상) / 소설
미출간 소설 원고를 읽었다. 『난 밥 먹다가도 화가 난다』가 분노하는 남학생 이야기라면, 이번 책은 관계에 매달리는 여학생 이야기이다. 여학생의 성격, 드러나지 않은 마음,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는 모습을 잘 묘사했다. 여학생들의 밀고 당기는 관계를 이해하기에 좋은 책이다. 빨리 출간되면 좋겠다.
⁂ 체리새우:비밀글입니다. (황영미, 199쪽) / 소설
다현이는 아람이네 그룹에서 교우관계를 나눈다. 그러나 따돌림을 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전전긍긍한다. 아람이는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만 다현이는 ‘이렇게 말하면 오해하지 않을까?’ 하며 말을 아낀다. 친구가 한 말이 이런 뜻일까, 저런 뜻일까 고민한다. 그러다가 아람이네가 싫어하는 아이와 모둠활동을 하게 된다. 직접 만난 은유는 아람이네 무리에게 들은 아이와 달랐다. 여학생들의 관계와 심리를 잘 나타낸 책이다. 결말도 마음에 든다. 중고등학교 여학생을 만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책이다.
⁂ 난 밥 먹다가도 화가 난다. (이선이, 216쪽) / 소설
처음 읽을 때는 장점만 보였는데 다시 읽으니 단점이 보인다. 선생님 말투(설명하는 말투)에, 상윤이가 쓴 글이 상윤이와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도 이 책을 추천한다. 중학생 모습을 정말 잘 묘사했다. 분노 폭발하는 문제를 가진 학생에 대한 해결 방법도 참 좋다.
⁂ 아몬드(손원평, 233쪽) / 소설
‘나’는 알렉시티미아(감정 표현 불능증)로 인해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두려움, 무서움, 슬픔, 기쁨을 느끼지 못해서 이상한 아이로 살아간다. 다른 사람 감정을 공감하지 못하는 건 불편함을 너머 불행하다. 갑자기 닥친 사고로 할머니가 죽고 엄마가 식물인간이 돼도 ‘나’는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머리와 가슴의 연결을 끊어버린 감정 표현 불능증조차 막지 못하는 일이 일어난다. ‘나’는 과연 타인의 감정을 느끼게 될까?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좋은 책이다. 토론하고 싶은 주제가 많다.
-> 할멈의 표현대로라면, 책방은 수천수만 명의 작가가 산 사람, 죽은 사람 구분 없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인구 밀도 높은 곳이다. 그러나 책들은 조용하다. 펼치기 전까지 죽어 있다가 펼치는 순간부터 이야기를 쏟아낸다. 조곤조곤, 딱 내가 원하는 만큼만.
⁂ 7일간의 리셋(실비아 맥나콜, 271쪽) / 소설
중요한 순간을 다시 한 번 겪는다면,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얻는다면, 내게 일어나는 일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그 이외의 것은 바꿀 수 있다면? 페이지는 친구를 위해 7일을 리셋한다. 다시 살게 된 7일 동안 오직 친구만을 위하는 마음에 대해 학생들이 얼마나 ‘현실성’을 가질지 궁금하다. 살아가면서 어떤 결정을 내리고, 어떤 과정을 겪으며 살아갈지 생각하게 만든다. 소녀들이 읽으면 좋겠다.
⁂ 웃음을 선물할게(김아설 외, 192쪽) / 소설
‘웃음’을 주제로 10명이 단편소설을 썼다. 따뜻한 글들이 많다. 김이설의 <저스트 댄스>는 청소년의 생기발랄함이 느껴진다. <망나뇽의 눈물>은 청소년기에 느낄만한 자의식을 잘 드러냈고, <배꼽>은 따뜻하고 좋다. <보건실의 화성인>과 <마음을 함께해 준다면>도 너무 좋다. 이어지는 몇 편이 슬프고 우울하지만 우리가 꼭 생각해야 할 감정을 다룬다. 참 좋은 책이다.
⁂ 밉스 가족의 특별한 비밀 (인그리드 로, 272쪽) / 동화
후배가 (수원에 사는 두 가족과 함께) 강릉에 왔다. 관광이나 휴가 때문이 아니다. 책벌레와 독서토론을 하고 싶다고 한다. 아이들 특징을 말하며 독서토론을 부탁한다. 초5 남자 한 명, 초6 여자 두 명, 중1 남자 한 명이다. 잠깐이면 될 줄 알았는데 3시부터 9시 30분까지 토론했다.
아이들 특징을 들으면서 『밉스 가족의 특별한 비밀』이 떠올랐다. 후배에게 먼저 읽어보라 했다. 울었나 보다. 아이들 처지에 이 책이 잘 맞다고 한다. 오죽헌한옥마을 방에서 나, 처음 본 엄마 한 분, 아이 넷과 토론했다. 엄마는 주로 들었다. 잠깐 내용을 확인하고 배가 고플 때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녁 먹은 뒤에는 좀 어려운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글을 썼다.
책 한 권으로 생각지 못한,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관찰한 엄마와 아들이 가장 좋아했다. 엄마와 아이가 책을 읽고 자주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하지만 늘 비슷한 내용을 나누어서 아이가 토론에 굶주렸다고(?) 한다. 아이 얼굴이 맛난 거 실컷 먹은 것처럼 웃음꽃이 피었다. 다른 아이 셋도 열심히 글을 썼고, 즐거웠다고 한다.
집을 짓고 서재를 만들었다. 북스테이를 하려고 서재에 방과 화장실, 간이주방을 갖추었다. <책뜰안애>에 오는 분들에게 쉼과 회복을 주고 싶다. 책벌레가 책으로 아이를 기른 이야기를 들으면서, 함께 독서토론하면서, 비슷한 또래 서넛이 함께 오면 아이들과 독서토론하면서, 부모는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밤에는 옥상에 올라가서 별을 봐야지! 인기 있는 강사보다는 따뜻함을 전해주는 책벌레로 살아야지!
⁂ 통일한국 제1고등학교 (전성희, 223쪽) / 소설
전성희 작가는 상상력이 뛰어나다. 『거짓말 학교』가 참 놀라웠는데 이 책도 굉장하다. 통일이 된 대한민국에서 남북한의 화합을 위해 ‘통일시’를 만든다. 두 가지 체제를 유지하며 통일시를 시작으로 서서히 통합을 이루려 한다. 통일시에 있는 통일한국 제1고등학교에 회장선거가 열린다. 통일이 되었지만 남북 갈등이 여전한 상황에서, 남측 학생과 북측 학생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통일이 되면 일어날 일을 놀랍게 분석해서 고등학교 학생들 심리와 연결했다. 전성희 작가의 책은 자체로 토론거리가 된다. 참 좋은 책이다.
⁂ 라면은 멋있다. (공선옥, 77쪽) / 소설
중고등학생이 책을 읽게 하려고 기획한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 1권이다. 짧지만 좋은 내용을 소개하며 작가의 다른 책이나 시리즈의 다른 책을 읽게 한다. <라면은 멋있다>는 가난한 두 고등학생이 데이트하는 이야기이다. 재미있다. 만남이 예쁘다. 이 시리즈를 세 권 읽었는데 다 재미있었다.
⁂ 올리브 가지를 든 소녀 (박건, 윤태연, 171쪽) / 소설
‘파라’는 팔레스타인 거주지역인 가자지역에서 산다. 가자지구에서는 이스라엘군이 미사일을 쏘고 탱크를 보낼 뿐만 아니라 전기와 물을 차단하고, 장벽을 쌓아 드나들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파라는 미국에서 온 선생님을 통해 ‘게토에 갇혀 살던 유대인 소녀 아디나의 일기’를 읽는다. 파라에게 어떤 변화가 생길까? 참 좋은 책이다. 팔레스타인을 다룬 책으로 『나는야 베들레헴의 길고양이』, 『빼앗긴 내일』, 『팔레스타인 소년 사미르』, 『팔레스타인을 걷다』, 『나는 팔레스타인의 크리스천이다』를 읽었다. 팔레스타인을 다룬 책으로 가장 좋았던 책은 『피를 나눈 형제』이다. 이 책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 10권 중 한 권이다.
⁂ 2미터, 그리고 48시간 (유은실, 159쪽) / 소설
그레이브스병은 갑상선에 이상이 생긴 질병으로 오랫동안 유은실 작가를 괴롭혔다. 유은실 작가는 아파서 아무 것도 하지 못했기 때문에 글을 썼다고 했다. 그레이브스 때문에 작가가 된 셈이다. 주인공 정음이는 그레이브스병 때문에 힘들어하다가 결국 방사성요오드로 갑상선 기능을 없애버리기로 한다. 방사성요오드 치료를 받으면 48시간 동안 2미터 이내에 사람이 들어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 정음이는 혼자 치료를 받고, 병원에서 2미터 이내에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게 다니며,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와야 한다. 13평 아파트에서 가족과도 떨어져야 한다.
책을 읽으며 유은실 작가가 슬픔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추천한다.
⁂ 젤라 그린 2 완벽한 여름방학 (버네사 커티스, 208쪽) / 소설
젤라 그린 1권이 호평을 받고 여러 상을 받은 뒤에 버네사 커티스가 2권을 썼다. 줄거리를 말하면 1권 스포가 되기 때문에 쉿~ 1권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면 2권을 읽어보시라.
⁂ 젤라 그린 1 청결의 여왕 (버네사 커티스, 208쪽) / 소설
젤라는 강박증에 시달린다. 손을 씻을 때는 오른손을 31번, 왼손을 31번 문지른다. 계단 오르내리기 전에 제자리에서 128번을 뛰어야 한다. 이걸 지키지 않으면 불행한 일이 생긴다고 믿는다. 증세가 어찌나 심한지 아빠 손을 잡지도 못한다. 불결한 걸 참지 못하기 때문이다. 엄마가 죽고, 아빠가 이를 이기지 못해 술에 빠지면서 이렇게 되었다. 젤라가 비슷하지만 다른 문제를 가진 아이들이 모인 곳(포레스트 힐 하우스)에 가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좋은 청소년 성장소설이다.
⁂ 꿈을 지키는 카메라 (김중미, 89쪽) / 소설
31번과 같은 시리즈다. 절친인 연서와 아람이는 명품반과 열등반으로 나뉜다. 두 아이의 집은 철거 대상 지역에 있다. 두 친구가 우열반으로 나뉘고, 이웃은 재개발로 어려움을 겪고, 이런 저런 고민이 얽힌다. 단편이라 스포방지를 위해 여기까지.
⁂ 안녕, 내 뻐끔거리는 단어들 (샤론 드레이퍼, 319쪽) / 소설
멜로디는 뇌성마비에 걸려 말을 못한다. 사람들은 멜로디의 장애를 보고 두뇌도 같은 수준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멜로디는 굉장히 똑똑하다. 멜로디가 ‘메디토커’라는 기계를 사용하면서 말을 한다. 친구들과 똑같이 느끼고, 똑똑하기까지 한 멜로디. 퀴즈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으로 학교 대표가 되지만 친구들이 싫어한다. 멜로디는 전국대회에 나갈까? 참 좋은 책이다. 추천한다.
⁂ 위시 (278쪽, 바바라 오코너) / 소설
아빠가 교도소에 갇히고, 엄마는 우울증! 망가진 가족에게 사랑을 받지 못한 찰리는 친구가 없다. 싸움닭처럼 덤벼드는 찰리를 사랑으로 받아줄 사람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사에 의해 잠깐 동안 시골 이모 집에 갔지만 거기서도 싸움닭으로 살아간다. 그러면서도 날마다 ‘가족’을 만나게 해달라고 소원을 빈다. 찰리는 떠돌이개 ‘위시본’을 만나고, 조금씩 가족을 이룬다. 참 좋은 책이다.
⁂ 새장 안에서도 새들은 노래한다. (마크 잘즈만, 319쪽) / 소설
마크 잘즈만은 퓰리처상 후배에 오른 작가이다. 새 소설을 구상하다가 청소년 범죄자 캐릭터 창조에 도움을 받으려고 청소년 범죄자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자원봉사활동을 시작한다. 잘즈만이 새장 안에 갇힌 새들과의 만남을 소설로 썼다. 아이들 삶을 좀더 건드리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상처 받은, 상처를 많이 준 아이들은 묵묵히 바라보는 잘즈만의 관점이 더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와 함께 읽으면 좋겠다. 참 좋은 책이다.
⁂ 불량한 자전거 여행(김남중, 239쪽) / 동화
김남중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다. 이야기를 잘 이끌어간다. 호진이 아빠는 집보다 회사를 좋아한다. 호진이 엄마는 학원비를 마련하려고 직장에 다니기 시작했다. 호진이는 공부를 싫어한다. 결과는 뻔하다. 엄마와 아빠가 싸우는 단계를 지나 무관심해져서 이혼을 꺼낸다. 호진이는 공부, 부모의 다툼, 기대감, 짓누르는 압박을 견디다 못해 몰래 삼촌에게 가버린다. 삼촌이 이끄는 자전거 여행 팀에 끼어 1100km 자전거 여행을 떠난다. 자기를 찾아가는 여행. 참 좋은 책이다. 추천한다. 진로지도에도 좋겠다.
⁂ 스프링벅 (배유안, 218쪽) / 소설
교보교육재단 책갈피 독서편지쓰기 대회에 이렇게 소개했다.
<젊음은 눈부십니다. 아름답고 활기찹니다. 제 멋에 겨워 세상을 향해 달려 나가는 모습이 마치 스프링 벅이 뛰어오르는 것 같습니다. 이게 젊음의 모습입니다. 두려워하건 아니건, 드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젊음은 멋지고도 멋집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학생들은 젊음을 만끽하지 못한 채 고통스럽게 보냅니다.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무게에 짓눌려 하루의 절반을, 때로는 그보다 더 오래도록 의자에 앉아 공부합니다. 게다가 어른들이 마음을 짓누릅니다. 공부하라고, 조금만 더 하라고, 학생이 해야 할 일은 ‘경쟁에서 이기는 것’뿐이라고 말합니다. 무작정 대학만 바라보고 뛰라 합니다.
스프링 벅은 아프리카에 사는 양입니다. 일정한 숫자가 모이면 좋은 풀을 뜯어먹기 위해 뒤에 있던 양이 앞으로 나섭니다. 그러면 다른 양도 앞으로 나서고 무리가 점점 앞으로 나서기 경쟁을 하면서 달립니다. 무리에 속도가 붙으면 왜 달리는 지도 모르고 그냥 달립니다. 절벽에서 떨어질 때까지. 한두 마리가 달리기 시작하면 밑도 끝도 없이 무작정 달리는 스프링벅 무리가 꼭 대학을 향해 달리는 학생들 같습니다.>
⁂ 날마다 한일전 (김동환, 이기범, 206쪽) / 소설
장수와 동호는 교내 여행 답사 동아리 활동으로 일본에 갔다가 유키와 미쿠를 만난다. 이성에 대한 호감으로 메일을 주고받다가 유키와 미쿠가 한국에 놀러온다. 여행안내를 하면서 역사문제로 부딪친다. 소녀상 앞에서 위안부 이야기를 듣고 유키와 미쿠는 충격을 받는다. 다음에는 장수와 동호가 일본에 가서 군함도를 방문한다. 한일 관계를 네 학생의 여행으로 잘 풀어냈다. 이성에 대한 관심이 한일 관계의 긴장을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한일 관계를 토론하면 좋겠다. 참 좋은 책이다.
⁂ 불균형 (우오즈미 나오코, 168쪽) / 소설
<불균형>은 일본에서 가장 권위있는 상 중 하나인 고단샤 아동문학 신인상을 수상한 작가의 책이다. 청소년들의 아픔을 잘 드러냈기 때문에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나'는 초등학교 5-6학년 때 왕따를 당했다. 중학생이 되면서 '쿨하게 살자'와 '친구를 사귀지 말자'고 다짐했다. 교실에 있지만 교실에 있지 않는 상태로 살아간다. 상처 받지 않기 위해. 그러나 아무리 쿨하게 살려 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다. 청소년기의 불안과 고민, 아픔을 잘 드러냈다. 왕따, 학교폭력을 다룬 참 좋은 책이다. 균형을 잃은 관계를 극복하고 균형을 잡아가는 이야기이다.
⁂ 부러진 코를 위한 발라드 (아르네 스빙엔, 240쪽) / 소설
노르웨이 작가의 책이다. 바르트는 고도비만에 알코올중독인 엄마와 빈민아파트에 산다. 왕따를 당하지 않으려고 눈치를 보며 조용히 살아간다. 아이돌이 아니라 오페라를 좋아하지만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는다. 혼자 부를 때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내지만 누군가 듣고 있으면 목소리가 갈라진다. 학예회에서 노래를 부르기로 했지만 자신이 없다. 게다가 악동 친구가 바르트의 처지를 알아낸다. 친구의 놀림을 이겨내고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강력 추천한다.
⁂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 (정유정, 394쪽) / 소설
단숨에 읽었다. 딸을 잃고 정신이 나가 정신병원에 갇힌 할아버지가 탈출한다. 준호는 데모하다 도망치는 형에게 전해줄 서류를 갖고 트럭에 올라탄다. 정아는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를 피해, 승주는 부모의 지나친 보호를 피해 도망간다. 넷이 폭풍우에 휘말려 떠돌 듯 돌아다니며 서로의 상처를 조금씩 알아간다. 내가 읽은 수많은 책과 다르게 이야기가 흘러간다. 재미있고 울림도 있다. 강력 추천한다.
⁂ 데미안(헤르만 헤세, 230쪽) / 소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책, 헤르만 헤세의 대표작. 그러나 난 데미안이 젊은이에게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헤세는 인도철학의 영향을 받아 이원론에 빠졌다. 데미안이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 사이를 오간다는 내용이 영지주의자들의 세계관과 똑같다. 자극적이고 모호해서 젊은이들이 좋아하지만 치우친 생각을 갖게 만든다. 한때 데미안을 좋아했지만 분별력이 생겼나 보다. 헤세의 명작은 『수레바퀴 아래서』이다.
⁂ 소년과 바다 (로드먼 필브릭, 208쪽) / 소설
『우주에 남은 마지막 책』의 저자 로드먼 필브릭이 『노인과 바다』를 기리며 썼다. 노인 대신 소년이 엄마 잃고 무너진 아빠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바다로 나간다. 노인이 바다로 나가면 인생 이야기가 되고, 소년이 바다로 나가면 가족과 희망 이야기가 된다. 참 좋은 책, 참 좋은 작가이다.
⁂ 돌 씹어 먹는 아이 (송미경, 165쪽) / 동화
비유와 상징을 활용해서 실제 생활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기발하게 표현한 동화이다. 소심하고 말이 없는 아이가 ‘아무거나 시장’에서 혀를 사서 입 안에 넣는다. 그때부터 아이는 막말을 쏘아대며 하지 못했던 말을 내뱉는다. 중학생 이상으로 대상을 정한 건 초등학생에게 자극적이라 생각해서이다. 초등 대상인 <보름달 문고>로 분류되어 있지만 <1318 소설>로 분류하는 게 낫겠다.
⁂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솔제니친, 223쪽) / 소설
이반 데니소비치가 시베리아 수용소에서 지내는 하루를 담았다. 수용소가 얼마나 견디기 힘든 곳인지, 그런 곳에서도 어떻게 견뎌내는지 보여준다. 또한 작은 성취, 작은 기쁨이 하루를 견디는데 얼마나 도움을 주는지 보여준다. 참 좋은 책이다.
⁂ 동물농장 (조지 오웰, 171쪽) / 고전소설
말이 필요 없는 책. 조지 오웰은 천재다. 글 솜씨가 부럽다. 최강이다. 독서반 학생들과 돼지가 동물들을 지배하기 위해 사용하는 술책을 찾아보았다. 여러분도 해보시라.
⁂ 라인 (이송현, 234쪽) / 소설
율과 도는 줄을 탄다. 백인과 혼혈인 율은 자기를 찾기 위해 전통줄타기를 배우고 한국인 도는 독일의 줄타기 슬랙라인을 배운다. 둘은 같은 날 태어나 우연히 같은 집에서 쌍둥이로 살아간다. 줄 위에서 자기를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글의 전개가 좀 성급하지만 내용은 좋다.
⁂ 달빛 마신 소녀 (켈리 반힐, 398쪽) / 동화
2017년 뉴베리상 수상작이다. 마을 사람들은 1년에 한 번씩 아이를 숲에 놔둔다. 마녀를 달래기 위해. 그러나 마녀는 아이를 데려다가 습지 건너편에 있는 사람들이 기르게 한다. 사람들이 왜 1년에 한 번씩 아이를 버리는지 모르면서. 이건 슬픔을 먹고 사는 마녀(?)가 마을을 장악하기 위해 벌인 일이다. 장로들은 그걸 이용해서 권력을 장악하고 욕심을 채우며 살아간다. 저자가 문장보다 이야기 자체에 신경을 많이 썼기 때문에 눈에 쏙 들어오지는 않았다. 그래도 좋은 책이다.
⁂ 스피릿 베어의 기적 (벤 마이켈슨, 239쪽) / 소설
학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가 알라스카 한 섬에서 함께 지내며 회복되는 이야기 「스피릿 베어」에 이어 콜과 피터가 학교로 돌아와 현실에 다시 부딪치고 흔들리고 분노하고 회복되는 이야기이다. 현대인들이 좋아할 내용이지만 내 가치관과는 달랐다. 인디언의 정신을 담아 썼지만 현실을 정신으로 이겨내는 과정에 동의할 수 없었다. 가치관이 다른 사람과 토론하면 재미있겠다.
⁂ 우리들의 스캔들 (이현, 213쪽) / 소설
자기 생각만을 내세우며 학생들을 때리고 위협하고 괴롭히는 학교의 모습을 고발하는 책이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많은 학교가 이랬고 지금도 잘못된 관행에 매여 학생을 괴롭히는 학교가 많다. 거기서 학생들도 자기 생각만 생각하며 타협하고 있다. 학생, 교사가 함께 읽고 토론하기에 좋은 책이다.
⁂ 중학교 1학년 (수지 모건스턴, 184쪽) / 소설
<조커, 학교 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를 쓴 수지 모건스턴이 중학교 1학년 모습을 실감나게 썼다. 초등학교에서 터줏대감으로 살던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면서 병아리로 변하는 모습, 낯선 수업에 당황하며 적응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잘 그렸다. 또한 학교가 학생들 눈높이에 맞춰 변해야 한다고 말한다. 좋은 책이다.
⁂ 열두 살의 전설 (고토 류지, 195쪽) / 소설
‘난장판 교실’ 아이들이 6학년이 되었다. 아이들이 나쁘게 행동하는 이면에는 상처와 아픔이 있다고 생각하는 나도 이 아이들을 맡으면 얼마나 참을지 모르겠다. 이 교실에 ‘편견이라고는 없는’ 선생님이 온다. 아이들을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않고 다가가는 선생님이 이상해서 아이들도 조금씩 귀를 기울인다. 정해진 틀을 벗어난 모습을 읽으며 내 모습이 겹쳐지기도 하고,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상황에서 엉뚱한 매력을 뽐내는 모습을 읽으며 부끄럽기도 했다. 참 좋은 책이다. 그러나 일본 이름이 복잡하다. 다섯 아이가 쓴 글이 섞여 나오기 때문에 누구의 관점인지(이름이 어려워서) 알기 힘들 수도 있다. 아이보다 교사에게 좋은 동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