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독서할 때를 만났구나!

 

밤샘 독서,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독서 행사입니다. 6, 어둑어둑해질 때부터 12시까지 책을 읽습니다. 잠깐 간식 먹는 시간을 빼고는, 계속 읽기만 합니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만 참여해야 가능한 행사일까요? 아닙니다. 엄마가 억지로 보낸 아이, 친구 따라온 아이, 집에 가도 재미없어서 온 아이, 학교에서 하루 자려고 온 아이, ‘설마 책만 읽겠어? 놀기도 하겠지!’ 하며 온 아이도 있습니다.

얘들아, 책 읽자. 12시까지 읽는 거야. 시간이 짧지? 책 읽다 보면 금방 12시가 될 거야!”

책은 지루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책을 지루하게 생각할 거라 걱정하지도 않습니다. “조금만 더 읽어보자. 지루해도 읽다 보면 재미있어질 거야!”라고 하지 않습니다. 기대에 차서, 정말 재미있을 거라는 확신을 내보이며, 내 마음이 아이들에게 전해질 거라 믿고 말합니다. “책은 정말 재미있어. 한 권 읽으면 두 권, 세 권 계속 읽을 거야.” 합니다.

저도 곁에서 책을 읽습니다. 시작할 때의 분위기가 중요합니다. 처음 10분은 아이가 불러도 대답하지 않습니다. 책에 빠져 안 들리는 척합니다. 꼼짝도 안 하고 읽습니다. 그러면 아이들이 서서히 책에 빠져듭니다. 30, 한 시간이 지나면 한 권을 다 읽고 책을 추천해달라고 합니다. 읽은 책을 책상 옆에 쌓아두고 또 읽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책 높이가 높아집니다. 책이 쌓일수록 기분이 좋고 뿌듯합니다. 그러면 채 10분 읽기도 어려워하는 아이가 여섯 시간 동안 책을 읽습니다.

벌써 12시가 되었네. 다음날이 된 거야. 이제 자야 하지 않아?”

선생님, 이렇게 오래 읽은 게 처음이에요. 더 읽어도 돼요?”

2시까지 읽습니다. 할 때마다 놀랍니다. 저보다 아이들이 더 놀랍니다.

제가 이렇게 오랫동안, 이렇게 많이 읽은 건 처음이에요.”

 

코로나의 기세가 어찌나 강한지 전국 초중고 개학이 연기되었습니다. 학교는 물론,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아무 데도 못 갑니다. 친구를 만나지도 못하고 사람을 피해 다녀야 합니다. 어떤 지역에서는 엘리베이터를 타야 할지 고민할 정도입니다. 아이들이 집 안에 갇혔습니다. 정약용이 유배당해 꼼짝없이 갇혔을 때 이렇게 말했답니다.

드디어 책을 읽을 때를 만났구나!”

지금이야말로 책을 읽을 때입니다. 밤샘 독서를 해보세요. 얼마나 오랫동안 책을 읽는지 기록을 재보세요. 자녀가 읽을 책 목록을 구하는 것보다 이게 더 중요합니다. 잔소리하며 강요하지 말고, 억지로라도 읽으면 선물 준다고 하지 말고, 책을 즐기는 시간을 가지세요. 지금이야말로 책의 힘을 보여줄 때입니다.

 

1-2학년을 위한 책 읽기

1-2학년은 상상의 세계를 좋아합니다. 동물 이야기도 좋아합니다. 부모가 보기에 유치한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딱 맞는 책입니다. 상상의 세계가 아니어도, 동물이 나오지 않아도, 좀 어려워도 1-2학년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게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부모님이 읽어주는 겁니다. 아이를 곁에 앉히고 책을 읽어주세요. 책 읽는 도중에 아이가 계속 물어볼 거예요. 그때 호기심을 만족시켜주면 스스로 답을 찾는 능력이 높아진답니다. 짜증 내지 말고 대답해주세요. 대답해주고 읽어주세요. 다 읽은 뒤에는 아이가 읽을 기회를 주세요. 강아지나 고양이에게 읽어주라고 하세요. 반려동물이 없다면 친구를 생각하며 읽어보라고 하세요. 전화해서 읽어주면 되겠네요.

 

똥과 오줌과 방귀를 다룬 책을 읽어보세요.

저학년 아이들이 똥과 오줌과 방귀 이야기를 참 좋아합니다. 어른들이 금기 대상으로 삼기 때문이지요. 특히 남자아이들은 더럽고 지저분한 똥과 방귀에 얽힌 이야기가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실에서 오줌이 찔끔에 나온 대사를 읊으며 깔깔 웃습니다. 아홉 살 독서수업에서는 똥과 방귀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통쾌함과 해방감을 준다고 합니다. 도서관에서 똥과 방귀에 대한 책을 잔뜩 빌려와서 읽어주세요. “이런 책은 화장실에서 읽어줘야지!” 해주세요. 빈 욕조에 누워, 화장실 변기에 앉아 읽는 똥과 방귀 이야기, 아이들에겐 좋은 추억이랍니다. 책을 읽고 나서 찰흙으로 똥과 오줌을 만들면 그 책내 책이 됩니다.

똥을 소재로 한 책 : 강아지똥, 돈벼락 똥벼락, 똥자루 굴러간다, 똥벼락, 마법사 똥맨, 밥 먹을 때 똥 얘기 하지 마, 우리 선생님도 똥 쌌대, 쿵푸 아니고 똥푸

오줌을 소재로 한 책 : 대단한 오줌싸개 대장, 오줌 멀리싸기 시합, 오줌이 찔끔, 오줌을 연구하자

방귀를 소재로 한 책 : 노랑 각시 방귀 소동, 방귀대장 조, 방귀 만세, 방귀 스티커, 절대로 안 씻는 코딱지 방귀 나라

 

딕 킹 스미스가 소피를 주인공으로 쓴 책을 읽어보세요.

딕 킹 스미스는 영화로 만들어진 꼬마 돼지 베이브의 원작자입니다. 소피는 농부가 될 거야는 소피가 농장에서 지내는 이야기입니다. 소피의 작은 농장에서 달팽이와 놀고, 친척과 이웃을 만납니다. 딕 킹 스미스가 글로스터셔의 농장에서 여러 해 동안 농부로 일한 경험을 살려 재미난 이야기로 만들었습니다. 소피가 학교 가는 날에서 소피는 초등학교에 입학합니다. 학교는 어떤 곳일까요? 학교에 가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기대하며 읽다 보면 소피가 겪는 일에 마음을 빼앗깁니다. 우리도 학교에 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학교에 갈 날을 기대하며 읽으면 좋겠지요. 두 책은 1-2학년이 읽기에 약간 길므로 한 장(chapter)씩 읽어보세요. 15쪽 정도의 짧은 이야기 6-7편이 이어집니다. 소피는 농부가 될 거야를 읽고 가까운 산이나 들판에 가봐도 좋겠네요. 그곳에서는 식물과 곤충과 농부가 봄맞이 준비로 바쁘답니다.

 

3-4학년을 위한 책 읽기

1, 2학년 때 왕성했던 상상력이 현실성을 갖추기 시작합니다. 주변 사회에 호기심을 갖고 관심 분야가 생깁니다. 그림이 없어도 책을 보며 연상력이 생깁니다. 논리적 사고도 발달하여 공감과 비판, 찬성과 반대를 표시합니다. 독서능력의 차이가 가장 많이 벌어지는 때입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 일어날 법한 일을 다룬 책을 추천합니다. 친구 관계, 학교에서 일어난 일, 부모와의 관계 등을 다룬 책이 좋습니다. 특히 또래 친구들이 쓴 글 모음집을 추천합니다.

또래 친구들이 쓴 글모음, 내 손은 물방울 놀이터, 이빨 뺀 날, 비교는 싫어

()우리교육 출판사에서 1991년부터 학급문집 공모전을 했습니다. 학급 아이들과 글을 쓰고 문집을 만든 선생님들이 학급문집을 보냈습니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 모은 학급문집 천여 권에서 시와 일기를 골라 책으로 엮었습니다. 내 손은 물방울 놀이터는 시 모음집입니다. 자연을 마음에 담은 시, 동식물이나 작은 생명을 마음에 품은 시, 집안 식구들이나 가까운 사람들하고 마음을 나눈 시, 어린이들이 살면서 마음에 맺힌 말이나 스스로 깨우친 생각을 나타낸 시를 모았습니다.

이빨 뺀 날2-3학년, 비교는 싫어4-6학년 일기 모음집입니다. 전국 각지의 아이들이 겪고 보고 쓴 일기여서 아이들 눈높이에 맞습니다. 일기를 읽으며 올해 학교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하면 좋겠지요. 이빨 뺀 날은 조금 유치할 수도 있습니다. 비교는 싫어는 약간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쓴 글이라 재미날 겁니다.

 

우리나라 대표작가 한 분의 책 찾아 읽기

초등 3학년부터 중고등학생까지 모두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합니다. 한 권을 천천히, 깊이 읽는 수업입니다. 저는 지난해에 34학년과 김리리 작가, 유은실 작가의 책으로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을 했습니다. 도서관에 두 작가의 책을 여러 종류 준비했습니다. 김리리 작가의 뻥이오 뻥을 읽은 아이는 검정 연필 선생님, 나는 꿈이 너무 많아, 만복이네 떡집, 엄마는 거짓말쟁이, 우리 사부님이 되어주세요를 계속 빌렸습니다. 유은실 작가의 멀쩡한 이유정을 읽은 아이는 나도 예민할 거야, 나도 편식할 거야, 우리 동네 미자씨, 일수의 탄생을 계속 읽었습니다. 특히 일수의 탄생은 자녀와 부모가 함께 읽으면 좋은 책입니다. 아이의 쓸모를 누가 정하는지, 부모가 자녀를 위해 얼마만큼 해주어야 하는지 이야기하면서 읽어보세요. 고정욱, 김태호, 송언, 이금이, 정연철, 진형민, 황선미 …… 좋은 작가가 참 많아요. 한 작가의 책을 모두 읽어보세요.

 

5-6학년을 위한 책 읽기

독서습관이 양극화되는 시기입니다. 책을 읽는 아이는 엄청나게 읽지만 전혀 손을 대지 않는 아이도 생깁니다. 자기주장이 강해지고 독립적인 인격체로 자리 잡는 시기입니다. 지적 호기심이 높아지고 합리적 사고가 발달하여 어른들의 권위에도 도전하며 비판하는 시기입니다. 책을 읽지 않는 아이라면, 특히 남자아이라면 <로알드 달>이 쓴 책을 추천합니다. 로알드 달은 책을 좋아하는 아이에게도 알맞은 책을 썼답니다.

5-6학년은 영상을 좋아합니다.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찾아보거나 친구와 함께 영화관에 갑니다. 영화로 만들어진 책을 읽고 영화와 비교해보세요. 책을 읽기 싫어한다면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읽어보세요. 영화에서는 책 내용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이야기해보세요.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커질 거예요.

 

로알드 달 ()

책을 읽지 않는 아이를 위한 책 : 마녀를 잡아라, 멋진 여우씨, 멍청씨 부부 이야기, 제임스와 슈퍼복숭아, 찰리와 거대한 유리 엘리베이터

책을 좋아하는 아이를 위한 책 : 마틸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 로알드 달의 발칙하고 유쾌한 학교, 우리의 챔피언 대니

영화로 나온 책들 : 내 친구 꼬마 거인, 마틸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로알드 달),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 마당을 나온 암탉, 삐삐 시리즈, 샬롯의 거미줄, 아더와 미니모이, 오즈의 마법사, 생쥐 기사 데스페로, 해리포터 시리즈

 

정약용이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 나오는 문장을 실천하며 코로나를 이겨내시기 바랍니다.

이제 가문이 망했으니 네가 참으로 독서할 때를 만났구나."

 

망나니 공주처럼, 이금이

꼴뚜기, 진형민

 

초등학교 교과서에 독서감상문을 쓰는 방법이 나온다. 책을 읽은 동기, 책 내용, 책을 읽고 든 생각이나 느낌을 표로 정리해서 쓰게 한다. 독서록에도 동기, 줄거리, 생각과 느낌을 쓰도록 표로 나눠 놓았다. 교사도, 학부모도 이렇게 쓰라고 가르친다. 독서감상문에 동기, 줄거리, 생각과 느낌을 써야 하니 세 가지를 하나씩 찾아 합치는 방식이다. 독서감상문을 쉽고 빠르게 쓰는 방법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교과서에 실렸다.

난 다르게 가르친다. 내가 만난 아이들 중에 초등학생뿐만 아니라 중고등학생도- 책을 읽은 동기를 가진 아이가 적었다. 책을 읽고 표현할 만한 생각과 느낌이 있는 아이도 얼마 되지 않았다. 아이들이 책을 읽는 기준은 단순하다. 재미가 있으면 읽고, 재미가 없으면 안 읽는다. 어디에 재미를 두는지는 아이마다 다르지만 책 읽는 기준이 재미인 것만은 틀림없다.

 

이 책을 읽고 무얼 느꼈니?”는 소용없는 질문이다.

우리는 책 읽은 아이에게 어땠니? 책이 괜찮았니? 무얼 느꼈니?” 묻는다. 아이가 책을 읽으며 무언가를 느끼고, 그걸 말해주기 원한다. 아이가 무얼 배웠는지 알고 싶어 한다. 그러나 대부분 아이는 재미있어요.” 또는 재미없어요.”라고 대답한다. 교사와 부모 모두 이 대답에 만족하지 않는다. 또 묻는다.

어디가 재미있었어?” “왜 재미없었어,”

전국 어디서나 아이들이 이렇게 대답한다. “그냥~!”

<그냥~!>이 솔직한 반응이다. 알맞은 반응이기도 하다. 가끔 자기만의 생각과 느낌을 말하는 아이가 있지만 소수다. ‘책을 읽었는데 그냥 재미있더라!’는 말은 아이들 수준에 딱 맞는 표현이다. 실망하거나, 따져 물어도 소용없다. 아이들이 책 읽는 기준이 재미이기 때문이다.

다른 학교에 독서 수업을 하러 가서 무얼 느꼈는지 물으면 99% ‘재미를 말한다. 책 내용을 알아보는 게임을 하면 책이 조금 더 재미있어진다. 책에 나온 문장으로 토론하고, 등장인물의 행동에 질문하고 대답하며, 우리에게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는지 찾으면 책이 점점 재미있어진다. 그리고 책을 읽을 때는 하지 않았던 생각이 떠오른다. 헤어질 때는 이렇게 쓴다.

 

책을 처음 읽을 때 글밥도 적고, 글씨 크기도 커서 저학년이나 보는 책을 왜 대화 주제로 선택했을까?’ 생각했다. 책을 읽을 때도 무슨 이야기를 책에서 하고 싶은지 잘 이해가 안 됐다. 하지만 이번 시간 선생님과 함께 이야기와 토론하면서 책에서 하고 싶은 말들이 여러 가지인 것을 알며 이해하고 말하니 책의 내용이 이해가 잘 되었다. ~ 이 책이 내가 어른이 되어서도 기억날 수 있을 만한 책이라는 걸 선생님이 알려주기 위해 우리에게 글을 적으라고 하신 것 같다.”

대구에서 5-6학년 10명과 망나니 공주처럼으로 독서 수업을 하고 6학년 아이가 쓴 후기다. 교사도 마찬가지다. 책을 좋아하는 교사가 아니라면 책을 읽어도 가치를 모를 때가 많다. 책벌레들의 책 없는 방학독서캠프에 참가한 교사의 후기이다.

처음 책을 읽을 때는 초등 여자애들이 좋아하는 별로 가치 없는 소설책인 줄 알았다. ~ 독서퀴즈, 독서 토론을 시작으로 내가 찾지 못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고 생각할 시간을 갖게 되었다. ~ 조별 모임에서 네 자매의 미래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해 봤는데 그들의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 즐거웠다.~”

 

 

여백이 많은 책, 여백이 적은 책

선생님들이 독서 수업하기 좋은 책을 추천해달라 한다. 그러나 독서 수업에 좋은 책목록을 만들기 어렵다. 사람마다 책을 다르게 보기 때문이다. 또한 독서 수업을 처음 하는 분, 몇 번 한 분, 자주 한 분에게 맞는 책이 다르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하면, 경험이 적으면 여백이 적은 책을 골라야 한다.

꼴뚜기는 여섯 개의 단편이 실린 동화책이다. <꼴뚜기>는 왕따 문제를 다루었다.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6학년 아이들이 사귀는 이야기다. <축구공을 지켜라>는 고학년이 저학년 공을 빼앗아 차는 이야기다. 일정한 주제를 다루는 내용이라 명확하다. 한마디로 여백이 적다. 망나니 공주처럼은 여백이 많다. 꼴뚜기보다 짧지만 이런 이야기다라고 정리하기 어렵다. 사랑 이야기지만 자아를 찾는 이야기다. 품위를 다루지만 슬픔에 대한 이야기다. 옛이야기를 다루는 방식을 토론하고, 공부에 지친 현실을 토론할 수도 있다.

여백이 적은 책은 토론하기 쉽다. 주제가 명확하다. 글을 쓰기도 쉽다. 무얼 써야 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꼴뚜기>를 읽으면 왕따를 토론하고 왕따에 대해 글을 쓰는 아이가 많다. 어떤 아이는 왕따 생각하라고 선생님이 꼴뚜기읽으라 하셨네!’ 한다. 이런 책은 독서감상문을 쓰기 쉽다. 다만 아이들이 비슷한 내용으로 글을 쓴다. 대부분 왕따를 주제로 읽고 왕따를 주제로 글을 쓴다. 그래서 독서 수업 경험이 적은 분에게 추천한다.

여백이 많은 책은 주제를 잡기 어렵다. 토론하기 어렵다. 글을 쓰기도 어렵다. 도대체 무얼 말하는지 모르겠다는 분도 있다. 앞에서 후기를 쓴 아이처럼 저학년이나 보는 책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여백이 많은 책을 더 좋아한다. 토론하면서 다양한 생각을 나누기 때문이다. 또한 아이들이 자기 색깔을 드러내어 글을 쓰는데 좋기 때문이다. 여백이 많을수록 자기 생각과 경험을 채워 넣어야 한다.

 

책을 느끼는 과정을 겪어야한다.

아이들은 분석하며 읽지 않는다. 공감하며 읽는 아이도 적다.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읽는 아이도 적다. 삶의 경험이 적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책을 실제와 연결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학교에서는 정답 찾는 활동, 과정 없이 결과를 보여주어야 하는 활동을 많이 했다. 이렇게 배우면 교과서 지문 읽듯 책을 읽는다. 평소 태도가 책 읽을 때도 영향을 준다. 부모나 교사에게 읽어라!”, “읽었니?”만 들은 아이는 그냥~! 재미로~! 읽는다. 느끼는 게 별로 없으니 독서감상문에 쓸 게 없다고 한다.

독서 수업은 아이가 내용을 아는지 확인하는 게 목표가 아니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을 표현하는 것도 힘들다. 아이가 느끼도록 이것저것 하는 거라 생각해야 한다. 아이는 활동하면서 느낀다. 새벽에 일어나 축구경기를 보는 아이는 축구를 하면서 재미를 느꼈기 때문에 생활 습관을 바꾼다. 그러므로 아이가 책을 읽고 느낌을 표현하게 하려면 과정을 겪게 해주어야 한다. 책을 읽고 느낀 점을 그리거나 쓰기 전에, 무언가를 느끼도록 활동해야 한다.

여백이 적은 책은 무얼 느끼고 알아야 하는지 정해진 책이다. 주제 파악이 쉽고, 내용을 쉽게 이해한다. 그래서 독서감상문 쓰기도 쉽다. 여백이 많은 책은 느끼고 이야기할 내용이 많다.

2020년 새 학기를 시작한다.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해야 한다. 독서 관련 내용이 교육과정 곳곳에 들어있다. 학생들에게 의견을 말해라” “느낀 점을 써라하기 전에 과정을 겪게 해주시라 권한다. 과정을 겪는 독서 수업을 몇 번 하면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책 읽은 느낌과 생각을 말할 것이다. 독서 감상문도 달라질 거라 기대한다.

 

 

우리는 사실 아무것도 잊지 않으며,

모든 과거는 우리 내면 깊숙한 곳 어딘가에 도사린 채

자기를 다시 표면에 떠오르게 할 풍경이나 냄새나

자그마한 소리를 기다릴 뿐입니다. (기이하고도 거룩한 은혜, 프레드릭 비크너)

 

내 삶을 가로지르는 기둥이 있다면 과거를 끌어안는 일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어린 권일한이 받았던 상처를 어루만지는 일이다.

그때의 상처가 지금의 내 모습이, 나 자신이 되게 했다.

지금까지 나는 상처로부터 달아나며,

영원히 달아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고 그만 달아나는 방법을 찾으며 살았다.

고통, 상처, 인간이란 누구인가, 심리에 대한 책을 읽은 까닭은

상처받는 마음을 이해하고, 이겨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상처를 보여주는 책이 참 많았다.

책을 읽으며 사람들이 상처를 다루는 다양한 모습을 알았다.

평범한 인물의 이야기를 읽으며, 밑바탕에 숨겨진 상처를 보았다.

상처받은 마음을 알아주고, 어설픈 동정이나 위로를 내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울면서 글을 쓰고, 상처 가득한 글을 내게 내보인 것 같다.

 

상처는 우리의 삶을 허구로 만든다.

상처는 한 사람이 아무 곳에도 뿌리내리지 못한 채 허구의 세계를 떠돌게 한다.

거짓으로 다진 반석 위에 뿌리를 내리려고 안간힘을 쓰게 만든다.

허구의 삶은 상처받은 두 아이 이야기다.

주인공 상만은 사람들이 다 아는 상처를 갖고 산다.

그걸 말하기 싫어 거짓으로 반석을 놓고 거짓 뿌리를 내린다.

다른 주인공 허구(이름)은 사람들이 모르는 상처를 갖고 산다.

자신이 뿌리내려야 할 세상을 등지고 허구라는 이름답게 거짓의 세상을 살아간다.

허구의 삶은 상처받은 우리들 이야기다.

나를 돌아보게 하는 책을 써주셔서 이금이 작가님에게 참 고맙다.

상처 많은 분들과, 책뜰안애에서, 이 책을 토론하고 싶다.

혼자 울지 말고 함께 울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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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로 산다는 것으로 교사들과 토론했다.

 

1. 201111월 좋은교사에 교사로 산다는 것을 소개한 글 중 일부

타성과 무기력을 가르치지 말자.

조너선 코졸은 권위에 대한 반항아입니다. 일반인들의 상식을 뛰어넘는 통찰과 분석으로 교육계의 촘스키로 불립니다. 미국의 차별적인 교육과 사회 불평등에 맞서 싸워온 교육자이며 미국을 대표하는 미국 비판 지성인입니다. 그는 학교가 사람을 변화시키는 가르침이 일어나는 곳이 아니라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원하는 생각을 주입하는 곳이라고 말합니다. 그들이 권위를 계속 유지하게 만드는 수단으로 교과서를 만들었다는 증거를 밝힙니다. 학교가 진실, 아름다움, 위대한 영혼의 추구, 인간적인 가치……을 중요하게 여기는 듯 말하지만 실상은 포장만 요란하지 내용은 주는 대로 받아들이라고 주입한다는 겁니다.

미국 교과서 역시 적당한 사실만 알려주고 더 이상 알려고 하지 말라는 식으로 기술되었나 봅니다. 코졸은 올바른 가치를 위해 정부에 대항했던 인물들이 사라진 교과서를 비판합니다. 인종차별적인 생각을 가졌던 링컨의 발언은 삭제하고 정직한 에이브만 보여줍니다. 파업참가와 단식, 투옥을 마다하지 않은 도로시 데이처럼 비범한 의지를 가진 여성들은 전복적인 인물로 취급해서 교과서에 싣지 않습니다. 헬렌 켈러가 열심히 노력해서 유명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는 이야기는 실으면서 노동착취가 일어나는 빈민가를 방문하고 탐욕스러운 지도자와 기득권층에 대해 도전한 내용은 싣지 않습니다. 역사, 경제, 정치, 철학, 사회질서, 도덕적 가치 모두 취사 선택하고 적당히 편집해서 그들이 알려주고 싶은 내용만 교과서에 남습니다.

교사로 산다는 것이라는 책은 저자가 30년 전에 썼습니다. 그때와 달리 지금은 도로시 데이나 헬렌 켈러가 교과서에 실릴 수 있지만 미국 우월주의와 사회질서 유지 위주의 내용은 바뀌지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교과서로 배운 아이들은 어떻게 될까요? 히틀러의 명령을 철저히 따른 아돌프 아이히만의 순종적인 태도는 독일 공립학교에서 길러졌다고 합니다. 잘 통제된 공립학교에서 복종하는 것을 배우면, 아이히만처럼 지배자들이 요구하는 낮은 사고력과 높은 애국심을 갖춘 시민이 된다고 합니다. 코졸은 교사가 물들지 말고 올바로 가르치라고 합니다. 상처 받기 싫어 세운 보호막에서 내려와, 생각을 바꿔주는 수업을 하라고 합니다. 언제나 중도에 가까울수록 진실하다는 믿음을 버리고 올바른 것이라면 극단을 선택할 줄 아는 학생을 길러내라고 합니다. 예수님도 당시 사회에서는 극단주의자였다면서……

 

2. 20102월에 토론하고 덧붙인 생각

교사로 산다는 것을 처음 읽었을 때, 들리는 메시지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자고 다짐했습니다. 9년만에 다시 읽으며 <자기만의 수업을 하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년 전부터 나라는 인격에서 나와, 아이라는 인격을 만나는 나만의 수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멋진 아이디어, 감탄을 자아내는 도구를 사용해서 아이들을 사로잡는 수업은 아닙니다. 아무 도구 없이, 온전한 나 자신에게서 나오는 수업입니다. 조금씩 배우고, 변하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간단하게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자기만의 수업을 방해하는 세 가지 걸림돌이 생각납니다.

 

시선.

전 동네 곳곳, 골목과 언덕과 개울을 다니며 수업합니다. 우리 반만 뒷산에 가고, 운동장에서 비 맞으며 수업하면 주위 분들이 한마디씩 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사람들 눈치를 받지 않습니다. 우리 반만 다달이 문집을 내고, 우리 반만 현장학습 가고, 우리 반만 책상 위에 걸터앉아 노래를 불렀습니다. 전 그게 좋아서 선배들이 주는 눈치를 이겨냈습니다. 그때 시키는 대로 했다면 제 수업의 큰 부분이 사라졌을 겁니다.

 

교과서.

이상한 짓 하지 말고 교과서대로 해!” 사실 시키는 대로 하면 편합니다. 문제가 생길 때 시킨 사람에게 책임을 돌리면 됩니다. 교과서만으로 가르치면 안전합니다. 그러나 저는 코졸의 의견을 받아들였습니다. 코졸의 책을 읽기 전부터 교과서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국어 글쓰기 내용은 많이 바꿔서 가르쳤습니다. 교과서에서 제시하는 주제를 버리고, 아이들 삶에 바탕을 둔 글감을 주었습니다. 아이들이 우리 이야기를 쓰게 했습니다.

 

막연한 생각.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교과서를 무시하면 무얼 할까요? 무너뜨리기는 쉬워도 세우기는 어렵습니다. 다른 사람 수업을 분석하고 비판할 점을 찾기는 쉽지만 나만의 수업을 만드는 건 어렵습니다. 막연한 생각은 하지만 실제로 어떻게 해야 할지 찾는 건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게 힘들었습니다. 지금도 계속 찾습니다.

 

교사로 산다는 건, 아이들이 자기만의 길을 걷도록 안내하는 거라 생각합니다.

정해진 길, 사람들이 성공이라 부르는 길만을 따르게 하는 교육이라면

학원에만 다녀도 되지 않을까요?

 

3. 2011-11월 좋은교사 소개 글 중의 한 문단

저자는 학생의 기억에 가장 오래 남는 수업은 공책에 필기한 내용도 아니고, 교과서에 인쇄된 궁색한 문장도 아니다. 그것은 수업하는 내내 교사의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메시지다.” 라고 말합니다. 정말 공감합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교사가 수업 시간에 눈빛으로 메시지를 뿜어내지 않는다면 학생들은 기존 질서를 유지하며 금권을 독점한 지배세력에게 순응하게 된다는 말입니다. 하나님이 세우신 교사가 이런 모습으로 가르치고 있으면 안 되겠지요.

 

 

검정 연필 선생님, 김리리

우리 사부님이 되어주세요., 김리리

뻥이오, , 김리리

 

인터넷 서점 두 곳에서 어린이책 베스트셀러를 검색했다. 50위 중에 만화가 30권이 넘는다. 동화는 세 권뿐이다. 푸른 사자 와니니, 스무고개 탐정, 그리고 만복이네 떡집이다. 만복이네 떡집은 아이들이 참 좋아한다. 교과서에 실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단순한 소재에 좋은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다. 김리리 작가가 쓴 책 중에 가장 많이 팔렸지만 작가는 이 책을 몇 시간 만에 썼다고 한다. 나의 달타냥이 더 마음에 든다고 했다. 작가의 마음과 독자의 마음이 다르며, 어떤 책이 사랑을 받는 건 운명 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생각이기도 하고 내 생각이기도 하다.

김리리 작가를 초청하기 한 달 전부터 아이들과 작가의 책을 읽었다. 세 권을 소개한다.

 

검정 연필 선생님(143)

단편 세 편이 실렸다. <이불 속에서 크르륵>은 무거운 짐을 진 느낌으로 살아가는 첫째 딸의 고민을 담았다. <검정 연필 선생님>은 공부를 짐으로 짊어진 아이가 주인공이다. <할머니를 훔쳐 간 고양이>는 할머니의 잔소리에 지친 아이의 고민을 다루었다. 도깨비가 첫째 딸의 고민을, 검정 연필이 공부에 힘들어하는 아이의 걱정을, 고양이가 할머니의 잔소리 문제를 해결한다.

그러나 한 가지가 이루어지면, 문제만 바라볼 때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어려움이 생기기 마련이다. 고양이가 할머니의 기억을 가져가서 잔소리를 듣지 않게 되었지만 할머니의 다른 기억도 사라진다. ‘치매에 걸려 소중한 기억까지 잃어버린 셈이다. 치매를 이렇게 묘사하다니 대단하다! 검정 연필을 쓰면 성적이 좋아지지만 그럴수록 걱정이 함께 커진다. 주인공 이름이 바름이다. 바름이가 정직하게 바른 길로 갈 것인가? 토론 거리가 많다. 구박받는 첫째 딸 수민이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 가족이지만 마음을 털어놓지 못하니 더 힘들다. 도깨비는 수민이 소원만 들어줄까, 수민이가 가족과 화해하게 도와줄까?

읽으면 알겠지요!!

 

우리 사부님이 되어 주세요(92)

고재미, 오재강, 마주왕은 축구를 잘한다. 자기들보다 축구를 못하던 친구들이 축구 클럽에 들어가면서 분위기가 달라진다. 선수 출신 코치에게 축구를 배우는 세 친구가 하이에나 팀을 만들어 도전한다. 위기를 느낀 아이들이 코치를 찾아 나선다. 그래서 찾아낸 사부가 마주왕의 형이고, 아빠다. 형과 아빠는 과연 훌륭한 사부일까?

축구 시합날이 다가오는데 사부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합에 지긴 싫고, 코치를 구하지도 못한다. 할 수 없이 서로가 서로에게 사부가 되기로 한다. 각자 잘하는 기술을 가르치면서 자신감이 높아지고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생긴다. 서로가 서로를 가르치다니, 참 좋은 생각이다. 결말이 따뜻하다. 남자아이들이 좋아하겠다. , 축구 시합 결과가 어떻게 되었느냐고? 읽어보시라.

 

뻥이오, (91)

순덕이는 말귀를 알아듣지 못한다. 말귀를 알아먹는 구멍이 조그마하게 뚫려서이다. 말이 제대로 드나들지 않아서 뜻을 엉뚱하게 받아들인다. 장갑을 가져오라 하면 장화를 가져오고, 텃밭에서 가지를 따오라 하면 나뭇가지를 꺾어 온다. 순덕이는 친구들에게 바보, 멍텅구리라는 말을 듣는다. 말이 드나드는 구멍을 뻥 크게 뚫으면 어떻게 될까? 너무 잘 알아듣는다면, 상대가 말하기 전에 이미 안다면? 그러면 순덕이는 친구들에게 사랑을 받을까?

이번에는 순덕이 귓구멍이 뻥 뚫린다. 어찌나 잘 들리는지 사람이 듣지 못하는 말까지 다 들린다. 동물들 소리가 막 들린다. 청개구리가 물가에 무덤을 만든 까닭, 토끼가 달리기 시합에서 진 사연, 고양이와 비교해서 차별하지 말라는 강아지의 부탁을 듣는다. 동물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말하면 친구들이 바보, 멍텅구리라는 별명을 바꿔줄까? 바꿔준다. 순덕이가 듣기 싫어하는 다른 것으로.

재미있는 책이다. 쉬운 말도 못 알아듣는 아이가, 동물들 말까지 잘 듣는 아이가 되더니 이야기꾼으로 바뀐다. 김리리 작가는 어릴 적 자신의 경험을 썼다고 했다. 말귀를 못 알아듣고 공부를 못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달라졌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책이 멋진 이야기꾼을 만들어냈다는 말인데, 고맙고 기쁘다. 특히 옛이야기를 새롭게 해석하는 내용이 마음에 든다. 좋은 책이다.

 

저작권 문제

김리리 작가는 글을 쉽고 재미나게 쓴다. 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도 편하게 읽는다. 그렇다고 작가가 편하게 글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 모든 글은 작가가 마음으로 낳은 자식과 같다. 저작권은 자녀를 지키는 마음과 같다고 생각한다.

 

6학년 아이가 김리리 작가에게 질문했다. MBC 드라마 <반지의 여왕>(2017년 방영)이 김리리 작가가 쓴 감정종합선물세트(2014년 출간)를 표절했다는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작품의 플롯은 물론 반전, 소재, 마법 설정까지 똑같아서 MBC에 항의를 했고 다툼이 오갔다는 대답을 해주셨다. 순간 빨강 연필이 생각났다. 검정 연필이 오답을 찾아준다면 빨강 연필은 글을 써준다. 우연히 연필을 갖게 된 아이가 연필을 사용하고, 고민하고, 연필을 의지하는 마음에서 벗어난다는 구성이 비슷하다.

물론 다른 점이 더 많다. 검정 연필이 혼자만의 고민이라면 빨강 연필은 글 잘 쓰는 친구와의 갈등이 이야기를 끌어간다. 빨강 연필은 검정 연필과 달리 장편이라 더 복잡하고 묘사도 많다. 김리리 작가와 둘이 있을 때 빨강 연필을 아는지 물어보았다. 신수현 작가와 빨강 연필에 대해 조심스럽게 대답해주셨다. (참고 : 검정 연필 선생님2006, 빨강 연필2011년 출간)

 

책에 대한 저작권을 말하면 구름빵이 빠지지 않는다. 굉장히 많이 팔렸지만 저자인 백희나 작가는 저작권료를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널리 퍼졌다. 사람들이 출판사 사장을 나쁜 사람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림책 병관이 시리즈를 쓴 고대영 작가는 다른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대영 작가가 출판사 직원으로 일했기 때문에 팔이 안으로 굽는 것일 수도 있지만 내가 한쪽만 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학기에 유은실 작가가 우리 학교에 왔다. 유은실 작가가 아이들에게 글을 잘 쓰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라고 물었다. 권정생 선생님을 좋아한다며, 권정생 선생님 말씀으로 대답했다. “글을 잘 쓰려면 착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김리리 작가도 권정생 선생님을 소개했다. 유은실 작가와 똑같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을 좋아한다고 했다. 사자왕 형제의 모험같은 책을 쓰고 싶다고 했다. 두 분이 권정생 선생님과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저작권을 침해할까? 그분들처럼 쓰고 싶어 하니 그대로 따라 할까?

 

빨강 연필을 쓴 신수현 작가와 몇 달 전에 메일을 주고받았다. 신수현 작가는 조심스럽게, 신중하게 행동하는 분 같았다. MBC가 김리리 작가의 저작권 침해에 대해 어떻게 대응했는지 모른다. 다만 신수현 작가처럼 신중하게, 김리리 작가와 유은실 작가처럼 존경하는 마음으로 상대를 마주한다면 침해라는 낱말이 나오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 저작권 침해 문제로, 작가들이 고민하는 시간을 빼앗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으면 좋겠다.

 

첫째의 추천으로 <책뜰안애 독서모임>에서 토론하려고 읽었다. 뇌가 하는 일을 세밀하게 소개한다. 기존의 뇌과학 책과 다르다. TV 프로그램(6부작)으로 만들어져서 독자 친화적이다. 사진이 많고 새롭다. 인간이 누구인지, 어떻게 의미를 만드는지, 어떤 존재가 될지 등의 문제를 로 풀어간다.

 

함께 읽은 분들은 저자의 견해에 놀라면서도 반대 의견을 냈다. 나도 반대한다. 실험 사례가 극단적(병에 걸리거나 특이 현상을 겪는 사람)이거나 과학으로 검증할 수 있는 것들이다. (방송으로 제작했기 때문에 호기심을 끄는 사례를 많이 보여준 것 같다.) 과학이 아니라 다른 길로 접근해서 균형을 잡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저자도 이를 의식했는지 철학의 문제를 꺼낸다. 그러나 우리의 뇌가 우리를 결정한다는 주장에 대한 증거로 과학만을 내세운다. 아쉽지만 굉장한, 굉장하지만 논란의 여지가 있는 책이다.

 

당신의 정체성은 움직이는 표적과도 같다. 당신의 정체성은 절대로 종착점이 이르지 않는다. (12)

살아가는 동안 우리의 뇌와 몸은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로 조금씩(시계의 시침이 움직이는 것처럼) 변화한다. 예컨대 당신의 적혈구들은 4개월마다, 피부세포들은 몇 주마다 완전히 교체된다. 7년이 지나면, 당신의 몸을 이루는 모든 원자가 다른 원자로 교체될 것이다. 물리학적으로 보면, 당신은 끊임없이 새로운 당신이다. 다행스럽게도 다양한 당신의 버전들 모두를 연결해주는 상수가 하나 있다. 바로 기억이다. 어쩌면 기억은 당신을 당신으로 만드는 연속적인 실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억은 당신의 정체성의 핵심에 자리를 잡고 단일하며 연속적인 자아감을 제공한다. (34-35)

기억의 적은 시간이 아니라 다른 기억들이다. (38)

당신은 대상들을 있느 그대로 지각하지 않는다. 당신은 대상들을 당신답게 지각한다. (52)

우리는 고정된 존재가 아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우리는 미완성 작품이다. (52)

의식은 무수한 세포들이 자신들을 통일된 전체로서 보는 한 방식, 복잡한 시스템이 자신을 거울에 비추는 한 방식이다. (132)

더 나은 결정을 하려면, 당신 자신을 아는 것뿐 아니라 다양한 당신 자신들을 모두 아는 것이 중요하다. (174)

자아는 진공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208)

인공지능 로봇에 대해 (고통 없는 습득이 인식이 될까?)

 

책뜰안애 서재 앞마당에 작은 텃밭을 일구었다. 닭똥거름 뿌리고 삽으로 뒤집었다. 감자를 심었는데 절반가량이 호두 크기다. 달걀만 하면 큰 편이다. 감자 캔 자리에 배추를 심었다. 자리공 열매로 제초제 만들어 뿌리고 손으로 벌레를 잡았다. 농약과 비료를 자주 뿌린 옆집 배추와 비슷하게 커서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한 주일 안 간 사이에 진딧물이 배추를 맛나게 먹었다. 뒤늦게 농약을 한 번 뿌렸지만 소용없었다. 지구를 살리겠다고 풀을 뽑고, 비료와 농약을 거의 쓰지 않은 결과 작은 배추를 얻었다.

 

조금씩 나아지겠지만 농사는 힘들다. 지구를 살리겠다고 거름 만들고, 약을 치지 않으면 더 힘들다. 농부의 인문학은 농부의 생각을 담은 책이다. 좋은 결과를 만들어주고, 유행으로 오르내리는 뜻에서의 인문학과는 거리가 멀다. 사람이 마땅히 걸어가야 할 길을 생각하고, 자연에서 얻은 지혜를 말하는 인문학이다. 인용하는 책이 많지 않고, 이름난 책도 아니어서 그런 인문학을 생각하고 읽으면 안 된다.

 

골치 아픈 집안 문제에다 자식까지 속을 썩여 몇 해째 잠을 못 자고 날마다 죽고 싶은 생각뿐인 어머니 한 분이 찾아왔습니다. 지나가는 자동차만 보면 뛰어들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는 그 어머니를 위해 아내와 나(서정홍 선생님)는 직접 농사지은 녹두로 빈대떡을 부치고, 된장찌개와 감자볶음을 하여 소박한 밥상을 차려 드렸습니다.~ 며칠 뒤에 전화가 왔습니다.(109) ” “몇 해째 수면제 안 먹고는 잠을 못 잤는데, 이젠 수면제 안 먹고도 잠을 잘 수 있습니다. 그때 차려 주신 밥상 덕분입니다. 내내 잊지 않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빨리 읽으면 다 아는 이야기이지만 천천히 읽으면 깊은 이야기를 담았다.

 

사람을 살리고 땅을 살리는 농부의 생각이 소박하면서 아름답다. 아내와 땅을 사고, 집을 짓고, 정원을 만들고, 텃밭을 일구며 꿈을 꾸었다. “자급자족하자!” 서정홍 선생님처럼 하긴 어렵겠지만 조금씩 따라 할 생각이다. 책뜰안애에 오는 분들에게 깨끗한 야채로 밥상 차려 주고, 깊은 문장으로 마음을 어루만지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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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알아야 이해하는 책이 있다.

당시 문화와 어휘를 모르면 명작도 단순한 줄거리만 남는다.

 

기독교인이 성경을 읽지 않는다고 한다.

소선지서는 성경을 읽는 사람도 뒤로 미뤄두는 부분이다.

즉 소선지서를 읽고 묵상하는 사람이 아주아주 적다는 뜻이겠지.

 

소선지서를 읽지 않는 마음이 이해가 된다.

시대를 모른 채 읽으려면 마음에 드는 문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소선지서는 그런 문장이 별로 없다.

십일조 내라고 말라기 일부, 교회 건물 지을 때 학개 일부를 인용하는 정도다.

미가와 하박국과 요엘 일부가 노래로 만들어져 약간 친해졌지만

선지자들이 무엇을 말하는지는 모른다.

그들이 왕족인지, 몰락한 귀족인지, 가난한 농부인지 모르니까.

체념해서 망하라고 외쳤는지, 망할 리 없다고 확신하며 외쳤는지 모르니까.

그래서 요나만 남았다. 요나가 바로 나~ 라고.

 

성서를 읽다의 부제, ‘역사학자가 구약성서를 공부하는 법

그동안 내가 성서를 묵상한 방식이다.

난 말씀을 들었던 당대 사람들이 어떻게 이해했는지 알고 싶었다.

역사를 잘 아는 학자가 선지서를 보면 역사를 바탕으로 읽는다.

선지서 전체를 50번 넘게 읽었고, 꾸준히 묵상했고

선지서를 해설하는 책도 읽었지만

성서를 읽다에서 소선지서를 새롭게 만났다.

 

소선지서 해설에 앞서 소개하는 출애굽기와 민수기 내용도 좋고

부록으로 넣은 김교신 선생 이야기도 좋다.

(저자가 김교신 선생을 무척이나 존경하나 보다.

어울리지 않는 내용인 줄 알면서도 부록으로 넣은 걸 보면...)

추천한다. 소선지서를 이해하는데 빛을 비춰주는 책이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 한 권으로 꿰뚫는 소예언서

(소선지서 전체를 교차대구로 분석해서 소개하는 책이다.)

 

시인과 평론가, 두 사람 중 누가 시의 본질을 제대로 읽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물론 독자의 몫입니다. 하지만 같은 사물을 각자의 내적 성향에 따라 다른 의미로 읽어 낸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그래서 미국 역사가 칼 베커는 이렇게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그들의 사상을 명료하게 밝혀 주는 책, 그들의 동기를 잘 표현해 주는 책, 그들의 마음이 이미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던 바로 그 사상을 그들에게 제시해 주는 책에 영향을 받는다.” (11-12)

 

민중의 예언자 미가는 수도 예루살렘 주민보다 시골 사람들에게 더 큰 애정을 보였다. 시골 출신인 그는 고향 마을 사람들과 자신을 동일시했다. 예언자 이사야가 주로 도시와 궁정의 타락과 음모를 풍자비판한 데 비해, 미가는 농민을 학대한 지주들의 탐욕과 불의를 꾸짖었습니다. 그는 상인 집단에 대해서도 신랄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38)

 

자연보호 사상을 설파한 예언자 하박국의 사상 또한 대단히 현대적입니다. 그는 레바논 숲을 마구잡이로 벌목해 각종 건축 재료로 사용한 바빌로니아인을 비판합니다. ~ 하박국은 자연을 고갈시킨 바빌로니아인을 규탄하며, 숲이나 짐승 같은 자연계마저 일정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현대의 환경론자, 생태주의자들이 귀감으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는 주장입니다.(39-40)

 

기독교 신앙은 이 땅의 터줏대감을 버리고 서아시아 모래밭의 하나님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연신을 떠나 역사의 신을 향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한반도에서 서아시아로의 지리적수평적 이동이 아니라 자연종교에서 역사종교로의 수직적 비약입니다.(61)

 

존 로크의 경험주의 철학과 마찬가지로, 그것은 라는 질문을 포기하고, 오로지 어떻게라는 문제에만 집착하는 특징을 갖습니다. 현대의 교육과 학문은 대부분이 같은 경험주의와 실증주의의 틀 속에서 행해지고 있으며, 정규교육을 받은 오늘날 교양인들의 의식 역시 그 같은 사고의 틀에 의해 규제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현대의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선뜻 기독교적 관점에 접근하기 어려운 이유는 최근 300년 동안 세계를 지배해 온 이 같은 사고에 있지 않을까요. (78)

 

만일 그들이 어떤 사건을 경이롭고 의미심장하게 느꼈다면, 그 이유는 그 사건이 자연법칙을 깨뜨렸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 가운데 신이 임재하고 활동하고 있음이 그 사건을 통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81)

 

→ 『구약성서저자가 민족 형성 당시 이스라엘 민족의 신앙적 동요 또는 철저한 불신을 대단히 솔직하게 펼쳐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모세마저 불신에 빠진 나머지 약속의 땅에 들어감을 허락받지 못했다고 전합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기 민족의 첫 출발이 보잘것없음을 이토록 솔직하게 털어놓은 민족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야훼의 백성이요, 종교 민족으로 자처하는 이들에게 조상들이 품은 불신은 인간적으로 커다란 수치였을 겁니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민족적 자긍심을 크게 손상시키는 일이었을 테지요. (87-88)

 

야곱의 아들들과 함께 이집트로 들어가지 않은 많은 수의 히브리인이 있었으며, 출애굽 사건이 일어나기 오래전부터 이미 상당수의 히브리인이 모세의 영도를 받지 않고 이집트를 빠져나왔다는 사실입니다. 모세의 영도하에 이스라엘 백성이 가데스바네아의 오아시스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그곳에서 다른 경로를 통해 이집트에서 먼저 빠져나온 히브리인들 그리고 오래전부터 이미 그 지역에 체류하고 있던 다른 히브리인 집단을 만나게 됩니다. 모세 영도하의 이스라엘 백성이 가진 야훼 신앙은 도망 나온 히브리 노예들과 아무런 사회적 기반 없는 부랑 집단에게 강한 흡입력을 발휘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신앙은 그들이 이전에 누리지 못했던 공동체적 유대감과 동질성을 느끼게 해 주었을 겁니다. 그 결과 새로운 신앙으로 개종해 모세 휘하에 들어가는 자가 속출하게 됩니다. (113-114)

 

뽕나무 재배 농민 아모스 : 뽕나무는 해발 300미터 이상에서는 생장하지 않습니다. 이를 통해 뽕나무 밭이 그의 거주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25)

 

아모스는 거의 모든 주변 민족의 역사와 지리에 대해 완벽한 지식을 과시합니다. 이렇게 보면 아모스는 토머스 칼라일이 말한 거룩한 농부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손에 괭이를 들었으되 마음에 우주의 진리를 품은 사람이란 뜻이지요.(133)

 

고난이 인간을 위대하게 만든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기라도 하듯, 아모스를 비롯해 이사야, 예레미야, 에스겔 등 구약의 예언자는 대부분 척박한 유다 땅에서 배출되었습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북왕국 이스라엘이 산출한 비중 있는 예언자로는 호세아 한 사람밖에 들 수 없으니, 인물 배출이란 점에서 보면 북방이 단연 남방보다 열세에 놓인 셈이지요. 나다나엘은 빌립에게 나사렛(북왕국)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나올 수 있겠소? 라고 질문했는데, 이 말에는 은연중 이스라엘에 대한 경멸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바로 이곳 이스라엘에서 예수그리스도가 태어나고 베드로, 요한, 야곱 등 대사도가 출현했으니 이것이야말로 경박한 인간의 의표를 찌르는 신의 섭리라 할 것입니다. (160-161)

 

아모스는 여로보암이 사망하기 5년 전(기원전 746), 늦어도 기원전 752년경에 예언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사마리아가 앗시리아에 의해 함락되기 직전까지 계속 활동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스라엘이 멸망으로 치닫던 위난의 시기에 그는 거의 30년이란 세월 동안 야훼의 예언자로서 조국의 멸망을 선포해야 했습니다. (163)

가난한 농민들 틈에 섞여 살았던 미가는 이웃 농민들이 당한 어려움과 고초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그들을 괴롭힌 세력가들에게 누구보다 큰 분노를 느꼈습니다. (201)

 

스바냐가 예루살렘에 살았다는 증거 : (1:10-11) ‘물고기 문에서는 곡성이, ‘둘째 구역에서는 울부짖는 소리가, 산 위의 마을에서는 무너지는 소리가 날 것이다. 나 주의 말이다. 막데스에 사는 너희는 슬피 울어라. 장사하는 백성은 다 망하고, 돈을 거래하는 자들은 끊어졌다.

- 둘째 구역은 예루살렘 부유층 거주 지역을, 막데스는 상인 구역을 가리킨다. 예언자가 수도 예루살렘의 지리는 물론, 주민 각 계층의 생활을 세세하게 알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또한 예루살렘 주민들이 행한 종교적사회적 관행을 상세히 묘사한 부분(1:4-8, 1:12)은 예언자가 예루살렘에 살며 주민들의 생활을 직접 목격하고 관찰했음을 드러냅니다. (218)

 

스바냐가 왕족이라는 증거는 그가 이방 풍습을 모방하는 왕족들을 비판한 것이나(1:8), 그 하인들의 모모한 횡포를 꾸짖은 점에서도(1:9)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설명하겠지만 스바냐는 요시야를 도와 개혁에 참여한 예언자이기도 합니다. 전반적으로 스바냐는 돈과 권력을 가진 유한계급을 질타했으나 결코 빈민의 입장에는 서지 않았고, 아모스나 미가처럼 빈민의 고통에 동정을 표하지도 않았습니다. 이 같은 경향은 스바냐가 왕실 가문에 속했기 때문에 가난을 경험하지 못한 데서 기인했다고 설명하면 쉽사리 납득할 수 있습니다. (220-221)

 

학개가 예언을 시작한 것은 어느 가을날이었습니다. 11절에는 6월이라고 되어 있는데, 여기서 6월은 오늘날의 8월 말, 9월 초에 해당합니다. 백성이 생활고에 시달리며 빈약한 수확을 거두어들이던 때였습니다. (287)

 

말라기의 예언 방식은 대단히 특이한데, 이를 그의 개인적인 특징이라고만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는 마치 교사 같은 태도를 취합니다. 스바냐에 의해 예언이 묵시적 성격을 취했고, 하박국에 의해 예언이 지혜서의 성격을 취했다면, 이제 말라기에 이르러 예언은 교육적논증적 형태를 취하게 된 것입니다. (317)

 

앞서 요나는 니느웨가 멸망하지 않았기 때문에 화를 냈지만 이번에는 박 넝쿨이 멸망했기 때문에 화를 낸 것입니다. (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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