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8일 아침에 사울의 실패를 묵상하다가 쓴 글.

나를 알고, 나 자신으로 살아야 한다. 나를 모를 때는 내가 잘하는 일을 하면서 우쭐댔고, 내가 못 하는 일을 하면서 좌절했다. 나로 살지 못하며 다른 사람과 비교했다. 학부모가 보는 나, 동료 교사가 보는 나, 무엇보다 하나님이 보는 나로 살아가려 했지만 그들이 무엇을 보는지는 내가 결정했다. 내가 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에서 다른 사람보다 앞서려고 발버둥 쳤다.

하나님 앞에서 살아가려는 노력조차 온전한 내가 아니었다. ‘하나님 앞에서’라는 이름으로 나를 내세우려는 시도였다. 정말 자기 자신으로 살면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는다. 내 생각, 내 기준도 의식하지 않는다. 하나님 앞에서 살아간다는 생각도 신경 쓰지 않는다. 자연스레 살아간다. 조금씩 이렇게 되어간다. (이렇게 되려고 노력한 게 아니라 어느날 문득 내가 변했음을 느낀다.)

지금은 누군가를 의식하는 태도가 많이 줄었다.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독서 모임을 인도할 때 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부담을 가지지 않는다. 아직도 몸에 밴 습관이 드러나서 신경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점점 나 자신으로 살아간다. 내가 잘하는 일을 하면서 우쭐대지 않고, 못 하는 일을 해도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좋은 책의 가치를 몰라보고, 인기에 영합하는 책을 좋아해도 그러려니 한다. 나는 나로 살아간다.

오랜만에 책뜰안애 독서 모임을 했다. 노자의 도덕경 81장을 ‘가르침과 배움’으로 풀어 쓴 책인 『배움의 도』를 나누었다. 참여한 분이 친구에게 이 책을 선물했더니 친구가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고 했다. 자기계발서를 좋아하는 친구에겐 <배움의 도>가 보이지 않았다.

첫째가 책 내용이 마음에 들고 좋다고 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루어지기는 어렵다고 했다. <배움의 도>로 이끄는 사람, 이렇게 가르치는 사람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렇게 가르쳐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거의 없을 거라 했다. 함께 한 분들이 첫째에게 이런 사람을 만난 적이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두 손으로 나를 가리켰다. 『배움의 도』를 나누면서 첫째 눈을 바라보고 싶을 때가 많았다. 그때마다 첫째도 나를 바라봤다. 가끔은 눈물이 맺힌 채 나를 보았다. 나는 나 자신으로 살았다. 첫째도 세상의 흐름, 10대들 사이에서 자기 자신으로 살았다.

난 좋은 아빠가 되려고 노력했다. 나처럼 아이를 기르는 사람이 없어서 우쭐댔지만 사실 외로웠다. 주장과 자랑은 한순간이고, 사람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면서 느끼는 외로움은 길~고 끊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아이들도 외로움을 느낄 것 같았다. 책 이야기는 집에서나 하고, 학교에서는 자기들이 모르는 이야기가 가득했다. 친구들이 가볍게 조사해서 발표할 때 얘들은 깊게 생각하고 발표했다. 학교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감탄하며 다가온 친구가 있었지만 잠시뿐이었다. 가치관이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둘째는 아이돌도 좋아하고(카이사르와 살라하딘보다 좋아하진 않지만) 친구들과도 잘 지냈다. 그러나 진짜 친구는 언니밖에 없었다. 둘이 싸우는 걸 본 적이 없다. 몇 시간씩 이야기하며 노는 모습이 참 신기했다. 첫째는 조용히 혼자 지냈다. 외롭다고 했다. 그러나 자기만의 눈으로 바라보며 자신으로 사는 아이에게 외로움을 이길 방법을 말하기 어려웠다. 그건 자신이 직면해서 ‘이겨내거나’, ‘함께해야’ 한다. 넘어서든지 친구가 되든지 해야 한다.

10달 전에 『배움의 도』를 나누기로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이제야 모였다. 모임하다가 책을 볼 필요가 있어서 내가 가진 책을 건넸더니 핸드폰을 보여준다. 책 전체 내용을 전부 컴퓨터에 입력했다고 한다. 고3 졸업하고 대학 입학을 기다리며 『배움의 도』를 컴퓨터에 입력하는 아이라니~!

‘너답다.’ 고3학년 때도 공부보다 글쓰기에 더 신경 쓴 아이! 자기 자신으로 살면 좋겠다. 세상이 이해하지 못하는 길을 가느라 외롭더라도.

#바보온달을_쓴_이현주_목사님이_번역한_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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