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에게 박수를 보낸다. 지구를 악당에게서 구해내는 슈퍼맨, 고담시를 범죄자들에게서 구하는 베트맨에게 열광한다. 신화에나 나오는 토르와 만화 주인공 캡틴 아메리카가 같은 시대, 같은 장소에서 외계 괴물을 물리치는 말도 안 되는 영화에도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 대단한 능력에 대한 찬사는 기네스북이라는 이상한 기록까지 만들어냈다. 손톱과 수염을 길게 기르고 이상한 자세로 오랫동안 꼼짝도 하지 않는 것조차 감탄의 대상이 되었다.
기네스북과 슈퍼히어로를 합쳐놓은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지구를 구하고 범죄자를 소탕하며 화재현장에 뛰어들어 아기를 안고 걸어 나올까? 이게 사실이라면 멘사 회원들은 두뇌를 활용하는 곳에서 세계 평화를 위해 일해야 한다. 그런데 왜 책을 통째로 외우고 계산기보다 빨리 계산하는 사람들이 평범한 사람들과 똑같은 모습으로 살아갈까?
“능력자가 화나면 무섭다.”
밉스 가족은 굉장한 능력을 갖고 있다. 할아버지는 지진을 일으켜 땅덩어리를 넓힌다. 할머니는 전파를 잡아 병에 넣어두고 듣고 싶을 때마다 음악과 연설을 듣는다. 다이나 이모는 사람들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어서 ‘경찰이 올 때까지 가만히 앉아있어.’라는 말 한 마디로 강도를 잡았다. 대고모 줄스는 재채기를 할 때마다 시간을 20분씩 되돌린다. 사촌 올리브가 째려보면 얼음이 언다. 로켓 오빠는 전기를 뿜어낸다. 피시 오빠는 폭풍우를 일으킨다.
밉스 가족과 친해지면 못할 일이 없겠다. 우리나라를 독도까지 연결해서 일본이 다시는 쓸데없는 소리 못하게 하겠다. 적군의 전파를 모두 들을 수 있으니 우리에게 덤비지 못하겠다. 시간을 돌려 로또와 복권에 계속 당첨되겠다. 전기를 만들 수 있으니 발전소를 짓자 말자 하며 싸우지 않아도 된다. 가뭄과 홍수도 조절할 수 있다. 아니, 다이나 이모만 있어도 되겠다. 방송에 나와서 ‘착하게 살아라.’ 외치면 우리나라는 범죄와 폭력이 사라진 나라로 바뀔 것이다.
물론 밉스 가족을 화나게 하면 큰일 난다. 로켓 오빠가 화나면 전기기구가 다 망가지고 전등이 모조리 깨진다. 아빠가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는 온 도시를 암흑으로 만들어버렸다. 피시 오빠는 폭풍을 일으켜 창문을 깨고 지붕을 날려버리며 집을 무너뜨렸다. 그래서 밉스 가족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학교와 가게, 주유소도 없는 아주 작은 마을에 산다. 지구를 구하기는커녕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피해 다닌다. 왜냐하면 자신의 능력을 제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통제하지 못하는 능력은 재앙이다.”
밉스 가족은 13살이 되면 놀라운 능력이 생긴다. 어떤 능력을 갖게 될지는 생일이 되어야 안다. 밉스네 가족은 기대와 걱정을 동시에 갖고 생일을 기다린다. 대단한 능력을 갖게 되는데 왜 걱정하느냐고? 능력을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피시 오빠의 13살 생일날에는 예상치 못한 폭풍우가 몰아쳤다.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가운데 밉스네 가족은 피시 오빠를 진정시키고 이사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통제하지 못하면 재앙을 불러온다.
초등학교 1-2학년과 지내면 예상치 못한 사고가 일어난다. 의자에 앉는 곳과 등을 대는 곳 사이에 있는 공간에 머리가 끼어 119 구급대원이 의자를 줄칼로 잘라내고 머리를 빼낸 아이가 있다. 앉는 곳과 등을 대는 곳 사이 공간에 머리를 넣는 흉내를 내다가 힘을 조절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급식으로 준비한 국통에 빠진 아이도 있다. 친구를 밀어 다치게 한 아이는 장난삼아 살짝 밀려고 했는데 갑자기 힘이 팍 들어갔다고 말했다. 모두 자신의 힘을 통제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사고이다.
대단한 능력을 조절하는 건 다름 아닌 평범한 원리다.
밉스 버몬트(주인공)가 13살이 되기 이틀 전에 아빠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온몸의 뼈가 으스러질 정도의 큰 사고여서 의식이 돌아올 것 같지 않다는 소식을 들었다. 밉스는 13살 생일날 자신에게 사람을 살리는 능력이 생기기를 바란다.
공교롭게도 생일날 아침에 밉스네 집에서 기르던 거북이가 겨울잠에서 깨어났다. 죽은 줄 알았던 거북이가 깨어나는 걸 보고 밉스는 자신이 아빠를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밉스는 말이 없는 동생 샘슨, 목사님 딸 바비, 아들 윌 주니어와 함께 병원이 있는 도시 이름이 적혀있는 성경 배달 버스에 몰래 올라탄다. 자신의 능력을 통제하지 못해 외딴 곳으로 온 피시 오빠와 함께.
그러나 버스는 병원과 반대쪽으로 달린다. 버스 운전사인 레스터 씨는 아이들 앞에서도 우물쭈물 말하는 주눅 든 남자다. 자신감이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자기에게 일자리를 준 칼린에게 붙들려 시키는 대로 한다. 레스터 씨는 아이들의 부탁을 거절하고 칼린에게 간다. 칼린이 사는 곳 바로 옆에는 거대한 호수가 있다. 물이 있는 곳에서 피시 오빠가 일으킨 폭풍우 때문에 이사를 갔는데 버스가 호수를 향해 달리고 있다. 어떻게 될까?
버스에는 대단한 능력을 가졌으나 조절하지 못하는 아이가 타고 있다. 바비와 윌 주니어는 자기 문제 때문에 자신들만의 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레스터 씨는 아예 능력이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이들이 함께 여행하면서 대단한 능력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또한 대단한 능력을 조절하는 건 다름 아닌 평범한 원리라는 걸 배운다. 사랑, 믿음, 이해, 용기, 배려가 없으면 대단한 능력은 재앙을 일으킨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
부모들은 자녀가 뛰어난 능력을 갖기 원한다. 공부, 운동, 노래와 춤, 그림이나 피아노 무엇이건 다른 사람보다 잘하기 원한다. 그래서 공부만 잘하게 된다면 돈이 조금 더 들어도, 가족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줄어도, 힘들어도 참는다. 가족들이 서로 사랑하며 추억을 남겨야 할 시간에 능력을 기르라고 등을 떠민다. 너무 떠밀어 아이가 구덩이에서 헤매는 지도 모른다.
개미
김근기 (6 남)
개미가 모래 구덩이에 빠졌다.
나가려고 허우적댄다.
나가려도 발버둥 쳐봐도 모래가 무너져 나갈 수가 없다.
개미가 드디어 탈출에 성공했다.
무래 구덩이는 어른들!
개미는 우리들이다.
언제쯤 우리는 모래 구덩이 바깥으로 나갈 수 있을까?
어른들은 아이들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 너무 오래 전에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일까, 아이들 마음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밉시는 사람 마음을 읽는 능력을 받았다. 몸에 문신이나 그림이 있으면 그 사람의 마음을 들을 수 있다. 손에 얼굴만 그려도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능력을 자기만을 위해 사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싶어 한다. “내 초능력이 반대로 일어날 수만 있다면 아주 좋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내 손등에 방긋 웃는 해를 그려서 사람들한테 내 느낌을 하나하나 다 말해 주고 내가 지금 이 완벽한 순간에 너무나 행복하다는 걸 알려 줄 수만 있다면 아주 좋을 것 같았다. (267쪽)”
아이들은 어른과 세상을 다르게 본다. 아이들은 바람만 불어도 웃는다. 가방을 떨어뜨려도 웃고 주머니에서 동전이 짤랑대도 웃는다. 아이들이 깔깔대고 뛰어다니며 사는 까닭은 하루하루를 새롭게 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늘 똑같다고 생각하는 삶에서 놀라움을 발견한다. 낙엽이 떨어져도 놀랍고, 눈이 와도 놀랍고, 바람에 빗방울이 흩날려도 놀라워한다. 아이들은 자신을 둘러싼 것들을 사랑한다.
이 능력이 부럽다. 서로 믿어주고 사랑하는 능력, 아무하고나 친구가 되는 능력, 날마다 똑같은 일상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능력, 일상에서 놀라움을 찾아내는 능력, 구덩이에 빠져가는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손을 내미는 능력……
'내가 읽은 책 > 청소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소년 진로 책 소개 (0) | 2021.11.14 |
---|---|
스프링벅, 배유안 (0) | 2021.01.29 |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0) | 2020.07.02 |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끝날까? (0) | 2020.03.19 |
더 브레인 (데이비드 이글먼, 296쪽) / 과학, 고등 이상 (0) | 2020.0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