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에 한 번씩, 학교 밖에서 책 좋아하는 중학생들과 독서반을 합니다. 책 한 권을 90분씩 4, 6시간 동안 나눕니다. 내용을 파악하고 토론하고 글을 씁니다. 깊이 읽고 곱씹어 진한 맛을 보려면 6시간으로도 부족합니다. 5년 동안 독서반을 하면서 학생들이 가장 좋아했던 책 중에 하나가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입니다. 원제는 <작은 나무의 교육>입니다. 체로키 인디언 할아버지가 손자인 작은 나무를 가르치는 이야기입니다.

백인들이 미국에 정착하면서 아메리카 원주민을 몰아냅니다. 백인들은 편견과 탐욕에 물들어 먼저 살고 있던 사람들을 처리해야 할 인디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훌륭한 문화와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땅을 빼앗고 가족을 죽이고 공동체를 무너뜨렸습니다. 꿈 꿀 수조차 없게 만들었습니다. 갑작스럽게 밀어닥친 소용돌이 속에서 할아버지는 숲에 숨어 술을 만들어 팔면서 살아갑니다. 손자인 작은 나무를 가르치면서 똑똑하고 발달한 문명을 자부하는 백인들이 얼마나 어리석고 이기적인지 풍자합니다. 우리가 얼마나 편견과 탐욕에 물들어 있는지 돌아보게 만드는 책입니다.

어느날 할아버지가 작은 나무에게 자신이 어릴 적에 보았던 이야기를 해줍니다. 남북 전쟁이 한창일 때 산속 깊은 골짜기 빈 터에 있던 오두막에 도망자가 찾아듭니다. 야위고 피곤에 찌든 여자, 여위어서 노인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어린 여자애 둘, 누더기가 다 된 더러운 회색 군복(남군 군복)을 입은 다리 하나가 잘려나간 남자, 다리를 질질 끌며 간신히 걸어 다니는 흑인 노인 한 명입니다. 노새에게 채우는 가죽 끈을 자기들 몸에 두르고 한 번에 두세 걸음씩 겨우 움직이며 땅을 갈아엎습니다. 꼬꾸라지고 넘어지기만 할 뿐 일이 진척이 없지만 그들은 이 땅에 기댑니다. 그들에겐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같은 땅이었을 겁니다. 이때 연방군(북군) 병사들이 지나갑니다.

다음날 늙은 노새 한 마리가 나타납니다. 노새가 오고 사흘 째 되는 날 밭의 1/4 정도를 갈아엎습니다. 나흘 째 되는 날 연방군 하사가 씨앗용 옥수수를 두고 갑니다. 다음날부터 날마다 일리노이 주 출신의 농부인 하사가 근무시간이 지난 뒤에 찾아와 쟁기를 끌고 함께 일합니다. 사과나무 묘목을 가져와 심은 뒤에 하사가 말합니다. “좋은 땅입니다.” 외다리 남자가 이어서 그래요. 좋은 땅이지요!” 라고 말하자 늙은 흑인이 제가 지금껏 길러본 중에서 가장 좋은 옥수수예요.” 라고 거듭니다. 소망을 갖게 해주고 살게 해줄 땅과 옥수수만큼 좋은 건 없겠지요.

갈 곳 없이 떠돌던 가난한 사람들에게 쉴 곳을 주는 땅은 정말 좋은 땅입니다. 그 땅은 하나밖에 없는 다리로, 힘이 다 빠져나간 팔로 땅을 일구는 사람들에게 소망이 되어줍니다. 그들은 어느 빈 터에 꿈을 겁니다. 읽으면서 이 사람들이 행복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소년인 할아버지가 메기를 갖다 주는 모습을 보면서 인디언, 흑인, 백인이 친구가 될 수 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땅이 다툼과 탐욕의 도구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며 서로에게 소망이 되어줄 수 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어느날 늦은 오후에 열 명이 넘는 감독관들이 말을 타고 옵니다. 다리 없는 백인과 야윈 여자, 노인 같은 여자아이, 다리를 끄는 흑인 노인이 갈아엎고 옥수수를 심으며 소망을 키워가는 이곳에 붉은 깃발을 꽂습니다. 이 땅을 탐낸 부자가 땅주인이 도저히 낼 수 없는 세금을 부과하고 땅을 빼앗아갈 때 쓰는 방법입니다. 그들은 세금을 더 많이 거두기 위해 새로운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킨 정치가의 하수인들입니다. 땅을 갈던 세 사람은 감독관들에게 대항합니다. 세 사람에게 이 땅은 삶을 온전히 걸만한 마지막 소망과 같기 때문에 이기지 못하는 싸움인 줄 알면서도 물러서지 않습니다. 땅이 누군가에게는 존재 자체와 같다는 걸 알고 있는 하사도 함께 대항합니다.

감독관들은 외다리 남자와 늙은 흑인, 하사까지 죽이고 폭동이라고 속입니다. 폭동을 막기 위해서라도 자신들이 재선되어야 하며, 폭동에 대비하기 위해 세금을 더 거둬야 한다고 떠들어댑니다. 어느 빈 터에 꾸었던 꿈이 무너지고 돈 많은 부자가 또 하나의 재산을 챙깁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꿈이 뭐냐고 묻습니다. “10억 벌기요!” 10억은 벌고 싶은 돈의 액수가 될 수는 있지만 꿈은 아닙니다. 꿈은 황무지에 곡식이 넘실거리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지금 심은 사과나무에 꽃이 피어 열매를 따먹는 날을 기대하는 마음입니다. 흑인, 인디언, 백인이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걸어가게 만드는 게 꿈입니다. 현실을 바라보면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은 일일지라도 기대하게 만드는 게 꿈입니다. 10억 벌어 자기 혼자 잘 먹고 잘 살겠다는 건 꿈이 아니라 탐욕입니다.

저는 강원도 삼척에 삽니다. 어릴 때부터 다니던 교회 마당을 넓혀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마당에 붙은 언덕과 비탈을 사려고 주인을 알아보니 도시 사람입니다. 나무도 심지 못하고 밭을 일구지도 못하고 집을 지을 수도 없는 경사 급한 비탈을 도시 사람이 왜 샀을까요? 터무니없이 돈을 많이 달라고 해서 교회 마당을 넓히지 못했습니다. 부동산 중개업자가 꿈을 불어넣었겠지요. “괜찮은 땅이 있습니다. 몇 년 기다리면 돈이 될 겁니다.” 하는 꼬드김에 넘어가 땅을 샀을 겁니다. 한 번이라도 내려와서 봤다면 도로와 교회 사이에 있는 쓸모없는 비탈을 사지 않았을 텐데 지도만 보고 샀을 겁니다.

어느 빈 터에 꿈을 걸었던 세 사람이 꿈을 이루며 살 수 없을까요? 팍팍하게 계산기 두드려 돈으로 가치를 정하지 말고 꿈으로 가치를 정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꿈으로 가치를 정한다면 어느 빈 터는 세 사람이 가져야 합니다. 이렇게 말하기엔 현실이 너무 팍팍하지요! 경쟁사회에서 황무지를 개간하고 사과나무를 심는 일이 미련하게 보일 겁니다. 현실을 무시한 환상이라는 걸 저도 압니다. 그러나 이건 순진한 사람들만의 생각이 아닙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주는 것이 정의라 했습니다.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263) 그럼 그 땅은 세 사람에게 주어져야 합니다. 그들은 그곳에 생명을 걸었습니다.

저는 교회 비탈에서 총싸움을 하고 스파이 놀이를 했습니다. 눈을 쓸어내고 아카시아 나뭇잎을 잘라 놀았습니다. 비탈은 제게 추억의 장소입니다. 세 사람이 땅을 일구며 미래를 꿈꾼 것처럼 저는 비탈을 보며 추억에 잠깁니다. 땅 주인에겐 팔리지 않는 골칫거리인 그 땅이 누군가에게는 추억이고 꿈입니다. 땅이 이웃과 함께 발을 딛는 곳, 추억을 함께 나누는 곳이 아니라 투자 대상으로 여겨지는 사회는 정상이 아닙니다. 갑자기 땅값이 올라서 마땅히 받아야 할 것 이상을 받으면 좋은 걸까요? 뛰어놀던 골목 잃고, 돌아갈 고향 빼앗기고, 추억이 깃든 공간을 내어주는 대가로 돈을 더 받는 건 좋지 않습니다. 우리 자녀에게 꿈을 돈으로 계산하는 사회를 물려주면 안 됩니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을 읽고 권민하(1 )가 쓴 글입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사랑한다는 표현 대신 이해한다.’고 하신다. 이해하면 서로 사랑하게 되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에서는 서로 이해하는 가족이 적다. 부모와 아이는 서로 이해하지 못한다. 부모는 자기가 열심히 일하는데 아이는 놀고 공부도 안 한다고 한다. 아이는 아이대로 자기는 공부하는데 부모가 매일 화를 내고 논다고 한다. ~ 사랑을 느끼지 못하고 사는 인생은 허무할 수밖에 없다. 돈과 문명에 젖은 사람들은 허무함조차 느끼지 못한다. ~”

돈과 문명에 젖어 허무함조차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느 빈터에 꿈을 심지 못합니다. 외다리, 늙은 흑인, 가난한 아낙네가 땅을 잃을 때 어떤 마음일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나는 가슴이 뻥 뚫린 것처럼 허전하고 마음이 아팠다. 할아버지는 네 기분이 어떤지 잘 안다. 나도 너하고 똑같은 기분을 맛보고 있다. 사랑했던 것을 잃었을 때는 언제나 그런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것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는 것뿐이지만 그렇게 되면 항상 텅 빈 것 같은 느낌 속에 살아야 하는데 그건 더 나쁘지 않겠느냐고 말씀하셨다.> 어느 빈 터에서 꿈을 꾸는 이웃을 이해하고 사랑하면 좋겠습니다.

 

월간 <좋은교사> 책소개 119번째

《중앙 유라시아 세계사》, 크리스토퍼 백위드
《조미아, 지배받지 않는 사람들》, 제임스 스콧

학부모 문학 기행에서 김용철 작가 작업실에 가기 전에 선사박물관에 들렀다. 학부모와 아이들은 선사시대 사람들을 우가우가외치는, 유인원과 우리 사이 어디쯤의 생명체라 생각한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선사시대 사람들이 우리보다 능력이 많았을 거라고 썼다. 집 짓기, 짐승 잡기, 곡식 기르기, 도구 만들기 등 온갖 일을 손수 다 했으니 더 능력이 많다는 주장에 동의가 되었다. 컴퓨터 고치고 핸드폰 칩을 다루는 능력이 야외에서 생존하는 능력보다 낫다는 말을, 왜 그대로 받아들였을까?

박물관 들어가기 전에 유발 하라리의 설명을 알려줬다. 학부모와 아이들 견학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우가우가와는 먼, 실제 능력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패자로도 기록되지 않았던 사람들의 역사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 한다. 승자는 역사를 왜곡한다. 자신들의 정당성을 내세우고 패자를 나쁘게 기록한다. 영국이 신사의 나라로 알려졌지만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한 짓은 신사와 거리가 멀다. 미국 영화에 비친 아메리카 원주민(인디언)은 사실과 너무 달라 전체를 다 바꾸어야 할 지경이다. 패자도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역사를 쓴다. 일본이 자신들을 피해국가라고 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선사시대 사람들이 우리보다 더 똑똑하다는 이야기처럼, 우리가 잘못 아는 역사가 얼마나 많을까? 의심조차 하지 못한 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들이

모든 국가가 자신에게 유리하게 역사를 기록한다면 반드시 피해자가 생긴다.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공동체가 있다. 중국이 주장하는 동북공정, 일본의 역사 왜곡에서 우리가 피해를 입는다. 피해자는 억울하다. 가해와 피해의 범위가 어찌나 넓은지, 역사 기록의 가해자와 피해자 목록을 작성한다면 역사에 등장했던 모든 나라 이름이 기록될 것이다. 이 중에서 우리가 기억하지 않는 나라도 많다.

난 책을 좋아한다. 역사책을 꽤 읽었다. 그런데도 중앙유라시아 지역과 동남아시아 산악지역 역사는 전혀 몰랐다. “돌궐, 말갈, 여진이라는 오랑캐가 살았대!” 정도만 안다. 동남아시아 산악지역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들의 역사가 기록으로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남은 기록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변방 중의 변방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주류 국가에서 변방일 뿐만 아니라, 역사를 기록하면 안 된다고 생각할 정도로 주류와 생각이 달랐다.

유목민은 야만 오랑캐가 아니다.

실크로드 하면 유럽과 중국을 오가던 대상들이 만든 길을 떠올린다. 이 길을 만든 사람, 다닌 사람은 누구일까? 누가 중국과 유럽을 오가며 물건을 실어날랐을까? 농경민이 다녔을까, 유목민이 다녔을까? 중국은 말이 살찌면 야만적인 유목민들이 몰려와서 곡식을 빼앗아 간다고 가르쳤다. 글씨를 모르고, 야만적이고, 거친 사람들이라 상대하지 말아야 한다고 가르쳤다. 우리도 그렇게 배웠다.

그러나 이는 정착 국가들이 만들어낸 거짓말이다. 침략해서 빼앗고 파괴하는 건 오히려 정착 국가인 중국, 러시아, 로마가 유목민에 대해 한 짓이다. 아틸라, 칭기스칸, 티무르가 얼마나 야만적인지 기록했지만 사실 그리스-로마, 페르시아, 중국이 더한 만행을 저질렀다.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은 로마와 중국이었고 자국에게 유리한 기록만 남겼다.

중앙유라시아에 속한 돌궐, 선비, 몽고, 여진, 거란, 훈족 등에 대해 우리는 야만족, 문화가 없고 남의 것을 약탈하는 떠돌이 민족이라 생각한다. 정말 그럴까? 중국은 문화 수준이 높고 이방 민족을 침략하지 않는데 오랑캐 야만족들이 쳐들어왔을까? 그래서 중국이 만리장성을 쌓았을까? 저자는 이런 생각이 중국의 기록에 의존한 역사의 오류라고 말한다.

유목민은 이곳저곳을 다니며 문화를 전파한다. 실제로 중앙유라시아 유목민은 실크로드를 통해 가는 곳마다 문화가 꽃피게 했다. 반면 정착 민족은 한곳에 정착해서 자기들 문화 안에 갇힌다. 정착민은 유목민이 교류를 위해 다가오면 공격으로 받아들였다. 문화교류가 고유의 정체성을 무너뜨릴 거라는 두려움이 더해지면 아예 문을 닫아버렸다. 정복하고 지배하려고만 했지 교류하며 배우려 하지 않았다. 저자는 만리장성 역시 오랑캐로부터의 위협을 막는 방벽이 아니라 중국에서 세금 내다 지친 농민들이 탈출하지 않게 하기 위한 벽이며, 외부의 이민족을 공격하기 위한 전초기지 같은 역할이었다고 설명한다.

지배받지 않는 사람들이 사는 곳, 조미아!

조미아는 동남아시아 산악지역을 일컫는 낱말이다. 넓은 평지, 농사짓기 좋은 곳을 두고 이곳을 찾아온 사람들은 누구일까? 옛이야기에서 이런 곳은 산적, 반란군, 도망자들이 살았다. 인근 국가의 지배자들은 이런 곳을 싫어했다. 경계하고 토벌하려 했다. 글을 모르는 무식한, 문화를 만들지 못하는, 싸그리 없애버려야 하는 사람들이 산다고 생각했다. 정말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무식한 놈들, 산적과 반란자들이었을까?

역사를 배울 때, 수렵과 채집하던 사람들이 정착해서 농사를 지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문화가 더욱 발전했다고 한다. 조미아~의 저자는 수렵과 채집하던 사람들이 안정을 찾아 농사를 지은 게 아니라 주장한다. 산악지대에 사는 사람들은 정착 민족의 억압을 피해, 쉽게 말하면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변방으로 이주했다고 주장한다. 위계질서를 싫어하고, 체제와 법률에 매이는 걸 싫어하는 사람들이 자유를 찾아간 변방이 산악지대였다고 한다. 그들은 권력을 가진 지도자를 세우지 않았다. 고정된 역사도, 사당도, 유적도, 기억해야 하는 이야기도 없었다. 심지어 자신들의 역사를 기록으로 남기지도 않았다. 그들은 기억대신 현재를 유연하게 살아내는 걸 더 중요하게 여겼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내가 읽고 배운 역사는 국가의 지배구조 아래에서 만들어졌다. 착실하게 세금을 내어 국가를 운영하는데 도움이 되는 신민을 양성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내용이다. 이 역사는 우리는 우수한 문화 민족이고, 산에 숨어 지내는 사람들은 야만적이다.’라고 말했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가 갇혀 사는 사람이고, 그들이 자유로운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무식하고 짐승 수준이어서 산속에 들어간 게 아니다. 변방이 인간의 자유를 보장해 주기 때문에 그곳에 갔다.

역사에는 탐관오리가 백성을 수탈해서 백성이 신음하는 이야기가 많다. 세금 때문에 부모를 죽이고, 자식까지 팔아먹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를 견디지 못해 도망한 사람들은 어디에 갔을까? 산으로 도망갔다면 그곳에서 어떻게 살았을까? 조금만 생각하면 역사의 기록을 다시 생각했을 텐데, 왜 역사 기록을 그대로 받아들였는지 모르겠다. 저자는 정주 국가와 이동하는 민족은 선후 관계가 아니라 함께 공존했다고 주장한다. 책의 부제가 <동남아시아 산악지대 아나키즘의 역사>이다. 주류에 맞선, 무정부주의자들의 선택지가 산악지대였다.

두 권 모두 새로운 눈으로 역사를 보게 해주어서 좋다.
 읽기 쉬운 책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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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에게 박수를 보낸다. 지구를 악당에게서 구해내는 슈퍼맨, 고담시를 범죄자들에게서 구하는 베트맨에게 열광한다. 신화에나 나오는 토르와 만화 주인공 캡틴 아메리카가 같은 시대, 같은 장소에서 외계 괴물을 물리치는 말도 안 되는 영화에도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 대단한 능력에 대한 찬사는 기네스북이라는 이상한 기록까지 만들어냈다. 손톱과 수염을 길게 기르고 이상한 자세로 오랫동안 꼼짝도 하지 않는 것조차 감탄의 대상이 되었다.

기네스북과 슈퍼히어로를 합쳐놓은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지구를 구하고 범죄자를 소탕하며 화재현장에 뛰어들어 아기를 안고 걸어 나올까? 이게 사실이라면 멘사 회원들은 두뇌를 활용하는 곳에서 세계 평화를 위해 일해야 한다. 그런데 왜 책을 통째로 외우고 계산기보다 빨리 계산하는 사람들이 평범한 사람들과 똑같은 모습으로 살아갈까?

능력자가 화나면 무섭다.”

밉스 가족은 굉장한 능력을 갖고 있다. 할아버지는 지진을 일으켜 땅덩어리를 넓힌다. 할머니는 전파를 잡아 병에 넣어두고 듣고 싶을 때마다 음악과 연설을 듣는다. 다이나 이모는 사람들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어서 경찰이 올 때까지 가만히 앉아있어.’라는 말 한 마디로 강도를 잡았다. 대고모 줄스는 재채기를 할 때마다 시간을 20분씩 되돌린다. 사촌 올리브가 째려보면 얼음이 언다. 로켓 오빠는 전기를 뿜어낸다. 피시 오빠는 폭풍우를 일으킨다.

밉스 가족과 친해지면 못할 일이 없겠다. 우리나라를 독도까지 연결해서 일본이 다시는 쓸데없는 소리 못하게 하겠다. 적군의 전파를 모두 들을 수 있으니 우리에게 덤비지 못하겠다. 시간을 돌려 로또와 복권에 계속 당첨되겠다. 전기를 만들 수 있으니 발전소를 짓자 말자 하며 싸우지 않아도 된다. 가뭄과 홍수도 조절할 수 있다. 아니, 다이나 이모만 있어도 되겠다. 방송에 나와서 착하게 살아라.’ 외치면 우리나라는 범죄와 폭력이 사라진 나라로 바뀔 것이다.

물론 밉스 가족을 화나게 하면 큰일 난다. 로켓 오빠가 화나면 전기기구가 다 망가지고 전등이 모조리 깨진다. 아빠가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는 온 도시를 암흑으로 만들어버렸다. 피시 오빠는 폭풍을 일으켜 창문을 깨고 지붕을 날려버리며 집을 무너뜨렸다. 그래서 밉스 가족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학교와 가게, 주유소도 없는 아주 작은 마을에 산다. 지구를 구하기는커녕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피해 다닌다. 왜냐하면 자신의 능력을 제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통제하지 못하는 능력은 재앙이다.”

밉스 가족은 13살이 되면 놀라운 능력이 생긴다. 어떤 능력을 갖게 될지는 생일이 되어야 안다. 밉스네 가족은 기대와 걱정을 동시에 갖고 생일을 기다린다. 대단한 능력을 갖게 되는데 왜 걱정하느냐고? 능력을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피시 오빠의 13살 생일날에는 예상치 못한 폭풍우가 몰아쳤다.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가운데 밉스네 가족은 피시 오빠를 진정시키고 이사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통제하지 못하면 재앙을 불러온다.

초등학교 1-2학년과 지내면 예상치 못한 사고가 일어난다. 의자에 앉는 곳과 등을 대는 곳 사이에 있는 공간에 머리가 끼어 119 구급대원이 의자를 줄칼로 잘라내고 머리를 빼낸 아이가 있다. 앉는 곳과 등을 대는 곳 사이 공간에 머리를 넣는 흉내를 내다가 힘을 조절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급식으로 준비한 국통에 빠진 아이도 있다. 친구를 밀어 다치게 한 아이는 장난삼아 살짝 밀려고 했는데 갑자기 힘이 팍 들어갔다고 말했다. 모두 자신의 힘을 통제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사고이다.

 

대단한 능력을 조절하는 건 다름 아닌 평범한 원리다.

밉스 버몬트(주인공)13살이 되기 이틀 전에 아빠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온몸의 뼈가 으스러질 정도의 큰 사고여서 의식이 돌아올 것 같지 않다는 소식을 들었다. 밉스는 13살 생일날 자신에게 사람을 살리는 능력이 생기기를 바란다.

공교롭게도 생일날 아침에 밉스네 집에서 기르던 거북이가 겨울잠에서 깨어났다. 죽은 줄 알았던 거북이가 깨어나는 걸 보고 밉스는 자신이 아빠를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밉스는 말이 없는 동생 샘슨, 목사님 딸 바비, 아들 윌 주니어와 함께 병원이 있는 도시 이름이 적혀있는 성경 배달 버스에 몰래 올라탄다. 자신의 능력을 통제하지 못해 외딴 곳으로 온 피시 오빠와 함께.

그러나 버스는 병원과 반대쪽으로 달린다. 버스 운전사인 레스터 씨는 아이들 앞에서도 우물쭈물 말하는 주눅 든 남자다. 자신감이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자기에게 일자리를 준 칼린에게 붙들려 시키는 대로 한다. 레스터 씨는 아이들의 부탁을 거절하고 칼린에게 간다. 칼린이 사는 곳 바로 옆에는 거대한 호수가 있다. 물이 있는 곳에서 피시 오빠가 일으킨 폭풍우 때문에 이사를 갔는데 버스가 호수를 향해 달리고 있다. 어떻게 될까?

버스에는 대단한 능력을 가졌으나 조절하지 못하는 아이가 타고 있다. 바비와 윌 주니어는 자기 문제 때문에 자신들만의 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레스터 씨는 아예 능력이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이들이 함께 여행하면서 대단한 능력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또한 대단한 능력을 조절하는 건 다름 아닌 평범한 원리라는 걸 배운다. 사랑, 믿음, 이해, 용기, 배려가 없으면 대단한 능력은 재앙을 일으킨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

부모들은 자녀가 뛰어난 능력을 갖기 원한다. 공부, 운동, 노래와 춤, 그림이나 피아노 무엇이건 다른 사람보다 잘하기 원한다. 그래서 공부만 잘하게 된다면 돈이 조금 더 들어도, 가족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줄어도, 힘들어도 참는다. 가족들이 서로 사랑하며 추억을 남겨야 할 시간에 능력을 기르라고 등을 떠민다. 너무 떠밀어 아이가 구덩이에서 헤매는 지도 모른다.

 

개미
김근기 (6 )

개미가 모래 구덩이에 빠졌다.
나가려고 허우적댄다.
나가려도 발버둥 쳐봐도 모래가 무너져 나갈 수가 없다.
개미가 드디어 탈출에 성공했다.

무래 구덩이는 어른들!
개미는 우리들이다.
언제쯤 우리는 모래 구덩이 바깥으로 나갈 수 있을까?

어른들은 아이들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 너무 오래 전에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일까, 아이들 마음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밉시는 사람 마음을 읽는 능력을 받았다. 몸에 문신이나 그림이 있으면 그 사람의 마음을 들을 수 있다. 손에 얼굴만 그려도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능력을 자기만을 위해 사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싶어 한다. “내 초능력이 반대로 일어날 수만 있다면 아주 좋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내 손등에 방긋 웃는 해를 그려서 사람들한테 내 느낌을 하나하나 다 말해 주고 내가 지금 이 완벽한 순간에 너무나 행복하다는 걸 알려 줄 수만 있다면 아주 좋을 것 같았다. (267)”

아이들은 어른과 세상을 다르게 본다. 아이들은 바람만 불어도 웃는다. 가방을 떨어뜨려도 웃고 주머니에서 동전이 짤랑대도 웃는다. 아이들이 깔깔대고 뛰어다니며 사는 까닭은 하루하루를 새롭게 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늘 똑같다고 생각하는 삶에서 놀라움을 발견한다. 낙엽이 떨어져도 놀랍고, 눈이 와도 놀랍고, 바람에 빗방울이 흩날려도 놀라워한다. 아이들은 자신을 둘러싼 것들을 사랑한다.

이 능력이 부럽다. 서로 믿어주고 사랑하는 능력, 아무하고나 친구가 되는 능력, 날마다 똑같은 일상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능력, 일상에서 놀라움을 찾아내는 능력, 구덩이에 빠져가는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손을 내미는 능력……

 

몇 분이 책 표지 챌린지에 불러주셨다.
(1주일 동안 하루 한 권씩 책 표지를 소개하는 캠페인이다.)

내 삶은 온통 책으로 둘러싸여 있기에, 일곱 권 고르기 어렵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책을 소개한다. 

책벌레의 인생 책!

나를 책벌레로 만든 책 : Bible
무조건 강요하고, 제멋대로 해석하는 사람들 때문에 편견이 생겼지요.
(신천지 해석은 그냥 똥이구요!)
Bible은 교회에서 말하는 것과 많이 다르답니다.
성경이 궁금해서 이 책 저 책 찾다가 지금의 제가 되었답니다.

 

2. 오랜 고민 용서 : 모든 용서는 아름다운가(시몬 비젠탈)
원제는 해바라기이다. 나는 원제가 더 마음에 든다.
회개, 용서, 화해는 저를 괴롭힌 삼총사입니다.
용서 없는 회개는 아픈 사람 마음에 못을 박습니다.
용서한다고 화해가 되는 건 아니에요. 또한 화해해야 하는 것도 아니지요.
회개는 한 발, 용서는 세 발, 화해는 일곱 발을 내딛는 겁니다.

 

3. 고통은 왜? : 하나님의 침묵(제럴드 싯처)
하나님이 왜 고통을 허용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고민했습니다.
신학자, 철학자, 과학자의 책을 읽었지요.
이 책이 가장 좋았습니다.
기이하고도 거룩한 은혜를 함께 읽으면 좋습니다.

 

4. 인생을 어떻게 살까? : 룽잉타이 인생 3부작
대만 여성, 남편은 독일인, 아들은 독일에서 교육, 부모님은 대만 사람
아이야, 천천히 오렴은 어린 자녀를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을,
사랑하는 안드레아는 사춘기 아들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눈으로 하는 작별은 늙은 부모님을 떠나보내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세 권을 인생 3부작이라 합니다.

 

5.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아메리카 원주민(인디언) 연설 모음집입니다.
우리가 원래 어떤 존재인지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고등학생들 마음을 울린 책입니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과 함께 읽으면 좋습니다.

위에 소개한 책은 책벌레의 인생 책입니다.
책 표지 챌린지 대신 시작한 책 소개, 이제 마칩니다.
그동안 읽어주신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함께_읽어요!

아홉 번째, 아이들과 글을 쓰게 만든 분들의 책

1. 이오덕
교사가 되면서 이오덕 선생님 책을 소개받았다. 우리 글을 바로 쓰자, 아이들 삶이 드러나는 글을 쓰자, 좋게 보이려고 하거나 꾸며내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자 하셨다. 글을 지어내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시대에 그야말로 글을 쓰자 하셨다.
이오덕의 글쓰기를 시작으로, 우리글 바로쓰기, 이오덕 일기 세트,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를 읽었다. 며칠 전에 시정신 유희정신을 읽었다.

2. 이호철
교사가 되고 10년 동안 이호철 선생님 책을 읽고 많이 따라 했다. 이분처럼 아이들을 만나고 싶었다.
살아있는 글쓰기, 살아있는 교실, 재미있는 숙제 신나는 아이들까지는 따라 했는데 연필을 잡으면 그리고 싶어요는 감탄하기만 했다. 아이들 시 모음 요놈의 감홍시는 아이들에게 자주 소개했다.

3. 이상석
고등학교에서 학생들과 글을 쓰는 분이다. 공고 학생들과 글을 어떻게 쓸까? 시 한 편 외우면 A 준다고 꼬드기고, 학생들이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쓰게 하신다. 지금 여기나를 쓰다., 창배야, 우리가 봄이다.두 권은 경남공고 학생들 이야기이다. 사랑으로 매긴 성적표를 쓴 분이다.

4. 탁동철
운 좋게도, 동철이 형과 잠깐 글쓰기 공부를 같이 했다. 살아가는 모습이 그냥 글일 것 같은 분이다. 아주 신기하게, 재미나게 산다. 하느님의 입김, 달려라 탁샘이 참 좋았다. 얘들아 모여라 동시가 왔다, 아이는 혼자 울러갔다』』, 까만 손도 좋았다.

5. 최종득, 이무완
이무완은 내 친구다. 아이들과 즐겁게 글을 쓰고 문집 만드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열심히 문집을 만들었다. , 지금 똥개 훈련 시켜요?은 교실 일기이고, 샬그락 샬그란 샬샬은 시 모음집이다.

최종득 선생님은 바닷가 학교에서 아이들과 시를 쓴다. 시가 있는 바닷가 어느 교실참 따뜻했다. 쫀드기 쌤 찐드기 쌤은 최종득 선생님이 쓴 시 모음집이다.

여덟 번째, 베스트 셀러가 되어야 할 책

이 책 읽어봤나요?
1. 파도의 춤 열두 살의 시 (린 호셉, 174쪽)
책은 “빨래하는 날이 되면 엄마는 온통 내 차지였다.”는 문장으로 시작해서
“집으로 가는 내내 머릿속에서 언어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로 끝납니다.
린 호셉은 문장을 아름답게 씁니다.
청소년 소설로 썼지만 시를 읽는 느낌입니다.
문장도, 내용도, 책을 덮은 뒤에 남는 여운도 은은하고 깊습니다.
문장이 참 아름다운, 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와 함께 읽으면 좋은 책

2. 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 (탕하 라이, 288)
2012년 뉴베리상
의 아빠는 남베트남 군인으로 실종 상태다.
구조선에서 난민촌으로, 앨라배마에서 새 삶을 시작한다.
문장이 너무나 아름다운, 슬픔 묘사가 탁월한 책이다.

3. 엄마가 떠난 뒤에 (킴벌리 월리스 홀트, 255)
엄마가 자살한 뒤에 남겨진 가족이 아픔과 공허를 견디는 이야기
굉장한 책, 한동안 이 책 생각만 하게 만드는 책

4. 밀가루 아기 키우기 (앤 파인, 277)
1-3번의 무거운 분위기와 다르게 밝고 경쾌한 분위기의 책
학생들이 밀가루로 속을 채운 인형이 자녀라 생각하고
육아일기를 쓰는 수업을 하면서 일어나는 일이다.
앤 파인은 영화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원작자이다.

5.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솔제니친, 224)
어둡고 무거운 수용소에서 인간의 숭고함을 보여주는 책
누굴 위해 대신 죽거나 아파하는 이야기가 아닌데도
, 사람이 멋지구나!’를 보여주는 책.

일곱 번째, 독서에 대한 책
(두 가지로 나누었습니다.)

★ 책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분을 위한 책

1. 『소설처럼』, 다니엘 페낙
책을 읽는다는 것에 대한 최고의 책이다. 처음은 조금 어려울 수 있지만 50쪽을 넘어가면서 점점 재미있어진다. 3부는 그야말로 걸작이다. 교수가 대학생들에게 책을 읽어주며 수업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기가 막힌다. 세 번 읽을 때도 여전히 킥킥거리며 즐거웠다.

2. 『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 박영숙
박영숙 관장이 느티나무어린이도서관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소개한다. 도서관은 건물을 짓는 게 아니다. 책과 관련된 추억을 만드는 데가 도서관이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찐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안타깝게도 절판되었다. e-북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3. 안상헌 님이 쓴 책
『안상헌의 생산적 책읽기』, 『어느 독서광의 생산적 책읽기 50』, 『책을 읽어야 하는 10가지 이유』를 읽고 감탄하고 감탄했다. 진짜 독서광을 만났다.

4. 『우주에 남은 마지막 책』, 로드먼 필브릭
미래에 대지진이 일어나고 세상은 무법천지가 된다. 사람들은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당장의 필요만 바라본다. 책은 사라지고 순간의 기쁨을 주는 기계장치와 쓰레기만 남았다. 이때 우주에 마지막 책이 남았는데 그게 과연 뭘까?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와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이다.

5. 『끝없는 이야기』, 미하엘 엔데
미하엔 엔데가 놀라운 상상력으로 ‘무너지는 책 세상’을 보여준다. 책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줄어드는 현실을, 보이지 않는 환상 세계가 무너지는 모습으로 표현했다. 재미있고, 마음을 울리는 좋은 책이다.

★ 독서 관련 책 (책벌레 눈에만 좋아 보이는 책)
책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읽으면 괴로운 책이다.

1.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웬디 웰치
미국 빅스톤갭에서 중고서점을 열면서 상담소,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아가는 이야기이다. 책 이야기도 좋지만 서점을 찾는 사람들과 만나면서 울고 웃었던 경험이 너무 좋다. <서재 결혼시키기>와 비슷하다. 일상에서 일어난 일을 재미있고 독특한 관점으로 쓴 수필 모음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낄낄대며 공감하며 읽을 책이다. 책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읽기 힘들다.

2. 『서재 결혼식키기』, 앤 패디먼
독서광이 보면 고개를 끄덕이며 낄낄거릴 책이지만, 1년에 50권 읽지 않는 사람이 보면 욕 나올 책이다. 경고한다. 책 정말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절대 읽지 마시라.

3. 『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 델핀 미누이
시리아 내전, 독재자 아사드 정권이 다라야를 4년 동안 포위했다. 사람도 물건도 드나들지 못하는 곳 다라야는 사린 가스 공격을 받았다. 포탄이 떨어져 사람들이 지하로 스며들었다. 그곳에 갇힌 사람들이 책을 모아 지하에 도서관을 만들었다. 독재자와 극단주의 이슬람 세력 사이에서 책을 읽고, 의견을 나누며, 자유를 향한 발걸음을 내딛는다. 힘을 가진 독재자에 정신으로 맞선 사람들이 보여주는 희망의 이야기다.

4. 『식스 펜스 하우스』, 폴 콜린스
리처드 부스가 1962년에 영국 헤이온와이에 있는 헤이 성을 사서 헌 책방으로 만들었다. 1977년 4월 1일 만우절에 헤이온와이를 독립왕국으로 선포하고 자신은 왕, 말(horse)은 총리로 삼았다. 부스가 시작한 책마을은 유럽으로 퍼져나갔고 이젠 세계 곳곳에 생겼다.
- 콜린스가 새내기 작가였을 때 헤이온와이에서 미국문학책을 분류하는 일을 한다. 잘 팔리는 책, 한때 잘 팔렸던 책, 가치를 아는 사람이 없어 외면당한 책, 무너져 내리는 책……을 정리하며 책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또한 사람이 살아가는 게 무엇인지 고민한다. 책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참 좋은 책이다.

5. 『잃어버린 책을 찾아서』, 스튜어트 켈리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사라진 책을 소개한 책. 저자의 박학다식(이걸로도 부족함)에 한 번 놀라고, 사라진 책이 이렇게나 많다는 데 또 놀람. 고대엔 전쟁이나 세력다툼 때문에 책이 사라졌지만 현대에 올수록 개인의 이상성격이나 분실에 의해 없어진 책이 많음. 주의) 함부로 이걸 읽으려 하지 말 것. 끝까지 읽으려면 굉장한 인내력이 필요함.

여섯 번째, 멍 때리고 싶을 때 읽는 책

힘들고 지칠 때 꺼내 설렁설렁 읽는다.
재미있다. 웃기다. 점점 빠져든다.
그러다 보면 피로가 풀린다.


1.
호빗
난 톨킨을 좋아한다.
작은(?) 호빗이 눈에 띄지 않게 큰 일을 해내는데,
강력한 군사력이나 지휘력, 눈에 띄는 힘과 용기가 아니라
작은 것을 소중하게 여기고 신의를 지키는 등의 태도 때문이다.
톨킨은 디테일부터 전체 스케일까지 부족한 게 없다.
반지의 제왕도 엄청 재미있다.

2. 수요일의 전쟁
열 번쯤 읽었으려나?
세익스피어를 다루는 솜씨에 빠져들게 한다.
꼰대 아빠와 반항하는 누나 사이에서 주인공이 따뜻한 마음으로 자라는 모습이 멋지다.
이 책은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3. 십자군 이야기 2중 발리앙 이벨린(문둥이 왕, 살라딘) 부분
<킹덤 어브 헤븐>에 나온 발리앙 이벨린은 멋진 사람이다.
현실을 알고, 백성을 사랑하며, 지혜와 명예를 갖추었다.
정통 교리에 어긋나더라도 사람을 살리는 행동을 한다.
그래서 좋아한다.

4. 산둥 수용소
부제 : 인간의 본성, 욕망, 도덕적 딜레마에 대한 실존적 보고서
실존적 보고서가 너무 웃기다. 정말 신랄하다. 참 깊다.
난 이 책을 낄낄거리며, 감탄하며 읽는다.
내겐 너무 좋은 책인데, 이 책이 어렵다는 분들도 여럿 있었다.

5. 하늘을 달리는 아이
저자 제리 스피넬리는 문장을 약간 과장해서 툭툭 끊어 친다.
기억하고 싶은 좋은 문장도 많다. 따뜻하다. 참 좋은 책이다.

다섯 권 모두 외국 작가가 썼다.
미국과 영국 작가들은 짧게 문장을 툭툭 던지듯 쓴다. 설명하지 않는다.
대놓고 말하지 않아 여백이 많다.
국내 작가는 다음에 나올 내용이 예상과 비슷할 때가 많은데 외국 작가는 예상치 못한 내용이 자주 나온다.
익숙함보다 새로움을 더 좋아하는 독서 습관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외국 작가가 국내 작가보다 낫다는 말은 아니다.
멍 때릴 때는 외국 작가가 내게 더 맞다는 뜻이다.

다섯 번째, 내게 영향을 준 기독교 작가들

이분들 책은 대부분 출판되자마자 읽었다.

 

1. 박영선

- 대학 3학년 때 하나님의 열심구원 그 이후를 만났다.

박영선 목사님은 결론을 내세우거나 명령을 강요하지 않고

과정을 차근차근 설명해서 좋았다.

성경을 읽고 싶은 마음이 막 들었다.

 

2. 필립 얀시

- 교사로 살기 시작할 때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를 만났다.

놀라웠다. 내가 얼마나 바리새인인지 알았다.

비난하고 평가하고 내 규칙을 강요했다고 깨달았다.

내게 사랑이 얼마나 없는지 알았다.

바리새인으로 돌아갈 때마다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를 읽었다.

20대에 필립 얀시 책을 거의 다 읽었다. 참 좋았다.

 

3. 워렌 워어스비

당시 김서택, 이동원 목사님을 비롯한 국내 저자가 많이 나올 때였다.

우연히 워렌 워어스비 책을 읽었는데 와우~!

이름난 국내 저자가 이분 책을 많이 인용(?)했다.

그분이 우리 분위기에 맞게 잘 설명해서 다시 썼지만

내겐 부연설명보다 원전이 더 좋았다.

지금은 대부분 절판됐지만 그 책이 성경 연구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

 

4. 유진 피터슨

30대부터 40대 초반까지 유진 피터슨을 읽었다.

필립 얀시는 하게 글을 썼고, 유진 피터슨은 깊게글을 썼다.

처음 읽을 때 좋았고, 다시 읽을 때는 좋은 지점이 달라졌다.

가끔 사랑하는 친구에게를 선물했다.

가장 기억나는 이야기는 이 책을 먹으라의 옥시린쿠스 이야기!

 

5. 한 분 소개하기 아쉬워서 여러 명을~!

김병년 – 『난 당신이 좋아읽고 참 많이 울었다.

--- ‘목사님보다 형님이라고 부르고 싶은~!

 

아브라함 조슈아 혜셀 기독교 작가와는 완전히 다른~

--- 유대인 대학자의 내공이 느껴지는 책이다.

 

C.S. 루이스 - 한동안 11월에는 루이스를 읽었다.

루이스 책만 30권 정도 있다.

루이스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위에 소개하지 않았다.

 

프레드닉 부크너 이어지는 내용을 도무지 예측하기 어려운

--- 통쾌한 희망사전을 읽고, ‘뭐 이런 사람이 있어?’ 했다.

 

케네스 베일리와 김동문 - 중동의 눈으로 성경 읽기

--- 이 두 분도 빼놓지 못한다.

 

이 외에도 루이스 스미디즈, 브래넌 메닝, 토미 테니... 너무 많다.

 

6. 피를 나눈 형제, 엘리아스 샤쿠르

기독서적 중에 가장 좋은 책 딱 한 권을 꼽으라면 이 책이다.

두말할 필요 없다. 설명도 필요 없다. 무조건 이 책이다.

 

네 번째, 그림책

그림책 (우리나라 작가)

1. 강아지와 염소 새끼, (권정생)

- 장난꾸러기 아이 둘이 노는 모습을 보는 느낌이다.

화내지 마. 강아지가 놀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2. 그해 가을, (유은실)

- 사람들에게 무시 받던 창섭이, 예수님이 아니었을까?

내게 다가왔던 창섭이들은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3. 알사탕, (백희나)

- 들리지 않던 소리가 들린다. 마음의 소리

네 마음에는 어떤 소리가 숨어있니? 그걸 써봐!

 

그림책 (다른 나라 작가)

1. , 느끼는 대로, (피터 레이놀즈)

글쓰기 강의할 때마다 읽어주는 책

한 아이를 세워주는 이야기, 아이를 무너뜨릴 때 어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이야기

 

2. 키아바의 미소, (칼 노락)

화나고 짜증 날 때 생각나는 책

이렇게 좋은 책이 왜 절판되었을까?

 

3. 아이는 웃는다, (오사다 히로시)

난 아이가 웃는 게 좋다. 얘들아, 웃어라!

이렇게 살고 싶은데, 웃을 일이 적네.

 

4. 잃어버린 영혼, (올가 토카르축)

바쁘게 살면 영혼이 쫓아오지 못해요. 천천히~

정원에서 삽질한 뒤에 내 마음!

 

5. 울타리 너머 아프리카, (바르트 무야르트)

똑같은 사람들 사이에 다른 모습으로 사는 사람을 따뜻하게 보여주는 책

나는 울타리 너머 책벌레로 사는 삶을 선택했다.

 

 

세 번째, 토론하면서 학생들이 좋아한 책 (가나다 순서)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터 카터

중학생이 ,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원래 우리는 저렇게 살아야 하는 거구나! 저렇게 살 수만 있다면 정말 행복하겠다. 꿈결 같다. 정말 저런 사람들도 있구나!’라며 감탄한 책이다. (저자가 KKK에서 활동한 사람이라 더 놀랐다.

 

<돌 씹어 먹는 아이>, 송미경

중학교에 가서 학생들과 토론한 책이다. 나는 단편 <돌 씹어 먹는 아이>이 좋았는데 학생들은 <나를 데리러 온 고양이 부부><종이 집에 종이 엄마가>를 좋아했다.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앵무새 죽이기, 그리스인 조르바, 파리대왕을 토론할 때 멋진 신세계도 등장했다. 사회 문제를 토론할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책이었다.

 

<모모>, 미하엘 엔데

학생들이 자신들의 삶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게 만든 책이다. 미하엘 엔데가 놀 줄 모르는 아이들이 여유를 잃은 모습을 재미있고도 날카롭게 표현했다.

 

<스프링벅>, 배유안

수레바퀴 아래서와 함께 학생들의 현실을 토로하기에 좋은 책이다.

 

<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중학교 남학생이 이렇게 말했다. “그냥 계속 읽게 된다. 갑자기 빡! 하고 인권을 존중해야겠다가 아니라 서서히 나도 모르는 새에 인권을 존중하는 게 중요하구나 생각하게 된다.”

 

<파리대왕>, 윌리엄 골딩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으로 인간 본성에 대해 토론할 때 소개한 책이다. 파리대왕이 학생들을 끌어당겨 마음을 붙잡아 버렸다.

 

두 번째, 글쓰기에 대한 책입니다.

1. 아이들이 써준 글

-- 아이들 글을 읽으며 놀라고, 기쁘고, 행복했다.

아이들 마음에 있는 글을 읽으려는 마음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내 글쓰기는 아이들이 툭 내민 글에서 시작했다.

아이들 마음에서 나온 글이 내 글쓰기 스승이다.

책벌레 선생님의 행복한 글쓰기는 아이들이 준 선물이다.

 

2. 이오덕의 글쓰기, 양철북

-- 글쓰기 지도의 길을 보여준 책이다.

읽는 사람을 의식해서 지어내는 글이 아니라

삶에서 나오는 걸 자연스럽게 쓰라고 말해주셨다.

이오덕 선생님 같다는 말을 들었을 때 참 좋았다.

 

3.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 에린 그루웰

-- 절망이 사방으로 담을 세우고 마음을 무너뜨리는 곳에서

한 교사가 학생들에게 자기 이야기를 쓰라고 한다.

죽음, 분노, 차별이 사슬처럼 묶인 곳에서 학생들이 글을 쓰며 회복된다.

나도 상처로 마음을 꽁꽁 싸맨 아이들에게 같은 걸 보여주고 싶었다.

새가 울듯이 나는 글을 쓴다.

견디기 힘든 현실에서 잠시라도 벗어나려고 시나 일기를 거의 매일 쓰고 있다.”

 

4. 쓰기의 감각, 앤 라모트

-- 글 쓰는 감각을 일깨워준 책이다.

이 책을 읽고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쓰는지배웠다.

좋은 문장으로 가득한 창고 같은 책이다.

어린 시절을 지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평생 동안 다 쓰고도 남을 만큼의 풍부한 자료를 갖고 있다.”

 

5.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

-- 글쓰기에 대한 책을 읽으며 몇 번이나 낄낄대게 만든 책이다.

문장을 어떻게 쓰는지 알려주었다. 첫째 아이도 몇 번이나 낄낄대며 읽은 책이다.

부사는 여러분의 친구가 아니다. ~

지옥으로 가는 길은 수많은 부사들로 뒤덮여 있다고 나는 믿는다.”

 

절판되지 않았다면 몇 등에 넣을지 고민한 책

<<<창조적 글쓰기, 애니 딜라드>>>

글쓰기를 새로운 관점에서 보게 한 책이다.

내가 읽은 애니 딜라드의 책은 모두 새로웠다.

제목부터 묘하다. 돌에게 말하는 법 가르치기

우리나라 독자가 받아들이지 못해 모두 절판됐다. 안타깝게도.

책을 읽으려면 관 정도의 공간이면 충분하다.

잔디 깎는 기계와 삽을 넣어둘 수 있는 연장 창고 크기의 공간이면

그곳에서 충분히 글을 쓸 수 있다.”

 

 

첫 번째, 책벌레가 좋아하는 동화책 5권입니다.
(책을 만난 시간순입니다. 1등, 2등 아닙니다.)

1. 마당을 나온 암탉
- 동화의 깊이로 끌어들인 책! 인생 동화책
- <마당을 나온 암탉> 영화는 왜 그렇게 가벼운 거니?

2. 바보 온달
- 온달 이야기를 이렇게 쓰다니~!
- 가치를 표현하기 어려운 작가. 권정생 선생님과 친하셨던~
..빙산처럼, 아주 조금 알려졌지만 거대하고 거대한 이현주 목사님!!

3. 사자왕 형제의 모험
- <삐삐>를 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마음을 담은 책
- 몇 날 며칠이고 토론하고 싶은 내용을 담은 책
- 기독교 세계관을 담았으나 보고자 하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책

4. 말과 소년
- 우리 집 추억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나니아 연대기> 세 번째 책
- <은의자>와 함께 나니아 연대기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
- 주인공은 소년이 아니라 말, 그래서 제목이 말과 소년

5. 빨강 연필
- 아이들과 글을 쓰는 마음을 잘 담은 책
- 이 책이라면 글쓰기 연수를 1주일 내내 할 수 있는~
- 작가님이 다음 책을 쓰지 않아 아쉬움 가득~!

난 애들을 울리기 위해 독서 수업을 한다. 목표가 애들 울리기다.
다른 학교에서 수업해도 애들을 울린다.

상처는 사람을 아프게 하고, 때론 병들게 한다.
마음에 상처가 난 사람은 아픔을 잊으려고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한다.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할 만큼 모질지 못하거나 용기가 없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아프게 한다.
적극 나서건 소극적으로 피하건 사람은 누구나 아픔을 피하려고 무언가를 한다.
그러나 아주 많은 사람이 ‘무언가’에서 잘못 선택한다.
아픈 상태에서 결정하기 때문이다.

슬프다.
아파서, 아픔을 이기려고 무언가를 하는데 아픈 상태에서 선택하기 때문에 치료에 도움이 안 된다.
특히 상처 주는 대상이 가족일 때는 아픔의 미로가 펼쳐진다.
상대가 자신의 일부인 가족이기 때문이다.
상처 받아도 아프고, 상처 줘도 아프고, 상처 준 사람을 아프게 해도 아프고, 이래저래 계속 아픈데
날마다 보고 살아야 하니, 빠져나가지 못하는 미로와 같다.

『진짜 가족』에서 엄마 아이코는 딸 하요리가 싫다.
싫어하는 게 아니라 그냥 싫다.
하요리는 엄마의 사랑을 바라지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빠는 아내와 딸 사이에서 피해다닌다.
저자 이토 미쿠가 쓴 『어쩌다 보니 영웅』이 참 좋아서 추천했는데
『진짜 가족』도 못지않게 좋다.

#가까운_사람이_주는_상처_때문에_아픈_분을_위해_덧붙이는_글
(책벌레 선생님의 행복한 책놀이 내용 중에서)
몇 년 전에 대안학교 5-6학년 40여 명과 1박 2일 독서캠프를 했다.
그때 아이들이 가족 중에 누군가가 정말 싫다고 했다.
<만유 인력의 법칙>으로 가족의 상처가 크게 느껴지는 까닭을 설명했다.
만유 인력의 법칙은 인력, 즉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힘을 나타낸다.
인력은 두 물체의 질량에 비례하고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두 물체가 가진 질량, 즉 영향력이 아무리 커도 거리가 멀면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태양의 지름이 달의 지름보다 400배 크지만 달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달이 태양보다 지구에 400배 더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길거리에서 지나가던 사람이 욕하면 재수 없다고 말하면 된다.
관계의 거리가 멀기 때문에 상처가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가까운 가족이 욕하면 재수 없다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너무 가깝기 때문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이를 설명하고 아이들에게 말했다.
“가까이 있는 사람과 잘 지내야 한다. 물론 무조건 양보하고 참으라는 말이 아니다. 싫어하고 짜증 내는 건 자기를 보호하는 행동이다. 그러나 가족은 너무 가까운 사이이기 때문에 자기를 보호하는 행동이 상대를 찌르고 아프게 하는 경우가 많다. ~”

가족 때문에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진짜 가족』을 추천한다.

* 상대를 깊이 파고들려면 자신도 상대에게 속내를 드러낼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10쪽)
* 부모라서 상처 주는 일도 있는 거라구요. 남이라면 상관없는 것도 부모라서 상처받기도 한다구요. (157쪽)

(보물섬, 산호섬, 15소년 표류기 그리고 파리대왕, 멋진 신세계)

코로나 19로 개학이 5주나 연기되었다. 보물섬을 꿈꾸던 아이들이 15소년 표류기를 맞은 셈이다.
어떤 나라는 통제로(멋진 신세계처럼), 어떤 나라는 방임으로(파리대왕처럼) 대처했다.
이럴 때 아이들은 집에서 무얼 할까?
책을 읽으면 좋겠는데 부모가 책으로 자녀를 이끌지 모르겠다.

Thanksbook(2015년 11월호)에 기고한 글이다.

모험이 이렇게 끝나면 좋겠지만~

어릴 때 텔레비전에 나오는 만화 <보물섬>을 빠지지 않고 봤다. 짐 호킨스가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벗어나 보물을 찾아 돌아오는 모습을 보며 행복했다. <보물섬>은 모험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잘 나타냈다. “끝이 좋아야 한다!!”

로버트 밸런타인이 쓴 <산호섬>은 모험 이야기 공식에 맞게 행복하게 끝난다. 세 소년이 폭풍을 만나 산호섬에 표류하지만 절망하지 않고 어려움을 함께 이겨낸다. 세 젊은이는 원주민 부족의 해묵은 갈등을 해결하고 원주민을 기독교인으로 교화한 뒤에 돌아온다. 그야말로 행복하게 살았더래요.’이다.

모험 이야기 하면 쥘 베른이다. 쥘 베른은 모험 소설의 수준을 높인 작가이다. <해저 2만리>, <80일간의 세계 일주>, <15소년 표류기> 제목은 대부분 들어봤을 것이다. 해저 2만리(원제목은 해저 20만리)는 네모 선장이 노틸러스 호를 타고 바다 속을 종횡무진 다니는 이야기이다. 네모 선장은 물고기와 해저 괴물이 득실대는 곳에서 사는 것이 인간 사회에서 사는 것보다 좋다고 생각한다. <80일간의 세계 일주>에서 필리어스 포그는 80일 동안 세계 일주를 하겠다며 내기를 한다. 80일 만에 돌아왔지만 조금 늦어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다음날 날짜변경선을 지나면서 하루를 앞당겼다는 걸 알고 내기에서 이긴다.

소개한 책은 모두 1800년대 후반에 쓰였다. 과학기술이 인류에게 희망을 불어넣을 때였다. 당시 사람들은 인류가 끝없이 진보할 것이며 과학기술이 이를 확실하게 뒷받침할 것이라 생각했다. <15소년 표류기>는 이런 분위기를 잘 드러낸 작품이다. 중학생 15명을 무인도에 보내면 어떻게 될까? 쥘 베른의 ‘15소년은 어른도 하지 못할 일을 해낸다. 표류했지만 총과 탄약과 각종 물건을 잔뜩 건져낸다. 배에 있는 도르래를 끌어내 물건을 산 위로 올린다. 동굴을 파서 집을 만들고 밭을 개간한다. 야생동물을 잡아 키우고 바다표범을 사냥해서 기름을 만들어 불을 피운다. 해적과도 싸워 이긴다. 곰과도 싸운다. 그러나 한 명도 죽지 않는다. “모두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현실은 이렇게 끝나지 않는다.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모험이다. 폴 투르니에는 우리의 삶을 <모험으로 사는 인생, IVP>이라고 불렀다. 우리가 겪는 모험이 19세기 후반에 쓰인 이야기처럼 끝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기개발서가 꾸준히 인기를 끄는 까닭은 자기를 잘 개발하면 행복한 결말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자기개발로 성공하는 사람이 적다. 자기개발서를 요약하면 성실성+통찰력을 갖추라는 말이다. 둘 다 책 몇 권 읽고 마음을 다잡는다고 되지 않는다. 현재 자신이 어떤 모습인지 모르면서 미래만 바라보면 절망하기 쉽다.

<산호섬>에 표류한 세 사람 이름이 랄프, , 피터이다. 공교롭게도 윌리엄 골딩은 <파리대왕>에 랄프와 잭을 다시 등장시킨다. 파리대왕의 아이들은 산호섬 아이들과 완전히 다르다. 몇 명이나 표류했는지도 파악하지 못한다. 바람과 비를 피할 임시 오두막도 완성하지 못한다. 구조를 위해 봉화를 피우자는 랠프에 맞서 잭은 멧돼지 사냥에 마음을 빼앗긴다. 주도권 다툼 하면서 친구를 죽이고도 죄책감을 내보이지 않는다. 아이들이 처한 상황을 가장 잘 파악한 사이먼을 죽이고 랄프까지 죽이겠다고 단체로 인간 사냥을 벌인다.

과학이 인류에게 멋진 미래를 선사할 것이라는 꿈은 1차 대전과 함께 깨졌다. 2차 대전은 인간 자체에 대한 소망도 깨버렸다. 인간에게 정말 아름다운 미래라는 게 있을까 의심하게 만들었다. 윌리엄 골딩은 이런 분위기에서 <파리대왕>을 썼다. <산호섬>에서 행복하게 살았던 랠프와 잭이 맞서 싸우게 만들었다. 2차 대전이 끝나고 70년이나 흐른 지금, 우리는 미래를 어떻게 바라볼까? 도와줄 사람, 이야기 나눌 사람 없이 홀로 남은 것만으로도 견디기 어려운데 호랑이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는 모습일까? 얀 마텔은 <파이 이야기>에서 우리를 두렵게 하는 존재와 함께 표류하는 소년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호랑이 덕분에 오히려 절망하지 않았다고 한다. 생각이 다른 사람과 한 배에 탔다면 오히려 견디기 더 어려웠을 것이다.

멋진 신세계와 유토피아

토머스 모어는 500년 전에 <유토피아>를 썼다. 모어가 생각한 유토피아는 사유재산이 없는 국가를 보여준다. 신분의 구별이 없어 모두 평등하게 살아간다. 당시엔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각자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이웃의 물건을 탐내지 않는다. 이것 역시 현실성이 없다. 모든 국민이 규칙과 질서를 지키며 평안하게 살아간다. 어림도 없다. 유토피아가 맞다. 이루어질 수 없는 꿈속의 나라이다.

토머스 모어는 괜찮은 인문학자였다. 윌리엄 틴들에게 협력하는 사람들을 죽이고, 루터교 신도를 죽이고 감옥에 보냈다. 나는 틴들과 루터를 좋아하지만 이들을 반대한 토머스 모어도 좋아한다. 그래도 유토피아에 대한 그의 기대는 그저 마음에 그리는 상상, 이루어질 수 없는 소망이라 생각한다. 500년이 지난 지금, 우린 여전히 불평등한 세상에서 살아간다. 탐욕은 더 커졌고, 사람들은 여전히 정의에 굶주려 있다. 모어가 꿈 꾼 유토피아를 여전히 꿈꾸고 있다. 앞으로 500년이 더 지나면 어떻게 될까?

<멋진 신세계>는 올더스 헉슬리가 1932년에 쓴 책이다. 포드 기원 141년에 9년 전쟁이 일어나 세상이 바뀌고 다시 500여 년이 지난 뒤의 세상을 말한다. ‘포드 기원은 아마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한 대량생산 시스템을 만든 헨리 포드가 태어난 해(1863)일 것이다. 포드 기원 632, 지금보다 480년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 올더스 헉슬리는 인류가 유토피아를 이루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올더스 헉슬리가 생각한 <산호섬>이 아니라 <파리대왕>이었다.

유토피아가 이루어지지 않은 까닭, 멋진 신세계가 전혀 멋지지 않은 까닭이 무엇일까? 중학생들과 토론하면서 5가지를 찾았다. 첫째, 계급제도 때문이다. 헉슬리는 모어가 꿈꾼 계급 없는 세상이 이루어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계급제도를 유지하되, 모두 자기 계급에서 만족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어떻게 다른 계급을 부러워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차라리 호랑이와 한 배에 타는 것이 생각이 다른 사람과 지내는 것보다 쉽다.

둘째, 세뇌이다. <멋진 신세계>는 정해진 계급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세뇌를 이용한다. 세뇌당했기 때문에 다른 계급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사회 질서에 의문을 품지 않고 성실하게 일하는 국민만 모인다면 행복하게 살 것이다. 지도자의 명령에 아무도 반대하지 않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행복해 한다면 정말 유토피아다. 플라톤이 원한 철인정치가 이렇지 않을까?

셋째, 소마가 있다. 정해진 계급에서 정해진 일을 하도록 세뇌되었지만 <멋진 신세계> 주민도 사람이다. 기쁨과 슬픔, 분노와 우울함을 느낀다. 힘들고 어려울 때, 원하는 걸 얻지 못할 때 소마를 먹는다. 기본으로 하루 반 알, 기분이 나쁠수록 더 먹는다. 현재에 만족해서 사회에 의심을 품거나 불만을 갖지 않게 만드는 마약이다. 소마는 대가를 치르지 않는 기쁨을 약속한다. 원주민 공동체에서 멋진 신세계로 들어온 존은 대가를 지불한 것만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레니나는 그저 하룻밤 상대로 존을 원했지만 존은 레니나를 위해 대가를 치르지 않았기 때문에 거부한다.

넷째, 그러나 사회 체제를 의심하면 죽인다. 멋진 신세계에서 다름은 틀림이다. ‘촉감영화보고 방향오르간으로 만족하고 장애물 골프즐기지 않으면 위험인물로 간주한다. 멋진 신세계에서 혼자 지내며, 생각하고, 남들과 다르게 행동하는 것은 금기사항이다. 소마를 의지하고 않고 옛날 책을 보면 섬으로 보내버린다.

이승원(부구중학교 3학년, 멋진 신세계 독서토론 후기)

오늘 수업을 하면서 내가 우리나라 사회에 세뇌되어 있다는 생각이 물씬 들었다. 처음 내가 받았던 질문인 현대 사회를 계급으로 나누어야 한다면 무엇으로 계급을 나눌까?’ 라는 질문에서 당연할 지도 모르는 성적이라는 대답을 했다. 근거로 시험이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는 가장 객관적인 기준이다라고 하였는데 혹시 내 대답이나 근거마저 내가 어릴 때 교육 받으면서 세뇌된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계급사회일까?” 라는 질문에서는 성공한 자와 성공하지 못한 자가 누리는 혜택이 다르다고 대답했는데 이것마저도 성공해야 우리나라에서 어깨 펴고 살 수 있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기 때문에 이렇게 대답한 것 같아 나는 세뇌된 인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쩌면 이것이 우리나라 교육의 모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게 하는 수업이었다. 상당히 재미있었다.

<멋진 신세계>는 인간의 인간됨을 귀하게 여기는 사회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승원 학생처럼 자신의 생각이 어디에 근거하고 있는지 짚어봐야 한다. 자신의 생각이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 살펴보는 생각이 귀하다. 얄팍한 생각으로 유토피아를 꿈꾸는 것은 헉슬리가 생각한 <멋진 신세계>를 만들 뿐이다. ‘다름틀림으로 생각하면 <산호섬><파리대왕>이 된다.

<파리대왕>을 만들지 않기 위해,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무너뜨리기 위해 무얼 할 수 있을까? 나는 인간의 힘으로 유토피아를 이룰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상상도 못한 순간에 갑자기, 외부의 혁명적인 간섭으로 하루아침에 격변이 일어나는 게 더 쉽다고 생각한다. 그때가 될 때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성실하게 하려고 한다. 학생들이 깊이 생각하도록 돕는 게 내 일이다. 학생들이 정답 찾는 기계에서 벗어나 생각하는 인간으로 자란다면 조금이라도 유토피아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1. 함께 읽으면 좋은 책

- 기억전달자, 로이스 로리, 비룡소

- 이방인, 알베르 까뮈

- 사이렌, 전성현, 문학과지성사

 

온라인 독서모임에서 『기이하고도 거룩한 은혜』를 나누고 쓴 글이다.
쓰지 않으려고 버티다가, 어제 30분만에 휘리릭 썼다.
빨리 썼기 때문에 내 마음을 더 잘 담은 것 같다. 오늘 아침에 몇 문장 고쳤다.

난 인생이_무거운_짐이라_생각한다. 삶이란 저만치 보이는 수렁으로 빠져들어 가는 거다. 얽매이고 얽매여 어찌하지 못한 채 견디는 게 인생이다. 즐거움도 있다. 기쁨도 있다. 좋은 사람도 만나고 웃는 날도 많다. 돌아보면 감사가 넘친다. 지금도 나쁘지 않다. 앞으로 즐거운 기억을 만들며 괜찮은 삶을 살 거라 기대한다. 그래도 삶은 무겁다. 죽음의 순간이 기다려지는 건, 인생의 무거운 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죽을 때 고통스럽지 않으면 참 기쁠 것 같다.

삶을_가볍게_대하는_사람을_보면_답답하다. 고민이 없나? 걱정되지 않나? 생각은 할까 싶다. 단순해서 잘못 선택하고, 한쪽 면만 보고 판단해서 일을 그르친다. 그런데 부럽다. 그들은 인생의 짐을 가볍게 진다. 잘 웃고 얼굴이 환하다. 상처를 덜 받고, 아픈 기억을 남겨두지 않는다. 지금 겪는 고통이 오래가지 않으며, 과거의 고통을 어두운 기억으로 붙잡아 놓지도 않는다. 과거보다 지금이 중요하며, 미래를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난 아니다.

비크너는_고통의_좋은_청지기로_살았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지면서. 기쁨과 감사를 잃으면 쉼을 누리지 못한다. 그러면 좋은 청지기가 아니다. 인생을 고통이라 생각하면서도 이웃에게 쉼을 주고, 그만치 고통을 겪었지만 위로하고 치유한다. 고통을 되새기고 되새기고 되새기다 씁쓸함을 즐기게 놔두지 않는다. 고통을 달란트 삼아 제대로 열매가 맺히게 한다. 인생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삶을 즐긴다고 생각한다. 벼랑 사이에 난 좁은 길을 제대로 가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든다.
(책에 나온 문장 3개 간접 인용함)

난_안다. 고통이 하는 일, 고통을 다루는 방식, 고통을 당한 사람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 그들이 하나님에 대해 하는 말 … 내 기억이 남겨놓은 것, 내가 넘어서야 할 기억도 안다. 고통에 대한 책을 닥치는 대로 읽으며 배웠다. 내가 왜 인생을 짐이라 생각하는지 이해했고, 고통에 갇힌 사람을 도와주기도 했다. 그런데도 난 여전히 기억에 갇혀, 과거를 만날까 봐 현재에 매달린다. ‘그래, 알아! 나도 알아.’ 하며 기억을 수면 아래 그대로 잠기게 하지만 불쑥불쑥 올라와 나를 불안하게 한다.

“행여나 과거를 만날까 봐 현재에 매달립니다.
수면 아래 숨어 있는 것이 두려운 나머지
수면 위로 나온 것에 매달립니다. (본문 85쪽)”

기억을_치유하는_사람(『주목할 만한 일상』에 나오는 표현)이 되고 싶었다. 지금도 그렇다. 가끔 치유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내 반응에 위로를 받는다고 한다. 난 돈보다, 인기보다 한두 사람의 기억을 치유하는 게 더 좋다. 아이들이 글을 쓰다 울면, 나도 울면서 기뻐한다. 내 일을 잘 해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여전히 내 기억은 치유되지 않는다. 인생이 무거운 짐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짐을 지듯 일을 한다. 목표를 정하고 열심히. 주로 책 읽기, 문집 만들기였다. 지금은 정원 만들기, 나무 심기가 더해지면서 글쓰기가 줄었다.

다행인_건_책이_내_기억을_꽤_치유해주었다. 다른 사람의 삶을 살피면서 나를 살피고, 고통받는 이웃을 살피게 해주었다. 아이들이 글을 통해 기억을 치유하기 바랐다. 아픈 기억이 상처를 남기듯, 아이들을 돌보고 치유한 기억이 독특한 나이테를 만든 모양이다. 아이들이 내게 아픔을 내보였다. 글을 쓰며 울었고 독서 활동하면서 울었다. 그럴 때면 고통의 청지기가 된 것 같았다. 그렇게 살았고, 앞으로도 같은 일을 하며 살려고 준비한다. 1문단에 쓴 무거운 짐의 무게가 10년 전, 20년 전보다는 가벼워졌다. 책 덕분이고, 아이들 덕분이고, 가족 덕분이다.

다만_한_가지_걱정이_된다.
내 기억을 치유하기 위해 열심히 사느라 지쳐버리는 건 아닌지,
어느 순간 한꺼번에 무너져내리지는 않는지~

각_문단을_300자로_쓰다가_이런_모습을_깨뜨리려고_마지막_문단을_짧게_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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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어떻게 바뀌나? (바보 온달/ 이현주 / 우리교육)
2014년 6월, Thanksbook 기고 글

바보 온달을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면 어떨까? 약아빠진 술수에 염증이 난 현대인은 순수한 바보에게 대리만족을 느낄 것이다. 온달이 성공한 뒤에 평강을 버리는 삼류드라마, 온달의 성공을 자기 계발로 접근한 성공담, 한 사람의 삶이 바뀐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역사적 사실을 부각시킨 역사드라마, 평강의 헌신과 희생을 보여주는 연애 드라마도 가능하다. 바보가 한 사람의 희생과 교육에 의해 나라를 구하는 장군이 되었다가 장렬하게 전사하는 이야기, 정말 멋지다.

평강은 온달을 멋진 남자, 용감한 장군, 위대한 사람으로 바꾼 아내로 칭송받았다. 온달은 관에 들어가서도 평강이 오기까지 꼼짝도 하지 않을 정도로 평강을 사랑했고 평강에게 감사했다. 바보 온달 이야기를 아는 사람은 누구나 평강을 훌륭한 아내, 헌신하는 여성으로 칭찬한다. 이현주님은 달리 해석한다. 그냥 바보 온달로 살게 두는 게 낫지 않았을까 묻는다. 자연에서 동물과 어울려 욕심 없이 살아가는 사람을 전쟁터에서 분노하며 싸우는 사람으로 만든 게 잘한 일일까 묻는다. 정말 잘한 일일까?

20여 년 전에 한 아이가 학교에도 가지 못할 정도로 첩첩산골에 살았다. 아빠와 단둘이 문명이라곤 라디오 하나뿐인 곳에서 긴 긴 날 홀로 지냈다. 라디오에서 청취자가 보낸 편지를 읽어주는 걸 듣고는 도시라는 곳에선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묻는 편지를 보냈다. 세상에 이런 아이가 있나 싶어 라디오 방송에 사연이 나가고 텔레비전 방송도 드나들었다. 책 읽고 싶다고 해서 책도 보내주고 돈도 좀 보내줬나 보다. 수도권에 사는 강도가 강원도 골짜기까지 찾아 들어와 아빠를 죽이고 20만원도 안 되는 돈을 가져갔다.

그때 아이 담임을 했던 선생님은 아이가 학교에 안 오기에 주변 사람에게 물었더니 걔는 원래 안 온다고 했단다. 아이가 안 오면 한 번이라도 찾아가야지, 누가 찾아간 적이 있는지 물었더니 아무도 없다는 말을 듣고 찾아갔다. 그때 선생님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자랐다면, 외롭고 쓸쓸하더라도 아빠와 산에서 그냥 살았다면 언젠가 전기도 들어가고 도로도 생겼을 텐데…… 아빠 잃고 경찰서로, 어른들 손에 이리저리 다니다 절에 맡겨지지 않았을 텐데 안타깝다. 선생님은 내가 가르치는 아이 촬영하겠다고 오면 말린다.”고 했다.

바보 온달을 문명화된 세상에 잘못 내보내면 안타까운 일이 생긴다. 촌놈이 서울에 가서 코 베어간 이야기가 어디 한둘인가! 이현주님은 <바보 온달>이 평강공주 만나 장군이 되는 게 과연 좋은 일인지 묻는다. 책 가장 앞에 고장 나거나 아픈 별을 고치는 어린 영혼이 나온다. 오래도록 아픈 별이 없어 심심하던 어린 영혼은 하늘을 향해 돌을 던지는 바보를 보고는 저 아이라도 고쳐야겠다생각한다. 평강공주로 태어나 온달을 찾아간다.

어린 영혼 외에 중요한 인물로 고승 장군이 나온다. 고승 장군은 뛰어난 능력을 가진 저돌적인 사람이다. 앞길을 가로막으면 깨부수고 지나간다. 고승 장군이 나서면 모두 비켜서야 한다. 바보인 온달은 비켜서지 않아 채찍으로 맞는다. 다른 사람이라면 잘못했다고 빌거나 납작 엎드리지만 온달은 맞으면서도 계속 일어선다. “채찍을 휘두르는 장군은 누군가에게 쫓기는 사람처럼 보였고 반대로 온달은 누군가를 쫓는 사람처럼 보였다.” 고승 장군이 당황한다. 비굴하게 빌지 않고, 덤비거나 욕하지도 않고, 때리는 대로 맞으면서도 굴복하지 않는 순수한 바보의 도전에 어찌할 바를 모른다. 바보 버전의 마틴 루터 킹이랄까~

바보 온달은 맞기만 하면서도 때리는 사람을 쫓기게 만들었다. 장군은 잘 교육 받았고 높은 지위에 올랐으며 거칠 것이 없었지만 바보를 이기지 못한다. 고승 장군은 평강공주와 결혼하겠다고 발버둥 치지만 평강은 바보 온달을 찾아간다. 그러나 평강을 만난 온달 고승 장군처럼 때리고 죽이고 돌파하는 사람이 돼버린다. 여유 없이 쫓기듯 살아가는 사람으로 바뀐다. 고승장군 같은 사람과 결혼하느니 바보 온달과 살겠다며 궁궐을 박차고 나갔지만 온달을 고승 장군과 똑같은 사람으로 바꿔 버린다.

평강은 바보의 순수함을 가지면서도 용감하고 지혜로운 사람을 목표로 삼았을 것이다. 그러나 평강의 교육 방식은 장군을 만들어냈다. 궁궐에서 자라면서 치열하고도 냉혹한 경쟁의 세계에서나 통하는 교육 방식을 배웠겠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순수한 바보에겐 다른 교육 방식이 필요한데 장군이라는 목적만 바라보다가 사람을 놓쳤다. 어린 영혼은 고치는기술은 좋았지만 대상을 바라보고, 대상에게서 시작하는 마음이 없었다.

교사를 기르는 교육대학에서 교육인간 행동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활동이라고 배웠다. 교육은 지금보다 더 나아지게 만들기 위해 활동, 과정을 투입한다. 바보 온달이 별을 따려고 돌을 던지는 행동보다 낫게 하려면 어떤 활동과 과정이 필요할까? 평강은 활을 쏘고, 칼을 휘두르는 방법, 말을 고르고 타는 방법, 글을 읽고 장수답게 행동하는 태도를 가르친다. 그래서 바보 온달을 잃고 관을 받는다.

전교생 5명인 분교에서 3년을 지냈다. ‘바보 온달정도는 아니었지만 정말 순수했다. 아이들은 티 없이 맑은 글을 썼다. 글을 읽는 사람은 미소 짓고 고개를 끄덕이고 때론 울었다. 아이가 쓴 글은 어른들 마음을 부끄럽게 만들었고 어린 시절을 돌아보게 했다. 소 키우는 집에서 짚을 내릴 때면 함께 짚단을 옮기고 던지며 뒹굴었다. 그러나 정부에서 정보화 마을로 선정해서 집집마다 인터넷을 설치하고 컴퓨터를 준 뒤에는 온달이 사라졌다. 아침마다 마을을 달린 뒤에 글을 쓰고, 점심 먹고 나서 개울에 나가 돌 던지며 놀던 아이들이 게임하다가 피곤한 기색으로 학교에 왔다. 농사짓는 노인들에게 정보화가 무슨 대수라고, 바보 온달에게 정보와 기술을 가르치려 했을까?

온달이 별 따려고 돌을 던졌는데 어린 영혼은 돌팔매질을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순수함을 잃으면 순수한 행동을 못된 짓이라 판단한다. 산골 아이에게 정보를 제공할 게 아니라 우리가 아이들에게 순수한 마음, 세상을 바라보는 다른 관점을 배워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경쟁에 찌들고, 좋은 집에서 좋은 차 타고 살게 하려고 아이를 모두 온달 장군으로 만들려 한다. 말 타는 대신 학원에 가고, 활 쏘는 대신 스펙을 쌓으며, 칼 휘두르는 대신 문제집 푸는 것만 달라졌지 여전히 궁궐을 향해 내달린다. 언젠가 아이들이 칼을 휘두르며 경쟁에 앞서나갈 때 아무도 없는 집에 홀로 남아 바보 온달을 그리워하지 않을까?

온달이 죽은 뒤에 어린 영혼은 사람을 바꾸려고 사용한 도구 향기 나는 걸레와 망치를 내버린다. 향기 나는 걸레는 당근을, 망치는 채찍이라 보면 된다. 당근과 채찍은 말을 조련할 때 써야지 인격을 대할 때는 더 신중해야 한다. 우리가 정한 목표를 강요하기 전에 무엇이 아이를 행복하게 만들지 고민해보자. 고승 장군 쫓아가지 말고 별을 따려고 돌을 던지는 바보 곁에서 함께 돌을 던지며 추억을 만들자. 훗날 부모 세대가 고승 장군처럼 된 아이를 보며 후회하지 않을까! 어쩌면 무엇을 잘못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되어 있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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