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서를 읽고 어떤 분이 위인전 같아서 부담스럽다고 했다. 위인전 같다고? 나는 그 일을 그냥 겪었다. 그런 일을 다시 겪어야 한다면 더 잘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고생하는 길이 아니라 내가 가야 할 길이라 생각한다. 박주정 선생님도 같은 마음인 것 같다. 이상 행동을 보이는 아이는 가정에 원인이 있으니 그걸 알아내서 도와주자고……

박주정 선생님은 정말 위인전 같은 삶을 살았다. 밤이고 낮이고, 가정이 없는 사람처럼 학생들을 돌봤다. ‘이제 그만이 없었다. ‘힘들다. 쉬고 싶다.’ 하는 마음도 보이지 않았다. 또한 아이들을 돌보기만 한 게 아니다. 학교를 떠난 학생을 도와주려고 새로운 학교를 만들었다. 관련 기관을 찾아다니며 새로운 조직과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분이 간 길은 도저히 따라가지 못하겠다. 정말 위인전 읽는 느낌이었다.

학교가 점점 사무적으로 바뀐다. 아이를 좋아해서 아이에게 장난을 치면 생각지도 못한 일로 힘들어질 수 있다. 동료 교사를 도와주거나 도움을 받는 일도 줄어들었다. 우리 반 아이가 아니라고, 내가 할 일이 아니라고, 굳이 이걸 해야 하느냐고…… 이런 말이 많아졌다. 우리 반이건 아니건 아이를 돕고 가르쳐야 하지 않나? 내 일이 아니라고 해도 해야 할 때가 있지 않나? 업무를 최소한으로 하는 게 교사로 살아가는 기준은 아니지 않나?

나는 아이와 장난을 친다. 그래도 부모가 뭐라 하지 않는다. 내가 아이를 사랑하며 잘 가르치려고 노력한다는 걸 안다. 신뢰가 있다. 나는 2학년을 돕는다. 4학년 선생님에게 도움을 청한다. 젊은 교사에게 컴퓨터를 봐달라고 한다. 2년 동안 업무를 도와주었던 총각 선생이다. 교사들 사이에도 신뢰가 있다. 우리는 모두 아이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교사와 학부모, 교사와 교사 사이에 신뢰가 무너질 위기에 처한 지금이야말로 박주정 선생님 같은 분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생 박주정과 707명의 아이들은 내가 받은 상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지쳤다고, 나이가 들어서 힘들다고 늘어지는 중인데 마음을 다잡게 되었다. 진짜 스승을 만났다. 꼭 읽어보시라고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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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양원 목사 막내딸이 썼다. 저자는 막내딸로 손양원 목사에게 무척이나 사랑을 받았다. 목마를 태워주고 사랑을 표현하던 아빠가 4살에 죽었다. 사람들은 순교자라고 했지만, 저자는 두 오빠도 데려가고 아빠도 데려간 하나님을 용서할 수 없었다. 정양순 사모님은 남편 손양원 목사가 예수님을 부인하고 사는 것보다 순교하는 걸 바랐다. 타협하지 않는 믿음을 가졌기 때문에 손양원 목사님이 돌아가신 뒤에 교회 일에도 타협하지 않았다. 아이를 돌보는 것보다 교회를 세우는 일에 마음을 더 쏟았다.

광복하고 나서 신사참배를 두고 교회가 분열되었다. 신사참배하지 않고 고통당한 분들이 신사참배한 사람들을 비난하며 교회로 인정하지 않았다. 정양순 사모님은 신사참배하지 않은 소수 고려파에 속했다. 옳은 길을 따르다 고통을 당한 소수가 가는 길이 편할 리가 없다. 저자는 엄마와 같이 살지 못하고 친척 집, 친구 집에서 지내야 했다. 저자는 하나님께서 아빠와 오빠를 데려가고, 엄마까지 빼앗아갔다고 생각했다. 절망감, 상실감을 피아노에 쏟아부었으나 마음의 상처는 치료되지 않았다.

책은 3부로 쓰였다. 1부는 저자가 본 가족들 모습이다. 손양원 목사님과 두 오빠의 죽음을 지켜본 분들을 만나면서 완성한 기록이다. 2부는 어머니 정양순의 삶을 소개한다. 아버지가 죽음으로 순교했고, 어머니는 삶으로 순교했다. 지금 시대에는 이해할 수 없는 믿음이다. 3부는 저자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썼다. 치유가 없었다면 이 책은 하나님을 원망하는 내용이 되었을 것이다.

나는 점점 힘을 빼고 산다. 중요하게 여기는 게 줄어든다. 여유가 많아져서 좋다. 그러나 믿음에도 힘이 빠진다. 그래서 온 힘을 다해 믿었던 분들 이야기를 읽으면 심란해진다. ‘어떻게 이렇게 살 수 있지?’가 아니라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생각한다. 책 내용이 1940~70년대 일어난 일이라 지금 시대와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그러나 부모의 헌신 때문에 상처 받은 자녀, 상처가 준 결핍을 다른 것으로 채우려고 발버둥치는 모습, 하나님 은혜로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은 똑같다. 우리의 삶은 결국 사랑을 찾는 발버둥 아니던가!

책이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나왔습니다.
쿰란출판사 - <손양원의 유산>

 (톨스토이, 475쪽) / 동화

톨스토이가 쓴 민화(동화) 모음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두 노인>, <바보 이반>, <대자> 등 잘 아는 이야기가 많았다.
아이가 읽기 참 좋은 글을 모아놓았다.

아이들은 착한 마음을 건드리는 글을 읽어야 한다. 톨스토이는 이런 면에서 제격이다. 요즘은 양보하라고, 착하게 살라고 하지 않는다. 그러면 손해 본다고, 바보가 된다고 한다. 글쎄~ 양보를 배운다고 바보가 되진 않는다. , 좀 바보가 되면 어떤가? 친구에게 양보하는 인격을 갖게 되는데 말이다. 또한 어릴 때 양보한다고 계속 양보하는 것도 아니다.

때리고 죽이는 게임이 아이의 마음을 무디게 할수록 톨스토이의 책을 읽어야 한다. 적어도 아이만은 착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배워야 한다. 어릴 때 가진 마음이 기초가 되어 한 사람의 삶을 아름답게 만들 것이다. 주위 사람들도 같이 아름다워질 것이다.

6월에 읽은 책 18권 4141쪽 (전체 92권 24140쪽)

92. 맹물 옆에 콩짱 옆에 깜돌이 (이소완, 120) / 3학년 이상
  은영이는 눈물이 많아서 맹물, 은우는 몸은 콩알 만한데 기운이 짱짱해서 콩짱이다. 절친인 둘이 우연히 강아지 깜돌이를 만나고, ‘그냥 씨와 여러 사람을 만나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다. 마을에서 이웃을 만나 서로 알고 이야기하며 함께 지내는 모습이 좋다.

9. 불멸의 지혜 (월리스 와틀스, 176) / 자기계발
  나폴레온 힐, 로버트 슐러 같은 사람들이 스승으로 여긴 사람이라고 소개를 듣고 거부감이 들었다. 시크릿에 영향을 주었다는 걸 보고 또 싫어졌다. 그래도 학부모 독서동아리에서 학부모가 읽자고 한 책이라 최대한 감정을 자제하고 읽었다. ‘배울 게 있을 거야!’ 하며 읽는데 여전히 무얼 말하는지 모르겠다.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한다. 추천한 학부모는 또 감동받았다며 인생의 안내서라고 말한다. 비판이 솟구쳤지만, 참고 들어봤다. ‘나와 다른 사람은 이런 책에서 도움을 받을 거야!’ 하며 들었다. ‘그럴 수 있겠다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내겐 쓸모없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90. 복음과 상황 6월호(173) / 기독교
  다달이 읽는 월간지다. 6월호도 참 좋다.

89. 모모 (미하엘 엔데, 367) / 중학생 이상
  다섯 번쯤 읽었다. 교사 모임에서 읽어서 그런지 놀 줄 모르는 아이들, 바쁘게 사는 아이들의 결핍이 생각났다. 선생님들은 너무 바쁘게 살았고, 지금도 그렇게 산다고 말했다. 시간에 쫓겨 사는 생활이 습관이 돼버렸다고, 여유를 갖고 싶다고 했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느리고 여유롭게 사는 독일에서 미하엘 엔데가 모모를 생각했다면, 우리나라를 보면 어떨까? 끔찍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88. 지켜야 할 세계 (문경민, 254) / 소설
  사람마다 관심사가 다르다. 세 번째 읽는데도 여전히 보이는 부분이 보인다. 독서 모임을 하면 다른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저자가 말하는 걸 들으면 다른 부분이 보인다. 다음달에 교사들과 함께 읽는다. 어떨까?

87. 휴먼카인드 (뤼트허르 브레흐만, 536) / 사회
  딸과 같이하는 독서 모임에서 읽었다. 두 번째 읽었는데 여전히 좋다. 딸이 사회에 분노하는 모습이 젊었을 때 나를 보는 듯했다. 글을 쓰기로 했다. 따로 소개하겠다.

86. 누리호의 도전 (정화영, 73) / 4학년 이상
  여러 차례 시험과 도전 끝에 2023년에 발사에 성공한 누리호를 소개하는 책이다. 우주를 바라보며 과학자의 꿈을 꾸는 아이들이 읽으면 좋겠다.

85. 어쩌다 거룩하게 (나디아 볼즈웨버, 290) / 기독교
  20대에 나는 사고형 인간으로 비판하는 마음이 강했다. 그리스도인에게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 많았다. 그때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를 읽고 사람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어쩌다 거룩하게놀라운 하나님의 은혜를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다. 죄인들이 모여서 교회를 이루었고, 죄인이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좋다. 그래도 나는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가 더 좋았다.
  만약 A 교회에서 갈등을 일으키고 상처를 준 사람이 B 교회에 가서 자유와 은혜를 외치면 어떻게 봐야 할까? 죄가 용서받는 곳이 교회이지만, 상처가 남은 사람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에게만 은혜를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다.

84. 소중하지 않은 생명은 없어(조종순, 101) / 4학년 이상
  동물을 소중하게 대하자는 내용을 동화로 쓰면서 관련 내용을 소개했다. 동물권, 동물실험 등을 소개하고 찬반을 따져볼 내용을 소개했다. 독서반 아이들과 토론했다.

83. 안녕 몬스 (장유하 외, 109) / 4학년 이상
  <대한민국 독서토론/논술대회> 대상 도서여서 읽었다. 단편 동화 세 편을 모았다. <안녕, 몬스>는 거친 부부싸움을 보고 생긴 공황장애를 다루는 방법을 배우는 이야기다. <버디를 찾아서>는 느려서 답답해 보이는 연서와 빨라서 덤벙대는 리나가 어려움을 만나는 이야기다. <배나무 꽃잎은 바람에 날리고>는 마을에서 운영하는 아름다운 가게를 찾아오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소개한다. 좋았다.

82. 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131) / 소설
  강한 사람이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걸 보면 사람들은 분노한다. 특히 자신과 상관없는 사람의 죄악에 분노한다. 그러나 강자가 자신과 관련된 사람이라면 태도가 달라진다. 거래 상대나 상사의 불의를 보면 분노를 감춘다. 주인공 펄롱은 석탄과 땔감을 판매한다. 배달도 한다. 가장 큰 거래처인 수녀원에 배달하러 갔다가 학대당하는 아이를 발견한다. 수녀는 물론 수녀원장까지 아이를 학대하는 일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고 펄롱이 고민한다. 지금보다 인권 의식이 낮았던 1980년대에 펄롱은 어떻게 해야 할까?
  불의를 보고 갈등하는 이야기는 꽤 많다. 그러나 이 책은 생각보다 많이 팔렸다. 문장이 좋고 펄롱의 마음 상태를 묘사하는 표현이 좋다. 상징과 복선을 드러내는 문장이 많다. 불의 앞에서 갈등하는 마음을 잘 묘사했다. 부커상을 받은 작품이라 많이 팔린 것 같다. 펄롱처럼 사는 사람이 많아지면 좋겠다. 특히 그리스도인이라면~

81. 아테나와 아레스 (신현, 196) / 4학년 이상
  새나와 루나 아빠와 엄마는 경주마를 타는 기수다. 아빠는 우승 경력이 많은 이름난 기수다. 엄마는 실력이 좋으면서도 우승 경력이 없다. 말의 상태를 배려하며 타기 때문이다. 엄마가 경주에서 다치고 얼마 뒤에 말이 두 마리 태어난다. 세나는 말에게 이름을 붙이지 않는 통념을 깨고 두 마리에게 아테나, 아레스라고 부른다. 아테나는 경주마로 두각을 나타낸다. 세나는 아레스도 뛰어난 경주마가 될 거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아테나와 아레스는 말 이야기면서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우리나라 학생들 이야기다. 전개 과정이 좋고, 이야기가 담은 내용도 좋다. 참 좋은 책이다.

80. 고백의 언어들 (김기석, 359) / 기독교
  김기석 목사님이 은퇴하면서 자신의 삶과 하나님을 강의한 내용이다. 첫 번째 <인간이라는 수수께끼>는 압권이다. 읽다가 너무 좋아서 다시 읽고 그랬다. 첫 강의는 성경 이야기가 적고 책, 특히 고전 내용이 많다. 유한과 무한으로 시작해서 관계로 이어지는 내용이 정말 좋았다. 다른 강의에서 모세, 아브라함, 욥을 말하는데 문학 내용과 그림을 엮어 설명한다. 이 내용도 참 좋다. 1장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있다.

79. 루리의 우주 (황지영, 160) / 4학년 이상
  박두나는 휠체어를 탄다. 다니기 불편한 점(계단, 대중교통 등)도 있고 사람들 시선과 말이 불평하지만 친구와 즐겁게 지낸다. 어느날 친구 이담이와 떡볶이를 먹으러 갔다가 오해가 생긴다. 휠체어를 타는 두나는 느끼지만, 이담이는 느끼지 못하는 부분 때문이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고, 설명하기 싫은 부분이다. 이때 두나와 똑같이 생긴 루리를 만난다. 루리는 다른 우주에서 왔다. 평행우주에서 루리는 이곳에서 두나와 같다. 루리가 사는 우주는 장애인이 불편하지 않다. 사람들이 다르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러다가 두나는 우연히 루리가 사는 우주로 간다. 이곳에서 하지 못했던 걸 그 우주에서 자유롭게 마음껏 한다. 작가가 좋은 아이디어에 좋은 내용을 담았다. 황지영 작가 책을 몇 권 읽었는데 다 좋았다. 이 책도 토론하기 좋다.

78. 마지막 유령 (니시무라 쓰지카, 327) / 소설
  잔잔하게 시작했는데 기억전달자를 생각하게 한다. 5학년 하지메는 방학 동안 할머니 집에 간다. 엄마가 돌아가셨고 아빠는 바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지메는 슬프지 않다. 슬픔이 사라진 시대이기 때문이다. 슬픔이 사라진 까닭을 말하면 스포가 되므로 말할 수는 없다.
  하지메는 할머니 집 옆에 생긴 비행장 근처에서 유령(이름:네무)을 만난다. 네무는 하지메에게 점점 유령이 줄어든다고 말한다. 유령이 사라지는 게 하지메와 무슨 상관이 있지? 절반 정도 읽는 동안 양철북 출판사에서 왜 이런 책을 냈을까?’ 싶었는데 후반에 가서 역시~’ 했다. 기억전달자와 다른 내용으로 비슷한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참 좋은 책이다.

77. 하느님의 입김 (탁동철, 335) / 교단 일기
  탁동철 형이 쓴 교단 일기다. 낄낄대고, 우와 감탄하고. 나도 해봐야지 생각하며 읽었다. 나는 아이들 곁에 있기도 하지만, 아이들을 내려다보며 장인이 견습생 가르치듯 가르친다. 형은 아이들을 친구 대하듯 한다. 알고도 모른 척하며 슬슬 부추긴다. 무엇보다 형은 우리가 가졌던 아름다운 마음을 찾는다. 익숙하게 본 교실 분위기를 벗어나 아이들 스스로 관심을 두고 살피며, 함께 해결하고, 일상의 경험을 통해 자라게 한다. 교실에서 어떻게 이런 걸 하지?’ 하는 걸 한다. 아이들 스스로 땅을 파서 논을 만들고, 닭장을 만들고, 직접 땀 흘려 기른 것들을 장에 팔러 간다. 그렇다고 형네 반 아이들이 착하기만 한 건 아니다. 욕하고 싸우기도 한다. 그럴 때도 타이르고 혼내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같이 의논하며 스스로 길을 찾게 도와준다. 참 좋은 형이 쓴 좋은 책이다.

76. 죽은 교사의 사회 (차승민, 267) / 교육
  영화를 통해 교사의 모습과 교육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담았다. 나는 책벌레라 본 영화가 전체 25편 중 네 편밖에 없다. 그래도 내용이 와닿았다. 영화는 학교를 배경으로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는 내용이 많다. 저자는 영화에 나오는 여러 인물을 통해 교사의 권위, 능력, 두려움, 환상, 태도, 가르치는 방법, 가르침과 배움 등을 다룬다. 당장 써먹을 기술이 아니라 오래도록 고민해야 하는 것을 알려준다. 내일 학생들에게 보여줄 PPT나 동영상을 찾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교사가 어떤 사람인지 고민해야 한다. 교사 자신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도 생각하며.

75. 괜찮아?! (이남석, 167) / 청소년 상담
  이남석 작가 책을 거의 다 읽었다. 청소년을 위한 좋은 책을 여럿 썼다. 이 책은 불안, 우울, 무기력을 다룬다. 청소년기에는 부정적인 감정이 커진다. 앞으로 무얼 할지 걱정이고, 뭘 해도 재미가 없고, 열심히 한다고 될 것 같지도 않다. 작가는 이 마음을 드러내어 보여주며 생각을 바꾸고, 몸을 움직이고, 마음을 지긋이 바라보라고 한다. 내가 읽고 겪으며 긴 시간을 들여 알아낸 것들을 깔끔하게 정리해준다. 좋은 책이다.

 

5월에 읽은 책 14권 4011쪽 (전체 74권 19999쪽)

74.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400) / 고전
  교직원 독서동아리에서 함께 읽었다. 중고등학생들과 토론할 때 처음 읽었는데 그때와 느낌이 다르다. 내용에 대한 감탄이 줄어들고 작가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92년 전, 우리가 일본의 지배를 받으며 살아갈 때 헉슬리는 100년 후 미래를 내다보았다. 세익스피어의 문장을 자유자재로 인용하는 게 대단하다. 사회 구조, 인물의 성격 묘사가 탁월하다. 특히 원시인 존의 갈등과 버나드의 변화 모습이 탁월하다. 다만, 헉슬리가 바라본 미래 사회와 지금은 꽤 다르다. 우리는 안정을 위해 집단주의를 선택하지 않고 개인주의로 빠져들었다. 그래도 이 책은 굉장하다.

73. 신곡 (단테, 1086) / 고전
  단테가 스승인 베르길리우스와 지옥, 연옥을 지난 뒤에 베아트리체와 천국을 여행한다. 3행으로 맞춰 고전에 나온 인물, 당대 역사적 인물, 정치 사회 인물을 망라해서 시를 썼다. 단테가 언급하는 사건과 인물을 이해해야 내용을 알아듣는다. 각주에 나온 설명과 본문을 계속 번갈아 읽어야 한다. 지옥은 33편으로 썼으며 재미있었다. 연옥도 33편으로 썼는데 똑같은 패턴을 되풀이해서 지루했다. 천국은 34편으로(지옥, 연옥, 천국까지 100편이다.) 당시 천문관이 반영되었다. 천국에 대한 묘사가 아니라 천국에 갈 사람을 골라내서 소개하는 내용이다.
  신곡을 읽으며 사람은 당시 세계관이 반영된 천국과 지옥을 생각한다. 자기 나름의 천국과 지옥을 생각하며 그 기준으로 천국과 지옥에 갈 사람을 판단한다. 중세 사람들은 신화의 세계에서 살았음을 알았다. 그들은 이야기를 만들었고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신화를 받아들였다. 우리는 이를 과학의 언어와 도구로 대체했다. 신비가 사라지고 허무와 우울함이 자리를 차지했다.

72. 성경 속 왕조 실록(배경락, 303) / 기독교
  저자에 대해 논란이 있지만, 책 내용은 좋다. 열왕기서에 나오는 왕들의 기록을 해설한다. 핵심을 잘 짚어낸다. 열왕기를 공부하는 성도에게 알맞게 도전을 주는 책이다.

71. 기억 전달자 (로이스 로리, 310) / 중학생 이상
  학부모들과 함께 읽었다. 책이 별로였다고 말한 아빠는 등장인물의 이름 뜻을 알려주자 태도가 바뀌었다. 1학년 아이 엄마는 우리가 나누는 이야기를 모두 적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지묻는 분도 있고, 우리가 살아가는 곳보다 이런 사회가 더 좋겠다는 분도 있었다. 고통이 주는 가르침을 나누기도 했다. 학생들과 이야기할 때보다 의견이 다양했다. 그래서 깊이 나누지는 못했다.

70. 도둑 맞은 집중력(요한 하리, 434) / 인문
  기자가 집중력에 관심을 갖고 몇 년 동안 자료를 모았다. 전문가를 찾아가서 인터뷰하며 글을 썼다. 기자가 쓰는 기사는 신뢰를 주어야 하므로 글을 쓰는 특유의 기법이 있다. 개인의 이야기로 관심을 갖게 하고 인정받는 실험 결과와 전문가의 견해를 제시한다. 또한 자신이 직접 색다른 일을 겪으면서 과정을 소개한다. 앞부분이 살짝 지루하지만, 여길 넘어서면 집중해서 읽게 된다.
  집중력이 좋아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연에서 나는 음식 먹기(인공감미료, 색소와 합성 향을 넣은 것 말고), 충분히 놀기, 충분히 자기, 영상매체 피하기, ADHD 같은 증상에서 약으로 해결하지 말기, 페이스북 같은 매체의 운영 구조와 원칙을 알기. 이렇게 적어놓으니 방법을 말하는 책처럼 보인다. 그렇지 않다. 이 책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 뭔가 이상하다고 말한다. 본질을 놓치고 현상에 집착해서 중요한 것을 놓쳤다고 말한다.
  색다른 방식으로 자녀를 길렀다. 학원에 가지 않고, 공부를 강요하지 않으며 실컷 놀았다. 하루 8시간 이상 잤다. 영상매체 없이 지냈고, 지금도 영상매체에 의존하지 않는다. 내가 살아가는 방식을 옹호하는 내용의 책이라서 더 반가웠다. 꼭 읽어보시라.

69. 키 큰 토끼의 고민 상담소(김유, 71) 68. 무적 말숙(김유, 87) 67. 내 이름은 구구 스니커즈(김유, 92) 66. 내 언니를 찾습니다(김유, 47)
  김유 작가가 아이들을 만나러 왔다. 2~4학년이 읽기 좋은 동화를 많이 쓴다. 내용이 마음에 들었다. 장편도 쓰면 좋겠다.

65. 복음과 상황 5월호 (153) / 기독교
  꼼꼼하게 읽는 월간지이다.

64. 조관순, 학교를 뒤집다 (박상기, 152) / 5학년 이상
  6학년은 학교 터줏대감이다. 운동장에는 유독 6학년이 많다. 윤서네 학교에 멋진 테라스가 생기자 6학년이 몰려간다. 5학년 윤서는 새로 만든 테라스를 이용하지 못해서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 평소 티격태격하던 경훈이도 운동장을 6학년에게 빼앗겨 화가 났다. 선생님이 도와주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윤서와 경훈이가 스스로 권리를 되찾으려 한다. 친구들에게 도움을 구하고, 전교회의를 요청하는 등 노력한다. 권리를 찾기 위한 노력과 아이디어가 좋다. 읽으면서 윤서가 잘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63. 우리가 만드는 내일은 (바네사 나카테, 261) / 환경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을 꼽으라 하면 아프리카, 흑인, 여성이 포함된다. 저자인 바네사 나카테는 우간다에 사는 여성이다. 부모가 교육받은 사람이어서 나카테가 대학에 다녔지만, 흑인 여성으로 불평등을 자주 겪는다. 대학생일 때 기후정의를 알고, 기후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면서 불평등과 기후 위기에 대한 아프리카의 목소리가 되었다.
  아프리카는 가장 탄소를 적게 배출하면서 기후 재앙을 가장 힘들게 겪는 곳이다. 선진국이 쓰레기를 아프리카로 보내고, 환경을 파괴하는 기업이 정부와 손을 잡고 마구잡이로 개발하는 곳이다. 먹고 살기 힘들어 개발을 기다리는 우간다에서 기후 위기에 대처하자고 시위하고 SNS로 알린다. 세계 언론에 노출되지 않는 아프리카의 기후 재앙에 대한 목소리를 흑인 여성이 높인다. 나카테가 언론에 등장하고 기후 관련 회의와 행사에 참여하면서 흑인 여성의 차별을 직접 겪는다.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고, 여성과 아이를 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육이 더 나은 생각을 갖게 한다고 주장한다. 참 좋은 책이다.

62. 밤티마을 마리네 집 (이금이, 199) / 동화
  이금이 작가가 밤티마을 시리즈를 다시 펴내며 4권을 썼다. 큰돌이와 영미가 어른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다. 영미는 부모님(특히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다른 주인공 마리는 아버지가 고향인 네팔로 간 뒤에 엄마와 둘이 산다. 부모가 네팔 사람이라 어려움을 겪는다. 마리가 영미를 만나면서 조금씩 마음이 열린다. 참 좋았다.

61. 추기경 마르크스의 자본론 (라인하르크 마르크스 추기경, 414) / 인문
  마르크스라는 이름을 가진 독일 추기경이 공존과 상생을 주장하는 질서자본주의를 주장한다. 성경 구절이 조금 나오지만 대부분 경제를 말한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분석하고, 시장 경제에서 윤리의 역할을 강조한다. 복시사회 한복판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현상을 말하며 윤리 없는 시장 경제를 통제하기 위해 국가의 역할을 강조한다. 이 책을 읽으며 칠레와 잠비아의 채권을 사서 되파는 방식으로 수천만 달러를 두 나라에게서 빼앗은 사람들이 있음을 알았다. 펀드 회사는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이 교육받을 권리를 빼앗으면서 자기들 배를 불렸다. 추기경 마르크스는 가난한 이를 위한 경제,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정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세계 질서는 연대를 통해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원하는 사회적 시장경제의 세계화가 유럽에서는 이루어지겠지만, 탐욕에 물든 아시아와 미국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참 좋은 책을 읽었다.

 

4월에 읽은 책 14권 3379쪽 (전체 60권 15988쪽)

60. 페인트 (이희영, 241) / 중학생 이상
  학부모 독서동아리에서 읽었다. 엄마들이 무척 공감했다. 아빠 한 분은 가족이 이래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말 이런 시대가 올지 묻기도 했다. NC 센터 아이들이 부모 면접하러 온 사람들을 점수로 평가하는 것처럼 당신의 자녀가 부모를 평가하면 몇 점일지 이야기했다. 아이가 엄마를 좋아하는 건 거의 절대적 사랑이라고 느끼셨다고, 그래서 아이들을 더 사랑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분도 있다. 우리 반 학부모들은 선생님, 아이들에게 부모님의 어떤 점이 바뀌면 좋을지 물어봐주세요.” 하고 요청하기도 했다. 같이 나누니 좋았다.
  책에 나온 문장 : 어른이 꼭 어른일 필요는 없다.

59. 장사에 체면이 어딨어 (최순각, 259) / 에세이
  최순각 관장님은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추진력이 좋은 분, 창의력이 남다른 분이다. 커피숍을 시작으로 빵집, 선물가게를 지나 책다방과 바보상점까지 냈다. 이번에는 공유책방을 만드는 중이다.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도 틈틈이 쓴 글을 모아 책으로 냈다. 글이 참 재미있다. 색다른 비유를 끌어와서 재치있게 문장을 내보인다. 사람을 아끼고, 힘겨운 시절을 견디며 일하는 분들을 먼저 생각한다. 이웃을 돕고 마을을 살핀다. 행복하게 읽었다.

58. 복음과 상황 4월호 (173) / 기독교
  꼼꼼하게 읽는 월간지다. 이번 호도 좋았다.

57. 교회답지 않아 다투는 우리 (홍동우, 254) / 기독교
  『교회답지 않아 다투는 우리북토크 사회를 했다. 책을 읽으며 질문을 마련했다. 내 관심과 수준이 북토크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싶어 걱정했다. 홍둥우 목사님은 막힘없이 질문에 대답했다. 특히 교회 다툼과 관련된 내용은 지혜롭게 대답했다. 목사와 장로의 능력, 심리, 기대 등을 딱 짚어냈다. 갈등이 일어나는 원인, 과정, 잘못된 결과로 이어지는 과정도 잘 알았다. 홍동우 목사님이 대답할 때마다 현장 참석자들이 감탄하고, 웃고, 질문과 고백으로 호응했다.
  뛰어난 성경학자는 연구한 분야를 잘 안다. 그럼 홍동우 목사님 전공은? 일했던 두 교회 모두 다툼에 휘말렸다. 거기서 전전긍긍할 수도, 탈출만 생각할 수도 있었는데 교회 다툼을 잘 살펴 책을 쓸 정도가 되었다. 정약용 선생은 아들에게 쓴 편지에서 닭을 기를 때도 관찰하고, 실험하고, 시도하라고 했다. 정약용 선생이 홍동우 목사님을 보면 잘했다고 할 것 같다.

56. 나의 작은 거인에게 (이소현 외, 150) / 시집
  어른이 쓴 동시를 안 좋아한다. 내가 만난 아이는 삶에서 시를 썼다. 그 시들은 진실했고 진심이 느껴졌다. 어른이 쓴 동시는 지어낸 느낌이 많이 든다. 이소현 선생님도 내가 동시를 싫어하는 줄 안다. 그런데도 시집을 보내주었다. 11명이 5편씩 쓴 55편의 시 중에 세 편이 마음에 들었다. 가장 좋았던 건 등굣길이다. 이소현 선생님이 시어머니를 생각하며 쓴 시다. ‘소현 샘이 쓴 시가 모두 마음에 안 들면 어쩌나?’ 걱정하며 읽었는데 양일래 어린이를 만나 좋았다.

55. 페렐란드라 (루이스, 333) / 기독교
  루이스가 쓴 우주 3부작 중 두 번째다. 창세기 3장을 판타지 소설로 썼다. 1침묵의 행성 밖에서가 가장 좋다. 페렐란드라는 글을 쓴 의도가 뻔하게 느껴진다. 루이스가 우주 3부작 중 가장 좋아했다고 하는데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루이스는 선악을 모르는 여인을 꼬드기는 대화보다 풍경 묘사에 더 마음을 쏟았다. 풍경을 묘사하는 장면이 많다. 루이스가 왜 그렇게 길게 묘사했는지 모르겠다.
  독서 모임에서 한 분은 <움직이는 땅>을 생각하며 불안해하는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나는 점점 약해지고 느려지는 내 모습을 나누었다. 몇 년 전에 처음 읽었을 때는 감탄했었는데 지금은 별로인 까닭도 나누었다. 나는 오히려 고정된 땅과 움직이는 땅이 무엇인지 해석하는 게 더 재미있었다.

54. 초등 놀이토론 (이인희 외, 251) / 교육
  놀이로 토론하는 방법을 많이 소개한다. 놀이 방법을 안내하고 의견을 정한 뒤에 근거를 찾아 다양한 방법으로 발표하는 놀이를 소개한다. 찬반 토론이 많다. 방법이 간단하고 교사가 아이들을 관리하기 쉬워서 실제 수업에 활용하기 좋다. 교사들이 직접 해본 내용이어서 곧바로 활용할 수 있다. 선생님들에게 좋은 가이드가 될 책이다.

53. 작별인사 (김영하, 297) / 소설
  교직원 독서동아리 회원들이 읽고 싶다고 해서 읽었다. 김영하 작가 책은 처음 읽었다. 방송에 나오는 작가에게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알쓸신잡에 나오는 작가가 쓴 책은 단 한 권도 읽지 않았다. 이게 처음이다. 정말 잘 썼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 급급해서 작가의 생각을 담지 못하는 책이 많은데 이 책은 그렇지 않다. 마음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 인간이 무엇인지, 고통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우리의 삶이 어떻게 한 편의 아이기가 되는지 등 삶의 근본을 고민하게 한다. 김영하 작가 책을 읽어야겠다. 읽으면서 천 개의 파랑, 전갈의 아이가 생각났다.

52. 나는 복어 (문경민, 191) / 청소년 소설
  자세하게 리뷰를 쓰려고 기다리다가 시간만 가고 결국은 못 썼다. 다시 읽고 써야겠다.

51. 박하네 분짜 (유영소, 132) / 5학년 이상
  5, 6학년 친구들이 학교에서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단편 6편 모음이다. <내가 기억할게>는 가족을, 다른 단편은 모두 친구 관계를 다룬다. 세 단편은 이성 관계를 다룬다. 작가가 아이들의 관계, 특히 여자아이들의 관계를 잘 묘사했다. 이성교제를 다루는 솜씨도 뛰어나다.
  초등 고학년은 친구가 가장 중요한 시기이며 동시에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시기다. 친구가 한없이 좋던 저학년을 지나 어려움을 만나고, 좌절하고, 극복하고, 객관화하는 때다. 이 때를 건강하게 지내는 게 중요하다. 이 책은 건강한 관계를 잘 묘사했다. 좋았다.

50. 그 가공할 힘 (C. S. 루이스, 669) / 소설
  루이스가 쓴 우주 3부작 마지막 책이다. 처음 읽을 때는 개인이 조직에 매몰되어 생각없이 살아가는 모습에 감탄했다. 두 번째 읽으니 별로다. 루이스를 좋아하지만, <국가공동실험연구소>라는 단체의 특징을 너무 많이 묘사했다. 국공연을 악으로, 세인트 앤 장원을 선으로 나누는 건 괜찮지만 둘을 분리시켜 특징을 대조하는 데만 신경 써서 둘의 접점이 마크와 제인 부부밖에 없다. 마크와 제인 부부도 계속 떨어져 지내므로 마지막에 가서 한 번의 결정적 순간으로 가공할 힘이 무너져버린다. 또한 멀린을 부활시켜 해결하는 방식도 이상해 보인다. 톨킨과 조지 오웰이 극찬했지만, 지금은 조지 오웰의 소설이 더 훌륭하게 보인다.

49. 지퍼백 아이 (김유, 80) / 3학년 이상 동화
  아이들에게 읽어줬다. <비밀의 꼬리>는 거짓말하면 꼬리가 길어지는 이야기다. 우리반 아이 몇 명 이름 넣어서 읽어줬더니 좋아한다. <지퍼백 아이>는 마음이 쪼그라들어 지퍼백에 갇혀버린 아이 이야기다. 3학년 아이들도 지퍼백에 갇힌 아이 마음을 이해한다. <엄마가 있는 집>은 돌아가신 엄마를 그리워하는 아이 이야기다. 엄마와 떨어져서 사는 두 아이가 자연스럽게 엄마 이야기를 한다. 마음에 상처가 없어 보인다. 책을 읽어주면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참 좋은 책이다.

48. 엄순대의 막중한 임무 (정연철, 143) / 3학년 이상 동화
  작가가 중등 국어 교사인데 초등학생의 삶을 잘 이해한다. <빛의 용사 구윤발><아주아주 낙천적인 정다운>은 특수교육 대상 아동이 주인공이다. 빛의 용사에 마음을 빼앗긴 어린 모습을 잘 표현했다. 아주아주 낙천적인 모습도 일부 특수교육 대상 아동에게서 볼 수 있다. 엄순대는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돌본다. 우성희 작가의 기다려, 오백원이 생각났다. 빼못모 회장 황소라는 학급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친구의 영향에서 벗어나는 친구 이야기다. 깔끔하게 잘 썼다. 내용이 참 좋다.

47. 기후변화, 그게 좀 심각합니다 (빌 맥과이어, 206) / 환경
  기후변화에 관심이 많아서 기후변화를 안다고 생각했다.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높아지고, 빙하 아래 갇힌 메탄이 방출되는 건 일부다. 영국 아크라이트의 유산으로 시작된 기후변화는 지구를 온실로 바꾸었다. 폭우, 가뭄, 사막화는 식량난과 분쟁, 전쟁을 일으킨다. 강물이 마르고 모기가 진군한다. 한두 번만 더웠다 추웠다 하면 사과값이 오르고 꽃축제 날짜를 잘못 정했다고 사과한다. 기후변화는 정말 심각하다. 꼭 읽으시라고 추천한다.

 

3월에 읽은 책 14권 3688쪽 (전체 46권 12609쪽)

46.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279) / 르포
  톨스토이는 안나 까레리나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라는 문장으로 시작했다. 과연 그럴까?
  이 책은 여덟 명의 가난한 청소년을 인터뷰한 기록이다. 여덟 명 모두 불행한 청소년기를 보냈다. 공통점은 가난이다. 여덟 청소년은 가난 때문에 꿈이 무너지고, 가족이 서로를 미워하거나 짓누르고, 자신을 아끼고 지켜줄 힘마저 빼앗겼다. 그렇다고 모두 아파하다가 좌절하지만은 않는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대학에 가지 않으면 기초생활수급비가 끊어지기 때문에 갔던 대학에서 꿈을 발견하고 자리를 잡아간다. ‘평범한 가정을 꿈꾸며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한다.
  책을 읽으며 내가 만났던 아이들이 생각났다. 가난한 아이들 마음 숨바꼭질을 하며 느꼈던 마음이 떠올랐다. 선생님의 숨바꼭질을 다르게 써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참 좋은 책이다. 독서 모임에서 읽어야겠다.

45. 초등 문해력을 키우는 인생 동화책 (김진향, 박미정 외, 256) / 독서
  최근 소설을 소개하는 책이 제법 보인다. 소설만큼 좋은 책이 동화다. 동화가 유치하다고 생각하는 시절은 끝났다. 지금은 꽤 괜찮은 동화가 많이 나온다. 작가도 많아져서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정도이다. ‘누가 동화책을 소개해주면 좋겠다하는 사람도 많아진다. 그런 분을 위한 책이 나왔다.
  초등 교사 넷이 학년별(, , ), 단계별로 동화책을 소개한다. 책 내용을 3쪽 분량으로 소개하고, 좋은 점과 이야기할 점을 알려준다. 함께 읽으면 좋은 다른 책 세 권을 같이 소개한다. 내가 읽은 책이 나오면 반갑고, 읽지 않은 책이 나올 때는 아이들과 읽을까?’ 생각했다. 별로라고 생각한 책이 나오면 이분들은 나와 달리 이렇게 저렇게 책을 읽었겠구나!’ 생각했다.

44.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조지 오웰, 320) / 르포
  조지 오웰이 석탄 노동자들을 찾아가 몇 달 동안 같이 지내며 쓴 기록이다. 일자리를 찾아 모여든 노동자들이 열악한 주택에서 지옥처럼 살아가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1부는 탄광 노동자들의 현실을 썼고 2부 민주적 사회주의와 그 적들은 당시 영국의 사회 현실을 분석했다. 그는 인도에서 영국 제국주의 경찰로 지낸 경험을 통해 제국주의를 반대했으며, 석탄 노동자와 지낸 경험으로 노동자들을 옹호했다. 당시 유행하던 공산주의의 본질을 꿰뚫어볼 안목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동물농장1984에 드러난 작가의 통찰은 이 책에서 더욱 잘 드러난다. 조지 오웰은 정말 대단한 작가다.

43. 곁에 머물며 (송대선, 181) / 기독교
  송대선 목사님이 쓴 사순절 묵상집이다. 대림절, 사순절 묵상집을 세 번째 읽는데 이번 묵상집이 가장 좋다. 이성이 발달한 내게는 마음으로 쓴 글이 필요하다. 하루 한 편씩 읽으며 좋았다.

42. 성경과 5대 제국 (조병호, 352) / 기독교
  열왕기를 공부하며 다시 읽었다. 대부분 아는 내용이지만, 간간이 도움이 되는 내용이 보였다. 이렇게 쉽게 써야 했는데 참~

41. 형사 박미옥 (박미옥, 299) / 르포+에세이
  우리나라 최초의 강력계 여형사로 여자형사기동대를 이끌었던 박미옥 형사가 자신의 경험을 쓴 책이다. 방송을 떠들썩하게 했던 범죄자들을 잡았던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범죄자를 잡은 과정에 놀랐다. 힘과 기술로 눌러버린 게 아니라 범죄자들의 마음을 알고 공감하며 설득했다. 이걸 여성의 특징으로 봐야 할지, 박미옥 형사의 특징으로 봐야 할지 모르겠다. 일반인은 범죄자를 영화나 방송에서 보기 마련인데, 감옥에 넣어야 할 범죄자를 마음으로 살피고 설득하면서 피해를 줄이며 검거하는 과정이 참 좋았다. 이런 형사가 많아지면 세상이 참 따뜻해질 것 같다.

40. 구약 성경과 신들 (주원준, 204) / 신화
  가톨릭 학자가 고대 근동의 신들을 소개한다. 하늘신, 달 신, 바람 신, 강의 신, 피의 신, 가시나무의 신까지. 수메르, 아카드,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사람들에게 하늘과 달과 바람은 모두 신들의 영역이었다. 이스라엘은 그들의 생각에 반대하였기 때문에 신화적 요소를 제거하고 자신들의 생각을 덧입혔다. 이름바 탈신화화와 재신화화. 불트만의 영향이 이 책에서도 나타난다. 저자의 강의를 듣고 책을 보니 훨씬 재미있다.

39. 그리고 봄 (조선희. 337) / 소설
  엄마 정희는 기자다. 아빠 영한은 안기부에 끌려가서 고문을 당한 적이 있다. 둘은 정치 성향이 같다. 딸 하민은 정치 쪽으로는 부모와 말이 통한다. 아들 동민은 정치 성향이 반대다. 중국을 싫어하고 빨갱이에 흥분한다. 60살 부모는 30살 자녀를 어리게 본다. 가르치려 든다. 하민과 동민은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로 나름 고민한다. 가르치려 들고 평가, 판단하는 부모가 껄끄럽다. 동민이 먼저 집을 나간다. 동민과 부모 사이를 중재하던 하민이 튀르키예 동성 친구와 사귄다고 커밍아웃을 한다. 정치, , 경제, 부모의 고민, 취업해야 하는 젊은이의 고민이 책의 주제다.
  조선희 작가가 글을 참 잘 쓴다. 검사가 대통령 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아 책을 쓴 것 같다. 작가가 시대를 바라보는 통찰이 깊다. 젊은 세대와 같이 읽고 토론하고 싶은 책이다. 추천한다.

38. 예수는 어떤 공동체를 원했나 (게르하르트 로핑크, 306) / 기독교
  3월 초에 읽는 게 아니었다.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에서 읽으니 낯선 낱말이 문장 이해를 가로막았다. <대조사회>만 기억난다. . <예수와 이스라엘>은 글의 중심을 찾지 못했다. 대부분 아는 예수님의 사역이라 쉬었지만, 예수가 원한 공동체가 어떻게 드러나는지 찾지 못했다. . <예수와 제자들>에서는 4장 끝난 아버지 노릇이 좋았다. 그러나 역시 전체 흐름은 놓쳤다. . <신약 공동체의 예수 추종>은 괜찮아졌다. . <고대 교회의 예수 추종>은 잘 이해했다. 방학 때 읽으려다가 뒤늦게 시작했는데 힘들었다.

37. 교회 옆 미술관 (구미정, 263) / 기독교
  성서에 나오는 여성 24명을 그림과 함께 소개한다. 그림을 소개하는 책은 흥미를 따르는, 가벼운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 책은 다르다. 여성의 생각과 마음을 잘 표현했다. 짧은 소개 안에 깊이 생각할 내용을 담았다. 그림을 바라보는 시선과 분석이 남달라서 좋았다. 두고두고 읽어도 되겠다.

36. 경이라는 세계 (이종태, 191) / 기독교
  독일 사람과 스위스를 여행했었다. 독일 콘스탄츠에서 스위스 국경을 넘은 뒤에 만난 첫 호수에서 ‘beautiful!’이라고 했다. 조금 더 가서 아름다운 풍경이 나오자 ‘fantastic!’이라고 했다. 아래가 멀리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서 그는 ‘awesome!’이라고 외쳤다. 세 번 모두 나는 ~’, ‘멋지다!’ 하고 말했다. 경이를 표현하는 말은 아니었다. ‘경치 죽인다.’도 경이를 나타내기엔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보통 사람은 자연에서, 놀라운 것을 봤을 때 경이로움을 느낀다. 그러나 우리에게 경이라는 세계는 희미해지는 영역이다. 저자는 경이야말로 철학과 종교, 예술과 영성의 시원이라고 생각한다. 영성을 경이로 다가가는 접근 방식을 반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경이라 하면 보통 자연, 인간의 특별한 행동을 생각할 테고, 그런 방식의 접근은 하나님이 아니라 인간 중심이라는 반대를 받을 테니까.
  저자는 탈주술화와 주술화로 경이를 설명하기 시작한다. 주술화된 세상에서 벗어나면서 잃어버린 걸 회복하려고 다시 주술화하는 과정이 꼭 루돌프 불트만이 주장한 비신화화와 재신화화 같았다. (뭔가 더 쓰고 싶은데 잘 안 된다. 아쉽다.)
  책 내용의 절반은 C. S. 루이스가 쓴 책 내용을 경이로 해석하는 내용이다. 나는 루이스를 좋아하고, 루이스 책을 대부분 읽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재미나게 읽었다.
  저자는 탈주술화와 주술화, 루이스 책과 더불어 다양한 인문, 철학 내용을 소개한다. 저자가 루이스를 좋아하고, 잘 분석하며, 박학다식하다는 게 드러난다. 그러나 책으로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EBS 클래스 e>에서 강연한 내용을 다듬어 낸 책이라서 그런가? 각 장을 흥미롭게 읽었지만, 다 읽고 나서 뭐지?’ 하는 느낌이 들었다. 독서모임에서 나누면 선명해지려나?

35. 갑신년의 세 친구 (안소영, 298) / 역사소설
  『책만 읽는 바보, 시인 동주에 이어 세 번째 읽는 안소영 작가 책이다. 홍영식, 김옥균, 박영효가 갑신정변을 일으킨 배경과 과정, 결과를 상상해서 썼다. 안소영 작가는 꼼꼼하게 자료를 조사해서 과거의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세 사람이 조선을 부강하게 만들기 위해 개혁을 꿈꾸었으나 너무 성급하게 일을 진행해서 실패한다. 갑신정변이 실패로 끝난 뒤 그들은 백성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일을 꾸준히 했어야 한다고 후회한다. ‘일본 군대가 아니라 백성을 믿었어야 하는데~’ 하며. 백성이 그들 편이 아이었고, 청나라는 종이호랑이가 아니었다. 그때까지는. 아쉽다. 개혁은 대부분 성급했고, 개혁자들의 실패는 후대에까지 그림자를 남겼다. 아쉽다.

34. 복음과 상황 3월호 (월간지, 165)
  400호 기념판으로 <상황과 복음을 잇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김근주 읽기하는 모임, 신학공부 채널을 운영하는 분, 사서 교사, 복상 편집장 두 분 이야기를 읽으며 그래, 우린 그리스도인이야! 나도 하나님 앞에서 살아야지!’ 하는 마음이 생긴다. 로잔 대회 특징이 또 나왔고, 우리 시대 종교 사상가를 계속 소개한다. 종교 사상가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마지막에 나오는 책 소개는 늘 꼼꼼하게 읽는다.

33. 침묵의 행성 밖에서 (C. S. 루이스, 238) / 판타지
  루이스는 지구를 침묵의 행성이라고 보았다. 우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소통이 단절되어 다툼이 일어나는 곳, 인간 이외의 존재와 소통이 끊어진 곳에서 산다. 랜섬(몸값, 죄를 갚음, 풀려남을 뜻함)은 웨스턴에게 납치되어 말라칸드라(화성)에 간다. 화성에는 흐로스, 소른, 피플트리그가 서로 소통하며 살아간다. 웨스턴은 욕심을 채우려고 말라칸드라에 죽음을 안긴다. 웨스턴은 말라칸드라를 침묵의 행성으로 만들려고 한다. 이에 말라칸드라의 오야르사(신적인 존재)가 랜섬과 웨스턴을 불러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보려 한다.
  루이스가 쓴 우주 3부작 첫 번째 책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죄악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상상해서 쓴 책이다. 성경을 인용하지 않지만, 북극 집회의 산 위에 앉은 자(14:13)를 상상해서 쓴 내용이라고 본다.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었다.

 

2월에 읽은 16권 4519쪽 (전체 32권 8921쪽)

32. 윤동주 연구 (김형태, 537)
  윤동주 시를 실존의식과 서지자료를 중심으로 연구한 내용이다. 실존의식 연구는 키에르케고어가 제시한 실존의 3단계(심미적 실존, 윤리적 실존, 종교적 실존)로 윤동주의 시를 구분하여 설명한다. 저자가 키에르케고어, 틸리히, 본회퍼, 함석헌, 김교신 등의 사상을 윤동주가 쓴 시와 연결해서 설명한다. 낱말 하나, 현재형이나 과거형, 연과 행 등을 자세하게 분석한다. ‘이 시가 이런 뜻이구나!’ 느끼며 감탄했다.
  2부는 윤동주가 읽은 잡지와 책이 윤동주 시에 미친 영향을 소개한다. 윤동주는 잡지와 시집을 꾸준히 읽었다. <숭실활천><가톨릭소년>에 시를 발표했고 <조선일보>, <소년>, <문우> 등에도 꾸준히 발표했다. 또한 교과서에 윤동주 시가 얼마나 쓰였는지, 1~7차 교육과정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소개한다.
  윤동주 시도 나이가 들수록 좋아졌다. 우리가 좋아하는 윤동주 시는 대부분 윤동주가 감옥에 갇히기 직전에 쓰였다. 그런 시들을 제대로 모르고 느낌만으로 좋아했는데 윤동주가 어떤 고민을 시에 담았는지 알게 되었다. 윤동주 작품과 배경, 작품의 뜻과 의미를 거의 모두 담은 책이다. 참 좋다.

31. 나는 언제나 말하고 있었어 (문경민, 220쪽) / 초 6 이상
  책을 쓸 때 작가와 통화했던 기억이 희미하다. 내가 근무한 소달초가 배경이다. 내가 겪은 몇몇 사건이 책에 나온다. 나와 관련된 배경과 이야기를 읽다가 정작 책 내용은 집중해서 읽지 못했다. 행복한수업만들기 모임에서 나누려고 작가와 통화했다가 새로운 사실을 여럿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정말 좋아하지만, 작가에게 이야기를 듣고 나니 더 좋아진다. 문경민 작가가 쓴 책 중에서 BEST 3에 드는 책이다.

30. 친애하고 존경하는 (박성희. 115) / 6학년 이상
  첫 동화책을 너무 잘 썼다. 단편 다섯 편을 실었다. 나를 아는 분이 <친애하고 존경하는>을 읽으면 책벌레가 아이를 대하는 마음을 떠올릴 것 같다. 가난하다고 불쌍한 건 아니고, 자존심까지 가난하지는 않다는 걸 알아주면 좋겠다. <끝까지 소리 내 읽었다><바세린 효과>는 용기 내어 마음을 표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공을 주웠다>는 좀 어렵다. ‘이 무엇인지 이야기하면 재미나겠다. <옥탑정형외과>는 쉬운 내용인데 작가가 어떤 말을 하려고 썼는지 찾기는 어렵다. 다섯 편 모두 짧지만 깊은 이야기라 초등학생이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책을 읽으며 송미경, 김태호 작가가 생각났다.

29. 망나니 공주처럼 (이금이, 87) / 4학년 이상
  몇 번이나 읽었는데 새로운 부분이 또 보인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부분이 보이면 좋은 책이다. 이번에는 전북 선생님들과 나누었다.

28. 어사 아랑 (김용준, 166) / 4학년 이상
  상상해서 쓴 역사 동화다. 장덕은 여자인데도 씨름 대회에 나가서 남자들을 이긴다. 아랑은 오빠 호패로 과거시험에 응시해서 급제한다. 상왕보검(왕이 하사한 칼)으로 죄를 면제받는, 역사에 나오지 않는 일도 일어난다. 구미호가 사람이 되기도 한다. ‘재미로 읽는역사, 여성이 주인공인 역사 이야기이다.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당파 싸움, 영의정의 권세를 내세워 사리사욕을 채우는 관리들, 암행어사는 실제 역사에도 나오는 이야기이다. 백성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생명을 사랑하는 내용은 독자들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 사회 시간에는 가볍게 읽는 역사 동화로, 도덕 시간에는 여성 이야기로 읽을 수 있다.

27. 5도살장 (커트 보니것, 280) / 소설
  작가는 2차 대전에 나갔다가 독일군에게 포로로 잡혔고, 드레스덴에서 폭격을 겪었다. 드레스덴 폭격을 글로 쓰기까지 25년이 걸렸다. 드레스덴 폭격을 거의 다루지 않는 반전소설이다. 주인공 빌리는 전쟁터에 투입된 첫 날, 총도, 철모도, 군화도 받지 못한 상태로 포로가 되었다. 가는 곳마다 독일군과 포로들에게 구경거리가 되었다. 전쟁터에 가장 어울리지 않았던 빌리는 살아남았다. 반면 가장 살아남을 것 같았던 에드거 더비는 드레스덴 폭격에도 살았지만, 어이없는 이유로 죽는다. 이게 작가가 말하는 바다. 시간이 현재, 과거, 미래로 왔다갔다 하고 외계 행성에 잡혀가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래서 과학 소설로도 불린다.

26. 비유의 위력 (존 도미닉 크로샨, 390) / 기독교
  젊었을 때 예수세미나에 관련된 분들을 위험하게 봤다. 나이가 들면서 이분들이 점점 대단해 보인다. <비유의 위력>은 예수님의 비유를 설명한다. 성경비평처럼 비유를 비평한다. 비유를 본보기 비유가 도전하는 비유와 공격하는 비유로 바뀌었다고 설명한다. 2부에서는 마가복음을 기본으로 마태, 누가, 요한이 자기 생각을 더해서 비유가 바뀌듯 바뀌었다고 설명한다. 설득이 되어서 걱정이 되었다. 많은 자료를 활용해서 근거를 들어 설득하는 내용이 감탄스러웠다.

25. 복음과 상황 2월호 (155) / 월간지
  <이주민과 함께>를 주제로 다루었다. 늘 생각하지 못한 주제를 자세하게 알려주어 좋다. 더구나 성경에서 자주 강조한 고아와 과부에 해당하는 분들을 소개해준다. 정원 이야기가 끝나서 아쉽지만, 반가운 얼굴을 만나서 좋다. 좋은교사 현승호 공동대표와 대담, 김성한 메노나이트 대표의 로잔 운동 소개글이 나온다. 한 구절도 빼지 않고 꼼꼼하게 읽는 책이다.

24. 교도소에 들어가는 중입니다 (김도영, 235) / 에세이
  교도관으로 지내며 범죄자들 모습을 보며 느낀 점을 쓴 에세이다. 1부와 2부는 나쁜 놈들이 교도소에서 사는 모습을 썼다. 다른 범죄자에게 맞아서 힘들어하는 재소자를 도와줬더니 아동성범죄자라는 걸 알았을 때의 당황과 분노 같은. 이런 내용을 책 앞에 넣에서 관심을 확 끈다. 인과응보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이런 놈들은 모조리 확~’ 하는 마음을 일으켜서 계속 책을 읽게 된다. 한 달만에 5쇄나 찍은 건 교도소 내부를 다룬 책이 드물고, 나쁜 놈들의 나쁜 모습을 당황스러운 순간과 함께 소개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은 3부인 것 같다. 사람은 서로 사랑하고, 따뜻하게 대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것!

23. 창세기(도미니크 마클 외, 268) / 기독교)
  가톨릭 학자가 쓴 창세기 해설이다. 앞부분에서 100쪽가량이 서론인데 성서비평 내용을 많이 소개한다. 가톨릭은 교황 중심의 보수 신앙인 줄 알았는데 성경 편집사를 소개하다니 놀라웠다. 창세기 본문에서도 J문서, E문서, P문서, D문서를 언급하는 설명이 계속 보인다. 1~50까지 전체를 편집, 외래어의 영향, 성경 다른 부분과의 연관성 등을 계속 설명한다. 신학하는 분이 보면 재미있으려나? 나는 좀 재미있었다.

22. 팔복(전성민, 267) / 기독교
  전성민 교수님 강의를 듣고 감탄했는데 책도 참 좋다. 성경을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면 이렇게 성경을 볼 수 있을까? 팔복 해설을 읽으며 자꾸 놀란다. ‘원래 이런 뜻이었구나!’ 하며. 마음이 흔들리다가도 이런 책을 읽으면 다시 내 마음으로 돌아온다. 올해 천천히 다시 읽어야겠다.

21. 다산 정약용 평전(박석무, 651) / 평전
  올해 허균, 린드그렌, 정약용 평전을 읽었다. 린드그렌은 자세하게 쓴 책을 읽기로 했다. 허균은 평전을 읽어서 실망했고, 정약용은 읽을수록 감탄했다. ‘이렇게 훌륭한 사람이 어디 있을까?’ 정약용은 18년 동안 정조를 만났다. 18년 동안 유배지에 머물렀고 유배에서 풀려나서 18년 동안 살았다. 정조와 만날 때는 정조의 칭찬을 들으며 공부했고, 정조가 맡긴 업무를 해냈고, 시기와 질투 때문에 정조에게서 멀어지는 과정을 되풀이했다. 유배 18년 동안 글을 썼다. 경전 해석을 주로 다루었으며 정치, 경제, 의학, 법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었다. 고향으로 돌아와서 지내는 18년 동안, 유배지에서 쓴 글을 학자들에게 평가받고 시를 많이 썼다. 세 번의 18년 동안 공통점은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이었다. 정말 훌륭한 분이다. 만약 죽은 뒤에 이런 분들을 만날 기회가 생긴다면 큰 절을 올리고 싶다.

20. 암각화, 바위에 새긴 역사(전호태, 205) / 역사
  우리나라에 있는 암각화를 소개한 책이다. 우리나라에 암각화가 이렇게나 많다니~ 놀랍다. 가족과 지나갔던 곳에도 암각화가 있었다. 특히 경상북도에 많다. 전라도 지역은 넓고 물산이 풍부해서 문화의 흐름이 빨랐다. 경상도 지역은 산이 많고 고립되어 어떤 문화가 들어오면 오해 보존되었다. 경상남도는 바닷길로 전라도, 일본과 이어져서 전라도 지역처럼 문화 유입이 빨랐다. 암각화를 보존하려는 마음의 표현으로 보고 경상북도에 많았다고 해석하는 게 흥미로웠다. 이제 다른 지역으로 갈 때마다 지나는 길이나 목적지에 암각화가 있는지 찾아볼 거다. 이 책에 주소가 다 나온다.

19.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이꽃님, 191) / 중 2 이상
  정말 좋은 책을 만났다. 지오는 미혼모 엄마가 혼자 길렀는데 어느날 갑자기 아빠에게 가야 했다. 엄마가 암에 걸렸고, 아빠가 사는 곳에 유도로 이름난 학교가 있다. 지오는 유도부다. 아빠 곁에는 임신한 부인이 있다. 지오는 학교에서 찬이와 새별이를 만난다. 찬이 부모는 집에 화재가 났을 때 찬이를 보호하고 돌아가셨다. 새별이는 자기 때문에 찬이네 집에 불이 났다고 생각한다. 지오와 아빠, 찬이와 새별이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마음을 느낀다.
  그리고 지오와 찬이! 지오가 곁에 있으면 찬이에게 이상한 일이 생긴다. 늘 자기를 괴롭히던 감정이 잦아든다. 등장인물이 겪은 일이 강력해서 현실과 연결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결국 지오와 찬이의 감정에 빠져들었다. 사람의 감정을 이렇게나 잘 다루다니 작가의 솜씨가 놀랍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읽으려고 마음을 먹었는데도 감정이입을 하고 말았다.
  문경민 작가가 칭찬하며 준 책이다. 나도 박수를 보낸다. 참 좋은 책이다.

18. 누룽지 이사 대작전 (신민경, 164) / 3학년 이상
  아파트 단지에 아이들이 산다. 고양이도 산다. 재건축으로 아파트 단지가 헐리면 아이들은 흩어져서 다른 학교로 간다. 고양이는 어디로 갈까? 지오는 어미 없는 고양이를 만나 누룽지라고 이름을 붙여주고 돌본다. 누룽지 친구 고양이를 만나고 돌보다가 재건축 소식을 듣는다. 지오는 누룽지가 살아갈 곳을 찾아주려 한다. 그런데 누룽지만 옮기면 다른 고양이들은 어떻게 될까? 생각하면서 누룽지 이사가 대작전으로 바뀐다. 짧게 툭툭 쓴 문장이 눈에 띈다. 문장 때문에 책에 빠져드는 느낌이 들었다.

17. 만들어진 유대인 (슐로모 산드, 589) / 인문, 역사
  시오니즘에 바탕을 두고 세워진 이스라엘 국가는 유대인을 위한 나라라고 주장한다. 그 땅에 살지 않아도 유대인이면 시민권을 준다. 그래서 다른 나라에 살다가 선거 때만 이스라엘에 갔다가 돌아오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유대인들을 위한 나라를 믿는다. 그렇다면 누가 유대인일까? 유대인이라는 민족이 있을까?
  저자는 유대인에 대한 정의를 내린 사람들(주로 시오니즘을 주장한 학자들)의 역사를 소개한다. 하스몬 왕조, 힘야르 왕국, 베르베르 유대인, 하자르 유대인, 동유럽 유대인의 기원을 소개한다. 시오니즘 학자들이 역사학, 생물학, 정치와 종교를 이용해서 편협하게 유대인을 정의한 과정을 보여준다. 그들은 히틀러의 논리를 따라 유대인 우월성을 내세우고,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증거만 찾으려 했다. 전혀 몰랐던 인종주의와 유대교 역사가 흥미로웠다.
  다만, 이 책은 책벌레가 아니면 읽기 어렵다. 나도 (민족주의를 설명하는 1장 민족 만들기 내용은 읽기 힘들었다. 성경 내용의 역사적 사실을 대부분 부정하기 때문에(믿음으로 부정하는 게 아니라 고고학을 증거로 들며 역사적 사실로 부정한다.) 내 믿음을 어느 수준에서 정리해야 하는지 혼란스럽기도 했다. 그래도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었다.


1월에 읽은 책 16권 4402쪽

16. 허균평전 (허경진, 410쪽) / 평전
  허균의 일대기를 읽었다. 적당히 알 때는 좋은 면만 알았다. 백성을 생각하는 아버지 허엽, 시를 나누던 가족 분위기, 마음 아프게 살았던 난설헌 허초희, 그리고 세상을 뒤짚고 싶었던 허균. 평전에서 읽은 허균은 자유로운 영혼(사실은 철없는 난봉꾼), 시대를 앞서간 선구자(사실은 성급한 막내)였다. 서얼, 중, 가난한 이들과 허물없이 지낸 모습은 좋지만, 술 먹고 기생과 노느라 맡은 책임을 소홀히해서 인심을 잃었다. 속마음을 숨기고 지지자를 모아 계획을 세웠을 때는 이미 늦었다. 사람들이 과거에 알았던 허균의 모습만으로도 역적이라고 몰기에 충분했다. 아버지와 형들이 오래 살았으면 달랐을까 생각하지만, 이미 지난 역사여서 안타까워할 뿐이다. 허균, 허난설헌은 시대를 잘못 만난 천재였다.

15. 우리가 만난 통일, 북조선 아이 (마석훈, 293쪽) / 필독서
  2023년 최고의 책이었다. 독서 모임에 마석훈 작가님을 초대했다. 돈도 안 주는데 4시간 동안 운전해서 오셨다. 북에서 온 아이들과 지낸 이야기를 해주셨다. 어떻게 그렇게 사는지 물었더니 자기 뜻이 아니란다. 그냥 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고.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고. 나는 하나님 뜻대로 잘 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여기까지 왔는데 마석훈 님은 그냥 살게 됐다고 한다. 멋있었다. 아이들 데리고 풀 뽑으러 오겠다고 했다. 좋다.

14. 신명기 (주원준, 525쪽) / 기독교
  천주교 평신도 신학자가 쓴 신명기 해설서다. 줄 치며 읽었다. 신명기를 꽤 읽었는데 새로운 내용이 참 많다. 신명기 계명을 십계명으로 풀이했다. 평생 신명기만 연구했던 두 학자의 견해를 바탕으로 책을 썼다고 한다. 평생 신명기만 공부한 분도 계시다니~ 특히 배경지식을 풍성하게 다루어서 좋다. 저자가 앗시리아, 수메르, 아카드, 히브리 등의 언어를 잘하는 전문가여서 그렇다. 개신교에서 보던 내용과 달라서 새로웠다. 천주교 신학자들 책을 읽고 싶어진다.

13. 지켜야 할 세계 (문경민, 254쪽) / 소설
  두 번째 읽었다. 작가는 세 엄마 이야기라고 했다. 뇌병변장애를 가진 아이를 기르는 엄마, 뇌병변장애를 가진 동생이 나간 뒤에 비로소 공부해서 교사가 된 엄마, 야학에서 가르치며 새로운 세상을 꿈꾸다가 깨져버린 고등학생 엄마. 세 엄마에겐 지켜야 할 세계가 있었다. 윤옥 엄마에겐 지호가, 윤옥에겐 수업과 학생들이, 수연에겐 아들이 번듯하게 살아갈 삶을 지켜야 했다. 내게도 지켜야 할 세계가 있다. 잘 지킨 적도 있고, 지키지 못한 적도 있다. 앞으로는 어떨지 모르겠다. 조금씩 걱정이 된다.

12.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마렌 고트샬크, 245쪽) / 전기문
  한참 전에 나온 린드그렌 전기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책 이야기가 계속 나와서 참 좋다. 이야기로 살아간 분, 아이들 마음을 사로잡는 이야기를 전해주며 세계에 사랑하라고 외친 분이다. 가장 좋아하는 책은 『사자왕 형제의 모험』과 『산적의 딸 로냐』다.

11. 쿵푸 아니고 똥푸 (차영아, 95쪽) / 초 2 이상
  <쿵푸 아니고 똥푸>, <오, 미지의 택배>, <라면 한 줄> 단편을 모았다. <쿵푸 아니고 똥푸>는 1학년도 읽을 만하다. 똥 싸는 아이를 놀리는 상황을 극복하게 한다. <오, 미지의 택배>는 4학년 이상에게 맞다. 생각보다 담긴 의미가 있다. <라면 한 줄>은 2학년 이상에 맞다고 생각한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를 고쳐 썼는데 개연성이 부족하다. 아동학대로 부를 수도 있다. 작가가 예능 작가여서 이렇게 썼나 보다.

10. 읽는 인간, 리터러시를 경험하라 (조병영, 375쪽) / 교육
  5년쯤 전부터 문해력이란 말이 떠올랐다. 15년 전에 들었던 리터러시가 문해력으로 바뀌어 전국을 강타했다. EBS에서 문해력 강의한 분이 낸 책이라 흥미롭게 읽었다. 1부는 정말 좋았다. 밑줄 쫘악 그으며 읽었다. 4부도 좋았다. 미국 피츠버그에 있는 장소의 역사를 읽어내면서 수업하는 사례를 소개했다. 동네의 가치를 알면서 역사를 이해하는 방식이 내 수업의 방향과 비슷했다. 2부는 조금 좋았고, 3부는 거리감이 있었다. 저자가 미국에서, 교수로 살았기 때문에 한국 현실, 학교 상황을 몰라서 그런 것 같다.

9. 복음과 상황 1월호 (월간지, 151쪽) / 기독교
  새해 시작부터 <분분한 실패>를 주제로 잡지를 냈다. 역시 마음에 든다. 돈 놓고 돈 먹기 싫어 목사 자리를 떠나야 했던 설훈 목사님 이야기를 읽으며 화가 났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아서 가족이 함께 힘들었다. 로잔 대회를 홍보와 이벤트로 전락시키는 대형교회 행태는 역시나 했다. 아주 화를 부른다. 자기들 마음에 안 든다고 절차까지 어기며 목사를 출교한 내용도 분노를 유발시켰다. 돈 좀 생기면 줄 곳이 또 생겼다.

8. 이모티콘은 우릴 보고 웃지 (제성은, 175쪽) / 초 3 이상
  이모야는 소심하고 겁이 많다. 친구와 갈등을 피하려 하고, 친구들의 주목을 받으면 어쩔 줄 몰라 한다. 이모티콘을 사용하면서 친구들과 조금씩 친해진다. 이모야가 5학년이 되어 전학 간 학교에서 정다정과 짝이 된다. 다정이는 이모야와 성격이 정반대다. 친구들이 싫어하는 줄 알면서도 자신있게 말한다. 이모야가 소심한 쪽으로 지나치다면 정다정은 눈치를 모를 정도로 지나치다. 대놓고 말한다.
  활기차고 과장된 모습으로 행동하는 정다정을 보고 이모야는 이모티콘을 만들기에 딱 맞는 대상이라 생각한다. 이모야가 자신을 대상으로 이모티콘을 그린다는 사실을 정다정이 알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정다정은 박진우의 질투를 일으키기 위해 이모야에게 1주일 동안 가짜 커플로 지내자고 한다. 어쩔 수 없이 그러겠다고 했지만, 이모야는 학교에 가기 전부터 괴롭다. 정다정의 지나친 행동을 이모야는 도저히 견디지 못한다. 갈등이 생기면 늘 피하기만 했던 이모야는 친구들의 주목을 받으며 점점 힘들어한다.
  이모야는 지금까지 잘 참으며 피하기만 했는데 가짜 커플로 지내면서 달라진 것 같다. 어느날 모둠 활동하다가 갑자기 교실에서 뛰쳐나간다. 그걸 보고 정다정도 따라 나간다. 실내화를 신고 뛰쳐나간 뒤에 둘이 이야기하며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정다정이 해준 이야기가 이모야의 마음에 무언가를 남겼고, 이모야도 표정이 점점 웃는 이모티콘처럼 바뀐다.

7. 복음과 상황 12월호 (월간지, 163쪽) / 기독교
  꼼꼼하게 읽는 월간지다. 특집 <엔도 슈사쿠>이 좋았다. 읽고 싶은 책이 많이 생겼다. 윤치호에 관한 글도 좋았다. 아웃사이더 김동문 선교사님을 소개해서 좋았고, 1년 동안 가장 먼저 읽었던 <나의 정원, 나의 성소>가 끝나서 아쉬웠다. 뉴욕식물원 가드너의 이야기를 어디에서 읽겠나!

6. 신명기 (크리스토프 라이트, 446쪽) / 기독교
  신명기를 공부하려고 강해서를 읽었다. 지금까지 신명기는 지키면 복 받는 말씀, 안 지키면 저주를 받는 말씀이었다. 강해서를 읽으면서 지켜야 할 말씀의 내용이 약자를 위한 것임을 알았다. 신명기 규정은 권력과 돈이 없어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던 백성 위주의 피지배자, 약자를 보호하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내용이었다. 순종과 불순종을 따지기 전에 강대국 사이에 낀 작은 나라 이스라엘에서 약자를 위한 규정을 중요하게 여겼다는 사실을 기억한다.

5. 시인 동주 (안소영, 328쪽) / 중학생 이상
  『책만 읽는 바보』를 쓴 안소영 작가의 책을 읽는다. 윤동주의 삶을 꼼꼼하게 조사해서 소설로 펴냈다. 답답하고 암울한 시대를 사는 시인의 마음을 잘 표현했다. 글은 쓰는 것이기도 하지만, 다가오는 것이기도 하다. 저자는 시를 써내려고 끙끙대는 모습보다 시가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모습으로 윤동주를 그렸다. 하숙집 아이와 놀아주며 <오줌싸개 지도>가 다가왔고, 나라와 백성에게 슬픔이 깃드는 시대에 <팔복>이 다가왔다. 윤동주의 시를 윤동주가 살았던 시대와 상황에 맞게 소개해서 더 깊이 느껴졌다. 윤동주가 쓴 시는 이해하기 전에 다가오는 시어의 울림이 있다. <눈 감고 간다>는 시를 새롭게 알아서 좋았다.

태양을 사모하는 아이들아 / 별을 사랑하는 아이들아
밤이 어두웠는데 / 눈 감고 가거라
가진 바 씨앗을 / 뿌리면서 가거라
발부리에 돌이 채이거든 / 감았던 눈을 와짝 떠라

4. 검은 여우를 키우는 소년 (신동섭, 173쪽) / 초 4 이상
  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에 조공으로 바칠 검은 여우를 잡으면 포상하겠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얼마 뒤에 실제로 검은 여우를 잡아 바쳤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작가는 두 기록을 토대로 검은 여우 까매를 기르는 소년 타내 이야기를 상상해서 들려줍니다.
  검은 여우를 잡으면 크게 상을 준다고 하자 압록강 아래 여우난골에도 긴장감이 감돕니다. 현령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검은 여우를 잡으려 합니다. 까매가 검은 여우를 기른다는 사실을 알고는 까매를 잡으려고 군졸들과 사냥꾼들을 보냅니다. 실력 좋은 추노꾼까지 동원해서 까매를 쫓습니다. 향교 지도자들은 이번 기회에 여우를 모조리 잡아 없애려 합니다. 백성들이 여우 귀신 이야기를 믿기 때문입니다.
  타내는 동물을 좋아합니다. 타내는 자연의 순리를 따르며 살아가는 몇 사람과 함께 여우를 살리려 합니다. 여우가 사람으로 둔갑한다고 속이고 잡혀 온 여우 새끼를 돌봅니다. 그러나 현령의 집요한 추적 끝에 까매가 잡힙니다. 타내는 까매를 살리려고 평양까지 따라가지만, 현령이 쉽게 여우를 내주지 않습니다. 압록강 국경에서 만났던 최윤덕 장군을 만나 까매를 살릴 기회를 얻지만, 타내에게 불리하기만 한 조건입니다. 타내가 까매를 구할 수 있을까요?
  『검은 여우를 지키는 소년』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사건을 다룹니다. 세종대왕은 잠깐 나오고 사라집니다. 최윤덕 장군도 소년을 돕는 역할로만 등장합니다. 심지어 주인공이 타내는 거란족 출신 화척입니다. 타내를 도와주는 사람들도 모두 조선 시대에 멸시받던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가난하고 약한데도 상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여우를 살리려고 서로 돕습니다. 존재감이 없고 힘도 없었던 사람들이 생명을 살리기 위해 서로 도와주며 함께하는 모습이 큰 울림을 남깁니다.

3. 핼러윈 마을에 캐럴이 울리면 (성요셉, 188쪽) / 초 3 이상
  산타 할아버지가 아내와 아들이 있다고? 설마? 판타지 세계에서나 일어날 일이다. 맞다. 『핼러윈 마을에 캐럴이 울리면』은 판타지 동화다. 산타클로스 아들이 인간 세상에 나타난다. 긴 낫을 든 리퍼가 등장하고 호박머리 잭오랜턴이 크리스마스를 없애려 한다. 크리스마스 캐럴이 사라지면 산타클로스 세상이 없어진다. 그런데 산타클로스 아들이 잭오랜턴의 속임수에 말려들어 캐럴을 빼앗기고 만다.
  뒤늦게 카세트 플레이어와 캐럴의 중요성을 깨닫고는 산타클로스 아들이 핼러윈 마을에 찾아간다. 슬랜더맨을 만나 우연히 얼굴을 그려주고 친구가 된다. 어리숙하고 우스꽝스러운 슬랜더맨이 보기보다 도움을 많이 준다. 슬래더맨과 함께 도깨비, 마녀, 구미호의 위협을 이겨내고 잭오랜턴의 성에 들어간다. 잭오랜턴은 만만치 않다. 위협하고 유혹한다.
  재치있고 재미있는 사건이 이어지면서 흥미를 끈다. 사랑을 기다리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데 사랑과 우정, 협력과 이해가 중요하다고 알려준다.

2. 울프 (사샤 스타니시치, 210쪽) / 초 5 이상
  ‘나’는 엄마와 산다. 엄마는 일하면서 ‘나’를 돌보느라 여유가 없다. 엄마는 방학 동안 ‘나’를 혼자 집에 두지 않기 위해 방학 캠프에 보낸다. 억지로 참여한 캠프에는 마르코와 요르크도 있다. 마르코는 요르크를 괴롭힌다. 요르크는 마르코가 괴롭히면 당하기만 한다. 친구들은 못 본 척한다. ‘나’는 마르코가 괴롭히는 걸 보면서 괴로워한다. 요르크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해서 더 괴롭다. 마르코를 말리려 하면 두려움이 다가온다. 늑대가 노란 눈으로 응시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캠프에서 마르코는 계속 요르크를 괴롭히려 하고, 그때마다 ‘나’는 두렵고 화가 난다.
  ‘나’는 요르크와 같은 오두막에서 지내게 된다. 가까이에서 본 요르크는 장점이 참 많은 친구다. 요르크는 특히 자연에서 활동하는 캠프 경험이 많다. 나침반으로 방향을 찾고, 식물도 캠프 지도자보다 잘 안다. 하이킹 경험도 많고 물건 정리도 잘한다. 그러나 마르코가 가까이 있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아이처럼 된다. 마르코가 그렇게 만들어버린다. ‘나’는 조금씩 용기를 낸다. 마르코가 요르크를 괴롭히려 할 때 가까이 다가가 지켜보려 한다. 맞서지 못하지만, 지켜보고 있다고 알려주려 한다. 그래도 마르코를 막지는 못한다.
  캠프 지도자들은 마르코가 요르크를 괴롭히는 줄 모른다. 캠프가 한참 진행되고 요르크의 처지를 알게 되지만, 요르크에게 마르코를 피하라는 말만 한다. 요르크가 캠프에서 행복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뻐하고, 마르코 때문에 한순간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점점 요르크에게 관심을 갖는다. 마르코에게 맞서지 못하면서 두려워하는 마음 때문에 힘들어한다. ‘나’는 자연이라는 두려움, 마르코라는 두려움을 늑대의 모습으로 느낀다. ‘나’는 늑대에 맞설 수 있을까? 이겨낼까?
  참, ‘나’의 이름은 책에 딱 한 번 나온다. 책을 끝까지 읽으면 이름을 알 수 있다.

1. 날다, 떨어지다, 붙잡다 (헨리 나우웬, 캐럴린 휘트니브라운, 371쪽)
  학교 도서관에 사놓았는데 후배가 선물로 보내줬다. 헨리 나우웬의 책을 꽤 읽었다. 그러나 나한테는 잘 맞지 않았다. 사람들이 칭찬하는데 나한테는 별로였다. 그냥 느껴지지 않았다. 헨리 나우웬이 칭찬한 토마스 머튼은 더 심했다. (내가 잘못 읽는 것 같아서) 머튼 책을 세 권 연이어 읽었는데 읽다가 몇 번이나 덮을 뻔했다.
  이 책은 그래도 괜찮았다. 어린아이처럼 공중그네에 빠져 공중그네 팀원을 찾아가고, 쫓아다니고, 그네에 매달리기도 한다. 60살이 넘은 사람이 젊은이처럼 한 가지에 마음을 빼앗기는 모습이 부러웠다. 마음에서 책이 이루어질 때까지 기다리고 기다리는 모습도 좋았다. 공중그네를 자유, 개성과 공동체로 보는 건 예상했는데 (쏙 빠져서 읽는 게 아니다 보니) 같은 내용을 되풀이하는 것 같았다. 출판사에 미안하지만, 헨리 나우웬은 이상하게 나랑 맞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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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사를 다룬 동화, 소설, 평전 등을 소개합니다.

<초정리 편지>를 보고 깜짝 놀랐었다.
<책과 노니는 집>, <서찰을 전하는 아이>를 좋아해서 토론한 내용을 꼼꼼하게 적었다.
지금은 이렇게 하진 않는다. 그래도 역사 동화, 역사 소설을 좋아한다.
최근 10년 동안 읽은 책을 정리했다.

선사시대 제물이 된 찬이 (최영미, 103) / 3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내용을 쉽게 풀어 쓰는 방법으로, 아이를 당시 시대로 보내 거기서 겪는 일로 시대를 소개하는 방법이 있다. <노빈손> 시리즈, <스쿨버스> 시리즈가 인기를 끈 건 어려운 내용을 재미나게 풀어 썼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종류의 책 중에서도 잘 쓰였다. 선사 시대만을 배경으로 삼아 짧게 썼다. 선사 시대의 정보뿐만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삶을 느끼게 만들었다. 좋은 책이다.

역사의 한 순간 1~3(김기정, 66) / 4
  1인 출판사 <한권의책>에서 펴낸 역사 시리즈이다. 1, 수상한 글자를 만나다 2, 거대한 줄다리기 3, 네 발의 총소리. 주인공 이돌이 우연히 시간여행을 하면서 세종대왕, 이순신, 김구를 만난다. 세 위인의 일생을 다루지는 않는다. 역사의 한순간에 이들이 뛰어들어 자세하게 관찰하고 돌아온다. 위인의 전체 일생을 다루는 것도 의미 있지만 한순간을 바라보는 것도 뜻깊다. 초등학생에게는 오히려 한순간을 살피고 토론하는 게 나을 것 같다. 그림이 멋스럽다.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 왕대 (김탁환, 240) / 동화, 4 이상
  일제강점기에 인왕산에서 잡힌 호랑이 왕대는 창경원에 잡혀간다. 일본이 우리나라에서 호랑이, 표범, 늑대의 씨를 말릴 때 마지막 남은 호랑이의 자식인 왕대가 동물원에서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창경궁이 창경원이 된 이야기, 일본이 호랑이와 늑대를 모두 죽여버린 이야기를 나누기에 좋은 책이다.

책 깎는 소년 (장은영, 186) / 4학년 이상
  전주 서계서포는 나무판에 글씨를 새겨 책을 인쇄하는 곳이다. 서포에 먼저 들어간 장호는 돈을 벌고 싶어 한다. 뒤늦게 책에 맞을 들인 봉운이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를 좋아한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누구나 예상하는 대로다. 열녀춘향수절가를 책으로 엮어내는 과정을 담았다. 소재가 좋아서 내용도 좋다.

동방의 마르코 폴로 최부 (김성미, 푸른숲) / 4학년 이상
  1488년 최부가 제주도에서 표류해서 14일 만에 중국 절강에 닿고, 3200km를 돌아 135일 만에 조선으로 돌아간 표류기이다. 동방견문록과 더불어 중국 3대 기행문으로 꼽힌다.

검은 여우를 키우는 소년 (신동섭, 173) / 4 이상
  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에 조공으로 바칠 검은 여우를 잡으면 포상하겠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얼마 뒤에 실제로 검은 여우를 잡아 바쳤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작가는 두 기록을 토대로 검은 여우 까매를 기르는 소년 타내 이야기를 상상해서 들려줍니다.
  검은 여우를 잡으면 크게 상을 준다고 하자 압록강 아래 여우난골에도 긴장감이 감돕니다. 현령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검은 여우를 잡으려 합니다. 까매가 검은 여우를 기른다는 사실을 알고는 까매를 잡으려고 군졸들과 사냥꾼들을 보냅니다. 실력 좋은 추노꾼까지 동원해서 까매를 쫓습니다. 향교 지도자들은 이번 기회에 여우를 모조리 잡아 없애려 합니다. 백성들이 여우 귀신 이야기를 믿기 때문입니다.
  타내는 동물을 좋아합니다. 타내는 자연의 순리를 따르며 살아가는 몇 사람과 함께 여우를 살리려 합니다. 여우가 사람으로 둔갑한다고 속이고 잡혀 온 여우 새끼를 돌봅니다. 그러나 현령의 집요한 추적 끝에 까매가 잡힙니다. 타내는 까매를 살리려고 평양까지 따라가지만, 현령이 쉽게 여우를 내주지 않습니다. 압록강 국경에서 만났던 최윤덕 장군을 만나 까매를 살릴 기회를 얻지만, 타내에게 불리하기만 한 조건입니다. 타내가 까매를 구할 수 있을까요?
  『검은 여우를 지키는 소년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사건을 다룹니다. 세종대왕은 잠깐 나오고 사라집니다. 최윤덕 장군도 소년을 돕는 역할로만 등장합니다. 심지어 주인공이 타내는 거란족 출신 화척입니다. 타내를 도와주는 사람들도 모두 조선 시대에 멸시받던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가난하고 약한데도 상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여우를 살리려고 서로 돕습니다. 존재감이 없고 힘도 없었던 사람들이 생명을 살리기 위해 서로 도와주며 함께하는 모습이 큰 울림을 남깁니다.

조선의 마지막 춤꾼(정종영, 152) / 4
  이동안의 할아버지는 화성 재인청 도대방이었다. 아버지는 줄 타고 악기를 연주하는 게 싫어 이동안이 공부하기를 원했지만 이동안은 춤과 노래를 좋아했다. 일본이 우리나라 전통문화를 없애고자 화성 재인청을 폐쇄한 뒤에도 이동안은 전통춤, 전통악기, 전통가락을 전수받기 위해 노력했다. 이분의 삶을 다룬 평전을 읽고 싶다.

하늘을 울리는 바이올린(송재찬, 146) / 4
  진창현 선생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했다. 그러나 조선인은 교사로 받아주지 않아 바이올린을 만들려 한다. 이것도 조선인이라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래서 혼자 만들다가 우연히 홍난파 선생과 친했던 시노자키 선생을 만나 기회를 얻는다. 열심히 바이올린을 만들어 국제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콩쿠르 6개 부분 중에서 5개 부문 금메달을 땄다. 초등학생을 위해 만드는 과정과 노력을 줄여 썼지만 굉장한 분이다. 추천한다.

바이 바이 (이경자, 191) / 4
  일제강점기 때 징용으로 일본에 끌려간 동포들은 대부분 대한민국에 돌아오지 못했다. 일본이 보내주지 않았다. 재일동포들은 일본인이 아니면서 일본에 살아야 했다. 갖은 수모를 당하면서. 재일동포와 자녀들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을 다루었다. 좋은 책이다.

백제 최후의 날 (박상기, 212) / 5
  교사이며 작가인 박상기 선생님이 쓴 역사다. 석솔과 도해는 웅진성 밖에 산다. 두 아이는 아픈 동생을 위해 먹을 것을 구하러 다닌다. 신라와 당나라 군대가 공격해올 때 옹진성에 들어갔다가 나오지 못한다. 다칠 뻔한 공주를 우연히 도와주고 왕자와 친해진다. 그러나 당나라 군대가 쳐들어오고 첩자까지 성 안에 들어온다. 석솔은 왕자와 친해지고, 첩자인 줄 모르면서 첩자와 만난다. 더군다나 궁궐에 모아둔 보석을 훔친다. 백제 최후의 날 석솔은 무얼 볼까? 아이 눈으로 본 백제 최후의 날이 슬프다.

막손이 두부 (모세영, 206) / 5
  임진왜란 때 왜군이 조선 도공을 일본으로 데려갔다. 막손이도 아버지와 함께 잡혀가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신다. 막손이는 도자기 기술이 없어서 일본인 집에 노예로 간다. 이때 일본 두부는 딱딱하고 맛이 없었다. 막손이는 맛을 잘 알고 손재주가 좋다. 친구를 사귀면서 우연히 두부를 만든다. 그런데 두부가 돈이 된다는 걸 안 무사가 막손이를 잡아가 산에서 몰래 두부를 만들게 시킨다. 막손이라는 아이를 통해 임진왜란이 일본에 준 음식 문화를 소개하는 책이다. 큰 역사적 사건 이면을 잘 살펴 쓴 책이다.

한성이 서울에게 (이현지, 196) / 5
  한 성은 2천 년 전 백제에 살았던 8살 남자아이다. 서 울은 현재 서울에 사는 여자아이다. 울이 마을은 아파트 건설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그런데 문화재가 발견되어서 아파트 건설이 중단되었다. 동네에는 울이네와 순이 할머니만 남았다. 울이 엄마는 울이 오빠가 죽은 뒤로 우울증에 빠졌다. 이때 울이에게 성이가 나타난다. 귀신인 성이는 울이에게만 보인다. 그리고 이곳에 문화재 도굴꾼이 찾아온다. 도굴꾼은 과거 흔적인 문화재를 돈으로만 본다. 성이의 기억이 담긴 물건을 훔치려는 도굴꾼에 맞서 울이는 어떻게 할까? 역사적 사건을 다루지 않고도 역사의 가치를 잘 드러냈다. 참 좋은 책이다.

사금파리 한 조각 1-2 (린다 수 박, 서울문화사) / 동화(5 이상)
  동양인 최초로 뉴베리상을 받은 한국계 미국인 린다 수 박의 작품이다. <우물 파는 아이들>도 썼다. 둘 다 좋은 주제를 다루었지만 조금 더 길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다. 위기와 갈등을 더 길게 묘사해서 감정이입이 되게 썼으면 좋겠다. 이런 아쉬움이 들지만 그래도 좋은 책이다. 고려 시대를 다룬다.

경주역사유적지구 (이은석, 71) / 5
  경주로 수학여행을 가게 돼서 읽었다. 일부는 아이들에게 읽어주었다. 경주는 월성 지구, 대릉원 지구, 황룡사 지구, 남산 지구, 산성 지구로 나눈다. 우린 대릉원 지구, 월성 지구, 경주박물관에 다녔다. 자주 간 곳이지만, 책을 읽고 가니 더 많이 보인다.

서찰을 전하는 아이 (한윤섭, 175) / 5
  토론 수업 내용을 정리하려고 다시 읽었다. 오랜만에 읽어도 참 좋다. 책과 노니는 집, 초정리편지와 함께 역사 중 으뜸이다. 아이는 어디에서 누굴 만나야 하는지도 모른 채 아버지가 남긴 편지를 갖고 무작정 전라도로 간다. 13살 아이에게 힘든 길이지만 편지 내용을 조금씩 알아내며 계속 길을 간다. 길을 가면서 자신을 점점 알아가고 세상도 조금씩 알아간다. 우금치를 바라보고 피노리까지 찾아간다. 그리고 전봉준에게 노래를 들려준다. 참 좋은 책이다.

동래성에 부는 바람 (박미경, 200) / 5
  임진왜란 때 동래성에서 있었던 일을 쓴 역사동화다. 동래성에 살던 덕순이가 일본에 잡혀갔다가 돌아오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왜놈이 쳐들어오기 전의 앞부분은 특별한 게 없다. 이미 동래성이 무너지고, 부사 송상현이 죽고, 백성들 대부분 죽거나 노예로 팔려간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한 가지 궁금한 점은, 부사 송상현의 둘째 부인과 덕순이가 어떻게 일본에서 살아 돌아오는가이다.
  이 책의 가치는 동래성이 무너지고 일본에 잡혀간 부인과 덕순이가 돌아오게 되는 과정을 다룬 뒷부분에 있다. 대마도 도주에 대한 묘사가 마음에 든다. 또한 부인이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만나면서 일어나는 일이 흥미롭다. 임진왜란 때 잡혀간 조상들이 일본에게 도자기와 기술 외에 정말 귀한 것을 전해주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판소리 소리판 (정혜원, 192) / 5
  판소리를 소개하는데 색다르다. 저자가 귀명창이다. 판소리를 잘 듣는 사람이다. 문학을 전공하다 판소리에 빠져 글도 잘 쓴다. 6회 우리교육 어린이책 작가상 수상작이다. 우리나라 판소리에 크게 영향을 준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구전되는 판소리를 정리한 하은담(과 김처사), 양반으로 판소리에 빠진 권정, 아픔을 계기로 진양조를 만든 김성옥, 귀곡성에 눈을 뜬 송홍록(동편제), 명창 모흥갑과 제자 주덕기, 신재효가 판소리를 정리한 내용까지. 재미나게 읽었다. 아이들이 우리 소리에도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1895, 소년 이발사 (이승민, 160) / 역사동화(5학년)
  단발령이 내려진 시대 이야기다. 천민이던 필상이 아버지는 어떤 일 때문에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에 앞장선다. 외국 문물을 조선에 들여와 팔며,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려 한다. 아들인 필상이에게 이발 기술을 배우라고 한다. 머리카락을 깎는 사람이 거의 없는 시대에. 시대 배경이 잘 드러났고 한양의 모습을 자세하게 썼다. 이야기 전체 구조도 좋다. 그러나 플롯이 엉성해서 흐름이 끊기거나 뛰어넘는다. 단발령 당시를 다룬 책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 책이 나와서 좋다.

(어린이를 위한) 아름다운 영웅 김영옥 (한우성, 203) / 5 이상 위인전
  프랑스 최고훈장 레지옹 도뇌르, 이탈리아 최고 무공훈장, 미국 무공훈장까지 받은 전쟁 영웅이다. 2차대전, 한국전쟁에 참전해서 전설적인 승리를 기록한 분이다. 남자아이들이 좋아하겠다. 전쟁 역사나 현대 역사를 배울 때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이다.

조선 수학의 신 홍정하 (강미선, 186) / 5학년, 수학
  조선시대 최고의 수학자로 불리는 홍정하를 소개하는 책이다. 머슴 똘이가 홍정하에게 수학을 배우고 일상생활에서 문제를 풀어가는 형식이어서 딱딱하지 않다. 재미있다.

나는 바람이다. <튈프호 항해기, 바람의 나라> (김남중, 175, 176) / 5 / 탐험, 조선후기 세계역사 배경
  이리역 열차사고를 다룬 <기찻길 옆 동네>를 따뜻하게 읽은 기억이 있어 김남중 작가의 책을 샀다. 하멜이 우리나라에 표류해서 온 이야기가 1-2, 하멜이 만난 아이가 동인도 회사의 배를 타게 되는 과정(3-4)이 있는 줄 모르고 읽은 5-6편이다. 해풍이가 튈프호를 타고 조선에서 하멜의 나라 네덜란드까지 가는 과정을 썼다. 항해의 어려움, 거친 선원 사이에서 견뎌야 하는 고통, 조선 아이가 외국인들 사이에서 겪어야 하는 외로움이 잘 드러났다. 항해와 당시 역사를 자세하게 알 수 있다. 초등학생은 재미로 읽고, 중학생은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 깊이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른이 읽어도 재미있다.

경주 최부잣집은 어떻게 베풀었을까? (황혜진, 119) / 5학년 이상
  경주 최부자는 여섯 가지 가훈으로 이름난 부자 가문이다.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 하지 말라는 첫째 원칙부터 사방 1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여섯 번째 원칙이 널리 알려졌다. 여섯 가지 원칙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최부자 가문의 역사와 함께 이야기로 들려준다. 나눔, 봉사, 배려 등을 배울 때 도움이 되는 내용이다. 분량은 짧지만 설명하는 문체여서 5학년 이상을 대상으로 삼았다. 중학생이 읽으면 좋겠는데, 중학생은 이런 책을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

홍길동전 (김탁환 번역, 172) / 6
  소설가 김탁환이 풀어 쓴 홍길동전이다. 어려운 낱말이 있어서 중학생도 쉽진 않겠다. 하지만 내용이 쉽고 문장에 군더더기가 없어 괜찮다. 중앙기독독서반 학생들이 강릉에 온다고 해서 <허균 독서기행> 대상도서로 읽었다. 홍길동전 완판본, 경판본 두 가지 번역과 홍길동전 영인본(원본을 사진으로 인쇄)이 함께 들었다. 관리와 부자들의 횡포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백성들의 마음이 잘 나타난 글이다.

구멍 난 벼루 (배유안, 153) / 6
  6학년 교과서에 나오는 작품이라 우리 반 아이들과 읽었다. 낱말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에게 김정희 선생의 마음과 허련의 마음을 어떻게 전할까 고민한다. 진정한 스승과 제자를 찾기 어려운 시대, 진지한 걸 생각하지 못하는 아이들과 어떻게 이야기할까?
  추사 김정희와 허련의 그림 이야기이다. 허련이 추사 김정희의 집에서 그림에 눈을 뜨고, 그림을 배운다. 김정희가 제주도로 유배를 가자 세 번이나 찾아가 그림에 관해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예술가의 정신을 담으려는 작가의 마음이 잘 느껴졌다. 그림 그리는 마음이 글 쓰는 마음과 같다. 다만 내용이 묵직해서 아주 책 좋아하는 아이가 아니라면 중학생은 되어야 읽겠다.

표해록 (최부, 알마) / 6학년(또는 중학생) 이상
  최부가 쓴 표류기이다. 13번은 작가의 상상이 많이 들어있고, 이 책은 원작에 충실했다.
   https://bookyard.tistory.com/379

푸른 늑대의 파수꾼 (김은진, 275) / 청소년 소설
  1940, 행복하게 살던 한 가정이 일본놈의 꾐에 빠져 박살난다. 아버지는 감옥에 갇히고 딸은 식모가 된다. 2016, 두 남학생이 봉사활동하러 갔다가 할머니를 만난다. 식모로 살다가 버마까지 끌려갔던 분이다. 일제강점기와 현대를 오가며 할머니의 과거를 바꿔주려는 노력이 어떤 열매를 맺을까? 할머니를 지키려는 마음이 참 아름답다.

시인 동주 (안소영, 328) / 중학생 이상
  『책만 읽는 바보를 쓴 안소영 작가의 책을 읽는다. 윤동주의 삶을 꼼꼼하게 조사해서 소설로 펴냈다. 답답하고 암울한 시대를 사는 시인의 마음을 잘 표현했다. 글은 쓰는 것이기도 하지만, 다가오는 것이기도 하다. 저자는 시를 써내려고 끙끙대는 모습보다 시가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모습으로 윤동주를 그렸다. 하숙집 아이와 놀아주며 <오줌싸개 지도>가 다가왔고, 나라와 백성에게 슬픔이 깃드는 시대에 <팔복>이 다가왔다. 윤동주의 시를 윤동주가 살았던 시대와 상황에 맞게 소개해서 더 깊이 느껴졌다. 윤동주가 쓴 시는 이해하기 전에 다가오는 시어의 울림이 있다. <눈 감고 간다>는 시를 새롭게 알아서 좋았다.

태양을 사모하는 아이들아 / 별을 사랑하는 아이들아
밤이 어두웠는데 / 눈 감고 가거라
가진 바 씨앗을 / 뿌리면서 가거라
발부리에 돌이 채이거든 / 감았던 눈을 와짝 떠라

실학의 꽃 정약용 (우승미, 이룸, 192) / 중학생 이상
  정약용에 대한 책을 여러 권 읽었다. 같은 내용을 또 읽어도 좋다. 그리고 슬프다. 권력을 움켜쥐고 자기 배를 불리는 사람들은 아무리 백성을 사랑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자기들 편을 들지 않으면 죽였다. ‘역적이라고, ‘천주학쟁이라고, 지금은 종북, 좌빨이라고…… 어리석은 백성은 그들이 말하는 걸 곧이곧대로 믿었다. 약아빠진 권력자가 나라를 망치고, 우둔한 백성이 그들을 돕는다.

독립운동가 말꽃모음 (설훈, 199)
  독립운동가들이 한 말을 소개하는 책이다. 말이 생각이고, 생각이 행동을 나타내므로 독립을 위해 삶을 바친 분들의 행동이 자연스레 드러난다. 안중근, 안창호, 이회영처럼 자료가 풍부한 분들의 말꽃이 많고, 저자가 관심을 둔 김산도 자주 인용했다. 이름을 처음 본 분들도 많다. 교보교육재단 책갈피 편지쓰기에 응모한 청소년들은 홍범도 장군의 말을 좋아했다.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사람은 없다. 잘못을 깨닫지 못하는 것, 그것이 가장 큰 잘못이다.> 안중근 의사가 정말 큰 분이라고 느꼈다.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 (이금이, 292, 302) / 청소년
  두 여성의 삶을 통해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분들의 고통과 소망,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책이다. 작가의 마음에서 오랫동안 자라난 글이라 했다.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다. 중고등학생들과 읽고 이야기하면 좋겠다. 다만 이금이 작가의 이전 글과 달리 설명하는 말투가 조금 많다. 설명을 묘사로 바꾸면 책이 너무 길어지기 때문인 것 같다. 길게 길게 늘여서 <토지> 같은 작품으로 써도 좋겠다.

청소년을 위한 장준하 평전 (신명철, 208) / 청소년
  3년 전에 장준하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나온 민주주의의 등불 장준하을 읽고 마음이 울렁였다. 이 책은 문체가 묵직하고 깊어 마음이 더 움직였다. 오랫동안 장준하 선생님을 마음에 품고 살았던 저자의 마음이 느껴졌다. 장준하 선생은 나라를 위해 눈에 불을 켜고자신을 내던졌다. 선생은 옳은 일이라 생각하면 앞뒤 가리지 않고 나섰다. 일본군 학병으로 지원, 츠카다 부대를 탈출하여 6000리나 떨어진 임시정부를 찾아갔다. 광복군으로 OSS(CIA의 전신)에 소속되어 훈련을 받았지만, 광복이 되어 김구 선생과 함께 개인 자격으로 고국에 돌아왔다. 이승만을 비판하다가 정치에 나섰고, 박정희를 비판하다가 돌아가셨다. 백성이 주인 되는 세상을 위해 자신을 내던진 분의 삶을 읽으며 잘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사임당이 난설헌에게 (박경남, 245) / 인문
  강릉에서 나고 자란 허난설헌과 신사임당이 대화하는 형식으로 여성에 대해 쓴 책이다. 조선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게 무엇인지 썼다. 난설헌과 사임당의 이야기와 생각을 읽고 싶었다. 그러나 가족과 사회 이야기, 다른 여성 이야기가 많아서 아쉬웠다. 두 사람을 빌어 조선시대의 센 여성에 대해 말한다. 좋은 책이다.

한홍구의 청소년 역사 특강 (한홍구, 271) / 중학생 이상
  청소년을 위한 특강을 책으로 묶었다. 단순히 사건을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근대 학교, 입시, 두발 규제, 나이 차별, 군대, 강남 개발, 노동이라는 주제로 역사의 흐름을 설명했다. 역사라면 웬만큼 아는 나도 저자의 통찰력에 깜짝 놀랄 때가 많았다. 첫 장과 마지막 장에는 역사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담았다. 강력 추천한다.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은 정당한가라는 책의 오타를 보냈더니 이 책을 선물로 줬다. 출판사도, 책도 모두 좋다.)

살아있는 귀신 (설흔, 280) / 3 이상, 금오신화, 세조와 단종, 정체성
  역시 설흔이다. 수양대군이 왕이 되었을 때 반대하는 무리와 동조한 무리가 있었다. 김생(주인공, 김시습)은 절개를 지킨 사람으로 소문이 났지만 진짜 마음은 다르다. 벗인 이경준도 사람들이 보는 모습과 속마음이 달라 고민한다. 금오신화 이야기를 버무려 정체성 혼란을 잘 담아 썼다. 김생의 혼란스런 마음, 귀신으로 나타난 단종, 귀신을 보는 사람이 나와서 무겁고 어둡다.

요코 이야기 (요코 가와시마 왓킨스, 294) / 고등학생 이상
  12살 요코는 일제강점기에 청진에서 살던 일본인이다. 일본 패망이 가까워지자 엄마, 언니와 서울을 향해 도망간다. 아빠, 오빠와 만날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도망치다가 몇 번이나 죽을 위기를 넘기고 겨우 일본에 간다. 일본에서도 거리에서 자면서 힘겹게 버틴다. 일본인이 고생한 이야기라 비판을 많이 받았다. 동아시아에서는 우리나라에서만 번역되었다. ‘일본이 우리 선조를 얼마나 괴롭혔는데 이걸 고생이라고 썼냐? 우리 선조가 겪은 일에 견주면 아무것도 아니야!’ 라는 마음이다. 12살 아이가 겪은 일을 썼기 때문에 그렇구나!’ 하며 읽었다. 어디에서나 전쟁은 없어야 한다.

빨치산의 딸(정지아, 384, 392) / 대학생 이상
  이런 책은 읽기 싫다. 슬프고 아프고 힘들다. 지리산에서 죽을 때까지 싸웠던 빨치산들이 왜 싸웠는지 알겠지만, 안타깝고 아린다. 적이 적을 부른다는 말이 떠오른다. 그들도 참 좋은 사람들이다. 평등한 세상을 위해 목숨까지 내놓았지만 사회 구조를 바꾸지 못하고 죽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도 바뀌지 않은 것 같다. 다수의 보통 사람들이 작은 행복을 위해 노력할 동안 몇몇 소수는 부정과 불법으로 자기들 배를 불리며 산다. 지리산에 들어간 사람들은 다수의 보통 사람이 갖지 못한 희망을 품었고, 희망을 이루려고 투쟁했으며, 자신을 기꺼이 내던졌다. 물론 빨치산을 옹호하는 관점에서 썼겠지만, 그들의 삶이 진실되어 보인다. 애달프고 애달프다.

파친코 1 (이민진, 364) / 소설
  읽으면서 알로하, 나의 엄마들도 생각나고, 토지도 생각났다. 어려움이 많은 시대에 얼마나 견뎌야 했을까? 그래도 선자는 행복한 기억이 많았다. 그 시대에 딸을 사랑하는 아빠 만나기 얼마나 어려운가! 지금이라면 한수는 나쁜 놈이지만, 당시 한수는 선자를 보호했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도 어렵게 사셨다. 지금 내 삶에 감사할 따름이다.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해 뭐라 하겠나!

파친코 2(이민진, 399)
  드라마에서는 결말이 마음에 안 든다는 분이 꽤 있다. 소설을 읽은 분도 1편이 나았다고 한다. 나는 2편이 더 좋았다. 노아가 죽은 일도 슬프지만, 이해가 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이삭이 죽고, 요셉이 아플 때 가족을 돌본 할머니, 엄마와 주위의 여인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모자수(모세)가 파친코를 운영하고, 영광의 아들 솔로몬이 결국 파친코로 가는 것도 좋았다. 다만 솔로몬을 이용한 은행가에게 확 복수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루어지지 않았다. 참 좋았다.
  두 번째 읽을 때는 덤덤해졌다. 책은 선자가 이삭의 무덤을 찾아가서 모자수(모세)가 해마다 이삭의 무덤을 찾아왔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끝난다. 파친코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 이삭이며, 이삭의 후손은 일본에서 정체성 혼란을 겪으면서도 성실하게 살아간다. 모자수는 한수의 자식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이삭과의 관계가 끊어졌다고 생각해서 자살한다.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건정말 중요하다.
  질문. 우리나라 여성(양진, 선자, 경희, 유미, 양진의 하숙집 일꾼 둘까지)들은 모두 성실하고 가정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인다. 일본 여성(아키코, 에쓰코, 하나 등)들은 정체성 혼란을 겪으며 문란한 모습을 보인다. 작가가 왜 이렇게 썼을까? 팔이 안으로 굽은 걸까?

뜻으로 읽는 한국 역사 (함석헌, 496) / 역사
  김교신 선생이 발행한 <성서 조선>에 함석헌 선생이 쓴 글을 모았다. 1950~1960년대 역사를 덧붙여 낸 책이다. 절망이 가득한, 계속 절망하게 만드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 역사를 자기만의 눈으로 말하는 분이라니! 해박한 역사 지식도 놀랍지만, 고난과 슬픔의 역사에 의미가 있다고 계속 말하는 부분도 놀라웠다. 고통과 슬픔이 계속된 역사를 온몸으로 겪어내면서(이분도 고통을 많이 겪었으니) 여전히 씨알의 희망을 말하는 게 놀랍다. 마지막 소원 같은 마음이었을까?
  역사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야 할 책이다.

조선의 아버지들 (백승종, 239) / 역사
  아버지를 좋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까, 좋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어머니를 좋게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조선 시대 아버지라면 평가가 더 박할 것이다. 유교와 성리학에 찌든 꼰대 같은 아버지가 많았을 것 같다. 저자는 유교가 지배하는 체제에서 아들을 아끼며 가르친 12명의 아버지를 소개한다. 이들은 시대를 이끌던 학자와 관리로 고뇌하면서도 자녀에겐 좋은 아버지가 되려고 노력했다. 엄함과 자상함의 관점을 벗어나 자식을 사랑하는 좋은 아버지였다. 정약용, 이황, 박세당, 김숙자, 이익, 유계린, 김장생, 김정희, 이순신, 김인후, 이항복. 그리고 좋게 평가할 수 없는 아버지 영조. 이름만 알던 박세당, 이익, 김장생을 알게 되어 좋았다. 이황, 김정희, 이항복은 자세하게 알게 되어 좋았다. 또한 열두 명이 가깝게, 때론 멀게라도 서로 연결되어서 놀라웠다.

조선의 멋진 신세계 (김양식 외, 288) / 역사
  억압받으며 고통 속에 살았던 민중이 멋진 신세계를 꿈꾼 이야기이다. 미륵불 사상에 빠지거나, 천주학에 빠지거나, 동학으로 세상을 뒤집기 원했던 사람들! 안타깝고 슬펐다. 현실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들이 꿈꾼 세상은 결국 오지 않았다. 마지막 장 <다산이 다스린 사회>가 이루어졌다면 진짜 멋진 신세계일 텐데 다산은 한 명뿐이고, 다산이 고치려 한 대상은 너무나 많았다.

조선의 2인자들 (조민기, 423) / 역사
  2인자로 권력을 행사한 사람들을 소개한다. 몇 명은 2인자에서 왕(이성계, 이방원, 수양대군)이 되었고, 대부분은 권력을 누리다가 쫓겨났다. 이준경은 혼란의 시대에 파벌에 휩쓸리지 않고 화합을 위해 노력하였으며 청렴하게 살았다. 이순신을 추천하였고, 당쟁을 예고했다.

오우아 (박수밀, 298) / 고전 해설
  진짜 선비의 삶은 아름답다. 멋지다. 슬픈 면도 있다. 난 진짜 선비를 존경한다. 책에 빠져 한 길을 걷는 모습을 보면 눈물이 나기도 한다. 이 책은425+338+298+ 진짜 선비의 삶과 글을 소개한다. 책 제목이 오우아, 나는 나를 벗 삼는다는 뜻이다. 내가 나를 벗 삼으니 온전한 나로 살아간다. 이덕무, 박지원, 박제가의 글이 많고 유몽인, 이익, 정약용 등의 글도 나온다. 책을 읽다가 이덕무가 쓴 <선귤당농소>를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혜진 선생님 추천으로 읽었다.

윤선도 평전 (고미숙, 한겨레출판, 268) / 평전
  2월에 윤선도 기념관, 녹우당에 다녀와서 산 책을 이제야 읽었다. 쓴소리 하다 귀양 다니며 우리말로 시조를 읊은 모습이 멋졌다. 고미숙님은 이름만으로도 읽을 만한 책을 쓰시는 분이니 두말할 필요가 없지만 시대 순으로 쓴 글이 아니어서 읽기 불편한 점이 있다. 나는 즐겁게 읽었지만 추천하기엔 만만찮다.

흑산 (김훈, 학고재) / 소설
  정약전이 흑산도에 유배되는 상황을 소설로 썼다. 내가 좋아하는 문체가 아니지만 당시 백성들의 고통을 나타내는 데는 김훈 님의 문체가 좋다고 생각한다. 읽으면서 이런 똥 같은 세상을 계속 외쳤고, 우리나라도 똥 같은 권력가와 장삿꾼들이 차지하는 현실에 분노가 일었다. 내가 무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그날이 오면이라는 말이 자꾸 떠올랐다.

두 개의 별 두 개의 지도 (고미숙, 북드라망) / 역사
  다산 정약용과 연암 박지원을 라이벌로 규정하고 쓴 평전이다. 기가 막히게 재미있다. 두 사람을 완전히 새로운 관점으로 소개하고 있다. 조선 역사를 알고 싶다면 이덕일과 고미숙을 읽어라. 다만, 사주팔자로 두 사람의 운명을 설명하는 점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허균평전 (허경진, 410) / 평전
  허균의 일대기를 읽었다. 적당히 알 때는 좋은 면만 알았다. 백성을 생각하는 아버지 허엽, 시를 나누던 가족 분위기, 마음 아프게 살았던 난설헌 허초희, 그리고 세상을 뒤짚고 싶었던 허균. 평전에서 읽은 허균은 자유로운 영혼(사실은 철없는 난봉꾼), 시대를 앞서간 선구자(사실은 성급한 막내)였다. 서얼, , 가난한 이들과 허물없이 지낸 모습은 좋지만, 술 먹고 기생과 노느라 맡은 책임을 소홀히해서 인심을 잃었다. 속마음을 숨기고 지지자를 모아 계획을 세웠을 때는 이미 늦었다. 사람들이 과거에 알았던 허균의 모습만으로도 역적이라고 몰기에 충분했다. 아버지와 형들이 오래 살았으면 달랐을까 생각하지만, 이미 지난 역사여서 안타까워할 뿐이다. 허균, 허난설헌은 시대를 잘못 만난 천재였다.

최부가 중국에 표류하면서 남긴 기록이다.

(표해록/ 최부 기록 / 알마, 동방의 마르코 폴로 최부/ 김성미/ 푸른숲)

기록해야 남는다.

  나는 22년째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만나고, 함께 지내고, 헤어지고21번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과 함께 한 기억이 희미해진다. 10년 뒤에는 더 많이 잊겠지. 30년 뒤에는 기억하는 추억보다 잊은 추억이 더 많겠지. 아이들과 만난 기억뿐이랴! 자녀를 기르면서 누리던 한 순간, 웃음보를 터뜨리게 만든 기가 막힌 한 마디도 망각 속으로 사라진다. 두세 살 된 아이를 키우다 보면 한 살 때 기억이 희미해진다. 자녀가 대학생이 되면 초등학교 시절 기억을 잊기 마련이다. 그나마 어른은 과거를 돌아보며 기억을 붙잡아두려고 애쓰지만 아이들은 미래를 바라보느라 기억을 계속 떠나보낸다.

  ‘추억은 과거에 같은 일을 겪은 사람들이 기억을 공유하는 무대와 같다. 추억을 무대에 꺼내 놓으면 함께 한 사람들을 따뜻하게 해준다. 누군가 기억하면 추억이 되건만, 기억하지 못해서 무대에 오르지 못하고 사라진 아름다운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지! 그래서 나는 추억을 종이에 붙잡아 놓는다. 교사로 지낸 21년 동안 문집을 21권 만들었다. 순간순간의 기억을 붙잡아 놓으려고 다달이 문집을 만들었다. 쉬는 시간에 쉬지 않고, 점심시간에도 아이들 일기에 답글 써주며 기록으로 남겼다. 그래서 오랜만에 제자를 만나도 무대에 올릴 이야기가 참 많다. 문집에 기록해 놓았기 때문이다.

  기록해야 남는다. <표해록>은 조선 성종 때 관리인 최부가 남긴 기록이다. 최부는 1487년에 추쇄경차관이라는 관리로 임명되어 제주도에 파견된다. 3달 뒤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 나주로 가다가 표류해서 중국 남부 해안으로 밀려간다. 14일 만에 중국 절강에 이르러 태주, 항주를 지나 양자강(양쯔강)을 건너고 양주, 서주를 지나 황하를 건너 북경까지 갔다가 한양으로 돌아온다. 최부는 530년 전에 생사의 갈림길에서 135일 동안 3200km를 다닌 과정을 기록으로 남겼다. <표해록>은 마르코 폴로가 쓴 <동방 견문록>, 일본 스님 엔닌이 쓴 <입당구법순례행기>와 함께 세계 3대 중국 여행기로 꼽힌다.

  최부는 <표해록>을 남기지 못할 뻔 했다. 표류한지 4일 만에 군인들이 자포자기하고 배에 드러누워 버렸다. 7일째는 풍랑이 너무 심해서 홑이불을 찢어 배 가운데 빗장나무에 묶고 죽기를 기다렸다. 12일째는 배에 들이닥친 해적에게 목숨을 잃을 뻔 했다. 육지에 닿았을 때도 해적을 만났을 때 못지않게 위기를 만났다. 당시 중국 남부 해안은 왜구로 인한 피해가 심해서 왜구를 발견하면 먼저 죽이고 나중에 보고했다. 중국 관리가 포상에 눈이 멀어 왜선 14척을 발견했다고 거짓 보고를 하고는 최부 일행을 왜구로 몰아 모두 죽이려 했다.

  최부는 임금의 덕 때문에 하늘이 살렸다고 감사했지만 사실은 기록이 최부를 살렸다. <표해록>에는 제주도 현감으로 일했던 이섬이란 사람의 기록이 언급된다. 이섬은 고향으로 돌아가던 중에 표류해서 최부보다 5년 먼저 중국에 갔다. 이섬의 기록에는 중국에 도착했을 때 중국 국경을 침입한 것으로 오해받아 죽을 뻔한 일과 풍랑을 만났을 때 배에 물이 차자 사람들이 스스로 목을 매며 죽으려 한 일을 기록했다. 이섬이 남긴 기록을 읽지 않았다면 최부는 같은 일을 겪으면서 지혜롭게 결정하지 못했을 것이다. 최부는 실의에 빠진 군인과 노꾼들을 격려하고 물과 식량을 통제한다. 중국에 닿았을 때는 죽기를 각오하고 산을 넘어 마을에 들어가 포상에 눈이 먼 관리를 피한다.

  최부는 돌아가면 곧바로 돌아가신 아버지 묘소 곁에서 3년 상을 치르려고 했다. 그는 배가 가라앉을 위기에서도 상복을 입었다. 12일째 중국에 닿았을 때 위엄을 보이지 않으면 도적이라고 여길 거라며 관복을 입으라고 권해도 하늘의 뜻을 어길 수 없다며 상복을 갈아입지 않았다. 14일째 중국 병사들이 다가올 때 해적을 만났을 때를 생각하라며 주위 사람들이 관복을 입으라고 해도 효와 신의가 아닌 일은 하지 못하겠다며 버텼다. 중국 황제에게 예를 표하는 순간에도 상복을 못 벗겠다고 버티던 최부가 조선에 돌아오자마자 처음 한 일은 아버지 무덤을 지키는 일이 아니라 기록이었다.

  최부가 돌아오자 성종은 표류한 이야기를 기록한 보고서를 내라고 명령했다. 최부도 기록을 남겼지만 수행 아전 정보, 김중, 이정, 손효자가 틈틈이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면 <표해록>은 지금보다 부족한 모습이었을 것이다. 최부가 아버지 묘소에 가지 못한 줄 알면서도 성종이 기록을 요구한 까닭이 있다. 당시는 나라 사이의 교류가 드물어서 다른 나라에 대한 정보를 얻기 어려웠다. 사신들이 오가기는 했지만 늘 가던 길로만 갔으며, 맡은 임무를 먼저 생각해야 했기 때문에 제한이 많았다. 표류한 사람들은 한 번도 가지 않은 곳에서 예상 밖의 상황을 겪었기 때문에 새로운 정보를 많이 알게 되었다. 외국에 대한 정보가 귀했기 때문에 표류자가 생기면 반드시 보고하라고 왕이 지방관들에게 명령을 내릴 정도였다.

  최부는 명나라의 경제 중심지이며 문화가 가장 번성한 중국 강남에서 보고 겪은 귀한 정보를 남겼다. 성의 모습, 무기, 경제활동 모습, 생활모습, 최부를 심문하고 이송하는 관리들의 행정 체계를 직접 겪고 보았다. 운하를 다니며 경제활동에서 교통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깨달았다. 중국 관리들이 고구려를 대단한 나라로 기억하고 있다는 걸 알았으며,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인격과 덕망이 마음을 이어준다는 것도 느꼈다. 530년 전 조선 선비의 눈에 비친 중국과 중국 사람에게 존경을 받은 조선 선비의 정신을 지금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것도 최부가 남긴 기록덕분이다.

  정약용 선생은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닭을 기르면서도 기록으로 남기라고 했다. 정약전 선생은 흑산도에서 유배 생활을 하면서 문순득이란 흑산도 사람이 표류한 기록을 남겼다. 박지원은 열하일기를 남겼다. 우리 조상들은 기록을 귀하게 여겼다. 조선왕조실록은 인류 최고의 기록으로 인정받는다. 사관이 날마다 쓴 사초와 승정원일기가 있어서 조선왕조실록이 나왔다. 정조 때부터 왕이 쓴 성찰일기 일성록도 전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도 한때는 일기를 썼다. 예전 일기를 지금까지 소중하게 간직하는 사람도 있지만 언제부터인가 일기는 초등학생이나 쓰는 글이 돼버렸다.

  보스니아에서 저격병의 총탄을 피해 숨어서 일기를 쓴 즐라타 필라보빅은 <빼앗긴 내일>에서 일기는 기억을 왜곡시키지 않고, 경험을 있는 그대로 전달해 줍니다. 일기는 글을 쓴 시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면서, 세상에 발표할 작정을 하고 쓰는 글은 아니기 때문에 매우 솔직하고 진실합니다. 처음부터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 쓴 글이 아니지만, 결국 개인적인 방식으로 역사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했다. 기록의 가치는 꾸준함에서 나온다. 꾸준히 기록한 일기가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나는 기록을 소중하게 여긴다. 가족이 함께 누리는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꾸준히 가족신문을 만든다. 2, 4쪽 만든 신문이 이제 100쪽을 넘어섰다. 가족신문에 담긴 기록은 기억에서 사라져가는 추억을 되살려준다. 해외여행 다녀오면 여행문집을 만든다. 여행지에서 날마다 남긴 일기는 우리가 어디에서 무얼 보고 무얼 먹었는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어떻게 이겨냈는지 알려준다. 가족의 추억이 담긴 기록을 보며 내가 부족했던 순간을 돌아본다.

  만약 우리 행동과 말이 그대로 기록된다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달라질까! 부모와 교사는 친절해지고, 공무원은 청렴해지며, 정치인들도 박수 받지 않을까! 유대인들은 세계 최고의 기록인 성경을 읽고 또 읽는다. 기록을 읽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대단한 업적을 남겼다. 기록하자. 기록을 읽자. 기록이 우리를 살린다.

에스테르 뒤플로는 프랑스 출신의 미국 경제학자다.
 
인도 뭄바이 출신 경제학자 아비지트 배너지와 함께
'세계 빈곤 경감을 위한 실험적 접근'이라는 공로로 2019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였다.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
책 제목을 보면 두 사람의 관심사가 보인다.
부자가 더 부자 되고 누구나 다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전자는 나쁘고, 후자는 허황되다.
에스테르 뒤플로가 쓴 지식그림책 시리즈를 보면 안다. MIT 경제학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관심을 따라가보자.

그림이 눈에 띈다. 색감이 강렬하다.
아이들 눈에 확 들어갈 것 같다.
 
다섯 권이 다선 가지 주제를 다룬다.
1. 닐루는 학교에 가지 않아.
2. 누가 아피아를 치료할까?
3. 네소와 나지, 도시로 가다.
4. 올라네 마을 선거
5. 마녀에게 내민 작은 손
닐루는 왜 학교에 가지 않을까? 아피아는 어느 나라에 살까?
네소와 나지는 왜 고향을 떠나 도시로 갈까?
올라네 선거에 새로운 인물이 나설 수 있을까?
마녀가 누구지? 아직도 마녀가 있을까?
가난한 나라를 가로막는 어려움을 드러내 보여주고 어떻게 해결할지 제시한다.
 
우리 아이들이 세계를 품고 살아가기를 바란다.
넓은 마음을 가진 아이로 자라도록 도와줄 책이다.
마음을 어루만지는 책도 좋지만,
세상을 보여주는 그림책을 읽게 하는 교사, 부모가 많아져야 한다.

2015년부터 제가 읽은 책 중, 중학생을 위한 책입니다.
아이마다 독서 수준이 다르므로 해당 학년에 정확하게 맞지는 않습니다.
책은 읽은 순서대로 소개했습니다위에 있다고 더 좋거나 아래에 있다고 나쁜 건 아닙니다.

특히, 제 취향이 여러분과 안 맞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책은 제목을 빨강으로 표시했습니다.)

여기 있는 책을 아이가 싫어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아이는 자체로 특별한 선물이랍니다.

 

 

반전이 있는 베트남사 (권재원, 165) / 청소년
  나는 역사를 좋아한다. 쯩자매가 한나라에 대항해서 독립운동을 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1000년 동안 중국의 지배를 받으며 맞섰고, 프랑스와 미국을 물리친 나라도 알았다. 그러나 디엔비엔푸 전투에서 베트남이 어떻게 이겼는지, 프랑스에서 독립한 이후 미국이 공격하기 전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대로 몰랐다. 아오자이가 베트남 전통 의상이 아니고, 베트남 정치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도 이 책을 읽고 알았다. 베트남에 대해서 간단하면서도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는 책이다. 여행으로 다녀온 지역에서 무엇을 더 봐야 하는지, 내가 가본 그곳이 어떤 곳인지 뒤늦게 알았다. 특히 베트남 사람들이 우리나라, 미국, 프랑스, 중국과 역사 문제를 따지지 않고 현재를 중시하며 지내는 마음을 알게 되었다. 좋은 책이다.

로지나 노, 지나 (이란주, 279) / 중학생
  이란주 작가는 이주노동자, 이주민 관련 글을 쓴다. 로지나 노, 지나는 르포소설이다. 로지나는 방글라데시에서 5살까지 살다가 우리나라에 왔다. 아빠가 먼저 와서 일하다가 엄마도 오게 됐다. 브로커 비용을 많이 써서 왔는데 돈벌이가 여의치 않다. 이주노동자가 겪는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로지나는 친구 없이, 혼자 놀면서, 학교에 가지 못한다. 학교에 가도 로지나가 아니라 지나로 불린다. 그래서 제목이 로지나 노, 지나이다.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일들이 실감나게 나타났다. 르포소설이라 현장감이 있다. 그러나 소설의 느낌은 적다.
  우리나라에선 비교, 평가가 많다. 그래서 비슷하지 않으면 틀렸다고 비판한다. 이주노동자는 피부 색깔, 말투, 출신국, 음식과 문화가 달라서 비난을 많이 받았다. 다른 게 뭐라고?

점과 선 (노턴 저스터, 66) / 중학생
  처음 봤을 때 깜짝 놀랐다. 점과 선으로 도형의 아름다움을, 인간관계를 표현한 책이라니! 그림책보다 내용이 길지만,나 소설은 아니다. 선은 점을 좋아한다. 그러나 점은 선이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없다며 싫어한다. 점은 자유분방한 헝클이(마구잡이로 그린 선)를 좋아한다. 선은 자신의 장점을 생각했다가, 다시 좌절한다. 그리고 점을 생각하며 노력한다. 그러다가 선을 꺾는 능력을 찾아내서 각을 만든다. 선이 만들어내는 도형과 디자인이 참 아름답다. 여기 나오는 그림은 모두 작가가 직접 그렸다고 들었다. 점과 선의 로맨스가 어른들의 마음을 울릴 것이다. 참 좋은 책이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수학 가게입니다 (무카이 쇼고, 354) / 중학생
  수학 가게 시리즈 두 번째 책이다. 수학으로 세상을 구하겠다고 다짐하고 수학에 빠져든 소라가 미국으로 갔다. 수학 전문가가 사라진 뒤에 하루카는 혼자 수학을 공부한다. 그리고 수학 가게를 계속 이어간다. 하루카는 수학 천재가 아니어서 혼자 해결하지는 못한다. 친구들과 함께 학교 축제에서 일일 매점을 할지 연극을 할지 수학으로 결정한다. 축제에 쓸 아치를 황금비율로 만든다. 학교에 나오지 않는 친구가 어떻게 하면 학교에 나올지 계산하고 축제에 소라를 등장시킨다. 수학 계산이 나오긴 하지만 흥미를 끄는 요소가 많아 학생들이 재미있게 읽을 거라 생각한다.

수학특성화중학교 (김주희, 이윤원, 221) / 중학생
  수학을 주제로 가볍게 쓴 청소년 소설이다. 정해진 소수만 참여하는 수학 캠프에 도전하고, 참가해서 일어나는 일이라 흥미롭다. 중학생들이 좋아할 등장인물(아이돌, 금수저, 썸 타는 사이 등)이 사건을 이끌어가기 때문에 학생들이 재미나게 읽을 것 같다. 수학 내용이 많지는 않다. 가볍게 읽을 책이다.

어서 오세요! 수학 가게입니다(무카이 쇼고, 334) / 중학생
  일본 작가는 독특한 소재를 찾아내서 글을 쓴다. 이 책은 수학으로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이야기다. 다섯 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무한을 증명하는 내용, 운동장을 이등분하는 내용, 연애부등식 등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수학으로 증명한다. 재미있다. 수학 싫어하는 중학생은 어떻게 읽을지 궁금하다. 2014년부터 3년 연속으로 시리즈 세 권이 출판되었다.

 

맨박스 페미니즘 (권재원, 260) / 인문(고등학생 )
  안산 선수가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자 페미냐는 주장이 일었다. 국가를 대표해서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에게 했던 기자의 질문은 눈과 귀를 의심케 할 지경이었다. 단발머리를 했다고 페미냐는 질문을 받는 것도 우습고, 페미를 무슨 테러리스트 취급하는 것도 했다. 2021년에 메카시즘을 다시 만나서 황당했다. 안산 선수가 금메달을 따지 못했으면 논란이 오래도록 불타올랐을 것이다. 안산 선수가 세계선수권에서도 금메달을 따면서 비난이 가라앉았지만, 이듬해(2022) 대통령 선거에서 새로운 연료를 만나 불타올랐다. 페미니즘 광풍은 통계도 일반적인 정서도 깨뜨릴 정도로 강력했다. 대통령을 바꿀 정도였으니까! 나는 그들이 왜 페미냐고 공격하는지, 페미가 어떻게 문젯거리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맨박스 페미니즘을 읽고 속이 시원해졌다. 이제 이해가 된다.
  저자는 50대 남자 교사로 남학생에게 페미니즘을 알려주기 위해 맨박스 페미니즘을 썼다. 남자 교사가 짊어져야 할 페미니즘 교육은 여자들에게 깨어나라하고 외치는 것이 아니라 남자들에게 좀 들어라하고 외치는 것(10, 서문)이라며. 나보다 선배인 50대 남자 교사가 페미니즘 교육을 어떻게 말할지 궁금했다. 권재원 선생님이 쓴 책을 세 권 읽었는데 모두 참 좋았다. 선생님 글은 균형 잡힌 생각을 하게 도와준다. 그래도 페미니즘이라니?’ 하며 읽었다.
  “감탄했다!” 권재원 선생님은 평소 균형 잡힌 정보를 제공하고, 정당한 논리를 내세워 사람들의 편견과 인식을 깨는 글을 자주 썼다. 이 책은 더욱 그랬다. 나도 글을 쓰는 사람이라 어느 정도 책 내용을 예상한다. 맨박스 페미니즘은 처음부터 끝까지 예상을 벗어났다. 트럼프 당선을 성 대결로 해석한 내용,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떠오른 이대남, 이대녀, 페미 사냥 등을 해석한 내용이 참으로 놀라웠다. ‘난 왜 이렇게 생각하지 못했을까?’
  저자는 여성이 지금까지 줄곧 희생하며 살았다고 한다. 스스로 삶을 선택할 자유를 누리지 못한 여성들이 균형을 잡으려고 하는 걸 남성이 양보하고 심지어 빼앗기는 걸로 받아들인다고 설명한다. 한두 문장으로 쓴 내 요약은 설득력이 없다. 책을 읽어야 한다. 책을 읽으면 남자다움으로 포장된 상자를 깨뜨리는 것보다 훨씬 더 나아가야 한다는 걸 인정하게 된다.
  공감하는 내용이 너무 많아 일일이 소개하기 어려울 정도다. 특히 남성이 분노하기 전에 감정을 배워야 한다는 부분이 크게 다가왔다. 내가 분노를 참으려 해도 안 되었는데 감정을 살피면서 분노를 다스리게 된 경험이 있다. 하나 더, 공산당 선언으로 본론을 시작한 부분을 읽으며 깜짝 놀랐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하루 쉼표 (따뜻한 하루, 293) / 중학생
  ‘따뜻한 하루라는 이름으로 따뜻한 이야기를 보내주는 분이 있나 보다. 40만 독자에게 편지를 배달했다고 한다. 편지는 주로 웃음, 용기, 감동을 주는 내용이다. 위로, 응원, 공감, 사랑이라는 주제로 글을 모아 책으로 펴냈다. 20대에 이런 이야기 참 좋아했는데 지금은 그렇구나!’ 한다. 나이가 들면서 슬프고 어두운 마음 쪽으로 기울었다. 사람을 위로하고 힘을 주는 글인데 말이다. 따뜻한 이야기를 읽고 싶은 분에게 추천한다.

곰의 부탁 (진형민, 238) / 단편소설 모음
  진형민 작가가 세월호에서 돌아오지 못한 고운이와 경미를 생각하며 쓴 단편 일곱 편을 모았습니다. 어둡거나 슬픈 내용만 있지는 않습니다. 청년들이 겪는 고민과 아픔을 드러낸 글입니다. 사랑, 아르바이트 세계, 아프칸 난민의 삶, 언니와의 추억(과 관계), 다문화 가정 아이, 오토바이 사고로 죽은 학생 친구들의 인터뷰까지 다양한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주제를 다루었다. 진형민 작가는 참 글을 잘 쓴다. <자물쇠를 채우지 않은 날>이 정말 좋았다. <언니네 집><그 뒤에 인터뷰>도 좋았다. 책 제목으로 삼은 <곰의 부탁>은 보통이었다.

마이네임 (구로카와 유코, 205) / 중학생
  문장을 참 잘 썼다. 우리나라 청소년 작가는 스토리를 색다르고 특별하게 구상하지만, 문장이 멋지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드물다. 마이네임에는 다시 읽게 되는 문장이 자주 나온다. 게다가 단순한 이야기에 중학생들의 마음을 잘 담았다.
  일본에서는 결혼하면 아내가 남편과 같은 성을 쓴다. 이혼하면 성을 다시 바꾸어야 한다. ‘미온은 부모가 이혼하면서 이름이 사카가미(아빠 성) 미온에서 도마쓰(엄마 성) 미온으로 바뀌었다. 이름은 정체성을 의미하며, 중학생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미온은 이름 때문에 혼란을 겪는다. 중학생은 지금까지 자기들을 지켜주던 부모와 어른들의 권위에 도전하며 자신을 찾아가는 시기다. 이때의 고민을 이름으로 담아냈다.
  단순한 이름(SNS 닉네임, 별명, 마음에 드는 이름)으로 중학생의 정체성 혼란을 담아내다니 작가의 솜씨가 뛰어나다. 특히 자이니치(재일한국인) 4세의 이야기를 담아줘서 좋았다. 친구들에게 한 번도 한글 이름으로 불린 적이 없는 채영이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죽이고 싶은 아이(이꽃님, 200) / 중학생 소설
  주연이가 서은이를 이끌고 서은이가 주연이를 따른다. 주연이가 서은이를 함부로 대하는 것 같고, 서은이가 주연이 말을 거부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다가 주연이가 학교 구석진 곳에서 벽돌에 맞아 죽는다. 범인으로 주연이가 지목되고 재판이 진행된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아니라 가정환경으로 인한 결핍 때문에 인간관계가 흔들리는 학생들 마음을 잘 보여준다. 가해자를 찾아가는 수사 형식이라 학교 폭력 장면이 직접 드러나지 않고 재미도 있다.

마이너스 스쿨 (이진 외, 195) / 중학생 소설
  <학교 폭력>을 주제로 작가 다섯 명이 쓴 단편 모음이다. 두 편은 조금 읽고도 결말이 보였고, 두 편은 과장되거나 억지스러웠다. 나는 귀신이 나오는 글을 좋아하지 않는다. 두 편에서 귀신이 중요한 역할을 해서 이렇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한테 유치하면 학생들은 좋아할 것 같다. 정명섭 작가가 쓴 <즐거운 나의 학교>는 좋았다. 다만 이 책보다 4개월 먼저 출판된 죽이고 싶은 아이와 결말이 같았다. 글을 쓰는 데 4개월 걸릴 테니 저작권을 침해하진 않았을 거로 생각한다. 그래서 의외였다. 결말이 똑같다니~

용기 없는 일주일 (정은숙, 232) / 중학생 소설
  제목을 잘 정했다. 주인공 이름이 용기인데, 용기가 다쳐서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학교가 <용기 없는 일주일>을 보낸다. 친구들은 용기가 없어서 박용기가 학교 폭력을 당할 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용기가 다치고 담임 선생님이 학교 폭력 가해자를 찾기 시작한다. <학교 폭력>이 무거운 주제인데 탐정 형식으로 만들어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좋은 책이다.

리언 이야기 (리언 월터 틸리지, 108) / 중학생
  1936년에 태어나 흑인으로 차별을 받으며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설 형식이 아니라 저자가 직접 말하는 형식이다. 넬슨 만델라, 마틴 루터 킹 이야기를 좋아해서 여러 권 읽었는데 그런 책에서 읽지 못한 이야기도 있다. 나는 소설 형식이 좋은데, 대놓고 말하는 스타일을 좋아하는 분도 있을 것 같다. 소설로 만들었으면 200쪽은 됐을 텐데 대놓고 말해서 분량이 짧다. 흑인의 삶과 민권운동의 과정을 잘 알려준다. 좋은 책이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271) / 소설
  일본 애니는 정말 별것 아닌, 일상의 소소한 내용으로 이야기를 만든다. 수학 수식으로 이야기를 만들다니 대단하다. 지금은 책벌레로 불리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목은 수학이었다. 수학의 세계는 정말 아름다웠다. 수학 문제 풀이하는 방법으로 수학 선생님과 시간 보내던 기억이 났다. 인터뷰만으로 이런 내용을 만들다니 작가 능력이 대단하다.

녹나무의 파수꾼 (히가시노 게이고, 554) / 소설
  나미야 잡화점에 온 세 친구가 사람들 마음을 토닥이는 이야기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과 같은 버전이다. 장소는 녹나무(신사에 있는 고목)로 바뀌었지만, 지금 살아가는 사람이 과거의 이야기를 듣고 위로를 받는 내용은 똑같다. 작가의 상상력과 내용을 이끌어가는 실력이 좋아서 지루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 재미있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뻔한 부분이 많아서 실망했는데 녹나무의 파수꾼은 괜찮았다.

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 (이은정, 259) / 소설
  단편소설 여덟 편 모두 참 잘 썼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솜씨가 좋다. 나는 인간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소설은 좋아하지만, 어둡고 추악한 분위기는 싫어한다. 이 책이 그렇다. 글솜씨가 좋은데도 읽으면서 짓눌리는 느낌이라 다음 내용을 기대하기보다 빨리 끝내고 싶었다. 다만 초등학생이 다니는 학원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 <친절한 솔>은 좋았다. 이건 내가 선생이라 팔이 안으로 굽은 거다.

세계는 왜 싸우는가 (김영미, 309) / 청소년, 세계
  저자 김영미 PD는 분쟁지역을 전문으로 취재한다. 2080개국이나 다니며 취재했다. 대부분 국민이 힘들어하는 나라다. 청소년인 자녀에게 이야기하듯 글을 썼다. 80개국 중 13개 나라를 소개한다. 대물림되는 전쟁국(레바논,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독립을 위한 전쟁(동티모르, 체첸, 카슈미르, 쿠르드족), 더 가지고 싶은 자의 전쟁(이라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시에라리온), 가난이 부른 전쟁(소말리아, 콜롬비아, 미얀마)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읽으며 참 슬프고 마음 아팠다. 청소년에게 추천한다.

연의 노래 (조현아, 264) / 만화
  네이버 웹툰을 만화로 만들었다. 재미있고 의미도 있다. 만화로 읽기 딱 좋다. 따뜻하고 감상적이다. 학교폭력, 친구 관계를 미스터리 답 찾듯 보여준다. 가볍게 읽기 좋다.

죽고 싶지만 죽고 싶지 않아 (오키타 밧카, 159) / 만화
  저자는 학습장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았다. 초등학교, 중학교에 다니던 1980년대에는 아무도 이런 증상에 신경 쓰지 않았다. 선생님이 혼내고, 때리고, 무시할 동안 아이들도 같이 괴롭혔다. '이해받지 못한 아이'가 어른이 되어 자기 이야기를 만화로 썼다. 친구들은 자기와 다르게 그 시절을 바라본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좋은 책이다.

저 청소일 하는데요? (김예지, 223) / 만화
  만화책이다. 저자 김예지는 대학을 졸업한 뒤에 직장을 구하지 못해 엄마 따라 청소 일을 하러 다닌다. 젊은 여성이 청소 일을 하면서 만난 편견과 위축감이 크다. 청소 일을 하면서 겪은 일을 만화로 그리면서 견딘 것 같아 보인다. 책이 잘 팔리는 것 같은데 여전히 청소 일을 한다. 그래서 더 좋아 보인다. 중고등학생들과 토론하기에도 좋겠다. 내용은 좋고, 읽긴 쉬우니까.

난 빨강 (박성우, 125) / 시집
  교보교육재단 5월 책갈피 인성도서로 선정된 시집이다. 박성우 작가가 청소년을 위한 시를 썼다. 솔직하고 재미있다. 청소년의 생활이 잘 드러났다. 40대 후반인 작가가 청소년의 삶을 잘 아는 것 같아서 왜 그런가 했더니, 학생들을 찾아가 생각을 들었다고 한다. 색다른 시집을 만났다.

조선의 아버지들 (백승종, 239) / 역사
  아버지를 좋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까, 좋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어머니를 좋게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조선 시대 아버지라면 평가가 더 박할 것이다. 유교와 성리학에 찌든 꼰대 같은 아버지가 많았을 것 같다. 저자는 유교가 지배하는 체제에서 아들을 아끼며 가르친 12명의 아버지를 소개한다. 이들은 시대를 이끌던 학자와 관리로 고뇌하면서도 자녀에겐 좋은 아버지가 되려고 노력했다. 엄함과 자상함의 관점을 벗어나 자식을 사랑하는 좋은 아버지였다. 정약용, 이황, 박세당, 김숙자, 이익, 유계린, 김장생, 김정희, 이순신, 김인후, 이항복. 그리고 좋게 평가할 수 없는 아버지 영조. 이름만 알던 박세당, 이익, 김장생을 알게 되어 좋았다. 이황, 김정희, 이항복은 자세하게 알게 되어 좋았다. 또한 열두 명이 가깝게, 때론 멀게라도 서로 연결되어서 놀라웠다.

세계는 왜 싸우는가 (김영미, 309) / 사회
  저자 김영미 PD는 분쟁지역을 전문으로 취재한다. 20년 이상 80개국이나 다니며 취재했다. 대부분 국민이 힘들어하는 나라다. 청소년인 자녀에게 이야기하듯 글을 썼다. 80개국 중 13개 나라를 소개한다. 대물림되는 전쟁국(레바논,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독립을 위한 전쟁(동티모르, 체첸, 카슈미르, 쿠르드족), 더 가지고 싶은 자의 전쟁(이라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시에라리온), 가난이 부른 전쟁(소말리아, 콜롬비아, 미얀마)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읽으며 참 슬프고 마음 아팠다. 청소년에게 추천한다.

코끼리가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면 어떻게 될까? (신규진, 191) / 과학, 논리
  <코끼리가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면 어떻게 될까?> 라는 질문으로 과학 탐구 과정을 설명한다. ‘어떻게?’부터 장치 실험까지 차례차례 설명한다. 재미나다. 간단한 설명에 그림을 덧붙여 학생들이 좋아하겠다. 사람들은 왜 다투는 것일까? 뉴스나 기사의 진실성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두 가지 주제도 재미나다.

청소년을 위한 북유럽 신화 (패드라익 콜럼, 324) / 신화
  북유럽 신화를 이야기 흐름에 맞게 정리했다. 오딘, 토르, 로키를 중심으로 아스가르드가 생겨난 이야기부터 멸망하는 이야기까지 실었다. 북유럽 신화의 신들은 힘이 세고 지혜가 많고 아름답긴 하나 절대적이진 않다. 속고 속이며, 죽고 죽이며,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고 문제에 휘말려 괴로워하기도 한다.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신들은 인간 세상에 자주 관여하지만, 북유럽의 신들은 거인, 난쟁이, 마녀와의 사이에서 사건이 일어난다. 절대강자는 없으며, 힘으로 무조건 제압하지도 않는다. 절대왕정에서 민주주의가 이루어지는 모습이랄까? 가볍게 읽기 좋다.

나답게 꿋꿋하게 살아가는 법 (애니 영, 110) / 수기
  부모가 수감된 청소년들이 쓴 수기이다. 미국인 애니 영의 글 외에 우리나라 학생들의 글도 같이 실었다. 학생들의 글이 짧다. 학생들 이야기를 조금 더 듣고 싶은데 아쉽다. 부모가 감옥에 간 뒤에 청소년 자녀가 느낀 마음을 알게 되어 고맙다. 부모가 감옥에 간 학생들이 외로움과 부끄러움을 이겨내고 나답게 꿋꿋하게살아가면 좋겠다.

조영래 평전 (최용탁, 185) / 평전
  이름만 듣던 조영래 변호사의 삶을 읽었다. 이분이 보여준 모습이 바로 그리스도인이 살아야 할 삶인데, 지금 그리스도인은 돈을 따른다. 사람을 위해 자신을 내어주며,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한 사람이 여기 있다. 어찌 이렇게 살 수 있을까? 사람들이 나를 알아주기를 바라는 내 모습이 부끄럽다. 참 멋지고 아름다운 분을 만났다.

모든 치킨은 옳을까? (오애리 외, 217) / 사회
  신문 기자 세 사람이 우리가 자주 먹는 음식 열 가지(치킨, 콜라, 피자, 소고기, 라면ˑ국수ˑ짜장면, 카레, 햄버거, 망고, 연어, 초콜릿)를 소개한다. 조부모 세대가 듣도 보도 못한 음식이 어떻게 국민 음식이 되었는지 알려주고, 우리가 이 음식을 많이 먹을수록 지구 생태계가 어떤 영향을 받는지 말한다. 마지막으로 미래를 위해 씨앗을 보관하는 씨앗 창고를 소개한다.

앤의 오두막으로 오세요 (이남석, 247) / 상담
  이남석 작가는 청소년 진로 관련 책을 쓰는 작가다. 몇 권 읽었는데 다 좋았다. 이번 책은 <앤의 오두막>이라는 특별한 곳에서 학생들이 고민을 해결하는 과정을 소설 형식으로 알려준다. 스킨십과 자위행위부터 자해와 무기력, 상처와 두려움, 감정 다루기, 인간관계까지 중고등학생이 고민할 내용을 솔직담백하게 알려준다. 단순히 고민 해결 방법을 알려주는 수준을 넘어, 고민하던 학생이 친구의 고민을 들어주고 함께 해결하는 과정을 담았다. 특히 <앤의 오두막>이 도시를 건강하게 바꿔가는 복합문화공간의 역할을 하는 모습까지 담았다. 작가가 이런 공간을 꿈꾼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으면서 토요일의 심리클럽이 생각났다.

청소년을 위한 장준하 평전 (신명철, 208) / 평전
  3년 전에 장준하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나온 민주주의의 등불 장준하을 읽고 마음이 울렁였다. 이 책은 문체가 묵직하고 깊어 마음이 더 움직였다. 오랫동안 장준하 선생님을 마음에 품고 살았던 저자의 마음이 느껴졌다. 장준하 선생은 나라를 위해 눈에 불을 켜고자신을 내던졌다. 선생은 옳은 일이라 생각하면 앞뒤 가리지 않고 나섰다. 일본군 학병으로 지원, 츠카다 부대를 탈출하여 6000리나 떨어진 임시정부를 찾아갔다. 광복군으로 OSS(CIA의 전신)에 소속되어 훈련을 받았지만, 광복이 되어 김구 선생과 함께 개인 자격으로 고국에 돌아왔다. 이승만을 비판하다가 정치에 나섰고, 박정희를 비판하다가 돌아가셨다. 백성이 주인 되는 세상을 위해 자신을 내던진 분의 삶을 읽으며 잘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민주주의의 등불 장준하 (김민수, 276) / 전기
  장준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펴낸 책이다. 장준하 선생이 살아온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선생님은 백성들이 제 목소리를 내며 사는 나라를 이루기 위해 글과 행동으로 독재에 맞서 싸웠다. 먹을 게 없을 정도로 가난했고, 위협과 협박에 굴하지 않아 감옥살이를 했지만 굽히지 않았다. 지금도 누가 장준하 선생을 죽였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왜 동물원이 문제일까? (전채은, 185) / 과학
  <00이 문제일까?>라는 제목으로 펴내는 시리즈 중 한 권이다. <10대에게 들려주는 동물원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었다. 동물원의 역사, 변화 과정, 동물을 대하는 방식의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한다. 동물원의 부정적 내용을 많이 다루었다. 학생들이 동물에 관심이 많으므로 함께 이야기하면 좋을 책이다. <삼척시 청소년 독서토론대회>를 위해 읽었다.

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 (탕하 라이, 287) / 시 형식 소설
  시 형식으로 쓰인 2012 뉴베리상 수상작. 베트남이 북쪽 월맹군에게 무너질 때 주인공 가 베트남을 탈출하여 미국에 정착하는 과정을 썼다. 나라를 잃는 슬픔과 고통, 새로운 곳에 적응하는 두려움과 어려움을 시에 잘 담았다. 처음 읽을 때 참 좋았는데, 다시 읽어도 좋다. 나는 글에 여백이 많은 책을 좋아한다. 참 좋은 책이다.

전쟁사에서 건진 별미들 (윤덕노, 431) / 역사
  건빵과 별사탕, 체다 슬라이스 치즈, 커피 믹스의 공통점은? 전쟁용으로 개발된 음식이다. 건빵과 별사탕은 일본이 전쟁용 음식으로 개발했다. 주먹밥은 다부동 전투 결과에 큰 영향을 주었다. 중국군은 미숫가루를 메고 전쟁에 참여했다. 전쟁과 관련된 음식이 참 많다. 가볍고 재미나게 읽을 책이다.

공학자의 시간 여행 (서승우, 191) / 공학
  공학자가 하는 일을 시간 여행하는 이야기로 소개한다. 자율주행자동차를 중심에 두고 공학과 인간의 관계를 설명한다. 청소년 진로, 로봇과 인간의 공존, 인공지능에 대해 알고 싶은 분에게 추천한다.

최원형의 청소년 소비 특강 (최원형, 230) / 사회
  환경, 생태 관련 책 중 잘 쓴 책이다. 가볍지 않으며 흥미롭고, 인문학 소양이 담겨있으며 재미있다. 구석구석 재미난 정보가 많고, 내가 고민하고 동의하는 내용을 담았다. 청소년이 읽으면 좋겠다.

사소해서 물어보지 못했지만 궁금했던 이야기 (사물궁이 잡학지식 지음, 235) / 과학
  사소해서 물어보지 못했던 질문, 엉뚱하고 흥미로운 질문에 해답을 소개한다. <사람이 눈 뜨고 죽을까, 눈 감고 죽을까?>, <하늘로 총을 쏘면 어떻게 될까?>, (전쟁이 나면 교도소 수감자들은 어떻게 될까?) 같은 질문에 답을 소개한다. 쉽고 재미있어서 학생들이 읽기 좋은 책이다.

21세기 청소년 인문학 (김고연주 외, 267+267) / 글 모음
  청소년에게 좋은 말을 해주고 싶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사람들을 모았다. 전문 분야가 다른 14(2권에서는 15)이 각자 걸어온 길을 이야기한다. 학자, PD, 번역가, 수학자, 과학자, 엔지니어, 디자이너 젠더 자문관(청소년 성매매 관련 글을 쓴 분)이 쓴 글을 모았다. 1권은 진로를 안내하는 책 같고 2권은 인문학 책 색깔이 강하다. 무엇보다 이 시대를 잘 이해하고 그에 맞는 길을 가라는 안내서이다. 청소년이 단번에 읽을 글도 있고, 힘겹게 읽을 글도 있다. 추천한다.

청소년에게 심리학이 뭔 소용이람? (이남석, 240) / 심리
  사람(자신, 타인, 자신과 타인의 관계)를 알면 올바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책은 사람의 마음을 살피는 심리학을 설명한다.
  이남석 작가는 청소년을 위한 글을 쓴다. 심리학을 전공한 학자이며 청소년에게 관심이 많은 작가로서 청소년에게 심리학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성격으로 시작해서(1) 뇌와 정서를 연결하고(2) 한 사람의 성장 과정을 자존감으로 설명한다.(3) 호기심을 일으키는 질문으로 각 장을 시작한다. ‘인터넷 심리검사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우린 정말 뇌의 10%밖에 못 쓸까? 같은 질문은 청소년들이 궁금해할 내용이다. 이어지는 내용도 모두 질문을 던지고 대답한다. 동기(하기 싫은 걸 꼭 해야 할까?), 기억, 학습 효과, 정신 건강, 사회를 주제로 설명하고 기타 몇 가지를 덧붙인다.

그래도 괜찮아 (안오일, 102) / 시집
  청소년 시집 <난 빨강>은 청소년이 쓴 것 같았는데 이 책은 어른 냄새가 난다. 청소년의 생각을 담으려고 애를 썼지만 영 어색하다. 어른이 보는 눈으로 사물을 보고, 거기에 청소년의 생각을 슬쩍 담았다. 속이 보이는 시랄까! 그렇다. 예를 들어 <80원의 말>이라는 시이다. 공중전화 부스 전화기에 / 남아 있는 80// 다 하지 못한 / 무슨 말이 남은 걸까 // 부끄러워 못한 말 / 자존심에 못한 말 / 마음 약해 못한 말 // 생각은 말이 아니라고 / 80원이 말한다. // 내일은 성화에게 말해야겠다 / 네가 좋다고, 친구 하자고. 아이고, 오글거린다. 청소년이 읽으면 책 내던지겠다. 그러나 이 시는 눈에 띈다. <헛짓거리를 했다> 야자 시간에 /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고 있었다 // ! 등짝을 맞으며 얻어들은 말 / =네가 지금 헛짓거리 할 때야? // 책은 인생을 공부하는 거라고 하던데 / 지금 세상에선 헛짓거리가 되고 말았다

세상을 바꾼 질문 (권재원, 199) / 인문
  인간이 오랫동안 했던 일곱 가지 질문을 소개하고, 인류가 답을 찾아온 과정을 설명한다. 오래 전부터 내가 했던 질문, 지금도 고민하는 질문들이어서 반가웠다. 특히 내가 생각하지 못한 관점을 써주셔서 더 좋았다. 쉬운 책은 읽을 게 없었고, 어려운 책은 어려워서 못 읽었는데 이 책은 논리를 따라가기 좋았고, 생각지 못한 내용도 많았다. 어려운 내용을 논리적으로 깔끔하게 쓴 솜씨가 뛰어났다. 내용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지 않으면 이렇게 쓰지 못한다.

1. 만물의 근원은 무엇인가? 2. 왕께서는 어찌 이익을 말씀하십니까? 3.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진리라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가? 4. 문명이 발전할수록 인간은 더 훌륭해지는 것일까? 5. 왜 사회가 진보하는데도 빈곤은 점점 더 심해지는가? 6. 인간은 얼마나 쉽게 악마가 될 수 있는가? 7. 지속 가능한 발전은 가능한가?

위의 일곱 가지 질문은 독서반 학생들과, 교사 토론 모임에서 자주 토론한 내용이다. 내용이 모두 좋았지만 특히 여섯 번째 질문 내용이 더 좋았다. 인간이 악마가 되는 모습을 설명할 때 한나 아렌트가 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 빠지지 않는다. 이 책을 읽은 곳의 분위기, 시간, 읽는 내 모습이 기억난다. 내용이 깊고 어려웠다. 아이들을 보면서, 방송에 나오는 범죄 소식을 들으면서 이 질문을 자주 생각했다. 저자는 성찰 없이 결과만 쫓아가는 태도가 아이히만을 악마로 만들었다고 썼다. 목적에 대한 성찰 없이, 그 방편만을 추구하는 도구적 합리성에 매몰되어 있기는 전쟁 이후도 마찬가지이며, 오히려 더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158)

생각하지 않고 상상하지 않는 평범한 개인들이 바로 악마인 것이다. 그리고 평범한 개인들이 생각하지 못하게 하고, 상상할 여지를 가로막는 사회가 악마를 배양하는 것이다.(164)

이들(유대인을 죽인 일에 관여한 사람들)은 악당이다. 특별히 사악해서 악당이 아니라 당장 눈앞에 고통받는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가스실 안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고통을 받는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에 악당이다. 악당이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다만 둔감한 정서와 빈약한 상상력의 소유자, 자기가 하는 일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성찰하지 않거나 할 수 없는 사람이다. (150)

위의 문장을 읽으며 교사들이 생각났다. 자기 안위에 빠져 아이들을 돌보지 않는 교사, 자신이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아이 마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상상하는 능력이 없는 교사, 자기 자식 일에는 최선을 다하지만 교실에서 만나는 아이들을 귀찮게 여기는 교사…… 자기 안위에 빠져 성찰하지 않는 교사들일수록 더욱 자기 정당성을 내세웠다. 그들이 한 질문이라곤 고작 어떻게 하면 교장이 빨리 될 수 있을까?” 뿐이었다.

좋은 책에 괜한 이야기를 썼다. 이 책은 <책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교사들> 추천 책이다. 책따세 추천책이라면 그냥 읽어도 된다.

어느 물리학자의 세상 보기 (김찬주, 195) / 과학
  김찬주 교수가 2015-2017년까지 계간지 <우리교육>에 연재한 내용을 다듬어서 낸 책이다. 우주에서의 인간, 중력파와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우리가 과학이라고 오해하는 것들, 과학의 가치, 초등 교과서 오류 분석, 한국 사회의 불신 문화, 수능 오류 발굴기록, 암흑물질에 대해 설명한다. 이분은 과학 내용을 우리 일상의 일에 비유해서 설명하는 재능이 있다. 암흑물질을 비선실세로, 상전이를 사회 변화로 설명한다. 설명을 쉽게 해서 물리학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해주었다. 과학에 관심이 있는학생들이 읽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스포츠 경기처럼 유능한 과학자를 선발하여 집중적으로 지원하면 될까? 절대로 그렇지 않다. 이러한 정책은 과학의 본질에 근본적으로 어긋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방해하지 않는 것이다. 자연의 비밀을 알아내고 싶어 못 견디는 젊은 과학도들이 주변 여건에 휩쓸려 자신이 원하는 주제가 아닌 다른 주제를 연구하도록 몰아가지만 않으면 된다. 그냥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조용히 토양만 마련해주고 그 다음은 그들의 마음에 꿈틀거리는 호기심에 맡기면 된다.

왜 그러세요 다들 (전국중고등학생 89, 211) / 학생 글모음
  중고등학교 문집에서 고른 글 89편을 실었다. 양철북이나 보리 출판사에서 만든 것보다는 별로다. 짧고 간단한 글만 모아놓았다. 그래도 학생들 글을 모아놓아서 좋다. 몇 편은 아주 훌륭하다.

왜 인공지능이 문제일까? (조성배, 154) / 과학
  청소년 독서토론대회 심사를 위해 읽었다. 호모데우스에 나온 인공지능 내용이 워낙 흥미로워서 그런지 이 책은 그냥 그랬다. 저자가 인공지능 관련 논문을 천 편 이상 발표했다는데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책을 써서 그런지 대부분 아는 내용이었다. 일부는 전혀 모르는 내용이라 이해하지 못해서 재미없었다. 그러나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는 학생들에겐 도움이 되는 책이다. 중고등학생에게 추천한다.

생각이 크는 인문학 - 정의 (서윤호, 최정호, 144) / 인문
  <정의란 무엇인가>를 중학생 대상으로 만든 책이다. <10대를 위한 정의란 무엇인가>가 사례 중심이라면 이 책은 설명 중심이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부터 벤담과 칸트, 존 롤스와 마이클 샌델의 견해를 차례대로 설명한다. 좋은 책이지만 학생들이 읽기에 좀 어렵다.

한홍구의 청소년 역사 특강 (한홍구, 271) / 역사
  청소년을 위한 특강을 책으로 묶었다. 단순히 사건을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근대 학교, 입시, 두발 규제, 나이 차별, 군대, 강남 개발, 노동이라는 주제로 역사의 흐름을 설명했다. 역사라면 웬만큼 아는 나도 저자의 통찰력에 깜짝 놀랄 때가 많았다. 첫 장과 마지막 장에는 역사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담았다. 강력 추천한다.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은 정당한가라는 책의 오타를 보냈더니 이 책을 선물로 줬다. 출판사도, 책도 모두 좋다.)

처음 읽는 터키사 (전국역사교사모임, 290) / 역사
  터키 역사를 소개한다. 터키에 관심이 많아서 재미있게 읽었다. 더 자세하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지만 터키 역사 흐름을 잘 보여주었다. 우리와의 관계도 잘 소개했다. 좋은 책이다.

지구 바깥세상 우주에는 (클라이드 기퍼드, 128) / 과학
  얇다고 만만하게 보면 안 되는 책이다. 지구와 달, 태양계, 은하, 별 관측, 로켓과 인공위성 등에 대해 알려주는데 초등용 지식을 넘어선다. 과학자들이 이걸 어떻게 알아냈는지 궁금하다. ) 지구나이, 별의 개수, 은하의 크기 등

 너의 꿈을 들려줘 (탁영민, 245) / 진로
  저자는 학생들이 진로를 찾도록 도와주는 일을 한다. 대학생 멘토를 만나게 하고, 외국인 유학생을 학교로 초대해서 이야기를 듣는다. ‘한 사람이 한 권의 책이다 라며 휴먼북 교육 여행(사람을 만나는 여행)을 진행한다. 무얼 해야 할지 모르는 학생들이 대학생, 외국 학생, 직업인을 만나면서 무얼 할지 생각한다.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에서 꿈을 꾸며, 꿈을 이루어가는 사람들을 만나고 학생들도 꿈을 꾼다. 직접 만나고, 겪고, 해보는 활동이라 좋다. 학교에서 이런 활동을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학생들이 우리가 원하는 게 이거다!”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비용이 많이 드는 활동이라 많은 학생이 누리기는 어렵겠다.

 이대로 어른이 되어도 괜찮을까요? (이남석, 172) / 진로
  이남석 작가는 청소년을 위한 글을 쓴다. 이번 책도 좋다. 청소년이 고민하는 질문을 골라 답을 한다. 자신이 누군지 몰라, 앞으로 어떤 길을 가야 할지 몰라 외모, 진로, 공부, 가족, 친구로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대답한다. 학생의 감정을 잘 알고, 논리에 맞게 대답하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말한다. 참 좋은 책이다.

 꿈꾸는 십대를 위한 직업 멘토 (박소정, 232쪽) / 진로
  자기 일을 기뻐하며 최선을 다하는 14명을 소개하며 어떻게 그 일을 하게 되었는지 알려준다. 힐러리 클린턴, 마크 저커버그 외에 모두 우리나라 사람이다. 아덴만의 여명 작전에서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을 수술한 이국종 의사를 비롯해서 작곡가, 국제공무원, 항공기조종사, 지구물리학자, 사회적 기업가(공부의 신 김성태), 건축가 등을 소개한다. 실제 인물의 이야기를 들으며 진로에 대해 알아보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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