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부터 제가 읽은 책 중, 5~6학년을 위한 책입니다.
아이마다 독서 수준이 다르므로 해당 학년에 정확하게 맞지는 않습니다.
책은 읽은 순서대로 소개했습니다.
위에 있다고 더 좋거나 아래에 있다고 나쁜 건 아닙니다.
특히, 제 취향이 여러분과 안 맞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책은 제목을 빨강으로 표시했습니다.)
여기 있는 책을 아이가 싫어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아이는 자체로 특별한 선물이랍니다.
⁂ 백제 최후의 날 (박상기, 212쪽) / 5
교사이며 작가인 박상기 선생님이 쓴 역사다. 석솔과 도해는 웅진성 밖에 산다. 두 아이는 아픈 동생을 위해 먹을 것을 구하러 다닌다. 신라와 당나라 군대가 공격해올 때 옹진성에 들어갔다가 나오지 못한다. 다칠 뻔한 공주를 우연히 도와주고 왕자와 친해진다. 그러나 당나라 군대가 쳐들어오고 첩자까지 성 안에 들어온다. 석솔은 왕자와 친해지고, 첩자인 줄 모르면서 첩자와 만난다. 더군다나 궁궐에 모아둔 보석을 훔친다. 백제 최후의 날 석솔은 무얼 볼까? 아이 눈으로 본 백제 최후의 날이 슬프다.
⁂ 막손이 두부 (모세영, 206쪽) / 5
임진왜란 때 왜군이 조선 도공을 일본으로 데려갔다. 막손이도 아버지와 함께 잡혀가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신다. 막손이는 도자기 기술이 없어서 일본인 집에 노예로 간다. 이때 일본 두부는 딱딱하고 맛이 없었다. 막손이는 맛을 잘 알고 손재주가 좋다. 친구를 사귀면서 우연히 두부를 만든다. 그런데 두부가 돈이 된다는 걸 안 무사가 막손이를 잡아가 산에서 몰래 두부를 만들게 시킨다. 막손이라는 아이를 통해 임진왜란이 일본에 준 음식 문화를 소개하는 책이다. 큰 역사적 사건 이면을 잘 살펴 쓴 책이다.
⁂ 한성이 서울에게 (이현지, 196쪽) / 5
한 성은 2천 년 전 백제에 살았던 8살 남자아이다. 서 울은 현재 서울에 사는 여자아이다. 울이 마을은 아파트 건설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그런데 문화재가 발견되어서 아파트 건설이 중단되었다. 동네에는 울이네와 순이 할머니만 남았다. 울이 엄마는 울이 오빠가 죽은 뒤로 우울증에 빠졌다. 이때 울이에게 성이가 나타난다. 귀신인 성이는 울이에게만 보인다. 그리고 이곳에 문화재 도굴꾼이 찾아온다. 도굴꾼은 과거 흔적인 문화재를 돈으로만 본다. 성이의 기억이 담긴 물건을 훔치려는 도굴꾼에 맞서 울이는 어떻게 할까? 역사적 사건을 다루지 않고도 역사의 가치를 잘 드러냈다. 참 좋은 책이다.
⁂ 수상한 아파트 (박현숙, 200쪽) / 5
여진이는 부모가 이혼하면서 잠깐 고모와 산다. 말이 없고 잔소리를 하지 않아서 고모네 집에 갔는데 고모가 사는 아파트가 하다. 아파트 주민들이 서로를 모른다. 관심이 없다. 22층에는 엘리베이터가 계속 멈춘다. 고모는 이웃에게 관심 끄고 조용히 지내라고 하지만, 여진이는 자꾸만 궁금하다. 그래서 22층을 기웃거린다. 그러다가 삼촌네 집에 온 호진이를 만나 같이 계획을 짠다. 서로에게 관심 없는 아파트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
⁂ 길러지지 않는다 (탁동철, 165쪽) / 5
속초에 아바이 마을이 있다. 6•25 전쟁 때 북한에서 내려온 분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다. 저마다 아픔을 가진 분들이 사는 동네에서 아이들은 신나게 논다. 스스로 놀거리를 찾고, 스스로 결정하며 살아갑니다. 은서와 해주가 새끼 고양이를 구한다. 교실에 가져와 기르려고 하는데 선생님이 반대한다. 우여곡절 끝에 고양이를 기르게 되지만, 사료를 살 돈이 없다. 그래서 아이들은 돈을 벌자고 한다. 돈을 버는 방법을 찾고, 돈을 벌려고 나선다. 곱게 길러진 아이들이라면 부모에게 돈을 받아 쓰겠지만, 아바이 마을 아이들은 그렇게 하면 반칙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어떻게 돈을 벌까? 돈을 벌면서 누구를 만나고,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갈까?
⁂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을 깨우다 (강성은, 111쪽) / 5
환경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먼저 외친 레이첼 카슨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윤해림 어린이가 시골로 이사하면서 레이첼 카슨을 알게 되는 과정을 (전기문+환경) 내용으로 썼어요. 레이첼 카슨의 삶과 주장을 지금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해림이가 보여줍니다. 좋은 책이에요.
⁂ 알 (브리타 테큰트럽, 95쪽) / 5
볼로냐 라가치 상을 받았다. 알의 중요성과 아름다움을 설명한다. 알 모양, 종류, 위장, 내부, 큰 알부터 작은 알까지, 둥지, 곤충과 파충류 등 여러 생물의 알, 인간의 역사에서 알의 쓰임까지 자세하게 알려준다. 이 책을 보면 알에 관심이 생긴다. 깨지기 어려운 둥근 모양에 다양한 색깔까지 아름답다.
⁂ 오늘도 수줍은 차마니 (강인송, 99쪽)
6학년 아이들 이야기 네 편이 실렸다. 주인공은 모두 남자아이다. 구오슬은 지독한 곱슬머리다. 말 한마디 잘못해서 권초아를 진짜 싫어하는 아이가 돼버렸다. 사실은 아닌데~ // 차마니는 수줍음이 많은 얌전한 남자아이다. 뛰는 것, 땀냄새 나는 걸 싫어한다. 그런데 힘이 너무 좋다. 그만 운동부 감독 눈에 띄어버렸다. 어찌하나~ // 김루아와 친구들은 학교에서 똥을 누면 한동안 놀림을 받는다. 아침에 소보로 빵과 우유를 먹고 김루아는 화장실에 가야 하는 위기에 처한다. 도저히 참지 못해서 몰래 가다가~ // 서화영은 꽃을 좋아하는 남자아이다. 꽃꽂이 수업하는데 꽃을 잘 모르는 짝이 더 잘 만든다. 화영이는 생각이 많아진다.
음~ 모순되는 상황을 잘 묘사했다. 아이들에게 읽어주기 좋다.
⁂ 대왕고래 (안드레아스 셰른샤우겐, 88쪽) / 5
아름답다. 7미터나 되는 크기로 태어나 30미터로 자라 대양을 누비며 다니는 거대한 생명체 대왕고래. 고래 기름 때문에 멸종당할 위기를 맞았으나, 대왕고래의 아름다움을 뒤늦게나마 사람들이 알아서 살아남았다. 지구온난화가 대왕고래를 죽이지 않기를 바란다.
⁂ 정의로운 은재 (진형민 외, 164쪽) / 5
여섯 명이 단편을 썼다. <정의로운 은재>(오하림), <살아있는 맛>(전성현), <그날 밤, 홍이와 길동이(진형민), <손톱 끝만큼의 이해>(최나미)가 좋았다. <골목이 열리는 순간>(황선미)은 쓴 까닭은 알겠는데 보통이었다. <바이, 바이>는 마음에 들었지만, 좀비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아서 보통이 되었다. 아이들은 좋아할 것 같다.
⁂ 울프 (사샤 스타니시치, 210쪽) / 5
마르코는 요르크를 괴롭힌다. 쌍둥이 형제도 동참한다. ‘나’는 요르크가 괴롭힘당하는 걸 보기 힘들다. 마르코에게 대놓고 말하지는 못한다. 그런데 방학을 맞아 캠프에 가야 한다. 가기 싫은데 어쩔 수 없이 가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어떻게 할까?
학교 폭력을 다룬 책은 루틴처럼 정해진 해결 방법이 있다. 이 책은 그런 방식을 따르지 않는다. 극적인 해결이 없이 잔잔한 내용인데 울림이 크다. 참고로 제목인 울프는 두려움을 상징한다.
⁂ 밤티마을 큰돌이네 집 (이금이, 142쪽) / 5
내용은 쉽지만 아이들이 모르는 시대(1970년 전후) 이야기라 5에게 알맞다고 본다. 엄마가 집을 나가고, 아빠는 술 먹고 화를 내는 집에 사는 두 아이에게 일어난 일이 내 일처럼 느껴진다. 이 시대를 이해하고, 이금이 선생님이 보여주는 정서가 마음에 맞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에게 이 마음을 전해주고 싶어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을 했다.
⁂ 다섯 손가락 수호대(174쪽, 홍종의)
은혁이 아빠는 다른 사람이 어려움을 당할 때 그냥 지나가지 못한다. 괜한 일에 끼어들어 손해 본다고 말려도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도와준다. 이번에도 남의 싸움을 말리려다 심하게 다친다. 괜한 일에 끼어들었다가 어려움을 당할까봐 아무도 도와주지 않자 은혁이와 친구들이 범인을 찾아나선다. 물론 아이들이라 아무것도 못하지만 친구 일을 자기 일처럼 도와주는 모습이 기특하다. 주요 등장인물이 모두 트라우마를 가졌다고 설정한 점, 사건 사이의 연결이 느슨한 점이 아쉽지만 좋은 주제를 다루었다.
⁂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서점 (아멜리아 멜러, 411쪽) / 5학년 이상
1893년,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에 엄청나게 큰 서점이 배경인 판타지 동화다. 아빠가 자신의 전부를 쏟아부어 이룩한 서점에 옵스큐로스미스가 찾아온다. 마법사, 악당, 속임수 대왕 옵스큐로스미스가 아빠와 계약을 맺는다. 죽은 딸을 사진에 있는 모습 그대로 데려오면 소중한 걸 주기로. 아빠가 점점 약해지는 걸 본 펄과 밸리 남매가 아빠와 서점을 구하기 위해 옵스큐로스미스에게 시합을 요청한다. 서점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곱 가지 시합에서 한 번이라도 지면~
미 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와 괴테의 『파우스트』를 가볍게 섞어놓은 것 같다. 물론 두 책보다는 훨씬 가볍다. 『끝없는 이야기』처럼 현실을 반영하는 상징적인 내용도 아니고, 『파우스트』의 메피스토펠레스처럼 신사적이지도 않다. 옵스큐로스미스는 그냥 때려부수며 반칙하고, 펄과 밸리는 겨우겨우 문제를 해결해나간다. 그래서 초등학생에게 어울린다. 분량이 꽤 되지만 내용이 쉬워서 초등학생 책으로 분류했다.
⁂ 짐 크노프와 13인의 해적 (미하엘 엔데, 371쪽) / 5학년 이상
『짐 크노프와 기관사 루카스』에 이어지는 책이다. 『짐 크노프와 기관사 루카스』는 루카스 비중이 더 컸는데 이번에는 짐 크노프 비중이 더 크다. 미하엘 엔데의 뛰어난 상상력이 드러나는 책이다. 또한 『짐 크노프와 기관사 루카스』는 현실을 반영한 내용을 이야기에 별로 담지 않았는데 이번 책에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미하엘 엔데도 책을 쓰면서 자랐고, 『모모』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렸나 보다. 『짐 크노프와 기관사 루카스』보다 2배 빨리 읽었다. 재미있다.
⁂ 짐 크노프와 기관사 루카스 (미하엘 엔데, 347쪽) / 5학년 이상
미하엘 엔데가 쓴 첫 동화이다. 『모모』와 『끝없는 이야기』에 견주면 많이 부족하다. 엔데 특유의 상상력이 드러나지만, 현실을 이야기에 끌어들이는 묘미는 찾기 어렵다. 롬머란트는 아주 작은 섬이 국토의 전부여서 새로운 집을 짓기 어렵다. 이곳에 아이가 배달되고(?) 새로운 땅을 찾아 여행하면서 여러 가지 일을 겪는다. 재미난 상상이 많아서 아이들이 좋아하겠다.
⁂ 구멍 난 벼루 (배유안, 153쪽) / 5학년 이상
6학년 교과서에 나오는 작품이라 우리 반 아이들과 읽었다. 낱말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에게 김정희 선생의 마음과 허련의 마음을 어떻게 전할까 고민한다. 진정한 스승과 제자를 찾기 어려운 시대, 진지한 걸 생각하지 못하는 아이들과 어떻게 이야기할까? 12월이 기대가 된다. 참, 이 책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책이다.
⁂ 소년 탐정 칼레 2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250쪽) / 5학년 이상
1편보다 재미있다. 칼레에게 익숙해져서 재미있게 느껴진 것 같기도 하다. 이번에도 칼레가 사건을 해결한다. 그러나 칼레가 명탐정의 솜씨를 발휘해서가 아니다. 칼레는 놓치고 실수한다. 오히려 친구들이 큰 역할을 한다. 또한 우연과 행운이 깃든다. 소년 탐정이 셜록 홈즈처럼 문제를 해결하면 오히려 어색하다. 린드그렌이 왜 뛰어난 작가인지 알겠다. 특히 작가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드러낸 부분이 자주 보인다.
⁂ 소년 탐정 칼레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223쪽) / 5학년 이상
칼레는 13살 소년이다. 탐정을 꿈꾼다. 사소한 것이라도 확인한다.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기록한다. 거의 마을 사람 전체를 용의선상에 놓고 사건이 일어나기를 기다린다. 그러다가 진짜 사건이 일어난다. 삐삐 작가 린드그렌이 쓴 탐정 동화다.
⁂ 경주역사유적지구 (이은석, 71쪽) / 5학년 이상
경주로 수학여행을 가게 돼서 읽었다. 일부는 아이들에게 읽어주었다. 경주는 월성 지구, 대릉원 지구, 황룡사 지구, 남산 지구, 산성 지구로 나눈다. 우린 대릉원 지구, 월성 지구, 경주박물관에 다녔다. 자주 간 곳이지만, 책을 읽고 가니 더 많이 보인다.
⁂ 경주 최부잣집은 어떻게 베풀었을까? (황혜진, 119쪽) / 5학년 이상
경주 최부자는 여섯 가지 가훈으로 이름난 부자 가문이다.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 하지 말라는 첫째 원칙부터 사방 1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여섯 번째 원칙이 널리 알려졌다. 여섯 가지 원칙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최부자 가문의 역사와 함께 이야기로 들려준다. 나눔, 봉사, 배려 등을 배울 때 도움이 되는 내용이다. 분량은 짧지만 설명하는 문체여서 5학년 이상을 대상으로 삼았다. 중학생이 읽으면 좋겠는데, 중학생은 이런 책을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
⁂ 사춘기 대 갱년기 (제성은, 148쪽) / 5학년 이상
딸은 사춘기, 엄마는 갱년기. 딸은 짜증이 늘고 엄마는 무기력이 많아진다. 학부모 독서동아리에서 읽어볼까 생각하며 읽었는데 그 정도는 아니다. 엄마가 너무 무기력하게 묘사되었고 딸은 그만하면 사춘기 잘 지내는 아이로 보인다.
⁂ 아미골 강아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실종 사건 (이선주, 192쪽) / 5학년 이상
민수가 떠돌이 강아지에게 아무도 쓰지 않는 이름을 붙여준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정스럽게 살던 강아지가 어느날 사라진다. 민수와 용찬이는 버스를 타고 이웃 도시로 강아지를 찾아 나선다. 큰 사건이 별로 없는데도 은근히 기대하며 읽었다. 토론하고 싶은 책이다.
⁂ 빨강 연필 (신수현, 207쪽) / 5학년 이상
정말 좋아하는 동화책. 일곱 번쯤 읽었는데 다시 읽어도 또 좋다. 글 쓰는 마음을 이야기할 때 좋은 책이다. 후배가 독서 캠프 해달라고 해서 이 책을 골랐다.
⁂ 사랑이 훅 (진형민, 143쪽) / 5학년 이상
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의 알콩달콩! 정말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다. 자기도 모르는 감정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혼자만 간직해야 하는지, 말해야 하는지? 마음이 맞아 사귀는 사이가 되어도 '훅'이다. 그야말로 감정이 훅 일어났다가 훅 바뀐다. 아이들이 진형민 작가에게 '사랑 이야기'를 써달라 해서 쓴 글이라는데, 참 재미나다. 아이들 사랑을 지켜보며 미소 짓는 마음으로 읽었다. 역시 진형민이다.
⁂ 스무고개 탐정과 마술사 (허교범, 183쪽) / 5학년 이상
몇 년 전부터 '읽어봐야지!' 하다가 이제야 읽었다. 간단한 이야기에 흥미를 불어넣는 작가의 글솜씨가 좋다. 아이들은 수수께끼, 스무고개처럼 문제를 풀이하는 걸 좋아한다. 다만 요즘 아이들은 1권을 읽기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 1권을 읽으면 시리즈를 계속 좋아할 것 같다.
⁂ 과학이 톡톡 쌓이다. 사이다 ⁂ 바이러스 (김선자, 159쪽) / 초 5 이상
국립과천과학관 과학자들이 어린이들을 위해 만든 과학 도서 ‘사이다’ 시리즈 네 번째 책이다. 바이러스를 소개하고, 바이러스가 어떻게 살아남는지 알려준다. 종을 유지하기 위한 바이러스의 전략이 인간과 피할 수 없는 전쟁을 일으키는 과정을 보여준다. 특히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특징에 따라 우리가 어떻게 예방해야 하는지 과학 지식으로 설명한다. 이 책을 읽으면 마스크의 종류부터 손을 씻어야 하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알 수 있다.
⁂ 우투리 하나린 (문경민, 246쪽) / 초 5 이상
가족을 다 잃은 하나린이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악의 세력은 보기보다 강하고, 선한 사람은 약해 보인다. 그래도 희망을 가져야 할까? 오래전부터 읽은 하나린 시리즈가 한 권씩 나올 때마다 ‘이렇게 이야기가 되는구나!’ 하며 감탄한다. 5권은 언제 나올까?
⁂ 아름다운 아이 크리스 이야기 (R. J. 팔라시오, 143쪽) / 5학년 이상
어릴 때부터 어기(아름다운 아이 주인공)를 알았던 크리스의 하루이다. 물건을 잘 챙기지 못해서 혼란스럽게 시작한 아침부터 당황스럽고 힘겨운 일이 계속 일어난다. 따뜻하고 재미있지만, 아름다운 아이나 줄리안 이야기보다는 몰입도가 낮았다. 그래도 재미있다
⁂ 아름다운 아이 줄리안 이야기 (R. J. 팔라시오, 143쪽) / 5학년 이상
아름다운 아이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다. 도서관에서 읽다가 갑자기 훅 눈물이 나는 바람에 혼났다. 떠드는 아이들 곁에서 혼자 훌쩍이는 모습이라니~! 전편인 아름다운 아이는 안면 기형인 어기가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다. 이번 책은 줄리안이 어기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담았다. 줄리안이 어기를 싫어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읽으며, 줄리안의 부모님이 보여주는 고상한 듯 보이지만 이기적인 모습을 보며 '작가가 어떻게 회복을 보여주려나?' 궁금했다. 그런데 갑자기 훅~! 이건 정말 최고다.
→ 과거를 돌아보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하다 보면,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잘 보이지 않는 법이거든. (136)
⁂ 아름다운 아이, 샬롯 이야기 (R, J, 팔라시오, 208쪽) / 5학년 이상
아름다운 아이 후속편 중 한 권이다. 어기의 '환영 친구'인 샬롯의 우정을 보여준다. 여학생들의 오묘하고 복잡한 관계를 세밀하게 풀어냈다. 여학생들의 심리가 어떤지 이 책을 통해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 참 좋은 책이다.
⁂ 푸른 사자 와니니 (이현, 214쪽) / 5학년 이상
잘 보고, 잘 듣고, 잘 알아채는 능력을 가진 사자 와니니! 와니니는 작아서 무시 당했고, 무리에서 쫓겨났다. 다리를 저는 숫사자와 용기가 부족한 숫사자를 만나 친구가 되고, 무리에서 사랑을 독차지하던 암사자도 만나 '와니니 무리'를 이룬다. 작고 약하고 보잘것없는 것들이 승리를 이루는 귀한 이야기다.
⁂ 용서할 수 있을까 (문경민, 211쪽) / 5학년 이상
용서는 모든 사람의 이야기다. 영우와 지우 쌍둥이도 용서에 얽혀있다. 영우는 가해자였고, 지우는 지금 피해를 당한다. 지우를 괴롭히는 민재는 작년에 영우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누가 먼저 용서를 말할까? 잘못을 말하며 용서를 구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그럴 용기가 있을까? (우리반 아이들에게 일부를 살짝 말했는데 읽고 싶다고 그랬다. 5학년~중학생에게 추천한다.)
⁂ 마당을 나온 암탉, (황선미, 205쪽) / 초 5 이상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6학년 1학기 국어 수업한다.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엄청 감동하며 읽었다. 다시 읽으니 그때보다는 덜하다. 이제는 토론 내용이 막 떠오른다. 아이들과 책 이야기 실컷 해봐야겠다.
⁂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는 선생님 (셰인 페이슬리, 159쪽) / 초 5 이상
신규 선생님이 담임이 됐다.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는다. 책을 읽거나 공부하면 혼낸다. 아이들에게 놀라고만 한다. 아이들이 계속 놀까, 자기들끼리 공부할까? 처음부터 끝까지 ‘공부’로만 내용을 이끌어간다. 공부하는 태도에 대해 아이들과 토론한다면 이 책이 좋겠다.
⁂ (어린이를 위한) 아름다운 영웅 김영옥 (한우성, 203쪽) / 초 5 이상 위인전
프랑스 최고훈장 레지옹 도뇌르, 이탈리아 최고 무공훈장, 미국 무공훈장까지 받은 전쟁 영웅이다. 2차대전, 한국전쟁에 참전해서 전설적인 승리를 기록한 분이다. 남자아이들이 좋아하겠다. 전쟁 역사나 현대 역사를 배울 때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이다.
⁂ 너도 하늘말나리야 (이금이, 231쪽) / 5학년 이상
상처받은 세 아이가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자라는 이야기. 내가 만난 아이들이 생각났다. 엄마가 떠나고, 아빠도 떠나고, 돌봐주는 사람 없이 상처를 토해내던 아이들.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궁금하다.
⁂ 첫사랑 (이금이, 277쪽) / 5학년 이상
첫사랑의 열병을 보여주는 책이다. 성공이냐 실패냐 보다 첫사랑이 우리에게 무엇을 남기는지 보여준다. 아빠가 엄마와 이혼하고 새로운 사랑을 만나 새엄마가 생긴다. 동재는 엄마를 그리워하며 첫사랑에 빠져든다. 첫사랑 대상인 연아는 동재를 택할까, 멋진 찬혁이와의 사랑을 계속 이어갈까? 사방에 온통 사랑 이야기다. 참 잘 썼다.
⁂ 서찰을 전하는 아이 (한윤섭, 175쪽) / 초 5 이상
토론 수업 내용을 정리하려고 다시 읽었다. 오랜만에 읽어도 참 좋다. 『책과 노니는 집』, 『초정리편지』와 함께 역사 동화 중 으뜸이다. 아이는 어디에서 누굴 만나야 하는지도 모른 채 아버지가 남긴 편지를 갖고 무작정 전라도로 간다. 13살 아이에게 힘든 길이지만 편지 내용을 조금씩 알아내며 계속 길을 간다. 길을 가면서 자신을 점점 알아가고 세상도 조금씩 알아간다. 우금치를 바라보고 피노리까지 찾아간다. 그리고 전봉준에게 노래를 들려준다. 참 좋은 책이다.
⁂ 해리엇 (한윤섭, 156쪽) / 5학년 이상
갈라파고스에 살다가 잡혀 비글호에 실린 거북이, 다윈이 해리엇이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동물원에 갇혀 살면서 동물들을 지혜로 인도한다. 175살, 죽을 때가 되자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이 고마움을 표현한다. 어릴 때 잡혀 와 동물원에서 자란 원숭이 찰리는 색다른 선물을 주려 하는데… 생태, 환경, 동물 보호 등에 대해 토론하면 좋겠다.
⁂ 짝짝이 양말 (황지영, 183쪽) / 5학년 이상
작가의 다른 책을 읽고 싶다. 내용이 참 좋다. 여학생들의 갈등을 다룬 글 중에 갈등을 이렇게 풀어가는 책이 드물다.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라’는 점을 관계 회복의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들면서. 고학년 맡으면 한 학기 한 권 읽기 해보고 싶다.
⁂ 열한 살의 아빠의 엄마를 만나다 (케빈 헹크스, 163쪽) / 5학년 이상
죽음은 우리나라 동화 작가들이 잘 다루지 않는 주제이다. 아이와 부모가 잘 읽지도 않는다. 그러나 내가 겪은 바로는 아이들도 죽음을 느낀다. 이 책은 할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기억하는 이야기이다. 우리나라는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을 갑작스런 장례식과 짧은 이별로 마무리하는 경향이 큳. 천천히, 함께 기억하며 가족의 죽음을 기리면 좋겠다.
⁂ 긴긴밤 (루리, 144쪽) / 5학년 이상 동화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 대상작이라 기대했다. 책 좀 읽는 친구들이 칭찬했기 때문에 또 기대했다. 작가가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방식이 새롭고 좋았다. 동물원에 살던 코뿔소가 자연으로 갔다가 가족을 이루고, 슬픔을 겪고 다시 동물원으로 돌아간다. 이런 전개도 약간 의외였지만, 이후에 친구를 만나고 펭귄과 이야기가 이어지는 건 정말 새로웠다. 이어서 일어나는 이야기에도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이 보인다.
그러나 난 이 책이 그렇게 좋아 보이진 않았다. 작가가 문장을 잘 쓰려고 노력한 모습이 너무 많이 드러났다. 좋은 이야기 전개에 빠져들 만하면 그럴듯하게 쓴 문장이 가로막았다. 독자에게 ‘이건 꼭 알아야 해. 이게 중요해.’ 하며 지나치게 설명한다. 요즘 아이들은 문학 감수성, 이야기를 읽어내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놓고 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표 출판사에서 대상을 받은 이야기가 <긴긴밤>이라면 슬프다. 우리나라 동화 수준이 낮아진 것 같아서 말이다. 그래도 이 책을 읽어보라고 추천한다. 대상 수상작이 아니라면 괜찮은 이야기라고 말했을 것이다.
⁂ 진짜 가족 (이토 미쿠, 186쪽) / 5학년 이상
엄마 아이코는 딸 하요리가 싫다. 싫어하는 게 아니라 그냥 싫다. 하요리는 엄마의 사랑을 바라지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빠는 아내와 딸 사이에서 피해다닌다. 저자 이토 미쿠가 쓴 『어쩌다 보니 영웅』이 참 좋아서 추천했는데 『진짜 가족』도 못지않게 좋다. 가족 때문에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 상대를 깊이 파고들려면 자신도 상대에게 속내를 드러낼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10쪽)
* 부모라서 상처 주는 일도 있는 거라구요. 남이라면 상관없는 것도 부모라서 상처받기도 한다구요. (157쪽)
⁂ 동래성에 부는 바람 (박미경, 200쪽) / 5학년 이상
임진왜란 때 동래성에서 있었던 일을 쓴 역사동화다. 동래성에 살던 덕순이가 일본에 잡혀갔다가 돌아오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왜놈이 쳐들어오기 전의 앞부분은 특별한 게 없다. 이미 동래성이 무너지고, 부사 송상현이 죽고, 백성들 대부분 죽거나 노예로 팔려간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한 가지 궁금한 점은, 부사 송상현의 둘째 부인과 덕순이가 어떻게 일본에서 살아 돌아오는가이다.
이 책의 가치는 동래성이 무너지고 일본에 잡혀간 부인과 덕순이가 돌아오게 되는 과정을 다룬 뒷부분에 있다. 대마도 도주에 대한 묘사가 마음에 든다. 또한 부인이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만나면서 일어나는 일이 흥미롭다. 임진왜란 때 잡혀간 조상들이 일본에게 도자기와 기술 외에 정말 귀한 것을 전해주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 빨강 연필(신수현, 207쪽) / 5학년 이상
다른 학교 아이들과 수업해달라고 해서 다시 읽었다. 열 번쯤 읽은 것 같다. 그래도 좋다. 특히 소재가 글쓰기여서 더 좋다. 아빠와 엄마가 싸우는 환경에서 상처받은 아이가 자라는 과정을 담아서 또 좋다. 신수현 작가와 이메일을 주고받았는데 생각보다 더 좋은 분이었다. 강력추천한다. 『검정 연필 선생님』과 같이 읽어도 좋겠다.
⁂ 아름다운 아이 (R. J. 팔라시오, 478쪽) / 5학년 이상
필립 얀시의 책에 엘리펀트 맨이 나온다. 코끼리를 닮은 이상한 생김새 때문에 서커스 단에서 사람들 구경거리로 살았던 실존 인물이다. 존 메릭은 다발성신경섬유종이 만든 기형 때문에 갖은 학대를 당했다. 나라면 하나님을 원망하고 사람을 미워하며 분노로 미쳐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존 메릭은 빼어난 지성을 가졌으며 섬세한 감성으로 인간임을 드러냈다. 이 책은 안면기형인 어커스트 풀먼이 학교에 가서 겪는 이야기다. 올해 최고의 성장동화다.
⁂ 딸기 우유 공약 (문경민, 190쪽) / 5학년 이상
작가 문경민이 출판 전에 원고를 보내서 읽고 의견을 보냈다. 출판된 내용을 읽으며 ‘역시 작가가 다르구나!’ 느꼈다. 참 잘 썼다. 마음이 찌릿하는 부분이 있었다. 고학년 담임이 되면 한 학기 한 권 읽기 해야겠다. 교사 연수 때도 나눠보고 싶다.
⁂ 판소리 소리판 (정혜원, 192쪽) / 5학년 이상
판소리를 소개하는데 색다르다. 저자가 귀명창이다. 판소리를 잘 듣는 사람이다. 문학을 전공하다 판소리에 빠져 글도 잘 쓴다. 제6회 우리교육 어린이책 작가상 수상작이다. 우리나라 판소리에 크게 영향을 준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구전되는 판소리를 정리한 하은담(과 김처사), 양반으로 판소리에 빠진 권정, 아픔을 계기로 진양조를 만든 김성옥, 귀곡성에 눈을 뜬 송홍록(동편제), 명창 모흥갑과 제자 주덕기, 신재효가 판소리를 정리한 내용까지. 재미나게 읽었다. 아이들이 우리 소리에도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 어쩌다 보니 영웅 (이토 미쿠, 175쪽) / 관계를 다룬 동화(5학년 이상)
남학생은 단순하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감정을 나타낸다. 여학생은 복잡하다. 감정을 말로 표현한다. 미묘한 말투로 상대의 감정을 흔든다. 히로 다쿠는 관계에 얽혀 힘들어지지 싫어 성가신 문제를 피한다. 그런데 옆집에 마나카 린이 오면서 자꾸 관계에 얽혀 들어간다. 마나카는 솔직하게 말한다. 상대가 싸움짱이건, 여학생 무리의 우두머리이건 상관없이.
이 책은 강력 추천한다. 문장이 짧고 대화가 많아 읽기 쉽다. 관계를 다룬 책은 이야기가 늘어지기 쉽다. 전개가 빠르게 쓴 책은 갑자기 내용이 훌쩍 비약한다. 이 책은 늘어지지도 않고, 비약도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나다. 친구 관계를 고민하는 학생들, 특히 여학생들과 함께 읽으면 좋겠다.
⁂ 1895년, 소년 이발사 (이승민, 160쪽) / 역사동화(5학년이상)
단발령이 내려진 시대 이야기다. 천민이던 필상이 아버지는 어떤 일 때문에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에 앞장선다. 외국 문물을 조선에 들여와 팔며,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려 한다. 아들인 필상이에게 이발 기술을 배우라고 한다. 머리카락을 깎는 사람이 거의 없는 시대에. 시대 배경이 잘 드러났고 한양의 모습을 자세하게 썼다. 이야기 전체 구조도 좋다. 그러나 플롯이 엉성해서 흐름이 끊기거나 뛰어넘는다. 단발령 당시를 다룬 책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 책이 나와서 좋다.
⁂ 불 꺼진 아파트의 아이들 (정명섭, 251쪽) / 5학년 이상
현진, 혜진, 태성이가 사는 도시가 블랙아웃을 만난다. 전기가 나가버리자 도시 기능이 마비된다. 여름 더위를 견디지 못한 냉장고 음식은 상해버리고, 신호등이 작동하지 않아 교통이 혼란스러워진다. 한 곳만 평온하다. 냉장고도 작동하고 선풍기도 돌아간다. ‘이상한 가게’에는 태양광 전지가 설치되었다. 이건 에너지 박사님이 만들어주었다. 가볍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에너지와 환경에 관심을 갖게 하는 책이다.
⁂ 바꿔! (박상기, 194쪽) / 5학년 이상
엄마와 딸의 몸이 바뀐다. 1주일 동안. 엄마는 착하고 약하다. 집에서 큰소리 내지 않고, 힘겹게 일한다. 빵집에 파트타임으로 일하러 간다. 마루는 5학년 여학생이다. 왕따 위기에 처해있다. 아무도 마루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 씩씩하게 버티지만 힘들다. 엄마가 마루가 되고, 마루가 엄마가 된다. 그저 몸이 바뀌어 일어나는 에피소드 정도의 이야기가 아니다. 서로를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이해해야 한다는 마음을 전해주는 책이다. 황금도깨비상 수상작은 모두 추천도서이다.
⁂ 슬픈 나막신 (권정생, 244쪽) / 5학년 이상
권정생 선생님이 일본에서 지낸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쓴 것 같다. 일본아이와의 차별, 가난 가운데서도 아이들은 함께 살아가며 자란다.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힘겹게 살아가는 모습이 안타깝다. 이때는 일본 사람들도 힘들어한다. 우리반 아이가 권정생 선생님 책을 몇 권 읽더니 "권정생 선생님 책은 다 슬퍼요." 한다. 그래서 좋다.
⁂ 멀쩡한 이유정 (유은실, 148쪽) / 5학년 이상
단편 5개를 모았다. 멋지고, 대단하고, 뛰어난 사람들의 이야기는 하나도 없다. 자랑할 것 없는 할아버지, 4학년인데도 집까지 가는 길을 못 찾는 아이, 생활보호대상자로 자장면과 새우를 먹어보지 못한 할아버지와 손자, 무엇 하나 공평한 것 없는 세상을 느끼는 아이의 이야기이다. 슬프지만 따뜻하고, 우리 곁에 사는 사람들이야기이다. 정말 좋은 책이다.
⁂ 만국기 소년 (유은실, 178쪽) / 5학년 이상
단편(9편) 모음집이다. 유은실 작가가 후기에서 부끄럽고, 슬프고, 화나고, 나쁘고, 이해할 수 없어서 밖으로 내보이지 못한 이야기들을 이제야 말한다고 썼다. 백석에 대한 추억이 백석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 이야기(내 이름은 백석)가 되었다. 집에 책이 하나밖에 없어서 나라와 수도만 외우는 아이 이야기(만국기 소년), 슬프고 찡했다. 가난(맘대로 천 원), 할머니와 외할머니의 자존심 싸움(선아의 쟁반), 집안 분위기를 바꿔준 (손님)…… 만국기 소년, 보리 방구 조수택 두 이야기가 가장 좋았다. 가난한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 불량하우스 (케이트 클리스, 219쪽) / 5학년 이상
토론하고 싶어 하는 선생님들과 함께 읽었다. 역시 책은 읽을수록 맛이 깊어진다. 다섯 번인가 읽으니 새롭게 보이는 문장, 토론하고 싶은 질문이 많아진다. 내일 토론 연수도 재미있겠지!
⁂ 거짓말 학교 (전성희, 223쪽) / 5학년 이상
토론에 대한 원고를 쓰다가 『거짓말 학교』 내용이 나와서 다시 읽었다. 다시 봐도 명작이다. 사람을 대하는 일을 하는 분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전성희 작가는 거짓말을 전략적으로 가르치는 학교를 만들어, 거짓말이 인간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밝힌다. 정말 좋은 책이다.
⁂ 시간 가게 (이나영, 204쪽) / 5학년 이상+중학생
행복한 기억을 주면 시간을 십 분 번다. 윤아는 학원과 성적에 쫓기다 지쳐 시간을 거래한다. 이 거래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심각하게 생각할 즈음에 시간 가게 주인이 다른 거래를 제안한다. 이번엔 시간을 10분 돌려주면 새로운 행복한 기억을 준다는데…… 공부와 성적, 학원과 부모의 요구에 떠밀린 아이들의 실상이 잘 드러나는 글이다. 토론할 내용이 많다. 제13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받았다.
⁂ 제후의 선택 (김태호, 172쪽) / 5학년 이상+중학생
15쪽 내외의 짧은 단편(9편)을 모았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기발한 아이디어,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꼴뚜기』와 비슷한 방식으로 글을 썼지만 꼴뚜기보다는 문체와 분위기가 조금 무겁고 어둡다. 동물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토론하면 좋겠다. 제17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받았다.
⁂ 안녕, 우주 (에린 엔트라다 켈리, 319쪽) / 5학년 이상 동화
2018년 뉴베리 대상을 받았다고 해서 읽었다. 색다른 소재로 친구 관계를 다루었다. 읽을 만하다. 그러나 뉴베리 대상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 다른 수상작보다 이야기 전개나 문장이 부족하다. 물론 보통 수준은 된다. 뉴베리 대상이라는 기대에는 못 미친다.
⁂ 도서관을 훔친 아이 (알프레드 고메스 세르다, 152쪽) / 5학년 이상 동화
스페인 작가 고메스 세르다가 2007년에 콜롬비아의 메데인시를 방문하고 쓴 책이다. 카밀로와 안드레스는 빈민가에 산다. 학교에도 다니지 않는다. 아빠에게 술을 사다주지 않으면 맞거나 쫓겨난다. 마을개선 프로그램 같은 활동으로 마을에 도서관이 세워진다. 카밀로는 도서관을 짓는 공사현상에서 벽돌을 훔쳐 자기 집 벽을 세운다. 그리고……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좋은 책이다.
⁂ 작가가 되고 싶어 (애드루 클레먼츠, 203쪽) / 5학년 이상
6학년 나탈리가 <거짓말쟁이>라는 동화를 쓴다. 친구 조가 읽고 출판대리인을 자처한다. 조는 나탈리에게 글을 끝까지 쓰라고 격려하고, 출판사에 원고를 보낸다. 나탈리는 편집자인 엄마가 자기 책을 편집해주기 원한다. 앤드루 클레먼츠는 현실에서 일어나기 어려운 일을 쓴다. 초 6학년이 책을 내는 일은 가끔 있지만 출판 대리인이 되어 ‘조’처럼 하는 아이는 없다. 출판 과정을 알려주는 보통 책이다.
⁂ 꼴뚜기 (진형민, 156쪽) / 5학년 이상 동화
교사 연수, 여름 독서캠프를 위해 읽었다. 다시 읽어도 재미있다. 진형민 작가는 등장인물 이름을 잘 짓는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을 잘 안다. 전하려는 바를 딱 집어서 잘 표현한다. 꼴뚜기는 정말 재미있는 책이다.
⁂ 통일 할아버지 문익환 (김남일, 237쪽) / 위인전, 5학년이상
늦봄 문익환 목사님 탄생 100주년을 맞아 나온 책이다. 윤동주, 장준하의 길을 대신 가신 늦봄 선생님!! 기억하겠습니다.
⁂ 조막손 투수 (리광푸, 200쪽) / 5학년 이상 동화
아창은 오른손이 조막손이다. 손이 작아서 물건을 잡거나 던지지 못한다. 아창은 야구 선수가 되고 싶다. 왼손으로 공을 잘 던진다. 그러나 오른손이 불편해서 야구 선수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손이 불편하다고 야구 선수가 되지 못한다는 법은 없다. 메이저리거 짐 에보트처럼.
⁂ 행복지킴이 키퍼(로이스 로리, 215쪽) / 5학년 이상 동화
기억전달자를 쓴 작가 로이스 로리가 개를 주인공으로 동화를 냈다. 사남매 중 셋째로 태어난 개 키퍼는 이름 그대로 지키는 개다. 동생을 지키지 못한 기억을 갖고 곁에 있는 친구를 지킨다. 함께 지내던 친구를 잃고, 사진사 눈에 띄어 유명해지기도 하고, 새로운 가족과 함께 지내기 위해 유명하지 않은 개인 척 속이기도 한다. 함께 살아가는 게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 줄리(진 크레이그헤드 조지, 287쪽) / 5학년 이상 동화
북극 가까운 곳에서 전통을 지키며 살던 이누이트 마을에도 백인 문명이 전파된다. 전기를 사용하고 비행기로 물건을 실어 나른다. 마을 사람들은 점점 자연을 파괴하며 백인들처럼 살아가려 한다. 줄리는 늑대를 사랑하며 지키려 하지만 아빠는 가축을 잡아먹는 늑대를 죽이려 한다. 이누이트 부족이 처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개발과 자연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 생명이 들려준 이야기 (위기철, 239) / 5학년이상 동화
위기철 작가가 20년 전에 쓴 동화이다. 1부는 생명을 존중하는 이야기이다. 자살하려는 마음을 이기는 이야기, 다른 사람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이야기를 썼다. 3부는 도깨비 방망이를 잃은 아기 도깨비를 도와주기 위해 아이들이 도깨비 방망이를 찾아다니는 극본이다. 1, 3부가 참 좋다. 2부는 우리나라 기독교의 잘못된 모습을 풍자한 이야기이다. 맞는 이야기이지만 단순화시켜 기독교 전체를 나쁘게(예수님은 좋게 표현했지만) 묘사했다. 1부에서 스님을 좋게 묘사해서 2부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더 들었다.
⁂ 팍스 (사라 페니페커, 309쪽) / 5학년 이상 동화
상처 받은 사람들이 상처를 회복하는 이야기이다. 분노하는 성격 때문에 엄마가 떠난다. 피터는 가족을 잃은 아기여우를 기른다. 가족이 없는 거나 다름없는 피터에겐 여우가 가족이다. 그런데 갑작스런 일로 아빠가 여우를 숲에 보낸다. 피터는 혼자 여우를 찾아가다 다친다. 여우는 유일한 가족을 떠나 야생에서 친구를 만난다. 다리를 다쳐 혼자 서지 못하는 소년, 상처 받아 숲으로 떠난 사람, 낯선 곳에서 인간 냄새를 풍기는 여우, 다리를 다쳐 도움을 받아야 하는 작은 여우…… 차분하면서도 묵직한 내용이다. 내가 좋아하는 형식은 아니지만 좋은 책이다.
⁂ 찰리와 초콜릿 공장 (로알드 달, 226쪽) / 5학년 이상
아래 책과 마찬가지로 ‘동화’가 무엇인지 계속 고민하며 읽었다. 로알드 달의 다른 책은 아이들이 낄낄대며 읽는데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로알드 달의 책으로는 지나치게 교훈적이다. 어떻게 읽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
⁂ 코끼리 아줌마의 햇살 도서관(김혜연, 175쪽) / 5학년 이상
전에는 이런 책이 좋았다. 도서관에서 책(도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사람이 바뀐 이야기. 그런데 이번에는 ‘이런 게 동화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린이들은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읽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내가 읽기에는 좋은데 아이들 눈에 어떨지 확인해봐야겠다.
⁂ 보이지 않는 아이들 (마리 조제 랄라르, 129쪽) / 5학년 이상
가난한 나라에서 보호 받지 못해 보이지 않는 존재로 살아가는 아이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주로 아프리카 아이들이다. 짧은 이야기와 함께 나라를 소개한다.
⁂ 나는야 베들레헴의 길고양이 (데보라 엘리스, 168쪽) / 5학년 이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을 고양이가 바라보는 시각으로 썼다. 오마르의 집에 이스라엘 군인 둘이 들어가 비밀 작전을 수행한다. 오마르는 자폐아이고 부모는 검문소에서 이스라엘 군인의 오해로 총에 맞아 죽는다. 이스라엘 군인이 오마르의 집에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사람들이 몰려온다. 오마르와 이스라엘 군인은 어떻게 될까? 좋은 책이다. 추천한다.
⁂ 흥보은행 설립기 (김이수, 211쪽) / 5학년 이상, 경제
흥부, 심청, 이몽룡, 홍경래 등의 인물이 색다른 모습으로 등장한다. 흥보가 박을 타는 것까지는 이야기가 비슷하지만 박에서 ‘꺼내도 꺼내도 계속 돈이 나오는 주머니’가 나오면서 이야기가 달라진다. 돈이 많아진 흥보는 물건을 사들이고, 물건값이 오르고, 다른 사람이 물건을 사지 못해 문제가 생기고…… 이야기로 경제를 설명하는 책이다. 이야기도 재미있고 경제와도 잘 관련지었다. 추천한다.
⁂ 조선 수학의 신 홍정하 (강미선, 186쪽) / 5학년이상, 수학
조선시대 최고의 수학자로 불리는 홍정하를 소개하는 책이다. 머슴 똘이가 홍정하에게 수학을 배우고 일상생활에서 문제를 풀어가는 형식이어서 딱딱하지 않다. 재미있다.
⁂ 진휘 바이러스 (최나미, 178쪽) / 5학년 이상, 친구관계, 학교, 진로 / 토론추천
진휘는 반항아로 찍혔다. 진휘의 말과 행동을 어른이 보면 모두 반항이라 한다. 그러나 진휘는 지나치게 솔직한 것뿐이다. 악한 마음을 빼고 반항아처럼 행동하는 아이다. 진휘는 무조건 옳다고 주장하는 어른들 말에 반대한다. 진휘의 말이 맞지만 태도가 불량하기 때문에 아무도 진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러나 잘 들어보면 부모 세대가 정말 들어야 할 말을 하고 있다. 아이들과 토론하면 좋겠다.
⁂ 나는 바람이다. <튈프호 항해기, 바람의 나라> (김남중, 175, 176쪽) / 5학년 이상 / 탐험, 조선후기 세계역사 배경
이리역 열차사고를 다룬 <기찻길 옆 동네>를 따뜻하게 읽은 기억이 있어 김남중 작가의 책을 샀다. 하멜이 우리나라에 표류해서 온 이야기가 1-2편, 하멜이 만난 아이가 동인도 회사의 배를 타게 되는 과정(3-4편)이 있는 줄 모르고 읽은 5-6편이다. 해풍이가 튈프호를 타고 조선에서 하멜의 나라 네덜란드까지 가는 과정을 썼다. 항해의 어려움, 거친 선원 사이에서 견뎌야 하는 고통, 조선 아이가 외국인들 사이에서 겪어야 하는 외로움이 잘 드러났다. 항해와 당시 역사를 자세하게 알 수 있다. 초등학생은 재미로 읽고, 중학생은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 깊이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른이 읽어도 재미있다.
⁂ 웨니에겐 날개가 있다. (자넬 리 카레이, 241쪽) / 5학년 이상 / 가족, 상실과 회복
윌과 웨니는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브레이크가 고장 난 트럭에 치인다. 윌은 사후경험을 하며 웨니를 따라가다가 부모님 생각이 나서 돌아온다. 다시 살아난 윌은 웨니의 죽음이 자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아빠 역시 자기 때문에 딸이 죽었다 생각하고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다.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족 사이에서 윌은 죽어가면서 본 장면을 떠올리며 웨니에게 편지를 쓴다. <엄마가 떠난 뒤에, 우리교육>과 함께 읽으면 좋겠다. 좋은 책이다.
⁂ 열세 살 우리는 (문경민, 231쪽) / 6학년 이상
6학년 여학생 셋의 미묘한 관계를 다룬 책이다. 작가가 6학년을 많이 가르친 교사여서 여학생의 관계를 잘 묘사했다. 보리와 루미는 6학년까지 몇 년 동안 절친이다. 루미는 착하고 보리를 배려한다. 보리는 엄마와 아빠 사이가 좋지 않아 답답해한다. 루미가 잘해주지만, 루미를 만나면 이상하게 짜증이 난다. 이때 세희가 전학 온다. 세희는 공부, 노래, 미술 다 잘한다. 다만 선생님이 없으면 말투와 행동이 달라진다. 셋 사이에 어떤 일이 생길까?
⁂ 수평선 학교 (김남중, 224쪽)
김남중 작가의 책을 열 권쯤 읽었다. 모두 좋았다. 김남중 작가는 참 글을 잘 쓴다. 요즘은 여행, 모험 관련 글을 쓴다. 불량한 자전거 여행은 자전거로, 나는 바람이다와 수평선 학교는 바다로 간다. 엔진을 쓰지 않고 바람의 힘만으로 가는 범선 셰클턴 호는 우리나라 대표 범선이다. 일본 이치방, 중국 등펑, 러시아 막심 호와 독도를 돌아오는 시합을 한다. 지면 배에 현수막을 달아야 한다. 셰클턴 호가 지면 <다케시마는 읿본 땅>을, 일본 이치방 호가 지면 <독도는 대한민국 땅>을, 중국과 러시아도 영유권 분쟁이 있는 곳이 타국 땅이라고 써야 한다. 그런데 태풍이 온다. 이 시합, 어떻게 될까?
⁂ 폭력이란 무엇일까요? (오스카 브르니피에, 97쪽) / 초등 철학
글이 거의 없고 그림에 질문 몇 개를 써놓았다. 예를 들어 1장은 <언제 화가 나거나 폭력적으로 변하나요?>이다. 몇 가지 사례가 나온다. ‘사랑받지 못한 감정이 들 때나 날 업신여길 때 화가 나요.>라는 내용에는 그림과 네 가지 질문뿐이다. 화는 낸다고 사람들이 사랑해 줄까요? 폭력적으로 변하면 자신이 더 형편없다고 느껴지지 않나요?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까요? 자신을 사랑하는 법부터 배워야 하지 않을까요? 이다. 질문이 논리에 맞는다. 생각하지 않은 부분을 묻는다. 질문 만들기 공부할 때 좋겠다.
⁂ 함께 사는 세상 소중한 인권 (신선웅, 143쪽)
초등학생에게 인권을 설명한다. 백설공주, 오즈의 마법사, 스머프, 피터팬 등의 이야기에서 지도자를 뽑는다. 파파 스머프는 피부색이 파래서, 도로시(오즤의 마법사)는 여자여서, 백설공주는 거울을 믿어서(종교를 말함), 피터팬은 어려서 지도자가 안 된다고 한다. 이런 편견을 깨고 지도자를 뽑는 과정을 썼다. 좀 유치해 보이지만 초등학생은 쉽게 이해하고 재미있게 읽겠다.
⁂ 돌 던지는 아이 (서성자, 194쪽) / 역사동화
고려시대 무신들이 문신을 몰아내고 권력을 잡았다. 차별과 멸시를 당하던 무신들이 권력을 잡았지만 그들은 차별하는 자들과 똑같이 행동했다. 노비들은 여전히 사람 취급을 받지 못했다. 만적과 노비들이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반란을 계획한다. 제 2의 이의민이 되어 차별을 없애겠노라고. 노비 뭉개와 양반 지상이의 우정이 아름답다. 결말도 멋지게 잘 썼다. 추천한다.
⁂ 징코프, 넌 루저가 아니야. 제리 스피넬리, 238쪽
<하늘을 달리는 아이>의 저자 제리 스피넬리의 책이다. 약간의 과장+살짝 설명하는 투+쿨하게 써내려가는 문장, 문체만 봐도 딱 스피넬리다. 징코프는 대한민국에서 루저로 불릴 가능성이 높은 아이다. 달리기가 느리고, 공부도 못하고, 분위기 파악은 더 안 된다. 그런데도 징코프는 늘 웃는다. 징코프의 부모는 단 한 번도 비교하는 말을 하지 않는다. 참 멋진 아이지만 친구가 없다. 스피넬리는 약자를 위하는 이야기를 자주 쓴다. 차분한 내용으로 슬쩍 감동을 주는 책이다. 그래서 지루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 깜둥 바가지 아줌마 (권정생, 191쪽) / 6학년 이상
권정생 선생님 동화는 슬프다. 힘겹게 살아간 사람들 이야기다. 요즘 아이들이 공감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나는 공감이 된다. 작고 약하고 힘겹게 사는 분들의 삶이 느껴진다. 권정생 선생님 글을 읽으면 슬픈데 계속 읽게 된다.
⁂ 짱구네 고추밭 소동 (권정생, 186쪽) / 6학년 이상
권정생 선생님 동화는 내게 힘을 준다. 가난한 이웃들 이야기가 마음에 들어온다. 아이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다. 권정생 동화 좋아하는 아이도 많았는데 지금 학교에서는 만나기 어렵다.
⁂ 내 이름은 3번 시다 (원유순, 193쪽) / 6학년 이상
1970년대 청계천 봉제공장에서 일하던 분들의 삶을 그렸다. 이름 대신 번호로 불렸던 시다와 미싱사들이 좁고 열악한 곳에서 일해서 우리나라가 발전했다. 기업가들은 이름도 알리고 돈도 많이 벌었지만, 이분들은 빛도 없이 스러져갔다. 이런 책을 내줘서 참 고맙다. 다만 아이들이 많이 읽을 것 같지 않다.
⁂ 올리스의 숲 (잉군 톤, 207쪽) / 6학년 이상
좋은 책은 배경 설명이 길다. 내가 좋아하는 책은 앞부분 전개가 느린 경우가 많았다. 이 책도 100쪽을 넘어가야 재미있어진다. 그렇지만 참 좋은 책이다. 아빠가 사라지고 엄마가 새로운 아빠를 집에 데려온다. 올리스는 친아빠를 그리워하며 엄마와 새아빠를 싫어한다. 어느날 올리스는 한 번도 만나지 않았던 아빠의 흔적을 발견한다. 무슨 일이 생길까?
⁂ 나는 언제나 말하고 있었어 (문경민, 220쪽) / 초 6 이상
상처 입은 아이들 다독이던 소달초와 마을이 동화의 배경이다. 석탄산, 산사태, 함묵증 아이, 자갈 많은 골짜기 모두 생각난다. 작가가 내 마음에 들어와 내가 겪은 일을 쏙 빼내어 쓴 글 같다.
⁂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 (루이스 세뿔베다, 163쪽) / 초 6 이상
고양이가 갈매기를 기르며 나는 법을 알려주는 이야기이다. 등장인물 이름이 어려워서 읽기 불편했다. 스페인에서 인기가 많고, 칠레와 유럽에서도 많이 읽는다는데 내겐 그냥 좋은 책이었다. 난 여백이 있는 책을 좋아하는데 이 책은 환경, 가족, 용기에 대해 너무 대놓고 말했다. 나쁜 책이라는 말은 아니다. 좋은데 아쉽다.
⁂ 빌뱅이 언덕 (권정생, 361쪽) / 6학년 이상
권정생 선생님은 뭐라 할 말이 없다. 진짜 어른을 만났다.
⁂ 끝없는 이야기 (미하엘 엔데, 702쪽) / 초 6 이상
미하엘 엔데는 최고다. 책을 좋아하게 만들려고 환상적인 이야기를 썼다. 책 속 세상으로 들어가 환상세계를 구하는 이야기, 현실을 잊지 말고 자신을 찾으라는 이야기를 이렇게 재미나게 쓰다니! 700쪽이 계속 새롭다. 정말 좋은 작가다.
⁂ 새피의 천사 (힐러리 매케이, 295쪽) / 6학년 이상 / 입양, 가족 / 토론 추천
엄마가 교통사고로 죽자 새피는 3살에 쌍둥이 이모가 입양했다. 자신이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알면서 혼란을 겪을 때 이탈리아에서 살던 새피를 데려온 할아버지가 돌아가신다. 할아버지는 유언으로 새피에게 ‘천사상’을 남긴다. ‘천사상’을 찾는 일을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으로 이해한 새피가 천사상을 찾아나선다. 이탈리아까지 갔지만 천사상을 찾지 못한다. 새피가 집으로 돌아오자 천사상이 새피를 기다리고 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사랑, 새피와 함께 사는 가족의 사랑으로 만든 천사상.
⁂ 홍길동전 (김탁환 번역, 172쪽) / 초 6 이상
소설가 김탁환이 풀어 쓴 홍길동전이다. 어려운 낱말이 있어서 중학생도 쉽진 않겠다. 하지만 내용이 쉽고 문장에 군더더기가 없어 괜찮다. 중앙기독초 독서반 학생들이 강릉에 온다고 해서 <허균 독서기행> 대상도서로 읽었다. 홍길동전 완판본, 경판본 두 가지 번역과 홍길동전 영인본(원본을 사진으로 인쇄)이 함께 들었다. 관리와 부자들의 횡포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백성들의 마음이 잘 나타난 글이다.
⁂ 거짓말 학교 (전성희, 223쪽) / 초 6 이상
국가의 발전을 위해 거짓말을 가르치는 학교가 있다면? 거짓말 학교 학생들은 친구를 어떻게 사귈까? 친구를 믿을까? 네 아이가 함께 공통의 적인 교장선생님과 맞서는데 같은 편이라 믿을까? 10년 전에 초등 독서반에서 토론하고 이번에는 교사들과 토론하려고 다시 읽었다. 교사들과 토론하니 재미있다.
⁂ 일수의 탄생 (유은실, 123쪽) / 동화
일수는 자기 생각을 뚜렷하게 나타내지 못한다. 적당히 중간쯤 되는 성적, 특별히 잘하는 것 없는 아이다. 반면에 일석이는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산다. 의견을 뚜렷하게 나타내며 생각이 확고하다. 일수는 일석이를 부러워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둘의 고민이 비슷해진다. ‘나는 누구이며,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참 좋은 책이다. 생각할 점이 정말 많다. 강력 추천한다.
※ 5-6학년
독서습관이 양극화되는 시기입니다. 책을 읽는 아이는 엄청나게 읽지만 전혀 손을 대지 않는 아이도 생깁니다. 자기주장이 강해지고 독립적인 인격체로 자리잡는 시기입니다. 발달단계상 지적호기심이 높아지고 합리적 사고가 발달하여 어른들의 권위에도 도전하며 비판하는 시기입니다. 하지만 컴퓨터 게임이나 영상매체의 유혹에 빠지면 이런 특징이 엉뚱한 열의로 변합니다. 책을 전혀 읽지 않던 아이도 책에 쉽게 빠져들고 가치관이 변할 수 있는 시기지만 이러기 위해서는 나쁜 습관이 없어야 합니다.
5,6학년 아이들의 일반적인 특징은 아래와 같습니다.
- 앞부분이 재미없어도 책을 놓지 않고 끝까지 읽을 수 있다.
- 내 비위를 거스르는 이야기나 등장인물이 있어도 참고 읽는다.
- 모르는 낱말이 나와도 앞뒤 내용을 보며 유추해서 이해한다.
- 낱말의 복합적인 의미도 알고 복선도 이해한다.
- 목적을 갖고 읽는다.
- 다른 사람이 추천하는 책을 찾아 읽는 마음을 갖고 있다.
- 주인공의 감정을 느끼고 동화된다.
- 선악으로만 판단하지 않고 주변여건에 따라 판단을 달리한다.
- 이야기를 대본으로 만들 수 있고 응용하여 그림, 노래, 시, 광고로 표현할 수 있다.
제가 5,6학년에게 반드시 읽히는 책이 위인전과 명작입니다.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지 첫걸음을 내딛는 때라 어려움을 헤쳐 나가며 멋진 인생을 개척한 사람들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위인전을 읽어야 합니다. 링컨이나 헬렌켈러, 에디슨과 세종대왕은 어릴 때가 아니라 바로 이때에 읽어야 합니다. 업적만을 요약한 책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을 자세하게 설명한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이 자기 인생을 어떻게 시작할지 생각하도록 해야 합니다.
명작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거나 고민하는 여러 이야기가 잘 표현되어 있기 때문에 좋습니다. 현실을 깊이 파고든 이야기도 읽어야 합니다. ‘나도 하늘말나리야’나 ‘가시고기’는 언제나 좋습니다. 생활 속 문제를 어린이 시각에서 다룬 책이 좋고 사회나 환경문제도 읽어야 합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으며 꿈과 소망, 입양문제, 관점에 따라 대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는 것, 성장과 죽음 등을 논의할 수 있습니다. ‘아주 특별한 우리형’을 읽으며 장애, 왕따 문제를 이야기하고 ‘무기 팔지 마세요’를 읽으며 어른들이 잘못 만들어 놓은 문화를 비판하기도 합니다. 기회만 주면 아이들은 복잡한 사고과정을 즐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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