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를 만들었다. 책이 있는 뜨락에서 평안하게 사랑하자는 뜻으로 <책뜰안애>라는 현판을 붙였다. 서재에서 책, , 하나님 말씀, 상처와 아픔을 나누며 교회를 이루고 싶었다. 첫 모임으로 독서 토론 모임(1)을 생각했다. 서재를 완성하기 전에 참여할 사람을 모집했다. 나와 두 자녀(3, 2), 교사 5, CBS 아나운서, 목사 1명이 참석했다. 책으로 초범(처음으로 소년원에 간) 청소년을 도와주는 사역을 하는 목사님이 서울에서 KTX를 타고 오기 때문에 살짝 부담이 되었다. 책을 보면 좋겠지만 나를 보면 실망할 텐데……

2월 첫 모임에서 서로를 소개하고 부활을 읽기로 정했다. 독서모임에 대한 기대가 높을 때, 독서모임을 막 시작해서 의욕이 많을 때 두꺼운 책을 읽기로 했다. 800쪽 분량이 부담스러워 1, 2, 3부를 나눠 읽었다. 3월에 1부를 나누며 네흘류도프와 카튜사가 결혼할지 궁금했다. 4월에 2부를 읽으며 의아했다. 네흘류도프와 카튜사의 관계는 거의 변하지 않고 러시아 농민들, 감옥에 갇힌 사람들 이야기가 계속 이어진다. ‘부활이란 말도 한 번밖에 나오지 않는다. 5월에 3부까지 다 읽었다. 그리고 글을 썼다.

부활을 읽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이야기로는 참가한 분들의 마음을 제대로 알기 어려웠다. 글을 나누며 각자 책을 어떻게 읽었는지 알았다. 정** 선생님(30대 여교사)이 쓴 글이다

제목은 <삶의 제1 법칙>

  뉴턴의 운동법칙 중 제 1법칙- 관성의 법칙, 외부에서 힘이 주어지지 않는 한 자기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고 하는 것. 만물이 자연을 관장하는 법칙에서 벗어나지 못함처럼 나의 삶도 그러했다. 교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큰 탈 없이 사회의 모범적인 테두리 안에서 별 일 없이 살아가는 삶을 지속하고 싶었다. 옳은 일인지 아닌지 생각하고 싶지 않았고, 옳지 않은 일이라 할지라도 목소리를 내고 싶지 않았다. 외부에서 힘이 주어지는 불행한 상황이 일어나지 않기만을 간절히 기도하며, 때로는 저항할 수 없이 다가오는 그 힘마저 거부하고, 살고 있는 대로 살아가고 싶은, 편안하나 평안하지 못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기억함만으로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그날. 그러나 아직도 놓아주지 못하고, 차마 잊지 못하는 그 사건. 세월호. 교사로 살아가는 동안 정지해 있는 물건처럼 눈과 귀를 닫고,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살아가고 싶었던 나에게 가해진, 거부하고 싶으나 거부할 수 없는 최초의 충격이었다. 그리고 이제 나는 편안하지 않는 삶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톨스토이의 부활 속 네흘류도프에게 나 자신을 대입해가며 읽는 내내 묵직한 한숨과 안도의 한숨을 번갈아가며 내쉬었다. 풍족한 어린 시절을 겪으며 별 고민 없이 살아가던 네흘류도프에게 다가온 청년의 시기는, 늘 그랬던 대로 생각하며 살지 않았기에 악을 저지르는 것을 당연히 여기며 살아갔다. 그런 그에게 재판장에서 만난 마슬로바는 내게 세월호 사건이 그랬던 것처럼- 최초의 그리고 강력한 충격이었을 것이다. 세상의 악과 부조리함이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삶이 너무도 낯설게 여겨지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 충격과 낯섦은 삶에 작은 틈을 내었고, 그 틈은 부서짐과 쪼개어짐 그리고 다시 태어남의 시작 지점이었으리라.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여겨질 때의 당혹감에서 네흘류도프의 삶은 부활을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네흘류도프가 작품의 초반에 행동의 기준을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는데서 찾았다면 후반으로 갈수록 자신 속의 절대적인 가치에서 찾고 있다. 살아지던 대로 살아가던 삶을 멈추게 할 어떤 힘에 순응하며 용기를 내는 순간, 선물처럼 자신 속의 가치들이 삶을 이끌어가는 힘을 준다고 생각한다. 사랑, 평등, 관용, 평등처럼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삶으로 드러내기 어려운 절대적 가치가 이끄는 삶이 바로 네흘류도프가 부활한 증거인 것이다.

  네흘류도프의 변화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정지한 상태의 물건처럼 살아가던 삶이 능동적이고 생명력 넘치는 삶으로 바뀌는 기쁨을 함께 경험하게 된다. 때론 공짜로 땅을 나누어 주겠다는 선한 의지를 곡해하는 사람들도 만나고, 그런 그를 어리석다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들도 만난다. 심지어 마슬로바조차 네흘류도프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고, 그의 의도대로 변화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네흘류도프는 끊임없이 생각하고 움직인다. 움직이는 물체에게 그 움직임을 지속하려는 관성의 법칙이 적용되듯 말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움직임은 많은 사람들의 변화를 가져오는 힘으로 작용한다. 네흘류도프의 삶의 여정을 통해 부활의 삶이란 어느 한 시점의 회심이 아니라 지속적인 상태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시 나의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세월호가 가라앉은 그 날 이후 비로소 세상의 악과 부조리가 나와 무관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정지된 편안한 삶을 살던 나를 조금씩 움직이게 되었다. 정글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쟁에서 이겨야 하고, 이기지 못한 자는 어떤 형태로든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믿음을 버리기로 결심했다. 불만이 있거나,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사회에 순응하는 삶을 살아야 하기에 속내를 숨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중성도 버려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나만 위하는 삶에서 벗어나, 연대하며 모두를 위한 삶을 살아가리라 다짐했다.

  아직은 그 움직임이, 다른 사람이 눈치 채지 못할 정도의 작은 흔들림이지만 매일 매일 조금씩 가속도가 붙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그 삶의 관성이 내 삶의 마지막 날까지 법칙처럼 나를 붙들리라 믿는다. 예수님께서 그렇게 사셨던 것처럼, 네흘류도프의 삶이 절대적인 가치들에 붙들려 옳은 방향을 찾았던 것처럼 나도 그렇게 살아가리라 다시 한 번 되새긴다. 나를 인도해주시는 하나님께서 계시기에, 함께 하는 이들이 있기에, 나를 비추어주는 책이 있기에……

정** 선생님 생각에 공감했다. 사람들이 힘들어 하는 문제, 고통의 문제에 관심이 많지만 나 역시 문제로부터 떨어져 나만 편안하게 살기 바랐다. 네흘류도프가 공작의 지위로 죄수들을 돕는 모습을 보면서 진짜 사랑한다면 공작 지위까지 내버리고 그들 가운데로 가야지!’ 생각했다. 나는 그들로부터 떨어져 편안하게 지내면서…… 그들은 아이들이고, 이웃이고, 사회에서 약자이며, 예수님께서 돌보신 고아와 과부이다. 말로는 사랑하는 척, 예수님을 따르는 척하지만 나는 그들이 부활하도록 돕지 않았고, 나도 부활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두 가지 무지로부터 부활하기

**운 선생님(40대 여교사)<두 가지 무지로부터 부활하기>라는 글에서 아는 것이나 지식이 없는 그 자체로서의 무지알거나 보고 싶지 않은 혹은 생각하고 싶지 않거나 자신이 피곤해지는 상황을 피하고 싶은 외면으로부터 오는 무지를 말한다. 공작 네흘류도프가 창녀인 카튜사에게 일어난 일을 알면 첫 번째 무지에서 깨어난다. 그리고 자신이 힘들어진다는 생각을 버리고 손을 내밀면 진짜 부활이 일어난다.

아는 것이 힘이라 하지만 자신을 위한 수단으로 삼은 지식은 다른 사람을 돕기는커녕 오히려 힘들게 한다. 타인의 삶을 무너뜨리는 앎은 힘이 아니다. 그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게 만든 죄악일 뿐이다. 톨스토이가 생각하는 부활은 상대를 아는 것, 특히 가난하고 힘없는 고아와 과부의 처지를 아는 것이다. 또한 그들을 알고 나서 자기만의 편안을 버리고 그들 가운데 들어가는 것을 포함한다.

 

검정 연필 선생님, 김리리     우리 사부님이 되어주세요., 김리리    뻥이오, , 김리리

인터넷 서점 두 곳에서 어린이책 베스트셀러를 검색했다. 50위 중에 만화가 30권이 넘는다. 동화는 세 권뿐이다. 푸른 사자 와니니, 스무고개 탐정, 그리고 만복이네 떡집이다. 만복이네 떡집은 아이들이 참 좋아한다. 교과서에 실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단순한 소재에 좋은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다. 김리리 작가가 쓴 책 중에 가장 많이 팔렸지만 작가는 이 책을 몇 시간 만에 썼다고 한다. 나의 달타냥이 더 마음에 든다고 했다. 작가의 마음과 독자의 마음이 다르며, 어떤 책이 사랑을 받는 건 운명 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생각이기도 하고 내 생각이기도 하다.

김리리 작가를 초청하기 한 달 전부터 아이들과 작가의 책을 읽었다. 세 권을 소개한다.

『검정 연필 선생님』 (143쪽)

단편 세 편이 실렸다. <이불 속에서 크르륵>은 무거운 짐을 진 느낌으로 살아가는 첫째 딸의 고민을 담았다. <검정 연필 선생님>은 공부를 짐으로 짊어진 아이가 주인공이다. <할머니를 훔쳐 간 고양이>는 할머니의 잔소리에 지친 아이의 고민을 다루었다. 도깨비가 첫째 딸의 고민을, 검정 연필이 공부에 힘들어하는 아이의 걱정을, 고양이가 할머니의 잔소리 문제를 해결한다.

그러나 한 가지가 이루어지면, 문제만 바라볼 때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어려움이 생기기 마련이다. 고양이가 할머니의 기억을 가져가서 잔소리를 듣지 않게 되었지만 할머니의 다른 기억도 사라진다. ‘치매에 걸려 소중한 기억까지 잃어버린 셈이다. 치매를 이렇게 묘사하다니 대단하다! 검정 연필을 쓰면 성적이 좋아지지만 그럴수록 걱정이 함께 커진다. 주인공 이름이 바름이다. 바름이가 정직하게 바른 길로 갈 것인가? 토론 거리가 많다. 구박받는 첫째 딸 수민이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 가족이지만 마음을 털어놓지 못하니 더 힘들다. 도깨비는 수민이 소원만 들어줄까, 수민이가 가족과 화해하게 도와줄까?
읽으면 알겠지요!!

『우리 사부님이 되어 주세요』(92쪽)

고재미, 오재강, 마주왕은 축구를 잘한다. 자기들보다 축구를 못하던 친구들이 축구 클럽에 들어가면서 분위기가 달라진다. 선수 출신 코치에게 축구를 배우는 세 친구가 하이에나 팀을 만들어 도전한다. 위기를 느낀 아이들이 코치를 찾아 나선다. 그래서 찾아낸 사부가 마주왕의 형이고, 아빠다. 형과 아빠는 과연 훌륭한 사부일까?

축구 시합날이 다가오는데 사부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합에 지긴 싫고, 코치를 구하지도 못한다. 할 수 없이 서로가 서로에게 사부가 되기로 한다. 각자 잘하는 기술을 가르치면서 자신감이 높아지고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생긴다. 서로가 서로를 가르치다니, 참 좋은 생각이다. 결말이 따뜻하다. 남자아이들이 좋아하겠다. , 축구 시합 결과가 어떻게 되었느냐고? 읽어보시라.

 

『뻥이오, 뻥』 (91쪽)

순덕이는 말귀를 알아듣지 못한다. 말귀를 알아먹는 구멍이 조그마하게 뚫려서이다. 말이 제대로 드나들지 않아서 뜻을 엉뚱하게 받아들인다. 장갑을 가져오라 하면 장화를 가져오고, 텃밭에서 가지를 따오라 하면 나뭇가지를 꺾어 온다. 순덕이는 친구들에게 바보, 멍텅구리라는 말을 듣는다. 말이 드나드는 구멍을 뻥 크게 뚫으면 어떻게 될까? 너무 잘 알아듣는다면, 상대가 말하기 전에 이미 안다면? 그러면 순덕이는 친구들에게 사랑을 받을까?

이번에는 순덕이 귓구멍이 뻥 뚫린다. 어찌나 잘 들리는지 사람이 듣지 못하는 말까지 다 들린다. 동물들 소리가 막 들린다. 청개구리가 물가에 무덤을 만든 까닭, 토끼가 달리기 시합에서 진 사연, 고양이와 비교해서 차별하지 말라는

강아지의 부탁을 듣는다. 동물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말하면 친구들이 바보, 멍텅구리라는 별명을 바꿔줄까? 바꿔준다. 순덕이가 듣기 싫어하는 다른 것으로.

재미있는 책이다. 쉬운 말도 못 알아듣는 아이가, 동물들 말까지 잘 듣는 아이가 되더니 이야기꾼으로 바뀐다. 김리리 작가는 어릴 적 자신의 경험을 썼다고 했다. 말귀를 못 알아듣고 공부를 못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달라졌다고 한다

. 내가 좋아하는 책이 멋진 이야기꾼을 만들어냈다는 말인데, 고맙고 기쁘다. 특히 옛이야기를 새롭게 해석하는 내용이 마음에 든다. 좋은 책이다.

저작권 문제

김리리 작가는 글을 쉽고 재미나게 쓴다. 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도 편하게 읽는다. 그렇다고 작가가 편하게 글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 모든 글은 작가가 마음으로 낳은 자식과 같다. 저작권은 자녀를 지키는 마음과 같다고 생각한다.

6학년 아이가 김리리 작가에게 질문했다. MBC 드라마 <반지의 여왕>(2017년 방영)이 김리리 작가가 쓴 감정종합선물세트(2014년 출간)를 표절했다는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작품의 플롯은 물론 반전, 소재, 마법 설정까지 똑같아서 MBC에 항의를 했고 다툼이 오갔다는 대답을 해주셨다. 순간 빨강 연필이 생각났다. 검정 연필이 오답을 찾아준다면 빨강 연필은 글을 써준다. 우연히 연필을 갖게 된 아이가 연필을 사용하고, 고민하고, 연필을 의지하는 마음에서 벗어난다는 구성이 비슷하다.

물론 다른 점이 더 많다. 검정 연필이 혼자만의 고민이라면 빨강 연필은 글 잘 쓰는 친구와의 갈등이 이야기를 끌어간다. 빨강 연필은 검정 연필과 달리 장편이라 더 복잡하고 묘사도 많다. 김리리 작가와 둘이 있을 때 빨강 연필을 아는지 물어보았다. 신수현 작가와 빨강 연필에 대해 조심스럽게 대답해주셨다. (참고 : 검정 연필 선생님2006, 빨강 연필2011년 출간)

책에 대한 저작권을 말하면 구름빵이 빠지지 않는다. 굉장히 많이 팔렸지만 저자인 백희나 작가는 저작권료를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널리 퍼졌다. 사람들이 출판사 사장을 나쁜 사람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림책 병관이 시리즈를 쓴 고대영 작가는 다른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대영 작가가 출판사 직원으로 일했기 때문에 팔이 안으로 굽는 것일 수도 있지만 내가 한쪽만 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학기에 유은실 작가가 우리 학교에 왔다. 유은실 작가가 아이들에게 글을 잘 쓰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라고 물었다. 권정생 선생님을 좋아한다며, 권정생 선생님 말씀으로 대답했다. “글을 잘 쓰려면 착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김리리 작가도 권정생 선생님을 소개했다. 유은실 작가와 똑같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을 좋아한다고 했다. 사자왕 형제의 모험같은 책을 쓰고 싶다고 했다. 두 분이 권정생 선생님과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저작권을 침해할까? 그분들처럼 쓰고 싶어 하니 그대로 따라 할까?

빨강 연필을 쓴 신수현 작가와 몇 달 전에 메일을 주고받았다. 신수현 작가는 조심스럽게, 신중하게 행동하는 분 같았다. MBC가 김리리 작가의 저작권 침해에 대해 어떻게 대응했는지 모른다. 다만 신수현 작가처럼 신중하게, 김리리 작가와 유은실 작가처럼 존경하는 마음으로 상대를 마주한다면 침해라는 낱말이 나오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 저작권 침해 문제로, 작가들이 고민하는 시간을 빼앗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으면 좋겠다.

중앙 유라시아 세계사, 크리스토퍼 백위드                 조미아, 지배받지 않는 사람들, 제임스 스콧

학부모 문학 기행에서 김용철 작가 작업실에 가기 전에 선사박물관에 들렀다. 학부모와 아이들은 선사시대 사람들을 우가우가외치는, 유인원과 우리 사이 어디쯤의 생명체라 생각한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선사시대 사람들이 우리보다 능력이 많았을 거라고 썼다. 집 짓기, 짐승 잡기, 곡식 기르기, 도구 만들기 등 온갖 일을 손수 다 했으니 더 능력이 많다는 주장에 동의가 되었다. 컴퓨터 고치고 핸드폰 칩을 다루는 능력이 야외에서 생존하는 능력보다 낫다는 말을, 왜 그대로 받아들였을까?

박물관 들어가기 전에 유발 하라리의 설명을 알려줬다. 학부모와 아이들 견학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우가우가와는 먼, 실제 능력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패자로도 기록되지 않았던 사람들의 역사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 한다. 승자는 역사를 왜곡한다. 자신들의 정당성을 내세우고 패자를 나쁘게 기록한다. 영국이 신사의 나라로 알려졌지만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한 짓은 신사와 거리가 멀다. 미국 영화에 비친 아메리카 원주민(인디)은 사실과 너무 달라 전체를 다 바꾸어야 할 지경이다. 패자도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역사를 쓴다. 일본이 자신들을 피해국가라고 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선사시대 사람들이 우리보다 더 똑똑하다는 이야기처럼, 우리가 잘못 아는 역사가 얼마나 많을까? 의심조차 하지 못한 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들이

모든 국가가 자신에게 유리하게 역사를 기록한다면 반드시 피해자가 생긴다.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공동체가 있다. 중국이 주장하는 동북공정, 일본의 역사 왜곡에서 우리가 피해를 입는다. 피해자는 억울하다. 가해와 피해의 범위가 어찌나 넓은지, 역사 기록의 가해자와 피해자 목록을 작성한다면 역사에 등장했던 모든 나라 이름이 기록될 것이다. 이 중에서 우리가 기억하지 않는 나라도 많다.

난 책을 좋아한다. 역사책을 꽤 읽었다. 그런데도 중앙유라시아 지역과 동남아시아 산악지역 역사는 전혀 몰랐다. “돌궐, 말갈, 여진이라는 오랑캐가 살았대!” 정도만 안다. 동남아시아 산악지역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들의 역사가 기록으로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남은 기록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변방 중의 변방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주류 국가에서 변방일 뿐만 아니라, 역사를 기록하면 안 된다고 생각할 정도로 주류와 생각이 달랐다.

유목민은 야만 오랑캐가 아니다.

실크로드 하면 유럽과 중국을 오가던 대상들이 만든 길을 떠올린다. 이 길을 만든 사람, 다닌 사람은 누구일까? 누가 중국과 유럽을 오가며 물건을 실어날랐을까? 농경민이 다녔을까, 유목민이 다녔을까? 중국은 말이 살찌면 야만적인 유목민들이 몰려와서 곡식을 빼앗아 간다고 가르쳤다. 글씨를 모르고, 야만적이고, 거친 사람들이라 상대하지 말아야 한다고 가르쳤다. 우리도 그렇게 배웠다.

그러나 이는 정착 국가들이 만들어낸 거짓말이다. 침략해서 빼앗고 파괴하는 건 오히려 정착 국가인 중국, 러시아, 로마가 유목민에 대해 한 짓이다. 아틸라, 칭기스칸, 티무르가 얼마나 야만적인지 기록했지만 사실 그리스-로마, 페르시아, 중국이 더한 만행을 저질렀다.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은 로마와 중국이었고 자국에게 유리한 기록만 남겼다.

중앙유라시아에 속한 돌궐, 선비, 몽고, 여진, 거란, 훈족 등에 대해 우리는 야만족, 문화가 없고 남의 것을 약탈하는 떠돌이 민족이라 생각한다. 정말 그럴까? 중국은 문화 수준이 높고 이방 민족을 침략하지 않는데 오랑캐 야만족들이 쳐들어왔을까? 그래서 중국이 만리장성을 쌓았을까? 저자는 이런 생각이 중국의 기록에 의존한 역사의 오류라고 말한다.

유목민은 이곳저곳을 다니며 문화를 전파한다. 실제로 중앙유라시아 유목민은 실크로드를 통해 가는 곳마다 문화가 꽃피게 했다. 반면 정착 민족은 한곳에 정착해서 자기들 문화 안에 갇힌다. 정착민은 유목민이 교류를 위해 다가오면 공격으로 받아들였다. 문화교류가 고유의 정체성을 무너뜨릴 거라는 두려움이 더해지면 아예 문을 닫아버렸다. 정복하고 지배하려고만 했지 교류하며 배우려 하지 않았다. 저자는 만리장성 역시 오랑캐로부터의 위협을 막는 방벽이 아니라 중국에서 세금 내다 지친 농민들이 탈출하지 않게 하기 위한 벽이며, 외부의 이민족을 공격하기 위한 전초기지 같은 역할이었다고 설명한다.

 

지배받지 않는 사람들이 사는 곳, 조미아!

조미아는 동남아시아 산악지역을 일컫는 낱말이다. 넓은 평지, 농사짓기 좋은 곳을 두고 이곳을 찾아온 사람들은 누구일까? 옛이야기에서 이런 곳은 산적, 반란군, 도망자들이 살았다. 인근 국가의 지배자들은 이런 곳을 싫어했다. 경계하고 토벌하려 했다. 글을 모르는 무식한, 문화를 만들지 못하는, 싸그리 없애버려야 하는 사람들이 산다고 생각했다. 정말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무식한 놈들, 산적과 반란자들이었을까?

역사를 배울 때, 수렵과 채집하던 사람들이 정착해서 농사를 지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문화가 더욱 발전했다고 한다. 조미아~의 저자는 수렵과 채집하던 사람들이 안정을 찾아 농사를 지은 게 아니라 주장한다. 산악지대에 사는 사람들은 정착 민족의 억압을 피해, 쉽게 말하면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변방으로 이주했다고 주장한다. 위계질서를 싫어하고, 체제와 법률에 매이는 걸 싫어하는 사람들이 자유를 찾아간 변방이 산악지대였다고 한다. 그들은 권력을 가진 지도자를 세우지 않았다. 고정된 역사도, 사당도, 유적도, 기억해야 하는 이야기도 없었다. 심지어 자신들의 역사를 기록으로 남기지도 않았다. 그들은 기억대신 현재를 유연하게 살아내는 걸 더 중요하게 여겼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내가 읽고 배운 역사는 국가의 지배구조 아래에서 만들어졌다. 착실하게 세금을 내어 국가를 운영하는데 도움이 되는 신민을 양성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내용이다. 이 역사는 우리는 우수한 문화 민족이고, 산에 숨어 지내는 사람들은 야만적이다.’라고 말했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가 갇혀 사는 사람이고, 그들이 자유로운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무식하고 짐승 수준이어서 산속에 들어간 게 아니다. 변방이 인간의 자유를 보장해 주기 때문에 그곳에 갔다.

역사에는 탐관오리가 백성을 수탈해서 백성이 신음하는 이야기가 많다. 세금 때문에 부모를 죽이고, 자식까지 팔아먹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를 견디지 못해 도망한 사람들은 어디에 갔을까? 산으로 도망갔다면 그곳에서 어떻게 살았을까? 조금만 생각하면 역사의 기록을 다시 생각했을 텐데, 왜 역사 기록을 그대로 받아들였는지 모르겠다. 저자는 정주 국가와 이동하는 민족은 선후 관계가 아니라 함께 공존했다고 주장한다. 책의 부제가 <동남아시아 산악지대 아나키즘의 역사>이다. 주류에 맞선, 무정부주의자들의 선택지가 산악지대였다.

두 권 모두 새로운 눈으로 역사를 보게 해주어서 좋다.

 

대학 4학년 때 학과 친구들 모두 지능검사를 했다. 우리나라 사람 몇이 모이면 IQ가 높아서 천재 소리를 들었다는 사람 하나쯤은 나온다. 우리가 IQ 검사에 대한 추억을 내놓으며 설레발을 치자 교수님이
이 검사는 평균이 100 나온다. 너희도 평균 100 나올 거야. 검사 끝난 뒤에 보자.”
하셨다. ‘교육대학 학생이면 IQ가 꽤 높은데 평균 100이라니~’ 생각했다.

검사 결과가 나왔다. 20명 평균이 거의 100이었다. 가장 높은 친구가 118이었고, 가장 낮은 친구가 82였다. IQ가 가장 높은 친구와 가장 낮은 친구가 고등학교 동창이고, 같은 하숙집에 살아서 더 재미있었다. 둘이 같이 다녀야 IQ 100이라며 놀려댔다. 졸업할 때 학점은 IQ 82인 친구가 더 높았다. IQ 118인 친구는 지금 아이들을 열심히 가르치고 있고, IQ 82인 친구는 교감으로 성실하게 교사들을 도와주고 있다. IQ는 그저 숫자에 불과했다.

중간만 하면 될까?

IQ학습준비도 검사이다. 고정된 학습 능력을 측정하는 도구가 아니다. 지능 이론의 대표 학자는 비네와 웩슬러이다. 두 사람은 지능을 다르게 정의했다. 사실 지능검사가 일반화된 건 미국이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전쟁에 참여할 정도의 인식 능력을 가진 사람을 가려내기 위해 검사하면서부터이다. 한 사람이 얼마나 인식 능력이 있는지, 창의적인지, 합리적으로 선택하는지 등을 재는 건 처음부터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지능검사가 한 사람의 능력을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도구가 되어갔다.

일단 검사를 실시하면 평균을 계산한다. 우리나라는 상대평가의 기반이 견고해서 평균을 따질 일이 많다. 평균보다 낮으면 무언가 해서 평균에 이르려 한다. 평균보다 높으면 평균으로 내려가지 않으려 한다. 평균은 되어야 하고, 기왕이면 평균보다 높아야 하고, 결국 평균 수준의 사람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정도가 되고 싶어 한다. 평균에 만족하는 사람이 적다. 지능의 획일성, 단순성을 깨뜨린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지능 이론조차 학원 광고에 이용할 정도로 뛰어나고 싶은 욕망이 크다. 이런 사회에서 평균은 중간이 아니라 최소한의 기준이 된다. 그럼 평균 이하의 사람을 무시하거나 얕보는 분위기가 커진다.

평균은 이용하기 편하다. 평균에 맞추면 일을 빠르고 편하게 한다. 평균 치수의 물건을 준비하면 조금 크거나 작아도 적당히 맞춰 쓴다. 각 개인에게 맞추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서 효율성이 떨어진다. 군대에 갔다 온 사람은 동의하는 내용이다. 오죽하면 군대 가면 중간만 해라.”는 말이 있을까! 그렇다면 과연 평균(중간)만 하면 될까? 중간만 하면 된다는 말이 옳을까?

평균은 기준이 아니다.

평균의 종말은 평균이 허상이라고 주장한다. 재미난 사례가 나온다. 미국 라이트공군기지에서 4063명의 조종사를 대상으로 140개 항목의 치수를 측정해서 평균 치수를 산출했다. 이를 바탕으로 조종석을 설계했다. 평균 치수로 조종석을 만들면 대부분(적어도 다수)의 조종사가 정상분포 내에 포함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니얼스 중위가 키, 가슴둘레, 팔 길이 등 조종석 설계상 가장 연관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10개 항목의 평균값을 냈다. 평균값과의 편차를 30%로 넓게 잡은 뒤 평균과 조종사 개인 수치를 대조했다. 10개 항목 전체에서 평균 범위에 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0명이었다. 10개 항목 가운데 임의로 3개를 골라 평균치에 드는 조종사를 찾아봐도 3.5%밖에 안 됐다. 평균에 맞는 조종석은 아무에게도 맞지 않는 조종석이었다. 지금 비행기 조종석은 조종사 각자에게 맞추어 제작된다고 한다.

평균의 종말이 시작되었다.

평균의 종말3부로 쓰였다. 1부에서 평균이 기준으로 자리 잡는 과정을 보여준다. 케틀레가 평균적 인간이라는 개념을 착안했고, 테일러가 표준화 시스템을 만들었다. 기업이 공장식으로 바뀌었고 학교도 평균 수준의 산업 일꾼을 길러내는 시스템의 일부가 되었다. 표준화 시스템은 기업에 이익을 가져다주었고 소비자들은 상품을 저렴하게 구입했다. 그 결과 평균을 바탕으로 한 표준화 시스템은 절대 불변의 진리처럼 받아들여졌다.

평균의 시대는 두 가지 가정 위에 세워졌다. 첫째, 평균이 이상적이라면 개개인은 오류이다.(케틀레의 신념) 둘째, 한 가지 일에 탁월한 사람은 대다수의 일에서 탁월성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골턴의 신념) 평균주의 과학자로 오랜 기간 활동하며 업적을 쌓은 몰레나도 두 가정을 믿었다. 그러나 갑자기 떠맡은 강의 <지능검사의 이론과 방법을 주제로 한 토론식 수업>에서 삶의 방향을 바꿔놓을 순간이자 사회학의 토대를 흔들어놓게 될 순간을 체험한다. 이 체험은 평균주의가 실용적이고 효과적이기 때문에 수용되었지, 옳기 때문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주었다. 몰레나는 개개인을, 가장 중시되는 인간 자질에 따라 살피는 평가 도구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2장은 교육 혁명을 위한 개개인성의 원칙을 설명한다. 평균주의는 개인을 평균에 맞추어 개개인성을 평균으로 가둔다. 이는 다차원적인 인간의 재능을 단순하게 판단하고 측정한다. 저자는 들쭉날쭉의 원리, 맥락의 원칙, 경로의 원칙을 들어 이를 비판한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구글의 인재채용법을 증거로 제시하는데 재미있다. 궁금하면 읽어보시라.

3부는 <평균 없는 세상>이라는 제목으로 개개인성을 바탕에 둔 기업을 소개한다. 월마트는 직원이 200만 명이 넘는 거대기업이지만 이직률이 50%에 달한다. 테일러주의식 효율성으로 기업을 운영하기 때문에 해마다 100만 명의 직원이 바뀌어도 신입 직원이 빈자리를 채운다. 코스트코는 2014일하기 좋은 최고 기업4년 연속으로 뽑혔고 구글에 이어 급여 및 직원 혜택 부문 최고 기업’ 2위에 올랐다. 직원의 88%는 회사가 지원해주는 의료보험에 가입해 있다. 급여는 월마트보다 75% 정도 더 높다. 그런데도 회사가 이익을 남긴다.

코스트코는 월마트와 반대로 개개인성에 관심을 갖고 회사를 운영한다. 직원을 찍어내는 게 아니라 정중하게 대우하고 공정하게 경력을 쌓도록 길을 열어준다. 그러면 뛰어난 성과가 따른다고 한다. 이는 시대가 변한다는 증거이다. 대장간에서 만든 호미가 외국 정원사들에게 팔려나가는 것만 봐도 증명된다. 이제는 테일러주의식 효율성을 앞세운 대량생산이 아니라 한 분야에 능통한 장인이 개성 넘치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시대로 바뀔 것이다.

교육은 바뀔까?

평균은 우리나라 교육에서 핵심 위치에 있는 개념이다. 우리나라 교육이 등급 매기기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이는 학생에게 평균, 즉 다른 모든 학생과 똑같이 하되 더 뛰어나야 한다고 강요한다. 평균으로 보여줄 수 있는 획일적인 영역에서 다른 학생보다 뛰어난 결과를 보여주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치르지만 정작 개인의 성장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학위 시스템 혁신, 성적 시스템 혁신, 자율 결정형 교육, 새 시대의 교육모델을 제시한다. 평균의 종말은 이 부분에서 아쉽다. 간단하게 슬쩍 이야기하다가 끝난다. 개개인성을 인정하자는 주장이 사회에서 꽃을 피우게 해주는 후속작이 나오면 좋겠다.

 

중학생이 되면 책을 많이 읽기보다, 깊~~~이 읽어야 합니다.
<기억전달자>로 토론하며 깊~~~이 읽어보세요.

Ⅰ 내용 파악하기

이름 뜻
조너스 : 요나 (쌍둥이라고 가정한 이름 조너선 : 요나단)
게이브 : 가브리엘의 애칭 (좋은 소식을 전하는 천사)
애셔(아셀), 벤자민(베냐민, 다친 주민과 일함), 대체 아기 칼렙(갈렙-강에 빠져 죽은 아이)
아이작(이삭, 3) 프리츠(부족한 아이, 독일 이름), 일본 이름(의사)

1. 책에 나오는 낱말 초성퀴즈 (PPT) 
  ㄱㄴㅅ
  ㅇㅁㅎㅈ
  ㄱㅈㅁㅇ ㅎㄷ ㄷㄴㄷ
  “힘이 다 빠져나간 것 같구나. 하지만 자그마한 기억을 네게 전달한 것만으로도  ㄴㄱ ㅈㄱ ㄱㅂㅇㅈ ㄱ ㄱㄱㄴ

2. 소감 말하기 핑퐁게임

3. 가장 기억에 남은 부분을 말해보자.

4. 문제 만들기 (쉬운 문제, 어려운 문제)

5. 책 내용을 한 낱말로 쓰기, 한 문장으로 쓰기
  가. 기억 전달자는 00이다. 왜냐하면 ~
  나. 책 내용을 한 문장으로 줄여 쓰기 :

 

Ⅱ 토의 토론하기

1. 공감하는 문장을 하나 고르고 까닭을 들어 소개해보자.

  105 넌 이제 마주치게 될 거야. 우리 모두의 경험을 넘어서기 때문에 여기 있는 우리 가운데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엄청난 고통을 겪을 거다.
  108 감사와 자부심으로 마음이 부풀어 올랐다. 그러나 동시에 두려움이 가득 차는 것도 느꼈다.
  109 자신이 무엇이 될지 알 수 없었다. 아니면 무엇이 자신이 될지 알지 못했다.
  110 조너스는 처음으로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과 홀로 떨어져 있다는 것을 느꼈다.
  189 ‘다들 진짜 고통은 한 번도 느끼지 못했겠지.’ 그렇게 생각하자 갑자기 절망적인 외로움이 밀려왔다.
  207 어떤 날은 숲속을 계속 걷다가 밤이면 모닥불 곁에 앉는 기억도 있었다.
        그 기억을 통해 상실과 외로움의 고통을 배웠지만 조너스는 이제 고독이 주는 즐거움도 이해하게 되었다.

2. 조너스처럼 말을 진지하게 하는 태도와 애셔처럼 재미있게 말하는 것 중 하나를 고른다면 어느 쪽이 나을까?   
   토의하고 발표해보자. (모둠 의견을 하나로 정해서 발표하자.)
  11 조너스는 단어를 조심스럽게 가려 썼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단어와 구절들을 뒤죽박죽 섞어서 말하는 탓에
     거의 알아들을 수 없는 데다 상황에 적절하지 못한 말을 써서 때때로 폭소를 불러일으키는 애셔와는 아주 달랐다
.
  33 애셔는 재미있는 친구예요. 하지만 그 녀석은 진지하게 하는 게 하나도 없어요. 모든 걸 장난으로 바꾸어 놓죠.

3. 이런 일이 일어나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면 말해보자.
  43 “한 달 전쯤에 간식으로 준 사과를 집으로 가져왔을 때 이런 방송이 흘러나왔다. 조너스는 마을 사람 모두가 이게(간식을 집으로 가져가면 안 된다는 방송) 자신을 두고 한 특별방송이란 걸 안다고 생각하자 창피했다. 아무도, 심지어 아버지 어머니도 그 사실을 입에 올리지는 않았다. 공개방송만으로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4. 조너스가 사는 세계의 특징을 간단하게 정리해보자.
 1) 출생과 죽음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2) 가정생활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3) 진로 선택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4) 교육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5) 사회생활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6) 자연현상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7) 기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참고 : 기념식에서 하는 일
  한 살 이름 주기
  여덟 살 단추가 작고 주머니가 달린 재킷 (자기 물건을 챙길 만큼 자랐다.)
  아홉 살 자전거
  열 살 머리카락 자르기 
  열한 살 새 옷 (여성 신체 변화, 남성 계산기 넣는 주머니 달린 긴 바지)
  열두 살 직위 수여

4-1. 정리한 내용을 바탕으로 조너스가 사는 세계가 우리가 사는 세계보다 좋은 점, 나쁜 점을 세 가지 정하고  
    이유를 들어 설명해보자.

 

Ⅲ 찬반 토론 준비

1. 임무해제란 무엇인가? (20-21, 58~59, 73~74, 196-197, 250-256)

 1-1. 어떤 경우에 임무해제가 되는가? (3가지)

 1-2. 사람들이 알고 있는 임무해제와 실제 임무해제는 어떻게 다른가?

 1-3. 아버지가 가브리엘을 임무해제 할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1-4. 임무해제가 끔찍한 일인데도 사람들은 왜 임무해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까?

 1-5. 조너스의 아버지가 쌍둥이 중 한 명을 임무 해제한 일은 처벌받아야 한다. (찬반토론)

논점 1. 세뇌당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벌을 받아야 하나?
논점 2. 세뇌당한 사람이 절대다수이고, 세뇌당하지 않은 사람이 극소수일 때
         세뇌당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벌을 받아야 하나
?

논점의 결론 : 법은 절대적인가? 상대적인가?
    (만인에게 평등하게 적용해야 하나, 회의 여건이나 사람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해야 하나?)

참고
1. 파리대왕에서 로저가 돼지를 죽인 건 살인일까?
2. 촉법소년(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소년, ‘형사미성년자로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상 처벌하지 않는 대상
)이 살인을 했다면 벌을 받아야 하나?
3. 멋진 신세계에서 원시인 존의 죽음과 견주어보자.

 

Ⅳ 독서 토론하기

1. 교차질의 독서토론 실습(찬반토론)

2. 모둠 토론 활동

주제 : 늘 같음 상태

. ‘늘 같음 상태란 무엇인가?

-1. 늘 같음 상태에서도 다른 것이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87 “지금이 바로 차이를 인정해야 할 때입니다. 여러분들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마을 공동체에 적합한 사람이 되도록 행동을 표준화했습니다. 스스로를 모둠에서 떨어져 나가게 할지도 모르는 각종 충동을 억제하는 법을 배워 왔습니다. 하지만 오늘 우리는 여러분들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에 걸맞은 경의를 표합니다. 그 차이들이 여러분들의 장래를 결정했습니다.”

-2. 그들은 왜 늘 같음 상태를 유지하려고 할까?
  예 : 67 그건 친구에게 묻지 않는 그런 종류의 일이었다. 서로 다르다라는 불편한 기분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애셔는 매일 아침 약을 먹었고 조너스는 약을 먹지 않았다. 그런 일보다는 두 사람에게 똑같이 해당되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훨씬 더 낫고 덜 무례한 일이었다.

. 이 사회는 늘 같음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감정을 통제한다. 어떤 감정을 통제할까?

-1. 왜 감정을 통제할까?

. 이 사회에서는 과거의 기억을 모두 한 사람에게 맡기고, 다른 사람은 모두 현재만 생각하며 살아간다.
    왜 현재만을 중요하게 생각할까?
  132-133 “죄송한데요, 선생님. 잘 이해가 가지 않아요. 머리가 나빠서 그런가 봐요. ‘세계 전체스승님도 있기 전 세대라고 하신 말씀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어요. 전 단지 우리만 있다고, 현재만 있다고 생각했어요.”

-1. 이런 사회를 만든 사람들이 포기해야 했던 것은 무엇인가?
  163 우리는 많은 것을 통제할 수 있었지. 하지만 동시에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했단다.

-2. 그것을 포기하면서까지 얻으려고 했던 것은 무엇인가?

-3. 그만한 대가를 치를 가치가 있었을까?

. 이렇게 느낀 적 있나?
  169: “조너스는 친구들이 아무 활력도 없는 생활에 아주 만족한다는 사실에 종종 이해할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그리고 친구들을 전혀 변화시킬 수 없는 자신에게 무척이나 화가 났다.”

-1.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지금 상태에 만족하지 말고, 분노해야 하는 영역이 있을까?

.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또는 다른 목적으로 우리에게 포기하라고 강요하는 게 있을까?

주제 : 선택

. 배우자를 선택하는 일반적인 방식을 말해보자.
  83 배우자를 얻으려고 지원하면 몇 달, 심지어 몇 년을 기다린 후에야 배우자 결합이 허락되어 발표되었다.
     기질, 육체 능력, 지능, 관심 등 모든 요소가 완벽하고 적합하게 상호 작용을 해야 했다.

-1. 이 사회에서는 왜 배우자를 위원회에서 정해주는 방식으로 가정을 이루게 되었을까?

. 선택은 정말 중요할까?
  166: “하지만 전 색깔을 원해요! 모든 게 색깔이 없다는 건 진짜로 잘못된 일이에요!” ~ “모든 게 똑같으니까 선택할 게 아무것도 없잖아요. 아침에 일어나 옷을 입을 때 제가 옷을 고르고 싶어요. 파란 옷을 입을까, 빨간 옷을 입을까 하고 말이에요.” ~ “중요한 건 선택 그 자체란 말이지?”

-1. 선택 장애란 말이 최근에 부각되었다. 선택을 힘들어하는 사람이 왜 많아졌을까?

-2. 직업을 정해주는 게 나을까, 개인이 자유롭게 선택하는 게 나을까?

. 개인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168안전하지 않은 것은 확실해요. 사람들이 배우자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어떨까요? 그리고 배우자를 잘못 선택한다면요?” ~ “아니면 이럼 어떨까요? 사람들이 자기 직위를 스스로 선택한다면 말이에요?”

주제 : 기억 전달

. 기억전달자는 왜 필요한가, 무슨 일을 하는가?

-1. 기억보유자에게 필요한 다섯 가지 능력은 무엇인가? (104-106)

-2. 기억전달자와 조너스는 사물 너머를 보는능력이 있다. 색깔을 보는 능력이 상징하는 바는 무엇일까?
      흑백인 세상에서 색깔을 보는 능력은 무엇을 뜻할까?

. 기억전달자가 가장 힘들어한 일은 무엇일까?
  1) 140: “힘이 다 빠져나간 것 같구나. 하지만 자그마한 기억을 네게 전달한 것만으로도 내가 조금 가벼워진 것 같구나.”
  2) 176: “네 인생 중 어떤 부분도 가족과 함께 나눌 수 없을 거다. 그건 쉬운 일이 아니야. 조너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게 바로 내 인생이라는 걸 넌 이해할 수 있겠지?”
  3) 189: ‘다들 진짜 고통은 한 번도 느끼지 못했겠지.’ 그렇게 생각하자 갑자기 절망적인 외로움이 밀려왔다. 조너스는 욱신거리는 다리를 문지르다가 마침내 잠에 빠졌다. 그리고 적막한 언덕에서 고통과 고독에 시달리는 꿈을 꾸고 또 꾸었다.
  4) 193: “하지만 모든 사람이 기억을 품을 수는 없나요? 모두 조금씩 기억을 함께 나눈다면 일이 쉬울 거라고 생각해요. 모든 사람이 이 일에 참여한다면 기억 전달자님과 제가 그렇게나 많은 고통을 떠맡을 필요가 없잖아요.” 동의하는가?
  5) 176 네 인생 중 어떤 부분도 가족과 함께 나눌 수 없을 거다. 그건 쉬운 일이 아니야. 조너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게 바로 네 인생이란 걸 넌 이해할 수 있겠지?

Ⅴ 독서 감상문 쓰기

1. 쓸 내용 찾기
1) 책 내용을 한 낱말로 요약하기 (내가 찾은 낱말 : )
2) 책 내용을 한 문장으로 쓰기 (처음 쓴 것과 어떻게 달라졌는지 확인)
3) 주제 찾아 독서 감상문 쓰기

Ⅵ 독서 토론 심화 과정

1. 한 사람에게 모든 기억을 다 맡기는 것이 위험하지 않은가? 왜 이런 세상을 만들었을까?
1-1. 모든 사람이 기억을 품을 수는 없나요? 모두 조금씩 기억을 함께 나눈다면 일이 쉬울 거라고 생각해요. 모든 사람이 이 일에 참여한다면 기억 전달자님과 제가 그렇게나 많은 고통을 떠맡을 필요가 없잖아요. - 모든 사람에게 기억을 나눠주면 어떻게 될까?

2. 208 조너스가 기억 전달자에게 물었다 가장 좋아하시는 기억이 뭐예요?”
 - 무엇일까? 왜 이걸 좋아할까?

2-1. 여러분이 가장 좋아하는 기억을 소개해보자.

3. 어쩌면 사랑이란 살아가는 데 위험한 방식일지도 몰라요.
  - 무슨 뜻일까?
  - 동의하나?

4. “안 돼. 난 여기 있어야 해. 나도 너와 같이 가고 싶다. 조너스. 하지만 너마저 너와 함께 간다면 사람들을 기억으로부터 보호하는 방법을 모두 빼앗는 거야. 조너스, 마을을 아무도 도울 사람 없이 방치될 거야. 그러면 엄청난 혼란이 찾아올 거다. 아마도 사람들은 스스로를 파괴할 거야. 난 갈 수 없어.”
 - 동의하나? 가야 할까?

5. 여러분은 이런 세상에서 살고 싶은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더 나은가?
  (주장 - 왜냐하면 예를 들어 다시 말해 순서로 글쓰기)

5-1. 책에 나오는 세상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반영한다. 로이스 로리는 우리 사회에 무엇을 말하려고 책을 썼을까?
  1. 주장 - 왜냐하면 예를 들어 다시 말해 순서로 글쓰기
  2. 자유롭게 쓰기

Ⅶ 연결해서 읽기

1.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읽고 자유롭게 의견 나누기

2. 파리대왕과 연결되는 내용 자유롭게 의견 나누기

3. 멋진 신세계와 연결되는 내용 자유롭게 의견 나누기

 

시간이 되면 위의 세 책과 연결해서 읽는 질문을 만들겠습니다.

 

25년 전에 6학년 아이가 <지방선거>를 보고 시를 썼다.
아이 눈에 선거는, 당선되려는 몸부림이었다.
마흔이 돼가는 제자는 무얼 위해 몸부림칠까?

----------------------------- 지방선거


조성권 (삼척남초 6)

오늘은 선거.
엄마, 아빠는 투표하러 간다.

누구를 뽑을지는 모른다.
누가 되는지도 모른다.

자기가 되려고 몸부림친다.

<학교에서 외계인들 만나다>에 실린 글입니다.

선거를 다룬 책을 소개합니다.

1. 기호 3번 안석뽕 (진형민, 149) / 3학년 이상


  전교어린이회장 선거하는 내용이다. 전교어린이회장 선거에는 공부 잘하고, 부모가 관심을 가지는 아이들이 나선다. 안석진은 회장 선거에 관심이 없다. 부모가 떡집을 하느라 바쁜데다가 공부도 못한다. 그러나 어쩌다 친구들에게 떠밀려 회장 후보로 나선다. <기호 3번 안석뽕!

> 기발한 방법과 설득력 있는 논리로 선거운동을 펼친다. ~ 유쾌 발랄, 재미난 책이다.
진형민 작가 책은 무조건 추천이다.

 

2. 딸기 우유 공약 (문경민, 190) / 5 이상


   전교어린이회장 선거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내용이다. 나현이는 흰 우유를 <딸기 우유>로 바꾸겠다는 공약을 건다. 뛰어난 친구들이 선거에 나섰기 때문에 나현이는 눈에 띄지 않는 후보다. 그러나 북에서 온 소년 덕주가 나현이를 도와주면서 분위기가 달라진다. 시은이와 찬솔이도 전략을 세워 선거를 준비하는데~ 선거에 친구와의 우정이 얽히고설켜 복잡해진다. 


3.
그래도 내일은 희망 (조앤 바우어, 주니어김영사) / 6학년 이상

  뉴베리 상을 받은 걸작이다. 아빠 얼굴 모르고 엄마도 양육하기를 포기한 호프는 요리사 이모와 산다. 식당 요리사와 산 덕분에 호프는 뛰어난 종업원으로 자랐다. 사기를 당해 위스콘신에 있는 식당에 취직하는데 식당 사장이 재미있는(?) 사람이다. 백혈병에 걸려 죽음에 직면한 사장이 죽기 전에 시장이 되겠다고 선거에 뛰어든다. 상대는 노련한 정치꾼이다. 거짓과 불법을 휘두르는 정치권력가에 맞서 백혈병으로 머리카락 다 빠진 식당 사장이 진실과 정직으로 덤비는데…… 정치에 관한 내용을 공부할 때 학생들과 함께 읽으면 좋겠다. 가족, 진로를 이야기할 때도 좋은 책이다. 강력 추천!!

 

4. 통일한국 제1고등학교 (전성희, 223) / 중등 소설

  전성희 작가는 상상력이 뛰어나다. 거짓말 학교가 참 놀라웠는데 이 책도 굉장하다. 통일이 된 대한민국에서 남북한의 화합을 위해 통일시(city)’를 만든다. 통일시는 일종의 샘플이다. 두 가지 체제를 유지하며 통일시를 시작으로 서서히 통합을 이루려 한다. 통일시에 있는 통일한국 제1고등학교에 회장선거가 열린다. 통일이 되었지만 남북 갈등이 여전한 상황에서, 남측 학생과 북측 학생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통일이 되면 일어날 일을 놀랍게 분석해서 고등학교 학생들 심리와 연결했다. 전성희 작가의 책은 자체로 토론거리가 된다. 참 좋은 책이다.

 

5. 나와라! 교육대통령 (김진우, 300) / 교사, 학부모

  ()좋은교사에서 교육 관련 정책을 연구하고 토론하는 일을 맡았던 김진우 선생님이 쓴 책이다. 통찰력 있는 안목으로 교육을 바라보며, 학생들을 위한 정책을 개발하던 분이 교육 대통령을 말한다. 10년 전 책이라 달라진 부분도 있지만, 10년 전 문제 대부분 그대로 남아있다. 지금까지 대통령은 모두 경제 관점으로 교육을 바라보았다. 교육을 백년지대계로 생각하는 대통령이 언제 나올까? 2022년 대통령 선거에도 교육대통령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슬프다.

 

후아유 (이향규 지음, 284쪽)

#올해의_책이_또_하나_생겼다.
#세상에_이렇게_좋은_책이_있다니~!

작가의 삶이 다큐멘터리다.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글이 좋다.

저자는 탈북 청소년을 지원하고, 다문화 청소년과 결혼 이주 여성을 돕는 연구원이었다. 주류 한국인으로 비주류 사람들을 도와주며 그들의 마음을 읽었다. 공감했고 곁을 지켰다. 영국 남자와 결혼했고 자녀를 낳았다. 그래서 ‘다문화 가정’이 되었다. 다문화 가정을 연구하다가 다문화 가정이 되면서 시각이 달라졌다. 평범한 낱말 하나, 표현 하나에서 차별과 무시를 느꼈다.
그리고 남편을 따라 영국으로 이사했다.
문화가 다른 나라, 몸짓을 이해하기 어려운 나라에서 이주민으로 살았다. 외로웠고 외로웠지만 마음을 나눌 사람이 없었다. 뿌리내리지 못한 나무가 얼마나 살기 어려운지 느꼈다. 자신이 도와주려고 만난 사람들 마음을 비로소, 이해했다.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와서 영국 문화를 체험한, 다문화 가족(저자는 이 말 자체가 구별짓는 낱말이라 한다. 동의한다.)으로, 다시 사람들을 만났다.
 
좋은 구절, 만남, 이야기가 너무 많다. 책벌레 이름을 걸고 추천한다. 꼭 읽어보시라.

(러시아에서 온 첼로 연주자에게)
한국 생활이 어떠냐고 물어봤더니 바쁘다고 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여기서 사는 것은 바쁜데 그게 행복한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고.

엄마, 우린 바구니를 안고 시소를 타고 있는 것 같아.
내 바구니가 무거워서 엄마한테 그 안에 있는 물건을 던지면 엄마 게 무거워지고,
그러면 또 엄마는 나한테 그걸 던져서 내 게 무거워지고……"

특히, 저자는 이야기의 힘을 믿는다. 나도 아이들 이야기를 좋아해서 글을 쓴다.
"네 이야기를 써. 네가 지금 쓰는 글은 나중의 네게 선물이야!" 한다.
→ 우리는 이야기를 하러 간 거지, 수업을 하러 간 게 아니었다. 이야기는 하다 보면 얼마든지 새로운 길로 가기도 하고, 한 곳에 깊게 머물기도 한다. 미리 준비한 질문은 진행자가 참고만 하면 된다. 질문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편안하고 안전한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이고, 진행자 없이도 아이들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토론 수업, 토론 강의할 때마다 내가 강조하는 말과 같다.)
→ (비전향 장기수 김석형을 만나 구술한 이야기를 말하며~)
구술사의 고전 <과거의 목소리>에서 톰프슨이 구술에는 ‘치유적’ 성격이 있다고 말한 것은, 말하는 과정에서 억눌러 놓았던 특정 기억들을 해방시키고 비로소 자신의 삶을 온전히 통합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 후회하는 것, 고통스러웠던 것, 증오했던 것, 그리운 것들이 마음결 구석구석에서 기어 나와 말로 표현되는 순간, 그 기억은 더 이상 사람을 지배하지 않게 된다. 듣는 사람의 역할은 단지 조용히 있어 주는 것뿐이다.
(글쓰기 연수할 때 늘 하는 말과 같다.)
→ “많은 이야기들이 그 순간 끝나 버리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또 다른 공간과 시간에서 누군가와 연결되어 새로운 이야기가 된다. 매일 경험하는 짧은 이야기들은 우리가 평생 살면서 만들어 내는 긴 이야기의 일부라는 생각이 든다. ~ 사는 게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니 뭔가 새롭게 시작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저 아래 깊은 곳에서 용기가 자라는 것 같다.”

 

코로나 19 대응에 대해 사람들이 두 가지 태도를 보인다. 조심하거나 무시하거나. 우리나라는 조심하는 편이다. 다닌 곳을 확인하기 위해 핸드폰 위치추적을 해도 반발하지 않는다. 개인정보를 빼간다고 보는 시선보다 코로나를 막는다는 생각이 크다. 코로나 확진자가 생기면, 다닌 곳을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CCTV를 설치해달라고 민원을 넣고, 공공와이파이 인프라를 확대하려 한다. 개인정보가 함부로 유통되는 위험보다 편리함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리나라와 반대 시각을 가진 곳도 많다. 다수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소수의 개인정보를 확인하면 안 된다고 한다. 심지어 버젓이 마스크를 거부하는 곳도 있다. 개인의 자유를 위해 전국민 집단면역을 시도하기도 한다. 그들은 개인의 자유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리는 그들을 미련하다 하고, 그들 역시 우리를 똑같이 본다. 서로에 대해 말도 안 된다고 무시해봐야 소용없다. 학생들은 지금 결정한 결과를 살아내야 한다. 학생들과 함께 토론하면 어떨까?

양날의 검

2013년 미국 텍사스주의 존 제이 고등학교는 무선 인식 시스템을 도입했다. 출석 체크, 매점 이용, 특별 행사 입장권, 도서 대출이 가능한 전자학생증을 발급했다. 전자칩이 내장된 전자학생증을 쓰면 여러모로 편리하다. 그런데 앤드리아 에르난데스는 전자학생증을 거부했다. 이로 인해 정학을 받자 앤드리아의 부모님이 학교를 고소했다. 학교는 전자칩을 뺀 학생증을 제안했다. 앤드리아는 미지의 시선이 자신을 뒤쫓는다고 생각해서 이마저 거부했다. 재판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까? 여러분이 판사라면 어떻게 결정할까?

과거에는 학생증을 거부하는 사람이 없었다. 대부분 비슷하게 선택했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도 쉬웠다. 선과 악 사이의 결정, 지혜로움과 무지함 사이의 단순한 결정이 많았다. 지금은 다르다. 시간이 흐를수록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렵다. 선과 악 중 하나를 고르는 선택이 아니라 견해들 사이에서 하나를 골라야 한다. 이렇게 선택하면 저쪽에서 반대하고, 저쪽을 고르면 이쪽의 반박을 받는다. 고민하기 싫어 문제를 놓아버리면 다른 사람의 결정에 끌려다녀야 한다.

기술을 선택하면 인간다움이 흔들린다. CCTV를 많이 설치하면 범죄가 줄어들지만 사생활이 침해를 받는다. 인형에 부착된 마이크가 도청기로 이용될 수도 있다. 소셜 미디어가 관계를 이어주고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지만 사이버 폭력에 노출될 위험도 있다. 쇼핑하면서 남긴 정보도 기업이나 해커에게 이용당한다. 조심해야 할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할까?

내 휴대폰 속의 슈퍼스파이139쪽으로 짧고 재미있다. 이미지를 알맞게 넣어 학생들이 편안하게 생각하겠다. 쉽게 접근하면서도 지금 우리가 당면한 문제, 학생들이 점점 심각하게 부딪칠 문제를 담았다. 학생들은 스마트한 만큼 오싹해진다는 부제를 살아내야 한다. 함께 토론하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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