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유 (이향규 지음, 284쪽)

#올해의_책이_또_하나_생겼다.
#세상에_이렇게_좋은_책이_있다니~!

작가의 삶이 다큐멘터리다.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글이 좋다.

저자는 탈북 청소년을 지원하고, 다문화 청소년과 결혼 이주 여성을 돕는 연구원이었다. 주류 한국인으로 비주류 사람들을 도와주며 그들의 마음을 읽었다. 공감했고 곁을 지켰다. 영국 남자와 결혼했고 자녀를 낳았다. 그래서 ‘다문화 가정’이 되었다. 다문화 가정을 연구하다가 다문화 가정이 되면서 시각이 달라졌다. 평범한 낱말 하나, 표현 하나에서 차별과 무시를 느꼈다.
그리고 남편을 따라 영국으로 이사했다.
문화가 다른 나라, 몸짓을 이해하기 어려운 나라에서 이주민으로 살았다. 외로웠고 외로웠지만 마음을 나눌 사람이 없었다. 뿌리내리지 못한 나무가 얼마나 살기 어려운지 느꼈다. 자신이 도와주려고 만난 사람들 마음을 비로소, 이해했다.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와서 영국 문화를 체험한, 다문화 가족(저자는 이 말 자체가 구별짓는 낱말이라 한다. 동의한다.)으로, 다시 사람들을 만났다.
 
좋은 구절, 만남, 이야기가 너무 많다. 책벌레 이름을 걸고 추천한다. 꼭 읽어보시라.

(러시아에서 온 첼로 연주자에게)
한국 생활이 어떠냐고 물어봤더니 바쁘다고 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여기서 사는 것은 바쁜데 그게 행복한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고.

엄마, 우린 바구니를 안고 시소를 타고 있는 것 같아.
내 바구니가 무거워서 엄마한테 그 안에 있는 물건을 던지면 엄마 게 무거워지고,
그러면 또 엄마는 나한테 그걸 던져서 내 게 무거워지고……"

특히, 저자는 이야기의 힘을 믿는다. 나도 아이들 이야기를 좋아해서 글을 쓴다.
"네 이야기를 써. 네가 지금 쓰는 글은 나중의 네게 선물이야!" 한다.
→ 우리는 이야기를 하러 간 거지, 수업을 하러 간 게 아니었다. 이야기는 하다 보면 얼마든지 새로운 길로 가기도 하고, 한 곳에 깊게 머물기도 한다. 미리 준비한 질문은 진행자가 참고만 하면 된다. 질문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편안하고 안전한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이고, 진행자 없이도 아이들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토론 수업, 토론 강의할 때마다 내가 강조하는 말과 같다.)
→ (비전향 장기수 김석형을 만나 구술한 이야기를 말하며~)
구술사의 고전 <과거의 목소리>에서 톰프슨이 구술에는 ‘치유적’ 성격이 있다고 말한 것은, 말하는 과정에서 억눌러 놓았던 특정 기억들을 해방시키고 비로소 자신의 삶을 온전히 통합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 후회하는 것, 고통스러웠던 것, 증오했던 것, 그리운 것들이 마음결 구석구석에서 기어 나와 말로 표현되는 순간, 그 기억은 더 이상 사람을 지배하지 않게 된다. 듣는 사람의 역할은 단지 조용히 있어 주는 것뿐이다.
(글쓰기 연수할 때 늘 하는 말과 같다.)
→ “많은 이야기들이 그 순간 끝나 버리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또 다른 공간과 시간에서 누군가와 연결되어 새로운 이야기가 된다. 매일 경험하는 짧은 이야기들은 우리가 평생 살면서 만들어 내는 긴 이야기의 일부라는 생각이 든다. ~ 사는 게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니 뭔가 새롭게 시작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저 아래 깊은 곳에서 용기가 자라는 것 같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