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벽에 쓴 낙서 (줄리아 월튼, 310쪽) / 중 2학년 이상
지난해부터 양철북 출판사에서 청소년 문학 책을 내기 시작했다. 첫 번째 『그리고 바람이 불었다』는 아버지를 칼로 찌른 소녀 이야기, 두 번째 『기차를 기다리는 소년』은 기차 역에서 오지 않는 아빠를 기다리는 소년 이야기, 『화장실 벽에 쓴 낙서』는 조현병을 앓는 소년 이야기다. 『화장실 벽에 쓴 낙서』와 『그리고 바람이 불었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썼다. 처음 두 책은 스페인에서 인정받았고, 『화장실 벽에 쓴 낙서』는 미국도서관협회 최고의 청소년 소설로 선정되었다.
조현병 환자가 큰 사고를 일으켰다는 소식이 가끔 들린다. 조용히 지내는 환자 이야기는 뉴스에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조현병 환자가 모두 정신병자라고 생각한다. 애덤은 조현병 환자다. 환상을 보고 환청을 듣는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진 않지만, 이상행동을 해서 놀라게 한다. 그래서 상담하며 임상 시험약을 먹는다.
책은 상담 과정을 기록한 내용으로 이루어졌다. 조현병을 앓는 애덤이 주인공이지만, 내용은 청소년들의 관계를 다룬다. 친구 관계, 이성 교재, 부모와의 관계로 고민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조현병의 특징이 조금씩 드러나는 것 외에는 '괜찮은 청소년 문학 작품'으로 봐도 된다. 애덤이 자신의 병에 대해 고민하며, 조현병 때문에 친구 관계를 의식해야 하는 과정이 드러나서 더 흥미롭다. 전개 방식과 문체도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담담하게 표현하되, 문장이 짧아서 좋다.
애덤이 자기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저자가 조현병을 설명한다.
→ 자기 자신을 믿을 수 없다는 건 아주 기이한 현실이에요.딛거나 기댈 것이 없죠.
→ 혼자 있어도 결코 혼자라고 느낄 수 없는 심정을요.
양철북 청소년 문학은 우리나라에서 잘 다루지 않은 주제를 다룬다. 아빠를 칼로 찌른 딸, 조현병을 앓는 아들, 돌아오지 않는 아빠를 기다리는 이야기로는 책이 많이 팔릴 것 같지 않다. 그래도 참 좋은 책이다. 진지하게 토론하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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