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하기 전에 질문을 만듭니다만,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 만든 게 아니라서 질문 내용이 짧습니다.
실제로 토론할 때는 내용을 덧붙에 묻습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서 그냥 올립니다.
도움이 되었다면 짧은 댓글이라도...

1.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을 소개해보자.

2. 주인공은 왜 노인이고 소년일까?
1)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 대신 젊은이가 고기를 잡는 이야기로 바꾸면 어떤 내용이 될까?

2) <소년과 바다>에서 소년 대신 노인이 고기를 잡는 이야기로 바꾸면 어떤 내용이 될까?

3) <소년과 바다>에서 아빠가 없다면 이야기가 어떻게 바뀔까?

4) <노인과 바다>에서 소년이 없다면 이야기가 어떻게 바뀔까?

5) 노인이 물고기를 온전한 상태로 가져온다면 어떨까?

6) 소년이 물고기 뼈만 가지고 돌아온다면 어떨까?

7)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 <소년과 바다>에서 소년이 주인공인 까닭을 찾아보자.

3. 노인과 소년의 장점과 단점을 찾아보자.

 

노인

소년

장점

 

 

 

 

 

 

 

 

 

노인

소년

단점

 

 

 

 

 

 

 

 

4. 상처

1) 노인은 어떤 상처를 갖고 있을까?

2) 소년은 어떤 상처를 갖고 있을까?

3) 노인은 왜 혼자 고기를 잡았을까?

4) 소년에게는 왜 친구가 없었을까?

5) 노인이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6) 소년이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5. 상징

1) <노인과 바다>에서 상징을 띤 소재나 이야기를 찾고 의미를 알아보자.
(, , 사자, 낚시, 84일 동안 고기를 잡지 못하는 것, 잡아야 할 고기……)

2) <소년과 바다>에서 상징을 띤 소재나 이야기를 찾아보자. - (작은 배, 큰 배)

3) 새가 두 책에서 다른 이미지로 등장하는 까닭을 찾아보자.
- 노인과 바다 30: 새는 우리보다 더 고달픈 삶을 살고 있지. 도둑갈매기나 크고 강한 새들을 빼곤 말이야. 바다가 그토록 잔인할 수 있는데 어쩌자고 더 제비갈매기처럼 가냘프고 여린 새들을 창조했담?

- 노인과 바다 34: 노인은 새가 맴돌고 있는 곳을 향해 천천히, 꾸준하게 노를 저어갔다. ~ 새는 다시 한 번 날개를 비스듬히 젖힌 채 수면을 향해 급강하했다. 그러고는 날개를 거칠게 퍼덕이며 날치를 향해 달려들었지만 헛수고였다.

6. 두 책의 주제를 찾아보자.

7. 참고구절
1) 소년시절에 가봤던 아프리카의 꿈(26) : 그는 폭풍우 치는 꿈은 더 이상 꾸지 않았다. 여자나 큰 사건도, 커다란 물고기도, 싸움이나 힘겨루기 대회도, 그리고 아내도 더 이상 꿈에 나타나지 않았다. 오직 이런저런 장소들과, 해변을 어슬렁거리는 사자들 꿈만 꾸었다. 사자들은 황혼 속에서 새끼 고양이들처럼 장난을 쳤다.

2) 놈이 왜 뛰어올랐는지 궁금하군, 노인은 생각했다. 마치 자기가 얼마나 큰지 보여주려고 뛰어오른 것 같기도 했다. 어쨌든 이제 놈의 크기를 알았어. 노인은 생각했다. 나도 놈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하지만 그러면 쥐가 난 손을 놈한테 들키겠지. 놈이 나를 실제의 나보다 더 강한 존재로 생각하게 내버려두자. 아니, 난 그렇게 더 강해지고 말겠어. 차라리 내가 저 물고기라면 좋겠군. 노인은 생각했다. 놈의 이 모든 힘에 맞서고 있는 게 그저 내 의지와 머리밖에 없는 형편이니 말이야. (66-67)

3) “그렇지만 난 놈을 죽이고 말 거야. ” 노인은 말했다. “위대함과 영광의 절정에 있는 저놈을.”
그게 부당한 짓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어. 노인은 생각했다. 나는 인간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또 얼마나 견뎌낼 수 있는지 놈에게 보여주고 말겠어. (68-69)

4) “물고기야, 아직도 지치지 않았다면, 너도 아주 이상한 놈임에 틀림없다.”(70)

5) “그 애가 곁에 있으면 좋으련만.”(52) / “그 애가 있으면 좋을 텐데.”(53) /
그 애가 곁에 있다면 줄 뭉치에 물을 뿌려 적셔줄 덴데, 노인은 생각했다. 그래, 그 애가 곁에 있다면, 그 애가 곁에 있기만 하다면.(86)

6) 노인은 모든 고통과 마지막 남은 힘과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먼 옛날의 자존심을 전부 끌어모아 물고기의 고통과 맞서게 했다. 물고기는 다가오며 옆으로 뒤집어졌다. (97)

7) 물고기의 일부가 뜯겨나가자 노인은 물고기를 더는 쳐다보기 싫었다. 물고기가 물어 뜯겼을 때 노인은 마치 자기 자신이 물어뜯긴 것처럼 느꼈다.(107)

8)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어.” 노인은 말했다. “사람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언정 패배하진 않아.” (108)

9) “제가 잡은 그까짓 건 지옥에나 가라고 하세요.” 소년은 이렇게 말하고 다시 울기 시작했다. (129)

<소년과 바다>에서 배와 관련된 구절

- 9 : 물이 새는 배 이야기부터 들려주겠다. 모든 일이 바로 그 배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 10 : 초라한 우리 집이 눈으로 들어오는 순간, 지난 몇 달 동안 내가 두려워하던 일이 결국 일어나고야 말았다는 것을 안다. 우리 배 메리 로즈 호가 가라앉아 보였다. 로즈 호는 선실 꼭대기만 겨우 드러나 있고, 번들거리는 기름이 수면 위에 피처럼 번져 있다. 어찌나 불쌍해 보이는지 내 가슴이 다 아프다. 가라앉은 배는 비참하기 짝이 없다.

- 12 : 아빠는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다시 한숨을 내쉰다. “, 배를 끌어 올릴 수는 있겠지. 하지만 그래 봤자 다시 가라앉을 거야. 그냥 놔두는 게 상책이야.” “배를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어.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 17 : “물이 안 스며드는 배가 좋은 배야.” 그렇게 말했던 아빠였는데, 지금은 메리 로즈 호가 가라앉았건 말건 신경도 쓰지 않는다. 이제 배를 끌어 올리는 건 전적으로 나한테 달린 일이다.

- 37 : “~고치지 못할 건 없다. 메리 로즈 호를 새 것처럼 고치지 못할 이유가 없겠어.” 나는 할아버지 말에 너무 신이 나서 아빠한테 얘기해 주려고 곧장 집으로 달려간다. 아빠가 지금 당장은 신경 쓰지 않겠지만 언젠가는……

- 41 : “물에 잠긴 건 네 잘못이 아니야.” 로즈에게 꼭 알려주고 싶었던 말이다.

- 44 :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다. 경찰이라든가 변호사가 범죄 따위를 해결하는 쇼인데 끝에 가면 무슨 문제든지 전부 해결된다. 세상 일이 정말로 저렇게 술술 풀려 준다면 얼마나 끝내줄까? 만약 내가 배를 끌어 올리면, 아빠가 술을 딱 끊고 새로운 모습으로 싹 바뀐다든가 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 준다면 말이다.

- 58 : 전처럼 심하게 물이 새어 들어가서 다시 가라앉아 버리면 어쩌나 걱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나는 계속 로즈 호를 고쳐 주려고 하고 로즈 호는 계속 가라앉으려고 한다.

엄마의 세 가지 규칙 1. 똑똑하게 생각하라. 2. 진실을 말해라. 3. 절대 포기하지 마라.

그게 꽁꽁 얼어붙은 거다. 그때 문득 떠오른 생각이,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아빠한테 일어났던 일이 바로 그거라는 거다. 아빠는 이제 더는 다랑어잡이 보트에서는 얼어붙지 않으면서, 텔레비전 소파에나 얼어붙어 있다. 더할 수 없이 비참한 상태로 소파에서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 우리 아빠.(168)

엄마가 오랫동안 아주 많이 아팠기 때문에 우리는 앞으로 닥칠 일을 다 알고 있었다. 그래서라도 각오가 되어 있어야 했는데, 그렇게 말처럼 되지 않았다.일어날 일을 안다고 해서 마음의 준비가 더 쉽게 되는 건 아니다. (177-178)

무명의 시인

그대는 아무 상처도 가지지 않았는가?
숨겨진 상처가 발에도, 옆구리에도, 손에도 없는가?
그대가 땅을 울릴 정도로 크게 노래하며
사람들이 그대를
찬란히 떠오르는 별이라고 칭송하지만
그대는 상처를 가지고 있는가?
……
정녕 그대는 상처도, 흔적도 가지지 않았는가?
나를 따르는 자들의 발은 찔린 상처투성이건만
그대의 발은 온전하니
아무 상처 없고, 아무 흔적 없는 것은
멀리서 나를 쫓았기 때문일까?

 

수요일의 전쟁, 좀 길지만 기가 막힌 책입니다. 저는 수요일의 전쟁을 읽으며 열 번 정도 낄낄거리고 다섯 번 정도 눈물을 글썽입니다. 책 좋아하는 자녀 둘도 몇 번씩 울고 웃습니다. 누구나 이렇지는 않습니다. 책과 친하지 않은 선생님 몇 분께 추천했더니 한두 번 웃었지만 그걸로 끝이었다고 합니다. 수요일의 전쟁은 책벌레를 위한 책입니다. 책벌레들을 웃기고 울립니다. 2년 반 동안 1주일에 한 번씩 만난 독서반 아이들이 뽑은 최고의 책 5위에 듭니다.

저는 토론할 때 발문지를 만듭니다. 발문이 토론에 주는 영향을 압니다. 수요일의 전쟁을 나눌 때는 작가가 책을 쓴 까닭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질문을 준비했습니다. 주인공 홀링 후드후드는 수요일마다 돌봐줄 사람이 없어 선생님과 단둘이서 세익스피어 작품을 읽습니다. 세익스피어라니! 처음에는 끔찍한 고문으로 생각했지만 점점 세익스피어에 빠져듭니다. 작품에 나오는 욕을 배워 써먹고 세익스피어 작품으로 연극을 합니다. 저자는 홀링이 겪는 상황 곳곳에 세익스피어 작품을 녹여냅니다. 솜씨가 기가 막힙니다.

게리 슈미트는 영어과 교수입니다. 대학생들과 세익스피어 작품을 나누겠죠! 학생들이 세익스피어를 읽을까요? 깊이가 얼마나 될까요? 언젠가 <완득이>를 읽고 웃지 않는 고등학생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완득이를 교과서와 문제집처럼 읽으면 재미가 없습니다. 웃지 않지요. 우리나라 고전 50선이나 ○○대학 선정 도서 100권을 다 읽어도 저자가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모릅니다. 게리 슈미트도 이런 일을 겪지 않았을까요? 영어과에 입학한 대학생이 햄릿, 로미오와 줄리엣을 귀가 따갑도록 들었지만 스스로 읽지 않은 건 아닐까요? 그래서 세익스피어 작품이 곳곳에 녹아든 책을 쓴 건 아닐까요? 독서반 아이들은 게리 슈미트가 책 안 읽는 입학생을 위해 세익스피어 작품이 얼마나 재미난지 보여주려고 책을 썼다고 합니다. 그러나 정작 아이들은 책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합니다. 재미로 읽고, 자기가 관심 두는 내용만 찾습니다. 다른 책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토론을 해도 늘 아는 이야기만 하고, 말꼬투리 잡고 이기려고만 합니다. 그러면 배우지 못합니다. 그래서 발문을 준비해야 합니다.

책을 읽어도 발문이 생각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아이들 말을 들으면서 토론거리를 찾습니다. 수요일의 전쟁도 첫 시간에 게리 슈미트가 책을 쓴 의도를 찾는 도중에 , 책 내용을 이야기하며 독서감상문 쓰는 방법을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섯 종류 질문을 만들어 두 번째 시간 내내 나누었습니다.

홀링이 겪은 일은 모두 작가의 경험에서 나왔습니다. “만약 우리가 책을 쓴다면 어떤 경험을 포함시키고 싶을까?” 가족과, 친구와, 혼자 겪은 일을 말합니다. 유치원 때, 몇 년 전에, 올해 겪은 일도 말합니다. 홀링이 겪은 일을 보면서 작가에게 소중한 기억을 생각하고 내게 아름다운 순간을 떠올립니다. “우리가 나눈 이야기를 독서감상문에 쓰면 어떨까? 홀링이 겪은 일과 저자를 연결하고 내 기억을 글로 표현하면 좋은 독서감상문일까?” 하니 그렇다고 합니다.

아빠와 누나는 격렬하게 대립한다. 누구 편을 들고 싶은가? 가장 마음에 드는 선생님은 누구인가? 여러분이 겪은 선생님과 견주어 보자.” 내용을 이야기한 뒤에 우리는 등장인물과 사건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했다. 이걸 쓰면 된다. 독서감상문엔 인물과 사건에 대한 자기 생각을 쓴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가장 마음에 드는 문장을 물어보니 여러 아이들이 베이커 선생님은 나를 보았다. 나는 알았다. 선생님이 혼자 있으려고 나를 교장실로 보내지 않으리라는 것을. 함께 촛불을 켠 사람을 떠나보내는 일은 없는 법이다.(350)”를 뽑았습니다. “독서감상문에 좋은 문장, 감동을 주는 부분을 써도 될까?” 하니 좋다고 합니다.

선생님이 홀링에게 <로미오와 줄리엣>을 읽고 독서감상문을 써오라고 합니다. 그때 홀링은 여자친구에게 배신을 당한 뒤라 이렇게 씁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세익스피어가 인간다움에 대해 말하고자 했던 것은,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 없다는 것이다. ~ 만약 줄리엣을 만나지 않았다면 로미오는 아무 탈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저주 받은 운명 때문에 로미오는 줄리엣을 만났으며, 줄리엣이 온갖 계획을 서슴없이 털어놓는 바람에 로미오는 결국 독약을 마시고 죽어가게 되었다. 여기에서 우리는 인생의 중요한 교훈을 얻게 된다.(229)”

며칠 뒤에 배신이 오해였음을 알고 홀링은 독서감상문을 다시 씁니다. “세익스피어가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인간다움에 대해 말하고자 했던 것은, 동시에 두 가지를 좋아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몬태규 가문도 좋아하고 줄리엣도 좋아하기는 힘들다. ~ 만약 로미오와 줄리엣이 아예 만나지 않았다면, 아마 두 사람은 아직도 살아있을 것이다. 그러나 살아있다 하더라도 그 삶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하는 것이 세익스피어가 우리에게 던진 질문이다.(231-232)”

홀링은 독서감상문 내용을 왜 이렇게 바꾸었나? 이 질문을 통해 볼 때 좋은 독서감상문은 어떻게 쓰는 걸까?” 물었습니다. 홀링이 겪은 일이 독서감상문 내용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나 같은 내용을 써내는 정답이 아니라 자기 마음을 쏟아낸 글입니다. 아이들에게 독서감상문은 줄거리가 아니라 자신을 써야한다고 계속 말해도 바뀌지 않았는데 독서토론을 하면서 독서감상문을 배운 뒤에는 글이 바뀝니다. 독서감상문을 쓰는 것도 과정을 겪어내야 한다고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교육을 가르침으로 생각합니다. 잘 가르치는 좋은 선생을 찾아다닙니다. 좋은 문제집 찾으면, 좋은 강사 만나면, 좋은 방법을 알면 아이가 잘 배운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는 맞지만 교육은 가르침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가르침과 배움은 다릅니다. 엉터리로 가르쳐도 배우는 아이가 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지점에서도 아이들은 배웁니다. 잘 가르쳐야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배우는 아이들입니다. 아이를 알아야 합니다.

저는 시를 잘 쓰는 아이를 여럿 만났습니다. 아이들과 나눈 방법을 선생님들께 알려드렸습니다. 한분이 제가 알려준 방법 그대로 시 수업을 하고는 영상으로 찍었습니다. 영상에서 선생님은 제가 보여준 시를 보여주고, 제가 한 활동을 그대로 합니다. 그런데 아이들 반응이 선생님 기대와 다릅니다. 아이들 반응에 따라 질문을 바꾸고 대응해야 하는데 계속 제 방법을 따라갔습니다. 수업 끝나고 선생님이 내가 원하는 목표를 향해 가다가 아이들 반응을 놓쳤다고 합니다. 제가 만든 발문지 그대로 가져다가 다른 아이들과 토론하면 전혀 다른 반응이 나옵니다.

시를 가르치건, 독서토론을 하건, 무엇을 가르치던지 좋은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그렇지만 방법만을 매뉴얼로 내세우다가 아이를 놓치면 안 됩니다. 아이 수준에 따라, 반응에 따라, 준비도에 따라, 관심에 따라 방향이 달라집니다. 2년 동안 독서모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독서모임을 하려면 좋은 책을 골라야 합니다. 발문을 잘 해야 합니다. 글쓰기 지도도 해야 하고 쓴 글을 고쳐주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아이들입니다. 아이가 가장 중요합니다. 아이 눈을 바라보세요. 눈을 보고 말하세요. 아이 눈을 반짝이게 하는 걸 찾으세요. ‘이건 중요하다. 네가 꼭 알아야 한다고 선생님 눈빛을 반짝여도 아이가 그게 뭐가 중요해요?’하면 방향을 바꾸세요. 아이에게 맞추세요. 제 글을 읽는 여러분 모두 아이들과 책을 나누며 함께 배우는 즐거움을 누리기 바랍니다.

글 쓰다 보니 수요일의 전쟁, 또 읽고 싶어집니다. ~ 이 맛을 알면 여러분도 책벌레입니다.

 

2015년부터 수원의 사립학교(이하 도시학교)와 독서캠프를 같이 했다. 도시 학교 아이들이 삼척에 와서 12일 동안 독서 캠프에 참여했다. 물놀이, 요리하기 같은 활동은 하지 않았다. 대상도서를 정하고 첫 날 9시까지 내용을 알아보는 활동을 했다. 둘째 날에는 토론하고 글을 썼다. 몇 년 동안 비슷하게 캠프를 운영했다.

미로초등학교에서 독서 캠프를 계획하며 도시 아이들이 할아버지와 할머니 이야기를 듣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골 아이들은 할아버지, 할머니 가까이 살지만 그분들의 삶은 잘 모른다. 무엇보다 아이들을 보기 어려운 시골에서 아이들이 찾아가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좋아하실 것 같았다. 그래서 독서 캠프 둘째 날에 미션 책 놀이를 했다. 미션 책 놀이는 주어진 미션을 순서대로 실행하는 수업이다.

41모둠이 아래의 미션을 차례대로 실행했다. 미션 1~5까지 내용을 A5에 컬러로 인쇄했다. 미션 1을 성공하면 미션 2를 보여주었다. 이전에 했던 미션 책 놀이는 빠른 시간에 먼저 끝내기로 활동했지만 이번 미션은 시간 제한을 두지 않았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이야기를 충분히 들으라는 뜻이었다.

미션 1.

학교 주위 밭에서

곡식 사진을 찍고,

도서관에 와서

그 곡식이 나오는 책을 찾아온다.

미션 2. 보물 지도를 학교 옆 냇가에 감춰놓았다. 한 모둠에 하나씩 찾고, 아래 3가지 중에 하나를 실행하고 도서관으로 돌아온다.
1) 물수제비 다섯 번 이상 성공하는 영상 찍기
2) 돌을 12개 이상 쌓은 돌탑 사진 찍기
3) 길게 자란 풀을 뜯어 두 사람이 긴줄넘기 돌리고 한 사람이 두 번 또는 두 사람이 함께 한 번 뛰어넘는 영상 찍기

미션 3. 미션 2에서 찾은 보물 지도에는 책 표지 사진과 숫자 7개를 써놓았다. 12314, 35121, 45619, 78210, 90107, 121712, 561314 숫자를 아래처럼 해석하면 웃는 얼굴로 박수가 된다. 진행자에게 웃는 얼굴로 박수를 치면 미션 성공이다.
12314 : 123번째 줄 14번째 글씨
35121 : 3512번째 줄 첫 번째 글씨
45619 : 456번째 줄 19번째 글씨 -
78210 : 782번째 줄 10번째 글씨 -
90107 : 9010번째 줄 7번째 글씨 -
121712 : 1217번째 줄 12번째 글씨 (121712번째 가능)
561314 : 5613번째 줄 14번째 글씨
1) 천국의 이야기꾼 권정생 : 79315, 19163, 159521, 24103, 210161, 31514, 61133
2) 루이 브라이 ~ 10) 우리 겨레 수학 이야기

미션 4. 앞서 사용한 책을 갖다 놓고 동네 할아버지나 할머니께 읽어드릴 그림책을 한 권 찾고, 그분들에게 여쭤보고 싶은 질문 두 개를 정해라. 질문을 선생님께 보여드리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찾아간다. 책을 읽어드리고, 준비한 질문에 대답을 듣고, 소감을 여쭤본다.
1) 초등학교 다닐 때 이야기를 하나 해주세요.
2)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기쁠 때가 언제였는지 알려주세요.
3)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가 언제였는지 알려주세요.
4) 질문 만들기
5) 질문 만들기

미션 5. 할아버지와 할머니께 들은 내용을 소개하고 글을 써보자.
미션 책 놀이를 하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미션 1 학교 주위에 어떤 곡식이 자라는지 미리 확인한다. 독서캠프를 한 7월에는 콩, 옥수수, , 참깨, 들깨, 당근, 고구마, 호박 등이 자란다.
미션 3 도서관에 있는 책을 열 권 고른다. <웃는 얼굴로 박수>처럼 일곱 글자로 된 명령을 정한다. 고른 책 한 권에서 ’, ‘’, ‘’, ‘’, ‘’, ‘’, ‘를 찾아 번호로 표시한다.
미션 2 미션 3의 책 표지를 인쇄(A5 크기)하고 위쪽에 숫자(미션 3에서 찾은 숫자)를 쓴다.
미션 4 질문지를 준비한다. 1~3번 질문은 미리 인쇄하고, 4~5번은 아이들이 질문을 정해서 쓰게 한다. 아이들이 만든 질문이 할아버지, 할머니가 대답할 만한 내용인지 교사가 확인해야 한다. 질문을 확인하면 아이들을 마을로 보낸다. 미로 지역은 인심이 좋고 어른들이 아이들을 좋아한다. 아이들이 찾아간다고 알리지 않아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래도 미리 알려드리고 가면 좋다.

4명씩 9개 모둠이 준비한 책과 질문을 가지고 할아버지, 할머니를 찾아갔다. 몇 분은 미리 연락을 드렸지만 덜컥 찾아가 만난 분도 있다. 그래도 아이들을 반갑게 맞아주셨다. 보릿고개 넘기느라, 멀리 나무하러 가느라, 일본군에게 쫓기느라 고생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일만 하느라 한글을 읽지 못하는 친구들이 할머니가 되도록 눈치껏 살아온 이야기, 지금도 일본말을 안다는 이야기뿐만 아니라 친구와 놀고, 수학경시대회 나가고, 노래 배우며 즐거웠던 어린 시절 이야기도 해주셨다. 할아버지, 할머니도 아이였을 때가 있구나 느낀 시간이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이야기 들은 시간이 좋은 책을 읽는 것보다 더 마음에 남는다.

000(미로초 4학년
  할머니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첫 번째 질문으로 초등학교 다닐 때 무얼 하셨느냐고 질문했다. 초등학교 다니고 싶은데 집안일이 너무 많아 다 하고서야 학교에 갈 수 있으셨다고 한다. 그거 하나 질문했을 뿐인데 할머니 눈이 촉촉해지셨다. 어릴 때 생각이 많이 나셨나 보다. 다음 질문에도 목소리가 많이 떨리셨는데 눈도 더 축축해지셨다. 애경슈퍼 할머니 이야기를 들으니 우리 할머니가 기억이 난다. 할머니는 내가 1학년 때 돌아가셨다. 그때 할머니한테 많이 물어봐드릴 걸 그랬나 보다. 어제도 오늘도 난 왜 이렇게 생각이 많아지는 것일까? 오늘은 우리 할머니가 많이 생각난 하루였다.

  도서관에 돌아와서 아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 이야기를 했다. 친할아버지가 씨름을 잘해서 상을 탔다는 걸 처음 알았다, 할머니가 간호사였다니 하며 놀란다. 무뚝뚝하던 할아버지가 칭찬 듣고 기뻐하는 어린이였다는 사실을 알았고, 밭에서 일만 하는 할머니가 꿈을 꾸던 소녀였음을 알았다. 나도 한 모둠의 안전지키미로 따라갔는데 할머니 이야기 듣다가 슬퍼서 눈물이 났다. 오래 기억에 남는 수업이다.

<책벌레 선생님의 행복한 책놀이>에 나온 내용을 편집함.

<우물 파는 아이들>은 두 이야기가 번갈아 나옵니다. 1985, 주인공 살바는 갑자기 벌어진 총격전에 쫓겨 학교에서 무작정 숲으로 도망갑니다. 난민캠프를 전전하다 1996년에 미국으로 입양되어 갑니다. 살바가 겪는 이야기 사이에 2008년 수단에 사는 니아라는 아이가 몇 시간이나 걸어 물을 뜨러 가는 이야기가 들어있습니다. 물이 없어 기생충이 가득한 흙탕물을 마시고 사람들이 죽어갑니다. 흙탕물이라도 차지하려고 부족끼리 싸워 또 죽습니다.

아이들과 나누는 두 번째 책입니다. 고려청자 이야기 <사금파리 한조각>을 쓴 한국계 미국인 린다 수 박이 실화를 바탕으로 쓴 책입니다. 저는 당연히 아이들이 두 이야기를 이해할 줄 알았습니다. 색깔도 다르게 인쇄되었고 1995, 2008년이라고 표시가 되어 있습니다. 첫 시간에 몇 아이가 갈색으로 써진 내용은 뭐예요?’ 하고 묻습니다. 아이가 무얼 묻는지 몰랐습니다. 절반 정도 아이가 두 이야기를 연결하지 못합니다. ‘, 읽는 법을 모르는구나!’

첫 시간, 첫 질문으로 책을 읽고 느낀 점을 100자로 써보자고 했습니다. 절반가량은 불쌍하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살바와 니아가 겪은 일을 불쌍하게 봅니다. 초등학생 일기와 독서감상문에도 불쌍하다는 표현이 자주 나옵니다. 안타까운 일을 보면 불쌍하다고 합니다. 다른 표현은 잘 모릅니다. 왜 불쌍하냐 물으니 그냥불쌍하답니다. 내용을 넣어 말해보라 하니 물이 없어 불쌍하다’, ‘힘들어서 불쌍하다합니다. 아이들은 표현을 못합니다. 저는 가슴 먹먹하게 읽었는데 아이들은 불쌍하다로 끝입니다. ‘, 느낌을 모르는구나!’

아이들이 책을 건성건성 봅니다. 대충 내용을 알지만 정확하게는 모릅니다. 적당히 줄거리만 아는 수준으로 책을 읽으니 글을 못 씁니다. ‘랑랑별 때때롱을 할 때는 정답 찾기에서 벗어나려고 내용 확인을 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문제를 냈습니다. 아이들이 책을 어떻게 읽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내용이 짧아서 쉽게 이해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나도 모르는 아이가 둘, 딱 하나만 대답한 아이가 한 명입니다. 나머지 절반은 몇 가지만 압니다. 제대로 읽은 아이는 1/3뿐입니다. 130쪽이 안 되는 짧은 내용인데도 기억이 안 난답니다. ‘, 내용도 모르는구나!’

딩카 족과 누어 족은 서로 싸우고 죽입니다. 싸우는 이유, 싸움이 니아 가족에게 주는 영향이 책에 나와 있습니다. 싸움을 끝낼 방법도 책에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이걸 못 찾습니다. 책 내용을 바탕으로 말하지 않고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지식으로 대답합니다. 정답 찾기를 피하려고 의견을 물어도 책 내용과 상관없는 곳에서 자신이 적당히 아는 상식을 정답으로 말합니다. 아이들에게는 의견이 없습니다. ‘내가 알아요를 계속 외칩니다. ‘, 의견을 말하는 법을 모르는구나!’

책을 대충 읽으면 아무리 많이 읽어도 소용없습니다. 내용을 확인하면서 알려주니 정답을 열심히 적습니다. “이거 왜 적어? 정답 쓴다고 다음에 볼 것도 아니잖아. 책 읽는 태도를 바꾸는 게 더 중요하잖아.” 했더니 다음에는 책을 자세하게 읽겠다고 합니다. 대충 읽으면 안 되겠다고 하고, 평소에 읽던 것과 다르게 읽어야겠다고 합니다. 이 마음이면 충분하겠죠.

지난 독서반 아이들도 처음에는 이랬습니다. 책을 나와 상관 없는 종이 안에 쓰여진 이야기로 읽으면 아무리 많이 읽어도 똑같습니다. 토론도 못하고 글도 못씁니다. 물이 많다면 딩카족과 누어 족은 싸우지 않았을 겁니다. 자원은 희소한데 원하는 사람이 많아서 다툼이 생깁니다. 4학년 사회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이마에 있는 표시가 다르다고 싸웁니다. 왕따 문제입니다. 딩카족과 누어족의 싸움은 약과입니다. 수단은 남북으로 나눠 싸웁니다. 우리나라 남북 관계입니다. 책 안에 쓰여진 내용은 수많은 이야기로 연결 지어 생각을 넓히게 만듭니다. 아이 혼자 이걸 못하기 때문에 독서반에 나오는 겁니다. 부모나 교사가 해줘야 하는 부분입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질문을 쉽게 바꾸었습니다. 책에 나온 이야기를 아이들 삶과 연결 짓도록 준비했습니다. 2명씩 짝을 지어 살바가 겪은 어려움을 10가지 이상 찾게 했습니다. 며칠씩 굶고 물도 못 먹고, 발톱이 빠져도 걸어야 하고, 삼촌이 총살당하고, 악어가 득실대는 강을 건너고…… 살바가 겪은 사실뿐만 아니라 실망감, 배신 당한 아픔도 말합니다. 그 중에 가장 힘든 일 3가지를 고르라고 했습니다. 2명이 의견을 나누어 결정해야 하니 혼자 할 때보다 낫습니다. 2팀은 육체의 고통 중에서, 1팀은 정신의 고통 중에서, 마지막 한 팀은 양쪽에서 골랐네요.

사람은 대부분 자기가 겪은 어려움이 가장 힘들다고 생각한다.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 물으니 여러 대답 중에 한 아이가 내가 직접 겪지 않아서 모르기 때문에 살바가 겪은 일은 그냥 힘들겠구나하는 정도라고 말합니다. 이 대답을 기다렸습니다. “여러분이 겪는 어려움은 어떤 거야?” 물었습니다. 사고 당한 이야기도 하고, 가끔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프다고도 합니다. 제 딸은 아빠가 화낼 때 마음이 힘들다고 합니다. “아빤 화내는 거 아니라고 하지만 저는 화내는 걸로 들려요라고 하네요. 들으며 찔렸습니다. 독서반에 오지 않았다면 들을 기회가 없었을 지도 모릅니다. 여러 아이들 앞에서 제가 힘들게 했다고 말하지만 괜찮았습니다. 감추지 않고 꺼낸다는 건 상처가 깊지 않다는 거니까요. 아직은 아빠가 들어줄 거라는 믿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단에 사는 니아가 겪는 어려움도 찾았습니다. 니아가 지금 우리나라에 와서 산다면 무엇에 감사할지 말해 보라고 하니 금세 찾습니다. 밥을 먹는 것만으로도, 다리 안 아프고 친구 많고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답니다. 신발 신고 다니고, 병원 가깝고, 학교에 가는 것도 좋답니다. 평소에 감사하며 사느냐 물으니 그렇다고 합니다. 저는 아이들이 주어진 것 그냥 누리며 생각 없이 사는 줄 알았는데 아닙니다. 아이들 감사를 들으며 제가 감사했습니다. 아빠가 화내서 힘들다고 말한 딸은 아빠, 엄마가 좋아서 감사하다고 하네요.

책에서 두 아이가 겪은 어려움을 찾으며 내용을 조사합니다. 가장 어려운 두세 가지를 고르며 그게 정말 어렵겠다는 느낌을 가집니다. 내가 겪는 어려움으로 연결하고 감사로도 연결합니다. 내용을 이해하고, 생각하고 느끼며, 내 상황에 적용하니 아이들도 재미있나 봅니다. 찾고 이야기하고 듣고 함께 웃고 즐거워합니다. 두 번째 시간에는 정말 배꼽 빠지게 웃었습니다. 예원이(정라초 5학년)는 의자 아래로 내려가 기어다니며 웃습니다. 행복했습니다.

제가 독서반을 하는 까닭은 글을 쓰기 위해서입니다. 이해하고 입력하기만 하는 독서, 밖으로 내뿜어 표현하지 않는 독서는 한쪽 날개를 잃은 새와 같습니다. 읽으면 생각하고 써야 합니다. 쓰기 힘들어해서 책 내용과 아이들 삶을 연결지어 주었습니다. 한 편을 쓸 만한 힘이 없기 때문에 한 문단만 썼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생각나는 경험이나 책과 연결 지은 뒤에 한 문단 씁니다. 내가 겪는 어려움을 살바가 겪은 어려움과 연결 지어 씁니다. 전쟁이 일어나는 원인을 의견 차이로, 의견이 차이나는 바탕에 자존심이 있다는 이야기로 연결 지어 씁니다. 지금은 책 읽는 법도, 내용도, 느낌도, 이야기하는 잘 모르지만 차근차근 손잡고 끌어주면 됩니다. 지금은 한 문단 쓰기를 하고 있지만 몇 달 뒤에는 독서감상문 한 편을 쓰겠지요. 그때가 기다려집니다.

<우물 파는 아이들>을 마지막으로 나누는 네 번째 시간입니다. 우리가 공부하는 건물 1층에서 월드비전과 함께 하는 아프리카 우물파기 자선까페가 아닐 열렸습니다. 오민섭(삼척초 6)이 일찍 와서 기다리다가 제게 묻습니다. “선생님 자선까페는 뭐 하는 거예요?” “누군가를 돕기 위해 잠시 여는 까페야. 음료수와 음식을 조금 비싸게 팔아서 그걸로 가난한 사람을 돕는 거지. 여기 가는 사람은 누군가를 돕기 위해 기꺼이 비싸게 사먹는 거고.” 하니 그럼 이번에는 누굴 돕는 거예요?” 하네요. “내가 듣기론 아프리카에 우물 파준다고 하던데……하니 우물 파는 아이들에 나온 것처럼 말인가요?” 해서 그렇다고 했습니다.

다음날 교회에서 목사님이 민섭이 이야기를 합니다. 민섭이가 성경을 사려고 용돈을 모으고 있었는데 자선까페 후원함에 23000원을 모두 넣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민섭이 대단하네!’ 하는데 저는 우물 파는 아이들!’을 생각했습니다. 머리에 남는 지식이 아니라 삶과 연결하고 이젠 이웃에게 나눠주기까지 하네요. 민섭이 성경은 내가 사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이 사줬다고 합니다.

사람을 움직이는 책, 살아있는 책을 만나는 아이를 보고 가슴이 뛰었습니다. 책을 지식의 도구로, 자신의 미래를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빛나는 진주 하나를 발견한 마음입니다. 이런 아이를 계속 만나고 싶습니다. 책과 삶을 부지런히 연결시켜주어야겠습니다.

 

독서반 학생들이 아주 좋아했던 책

1. 첫 번째 시간(90분)

1. 책 내용을 요약해보자. (100자 이내)

2. 책을 읽으며 궁금했던 점을 나누어보자. (: 포드가 뭘까?)

 

3. 올더스 헉슬리가 묘사한 멋진 신세계가 어떤 모습인지 알아보자.

1) 출생과정 :

2) 성장과정 :

3) 직장생활(취직) :

4) 남녀관계 :

5) 노화와 죽음 :

6) 기타 :

 

4. 멋진 신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을 계급별로 나눠보자.

4-1) 몇 가지 계급이 있으며, 각 계급은 어떤 특징을 갖고 있나?

4-2) 헉슬리는 멋진 신세계의 특징으로 왜 계급을 만들었을까?

4-3) 여러분이 현대사회를 다스리는 총통이라고 하자. 어떤 기준으로 계급을 나눌까?

4-4) 친구들이 정한 기준에 의하면 각자 자신은 어떤 계급에 속할까?

4-5) 우리나라는 계급사회일까? 만약 계급사회라면 계급 상승의 조건은 무엇인가?

 

5. 신분제도가 사회를 이끌어가던 시대가 있었다. 단점이 많았지만 태어날 때부터 위치와 할 일이 정해져 있어서 고민 없이 받아들이는 게장점이란 사람도 있다. 대학입시로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정해준 대로 일하며 살면 좋다는 초등학생도 있었다. 미래를 미리 정해주는 구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5-1) 누군가 내 인생을 결정해주는 게 좋은가? 자기 스스로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게 좋은가? 그렇게 결정한 이유를 말해보자.

 

6. ‘멋진 신세계는 세익스피어가 쓴 템페스트에 나온 문구이다. 헉슬리는 왜 세익스피어 책에서 제목을 따왔을까?

7. 오늘 나눈 이야기 중에 글로 쓰고 싶은 내용을 요약해보자.

 

2. 두 번째 시간(90분)

1. 소마 : 고대 인도에서 예배 의식 때 쓴 확인되지 않은 식물. 베다인이 식물의 즙을 중요한 제물로 신에게 바침. 줄기를 돌 사이에 넣고 눌러 나온 즙을 양털 직물로 거른 다음 물과 우유를 섞어 마시면 환각을 유발하며 원기를 돋우는 효과가 있음.

1) 멋진 신세계에 사는 사람들은 언제, 어떻게 소마를 이용할까?

2) 소마를 만든 까닭은 무엇 때문일까?

3) 지금 우리가 소마를 사용한다면 어떤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을까?

4) 여러분 각자에게 소마를 사용할 권리를 준다면 사용하겠나? 사용한다면 언제 사용하고 싶나?

5) 현대사회에서 소마 역할을 하는 것이 있을까? 무엇이 있을까? 있다면 그걸 사용해야 할까 저항해야 할까?

 

2. 등장인물 중에 멋진 신세계에 대해 조금이라도 의심을 가진 사람, 멋진 신세계가 정한 질서에 도전하는 사람을 찾아 4위까지 순서를 정해보자. 어떻게 의심하며, 결국 어떻게 되는가?

1) 야만인 존 :

2)

3)

4)

 

3. 멋진 신세계에 사는 사람들은 땀 흘려 대가를 치를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모른다. ‘극복할 수 없는 장애물을 만난 적이 없다. 이렇게 살면 좋을까?

1) 다시는 장애물을 만나고 싶지 않았던 기억이나 장애물이 꼭 있어야 한다고 느낀 경험이 있나?

2) 친구관계, 대학, 취직, 기타 여러분이 원하는 어떤 것을 얻기 위해 장애물을 어느 정도 만나는 게 좋을까?

 

4. “레니나, 당신은 자유로워지고 싶지 않으세요?”
무슨 말을 하시는지 난 모르겠군요. 전 자유로워요. 자유롭게 가장 멋진 시간을 즐기고 있어요. 오늘날에는 모든 사람이 행복해요.” (113-114)

1) 레니나의 말에 여러분은 어떻게 대답해 줄지 적어보자.

2) 언제 자유를 느끼나? 또는 언제 자유를 갈망하나?

3) 진정한 자유란 무엇일까? 레니나처럼 사는 걸까 야만인처럼 사는 걸까? 총통처럼 살면 자유로울까?

 

5. 멋진 신세계에서는 홀로 지내지 못하게 한다. 왜 고독감을 느끼지 못하게 할까? 홀로 있다는 건 무슨 뜻일까?

1) 완전하게 혼자인 사람만이 다른 사람과 완전하게 연결해서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무슨 뜻일까?

2) 여러분은 자신의 내면과 홀로 맞서는 시간을 갖고 있나?

 

3. 세 번째 시간(90분)

1. 문장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1) 전문적 지식은 덕과 행복을 증진시키나 전반적인 지식은 지적 견지에서 볼 때 필요악이다.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철학자들이 아니라 무늬를 도려내는 자들이나 우표수집가들이다. (8)

2) 바로 그것이 행복과 미덕의 비결이야.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좋아한다는 것, 모든 조건반사적 단련이 목표하는 것은 바로 그것이야. 자신들의 피할 수 없는 사회적 숙명을 좋아하도록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 (24)

3) 그 남자는 장애물 골프를 좋아하지 않는다고들 그러던데 // 이 말을 현재 버전으로 바꿔보자. 해당하는 내용이 있을까?

4) 우리의 도서관에는 오직 참고서류밖에 없습니다. 학생들은 기분전환이 필요하면 촉감영화관에 가면 됩니다. 학생들에게 고립적인 오락은 권장하지 않습니다.(206)
 - 우리는 인간들로 하여금 고독을 증오하도록 만들고 있네. 고독을 갖지 못하도록 그들의 생활을 설계하고 있는 걸세. (298)

5) 그렇지만 그것<오셀로>은 안정을 얻기 위해 지불해야 할 희생인 거야. 우리는 행복과 소위 말하는 고도의 예술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해. 우리는 고도의 예술을 희생시킨 셈이지. 대신 촉감영화와 방향 오르간을 제작한 걸세.

6) 행복이란 아주 귀찮은 주인이야. 타인의 행복은 더욱 그렇더군. 사람이 행복을 아무 말없이 받아들이도록 훈련되지 않은 경우에는 진리보다 더 섬기기 어려운 주인이야.

 

2. 존과 멋진 신세계 주민의 차이점을 조그마한 사실까지 모두 찾아보자.

기준

신세계 주민

     
     
     
     
     
     
     

 

3. 16장에 대해 의견을 나누어 보자.

 

4. 멋진 신세계가 추구하는 세계국가의 표어는 공유, 균등, 안정이다. 각각의 목표를 위해 어떻게 하고 있나?

목표

하는 일

공유

 
 

균등

 
 

안정

 
 

 

5. 야만인은 왜 죽었을까?

5-1) 헉슬리는 왜 야만인 존이 자살하는 이야기로 끝을 맺을까?

 

6. 16-17장에서 신세계 국민들은 이해하지 못할 대화를 한다. 대화의 핵심이 무엇일까?

4. 네 번째 시간(90분) : 글을 써보자.

책은 참 좋습니다. 아이들이 읽기만 한다면. 책을 많이 읽으면 더 좋습니다. 제대로 읽기만 한다면. 독서감상문을 쓰면 더더욱 좋습니다. 책 읽고 느낀 게 있다면. 그냥 책을 읽고, 느낌 없이 독서감상문 쓰는 거론 부족합니다.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독서감상문 쓰면서 책 읽기 싫어지고, 책 읽으며 스트레스 받으면 평생독자가 되지 못합니다.

우리나라 독서 환경에서 <아침독서>만큼 크게 영향을 준 운동은 드뭅니다. 다독왕을 뽑고 독서퀴즈 대회를 하고 독서감상문 대회를 오래도록 해도 변화가 없던 독서환경을 단번에 바꾸었습니다. 공부 잘 하는 몇 명만 참가하던 독서퀴즈, 줄거리를 잔뜩 늘어놓는 독서감상문이 주지 못한 즐거움을 아침독서가 주었습니다. 아이들은 그냥 읽고, 즐거워하고, 책을 좋아합니다. 아침독서는 학교 독서환경에 이슬입니다. 아침마다 아이들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줍니다.

아침독서는 시작점입니다. 아침독서가 정착되는 수준을 넘어 책으로 삶을 이야기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합니다. 책 읽고 독서감상문 쓰는 수준을 넘어서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독서토론을 해야 합니다. 독서토론을 하면 말하고 들으며 저절로 배웁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듣고, 다른 사람과 삶을 나눕니다. 합리성을 갖춰 자기를 주장합니다. 독서토론을 하면 글을 쉽게 씁니다. 줄거리를 넘어 깊이 뿌리를 내리는 귀한 기회입니다.

독서토론을 하려면 질문을 준비해야 합니다. 질문을 잘하면 설명하지 않고도 가르칩니다. <사자왕 형제의 모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창비>으로 독서토론을 해봅시다. 주인공 형제는 사자왕 형제라는 별명을 갖고 있습니다. 형 요나탄은 사자처럼 용감하지만 동생 카알은 겁쟁이입니다. 전혀 용감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사자왕 형제로 불립니다. 그래서 별명을 토론 주제로 잡았습니다. 어떻게 질문해야 할까요?

저는 3단계로 질문합니다. 책을 읽지 않아도 대답할 수 있는 가벼운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아이들이 겪은 일을 이야기하며 긴장을 풀고 토론이라는 중압감을 이겨내게 합니다. <배경지식에 관한 발문>이라고 합니다. 1. 가장 듣기 괜찮았던 별명을 소개해주세요. 왜 그 별명이 마음에 드나요? 책 내용을 잘 몰라도 별명 이야기라 편하게 말합니다. 저도 별명을 말하고 아이들도 맞장구를 치며 별명과 관련된 경험을 떠올립니다. 책 내용과 관련된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1-1) 요나탄은 동생 카알 레욘을 스코르빤이라고 부릅니다. 왜 그렇게 부를까요? 1-2) 카알은 형이 불러주는 별명을 어떻게 생각했나요? 1-3) 이 별명 외에 다른 별명은 무엇인가요? 세 질문은 책을 읽어야 답합니다. 독서토론에서 책을 읽고 내용을 파악하는 건 기본입니다.

가장 중요한 질문은 3단계 개인 삶, 사회 현상과 관련된 질문입니다. 1-4) 스코르빤과 사자왕이라는 별명은 카알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1-5) 카알의 별명은 사자왕입니다. 카알은 겁쟁이처럼 행동하며 사자왕에게 어울리는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불러주어야 할까요? 실제로 카알과 함께 지낸다면 어떤 별명을 부르겠습니까? 두 질문은 마지막 질문을 하기 위해 꺼냈습니다. 1-6) 카알은 사자왕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겁쟁이입니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 사자왕처럼 행동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전혀 사자왕처럼 보이지 않는 아이가 사자왕이 될 수 있을까요? 이걸 한 사람의 미래는 현재 드러나 보이는 능력에 달려있다.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 로 바꿔 교차쟁점토론(찬반토론을 일정한 형식에 맞춰 진행하는 토론방식)을 하면 더 재미있습니다.

별명을 말하며 편하게 시작한 이야기가 무엇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하는가?’로 이어집니다. 겁쟁이처럼 보이는 아이라도 사자왕으로 바라보고 기대하며 기다리면 변할 수 있는가를 묻는 질문입니다. 책에서는 겁쟁이 카알도 사자왕이 됩니다. 공부 못하거나 부족한 아이도 사자왕이 됩니다. 정말 그렇다면 부족해 보이고 친구들이 싫어하는 아이를 멀리하지 말아야겠죠. 사자왕이 되리라 기대하고 격려해야겠죠. 실제로 이렇게 행하지는 못하더라도 토론하면서 마음이 바뀝니다. 저자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아이들을 워낙 좋아해서 어른을 이기는 아이 삐삐를 만들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사자왕 형제도 같은 뜻으로 만들어냈다고 봅니다.

어린이용 책으로 청소년, 어른도 독서토론을 하면서 깊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나비를 쫓는 아버지(현덕, 효리원)’는 그림책이지만 어른들이 울면서 토론하게 만듭니다. 그림책을 나누는 어른들 모임도 있습니다. <사자왕 형제의 모험>도 초등 고학년 대상 책이지만 질문을 잘하면 청소년과 어른들도 토론할 수 있습니다. 중고등학생을 위한 질문은 이렇습니다.

2. 여러분이 아는 사람 중에 가장 악당은 누구입니까? 한 중학교 여학생은 눈물까지 글썽이며 성추행하는 사람에게 저주를 퍼부었습니다. 좋지 않은 경험을 해서 이런 대답을 했습니다. 선생님들도 생각지 못한 대상을 악당으로 나누었습니다. 그냥 토론이라면 말하기 어려울 텐데 등장인물에 감정을 투사해서인지 솔직하게 말합니다. 2-1) 텡일(책에 등장하는 악당)이 한 나쁜 짓을 모두 말해조세요. 텡일은 왜 그렇게 나쁜 짓을 할까요? 2-2) 텡일이 나쁜 짓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2-3) 텡일은 죽어 마땅하다. 찬성합니까? 반대합니까? 2-1, 2-22-3을 나누기 위한 사전 질문입니다. 곧바로 2-3을 물으면 토론이 너무 쉽게 끝나거나 방향을 잡지 못합니다. 책 내용으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2-3을 물으면 일정한 범위 안에서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합니다. 2-3은 선한 사람에게 일어나는 불행, 악한 사람이 떵떵거리며 잘 사는 모습으로 이어졌습니다.

교사모임이나 어른들 모임에서 나누는 질문입니다. 2-4) “하지만 나는 사람을 죽이지 못한다는 걸 당신도 알잖아요.”, “자네 자신이 죽느냐 사느냐는 문제인데도 적을 못 죽인단 말인가?”, “아무튼 목숨을 빼앗는 것만은 못 하겠어요?”, “하지만 사람들이 모두 자네 같다면 죄악은 영영 사라지지 않을 텐데.” 나는 반대로 모든 사람이 요나탄 형 같다면 죄악 따위는 아예 생기지도 않았을 거라고 말했습니다.(259) 카알의 말이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2-4) 아돌프 오토 아이히만은 유대인 대학살의 전범이다. 독일 SS중령으로 유대인 박해의 실무 책임자였다. 2차 세계대전 직후 국제 전범으로 수배 중에 아르헨티나로 도피하여 이름을 바꾸고 15년 동안 살았다. 1960년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에 체포되었다. 재판 당시 그는 자신이 유대인을 박해한 것은 상부에서 지시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했다. 1962531일에 처형되었다. 아이히만을 처형한 것은 정당한가요?

4월에 포항교사모임에서 이 질문들로 직접 토론하면서 독서토론을 가르쳐드렸습니다. 2시간 30분 동안 선생님들은 토론을 배운다는 걸 잊어버릴 정도로 이야기에 빠져들었습니다. 한껏 웃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하며 자기 이야기와 세상,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나누었습니다. 토론을 끝내고 돌아가면서 선생님들은 학교에서 아이들과 토론을 다짐했습니다. 저는 두 가지를 당부했습니다. ‘아이들이 멍하게 있다면 질문을 잘못한 거라 생각하세요. 질문을 바꾸면 아이들이 반응합니다. 또 하나, 강요하지 말고 마음을 이끌어내세요. 마음을 이끌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질문입니다.’

 

저는 아이를 처음 만나면 책을 좋아하는지, 얼마나 읽었는지 물어봅니다.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는 아이라면 함께 수다를 떱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잘댑니다. 지금까지 책을 잘 읽지 않은 아이라면 책을 좋아할 수 있을지 알아봅니다. 몇 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수요일의 전쟁이나 책벌레들의 책없는 방학을 주고 읽는 태도를 관찰하는 겁니다. 킥킥대며 재미있게 읽으면 틀림없이 문장을 사랑하는 아이가 됩니다.

아예 책에 관심이 없는 아이는 어떻게 할까요? 무더운 여름 한 달, 아이가 책을 읽으며 지낸다면 좋겠지만 속만 태우기 십상입니다. 독서캠프에 보내려고 해도 아이가 싫어합니다. 독서캠프에 가면 책 읽고 글 쓰고 힘듭니다. 놀이 위주로 접근하는 캠프도 있지만 갔다 온 뒤에 책과 더 친해지는 것 같지 않습니다. 저는 독서캠프를 이렇게 합니다.

대상도서를 한 권 정합니다. <책벌레들의 책없는 방학>을 읽고 오는 게 캠프 참가 자격입니다. 평소에 책을 아예 안 읽는 아이라도 캠프에서 즐겁게 지내게 해줄 자신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책을 많이 읽는 아이라도 정해준 책을 안 읽고 오면 힘듭니다. 독서토론은 똑똑하고 말 잘하는 아이 찾아내는 게임이 아닙니다. 책을 꼼꼼하게 읽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적용하는 걸 가르치는 좋은 방법입니다. 아이들은 자신과 다른 의견을 듣고 배웁니다. 지식을 자랑하며 상대를 이기기 위해 덤벼들지 않고 책 내용으로 반박합니다. 책을 읽지 않고 토론하면 논리가 아니라 자기를 내세우게 됩니다. 좋지 않습니다.

<책벌레들의 책없는 방학>에는 재미난 일이 많이 나옵니다. 피비는 양동이에 물을 떠놓고 낚시를 합니다. 루스는 자연사를 좋아해서 뼈조각을 모읍니다. 레이첼과 피비는 아빠가 낚시할 때 쓰는 구더기로 경주를 합니다. 피비는 오소리 굴에 머리를 들이밉니다. 루스와 나오미는 해변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요리를 합니다. 루스는 까마득히 멀리 보이는 섬에 수영을 하러 간다고 덤빕니다. 산에 올라가고, 나오미는 혼자 팔이 부러져서 돌아옵니다. 티파티도 하고 엉망진창으로 놉니다. 독서캠프에서 이것들을 직접 합니다. 아이들 스스로 모닥불을 피우고 고구마를 굽습니다. 네 자매가 해변에 가져간 감자, 베이컨, 토마토를 가지고 알아서 요리합니다. 독서카드를 만들고 그걸로 보드게임을 합니다. 눈 덮인 산을 오르고 오릅니다. 독서토론도 하고 독서감상문과 독서편지도 씁니다. 독서퀴즈를 하지만 지식 자랑하기가 아니라 협력하는 퀴즈대회입니다.

책에 나오는 네 아이는 여름 방학 동안 책을 사랑하는 할머니 집에 갑니다. 할머니는 아이들이 너무 책만 읽는다며 책을 모두 다락방에 감춥니다. 네 아이는 위에 소개한 여러 활동을 하면서도 줄곧 책을 찾아 헤맵니다. <책벌레들의 책없는 방학>을 읽는 아이마다 네 아이가 다락방을 찾아서 책을 읽어야 하는데…… 꼭 책을 읽어야 하는데……합니다. 그래서 좋은 책입니다. ‘책을 읽어라강요하지 않고, ‘아이들이 책을 꼭 읽어야 하는데라는 마음을 저절로 갖게 하기 때문입니다.

박**(정라초 6)
“~ 일주일만 더 있으면 좋겠다. 나는 이 독서캠프를 통해서 정말 좋은 추억을 만든 것 같다. 다음에도 꼭 다시 독서캠프에 올 것이다. 3일 동안 정말 재미있었다. 정말로……라고 썼습니다. 아빠 직장 일로 6월에 카타르로 떠났는데 무더위를 책과 함께 이겨내면 좋겠네요.
이**(정라초 6)
처음에 딱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무엇을 할지 궁금하기보다는 걱정이 먼저 앞섰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과 만나면 생길 어색함을 어떻게 풀지 고민이었다. 하지만 캠프를 시작하자 그 고민은 눈 녹듯이 사라졌다. 건물 안에서 토론이랑 글쓰기만 할 줄 알았는데 나무로 시계도 만들고, 직접 모닥불도 피워보고, 산에도 올라가면서 어느새 전혀 모르던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 내 기억 속에 오래오래 남을 소중한 캠프였던 것 같다. 산에 올라가는 것도 힘들었긴 했지만 즐거웠다. 그리고 산에서 내가 만든 카나페를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독서캠프에 현직 교사들이 도우미로 참가했습니다. 차비밖에 못 받는 봉사활동이지만 독서캠프를 어떻게 하는지 배우려고 전라도, 경상도, 경기도, 강원도 선생님 9명이 함께 했습니다. 윤**(대구)선생님은
하루 전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캠프니까 단순히 즐겁기만 하고 낱낱이 활동들만 하다가 의미 없이 끝나면 어쩌지? 나는 단순히 즐겁게만 활동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약간 두려움이 앞섰다. 그리고 마냥 즐겁게 열심히만 참여하는 건 부담스럽다. 점점 캠프를 진행하면서 책과 만나게 되고 사고를 자극하는 질문들이 재밌어졌다. 책과 관련하여 여러 활동들이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니 하는 활동들이 의미가 있어졌다.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흥미진진했다. 사고를 발전시키는 모습에서 나도 흥분되고 몰입이 되었다.”라고 후기에 썼습니다.

활동이 기억날 뿐 의미가 생각나지 않더라도 즐겁게 지내다 오면 괜찮겠지요. 아이에게 추억을 선물하려 했다면 즐거운 기억으로 충분합니다. 즐거운 기억은 아이들을 건강하게 자라게 합니다. 캠프에서 아이들은 독서퀴즈에서 꼴찌를 해도 놀이로 받아들여 즐거워했습니다. 고구마가 설익어도, 목공 시계를 완성하지 못해도 좋아했습니다. 제가 캠프를 하면서 원한 수준이 딱 이 정도였습니다. ‘책과 함께 즐겁게 지내자! 대단한 의미를 주려고 하면 즐기지 못한다. 즐거움을 주면서 스스로 의미를 찾도록 하자고 생각했습니다. 선생님들은 독서지도 방법을 배우려고 오셨으니 아이들보다는 캠프가 주는 의미를 더 생각했을 겁니다.

항상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책 읽으라고 잔소리를 하지만 정작 나 자신조차도 책을 즐겨 읽지 못했다. 지루하고 졸립기만 한 책읽기다. 하지만 이번 독서캠프를 통해 즐거운 책읽기, 신나는 책읽기에 대한 실마리를 찾은 것 같다. 책 읽기가 즐겁지 못했던 이유는 책과 내 삶이 분리되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책 속에 들어가 주인공이 되어보고 주인공들과 함께 놀아야 하는 데 책 속의 주인공들을 그저 바라만 보았다. 근데 캠프에서 모닥불도 피우고, 산도 오르고, 주인공의 마음을 생각하며 카드도 만들면서 주인공들이 되어보고 주인공들과 함께 한 것 같다. 또 지루하다고만 생각했던 책에서 아이들이 이렇게 즐거워할 수 있는 활동이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제 다시 교실로 돌아가면 아이들에게 책 읽기가, 책 읽기가 이렇게 신나고 재미있는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나같이 책이 지루하고 재미없어 하는 아이들의 생각을 바꿔주고 싶다.” (이**, UBMK 울람바토르 학교)

이** 선생님 후기가 딱 제 마음입니다. ‘하면 또 독서감상문 쓰라고 하겠지. 몇 명만 상 받는 독서퀴즈는 싫은데……가 아니라 그때 정말 즐거웠는데……라는 말을 남겨주고 싶습니다. 독서캠프를 마칠 때 <책벌레들의 책없는 방학>을 지은 힐러리 매케이가 쓴 다른 책들을 조별활동 상품으로 나눠주었습니다. <책벌레들의 비밀후원작전>, <금요일의 개 프라이데이>, <새피의 천사>, <인디고의 별>을 준비했는데 책에 미친 아이들처럼 달려들었습니다. 방학이 다가옵니다. 자녀와, 제자와 함께 즐겁게 노는 독서여행이나 독서캠프 어떠세요?

 

 

일기를 왜 쓸까요? ‘반성하기 위해서는 아닙니다. 명심보감 읽고 날마다 자기를 다듬었던 선비들도 저녁마다 반성하는 글을 쓰진 않았습니다. ‘열하일기에는 반성이 없습니다. ‘난중일기는 공무수첩처럼 대부분 한 일을 적었습니다. ‘안네의 일기에는 반성은커녕 소녀의 잡다한 생각만 가득합니다. 초등학생들이 평범하게 지낸 하루 일과와 생각을 쓴 일기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순간이 있을까요?

빼앗긴 내일을 엮은이는 일기는 기억을 왜곡시키지 않고, 경험을 있는 그대로 전달해 줍니다. 일기는 글을 쓴 시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면서, 세상에 발표할 작정을 하고 쓰는 글은 아니기 때문에 매우 솔직하고 진실합니다. 처음부터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 쓴 글이 아니지만, 결국 개인적인 방식으로 역사를 기록하고 있습니다.(5)”라고 말합니다. 맞습니다. 일기는 평범한 일상에 대한 자기만의 생각을 그때그때 다른 수준과 낱말로 쓰기 때문에 가치가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어른들이 쓰라고 하기 때문에 쓴다고 대답합니다. 시키지 않으면 거의 안 씁니다. 아이들은 일기 쓰는 까닭을 모릅니다. 무언가를 기록하는 게 얼마나 귀한지도 모릅니다. 부모님 중에서도 일기를 왜 쓰는지 직접 느낀 분이 적습니다. 오래도록 일기를 꾸준히 쓴 분은 소수이고, 대부분은 억지로 쓰다가 어느 순간 그만두었을 겁니다. 어른이 되도록 남겨둔 일기를 보며 유치하면서도 순진한 시절을 돌아보는 분도 적습니다. 그래서 일기의 가치를 반성이나 글쓰기 연습정도로 낮춰버리고 강요합니다. 아이들은 억지로 쓰긴 하지만 이유를 모르기 때문에 해방되는 날만 기다립니다. 열심히 쓴 아이들도 중학교에 가는 순간 일기를 끝냅니다.

빼앗긴 내일은 일기 모음집입니다. 1차대전, 2차대전, 홀로코스트, 베트남전쟁, 보스니아내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이라크전쟁을 겪은 아이들이 쓴 일기를 모아놓았습니다. 즐라타 필라보빅이 11, 피테 쿠르가 12살로 가장 어립니다. 전쟁의 한가운데,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아이들은 죽음의 위기와 불안을 일기에 적으면서 견딥니다. 전투에 참가하면서 일기를 쓴 아이들도, 전투가 벌어지지 않는 곳에서 살았던 아이들도 모두 힘들고 어려운 때를 보냅니다. 그리고 일기를 씁니다. 기록으로 남긴 일기를 보며 우리 아이들도 그들이 겪은 불안과 고통을 조금이나마 느낍니다.

어른이 되어서 지금을 돌아보면 어떤 마음이 들까 물었습니다. 미래에 여러분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면 좋을까? 3가지를 말해보자.” 했더니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평안하게 살고 싶답니다. 전쟁을 말하는 아이는 없지만 불안을 내비칩니다. 지금은 평안하게 지내고 있지만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미래는 지금보다 나아질까? 나빠질까?” 물었더니 2/3는 좋아질 거라 하고 1/3은 환경파괴 때문에 나빠질 거라고 합니다. 대답은 하지만 아이들에게 미래는 막연합니다. 확실하게 꿈이 있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지금이 소중하다는 건 압니다. 토요일마다 모여 책을 읽고 토론하고 글을 쓰는 이 순간이 소중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기록으로 남겨놓지 않으면 희미한 추억으로 남을 겁니다. 그래서 책을 읽을 때마다 기록으로 남길만한 걸 찾으라고 합니다. 토론하는 이유도 기록할만한 걸 찾기 위해서라고 가르칩니다. 계속 이걸 강조해서 아이들도 기록을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빼앗긴 내일주인공들도 죽음의 불안을 기록으로 남겨 놓았기 때문에 그때를 기억하며 내일을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런 책을 읽는 아이가 별로 없습니다. 빼앗긴 내일도 처음에는 즐라타 필라보빅 혼자 쓴 일기모음으로 출판되었습니다. 보스니아 내전에서 저격병의 총탄을 피해 숨어 지내며 쓴 기록을 읽는 사람이 적어 절판되었습니다. 빼앗긴 내일도 언제 절판될지 모릅니다. 일기를 반성이 아니라, 개인의 역사를 남기는 중요한 기록으로 받아들인다면 많은 사람이 오래도록 읽을텐데 안타깝습니다. 일기는 기록입니다. 기록 자체로 중요합니다. 난중일기, 열하일기, 안네의 일기 모두 기록에 가치가 있습니다.

아이들과 토론하면서 가장 신경을 쓴 주인공이 시란 젤리코비치메리 해즈보운입니다. 시란은 이스라엘 사람입니다. 가장 싫어하는 낱말은 폭탄테러입니다. 시란은 폭탄이 터질까봐 조마조마하고 폭탄을 터트리는 아랍인들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메리 해즈보운은 팔레스타인 사람입니다. 메리는 탱크바퀴가 굴러가는 소리를 들으면 시란이 보인 반응을 그대로 보입니다. 탱크는 메리의 마을에 공포로 몰아넣었습니다. 메리가 사는 마을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은 교회에 집중포격을 가했습니다. 이런 내용을 알아본 뒤에 시란 젤리코비치와 메리 해즈보운이 서로의 일기를 읽는다면 어떻게 반응할까?” 물었습니다.

둘은 서로를 모릅니다. 자기가 겪은 일로만 판단합니다. 시란에게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폭탄을 짊어지고 다니는 나쁜 사람들입니다. 메리에게 이스라엘 사람들은 탱크를 몰고와서 정든 곳을 밀어버리고 황폐하게 만드는 나쁜 사람들입니다. 둘이 서로의 일기를 읽는다면~ ‘껴안고 울며 서로를 위로할 것이다는 대답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슬퍼하는 아이는 슬픔을 담은 기록을 보며 회복됩니다. 소망을 잃은 사람은 자기보다 더 소망 없는 곳에서 일어선 사람을 보며 회복됩니다. 기록으로 남길만한 여건이 되지 않는 형편에서 남긴 기록은 지금도 사람들을 회복시키며 일으켜 세웁니다.

호다 타미르 제하드는 이라크에 삽니다. “호다 제하드(이라크)는 미군이 아줌마를 죽인 걸 일기에 썼다. 아줌마는 아침 6시에 왜 밖으로 나갔을까? 미군은 왜 아줌마에게 총을 쏘았을까?” 아줌마는 집이 무너지는 바람에 아이들이 다칠까봐 도움을 요청하려고 나왔습니다. 미군은 여자로 변장한 스파이라 여겨 죽였습니다. “이럴 때 옳고 그름을 어떤 기준에서 판단해야 하는가?” 물었더니 둘 다 그럴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전쟁이 가져온 고통이지 누구의 잘못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시란과 메리가 서로의 일기를 읽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물었던 것처럼 호다 타미르 제하드의 일기를 미국 사람들이 읽고 이라크 전쟁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어떻게 말할까?”도 나누었습니다. 생각이 달라질 거라고 대답합니다. 영상으로 미사일 쏘는 걸 보는 것과 전쟁의 한가운데에서 아이가 쓴 일기를 읽는 건 완전히 다릅니다. 그래서 기록이 중요합니다. 아이들에게 계속 기록을 강조하며 마지막으로 이렇게 물었습니다. “‘빼앗긴 내일과 소개한 일기글을 바탕으로 지금 우리나라에 가장 필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이야기해보자.” 아이들에게 자유로운 대답을 듣기 위해 한 질문이 아닙니다. 정답을 기록으로 만들어 놓고 이래도 기록하지 않을 거냐?’를 말하려고 작정하고 한 질문입니다.

또 다른 주인공 클라라 슈왈츠는 유대인입니다. 포로수용소에서 죽어야 하지만 독일인 벡씨가 숨겨주어서 살아남습니다. 전쟁 뒤에 벡씨 가족은 나치에 협력한 죄목으로 사형 선고를 받았지만 클라라의 일기를 증거로 목숨을 구합니다. 대단한 내용을 적지는 않았지만 아이의 일기가 한 가족을 죽음의 위기에서 구합니다. 일기는 전쟁의 광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피난처를 주었습니다. 전쟁을 게임 속 이야기로만 아는 아이들에게 내일을 빼앗긴 아이들 일기는 무엇을 가르칠 수 있을까요? ‘기록입니다. ‘쟤네는 힘들고 어려운 형편인데도 저렇게 잘 살았다. 너도 공부 좀 해라!’가 아니라 기록하라고 말해야 합니다. 독서반에서 아무리 책을 읽고 토론해도 글을 쓰지 않으면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합니다. ‘기록하고 또 기록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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