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이를 처음 만나면 책을 좋아하는지, 얼마나 읽었는지 물어봅니다.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는 아이라면 함께 수다를 떱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잘댑니다. 지금까지 책을 잘 읽지 않은 아이라면 책을 좋아할 수 있을지 알아봅니다. 몇 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수요일의 전쟁이나 책벌레들의 책없는 방학을 주고 읽는 태도를 관찰하는 겁니다. 킥킥대며 재미있게 읽으면 틀림없이 문장을 사랑하는 아이가 됩니다.

아예 책에 관심이 없는 아이는 어떻게 할까요? 무더운 여름 한 달, 아이가 책을 읽으며 지낸다면 좋겠지만 속만 태우기 십상입니다. 독서캠프에 보내려고 해도 아이가 싫어합니다. 독서캠프에 가면 책 읽고 글 쓰고 힘듭니다. 놀이 위주로 접근하는 캠프도 있지만 갔다 온 뒤에 책과 더 친해지는 것 같지 않습니다. 저는 독서캠프를 이렇게 합니다.

대상도서를 한 권 정합니다. <책벌레들의 책없는 방학>을 읽고 오는 게 캠프 참가 자격입니다. 평소에 책을 아예 안 읽는 아이라도 캠프에서 즐겁게 지내게 해줄 자신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책을 많이 읽는 아이라도 정해준 책을 안 읽고 오면 힘듭니다. 독서토론은 똑똑하고 말 잘하는 아이 찾아내는 게임이 아닙니다. 책을 꼼꼼하게 읽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적용하는 걸 가르치는 좋은 방법입니다. 아이들은 자신과 다른 의견을 듣고 배웁니다. 지식을 자랑하며 상대를 이기기 위해 덤벼들지 않고 책 내용으로 반박합니다. 책을 읽지 않고 토론하면 논리가 아니라 자기를 내세우게 됩니다. 좋지 않습니다.

<책벌레들의 책없는 방학>에는 재미난 일이 많이 나옵니다. 피비는 양동이에 물을 떠놓고 낚시를 합니다. 루스는 자연사를 좋아해서 뼈조각을 모읍니다. 레이첼과 피비는 아빠가 낚시할 때 쓰는 구더기로 경주를 합니다. 피비는 오소리 굴에 머리를 들이밉니다. 루스와 나오미는 해변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요리를 합니다. 루스는 까마득히 멀리 보이는 섬에 수영을 하러 간다고 덤빕니다. 산에 올라가고, 나오미는 혼자 팔이 부러져서 돌아옵니다. 티파티도 하고 엉망진창으로 놉니다. 독서캠프에서 이것들을 직접 합니다. 아이들 스스로 모닥불을 피우고 고구마를 굽습니다. 네 자매가 해변에 가져간 감자, 베이컨, 토마토를 가지고 알아서 요리합니다. 독서카드를 만들고 그걸로 보드게임을 합니다. 눈 덮인 산을 오르고 오릅니다. 독서토론도 하고 독서감상문과 독서편지도 씁니다. 독서퀴즈를 하지만 지식 자랑하기가 아니라 협력하는 퀴즈대회입니다.

책에 나오는 네 아이는 여름 방학 동안 책을 사랑하는 할머니 집에 갑니다. 할머니는 아이들이 너무 책만 읽는다며 책을 모두 다락방에 감춥니다. 네 아이는 위에 소개한 여러 활동을 하면서도 줄곧 책을 찾아 헤맵니다. <책벌레들의 책없는 방학>을 읽는 아이마다 네 아이가 다락방을 찾아서 책을 읽어야 하는데…… 꼭 책을 읽어야 하는데……합니다. 그래서 좋은 책입니다. ‘책을 읽어라강요하지 않고, ‘아이들이 책을 꼭 읽어야 하는데라는 마음을 저절로 갖게 하기 때문입니다.

박**(정라초 6)
“~ 일주일만 더 있으면 좋겠다. 나는 이 독서캠프를 통해서 정말 좋은 추억을 만든 것 같다. 다음에도 꼭 다시 독서캠프에 올 것이다. 3일 동안 정말 재미있었다. 정말로……라고 썼습니다. 아빠 직장 일로 6월에 카타르로 떠났는데 무더위를 책과 함께 이겨내면 좋겠네요.
이**(정라초 6)
처음에 딱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무엇을 할지 궁금하기보다는 걱정이 먼저 앞섰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과 만나면 생길 어색함을 어떻게 풀지 고민이었다. 하지만 캠프를 시작하자 그 고민은 눈 녹듯이 사라졌다. 건물 안에서 토론이랑 글쓰기만 할 줄 알았는데 나무로 시계도 만들고, 직접 모닥불도 피워보고, 산에도 올라가면서 어느새 전혀 모르던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 내 기억 속에 오래오래 남을 소중한 캠프였던 것 같다. 산에 올라가는 것도 힘들었긴 했지만 즐거웠다. 그리고 산에서 내가 만든 카나페를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독서캠프에 현직 교사들이 도우미로 참가했습니다. 차비밖에 못 받는 봉사활동이지만 독서캠프를 어떻게 하는지 배우려고 전라도, 경상도, 경기도, 강원도 선생님 9명이 함께 했습니다. 윤**(대구)선생님은
하루 전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캠프니까 단순히 즐겁기만 하고 낱낱이 활동들만 하다가 의미 없이 끝나면 어쩌지? 나는 단순히 즐겁게만 활동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약간 두려움이 앞섰다. 그리고 마냥 즐겁게 열심히만 참여하는 건 부담스럽다. 점점 캠프를 진행하면서 책과 만나게 되고 사고를 자극하는 질문들이 재밌어졌다. 책과 관련하여 여러 활동들이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니 하는 활동들이 의미가 있어졌다.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흥미진진했다. 사고를 발전시키는 모습에서 나도 흥분되고 몰입이 되었다.”라고 후기에 썼습니다.

활동이 기억날 뿐 의미가 생각나지 않더라도 즐겁게 지내다 오면 괜찮겠지요. 아이에게 추억을 선물하려 했다면 즐거운 기억으로 충분합니다. 즐거운 기억은 아이들을 건강하게 자라게 합니다. 캠프에서 아이들은 독서퀴즈에서 꼴찌를 해도 놀이로 받아들여 즐거워했습니다. 고구마가 설익어도, 목공 시계를 완성하지 못해도 좋아했습니다. 제가 캠프를 하면서 원한 수준이 딱 이 정도였습니다. ‘책과 함께 즐겁게 지내자! 대단한 의미를 주려고 하면 즐기지 못한다. 즐거움을 주면서 스스로 의미를 찾도록 하자고 생각했습니다. 선생님들은 독서지도 방법을 배우려고 오셨으니 아이들보다는 캠프가 주는 의미를 더 생각했을 겁니다.

항상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책 읽으라고 잔소리를 하지만 정작 나 자신조차도 책을 즐겨 읽지 못했다. 지루하고 졸립기만 한 책읽기다. 하지만 이번 독서캠프를 통해 즐거운 책읽기, 신나는 책읽기에 대한 실마리를 찾은 것 같다. 책 읽기가 즐겁지 못했던 이유는 책과 내 삶이 분리되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책 속에 들어가 주인공이 되어보고 주인공들과 함께 놀아야 하는 데 책 속의 주인공들을 그저 바라만 보았다. 근데 캠프에서 모닥불도 피우고, 산도 오르고, 주인공의 마음을 생각하며 카드도 만들면서 주인공들이 되어보고 주인공들과 함께 한 것 같다. 또 지루하다고만 생각했던 책에서 아이들이 이렇게 즐거워할 수 있는 활동이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제 다시 교실로 돌아가면 아이들에게 책 읽기가, 책 읽기가 이렇게 신나고 재미있는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나같이 책이 지루하고 재미없어 하는 아이들의 생각을 바꿔주고 싶다.” (이**, UBMK 울람바토르 학교)

이** 선생님 후기가 딱 제 마음입니다. ‘하면 또 독서감상문 쓰라고 하겠지. 몇 명만 상 받는 독서퀴즈는 싫은데……가 아니라 그때 정말 즐거웠는데……라는 말을 남겨주고 싶습니다. 독서캠프를 마칠 때 <책벌레들의 책없는 방학>을 지은 힐러리 매케이가 쓴 다른 책들을 조별활동 상품으로 나눠주었습니다. <책벌레들의 비밀후원작전>, <금요일의 개 프라이데이>, <새피의 천사>, <인디고의 별>을 준비했는데 책에 미친 아이들처럼 달려들었습니다. 방학이 다가옵니다. 자녀와, 제자와 함께 즐겁게 노는 독서여행이나 독서캠프 어떠세요?

 

 

《짝짝이 양말》, 황지영
《나는 설탕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은재

동화책은 단순한 내용이 많습니다. 동화책을 어느 정도 읽은 사람에겐 뒷부분이 예상됩니다. 예상이 맞을 때가 많습니다. 예상한 내용이 나오면 재미가 덜합니다. 그런데 짝짝이 양말나는 설탕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예상을 빗나갔습니다. 내용뿐만 아니라 작가의 문장력도 좋네요. 글을 잘 쓴 작가 덕분에 감정이 끓어올라 아이고, 그냥 확!” 하는 생각도 듭니다. 내용이 새롭고, 책에 빨려들어 감정이 일렁이는데, 대사마저 색다릅니다. 이야기에 쏙 빠져 고개를 끄덕이다 보니 벌써 마지막 장입니다. 책이 이끌어가는 방향도 좋네요. 확 폭발하는 게 아니라 회복하고 치유하는 방향입니다.

이해하기 힘든 아이들
사람도 책과 같습니다. 읽기 쉬운 책이 있고 어려운 책이 있습니다. 사람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말이 없거나 남다르게 행동하면 어떤 사람인지 알기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또한 사람은 관계에 따라 다르게 읽힙니다. 똑같은 사람이 누구에겐 쉬운 책이고, 누구에겐 어렵습니다. 한 사람과 다른 사람이 어떻게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다르게 읽히기 때문입니다. 조금 단순하긴 하지만 아이를 읽어내기 위해서도 노력이 필요합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하면 마음을 달랠지 알아내면 관계 맺기가 쉬워집니다. 어떻게 행동할지 예상이 되면 아이를 대하기 편합니다. 저는 남학생이 편했습니다. 왜 그러는지, 어떻게 하면 마음을 가라앉힐지 보였습니다. 제가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겠죠. 반면, 여학생은 어려웠습니다. 4학년까지는 이해하기 쉬웠는데 5학년이 되면 어려워집니다. 사춘기 여학생은 해석하기 어려운 암호문처럼 느껴집니다. 여교사들은 남학생을 대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말을 꽤 들었습니다. 대신 여학생은 대하기 편하다고 합니다. 여교사들이 여학생 시절을 겪었기 때문이겠지요.

남교사인 제게는 남자아이가 편했지만 남자아이 마음을 잘 알고, 올바로 대하지는 못했습니다. 여교사도 여자아이와 관계에서 어려움이 생깁니다. 이럴 때 도움이 되는 책을 소개합니다. 난 밥 먹다가도 화가 난다는 남자아이를 이해하는 데 좋습니다. 여자아이를 이해하는 데는 짝짝이 양말나는 설탕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가 좋습니다.

짝짝이 양말, 내 짝은 어디에 있을까?
책을 읽은 여교사가 SNS에 이렇게 썼습니다.
사춘기 소녀들이 관계에서 겪는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의 결을 너무나 잘 살린다. 읽으면서 팔에 소름이 돋았다. 여자아이들 사이에 오가는 질투, 동경, 소외의 순간을 이리도 생생하게 포착하다니! 뿐만 아니라 결말 또한 맞춤하다. 너무 이상적이지 않게, 아이 스스로 길을 찾아가도록 이끈다.

읽으면서 떠오르는 아이들이 있었고, 마음 한 켠이 찌릿하며 아파 왔다. 이 책을 미리 읽었다면 그 아이들에게 선물하고,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눴을 텐데. 아이들은 책에서 자신을 닮은 아이를 만나 실컷 울고 조금은 후련해질 수 있었을 텐데.

저도 SNS짝짝이 양말을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짝짝이 양말은 정말 최고다. 5~6학년 여자 친구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다. 고학년 여자아이들은 단짝이 없으면 너무 불행하고, 단짝을 잃을까 불안해한다. 함께 어울리는 친구가 홀수가 되면 아이들 사이에는 불안하고 날카로운 기류가 흐른다. 어른이 잘못 끼어들면 엄청난 혼돈으로 빠져드는, 예민한 순간들이 이어진다. 이 책은 여자아이들 사이의 관계를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칼날 위에 서 있는 듯 위태로운 순간을 이야기에 잘 담았다. 단짝에 집착하는 행동의 이면을 짚어주고, 관계에서 받은 상처를 품고 진정한 나로 성장하는 길도 잘 보여준다.

짝짝이 양말을 읽고, 작가의 다른 책을 읽고 싶었습니다. 여학생들의 갈등을 다룬 책 중에 갈등을 이렇게 잘 풀어가는 책이 드뭅니다. 결말에 이르러서는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라는 점을 관계 회복의 해결책으로 제시합니다. 5~6학년 아이들과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해보고 싶은 책입니다. 남자아이들은 답답해하겠지만 여자아이들은 이야기에 빠져들 겁니다. 몇몇은 새로운 실마리를 찾기도 할 거예요.

설탕으로 만들면 부서진다.
설탕을 녹여 달고나를 만들어봤지요? 설탕이 녹아 말랑말랑해지면 원하는 모양을 만들 수 있어요. 딱딱하게 굳어도 녹이기만 하면 다른 모양을 만들지요. 내가 원하는 모양대로 만들어지는 게 재미있어요. 사람을 자기 마음대로 만들면 어떨까요? 공부 잘하는 아이로 만들고, 엄마 말을 잘 듣는 아이로 만드는 거예요. 엄마는 결혼 십 년 만에 태어난 기적(주인공 이름)이를 자기 마음대로 해요. 엄마가 부모님의 돌봄을 받지 못하고 자랐는데, 이를 아들에게 보상받으려 하죠. 기적이는 엄마를 기쁘게 하는 설탕 과자가 될까요?

제목이 색다릅니다. 설탕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고요? 그럼 엄마 뜻대로 되지 않는 내용이네요. 설탕으로 만들면 쉽게 부서집니다. 부모의 기대가 클수록 자녀는 힘듭니다. 견디기 어려워지면 부모를 피하거나 속이지요. 그럼 부모와 자녀 사이가 멀어지고 관계가 어긋납니다. 아이 마음을 살피지 않고 부모의 욕심을 내세우면, 사랑에서 나온 행동이라 해도 폭력이에요. 폭력으로는 아이를 올바로 기르지 못합니다.

기적이는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하지만 엄마가 시키는 게 싫습니다. 학원 가는 시간, 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까지 통제하면 견디기 어렵지요. 더구나 6학년은 마음에서 괴물이 스물스물 올라오는 때입니다. 이 괴물이 선생님께 대들 용기, 엄마에게 덤빌 용기를 깨웁니다. 지금까지는 엄마가 원하는 모양으로 설탕 과자를 만들었는데 갑자기 아들이 딱딱하게 변하면 어떻게 될까요? 쉽게 부서질까요, 아니면 엄마와 선생님을 부숴버릴까요?

20대 교사일 때 저는 아이들을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저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했습니다. 30대가 되었을 때 아이들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남자아이들은 쉬웠는데 여자아이들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딸을 기르면서 알게 됐지요. 제가 여자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을요. 잘 몰라서 준 상처가 많습니다. 그때 짝짝이 양말이나 나는 설탕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가 있었다면 실수를 덜 했을 텐데 아쉽습니다. 그때는 이런 책이 없었거든요. 남자아이, 여자아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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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받은 편지들 중에서 골랐습니다.

1. 2009~2010년 독서반에서 만난 아이들과 헤어질 때, 아이가 교육청에 보낸 편지

2. 2009~2010년 독서반에서 만난 아이가 이듬해 스승의 날 보낸 편지

3. 2009년에 독서반에서 만난 아이가 고3 졸업하며 2019년에 보낸 편지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일요일마다 독서반에서 만난 여학생)

4. 2010년에 독서반에서 만난 아이가 고3 졸업하며 2020년에 쓴 후기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일요일마다 독서반에서 만난 남학생)

독서반을 돌아보며

***

독서 논술을 하기 전, 내가 논리적이며 생각이 깊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트럼펫을 부는 백조 루이'를 읽고 글을 쓰려고 펜을 잡았을 때, 무엇을 써야 할지 난감해졌다. 지금까지 내 생각을 표현해본 적도 없을뿐더러 그걸 글로 써본 경험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눈앞의 백지를 보며 난 당황했고 종이에 한 글자 한 글자 써내는 과정은 힘겨웠다. 그렇게 여하튼 글 하나를 써냈지만 쓰면서도 조잡하고 식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은 칭찬을 해주셨으나 나에 대한 실망은 가시지 않았다.

그 후 여러 권의 책을 읽으면서 난 예전의 내가 크나큰 착각을 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내가 논리적이고 깊다고 믿은 생각은 사실 나의 생각이 아니었다. 난 그저 책과 텔레비전에서 들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앵무새처럼 똑같이 말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이를 내 생각이라 믿고 이에 대한 굳센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반복재생에 불과한 일을 말이다.

그리고 나는 나뿐만 아니라 세상의 많은, 아니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나와 똑같은 착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특정 성향의 뉴스, 인물의 발언이나 특정주의의 이론, 주장을 듣고 이를 마치 자신이 깊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인 듯 말하는 사람들. 실은 이에 대한 비판적인 사고는 하나도 없이 욕심과 분노에 따라 결론을 냈음에도 말이다.

내가 독서 논술에서 얻은 가장 큰 선물은 바로 이 점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으로 남이 아닌 '나의 생각'을 시작한 것. 내 입맛에 맞는 남의 생각을 골라 듣고 이를 타당한 생각이라고 결정하는 데에서 적어도 한번은 비판적으로 고민하려고 하는 것. 이제야 나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또 이를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듣고 고민하며 나의 생각을 더 키워나갈 수 있었다.

책이란 그런 것 같다

, 소설, 수필 같은 여러 가지의 책들은 모두 작가의 생각을 넌지시 포함하고 있고 독자는 이를 책을 읽으며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다음 단계이다. 작가의 생각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판단하는 것은 독자의 역할이다. 이 단계에서 독자는 작가의 생각과는 다른, 혹은 이를 뛰어넘는 자신의 생각을 만들 수 있다. 그 누구도 아닌 자신만의 특별한 생각을 말이다.

처음 글자가 생겨났을 때,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가 발명되었을 때, 또 정보화 혁명이 일어나고 누구나 정보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인류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것은 어쩌면 이 때문이 아닐까.

책이란 그런 것 같다.

 

4학년 때 우리 반, 글을 가르쳤는데 쏙쏙 받아들였다. 
5학년 때는 다른 선생님이 가르쳤다.
방과후에 글쓰기 반에 아이가 나왔다.
아이 글을 계속 봐서 참 좋았다.

어느날 써온 글, 2019 농어촌청소년 문예제전 대상을 받았다.
심사위원인 이경자 소설가(2019년 한국작가회의 이사장)가 아이 글에 반해 나한테 연락했다.
그분 마음이 내 마음이다.

변다인 (미로초 5학년)

오늘 왜 이 일기를 쓰냐 하면 알단 시작부터 말해야겠다. 처음에 마당에서 물총 싸움한 걸 쓰려고 했다. 아주 과격한 물총 싸움을. 솔직히 물총 싸움이 아니라 그냥 물총 통에 물 받아서 통째로 뿌리는 싸움이었다. 그러다가 유준이가 춥다면서 먼저 들어가고, 나랑 송인이랑 같이 놀다가 들어가려는데, 우리 집 계단 구석에 커~다란 뱀이 뙇! 있어서 집 청소하는 엄마를 크게 부르고 뱀이 있다고 소리를 꽥꽥 질렀다.
"엄마! !!! !!! ! ! ! !!!!“

하고 소리를 엄청 질렀다. 그랬더니 엄마가 빗자루를 들고, "어디!?" 라고 했다. 내가 더 잘 잡는 아빠를 안 부른 이유가 아빠는 일하고 있어서 집에 아직 안 들어왔다. 그래서 엄마를 그렇게 불렀다. 엄마가 빗자루를 들고 와서 뱀 머리를 막 때렸다. 막 머리에 피가 막 나는데도 꿈틀거리고…… , 진짜 더럽게 안 죽네. 내가 계속
"엄마! , 더 때려!! ! ! 더 때려!!“

막 이랬다. , 진짜 머리에 피 많이 났는데. 진짜 더럽게 안 죽네. 그러다가 뱀이 엄마한테 공격 자세를 취했다. 엄마가 그냥 무시하고 머리 엄청 때렸는데 뱀은 안 죽고, 꿈틀거리기만 하고……

집에 들어갔다. 엄마가 하는 말이
"뱀 때문에 놀란 게 아니라, 다인이 너 때문에 놀랐어!“ 그랬더니 동생이
"맞아. 언니, 언니보다 뱀이 더 놀랐겠다.“
아 놔 진짜. “00~ 언니가 구석에 있던 뱀 발견 안 했으면 너 물렸을지도 몰라~”

하하하! 엄마가 아빠 오면, 깜짝 놀랄 거라고 했다. 엄마가 뱀만 잡고, 안 치워놔서 아빠가 깜짝 놀랄 만도 하다. 그리고 예상은 맞았다. 아빠가 한 두 시간 뒤에 들어와서 엄마가 뱀을 잡았다고 하니 아빠가 놀라서
"어디! 저거 뭐야!“
라고 했다. 엄마가 아직 더 죽여야 한다고, 아직 살아 있다고 해서 아빠가 쇠막대기를 들고 와서 머리를 때렸다. 아빠가 쇠막대기로 뱀을 들어서 버리러 가는데, 엄청 맞았는데 뱀은 아직 안 죽었나 보다. 뱀 버리러 가다가 때리는 소리가 났다. 진짜 안 죽네. 하긴, 두시간 동안 꿈틀거린 녀석이…… 아빠가 독사는 아니고 밀뱀이라고 했다. 엄청 큰 녀석이~ 아무튼 이렇게 뱀 사건이 지나갔다. 아빠한테 어디다 버렸냐고 물어봤는데 도랑에 흘려보냈다고 한다.

진짜 내가 설마설마 했던 일이 알아났다. 우리 집 근처에도 뱀이 많다. 유준이는 자전거 타다가 꽃뱀을 보고. 어렸을 댄 물뱀이 도랑에서 짝짓기하는 모습도 봤다. 그땐 뱀이 별로 안 무서웠는데, 오늘 뱀의 생명력이 아주…… 어렸을 땐 귀엽고 신기했는데 지금은~ 그래서 난, 오늘부터 뱀을 무서워하기로 했다!

정말로 우리 집은 없는 게 없다. 처음에는 벌레가 나오고, 이름을 알 수 없는 벌레도 나오고, 심지어 독벌레 같은 거도 나왔다. 개구리도 나오고, 길고양이도 우리 집에 많이 오고, 심지어 고양이가 우리 집 축사에 새끼를 낳았다. 그 새끼 고양이가 우리 집 창고에 똥 싸고, 돌아다니고…… , 이제 하다하다 뱀까지 나왔다. 뱀은 또 얼마나 큰지. 진짜……

그런데 정말로 나보다 뱀이 더 놀랐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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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예은 (미로초 6)

과학의 날에 잔디인형에 잔디를 심었다.
심은 지 며칠 만에 잔디가 자라났다.
애들은 신기해하며 서로서로의 잔디 인형을 비교한다.

이럴 때면
우리집 아이와 다른 아이를 비교하는 엄마들 같다.
옆집 애는 수학 100점 맞았다더라.”
엄마 친구 아들은 벌써 고등학교 공부를 한다더라.”
이런 말 때문에 더 상처를 받는다.

생명은
비교하라고 있는 게 아닌데……

 

우리는 아이들에게 모두 빚진 사람들이다./ 송인수 / 우리학교

강원도 시골에서 교사로 지내면서 답답했다. 생각을 나눌만한 사람이 너무 적었다. 학교를 하나님이 주신 사역지로 생각하는 사람은커녕 교회 다니는 교사도 드물었다. 교회에서 집사, 장로인 교사도 학교에서는 그냥 교사였다. 일반 교사 중에 좋은 사람 많았지만 자꾸만 나쁜 교사가 눈에 들어왔다. 초보로 허덕이며 존경할만한 선배를 보내주세요. 하나님을 사랑하고 학교를 사역지로 생각하며 아이에게 삶을 쏟는 교사를 만나게 해주세요.” 기도했다. 책에 나오는 인물이 아니라 나와 똑같은 살과 피를 가지고 살아가는 교사 중에 존경할만한 사람을 보내달라고 기도했다. 내 곁에도 좋은 교사가 있었지만 존경이라는 말을 쓸 정도는 아니었다. 내 기도제목은 기독교사대회에 참가하면서 응답 받았다.

가치 있는 일에 자신을 쏟아 붓는 사람

기독교사단체 연합모임인 <() 좋은교사운동>에서 2년마다 한 번씩 기독교사대회를 한다. 처음 참가한 기독교사대회에서 송인수 선생님을 만났다. 좋은교사운동 대표로 섬기던 선생님은 기독교사대회 마지막 날 우리에게 후원금 증액을 요청했다. 지금도 좋은교사운동은 교사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된다. 앉아있는 1800여 교사들은 돈을 내는 위치였고 선생님은 후원을 요청하는 위치다. 뭐라 해야 할까? 귀한 일, 하나님 나라를 위한 일에 후원해 달라고 부탁해야겠지.

고통당하는 아이들 사진을 보여주거나 효과가 많은 사역이라고 홍보하면 후원금이 늘어난다. 동정심을 유발하거나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설득해도 늘어난다. 헌금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설득한다. 예배당 짓는 걸 성전 건축이라고 해야 헌금이 늘어난다. 헌금 많이 하면 복이 올 거라고 말하면 역시 헌금이 늘어난다. 하나님 나라에 가치 있는 일이라고 해도 늘어나겠지만 다른 방법보다 후원금이 많아지진 않을 것이다.

선생님은 당당하게 요구했다. 우리나라 교육을 살리는 일인데 후원금 조금 내고 만족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돈 내놓으라는 소리 듣고 찔렸다. 교회에서 가난한 성도에게 이런 말 하면 안 된다. 선생님도 안다. 그러나 우린 교사다. 아이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 아이를 위한 일에 후원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나! 미안해하며 증액했다. 후원 더 해달라는 소리를 그렇게 떳떳하게 말하는 분은 처음 봤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모두 빚진 사람들이다>에서 선생님은 이렇게 말한다. “후원을 요청한다는 것은 가치 있는 일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요청한 자가 미안해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나는 늘 당당하게 요구하려 한다. 만일 내가 타인에게 운동에 초대하는 것을 부끄러워한다면, 그것은 상대에게도 미안한 일이다. 아니 그 이전에, 자신에게 더더욱 미안한 일이다. 그런 일은 당장 중지해야 한다. 자신에게나 남에게 미안한 일을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 일에 자신을 밀어 넣을 만큼 가치를 확신할 때 우리는 타인에게 스스럼없이 돈과 시간을 요구할 수 있다.(102-103)”

교회에서 동정심, 성전 건축, 축복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라는 가치, 예수 그리스도가 원한 일이라는 가치를 외치며 헌금하자는 소리를 듣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무모한 운동가

송인수 선생님은 구로고등학교에서 13년 동안 교사로 생활하다 2003년 사직했다. 기독교사모임인 좋은교사운동을 섬기기 위해 안정된 직장을 포기했다. ‘안정을 포기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아이들 곁을 떠나는 게 힘들었다고 한다. 강의 중에 선생님은 자살한 고등학생의 시를 읽으며 아이를 위해 자신을 내던져 헌신하라고 울부짖었다. 함께 울었다. 더 높은 가치, 고귀한 목표를 위해 교사인 우리가 더 낮아지고 고생하자고 외쳤다. 돈 많이 벌지 말고 고생하자는 말에 박수를 쳤다.

5년 동안 좋은교사운동 대표로 섬긴 뒤에 우리나라 사교육 문제와 맞서 싸우겠다며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시작했다. 무모하다. 사교육 걱정을 없애겠다니 가당키나 한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골치 아픈 곳이 교육부장관 자리다. 무얼 해도 욕먹는다. 아이를 생각하면 이익집단에 욕먹고 학부모 생각하면 관료가 욕한다. 교사를 생각하면 학부모가 욕한다. 사교육 문제는 논란의 핵심에 있다. 모두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이 오기를 원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느냐?’ 물으면 저마다 말이 다르다. 국민 전체의 생각을 바꾸어야 하는 문제다.

선생님은 학생들이 사교육에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꿈을 꾸며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교육이라는 철옹성에 온몸을 부딪칩니다. 사교육업체에 고발당하고 위협도 받지만 가치에 투자한 이상 맞서 싸웁니다. 무모한 출발에 놀랐는데 치밀한 정책, 꼼꼼한 추진력, 성실한 태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학생을 향한 사랑에 감격한다.

선생님은 지독하게 가난한 시절을 온몸으로 부딪치며 살았다. 원하는 고등학교에 다닐 형편이 되지 않아 당시 대통령에게 호소하는 편지 보냈다가 고생도 했다. 문제집 팔아주고 받은 돈으로 회식하는 문화에 반대해서 왕따를 당하며 괴로운 시절을 보냈다. 그런 삶이 있어서 물러설 수 없는 희망에 대하여(책의 부제)’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었겠지요. <우리는 아이들에게 모두 빚진 사람들이다>는 선생님이 틈날 때마다 쓴 생각 모음(일기, 에세이)입니다.

 

빚진 자로 사는 삶

선생님은 기록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생각을 기록으로 남기려고 페이스북에 글을 자주 올립니다. ‘아깝다 영어 헛고생을 출판한 출판사에서 여러 번 요청해서 나온 책입니다. 틈날 때마다 올린 글이라 한 가지 주제로 정리하지 못한다. 책을 내려고 글을 쓴 글이 아니라 주제로 내용을 구분하기 어렵다. 가족(아들, 아내, 어머니), 소소한 일상(날씨, 전철에서 만난 제자), 묵직한 운동(시민운동을 하는 이유, 운동의 품격, 운동을 하는 자세와 방향), 미래에 대한 소망과 헌신에 관한 이야기가 얽혀있다.

가족 이야기를 읽으며 안타깝다’, ‘멋지다생각한다. 아이들에게 빚진 자로 분투하며 가족에게 빚을 지는 마음을 안타깝게 읽었다. 그러면서도 아내를 위해 가정일을 나누고, 아들과 단둘이 텐트 꾸려 여행을 다니며, 환경을 위해 여전히 선풍기로만 버티는 모습이 멋졌다. 한 발 물러서기가 얼마나 쉬운 줄 알기 때문에 이 악물고 서서 버티는 모습에 마음이 짠했다. 다음 세대를 위해 힘든 길을 선택한 남편과 아버지를 존중하며 함께 가는 가족이 멋집니다.

책에서 가족만큼이나 중요한 내용은 운동입니다. 운동가로서의 기질과 성품을 갖지 못한 저로선 시민단체를 이끌어가는 리더십에 그저 놀랄 뿐입니다. 운동을 왜 하는지, 누구와 어떻게 하는지 이렇게나 고민해야 하는지 몰랐다. 언젠가 조선소 회장이 수십 억의 후원금을 제안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절박하게 필요하고 고민하고 아파하고 기도할 때 들어온 돈이 아니어서 거절했다고 한다. “절박하게 운동하다가 적절할 때 들어오는 거액은 거액이 아니다. ‘사명의 규모후원금보다 큰 조직이 되어야지, 후원금의 규모가 사명보다 큰 조직은 위태하다.(124)” 저는 이런 생각 못한다. 운동의 효과만 생각하고 감사하게 썼을 겁니다.

길은 객관적으로 존재하지 않다. 모순에 자신을 던지는 사람이 바로 길입니다. 그렇게 던지면 없던 길이 생깁니다.(39)” 모순은 해결할 방법이 없는 문제라 피해가라는 뜻 아닌가요? 모순이기 때문에 자신을 던져 길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모르겠다. ‘사교육이라는 거대한 모순에 구멍을 뚫고 돌을 깨며 조금씩 길을 만드는 걸 보면 정말 길이 생기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하나님 앞에서 산다.

선생님께는 삶이 곧 글입니다. 지금 겪어내는 일상과 앞으로 만들어갈 일상의 바탕에는 빚진 자라는 마음이 엿보입니다. 현실에 바탕을 두되, 미래를 바라보며, 깊은 절망과 아픔을 딛고 서는 모습을 써낸 글이라서 귀한다. 천천히 두고두고 읽어야겠다.

“‘이 있어야만 직면할 수 있는 강물과 계곡이 우리 각자에겐 얼마나 많은가. 한 번 건넜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닌, 생이 끝날 때까지 반복되는 삶의 숙제 앞에 우리는 겸손하게 을 구하며, 얻어진 답에 우리 생을 실어야 한다. 그것만이 가장 안정된 선택이다. 진정으로 용감한 선택이다.(231)”

 

 

일기를 왜 쓸까요? ‘반성하기 위해서는 아닙니다. 명심보감 읽고 날마다 자기를 다듬었던 선비들도 저녁마다 반성하는 글을 쓰진 않았습니다. ‘열하일기에는 반성이 없습니다. ‘난중일기는 공무수첩처럼 대부분 한 일을 적었습니다. ‘안네의 일기에는 반성은커녕 소녀의 잡다한 생각만 가득합니다. 초등학생들이 평범하게 지낸 하루 일과와 생각을 쓴 일기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순간이 있을까요?

빼앗긴 내일을 엮은이는 일기는 기억을 왜곡시키지 않고, 경험을 있는 그대로 전달해 줍니다. 일기는 글을 쓴 시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면서, 세상에 발표할 작정을 하고 쓰는 글은 아니기 때문에 매우 솔직하고 진실합니다. 처음부터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 쓴 글이 아니지만, 결국 개인적인 방식으로 역사를 기록하고 있습니다.(5)”라고 말합니다. 맞습니다. 일기는 평범한 일상에 대한 자기만의 생각을 그때그때 다른 수준과 낱말로 쓰기 때문에 가치가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어른들이 쓰라고 하기 때문에 쓴다고 대답합니다. 시키지 않으면 거의 안 씁니다. 아이들은 일기 쓰는 까닭을 모릅니다. 무언가를 기록하는 게 얼마나 귀한지도 모릅니다. 부모님 중에서도 일기를 왜 쓰는지 직접 느낀 분이 적습니다. 오래도록 일기를 꾸준히 쓴 분은 소수이고, 대부분은 억지로 쓰다가 어느 순간 그만두었을 겁니다. 어른이 되도록 남겨둔 일기를 보며 유치하면서도 순진한 시절을 돌아보는 분도 적습니다. 그래서 일기의 가치를 반성이나 글쓰기 연습정도로 낮춰버리고 강요합니다. 아이들은 억지로 쓰긴 하지만 이유를 모르기 때문에 해방되는 날만 기다립니다. 열심히 쓴 아이들도 중학교에 가는 순간 일기를 끝냅니다.

빼앗긴 내일은 일기 모음집입니다. 1차대전, 2차대전, 홀로코스트, 베트남전쟁, 보스니아내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이라크전쟁을 겪은 아이들이 쓴 일기를 모아놓았습니다. 즐라타 필라보빅이 11, 피테 쿠르가 12살로 가장 어립니다. 전쟁의 한가운데,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아이들은 죽음의 위기와 불안을 일기에 적으면서 견딥니다. 전투에 참가하면서 일기를 쓴 아이들도, 전투가 벌어지지 않는 곳에서 살았던 아이들도 모두 힘들고 어려운 때를 보냅니다. 그리고 일기를 씁니다. 기록으로 남긴 일기를 보며 우리 아이들도 그들이 겪은 불안과 고통을 조금이나마 느낍니다.

어른이 되어서 지금을 돌아보면 어떤 마음이 들까 물었습니다. 미래에 여러분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면 좋을까? 3가지를 말해보자.” 했더니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평안하게 살고 싶답니다. 전쟁을 말하는 아이는 없지만 불안을 내비칩니다. 지금은 평안하게 지내고 있지만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미래는 지금보다 나아질까? 나빠질까?” 물었더니 2/3는 좋아질 거라 하고 1/3은 환경파괴 때문에 나빠질 거라고 합니다. 대답은 하지만 아이들에게 미래는 막연합니다. 확실하게 꿈이 있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지금이 소중하다는 건 압니다. 토요일마다 모여 책을 읽고 토론하고 글을 쓰는 이 순간이 소중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기록으로 남겨놓지 않으면 희미한 추억으로 남을 겁니다. 그래서 책을 읽을 때마다 기록으로 남길만한 걸 찾으라고 합니다. 토론하는 이유도 기록할만한 걸 찾기 위해서라고 가르칩니다. 계속 이걸 강조해서 아이들도 기록을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빼앗긴 내일주인공들도 죽음의 불안을 기록으로 남겨 놓았기 때문에 그때를 기억하며 내일을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런 책을 읽는 아이가 별로 없습니다. 빼앗긴 내일도 처음에는 즐라타 필라보빅 혼자 쓴 일기모음으로 출판되었습니다. 보스니아 내전에서 저격병의 총탄을 피해 숨어 지내며 쓴 기록을 읽는 사람이 적어 절판되었습니다. 빼앗긴 내일도 언제 절판될지 모릅니다. 일기를 반성이 아니라, 개인의 역사를 남기는 중요한 기록으로 받아들인다면 많은 사람이 오래도록 읽을텐데 안타깝습니다. 일기는 기록입니다. 기록 자체로 중요합니다. 난중일기, 열하일기, 안네의 일기 모두 기록에 가치가 있습니다.

아이들과 토론하면서 가장 신경을 쓴 주인공이 시란 젤리코비치메리 해즈보운입니다. 시란은 이스라엘 사람입니다. 가장 싫어하는 낱말은 폭탄테러입니다. 시란은 폭탄이 터질까봐 조마조마하고 폭탄을 터트리는 아랍인들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메리 해즈보운은 팔레스타인 사람입니다. 메리는 탱크바퀴가 굴러가는 소리를 들으면 시란이 보인 반응을 그대로 보입니다. 탱크는 메리의 마을에 공포로 몰아넣었습니다. 메리가 사는 마을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은 교회에 집중포격을 가했습니다. 이런 내용을 알아본 뒤에 시란 젤리코비치와 메리 해즈보운이 서로의 일기를 읽는다면 어떻게 반응할까?” 물었습니다.

둘은 서로를 모릅니다. 자기가 겪은 일로만 판단합니다. 시란에게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폭탄을 짊어지고 다니는 나쁜 사람들입니다. 메리에게 이스라엘 사람들은 탱크를 몰고와서 정든 곳을 밀어버리고 황폐하게 만드는 나쁜 사람들입니다. 둘이 서로의 일기를 읽는다면~ ‘껴안고 울며 서로를 위로할 것이다는 대답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슬퍼하는 아이는 슬픔을 담은 기록을 보며 회복됩니다. 소망을 잃은 사람은 자기보다 더 소망 없는 곳에서 일어선 사람을 보며 회복됩니다. 기록으로 남길만한 여건이 되지 않는 형편에서 남긴 기록은 지금도 사람들을 회복시키며 일으켜 세웁니다.

호다 타미르 제하드는 이라크에 삽니다. “호다 제하드(이라크)는 미군이 아줌마를 죽인 걸 일기에 썼다. 아줌마는 아침 6시에 왜 밖으로 나갔을까? 미군은 왜 아줌마에게 총을 쏘았을까?” 아줌마는 집이 무너지는 바람에 아이들이 다칠까봐 도움을 요청하려고 나왔습니다. 미군은 여자로 변장한 스파이라 여겨 죽였습니다. “이럴 때 옳고 그름을 어떤 기준에서 판단해야 하는가?” 물었더니 둘 다 그럴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전쟁이 가져온 고통이지 누구의 잘못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시란과 메리가 서로의 일기를 읽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물었던 것처럼 호다 타미르 제하드의 일기를 미국 사람들이 읽고 이라크 전쟁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어떻게 말할까?”도 나누었습니다. 생각이 달라질 거라고 대답합니다. 영상으로 미사일 쏘는 걸 보는 것과 전쟁의 한가운데에서 아이가 쓴 일기를 읽는 건 완전히 다릅니다. 그래서 기록이 중요합니다. 아이들에게 계속 기록을 강조하며 마지막으로 이렇게 물었습니다. “‘빼앗긴 내일과 소개한 일기글을 바탕으로 지금 우리나라에 가장 필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이야기해보자.” 아이들에게 자유로운 대답을 듣기 위해 한 질문이 아닙니다. 정답을 기록으로 만들어 놓고 이래도 기록하지 않을 거냐?’를 말하려고 작정하고 한 질문입니다.

또 다른 주인공 클라라 슈왈츠는 유대인입니다. 포로수용소에서 죽어야 하지만 독일인 벡씨가 숨겨주어서 살아남습니다. 전쟁 뒤에 벡씨 가족은 나치에 협력한 죄목으로 사형 선고를 받았지만 클라라의 일기를 증거로 목숨을 구합니다. 대단한 내용을 적지는 않았지만 아이의 일기가 한 가족을 죽음의 위기에서 구합니다. 일기는 전쟁의 광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피난처를 주었습니다. 전쟁을 게임 속 이야기로만 아는 아이들에게 내일을 빼앗긴 아이들 일기는 무엇을 가르칠 수 있을까요? ‘기록입니다. ‘쟤네는 힘들고 어려운 형편인데도 저렇게 잘 살았다. 너도 공부 좀 해라!’가 아니라 기록하라고 말해야 합니다. 독서반에서 아무리 책을 읽고 토론해도 글을 쓰지 않으면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합니다. ‘기록하고 또 기록하세요.’

 

대상도서 : 15소년 표류기, 비룡소

15소년 표류기는 <80일간의 세계 일주><해저 2만리>를 지은 쥘 베른 작품입니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이름난 소설이어서 세계 명작 시리즈에 꼭 들어갑니다. 독서반 아이들도 이미 몇 명이 읽었다고 합니다. 원작을 읽은 아이는 얼마나 될까요? 한 명도 없습니다. 모두 출판사에서 적당히 줄여서 낸 책을 읽었습니다. 레미제라블이 영화로 나왔을 때 기대하며 보았습니다. 영화를 먼저 보고 원작을 읽어야 했는데 원작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보니 실망이 큽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줄여서 편집하지 않으면 10시간 분량이 되었을 테니까요.

원작을 줄여놓은 책은 편집자의 책입니다. 줄거리를 바꿀 수 없으니 설명과 묘사를 뺍니다. 중심 줄거리에 영향을 주지 않는 사소한 이야기도 빼야 합니다. 세부묘사가 빠진 소설은 읽는 맛이 완전히 다릅니다. 화학조미료 넣어서 흉내냈지만 구수한 맛이 사라진 음식과 같습니다. 출판사에서 원작을 줄여서 책을 내놓는 까닭은 아이들이 줄거리 중심으로 책을 읽기 때문입니다. 복선과 암시를 빼버리고 편하게 읽게 만들어야 많이 팔립니다.

독서반에서 아이들에게 토론할 질문을 스스로 만들라고 하면 저도 생각하지 못한 좋은 질문을 만듭니다. 깊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저를 놀라게 합니다. 글도 잘 씁니다. 그렇지만 책을 읽을 때는 줄거리가 우선입니다. 더 좋은 능력을 많이 갖고 있지만 줄거리를 읽어내는 수준을 뛰어넘기가 어렵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책은 내용이 마음에 들어야 끝까지 읽습니다. 내용은 줄거리입니다. 당연히 아이들은 줄거리 중심으로 글을 읽습니다. 이 습관을 고치려고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하고 글을 씁니다. 꾸준히 하면 줄거리를 읽는 수준을 넘어서리라 믿고 계속 이야기를 나눕니다.

쥘 베른이 이름난 사람이고 15소년 표류기도 명작에 이름을 올렸지만 이미 150년 전 작품입니다. 내용이 단순합니다. 토론하지 않으면 15명이 폭풍우를 만나 섬에서 2년 반 살다가 구조되는 이야기로만 기억합니다. 그러면 재미있는 책재미없는 책으로는 구분하지만 좋은 책나쁜 책, 의미 있는 책으로는 말하지 않습니다. 읽고 줄거리를 알고 끝입니다.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하면 책을 깊이 읽습니다. 무조건 교훈을 찾으려고만 하지 않습니다. 깊이 느끼건, 날카롭게 분석하건 줄거리를 읽는 수준과는 견줄 수 없이 발전합니다. 15소년표류기를 읽고 이렇게 나눴습니다.

1. 분석 : 15소년은 폭풍우를 만났지만 아무도 안 죽습니다. 아이들은 어려운 일을 많이 만나지만 모두 잘 헤쳐 나갑니다. 제규어도 단칼에 죽이고, 바다표범을 잡아 등잔으로 쓸 기름을 만들기도 합니다. 배를 분해하고 뗏목을 만듭니다. 도르레를 설치해서 무거운 물건을 뗏목에 싣습니다. 사냥도 잘하고 긴 겨울도 아무 사고 없이 버팁니다. 대포를 쏘면 백발백중이고 해적을 만나도 아무도 안 죽습니다. 당연히 해적은 모두 죽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우연을 찾아보니 너무 많습니다. 줄거리를 읽을 때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우연이 너무 많아서 아이들이 웃습니다. 이야기를 나눈 뒤에야 이거 너무 유치한 이야기잖아라고 합니다.

2. 비교 : <영국의 기숙학교는 학생들에게 보다 많은 자율권을 주고 따라서 아이들은 더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 이것이 학생들의 장래에 매우 좋은 영향을 미친다. 아이들이 철없이 지내는 시간이 더 짧아지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교양교육과 지식 교육이 함께 이루어진다.(62)>라는 문장으로 우리나라 교육제도를 토론했습니다. 로알드 달이 지은 발칙하고 유쾌한 학교에 나오는 영국 기숙학교의 모습과 견주어 보았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교육 받은 우리가 표류를 한다면 15소년처럼 할 수 있을까도 나누었습니다. 중학교에 가기 직전이라 중학교 교육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3. 인기투표 : 이 시간은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글을 쓰기 전에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려고 가장 마음에 드는 아이는 누구냐?’ 물었더니 브리앙, 고든, 도니펀, 쟈크를 말합니다. 여자 아이들에게 애인으론 누가 좋을까?’ 물었다가 토론교실이 콘서트장처럼 변해버렸습니다. ‘도니펀 잘생기지 않았니?’, ‘귀족이니까 돈도 많을 거야!’, ‘까칠한 게 멋있어하며 도니펀을 지지합니다. 몇몇은 다정하고 친절한 브리앙과 사귀는 것처럼 말합니다. 브리앙은 친절하고 다정하지만 재미는 없을걸!’ 했더니 도니펀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남자는 역시 잘생겨야 해!’하며 깔깔댑니다.

4. 새로운 상상 : 브리앙과 도니펀이 갈등을 일으키다가 도니펀이 아이 3명과 함께 떠나잖아. 쥘 베른은 아이들이 돌아와 함께 지내는 이야기로 만들었지만 실제라면 어떨까? 실제로 고집 세고 콧대 높은 도니펀이 무리에서 떠난다면 어떻게 할 것 같아?” 물었습니다. 아이들은 서로 미워하다가 총을 쏘며 싸웠을 것이다’, ‘도니펀이 브리앙을 해칠 것이다’, ‘도니펀이 해적들을 불러들여 브리앙 편에 든 아이들을 몰아낼 것이다에 이어 도니펀이 동쪽 동굴에 정착한 다음 살기 편하게 만들어서 브리앙 편에 있는 아이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일 것이다. 브리앙이 용서를 빌며 찾아와서 부하가 되겠다고 할 때까지 수를 쓸 것이다는 의견까지 나왔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너희들 작가다. 지금 말한 식으로 글을 써서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가 있다고 했더니 무슨 책이냐고 묻습니다. 다음 달에는 읽자고 조른 그 책은 파리대왕입니다. ‘파리대왕은 아이들에게 어렵습니다. 그래도 계속 읽자고 합니다.

<분석>은 제가 주로 해줬습니다. 줄거리를 읽어내는 아이들은 책을 분석하지 못합니다. 제가 말해주고 나서야 비로소 , 그렇구나!’ 합니다. <비교>는 함께 나누었습니다. 로알드 달 시대 이야기는 제가 해주었고, 현재 학교 모습은 아이들이 주도했습니다. <인기투표>는 완전히 아이들 차지였습니다. 저는 그저 웃기만 했습니다. <새로운 상상>을 할 때는 질문만 했습니다. 토론하면서 아이들 마음은 우주와 같다. 잘 끌어내기만 하면 넓고 새로운 생각으로 끝없이 뻗어나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5소년 표류기로 토론하면서 파리대왕을 끌어냈으니 이렇게 생각해도 되겠지요!

700쪽이나 되는 분량이 부담스러워서 350쪽 정도의 요약판을 읽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줄거리는 알겠지만 문장과 복선, 묘사와 긴장을 제대로 읽지 못했을 겁니다. 장면을 눈앞에 떠올리기 어려웠을 테고 유치한 이야기가 되었겠죠. 위에서 인용한 62쪽 문장은 줄거리에 영향을 주지 않으니 사라졌을 겁니다. 그럼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와 비교하며 토론하지도 못했을 겁니다. 인기투표 역시 불가능합니다. 700쪽 분량에는 당시 삽화를 넣었지만 350쪽에는 그렇지 못하겠지요. 도니펀이 잘생겼다는 걸 알 수 없으니 아이들 모두 브리앙을 뽑을 겁니다. <새로운 상상>도 안 됩니다.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묘사와 설명이 없는 책을 읽으면 파리대왕은 없습니다.

책을 나눠주었을 때 아이들은 이렇게 두꺼운 책은 처음이에요.’, ‘400쪽 넘는 책을 한 번도 읽은 적이 없는데……했습니다. 그렇지만 1주일이 지나고 다시 만났을 때는 ‘700쪽도 별 것 아니네요.’라고 합니다. 두께는 책읽기에 걸림돌이 되지 않습니다. 줄거리만 읽는 책읽기가 더 걸림돌입니다. 제대로 읽고 여럿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생각을 펼쳐야 합니다. 그렇게 펼쳐낸 생각들 가운데 하나를 붙들어 글을 쓰며 정리해야 합니다. 그러면 아이들이 새로운 명작을 만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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