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에 읽은 책(앞으로 계속 추가하겠습니다.)

1. 복희탕의 비밀 (김태호, 153) / 4학년 이상

  김태호 작가는 독특한 아이디어로 글을 쓴다. 복희탕의 비밀은 장애를 다룬 책 중에 가장 재미있다. 장애를 다룬 책 대부분이 장애인이 등장하거나, 조금만 읽어도 장애인을 다른 사람으로 보지 말라는 내용이군!’ 하는데 이 책은 아니다. 아이들이 읽으면 장애를 다룬 책인지 모를 정도이다. 그래서 장애를 주제로 토론하기 좋다. 재미난 모험 이야기를 실컷 이야기한 뒤에 짜잔~ 이건 장애에 관한 이야기야!” 하면 아이들 마음에 많이 남겠다.  
올해 6학년을 또 맡았는데, 한 학기 한 권 읽기로 이 책을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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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슈퍼 깜장 봉지 (최영희, 131) /  3 이상

초등학생이 쓴 추천글
  <주인공은 과다 호흡 증후군이 있는 3학년 남자아이입니다. 이름은 석아로 인데요. 아로에게 과호흡증이 찾아올 때면 누워서 검정 봉지를 입에 댄 후 검정 봉지에 대고 자기가 내뱉었던 숨을 들이마시며 호흡하면 다시 괜찮아져요. 그래서 항상 검은 봉지를 들고 다니다 보니 별명도 깜장봉지가 됐어요. 돌아가신 아빠에 대한 그리운 마음과 아픔 때문에 마음의 병이 생겨 과호흡증을 갖게 된 거 같아요.
  아로의 엄마는 힘들게 클수록 훌륭한 사람이 된다고 말해요. 위인들도 그랬다며 말이에요. 아로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래서 작고 약했던 아로는 어느 날부터 용기를 내서 영웅처럼 용감해지기로 해요. 친구들을 괴롭히는 기태에게 그러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대신 맞서서 나서주기도 해요. 아로의 이런 변화를 보고 반 친구들도 달라지기 시작해요. ~>

2. 진짜 투명인간 (레미 쿠르종, 32) / 3학년 이상

프랑스 어린이와 청소년이 직접 뽑는 아동청소년 문학상 엥코 티블 수상작. 이런 책을 뽑은 아이들 수준에 놀랐다. 시각장애를 바라보는 마음에 편견이 없어 좋았다. ‘불쌍하다도 없고, ‘따뜻하다고 표현하기도 알맞지 않다. 좋은 책이다.

3. 나와 조금 다를 뿐이야 (이금이, 180) / 3학년 이상

수아는 장애를 가졌다. 마음대로 행동한다. 아무 때나 사라진다. 수아가 엄마의 고향 시골 학교로 전학 오자, 사촌인 영무가 바빠진다. 선생님은 영무에게 수아를 돌보라 한다. 고모(수아 엄마)의 사랑을 기억하는 영무는 수아를 돌봐야 하지만 쉽지 않다. 아이가 아이를 돌봐야 하니 어려운 게 당연하다. 수아를 무시하고, 미워하고, 이용하기도 한다. 이금이 작가는 아이들 마음을 잘 표현한다. 참 좋은 책이다.

4. 손으로 보는 아이 카밀 (토마시 마우코프스키, 148) / 3학년 이상

일곱 살 카밀은 앞이 보이지 않아 불편하지만 불행하지 않다. 약간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수영하고, 자전거 타고, 학교에도 잘 다닌다. 장님, 장애인, 불구라고 말하는 사람도 카밀을 만나면 달라진다. 20개의 에피소드 모두 즐겁고 밝다. 좋은 책이다.

5. 병태와 콩 이야기 (송언, 152) /  4 이상

다섯 편의 단편 모음집이다. <제비야 제비야>는 집 없는 설움을 제비집으로 표현했다. 참 좋다. <줄무늬 다람쥐>는 할머니의 죽음을, <오늘 재수 똥 튀겼네>는 월급을 받지 못하고 직장까지 잃은 아빠 이야기를, <할아버지 새>는 자폐 아이의 설움을 그렸다. 슬픈 이야기들을 너무 잘 썼다. <병태와 콩 이야기>만 분위기가 다르다. 따뜻하고 훈훈하다. 송언 작가님 참 글을 잘 쓰신다.

6. 버스 놓친 날 (장 뤽 루시아니, 119) / 4학년 이상

벵자멩은 늘 똑같은 일을 같은 시간에, 같은 횟수만큼 해야 안정이 된다. 같은 버스를 타고, 같은 자리에 앉고, 같은 시간에 집에 돌아온다. 이 규칙이 깨지면 공황상태에 빠진다. 맞다. 벵자멩은 장애아동이다. 어느날, 벵자멩은 학교 버스를 놓친다. 어떤 아이가 벵자멩을 엉뚱한 버스에 태워 낯선 곳으로 보내버린다. 벵자멩은 어디까지 갈까? 참 좋은 책이다. 낄낄거리게 만드는 문장력도 좋다. 추천한다.

7. 아름다운 아이 (R. J. 팔라시오, 478) / 5학년 이상

필립 얀시의 책에 엘리펀트 맨이 나온다. 코끼리를 닮은 이상한 생김새 때문에 서커스 단에서 사람들 구경거리로 살았던 실존 인물이다. 존 메릭은 다발성신경섬유종이 만든 기형 때문에 갖은 학대를 당했다. 나라면 하나님을 원망하고 사람을 미워하며 분노로 미쳐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존 메릭은 빼어난 지성을 가졌으며 섬세한 감성으로 인간임을 드러냈다. 이 책은 안면기형인 어커스트 풀먼이 학교에 가서 겪는 이야기다. 올해 최고의 성장동화다.

8. 아름다운 아이 줄리안 이야기 (R. J. 팔라시오, 143) / 5학년 이상

아름다운 아이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다. 도서관에서 읽다가 갑자기 훅 눈물이 나는 바람에 혼났다. 떠드는 아이들 곁에서 혼자 훌쩍이는 모습이라니~! 전편인 아름다운 아이는 안면 기형인 어기가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다. 이번 책은 줄리안이 어기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담았다. 줄리안이 어기를 싫어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읽으며, 줄리안의 부모님이 보여주는 고상한 듯 보이지만 이기적인 모습을 보며 '작가가 어떻게 회복을 보여주려나?' 궁금했다. 그런데 갑자기 훅~! 이건 정말 최고다.

9. 조막손 투수 (리광푸, 200) / 5학년 이상 동화

아창은 오른손이 조막손이다. 손이 작아서 물건을 잡거나 던지지 못한다. 아창은 야구 선수가 되고 싶다. 왼손으로 공을 잘 던진다. 그러나 오른손이 불편해서 야구 선수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손이 불편하다고 야구 선수가 되지 못한다는 법은 없다. 메이저리거 짐 에보트처럼.

10. 나는 언제나 말하고 있었어 (문경민, 220) /  6 이상

상처 입은 아이들 다독이던 소달초와 마을이 동화의 배경이다. 석탄산, 산사태, 함묵증 아이, 자갈 많은 골짜기 모두 생각난다. 작가가 내 마음에 들어와 내가 겪은 일을 쏙 빼내어 쓴 글 같다.

11. 해바라기 카짱 (니시카와 츠카사, 215) / 어른을 위한 동화

일본 작가인 니시카와 츠카사가 초등학교 시절에 겪은 일을 쓴 자전적 동화이다. 그는 자기만의 질문과 생각에 빠져 읽고 쓰지 못한다. 특수학급 아이들과 노는 걸 더 좋아한다. 4학년 때까지 1+1도 제대로 몰랐는데 4학년이 끝나면서 모리타 선생님을 만난다. 개학하기 전 2주일 동안 선생님과 공부하면서 자기가 바보가 아니라고 깨닫는다. 자신의 질문에 대답하는 선생님을 만나면서 니시카와 츠카사는 공부하는 아이가 된다. 아이를 대하는 태도, 질문, 격려 모두 본받고 싶다. 실제로 이런 선생님이 있다니 부럽다.

 

최고봉 선생님(그림책 전문가)이 고른 장애인권 그림책

조던 스콧,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책읽는곰

정진호. <위를 봐요!>. 현암주니어

존 버닝햄.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 비룡소.

차이자오룬. <보이지 않는다면>. 웅진주니어.

에이다 바셋 리치필드 글/ 김용연 그림. <흰 지팡이 여행>. 사계절.

로리 앤 톰슨 글/ 션 퀄스 그림. <달려라 왼발 자전거>. 씨드북.

조원희. <동구관찰>. 엔씨문화재단.

이소라. <빨간사자 아저씨>. 넷마블문화재단

고정욱 글/ 박재현 그림. <목 짧은 기린 지피>. 맹앤앵.

진보경. <조금 특별한 내 친구>. 넷마블문화재단.

이기규 글/ 윤정주 그림. <좀 다르면 어때?>. 웅진주니어.

 

 

 

강의를 들은 분이 모험을 다룬 책 목록을 요청하셔서 찾아봤습니다.
(제가 읽은 순서입니다. 추천 순서 아닙니다.)
- 모험 책을 더 알고 계시면 댓글에 적어주세요. 고맙습니다.

1. 끝없는 이야기 (미하엘 엔데, 702) / 6 이상  
  미하엘 엔데는 최고다. 책을 좋아하게 만들려고 환상적인 이야기를 썼다. 책 속 세상으로 들어가 환상세계를 구하는 이야기, 현실을 잊지 말고 자신을 찾으라는 이야기를 이렇게 재미나게 쓰다니! 700쪽이 계속 새롭다. 정말 좋은 작가다.

2. 우투리 하나린 시리즈 (20221, 5권까지 나옴)
  우투리와 용마 전설을 지금 이야기로 바꿔 써서 방정환 문학상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우투리의 후손과 우투리를 이용하려는 선악의 대결 구도라 아이들이 좋아하겠다. 누가 나쁜 편인지 찾아가는 과정도 재미있다.

3. 서찰을 전하는 아이 (한윤섭, 175) / 5 이상
  토론 수업 내용을 정리하려고 다시 읽었다. 오랜만에 읽어도 참 좋다. 책과 노니는 집, 초정리편지와 함께 역사 동화 중 으뜸이다. 아이는 어디에서 누굴 만나야 하는지도 모른 채 아버지가 남긴 편지를 갖고 무작정 전라도로 간다. 13살 아이에게 힘든 길이지만 편지 내용을 조금씩 알아내며 계속 길을 간다. 길을 가면서 자신을 점점 알아가고 세상도 조금씩 알아간다. 우금치를 바라보고 피노리까지 찾아간다. 그리고 전봉준에게 노래를 들려준다. 참 좋은 책이다.

4. 방과후 사냥꾼 (김선희, 159) / 4학년 이상
  지오는 모범생이다. 선생님인 엄마 얼굴에 먹칠하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이중생활을 한다. 낮엔 모범생이지만 밤에는 몰래 게임에 빠져든다. 그러다가 세상에서 가장 짜릿한 게임에 참여한다. 살아있는 걸 진짜 죽이는 장면을 찍어서 동영상으로 올리는 게임이다. 여기에 참여하면서 지오의 현실이 무너진다. 돈을 훔치고, 동생과 싸우고, 속이고, 속이고 또 속인다. 그래도 계속 게임에 빠져든다. 지오는 어떻게 될까? 토론할 내용이 많은 책이다.

5. 헌터걸 3-헌터캠프의 비밀 (김혜정, 160) / 4 이상
  헌터걸은 시리즈이다. 3편까지 나왔다. 화살, 그물, 표창, 매를 다루는 아이들이 나쁜 어른을 혼내주는 이야기이다. 헌터보이와 헌터걸은 좋은 편, 피리 부는 사나이와 초록눈은 나쁜 편이다. 피리 부는 사나이를 이기려면 화살, 그물, 표창, 매를 다루는 아이들이 협동해야 한다. 캠프에서 서로 다른 아이들이 마음을 열고 서로에게 다가가는 이야기이다. 아이들이 좋아하겠다. 아이들이 친해지는 과정에서 비약이 있지만 재미있고 토론할 내용도 있다. 좋은 책이다.
(202215편까지 나옴)

6. 불 꺼진 아파트의 아이들 (정명섭, 251) / 5학년 이상
  현진, 혜진, 태성이가 사는 도시가 블랙아웃을 만난다. 전기가 나가버리자 도시 기능이 마비된다. 여름 더위를 견디지 못한 냉장고 음식은 상해버리고, 신호등이 작동하지 않아 교통이 혼란스러워진다. 한 곳만 평온하다. 냉장고도 작동하고 선풍기도 돌아간다. ‘이상한 가게에는 태양광 전지가 설치되었다. 이건 에너지 박사님이 만들어주었다. 가볍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에너지와 환경에 관심을 갖게 하는 책이다.

7. 오즈의 마법사 우리가 아는 1편 이후에 14편까지 나왔다. 모두 재미있다.

오즈 2. 환상의 나라 오즈 (리차드 바움, 306)
  오즈의 마법사를 읽은 아이들이 후속편을 써달라고 졸라서 바움이 14편까지 썼다. 그 중에 두 번째 책이다. 소녀인 진저가 오즈를 공격해서 왕이 된다. 그리고 모든 남자에게 가사 일을 시킨다. (, 바움이 양성평등을?) 다른 등장인물로 워글벌레가 나온다. 대학교에서 강의를 듣던 벌레이다. 바움은 워글벌레에 대해 워글벌레가 받은 교육에는 저기 있는 저 언덕만큼이나 낡고 오래된 것뿐이다.’라고 썼다. (어설픈 지식을 자랑하는 교육자를 싫어했나?) 그런데도 바움은 거드름 피우며 아는 척만 하는 워글벌레를 오즈의 교육부 장관으로 삼는다. 그냥 아이들 책인데 나만 심각하게 읽나?

오즈 3. 오즈의 오즈마 공주 (프랭크 바움, 258) / 4학년 이상
  오즈의 마법사 3편이다. 도로시가 파도에 휩쓸려 바퀴인간의 나라에 다다르면서 모험하는 이야기이다. 1, 2편보다 재미있다. 저자 바움이 기존 질서를 싫어한 것 같다. 대령부터 소위에 이르기까지 장교가 가득한 곳에서 진짜 일하는 사람은 병사 한 명뿐이다. 장교는 무능하고, 겁쟁이며, 이기적인데 반해 병사만 제대로 일한다. 또한 일하기 싫어하는 이들에게는 대학이 가장 지내기 좋은 곳이라는 표현도 썼다. 저자의 생각을 찾는 게 재미나다.

오즈 4. 도로시와 오즈의 마법사 (프랭크 바움, 269) / 4학년 이상
  오즈의 마법사 4편이다. 지진이 나서 도로시가 땅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식물 나라, 맹가부 나라, 목소리의 계곡을 지나 오즈로 돌아온다. 저자 바움의 상상력이 정말 뛰어나다. 아이들이 보낸 의견도 책 내용에 넣었다고 한다. 우리반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좋겠다. 읽어줘야지!!

10. 호빗 (톨킨, 338) / 5 이상, 우정, 모험, 성장 등
  다섯 번 이상 읽었더니 읽는 재미가 시들해졌지만 빌보가 산의 보물 아르켄스톤을 양보하는 부분은 여전히 매력 넘친다. 고학년을 맡았으면 같이 읽어보고 싶은데 아쉽다. 참 좋은 책이다.

11. 나니아 연대기 (C. S. 루이스) / 4학년 이상
  1~7권까지 나온 모험 이야기다. 전세계 1억부 이상 팔린 대작이다. 영화로도 나왔다. 1편을 지루해하는 사람이 많다. 2편을 먼저 읽고 1편을 읽으면 좋다. 나와 아이들이 수십 번 읽은 책이다. 학교에서도 아이들에게 몇 번이나 읽어주었다.

12. 반지의 제왕 (톨킨) / 6학년 이상
  영화로 제작되어 유명해진 작품이다. 난 책이 더 좋았다. 판권을 가진 출판사가 바뀌어서 두꺼운 세 권의 책으로 다시 나왔다. 정말 정말 재미있고 좋은 책이다.

13. 사자왕 형제의 모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 5학년 이상
  참 좋아하는 모험 이야기다. 학생, 교사, 독서모임에서 따로 토론해본 책이다. 진짜 용기가 무엇인지 이야기하기 좋다. 추천한다.

14. 나는 바람이다. <튈프호 항해기, 바람의 나라> (김남중, 175, 176) / 5 이상 / 탐험, 조선후기 세계역사 배경
  이리역 열차사고를 다룬 <기찻길 옆 동네>를 따뜻하게 읽은 기억이 있어 김남중 작가의 책을 샀다. 하멜이 우리나라에 표류해서 온 이야기가 1-2, 하멜이 만난 아이가 동인도 회사의 배를 타게 되는 과정(3-4)이 있는 줄 모르고 읽은 5-6편이다. 해풍이가 튈프호를 타고 조선에서 하멜의 나라 네덜란드까지 가는 과정을 썼다. 항해의 어려움, 거친 선원 사이에서 견뎌야 하는 고통, 조선 아이가 외국인들 사이에서 겪어야 하는 외로움이 잘 드러났다. 항해와 당시 역사를 자세하게 알 수 있다. 초등학생은 재미로 읽고, 중학생은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 깊이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른이 읽어도 재미있다.

15. 산적의 딸 로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314) / 동화, 6 이상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서로 못 잡아먹어 으르렁대는 두 산적의 아들과 딸이 서로를 좋아한다. 로냐는 친구를 붙잡아 협박하는 아버지를 배신하고 친구를 구해낸 뒤에 집을 떠나야 할 처지에 놓인다. 아름다운 이야기다.

16. 수일이와 수일이 (김우경, 우리교육) / 초등 5학년 이상
  학원 가기 싫은 수일이가 옛날에 전해오던 이야기 - 손톱을 쥐에게 먹이면 자신과 똑같은 사람이 생긴다 -를 실행한다. 가짜 수일이가 생기고, 처음에는 좋다가 점점 어려운 일이 생기고~ 전체 줄거리는 뻔하게 흘러가지만 곳곳에 반전이 숨어있어서 재미있다. 학원에 지친 학생들과 이야기하기 좋겠다. (모험은 아니지만, 모험 같은 이야기다.)

17. 동방의 마르코 폴로 최부 (김성미, 푸른숲) / 4학년 이상
  1488년 최부가 제주도에서 표류해서 14일 만에 중국 절강에 닿고, 3200km를 돌아 135일 만에 조선으로 돌아간 표류기이다. 동방견문록과 더불어 중국 3대 기행문으로 꼽힌다.

18. 이누이트가 되어라 (이병철) / 5 이상
  에스키모(생고기를 먹는 사람)란 말은 백인들이 이누이트(사람)를 깔보면서 붙인 이름이다. 일본 사람 나오미는 이누이트에게 먹고 사냥하고 개썰매를 끄는 법을 배워서 홀로 북극에 다녀왔다. 이 책은 우에무라 나오미가 혼자 개썰매를 타고 북극권 12000km를 달린 이야기와 2700km를 달려 북극점에 다녀온 이야기이다.


모험 이야기는 아니지만 비슷한 느낌이라 추가한다.
19. 거짓말 학교 (전성희, 223) / 5 이상
국가의 발전을 위해 거짓말을 가르치는 학교가 있다면? 거짓말 학교 학생들은 친구를 어떻게 사귈까? 친구를 믿을까? 네 아이가 함께 공통의 적인 교장선생님과 맞서는데 같은 편이라 믿을까? 토론에 대한 원고를 쓰다가 거짓말 학교내용이 나와서 다시 읽었다. 다시 봐도 명작이다. 사람을 대하는 일을 하는 분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전성희 작가는 거짓말을 전략적으로 가르치는 학교를 만들어, 거짓말이 인간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밝힌다. 정말 좋은 책이다.

 

20. 제로니모의 환상 모험 (내가 읽지 않은 책이다. 아이들이 좋아해서 목록에 넣었다.)

 

101살 할아버지의 마지막 인사 (벤자민 페렌츠, 149) / 인문, 인생,, 홀로코스트

우와~! 정말 좋은 책을 만났다. 101살 할아버지 내공이 장난 아니다. 저자 소개를 읽지 않고 책을 읽으면 <성공한! 멋진! 40~50대 법률 전문가>가 썼다고 생각하겠다. 자신이 살아온 과정을 이야기하는데 ~!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소년을 읽다와 함께 단숨에 올해 최고의 책 후보에 올렸다.

저자를 간단하게 소개하면 이렇다. 1920년 트란실바니아(지금은 없어진 나라)에서 출생. 9개월 때 미국으로 이민. 맨해튼 우범 지구에서 굉장히 가난하게 살면서 유머를 잃지 않음. 영어를 모르면서도 주눅 들지 않음. 고등학교 졸업장 받지 못했지만, 하버드 로스쿨 졸업. 2차 세계대전에서 포로수용소를 돌며 전범 증거 수집. 2차 세계대전에서 후 뉘른베르

크 전범 재판에서 나치 학살부대 기소. 이스라엘과 서독 간 유대인 배상 협상에 참여해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에게 재산을 돌려주는데 앞장섬. 국제형사재판소 설립에 선구적인 역할.

다시 말하지만, 이 책 정말 좋다. 낙관적으로 생각하며, 웃음을 잃지 않고, 어려워도 부딪치고 계속 노력하며, 인간을 위해 살아가는 훌륭한 분이다. 100년 동안 도전하고, 노력하고, 힘든 일을 만나도 즐겁게 부딪치며, 이웃을 위해 살아왔다. 정말 멋진 노인이다. 나는 슬픔과 우울을 친구 삼아 사는데 좀 가볍고 즐겁게 살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내용이 정말 많다. 다만, 같은 분량의 다른 책에 견주어 책값이 약간 비싸다. (저작권료가 비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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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두려운 것이라도, 우리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전혀 부정적인 것이 아니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이미 알고 있다. 두려움은 우리 시대의 직장이나 교육 환경에서 살아남게 해주고, 우리가 원하는 삶을 이루게 해주며, 우리가 익숙해진 것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무엇을 잃을까봐 두려운 것이라 해도, 역시 나쁠 것이 없다. 그 말은 곧 싸워서 지켜야 할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니, 그만큼 그것에 집중하다 보면 두려움은 오히려 생산성과 효율성, 용기와 스피드 같은 것으로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다(53).

길을 잘못 들어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 곧장 돌아 나와야 한다. 비록 그것이 우리가 무언가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뜻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잘못된 길을 계속해서 고집했다가는 벼랑 아래로 곤두박질칠 수도 있는 것이다.
이것은 논쟁에서도 마찬가지다(106).

한때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 조언을 구한 적도 있었다. 십 대가 된 아이들은 전혀 통제가 되지 않았다. 의사는 아이들이 좀 더 편안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아이들은 곧 괜찮아질 거라고, 아이들에겐 좋은 부모와 좋은 가족이 있고, 또 바르게 자랐다고도 했다. 잊지 말아야 한다. 사춘기는 일시적으로 제정신이 아닌 시기라는 것을 말이다. 그때는 우리 모두가 반쯤은 미쳐 있는 것이다(109).

저 자신의 영웅이 되어야 한다. 내게는 우상이 없었다. 나는 양키 스타디움에서 베이브 루스가 홈런을 치는 걸 본 적이 있다. 모두들 굉장히 흥분했지만, 나는 아니었다. 그가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세게 공을 칠 수 있다고 해서 그게 어떻다는 건가? 우리는 모두 우리 자신의 홈런을 치기 위해 애쓰고 있다(145).

 

 
가르침과 배움의 관점에서 새로 쓰는 도덕경 (김경윤, 250쪽) / 교육, 철학
도덕경은 5000여 자로 이루어진 81편의 시이다. 노자에 관한 이야기는 진실과 허구를 판가름하기 어려워서 노자라는 인물 자체가 허구일 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러나 도덕경에 쓰인 내용은 지금도 활발하게 연구될 정도로 가치가 있다.
대학 때 노자의 시 한 문장을 참 좋아했다.
“진정한 지도자는 계획한 일이 잘 되었을 때 ‘우리가 함께 해냈다.’고 말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하는 내용이다. 교사가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모습이 그려져서 좋아했다.
『가르침과 배움의 관점에서 새로 쓰는 도덕경』도 비슷한 내용이다. 내용이 참 좋다. 도덕경을 가르침과 배움의 관점에서 쓰고 짧게 해설을 달았다. 예를 들어보자.

도덕경 1장은 “도가도 비상도 명가명 비상명”으로 시작한다. 저자는 이를 “우리가 따르는 길은 영원한 길이 아니다. 우리가 붙인 이름은 영원한 이름이 아니다.”로 해석했다. 그리고 “가르침에는 끝이 없습니다. 끝이 있다고 말하면 안 됩니다. 배움에도 끝이 없습니다. 끝이 있다고 말하면 안 됩니다.~ ”라고 썼다. 이를 설명하며 “교사는 가르치면서 배웁니다. 가르칠 때마다 무지의 영역을 깨뜨립니다. 그리하여 학생이 됩니다. 다시 배움의 길로 들어갑니다.~”라고 썼다.

도덕경을 옮긴 구절이 참 좋다. 맑고 깊다. 저자의 해설도 따뜻하다. ‘그렇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2020년에 노자 도덕경을 풀어 쓴 『배움의 도』를 읽었는데 그것보다 더 좋다. 교사와 학부모가 천천히 읽으면 좋겠다. 나도 모임에서 나누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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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부터 책을 읽고 내용 정리를 시작했다.
2013년부터 올해까지 9년 동안 1611권을 읽었다. 이틀에 한 권 꼴이다. (월간지, 그림책은 뺐다.)
2000년 이후에 읽은 책은 3000권 정도 될 것 같다.
책벌레치고는 서재에 책이 많진 않다. 삼천 권 정도 된다.
그냥 준 책도 많고, 빌려줬다 받지 못한 책도 많다. (『피를 나눈 형제』를 빌려주고 못 받은 게 가장 아깝다.)
다른 집 서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서재에 있는 책의 95%는 다 읽었다는 사실이다.

목수 불러서 편백나무로 만든 서재

 
책을 삼천 권 읽으면서 얻은 유익이 몇 가지 있다.

<<책을 삼천 권 읽으면 일어나는 일 5>>

=== 정보를 빨리 찾는다. ===

아이가 학교에서 숙제를 받아왔다. 간단한 내용이다.
그냥 알려줄 수도 있지만, 가르쳐주지 않았다. 검색하면 재빨리 해결하겠지만, 책을 건네줬다.
이 책 읽으면 숙제할 수 있어.”
숙제에 도움이 되는 책이 집에 없을 때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왔다.
그냥 말해도 되는 내용인데도 굳이 책에서 찾으라고 했다.
물론 강제로, 억지로, 억압하며 시키진 않았다. 자연스럽게, 살살 꼬드기며, 같이 찾았다.
그럼 아이는 관련 정보를 찾는 능력을 갖는다.

아이들은 대부분(사실 거의 전부) 숙제에 검색 결과를 적는다.
이해하지 못하는 문장을 읽는다. 때론 말이 안 되는 내용도 있다.
이렇게 하면 단순하게 검색해서 정보를 찾는 능력만 생긴다.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갖는 능력이다.

내 자녀는 책을 참고해서 숙제를 했다. 이렇게 하면 아이들이 책을 좋아한다. 정보를 잘 찾는다.
언젠가 아이들이 중고등학생일 때 과제를 하기 위해 검색해야 했다.
난 금방 찾는데 내 자녀는 잘 찾지 못했다.
아빠는 어떻게 그렇게 빨리 찾아요?”
난 책을 많이 봤기 때문 아닐까?”

책을 삼천 권쯤 읽으면 핵심 키워드가 보인다. 저자 소개만 봐도 성향이 보인다.
출판사만 봐도 진실한 내용인지, 꾸며낸 내용인지, 대필자가 창작한 내용인지 보인다.
아이가 내놓는 과제 제목을 보면 어떤 낱말로 검색해야 할지 보인다.
도서관 어디에서 어떤 책을 찾아야 하는지 보인다.
이런 사람이 곁에 있으면 과제를 쉽게 한다. 특히 어려운 주제일수록 도움이 많이 된다.
초등학교 숙제보다는 중고등학교 과제에, 대학에서 논문 쓸 때 요긴하다.

어릴 때 독서에 시간을 쏟으면, 나이가 들면서 시간을 보상받는다.
정보가 넘치는 세상에서 꼭 필요한 정보를 빨리 찾는 거, 생각보다 이득이 많다.
독서는 결코 밑지는 장사 아니다. 이득이 보장된 확실한 투자다.

 

<<책을 삼천 권 읽으면 일어나는 일 4>>

=== 회복탄력성 ===

삶은 기쁨과 슬픔, 환희와 절망, 고통과 회복으로 이루어진다.
산다는 건
좋은 날을 즐기고, 그런 날이 또 오기를 기대하며
슬픈 날을 견디고, 그런 날이 다시 오지 않기를 바라는 과정이다.

바람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다.
살면서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이 더 많다.
말 잘 듣고 얌전한 아이를 맡으면 좋은 날이 많아지건만,
다들 그런 학급을 맡으려 하니 누군가는 짐을 져야 한다.
같이 지내기 힘든 아이들, 하기 싫어하는 업무를 맡으면 무척 힘들다.
편하게 지내고 싶다. 걱정하고 끙끙대며 살기 싫다.
그러나 예수님 생각하면 네가 짐을 져야지!” 하시는데 어쩌겠나!

문제는, 즐겁고 기쁘게 짐을 지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월요일 아침마다 오늘이 금요일이면 좋겠다!” 생각한다.
떠들고 싸우는 아이들이 가만히 선 나무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움직이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있는 나무!
그러나 아이들은 싸우고, 일이 밀려온다.
힘겹게 하루하루 견디다 보면 지쳐서 쓰러질 지경이 된다.

그러면 책을 읽는다.
괴로울 땐 슬픈 책!
답답할 땐 뉴베리상 수상작!
정말 정말 견디기 힘들 땐 부서진 사람같은 부서진 이야기!
그래도 안 되면 책벌레들의 책 없는 방학, 수요일의 전쟁을 읽으며 낄낄댄다.
산둥수용소, 지혜란 무엇인가의 통찰력에 박수를 친다.
책을 읽다 보면 커다란 문제가 슬며시 작아지고, 고통이 줄어든다.
몇 시간 읽고 나면 그래, 다시 해보자.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마음이 생긴다.

책을 삼천 권 읽으면 진짜 진짜 내게 맞는 책이 생긴다.
아플 때 읽는, 책 약,
고통스러울 때 읽는, 책 회복제,
외로울 때 읽는, 마음을 알아주는 책 친구,
이런 걸 회복탄력성이라고 부른다.
나는 책이 있으면 회복된다.

물론 다른 방법도 있다.
예쁜 까페에 가고, 멋진 풍경을 보고, 드라마나 SNS를 즐기고~
술 마시고, 게임하고, 친구들과 수다 떨고~
다른 사람을 괴롭게 만드는 방법이 아니라면 뭐든 좋다.

난 책을 좋아하고, 책을 읽으며 회복된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애니 딜라드가 작가살이에서 그랬다.
책을 읽으려면 관 정도의 공간이면 충분하다.”
책 한 권과 나만의 좁은 공간이면 회복된다.
술 먹고 그러는 것보다 책 읽으며 회복되는 거~
괜찮지 않나?

사진> 독일 환경도시 프라이부르크 서점

 

 
<<책을 삼천 권 읽으면 일어나는 일 3>>

=== 통찰력이 생긴다 ===

알다시피 고등학교에서는 성적을 올리기 어렵다.
그런데 고등학교에서 성적이 쭈욱 올라가는 학생이 있다. 대부분 책을 많이 읽은 학생이다. (독하게 노력한 학생도~)
정말 책을 많이 읽으면 공부를 잘할까? 왜 잘할까?
책 많이 읽으면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효과를 내야 하지 않나?
왜 고등학교에서 더 효과를 낼까?

책을 읽으면 역사, 사회, 과학, 경제 등을 이야기 형태로 만난다.
정확한 지식은 기억하지 못해도 두뇌에 이야기가 저장된다
(책 읽고 지식을 얼마나 기억하는지 확인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 책을 읽으면 배경지식이 많아진다배경지식이 많으면 낯선 내용도 빨리 이해한다.
복잡하고 긴~ 지문도 재빨리 파악하고 간단하게 구조화한다.

초등학교 시험은 간단한 지식 확인, 간단한 지문 이해 확인이 대부분이다.
지식의 양이 많아지고 지문의 길이가 길어지지만, 중학교 시험도 초등학교 시험과 형식이 비슷하다.
고등학교는 다르다. 수능을 위한 전국 모의고사를 치른다무얼 아는지 평가한다기보다 무얼 모르는지 평가하는 것 같다.
빨리 읽으면서 내용을 파악하고 문제를 풀어야 한다.
국어의 경우) 작가의 의도가 아니라 작가(가 쓴 작품)에 대한 출제자의 의도를 찾아야 한다.
짧은 시간에, 긴 글을 읽고(수학, 과학도 문제가 길다) 답을 찾으려면 이해력과 함께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
책을 읽어야 생기는 능력이다. (일부는 타고난다.) (엄청난 시간을 투자해서 외우고 또 외우면 극복할 수 있긴 하다.)

책을 많이 읽으면 정보를 받아들이는 능력이 생긴다.
관련된 이야기를 알고(책을 많이 읽었으므로), 빨리 받아들이면 낯선 내용, 긴 이야기라도 쉽게 이해한다.
유익한 정보도 잘 찾는다. 그럼 공부를 잘한다.

초등 저학년 때는 아이들이 책을 많이 읽는다안타깝게도, 사춘기를 맞으면서 책과 점점 멀어진다.
진짜 책을 읽어야 할 때에 책을 멀리하고 문제 풀이에 몰두한다.
통찰력을 기르면 쉽게 갈 길을, 멀리 돌아서 가는 셈이다.
공부를 잘하려면 통찰력이 필요하다.
초등학생은 많이 읽고, 중학생은 천천히 깊이 읽어야 한다.

물론 나는 책이 좋아서 읽는다. 통찰력은 덤이다.
이 혜택은 내 자녀들이 누렸다. 고등학생일 때도 8시간씩 자고 성적이 좋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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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삼척 권 읽으면 일어나는 일 2>>

===내가 누군지, 어떻게 판단하는지 안다===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가 한 말로 널리 알려졌다.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 많을 텐데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이 가장 유명하다.
이 말은 델포이 신전 벽에 새겨진 낙서였다.
델포이 신전에 낙서가 많았을 텐데 소크라테스는 이 말을 간직했고,
소크라테스 덕분에 후대 사람들도 “너 자신을 알라”를 계속 듣는다.
그만큼 자신을 아는 게 중요하다. 특히 책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책을 읽으면 나와 등장인물의 행동을 견주어 본다.
‘나라면 이렇게 했을 텐데 저 사람은 저렇게 했구나!’
‘내가 분노하는 부분에 주인공은 오히려 마음이 차가워졌구나!’
‘왜 저렇게 할까? 나랑 많이 다르네~!’
책을 읽으면 생각하는 나를 만나고, 생각을 통해 나를 알아간다.
 
동화나 소설만이 아니다.
역사, 인문, 사회 관련 책은 모두 ‘내’ 해석을 기다린다.
작가의 해석을 읽으면서, 내가 다시 판단하고 해석한다.
읽으면서 배우고, 해석하면서 나를 이루어간다.
토론하며 읽으면 나와 다른 해석(의견)을 만나고 내가 왜 이렇게 생각하는지, 무엇이 다른지 알아간다.
‘과학’ 책도 마찬가지다.
과학책을 싫어하는 나, 좋아하는 나, 어려워하는 나~ 모두 책과 나와의 만남을 통해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물론, 시험 준비하듯 외우면서 읽으면 소용없다.
이해도 못 하면서 많이 읽기만 해도 소용없다.
사실 삼천 권이라는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한 권이라도 제대로 읽으면 자신을 알게 된다.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을 분별한다.
 
며칠 전에 2022학년도 희망 학년 지원서를 받았다.
희망 학년을 빈칸으로 내며 “후배들이 안 하는 학년 주세요!” 했다.
책을 삼천 권 읽고 내가 해야 할 일을 모르면 책 뭐하러 읽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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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삼척 권 읽으면 일어나는 일 1>>
 
1. 사람을 이해하게 된다.
 
책에 다양한 인물이 나온다. 우리 주위에서 만나는 사람부터 특별한 사람까지~
독자는 책 밖에서 인물의 행동과 생각, 말투를 내려다본다.
인물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몇 시간 만에 들여다본다.
‘이렇게 행동하고 말하는 사람이니 저렇게 될 거야~’
‘시대 배경과 주위 인물이 저러하니 이런 일이 일어날 거야~’
‘이 사람 마음이 이런 건, 저런 일을 겪었기 때문이구나~’
 
책을 읽을수록 주위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게 된다.
왜 화를 내거나 슬퍼하는지~ 왜 속이는지~ 삐치는지~
‘내가 이렇게 대하면 저렇게 할 거고, 저렇게 하면 이렇게 할 테니
말을 이러저러하게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내 말을 듣고 위로받았다는 분들이 꽤 있다.
돈을 주거나 선물을 보내지 않았지만, 고맙다고 말했다.
오래 만나거나, 오랜 시간 도와주지 않았는데도, 고맙다고 했다.
그분들 이야기를 조금만 들어도 말하지 않은 상황까지 보인다.
책을 읽는 것처럼 등장인물을 이해하게 된다.
그럼 뻔한 대답, 쉬운 해결책, 아는 척하는 말이 아니라
‘당신을 이해해요. 당신 마음을 알아요.’ 느끼게 하는 말이 나온다.
내가 하는 말이 아니라 책벌레 권일한에게서 나오는 말이다.
 
그저 한두 마디 말을 했을 뿐인데 반응이 달라진다.
폭발하는 아이가 "선생님은 믿을 수 있어요!" 한 것도
내가 혼내는 게 아니라 이해하고 공감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사람을 이해했기 때문인 것 같다.
 
물론 무턱대고 많이 읽는다고 사람을 이해하는 건 아니다.
책 많이 읽었지만, 편협하고 고집 세고 아는 척만 하는 사람 많다.
어떤 책을 읽건 상관없이 일정 분량은 동화, 소설을 읽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을 이해한다.
또한 책을 나누어야 한다. 토론하면 이해 범위가 넓어진다.
(토론 수업과 강의에서 내가 가장 강조하는 건 '듣기'다.
그러니까 토론한다는 건 말하는 게 아니라 '듣는' 거다.)
 
3000권, 700000쪽 읽고 사람을 이해하는 능력을 얻었으니
요즘 아이들 말로 ‘개이득’이다.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이 소년원에서 국어 수업을 한 기록이다.
글이~ 완전~ 예술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문학가가 쓴 것 같다.
짧게 툭툭 내뱉듯 쓴 문장을 천천히 읽고 또 읽게 만든다.

서현숙 선생님, 글을 정말 잘 쓴다생각이 깊이가 있는데, 읽으면 밝고 가벼운 느낌이 든다.
편하게 읽으면서 깊게 생각하게 만들다니 굉장하다.
소년원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문장에 가득 담겼다.
정말~ ~말 좋은 책이다.

나도 재소자, 소년원 아이들과 인연이 있다.
교도소에 갇힌 사람과 1년 넘게 편지를 주고받았다.
나는 후원자였고, 그 사람은 글쎄~
내 마음을 훔쳐 돈을 얻어간 사람이었을 수도 있다.

2019~20202년 동안 소년원 아이들이 쓴 편지를 읽었다.
내가 선정한 책을 교보재단에서 소년원에 보내주었고,
소년원 아이들이 응모한 편지를 심사했다.
마음 아픈 이야기가 많았다.
올해는 심사위원이 아니다. 아이들 이야기를 못 읽어서 아쉽다.

소년을 읽다를 읽으며 야학에서 수업했던 때가 생각났다.
학업을 관둔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애들이 참 착했다.
나도 선입관을 갖고 다가갔다가 애들 보고 깜짝 놀랐다.
그때는 얘들이 왜 학교를 관뒀지?’아무리 생각해도 몰랐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소년을 읽다, 참 좋은 책이다.

 

근철이가 느낀 고마움 너머, 거기에 미안함이 있다. 어른인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고마움에 미안함이 왜 찰떡처럼 들러붙어 있는지 말이다. 마음의 일이어서 그렇다. 사람이라는 존재가 마음으로 꽉 채워져 있어서 그렇다. 바다는 푸른 물결이 가득 차서 끊임없이 넘실거린다. 사람 안에는 마음이 가득하다. 마음은 단단하지 못한 채로 항시 흔들린다. 미안함, 고마움, 그리움으로 꽉 차서 넘실거린다. (77)

우리는 소년에게 책을 주지만 소년이 손에 받은 것은 자신을 돌보며 사는 마음 아닐까.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살 수 있는 마음 아닐까.(116)

나는 이 푸대접의 공간에 익숙해졌다. 3월 초에는 교실을 보고 낯이 뜨거웠다. 여기에서 수업을 하라고? 이 정도면 총고 아니야? 이 공간에서 수업을 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모멸로 느껴졌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익숙해진다. 아무렇지도 않아진다. 누구를 초대하고도 누추함에 대한 부끄러움이 옅어졌다. 슬픈 일이네. 바꾸지도 못하면서 익숙해지기만 했으니 말이야. (166)

여기 도무지 글과는 인연이 없어 보이는 소년원의 소년들이 글을 만나 눈을 반짝이는 마법 같은 이야기가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이들이 글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만날 글과 이야기가 없었을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아니, 이들의 삶에 눈을 반짝이는 글과 말에 우리가 얼마나 무지하고 무관심했는지 깨닫게 된다. 이들이 할 이야기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들에게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나아가 세상이 사랑하는 많은 글과 이야기가 사실은 좁디좁은 세계의 한 줌 사람들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부끄럽게 돌아보게 된다. 그들이 책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책을 우리 세계에 가두었다는 것을 말이다. (엄기호 추천글)

 

 

화장실 벽에 쓴 낙서 (줄리아 월튼, 310) / 2학년 이상

지난해부터 양철북 출판사에서 청소년 문학 책을 내기 시작했다. 첫 번째 그리고 바람이 불었다는 아버지를 칼로 찌른 소녀 이야기, 두 번째 기차를 기다리는 소년은 기차 역에서 오지 않는 아빠를 기다리는 소년 이야기, 화장실 벽에 쓴 낙서는 조현병을 앓는 소년 이야기다. 화장실 벽에 쓴 낙서그리고 바람이 불었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썼다. 처음 두 책은 스페인에서 인정받았고, 화장실 벽에 쓴 낙서는 미국도서관협회 최고의 청소년 소설로 선정되었다.

조현병 환자가 큰 사고를 일으켰다는 소식이 가끔 들린다. 조용히 지내는 환자 이야기는 뉴스에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조현병 환자가 모두 정신병자라고 생각한다. 애덤은 조현병 환자다. 환상을 보고 환청을 듣는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진 않지만, 이상행동을 해서 놀라게 한다. 그래서 상담하며 임상 시험약을 먹는다.

책은 상담 과정을 기록한 내용으로 이루어졌다. 조현병을 앓는 애덤이 주인공이지만, 내용은 청소년들의 관계를 다룬다. 친구 관계, 이성 교재, 부모와의 관계로 고민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조현병의 특징이 조금씩 드러나는 것 외에는 '괜찮은 청소년 문학 작품'으로 봐도 된다. 애덤이 자신의 병에 대해 고민하며, 조현병 때문에 친구 관계를 의식해야 하는 과정이 드러나서 더 흥미롭다. 전개 방식과 문체도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담담하게 표현하되, 문장이 짧아서 좋다.

애덤이 자기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저자가 조현병을 설명한다.
자기 자신을 믿을 수 없다는 건 아주 기이한 현실이에요.딛거나 기댈 것이 없죠.
혼자 있어도 결코 혼자라고 느낄 수 없는 심정을요.

양철북 청소년 문학은 우리나라에서 잘 다루지 않은 주제를 다룬다. 아빠를 칼로 찌른 딸, 조현병을 앓는 아들, 돌아오지 않는 아빠를 기다리는 이야기로는 책이 많이 팔릴 것 같지 않다. 그래도 참 좋은 책이다. 진지하게 토론하면 좋을 책이다.

 

 

1. 지혜란 무엇인가? (송민원, 244)

완전히 새로운 관점으로 해설했다. 30년 전, 박영선 목사님의 책 하나님의 열심을 읽고 눈이 번쩍 뜨였던 때의 느낌이 다시 생각났다. 이분이 신학교 교수가 아니라 일반인을 만나는 강사로 살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참 멋지다.

잠언-욥기-전도서를 규범적 지혜와 반성적 지혜로 설명한다. 잠언은 규범적 지혜를 보여준다. 잠언을 읽는 방법과 문법을 소개하고 몇 구절에 대한 해석을 다룬다. 잠언은 전체를 읽는 관점을 찾기 어려운 책이다. 그래서 히브리어 해석분량이 많다.

욥기와 전도서 해설이 굉장하다. 욥기 전체를 규범적 지혜와 반성적 지혜의 대립으로 해설한다. 이것만으로도 정말 탁월하다. 특히 욥기 1~2, 38~42장 해설이 특별하다. 책값이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이 부분 읽으며 책값 다했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설명하던 방식을 완전히 뒤집는다.(궁금하면 읽어보시라!) 읽는 부분마다 좋아서 줄을 너무 많이 그었다.

전도서도 정말 탁월하다. 내 나이만큼 성경을 읽었고, 꾸준히 공부하고 묵상했는데도 어떻게 이런 질문을 할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잠언과 전도서를 비교하는 부분은 상상도 못 한 내용이 계속 나와 계속 감탄하며 읽었다. 정말 최고다!

 

2. 우리가 몰랐던 1세기 교회 (박영호, 264)

성경을 해설하는 좋은 작가가 계속 나온다. 내용이 참 좋다. 1세기 교회 상황을 설명하며 성경이 어떤 뜻인지 알려준다. 우리가 생각한 이상적인 모습으로서의 초대 교회가 아니라 실제로 그들이 모인 곳, 예배 형식, 교회의 문제, 사회에서의 영향, 당시 사회의 반응을 드러내어 밝혀준다. 서신서를 읽을 때 참고하면 도움이 많이 되는 책이다.

 

3. 그 틈에 서서 (박윤만, 430)

누워서 설렁설렁 읽으려다가 어이쿠!’ 놀라 밑줄 그으며 읽었다. 참으로 좋은 책을 만났다. 그동안 읽은 기독교 서적은 비슷한 내용에 약간씩 다른 설명이 많았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눈으로 성경을 설명한다. 프레드릭 뷔크너를 볼 때처럼 새로웠다. <생명이 틈으로 시작한다>는 프롤로그도 좋았고, <동터 올 나라를 기다리며>라는 제목으로 설명한 구약이 진짜 좋았다. <이미 도래했으나 아직 완성되지 않은 나라>라는 제목의 신약도 좋았다. <이미와 아직, 그 사이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라는 마지막 장이 그나마 보통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사실 이 부분도 좋았다. 성경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꼭 읽으라고 권해드린다.

 

4. 성경 지리 주석-사복음서 (배리 베이첼 편집, 451)

예수님이 태어나고 자라고 다녔던 장소를 중심으로 해설한 주석이다. 지리와 역사를 바탕으로 성경을 사실에 맞게 해설하려고 노력했다. 지도와 사진이 예수님이 살던 당시 현장으로 데려가는 것 같다. 복음서 이야기가 펼쳐진 장소를 알면 예수님이 겪은 일을 사실에 가깝게 이해할 수 있다. 성경 공부에 도움이 되는 책이다. 이런 책을 읽는 평신도가 많아지면 교회가 더 건강해지리라 생각한다.

 

5. 오늘을 위한 레위기 (김근주, 639)

김근주 교수가 쓴 레위기 해설이다. 구조를 분석하고, 성경학자들의 의견을 정리하고 반박하며, 원어의 뜻을 풀이하여 설명한다. 레위기를 공부하기에 정말 좋은 책이지만, 꼼꼼하게 해설한 책을 읽지 않았던 분들에겐 힘들 수 있다. 이런 책을 읽는 그리스도인이 많아지면 좋겠다. 그동안 내가 알던 레위기가 다르게 다가왔다. 이미 끝나버린 제사 제도를 써놓은 책이 아니라 오늘도 영향을 주는 은혜의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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