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책을 읽게 하려면 책을 알아야 하고, 아이를 알아야 합니다.
부모나 교사가 책을 좋아하고 안다 해도 아이를 모르면 독서는 어른의 취미로 끝나버립니다.

아이를 가르칠 때 알아야 하는 첫 번째는?
아이는 놀이를 좋아합니다. 애들은 놀아야 삽니다.
이 궁리, 저 궁리하다가 책 놀이를 만들었습니다.

저는 사회 새로운 단원을 시작할 때마다 책 놀이를 합니다.
3학년 사회 2단원, <시대마다 다른 삶의 모습> 사회책에 나오는 내용에 해당하는 책을 찾아오는 놀이입니다.

1. 돌로 만든 도구를 보여주는 책 찾아오기 - 책을 찾은 아이는 책을 읽으며 기다립니다.

2. 청동기로 만든 물건을 보여주는 책 찾아오기 
  - 도서분류기호 300쪽으로 가는 아이가 많아집니다.
  - 정한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이 모두 자리에 앉습니다.
  - 아이들이 사진이나 그림을 보여주며 친구들에게 설명합니다.
  - 우리반 아이들 설명 들으며 저도 배웁니다.
------- 잔무늬 청동거울, 쌍화점(고려시대 만두가게 노래),
------- 팔주령(방울 8개 달림), 백동경(20cm라고 설명), 배무늬청동거울(해상활동 증거)

3. 옛날 사람들이 살았던 집 사진이 있는 책 찾아오기
 - “아, 여기 청동기가 있었네~!” 하며 아쉬워하네요.

4. 농사짓는 도구를 찾아라.
 - 아이들이 찾은 그림을 시대순으로 늘어놓으라 했습니다.
 - “어느 소가 더 옛날 거지?” 소 두 마리를 두고 아이들이 고민하네요. 쟁기 달린 소가 최근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5. 옷 사진이나 그림이 있는 책(옛날부터 미래까지 옷)
 - 옷을 시대순으로 정리하라고 했습니다. 
 - 고려 옷과 조선 옷을 바꿔놓았기에 고쳐주었습니다.

6. 음식 만드는 도구, 옷 만드는 도구 찾아오기
 - 가락바퀴, 물레, 베틀, 가마솥 등을 찾아왔습니다.

7. 세시 풍속을 소개하는 책 가져오기 - 놀이 책을 가져와서 각자 소개했습니다.

책놀이 끝난 뒤에 
 “얘들아, 오늘 본 책 중에 공부에 도움이 되는 한 권 골라. 교실에 가져가서 읽고, 친구들과도 바꿔 읽자!”
책 가져가는 아이들 모습이 환합니다.

이렇게 하면 배경지식이 많아집니다. 책에 관심이 많아집니다.
 공부할 때 ‘아, 이거 그 책~!’ 하며 책을 찾습니다. 
 공부를 재미있게 하는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책놀이를 더 알고 싶으면 『책벌레 선생님의 행복한 책놀이』를 보세요.

제목 -- 사람

김**(6학년 여)


사람들은 왜 그럴까?
잠깐의 행복을 얻겠다고 온 힘을 다해 싸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똑같이 싸우고 있다.

왜 사람들은 싸워야 행복하다고 느끼는지 모르겠다.


나는 그저 사람들 따라 행복하려고 싸우는 중이다.
여태 그렇게 배웠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내 아이는 싸우지 않으면 좋겠다.

호모데우스, 유발 하라리

키아바의 미소, 칼 노락

키아바는 북극에 가까운 곳에 사는 이누이트 아이입니다. 얼음에 구멍을 내고 낚싯줄을 드리웁니다. 커다란 물고기를 잡았지만 놓아줍니다. 물고기가 키아바를 보고 미소를 지었거든요.
나는 미소 짓는 물고기는 절대 먹을 수가 없어!”
마을로 돌아오는 길에 큰 곰이 아빠와 키아바의 앞길을 막아섭니다. 아빠는 총을 갖고 오지 않았죠. 으르렁거리는 곰에게 다가가, 키아바가 미소를 짓습니다. 이런 일을 한 번도 겪은 적이 없는 곰이 당황해서 가버립니다. 아빠와 마을 사람들이 마법사라고 칭찬하자 키아바는 미소 지은 일밖에 한 게 없다고 대답합니다.

다음날, 어마어마하게 큰 폭풍이 몰려온다는 소식에 모두 얼음집을 두껍게 쌓으며 폭풍에 대비합니다. 키아바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폭풍에 맞서 키아바가 무얼 했을까요?

신이 된 인간

인간은 물고기를 많이 잡기 위한 기술을 발전시켰습니다. 배가 커졌고, 빨라졌고, 바다 속을 들여다보는 기술을 가졌습니다. 바다 속을 들여다보지 않고도 물고기가 있는 곳을 찾아냅니다. 재빨리 찾아가 물고기를 싹 잡아버립니다. 법으로 금지하지 않으면 거대한 고래부터 작은 치어까지 모두 배에 끌어 올립니다.

인간은 과학기술 덕분에 신과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여러 명이 힘을 합쳐야 곰을 잡던 시절은 벌써 지났습니다. 이젠 곰이 사람을 피해 다닙니다. 사람 때문에 곰이 한꺼번에 죽어갑니다. 언젠가 폭풍도 통제하겠지요. 기술 발달이 우리를 편하게 만들었습니다. 유발 하라리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인류를 가장 괴롭힌 세 가지 적을 굴복시켰다고 썼습니다. 굶주림, 전염병, 전쟁의 위협!

호모데우스는 기아, 역병, 전쟁을 이긴 인간이 미래에 어떤 모습이 될지 예측합니다. 예전에는 과학기술이 아프고, 힘들고, 괴로워하는 사람을 돕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발달 속도가 빨라지면서 평균 이하의 사람을 구하는 일을 뛰어넘어 표준을 뛰어넘는 사람을 만들어낼 것이라 합니다. 벌써 그러고 있습니다. 아픈 사람을 고치는 흉부외과보다 더 예쁘고 날씬하게 만드는 정형외과 지원자가 더 많습니다. 이러다 보면 정말 유발 하라리가 말한 인간이 나올 것 같습니다. 불멸, 행복, 신성을 향해 미래로 나아가는 인간! 신과 같은 사람 호모데우스!!

과학기술 발달은 인간을 행복하게 할까요? 인간의 능력이 향상되면 행복할까요? 5주 동안 독서반 학생들과 호모데우스를 토론하고 6주째에 글을 썼습니다. 7주에 글을 고치는데 고 1 남학생이 글을 처음부터 다시 쓰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한 시간 만에 아래 글을 써냈습니다.

호모데우스를 읽고 / 김**(1)

옛날의 나는 지금보다 더 시골에 파묻힌 할머니 집에서 자랐다. 일어나면 보이는 게 산과 밭이었고 100m만 가면 강이 보였다. 그때 나는 핸드폰도 없었고 TV도 없었고 책마저 없었지만 아무 이유 없이 걸어 다녀도 즐거웠고 형이랑도 아무런 주제를 갖지 않고 얘기하며 놀 수 있었다.

하지만 조금 시내로 오면서 내 삶은 달라졌다. 매일 TV를 봤고 가끔씩 컴퓨터 게임을 했다. 처음에는 관심도 없었지만 학교에서 친구들과 얘기하려면 그때는 그 방법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친구들과 친해지기 위해 시작했던 TV와 컴퓨터가 내 삶을 지배하기 시작했고 어느 샌가 학교에 가자마자 집에 가서 컴퓨터 할 생각하는 내가 보였다. 아무 이유 없이 놀던 내가 무언가에 의존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게임이 싫어졌다. 나를 잃어가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서슴없이 나쁜 말을 하고 친구의 압부보다는 친구가 몇 레벨이 오르는지 궁금해 하는 나 자신을 보는 순간 친구라는 것에 의문이 생겼다. 내가 어째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인가? 하지만 나는 게임을 그만두기가 어려웠다. 친구와 대화하며 못할까 두려웠고, 아니면 이미 빠져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다르게 게임을 그만둬도 아무 변화가 생기지 않았다. 누구도 나를 지적하지 않았고 학교생활은 평온했다. 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 내가 문제였구나, 하고.

하지만 중학교 와서는 얘기가 달라졌다. 중학교 때 핸드폰이 전국적으로 학생들에게까지 보급되었다. 그리고 어느샌가 학교에 가서 가장 먼저 보이는 표정이 핸드폰 게임을 하는 아이들이었다. 나도 핸드폰이 있었지만, 게임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에 같은 게임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부터 조금 거리가 생겼다. 항상 겉돌았고, 친구들이 모이면 PC방에 가거나 핸드폰 게임만 하기에 불러도 나가지 않았다. 그랬더니 어느 순간 함께 노는 친구들이 많이 사라졌다. 학교에서 친구들은 내가 모르는 얘기만 했고 나는 거기에 끼기가 너무 힘들었다. 물론 나중에 게임을 하지 않은 친구들과 친해져서 절친이 됐지만 나는 중학교에 와서 괴리감을 느꼈다. 게임 이미지 없는 학생들에게 우정이 존재할까? PC방을 싫어해서 가지 않았지만, 친구들은 모일 때마다 PC방에 갔다. 어느 순간부터인지 학생들이 게임, 휴대폰이 없으면 대화도 못하는 상대가 돼버린 것이다.

나는 그때부터 과학기술에 의심을 던졌다. 내가 보기에 과학기술은 쾌락만 주고 인간 속의 무언가를 가져가 버린 것 같았다. 나도 휴대폰이 있고, 많이 하교 유용하게 본다. 하지만 쓴 후의 찜찜함은 사라지질 않는다. 호모데우스를 읽으며 인간이 신이 될 것이라는 말을 수도 없이 보았다. 그 속에는 과학이 자리하고 있음을 말해주었다. 나는 유전공학의 엄청난 기술 따위는 모른다. 하지만 내 앞에서 펼쳐지는 과학이 인간과 인간 사이를 멀게 해줌을 느낀다. 서울에 놀러 갔을 때 지하철에서 본 사람들의 눈을 잊지 못한다. 모두의 눈은 스마트폰을 향해 있었고 무표정했다. 사람들의 눈에는 싸늘함만이 가득했다.

할머니의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의 내가 느꼈던 할머니의 눈은 이렇지 않았던 것 같다. 더 충격적인 것은 똑같이 행동하는 나였다. 내 눈도 핸드폰을 향하고 액정에 비친 나 또한 무표정의 식은 눈이었다. 인간의 즐거움이란 것은 한계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우리는 그 즐거움의 목표를 차근차근 발견해 나갔지만 과학이 쾌락을 주면서 쉽게 그 한계를 채워서 어느 순간부터 무표정이 돼버린 것 같다. 더 큰 문제는 되돌아갈 수가 없다는 것이다. 나뭇가지 하나로도 즐거웠던 나지만 이제는 나뭇가지를 쥔다고 해도 즐겁지가 않다. 축구 뉴스를 안 봐도 궁금하지 않던 내가 이제는 매일 아침 뉴스 창에 들어가 본다.

학교는 우리에게 말했다. “4차 산업 시대가 온다. 정보가 중요하다. 뒤처지지 마라.……우리는 무슨 정보를 찾은 것인가? 옆집 사람이 죽은 건 모르지만 지구 반대편에서 유명인이 물 먹는지는 아는 사회에서 중요한 정보란 무엇일까? 과학은 직접적인 쾌락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과정을 제거해버린다. 그리고 그 쾌락이 없으면 살지 못하게 해버린다. 유발 하라리는 우리에게 인간이 신이 되고 있다고 말하지만 왜 내 앞의 사람과 나는 나뭇가지 하나로도 즐거웠던 옛날의 나보다 멍청해 보이는 것일까?

관계를 잃어버리고 신이 되는 게 좋을까?

유발 하라리는 학교가 학생들에게 한 말보다 더욱 발전된 모습을 말합니다. 그러나 저와 민좌에게는 이렇게 들립니다. ‘뒤처지지 마라~ 과학 기술의 발전에서 뒤처지면 신이 된 인간을 섬겨야 한다. 어쩌면 인공지능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기고 할 일 없이 숨만 쉬는 존재가 될 지도 모른다.’ 미래에 언젠가 진짜 이런 일이 일어날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우리가 신이 되지 못해 뒤처지는 날보다 지금 당장 우리가 잃어가는 것들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큽니다. 과학기술에 의존해서 무언가를 잃어가는지도 모르는 존재로 사는 것, 과학기술의 주는 쾌락에 빠져 우리 안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가는지 느끼지도 못하는 존재로 되어버리는 것, 정보들 사이에서 허우적대고 이웃집과의 관계를 잃어버리는 것, 이런 게 더 두렵습니다.

저는 키아바의 미소를 읽으며 미소를 짓습니다. 키아바의 미소를 사랑하며 그런 미소를 가지고 싶어 합니다. 호모데우스가 된 인간이 로봇으로 물고기를 기르고, 로봇 곰을 북극에 보내고, 폭풍을 조절하는 날씨 제어 시스템을 가지는 날이 온다면 그때 우리는 과연 키아바의 미소를 보고 미소 지을까요? 편안하게 사는 호모데우스보다 폭풍우 앞에서 미소 짓는 소년이 더 인간이 아닐까요?

 

창경궁 동무는 정후겸이 주인공이다. 정후겸은 정조의 동생 화완옹주에게 양자로 들어간 사람이다. 화완옹주는 남편(부마)과 무남독녀를 잃고 정후겸을 양자로 삼아 아들처럼 키운다. 세손(정조)과 창경궁에서 동무처럼 함께 뛰어놀던 사이였지만 정조 즉위 15일 만에 정조의 외할아버지 홍인한과 함께 사약을 받는다. <초정리 편지>에서 역사에 숨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솜씨를 보여준 배유안 작가가 이 내용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책을 읽은 느낌을 나눴다. 독서반에 온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들이 많아 간단하게만 말한다. 깊이 생각하진 못해도 자세하게 말하면 될 텐데 힘들어한다. 그럼 새로운 방법을 써야지. “앞사람이 말한 낱말은 다시 쓰지 못한다. 누군가 슬프다고 하면 나머지 사람들은 슬프다는 말을 쓰지 말아야 한다. 나중에 발표할수록 힘들겠지?” 했더니 먼저 하겠다고 손을 든다. 평소에 발표하지 않던 아이도 나중에 하면 말할 게 없다며 손을 번쩍 든다. 표현이 부족한 아이부터 시켰다.

낱말이 어려웠다. 책 앞부분 내용에서 갑자기 다른 내용으로 넘어가 힘들었다. 슬펐다.”에 이어 다른 위인전과 다르게 주인공이 아닌 사람이 말한다고 한다. 정조가 아니라 정후겸이 주인공으로 나와 색다르다는 말이다. “슬프고 어둡다고 한다. <창경궁 동무>는 무겁고 슬프다.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는 이야기와 아버지의 죽음을 바라보며 오열하는 세손(정조), 세손을 질투하는 정후겸의 모습이 읽는 이의 마음을 짓누른다.

미리 준비한 질문 10개를 나눠주고 두 사람씩 짝을 지어 같이 답을 찾게 했다. 잘하는 한 사람만 찾지 않게 하려고 비슷한 실력을 가진 아이끼리 짝을 지어주었다. 20분 뒤에 물어보니 정답을 간단하게 말한다. “그게 어떤 이야기에 나와? 그때 등장인물은 어떻게 행동해?” 하면서 관련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나는 정답만 맞추지 않고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며 책 내용을 이해하게 한다. 마지막 질문으로 정후겸이 세손을 질투할 만한 내용을 찾아보았다. “정후겸은 세손빈과 같은 아내를 맞지 못한다. 활을 아무리 잘 쏴도 세손빈과 세자는 세손이 쏜 화살에만 관심을 둔다. 세손에겐 따르는 사람(내관)과 부하(호위무사)가 있다. 활쏘기와 글을 가르치는 특별한 스승이 있다. 숲에서 놀다가 정후겸은 피가 나고 세손은 살짝 까졌는데도 어의를 부르라느니 하며 세손에게만 신경 쓴다. 영조 앞에서 학문을 논할 때도 세손이 주인공이다. 세손에게 일이 생기면 내관이 정후겸을 나무란다.”

짝과 함께 답을 찾고, 이야기를 나누며 정리하니 전체 내용을 이해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이야기를 연결할 줄 모르지만 질문하면 핵심을 찾는다. 왕실과 친인척 관계가 복잡해서 왕실 가계도를 그렸다. 여자애들이 좋아한다. 왕실은 역시 여자의 로망인가 보다. 왕실 가계도를 나누다가 외척, 파벌, 붕당, 세도정치가 무엇인지 묻는다. 모르는 걸 물어보고 찾아가는 독서라면 언제나 환영이다!

첫 시간을 끝내며 책 내용을 토론으로 알아보니 어떤지 발표해보자. 앞 사람이 말한 낱말 쓰지 않고 발표하기다!” 하니 또 손을 번쩍 든다. ‘잘 몰랐는데 문제를 풀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무슨 이야기인지 알게 되었다는 내용이 많았다. “내용을 잘 모르면 토론을 제대로 못한다. 책을 한 번 읽고 줄거리 대충 알면 늘 똑같은 글을 쓴다. 내 것으로 만들 때까지 곱씹어야 한다. 정말 좋은 답이라도 듣기만 하면 금방 잊는다. 스스로 찾고 생각하면 오래 기억한다. 책을 이렇게 읽어라. 다음 주에 토론하는데 한 번 더 읽고 와라. 글 쓰는 주에도 또 읽고 공부할 때마다 읽으면 내 책이 된다. 그래야 한다.”고 하니 고개를 끄덕인다.

둘째 주에는 주제중심 독서토론을 했다. “신분제도를 주제로 책 내용과 현대사회를 연결하는 토론이다. 신분제도가 외척, 파벌, 붕당과 세도정치를 낳은 과정을 나누려 했다. 책에서 신분 차이가 드러나는 부분을 찾았다. 주로 세손과 정후겸 사이에 일어난 일을 찾는다. 옹주가 비록 왕의 딸이지만 빈궁 옆에 앉았다고 꾸중 듣는 장면도 있다. 신분사회를 깨보자. “만약 정후겸과 세손이 공정하게 경쟁한다면 누가 실력이 좋을까?” 정후겸은 세손보다 나이가 많아 힘이 세고 말도 더 잘한다. 머리가 좋고 야심도 있어서 상황 파악을 잘한다. 세손은 어리지만 왕이 될 수업을 받고 있어서 권위와 능력을 갖추었다. 어느 쪽이 낫다고 결론을 내리기 어렵지만 아무래도 나이가 많은 정후겸이 유리할 거라 한다. 그러나 정말 누가 더 뛰어난지 알 수가 없다. 세손과 정후겸은 공정한 경쟁자가 아니라 왕자와 평민으로 다른 관점에서 서술되어왔다. 둘을 공정하게 비교하기 어렵다. 토론이 어느 정도 진행되자 평행선을 그린다. 새로운 논리나 증거를 말할 만큼 지식과 통찰력이 뛰어난 아이가 없으니 당연하다. 토론하다 보면 어느 수준까지는 증거를 찾고 논리에 맞게 말하지만 찬반이 평행선을 그리기 시작하면 말싸움으로 변해간다. 이때는 토론을 그만두거나 다른 눈으로 보게 만드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정후겸 지지자와 세손 지지자로 나눠 유세분위기로 몰아갔다. 지지율 비슷한 후보가 선거하는 것 같다. 좀 듣다가 정후겸 지지자로 돌변해서 무조건 정후겸을 외쳤다. 한 아이가 책에서 정후겸은 세손을 질투하는 모습이 많은데 왕이 된 뒤에 똑똑하고 훌륭한 사람을 질투해서 죽이면 어떡하냐?”고 묻는다. “정후겸은 너무 훌륭해서 질투할 만한 대상이 없다.”고 궤변을 늘어놓았다. 내가 이렇게 반응하자 애들이 단체로 덤빈다. 내가 이상한 논리로 말하는데도 꺾지 못해서 답답해한다. 일부러 극단으로 반응한 뒤에 지도자 주변에 있는 사람이 나 같으면 어떻게 될까?” 물었다. ~ 한다.

우리나라는 투표로 대표와 지도자를 뽑는다. 공정할까?” 물으니 공정하다고 한다. “축구선수를 투표로 뽑으면 공정한가?” 하니 그건 아니라고 한다. “축구선수는 실력으로 뽑아야 하지. 그럼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지도자를 투표로 뽑는 게 공정한 거냐구?” 하니 어리둥절해 한다. 한 아이가 투표로 뽑으면 인맥이나 인기만으로 판단한다.”고 말한다. "맞다. 투표는 공정하게 보인다. 그러나 투표할 때 실력을 제대로 판단하지 않으면 내가 정후겸을 지지한 것처럼 뽑을 수 있다. 너희들이 어른이 되면 제대로 판단해라."고 말했다. ~ 이런 의도로 이야기를 시작한 게 아닌데 이상하다.

세 번째 시간에 신분사회로는 글을 쓰기 어려울 것 같아 정후겸의 욕심과 질투에 초점을 맞춰 우리가 만나는 욕심과 질투를 살펴봤다. 문장쓰기를 했더니 욕심이란, ‘하나가 있는데 두 개 갖고 싶은 것, 아무리 마셔도 목마른 바닷물이라고 한다. 가장 공감을 얻은 답은 배가 채워졌는데 더 먹고 싶은 것이다. 그럼 질투는 아무리 배가 불러도 네 배가 더 부르면 기분 나쁜 것이다. 문장쓰기를 나누며 많이 웃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먹는 걸로 이야기하니 귀에 쏙쏙 들어오나 보다.

주제를 자유롭게 정해서 글을 썼다. 아이들이 신분제도누가 왕이 되어야 할까?’를 쓰기 바랐지만 10명이 욕심, 질투를 주제로 쓰고 두 명만 신분제도에 대해 썼다. 글로 쓸 정도로 충분히 이해하기엔 어려운 주제였나 보다. 글을 쓰기 전에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글을 쓰면 다른 사람 말을 늘어놓다가 끝난다. 쉬운 주제를 정하더라도 여러분이 잘 아는 내용,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내용을 써라했고 아이들은 내 말을 따랐다. 글을 쓰고 네 번째 시간에 글을 고쳤다. 아이들과 토론하면 새롭고 즐겁다.

 

학기초에 학급문고로 살 책을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제가 책을 잘 알고 있으니 목록을 보내달랍니다. 목록을 보내주면 그대로 삽니다. 교실에 꽂아두고 책벌레 선생님이 추천한 책이다. 좋은 책이니 읽어봐라합니다. 제게 목록을 부탁한 교사는 읽을까요? 책을 읽으라고 말은 하지만 이 책을 읽어라 하진 않습니다. 책 안 읽는 교사에게는 이 책이 없으니까요. 책을 덩어리째로 던져주면 아이는 잘 읽지 않습니다. 아이에겐 책들이 아니라 바로 이 책이 필요합니다.

교사마다 좋아하는 책이 다릅니다. 전문가의 추천이 아무리 좋아도 직접 맛을 보고 입맛에 맞아야 다른 사람에게 권합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은 시키지 않아도 하지만 의무에 떠밀리면 시켜도 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읽는 분은 제게 목록을 달라고 하지 않습니다. 억지로 산 학급문고는 제역할을 못합니다. ‘책벌레 선생님이 추천한 책이다는 좋지 않습니다. ‘내가 읽어봤는데 말이야 이 책은~’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좋은 책을 갖다 놓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사가 어떤 마음으로 책을 대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학급문고는 소문으로 들은 좋은 책 덩어리가 아니라 아이에게 자신있게 권해줄 수 있는 이 책을 갖다놓아야 합니다.

학급문고가 왜 필요할까?

제게 목록을 부탁하는 분은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학년 전체가 한 사람이 정한 목록을 그대로 사기도 하고 지난해에 산 책을 그대로 사기도 합니다. 도서실에 가면 같은 책이 20권씩 꽂혀 있습니다. 남의 목록 그대로 사는 분은 도서실에 책이 많은데 왜 자꾸 교실에 학급문고를 만들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정말 그렇네요. 몇 권 되지 않는 책을 학급문고로 교실에 굳이 놔둘 필요가 있을까요?

도서실은 책을 읽는 곳입니다. 책이 많아야 합니다. 교실은 무얼 하는 곳일까요? 책 읽는 곳입니다. 책이 있어야 합니다. 집은 무얼 하는 곳이죠? 책 읽는 곳입니다. 책이 있어야 합니다. 집에서 가장 좋은 자리에는 텔레비전이나 옷장이 아니라 책장이 있어야 합니다. 교실에서 아이들 눈에 가장 잘 띄는 곳에도 책이 있어야 합니다. 책 없이 어떻게 아이를 키우며 가르칩니까? 학급 문고는 당연히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건 책벌레에게나 통하는 이야기입니다.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학급문고가 필요할까요?

제 자녀는 중학생인데 핸드폰이 없습니다. 스마트폰 빌려줘도 금방 싫증냅니다. 책을 주면 밥 먹으러 오라는 소리도 무시합니다. ‘여기만 읽고 갈게요하고는 한참 지나야 옵니다. 온 사방 책으로 가득한 곳에서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책을 좋아합니다. 우리반 아이들도 책을 친근하게 생각합니다. 저는 책 읽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고, 책이야기를 합니다. 무언가 물어보면 책에서 찾아줍니다. 스스로 답을 찾도록 책을 건네줍니다. 학급문고 앞에서 서성입니다. 그럼 아이들이 책을 읽습니다.

도서실에 가라고 해도 아이들은 한 귀로 흘립니다. 교실 안에, 바로 곁에, 손 뻗으면 닿는 곳에 책이 있어야 합니다. 스마트폰보다 책을 더 좋아하게 하려면 자주 만나게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기에 도서실은 너무 멉니다. 저는 교실을 예쁘게 꾸미는 재주가 없습니다. 그냥 책을 꽂아둡니다. 책 읽고 쓴 글, 일기글을 자주 바꿔가며 걸어줍니다. 우리반 아이들은 책을 많이 읽고 글도 잘 씁니다. 자주 접하면 잘하고 좋아하게 됩니다.

학급문고에 어떤 책을 둘까?

저는 3가지 기준으로 학급문고를 정합니다. 먼저 제가 재미나게 읽은 책을 고릅니다. 진짜 재미있다고 말할 책입니다. 입소문 타는 맛난 음식점에 데려가듯 내가 읽어보니까~’ 합니다. 베스트셀러는 아닙니다. 소문만 요란한 책이 아니라 진짜 제 입맛에 맞는 책입니다.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책, 제목만 말해도 얼굴 표정이 바뀌고 ~’ 하는 책입니다. ‘선생님이 저렇게 좋아할 정도면 나도 읽어봐야겠다고 느끼게 만드는 책입니다.

두 번째로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책을 고릅니다. 수준은 떨어집니다. 만화류 몇 권, 주인공 두세 사람이 과거로 가서 여행하며 역사적 사실을 겪어내는 이야기 몇 권, 단순 흥미 위주의 추리나 이야기 몇 권입니다. 일종의 시식코너입니다. ‘일단 맛을 보시라니까요꼬드기는 책입니다. 학급문고 앞에 발을 멈추고 손을 내밀어 책을 꺼내게 만들기 위한 유혹거리입니다. 이런 책은 괜찮은 관련 책을 함께 삽니다. ‘북극에서 살아남기를 읽은 아이는 북극에서 살아가는 이누이트 이야기에 손을 뻗습니다. 일단 맛을 본 뒤에 먹을 더 좋은 걸 준비해 놓습니다.

세 번째로 공부와 관련한 책을 삽니다. 4학년을 가르치면 도시와 촌락에 관한 책, 민주주의에 관한 책을 삽니다. 화산과 지진, 식물의 성장에 관한 책도 삽니다. 인물, 사건, 배경이 잘 나타난 동화책도 삽니다. 4학년에서 배우는 수학동화도 삽니다. 선행학습은 배울 내용을 그대로 미리 가르칩니다. 이미 배운 내용을 학교에서 또 배우면 재미가 없습니다. 책으로 읽으면 어떨까요? 책은 넓게 알려줍니다. 배경지식을 쌓게 만듭니다. 공부할 때 관련 이야기가 떠오르게 해서 흥미를 유발합니다. 학급문고에 학년에 맞는 공부 관련 책을 두면 조사참고 자료로도 씁니다.

좀더 깊이 생각해 볼까요? 난이도를 조절하세요. 약간 쉬운 책, 보통 수준, 약간 어려운 책을 1/3씩 사세요. 처음엔 쉬운 책을 읽습니다. 2학기가 되면 보통 수준 책이 쉬워지고 학기말에는 약간 어려운 책에 눈높이가 맞아집니다. 저절로 이렇게 되진 않습니다. 아이들은 어렵고 힘들면 피하려 합니다. 교사가 욕심 부려서 고급스럽고 어려운 책을 두면 먼지만 쌓입니다. 포장만 요란하지 아무도 읽지 않는 우리 학교 필독서, 우리반 필독서는 만들지 마세요. 반대로 너무 쉽고 만만한 책만 사면 어려운 책은 아예 읽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발전이 없지요.

3월에 한꺼번에 다 사기보다는 1, 2학기로 나눠 두 번 사면 더 좋습니다. 저는 1학기에 2/3를 사고 2학기에 1/3을 삽니다. 새로움을 두 번 느끼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제가 있는 곳은 강원도 소규모 학교라 가능하지만 이렇게 하기 어려운 학교도 있을 겁니다. 책을 감춰두고 조금씩 꺼내주세요. 한꺼번에 학급문고에 꽂아두고 올해는 여기 30권을 다 읽어라하지 말고 10권만 꽂아두고 다음에 또 꺼내놓으세요. 아이들은 변화를 좋아합니다. 턱 강요하지 말고 조금씩 꺼내서 유혹하세요.

어떻게 해야 학급문고에 관심을 가질까?

학급문고로 산 책을 조금씩 꺼내주면 관심이 계속 이어집니다. 아이들이 학급문고에 관심을 갖게 하는 최고의 방법은 책 읽어주기입니다. 1주일에 하루, 10분씩 한 권을 꾸준히 읽어주세요. 저는 나니아 연대기를 읽어줍니다. 책을 다 읽어주고 나면 영화를 보여줍니다. 제가 읽어줄 때 같은 책을 빌려와서 손으로 짚어가며 따라 읽는 아이도 있습니다. 로알드 달 책도 읽어줍니다. 그럼 도서실에서 로알드 달 책이 사라집니다.

1주일에 한 권씩 책을 바꿔가며 한 부분만 읽어줘도 좋습니다. 올해 입학식 때 아이들을 모아놓고 그림책을 읽어주었습니다. <옛날 옛날에 파리 한 마리를 꿀꺽 삼킨 할머니가 살았는데요, 심스 태백><옛날에 오리 한 마리가 살았는데, 헬린 옥스버리 그림>을 들으면서 입학식에 따라온 동생과 학부모까지 깔깔깔 웃었습니다. 읽은 책을 입학생과 따라온 동생에게 선물로 주었습니다. 학급문고를 사면 예전과는 다르게 반응하겠지요.

아이에게 책을 자주 접하도록 하는 게 가장 좋은 독서지도입니다. 공부할 때 인터넷이 아니라 책을 찾습니다. 좋은 말을 해줄 때도 책에서 인용합니다. 식물도감 들고 운동장에서 나무와 꽃이름을 찾습니다.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하면 책에서 읽은 이야기를 합니다. 학급문고에 있는 책이라면 더 좋겠지요. 학급문고에 있는 책에서 좋은 구절을 찾아 교실에 걸어놓고 이 구절은 우리반 학급문고 어느 책에 나와 있을까요?”라고 써놓으세요. 누군가 틀림없이 선생님, 여기 있어요. 이 책 맞지요?” 할 겁니다. 그럼 , 정말 찾았구나! 굉장한데……해주세요.

과학을 전담으로 가르칠 때입니다. 5학년 교실에서 아이들이 실험관찰 정리할 동안 학급문고를 구경했습니다. 책이 뒤집어져서 꽂혀 있는 거야 이해합니다. 누군가 보고 그렇게 꽂아두었다는 거니까요. 1학기 다 지나가는 6월인데 책이 너무 깨끗합니다. 그래서 책을 양쪽으로 나누었습니다. 오른쪽에 있는 책을 왼쪽으로 옮기고 왼쪽에 있는 책을 오른쪽으로 옮기며 학급문고 앞에 서있으니 묻습니다. “선생님 뭐하세요?” “, 책을 나누고 있어.” “어떻게 나누는데요?” “정말 좋은 책을 왼쪽으로 보내고 있어.” 했더니 실험관찰 다 정리했는데 책 읽어도 되요?” 합니다. “그래, 가져가라!” 했더니 왼쪽에 있는 책을 가져갑니다. 다른 아이도 와서 왼쪽에 있는 책을 가져갑니다. 실험관찰 다 못한 아이가 과학 선생님은 책도 썼대. 선생님이 좋다고 하는 책 나도 읽고 싶은데~” 합니다. 사실 오른쪽에 있는 책이나 왼쪽에 있는 책이나 똑같습니다. 책 좋아하는 선생 이름 걸고 기회를 준 겁니다. 과학 시간 끝날 때는 왼쪽이 있는 책이 텅 비었습니다.

학급문고에 손 댈 기회를 자주 주세요. 비 오는 체육시간에 책상 뒤로 밀어놓고 책을 살짝 펼쳐서 세워놓은 뒤에 뛰어넘기라도 해보세요. 책 다섯 권 주고 높이 쌓기 시합이라도 하세요. 아무도 읽지 않은 책 꺼내서 무조건 정답 찍기독서퀴즈를 하세요. 그럼 체육 시간에 뛰어넘은 책, 높이 쌓으려고 몇 번 만진 책, 전혀 모르는 내용 찍어서 퀴즈대회 한 책을 읽으려고 할 겁니다. 관심을 갖도록 책으로 찔러대세요.

학급문고로 무얼 할까?

책 읽으면 교사들은 대부분 독서감상문을 쓰라고 합니다. ‘, 지겨워!’ 독서감상문을 쓰니까 아이들이 책을 안 읽습니다. 30권 읽고 독서감상문 30개를 쓰면 지겹습니다. 똑같은 독서감상문 30편 쓰는 건 하지 말아야 할 짓입니다. 독서감상문을 쓰지 말아야 할까요? 1년 동안 독서감상문으로 쓸 책을 딱 한 권만 정하세요. 독서감상문 전용 책이죠. 아이가 좋아해서 몇 번이고 읽는 책을 골라야 합니다. 아이마다 다르겠죠. 처음 읽고 독서감상문을 씁니다. 5번쯤 읽으면 다시 씁니다. 10번 읽고 다시 씁니다. 세 편을 견주어보세요. 세 편이 모두 똑같은 내용이라면 소용없는 쓰기활동 하지 말고 어떻게 쓰는지 가르치세요. 책을 읽으며 생각하게 만드세요. 세 편 모두 내용이 달라졌다면 어떻게 달라졌는지 견주어보세요. 글감이 바뀌었는지, 깊이가 깊어졌는지……

학급문고가 오면 우리반 책을 정합니다. 1년 동안 우리반 아이들 모두 한 번은 읽어야 할 책입니다. 딱 한 권입니다. 5학년을 할 때 <마당을 나온 암탉, 황선미>을 정했습니다. 32, 아이들을 처음 만나면 마당을 나온 암탉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장면을 이야기합니다. 과학 시간에 동물을 배우면 마당을 나온 암탉에 나오는 동물을 찾아 조사합니다. 계절을 배우면 마당을 나온 암탉에서 계절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계절이 바뀌는 모습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찾습니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암탉이 어려움을 이겨낸 모습을 찾습니다. 헤어질 때는 암탉이 초록머리를 떠나보내는 장면을 함께 나눕니다. 우리반 아이들이 다 알고 있어서 이야기만 꺼내면 공감대가 형성되는 책으로 만듭니다. 이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독서감상문이 달라집니다.

12월에는 우리반 책으로 퀴즈대회를 합니다. 문화상품권 받으려고 몇 명만 책을 달달 외우는 대회가 아닙니다. 아이들이 모두 한 문제씩 내고 함께 맞춥니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선생님이 해준 이야기는 어떤 부분일까?”는 아주 좋은 문제입니다. 책과 우리 경험을 연결해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행사입니다. 우리반 책으로 낱말퍼즐을 만들고, 그림자연극을 합니다.

어떻게 할지 잘 모르면 아무 것도 하지 마세요. 그냥 읽게 하세요. 어설프게 부담 주지 말고 책 참 재미있다말하게 해주세요. 이것만으로도 훌륭합니다. 3월에 학급문고 들여놓고 읽어봐라한 뒤에 잊고 지내다가 방학 직전에 몇 권 읽었냐? 많이 읽은 사람 독서상 준다하지 마세요. 별다른 활동 하지 않아도 꾸준히 학급문고를 아이들에게 던져주세요. 이걸로도 충분합니다.

강요는 금물, 살살 꼬드기세요.

제가 준 목록 그대로 학급문고 산 분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강요합니다. 책벌레 선생님이 추천한 책이므로 읽지 않으면 아이 탓으로 돌립니다. 책은 좋지만 아이가 읽지 않아서 문제라는 거지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무관심해집니다. 학급문고에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읽지 않아도 신경 안 씁니다. 학급문고가 장식용이 되는 겁니다. , 슬픕니다.

독서지도를 하는 분도 있습니다. 역시 강요합니다. 독서록을 쓰라고 하고 읽은 책 목록을 만듭니다. 책에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에게 결과를 재촉합니다. 아이들은 느낌 없이 강제로 하는 활동을 거부합니다. 책을 억지로 읽는다고 해도 책을 싫어합니다. 책을 싫어하게 만드는 학급문고, 독서활동은 끔찍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책에서 손 뗍니다. “어릴 때는 책 참 많이 읽었는데……만 남습니다.

살살 꼬드기세요. 자꾸 만나게 해주세요. 학급문고에 얽힌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주세요. 선생님들도 학급문고 앞에서 좋은 추억 만드시면 좋겠습니다.

 

토론하기 전에 질문을 만듭니다만,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 만든 게 아니라서 질문 내용이 짧습니다.
실제로 토론할 때는 내용을 덧붙에 묻습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서 그냥 올립니다.
도움이 되었다면 짧은 댓글이라도...

1.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을 소개해보자.

2. 주인공은 왜 노인이고 소년일까?
1)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 대신 젊은이가 고기를 잡는 이야기로 바꾸면 어떤 내용이 될까?

2) <소년과 바다>에서 소년 대신 노인이 고기를 잡는 이야기로 바꾸면 어떤 내용이 될까?

3) <소년과 바다>에서 아빠가 없다면 이야기가 어떻게 바뀔까?

4) <노인과 바다>에서 소년이 없다면 이야기가 어떻게 바뀔까?

5) 노인이 물고기를 온전한 상태로 가져온다면 어떨까?

6) 소년이 물고기 뼈만 가지고 돌아온다면 어떨까?

7)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 <소년과 바다>에서 소년이 주인공인 까닭을 찾아보자.

3. 노인과 소년의 장점과 단점을 찾아보자.

 

노인

소년

장점

 

 

 

 

 

 

 

 

 

노인

소년

단점

 

 

 

 

 

 

 

 

4. 상처

1) 노인은 어떤 상처를 갖고 있을까?

2) 소년은 어떤 상처를 갖고 있을까?

3) 노인은 왜 혼자 고기를 잡았을까?

4) 소년에게는 왜 친구가 없었을까?

5) 노인이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6) 소년이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5. 상징

1) <노인과 바다>에서 상징을 띤 소재나 이야기를 찾고 의미를 알아보자.
(, , 사자, 낚시, 84일 동안 고기를 잡지 못하는 것, 잡아야 할 고기……)

2) <소년과 바다>에서 상징을 띤 소재나 이야기를 찾아보자. - (작은 배, 큰 배)

3) 새가 두 책에서 다른 이미지로 등장하는 까닭을 찾아보자.
- 노인과 바다 30: 새는 우리보다 더 고달픈 삶을 살고 있지. 도둑갈매기나 크고 강한 새들을 빼곤 말이야. 바다가 그토록 잔인할 수 있는데 어쩌자고 더 제비갈매기처럼 가냘프고 여린 새들을 창조했담?

- 노인과 바다 34: 노인은 새가 맴돌고 있는 곳을 향해 천천히, 꾸준하게 노를 저어갔다. ~ 새는 다시 한 번 날개를 비스듬히 젖힌 채 수면을 향해 급강하했다. 그러고는 날개를 거칠게 퍼덕이며 날치를 향해 달려들었지만 헛수고였다.

6. 두 책의 주제를 찾아보자.

7. 참고구절
1) 소년시절에 가봤던 아프리카의 꿈(26) : 그는 폭풍우 치는 꿈은 더 이상 꾸지 않았다. 여자나 큰 사건도, 커다란 물고기도, 싸움이나 힘겨루기 대회도, 그리고 아내도 더 이상 꿈에 나타나지 않았다. 오직 이런저런 장소들과, 해변을 어슬렁거리는 사자들 꿈만 꾸었다. 사자들은 황혼 속에서 새끼 고양이들처럼 장난을 쳤다.

2) 놈이 왜 뛰어올랐는지 궁금하군, 노인은 생각했다. 마치 자기가 얼마나 큰지 보여주려고 뛰어오른 것 같기도 했다. 어쨌든 이제 놈의 크기를 알았어. 노인은 생각했다. 나도 놈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하지만 그러면 쥐가 난 손을 놈한테 들키겠지. 놈이 나를 실제의 나보다 더 강한 존재로 생각하게 내버려두자. 아니, 난 그렇게 더 강해지고 말겠어. 차라리 내가 저 물고기라면 좋겠군. 노인은 생각했다. 놈의 이 모든 힘에 맞서고 있는 게 그저 내 의지와 머리밖에 없는 형편이니 말이야. (66-67)

3) “그렇지만 난 놈을 죽이고 말 거야. ” 노인은 말했다. “위대함과 영광의 절정에 있는 저놈을.”
그게 부당한 짓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어. 노인은 생각했다. 나는 인간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또 얼마나 견뎌낼 수 있는지 놈에게 보여주고 말겠어. (68-69)

4) “물고기야, 아직도 지치지 않았다면, 너도 아주 이상한 놈임에 틀림없다.”(70)

5) “그 애가 곁에 있으면 좋으련만.”(52) / “그 애가 있으면 좋을 텐데.”(53) /
그 애가 곁에 있다면 줄 뭉치에 물을 뿌려 적셔줄 덴데, 노인은 생각했다. 그래, 그 애가 곁에 있다면, 그 애가 곁에 있기만 하다면.(86)

6) 노인은 모든 고통과 마지막 남은 힘과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먼 옛날의 자존심을 전부 끌어모아 물고기의 고통과 맞서게 했다. 물고기는 다가오며 옆으로 뒤집어졌다. (97)

7) 물고기의 일부가 뜯겨나가자 노인은 물고기를 더는 쳐다보기 싫었다. 물고기가 물어 뜯겼을 때 노인은 마치 자기 자신이 물어뜯긴 것처럼 느꼈다.(107)

8)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어.” 노인은 말했다. “사람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언정 패배하진 않아.” (108)

9) “제가 잡은 그까짓 건 지옥에나 가라고 하세요.” 소년은 이렇게 말하고 다시 울기 시작했다. (129)

<소년과 바다>에서 배와 관련된 구절

- 9 : 물이 새는 배 이야기부터 들려주겠다. 모든 일이 바로 그 배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 10 : 초라한 우리 집이 눈으로 들어오는 순간, 지난 몇 달 동안 내가 두려워하던 일이 결국 일어나고야 말았다는 것을 안다. 우리 배 메리 로즈 호가 가라앉아 보였다. 로즈 호는 선실 꼭대기만 겨우 드러나 있고, 번들거리는 기름이 수면 위에 피처럼 번져 있다. 어찌나 불쌍해 보이는지 내 가슴이 다 아프다. 가라앉은 배는 비참하기 짝이 없다.

- 12 : 아빠는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다시 한숨을 내쉰다. “, 배를 끌어 올릴 수는 있겠지. 하지만 그래 봤자 다시 가라앉을 거야. 그냥 놔두는 게 상책이야.” “배를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어.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 17 : “물이 안 스며드는 배가 좋은 배야.” 그렇게 말했던 아빠였는데, 지금은 메리 로즈 호가 가라앉았건 말건 신경도 쓰지 않는다. 이제 배를 끌어 올리는 건 전적으로 나한테 달린 일이다.

- 37 : “~고치지 못할 건 없다. 메리 로즈 호를 새 것처럼 고치지 못할 이유가 없겠어.” 나는 할아버지 말에 너무 신이 나서 아빠한테 얘기해 주려고 곧장 집으로 달려간다. 아빠가 지금 당장은 신경 쓰지 않겠지만 언젠가는……

- 41 : “물에 잠긴 건 네 잘못이 아니야.” 로즈에게 꼭 알려주고 싶었던 말이다.

- 44 :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다. 경찰이라든가 변호사가 범죄 따위를 해결하는 쇼인데 끝에 가면 무슨 문제든지 전부 해결된다. 세상 일이 정말로 저렇게 술술 풀려 준다면 얼마나 끝내줄까? 만약 내가 배를 끌어 올리면, 아빠가 술을 딱 끊고 새로운 모습으로 싹 바뀐다든가 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 준다면 말이다.

- 58 : 전처럼 심하게 물이 새어 들어가서 다시 가라앉아 버리면 어쩌나 걱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나는 계속 로즈 호를 고쳐 주려고 하고 로즈 호는 계속 가라앉으려고 한다.

엄마의 세 가지 규칙 1. 똑똑하게 생각하라. 2. 진실을 말해라. 3. 절대 포기하지 마라.

그게 꽁꽁 얼어붙은 거다. 그때 문득 떠오른 생각이,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아빠한테 일어났던 일이 바로 그거라는 거다. 아빠는 이제 더는 다랑어잡이 보트에서는 얼어붙지 않으면서, 텔레비전 소파에나 얼어붙어 있다. 더할 수 없이 비참한 상태로 소파에서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 우리 아빠.(168)

엄마가 오랫동안 아주 많이 아팠기 때문에 우리는 앞으로 닥칠 일을 다 알고 있었다. 그래서라도 각오가 되어 있어야 했는데, 그렇게 말처럼 되지 않았다.일어날 일을 안다고 해서 마음의 준비가 더 쉽게 되는 건 아니다. (177-178)

무명의 시인

그대는 아무 상처도 가지지 않았는가?
숨겨진 상처가 발에도, 옆구리에도, 손에도 없는가?
그대가 땅을 울릴 정도로 크게 노래하며
사람들이 그대를
찬란히 떠오르는 별이라고 칭송하지만
그대는 상처를 가지고 있는가?
……
정녕 그대는 상처도, 흔적도 가지지 않았는가?
나를 따르는 자들의 발은 찔린 상처투성이건만
그대의 발은 온전하니
아무 상처 없고, 아무 흔적 없는 것은
멀리서 나를 쫓았기 때문일까?

 

《상냥한 수업》, 하이타니 겐지로, 난이도 ★★

《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 델핀 미누이, 난이도 ★★★

저는 아이들과 글을 씁니다. 아이들이 바라보는 시각을 사랑합니다. 어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밋밋하고 단순합니다. 아이들은 어른들 눈에 무채색인 세상에 자기만의 색깔을 입힙니다. 아이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새롭습니다. 감탄을 일으킵니다. 마음을 울리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아이들 글 덕분에 다르게 생각하는 마음, 기다리는 마음, 보통의 어른과 다른 태도로 다가가는 마음을 배웠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이런 태도와 시각을 보여 주지는 않습니다. 많은 아이가 마음을 표현할 기회를 갖지 못합니다. 글을 쓴다고 해도 진짜 마음을 표현하지 못합니다. 아이들이 배우는 시는 내용을 잃고 형식이 앞섰습니다. 일기는 보여 주기 위해 꾸며 씁니다. 편지에는 마음이 없고, 독서 감상문에는 줄거리뿐입니다. 논술은 논리를 앞세워, 사려 깊은 고민이 사라졌습니다. 잘못 배웠기 때문입니다. 원래 아이들은 이렇지 않습니다.

일본 작가 하이타니 겐지로는 17년 동안 교사로 지내며 아이들과 글을 썼습니다. 저는 난 선생님이 좋아요에서 아이들에게 배우는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태양의 아이에서 약하고 아픈 사람들을 사랑하는 어른을 만났습니다. 상냥한 수업에서는 사람을 변화시키는 가르침을 만났습니다.

 

선생님, 우리 선생님

상냥한 수업에는 초등학교 우리 반 아이에게 읽어 주고 싶은 글, 독서반 중고등학생에게 읽어 주고 싶은 글이 많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저는 중학생 신분이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중학교는 한 달도 채 다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가끔 결석을 했지만, 중학교는 한 달밖에 안 다녔다고 해도 될 정도로 학교에 가지 않았습니다. 3년은 저에게 굉장히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64)

중학교에 제대로 다니지 않은 아이가 쓴 글이 마음을 울립니다. “저는 너무 지쳐 버렸습니다. 하지만 숙제를 해야 했습니다. 공부 말고,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을 스스로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깊이 생각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우리보다 세상을 오래 산 어른들에게 배우고 싶은 것은 수학이나 영어만이 아닙니다. 인간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배우고 싶습니다. 우리는 아직 어리니까 앞으로 많은 벽에 부딪힐 테고, 어쩌면 산산조각이 나 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때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와 벽을 마주할 수 있는 힘을 어른들에게 다시 배우고 싶습니다.”(65~66) 너무 지쳐 학교를 떠나 버린 학생의 마음에 글이 있었습니다. 가게에서 껌을 훔치고 쓴 아이 마음에도, 집이 불 타 버린 아이 마음에도 글이 있습니다. 아이들 글을 보여 주는 선생님 마음을 알 것 같습니다.

물론 이 책에 힘든 아이만 나오지는 않습니다. 저자가 존경하는 선생님의 수업, 저자의 수업 이야기도 나옵니다. 저자가 소개하는 우라기 히데오 선생님 이야기를 읽으며 예전에 했던 다짐이 다시 생각났습니다. 저는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을 만져 주고, 아이들이 더 높은 곳을 향해 가게 만드는 수업을 꿈꿨습니다. 어느새 무뎌져 가는 마음을 다시 돌아봅니다. 저자가 소개하는 상냥함에 대하여란 수업은 제가 해 보고 싶은 딱 그런 수업이었습니다.

이 책은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만큼이나 좋은 책입니다. 선생님이 만났던 아이들 이야기를 해 주는데 따뜻하고 마음이 울렁입니다. ‘이런 마음으로 아이들 앞에 서야지, 계속 아이들과 글을 써야지, 이 글은 아이들에게 읽어 줘야지, 이렇게 수업하고 싶다.’ 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잔잔하게, 소박하게, 그렇지만 따뜻하게, 울림을 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은 분께 권합니다.

도서관, 우리 선생님

지금도 계속되는 시리아 내전, 독재자 아사드 정권이 다라야를 4년 동안 포위했습니다. 다라야는 사람도 물건도 드나들지 못하는 데다가 사린가스 공격을 받았습니다. 드럼통 폭탄이 떨어져 건물이 무너지고 주변이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4년 동안 8,000개가 넘게 떨어진 폭탄을 피해 사람들이 지하로 스며들었습니다. 그곳에 갇힌 사람들이 무너진 폐허에서 건져낸 책을 모아 지하에 도서관을 만들었습니다. 독재자와 극단주의 이슬람 세력 사이에서 책을 모아 분류하고 라벨을 붙이고 지하에 정신의 보고를 세웁니다. 책을 읽고, 의견을 나누며 토론하고, 자유를 향한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은 권력을 가진 독재자에 대항하여 정신으로 맞선 사람들이 보여 주는 희망의 이야기입니다.

고립된 도시, 언제 어디에서 폭탄이 터질지 모르는 처지에서 무얼 할까요? 먹을 것이 줄어들고, 환자는 늘어나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저는 책을 읽을 겁니다. 우리를 죽이는 시리아 아사드 정권의 독재와 반대편에서 자기들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을 이기는 방법은 그들의 정신에 동의하지 않는 태도’, ‘총과 칼이 아니라 대화’, ‘나와 다르면 모두 적으로 여기는 태도를 벗어 버리게 만드는 토론과 나눔입니다. 이걸 갖추게 해 주는 게 바로 책입니다.

아흐마드는 그렇게 소란한 가운데서도 무너진 건물의 잔해에서 수천 권의 책을 구해 내어 모든 주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한곳에 모아 만든 책으로 된 피난처를 만들었습니다. 쉴 새 없이 퍼붓는 폭격에 대한 공포와 허기를 달래기 위해 책으로 만든 수프, 정신을 살찌우려고 미친 듯이 책을 읽습니다. 이 도서관은 포탄에 맞서는 그들만의 은밀한 요새, 대중 교육을 위한 무기였습니다.(13) 이것만으로도 모자라 친구 오마르는 병참선에 자신의 작은 도서관도 만듭니다. 모래주머니 뒤로 틈을 메워 완벽하게 정렬한 10여 권의 책으로 꾸민 도서관입니다. 폭탄이 잠잠해지면 책을 돌려 가며 읽습니다. (72)

아흐마드와 다라야의 다른 운동가들은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고자, 그리고 절망감으로 과격화하는 것을 막으려고 혼돈이라는 잡지를 만듭니다. 아이들과 여성들을 위한 이동도서관도 만들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들고 참호를 지킬 때도, 폭탄이 떨어지는 곳에서도 그들은 증오를 이겨 내는 책의 힘을 붙듭니다.

살아남은 그는 책이 주는 유익함을 믿었다. 몸의 상처를 치유할 수는 없다고 해도, 마음의 상처를 달랠 권리는 있는 것이다. 책을 읽는 단순한 행위가 아부에게는 엄청난 위로였다. 그것은 도서관을 세우면서 알게 된 감정이었다. 그는 한가로이 책장을 넘기는 것이 좋았다. 끊임없이 책장을 넘기며 훑어보는 것, 마침표와 쉼표 사이에 몰입하여 길을 잃는 것, 미지의 대륙을 탐험하는 것.”

책은 지배하지 않습니다. 책은 무언가를 선사해 주죠. 책은 거세하지 않습니다. 책은 성숙하게 합니다.”

언젠가 어둠의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날이 올 때 그들이 읽은 책이 그들을 인도할 것입니다. 지배하기보다 선사하기를 원한 사람들, 적을 제거하지 않고 함께 성숙해지기 원한 사람들이 시리아를 다스리는 날이 꼭 올 것입니다.

글, 책, 이해와 공감

저는 아이들 글이 좋습니다. 아이들은 어른이 보지 못하는 세상을 보여 줍니다. 그 세상이 너무나 아름다워 기대하며 글을 씁니다. 또한 저는 책이 좋습니다.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 생각을 편하게 읽는다니 얼마나 좋습니까! 폭탄이 떨어지는 도시, 폐허가 된 곳 지하에서 책을 모으고 읽는 사람들 마음을 이해합니다. 저라도 그랬을 겁니다. 칼과 창, 탱크와 폭탄을 막으려면 더 강한 무기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상냥한 수업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을 꼭 읽어 보세요. 책에서 좋은 선생님을 만나실 거예요.

 

 

권정생은 동화작가이다. 강아지똥은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렸고, 몽실언니는 백만 부 넘게 팔렸다. 의외다. 동화는 꿈과 소망을 주는 이야기라야 잘 팔린다. <이오덕일기, 양철북>에서 사람들이 권정생선생님께 왜 슬픈 이야기만 쓰느냐고 묻는다. 모름지기 동화란 밝은 면, 희망을 갖게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몽실언니는 슬프다. 다른 작품도 대부분 슬프다. 선생님은 줄곧 슬픈 이야기를 썼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선생님이 써내는 슬픈 이야기에 빠져든다. 아이들에게까지 자기계발서를 파는 시대에 슬픔과 눈물을 담은 책이 백만 부 넘게 팔리다니 왜 그럴까?

 

슬픔을 아는 사람

<강아지똥별>은 권정생선생님의 삶을 쓴 동화다. 저자 김택근은 1990년 권정생을 인터뷰한 인연을 깊이 새기고 있다가 일대기를 이야기로 엮었다. 선생님이 쓴 책과 글을 뒤져 선생님이 살아온 모습을 전기문처럼 엮었다. 편하게 읽을 수 있지만 슬픈 이야기가 많다. 몽실언니를 읽는 기분이다.

선생님은 1937년 도쿄 혼마치 빈민가에서 태어나 2007년 안동 빌뱅이 언덕 흙집에서 돌아가실 때까지 줄곧 아픔과 슬픔을 벗하고 살았다. 태어나자마자 한국에 남은 형이 죽는다. 광복하면서 두 형을 제외한 가족이 귀국했으나 너무 가난해서 뿔뿔이 흩어졌다. 끝내 가난을 이기지 못하고 어머니, 아버지 모두 돌아가신다. 두 형은 조총련계라 딱 한 번 한국에 왔지만 분단의 비극만 더 느끼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늑막염, 폐결핵, 신장결핵, 방광결핵, 부고환결핵으로 한쪽 콩팥과 방광을 들어냈다. 평생 오줌주머니를 차고 살았다. 형 죽고 친구 죽고 줄곧 죽음과 고통을 보며 괴로워한다. 평생 슬픔과 아픔을 끌어안고 살았고, 같은 아픔을 겪는 사람들이 늘 곁에 있었다. <강아지똥별>에는 가난과 병에 시달린 선생님 이야기뿐만 아니라 이웃들의 고통과 슬픔이 끊이지 않는다. 선생님 눈에는 아파하고 울며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이 보였다. 그때 만난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책을 써냈다.

선생님 어머니가 돌아가신 1964년에 온 국민을 울린 이윤복의 일기가 책으로 나왔다. 1966년에 나온 일기 <저 하늘에도 이 소식을, 산하, 이윤복>에서 동생 이윤식은 형은 슬픔을 아는 사람이었기에, 고달프게 살아가는 이웃들의 삶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런 형의 모습을 지켜보았던 터라, 나 또한 슬픔을 아는 사람이 더 큰 용기와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라고 썼다.

저자는 <강아지똥별>에서 마지막으로 이렇게 묻는다. “왜 평생 슬픈 얘기만을 썼을까.” 슬픔을 아는 사람에게는 슬픔을 안고 사는 사람이 보인다. 슬픔의 사람 권정생은 너무 힘들어 슬퍼하는 이웃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기 위해 몽실언니를 보여준다. 진실을 그대로 보여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기대했다. 시궁창에 떨어져 썩어가는 똘배, 거지, 바보, 깜둥 바가지, 늙은 소, 외로운 노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이야기를 썼다. 모두 힘 없고 소외된 것들이다.(지식채널 e 正生 참고)

 

마음에 불을 담아서

권정생선생님은 슬픔을 겪었고 슬픔을 동화로 썼지만 마음에는 불을 담고 살았다. <우리들의 하느니/녹색평론>으로 중학생들과 토론할 때 아이들이 이분, 많이 화난 사람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오덕 일기, 양철북>에도 화내는 모습이 자주 나온다. 슬픔에 빠진 사람에게 손 내밀지 않고 도리어 등 떠미는 세상을 향한 분노를 어쩜 그리 슬픈 이야기로 보여주실 수 있는지……

20055월에 쓴 유언장에 요즘 와서 화를 잘 내는 걸 보니 천사처럼 죽는 것은 글렀다고 본다. 그러니 숨이 지는 대로 화장을 해서 여기 저기 뿌려 주기 바란다.”라는 내용이 있다. 사람들이 점점 슬픔을 무시하고 돈과 편안함만 찾아가는 모습을 보며 화를 내신 것 같다. 인세 모두 아이들을 위해 쓰라고 주고 가신 마음에 담긴 불을 아는 사람이 너무나 적어서 이 책이 더 반갑다.

마음에 불을 담고 사신 면까지 드러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또한 여러 곳에서 자료를 모아 일대기를 써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는다. 20세 이전 내용은 많지만 이후의 내용은 연결되지 않는 이야기가 드문드문 나온다. 조금 더 기다렸다가 <이오덕 일기, 양철북>를 참고해서 선생님이 쓴 동화 이야기를 더 담으면 어떨까 싶다.

이 제안을 담아 글을 다시 쓴다고 해도, 더 뛰어난 사람이 쓴다 해도 선생님을 다 표현하지 못할 것이다. 선생님은 별 같은 분이기 때문이다. 강아지똥별! <강아지똥별>을 읽고 앞장에 이렇게 적어놓았다. “눈을 바라보며 그냥 읽어보세요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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