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10권을 못 읽은 게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됐다.
힘든 3월이었다.
3월에 읽은 책 9권 2233쪽 (합계 37권 12125쪽)
37. 더 바이블 욥기 (송민원, 581쪽)
슬픔과 고통에 관심이 많아 욥기를 좋아했다. 꽤 묵상했다. 욥의 세 친구처럼 말하면서 스스로 옳다고 여기는 교인들에게 욥기가 그런 책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혜란 무엇인가>를 읽으며 욥기를 새롭게 이해했다. 더바이블 욥기는 욥기 원문을 다시 해석하고 해설한 책이다. 낯선 해석이 많았다. 쉽게 판단하고 쉽게 말하는 사람들은 학자가 고민하며 해석한 내용에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욥의 친구가 계속 생겨나는 것이겠지. 이해하기 어려운 하나님을 만날 때,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때 읽으면 좋겠다. 욥기를 공부할 때 다시 읽어야겠다.
36. 성서 속 성 심리 (조누가, 252쪽) / 기독교
성서에서 성을 다룬 내용 41가지를 골라 아담의 성생활부터 마리아가 부부관계를 가졌는지, 예수님이 막달라 마리아와 연인이었는지까지 성과 관련된 내용을 설명한다. 성을 다룬 기독교책이라서 보수적으로 접근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정보가 다양했고, 내용이 합리적이었다. 저자가 심리학을 공부한 인문대학 교수이기 때문인 것 같다.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사람들과 같이 읽고 싶은 책이다.
35. 죽이고 싶은 아이 (이꽃님, 198쪽) / 중학생 이상
우리 반 아이들에게 책을 추천해주다가 이 책이 눈에 띄었다. 전에 읽었는데 6학년 아이가 좋아하던 생각이 나서 다시 읽었다. 학교에서 일어난 학생 살인 사건을 다룬 내용이다. 여학생들의 교우관계를 세밀하게 다루면서 사람을 함부로(눈에 보이는 대로) 판단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특히 살인 사건을 자극적으로 풀어가는 방송 매체와 그에 호응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여주며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좋은 책이다.
34. 내 머리에 햇살 냄새 (유은실, 90쪽)
1학년 담임이 되었다. 도서관에 데려가면 만화만 읽는다. 다른 책을 읽으라고 하면 그림책을 고른다. 아이들을 꼬드겨서 동화를 건넸다. 아이들의 삶을 다룬 책을 읽기 바랐다. 곁에서 나도 책을 골랐다. 유은실 작가가 쓴 단편 동화 네 편이 실린 책이다. 유은실 작가가 쓴 책을 거의 다 읽었는데 이 책은 처음이다. 저학년을 위한 동화인데 참 좋다. 다 읽고 우리 반 아이에게 건넸다. 아이가 책을 다 읽고 돌려주었다. 어떻게 읽었을까?
33. 학교야 놀자 (이인희, 139쪽) / 초 1 이상
아이가 시를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시 쓰는 방법을 가르친다고 잘 쓰는 게 아니다. 딱 느끼는 순간이 있으면 시가 나온다. 쓰는 게 아니라 써지는 거라 생각한다. 아이가 딱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 놀 때 아이는 살아있다. 아이는 재미로 살아간다. 그러니까 시를 쓰려면 재미있게 놀아야 한다. 이게 시작이다.
이인희 선생님이 1~6학년까지 모든 반에서 시 수업을 했다. 8시간 동안 놀고, 쓰고, 놀면서 쓰고, 시화를 만들었다. 잠깐 만나고 썼는데 시가 좋다.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싶은 시를 여럿 만났다. 『학교야 놀자』를 추천한다.
물론 ‘재미’는 시의 시작이다. 마음에 여운을 주는, 마음을 움직이는 시는 시간이 걸린다.
32. 길리아드 (메릴린 로빈슨, 310쪽) / 기독교
77살의 늙은 목사가 나이 들어 낳은 7살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다. 편지에는 할아버지 목사(편지를 쓰는 제임스 목사의 아버지)에 대한 생각이 자주 나온다. 남다른 생각을 가지고 특이하게 행동했던 아버지를 이해하는 나이가 되어 어린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편지로 남겼다. 흑백 갈등과 남북전쟁을 겪는 시대에 할아버지 목사는 노예 해방을 위해 불법과 폭력을 마다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평화주의자였다. 목사 집안에서 형은 독일에 유학을 갔다가 무신론자로 돌아온다. 시대의 갈등, 가족의 갈등이 드러나는 곳은 길리아드(길르앗) 마을이다. 길르앗에서 태어난 엘리야는 시대에 맞서 싸웠다.
이 책을 좋아하는 독서가들 몇을 안다. 그분들 덕에 이 책을 다시 읽었다. 처음 읽었을 때와 다르게 보인다. 다시 읽고 싶어지는 책이다.
31. 복음과 상황 3월호 (159쪽)
꼼꼼하게 읽는 월간지다. 광주시민과 계엄군의 생명을 지키려고 했던 김영준 전도사님 이야기가 마음 깊이 남았다. 메릴린 로빈슨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구선우의 동물기도 재미나게 읽었다. ‘우울증 권하는 교회를 넘어서(정태형)’에도 계속 공감했다. 전세사기 피해자 인터뷰도 꾸준히 관심을 갖고 읽는데 마음이 아프다.
30. 왜왜왜 동아리 (진형민, 199쪽) / 5학년 이상
진형민 작가가 산불, 화력발전소, 이상기후를 동화로 담았다. 지난 2월에 『왜왜왜 동아리』를 쓴 과정을 들었다. 작가님이 책을 쓰기 위해 자료를 조사하다가 삼척에서 만난 분들과 조촐하게 만난 자리였다. 『꼴뚜기』를 읽었을 때 글 솜씨와 위트에 반했고, 작가님을 처음 만날 때 소탈한 웃음에 반했다. 석탄발전소를 반대하는 분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환경을 사랑하고 지키려는 마음에 또 반했다.
산불로 피해가 컸다. 이럴 때 아이들과 『왜왜왜 동아리』를 읽으면 좋겠다.
29. 아픔이 길이 되려면 (김승섭, 305쪽) / 사회+질병
가난한 사람, 노동자, 재소자, 성소수자, 억울한 희생자들의 건강에 관심을 기울이는 보건 전문가이다.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 대신 학자의 길을 걸었다. 건강 관련 자료를 해석한 논문을 소개하며 건강을 공동체와 관련지어 설명한다. 개인의 건강을 공동체, 사회의 인식으로 생각하진 않았는데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관점을 알게 되었다. 특히 공동체가 책임져야 할 일을 지나치게 개인 몫으로 떠넘기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까웠다.
→ 학교폭력 대응 유형과 우울 증상 유병률 차이 조사 결과, 학교폭력을 경험하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 감당한 아이들이 가장 힘들어했다. 경험하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7배, 도움을 요청한 학생들이나 ‘별다른 생각 없이 그냥 넘어갔다.’ 한 학생들에 비해 2배가량 우울 증상 유병률이 높았다. ★ ‘별다른 생각 없이 그냥 넘어갔다’ 답한 여학생은 미경험자와 비슷했다. 그러나 남학생은 모든 집단 중에서 가장 많이 아팠다.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말하며 상처를 숨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 시카고 폭염 : 재난은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의 책임이다.
→ 일터가 안전하면 노동자 금연율이 올라간다.
IMF 구조조정에 참여한 동유럽 국가들의 결핵 사망률이 높아졌다.
즉 건강은 공동체의 책임이다.
→ ‘태아기의 경험이 사람의 일상에 얼마만큼,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가?’
1. 감비아 우기와 건기 출생자의 생존율 차이
2.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위한 네덜란드 철도 파업으로 2만 명이 6개월 동안 800kcal 이하로 살았을 때 태어난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성인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았다.
3. 나치가 레닌그라드를 포위했을 때, 마오쩌둥이 대약진운동을 했을 때 태어난 사람들은 절약 형질을 가졌다. (바커 박사가 만들어서 바커 가설) : 태아기의 영양 결핍이 성인기 당뇨병 발생 원인이 된다. 태아는 부족한 영양 상태에서 생존에 필수적인 기관에 영양분을 먼저 사용하고 당장 생존에 필수적이지 않은 기관(췌장)에 영양분을 적게 사용한다. 이 선택이 훗날 성인병을 일으킨다.
→ 해부학 연구에 쓰인 가난한 주검들 : 해부학자가 받은 시체는 모두 가난한 사람들의 시체였다. 스트레스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의 부신이 컸고, 비정상적으로 큰 부신을 정상 크기로 착각했다. 부유한 사람 시체를 해부하지 못했기 때문에.
→ IBM의 암 사망자 비율을 밝혀낸 클랩 교수 / IBM의 변호사 질문 공세를 견디고 골리앗에 맞선 까닭은, 그들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들이라서.
→ 일제강점기 식민지 수탈 청구권 소명 합의 : 일본의 동양레이온이 전쟁배상 물품으로 레이온 기계를 원진레이온으로 보냄. 다시 중국 단둥시 화학석유공사에 팔림(이황화탄소).
→ 일본석면 → 제일화학 → 인도네시아 제일 파잘
→ 소방공무원들이 요양 신청을 하지 않는 이유
→ 소방공무원 순직, 공상 자료의 허점 (공무상 사망, 순직→ 순직, 위험직무순직)
→ 쏟아지는 비를 멈출 수 없다면 함께 그 비를 맞아야 한다.
→ 1979년 리사 버크먼, 최초의 코호트(특정한 행동양식 등을 공유하는 집단) 연구
→ 공동체의 중요성 : 로세토에선 왜 심장병 발생이 적은가? (내가 속한 공동체가 나를 보호해줄 거라는 확신)
2월에 읽은 책 13권 4490쪽 (합계 28권 9892쪽)
28. 호랑이를 부탁해 (설상록, 196쪽) / 4학년 이상
5학년 4반 아이들이 병아리 부화를 시도한다. 우주가 일찍 학교에 간 날, 사건이 터진다. 부화 중이던 달걀 하나가 깨져 바닥에 떨어져 있고 검은 모자를 쓴 사람이 도망친다. 누가 왜 달걀을 깼을까? 초등학교 선생님이 경험을 살려 교실에서 병아리를 기르는 이야기를 썼다. 실수를
27. 마음 건강 수업 (에이드리언 베튠, 371쪽) / 교육
아이들이 행복하게 지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책이다. 공부를 잘한 아이보다 마음이 건강한 아이가 삶을 더 행복하게 산다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마음이 건강해지는 교육 방법을 알려준다. 학교에서 해보고 싶은 내용이 많았다. 올해 1학년을 맡았는데 학교에 적응하고 친구 사귀고 형, 누나, 언니, 오빠와 지내는 나날이 행복하면 좋겠다. 몇 가지 해봐야겠다. 다만 내용이 좋은데 번역서라서 아쉬운 점이 있다. 우리 현실에 적용하려면 변화를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26. 오스만 제국 600년사(이희철, 344쪽) / 역사
튀르키예의 앞선 시대인 오스만 제국 역사를 다룬 책이다. 마흐메드(메흐메드) 2세가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키고 오스만 제국은 동서를 연결하는 대제국이 되었다. 전쟁에서 이기면서 국가 재정이 견실해졌고, 관리와 병사들의 충성심도 높아졌다. 그러나 시간은 좋은 제도와 충성스런 마음에 균열을 일으킨다. 왕권 안정을 위해 형제를 살해하는 제도는 바꾸어야 했고, 감시를 위해 왕자들을 가둬놓으면서 왕자들의 수준이 낮아졌다. 충성스러웠던 예니체리 부대는 이익 집단으로 변질했고 백성들의 삶이 점점 피폐해졌다. 우위를 점했던 문화는 유럽에 뒤처지게 되었고 결국 내리막으로 치달았다. 어떤 나라이건 좋은 지도자가 좋은 나라를 만든다는 걸 다시 느꼈다.
25. 우리가 이토록 작고 외롭지 않다면 (옌스 안데르센, 480쪽) / 전기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평전이다. 참 좋다. 린드그렌은 혼자 아이를 낳고 덴마크 위탁가정에 맡겼다. 아이와 떨어져서 지낸 몇 년간의 경험이 아이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에 영향을 크게 준 것 같다. 린드그렌은 아이를 남다르게 바라본다. 당시에는 린드그렌의 아동관을 비판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운 좋게도 린드그렌은 생각이 같은 편집자와 출판사를 만났다. 책은 불티나게 팔렸고, 린드그렌은 어린이를 대표하는 작가가 되었다.
남편이 죽고, 친구가 죽고, 자녀가 먼저 죽는 아픔을 겪으면서도 린드그렌은 아이를 위해 살았다. 외로운 사람들, 상처받은 사람을 위해 글을 쓰고 앞장서서 싸웠다. 여성의 권리를 위해 할 말을 했고, 목소리를 내야 할 때는 정치적인 글을 쓰고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참 아름다운 삶이다.
→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어떻게 극복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과 함께하고 싶어요. 그다음 친구들과 함께하고 싶고요. 홀로 있는 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들은 삶이 주는 상처에 대한 면역력이 약합니다. 정말이지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죠.”
→ “오랫동안 왜 내가 진짜 삶을 살지 못하는지 궁금해요. 심사숙고 끝에 도달한 결론은 거짓과 정체성 상실입니다. 난 정말 나 자신이기를 간절히 바랐어요. 하지만 지금까지 난 도대체 누구였을까요? 자신의 본래 모습대로 사는 사람을 나는 지금까지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어요.”
→ 누구도 스스로를 완전히 열어 보여주지 않지. 그러고 싶어 하면서도 말이야. 그렇지만 우리는 모두 외로움에 갇혀 살지. 누구나 다 외롭단다. 다만 수많은 사람에 둘러싸여서 외로움을 이해하거나 인식하지 못할 따름이지. 어느 날이 닥칠 때까지……
24. 비크너의 문장 1 (비크너, 218쪽)
비크너의 문장은 새롭다. 세상을 다르게 본다. 비크너가 쓴 문장이 좋아서 책으로 만들었다. 하나하나 읽는 재미가 있다.
23. 말하는 대로 글이 되는 우리 아이 첫 글쓰기 (나명희, 219쪽) / 글쓰기
1학년 담임이 되었다. 아이들과 어떻게 글을 쓸지 고민하며 이 책을 꺼냈다. 쉽게 글쓰기에 접근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쉽고 가볍게 쓴 아이들 글이 많다. 나와 비슷하게 접근한다. 글감을 찾는 걸 중요하게 여긴다. 입말을 살린다. 주위를 잘 살핀다. 자연스럽게 쓰도록 안내한다. 물론 다른 점도 있다. 방귀나 똥으로 시작한다. 감정을 깊이 다루지는 않는다. 아이다움을 잘 살린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 아이들과 이렇게 해봐야지!’ 하는 게 생겼다.
22. 내 동생 입학 도전기 (김혜영, 110쪽) / 2학년 이상
현지는 자폐가 있는 동생 현우가 걱정스럽다.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잘 지낼지 걱정한다. 현우는 자기만의 규칙을 따르고, 특정한 행동에 집착한다. 화장실에 잘 갈지, 친구와 사귈 수 있을지 걱정이 많다. 그래서 동생을 위해 입학 준비 활동을 만들었다. 1단계, 학교가 즐겁다고 알려주기. 2단계, 친구 만들기. 3단계, 안전 규칙 지키기. 동생 입학 도전기는 잘 될까?
21. 오늘도 수줍은 차마니 (강인송, 99쪽) / 3학년 이상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 네 편을 모았다. 지독한 곱슬머리를 가진 자신을 인정하는 오슬이, 럭비부를 쓰러뜨리는 힘을 가지고도 조용하고 얌전한 모습으로 지내는 마니, 친구들이 금기시하는 행동을 받아들이는 지오를 바라보는 루아, 꽃꽂이하며 자신과 친구를 인정하는 하영이, 아이들에게 읽어주기 쉽고 이야기 나누기도 좋은 책이다.
20. 복음과 상황 2월호(175쪽) / 기독교
꼼꼼하게 읽는 월간지다. 1월호부터 전세사기 피해자 인터뷰가 나온다. 너무 슬프고 화난다.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당쟁이나 벌이고 있으니 더 답답하다. <우울증 권하는 교회를 넘어서>, <구선우의 동물기>, <이한주의 책갈피>는 반갑게 읽는 글이다. 다음 호를 기다리게 된다.
19. 사무엘서 (김정훈, 937쪽) / 기독교
사무엘서를 해설했다. 사무엘과 사울, 사울과 다윗, 사울 지지 세력과 다윗의 권력 다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내용이 무척 길지만, 재미있다. 다윗을 지나치게 영적으로 바라보았던 마음을 털어낸 것 같다.
18. 프랑켄슈타인 (메리 셸리, 316쪽)
역시 고전이다. 메리 셸리가 19세~20세인 1817년에 썼다. SF 장르의 문을 연 책이다. 프랑켄슈타인은 박사 이름이다. 박사가 만든 생명체의 외모가 혐오스러워서 실패작이라고 생각했다. 박사가 버린 ‘그놈’은 백지상태의 인간과 같았다. 외모 때문에 사람들에게 쫓겨다니며 고생하면서 말을 배운다. 몰래 땔감을 해주고,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한다. 그러나 괴물로 취급받아 계속 쫓긴다. 총에 맞기도 한다. 그래서 박사를 찾아가 ‘그녀’를 만들어달라고 한다. 그러면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둘이 살겠다고 한다. 그리고~
괴물 같은 그놈이 ‘내 안에 있는 괴물’일까 생각했다.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을 뜻하기도 한다. ‘그녀’를 거부하는 모습을 통해 여성을 차별하는 당대 현실에 도전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선구자 역할을 한 책이다. 개인의 본성, 인권, 사회의 갈등 등 다양한 주제로 토론하기 좋은 책이다.
17. 하늘과 땅 식료품점(제임스 맥브라이드, 487쪽) / 소설
https://bookyard.tistory.com/423
16. 당신들의 천국 (이청준, 540쪽)
따로 글을 썼는데 공개하진 않는다.
1월에 읽은 책 15권 5402쪽
15. 헤겔의 역사 철학 (김균진, 770쪽) / 철학
이해할 것 같다가도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나오고, 이해하기 어려워서 포기하려고 하면 알 듯한 내용이 나온다. 칸트가 어렵다는 말은 들었는데 칸트의 철학을 말하고 헤겔이 칸트를 비판한 내용을 읽으려니 머리에 쥐가 난다. 헤겔이 하나님을 믿고, 하나님을 옹호하고, 철학으로 하나님 이야기를 한다는 자체가 신기했다. 헤겔이 역사를 해석한 부분은 참 재미있었다.
14. 시편 렉시오 디비나 1 (김정훈, 969쪽) / 기독교
저자가 시편 전체를 다시 번역하고 내용을 설명한다. 강해 류의 설명이 아니라 본문에 근거하여 자신의 묵상 내용을 소개한다. 묵상 내용에 슈투트가르트 라틴어 시편 채색 필사본에 있는 그림을 곁들여 소개한다. 중세 시대에 문자를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성경 내용을 그린 그림을 통해 묵상의 방향을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간단하게 기도문을 썼다.
1권은 전반적인 안내서다. 시편 렉시오 디니나 2편은 깊이 읽어낸 내용이다. 내용이 궁금하다. 읽어야겠다.
13. 브릿지 (문경민, 203쪽) / 중학생 이상
문경민 작가가 쓴 책을 다 읽었다. 절반 이상은 출판하기 전에 읽었다. 한동안은 글이 점점 좋아진다고 생각했는데 얼마 전부터 내가 평가할 수준을 넘었다고 생각했다. 『브릿지』를 읽으며 문장이 눈에 들어와서 가끔 멈추었다. 인물의 갈등에 마음이 쓰여 또 멈추었다. 출판 전에 읽었던 내용인데도 마음이 자꾸 움찔거렸다. 문경민 작가가 쓴 책 중에 지금까지는 최고다. 새로운 책이 나오면 그 책이 최고의 책이 되겠지.
12. 미켈란젤로와 교황의 천장 (로스 킹, 455쪽) / 미술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프레스코 벽화를 그린 과정을 설명하는 책이다. 벽화 발주자인 교황 율리우스 2세는 폭군 이미지에 어울리는 사람이다. 미켈란젤로는 교황과 계속 부딪힌다. 돈 때문에, 완성 시기 때문에, 벽화 그리는 과정을 공개하는지 마는지…… 그림을 그리는 와중에 로마는 프랑스와 전쟁도 벌인다. 한 번은 스페인 군대가(이때는 프랑스 편) 미켈란젤로의 가족들이 사는 고향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미켈란젤로는 온갖 일에 신경을 쓰면서 그림을 그렸다.
미켈란젤로는 천재였다. 알다시피 천재는 괴짜에 자기 관심사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높다. 미켈란젤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대결을 펼쳤고, 라파엘로라는 신인도 신경 써야 했다. 프레스코를 처음 그리는 데다 엄청난 분량, 날씨의 방해, 시행착오를 거치며 프레스코를 그린다. 저자가 이 과정을 긴장감 넘치게 설명한다. 얼마나 조사를 했을지 상상이 안 갈 정도로 내용이 방대하다. 중세 이탈리아의 분위기, 화가들의 마음, 작업 과정을 아는 건 덤이다. 참 좋은 책이다.
11. 복음과 상황 1월호 (165쪽) / 기독교
꼼꼼하게 읽는 월간지다. 발행인의 글을 읽으며 같이 울컥했다. 최종원 교수님 인터뷰가 친근하게 다가왔다. 구선우의 동물기는 재미나게 읽는 연재글이다. 전세사기 당한 분 이야기를 읽으며 같이 화가 났다. 이창현 님의 글은 로잔을 다룬 글 중에 가장 마음에 와닿았다. 책 소개는 늘 기대하며 읽는다.
10. 히브리어의 시간 (송민원, 224쪽) / 기독교
『지혜란 무엇인가』를 읽고 마음에 돌풍이 일었다. 『히브리어의 시간』은 살랑살랑 봄바람을 일으켰다. 히브리 낱말에 담긴 뜻을 읽으며 성경이 새롭게 다가왔다. 저자가 히브리어를 해석한 성경 본문이 아름답고 따뜻했다. 읽으면서 하나님 마음이 느껴졌다.
하나님을 이해하는 낱말 8개, 인간을 이해하는 낱말 8개, 히브리적 사고를 알려주는 낱말 8개를 설명한다. 하나님을 더 깊이 알겠다. 하나님이 인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히브리인들이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겠다. 참 좋은 책이다.
9. 교육, 거기서 멈추면 안 되니까 (강삼영, 234쪽) / 교육
교사가 되어 글쓰기 모임에 나갔다. 주로 아이들이 쓴 글을 이야기했다. 글쓰기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배웠다. 아이가 쓴 글을 읽고 이야기하며 좋은 선배들을 만났다. 아이를 사랑하고 바라보는 좋은 교사들이었다. 같은 학교에 근무하면서 ‘저 형처럼 해봐야지!’ 했었다. 감삼영 형이 쓴 글을 읽으며 그때 만났던 좋은 사람이 보인다. 나이가 들었는데도, 도교육청에 근무하면서도 형은 아이를 향한 마음을 잃지 않았다. 다음 선거에서는 형이 교육감이 되면 좋겠다.
8. 21세기 청소년 인문학 (강응천 외, 267쪽)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이 읽어도 좋은 내용이다. 서로 다른 전공을 가진 15명이 자기 분야를 청소년에게 이야기한다. 자기답게, 꿈과 행복, 아인슈타인의 젊은 시절 이야기, 프레임, 홍길동, 과학기술과 인류의 미래, 도서관은 거인의 어깨, 건강, 내 안의 목소리, 학교와 공부, 역사책 읽는 방법, 무소의 뿔, 우생학, 고통, 조선의 인문을 다룬다.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내용이 있다면 글쓴이의 다른 책을 보면 깊어지겠지.
7. 아빠가 된 어린왕자 (이대윤, 336쪽) / 에세이
이대윤 선생님이 육아휴직을 하고 아이를 돌봤다. 둘째를 기르며 쓴 에세이인데 분투기가 더 어울린다. 예민하고 섬세한 아빠가 둘째를 기르면서 발버둥 친다. 밥 챙겨 먹을 틈도 없이, 잠을 설쳐가며 아이를 돌본다. 그러면서 아내가 첫째를 기르면서 했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되고, 아내의 마음을 비로소 느낀다. 까페에서 한두 시간 갖는 여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부모가 된다는 게 어떤 건지 깨닫는다. 아빠가 민감해서 아이의 행동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유별나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유별나게 행동할 수밖에 없어서 힘들어한다. 그래서 아이가 더 사랑스럽고, 아내를 더 이해하고, 부모님과 이웃의 소중함을 느낀다. 글로 썼기 때문에 남은 기억이 아이와 아빠를 세밀하게, 강하게 연결한다.
6. 하느님의 입김 (탁동철, 335쪽) / 교단 일기
동철이 형 책(장호)를 읽고 형 생각이 나서 꺼냈다. 형은 재미나게 산다. 아이들이 재미나게 놀면서 스스로 생각하게 가르친다. 권위라고는 없는 교사, 아이들에게 끌려가는 교사처럼 보이지만, 형과 지내면서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한다. 제 일을 제 손으로 해낸다. 한때 형처럼 가르치려고 했는데 잘 안 됐다. 나는 내 모습으로, 형은 형 모습으로 산다. 참, 글쓰기 지도에 이만한 책이 드물다.
5. 일상의 평화를 일구는 공동체 (기독교윤리연구소, 198쪽) / 기독교
기독교윤리연구소에서 폭력을 주제로 쓴 논문을 책으로 펴냈다. 논문이지만, 어렵진 않다. 일곱 명(교수, 연구위원, 교목)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폭력을 말한다. 갈등 사회, 구조적 폭력과 일상의 폭력, 도시의 일상, 영화를 통해 본 윤리적 폭력, 폭력에 노출된 노인의 존엄성을 말한다. 또한 일제강점기부터 6.25를 지나는 동안 한국기독교의 평화 이해 역사, 동양고전에서 일상과 평화를 말한다.
4. 장호 (탁동철, 225쪽) / 5학년 이상
장호는 탁동철 형이 가르친 아이다. 과묵하고 얌전한 아이가 삽질하는 모습을 보고 상처 입은 아이인 줄 알아본다. 상처가 나으려면 시간과 공간, 사람의 온기가 있어야 한다. 장호는 설악산 아래 학교에서 아이들과 지내며 조금씩 괜찮아진다. 자연이 주는 넉넉함이 장호의 아픔을 달래준다. 교사들은 장호 같은 아이에게 무언가를 해주려고 한다. 탁동철 선생님은 잘 지켜본다. 이게 참 좋다. 아이들은 잘 지켜보는 게 소중하다. 참 좋은 책이다.
3. 아름다운 실패 (루시 클라크, 333쪽) / 교육
호주의 저널리스트가 경쟁과 성적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자녀를 보며 쓴 책이다. 부제가 <성공에 집착하는 것이 아이들을 어떻게 해치는가>이다. 저자의 자녀는 학교에서 적응하기 힘들어했다. 경쟁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등교를 거부하고 시험을 무시했다. 시험 결과를 열어보지도 않았다. 저자는 자녀의 좌절과 고통을 보며 자신이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고 받아들였다. 부모의 기대, 시대의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부담감, 압박 피라미드 속에서 견디는 학생들의 부담을 부모가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가 동의하고 실천하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조금 지루했다. 내용을 간결하게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만 나처럼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기에, 자세하게 쓴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 명문대학에 입학하고 싶다면 6년을 공부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 6년은 청소년이 자기정체성을 찾아야 하는 시기와 일치한다.
고3 학생들 대부분은 방과 후에 학원에 가서 늦은 밤 10시까지 공부하다가 집에 가서 자정이나 새벽 1시까지 또 공부합니다. 운동할 시간도 없고 자기 자신과 세상, 직업세계, 무엇을 왜 해아 되는지 등에 대해서 탐구할 시간이라곤 없습니다.
→ 기니피그 신드롬(영국) : 뭔가 다른 것을 시도해보려고 하면 “그 애들이 당신 실험의 기니피그인가요?”라고 묻는 사람이 나타난다. 유감스럽게도 이런 사고방식의 논리적 귀결은, 아무것도 새롭게 시도해 보지 못하고 늘 하던 대로 하는 것이다.
→ 핀란드 교육부장관 크리스타 키우루 : 학문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모든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에게는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합니다. 학교는 인생의 의미를 가르치는 곳이어야 하고, 아이들이 스스로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배우는 곳이고, 사회생활에 필요한 능력을 배우는 곳입니다. 학교는 좋은 자기상을 발달시키고 타인의 감정에 대한 민감성을 계발하는 데에도 중요합니다. 이 같은 성찰능력은 타인을 보살피는 능력을 일깨웁니다. 우리는 이 모든 것을 교육에서 반드시 구현하고자 합니다.
2.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C. S. 루이스, 201쪽) / 기독교
새롭게 시작한 독서 모임에서 읽었다. 20년쯤 전 처음 읽었을 때 감탄하고 낄낄거리며 읽었다. 다시 읽어도 좋았고 모임에서 나누며 읽으니 더 좋다. 이번 독서 모임은 책을 읽고 모였다가, 다음에는 글을 써서 다시 모인다. 글을 생각하며 읽고 나누면 긴장이 된다. 그래도 이 긴장감이 좋다. <부드러움이 딱딱함을 이긴다>라는 주제로 따로 글을 썼다.
1. 하늘과 땅 식료품점(제임스 맥브라이드, 487쪽) / 소설
행복한수업만들기 모임에서 올해 첫 책으로 읽었다. 경제적 이익이 나지 않는 식료품점을 계속하는 이유가 잘 드러나지 않는데, 이걸 찾으면 이 책을 제대로 읽었다고 생각한다. 돈 대신 다른, 돈보다 더 소중한 것을 나눠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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