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글 쓰고 싶어요. 글 써도 돼요?”
“선생님, 글 쓸 게 생겼어요.”
요즘 자주 듣는 소리다.
1학년 아이들이 글쓰기에 빠져들었다.
우리 반 아이들은 축구, 게임, 놀이공원 같은 걸 쓰지 않는다.
순간을 잡아낸다.
개학하고 쓴 글 제목이 이렇다.
(엄마의 추억 화장실, 내가 분리 수면을 못 하게 된 이유, 소고기는 할머니 냄새, 비구름아 강릉으로 가줘…… 캬, 쥑인다!! 1학년이 이런 제목으로 글을 쓰다니~)
준후의 성격, 발냄새, 선생님의 기침, 엄마 없을 때, 내 라면, 곤충 잡기, 9월, 비둘기의 전쟁, 엄마의 옛날 학교, 신맛, 매운 날, 열이 펄펄, 동생 관찰기, 청소의 달인, 태국 사람들 하루, 장화, ?!멍!, 내가 분리 수면을 못 하게 된 이유, 과자 봉다리, 엄마의 추억 화장실, 가뭄, 소고기는 할머니 냄새, 쫄깃한 포도, 또 부러졌다. 민물 게, 숲, 비 오는 하루, 아빠의 옛날 이야기, 송충이의 하루, 엄마의 옛날 공부, 세상은 이렇게 넓다. 여름, 자전거, 기분 나쁜 000, 잔소리 동생, 친구들 공부하는 모습, 마음이 두근두근, 밥 먹는 친구들, 시끄러운 우리 반, 비구름아 강릉으로 가줘. 지우개의 하루......
내가 정해준 제목이 아니다.
아이들이 ‘아, 이거 쓰면 되겠네!’ 하며 스스로 썼다.
글쓰기 방법을 많이 아는 게 중요하지 않다.
아이는 매뉴얼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가 아니다.
아이 마음을 사로잡아야 아이들이 글을 쓴다.
제목 : ***(아이 이름)
내 이름은 ***이다.
내 특기는 글쓰기다.
어느 정도냐 하면
***은 양치하면서 글을 쓴다.
왼손은 양치하고 오른손은 글을 쓴다.
그게 다가 아니다.
밥을 먹으면서 글을 쓴다.
그냥 글 쓰는 게 좋다.
아이 마음을 사로잡으면 양치하면서 글을 쓰고 밥 먹으면서 글을 쓴다.
얘만 이런 게 아니다. 나한테 글씨 배운 아이도 잘 쓴다.
남자 아이들도 시인이고 작가다.
주말이 지나면 아이들이 어떤 글을 써오려나?
월요일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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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거기 두고 쓰던 물건(볼펜, , ……) 위치를 바꾸었다. 손을 뻗었는데 없다. ‘, 왜 여기 없지?’ 하다가 , 자리를 바꿨지!’ 한다. 잠시 뒤에 같은 일을 되풀이하며 , 자리를 바꿨는데 참~’ 하며 멋쩍게 웃는다. 화가 나기도 한다. 생각이 몸을 움직이는 줄 알았는데, 나이가 들수록 몸이 생각을 움직인다. 우린 의지보다 습관에 따라 산다. 운동선수들은 몸이 기억할 때까지 연습한다. 그러면 생각할 겨를이 없는 찰나에도 몸이 반응한다. 습관이 의지를 이긴다.

팔다리가 절단된 뒤에도 환자는 팔다리에서 통증을 느낀다. 늘 거기 있던 팔다리가 사라진 걸 실제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없어진 팔다리가 가렵고 따갑고 아프다. 늘 곁에 있던 사람이 없어져도 비슷하다. 목소리가 들린다. “왔어?” 하며 반겨주는 사람이 없어서 아픈데, 인사를 들은 느낌이 나서 더 아프다. 며칠 전에 가지치기하고 쉬다가 문득 내가 먼저 죽으면 여긴 어떻게 될까? 나무와 풀을 볼 때마다 내 빈자리가 보일 테고, 가족이 환지통 비슷한 아픔을 느끼겠지!’ 생각했다. 작은 물건 하나 자리만 바뀌어도 몸이 착각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면 얼마나 힘들까!

바움가트너는 애나와 헤어진 뒤에 주디스를 만났다. 주디스는 바움가트너와 달리 결혼할 마음이 없다. 바움가트너는 애나와 같은 집에 함께 살면서 둘 다 자유와 자기실현을 찾아낸 반면, 주디스는 신랄하고 허세가 심한 조 때문에 숨이 막히는 느낌으로 살았다(125). 주디스는 결혼에 환지통을 느낀다. 조와 지낸 결혼은 답답하고 고통스러웠다. 바움가트너는 결혼하고도 행복과 자유를 느끼겠지만, 주디스는 다르다. 주디스에게 결혼은 잘라낸 팔다리와 같다. 주디스는 결혼 생활을 행복하게 했던 바움가트너를 만나 조와 보낸 세월에 입은 상처를 치유하는 걸로 만족한다. 그래도 결혼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 습관이 의지를 이긴다.

바움가트너는 사고로 시작해서 사고로 끝난다. 두 사고는 다르다.

1장의 사고는 혼란스럽다. 애나를 잃고 혼란에 빠진 바움가트너는 일을 제대로 못 한다. 약속을 잊어서 전화를 안 하고, 약속을 기억해도 정신이 없어서 전화를 못 한다. 냄비를 태우고, 그 냄비에 손을 덴다. 약간 불그스름해질 뿐이었는데 마치 손가락이 잘린 듯한 분위기다. 지하실로 내려가다가 떨어진다. 정원은 엉망이다. 플로렌스 부인이 잘 정리하고 청소한 상태보다 바닥에 떨어진 냄비가 크게 보인다. 1장은 혼란 그 자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으면 이렇게 된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고 그대로인데 그대로가 아니다. 크게 데지 않은 손가락이 마치 잘린 것처럼 일상이 고통스럽다. 바움가트너는 플로렌스 부인을 시켜 아내 물건을 그대로 유지한다. 애나의 옷을 꺼내 개고, 다시 넣기를 되풀이한다. 어린 시절 자신의 대역으로 보았기 때문에 열차에 탄 아이(엄마와 딸, 아버지와 아들)들이 긴 세월 자신을 쫓아다닌 것처럼(149) 애나를 곁에 둔다. 그럴 수밖에 없다. 40(?)년 동안 사랑하며 함께 산 사람의 죽음을 툭 털어버릴 순 없다.

5장에는 타버린 냄비에 덴 것보다 큰 사고가 일어난다. 집에서 30km 정도 떨어진 숲길에서 차가 나무를 들이받았다. 에어백이 터지지 않아 이마를 다쳤다.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바움가트너는 이마에서 피가 계속 흐르는 채로 얼굴에 바람을 맞으며 춥고 외딴곳에서 도움을 찾아 걷는다. 냄비에 손을 뎄을 때는 호들갑을 떨며 3~4분 동안 찬물에 손을 대고 있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흐르는 피를 쓱 닦고는, 통증도 느끼지 않고, 별일 아닌 것처럼 걷는다. 책은 마무리되었고, 집은 정리되었고, 지하실 계단도 멀쩡해졌다. 정원도 11년 전 모습으로 돌아갔다.

4장이 전환점이다. 1장의 혼란은 2장의 환지통으로 드러난다. 3장에서 주디스를 만나면서 13개월이 지나는 동안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정신을 놓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신이 일으킨 참사에서 구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무엇이든 구해 내기 위해서라도, 억지로라도 한 걸음 뒤로 물러나 그 빌어먹을 것을 그냥 내버려둬야 하며, 그러다 보면 마침내 그게 자신으로부터 완전히 떨어져 나가 거리감이 생기고, 그때 용기를 내 다시 집어 들면 마치 처음 마주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202).” 이런 시간이 필요하다. 거기 매몰되어 그것만 생각하면 늪이 돼버린다.

바움가트너는 글을 쓰다가 과거를 떠올린다. 가족 여행을 떠올리고 여동생을 생각한다. 아버지의 편지를 기억하고, 아버지가 미국에 정착한 과정을 생각한다. 할머니가 엄마를 두고 떠날 수밖에 없었던 처지를 이해한다. 엄마의 삶을 생각하고 <스타니슬라프의 이리들>을 처리하고 나서야 다시 살게 된 마을을 생각한다. 또한 애나의 글을 정리하고 출판하면서 애나를 다시 마주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 모두 서로 의지하고 있고 어떤 사람도, 심지어 가장 고립된 사람이라 해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171).” 하는 사실을 깨닫는다.

바움가트너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이 환지통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과정을 보여준다. 처음 읽을 때는 재미없네. 너무 질질 끌잖아.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빨리 말하고 끝내지!’ 했다. 두 번째 읽을 때는 책에 빠져들었다. 문장도 많이 보이고, 작가가 이끌어가는 구조도 보인다. 왜 이렇게 달라졌을까? 두 번 읽었기 때문이 아니다. 방학 동안 학교에서 물러나 거리를 두고 지내면서 내 처지가 달라졌다. 처음 읽었을 때 삼척 환지통을 앓았다. 시골 아이들이 그리웠다. 강릉지역, 학부모가 자녀를 위해 고른 학교, 1학년에겐 슬픔이 보이지 않았다. 몸과 마음이 힘들어서 책을 읽기도 힘들었다.

바움가트너는 아팠다. 주디스도 아팠다. 바움가트너의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 모두 팔다리 하나씩 끊어낸 채로 살았다. 고향, , 희망이 끊어졌고 가족을 끊어낸 사람도 있다. 너무 아플 때는 다른 사람의 아픔이 보이지 않는다. 방학 동안 쉬었다. 계속 쉬었다. 마음이 편안해지자 등장인물들의 아픔이 보였다.


<책 내용 요약>

1. 혼란 : 전화 약속 잊음. 냄비 태우고 손 뎀. 애나 물건 그대로 둠. 계단에서 떨어짐 검침원 상사에게 전화할 생각을 머릿속에 둠. 정원은 엉망.

2. 환지통 : <환지통> 에세이 쓰기 시작. 애나를 회상함. 애도 상담사에게 비참 토로 애나의 친구 프랭크 보일. 마호가니 책상, 타자기, 옷을 개고 다시 넣기, 전화 소리 꿈.

3. 애나와 주디스 : 주디스 이야기 바움가트너에, 애나가 바움가트너와 결혼한 과정 글 <자연 발화>. 애나와 주디스 떠올림. 주디스가 바움가트너와 결혼하지 않는 이유

4. 뿌리 찾기 : 13개월 뒤, 글 쓰다가 과거를 기억함. 가족 여행과 여동생, 지하철에서 아빠에게 맞은 아이, 아버지의 편지, 아버지 정착기, 어머니와 할머니. 여행기 <스타니슬라프의 이리들>

5. 변화 : 책 마무리, 비어트릭스 코언. 책 정리, 집 고치기(지하실 계단), 정원 정리, 애나 작품 출판 계획. <운전대의 신비> 소개. 사고.

 

1학년 남자아이가 쓴 글 두 편 소개합니다.
<소풍>은 2004년에, <아이스크림의 맛>은 2025년에 썼다.
남자아이가 글을 쓴다고?
책벌레를 만나면 다 씁니다.
2년만에 글쓰기 연수합니다.
 
소풍
김**(1학년 남자)
쉰움산으로 소풍을 갔다. 산에 가다가 절에서 물을 먹었다. 그리고 올라가는데 재미있었다. 꼭대기에 가서 내려오는데 물가에서 선생님이 놀라고 그랬다. 나는 가재 같은 거를 잡았는데 선생님이 잠자리 애벌래라고 했다. 나는 다섯 마리를 잡았다. 그리고 올챙이도 잡을라 그랬는데 안 보여서 잠자리 애벌레 밖에 못 잡았다. 내려오는데 다섯 번 넘어졌다. ***은 재미있게 넘어졌다. 나도 재미있게 넘어지면 좋겠는데 아프게 넘어졌다.
아이스크림의 맛
이**(1학년 남자)
사르르 사르르 입에서 녹는다.
와삭봐는 와삭와삭 소리가 난다.
쌍쌍바는 두 개로 똑 떨어진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구구콘이다.
한 입 먹으면 입에서 공작새가 나는 것 같아.
한 입 더 먹으면 케이크 위에서 스케이트 타는 느낌이다.
눈사람이 녹는 것처럼 아이스크림이 녹는다.
녹기 전에 먹어야지.

https://forms.gle/CHfNhRqztMsL2Rms8

 

<책벌레> 글쓰기 연수

교실에서 아이들과 글을 쓰는 과정을 알려드립니다. 온라인으로 배우고, 교실에서 실습해야 합니다. 글도 써서 보내주셔야 합니다. 여러분이 쓴 글로 문집을 만들어 보내드립니다. 1. 주제 : 글

docs.google.com

 

  강물이(가명)가 가방을 멘 채로 가만히 섰다. 인사도 하지 않고 자리에 앉지도 않는다. 자세히 보니 운다. 조용히 소리 없이 눈물이 흐른다.
무슨 일이야? 왜 울어?”
체육 선생님이 너무 무서워요.”

  우리 학교는 1주일에 한 시간씩 1~2학년이 같이 신체활동을 한다. 체육 선생님이 가르치는데 첫 시간에 엄하게 했다. 아이들이 다치지 않게 하려고 규칙을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힘주어 알려줬다. 그랬더니 아이들이 체육 선생님을 무서워한다.

  올해 1학년 담임이 되었다. 아침마다 책을 읽어준다. 오늘 읽을 책을 정하는 아이가 걱정씨라는 책을 가져왔다. 앞서 가져온 책은 터무니없어씨, 불가능없어씨, 행복씨, 똑똑양처럼 밝은 성격의 캐릭터가 주인공이었다. 아이가 왜 걱정씨를 가져왔는지 모르겠다. 친구가 운다고 걱정씨를 가져왔을 것 같진 않다.

책을 읽어주기 전에 뭐가 걱정인지 돌아가며 이야기했다.
체육 선생님이 무서워서 걱정이에요.”
백두산이 폭발할까 봐 불안해요.”
  며칠 뒤에는 산불이 꺼지지 않아서 걱정이라고 했다. 직접 겪은 일 때문에 걱정하는 아이는 강물이밖에 없다. 책을 읽어주었다. 걱정씨는 감정 캐릭터다. 온갖 일에 걱정한다. 너무 걱정이 많아서 잠도 제대로 못 잔다. 견디기 힘들어서 마술사를 찾아갔다. 마술사는 걱정하는 내용을 적으라고 하고는 다 해결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걱정하는 내용을 다 적고 걱정씨가 안심한다. 그리고 처음으로 평안하게 잠을 잔다. 그러다가 문득 걱정할 게 하나도 없어서 다시 걱정한다.

강물이는 집을 나서기 전에도 울었다. 체육 선생님이 무섭다고 엄마에게 하소연했다. 학교 버스에 타고도 걱정했고, 교실에 들어오면서 걱정이 커졌다. ‘체육 시간이 다가오는 걱정 때문에아무것도 못 하는 처지가 되었다. 인사도 잊고 친구들과 노는 것도 잊었다. 밝게 지내던 평소 모습과 너무 달랐다. 친구가 걱정씨를 읽어달라고 한 덕분에 자기 걱정을 이야기하고, 친구들이 걱정하는 내용을 들었다.
수요일에 쉬는 시간이 짧아서 걱정해요.”
핸드폰 너무 많이 할까 봐 불안해요.”
이 빠져서 피가 다시 날까 봐 불안해요.”
늦잠 자고 밥 늦게 먹어서 버스 놓칠 뻔했어요.”
고등학생 때 엄마가 게임기 사줄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
핸드폰을 너무 늦게 사줄까 봐 걱정이에요.”

걱정씨가 걱정하는 내용을 다 적고 나서 편안하게 잔 이야기를 듣고 체육 시간이 되었다. 잔뜩 긴장하고 주눅 든 모습으로 체육 시간을 맞았다. 체육 시간이 끝난 뒤에 강물이가 쓴 글이다.

나는 아침에 징징거렸다. 왜냐하면 체육을 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엄마는 나를 말렸다. 셔틀이 와서 친구와 나를 태워 갔다. 2교시가 되어서 오전 체육은 짱 재미있었다. 공 피하기 놀이를 했다. 진짜 진짜 재미있다. 인사하는 게 웃겼다. 다 재미있었다. 오후 체육은 좀 무서울 것 같다.

걱정은 현실에 앞서 마음을 무너뜨린다. 아이를 울게 만든다. 우는 건 괜찮다. 건강한 아이는 자기를 드러내놓고 표현한다. 우는 아이는 자연스럽게 자라는 중이다. 아이가 걱정을 말하거나 울면 이젠 어른들 몫이다. 어른은 아이의 표현에 반응해야 한다. 부모, 선생님, 보호자가 자기에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는 결정한다. ‘이 사람을 믿고 내 마음을 보여주어도 되는지, 울어도 소용없으니 마음을 감출지~’

1학년에겐 즉시 반응한다. 밴드를 붙여주고 괜찮다고 말한다. 선생님이 자기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살핀다는 사실을 아이가 알고 느끼게 한다. 그래야 건강하게 자란다. 6학년이 되면 알아서 밴드를 붙이라고 한다. 스스로 해결하도록 지켜보며 기다린다. 정말 힘들어서 해결하기 어려울 때 믿고 말할 어른이 있음을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

우린 하나님 앞에서 어린아이다. 하나님께 기도로, 찬양으로, 간증으로, 평소 살아가는 모습으로 표현한다. 우리의 표현을 보고 하나님이 반응한다. 우리가 아주 어리다면 하나님이 즉시 반응하시겠지. 우리가 성장했다면 예상치 못한 하나님을 만날 수도 있다. 오랫동안 아무 소리도 듣지 않고 지내기도 한다. 그래도 우리는 안다. 정말 힘들고 괴로울 때 믿고 말할 분이 계시다는 걸.

그래도 하나님을 생각하며 기다린다. “불안을 당겨서 쓰지 말자.” 하고 생각하며.

2025년 4월에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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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에 읽은 책 15권 4192쪽 (합계 92권 23535쪽)

92. 기술, 선전, 정치, 혁명 (이상민, 336)
  자크 엘륄의 생각을 정리한 책이다. 대학생 때 자크 엘륄의 뒤틀려진 기독교를 읽고 엘륄에게 반했었다. 과거를 바탕으로 앞날을 내다보는 엘륄의 통찰력이 마음을 빼앗겼었다. 엘륄의 책을 몇 권 더 읽었는데 좀 어려웠다. 이 책은 엘륄의 사상을 정리해서 소개한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는지 놀랍다.

91. 맛깔스러운 관용 표현 (유영근, 159) / 3학년 이상
  재미있는 책이다. 관용 표현을 소개하는 과정이 흥미롭다. 만화가 있어서 아이들의 관심을 끄는 데다가 흥미로운 정보도 담았다. 3학년 국어 시간에 관용 표현을 배우는데 이 책으로 시작하면 더 알고 싶은 마음이 들겠다.

90. 화성으로 간 로버 이야기 (재스민 왈가, 303) / 중학생 이상
  로버는 화성 탐사를 위해 만든 로봇이다. 실제로 화성 탐사에 큐리오시티, 퍼서비어런스라는 로봇이 쓰였다. 이 책은 화성 탐사 로봇인 리질리언스(리지, 복원이나 회복을 뜻함.)가 화자다. 로봇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과학자들을 보며 인간미를 배운다. 동료가 서로를 대하는 태도, 가족과 통화할 때의 말투와 표정 등을 보며 낱말과 관계를 배운다. 마치 아이가 말을 배우고 살아가는 태도를 배우는 것처럼. 로버가 완성되고 화성으로 가는 과정에서 드론 플라이와 친구가 된다. 드론도 말을 하고 리지에게 관계맺음을 배운다. 물론 사람과 대화하지는 못한다. 화성에 착륙한 뒤에는 인공위성과도 이야기한다.
  이 책은 독특한 과학 소설이다. 로버가 인간성을 배우는 과정이 흥미롭다. 또한 화성에서 명령 코드에 따라 움직일 뿐만 아니라 스스로 도전 대상을 정해 위험에 뛰어든다. 지구에 있는 과학자들이 보기에 귀중한 것을 찾아내서 자기를 지구로 다시 가져가게 하려고 말이다. 그러다가 큰 일을 겪는다. 인간의 일생을 보여주는 것 같다. 어릴 때 배우고,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능력을 펼치고, 죽음을 생각하는 과정 말이다. 참 좋은 책이다.

89. 복음과 상황 7월호 (165) / 기독 월간지
  꼼꼼하게 읽는 기독교 월간지다. 이번 호는 참 좋았다. 김영준 민들레 교회 목사님이 쓰는 광주 이야기는 오자마자 읽는다. 7월호의 <황금동 콜박스 레드마리아>는 사람을 다시 생각하게 해주었다. 구선우의 동물기가 끝나서 아쉬웠다. 홍익문고 소개도 좋았다. 특히 <철학자 목수들을 길러내는 학교>가 참 좋았다. 김기현 목사님 글도, 원주 IVF 홍순영 간사님 소개도 좋았다. 이번 7월호는 따로 놔두고 다시 읽을 기사가 많았다.

88. 또 다른 바람 (어슬러 르귄, 389) / 중학생 이상
  어스시의 마법사 마지막이다. 1권에서 게드는 죽음의 담 너머에 있는 존재(그림자)를 불러낸다. 그림자로부터 도망치다가 생각을 바꾸어서 그림자를 쫓는다. 3권에서 게드는 죽음의 담 안쪽, 갈라진 틈에서 어둠을 뿜어내는 존재와 싸운다. 마지막 6권은 용들이 일으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까지 등장한 인물들이 나선다. (게드가 3권에서 동행한 왕자가 왕이 되었다.)이 테나(2권에서 게드가 구한 무녀), 테하누(4권의 여자아이), 로크의 마법사 몇 명이 죽음의 담을 허문다. 마지막까지 르 귄은 절묘하다.

87. 어스시의 이야기들 (어슬러 르귄, 542) / 중학생 이상
  어스시의 마법사 5권이다. 어스시 이야기 스핀오프 같다. 마법사를 경멸하고 찾아 죽이던 시대 이야기, 애달픈 사랑 이야기, 게드의 스승 오지언이 곤트에서 지진을 막은 이야기, 로크 마법 학교에 처음으로 여성이 간 이야기다. 르 귄은 참 글을 잘 쓴다.

86. 인공 지능과 살아남을 준비 (김태권, 172) / 중학생 이상
  대한민국 독서대회 중학생 토론 심사 덕분에 좋은 책을 읽었다. 인공지능이 무엇인지, 어떻게 사용하는지, 인공지능이 어떻게 발전하는지 알려준다. 특히 인공지능이 사회의 편견을 배우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저자는 인공지능이 진실에 가까운 사실이 아니라 사람들이 진실이라고 믿는 것을 알려준다는 게 양날의 칼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인공지능에게 미래를 부탁해도 되는지 물으며 정보 접근성의 차별성과 민주주의를 설명하는 방식도 흥미로웠다. 토론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은 인공지능을 쓴 경험이 있었으며, 장단점을 잘 알고 있었다. 찬반토론에서는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활용과 가능성, 의존성과 위험성을 이야기했다. 학생들이 토론하기 좋은 책이다.

83. 테하누 (어슬러 르귄, 388) / 중학생 이상
  어스시의 마법사 4권이다. 1~3권의 주인공인 게드가 능력을 상실하고 평범한 사람이 된다. 세상의 어둠을 잠재우고, 왕을 세운 사람에게 기대하는 바가 큰데 게드는 염소치기로 살아간다. 미래를 준비하거나 현실의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지혜를 나누어주는 사람이 아니다. 완벽하게 평범한 사람이 되어 조용히 살아간다. 영웅은 이렇게 퇴장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계속 이름이 불리고 사람들의 박수갈채 소리가 여운을 남기는 일이 없다. 게드의 변신에 사람들의 반응이 다양하다. 왕은 대관식에 게드를 초청하려고 사람을 보내지만, 게드가 피한다. 게드가 세상에 평화를 가져온 줄 전혀 모르는 사람도 많다. 게드는 테나에게도 잘 다가가지 않는다.
  그리고 새로운 이가 나타난다. 얼굴이 불에 짓이겨져서 한쪽 눈이 보이지 않고 심한 흉터가 남은 자그마한 여자아이다.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사람들을 겁내는 아이가 테나(2, 게드가 아투안의 무덤에서 데려온 무녀)를 만난다. 르 귄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낯설다. 새롭다. 참 좋다.

84 편의점을 털어라, (정경원, 189) / 4학년 이상
  편의점에서 게임하듯 문제를 풀면서 수학을 알려준다. 가볍고 재미있는데 수학 내용은 충실하게 다룬다. 재미있다.

83 머나먼 바닷가 (어슬러 르귄, 358) / 중학생 이상
  어스시의 마법사 3권이다. 자신을 직면하고(1), 한 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구해낸(2) 뒤에 무얼 할까? 게드는 왕자를 데리고 모험을 떠난다. 세상에 스며든 어둠을 물리치기 위해 적을 찾아 나선다. 남쪽 바다 끝까지 갔다가 다시 서쪽 바다 끝까지. 세상 끝까지 쫓아가서 인간의 근원적 본능(사실은 근원적 불안)을 자극해서 자신의 왕국을 세우려는(사실은 자신의 두려움을 잠재우려는) 대적을 만난다. 자신의 모든 걸 쏟아붓고 왕자를 의지해서 돌아올 길을 찾는다.
  →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는 섣부르게 택하지 말도록 해라. 어렸을 때 나는 존재하는 삶과 행위하는 삶 사이에서 선택해야 했단다. 그러곤 송어가 파리를 물 듯 덥석 행위의 삶을 택했지. 그러나 사람이 한 일 하나하나, 그 한 동작 한 동작이 그 사람을 그 행위에 묶고 그로 인해 빚어진 결과에 묶어버린단다. 그리하여 계속 또 행동하도록 만드는 거다. 그러면 지금처럼 행동과 행동 사이의 빈틈에 다다르기란 정말로 어려워지지. 행동을 멈추고 그저 존재할 시간, 자신이 대체 누굴까를 궁금해할 기회를 가질 수 없는 거다.”

천진함 속에는 악에 맞설 힘이 없지.”

82. 아투안의 무덤 (어슬러 르귄, 252) / 중학생 이상
  어스시의 마법사 2권이다. 1권에서 자신을 직면한 주인공 게드가 이제 무얼 할까? 세상을 구할까? 영웅적인 모험이나 전투를 할까? 그렇지 않다. 아투안의 무덤에 가서 한 사람을 구해낸다. 게드는 사람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 곳,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곳에 찾아간다. 더구나 아투안의 미궁에 들어갔다가 나온 사람이 없다. 게드조차 힘을 잃고 무기력하게 구원의 손길을 기다려야 했다.
  1권에서 자신을 직면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뒤에 어슬러 르 귄은 한 사람을 구하는 이야기를 썼다.

세상은 아름답고 환하고 쾌적한 곳이지만, 그게 다는 아니오. 세상은 또한 끔찍하고 어둡고 잔혹하기도 해요. 푸른 풀밭에선 토끼가 단발마의 비명을 내지르오. 산들은 그 거대한 손아귀에 온통 화염을 숨겨 쥐고 있소. 바다에는 상어가 헤엄치고, 사람들의 눈 속엔 잔인성이 깃들어 있소. 그리고 사람들이 이러한 것들을 숭배하고 그 앞에서 스스로를 보잘것없는 존재로 여긴다면 바로 거기에서 악이 자라난다오.

81. 바움가트너 (폴 오스터, 250) / 소설
  이름난 소설가의 책은 좀 어렵다. 남자인 내 눈에는 외로운 사람이 보였다. 독서모임 여성분들의 눈에도 외로움이 보였지만, 동시에 다른 여자를 만나 외로움을 해결하려는 모습이 계속 보였다.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았던 모습이다. 나도 남성 중심으로 생각하나 보다. 책을 읽으며 스토너가 생각났는데 스토너 역시 남성 중심으로 읽기 쉬운 책이다. 방학 동안 글을 써야 하는데 바움가트너에 공감하는 글을 쓰기 어려워졌다. 무얼 쓰게 될까?

70. 어스시의 마법사 1 (어슬러 르귄, 296) / 중학생 이상
  르귄의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처음 읽었을 때보다 좋다. 어스시(EARTHSEA, 지구 바다)에서는 존재의 이름이 중요하다. 이름을 알면 존재를 안다. 이름을 알면 상대를 재압한다. 이름을 알려준다는 건 목숨을 맡기는 것과 같다. 이름은 존재를 나타낸다. 주인공 새매(로크)가 실수로 어둠의 세계에서 자신의 그림자(존재의 어두운 모습)를 불러온다. 처음에는 그림자를 피해 도망가지만, 어느 순간 그림자에 맞선다. 그리고 그림자를 쫓아간다. 자신의 그림자를 해결하지 않으면 결국 그림자가 자신을 집어삼킬 줄 안다. 로크가 그림자를 무찌를까? 로크가 그림자를 해결하는 방식이 곧 어슬러 르귄의 세계관이다.
  1권은 정직하게 자신을 직면하는 이야기다.

69. 페다고지 (프레이리, 256)
  독서 모임에서 읽었다. 페다고지는 교육, 교육화, 안내를 뜻한다. 민중을 가르치고, 학생을 가르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교수 방법이나 수업 이론이 아니라 교육이 무엇인지 말한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교육은 교사가 가르치고 학생이 배우는 은행 저금식 교육이다. 프레이리는 기존 체제를 유지하는 은행 저금식 교육이 아니라 문제제기식 교육을 주장한다. 지식을 받아들여 체제에 순응하는 사람을 길러내는 교육이 아니라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 체제에 변화를 가져오는 사람을 기르는 교육 말이다.
  프레이리는 중산층 가정에서 살다가 대공황을 맞아 극심한 가난을 겪었다.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을 바라보며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폈다. 순응, 회피, 반항, 좌절, 대리 만족 등의 태도를 설명하며 어떤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지 말한다. 프레이리가 살던 시대는 기득권층으로 불리는 사람들에 대항하는 교육을 말했다면, 지금은 신자유주의에 바탕을 둔 체제에 맞서야 한다. 그런데 이 체제는 바뀔 것 같지 않다.
  조금 어렵지만, 교사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라 생각한다.

68. 최재천의 동물 대탐험 1 (황혜영, 175) / 3학년 이상
  최재천 교수 이름이 있지만, 황혜영 작가가 쓴 글이다. 동물이 주위 환경과 비슷하게 몸을 숨기는 의태를 설명한다. 내용은 대부분 가벼운 상상이며, 의태는 책 마지막에 만화로 설명했다. 가볍고 쉽게 의태를 이해하도록 해준다.

 
 
글씨를 몰라 글 쓰기를 힘들어하는 아이가 있다.
1단계. 내가 묻고 아이가 대답한다.
아이 대답을 문장으로 만들어주면 아이가 쓴다.
2단계. 내가 묻고 아이가 대답한다.
아이가 문장을 말하면 내가 써주고 아이가 따라 쓴다.
3단계. 아이가 스스로 생각해서 문장을 말한다.
아이 말 그대로 글씨를 써주면 아이가 따라 쓴다.
어제(금요일), 아이가 쓸 게 없다고 한다.
“얼마나 생각했어? 1분? 무얼 쓸지 생각하는 게 공부야. 잘 생각해봐.”
잠시 뒤에 쓸 게 없다고 다시 나왔다.
“5분은 생각해야 해. 가만히 앉아서 생각하는 거야.”
다른 아이 지도하느라 아이를 잊었다.
20분쯤 뒤에 아이가 공책을 가져왔다.
 
 
지금까지 아이가 말하는 걸 내가 써주면 그대로 따라 썼는데
이번에는 아이가 혼자 썼다. 나한테 묻지 않고 스스로.
깜짝 놀랐다. 제힘으로 쓴 첫 글이다.
엄마에게 전화했다. 축하해달라고, 이럴 때 칭찬하면 힘내서 쓴다고 했다.
이 말을 하는데 괜히 울컥했다.
‘그래, 이 맛에 선생 하는 거지!’

다른 학교 5~6학년과 『문시티』로 토론했다.

책에서 나오는 내용 중에 우리 시대와 다른 점을 찾아보고 문장을 나누었다. 몇 가지 질문을 하다가 찬반토론으로 흘러갔다. 가상현실을 이용해서 죽은 사람과 만나게 해주는 서비스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토론했다. 아이들이 작은 조각에 치우치기에 넓게 보라고 ‘서비스를 만든 이유’를 알아보라고 했다. 그리움을 이용한 수단이 아닐까 토론하다가 죽은 딸을 만나게 해주는 서비스가 부모에게 도움이 되었을지 토론했다. 이어서 죽은 딸 대신 클론으로 만든 동생(리수) 이야기를 나누었다. 동생에게 숨기고 죽은 딸을 보러 간 게 문제를 일으켰는지, 죽은 딸을 보러 간 자체가 문제인지 토론했다. 그러다가 6학년 여학생이 “나는 나인데 다른 사람을 대신해서 나로 살아가면 안 된다.” 하고 말했다. 『문시티』의 주제를 한 마디로 요약했는데, 책을 읽으며 이걸 토론할 수 있을까 고민했었다. 이 문장을 듣고 다른 학교에 온 보람을 느꼈다.

60분 수업을 90분 했는데도 7시까지 더 하자고 졸랐다. 애들 달래서 마쳤더니 “선생님하고 언제 다시 토론할 수 있어요?” 하고 묻는다. 글쎄~

 

글을 쓸 때가 있고 기다릴 때가 있다.
1. 연휴가 끝나고 수요일, 아이가 울면서 말한다.
“선생님, 그냥 눈물이 나요.”
“왜 눈물이 나는지 알아?”
“몰라요. 그냥 눈물이 나요.”
“그러면 울어. 눈물이 날 때는 울어야지. 좀 울면 괜찮아질 거야.”
2. 다음날 목요일 아침에 자전거로 출근하고 자전거를 세우는데
쉬는 시간마다 축구하는 우리 반 아이가 말한다.
“송화가루가 00이에요.”
(가득해요 같은 말이었는데 진땅이에요 한 것도 같고 잘 모르겠다.)
“너 송화가루도 알아?”
“네, 아빠가 알려줬어요.”
목수 아빠가 아들에게 송화가루를 알려준 모양이다.
3. 금요일 국어 시간에 한 아이 책상 앞에서 아이를 바라보았다.
글씨를 쓰던 아이가 뜬금없이 말한다.
“저는 선생님이 좋아요.”
“나도 00이가 좋아. 저번에 화내서 미안해.”
요즘 아이들이 하는 말이 ‘시’로 들린다.
마주 이야기로 써놓을 반짝이는 순간을 말하는 게 아니다.
그냥 아이가 하는 말이 ‘시’로 들린다.
그러다 보니 내가 하는 말도 시처럼 들린다.
오늘 밭에서 일하다가 지렁이를 봤다.
몇 년 동안 약을 안 친 밭이라 지렁이가 굵다.
‘오~ 지렁이가 아주 뱀이네.’
말해놓고는 이것도 시가 되겠구나 생각했다.
올해 글을 거의 안 쓴다. 읽는 시간도 줄었다.
1학년과 지내다가 집에 와서 잠깐 밭일하고 쉰다.
생각하지 않고 지내다 보니 아이 말이 ‘시’로 들린다.
그렇지만 지금 성급하게 쓰진 말아야지.
섣불리 덤벼들면 글이 되다가 만다.
시를 보는 게 즐겁다. 이 마음을 잘 간직해서 때가 되면 글을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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