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에 읽은 책 13권 4490쪽 (합계 28권 9892쪽)

28. 호랑이를 부탁해 (설상록, 196) / 4학년 이상
  5학년 4반 아이들이 병아리 부화를 시도한다. 우주가 일찍 학교에 간 날, 사건이 터진다. 부화 중이던 달걀 하나가 깨져 바닥에 떨어져 있고 검은 모자를 쓴 사람이 도망친다. 누가 왜 달걀을 깼을까? 초등학교 선생님이 경험을 살려 교실에서 병아리를 기르는 이야기를 썼다. 실수를

27. 마음 건강 수업 (에이드리언 베튠, 371) / 교육
  아이들이 행복하게 지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책이다. 공부를 잘한 아이보다 마음이 건강한 아이가 삶을 더 행복하게 산다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마음이 건강해지는 교육 방법을 알려준다. 학교에서 해보고 싶은 내용이 많았다. 올해 1학년을 맡았는데 학교에 적응하고 친구 사귀고 형, 누나, 언니, 오빠와 지내는 나날이 행복하면 좋겠다. 몇 가지 해봐야겠다. 다만 내용이 좋은데 번역서라서 아쉬운 점이 있다. 우리 현실에 적용하려면 변화를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26. 오스만 제국 600년사(이희철, 344) / 역사
  튀르키예의 앞선 시대인 오스만 제국 역사를 다룬 책이다. 마흐메드(메흐메드) 2세가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키고 오스만 제국은 동서를 연결하는 대제국이 되었다. 전쟁에서 이기면서 국가 재정이 견실해졌고, 관리와 병사들의 충성심도 높아졌다. 그러나 시간은 좋은 제도와 충성스런 마음에 균열을 일으킨다. 왕권 안정을 위해 형제를 살해하는 제도는 바꾸어야 했고, 감시를 위해 왕자들을 가둬놓으면서 왕자들의 수준이 낮아졌다. 충성스러웠던 예니체리 부대는 이익 집단으로 변질했고 백성들의 삶이 점점 피폐해졌다. 우위를 점했던 문화는 유럽에 뒤처지게 되었고 결국 내리막으로 치달았다. 어떤 나라이건 좋은 지도자가 좋은 나라를 만든다는 걸 다시 느꼈다.

25. 우리가 이토록 작고 외롭지 않다면 (옌스 안데르센, 480) / 전기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평전이다. 참 좋다. 린드그렌은 혼자 아이를 낳고 덴마크 위탁가정에 맡겼다. 아이와 떨어져서 지낸 몇 년간의 경험이 아이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에 영향을 크게 준 것 같다. 린드그렌은 아이를 남다르게 바라본다. 당시에는 린드그렌의 아동관을 비판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운 좋게도 린드그렌은 생각이 같은 편집자와 출판사를 만났다. 책은 불티나게 팔렸고, 린드그렌은 어린이를 대표하는 작가가 되었다.
  남편이 죽고, 친구가 죽고, 자녀가 먼저 죽는 아픔을 겪으면서도 린드그렌은 아이를 위해 살았다. 외로운 사람들, 상처받은 사람을 위해 글을 쓰고 앞장서서 싸웠다. 여성의 권리를 위해 할 말을 했고, 목소리를 내야 할 때는 정치적인 글을 쓰고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참 아름다운 삶이다.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어떻게 극복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과 함께하고 싶어요. 그다음 친구들과 함께하고 싶고요. 홀로 있는 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들은 삶이 주는 상처에 대한 면역력이 약합니다. 정말이지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죠.”

오랫동안 왜 내가 진짜 삶을 살지 못하는지 궁금해요. 심사숙고 끝에 도달한 결론은 거짓과 정체성 상실입니다. 난 정말 나 자신이기를 간절히 바랐어요. 하지만 지금까지 난 도대체 누구였을까요? 자신의 본래 모습대로 사는 사람을 나는 지금까지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어요.”

누구도 스스로를 완전히 열어 보여주지 않지. 그러고 싶어 하면서도 말이야. 그렇지만 우리는 모두 외로움에 갇혀 살지. 누구나 다 외롭단다. 다만 수많은 사람에 둘러싸여서 외로움을 이해하거나 인식하지 못할 따름이지. 어느 날이 닥칠 때까지……

24. 비크너의 문장 1 (비크너, 218)
  비크너의 문장은 새롭다. 세상을 다르게 본다. 비크너가 쓴 문장이 좋아서 책으로 만들었다. 하나하나 읽는 재미가 있다.

23. 말하는 대로 글이 되는 우리 아이 첫 글쓰기 (나명희, 219) / 글쓰기
  1학년 담임이 되었다. 아이들과 어떻게 글을 쓸지 고민하며 이 책을 꺼냈다. 쉽게 글쓰기에 접근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쉽고 가볍게 쓴 아이들 글이 많다. 나와 비슷하게 접근한다. 글감을 찾는 걸 중요하게 여긴다. 입말을 살린다. 주위를 잘 살핀다. 자연스럽게 쓰도록 안내한다. 물론 다른 점도 있다. 방귀나 똥으로 시작한다. 감정을 깊이 다루지는 않는다. 아이다움을 잘 살린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 아이들과 이렇게 해봐야지!’ 하는 게 생겼다.

22. 내 동생 입학 도전기 (김혜영, 110) / 2학년 이상
  현지는 자폐가 있는 동생 현우가 걱정스럽다.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잘 지낼지 걱정한다. 현우는 자기만의 규칙을 따르고, 특정한 행동에 집착한다. 화장실에 잘 갈지, 친구와 사귈 수 있을지 걱정이 많다. 그래서 동생을 위해 입학 준비 활동을 만들었다. 1단계, 학교가 즐겁다고 알려주기. 2단계, 친구 만들기. 3단계, 안전 규칙 지키기. 동생 입학 도전기는 잘 될까?

21. 오늘도 수줍은 차마니 (강인송, 99) / 3학년 이상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 네 편을 모았다. 지독한 곱슬머리를 가진 자신을 인정하는 오슬이, 럭비부를 쓰러뜨리는 힘을 가지고도 조용하고 얌전한 모습으로 지내는 마니, 친구들이 금기시하는 행동을 받아들이는 지오를 바라보는 루아, 꽃꽂이하며 자신과 친구를 인정하는 하영이, 아이들에게 읽어주기 쉽고 이야기 나누기도 좋은 책이다.

20. 복음과 상황 2월호(175) / 기독교
  꼼꼼하게 읽는 월간지다. 1월호부터 전세사기 피해자 인터뷰가 나온다. 너무 슬프고 화난다.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당쟁이나 벌이고 있으니 더 답답하다. <우울증 권하는 교회를 넘어서>, <구선우의 동물기>, <이한주의 책갈피>는 반갑게 읽는 글이다. 다음 호를 기다리게 된다.

19. 사무엘서 (김정훈, 937) / 기독교
  사무엘서를 해설했다. 사무엘과 사울, 사울과 다윗, 사울 지지 세력과 다윗의 권력 다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내용이 무척 길지만, 재미있다. 다윗을 지나치게 영적으로 바라보았던 마음을 털어낸 것 같다.

18. 프랑켄슈타인 (메리 셸리, 316)
  역시 고전이다. 메리 셸리가 19~20세인 1817년에 썼다. SF 장르의 문을 연 책이다. 프랑켄슈타인은 박사 이름이다. 박사가 만든 생명체의 외모가 혐오스러워서 실패작이라고 생각했다. 박사가 버린 그놈은 백지상태의 인간과 같았다. 외모 때문에 사람들에게 쫓겨다니며 고생하면서 말을 배운다. 몰래 땔감을 해주고,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한다. 그러나 괴물로 취급받아 계속 쫓긴다. 총에 맞기도 한다. 그래서 박사를 찾아가 그녀를 만들어달라고 한다. 그러면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둘이 살겠다고 한다. 그리고~
  괴물 같은 그놈이 내 안에 있는 괴물일까 생각했다.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을 뜻하기도 한다. ‘그녀를 거부하는 모습을 통해 여성을 차별하는 당대 현실에 도전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선구자 역할을 한 책이다. 개인의 본성, 인권, 사회의 갈등 등 다양한 주제로 토론하기 좋은 책이다.

17. 하늘과 땅 식료품점(제임스 맥브라이드, 487) / 소설
  https://bookyard.tistory.com/423

16. 당신들의 천국 (이청준, 540)
  따로 글을 썼는데 공개하진 않는다.

1월에 읽은 책 15권 5402쪽

15. 헤겔의 역사 철학 (김균진, 770) / 철학
  이해할 것 같다가도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나오고, 이해하기 어려워서 포기하려고 하면 알 듯한 내용이 나온다. 칸트가 어렵다는 말은 들었는데 칸트의 철학을 말하고 헤겔이 칸트를 비판한 내용을 읽으려니 머리에 쥐가 난다. 헤겔이 하나님을 믿고, 하나님을 옹호하고, 철학으로 하나님 이야기를 한다는 자체가 신기했다. 헤겔이 역사를 해석한 부분은 참 재미있었다.

14. 시편 렉시오 디비나 1 (김정훈, 969) / 기독교
  저자가 시편 전체를 다시 번역하고 내용을 설명한다. 강해 류의 설명이 아니라 본문에 근거하여 자신의 묵상 내용을 소개한다. 묵상 내용에 슈투트가르트 라틴어 시편 채색 필사본에 있는 그림을 곁들여 소개한다. 중세 시대에 문자를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성경 내용을 그린 그림을 통해 묵상의 방향을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간단하게 기도문을 썼다.
  1권은 전반적인 안내서다. 시편 렉시오 디니나 2편은 깊이 읽어낸 내용이다. 내용이 궁금하다. 읽어야겠다.

13. 브릿지 (문경민, 203) / 중학생 이상
  문경민 작가가 쓴 책을 다 읽었다. 절반 이상은 출판하기 전에 읽었다. 한동안은 글이 점점 좋아진다고 생각했는데 얼마 전부터 내가 평가할 수준을 넘었다고 생각했다. 브릿지를 읽으며 문장이 눈에 들어와서 가끔 멈추었다. 인물의 갈등에 마음이 쓰여 또 멈추었다. 출판 전에 읽었던 내용인데도 마음이 자꾸 움찔거렸다. 문경민 작가가 쓴 책 중에 지금까지는 최고다. 새로운 책이 나오면 그 책이 최고의 책이 되겠지.

12. 미켈란젤로와 교황의 천장 (로스 킹, 455) / 미술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프레스코 벽화를 그린 과정을 설명하는 책이다. 벽화 발주자인 교황 율리우스 2세는 폭군 이미지에 어울리는 사람이다. 미켈란젤로는 교황과 계속 부딪힌다. 돈 때문에, 완성 시기 때문에, 벽화 그리는 과정을 공개하는지 마는지…… 그림을 그리는 와중에 로마는 프랑스와 전쟁도 벌인다. 한 번은 스페인 군대가(이때는 프랑스 편) 미켈란젤로의 가족들이 사는 고향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미켈란젤로는 온갖 일에 신경을 쓰면서 그림을 그렸다.
  미켈란젤로는 천재였다. 알다시피 천재는 괴짜에 자기 관심사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높다. 미켈란젤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대결을 펼쳤고, 라파엘로라는 신인도 신경 써야 했다. 프레스코를 처음 그리는 데다 엄청난 분량, 날씨의 방해, 시행착오를 거치며 프레스코를 그린다. 저자가 이 과정을 긴장감 넘치게 설명한다. 얼마나 조사를 했을지 상상이 안 갈 정도로 내용이 방대하다. 중세 이탈리아의 분위기, 화가들의 마음, 작업 과정을 아는 건 덤이다. 참 좋은 책이다.

11. 복음과 상황 1월호 (165) / 기독교
  꼼꼼하게 읽는 월간지다. 발행인의 글을 읽으며 같이 울컥했다. 최종원 교수님 인터뷰가 친근하게 다가왔다. 구선우의 동물기는 재미나게 읽는 연재글이다. 전세사기 당한 분 이야기를 읽으며 같이 화가 났다. 이창현 님의 글은 로잔을 다룬 글 중에 가장 마음에 와닿았다. 책 소개는 늘 기대하며 읽는다.

10. 히브리어의 시간 (송민원, 224) / 기독교
  『지혜란 무엇인가를 읽고 마음에 돌풍이 일었다. 히브리어의 시간은 살랑살랑 봄바람을 일으켰다. 히브리 낱말에 담긴 뜻을 읽으며 성경이 새롭게 다가왔다. 저자가 히브리어를 해석한 성경 본문이 아름답고 따뜻했다. 읽으면서 하나님 마음이 느껴졌다.
  하나님을 이해하는 낱말 8, 인간을 이해하는 낱말 8, 히브리적 사고를 알려주는 낱말 8개를 설명한다. 하나님을 더 깊이 알겠다. 하나님이 인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히브리인들이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겠다. 참 좋은 책이다.

9. 교육, 거기서 멈추면 안 되니까 (강삼영, 234) / 교육
  교사가 되어 글쓰기 모임에 나갔다. 주로 아이들이 쓴 글을 이야기했다. 글쓰기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배웠다. 아이가 쓴 글을 읽고 이야기하며 좋은 선배들을 만났다. 아이를 사랑하고 바라보는 좋은 교사들이었다. 같은 학교에 근무하면서 저 형처럼 해봐야지!’ 했었다. 감삼영 형이 쓴 글을 읽으며 그때 만났던 좋은 사람이 보인다. 나이가 들었는데도, 도교육청에 근무하면서도 형은 아이를 향한 마음을 잃지 않았다. 다음 선거에서는 형이 교육감이 되면 좋겠다.

8. 21세기 청소년 인문학 (강응천 외, 267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이 읽어도 좋은 내용이다. 서로 다른 전공을 가진 15명이 자기 분야를 청소년에게 이야기한다. 자기답게, 꿈과 행복, 아인슈타인의 젊은 시절 이야기, 프레임, 홍길동, 과학기술과 인류의 미래, 도서관은 거인의 어깨, 건강, 내 안의 목소리, 학교와 공부, 역사책 읽는 방법, 무소의 뿔, 우생학, 고통, 조선의 인문을 다룬다.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내용이 있다면 글쓴이의 다른 책을 보면 깊어지겠지.

7. 아빠가 된 어린왕자 (이대윤, 336) / 에세이
  이대윤 선생님이 육아휴직을 하고 아이를 돌봤다. 둘째를 기르며 쓴 에세이인데 분투기가 더 어울린다. 예민하고 섬세한 아빠가 둘째를 기르면서 발버둥 친다. 밥 챙겨 먹을 틈도 없이, 잠을 설쳐가며 아이를 돌본다. 그러면서 아내가 첫째를 기르면서 했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되고, 아내의 마음을 비로소 느낀다. 까페에서 한두 시간 갖는 여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부모가 된다는 게 어떤 건지 깨닫는다. 아빠가 민감해서 아이의 행동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유별나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유별나게 행동할 수밖에 없어서 힘들어한다. 그래서 아이가 더 사랑스럽고, 아내를 더 이해하고, 부모님과 이웃의 소중함을 느낀다. 글로 썼기 때문에 남은 기억이 아이와 아빠를 세밀하게, 강하게 연결한다.

6. 하느님의 입김 (탁동철, 335) / 교단 일기
  동철이 형 책(장호)를 읽고 형 생각이 나서 꺼냈다. 형은 재미나게 산다. 아이들이 재미나게 놀면서 스스로 생각하게 가르친다. 권위라고는 없는 교사, 아이들에게 끌려가는 교사처럼 보이지만, 형과 지내면서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한다. 제 일을 제 손으로 해낸다. 한때 형처럼 가르치려고 했는데 잘 안 됐다. 나는 내 모습으로, 형은 형 모습으로 산다. , 글쓰기 지도에 이만한 책이 드물다.

5. 일상의 평화를 일구는 공동체 (기독교윤리연구소, 198) / 기독교
  기독교윤리연구소에서 폭력을 주제로 쓴 논문을 책으로 펴냈다. 논문이지만, 어렵진 않다. 일곱 명(교수, 연구위원, 교목)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폭력을 말한다. 갈등 사회, 구조적 폭력과 일상의 폭력, 도시의 일상, 영화를 통해 본 윤리적 폭력, 폭력에 노출된 노인의 존엄성을 말한다. 또한 일제강점기부터 6.25를 지나는 동안 한국기독교의 평화 이해 역사, 동양고전에서 일상과 평화를 말한다.

4. 장호 (탁동철, 225) / 5학년 이상
  장호는 탁동철 형이 가르친 아이다. 과묵하고 얌전한 아이가 삽질하는 모습을 보고 상처 입은 아이인 줄 알아본다. 상처가 나으려면 시간과 공간, 사람의 온기가 있어야 한다. 장호는 설악산 아래 학교에서 아이들과 지내며 조금씩 괜찮아진다. 자연이 주는 넉넉함이 장호의 아픔을 달래준다. 교사들은 장호 같은 아이에게 무언가를 해주려고 한다. 탁동철 선생님은 잘 지켜본다. 이게 참 좋다. 아이들은 잘 지켜보는 게 소중하다. 참 좋은 책이다.

3. 아름다운 실패 (루시 클라크, 333) / 교육
  호주의 저널리스트가 경쟁과 성적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자녀를 보며 쓴 책이다. 부제가 <성공에 집착하는 것이 아이들을 어떻게 해치는가>이다. 저자의 자녀는 학교에서 적응하기 힘들어했다. 경쟁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등교를 거부하고 시험을 무시했다. 시험 결과를 열어보지도 않았다. 저자는 자녀의 좌절과 고통을 보며 자신이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고 받아들였다. 부모의 기대, 시대의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부담감, 압박 피라미드 속에서 견디는 학생들의 부담을 부모가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가 동의하고 실천하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조금 지루했다. 내용을 간결하게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만 나처럼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기에, 자세하게 쓴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명문대학에 입학하고 싶다면 6년을 공부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 6년은 청소년이 자기정체성을 찾아야 하는 시기와 일치한다.
  고3 학생들 대부분은 방과 후에 학원에 가서 늦은 밤 10시까지 공부하다가 집에 가서 자정이나 새벽 1시까지 또 공부합니다. 운동할 시간도 없고 자기 자신과 세상, 직업세계, 무엇을 왜 해아 되는지 등에 대해서 탐구할 시간이라곤 없습니다.

기니피그 신드롬(영국) : 뭔가 다른 것을 시도해보려고 하면 그 애들이 당신 실험의 기니피그인가요?”라고 묻는 사람이 나타난다. 유감스럽게도 이런 사고방식의 논리적 귀결은, 아무것도 새롭게 시도해 보지 못하고 늘 하던 대로 하는 것이다.

핀란드 교육부장관 크리스타 키우루 : 학문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모든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에게는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합니다. 학교는 인생의 의미를 가르치는 곳이어야 하고, 아이들이 스스로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배우는 곳이고, 사회생활에 필요한 능력을 배우는 곳입니다. 학교는 좋은 자기상을 발달시키고 타인의 감정에 대한 민감성을 계발하는 데에도 중요합니다. 이 같은 성찰능력은 타인을 보살피는 능력을 일깨웁니다. 우리는 이 모든 것을 교육에서 반드시 구현하고자 합니다.

2.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C. S. 루이스, 201) / 기독교
  새롭게 시작한 독서 모임에서 읽었다. 20년쯤 전 처음 읽었을 때 감탄하고 낄낄거리며 읽었다. 다시 읽어도 좋았고 모임에서 나누며 읽으니 더 좋다. 이번 독서 모임은 책을 읽고 모였다가, 다음에는 글을 써서 다시 모인다. 글을 생각하며 읽고 나누면 긴장이 된다. 그래도 이 긴장감이 좋다. <부드러움이 딱딱함을 이긴다>라는 주제로 따로 글을 썼다.

1. 하늘과 땅 식료품점(제임스 맥브라이드, 487) / 소설
  행복한수업만들기 모임에서 올해 첫 책으로 읽었다. 경제적 이익이 나지 않는 식료품점을 계속하는 이유가 잘 드러나지 않는데, 이걸 찾으면 이 책을 제대로 읽었다고 생각한다. 돈 대신 다른, 돈보다 더 소중한 것을 나눠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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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는 본문 인용 -

권일한

모태 신앙으로 내내 교회에 다녔다. 중고등부가 가장 좋았다. 그때는 교회가 집보다 좋았다. 형과 누나가 많았고 친구도 많았다. 64계단을 금세 올랐고, 다다다다 뛰어 내려와도 무섭지 않았다. 탁구를 배웠고 긴긴 계단을 웃으며 쓸었다. 좋은 기억이 많았다. 자연스럽게 서로 챙기고 사랑했다. 사랑하자고 말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었다. 1980년대 교회는 하늘과 땅 식료품점 느낌이 났다. 그러나 이젠 이런 교회를 찾기 어렵다. 교회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아니면 내가 변했을까?

무엇이 그때 우리를 행복하게 했을까? “내가 해야 할 일이 나를 살아있게해주었던 30년 교사 시절과 달리 그땐 할 일이 없어도 살아있음을 느꼈다. 순간순간 얼마나 생기로웠던지! “자애가 없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묻지도 생각하지도 않았다. 교회 곳곳에 자애가 넘쳤다. 교회에 초나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사랑이 많은 권사님들이 있었지만 그녀는 문을 잠그는 법이 없다. 사람들에게 늘 외상을 주고 돈을 갚으라고 하는 법이 없는데 누가 물건을 훔치겠는가.” 하는 정도는 아니었다.

그곳이 하늘과 땅 식료품점이 아니었나? 어린아이가 바라보는 세상이라 아름답기만 했던 걸까? 그런 부분도 있다. 그때 교회는 편견이 많았다. 목사와 장로는 모두 남자였다. 사십일 금식 기도한 사람을 엘리야인 양 우러러봤다. 나은 사람으로 평가받는 사람이(헌금 많이 하는 사람, 방언하는 사람) 있었다. 초나처럼 흑인들에게 전화를 쓰게 해주는 사람이 있었던가? 사랑이 많았으나 근본주의 교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함께 모여 소리를 높이고 같이 울며 사랑했지만,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말로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누구에게도 묻지 않고 말이 끄는 수레를 가진 유색인을 고용해서 그가 끄는 수레 뒤에 타고 마을로 내려가, 마을 공용 우물의 급수용 펌프 꼭지에서 여러 개의 통에 물을 가득 받아와 그 유색인에게 비어 있는 미크바에 목욕물을 채우게 했다면비난을 받았을 것이다. 여자가 나서고, 장애인이 나서면 입방아를 찧었다. 상처 많은 사람이 함께 우는 곳이었지만, 위로만큼이나 다시 상처를 주는 일도 많았다. 그런데도 그 교회가 그립다. 하늘과 땅 식료품점에 가까웠던 그곳에 다시 가고 싶다.

식료품점은 우리를 먹이는 곳이다. 하늘과 땅 식료품점은 하늘의 음식을 땅에, 땅에서 난 것들을 하늘에 보내는 식료품점이다. 영업이익이 없는 곳, 흑인과 백인의 경계가 없는 곳, 종교의 차이가 중요하지 않은 곳, 뿌리를 끊어내고 새롭게 이식한 곳에서 싹을 내기 위해 끙끙대는 미국 이민자들에게 생명의 기운을 넣어준 곳이다. “제 나라 없이 유령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 어떤 곳에도 소속되지 못하고 자신의 마음과 이성 너머의 그 어떤 것에도 관여하지 않고 돌보지 않는사람이 뿌리를 내리게 해주는 곳이다.

이런 교회를 꿈꾸었다. 교실을 이렇게 만들고 싶었다. 이런 공동체를 이루고 싶었다. 잠깐 그런 적이 있다. 하늘과 땅 식료품점에 가까웠던 교실과 공동체를 몇 번 맛보았다. 모르는 사람들이 상처를 내보이며 함께 울었던 독서 모임도 있다. 그러나 치킨힐의 흑인들이 초나를 사랑하는 것과는 달랐다. “그들은 그녀를 이웃이 아니라 자유에 숨을 불어 넣는 자유의 동맥처럼 여겼다.” 1980년대 교회가 엄마들에게는 자유의 동맥이었지만, 내겐 아니었다. 내가 누린 교실과 공동체도 잠시뿐이었다. 내가 너무 높은 곳을 바라보았을까?

몽키팬츠가 도도를 도와주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이런 내용을 좋아했고 나도 몽키팬츠를 꿈꾸었다. “친구를 위험에서 구해주기 위해, 친구에게 쏠릴 관심을 돌리기 위해, 이 어둠의 땅에서 친구에게 빛을 던져주기 위해 스스로를 더럽히고싶었다. 조금 더 어려운 길을 선택했고, 조금 더 힘들게 살았다. 어쩌면 몇몇은 내게서 초나의 일부를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나이가 들면서 추상적이고 고상하기만 한 (유대교) 가르침들이 점점 더 쓸모없고 멀게만 느껴져 고이 접어 두었다.” 하는 점만 비슷한 것 같다. 더구나 햇살과도 같은 도도라는 현실이 내게는 나타나지 않을 것 같다. 나타난다고 해도 지금은 글쎄~

미기는 로우갓(낮은 하나님)이 어디에서 왔던 우리는 우리 사람들을 지켜야 한다.” 하고 말했다. 내게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은 1980년대 교회는 사람들을 지키지 못했다. 이젠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교회에 가지 않는 가나안 성도를 생각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초나의 병은 그들 모두를 뒤흔들었고 그녀가 회복하자 그들 모두 행복해졌다는데”, 교회는 점점 회복에서 멀어진다. 20년 동안 가르친 중고등부도 조금씩 조금씩 하늘과 땅 식료품점에서 멀어졌다. 하늘과 땅 식료품점은 교회가 아닌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학교가 교회라고 생각했다. 내게도 도도가 있었다. 아프고 슬프고 힘들게 사는 아이들이었다. 그들은 삶의 절름발이였다. 아이들에게 기댈 언덕이 되고 싶었다. 슬픔을 살폈고 아이의 슬픔을 읽으며 울었다. 잠깐 하늘과 땅 식료품점이 이루어졌다. “절름발이 삶을 사는 사람들이 함께 온전한 걸음을 내딛는 모습을 이루기도 했지만, 아이들은 온전한 모습으로 떠났는지는 모르겠다. 다시 만나면 온전하게 사는지묻지도 못하겠다. 아이는 스스로 자기 길을 가야 하니까.

초나 같은 사람이 없어서 교회가 하늘과 땅 식료품점이 되지 못했을까? 다른 이유가 있을까? 내가 너무 높은 곳을 바라보았기 때문에 이루지 못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도도를 도도로, 몽키팬츠를 몽키팬츠로 받아들이지 않고 고치려 했던 노력이 지나쳤던 것 같다. 내 힘으로 이르지 못할 높이를 바라보고, 힘을 쏟았다. 벌써 할아버지가 된 것 같다. 그 교회로 다시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 도도를 만나지 못할 것 같고, 만나도 어색할 것 같다.

랍비 현자들이 말하길, 우리는 세 가지의 이름이 있다고 하더군요. 친구들이 지어준 이름, 가족이 지어준 이름, 그리고 우리 스스로 자신에게 주는 이름이요.” 친구, 가족, 자신은 우리를 아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이들이 불러주는 이름보다 타인, 우리와 시간을 보내지 않고 우리와 추억을 공유하지 않는 사람들이 불러주는 이름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 초나를 절름발이로 부르는 이들 말이다.

내게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에게 자기 이름으로 살라고했다. 내가 나 자신으로 살지 않아서, 나 자신으로 살고 싶어서 이렇게 말했나 보다. 1980년대 교회에 다니던 중고등학생이었던 나는 나 자신으로 살았던 것 같다. 교사가 되면서 좋은 교사가 되려고 힘을 줬다. 지금은 잘 모르겠다. 약한 모습으로 사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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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왕기상 22장을 계속 묵상합니다.
저에게 주신 말씀이, 누군가에게 필요할 것 같아 나눕니다.
열왕기상 22장 29~34절

한 병사가 쏜 화살이 우연히(random) 아합에게 맞았다. 갑옷을 이어붙인 조각 사이에 화살이 들어갈 확률이 얼마나 될까! 아합을 맞히려던 화살이 아니다. 아합은 왕복을 벗고, 일반 병사 사이에 섞여 조용히 싸웠다. 그러나 아합의 변장이 소용없게 되었다. 여호와의 화살이 아합을 향해 날아갔다. 아합은 피할 수 없었다.

아합이 400명의 예언을 믿었다면 왜 왕복을 벗고 변장했을까? 갈멜산에서 450명이 엘리야 한 명을 이기지 못한 사건을 생각했을까? 아니면 아합 특유의 불안과 초조한 성격 탓일까? 미가야가 승리를 예언했다면 왕복을 입고 출전했을 것이다. 미가야가 아합의 패배를 선언했고, 아합은 변장으로 무마하려 했다.

그러나 미가야가 거짓말했다면 무슨 위험이 있겠는가? 또한 미가야가 진실을 말했다면 변장하건 말건 아합은 죽을 것이다. 변장이 무슨 소용이 있나? 변장은 자신을 속일 뿐 결과를 바꾸지 못한다. 누가 하나님의 눈을 피하며, 하나님의 뜻에서 숨을 수 있을까! 아합은 그저 도망칠 궁리만 했다. 여호와의 화살이 아합을 쫓아갔다.

나도 골방에 숨는다.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혼자 지내고 싶다. 아닌 척 변장한다. 마음을 감추고 사람들이 내 본심을 모르도록 속인다. 내 마음을 감춰두고 숨는다. 하나님은 내가 사람들 사이에서 일하라 하시는데 나는 혼자 지쳐서 도망치려 한다. 우연히 들리는 한 마디에 가슴을 감싸고 괴로워한다. 내가 나를 속이면 화살이 약한 곳을 파고든다. 화살을 쏘지 않아도, 아무도 말하지 않아도,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화살에 맞아 쓰러진다.

숨지 마라. 다른 사람인 척 변장하지 마라. 잠시 안심하려고 자신을 속이지 마라. 다른 사람이 한 말을 화살로 만들지 마라. 자신을 못나게 보며 후회하는 시간은 화살이 되어 돌아온다. 화살 맞을 준비를 스스로 해놓고 어디에선가 화살이 날아온다고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입어야 할 옷을 입고 있어야 할 곳에서 해야 할 일을 당당하게 하자. 네가 싸워야 할 싸움에 임해라. 지금까지 하나님이 은혜로 인도하셨으니 계속 발걸음을 인도하실 것이다. 그 길에서 벗어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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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묵상하며 나를 돌아본다.
열왕기상 22장을 묵상한지 2주가 넘었다.
새학기 시작을 앞두고 지인이 힘들어한다.
그들을 생각하며 묵상 일부를 나눈다.
미가야가 한 말이 아합과 선지자들에게 황당하게 들리진 않았을 것 같다. 그들은 이런 현상에 익숙했을 것이다. 그러나 자기들을 거짓 선지자 취급하고 아합이 죽는다고 말한 내용은 싫어했다. 시드기야는 미가야의 뺨을 치며 “여호와의 영이 어떻게 자기를 떠나 미가야에게 가서 말씀하시느냐?” 따졌다. 시드기야는 정말 몰랐던 것 같다. 자기가 거짓 예언자인 줄.
시드기야는 확신했다. 확신이 너무 커서 미가야의 뺨을 치고 여호와께서 자기와 함께한다고 큰소리쳤다. 목소리 크기로 진실성을 판단한다면 시드기야가 하나님의 뜻을 전한다. 그러나 하나님은 미가야의 말을 인정하셨다. 아합이 이길 거라고 빈정댔고, 하나님 보좌 앞에서 열린 이상한 회의를 말한 미가야가 옳았다.
교회에 시드기야와 미가야가 온다면 사람들이 누구 말을 들을까? 시드기야의 확신에 넘치는 퍼포먼스를, 하나님께서 거짓말하는 영을 보낸다고 말하며 빈정거리는 미가야보다 좋아했을 것 같다. 하나님이 미가야에게 하시는 말씀이 진짜라고 분별하는 게 중요하다고 믿었다. 하나님의 뜻을 올바르게 분별하는 걸 ‘내가’ 올바르다는 주장으로 바꾼 것 같다.
이런 걸 경계했다. 세상이 하는 말에 속지 않고, 주위 사람들이 간다고 생각 없이 따라가지 않고,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속지 않고 하나님 뜻을 분별하려 했다. 내가 잘하는 줄 알았다. 옳다고 생각했다. 힘든 길을 선택했고, 외로웠다. 지금은 지쳤다. 나를 내세우는 것에도 지친 것 같아 다행이다. 그런데도 시드기야의 자리에 앉진 않았다고 확신하지 못한다. 내 삶에 관해 낄낄대며 평가하는 회의가 열리진 않기를 바란다.
v25 골방에 들어가 숨는 날 알게 된다. v25, v28 모든 것이 명확해지는 날이 온다. 곧 아합이 죽고, 시드기야는 골방에 숨어 떨 것이다. 그가 예언하는 재앙이 결국 임할 때 모든 것이 명확해질 것이다. 우리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까? 하나님께서 심판하신다는 말을 계속 들었는데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날까?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이 춤추며 웃고 지하실에 살던 사람들이 경치 좋은 곳을 내려다보며 살 날이 올까?
그날을 기다린다. 이런 날이 오면 좋겠다. 그러나 내 마음은 계속 슬픔과 고통이 이어지고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 날을 견뎌내야 할 거라는 목소리를 듣는다. 시드기야가 골방에 숨어야 하는데 내가 골방에 숨는다. 골방은 아벡에서 패배한 뒤에(20:30) 벤하닷이 숨었던 곳이다. 내가 있을 곳이 아니다. 당신이 있을 곳도 아니다.
우리는 슬픔을 나누고 아픔을 이겨낸다. 혼자 견디지 말고, 슬픔과 고통을 나누기를 바란다. 하나님은 우리가 가진 좋은 것(돈, 재능 등 나눌수록 나를 돋보이게 하는 것들)뿐만 아니라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고통, 슬픔, 외로움, 절망 등 나눌수록 나를 아무것도 아니게 만드는 것들)을 나누기를 바라신다. 예수님의 사랑이 이런 모습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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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숙했을까, 교묘해졌을까?
권일한

  웜우드는 초보 악마다. 인간을 얕본다. 논증으로 이기려고 덤벼든다. 눈에 보이는 결과를 얻으려 한다. 환자가 교회에 가는 걸 막고 기도를 방해한다. 악마 웜우드는 눈앞의 먹이를 노리는 맹수처럼 덤벼든다. 웜우드는 <미래에 잔뜩 가위눌려 있는 인간, 이 땅에 금방이라도 천국이나 지옥이 임할지 모른다는 환상에 사로잡힌 인간, 그래서 천국을 얻을 수 있다거나 지옥을 피할 수 있다는 생각을 불어넣기만 하면 지금이라도 당장 원수의 계명을 깨뜨릴 준비가 되어 있는 인간(91)>과 비슷하다.

  경험 많은 스크류테이프는 신중하게 생각하고 조심하라고 조언한다. 성경 읽기, 교회, 기도를 거부하지 않는다. 환자가 교회에 드나들며 성찬에 참여해도 반긴다. 환자가 느끼기만 하고 행동하지 않게 만들라고 한다. 기본적인 의무는 등한히 한 채 가장 어렵고 영적인 의무에만 마음 쓰게 만들라고(27) 말한다. 걱정이나 불안이건, 기쁨이나 행복이건, 뿌듯함이건 상관없이 환자가 자기만 생각하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무얼 하건, 어디에서 누굴 만나건 우리가 자기만 생각하면 성공하는 줄 알 정도로 지혜롭다.

  단단한 결심, 진지한 노력, 높은 사명감을 깨뜨리는 데 강력한 무기가 필요하지 않다. 일상에서 신경을 건드리는 사소한 말과 태도가 사람을 무너뜨린다. 스크류테이프는 말투와 표정 때문에 어머니를 싫어하게 만들라고 조언했다. 교회에 가는 걸 말리기보다 교회에 가서 신경을 거스르는 것들(지저분한 건물, 경박한 이웃)에 마음을 빼앗기게 하라고 했다. 회개했다면 재빨리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86) 기도한다는 만족감에 빠져 교만하게 만들라고 한다. 교회에 가는 걸 막지 못한다면 교회를 찾아다니는 비평가로 만들라고 말이다.


  청년 권일한은 높은 이상을 품었다
. 순교자의 마음으로, 하나님 앞에서, 최선을 다해 살겠다고 다짐했다. “하나님을 위해 큰일을 계획하십시오. 그 일을 실행하십시오!” 말했던 윌리엄 캐리를 좋아했다. 뛰어들어서 열심히 살았던 때를 돌아보면 허둥지둥 헤맨 시간이 많았다. 열심히 산 만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비난했다. 산꼭대기에 올랐다가 갑자기 골짜기로 추락했다. <원수가 인간 영혼 하나를 제 것으로 확보하기 위해 꼭대기보다 골짜기에 더 의존한다는(53)>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몰랐다. 나는 웜우드처럼 어렸다. 이상을 내세워 미련하게 고집을 부렸다. 초보이면서 능숙한 줄 알았다.

  3년 전에 1학년 아이가 나를 할아버지라고 불렀다. 처음엔 당황했지만, 얼마 뒤에 내 나이를 묻는 아이에게 37000살이라고 말했다. 이순신 장군도 나보다 어리고, 단군 할아버지도 나한테는 애기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지금 나는 걸음이 느려졌다. 생각도 느려졌고 기억력이 점점 떨어진다. 아이에게 발끈 화를 내지 않는다. 학교 문제를 학교에 두고 온다. 안달하는 아이, 엉엉 우는 아이를 차분하게 달랜다. 때론 무시하고, 때론 그만 울고 스스로 이겨내라고 말한다. 나는 성숙했을까, 교묘해진 걸까?

  웜우드가 규칙이나 방법, 형식과 내용을 고집할 때 스크류테이프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한다. 뿔 달린 악마가 아니라 때론 유쾌한 친구로, 점잖은 조언자로, 상담자로, 심지어 목사와 교사 같다. 나는 웜우드를 지나 스크류테이프를 닮아간다. 힘으로 옷을 벗기려 했던 바람이 아니라 조용히 빛을 비추어 나그네가 스스로 옷을 벗게 만든 해의 방식을 사용한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고 믿는다. 목소리 큰 사람이 뜻을 이루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말 강한 사람은 상대를 부드럽게 타이른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악마에게도 성숙이 통할까?

  스크류테이프가 부드러운 유혹자의 모습만 가진 것은 아니다. 웜우드한테는 엄격하게 대하며 화를 내지만, 환자에 대해서는 원형경기장으로 보내 버리고 싶어 하면서도(127) 그렇게 하지 않는다. 효과가 없다는 걸 안다. 환자를 차지하기 위해 이쪽저쪽 능수능란하게 움직이며, 마치 중용을 지키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스크류테이프는 하나님을 믿는 일에 있어서 환자가 중용을 지키게 만들려고 한다. “중용을 지키는 종교란 무교나 마찬가지, 무교보다 훨씬 더 즐겁다고(60) 한다. 교묘하다.


  서문에서 루이스는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를 비교했다. 파우스트는 집요하고 병적으로 자아에 집착하는 반면, 악마는 유머 있고 세련되며 지각 있고 융통성 있다고 썼다. 악마가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는 환상을 강화하는데 기여한다고 루이스가 쓸 정도로 메피스토펠레스는 매력이 넘쳤다. 그에 견주면 파우스트는 고집 세고 자기밖에 모르는 안하무인이었다. 그런데도 괴테는 파우스트에게 새로운 삶을 선사했다. 파우스트는 영악하지 않았다. 교묘하게 상대를 유혹하지 않았고, 마음을 훔치지도 않았다. 파우스트는 순진했다.

  나는 조금씩 성숙했다. 웜우드의 모습을 버리고 스크류테이프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심각해지지 않으려고, 웃으며 넘기려고 했다. 아이들이 나를 좋아한다. 학부모와 교사들도 나쁘게 보지 않는다. 이런 내 모습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 경험 많은 악마 스크류테이프를 닮아가는 것 같기도 하다. 작은 일에 기뻐하고 새로운 일에 덤벼드는 순진함을 보기 어려워졌다. 간절함이 줄어들었다. 사람에 대해서는 물론 하나님에 대해서도 무뎌졌다. 세상의 가치에 찌들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뭔가 적당히 교묘해진 것 같기도 하다.

  성숙해졌는지, 교묘해졌는지 모르겠다. 성숙했다고 생각하면서 교묘해지고, 교묘해졌다고 생각하면서 성숙해질 것 같기도 하다. 글쎄~ 다시 순진해지진 않을 것 같다. 부드러워진 태도가 다시 단단해지지도 않을 것이다. 단단해진다면 고집이 세지는 쪽이겠지. 교묘한 악마의 태도에서 멀어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가 짙고, 해가 높을수록 그림자가 짧으며, 저녁이 다가오면 그림자가 길어진다는 걸 계속 기억하는 마음이 필요하지 않을까!

고통은
쉽사리 잊히지 않는다. 자꾸만 곱씹게 된다.
어차피 곱씹는다면, 글을 쓰면서 되새기려 했다.
글을 쓰면 고통에 의미가 생긴다.
의미가 생긴 기억은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아픔으로 남은 기억을 꺼내 사람들과 나누었다.
펀딩을 시작한 2021년은 교사로 지내면서 가장 힘들었다.
1500만 원을 후원하고도 기쁨보다 우울함이 더 컸다.

2022년에는 자녀를 책으로 기른 이야기를 써서 펀딩했다.
고통스런 기억을 쓸 때는 삶도 고통스러웠는데 아름다운 기억을 꺼내 쓸 때는 삶도 아름다워졌다.
1350만원을 기쁘게 보냈다.

2023년에는 독서토론 질문을 보내는 펀딩을 했다.
책 한 권 질문을 만드는 데 10시간이 걸렸다.
30년 선생 노릇을 하며 지쳤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2024년에는 교실에서 아이들과 지내는 이야기를 보내드렸다.
아이들과 지내는 일상이 이야기가 되었다.
3월에는 힘들게 시작했는데 추억과 아쉬움을 남기고 마무리했다.

올해는 펀딩을 쉰다.
탈북한 아이들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데 자료 수집이 안 됐다.
친환경 농사 일기를 쓰려고 하니 허리에 탈이 났다.
<책벌레가 사랑한 글>, <책벌레가 사랑한 문장>, <책벌레가 고른 책이런 건 어떨까 생각하면서도 그냥 쉬기도 했다.
생각을 줄이고, 가지치기하면서 계절을 따라가려 한다.

202467명이 748만 원을 후원했습니다.
800만 원을 네 곳에 보냈습니다.
제 글을 읽고 후원금을 보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권정생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쓴 책 랑랑별 때때롱으로 나흘 동안 9~4시까지 독서캠프를 했다.

광성드림학교 3~4학년 15+우리 학교 13명 

우리 학교는 화요일에 시작했고 광성드림 아이들이 수요일~금요일까지 참여했다.

책 놀이로(모둠 만들기, 자기 소개하기 등) 친해지고여러 가지 퀴즈와 게임으로 책 내용을 알아보았다.

토의 활동, 이야기 토론, 찬반토론을 하고 1시간 동안 글을 썼다. (5가지 주제 중 하나 선택하기)

수요일 선생님, 재미있어요. 10점 만점에 10점이에요.”

목요일 선생님, 진짜 재미있어요. 15점이에요.”

금요일 소감을 나누었다.

새로운 친구, 언니, 오빠를 만나 좋았어요.”

책 한 권을 이렇게 깊이 읽는 게 신기했어요.”

그냥 내용만 읽었는데 토론하면서 권정생 선생님이 이 책을 왜 썼는지 알게 되어서 좋았어요.”

토론이 가장 어려웠는데 토론이 가장 재미있었어요.”

 

헤어질 때 아이들이 다가와서 조른다.

선생님, 우리 학교 와주세요.”

내년에도 독서 캠프해요. ~”

 

녹초가 되어 집에 들어왔다. (아이들 후기를 받았는데 타이핑하기 귀찮다.)

이젠 기쁨과 뿌듯함보다 힘들다는 생각이 더 크게 다가온다.

여름에 광성드림학교 3~4학년 독서캠프를 해보자는데~

80명이 참여하는 독서캠프라?

며칠 지나 회복되면 또 계획을 세우겠지. ㅎㅎ

3년 전에 힘든 6학년을 만났다. 1년이 아주 아~주 길었다.
이듬해에도 희망 학년을 쓰지 않았다. 또 6학년을 맡았다.
8명 중 다문화 4명, 이혼 가정이 5명이었다.
그런데 억지로 떠맡은 아이들과 마음이 잘 맞았다.
예네들 덕분에 지난 6학년에 얽힌 괴로운 기억이 희미해졌다.

2024년에도 희망 학년을 쓰지 않았다.
민원이 많고, 담임 교사를 힘들게 했던 학년만 남았다.
학부모 전화를 받고 학부모와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시작할 땐 힘들었는데 이젠 아쉽다.

삼척을 떠나는 걸 아는데도 아이들은
내가 다른 학교에 가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다는 아픔이 컸는데 웃으며 떠난다.

아이가 남긴 상처는 아이로 인해 치유된다.
3년 전 아팠던 흔적이 이렇게 사라진다.

<<3학년을 마치며 쓴 글 중 일부>>

‣ 아이가 폭발할 때마다 타이르거나 꾸중했던 아이 :
3학년 때 드디어 남자 선생님을 만났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너무 착하셨다.~

‣ 엄마가 집에서 나를 욕하는 소리를 듣는 아이 :
선생님한테 너무 죄송하다. ~ 선생님이 다른 학교 안 가면 좋겠다.

‣ 엄마가 항의 전화했던 아이 :
무지개처럼 우리 선생님도 빛나길~

‣ ~ 4학년도 지금처럼 행복하자.

‣ 3학년 돼서 좋았던 점은 처음으로 남자 선생님이 생겼다. ~

‣ 3학년 때 가장 좋았던 날은 우리 담임 선생님을 만날 때다.
난 선생님이 진짜 좋고도 좋다. ~

‣ 00이랑 **이랑 나랑 선생님한테
“제발 저희 담임이 돼달라고!”
했는데 선생님이 됐다. 우리는 남자 선생님이 처음이다. 그래서 너무 좋았다. 선생님이랑 한 것 중에 독서캠프가 제일 재미있었다. 선생님이랑 같이 하고 재미있는 게임도 하고 너무 재미있었다. ~

‣ **이, 나, 00이는 선생님에게 담임 선생님 해달라고 했다. 진짜로 담임 선생님을 해주셨다. 정말 감사했다. 2학년 때 배워두었던 것을 까먹었는데 선생님이 친절하게 다시 알려주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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