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에 힘든 6학년을 만났다. 1년이 아주 아~주 길었다.
이듬해에도 희망 학년을 쓰지 않았다. 또 6학년을 맡았다.
8명 중 다문화 4명, 이혼 가정이 5명이었다.
그런데 억지로 떠맡은 아이들과 마음이 잘 맞았다.
예네들 덕분에 지난 6학년에 얽힌 괴로운 기억이 희미해졌다.

2024년에도 희망 학년을 쓰지 않았다.
민원이 많고, 담임 교사를 힘들게 했던 학년만 남았다.
학부모 전화를 받고 학부모와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시작할 땐 힘들었는데 이젠 아쉽다.

삼척을 떠나는 걸 아는데도 아이들은
내가 다른 학교에 가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다는 아픔이 컸는데 웃으며 떠난다.

아이가 남긴 상처는 아이로 인해 치유된다.
3년 전 아팠던 흔적이 이렇게 사라진다.

<<3학년을 마치며 쓴 글 중 일부>>

‣ 아이가 폭발할 때마다 타이르거나 꾸중했던 아이 :
3학년 때 드디어 남자 선생님을 만났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너무 착하셨다.~

‣ 엄마가 집에서 나를 욕하는 소리를 듣는 아이 :
선생님한테 너무 죄송하다. ~ 선생님이 다른 학교 안 가면 좋겠다.

‣ 엄마가 항의 전화했던 아이 :
무지개처럼 우리 선생님도 빛나길~

‣ ~ 4학년도 지금처럼 행복하자.

‣ 3학년 돼서 좋았던 점은 처음으로 남자 선생님이 생겼다. ~

‣ 3학년 때 가장 좋았던 날은 우리 담임 선생님을 만날 때다.
난 선생님이 진짜 좋고도 좋다. ~

‣ 00이랑 **이랑 나랑 선생님한테
“제발 저희 담임이 돼달라고!”
했는데 선생님이 됐다. 우리는 남자 선생님이 처음이다. 그래서 너무 좋았다. 선생님이랑 한 것 중에 독서캠프가 제일 재미있었다. 선생님이랑 같이 하고 재미있는 게임도 하고 너무 재미있었다. ~

‣ **이, 나, 00이는 선생님에게 담임 선생님 해달라고 했다. 진짜로 담임 선생님을 해주셨다. 정말 감사했다. 2학년 때 배워두었던 것을 까먹었는데 선생님이 친절하게 다시 알려주셨다. ~

'나누고 싶은 글 > 아이들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골 학교의 이상한 매력  (1) 2024.11.13
급식 반찬 먹이기 작전  (0) 2024.10.09
우는 아이  (4) 2024.10.09
학부모 상담  (1) 2024.09.05
자전거 태워줄게.  (0) 2024.06.27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