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 잡기

  승마장에서 말 타고나서 놀고 있었는데 &&이가 개구리를 잡았다. 개구리를 보는데 호박벌이 나왔다. 선생님이 쫓아냈다. 안 무서웠다. 그다음에 산딸기를 타고 싶어서 따러 갔다. 따러 가서 송충이를 찾았다. &&이가 잡았다. 소리 안 질러서 선생님이 놀랐다. 선생님한테 보여줬다. 그다음 엄청 큰 방아깨비도 있었다. 잡았다. 또 선생님에게 보여줬다. 커다란 메뚜기를 잡았다. 선생님한테 또 보여줬다. 재미있고 안 무서워서 좋았다.

승마장에서 개구리, 메뚜기 잡았을 때 여자아이가 쓴 글이다. 얘는 갑자기 비명 지르는 아이다. 벌이 나타나면 소리를 빼액 지른다. 파리가 지나가도, 곤충 소리가 나도 소리를 지른다. 기분이 나빠지면 삐치고 운다. 보통 우는 게 아니다. 소리를 높여 엉엉 운다. 정말 큰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하게 만들 정도로 억억대며 운다. 알고 보면 별일 아니다. 벌이 지나갔고, 친구가 발을 살짝 밟았고 하는 일이다.

4월 어느날 급식소에서 점심을 먹다가 갑자기 비명이 들렸다. 전교생이 모두 일순간 조용해졌다. 누가 크게 다친 줄 알았다. ‘무슨 일이지?’ 하고 봤더니 파리가 지나가서 비명을 질렀다. 정말 큰 일인가 싶었는데 겨우 파리였다. 그냥 웃고 내 자리로 돌아왔다. 몇 분 뒤에 다시 비명을 질렀다. 왜 그러느냐고 했더니 이번에도 파리가 지나갔다고 한다. 당황스러웠다. 전교생이 얼어붙을 정도로 크게 비명을 질렀는데 파리 때문이라니! 다시 밥을 먹는데 또 비명이 들린다. 짧고 강하고 빼액~

우리에게 별것 아닌 일이지만, 아이에겐 큰일이다. 아이는 가끔 비명을 질러 친구들을 놀라게 했는데 대부분 곤충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큰 파리가 하필 아이 곁으로 지나다녔다. 아이 비명을 듣고는 전교생이 아이 비명 때문에 놀랐다. 아이 곁에 가서 팔을 휘저으며
  “이놈의 파리가 정신을 못 차리고 말이야? ~” 해줬다.

수학 시간에 세 명이 손을 잡고 얼마나 오랫동안 풍선을 떨어뜨리지 않는지 시간을 재는 활동을 했다. 체육관에 가서 마음이 맞는 친구끼리 짝을 정했다. 셋이 손을 잡았는데 친구가 풍선을 치려다가 손을 잡아당겨서 몸이 흔들렸다. 쓰러질 정도로 강하게 잡아당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이가 주저앉았다. 내 눈치를 슬쩍 보는 것 같았는데 말하지 않고 지켜봤더니 훌쩍인다. 같이 하던 친구들이 당황해서 달랜다. 울 정도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자 아이가 소리를 내며 울었다. 괜찮다고, 그 정도는 그냥 일어나라고 했더니 엉엉 운다. 울 일이 아니라고 하고 계속하자고 했더니 더 운다. 두 아이에게 그냥 둘이 하라고 했다.

얘는 우는 아이다. 그야말로 엉엉 운다. 자주 울기 때문에 아이가 울면 친구들이 그냥 놔두는 편이다. 보통은 잠깐 울다가 만다. 잠시 지나면 금방 웃고 떠든다. 그런데 지금은 다른 아이들이 풍선을 치는 가운에 혼자 의자에 앉아 엉엉 운다. 그냥 뒀더니 울음을 멈추었지만, 표정이 말이 아니다. 10분 정도 풍선 놀이를 하고 교실에 들어왔다. 아이들에게 우유를 마시라고 했는데 아이는 팔이 아파서 보건실에 가야겠다고 했다.

보건실에 갈 정도는 아니야. 네가 원하는 친구와 풍선놀이 했잖아. 여자 친구끼리 모였고, 운동 경기가 아니라 손잡고 풍선을 치는 놀이여서 살살 했어. 친구가 풍선을 치려고 손을 강하게 움직여도 손목에 무리가 갈 정도는 아니야. 선생님이 운동을 많이 해서 아는데 이건 아픈 것도 아니야!” 했다.

그러자 다시 울기 시작했다. 그대로 두고 다른 아이에게 관심을 가졌더니 잠시 뒤에 교실 뒤로 가서 화장지를 길게 풀어서 손목에 감았다. 압박붕대로 손목을 감듯이 화장지로 손목을 칭칭 동여맸다. ‘선생님, 내가 아픈 걸 당신이 알아줘야 해요.’ 하는 것처럼 그래서
그거 감을 정도로 아프지 않아.”
했더니 또 운다. 무시하고 풍선 놀이한 시간을 수학책에 적으며 공부를 시작했다.

보건실에 보내면 쉽다. 보건 선생님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면 괜찮아질 것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아이를 달래야 하나? 그래서 일부러 울렸다. 친절하게 말했지만, 아이 마음을 달래지 않았다. 보건실에 가게 해달라는 부탁도 들어주지 않았다. 휴지로 손을 칭칭 동여맬 때 그거 감을 정도로 아프지 않다고 했다. 일부러 그랬다.

점심 먹으러 가면서 말했다.
체육관에서 아프다고 할 때 달래줄 수 있었어. 휴지로 손목을 감을 때도 보건실에 보낼 수 있었어. 그러면 너는 계속 아기 마음으로 살 거야. 누가 네 마음을 알아주지 않아도 스스로 이겨낼 수 있어야 해. 이젠 3학년이잖아!”

엉엉 우는 반면, 마음은 빨리 풀린다. 지금도 벌써 마음이 풀려서 잘 들었다. 그러고는 잘 안 되지만 노력하겠다고 했다.

우리 반은 점심 먹을 때 번호대로 돌아가며 앉는다. 공교롭게도 아이가 내 앞에 앉았다. 수다 떨면서 밥 먹다가 아이가 물었다.
선생님은 뭘 싫어해요?”
? 난 반찬은 다 먹어. 그런데 말이야. 싫은 게 있긴 해.”
뭐예요?”
말하기 싫은데~”

계속 말해달라고 조른다. 살살 애를 태우다가 말했다.
우리 반 아이가 울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우는 거!”

하며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우는 척했다. 찌그러진 내 얼굴을 보고 아이가 웃었다.

이후에 우는 게 줄었다. 비명은 확실히 줄어들었다. 그러더니 호박벌이 부웅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데도 안 무서웠다고 썼다. 송충이를 보고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메뚜기를 보고도 무섭지 않았다. 아이가 자랐다. 아기 마음에서 벗어나는 것 같다.

2학기에는 우는 걸 한 번 봤다. 놀라운 일이다. 삐치는 건 아직 못 고쳤다. 언젠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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