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에 학교 오다가 1학년 아이를 만났다.
자전거 타고 쓱 지나쳤는데 아이가 뛰어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안녕! 00아~” 하고 지나갔는데 계속 뛰는 소리가 들렸다.
자전거를 세웠다. 왜 혼자 가는지 묻고는
“자전거 뒤에 탈래?” 했다. 좋아한다.
복잡한 가정사 때문에 아침에 아이가 혼자 일어났다.
1학년이 혼자 옷 입고 언덕길을 내려와서 혼자 학교로 걸어갔다.
(도로에서 멀진 않지만, 언덕이 높아 가스 배달이 안 되는 집에 산다.)

평소에는 할머니가 데려다줬는데 오늘은 혼자다.
처음으로 혼자 학교에 가다가 나를 보고 안심이 되었나 보다.
아이를 태우고 학교에 왔더니 아이가 친구들에게 자랑했다.
1학년 선생님이 아이들이 엄청 부러워한다고 말씀하셔서 오늘 태워줬다.
한 명씩 뒷자리에 앉히고,
발을 요기, 요기에 올리라고 말하고,
자전거가 왼쪽(오른쪽)으로 넘어지면 왼발(오른발)을 내려서 땅에 대는 연습하고
“자~ 출발합니다!”
운동장 밖으로 난 도로를 한 바퀴 돌았다.


한 번 탄 아이는 다음 친구가 탈 때 자전거를 따라 뛰었다.
세 번째 아이를 태울 때는 두 아이가 따라 뛰었고
네 번째 아이를 태우자 세 아이가 따라 뛰었다.
마지막 아이를 태울 때는 1학년 전부 쫓아다녔다.
아침부터 기분이 좋았다.
자전거 한 번 태워주고 사랑받는 느낌이었다.

도움반 아이 두 명이 걱정되었는데
소리 지르는 아이는 꽉 잡고는 아무 소리도 지르지 않았다.
우는 아이는 한 바퀴 돌고 자전거에서 내리지 않으려 했다.
내리라고 하니 또 우는 표정이다.
“얘들아, 선생님 말씀 잘 들어. 그럼 다음에 또 태워줄게~” 했다.

젊었을 때 나는 아이들 옆에서 뛰었다.
종종 아이들 앞에서 뒤를 보고 달리면서 아이에게 외쳤다.
“계속 뛰어.”
가만히 서서 아이들에게 빨리 뛰라고 말하는 사람을 싫어했다.
뒤에서 아이들을 떠밀며 뛰라고 말한 사람을 싫어했다.
아이들과 같이 뛰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아이들을 기다려주진 못했다.

철없던 시절에 아이들이 나를 많이 참아주었다.
그 아이들 덕분에 지금은 아이를 자전거에 태우는 사람이 되었다.
“무서워? 괜찮지? 바람 시원하지?”
“자, 이제 쿵 합니다.”
뒤에서 두려움이 느껴지면 천천히 달렸다.
즐거움이 느껴지면 쌩쌩 달렸다.
아이가 느끼는 마음이 내게도 느껴졌다.
내게 전해지는 아이 마음에 따라 자연스럽게 속도를 조절했다.
나이가 들면서 조금 선생 같아져서 좋다.

참, 월요일에 만난 아이 엄마가 선생님에게 결석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때 아빠는 술에 취했고, 엄마는 아빠를 피해 잠시 나갔다.
깨어났는데 엄마와 할머니가 없으니 아이가 그냥 학교로 나섰나 보다.
나도 토론대회 나가는 아이들 지도하려고 20분 일찍 나갔다.
내가 20분 빨리 가서, 평소보다 10분 늦은 아이를 만났다.
자전거 지나가는 게 한순간인데 그때 나를 보고 부르다니~!
2~3초만 빨리 갔어도 골목 모퉁이로 사라져서 못봤을 텐데~!
이렇게 시간이 딱 맞는 건 은혜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괜히 감상적인 마음이 된다.

방학하기 전에 한 번 더 태워줘야겠다.

'나누고 싶은 글 > 아이들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는 아이  (4) 2024.10.09
학부모 상담  (1) 2024.09.05
예측불허, 아이들 마음!  (1) 2024.05.02
봄눈 오는 날  (1) 2024.05.02
북에서 온 아이 3  (0) 2023.11.17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