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뜰안애 찾아온 아이 중 넷이 여학생이다. 3, 4, 2, 3이다.
고등학생은 자매다. 엄마와 같이 들어왔다. 그런데 엄마가 자매를 직접 탈북학생 그룹홈에 맡겼다.

아이들을 보면 그놈생각이 나서 아이에게 해코지해요.”

엄마는 중국에서 강간당했고, 팔렸던 적도 있다고 한다두 자매 아빠는 엄마를 강간한 중국 남자다.
자매를 보면 그놈이 생각나서 자기도 모르게 해코지했다고 한다.
갑자기 달려들어 목을 조르기도 하는데 이러다가 큰일 낼 것 같아서 자매를 맡겼다.
말이 없고, 잘 먹지 않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자매에게 다가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초등학생인 두 아이는 활발하다서재를 둘러보다가 말을 건다.
저기 위에 있는 건 뭐예요?”
그건 문집 상패와 교보교육대상 상패야네가 물었으니까 너한테만 알려줄게.”
하며 귀에다 작은 목소리로 상금 액수를 알려줬다4학년이 ?” 하며 놀라는데 그걸 보고 모두 웃었다.

학교에서 와니니 읽었는데 1권과 6권을 못 읽었어요.”
그래? 여기 있는 책 중에 마음에 드는 거 골라봐. 줄게!”
푸른 사자 와니니1권을 골라 읽는다.

3학년은 여자답게? 나답게!를 골랐다.
중학생이 읽는 책을 골랐네. 어려울 텐데 다른 책 고르지?”
이거 읽을 거예요.”
마음대로 해. 읽다가 어려우면 다른 책으로 바꿔!”
이 책이 마음에 든다면서 책을 읽는다.

몇 분 뒤에 초 3학년이 갑자기 대화에 끼어들며 말한다.
, 남친 있어요. 100일 축하도 했어요.”
진짜?”
그런데 이제 헤어질 거예요.”
?”
전학 간대요. 간다고 했다가 안 간다고 했다가 그래요.”
그럼 전학 안 갈 것 같은데?”
정말요? 안 간다 그러더니 또 간다고 했는데.”
너희 정말 사귀는구나! 사귀는 이야기 책도 있는데.”

4학년까지 관심을 기울인다.
꼴뚜기라는 책에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라는 이야기가 있어. 둘이 사귀며 10, 20일 그런 기념일을 챙기는 이야기야와니니 책과 여자답게 책 다 읽으면 나한테 연락해. 꼴뚜기작가님 싸인해서 책을 보내줄게.”
진짜요?”
그럼. 책 다 읽으면 꼭 연락해라.”

이렇게 아이들을 꼬드겼다.

아이들이 떠날 때 학교에서 외계인을 만나다를 읽은 남학생에게
다시 와라. 여기 풀 많다. 땀 좀 흘려야지!” 하니 좋아한다. 초등 두 아이에게
잘 가~ 책 꼭 읽어라!” 했다.


고등 자매에게는 웃으며 인사만 했다. 다음에 누가 오건 두 자매가 같이 와서 쉬고 가면 좋겠다.

사진) 『학교에서 외계인을 만나다』 읽어줄 때 초등 두 아이가 나왔다.
왼쪽 아이 앞에 『여자답게? 나답게!』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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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뜰안애 온 탈북 학생 중 가장 마음에 남는 아이는 방송에 몇 번 나왔다.
부모가 자신을 돌보지 않는다는 걸 알고 7살에 북한을 떠났다고 한다.
꽃제비로 살다가 5000km를 이동해서 9살에 <우리 집 공동체>에 왔다.

<우리 집>에 왔을 때 키가 98cm였다고 한다. (2학년 남자아이는 평균 128cm이다. 2019년 기준)

“와~! 집 좋다.”
책뜰안애 들어서면서부터 몇 번이나 집 좋다고 소리쳤다.
“여기에서 살면 서울대학교 가겠어요” 한다.

아이는 어릴 때 제대로 먹지 않아 심리적인 장애가 있다. 공부를 어려워한다. 공부에 관심이 없다고 한다.
탈북해서 도망다니느라 몇 년 동안 공부하지 않았고, 모든 것이 다른 나라에서 적응하느라 공부하지 못했다.
“00이가 책 읽는 거 본 적이 없는데……” 선생님 말씀에
“저도 WHY 책은 읽었어요.” 하고 대답했다.
“책뜰안애에서 WHY 책은 책이 아니야.” 했더니 웃는다.
이 방, 저 방 다녀보더니 “여기 살고 싶다.”고 한다.

집 구경한 뒤에 아이들과 함께 둘러앉았다. 아이들을 위해 말을 해달라 하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하랴!
강원도 시골 아이들이 쓴 글을 읽어주었더니 좋아한다.
『학교에서 외계인을 만나다』를 꺼내 몇 편 더 읽어줬다.
아이가 좋아하기에 책에 사인해서 선물로 줬다. 엄청 좋아한다.


책 선물 받고 좋아하는 걸 보고 함께 온 분들이 깜짝 놀랐다.
“게임이 아니고 책인데 00이가 좋아하다니 우와~!”

다음날 아침, 아이 머리맡에 『학교에서 외계인을 만나다』가 있다.
깨워도 안 일어난다. 다 일어났는데 혼자 계속 잔다.
“얘가 책 읽다가 늦게 자더니 안 일어나네~” 하시는데 한참 뒤에
“어제 127쪽까지 읽었어요.” 하며 일어난다. 함께 온 분들이 기적 일어난 것처럼 놀라워한다.

어쩌면 아이가 제대로 읽은 첫 책일 수도 있다.
『학교에서 외계인을 만나다』가 탈북 학생 코드에 맞아서 다행이다.
강원도 시골 아이들 글이 탈북 아이에게 무언가 말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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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뜰안애>에 귀한 손님들이 왔다. 북한을 떠난 아이 다섯 명.
꽃제비였던 학생도 있고 중국으로 팔려 간 북한 여성이 낳은 학생도 있다.
가슴 아픈 사연의 주인공들에게 무얼 해주어야 할까?
 
한 방송 관계자는 가끔 꽃제비였던 학생에게 명품을 사준다고 한다.
초등학생과 고등학생에게 명품이 도움이 될까?
좋은 호텔, 비싼 음식, 안타깝고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 별로다.
아이들의 고생을 떠받드는 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생스런 과거에 아이를 붙들어두는 짓이라 생각한다.
 
<책뜰안애> 불 밝히고 학생들을 맞았다.
 
벽난로에 불을 지피고 우리 반 아이들 보듯 다정하게 인사했다.
집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학생들 마음이 열렸다.
서재에 둘러앉아 강원도 시골 아이들이 쓴 글을 읽어주었다.
책을 보여주고, 책을 소개하고, 책 이야기를 해주었다.
책이라곤 <WHY> 외엔 모르는 학생들을 살살 꼬드겼다.
아이들이 책을 만지고, 꺼내고, 읽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아이들을 책으로 꼬드기는 건 참 잘해!' 생각했다.
 
잠자리 마련해주고 잘 자라고 인사했다.
아침 8시~9시까지 일을 시켰다.
여학생은 고추 따기, 수확한 생각 뿌리 떼기, 단호박 수확하기.
남학생들은 괭이로 풀을 쳐내는 일을 시켰다.
불쌍하다고 공주왕자처럼 떠받드는 건 멍청한 짓이다.
같이 먹고, 이야기하고, 자고, 땀 흘릴 기회를 주는 게 훨씬 좋다.
북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책뜰안애에서 자면 방명록을 써야 해.” 했더니 한 줄씩 써줬다.
집이 좋다. - 고등 2학년, 꽃제비였던 학생
사랑이 많다. - 초등 4학년
농사하는 게 재미있다. - 초등 3학년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다. - 고등 2학년
맛있는 공기, 맛있는 노동, 진짜 많은 책
– 20년 동안 탈북아동공동체를 섬기는 마석훈 님
(여고생 두 명이 쓴 글은 사진을 찍지 않았다.)
 
작가, 선교사, 목사, 교사, 친구 여럿이 방명록을 써주셨다.
그중엔 이름난 분도 있다. 멋지고 귀한 문장을 써주셨다.
그러나 그 어떤 글보다 아이들이 쓴 글이 마음에 든다.
내가 아이들을 사랑하는 사람이기도 하거니와,
이 아이들이 책뜰안애를 만든 내 마음을 가장 잘 아는 것 같다.
 
<책뜰안애>에서 살고 싶다고 하기에 또 오라고 했다.
‘다음에 오면 일도 시키고 글쓰기도 시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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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를 캤다. “우와, 진짜 크다.” 하며 연방 소리를 지른다이렇게 큰 고구마가 나올 줄 몰랐을 거다.

애들은 고구마 순을 넣고 열흘쯤 지나서 관심이 사라졌다.
고구마 뿌리 내리고 싹이 나올 때 다시 관심을 약간~
한 아이만 계속 고구마에 물을 줬다.
꾸준한 아이다. 공부도 잘하고, 뭐든 잘하려고 한다.

잘하는 아이가 급하면 어떻게 될까? 결과를 빨리 보려고 한다면?

어느날 왜 자기만 물을 주냐며 불만스럽게 말하기에 혼자 물을 줘서 화가 났구나!~” 이야기하다가
그건 좋아서 하는 일이어야 해. 즐겁게 해. 화가 나면 하지 마!” 했다.

아이는 계속 물을 줬고, 계속 화가 났다열심히 하는 건 좋은데, 샘을 내면서 열심히 했다.
선생님이 누구를 더 좋아해요.’ 하는 말을 했던 유일한 아이다.
당장 결과를 보고 싶었기에, 작은 일에 계속 마음이 흔들렸다.
마음이 흔들리면 세상을 흔들어서라도 안정을 찾으려 한다.

초등 3학년의 세상은 친구뿐이라 친구를 계속 흔들었다.
내가 좋아한다는 그 아이는 한쪽 귀가 들리지 않아 발달이 느렸고 그래서 내가 도와주어야 하는 아이다.

<대한민국 독서토론대회>에 참가하려고 방과후에 준비했다.
아이는 하는 게 많아서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다.
자기가 더 잘하는데~ 자기보다 부족한 친구들이 논술 연습하는 거 보며 샘이 났다.

엄마가 상담하러 왔다가 전학 얘기를 꺼낸다.
우리 학교는 전교생이 50명이라 학부모가 전학을 무기로 쓴다. 이거 안 해주면 전학 갈 겁니다.” 한다.
아이를 위해 전학 가야지요. 집 가까운 00학교 좋아요.” 했더니 엄마가 당황했다.
“00이는 친구 많은 곳에서 생활하면 좋을 것 같아요. 전학 가세요!”

6월 초에 아이가 전학 갔다.
그리고 힘들다고, 학교로 다시 보내달라고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2학기가 되면서 소식이 점점 줄어드는데 우리 반 아이가 전국대회 상을 받았다.
시골 학교에서 <대한민국 독서토론/논술 대회> 상이라니~ 현수막을 붙였다소식을 듣고 동문회에서도 현수막을 붙였다.
그 아이와 부모도 현수막을 봤다. 자기보다 못한 아이가 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그리고 10월에 고구마를 캤다.
큰 고구마가 나오자 애들이 전학 간 친구 얘기를 한다.
“00이가 물 줘서 이렇게 큰 고구마가 나왔나 봐~” 한다.
“00이에게 고맙다고 사진 보내야지.” 한다.
기다렸으면 친구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었을 텐데 너무 급해서 친구에게 고맙다는 말을 듣지 못하고 전학을 가버렸다.
아이들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친구에게 보냈다. 고맙다고.
하지만 아이는 기쁘기보다는 씁쓸했을 것 같다. 고구마 캐는 자리에 없어서.

여름 더울 때 고구마 줄기들을 들썩들썩 해줬다난 선생이니까 왜 나만 해요?’ 생각하지 않았다.
이거 해줘야 고구마가 잘 큰다.’ 하는 생각만 했다.
가을 생각하며 봄에 고구마 심었고, 여름에 고구마 순을 들어주었다.

~게 보고 느긋하게 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3학년 남자
  오늘은 5교시 고구마 캐기를 했다. 다들 자기 자신이 심었던 고구마 앞에 서있었다. 선생님이 지나가시면서 삽으로 고구마를 캐기 쉽게 해주셨다. 그러자 우리는 장갑 낀 손으로 흙을 팠다. 흙을 열심히 파다 고구마가 보였다. 잡아당겼는데 너무 크다. 우리가 사먹는 고구마의 3배다. 고구마가 한 개만 있는 게 아니어서 더 캤다. 한 개 더 큰 게 나왔다. 처음에 캔 거만큼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우리가 사먹은 고구마의 2배 정도다. 나머지 고구마도 캤는데 양파가 나왔다. 양파 모양 고구마가 나왔다. 별의별 고구마가 다 있네. 다른 건 신기하지도 않고 크지도 않았다. 선생님께서 캔 고구마 중에 가장 큰 건 집에 가져가도 된다 하셨다. 고구마 중에서 큰 게 나와서 기분이 좋았다.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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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 반 보석이가 

우리 반 보석이가 국어 단원평가 85점을 받았다.
보석이는 3월 초에 떠듬떠듬 글을 읽었던 아이다. 지금은 꽤 읽는다.
쓰기는 안 된다. 띄어쓰기 없고, 받침도 많이 틀린다.
두루마기를 몰라 <두루마기를><두루마><기를>로 읽기도 하지만.

이 아이가 힌트 없이, 간섭받지 않고 스스로 읽고 받은 점수여서 놀랍다.
보석이는 교육청 학습클리닉 선생님과 2시간씩 공부한다지난주부터는 학습 심리-정서 지원을 받아 치료센터에 다닌다.
여러 가지 검사를 했는데 특수학급 대상이라고 판정이 났다.
그럴 만도 하다. 보석이는 가르치면 아는 듯하다가 하루 지나면 잊고주말이 지나면 많이 잊었다.
어느 날은 완벽하게 계산하다가, 다음 날은 엉뚱하게 했다.
자주 잊고, 맥락을 모르고, 또래보다 느리다. 알파벳을 모른다.
그래도 나는 보석이가 특수학급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말도 잘하고, 읽기도 좀 한다다만 쓰기가 안 된다. 또한 읽기 집중력이 약하다.
10초쯤 읽다가 눈이 글씨를 떠난다.
무서운 아빠, 한없이 너그러운 엄마의 양육 태도 영향이 크다.

2. 85점을 받았다.

국어 85. 우리 반 1등이다. 깜짝 놀랐다. (아이에게 너무나 많은)글씨를 어떻게 다 읽고 문제를 풀었을까?
시험 전날, 주말 과제를 하지 않아 꾸중했다. 평소엔 그러면 안 된다고 부드럽게 말하는데 이번에는 많이 혼냈다.
쉬는 시간에 과제를 다 해내더니 시험도 잘 봤다.

우리 반 아이들이 다음 학년이 되면 국어를 잘한다는 소식을 듣는다.
난 국어에 집중하지 않는다. 수업 준비도 잠깐 교과서를 보는 정도로 한다.
오히려 수학 시간에 집중한다주말마다 수학 시험지를 한 장씩 나눠준다. 단원평가도 꼬박꼬박 본다.
국어는 시험지를 풀지 않는다. 시험지 과제는 내준 적이 없다.
어제는 한 아이가 결석해서 진도를 나가지 않으려고 시험지를 줬다.
보석이는 어떻게 85점을 받았을까?

3. 왜 점수가 올랐을까?

우리나라 초등교사 대부분은 특정 사이트를 이용해서 가르친다그 사이트는 학습 내용을 절차에 따라 가르친다.
학습 목표를 제시하고, 학습 내용을 설명하고, 평가를 제공한다.
학습 내용은 동영상 같은 자료를 보여주고, 정리해준다. 클릭하며 약간의 설명만 덧붙이면 되므로 교사들이 애용한다.
내가 보기에는 다른 교과서가 더 좋은데도이 사이트 연계 교과서가 점유율 1등이다.
과학만 2등이다. 과학은 실험해야 하므로 온라인 사이트 의존률이 낮다.
우리나라 초등학생 90% 이상이 같은 방식으로 배운다.
많은 아이가 똑같은 방식으로 배운다면 앞으로 문제가 생길 거라 본다.

난 영어와 음악 시간에만 텔레비전을 켠다. 사회 시간에 관련 사진이나 영상을 조금 보여주기도 한다.
국어와 수학은 99% 이상, 사회도 90% 이상 대화하며 가르친다.
국어, 사회, 도덕 시간에는 계속 아이들과 말을 주고받는다.
묻고 답하고, 듣고 말하고,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수다 떨며 노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내 수업을 본 분들이스토리텔링수업이라 하지만 글쎄좋게 보면 토론이고, 제대로 보면 그냥 수다 떨기 수업이다.

4. 수다 떨기 수업

그런데 이 수업이 효과가 좋다.
대부분 아이는 사이트 안내를 따라 정해진 걸 보고, 따라 쓴다. 학원에서는 같은 내용을 듣고 문제를 풀이한다.
배울 학()은 있지만 익힐 습()이 없는 공부다한 마디로 떠먹여주기 공부. 떠주는 걸 계속 삼키는 공부다.
수다 떨기 수업은 아이들이 말한다. 듣고 반응한다.
엉뚱한 수다에 빠져 정말 수다를 떨기도 한다이때마다 적절하게 끊고, 다시 주제로 돌아오게 안내한다.
이게 내 역할이다. 한 방향을 바라보고 수다를 떨게 하는 것!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형식과 체계는 거의 가르치지 않는다. 보고 듣고 느끼게 하려고 노력한다.
친구들 글을 많이 읽고, 계속 쓰도록 안내한다그래서 보석이가 85점을 받았다.
물론 암기 내용이 많은 단원은 60점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그렇다고 문제 풀이에 몰두하거나 닦달하진 않을 거다.
보석이는 국어 시간에 말하느라 바쁜 아이니까.
자기가 공부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즐겁게 이야기하니까.

그러니까 국어 공부 잘하는 방법은 아이와 대화를 많이 하는 거다.
일방적인 대화가 아니라 여러 가지 주제로 수다를 떠는 대화!
여기에 책을 읽으면 금상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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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교감 선생님이 오셔서 아이들과 만나 인사했다.

인사가 끝난 뒤에 교장 선생님이 수상 소식을 알렸다.

우리 반 아이가 제22회 대한민국 독서토론/논술대회 장려상 받았다고.
체육관 뒤에 아무 생각 없이 섰는데 교장 선생님 안내를 듣고 우리 반 아이들이 열렬히 소리쳤다.
 
소리를 지르고 박수하며 폴짝폴짝 뛰었다.
열흘 전에 친구가 상 받았다는 말을 듣고
 
“난 꼴찌 했을 거야. 틀림없이 꼴찌야!” 한 아이도
 
“내년에는 대회 안 나갈 거야. 절대 안 가!” 한 아이도
 
정말 열렬히 박수하며 환호했다. 우리 반 환호 분위기에 취해 전교생이 같이 축하했다.
교실에서 들은 수상 소식은 친구를 승자로, 자신을 패자로 느끼게 했다.
 
“얘는 상 받고 나는 못 받아서 기분 나쁘다!” 하는 마음이었다.
 
전교생이 모인 자리에서 들은 수상 소식은 ‘우리 반이 상을 받았다. 너희는 없지!’ 하는 마음이었나 보다.
우리나라에서 경쟁을 피하지는 못한다.
 
그래도 똑같은 결과를 받고도 ‘내가 졌다.’가 아니라 ‘우리가 이겼다’ 하는 마음을 가지면 좋겠다.
 
어떻게 해야 이렇게 될까? 생각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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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가 이렇게 돼서~  (0) 2022.11.07
우리반 아이 셋이 제22회 대한민국 독서토론/논술대회에 참가했다.
시골 아이들에겐 이런 경험이 필요하다.
전국에서 온 아이들과 대학교에 가서 토론하는 것 말이다.
대회에서는 토론(110분)과 논술(110분)을 해야 한다.
한 달 정도 토론과 논술을 연습했다. 많이 하진 않았다.
A는 경쟁심이 많다. 외아들이다.
엄마의 도움을 받아 열심히 준비했다.
B는 동생이 둘인데 하나는 아주 어리다.
엄마가 동생 돌보느라 거의 도와주지 못했다.
C는 마음이 쓰이는 아이다. 부모가 바쁘다.
학교 버스를 놓쳐 아침에 데리러 간 적이 있다.
택시비를 내줄 테니 학교 오라고 한 적도 있다.
C는 혼자 책을 읽었다.
지난주에 결과가 나왔다.
C가 장려상을 받았다. C는 대상 도서를 3번 정도 읽었다.
C가 상을 받았다는 말을 듣고 A와 B가 반응한다.
A : 난 꼴찌 했을 거야. 틀림없이 꼴찌야!
B : 내년에는 대회 안 나갈 거야. 절대 안 가!
A는 노력했고, 자신 있었는데 상을 받지 못해서 실망했다.
B는 토론과 논술이 어려웠나 보다.
사람은 자기를 보호하려고 무언가를 한다.
A는 자기를 낮추면서 위안을 얻어 자신을 보호하려 한다.
B는 다음 대회를 회피해서 자신을 보호하려 한다.
3학년 아이들이 투정 부리며 자기를 지킨다.
“A야, 넌 꼴찌가 아냐. 상을 못 받은 것뿐이야!”
“B야, 내년에 안 나가도 돼. 올해 대회 가서 즐거웠잖아.”
아이들은 이렇게 보호받는다. 비난은 당치 않다.
아이를 보호하는 사람이 교사다.
그럼 교사는 누가 보호해주나?
사회에 사건이 생길 때마다 온갖 책임을 교사에게 떠밀기만 했지,
이제 교사들이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외친다.
참으로 오래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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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부터 졸업식 날 송사(5학년 회장이 읽는 글)와 답사(6학년 회장이 읽는 글)를 없앴다.
송사와 답사 대신 '초등학교를 졸업하며'와 '아이들을 떠나보내며'를 읽었다.
 
2011년에 나는 6학년 담임이 아니었다.
6학년 교실에 가서 한 시간 동안 글쓰기를 가르쳤다.
아이들이 선생님께 쓴 편지에서 문장을 가려내어 편지 한 장으로 만들었다.
6학년 담임선생님에게 아이들을 떠나보내는 마음을 써서 읽어달라고 했다.
 
올해는 아이들에게 <나의 성장 기록>을 쓰라고 했다.
나도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썼다.
졸업식장에서 읽은 편지를 소개한다.
 
참 착하고 맑은 아이들을 만났다.
너희는 내가 없어도 싸우지 않고 잘 놀았다. 그림 그리며 놀고, 수다 떨며 놀고, 재완이 괴롭히며 놀고, 재완이의 괴롭힘을 받으며 놀았지. 체육관과 운동장은 물론, 1층 내려가며 슬라이딩도 하고 1학년 아이들과도 놀았어. 연못 얼음 깨며 놀고 화장실 천장에 젖은 휴지를 붙이면서도 놀더구나. 너희들끼리 얼마나 잘 노는지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단다.
‘헨리 나우웬’이라는 분이 말했어. “날마다의 삶에는 놀라움이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놀라움으로 가득해. 이걸 보면 사는 게 신비로워. 날마다 새로운 걸 보고 살면 날마다 새로워지니까. 삶에서 놀라움을 찾는 능력은 어른보다 아이가 더 좋아. 그런데 이제는 아이들도 어른처럼 마음이 닫히고 눈이 어두워져서 새로움을 보지 못해.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 나와, 늘 타던 그 버스를 타고, 같은 자리에 앉아 학교에 오잖아. 늘 다니던 길로, 똑같은 발걸음으로 교실에 들어오지. 같은 친구들과 어제 앉았던 의자에 앉아, 어제와 같은 모습으로 공부해. 급식 먹으면서 늘 남기던 반찬을 남기고, 놀다가 똑같은 의자에 앉아 집에 돌아와.
너희에게 새로움을 보여주고 싶었어. 6년 내내 버스 타고 오던 길을 걸어서 등교하며 무얼 봤니? 늘 같은 높이에서 보던 삼척을 산 위에서 볼 때 어떻게 달랐어? 핸드폰 화면 들여다보고 공차고 던지며 노는 게 아니라 나무에 밧줄 매어놓은 놀이터는 어땠어? 인터넷 사이트와 영상을 보며 배우는 공부가 아니라 선생님과 이야기하며 배우는 공부는 어땠어? 학교 뒷산에 오르고,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말이 아니라 글로 생각을 표현하면서 새로움을 찾았니? 달라졌니? 새로워졌니?
세상을 새롭게 보는 눈을 가지는 건 축복이란다. 너희들이 자기만의 눈으로 바라보며 자기만의 길을 가면 좋겠어. 남들과 다른 길을 가더라도 주눅 들지 말고 재미나고 즐겁게 가면 좋겠어. 그런 길이라면 힘들고 어려워도 끝까지 갈 가치가 있을 거야.
졸업 축하한다. 그리고 응원한다. 날마다 새로움을 찾아내며 놀라운 인생을 살기 바란다.

올해는 아이들과 많이 웃으며 지냈다.
졸업식을 위해 몇 가지 준비했다.

먼저 1~6학년 담임 선생님들께 부탁해서 편지를 받았다.
예전 담임선생님 다섯 분 모두 편지를 써주셨다. 아이 이름 하나하나 불러가며.
보건교사, 전담교사, 원어민 교사도 편지를 써줬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써주신 편지를 전해주었다.

둘째, 1년 동안 찍은 사진과 1~5학년 사진 몇 장을 배경으로 졸업 축하 영상을 준비했다.
5학년 선생님이 만들어줬다.

셋째, 현재 1~5학년 아이들 사진을 배경으로 아이들이 종이에 쓰고,
몸으로 축하한다고 표현한 모습을 넣어
<꿈꾸지 않으면> 노래에 맞춰 영상을 준비했다.
4학년 선생님이 만들어줬다.

넷째, 아이들과 의논해서 각자에게 어울리는 상을 만들었다.
해맑음상, 동물사랑상, 곧은마음상, 함박웃음상, 모범리더상, 일취월장상 등
아이 사진, 상 내용, 장학금 내역을 소개하는 PPT를 만들었다. 3학년 선생님이 해줬다.
1학년은 교실 앞에 축하 현수막에 손으로 쓴 글씨를 걸었다.
2학년은 <졸업 축하합니다> 몸 글씨를 만들어 보여주었다.

다섯째, 아이들이 초등학교에서 얼마나 성장했는지 썼다.
졸업식하면서 <나의 성장 기록>을 한 사람씩 읽었다.
함박웃음 상을 받은 아이가 성장에 도움을 준 분으로 가장 먼저 할머니를 말했다.
할머니 84세(?), 아빠 58세, 엄마 30대 초반, 그리고 아이.
6학년 영상, 동생들 영상, 사진 모두 좋았지만 이 사진이 가장 마음에 든다.

내게 고맙다고 인사한 분 중 가장 허리를 깊이 숙인 분이다.
구부러진 허리를 더욱 숙여서 “선생님, 고맙습니다.” 하셨다.
아이들 성장 기록을 듣고 나도 글을 읽었다.
여덟 아이 중 다섯 아빠는 나보다 나이가 많다. 다른 세 아빠는 나와 나이가 비슷하다.
이분들은 새로움에 대한 기대가 없다.
그래도 아이들은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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