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서 방과후에 독서토론반을 운영했다.
학교를 떠나게 되었는데 아이들이 토론모임을 계속하자고 했다.
아이들과 토론하는 게 좋아서 주말에 토론반을 운영했다.
가장 오래 만난 아이는 10년 동안 나와 함께 책을 읽었다.
중간에 모임에 들어온 아이도 있었고, 내 자녀 둘도 같이 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만든 질문이 아니어서 자세하게 쓰지 못했다.
나는 질문을 기초로 설명을 더해서 물었다.
<호모데우스>를 한 장씩 이해하는 방식으로 토론했다.

Ⅰ. 인류의 새로운 의제

역사상 처음으로 너무 많이 먹어서 죽는 사람이 못 먹어서 죽는 사람보다 많고
늙어서 죽는 사람이 전염병에 걸려 죽는 사람보다 많고
자살하는 사람이 군인, 테러범, 범죄자의 손에 죽는 사람보다 많다.
21세기 초를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은
가뭄, 에볼라, 알카에다의 공격으로 죽기보다 맥도날드에서 폭식해서 죽을 확률이 훤씬 높다.

1. 인류를 괴롭힌 난제 세 가지 (요약하기)

1) 생물학적 빈곤선 :

2) 보이지 않는 함대 :

3) 정글의 법칙이 깨지다 :

-- 에이즈와 에볼라 같은 자연재해와의 싸움에서는 인류가 승기를 잡았다. 하지만 인간 자체에 내재한 위협은 어떻게 해야 할까? 생명공학은 인간이 세균과 바이러스를 격파할 수 있게 해주는 동시에 인간 자체를 전례 없는 위협으로 바꾼다. 새로운 질병을 신속하게 확인하고 치료할 수 있게 하는 도구들이 군대와 테러범의 손에 넘어가면, 훨씬 더 끔찍한 질병과 종말의 날병원균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므로 심각한 전염병이 미래의 인류를 위험에 빠뜨릴 경우의 수는 단 하나, 어떤 무자비한 이념을 위해 인류 스스로 그런 병을 창조하는 경우이다. 자연발생적인 전염병 앞에서 인류가 속수무책이던 시대는 끝난 듯하다. 하지만 우리는 오히려 그 시대를 그리워하게 될지도 모른다. (30-31)

-- 전에는 부의 원천이 금광, 밀밭, 유전 같은 물질적 자산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지식이 부의 원천이다. 유전과 밀밭은 전쟁으로 정복할 수 있지만, 지식은 그런 식으로 얻을 수 없다. 지식이 가장 중요한 경제적 자원이 되면서 전쟁의 채산성이 떨어졌고, 전쟁은 아직도 시대에 뒤떨어진 물질기반 경제를 운영하는 지역, 예컨대 중동이나 중앙아프리카에서만 일어나게 되었다. (32)

4) 결론 : 성공은 야망을 낳는다. 인류는 지금까지 이룩한 성취를 딛고 더 과감한 목표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 전례 없는 수준의 번영, 건강, 평화를 얻은 인류의 다음 목표는, 과거의 기록과 현재의 가치들을 고려할 때, 불멸, 행복, 신성이 될 것이다. 굶주림, 질병, 폭력으로 인한 사망률을 줄인 다음에 할 일은 노화와 죽음 그 자체를 극복하는 것이다. 사람들을 극도의 비참함에서 구한 다음에 할 일은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짐승 수준의 생존투쟁에서 인류를 건져 올린 다음 할 일은 인류를 신으로 업그레이드하고, ‘호모 사피엔스호모 데우스로 바꾸는 것이다. (39)

2. 인류의 난제 해결

1) 죽음의 최후 :

2) 행복할 권리 :

3. 인간의 도전

1) 지구라는 행성의 신들

2) 누군가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을까? / 없다.

첫째,

둘째.

4. 지식의 역설

5. 정리 : 잔디의 간략한 역사

6. 논의할 내용 소개 : 1막에 등장한 총

<토론>
1. 당신이라면 생산성이 높지만 불만족스럽게 사는 싱가포르인이 좋겟는가, 생산성이 높지 않지만 만족스럽게 사는 코스타리카인이 좋겠는가? (55)

2. 에피쿠로스는 행복을 최고선으로 규정할 때 제자들에게 행복해지는 것은 힘든 일이라고 경고했다. 물질적 성취만으로는 만족이 오래가지 않는다. , 명예, 쾌락을 맹목적으로 추구하면 비참해질 뿐이다. (55)

3. 행복은 객관적 조건보다 기대치에 달려있다. (58)

4. 유망해 보였던 길이 막상 가보니 막다른 길이라 해도, 다른 길들이 열려 있을 것이다. (76)

5.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데 무엇 하러 예측을 하겠는가? (87)

-- 후대에 와서 과거를 돌아보는 사람들은 파라오의 몰락과 신의 죽음을 모두 긍정적인 변화로 생각한다. 어쩌면 인본주의의 붕괴도 결국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이 본래 두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위대한 상수는 모든 것이 변한다는 사실이다. (103)

 

Ⅱ. 인류세 – 인류는 무엇 때문에 위대한가? 인간을 위대하게 만드는 건 무엇인가?

다른 동물들과 관련해서 말하자면 인간은 오래전에 신이 되었다.
우리가 이 사실에 대해 깊이 생각하기 싫어하는 이유는 
우리가 그다지 공정한 신도 자비로운 신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106)

1. 과학자들은 우리 행성의 역사를 플라이스토세, 플라이오세, 마이오세 같은 시대로 구분한다.
그런데 저자는 왜 지금 시대를 인류세라고 부르나?

1-1) 호모 사피엔스는 게임의 규칙을 어떻게 바꾸었나?

2. 애니미즘적 세계관이란 무엇인가? 예를 들어보자.

2-1) 아담과 이브 이야기를 농업혁명과 연관지어 설명하는 해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2-2) 애니미즘적 세계관과 성경적 세계관은 어떻게 다른가? 이 차이는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가?

-- 성경은 인간이 특별한 창조물이며 우리 안의 동물성을 인정하는 것은 곧 신의 권능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자신들이 실제로 파충류에서 진화했음을 알았을 때, 근대 인류는 신을 거역하고 신의 말에 더는 귀 기울이지 않았으며, 신의 존재를 더 이상 믿지 않았다. (115)

참고) 우리는 유신론적 종교들이 위대한 신들을 신성시한사실만 알고 그 종교들이 인간도 신성시했다는 사실을 쉽게 잊는다. 그전까지 호모 사피엔스는 수천 개의 배역 가운데 한 배역에 불과했으나, 새로운 유신론의 무대에서 사피엔스는 그를 중심으로 우주가 돌아가는 주인공이 되었다. (132)

3. <조상의 필요>에서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3-1) 공장식 축산은 인간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사례인가?

3-2) <농업계약> 내용을 바탕으로, 동물의 권리를 인정해야 할까?

3-3) 채식주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4. 지난 몇 십 년 동안 생물학자들은 버튼을 누르고 차를 마시는 사람 역시 알고리즘이라는 확고한 결론에 이르렀다. 사람은 자판기보다 훨씬 더 복잡한 알고리즘이지만, 그렇다 해도 알고리즘인 것은 확실하다. (123) 동의하는가?

참고) 알고리즘은 자연선택을 통해 끊임없이 품질관리를 받는다. 따라서 확률을 정확하게 계산하는 동물들만 자손을 남긴다. (125)

참고) 긴팔원숭이는 순간적으로 이런 감각, 감정, 욕망의 폭풍을 경험하는데, 이것은 단지 계산과정일 뿐이다. (125)

근대 과학과 산업이 등장하면서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두 번째 혁명이 일어났다. 인류는 농업혁명으로 동식물을 침묵시키고, 애니미즘이라는 장대한 경극을 인간과 신의 대화로 바꾸었다. 그런데 인류는 과학혁명을 통해 신도 침묵시켰다. 세계는 1인극으로 바뀌었다. 인류는 텅 빈 무대 위에 홀로 서서 혼자 말하고, 아무와도 협상하지 않고, 어떤 의무도 없는 막강한 권력을 획득했다. 물리, 화학, 생물의 무언의 법칙들을 해독한 인류는 지금 이 법칙들을 가지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고 있다. (140)

과학자들은 우리를 신으로 업그레이드할 것이다. (142)

유신론자들이 테오스를 경배하는 반면, 인본주의자들은 인간을 경배한다. 자유주의, 공산주의, 나치즘 같은 인본주의 종교들의 창립이념은 호모 사피엔스는 특별하고 신성한 본질을 지니고 있으며 우주의 모든 의미와 권위가 거기서 나온다는 것이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호모 사피엔스에게 미치는 영향에 따라 선 또는 악이 된다. (142)

 

Ⅲ. 인간의 광휘 – 인간만이 가진 광휘는 무엇인가? 영혼? 마음? 협력?

1. 전통적인 일신교의 대답 : 사피엔스만이 불멸의 영혼을 가진다.

1-1) 저자가 영혼의 존재를 어떤 방법으로 증명하는가?

참고) 따라서 영혼의 존재는 진화론과 아귀가 맞지 않는다. 진화는 변화를 뜻하며, 영원히 지속되는 실체를 생산하지 못한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지닌 것 가운데 인간의 본질에 가장 가까운 것은 유전자이고, 유전자 분자는 영원한 것이 존재하는 곳이 아니라 돌연변이의 운반체이다. 이런 사실은 영혼을 포기하느니 차라리 진화론을 거부할 수많은 사람들에게 끔찍한 일이다.(152)

1-2) 영혼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2. 인간만이 의식적 마음을 갖고 있다.

참고) 최고의 과학자들도 마음과 의식의 수수께끼를 풀기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 과학의 멋진 점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과학자들이 어떤 것을 알지 못할 때 온갖 종류의 이론과 추측을 시도해볼 수 있고, 그러고도 결국에는 모른다고 시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158)

2-2) 인간만이 마음과 의식을 갖는다고 생각하는가?

2-3) 동물들이 마음을 갖고 있을까?

3-1) 쥐 실험

3-2) 침팬지 실험

3-3)

3. 인간만이 협력(소통)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우리의 믿음도 백 년 뒤 우리 후손들에게는 똑같이 이해할 수 없는 소리로 들릴지도 모른다. (212)

-- 우리가 미래를 이해하고 싶다면, 게놈을 해독하고 통계수치를 처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는 세계에 의미를 부여하는 허구들도 해독해야 한다. (216)

 

Ⅲ. 제2부. 호모 사피엔스 세계에 의미를 부여하다.

4. 스토리텔러

1. 인간이 상상의 실체에게 능력을 부여하게 된 과정을 설명해보자.

1) 고대의 사례와 현재의 사례

1-1) 고대와 현재 사례의 공통점과 차이점

1-2) 문자와 돈이 상상의 실체를 현실화하는데 끼친 영향

2. 상상의 실체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사례들 (종이 위의 삶)

3. 저자는 텍스트가 실제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하며 몇 가지 사례를 든다. 무엇일까?

3-1) 반대 사례가 있을까?

3-2) 텍스트가 중요할까, 실제가 중요할까?

4. 245쪽 석기시대 패키지, 현대 프롤레타리아 패키지 중에서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5. 4장에서 저자가 말하려는 바는 무엇일까?


5
. 뜻밖의 한 쌍 (주관적 신화와 객관적 과학 지식)

1. 인간이 세계에 의미를 부여하는데 있어서 종교와 과학의 역할은 무엇인가?

1-1) 종교의 주장(251-255)을 정리해보자. 동의하는가, 반대하는가?

1-2) 영적 여행이란 무엇일까?

1-3) 영적 여행이 왜 비극일까?

1-4) 윤리적 판단과 사실적 진실은 양립 가능할까?

2. 과학과 종교가 양립할 수 있을까?

 

6. 근대의 계약

1. 저자가 주장하는 근대의 계약이 무엇인가?

1-1) 근대의 계약이 발전한 과정을 설명해보자. (은행가와 흡혈박쥐, 기적의 파이)

1-2) 세계의 크기를 고정된 파이로 보는 세계관, 파이의 크기가 바뀐다고 보는 세계관은 어떤 차이점을 일으킬까?

1-3) 인간이 만든 세계는 끝없이 성장할까?

2. 성장이 인간에게 계속 의미를 부여할까?


7
, 인본주의 혁명

1. 근대 사회와 현재의 차이를 인본주의와 신본주의 관점에서 찾아보자.

과거에는 장대한 우주적 계획이 인가의 삶에 의미를 부여했다면, 인본주의는 역할을 뒤집어 인간의 경험이 우주에 의미를 부여하도록 한다.인본주의에 따르면, 인간은 내적 경험에서 인생의 의미뿐 아니라 우주 전체의 의미를 끌어내야 한다. 무의미한 세계를 위해 의미를 창조해라. 이것이 인본주의가 우리에게 내린 제1계명이다. (307)

신은 의미뿐 아니라 권위의 원천이기도 했다. (308)

수백 년 동안 인본주의는 우리가 의미의 최종 원천이고 그러므로 우리의 자유의지가 최고의 권위라고 설파해왔다. 어떤 외적 실체가 뭐가 뭔지 알려줄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자신의 느낌과 욕망에 의지하면 된다. (309)

중세의 신부들이 핫라인을 통해 신과 연락해 우리가 한 일이 선인지 악인지 구별할 수 있었다면, 현대의 심리치료사들은 우리가 우리 자신의 내적 감정과 직접 연락하도록 도울 뿐이다. (311)

윤리학에서 인본주의의 모토는 좋게 느껴지면 해라이다. 정치학에서 인본주의는 유권자가 가장 잘 안다고 가르친다. 미학에서 인본주의는 아름다움은 보는 이의 눈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319)

만일 누군가가 고객들이 잘못된 선택을 할 수도 있다고 이의를 제기한다면, 주변 사람들이 그 사람에게 고객은 항상 옳고 인간의 감정이 모든 의미와 권위의 원천임을 상기시켜줄 것이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그 회사의 제품을 자유의지로 선택한다면, 당신이 뭔데 그들에게 틀렸다고 말하겠는가? (322)

권위의 원천은 나 자신의 감정이다. 그래서 나는 신을 믿는다고 말할 때조차 사실은 내 내면의 목소리를 믿는 것이다. (326)

1-1) 결혼제도

1-2) 윤리

1-3) 정치

1-4) 미학

1-5) 교육제도

1-6)예술

1-7) 전쟁

2. 아무도 해치지 않는다면 문제될 것이 있을까?(313) / 이 명제는 문제가 없을까?

3. 지식=성경×논리, 지식 = 경험적 데이터×수학, 지식=경험×감수성 중에서 어떤 것이 진짜 지식으로 선택하겠나?

4. 인본주의가 분열되어 정통파, 사회주의적 인본주의, 진화론적 인본주의로 나뉘었다. 각 무리의 주장과 핵심 내용을 정리해보자.

4-1) 정통파(자유 인본주의 또는 자유주의) : (342-347)

4-2) 사회주의적 인본주의 : 348-350

4-3) 진화론적 인본주의 : 350-356

4-4) 위의 견해 중에 어떤 견해가 마음에 드는가?

5. 20세기에 인본주의의 세 파가 살벌한 종교전쟁을 벌였다. 이들의 전쟁에 따른 인본주의의 흐름을 정리해보자.

6. 저자는 종교의 미래가 어둡다고 주장한다. 동의하는가?

가톨릭교회와 여타 유신론 종교들은 창조하는 힘에서 반응하는 힘으로 바뀐 지 오래이다. 이들은 새로운 기술, 혁식적 경제, 획기적인 사회사상 들을 창조하기보다 버티기 작전을 쓰기 바쁘다. 다른 세력들이 퍼뜨리는 기술, 방법, 사상 들에 대해 번민하는 것이 요즘 이들의 주된 일과이다. (380)


7.
인본주의의 미래는 밝을까, 어두울까?

고객과 유전자가 실은 자유의지로 선택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가 깨닫는 순간, 그리고 우리가 그들의 감정을 계산하고 설계하고 훤히 꿰뚫는 기술을 가지는 순간 어떤 일이 일어날까? 만일 우주 전체가 인간 경험에 묶여 있는데, 인간 경험이 슈퍼마켓의 다른 물건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설계 가능한 제품이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382)


3부. 호모 사피엔스 지배력을 잃다.

8. 실험실의 시한폭탄

1. 인간에게는 자유의지가 있을까?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다는 것은 윤리적 판단이 아니다. 그것은 세계에 대한 사실적 진술이다.이른바 이 사실적 진술은 존 로크, 장 자크 루소, 토머스 제퍼슨 시대에는 타당한 말처럼 들렸지만, 생명과학의 최신 연구결과들과는 잘 맞지 않는다. (387)

이 소망들 가운데 그 어떤 것도 내 선택이 아니다. 내가 특정한 소망을 느기는 것은 내 뇌에서 일어나는 생화학적 과정들이 그런 느낌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들은 결정론적이거나 무작위적일 뿐 자유의지에 의한 것이 아니다. (390)

이야기하는 자아는 과거의 고통이 무의미했음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미래에도 계속 고통을 겪는 쪽을 택한다. 내 이야기하는 자아가 지난날의 실수를 인정하려고 할 경우, 줄거리에 반전을 괴해 실수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417)

1-1) 로봇 쥐 실험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1-2) 전기 자극을 일으키는 헬멧 실험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1-3) 뇌전증 환자의 좌뇌와 우뇌 연결을 끊은 실험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1-4) 오른손과 왼손을 따로 인식하는지 확인하는 실험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1-5) 경험하는 자아와 이야기하는 자아에 대한 저자의 설명에 동의하는가?

기타) 기왕 하는 거,(411-417)

지난해가 힘들었기 때문일까? 이번 방학에는 책만 읽었다. 글을 쓰지 못했다. 초등 전 학년 국어지도서 보며 몇 가지 정리한 일 외엔 쉬기만 했다. 방학이면 늘 글 쓰고, 다음 해 아이들 만날 생각하며 바쁘게 살았는데 올해는 그저 쉬었다. 내 생애 이런 방학은 처음이다.

6학년을 맡았다. 교육과정, 진도표, 시수표, 주간학습안내 다 준비했다. 평소에는 아이들과 하고 싶은 계획을 세웠는데 올해는 업무만 했다. 필요한 서류 끝내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특히 아이들과 무얼 할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훌훌을 읽으면서 예전의 나를 찾은 것 같다. 편부모 가정, 조손가정, 다문화가정 등의 이름으로 뭔가 부족한 아이일 거라고 이름 붙인 아이들이 생각났다. 부모가 다 있는데도 아픔과 고통을 훌훌 털어버리고 싶어 했던 아이도 생각났다. 그 아이들 마음을 읽고, 감추어둔 마음을 찾아내어 훌훌 털어버리게 하려고 노력했던 날들이 생각났다.

마음을 살피려고 노력하면서 아이 마음을 읽는 능력이 생겼다. 훌훌에서 연우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보였다. 유리와 세윤이의 태도가 이해되었다. 엄마 서정희 씨가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왜 자신을 더 아프게 했는지 안다. 훌훌에는 모두를 품는, 사랑이 아주 많은 사람은 나오지 않는다. 유리는 연우에게 화를 내며 때렸다. 로봇처럼 차가웠던 할아버지는 폭발했다. 고향숙 선생님은 두 학생의 시비에 평정심을 잃었다. 세윤이는 갑자기 침묵했고 유리는 살던 곳에서 떠날 생각만 했다. 그런데 상처받은 사람들이, 서로 조금씩 손을 내밀고, 마음을 나누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간다. 이 과정이 참 자연스러웠다.

나와 메일을 주고받는 후배가 있다. 힘들다고 메일을 보내면 답을 보내주었다. 며칠 전에 입양은 생각해봤어?” 묻고 싶었다. 훌훌은 입양을 다룬 책이다. 같은 동네에서 사는 친구가 아이를 입양한 지 10년쯤 되었다. 입양한 아이와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다른 분도 안다. 그러나 후배에게 입양을 생각해보라고 말하지 못했다. 내 말이 후배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혈통주의가 강하다. 작가가 어떻게 훌훌을 생각했는지 궁금하다.

나는 작가를 안다. 작가가 쓴 글을 오랫동안 읽었다. 처음에 글 쓴다 했을 때 말리고 싶었다. 상상하는 힘이 뛰어났지만, 부족함도 많았다. 아이가 글을 쓴다면 단점을 극복하겠지만, 어른은 쉽지 않다. 더구나 소설은 정말 만만찮다. 훌훌을 읽으며 이제 문경민 작가 글 읽고 뭔가 도와주겠다는 생각은 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예전에 초안을 읽었는데 훌훌은 그때 글과 견주기 어려울 정도였다.

어떻게 이런 글을 썼냐?” 하면 , ~” 하며 뭐라뭐라 할 텐데 그 말이 들리는 것 같다. 이 책 참 좋다.

 

 

코로나 19 대응에 대해 사람들이 두 가지 태도를 보인다. 조심하거나 무시하거나. 우리나라는 조심하는 편이다. 다닌 곳을 확인하기 위해 핸드폰 위치추적을 해도 반발하지 않는다. 개인정보를 빼간다고 보는 시선보다 코로나를 막는다는 생각이 크다. 코로나 확진자가 생기면, 다닌 곳을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CCTV를 설치해달라고 민원을 넣고, 공공와이파이 인프라를 확대하려 한다. 개인정보가 함부로 유통되는 위험보다 편리함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리나라와 반대 시각을 가진 곳도 많다. 다수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소수의 개인정보를 확인하면 안 된다고 한다. 심지어 버젓이 마스크를 거부하는 곳도 있다. 개인의 자유를 위해 전국민 집단면역을 시도하기도 한다. 그들은 개인의 자유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리는 그들을 미련하다 하고, 그들 역시 우리를 똑같이 본다. 서로에 대해 말도 안 된다고 무시해봐야 소용없다. 학생들은 지금 결정한 결과를 살아내야 한다. 학생들과 함께 토론하면 어떨까?

양날의 검

2013년 미국 텍사스주의 존 제이 고등학교는 무선 인식 시스템을 도입했다. 출석 체크, 매점 이용, 특별 행사 입장권, 도서 대출이 가능한 전자학생증을 발급했다. 전자칩이 내장된 전자학생증을 쓰면 여러모로 편리하다. 그런데 앤드리아 에르난데스는 전자학생증을 거부했다. 이로 인해 정학을 받자 앤드리아의 부모님이 학교를 고소했다. 학교는 전자칩을 뺀 학생증을 제안했다. 앤드리아는 미지의 시선이 자신을 뒤쫓는다고 생각해서 이마저 거부했다. 재판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까? 여러분이 판사라면 어떻게 결정할까?

과거에는 학생증을 거부하는 사람이 없었다. 대부분 비슷하게 선택했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도 쉬웠다. 선과 악 사이의 결정, 지혜로움과 무지함 사이의 단순한 결정이 많았다. 지금은 다르다. 시간이 흐를수록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렵다. 선과 악 중 하나를 고르는 선택이 아니라 견해들 사이에서 하나를 골라야 한다. 이렇게 선택하면 저쪽에서 반대하고, 저쪽을 고르면 이쪽의 반박을 받는다. 고민하기 싫어 문제를 놓아버리면 다른 사람의 결정에 끌려다녀야 한다.

기술을 선택하면 인간다움이 흔들린다. CCTV를 많이 설치하면 범죄가 줄어들지만 사생활이 침해를 받는다. 인형에 부착된 마이크가 도청기로 이용될 수도 있다. 소셜 미디어가 관계를 이어주고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지만 사이버 폭력에 노출될 위험도 있다. 쇼핑하면서 남긴 정보도 기업이나 해커에게 이용당한다. 조심해야 할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할까?

내 휴대폰 속의 슈퍼스파이139쪽으로 짧고 재미있다. 이미지를 알맞게 넣어 학생들이 편안하게 생각하겠다. 쉽게 접근하면서도 지금 우리가 당면한 문제, 학생들이 점점 심각하게 부딪칠 문제를 담았다. 학생들은 스마트한 만큼 오싹해진다는 부제를 살아내야 한다. 함께 토론하면 좋을 책이다.

 

화장실 벽에 쓴 낙서 (줄리아 월튼, 310) / 2학년 이상

지난해부터 양철북 출판사에서 청소년 문학 책을 내기 시작했다. 첫 번째 그리고 바람이 불었다는 아버지를 칼로 찌른 소녀 이야기, 두 번째 기차를 기다리는 소년은 기차 역에서 오지 않는 아빠를 기다리는 소년 이야기, 화장실 벽에 쓴 낙서는 조현병을 앓는 소년 이야기다. 화장실 벽에 쓴 낙서그리고 바람이 불었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썼다. 처음 두 책은 스페인에서 인정받았고, 화장실 벽에 쓴 낙서는 미국도서관협회 최고의 청소년 소설로 선정되었다.

조현병 환자가 큰 사고를 일으켰다는 소식이 가끔 들린다. 조용히 지내는 환자 이야기는 뉴스에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조현병 환자가 모두 정신병자라고 생각한다. 애덤은 조현병 환자다. 환상을 보고 환청을 듣는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진 않지만, 이상행동을 해서 놀라게 한다. 그래서 상담하며 임상 시험약을 먹는다.

책은 상담 과정을 기록한 내용으로 이루어졌다. 조현병을 앓는 애덤이 주인공이지만, 내용은 청소년들의 관계를 다룬다. 친구 관계, 이성 교재, 부모와의 관계로 고민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조현병의 특징이 조금씩 드러나는 것 외에는 '괜찮은 청소년 문학 작품'으로 봐도 된다. 애덤이 자신의 병에 대해 고민하며, 조현병 때문에 친구 관계를 의식해야 하는 과정이 드러나서 더 흥미롭다. 전개 방식과 문체도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담담하게 표현하되, 문장이 짧아서 좋다.

애덤이 자기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저자가 조현병을 설명한다.
자기 자신을 믿을 수 없다는 건 아주 기이한 현실이에요.딛거나 기댈 것이 없죠.
혼자 있어도 결코 혼자라고 느낄 수 없는 심정을요.

양철북 청소년 문학은 우리나라에서 잘 다루지 않은 주제를 다룬다. 아빠를 칼로 찌른 딸, 조현병을 앓는 아들, 돌아오지 않는 아빠를 기다리는 이야기로는 책이 많이 팔릴 것 같지 않다. 그래도 참 좋은 책이다. 진지하게 토론하면 좋을 책이다.

 

 
책 소개합니다.
『너도 하늘말나리야』, 『소희의 방』, 『숨은 길 찾기』
세 권은 시리즈이다. 세 권 모두 열흘 전에 개정판이 나왔다.
 
즐겁고 쿨하게 사는 사람, 진지하게 고민하며 사는 사람이 있다.
둘은 읽는 책, 표현 방식, 생활 태도가 많이 다르다.
나는 진지하게 고민하며 사는 쪽이다.
 
20대에는 재미 위주로 살았는데, 실수를 참 많이 했다.
40대가 되면서 의미 쪽으로 기울었고, 아이들 마음을 살폈다.
꽤 재미나게 지냈는데 올해는 눈높이가 맞지 않는 아이들을 만났다.
성향이 다른 아이들 마음을 여는 게 참 힘들다.
 
소개하는 책의 주인공 소희, 미르, 바우는 마음을 닫았다.
바우는 엄마가 돌아가신 충격에 마음을 닫고 선택적함묵증이 생겼다.
미르는 부모가 이혼하고 엄마 따라 시골에 왔다.
- 아빠가 엄마와 자기를 버린 것도, 시골에 내려온 것도 다 싫어한다.
소희는 할머니와 산다. 아빠가 죽고 엄마가 재혼했기 때문이다.
-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에는 친척 집에 갔다가 엄마에게 돌아간다.
 
내가 세 아이를 만났다면 함께 글을 썼을 것 같다.
바우와 소희는 어렵지 않았을 것 같고 미르는 좀 어려웠을 것 같다.
우리반 아이들은 돈, 게임, 편안한 삶을 찾는다.
기분 나쁘면 그 자리에서 내뱉는다.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다.
관계가 힘들 때 견디고 넘어서는 과정을 알려주고 싶은데
지금 당장 편하게 사는 것만 생각한다.
몇 년 뒤에 아이들이 관계 때문에 힘들어할 것이다.
 
세 아이가 겪은 새가족과의 관계로는 고민하지 않겠지만
진로 문제, 이성 문제, 부모와의 생각 차이로는 고민할 것이다.
그때 곁에서 미르, 소희, 바우를 기억하며 도와주고 싶다.
그러나 그때는 아이들 곁에 다른 선생님이 있을 것이다.
중고등학교 선생님들이 이런 책을 읽으며 도와주면 좋겠다.
 
부모들이 이런 책을 읽으며 아이 마음을 들여다보면 좋겠다.
『소희의 방』은 서울로 간 소희가 엄마와 함께 새아빠, 처음 보는 동생 둘과 낯선 곳에서 사는 이야기다. 『숨은 길 찾기』는 달밭마을에 남은 미르와 바우가 자신의 앞날을 고민하며 진로를 찾는 과정을 담았다. 또한 가정을 이루어가는 이야기와 중학생들의 사랑도 같이 담았다. 『너도 하늘말나리야』도 좋았지만 중학생들에겐 『소희의 방』과 『숨은 길 찾기』가 더 좋겠다. 진로에 대한 고민, 부모와의 관계, 가정의 의미를 생각하기에 좋은 책이다.

중고등학생(과 그들을 가르치는 분)을 위한 책 두 권 소개합니다.

1. 『앤의 오두막으로 오세요』 (이남석, 247쪽)

이남석 작가는 청소년 진로 관련 책을 쓰는 작가다. 몇 권 읽었는데 다 좋았다. 이번 책은 <앤의 오두막>이라는 특별한 곳에서 학생들이 고민을 해결하는 과정을 소설 형식으로 알려준다. 스킨십과 자위행위부터 자해와 무기력, 상처와 두려움, 감정 다루기, 인간관계까지 중고등학생이 고민할 내용을 솔직담백하게 알려준다. 단순히 고민 해결 방법을 알려주는 수준을 넘어, 고민하던 학생이 친구의 고민을 들어주고 함께 해결하는 과정을 담았다. 특히 <앤의 오두막>이 도시를 건강하게 바꿔가는 복합문화공간의 역할을 하는 모습까지 담았다. 작가가 이런 공간을 꿈꾼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으면서 『토요일의 심리클럽』이 생각났다.

2.『기차를 기다리는 소년』 (다니엘 에르난데스 참베르, 83쪽)

기예르모는 말이 없는 소년이다. 기차역에서 아빠를 기다린다. 이사벨은 아빠가 우편물을 가지러 기차역에 갈 때 따라갔다가 기예르모를 본다. 말하지 않는 친구 기예르모는 누굴 기다릴까? 이사벨이 우표 이야기를 하며 기예르모에게 다가간다. 기예르모가 마음을 열기 시작할 때 친구들이 기예르모를 괴롭힌다. 80쪽밖에 안 되는 짧은 소설에 가족과 친구 이야기를 담았다. 『앤의 오두막으로 오세요』 는 직접 알려주는 방식이고, 『기차를 기다리는 소년』은 은근히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중학생들과 수업하면 좋을 거라 생각한다. 양철북 출판사에서 나온 책은 따뜻하다.


지금까지 읽었던 진로 관련 책 더 소개합니다.

1. 이남석 작가의 책

가. 뭘 해도 괜찮아 (이남석, 사계절) / 중등 진로소설
성적과 경쟁이라는 쳇바퀴에 갇힌 학생들은 미래를 성적으로 판가름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보라거나 자기만의 계획을 가지라는 말이 신기루처럼 여겨지는 입시 체제에서 정말 뭘 해도 괜찮은지 대답해준다.
나. 이대로 어른이 되어도 괜찮을까요? (이남석, 172쪽) / 청소년 상담, 진로
이남석 작가는 청소년을 위한 글을 쓴다. 이번 책도 좋다. 청소년이 고민하는 질문을 골라 답을 한다. 자신이 누군지 몰라, 앞으로 어떤 길을 가야 할지 몰라 외모, 진로, 공부, 가족, 친구로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대답한다. 학생의 감정을 잘 알고, 논리에 맞게 대답하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말한다.
 
2. 여러 사람을 소개하거나 여러 사람이 쓴 책
가. 21세기 청소년 인문학 (김고연주 외, 267쪽+267쪽) / 중고등
청소년에게 좋은 말을 해주고 싶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사람들을 모았다. 전문 분야가 다른 14명(2권에서는 15명)이 각자 걸어온 길을 이야기한다. 학자, PD, 번역가, 수학자, 과학자, 엔지니어, 디자이너 … 젠더 자문관(청소년 성매매 관련 글을 쓴 분)이 쓴 글을 모았다. 1권은 진로를 안내하는 책 같고 2권은 인문학 책 색깔이 강하다. 무엇보다 이 시대를 잘 이해하고 그에 맞는 길을 가라는 안내서이다. 청소년이 단번에 읽을 글도 있고, 힘겹게 읽을 글도 있다.
 
나. 꿈꾸는 십대를 위한 직업 멘토 (박소정, 232쪽) / 초 6 이상, 진로, 위인
자기 일을 기뻐하며 최선을 다하는 14명을 소개하며 어떻게 그 일을 하게 되었는지 알려준다. 힐러리 클린턴, 마크 저커버그 외에 모두 우리나라 사람이다. 아덴만의 여명 작전에서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을 수술한 이국종 의사를 비롯해서 작곡가, 국제공무원, 항공기조종사, 지구물리학자, 사회적 기업가(공부의 신 김성태), 건축가 등을 소개한다. 실제 인물의 이야기를 들으며 진로에 대해 알아보는 좋은 책이다.
 
3. 기타
가. 소녀, 적정기술을 탐하다. (조승연, 190쪽) / 중학생 이상
중앙기독중학교에서 적정기술에 마음을 빼앗긴 조승연 학생이 적정기술을 소개하는 이야기, 진로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썼다. 가난하고 어려운 형편에서 살아가는 이웃을 위한 나눔기술, 섬김기술인 적정기술을 소개하는 부분도 좋지만 중학생이 진로를 찾아 교수님께 메일을 보내고, 몽고까지 찾아가며 좌충우돌 발로 뛰는 모습이 더 좋았다.
 
나. 십대를 위한 진로 콘서트 (권순이, 오홍빈, 은혜정, 꿈결) / 중등 이상
가볍고 읽기 편하며, 진로에 대한 고민을 잘 담았다. 자기가 누구인지 알고, 무얼 하고 싶은지 찾고, 어떻게 이루는지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나아가라고 권한다.
다. 공학자의 시간 여행 (서승우, 191쪽) / 중 1 이상
공학자가 하는 일을 시간 여행하는 이야기로 소개한다. 자율주행자동차를 중심에 두고 공학과 인간의 관계를 설명한다. 청소년 진로, 로봇과 인간의 공존, 인공지능에 대해 알고 싶은 분에게 추천한다.
 
4. 교사를 위한 책
MBTI 활동을 통해 사회 속 나의 역할을 생각하는 진로 수업 (이보경, 223쪽)

색다른 진로 책을 만났다. 진로는 개인의 미래를 찾아주는 일이다. ‘미래’나 ‘찾다’에 초점을 둔 책이 많은데 이 책은 ‘개인’에 초점을 둔다. 『뛰어라 메뚜기』라는 책으로 자의식을 탐구한 수업을 소개하며 책을 시작한다. 이어서 독서 토론 수업을 소개하는데 ‘이 분, 독서에도 전문가구나!’ 감탄했다. 이제 진로교육이 왜 필요한지 설명하고, MBTI를 아이들에게 소개한 수업을 소개한다. MBTI 대표 유형으로 진로 유형을 나누고, 각 유형의 강점과 단점을 알아간다. 마지막 장 제목은 <공동체를 생각하는 진로 설계>이다.

강원도 동해 지역 초등학교에 근무하면서 독서 토론반을 했다. 1학기가 끝나갈 즈음 6학년 여학생이 전학 왔다. 5년 반 동안 동해의 북쪽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다니다가 마지막 한 학기를 남겨두고 남쪽에 있는 우리 학교로 왔다. 북쪽에 있는 학교에 다니면 실력이 낮다고 알려진 중학교에 가야 한다. 괜찮다고 알려진 중학교에 가기 위해 그동안 사귄 친구를 떠나 낯선 곳으로 왔다.

우리 학교에 오자마자 기말고사에서 월등한 점수로 1등을 했다. 말수가 적었다. 시간 날 때마다 공부를 했고 교육청 영재교실에 다녔다. 2학기에 독서 토론반에 들어왔을 때 공부만 하는 아이라고 생각했다. 열심히 듣지만 말은 잘 하지 않아서 원래 말수가 적은 아이구나!’ 생각했다. 1940년 열두 살 동규를 토론하면서 동규처럼 외로운 적이 있는지 물었다. 외로움을 말하는 도중에 1등 한 아이에게 물었다.

넌 어때?”

사람들이 공부 잘한다고……

첫 마디도 끝내지 못하고 울었다. 나도, 아이들도 깜짝 놀랐다. 아무 말 없이 공부만 하는 아이가 주위의 기대를 부담스러워 하며 고민하는 줄은 상상도 못했다. 독서토론 끝나고 아이에게 친구가 생겼다. 외로워 힘들어하는 다른 아이와 함께 이야기하며 걸어갔다.

학교에서 독서반을 하던 학생들이 졸업하고 나서 계속 토론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일요일에 중고등 독서 토론반을 시작했다. 딸들의 제국을 토론할 때 몇 년 동안 독서반에 꾸준히 나온 학생이 전교 2등이라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학생이 공부를 잘하는지 처음 알았다.

! 너 공부 잘하는구나. 그런데 2등이 좋다니 무슨 말이야?”

“1등은 부담스러워요. 힘든 자리예요. 2등이 더 좋아요.”

몇 년 뒤에 전교 1등하는 다른 고등학생이 독서반에 왔다. 2가 되더니 공부하기 싫다고 한다. 그냥 짜증나고 싫다고 한다. 엄마가 공부하라고 하는데 그 말을 들으면 더 하기 싫어진다고 위로를 구한다. 이 학생은 고등학생이 되면서 독서반에 들어왔다. 엄마가 논술에 도움이 된다고 보낸 모양이다. 다른 학생들이 의견을 말할 때 학생은 정답을 찾으려 했다. 1년 반쯤 지난 뒤에 갑자기 공부하기 힘들다고 한다. 이 말을 듣고 독서반에 오래 다닌 학생들이

그거 독서반 때문이야. 여기 오면 생각을 해야 돼. 왜 공부하는지 생각하면 암기만 하는 공부가 힘들어져! 너 이제 큰 일 났다.” 하며 웃었다.

무조건 달리기만 하면 안 된다.

대한민국 학생들은 대학을 향해 달린다. 성적이라는 줄에 옭아 매여 옴짝달싹 못하고 앞만 보고 달린다. 처음에는 고등학교 3년만 아무 생각하지 말고 달리자.” 하더니 좋은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중학교 3년도 달리라고 시킨다. 좋은 중학교에 들어가려면 초등학교 6년도 달려야 하고, 결국 유치원 때부터 달려야 한다. 동화작가인 배유안이 앞만 보고 달리는 학생들에게 스프링 벅이라는 책으로 묻는다.

아프리카에 사는 스프링벅이라는 양 이야기 아니?”

스프링벅이 평소에는 작은 무리로 평화롭게 지낸다. 계속 작은 무리로 지내면 평화가 유지된다. 그러나 풀을 뜯다가 큰 무리가 되면 이상한 행동습성을 보인다. 무리가 커지면 뒤쪽에서 따라가는 양들이 뜯어 먹을 풀이 없어진다. 그러면 앞으로 나아가서 풀을 뜯으려 한다. 다른 양들이 풀을 다 뜯기 전에 먼저 풀을 먹으려 한다. 무리가 움직이면 앞서 가는 양과 뒤처지는 양이 반드시 생긴다.

뒤처진 양들이 앞으로 가려하고, 앞선 양들이 뒤처지지 않으려고 하면 무리에 이상한 기운이 감돈다. 무리 전체의 속도가 서서히 빨라진다. 앞에 있는 양, 뒤처진 양 할 것 없이 모든 양들이 앞서 가려고 뛴다. 뛰는 속도가 기준을 넘으면 풀을 뜯어 먹겠다는 생각을 잊고 오로지 다른 양보다 앞서려고 한다. 한번 뛰기 시작한 수천 마리의 양은 멈추지 못한다. 전체 무리를 멈춰 세울 만한 장애물을 만날 때까지 계속 뛰기만 한다.

계속 뛰어. 계속. 여기가 어딘지도 몰라. 풀 같은 건 생각지도 않아. 그냥 뛰어야 해.(47)”

우리 아이들 이야기이다. 힘들고 지쳐 쉬고 싶어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대한민국의 아이들이 바로 스프링 벅이다. 앞서 가는 양은 따라잡히지 않으려고 발버둥치고, 뒤따르는 양은 앞으로 치고 나가려고 발버둥치는 이상한 경쟁에 떠밀려 날마다 열두 시간 넘게 의자에 앉아 문제만 푸는 아이들.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면서 무얼 하고 싶을까? 뚜렷한 목표라도 있으면 다행이다. 학생들은

공부 잘해?”

그 성적으로 대학 가겠어?”는 당연하고

넌 꿈이 뭐야?”도 듣기 싫어한다. 학생들이 꿈을 꾸지 않는다. 꿈이 없어서 부모가 시키는 꿈을 쫓아간다. 돈 많이 벌기만 하면 꿈같은 건 없어도 된다고 한다. 꿈이 없는데도 자기소개서에는 이 꿈을 이루기 위해 이러저러하게 노력했다고 쓴다.

강원도 시골 학생들이 도움 받을 곳이 없어 나한테 자기소개서를 갖고 왔다. 독서반 학생을 빼고 모두 그냥 열심히 했다고, 뽑아만 주면 열심히 하겠다고 썼다. 어떤 꿈을 꾸고, 꿈을 이루기 위해 무얼 했느냐 물으니 그런 거 없다고 한다. 그냥 시키는 대로 공부만 했다고 대답한다. 안타깝다. 학생들은 왜 꿈을 꾸지 못했을까?

 

경쟁에서 이기려고만 하지 말고 자기 이유를 찾아라.

경쟁에서 이기려고 쉼 없이 달리면 꿈을 꾸기 어렵다. 다른 사람보다 앞서려는 목적으로 앞만 보고 달리면 꿈이 보이지 않는다. 꿈을 꾸려면 쉬어야 한다. 잠에 깊이 빠져들면 꿈을 꾼다. 쉬면서 자신이 누구인지 생각해야 한다. 무얼 할 때 기쁜지, 무엇에 가슴이 뛰는지 알아야 꿈을 꾼다. 앞서 간다고 꿈에 한 발 가까이 가는 건 아니다.

독서반 학생들은 꿈을 이루려고 노력한다. 독서, 토론과 거리가 먼 꿈을 꾸면서도 일요일 아침마다 독서반에 나온다. 친구들이 문제를 풀 동안 책을 읽고 생각을 가다듬어 글을 썼다. 왜 사는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이곳에서 자신이 무얼 할 수 있는지 토론했다. 친구들이 스프링 벅 무리에 섞여 앞만 보고 달리는 동안 왜 뛰어야 할까? 뛰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어디로 방향을 바꾸어야 할까? 지식이 아니라 지혜를 추구하면 어떨까?’를 고민했다.

내 딸이 고등학생이 되고 모의고사를 봤다. 전국에 있는 고1 학생들을 열 개의 등급으로 나눠 과목별로 몇 등급인지 적어놓았다. 모의고사 끝난 뒤에는 중간고사가 다가왔다. 마음이 점점 복잡해졌다. 지금까지는 시험 기간에 편히 쉬며 놀았다. 그런데 이젠 그럴 수 없다. 좋은 대학에 가려면 친구를 이겨야 한다. 자유롭게 살아온 새를 새장에 가두고 “3년 동안은 어쩔 수 없다. 지금까지 부르던 노래 그만 두고 새로운 노래를 부르도록 연습하자.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참아야 한다.” 라고 말해야 할까 고민하는 처지가 되었다.

아이를 닦달하며 공부시키는 건 내 가치를 거스르는 행동이다. 지금까지 아이와 함께 추억을 쌓고 생각을 나누며 살아온 과정을 뒤집어야 한다. 대학이라는 필요는 아이를 기르면서 유지한 가치를 무시하고 내가 싫어하는 길을 가라고 강요한다. 한 번도 억지로 공부를 시키지 않았는데 이제부터는 공부해야 한다고 말하며, 아이가 공부하기 원하는 대한민국의 학부모가 되었다.

딸은 자기 속도로 공부하기 원했다. 친구들을 한 줄로 세우고 더 좋은 등급을 받기 위해 공부하는 건 싫다고 했다. 모의고사는 학교 석차를 알려주지 않아서 그나마 편안했지만 중간고사, 기말고사는 힘들어했다. 그래서 아이가 공부하기를 원하면서도 겉으로는 괜찮은 척, 공부 적당히 하라고 말했다. 시험 잘 치라고 스트레스 주지 않았지만 아이는 시험이라는 말만 들어도 싫어했다. 친구를 이겨야 하는 시험이라니~

뛰어, 뛰어. 정신없이 뛰어.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해안 절벽에 다다르면…… , 절벽! 하지만 못 서지. 수천 마리의 양 떼는 굉장한 속도로 달려왔기 때문에 앞에 바다가 나타났다고 해서 곧바로 멈출 수가 없는 거야. 가속도, 알지? 설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모두 바다에 뛰어들게 되는 거지. 그렇게 해서 한 번에 수천 마리의 양이 익사하는 사태도 발생한다니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 아니니?(47-48)”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계속 꿈을 꾼다. 어제는 요리사가 되겠다던 아이가 오늘은 기술자가 되고 싶다고 한다. 농부, 선생님, 디자이너도 넘본다. 계속 꿈을 꾸는 게 귀엽고 멋지다. 얘들은 운동장에서 실컷 뛰고 나면 또 새로운 꿈을 꾼다. 경쟁하지 말고 누군 천천히, 누군 빨리, 자기만의 속도로 꿈을 꾸며 제 길을 걸어가면 좋겠다. 꿈이 계속 바뀌는 초등학생을 응원한다. 방황하는 중학생, 지친 고등학생도 응원한다. 모두 함께 쉬고 이야기하며 천천히 꿈을 꾸는 날을 기대한다.

1주일에 한 번씩, 학교 밖에서 책 좋아하는 중학생들과 독서반을 합니다. 책 한 권을 90분씩 4, 6시간 동안 나눕니다. 내용을 파악하고 토론하고 글을 씁니다. 깊이 읽고 곱씹어 진한 맛을 보려면 6시간으로도 부족합니다. 5년 동안 독서반을 하면서 학생들이 가장 좋아했던 책 중에 하나가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입니다. 원제는 <작은 나무의 교육>입니다. 체로키 인디언 할아버지가 손자인 작은 나무를 가르치는 이야기입니다.

백인들이 미국에 정착하면서 아메리카 원주민을 몰아냅니다. 백인들은 편견과 탐욕에 물들어 먼저 살고 있던 사람들을 처리해야 할 인디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훌륭한 문화와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땅을 빼앗고 가족을 죽이고 공동체를 무너뜨렸습니다. 꿈 꿀 수조차 없게 만들었습니다. 갑작스럽게 밀어닥친 소용돌이 속에서 할아버지는 숲에 숨어 술을 만들어 팔면서 살아갑니다. 손자인 작은 나무를 가르치면서 똑똑하고 발달한 문명을 자부하는 백인들이 얼마나 어리석고 이기적인지 풍자합니다. 우리가 얼마나 편견과 탐욕에 물들어 있는지 돌아보게 만드는 책입니다.

어느날 할아버지가 작은 나무에게 자신이 어릴 적에 보았던 이야기를 해줍니다. 남북 전쟁이 한창일 때 산속 깊은 골짜기 빈 터에 있던 오두막에 도망자가 찾아듭니다. 야위고 피곤에 찌든 여자, 여위어서 노인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어린 여자애 둘, 누더기가 다 된 더러운 회색 군복(남군 군복)을 입은 다리 하나가 잘려나간 남자, 다리를 질질 끌며 간신히 걸어 다니는 흑인 노인 한 명입니다. 노새에게 채우는 가죽 끈을 자기들 몸에 두르고 한 번에 두세 걸음씩 겨우 움직이며 땅을 갈아엎습니다. 꼬꾸라지고 넘어지기만 할 뿐 일이 진척이 없지만 그들은 이 땅에 기댑니다. 그들에겐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같은 땅이었을 겁니다. 이때 연방군(북군) 병사들이 지나갑니다.

다음날 늙은 노새 한 마리가 나타납니다. 노새가 오고 사흘 째 되는 날 밭의 1/4 정도를 갈아엎습니다. 나흘 째 되는 날 연방군 하사가 씨앗용 옥수수를 두고 갑니다. 다음날부터 날마다 일리노이 주 출신의 농부인 하사가 근무시간이 지난 뒤에 찾아와 쟁기를 끌고 함께 일합니다. 사과나무 묘목을 가져와 심은 뒤에 하사가 말합니다. “좋은 땅입니다.” 외다리 남자가 이어서 그래요. 좋은 땅이지요!” 라고 말하자 늙은 흑인이 제가 지금껏 길러본 중에서 가장 좋은 옥수수예요.” 라고 거듭니다. 소망을 갖게 해주고 살게 해줄 땅과 옥수수만큼 좋은 건 없겠지요.

갈 곳 없이 떠돌던 가난한 사람들에게 쉴 곳을 주는 땅은 정말 좋은 땅입니다. 그 땅은 하나밖에 없는 다리로, 힘이 다 빠져나간 팔로 땅을 일구는 사람들에게 소망이 되어줍니다. 그들은 어느 빈 터에 꿈을 겁니다. 읽으면서 이 사람들이 행복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소년인 할아버지가 메기를 갖다 주는 모습을 보면서 인디언, 흑인, 백인이 친구가 될 수 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땅이 다툼과 탐욕의 도구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며 서로에게 소망이 되어줄 수 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어느날 늦은 오후에 열 명이 넘는 감독관들이 말을 타고 옵니다. 다리 없는 백인과 야윈 여자, 노인 같은 여자아이, 다리를 끄는 흑인 노인이 갈아엎고 옥수수를 심으며 소망을 키워가는 이곳에 붉은 깃발을 꽂습니다. 이 땅을 탐낸 부자가 땅주인이 도저히 낼 수 없는 세금을 부과하고 땅을 빼앗아갈 때 쓰는 방법입니다. 그들은 세금을 더 많이 거두기 위해 새로운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킨 정치가의 하수인들입니다. 땅을 갈던 세 사람은 감독관들에게 대항합니다. 세 사람에게 이 땅은 삶을 온전히 걸만한 마지막 소망과 같기 때문에 이기지 못하는 싸움인 줄 알면서도 물러서지 않습니다. 땅이 누군가에게는 존재 자체와 같다는 걸 알고 있는 하사도 함께 대항합니다.

감독관들은 외다리 남자와 늙은 흑인, 하사까지 죽이고 폭동이라고 속입니다. 폭동을 막기 위해서라도 자신들이 재선되어야 하며, 폭동에 대비하기 위해 세금을 더 거둬야 한다고 떠들어댑니다. 어느 빈 터에 꾸었던 꿈이 무너지고 돈 많은 부자가 또 하나의 재산을 챙깁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꿈이 뭐냐고 묻습니다. “10억 벌기요!” 10억은 벌고 싶은 돈의 액수가 될 수는 있지만 꿈은 아닙니다. 꿈은 황무지에 곡식이 넘실거리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지금 심은 사과나무에 꽃이 피어 열매를 따먹는 날을 기대하는 마음입니다. 흑인, 인디언, 백인이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걸어가게 만드는 게 꿈입니다. 현실을 바라보면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은 일일지라도 기대하게 만드는 게 꿈입니다. 10억 벌어 자기 혼자 잘 먹고 잘 살겠다는 건 꿈이 아니라 탐욕입니다.

저는 강원도 삼척에 삽니다. 어릴 때부터 다니던 교회 마당을 넓혀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마당에 붙은 언덕과 비탈을 사려고 주인을 알아보니 도시 사람입니다. 나무도 심지 못하고 밭을 일구지도 못하고 집을 지을 수도 없는 경사 급한 비탈을 도시 사람이 왜 샀을까요? 터무니없이 돈을 많이 달라고 해서 교회 마당을 넓히지 못했습니다. 부동산 중개업자가 꿈을 불어넣었겠지요. “괜찮은 땅이 있습니다. 몇 년 기다리면 돈이 될 겁니다.” 하는 꼬드김에 넘어가 땅을 샀을 겁니다. 한 번이라도 내려와서 봤다면 도로와 교회 사이에 있는 쓸모없는 비탈을 사지 않았을 텐데 지도만 보고 샀을 겁니다.

어느 빈 터에 꿈을 걸었던 세 사람이 꿈을 이루며 살 수 없을까요? 팍팍하게 계산기 두드려 돈으로 가치를 정하지 말고 꿈으로 가치를 정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꿈으로 가치를 정한다면 어느 빈 터는 세 사람이 가져야 합니다. 이렇게 말하기엔 현실이 너무 팍팍하지요! 경쟁사회에서 황무지를 개간하고 사과나무를 심는 일이 미련하게 보일 겁니다. 현실을 무시한 환상이라는 걸 저도 압니다. 그러나 이건 순진한 사람들만의 생각이 아닙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주는 것이 정의라 했습니다.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263) 그럼 그 땅은 세 사람에게 주어져야 합니다. 그들은 그곳에 생명을 걸었습니다.

저는 교회 비탈에서 총싸움을 하고 스파이 놀이를 했습니다. 눈을 쓸어내고 아카시아 나뭇잎을 잘라 놀았습니다. 비탈은 제게 추억의 장소입니다. 세 사람이 땅을 일구며 미래를 꿈꾼 것처럼 저는 비탈을 보며 추억에 잠깁니다. 땅 주인에겐 팔리지 않는 골칫거리인 그 땅이 누군가에게는 추억이고 꿈입니다. 땅이 이웃과 함께 발을 딛는 곳, 추억을 함께 나누는 곳이 아니라 투자 대상으로 여겨지는 사회는 정상이 아닙니다. 갑자기 땅값이 올라서 마땅히 받아야 할 것 이상을 받으면 좋은 걸까요? 뛰어놀던 골목 잃고, 돌아갈 고향 빼앗기고, 추억이 깃든 공간을 내어주는 대가로 돈을 더 받는 건 좋지 않습니다. 우리 자녀에게 꿈을 돈으로 계산하는 사회를 물려주면 안 됩니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을 읽고 권민하(1 )가 쓴 글입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사랑한다는 표현 대신 이해한다.’고 하신다. 이해하면 서로 사랑하게 되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에서는 서로 이해하는 가족이 적다. 부모와 아이는 서로 이해하지 못한다. 부모는 자기가 열심히 일하는데 아이는 놀고 공부도 안 한다고 한다. 아이는 아이대로 자기는 공부하는데 부모가 매일 화를 내고 논다고 한다. ~ 사랑을 느끼지 못하고 사는 인생은 허무할 수밖에 없다. 돈과 문명에 젖은 사람들은 허무함조차 느끼지 못한다. ~”

돈과 문명에 젖어 허무함조차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느 빈터에 꿈을 심지 못합니다. 외다리, 늙은 흑인, 가난한 아낙네가 땅을 잃을 때 어떤 마음일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나는 가슴이 뻥 뚫린 것처럼 허전하고 마음이 아팠다. 할아버지는 네 기분이 어떤지 잘 안다. 나도 너하고 똑같은 기분을 맛보고 있다. 사랑했던 것을 잃었을 때는 언제나 그런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것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는 것뿐이지만 그렇게 되면 항상 텅 빈 것 같은 느낌 속에 살아야 하는데 그건 더 나쁘지 않겠느냐고 말씀하셨다.> 어느 빈 터에서 꿈을 꾸는 이웃을 이해하고 사랑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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