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친구가 있어요. 친구, 친구!!”

그래? 가보자. 내 친구는 살려줘야지.”

창문에 벌 몇 마리가 붙었다. 빗물 내려가는 틈으로 들어와 창문과 방충망 사이에 갇혔다.

말벌이에요. 말벌 맞죠?”

아니야, 말벌 흉내 내는 애들이야. 바다리라고 해.”

말벌 아니면 선생님 친구죠?”

맞아. 선생님 친구는 살려줘야지.”

책벌레 선생님 말고도 이름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벌 친구. 복도에 벌이 들어오면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고 흥분했다. 그때 내가 벌 친구라고, 내 친구들은 아이를 물지 않는다고, 나한테 알려주면 바깥으로 내보내겠다고했다. 그러자 벌만 나타나면 아이들이 찾아온다.
처음에는 먼지털이로 벌을 내보냈다. 올해는 손으로 잡아서 내보낸다. 손으로 꽉 잡는 건 아니다. 순간적으로 잡아서 휙 날려 보낸다. 잡고 있는 시간이 0.5초 정도 되려나?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벌이 알아채기 전에 손을 놓아야 물리지 않는다.

우와, 선생님이 벌을 잡았어. 진짜 벌 친구 맞나봐!”

사람이 벌과 친구가 되지 못한다는 걸 아는 6학년도 구경한다. 손으로 벌을 잡아서 내보내는 게 신기하기 때문이다. 학교에 곤충이 나오면 애들이 나를 부른다. 노린재도 알려주고, 하늘소는 친구들까지 불러서 구경하라고 했다. 땅강아지 잡아서 보여주기도 했고, 내 주먹보다 큰 두꺼비를 잡아서 보여주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2학년(지금 우리반)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고 올해도 2학년이 가장 좋아한다. 물론 우리반 아이들도 좋아한다.

우리 학교 2학년 남자들은 남다르다. 힘이 넘친다. 계단을 놔두고 난간으로 오르내린다. 복도에서 뛰는 건 기본, 소리를 지르며 쫓아가고 도망친다. 올해 엄격한 선생님을 만나 얌전해지는 중이다. 점심시간에 2학년은 3학년 옆에서 밥을 먹는다. 이젠 젓가락질도 하고, 야채도 먹는다. 돌아다니지도 않는다. 2학년 선생님이 급식지도하는 걸 보면 정말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다. ‘~ 나도 저 정도로 열심히 가르치진 않았는데 대단하다. 저분이 가르쳐서 애들이 사람 됐네!’ 생각한다.

6월 어느 날 교무실에 모여 회의하다가 2학년 애들이 사람 됐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자 선생님이 두 남자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AB가 욕을 심하게 해요. A가 지역아동센터에서 욕을 배운 것 같은데 B가 따라 해요. 아무리 혼내고 가르쳐도 안 되네요.”

점심시간에 AB가 밥 먹는 자리에 갔다.

“A, B! 잘 들어. 욕하지 마. 너희가 욕했다는 말이 들리면 다시는 산책 안 데려간다. 산에도 안 가고 벌레도 안 보여줄 거야. 알았어?”
한다.

절대로 욕하지 마라. 손가락 욕도 하지 마. 알았어?”

둘은 그때부터 욕을 끊었다. 얼마 뒤에 선생님이 다른 행동을 이야기한다.

“BC가 자꾸 가렵다고 해요. 가렵다고 하니 보건실에 보내는데 진짜 가려운 건지, 아닌지 잘 모르겠어요. 가렵다는데 그냥 있으라고 할 수도 없고……

며칠 뒤 수요일, 점심시간에 BC가 앉은 자리로 갔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자세를 낮췄다. 욕하지 말라고 할 때와 달리 부드럽게 웃으며 물었다.

오늘 3학년은 말 타러 가. 자주 갔더니 이젠 말 타고 막 달리는 형과 누나도 있어. 너희도 말 타고 싶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제발 태워달라는 눈빛으로 대답한다. BC가 더 적극적이다.

그래? 정말 타고 싶구나.”

, 태워주세요. 말 타고 싶어요.”

말을 타려면 두 가지 조건이 있어. 첫 번째는 용감해야 해. 너희들 용감하니?”

, 용감해요.”

그래, 그럼 됐네. 용감한 건 통과. 두 번째가 남았어. 승마장에는 털이 많아. 말 털도 있고, 개가 있어서 개털도 많아. 털이 몸에 닿으면 가렵잖아. 가려움을 타거나 털 알레르기가 있으면 말을 못 타. 너희들 가려운 거 참을 수 있어?”

며칠 뒤에 2학년 선생님이 고맙다고 했다. 아이들이 가렵다고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일부러 가려우면 보건실 가라.’ 해도 가렵지 않다고, 보건실 안 간다고대답한단다.

남자아이는 권위에 순종한다. 벌을 손으로 잡고, 자기들을 산으로 데려가는 선생님은 권위자다. 그래서 내가 말하면 2학년 남자아이들이 듣는다. 2학년 남자아이에게 욕은 설명할 필요가 없다. 권위로 명령해야 한다. 반면, 가려움은 권위로 명령할 일이 아니다. 공부가 싫거나, 잠깐 교실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가려움으로 나온다. 그래서 더 큰 보상으로 꼬드겼다. 말을 타려면 참아야 한다고. , 우리 학교는 3학년부터 6학년까지 말을 탄다.

둘째 아이가 교육대학 4학년이다. 교사 임용고시를 준비한다. 어쩌다가 벌 이야기가 나와서 말했다.
손으로 벌을 잡아봐. 그럼 남자애들이 말을 들을 거야. 아니면 줄넘기 이단 뛰기를 20개쯤 해라. 그것도 통하지!”

펀딩으로 보내드린 글입니다.
12월까지 펀딩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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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아이들과 글을 쓰는 교사입니다. 30년 동안 문집을 만들었고, 지금도 아이들과 글을 쓰는 책벌레입니다. 2021년에 펀딩을 시작했습니다. <곁에.서> 펀딩(2021년)으로 화상 입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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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 번씩 보내드리는 펀딩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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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첫 도덕 수업

학생들은 3월에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나이 먹는 1월보다 새로운 교실에 들어가는 3월에 더 긴장합니다. 3학년은 교과서도 낯섭니다. 2학년까지 배우던 즐거운 생활, 슬기로운 생활이 아니라 도덕, 사회, 과학, 영어, 음악, 미술, 체육을 배우거든요.

개학하는 날 제가 맡은 3학년 아이들 기분을 글로 들었습니다. 남자아이들은 기분을 간단하게 썼습니다. 여자아이는 다짐을 쓰기도 했네요.
집에 가고 싶다. 공부가 더 어려워졌다. 3학년 되면 6교시 해야 한다. 교실에 책이 많다. ()
기쁘다. 3학년 올라가서. 체육 시간이 좋다. 도덕을 배워서 좋다. ()
3학년 공부가 어려울까 봐 긴장된다. 3학년이 되니까 후배가 한 학년이 더 생겨서 신이 난다. 새해 다짐, 공부 열심히 하기를 꼭 지키고 싶다. ()

도덕을 배워서 좋다고 쓴 아이는 무얼 생각했을까요? 처음으로 한 도덕 수업이 기대대로 되었을까요? 3학년 아이들이 만난 인생 첫 도덕 수업입니다. 개학 다음날 했습니다.

1단원 나와 너, 우리 함께소주제 1. 친구는 왜 소중할까요?
사람은 서로 다르다. 다르면 다툴 수 있다. 혼자 지내면 외롭기 때문에 친구가 있어야 하고, 친구와 잘 지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먼저 손병오 게임을 했습니다. 손가락을 다섯 개 펴고, 문장을 하나씩 말할 때마다 자기에게 해당하는 내용이면 손가락을 하나 접습니다. 첫 번째 주제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것 말하기!” 한 사람도 빼지 말고 모두 손가락을 접으면 성공입니다. 아이들이 돌아가며 말합니다.
올해 3학년이 된 사람 접어!
내년에 4학년 되는 사람 접어!
하하! 얘네들 응용력이 있네요. 첫 번째 게임하면서 우리가 서로 비슷하다고 느낍니다.

두 번째 주제는 다른 사람에게 해당하는 것 말하기!” 끝까지 손가락을 남겨야 이깁니다. 3월이 생일인 아이가 말합니다.
3월이 생일 아닌 사람 접어!
검은 옷 입은 사람 접어!
검은 옷을 입지 않은 아이가 이렇게 말해서 자기 손가락도 접었습니다. 하하하! 이럴 수 있죠. 아직 3학년이니까요.

두 번째 게임하면서 무얼 알았어?”
우리는 서로 달라요.”
그렇지? 비슷한 게 많아서 친구가 됐는데 다른 게 많으면 어떻게 될까?”
다퉈요.”
다투지 않고 잘 지내려고 개학날 학급 규칙을 함께 만들었지? 어떤 규칙이 있어?”
따돌리지 말고 친구와 같이 놀기, 욕하지 않기, 양보하기……
잘 알고 있구나! 너희는 정말 훌륭하네.”

다음으로 교과서를 읽었습니다. 영화 <퀘스트 어웨이>를 소개하는 내용이어서 영상을 잠깐 봤습니다.
이 사람은 왜 배구공을 친구로 만들었을까?”
혼자 있으니까요. 심심해서요. 친구가 없어서요.”
한 아이가 외로워서요!” 라고 하기에 곧바로 물었습니다.
“00, 너는 언제 외로워?”
아이들에게 언제 외로운지 한두 줄 써보라고 했습니다. 남자아이는 대부분 외롭지 않다고 썼습니다. 엉뚱한 걸 쓴 아이도 있네요. 이제 막 3학년이 됐으니까요.
학교에서 외롭지 않다. ()
나는 외로울 일이 없다. ()
나는 학교에서 외롭지 않다. ()
게임할 때 형아랑 싸우다가 압수당했다. ()

두 아이는 친구가 없었을 때와 놀렸던 때를 떠올립니다.
친구가 없어서 혼자 놀 때 외롭다. ()
유치원에서 아토피 심하다고 놀려서 외로웠다. ()

외롭다고 쓴 여자아이가 남자보다 많습니다. 여자아이가 외로움을 더 크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나는 학교에서 안 외롭다. ()
외로운 게 기억이 안 났다.외롭다. ()
나는 외로울 일이 없다. 여자 친구들도, 남자 친구들도 모두 즐겁고 재미있다. 너무너무 즐겁다. ()

두 아이는 예전 기억을 떠올립니다. 한두 줄만 쓰면 되는데 쉬는 시간에도 씁니다. 한 아이는 점심시간까지 씁니다.
누리 유치원에서 김민지가 있었다. 김민지는 날 때리고 따돌렸다. 힘들고 계속 날 따라왔다. 화장실까지 날 따라왔다. 머리도 잡아당기고 장난감도 빼앗고. 난 그래서 외로워졌다. 그다음에 단짝이 왔다. 놀았다. 기분이 좋았다. ()

단짝이 없을 때 단짝이 날 맨날 지켜줘서 좋았다. 그런데 단짝이 없으면 김민지가 때린다. 아프고 괴로웠다. 그리고 속상하다. 민지가 무섭다. 화장실 갈 때도 가만히 두지 않는다. 나도 사실 때리고 싶었다. 누리유치원에서는 힘이 없어서 친구들을 지켜주지도 못했다. 민지랑 같은 반 하늘반이 되었다. 너무 무섭고 괴로웠다. 단짝은 감기 걸려서 안 왔다. 민지는 나를 중심으로 때렸다. 아팠다. 사과할 때는 꼬집기도 한다. 너무 괴로웠다.
  하지만 학교가 달라지면서 좋았다. 1학년은 선생님도 좋고 친구도 만나서 좋았다. 1학년은 재미있다. 어느덧 2학년이 되었다. 선생님은 이쁘셨다. 2학년 방학이 되었다. 놀이터에서 눈감술을 하고 있었다. ★★이가 밀었다. 순간 깜짝 놀랐다. 3학년인 지금도 괴롭힌다. 무섭다. 지금 쓰는데도 괴롭다. ()

펀딩 글은 두 번째까지만 이곳에 공개합니다.
글을 읽고 싶은 분은 펀딩 신청해주세요.

어떤 펀딩인지 알고 싶으면 여기를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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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있어요?!>  펀딩 두 번째 질문입니다.
(첫 번째 해와 달이 된 오누이, 두 번째 우상의 눈물 두 권만 질문을 공개합니다.)

펀딩 내용은 여기를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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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글을 쓰고 토론하는 교사입니다. 책을 읽고, 책으로 수업하고, 책으로 강의하는 책벌레입니다. <곁에.서> 펀딩(2021년)으로 한림화상재단(1000만원)과 세움(500만원)에 기부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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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상의 눈물>을 토론 도서로 정한 까닭

1970~1980년대 활발하게 활동한 전상국 작가의 중편소설입니다. 이문열 작가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과 견주어 읽으면 좋은 작품이지요. 학교에서 친구들 위에 군림하며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학생(엄석대, 기표)이 친구들과 지내며 일어난 일이에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배경이 초등학교이고 우상의 눈물이 고등학교라는 점이 다르지만, 엄석대와 기표는 많이 닮았어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엄석대와 우상의 눈물의 기표는 폭력을 써서 친구들을 괴롭혀요. 둘 다 또래보다 나이가 많고 또래가 보이는 모습과 견줄 수 없을 정도로 악랄해요. 학교폭력을 다룬 <더 글로리>의 가해자들과 비슷합니다. 친구들은 엄석대와 기표 때문에 힘들어하면서도 그저 참기만 해요. 자기가 당할까 봐 두렵기 때문이에요. 학교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더 글로리>가 나오기 전부터 학교폭력은 사회적 이슈였어요. 연예인과 가수 등 방송에 나오는 사람뿐만 아니라 운동선수, 작가, 정치인도 학교폭력 가해자로 드러나면 모든 활동을 그만둬야 해요. 학교폭력은 용서받지 못하는 행위라고 생각하거든요. 가해자는 편하게 지내는데 피해자가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분노가 폭발합니다. 그런데 우상의 눈물은 우상이 눈물을 흘려요. 우상이 누구일까요? 왜 눈물을 보일까요?

저는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새 학기 시작할 때마다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해요. 학교폭력으로 힘들어하는 아이가 없는 교실을 만들려고 노력해요. 학교폭력을 다룬 책을 읽기도 합니다. 그런데 학교폭력만 다룬 책보다는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학교폭력 내용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책이 좋아요. 학교폭력에만 초점을 두면 뻔한 이야기로 읽히거든요. 용기 없는 일주일처럼 학교폭력을 다루면서도 탐정 스타일의 책이라면 괜찮아요.

우상의 눈물은 학교폭력을 다루는 것 같지만, 우리 사회의 구조를 보여주는 뛰어난 소설입니다. 우상의 눈물이 출판된 1980년에는 학교폭력이란 말도 없었어요. 작가의 의도가 학교폭력이 아니란 뜻이죠. 우리 학생들과 학교폭력을 이야기하면서 사회에서 일어나는 보이지 않는 폭력을 이야기하고 싶어서 우상의 눈물을 골랐습니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가 쉬운 내용이어서 이번에는 어려운 내용이에요. 4월에도 쉬운 책과 어려운 책을 하나씩 다루겠습니다.

2. 『우상의 눈물』 내용

기표가 고등학교에 다니던 때(1970~1980)는 지금과 많이 달랐어요. 한 반 학생이 66명이고, 반장을 투표로 뽑지 않고 담임이 임명했어요. 교사가 학교에서 담배를 피우고, 토요일에도 학교에 갔어요. 담임이 가정방문을 했고, 촌지를 받기도 했어요. 점심 도시락을 준비해야 했는데 기표는 가난해서 도시락을 가져가지 않았죠. 기표는 친구들 도시락을 꺼내 먹었고,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어요. 기표는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는 학생이거든요.

당시에는 성적이 나쁘면 같은 학년을 다시 다녔어요. 유급이라고 하는데 재수와 같은 뜻이에요. 소설의 화자인 유대가 다니는 학교에도 고 1학년을 2년 동안 다녔던 재수파가 있었어요. 66명인 한 반에 재수파 한두 명은 영향력이 크지 않아요. 다만 재수파의 우두머리가 기표여서 문제죠.

유대는 고 2학년이 되고 첫 번째 토요일에 학교에서 끔찍한 폭력을 당해요. 기표를 기분 나쁘게 했기 때문이에요. 유대를 걱정하는 형우에게 유대는 먼저 당했기 때문에 오히려 편안하다고 생각해요. 벌써 당했기 때문에 언젠가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없거든요. 기표는 누구 하나를 집요하게 괴롭히는 학교폭력을 하진 않았어요. 자기 마음에 안 드는 행동을 하는 학생을 단번에 응징할 뿐이었죠. 그래서 유대는 오히려 형우를 걱정합니다.

형우는 반장이에요. 기표가 있는데도 학급을 잘 이끌어갑니다. 담임도 형우에게 힘을 실어주죠. 약간의 갈등이 있지만, 큰 문제가 생기진 않았어요. 그러다가 시험 기간에 형우가 친구들에게 기표를 도와주자고 해요. 기표가 2학년을 다시 다니게 하지 말자며 정답 쪽지를 보냅니다. 이 일로 형우는 기표에게 크게 당합니다. 그리고 반전이 일어나지요.

우상의 눈물은 번역소설이 아니라서 판본이 똑같아요. 책을 출판한 곳이 몇 군데지만, 문장과 낱말이 모두 똑같습니다. 분량이 길지 않아서 요약본이 나오지도 않았어요. 작가가 살아있기 때문에 내용을 편집해서 출판할 생각을 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래서 어느 출판사 책을 읽어도 내용이 같습니다. 저는 선생님과 함께 읽는 우상의 눈물을 골랐어요. 전국국어교사모임 선생님들이 우상의 눈물을 설명했거든요.

저는 우상의 눈물을 읽고 질문을 만든 뒤에 선생님과 함께 읽는 우상의 눈물을 읽었어요. 해설하는 책을 먼저 읽으면 저만의 생각을 하지 못하거든요. 여러분도 제 질문이나 해설(인터넷이나 책에서 소개하는 해설)을 읽지 말고 우상의 눈물을 먼저 읽어보세요.

3. 질문

이번 책은 질문이 어렵습니다. 초등학생에겐 어울리지 않아요. 린치, 조인트, 전정, 저의, 알쪼 등 학생들에게 낯선 낱말이 나옵니다. 중학생도 어려워할 거예요. 낱말 해설을 보면서 읽으라고 하세요. 또한 토론할 때는 아래 질문 중에서 학생 수준이나 관심에 맞는 부분만 사용하세요.

<학급>

. 새 학기 첫날, 담임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1년 과정을 배를 타고 다니는 항해라고 말한다. 그러자 유대가 우리가 탄 배의 선장이 누구인지묻는다. 선생님이 뭐라고 대답했을까?
  (리유대 학생을 반장으로 임명하며, 유대가 일주일 동안 선장이라고 했다.)

-1. 2학년이 된 첫날, 담임 선생님의 말을 듣고 유대는 담임 선생이 자율이라는 낱말로 요술을 부려 우리를 묶고 있었다.’ 하고 생각한다. 그래서 선장이 누구인지 물었다. 유대는 왜 선생님에게 선장이 누구냐고 물었을까?
  (유대는 권위를 싫어했다. 자율을 중시한다고 말했지만, 담임의 태도가 유대의 눈에는 전체주의로 보였다. 학교 일에 관심을 보이는 엄마에 대해서 아들 허벅지에 난 상처를 모른다.’ 하며 엄마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권위를 싫어하는 유대는 담임이 선장 역할 하려는 걸 알아보았다.)

-2. 여러분은 학급의 선장이 누구라고 생각하나요?
  (학생, 교사, 우리 모두 등 모든 대답을 인정한다. 학급이 꼭 배여야 하는지, 선장이 있어야 하는지 말하는 학생이 있다면 질문에 매이지 않은 대답이라고 칭찬한다.)

-3. 13반 담임 교사는 1년 동안 순탄한 항해를 하자고 호소했다. 한 학급이 잘 운영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유롭게 의견을 나눈다.)

 

<선생님>

. 우상의 눈물의 배경인 1980년에는 교사의 역할이 아주 컸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엄석대가 군림한 것도 담임 교사의 묵인과 무능력 때문이었다. 우상의 눈물에 나오는 담임 교사는 어떤 사람인가?
  (
학생을 잘 알고 관심이 있으며, 학생 관리 능력이 뛰어나다. 반면 학생들을 자기 뜻대로 이끌어가려는 욕심이 크다. )

-1. 학생에게 관심이 없지만 수업을 잘해서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되는 교사, 학생을 사랑으로 대하지만 성적 향상에 도움이 안 되는 교사 중에서 한 명을 담임으로 선택하라면 누구를 고르겠나?

-2. 유대는 자기들이 교사들을 존경하지 않는 것처럼 교사들도 우리를 사랑으로 가르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여러분의 경험에 비춰 볼 때 유대의 생각은 사실일까, 아닐까?
  (사실인지 아닌지 밝히는 게 중요하지 않다. 학생들 의견을 들어주는 태도가 중요하다.)

-3. 선생님이 가정방문 왔을 때 유대는 좋은 선생이란 조건 없이 아이들의 입장을 이해한 다음 그것을 가볍게 입 밖으로 내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여러분은 어떤 사람이 좋은 선생이라고 생각하나?

-3-1. 그런 교사 또는 전혀 그렇지 않은 교사를 만난 적이 있나?

-4. 가정방문을 마치고 다른 집으로 가면서 선생님이 유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반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려달라고 했는데 담임은 협조라고 했고, 유대는 고자질이라고 생각했다. 협조일까, 고자질일까?
  (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어도 되고, 찬반을 묻고 토론해도 된다.)

 

<학교 폭력>

. 우상의 눈물45년 전을 배경으로 썼다. 부모님이 학교에 다니던 때보다 과거이다. 부모님이 중고등학생일 때 이야기를 들은 내용을 말해보자.

-1. 부모님이 학생일 때 이야기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나? 어떤 생각이 드는가?

-2. 우상의 눈물은 기표가 유대를 폭행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 시대에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
드물지만 가능성이 있다.)

-3. 기표와 재수파가 유대를 폭행한 까닭을 자세하게 말해보자.
  (메시껍게 놀아서. 개학 첫날, 담임의 엄숙한 말을 듣는 동안 모두 조용한 가운데 유대가 선생님에게 선장이 누구인지 질문해서 기표 눈에 띈 것)

-4. 이런 일을 겪는다면 기분이 어떨까?

-5. 지금까지 겪은 일 가운데 가장 무섭고 두려웠던 일은 무엇이었나?
  (학생 스스로 말하면 경청한다. 학생이 말하지 않으면 1~2분 기다린다. 아무도 말하지 않아면 학생을 지목해서 묻지 말고 교사가 자신의 경험을 말한다. 그리고 다시 1분 정도 기다린다. 여전히 아무도 말하지 않으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간다.)

-6. 기표와 재수파에게 당한 일을 형우가 물었을 때 유대가 빙그레 웃었던 까닭은?
  (이미 엄청난 것을 겪어냈다는 우월감 같은 오만. 언젠가 한 번 겪을 수도 있는 일을 이미 겪었으므로 안심하는 마음)

-7. 반 친구들과 재수파는 기표에 대해 나쁘게 말하지 않았다. 피해를 직접 받은 애들도 기표에 대해 나쁘게 말하지 않은 까닭은?
  (
악에 대한 공포 때문만은 아니다. 린치를 당할 때는 공포스럽지만, 무언가 헤아릴 수 없는 힘을 느꼈기 때문이다. 재수파가 한 아이를 계속 괴롭히거나 무턱대고 폭행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8. 기표의 행동은 학교폭력이다. 기표가 유대를 때리는 걸 2023년에 여러분이 본다면 어떻게 하겠나?

 

<문장 나누기>

. 책에 나오는 문장들이 무엇을 뜻하는지 의견을 나눠보자.

-1. 최기표의 이름은 알고 있으면서도 최기표가 어떤 아이인지를 진정 모르는 어른들에 대해서 내 상처를 내보이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었다.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평가, 판단하는 어른들에게 자신의 상처를 내보이면 상처만 보고는 유대가 원하지 않는, 오히려 싫어하는 판단을 내릴 것이기 때문에 유대의 마음을 알아보지 않고 어른들 마음대로 내리는 판단을 유대가 싫어했다.)

-2. 선생님이 기표를 부반장에 임명하면 어떨지 물었을 때 유대는 허벅지의 상처를 결코 격하시키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무슨 뜻일까?
  (기표는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남겼다. 기표에게 당해서 상처가 생겼지만, 앞으로 다시 기표에게 당하지 않을 거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기표가 부반장이 되면 기표는 담임의 허수아비처럼 될 것이고 그럼 상처의 의미가 줄어든다. 괜히 고통당한 게 된다. 그래서 유대는 기표가 부반장이 되는 걸 반대한다는 표현으로 허벅지의 상처를 격하시키고 싶지 않다고 했다.)

-3. 남을 다스리는 그런 자유보다 남에게 다스림을 받는 데서 얻는 마음의 평화가 내게는 더 좋았다. 무슨 뜻일까?
  (유대는 권위로 짓누르는 걸 싫어했다. 기표가 자신을 짓누르는 권위로 보였다면 다스림을 받는 데서 얻는 평화라고 말하지 못한다. 기표는 언젠가 만나야 할 어려움이나 고통이라 생각했고, 이미 고통을 넘어선 뒤에는 잠자코 있으면 평화를 누릴 수 있었다. 이런 마음을 표현한 문장이다. 매를 먼저 맞은 아이가 굳이 나서서 남을 좌우하는 마음을 갖지 않는 것처럼)

-3-1. 이런 기분을 느낀 적 있나?

-4. 남 앞에 나서는 일, 남들보다 한 발짝 높은 데 선다는 일이 얼마나 외롭고 번거로운 일인가를~
  (문장 그대로 앞에 나서거나 높아지면 책임이 커지고 고민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 문장을 그대로 말하고 찬반 토론해도 된다.)

 

<기표의 약점>

. 담임이 추리닝을 사지 못한 기표에게 추리닝을 줬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기표가 추리닝을 잘라버리고, 학급 아이의 추리닝을 빼앗았다.)

-1. 기표는 왜 추리닝을 찢었을까? 이 사건은 기표가 어떤 사람임을 보여주는가?
  (다른 사람의 동정으로 보이는 도움을 싫어한다. 자신이 가난해서 담임이 도와주는 게 싫었다. 기표는 자신의 가난과 약함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더 강하게 행동했을 것이다.)

-2. 시험 기간에 친구들이 기표를 위해 일을 계획했으나 기표가 거절했다. 무슨 일인가?
  (시험지 정답을 적어 기표에게 전달했다.)

-2-1. 형우가 친구들에게 기표를 도와주며 동정심이 아니라고 했다. 동정심 때문이 아니라면 왜 도와주자고 했을까?
  (이유를 말하지 않고 돕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담임과 계획을 세웠거나, 동정 때문에 도와주었을 것이다.)

-2-2. 여러분이 형우의 요청을 받았다면 도와주겠나, 거절하겠나?

-3. 기표는 왜 도움을 거절했을까?
  (
기표는 고등학교 졸업에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그냥 하루하루 지나가기를 기다렸을 것 같다.)

-4. 선생님이 기표를 부반장에 임명하자고 할 때 유대는 우리에 갇힌 사자를 떠올렸다. 기표를 부반장에 임명하는 것이 왜 사자를 우리에 가두는 것이라 생각했을까?
  (기표는 야생성이 강한 사자 같은 아이다. 부반장은 학교 조직 체계에 순응하며 역할을 해야 한다. 기표를 부반장에 임명하는 건 야생 사자를 순응하게 만드는 것과 같으므로 우리에 가두는 거라고 생각했다.)

-5. 형우는 기표가 도움을 거절하리라는 걸 알았을까, 알고도 일부러 도와주려고 했을까?
  (형우는 똑똑한 학생이다. 기표를 잘 알고 반을 이끌어간다. 자존심 강한 기표가 도움을 받지 않으리라고 알았을 것이다. 기표가 추리닝을 찢은 걸 보면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다. 기표를 도와주면 기표가 형우에게 폭력을 가하리라고 예상했을 것이다.)

-6. 담임이 시험지 채점을 위해 세 명을 불렀을 때 형우는 오지 않았다. 담임 교사는 형우가 기표에게 폭력을 당하는 줄 알았을까?
  (담임은 기표가 문제를 일으키는 줄 안다. 학생들을 밀고 당기며 잘 이끌어간다. 채점할 때 유대와 정수가 불안한 반응을 보인다. 그렇다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았을 것이다. 담임이 하는 말(학급 자랑)도 알았음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물론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내용을 추리하는 질문을 학생들이 좋아한다. 새로운 대답이 나올 수도 있다.)

 

<형우>

. 책에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형우가 어떤 아이인지 말해보자.
  (책임감 있고, 공부 잘하고, 공정하게 반을 이끌어가는 반장이다. 그러나 담임과 따로 의논해서 기표를 무너뜨리려는 계획을 세웠으며, 전치 2주의 상처를 입더라도 기표를 꺾어버리는 능력을 가졌다. 보이는 힘보다 보이지 않는 힘이 크다는 증거이다.)

-1. 여러분은 형우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2. 학생주임이 형우를 때린 가해자를 찾으려고 형우에게 기표가 그랬느냐고 물었다. 형우는 아니라도 대답했다. 왜 그랬을까?
  (기표를 가해자라고 밝히지 않으면 형우의 의리를 보고 친구들이 형우를 멋진 친구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면 기표가 형우에게 빚진 마음이 들 테고, 기표의 기세를 꺾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 뒤에 형우의 가난을 미화해서 얘기하면 효과가 크다.)

-3. 형우가 학교에 돌아왔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
형우가 영웅 대접을 받았다.)

-3-1. 유대도 같은 일을 당했는데 왜 영웅 대접을 받지 않았을까?
  (
아무도 몰랐기 때문에. 가해자가 누구인지 말하라는 압박을 받지 않아서. 반면 형우는 사건이 크게 알려진 상황에서 가해자를 말하지 않았다. 즉 의리를 지킨 셈이다.)

-4. 형우가 끝까지 가해자를 말하지 않자 친구들은 물론 재수파까지 형우를 좋게 보았다. 그런데 유대는 다르게 생각한다. 왜 그랬을까?
  (기표를 꺾기 위해 형우가 담임과 미리 계획하고 일으킨 일인 줄 알았다. 형우가 범인을 밝히지 않은 의도를 알았기 때문이다. 권위를 싫어하는 유대의 눈에 담임과 형우가 좋게 보일 리 없다.)

-5. 형우가 학교에 돌아온 뒤에 기표를 대하는 태도가 어떻게 달라졌을까?
  (고개가 약간 숙여졌다거나 기표에 대한 친구들의 두려움이 줄어든 모습이 보였다.)

-4-1. ?
  (
가해자를 밝히지 않음으로 기표의 약점을 잡은 셈이다. 더구나 의리를 지켰으니까)

-5. 형우가 기표에게 주눅 들지 않았던 마음은 어디에서 왔을까?
  (
기표를 구원해주고 싶었다. 기표가 가난한 처지에 있다는 걸 알고 실체를 알았다고 느꼈을 수도 있다. 아니면 담임과 비밀 약속을 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6. 형우가 병원에 있을 때 재수파들이 기표 몰래 사과하러 갔다. ?
  (
형우는 반장이고, 공정했으며, 기표를 도와주려고 했고, 의리를 지켰으므로)

-7. 형우는 기표의 사과는 받고 싶지 않다고 했다. 무슨 마음일까?
  (형우 마음이 진심이라면 기표를 걱정하고 친구로 위하는 마음 때문에)
  (형우 마음이 진심이 아니라면 - 기표가 사과하면 일의 실체가 드러난다. 그럼 기표가 학교 당국의 조사를 받으면서 사건이 더 커질 수 있다. 또한 기표가 사과하면 형우의 영향력이 줄어든다.)

-8. 형우가 기표의 처지를 반 아이들에게 이야기할 때 우의와 신뢰 가득한 말로 기표를 미화했다. 작가는 형우의 말을 왜 이렇게 표현했을까?
  (작가가 우상의 눈물을 쓴 의도를 드러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기표는 눈에 보이는 폭력으로 두려움을 일으키며 학생들을 지배했다. 그러나 형우는 몇 마디 말로 기표를 불쌍한 아이로 만들어버렸다. 기표를 도와주는 것처럼 보이는 말이 사실은 폭력이며, 기표를 무너뜨리는 힘, 즉 진짜 권력은 주먹이 아니라 말에서 나옴을 보여준다.)

 

<우상의 눈물>

. 형우가 기표에게 형이라 부르며 라면을 먹자고 했을 때 기표는 거절하며 국어책에 나온 글을 읽었다. 어떤 글인가?
  (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1.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은 이렇게 시작한다.

"울음 우는 아이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초가을 햇살이 내리쬐는 정원 한 모퉁이에서 오색영롱한 깃털의 작은 새의 시체가 눈에 띄었을 때. 대체로 가을철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이를테면 비 내리는 잿빛 밤, 소중한 사랑하는 이의 발자국 소리가 사라져갈 때. 그러고 나면 몇 주일이고 당신은 다시 홀로 있게 되리라."

여기서 울음 우는 아이는 누굴 말할까?
  (형우가 가해자를 밝히지 않고 영웅이 되자 기표가 점점 초라해진다. 따라서 울음 우는 아이는 기표를 말한다.)

-2. 이는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을 암시하는가?
  (기표는 곧 울음 우는 아이, 슬픔을 느끼는 당사자가 될 것이다.)

-3. 유대는 기표 같은 애들이 누리는 지배욕 그 안쪽에 몸을 뒤틀고 있는 고독의 그림자를 나는 어렴풋하게나마 본 것 같았다고 했다. 무슨 뜻일까?
  (기표가 친구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된 사실을 그대로 보면 기표가 무서운 놈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누군가를 두렵게 하는 사람은 사실 자신의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 더 무섭고 두려운 모습으로 속이는 것이다. 유대는 자신의 처지를 말할 친구가 없는 기표의 마음을 어렴풋하게 느낀 것 같다.)

-3-1. 지배욕이 채워지면 만족스럽지 않을까? 기표가 고독을 어떻게 느꼈을까?
  (지배욕은 인간의 고독을 채우지 못한다. 인간의 외로움은 오직 따뜻한 인간관계로만 채워진다. 기표에겐 그런 관계가 없었다. 기표가 자신을 몰랐기 때문이고,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면 초라해지고 슬퍼지기 때문에 기표 자신이 허락하지 않았다.)

-4. 기표가 체육부실에 갔을 때 담임과 형우가 학급 친구들에게 밝힌 내용은?
  (중풍병자 아버지, 심장병 어머니, 버스 안내원하는 여동생 등 기표 집의 실상을 밝혔다.)

-5. 기표가 친구들과 재수파에게 휘두른 폭력은 어떻게 미화되는가?
  (라면을 먹은 건 배가 고픈 모습으로 바뀌었다. 용돈을 빼앗기고, 피까지 팔아야 했던 가학 행위가 친구를 위한 고귀한 행동으로 탈바꿈했다. 이는 언론의 미화 과정과 같다. 결론을 내려놓고 과정을 짜맞추어 해석한다. 그래서 기표 친구들은 사회에서 구원받지 못한 가난을 우정으로 구원하려 했다는 미화의 대상이 되었다.)

-6. 형우가 기표를 불쌍한 친구로 만들어버리자 기표가 어떻게 반응할까?
  (조용히, 독기를 잃어버리고,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란 글을 읽으며 존재감을 잃었다.)

-7. 기표는 왜 힘을 잃었을까?
  (이런 과정은 도움받는 사람을 뭉개버린다. 형우의 말은 기표에게 가난한 아이, 도움이 필요한 아이라는 낙인을 찍어버렸다. 폭력으로 뒤덮여 감추어진 기표의 실체가 드러나서 기표가 힘을 잃었다.)

 

<사회>

. 우상은 누구인가?
  (
유대가 생각하는 기표이다. 친구들이 생각하는 두려움의 근원인 기표, 선생님이 생각하는 문제아 기표는 우상이 아니다. 유대에게 기표는 두려움의 근원이며 실체였다.)

-1. 유대는 왜 기표를 우상으로 생각했을까?
  (유대는 형우에게 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자신에게 폭력을 가한 기표에게서 헤아릴 수 없는 힘을 느꼈다. 유대가 위선적인 권위를 싫어했기 때문이다. 유대는 공부 잘하는 모범생처럼 보였지만 권위에 저항하는 성격이 강했다. 기표는 진짜 유대가 원했던 것, 권위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기표를 우상으로 생각했다.)

-2. 기표는 <무섭다. 나는 무서워서 살 수가 없다>고 했다. 무엇이 무서웠을까?
  (자신을 보호하던 덮개가 사라지고 실체가 까발려진 것, 감추고 싶었던 비밀이 드러나 기표가 도움이 필요한 친구가 되어버린 것. 자신이 예상하지 못하던 일이 일어나 자신이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에 빠져버린 것. 언론 앞에서 무너지는 한 사람의 모습을 보여준다.)

-3. 우상의 눈물에 드러난 눈에 보이는 폭력을 말해보자.
  (기표와 재수파의 폭력)

-3-1. 우상의 눈물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을 말해보자.
  (담임 교사가 학급을 운영하는 방식, 형우가 퇴원한 뒤에 기표를 불쌍한 아이로 만들어버리는 말, 기표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기표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려는 결정 등)

-3-2. 어떤 게 더 무서운가?
  (보이는 폭력은 눈에 보이기 때문에 대처가 가능하다. 기표의 폭력을 피하지 못하는 경우처럼 대체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지만, 이때는 폭력이 지나가면 유대처럼 안심하기도 한다. 그러나 말과 글로 한 사람에 대한 평가를 바꿔버리는 보이지 않는 폭력은 대처하지 못한다. 언론(공식 언론은 물론이고 SNS에서 가하는 비공식 공격을 포함해서)은 언제 공격을 당하는지 모른 채, 대책을 세울 겨를도 없이 사람을 무너뜨린다.)

-4. 2학년 13반이 대한민국 사회라면 기표와 형우는 누구를 상징할까?
  (기표는 눈에 보이는 힘으로 이익을 취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학교 폭력 가해자나 힘을 내세워 시민들을 괴롭히며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다. 형우는 직접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지만, 배후에서 사람을 괴롭히는 세력을 말한다. 형우가 말로 기표를 무너뜨린 모습으로 보면, 언론이나 지식층을 말한다.)

-5. 제목이 왜 우상의 눈물일까?

 

4. 덧붙이는 내용

  3월에 쉬운 책(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 이어 어려운 책(우상의 눈물)을 소개했습니다.
  4월에는
쉬운 책(긴긴밤)과 어려운 책(과학 관련 책, 미정)을 번갈아 소개하겠습니다.

아이들 생각을 잘 인도하려면, 훌륭한 대답을 듣고 싶다면
대답을 이끌어내기 전에,
질문을 잘해야 해요.

독서동아리에 왔던 중 2 남학생은 제 질문을 듣고
그동안 유지했던 확고부동한 신념이 깨지고 가치관이 바뀌었다고 해요.
고민이 많았던 선생님도 제가 던진 질문만으로도 생각이 변했다고 해요.
그만큼 질문이 중요해요.

<곁에.서>(2021년), <아빠 냄새 책 냄새>(2022년)에 이어 <<질문있어요?!>> 펀딩을 시작했어요.
한 달에 두 권씩 독서토론 질문을 보내드리는 펀딩이에요. 
첫 책으로 우리 옛이야기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골랐어요.

3월 18일에 보내드린 질문을 소개합니다.
내용이 괜찮으면 펀딩에 참여해주세요.
(펀딩 참여 : https://forms.gle/fezN3uahXF7hytz89)
12월까지 다달이 두 편씩 20권으로 독서토론 질문을 보내드립니다.


1. 토론 도서로 정한 까닭

옛이야기는 옛날에 할머니가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라고 해요. 그런데 이상해요. 저는 할머니에게 옛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어요. 할머니는 농사일하느라 바쁘셨어요. 저녁이면 지쳐서 일찍 주무셨어요. 가끔 할머니가 들려주신 이야기는 대부분 미신 같은 풍습이었어요. 친구들도 비슷했어요. 부모님과 선생님도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았어요. 저는 옛이야기를 책으로 읽었어요. 옛이야기 한 권쯤은 집에 있었고, 몇몇 이야기는 교과서에 나왔지요. 옛이야기를 들어도 얼마나 가치 있는지 몰랐어요. 누구나 다 읽는 이야기였어요.

나이가 들면 옛이야기가 좋아진다고 들었는데 그렇지 않았어요. 어릴 때 들어서 아는 이야기일 뿐이었어요. 다만 옛이야기에 담긴 뜻을 사람들과 나누면 달라졌어요. 상대가 아이라도 말이에요. 아이들과 이야기하면서 옛이야기가 무엇을 말하는지 깨달았어요. 저는 우와~’ 하며 놀랐는데 아이는 무덤덤했어요. 지금 아이들은 옛이야기를 잘 몰라요. 들려주는 사람도 적어요. 지금은 옛이야기를 읽지 않아요. 그래서 옛이야기가 낯선 이야기가 되었어요. <질문있어요?!> 첫 책으로 옛이야기를 골랐어요. 옛이야기의 가치를 뒤늦게 알았거든요.

2학년 국어 시간에 <개미와 베짱이>로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개미가 베짱이를 도와주잖아요. 다음날, 그 다음날에도 베짱이가 개미를 찾아가면 개미가 도와주어야 할까요? 개미가 얼마나 도와주어야 하는지 이야기하면서 베짱이가 난민으로 보였어요. 배가 너무 고파서 베짱이가 개미네 집에 찾아갔다고 이야기하면서 개미가 유럽 사람들로, 베짱이가 시리아 난민으로 보였어요. 난민들은 게을러서가 아니라 배가 고파서 개미네 집을 찾아갔어요. 유럽에 식량이 있다고 하니까 작은 배에 가족과 희망을 싣고 지중해를 건넜지요. 개미를 찾아간 셈이에요. 놀라웠어요. 이야기에 빠져들면 그 이야기가 곧 지금 우리 이야기로 바뀌는 경험 말이에요.

이야기는 힘이 세다고 하죠. 특히 옛이야기는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 입을 오르내리며 살아남은 이야기예요. 이야기를 듣고 말하며 전한 사람들의 마음과 소망이 담겨있어요. 그래서 첫 책으로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골랐어요.

 

2. 해와 달이 된 오누이 내용

산골 마을에 한 엄마가 아이 셋(대부분 책에서는 둘)을 데리고 살았어요. 엄마는 가난해서 이곳저곳을 다니며 일했어요. 어느 날 엄마가 이웃 마을에서 일하고 돌아오다가 호랑이를 만났어요. 호랑이는 떡을 빼앗아 먹고, 엄마까지 잡아먹었어요. 그러고는 엄마 옷을 입고 아이들을 찾아왔어요. 엄마라고 속여서 아이까지 잡아먹으려 했지요. 아이들은 꾀를 내어 도망친 뒤에 나무 위로 올라갔어요. 호랑이는 몇 번이나 실패하고도 포기하지 않고 나무에 오르는 방법을 알아내요. 호랑이에게 잡아먹힐 위험에 처하자 아이들은 동아줄을 내려달라고 빌어요.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와서 아이들을 데려가는 걸 보고 호랑이도 동아줄을 내려달라고 해요.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와서 호랑이가 붙잡고 올라가는데 썩은 동아줄이어서 호랑이는 떨어져 죽었대요. 하늘로 올라간 오누이는 해와 달이 되어 온 세상을 비추고 있대요.

여러 출판사에서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출간했어요. 보리 출판사 책에는 엄마가 아이 셋을 데리고 사는 상황을 설명해요. 엄마가 호랑이에게 떡을 주고, 팔을 내주고, 다리까지 주면서도 집으로 돌아가려고 애쓴 모습이 나와요. 세 아이 중 막내가 호랑이에게 잡아먹혔다고 썼어요. 아이들을 위해 자신을 내어주는 엄마의 모습이 잘 나타났어요. 또한 그림을 부드럽게 그려서 옛이야기 느낌이 나요. 옛이야기 그림책 작업을 많이 하신 홍영우 작가님이 글과 그림을 그렸어요. 그래서 보리 출판사 책으로 골랐습니다.

 

3. 질문

몇 가지 주제를 정해서 질문을 준비했어요. 쉬운 질문으로 시작해서 점점 어려운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질문을 따라가며 천천히 이야기해보세요. 정답을 알아내려고 하지 말고 이야기를 나누세요. 그럼 아이들이 토론을 좋아할 거예요.

<호랑이>

. 호랑이를 실제로 본 적 있나요? 어디에서 어떻게 보았는지 경험을 말해주세요.

-1. 옛이야기에는 호랑이가 자주 나옵니다. 호랑이가 나오는 이야기를 말해보세요.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줄줄이 꿴 호랑이, 호랑이와 곶감, 호랑이 뱃속 구경, 호질, 그림책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2004년 볼로냐 라가치상을 받았습니다.)

-1-1. 호랑이가 나오는 이야기 중에서 어떤 이야기를 읽거나 들었나요?

-1-2. 호랑이가 나오는 이야기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이유를 말해보세요.

-2.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 나오는 호랑이가 한 행동을 모두 말해보세요.
(엄마를 잡아먹는다. 오누이를 잡아먹으려고 속인다. 아이들에게 계속 속는다 등)

-2-1. 호랑이 행동으로 보아 호랑이는 어떤 성격이나 특징을 가졌나요?

-2-2. 옛이야기에 나오는 호랑이가 공통으로 보이는 특징을 말해보세요.
 (힘이 세고 사람들을 두렵게 하지만 어리숙한 점이 많다.)

-3. 옛이야기는 사람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하면서 지금까지 남았어요. 호랑이처럼 힘이 세고 사람들을 두렵게 하던 대상이 어리숙하게 행동하고 망가지는 이야기를 들으며 백성들이 좋아했어요. 옛이야기를 말하고 들으면서 당시 사람들은 누가 호랑이라고 생각했을까요(부자와 관리를 대표하는 양반들)

-3-1. 호랑이는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동물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호랑이를 용맹한 동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옛이야기에는 호랑이가 힘은 세지만 어리숙한 동물로 나옵니다. 이렇게 묘사한 까닭을 의논해봅시다.
  (양반으로 대표되는 지배층은 백성들에게 두려운 대상이었다. 백성들은 양반에게 항의하거나 대항하지 못했다. 적어도 이야기에서는 양반을 꾸짖거나 어리석다고 표현할 수 있었다. 그래서 가면이나 탈을 쓰고 양반을 꾸짖거나 비판하는 이야기가 발달했다. 양반들도 백성들이 이야기나 노래로 양반을 풍자하는 것만은 막지 못했다. 그래서 옛이야기에 호랑이가 자주 등장한다.)

-4. 호랑이를 어리숙한 동물로 묘사한 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와 같은 효과를 냈습니다. 이런 점에서 옛이야기가 어떤 가치가 있는지 의논해봅시다.

 

<엄마와 호랑이의 노력>

. 엄마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과 장소를 설명해보세요. 엄마가 집으로 돌아가려면 언제, 어떤 곳을 지나야 하나요?
  (산을 넘어야 한다. 일을 마치고 늦게 와야 한다. 호랑이가 나타날 수 있다. 아무도 없는 집에 아이들만 기다리기 때문에 마음이 조급하다 등)

-1. 엄마가 일을 마치고 돌아갈 때 호랑이가 나타나서 무엇을 빼앗았을까요? 순서대로 말해보세요.
 (대부분 책에서 호랑이가 떡을 빼앗아 먹고, 옷을 빼앗고, 엄마를 잡아먹었다. 보리출판사 책에서는 호랑이가 떡을 빼앗아 먹고, 엄마 팔을 먹고, 엄마 다리를 먹고, 결국 엄마를 잡아먹었다.)

-2. 떡을 빼앗아 먹고 엄마를 잡아먹고도 호랑이는 욕심을 내서 아이들을 잡아먹으려고 집에 찾아갔습니다. 호랑이가 아이들을 잡아먹기 위해 시도한 일을 나열해봅시다.
 (엄마 옷을 입고 엄마인 척함, 목이 쉬었다고 속임, 나무에 올라가려고 참기름을 바르고 도끼로 나무를 찍음, 동아줄을 내려달라고 빌었음.)

-3. 엄마를 위협하고 잡아먹었던 호랑이가 오누이에겐 다른 방법을 씁니다. 속임수(엄마 옷 입기, 반죽이 묻었다고 속이기, 막내를 몰래 잡아먹기(보리 출판사)를 쓰고 동아줄을 내려달라고 빌기도 합니다. 그냥 잡아먹어도 되는데 속임수를 쓴 까닭을 의논해봅시다.
 (호랑이가 단순하게 먹이를 찾는 동물이 아니라 무언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아이를 속이는 모습으로 나타냈다.)

-4. 아이를 기르기 위해 엄마가 열심히 일하지만, 호랑이도 아이를 잡아먹기 위해 노력합니다. 엄마와 아이가 백성이라면, 엄마의 노력을 헛수고로 만드는 호랑이는 누구일까요?
 (나쁜 관리나 신하들 또는 외적 - 중국, 거란과 여진 등 북방 민족, 특히 일본)

-5. 여러분의 희망을 무너뜨리거나, 여러분을 힘들게 하는 호랑이가 있나요? 소개해주세요.

 

<어려움>

. 엄마는 왜 아이들만 두고 일하러 갔을까요?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엄마가 일해야 아이들을 기를 수 있어서)

-1. 옛날에는 대가족이 모여 살았어요. 그런데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빠가 나오지 않아요. 엄마 혼자 산골 마을에서 아이 셋을 기릅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빠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돌아가셨을 것이다. 다른 곳으로 갔을 것이다, 호랑이가 잡아먹었을 것이다 등)

-2. 옛날에는 마을 사람들이 서로 친했어요. 이웃이 가족처럼 가까운 사이로 지냈기 때문에 이웃사촌이란 말도 생겼습니다. 호랑이가 문을 뚫고, 아이들을 잡아먹으려고 나무 아래에서 으르렁대는데도 아무도 나오지 않아요. 사람들이 왜 나오지 않을까요?
 (외딴곳에서 산다 떡을 만들기 위해서는 쌀과 노동력이 필요하다. 엄마 혼자 떡을 만들면서 아이를 기르고, 떡을 팔러 다니기 어렵다. 그러므로 외딴곳은 아니다.)
 (호랑이가 무서워서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이 대답이 더 합리적이다.)

-3.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빠가 없는 집에서 아이들을 기르던 엄마까지 없어졌습니다. 이웃도 도와주지 못하는 처지입니다. 우리 백성이 이렇게 힘든 일을 겪었던 때를 찾아봅시다.
 (가뭄과 홍수 자연재해가 일어나면 노약자가 먼저 피해를 당한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는 아이만 살아남았으므로 가뭄과 홍수는 아니다.)
 (전염병이 생겨도 아이와 노인이 먼저 죽는다.)
 (호랑이 같은 힘 있는 사람이나 세력이 백성들을 괴롭히던 상황일 것이다.)

-3-1. 엄마가 호랑이를 만났을 때 아무도 도와주지 못했어요. 아이들도 호랑이 때문에 힘들었어요. 여러분도 이처럼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것 같은일을 겪은 적이 있나요?

-3-2. 그때 어떻게 견뎠나요? 어떻게 이겨냈나요? 이겨내는 비법이 있나요?

-4. 가족도, 이웃도, 나라의 도움도 받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일을 만나면 사람들은 어떻게 했을까요? 우리 조상들이 실제로 했던 일을 찾아봅시다.
 (기우제, 산신제, 용왕제, 정화수를 떠놓고 빌기 등의 행위)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가 전해진 까닭>

. 아이들을 도와줄 가족이 없기 때문에 엄마 혼자 아이들을 기르기 위해 힘겹게 일해야 합니다. 보통 이야기에서는 엄마를 살려줍니다. 그런데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는 엄마가 떡을 다 주고, 팔과 다리까지 내어주고 죽습니다. 역사에서 우리 민족이 이 정도로 어려움을 겪은 적이 언제일까요?
 (몽골의 지배를 받던 고려 시대, 임진왜란, 병자호란, 일제 강점기)

-1. 옛이야기는 교훈을 주거나(흥부와 놀부, 심청전 등), 유래를 설명하거나(단군 신화, 설문대 할망 등), 어려운 현실을 비판하거나 통쾌하게 뒤바꾸거나(전우치전, 홍길동전 등) 흥을 돋우려는 목적으로 사람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한 이야기입니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는 이런 목적에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이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이야기한 까닭이 무엇일까요?
 (힘들고 어려운 현실을 이겨내려고, 소망을 잃지 말라고)

-2.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미래에 하고 싶은 일보다 과거에 했던 일을 이야기하는 사람입니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나오지 않는 건 무슨 뜻일까요?
 (과거가 사라졌다. 역사를 잃었다.)

-2-1. 아빠는 미래의 주인공이 될 아이들을 뒷받침하는 사람입니다. 아이들이 현재를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떠받치는 사람입니다. 아빠가 없다는 건 무슨 뜻일까요?
 (현재가 너무 힘들다. 현재가 사라질 정도로 힘든 상황이다.)

-2-2. 엄마는 죽었다는 건 무엇을 뜻할까요?
 (아이들을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 희망이 사라졌다.)

-2-3. 과거(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사라지고, 현재(아빠가 없고 엄마마저 호랑이에게 잡아먹힘)도 무너졌습니다. 이웃도 도와주기 힘든 처지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아무 희망이 없습니다. 우리 민족이 과거와 현재를 송두리째 사라질 뻔한 시대가 있었을까요?

 

(일제 강점기)

-3.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일제 강점기 상황에 맞춰 해석해봅시다. 호랑이가 한 짓이 당시 백성들에게 어떻게 다가왔을까요?
 (호랑이(일본)가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죽이고, 아빠를 잡아가고, 엄마마저 무너뜨리고, 아이들까지 잡아먹으려 하는 이야기로 다가왔을 것이다.)

-3-1. 일제 강점기 때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빠, 엄마, 아이는 어떤 상황에 처했나요?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과거를 나타낸다. 일제는 우리의 역사를 왜곡하고 짓밟았다. 아빠는 아이들 곁을 지키지 못한다. 일부는 독립운동하러 갔고, 일부는 징용을 당해 전쟁터나 탄광으로 끌려갔다. 이 땅에 남은 사람도 죽은 것과 다름없는 처지였다. 엄마는 아이들을 돌보고 지키려 했지만, 호랑이 앞에서 역부족이었다. 떡을 주면 살려줄 줄 알았지만 착각이었다. 일본은 떡을 빼앗고(식량 공출), 팔과 다리를 빼앗고(우리 민족을 노예로 삼았다), 아이들까지 잡아가려 했다(일본어 교육, 우민화 교육). 우리 민족은 나라를 잃고, 자원을 수탈당하고, 경제가 예속되고. 언어를 잃고, 이름까지 바꾸어야 했다. 미래가 사라졌다. 아이들이 잡아먹힐 지경인데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이들마저 위안부와 일본을 위한 일꾼으로 전락할 위험에 처했다.)

-4. 엄마가 호랑이에게 떡을 주면 살아남을 줄 알았다. 이 고개만 넘으면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고개를 넘을수록 호랑이는 점점 더 요구했고, 결국 엄마를 잡아먹고 아이를 찾아갔다. 호랑이가 집요하게 위협하는 처지에서 무력한 백성은 무얼 기대했을까?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오기를 기다렸다. 언젠가 일본이 패망하고 아이들만은 살아남기를 바란 셈이다.)

-5. 힘들고 어렵게 사는 백성들에게 <해와 달이 된 오누이>는 어떤 이야기로 들렸을까?
 (바라볼 대상이 하늘밖에 없다. 천운을 입어 살아남기를 바랐다.)

. 옛이야기는 대부분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흥부는 부자가 되어 형을 돌보고, 심청이는 아버지와 다시 만나 건강하게 살며, 홍길동은 율도국에서 백성이 행복하게 살게 한다. 그런데 오누이는 마을에서 행복하게 사는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어떻게 끝날까?
 (오빠는 달이 되고, 누이동생은 해가 되었다. 처음에는 오빠가 해, 동생이 달이었는데 동생이 무서워해서 바뀌었다. 이야기 마지막까지 동생이 무서워하는 내용이 나오는 건 색다르다.)

-1. 오누이는 왜 해와 달이 되었나요?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면 됩니다.)

-2. (-1에서 의견을 말하지 않을 경우)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를 아는 사람이 힘든 일을 겪을 때 해와 달을 바라보면 어떤 생각을 했을지 물어보세요.

 

4. 덧붙이는 내용

  좋은 독서가는 책 내용을 자기 눈으로 읽습니다. 줄거리가 아니라 자신만의 관점으로 작가의 생각을 해석하지요. 쉽지 않습니다. 학생들에게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에요. 정답을 요구하는 시스템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답 찾기만 하기 때문이에요. 책을 읽고 정답을 찾아야 한다면 무얼 읽을까요? 줄거리, 작가의 의도 같은 거지요. 시험에 나올 만한 내용 말이에요.

책은 다양하게 생각하는 도구입니다. 독서 토론은 이를 도와주지요. 여러 사람이 저마다의 생각을 나누면서 생각이 넓어집니다. 토론하면서 다양한 생각을 만나고, 그 생각을 바탕으로 자기 생각을 만들어갑니다. 제가 만든 질문은 호랑이를 일본으로, 엄마와 아이를 일제 강점기에 고통당한 백성으로 해석합니다.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어요. 제 질문에 제한받지 말고 다양하게 생각해보세요.

5. 관련 책을 한 권 소개합니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가 태양계를 만들어옛이야기에 나오는 내용을 과학 지식과 연결해서 소개한 책이에요.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 나오는 해와 달로 태양계를, <토끼전>에 나오는 간으로 소화 기관을, <흥부와 놀부>에 나오는 제비로 새 종류를, <혹부리 영감>에 나오는 노래로 소리를, <요술 맷돌>에 나오는 소금이 짠 까닭으로 바닷물을, <설문대 할망>에 나오는 제주도로 화산을 소개했어요. 그림이 화려해서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아요.

 

 

1. 난 책벌레다. 책을 본다. 이웃집에 가도 책을 찾는다.
책이 많은 집에 가면 우와!’ 하며 책을 살핀다.

2. 이상하다. 책이 참 많은데, 주인이 책을 참 좋아하는데 책꽂이가 별로다. 책장 칸 높이가 35cm나 된다
  책을 꽂으면 10cm 이상 남아서 ~’ 하다. 책장이 깊어서 두 줄로 꽂아도 될 정도다.
  책꽂이가 높으면 생활 먼지가 책 위에 내려앉는다.
  내 책장은 책꽂이 높이가 딱 맞아서 먼지가 책과 책장(나무판) 사이로 잘 들어가지 못한다.

3. 처음 산 책장은 칸이 너무 높고 깊어서 책을 많이 꽂지 못했다. 400권을 꽂을 공간에 300권도 못 꽂았다.
   가구점에서는 자리만 차지하고, 책이 알맞게 꽂히지도 않은 책장을 팔았다.

4. 책장을 싱크대 업체에 주문했다. 가로, 세로, 높이, 깊이를 표로 만들어 보내면 그대로 만들어줬다.
   자르고 연결하기만 하면 되므로 인건비가 많이 들지 않았다.

5. 그래도 실수를 몇 번 했다. 너무 깊었고, 받침대를 조금 세워 가운데가 내려앉기도 했다.
  몇 번 실수하며 책장 만드는 방법을 터득했다.

6. 책뜰안애 서재 책장을 편백나무로 만들었다. 오신 분들이 책꽂이 보며 좋아하신다.
  책꽂이를 이렇게 만들어야겠다고 방법을 물어보신다.

책꽂이 만드는 방법은

1. 책 규격에 맞춰 책꽂이 높이를 정해야 한다.
  보통 책(동화, 소설)은 가로 15cm, 세로 21cm이다. 양장본도 비슷하나, 세로가 23cm까지 큰 경우도 있다.
  내 책 90%15cm, 21cm이므로 책꽂이를 여기에 맞춰야 한다.

2. A4(21cm, 30cm) 파일이나 문집을 넣는 공간이 일부 필요하다.

3. 그림책(가장 큰 그림책)을 넣는 공간도 일부 필요하다.

4. 빅북(:40cm×50cm)을 보관하려면 한쪽 구석에 따로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5. 책뜰안애 서재 책꽂이 규격은 이렇다.
 가. 가로 35cm×3= 105cm이지만 실제 길이는 111cm이다. 나무 두께(1.5cm×4)를 계산해야 한다.

 나. 세로 25×6 + 27 + 32 = 209cm이지만 실제 길이는 224cm이다.
   나무 두께(1.5cm×9+ 밑바닥 1.5cm 한 장 추가)를 계산해야 한다.

 다. 키가 170cm인 사람은 200cm가 넘는 곳에 있는 책을 꺼내기 어렵다. 책꽂이 가장 위는 잘 읽지 않는 책을 넣어야 한다.

6. 정말 중요한 건 깊이다.
  가. 책장이 너무 깊으면 책을 밀어 넣어야 하고, 앞에 남은 공간에 먼지가 쌓인다.
   보통 책을 꽂고 책 앞에 책을 쌓아두거나 장식품을 놓기도 하는데 이러면 먼지를 계속 닦아내야 한다.
   책을 앞으로 당겨서 꽂고 책을 꽂은 안쪽을 비워두면 보기 좋고 먼지가 덜 앉는다.
   다만, 책 안쪽 공간을 버리는 셈이어서 아깝긴 하다.
  (정확한 규격으로 책장을 만들면 공간이 절약된다. 책장 두께가 줄면 방도 더 넓게 쓴다.)

 나. 깊이를 17cm면 가장 깔끔하다. 보통 책(15cm×21cm)을 넣으면 앞에 2cm가 남는다. 이 정도 깊이가 가장 보기 좋다
   다만 A4 크기의 책을 넣으려면 깊이가 최소한 22cm는 되어야 한다.

 다. 내 책장은 깊이가 22cm이다. 책을 앞으로 당겨서 꽂고 책이나 자로 톡톡 밀면서 줄을 맞추었다.
   (
물론, 서재 오는 분들이 내 의도를 모르고 계속 책을 넣었다 뺐다 하며 들쑥날쑥하게 해놓는다.)

** 한글로 표를 만들어서 붙였더니 아래 표에서 왼쪽 칸이 오른쪽 칸보다 많이 넓어졌다. 
   왼쪽 칸이 오른쪽 칸과 같은 넓이라고 생각하고 봐주세요.

    35cm
25cm(세로)

35cm



35cm



55cm
25cm(세로)

55cm



35cm
25cm(세로)

35cm



35cm



55cm
25cm(세로)

55cm



35cm
25cm(세로)

35cm



35cm



55cm
25cm(세로)

55cm



35cm
27cm(세로)

35cm



35cm



55cm
32cm(세로)

55cm



 

7. 책을 다 꽂으면 읽어야 한다. 책은 읽기 위해 사는 거 아닌가?
  나는 서재에 있는 책 95%를 읽었다.

8. 마지막으로 책벌레(나 말고 진짜 벌레!)
  책벌레는 그야말로 책벌레다. 없는 곳이 없다.
  편백나무 책장, 벽난로 피우면서 훈증 소독, 벽에 규조토를 발라 습기와 냄새 조절까지 신경 썼지만, 책벌레가 산다.
  어쩔 수 없다. 볼 때마다 손으로 꾹 눌러 죽이는 수밖에.

“자, 이제 읽자!”

 
2022년에 글 20편을 보내드리고 후원금 1268만원을 받았어요.
후원금을 보태서 1350만원을 네 곳에 보내드렸어요.
- 탈북 청소년 합숙소 350만원
- 다문화 청소년 도와주는 곳 350만원
- 형편을 밝히기 어려운 가정 350만원
- 눈이 거의 보이지 않는 분이 운영하는 아동센터 300만원
 
 

올해(2023년)는 독서토론 질문을 보내드리는 펀딩입니다.
(한 달에 두 편, 초등 고학년용 질문과 중학생용 질문 보내드려요.)

독서토론을 하고 싶은데 질문이 생각나지 않는다고요?
제게 맡기세요.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분을 위해 후원해주세요.

<<아빠 냄새 책 냄새>>로 펀딩을 시작했다.
(제가 한 달에 두 번 보내드리는 글을 받고, 3~12월까지 월 1만원씩 후원하는 펀딩입니다.)
두 아이를 학원에 보내지 않고, 책으로 놀면서 기른 이야기다.
아이들은 고등학생일 때도 날마다 8시간씩 잤고, 아빠와 책 이야기하며 지냈다.
고등학교 모의고사 성적이 좋았다. 수능 성적도 좋아서 원하는 대학에 갔다.

후원 참여하신 125명에게 지금까지 글 두 편을 보내드렸다.
첫 번째 글 : 아빠 냄새를 풍겨요. (3월 12일에 보내드림)
두 번째 글 : 아빠가 책을 읽어줘요. (3월 26일, 아래에 소개하는 글)
세 번째 글 : 배움터를 넓혀요. - 저장 공간 넓히기 (4월에 보내드릴 글)

“아빠가 책을 읽어주면~”

결혼하고 아이가 생겼어요. 무얼 해야 할까요? 누군 아내가 좋아하는 음식 사다 날랐다 하고, 누군 태교 음악 들었다고 해요. 예쁘고 잘생긴 아이를 기대하며 연예인 사진을 붙이기도 한대요. 제 아내는 음식을 사달라 하지 않았어요. 우린 연예인 사진도 안 붙였죠. 바흐와 모차르트를 들었지만, 특별한 일도 아니었고 열심히 듣지도 않았어요. 아빠로서 제가 할 일이 많지 않았어요. ‘그럼 무얼 할까?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어줘야지! 아빠 목소리를 들려주면 좋다고 하던데……

저녁에 아내 곁에서 책을 읽어주었어요. 아이를 위한답시고 아내가 싫어하는 책을 읽어줄 정도로 어리석진 않아서, 아내도 좋아하는 책을 소리 내어 읽었어요. 아이 눈높이에 맞는 책을 읽어주어야 할지 고민하지는 않았어요. 어떤 책이건 태아가 이해하지는 못할 거예요. 제가 읽는 소리를 들으면서 엄마 기분이 좋으면 아이도 기분 좋을 거로 생각했어요. 성서를 한 장 한 장 읽으면서 처음으로 아빠 노릇을 했어요.

책을 읽으면서도 실감이 나지는 않았어요. 생명이 자라는 놀라움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는데 전 그런 느낌 없이 그저 의지로 읽었어요. 태교하는 시간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테니까 꾸준히 읽어주려 했죠. 무엇보다 제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 독서여서 읽어주었어요. 어차피 날마다 성서를 읽으니까 아내 곁에서 소리 내어 한 장씩 읽으려 노력했어요. 즐겁게 읽었고, 지쳐서 읽었고, 때론 졸면서 읽었어요.

태아에게 아빠가 책을 읽어주는 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몰라요. 책을 읽어주면 태아가 듣고 반응한다는 실험이 있대요. 그래서 막연히 책을 읽으면 아이가 들을 거로 생각했죠. 물론 읽어주는 책 내용을 태아가 이해하진 못할 거예요. 세상에 나온 아이가 한 낱말을 수백 번 들어야 그 낱말을 이해할 텐데, 처음 듣는 말을 이해하지는 못할 거예요. 사랑이 느껴지는 목소리나 분위기 때문에 기분이 좋아질 수는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책을 읽어주면 머리가 좋아질 거라는 막연한 생각은 했어요. 그러나 책을 읽어주어서 얼마나 똑똑해졌는지는 확인하진 못했어요. 태아의 두뇌 성능을 잴 수도 없으니 얼마나 향상되었는지 몰라요. 측정하지 못하는 능력이에요. 그저 아이에게 좋을 거라는 기대만으로도 충분했어요. 사실 책을 읽어주면서 오히려 자신에게 도움이 되었어요. 책을 읽어줄수록 ! 내 아이구나!’ 하는 생각이 커졌죠. 아이를 위해 무언가 하면서 진짜 내 아이로 느껴졌어요. 아내는 아이를 낳았으니 저절로 아이를 느끼겠지만 저는 책을 읽어주면서 아이가 느껴졌어요.

엄마는 아이를 무조건 사랑해요. 엄마는 아이를 안고 웃어요. 자신이 힘들어도 참아요. 참는다는 생각도 하지 않고 살아가는 엄마도 많아요. 엄마는 위대해요. 아빠는 달라요. 엄마가 아이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기뻐하지만, 아빠는 아이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사랑이 생겨요. 아이를 안고, 먹이고, 놀아주면서 함께 시간을 보낼수록 더 사랑이 생겼어요.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을 표현하는 사람이 있고, 사랑을 표현하면서 사랑이 생기는 사람도 있어요. 전 후자예요.

옛날에 어떤 할아버지가 살았는데~”
배를 타고 멀리 여행하다가 폭풍우를 만났단 말이야!”
사람들과 다르게 행동한다고 미움을 받았어.”

하며 읽은 내용이 나한테는 꼭
, 내 아이야. 내 아이라고!”
내가 네 아빠야. 내가 아빠가 된다고.”
아빠가 기다리고 있어. 건장하게 만나자!”
하는 말로 느껴졌어요. 제가 아이를 위해 무언가 한다는 게 좋았어요.

아이는 들으면서 배운다.

아빠의 무관심과 엄마의 정보력으로 자녀를 기르는 집이 많아요. 아빠는 가끔 한마디하고, 엄마가 자녀교육에 관심을 쏟죠. 실패 사례가 많은데도 소수의 성공사례를 내세우며 진리라고 믿어요. 당신의 자녀가 성공사례를 잘 따를 거라고 기대해요. 아이가 보이는 약간의 변화를 과장해서 받아들이고, 실패의 신호를 무시하죠. 제 아이들은 정보를 분석하고 눈높이를 맞추는 아빠와 아이를 아끼고 돌보는 엄마의 사랑으로 자랐어요.

전 다수가 선택한 방법이라도 분석하고 결정해요. 그럴듯해 보이는 거짓에 가려진 모순이 보였어요. 아내에게 아이에게 알맞게 가르칠게. 즐겁게 놀면서 공부 잘하게 할 테니 걱정하지 마!” 하며 큰소리쳤어요. 그리고 저녁마다 책을 읽어주었어요.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에 아이들에게 해준 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뿐이었어요. 책을 읽어주고,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줬어요. 아이들은 저녁마다 제 이야기를 들으며 점점 아빠 편이 되었어요. 궁금하면 아빠를 찾아요. 책과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식도 쌓았겠지만, 아빠를 믿는 마음이 훨씬 소중해요.

아이가 어릴 때는 엄마가 아이를 돌보는 시간이 많았고, 아이가 크면서 제가 아이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조금씩 늘었어요. 아이들은 아플 때 엄마를 찾았고, 배가 고프면 엄마를 찾았어요. 그러다가 궁금해질 때, 숙제할 때, 책 이야기할 때, 이야기하고 싶을 때는 아빠를 찾았어요. 다른 집 아빠들보다 육아에 힘을 더 보태지는 못했지만, 공부는 제 몫이라 생각했어요.

저는 아이가 몇 살에 어느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어느날 아이를 보며 놀라고, 계속 변하는 모습 보며 웃었어요. 자라는 아이를 지켜보며 함께 무언갈 하겠구나!’ 생각했죠. 그래서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로 아이를 평가하지 않았어요. 옆집 아이가 글씨를 더 빨리 읽고, 유치원 아이가 구구단 외운다 해도 그러려니 했어요. 1학년 때 받아쓰기를 40점 받았어요. 웃으면서 괜찮다고 했지요. 나중에 괜찮다는 말이 40점을 나쁘게 생각하는 마음을 드러내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그만큼 점수로 아이를 평가하지 않으려고 신경 썼어요.

많은 부모가 안심하지 못해서 일찍부터 자녀에게 매달려요. “네가 공부만 잘하면~” 하며 매달리면 아이는 부모의 소망을 짊어지고 끙끙대요. 공부 잘하는 아이도 부모를 실망하게 할까 봐 두려워해요. 부모의 기대에 떠밀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부모가 말할 때 나를 믿지 못해서 저런다.’ 생각해요. 부모의 요구에 짓눌려 얼마나 힘든지 아이들이 이상 증상을 보이죠. 미래를 꿈꾸지 않고, 공격 성향을 보이며, 자극이 강한 말이나 영상에 빠져요. 나중에는 부모도 감당하지 못해 끙끙댑니다.

어릴 때는 괜찮았는데 왜 저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어요!” 하면서.

자녀는 매달려야 할 존재가 아닙니다. 사랑스런 작품이지요.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는 잘 놀았어요.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면서 듣는 능력만 기르면 됩니다. 공부의 기본으로 IQ를 들지만, 사실 공부하는 기본 능력은 듣기예요. IQ20~30점 더 높은 것보다 잘 듣는 태도가 훨씬 중요하지요. 새 학기 첫날,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에게 물어요.

얘들아, 공부 잘하는 비법이 있어. 뭘까? 어떻게 해야 공부 잘하지?”

아이들 대답에 듣기가 없어요. 아이들은 듣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요. 잘 듣지 않고도 공부 잘하는 아이는 없어요.

사람들이 따르는 자녀교육 방법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쉽고 좋은 방법 놔두고 멀리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죠. 공부할 능력을 길러주면 저절로 공부를 잘할 텐데 사람들은 어린아이에게도 당장 결과를 요구했어요. 채 자라지 않았는데 열매를 찾네요. 공부하는 능력을 길러야 할 때, 그저 결과만 기대하며 요구하는 게 어리석어 보였어요. 그런 닦달은 아이에게 부담만 지웁니다. 미래를 담보로 현실을 어둡고 무겁게 만드는 행동이죠. 전 배움터를 넓혀주었어요.

듣는 능력은 배움터를 넓힙니다. 잘 듣는 아이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배워요.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으면서 배워요. 같은 책을 읽어도 작가가 하는 말을 더 많이 들어요. 아이들은 듣기 좋아합니다. 아이가 들을 만한 방식으로 이야기하면 누구나 잘 들어요. 아이들이 듣지 않는다면 말하는 방식을 바꾸어야 해요. ‘아이가 싫어하는 말투나 태도로 말하지 않나? 내 말이 잔소리로 들려서 귀를 막는 건 아닌가?’ 생각해보세요.

부모는 자녀가 안심하게 자라도록, 올바른 가치를 따라 살아가도록 안내하는 사람입니다. 또한 편하게 공부하도록 돌보는 사람이죠. 자녀가 눈앞만 보고 안달할 때 멀리 바라보며 아이가 가야 할 길을 안내하죠. 지금 가져온 시험점수 40, 60점에 흔들리지 말고, 나중에 자기 인생을 즐겁게 살아가도록 도와주어야 해요. 물론 점수를 더 잘 받게 도와주는 방법도 있어요.

 

자녀 귀를 막는 부모는 아닌지?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에 아이들은 아빠를 조건 없이 좋아해요. 키가 작아서 고민인 아빠도 아이 눈에는 커 보여요. 재산, 지위, 외모는 상관없어요. 어린아이에게 아빠는 곁에 있으면 좋은 사람이에요. 꼭 안아주세요에서 아이들이 교도소에 간 부모를 기다려요. 아이들은 부모를 범죄자로 생각하지 않아요. ‘아빠’. ‘엄마를 만나려고 교도소에 찾아가지요. 면회장에서 아빠를 만나고 기뻐해요. 아이들은 그래요.

어릴 때 아이들은 아빠가 해주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듣습니다. 이때가 아빠들의 황금기예요. 초등 저학년에도 아빠의 인기가 유지되죠. 아빠가 화내지 않는다면, 술에 취해 들어가도 재잘재잘 떠들며 아빠에게 다가와요. 그러나 황금기는 지나가기 마련이죠. 고학년이 되면 자녀가 아빠를 조금씩 멀리해요. 중학생이 되면 벽이 생기고, 고등학생이 되면 서로 눈치를 보는 경우가 많아요. 평화롭게 지내기 위해 거리를 유지하는 관계로 바뀝니다.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 새 학기 시작하기 전에 독서 강의를 해달래요. 강의 장소에 가서 강의안을 열었는데 파일을 잘못 가져왔어요.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라 전화해서 첨부파일을 이메일로 받았어요. 곁에 있던 선생님이 물으셨어요. “딸이 몇 살이에요?”
2입니다.”
아니, 2가 그런 부탁을 들어줘요?”

깜짝 놀랐어요. 그럼 아빠 부탁을 아이가 안 들어주면 누가? 독서, 글쓰기, 토론, 수업, 성경 등 강의 주제가 다양해서 강의안을 잘못 가져갈 때가 몇 번 있었어요. 그때마다 아이가 강의안을 메일로 보내줬어요. 아이가 중학생, 고등학생일 때도 부탁했어요. 아이들은 귀찮아하지 않고 들어주었어요. 우리가 서로에게 늘 귀를 기울여서 듣지는 못하지만, 들어야 할 때는 잘 듣습니다.

엄마들이 네 살, 다섯 살 아이들을 영어 유치원에 보낸대요. 어릴 때부터 기초를 잡아주어야 한다며 아이에게 하는 걸 보며 엄마가 아이 말을 들을까?’ 생각했죠. ‘아이 말을 듣지 않는 게 습관이 돼서, 언젠가 아이가 중요한 신호를 보내는데도 듣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아이가 크면 엄마 말을 들을까?’ 생각했어요. 유치원 다니는 아이는 잘 놀며 건강하게 지내면 돼요. 책을 좋아하면 공부는 저절로 잘할 거로 생각했어요. 초등학교 고학년 되면 아이와 이야기를 많이 할 테고, 책 읽은 아빠랑 자주 대화하면 공부 잘하겠죠. 사춘기도 대화를 이기지 못할 거예요.

학원에 보내고, 학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스마트폰 주면 편해요. 아이를 학원에 보내지 않고, 스마트폰도 주지 않으면 아이가 시간을 보낼 만 한 걸 부모가 준비해야 해요. 놀아주어야 할 때도 많아요. 힘들죠. 저는 한 살 터울로 태어난 딸이 둘이어서 좀 쉬웠어요. 둘이 놀 때가 많았죠. 딸은 이야기도 좋아했어요. 아들만 몇을 둔 아빠는 주말마다 공을 갖고 운동장으로 나가더라구요.

등불 기억

첫째 딸 민하가 <등불 기억>이란 제목으로 쓴 글이에요.

책과 관련된 내 기억 중 가장 오래된 것은 무엇일까?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서 그림책을 보던 기억인 것 같기도 하고, 아빠가 『사자와 마녀와 옷장』을 읽어주었던 기억 같기도 하다. 밤이 되면 잠자리에 나란히 누워서 아빠의 이야기를 들었다. 마주 보고 앉거나 엎드리고, 아빠가 읽고 있는 책을 같이 보겠다고 고개를 들이밀 때도 있었다. 이불 속에서 뒹굴고 동생이랑 조용히 놀기도 했다. 책 내용에 대해 생각을 말하고 질문하는 건 기본이었다.

아빠 옆에서 이야기를 듣기만 한다면 그 시간에 뭘 하든 괜찮았다. 우리가 어떤 자세로 있든, 가만히 있지 못하고 꼼지락거리든 상관없었다. 책장을 뒤적거리고, 의자를 흔들면서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별로 집중력이 좋은 편이 아니었는데도 아빠는 뭐라고 한 적이 없다. 엄청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었지만 한 마디 할 수도 있었을 텐데. 하루는 졸려서 이불을 덮고 눈 감고 있었다. 아빠는 열심히 책을 읽어주시는데 그러고 있는 내가 치사하다고 느끼긴 했지만 일어나지는 않았다. 아빠도 나보고 일어나라고 하지 않았다. 그냥 모르셨던 건가? 아니면 내가 기억을 못 하는 건가?

책을 읽어주는 게 아빠이다 보니 책 읽어주기 시간의 주도권은 아빠에게 있었다. 아빠가 책을 읽자고 하면 우리는 모였다. 하루는 세 명이 함께 큰 베개를 벴다. 다른 날은 각각 베개를 하나씩 안고 모여 앉았다. 모이는 장소도 계속 달라졌다. 서재, 안방, 거실, 우리(나랑 동생) 방……. 장소와 시간 선정은 아빠 마음대로였다. 아빠는 늘 한 장씩만 읽어주셨는데, 가끔은 “한 장 더 읽을까?” 하고 물어보셨다. 대답은 무조건 “네!”였다. 아빠는 목이 아프다고 힘들어하셨지만 나는 이야기가 짧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나니아 연대기』를 전부 읽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빠가 읽고 나와 동생은 들은 거지만. 책을 읽는 도중에 아빠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덧붙여주셨다. 『말과 소년』에서 브레가 나니아에 가고 싶어 하면서도 칼로르멘의 방식에 길들여 있다는 것, 『캐스피언 왕자』에서 일행이 왜 루시의 말을 듣지 않고 잘못된 길로 갔을지, 디고리는 사과를 훔쳐 가라는 말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아빠는 많은 질문과 설명으로 우리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나니아 연대기』는 잠자리에 들기 전 읽어주기 딱 좋은 책이다.

어쩌면 내 사고 깊은 곳에는 『나니아 연대기』를 기반으로 하는 무언가가 아직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무언가 판단을 내려야 할 때, 내가 루시의 말을 무시하고 편한 길로 가고 싶어 했던 수잔과 같은지 생각한다. 자려고 누우면 그림자에 불과한 지금 세상이 아닌 진짜 세상을 상상한다. 나니아는 학교에 대한 내 생각도 잘 표현한다. 디고리 교수가 말했다.

“요즘 학교에선 도대체 뭘 가르치는 건지!”

어휴, 내 속이 다 시원하다. 『캐스피언 왕자』에서처럼 아슬란이 와서 학교에 있는 학생들을 해방시켜 주면 좋을 텐데 말이다.

무엇보다 『나니아 연대기』는 악인을 동정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요즘 미디어는 악인에게 분노하는 법만 알려주지, 악인을 동정하는 법은 도무지 가르쳐 주질 않는다. 학교에서 사형제도에 관한 토론을 했는데, 나는 당연히 반대가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의외로 찬성하는 사람이 많아서 충격받았던 게 기억난다. 사실 지금까지도 범죄자는 죽어버리는 게 낫다는 말을 들으면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가끔은 사회가 예전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가문을 모욕했다고 칼을 뽑고 달려들던 그 시대로 말이다.

나는 나니아 하면 등불 황야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우리 집 앞에는 산이 있는데, 거기에 있는 가로등 등불이 나니아를 떠올리게 해서 거기를 등불 황야라고 부른다. 눈이 왔을 때 몇 번 가 봤는데, 진짜로 등불 황야 같아 보였다. 등불 황야는 루시가 나니아에 와서 처음 본 장소이고, 지구로 돌아가기 전에 남매는 등불 황야에서 가로등을 본다. 등불은 옷장과 마찬가지로 나니아와 지구를 잇는 상징이다.

아빠가 나니아 연대기를 읽어주셨던 기억을 나는 <등불 기억>이라고 하겠다. 나와 책 사이를 연결하는 기억이라는 뜻으로. 우리가 나니아 연대기를 다 읽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랫동안 쌓인 기억이야말로 독서를 위한 원동력이었다.

 

두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기 전에 읽어준 책이 꽤 많았는데 일부만 기억합니다. 그림책은 사과가 쿵, 강아지똥만 생각나네요. 백설공주, 신데렐라, 잠자는 숲속의 공주같은 이야기나 헨젤과 그레텔, 이솝 우화, 안데르센 동화를 읽어주었어요.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로알드 달 동화(멋진 여우씨), 백석 동화시,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 하하호호 공생, 티격태격 천적도 읽어준 것 같아요. 아이들은 8~9살 이전에 읽어준 책은 기억이 안 난다고 해요.

고학년 때는 나니아 연대기(7), 찰리와 초콜릿 공장, 마틸다, 샬롯의 거미줄, 삐삐 롱스타킹, 사자왕 형제의 모험, 미오 나의 미오, 황금 열쇠를 읽어줬어요. 제가 책을 읽어주며 질문한 내용을 저는 전혀 기억하지 못해요. 한 살 터울인 두 딸이 4~5학년쯤일 거라 하는 말을 듣고도 생각나지 않았어요. 10년 전에 들은 질문을 아직도 기억하는 게 놀랍네요.

제가 사는 영동 지방은 눈이 많이 옵니다. 집 앞에 작은 산이 있는데 눈이 오면 저녁에 아이들을 꼬드겼어요.
눈 온다. 눈 와! 등불 황야에서 툼누스 씨가 기다릴 거야. 찾으러 가자!”

사자와 마녀와 옷장은 주인공 루시가 파우누스(신화에 나오는 존재, 상체는 인간이고 하체는 염소)를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돼요. 눈 덮인 숲에서 툼누스 씨가 루시를 동굴로 데려가지요. 초등학생일 때 아이들은 즐겁게 저를 따라나섰어요. 중학생 때도 같이 눈을 밟으며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툼누스 씨를 이야기했고, 고등학생일 때도 저녁에 산에 올랐어요. 첫째가 대학생이고 둘째고 고3일 때 마지막으로 갔네요. ! 마지막은 아닐 거예요. 또 갈 테니까!

책을 읽어주세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건 귀한 일이에요. 읽어주세요. 아빠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잔소리를 내던지고 읽어주기를 즐기세요. 아이가 잘 듣지 않는다고 잔소리할 만큼 하찮은 일이 아니에요. 책 읽어주는 자체가 보석 같아서 아이가 의자를 삐걱거리며 듣건, 꼼지락거리건, 동생과 놀면서 듣건 상관없어요. 아이가 안 듣는 것 같아도 다 들어도. 아이들은 놀면서도 듣지요. 듣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귀한 일이거든요.

우리의 삶은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수백 권의 이야기책을 실제로 살아냅니다. 우리가 사는 장소가 이야기예요. 만나는 사람도 이야기지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이야기에 이야기가 쌓여요. 새로운 이야기가 마음을 설레게 하지요. ‘오늘은 지금 들리는 인생 이야기이고, ‘내일은 새롭게 펼쳐질 이야기입니다. ‘어제는 아름답게 남은 이야기고요. 어떤 이야기인지는 그때그때 달라요. 슬픈, 기쁜, 다시 떠올리고 싶은, 기억하기 싫은, 멋진, 부끄러운, 뿌듯한, 안타까운~ 이야기들이 모여 나 자신이 됩니다. 책을 읽으며, 책을 들으며 이야기에 빠지는 건 아이들이 살아갈 삶에 표준을 세우는 일이에요. 읽어주세요.

눈이 오면 등불 황야가 되는 앞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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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책을 아홉 권 쓴 아빠,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책을 읽고, 책으로 수업하고, 책으로 강의하는 책벌레입니다. <곁에.서>라는 이름으로 펀딩해서 한림화상재단(1000만원)과 세움(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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